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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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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갈등에 TSMC가 최대 수혜?…중국 반도체 빠진 자리 대만 메워

산업 일반

미국과 중국의 통상 마찰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가 가장 큰 수혜를 봤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이 빠지면서 그 빈자리를 TSMC 등 대만 업체들이 채웠다는 것이다.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2018년 미‧중 통상 갈등 이후 미국 반도체 수입시장을 대상으로 주요국 점유율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중국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급감하고 대만과 베트남 기업의 점유율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미국 반도체 시장에서 2018∼2022년 중국의 시장점유율(수입액 기준)은 30.2%에서 11.7%로 18.5%p 감소했다. 반면 대만은 9.5%에서 19.2%로 시장점유율이 배로 뛰었다. 베트남은 7.3%p 높아졌다. 우리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은 1.8%p 늘어나는 데 그쳤다. 미국 시장에서 나라별 점유율을 변동 추이를 보면 4위에 머물렀던 대만에 1위로 올라섰고, 3위 자리를 유지한 한국은 대만에 추월당했다.미국은 최근 국가안보와 자국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중국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여왔다. 중국산 수입에 대해 2018년에만 3차례에 걸쳐 10~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이듬해에도 이런 기조를 이어갔다. 또 미국산 기술이나 소프트웨어를 직접 이용해 만든 부품·장비 등의 대중 수출은 제한하는 등 수입과 수출에 제동을 걸었다.중국 기업이 직격탄을 맞으며 시장에서 힘을 잃는 사이 대만 업체들은 틈새를 비집고 빠르게 성장했다. 전경련은 미국의 반도체 최대 수입품목(33.4%)인 ‘컴퓨터 등의 부품’에서 중국의 입지가 약해진 사이 대만과 베트남은 이를 기회로 점유율을 늘리며 반사이익을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컴퓨터 등의 부품’에서 미국의 대중 수입액은 ‘2018∼2022년 96억7000달러 감소했는데, 같은 기간 대만의 수입액은 75억6000만 달러로 327% 증가했다. 베트남 수입액은 35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대만의 미국 반도체 시장 영향력 확대를 TSMC의 성장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TSMC의 존재감이 크기 때문이다. 대만은 10여개에 달하는 반도체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업체 간 시장 점유율 격차는 큰 편이다. 1위인 TSMC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58%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데, 대만 2위 기업이면서 글로벌 3위인 UMC의 시장점유율은 6% 수준이었다.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미·중 통상 갈등과 미국 반도체 수입시장 재편에 따른 최대 수혜국은 대만과 베트남”이라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활용해 국내 반도체 생산 기반을 강화하고 반도체 수출 품목을 다변화하는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2023.05.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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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수입품목 75.5% 중국산…中 편중 현상 우려

산업 일반

글로벌 공급망이 심화하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중국 편중 현상을 해결하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조사가 나왔다. 중점적으로 관리해야 할 수입품목 모니터링 대상 상당수가 중국산 품목이라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전북대 최남석 교수에게 의뢰해 진행한 ‘한국경제 산업 핵심물자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30일 발표했다. 보고서는 ‘관리가 필요한 핵심 수입품목’으로 수입의존도가 90% 이상, 수입경쟁력이 절대 열위인 품목 중 수입금액 규모가 최상위 30%에 해당하는 228개 품목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중국산 품목이 172개로 75.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산 품목은 32개(14.0%), 미국산 품목은 24개(10.5%)로 집계됐다. 중국의 핵심 수입 품목에 영향 받는 국내 산업은 전기제품, 기계 및 컴퓨터, 철강, 유·무기화합물, 유리, 의료용품, 비철금속 같은 산업용 원자재 등 전 분야에 걸친 것으로 나타났다. 망간(강철 제조 시 필수 소재), 흑연(전기차 배터리의 음극재에 활용되는 필수 원료), 마그네슘(자동차 경량화를 위한 중요 소재) 등은 관리가 필요한 대표적인 중국산 수입 품목이다. 보고서는 핵심 수입품목으로 관리해야 할 228개 품목 중에서 기업 간 거래가 많고, 상대국에 대한 전후방 GVC(Global Value Chain) 스트레스로 글로벌 공급망 안전성이 취약하다고 판단하는 133개 품목도 별도로 제시했다. 이 중 중국산 품목은 95.4%에 달했다. 특히 산화텅스텐(반도체 소재), 염화칼슘, 비디오카드, 태양광 모듈, 농약 원제 등은 조기경보 체계가 필요한 중국산 수입품목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산 수입 품목은 전하결집소자(광학 스캐너, 디지털 비디오 카메라 등의 주요 부품), 레조르시놀(방부제·살균제로 사용되고, 합성수지의 주요 원료) 등으로 조사됐다. 헥사메틸렌디아민(나일론 합성 원료) 등이 특별히 관리해야 할 미국산 수입 품목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상하이 봉쇄가 장기화하는 등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악화하고 있다”며 “수입선 다변화, 글로벌 공급망 동맹 적극 참여 등을 통해 핵심 수입품목 중국 편중 현상을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2022.05.3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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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기업 경기전망 3개월 연속 부진”…원자재가격 상승 여파

산업 일반

원자재 가격 폭등과 물가 급등으로 인한 주요국의 경기 부진으로 기업경영환경이 계속 나빠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usiness Survey Index·BSI) 조사 결과 6월 전망치가 96.3을 기록했다고 24일 밝혔다. 작년 2월 이후 16개월 만에 3개월 연속 기준선 100을 밑돈 것이다. BSI가 기준선인 100보다 높으면 전월 대비 경기 전망이 긍정적이고,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6월 업종별 BSI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제조업(93.6), 비제조업(99.3)이 동시에 부진했다. 전경련은 산업 전반에 걸쳐 기업 경기전망이 부진한 이유로 국제 원자재·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인한 기업 생산·물류비 부담 상승을 지적했다. 세부산업별로 살펴보면, 전력용 연료탄 급등 영향으로 인한 전기·가스·수도(66.7)업의 타격이 가장 극심했다. 부문별 BSI를 살펴보면, 내수(102.2), 투자(102.5), 고용(107.4)은 긍정적 전망을 보인 반면, 재고는 기준선(100)과 동일했으며 수출(97.8), 자금사정(96.6), 채산성(95.7)은 부정적 전망을 나타냈다. 수출(97.8)의 경우 최근 물가급등에 따른 주요 선진국 소비심리 위축으로 올해 4월부터 3개월 연속 부정적 전망을 기록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OECD 국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기대비 7.9% 상승했으며 소비자 신뢰지수는 작년 6월 이후 10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채산성(95.7)과 자금사정(96.6)의 경우 수익성 악화에 자금조달 어려움까지 겹쳐 올해 4월부터 3개월 연속 악화 전망이 이어졌다. 전경련은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원자재 수입 원가가 오른 데다,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회사채 이자율이 상승하고 있는 것이 기업의 채산성·자금사정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봤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최근 국내기업들은 물가급등, 중국 경제 부진 등으로 매출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긴축에 따른 금융비용의 부담도 가중되는 상황”이라며 “세부담 완화, 주요 수입품목에 대한 관세 인하 등으로 기업의 수익성 확보에 도움을 주는 한편,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고 후진적인 노동시장을 개혁하는 등 기업경영에 활력을 부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태영 기자 won.taeyoung@joongang.co.kr

2022.05.24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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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공포에 원자재 값 폭등 공황 확산

산업 일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이 전해지면서 원자재 값이 널뛰고 있다. 국제유가는 8년 만에 처음으로 1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유럽 천연가스 가격 역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세에 정부와 우리 기업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4일 외신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특별 군사작전을 실시한다고 발표하고 침공을 감행한 이날 국제유가는 상승세를 기록했다. 세계 원유 생산의 12.1%(2020년 기준)를 차지하는 러시아를 둘러싸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서방의 제재 등으로 에너지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로 인해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국제 원유가격의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작전 개시 발표에 장중 1배럴당 100달러(약 12만원)를 넘었다. 브렌트유 값이 100달러를 넘어선 건 2014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1배럴당 15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도 4달러 이상 뛰며, 1배럴당 96달러(약 11만5000원)를 돌파했다. 러시아는 원유뿐 아니라 천연가스·구리·알루미늄 등 각종 원자재를 생산하고 수출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긴장감이 고조되자 원자재 가격은 일제히 오르고 있다. 이날 유럽 시장에서 천연가스 선물은 1000㎥당 1400달러(약 168만원) 가까이로 약 35% 뛰어올랐다고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 등이 보도했다. 알루미늄 가격도 치솟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에서 알루미늄 선물 가격은 2.9% 오른 1t당 3388달러(약 407만원)에 거래됐다. ━ 사태 지속되면 에너지 관련 부담 가중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산업계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해 기준 우리 수출의 약 1.6%, 수입의 2.8% 비중을 차지하는 10위 교역대상국이다. 전체 러시아 수출의 약 절반을 자동차·부품, 철구조물(4.9%), 합성수지(4.8%) 등이 차지한다. 주요 수입품목은 나프타(25.3%), 원유(24.6%), 유연탄(12.7%), 천연가스(9.9%) 등으로 에너지 부분이 전체 러시아 수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두 나라 간 수출입 비중이 큰 편은 아니지만, 유가 급등 시 산업계 전반에 악영향이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이나 철강·화학·자동차·조선 등 전 업종에서 원가 상승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이차전지(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에 들어가는 원재료 중 니켈과 알루미늄 가격도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배터리 기업의 부담도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현황 및 우리기업 영향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갈등이 심화돼 대(對)러시아 제재와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우리 기업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기업의 경우 달러화 결제 중단에 대비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향후 수출통제에 대비해 주요 부품의 재고 확충, 부품 공급처 다양화 등을 모색해야 한다”며 “수출기업은 현지 바이어 신용조사를 강화하고, 진출기업의 경우 루블화 표시 자산을 축소하고 자금경색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임수빈 기자 im.subin@joongang.co.kr

2022.02.2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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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자동차·반도체·배터리 위협할 ‘제2 요소수 폭탄’ 또 있다

정책이슈

‘제2 요소수 사태’를 일으킬 원자재 수급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소수 대란의 여파가 가라앉지 않으면서 해외 특정국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들에서 비슷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를 막기 위한 정부의 산업 전반에 대한 재점검과 보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국회 산자중기위)이 한국무역협회에서 제출 받은 자료 등에 따르면 국내 수입품목 1만2586개 중 3941개 품목이 특정 외국에 의존하는 비율이 80%를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특히 중국에 의존하는 품목이 절반(1850개)에 달했다. 최근 대란을 겪고 있는 요소수의 경우 전체 요소 수입량 중 97%가 중국산이었다. 이처럼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은 수입 품목은 수출국이 빗장을 걸어 잠그면 손 쓸 길이 없어진다. 국내에 수급 대란은 물론 국내 산업이 멈출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보면 중국에서 들여오는 품목 중 의존도가 80%를 넘는 것은 마그네슘잉곳(100%), 산화텅스텐(94.7%), 네오디뮴영구자석(86.2%), 수산화리튬(83.5%) 등 1850개였다. 미국(503개)과 일본(438개), 독일(121개)에서 수입 비중이 80%를 넘는 품목도 수백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런 원자재들이 한국 경제의 주축이 되는 산업 소재라는 점이다. 세계 공급망 재편에 대처하지 못할 경우, 국내 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는 이유다. 중국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는 마그네슘잉곳(마그네슘)은 자동차·항공기 부품 경량화에 쓰인다. 즉 마그네슘 수입이 막히면 자동차 등 한국 주요 수출품 생산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외에도 산화텅스텐은 반도체·의료기기 제조에 쓰인다. 네오디뮴 영구자석은 전자제품 소형화·경량화에 필수 재료다. 수산화리튬은 2차전지 핵심 소재다. 이는 원자재 수급에 문제가 생길 경우 우리나라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자동차·반도체·배터리 등의 산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경고나 마찬가지다. 이미 중국 의존도가 심한 몇몇 소재는 원자재 공급 불안이 확대될 불안감이 커지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마그네슘은 중국 내 전력 공급난으로 생산량이 떨어지면서 얼마 전 가격이 치솟았다. 15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9월 10일 기준 1t당 4135달러였던 마그네슘 가격은, 2주 만인 같은 달 24일 1t당 8615달러까지 상승했다. 이후 가격이 점차 안정화되고 있지만, 이달 12일 기준 1t당 4825달러를 기록하며 아직 가격이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도체 웨이퍼에 새겨진 패턴에 따라 전류가 흐르도록 하는 텅스텐도 9월 24일 기준 1㎏당 40달러였지만 10월 29일 1㎏당 41.5달러로 상승했다. ━ “계속된 중국의 공급 방해 신호 왜 몰랐나”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급망 관리에 진작부터 나섰어야 했다고 지적한다. 중국 사드 보복과 일본 수출 규제 등으로 수입국 다변화에 대한 요구가 끊이지 않았지만, 정부가 아직까지 대비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정부는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희토류 등 희소금속 총 35종을 선정해 공급망 관리에 나선 바 있다. 최근에는 수출규제 맞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을 강화했다며 백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요소수와 같은 원자재 분야의 대책 마련에는 소홀했다. 그 결과 중국이 요소 수출을 제한하자 3년 전과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요소수 사태와 관련해서는 늑장 대처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미 지난달 11일부터 중국의 요소 수출 조치를 파악하는 등 충분히 사전 대응이 가능한 상황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외교부는 열흘이 지난 지난달 21일 산업부에 상황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일 요소수 대란 책임을 물어 안일환 청와대 경제수석을 경질했다. 신임 경제수석엔 박원주 전 특허청장을 내정했다. 국제 공급망 문제가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자, 통상 기재부나 학계 출신을 앉히는 경제수석 자리에 이례적으로 산업부 출신인 박 수석을 발탁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요소수 대란 전에도) 중국 사드 사태와 일본 수출 규제 등 시그널이 계속 있었는데 정부가 소홀했다”면서 “앞으로 수입국 다변화는 기본이고, 국내 재고 물량 확보나 국내 생산 시설을 확보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지원 기자 jung.jeewon1@joongang.co.kr

2021.11.15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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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 D-1, 이슈로 꼽히는 삼바·SK바사 백신 CMO 향방은?

바이오

코로나19 백신이 한미정상회담의 주요 의제 중 하나로 꼽히는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위탁생산(CMO) 향방에 대한 구체적인 계약 논의가 이루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문 대통령은 5월 22일 새벽(미국 현지시간 21일 오후)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번 회담에서는 '백신 스와프'를 통한 백신 수급 문제 해결, 기술 이전을 통한 국내에서의 백신 생산 등 양국 간 백신 협력 강화 방안이 폭넓게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와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 역시 방미길에 올랐다. 두 대표는 문 대통령의 방미 기간 중 각각 모더나, 노바백스와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위탁생산을 위한 계약 체결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모더나-삼성바이오로직스, 노바백스-SK바이오사이언스 간에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다만 체결 여부에 대해 양사는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는 상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MOU 체결 관련해 저희가 확인 드릴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현재로선 예측해서 말씀드릴 수 없다”라며 “MOU가 됐든 계약이 됐든 그 테이블에 참여하는 기업들이나 기관들이 내용 협의 후 서명을 한 후에야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K바이오 글로벌 백신 생산기지 도약 기회 양사의 계약이 성사되면 국내 백신 수급에 숨통을 틔울 뿐만 아니라 한국이 글로벌 백신 허브로 발돋움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이미 SK바이오사이언스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위탁생산 중인 상황이다. 여기에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모더나의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까지 생산에 나서면 K바이오는 글로벌 백신 생산기지로서 도약이 가능하게 된다. 우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와 한국에서 위탁생산 계약을 맺으면 모더나로부터 메신저 리보핵산(mRNA) 원액을 제공받아 최종 완제(Fill&Finish) 공정을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방식은 모더나 입장에서도 핵심 기술 이전으로 인한 기술 유출 민감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시간과 비용을 고려했을 때 현실적으로 국내에서 원료를 직접 생산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현재 항체의약품에 대한 완제공정만 갖춘 것으로 알려진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백신 완제공정을 위한 생산라인 추가 설비 등을 완비하면 이르면 8월부터 생산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이번 회담에서 CMO 계약을 넘어 기술 이전 기반을 다진다면 백신 수급 문제에 안정적으로 대처하고 백신 자체 생산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뿐만 아니라 기술 이전이 돼서 향후에 (모더나랑) 백신에 대한 R&D를 같이 진행하면서 같이 개발한다면 의미가 클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 (mRNA백신) 개발도 빨라질 것이다. 그렇게 계약됐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내비쳤다. 이미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8월 노바백스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위탁 개발·생산(CDMO)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2월에는 노바백스로부터 코로나19 백신 생산에 필요한 기술을 이전받았다. 기술이전 계약에 따라 SK바이오사이언스는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을 국내에서 생산 및 판매할 권리를 확보한 상태다. 이번 회담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와 노바백스 간의 기간 연장 계약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4월 28일 정부는 노바백스와 코로나19 백신 기술이전 연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정부는 방한 중인 스탠리 어크 노바백스 회장과 함께 이런 방안을 논의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5월 21일 최종점검위원회를 열어 '모더나 코비드-19백신주'에 대해 임상시험 최종결과보고서 등을 제출하는 조건으로 수입품목허가를 결정했다. 이로써 모더나 백신은 국내에서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얀센 백신에 이어 네 번째, mRNA 백신으로는 화이자에 이어 두 번째로 허가받았다. 유럽(EMA) 27개국과 캐나다, 스위스에서 조건부 허가를 받았고, 미국·영국·이스라엘·카타르·싱가포르·파라과이·브루나이·타이완·필리핀·태국 등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노바백스는 1분기(1∼3월) 수익보고서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 등에 긴급사용 승인 신청을 3분기에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2021.05.21 17:18

3분 소요
국제 펀드매니저가 꼽는 ‘무역전쟁 내성주’

국제 경제

수입 관세의 영향 크게 받지 않는 탄탄한 내수 기업, 관세로 가격 올라도 수요 줄지 않는 지적재산 보유 기업 등 추천 글로벌 무역정책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자 일부 일류 국제 펀드 매니저들은 그 수혜 종목을 물색하고 있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 코스웨이 캐피털 매니지먼트, 제이너스 헨더슨 같은 기업의 펀드 매니저가 이탈리아 최대 은행부터 중국의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까지 각종 기업에 대한 매수 포지션을 확대하고 있다. 모두 글로벌 무역전쟁의 후폭풍을 피하기 위해서다.펀드 매니저들이 요즘 물색 중인 기업 특성 중 첫 번째는 수입 관세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탄탄한 내수 기업, 또는 시장에서의 지배적 지위 또는 관세로 가격이 올라도 고객이 계속 구입할 만한 지적재산이 꼽힌다.22억 달러를 운용하는 제이너스 헨더슨 글로벌 설렉트 펀드의 조지 마리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관세가 우리의 의사결정에서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관세의 위협 때문에 평소보다 “전술적으로” 거래해 왔다는 마리스 매니저는 국내시장을 장악하는 중국 전자상거래 대기업 알리바바 그룹 홀딩스 같은 종목의 매수를 확대해 왔다. 그는 “매번 장기적인 성장 재료가 무역마찰 확대의 위협을 능가한다”고 말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월 15일 500억 달러의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하면서 세계 양대 경제대국 간에 무역전쟁이 점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중국은 약 500억 달러의 미국산 제품에 25%의 추가 관세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상무부가 같은 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를 포함해 오는 7월 6일부터 25%의 관세가 부과될 중국산 전략적 중요 수입품목 800여 종의 리스트를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방들과 언쟁을 벌이면서 무역에 강경 입장을 취해 왔다.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상순 캐나다에서 열린 G7 정상회담 후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대단히 부정직하고 나약하다”고 맹비난하며 자동차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을 제기했다. 캐나다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만한 조치다. 한편 유럽연합(EU)은 트럼프 정부가 부과한 알루미늄·철강 관세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고 보복관세를 부과할 품목 리스트를 작성했다. 지난 2월 미국의 금리인상과 함께 관세 위협으로 글로벌 증시가 침체된 이후 세계 주요 증시 지수는 하락폭을 대부분 만회했다. 미국 증시의 벤치마크인 S&P 500 지수는 연초 대비 4.91%, 유럽연합의 스톡스 600 지수는 같은 기간 동안 2.51% 상승했다.87억 달러를 운용는 코스웨이 인터내셔널 밸류 펀드의 코너 멀둔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무역과 기타 거시경제적 우려가 “단기적인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의 펀드는 예컨대 이탈리아 은행 우니크레디트(CRDI.M)에 대한 매수 포지션을 확대해 왔다. 지난 3월 총선 후 이탈리아의 유로존(유로화 사용권) 탈퇴 가능성에 관한 우려가 되살아나면서 투매가 발생한 뒤였다.멀둔의 펀드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일본의 다케다 제약처럼 개발 단계의 신약이 많은 제약회사에 대해서도 매수 포지션을 확대한다고 말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주가는 올초 대비 19.5% 상승했다. 다케다제약 주가는 런던 시장에 상장된 샤이어사 인수가를 620달러로 올린 뒤 같은 기간 동안 32% 하락했다.7700만 달러 규모의 AB 인터내셔널 스트래터직 코어 펀드의 공동 포트폴리오 매니저 새미 스즈키는 일부 시장에서 와해성 기술혁신의 위협이 일부 글로벌 기업에 고율 관세의 영향만큼이나 시급한 우려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그의 펀드는 이른바 ‘후방기업(enablers)’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마존닷컴이나 넷플릭스 같은 기업처럼 높은 밸류에이션에 거래되지 않는 후방 IT 기업을 가리킨다.예컨대 스페인 IT 기업 아마데우스 IT 그룹은 브리티시항공·사우스웨스트·루트프한자그룹 등의 항공사가 이용하는 예약 시스템 지원기술을 제공한다. 주가는 올초 대비 20% 상승했다. 그는 “그렇게 하려 해도 이 회사를 그 항공사들과 떼어놓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스즈키도 이탈리아 의류 업체 몽클레르와 영국 주류 업체 다이아지오 같은 유럽 고급 명품 업체에 대한 매수 포지션을 확대해 왔다. 두 기업 모두 글로벌 무역 비용 증가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틈새 시장에 있는 ‘관세 내성(tariff-resistant)’ 기업을 찾을 수 있지만 그만한 공을 들여야 한다.”- 데이비드 랜덜 아이비타임즈 기자

2018.07.0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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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A’S 100 RICHEST - 암바니 회장 6년째 인도 최고 갑부

CEO

경기 침체기에도 인도 100대 부자의 자산 총합은 지난해보다 3% 늘어난 2590억 달러다. 10억 달러 이상 재산을 보유한 억만장자도 같은 기간 4명 증가했다. 인도 최대 재벌 릴라이언스 그룹의 무케시 암바니 회장은 11월 발표된 포브스아시아의 인도 100대 부자 리스트에서 재산 210억 달러(22조1760억원)로 6년째 최고 자리를 지켰다. 세계 최대 철강업체 아르셀로미탈의 락시미 미탈 회장은 160억 달러로 2위, 제약업체 선 파마슈티컬 인더스트리즈의 창업자 딜립 샹비는 139억 달러로 3위에 올랐다.암바니 회장은 올 초 미국 포브스가 발표한 전 세계 억만 장자 순위에서 홍콩 청쿵그룹의 리카싱 회장을 제치고 아시아권 최대 부자(전체 11위)에 올랐다. 하지만 루피화 가치가 하락하고 해외투자자들이 인도 기업 주식을 대거 처분하면서 그의 재산은 8개월 사이에 6조원 이상 감소했다. 루피화는 지난 8월 28일 역대 최저 수준인 달러당 68.8루피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다시 가치가 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63루피대의 약세를 보인다.10월 도매물가지수는 전년동기 대비 7% 상승, 이전치(6.46% 상승)를 상회했다. 블룸버그통신 집계 시장 전망치는 6.95%다. 인도는 경기둔화에 루피화 약세가 겹쳐 석유 등 수입품목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루피화 가치는 지난 1년간 미 달러화에 비해 13% 하락했다. 암바니 회장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저택 ‘안틸라’를 인도 뭄바이에 소유하고 있다. 총 27층 173m 높이로 웬만한 60층짜리 빌딩과 맞먹는다. 총 공사비 785억원을 들여 7년 공사 끝에 2009년 완공했다. 시세는 10억 달러(1조600억원)로 추정된다.프랑스 베르사유 궁전보다 넓은 3만7161㎡(약 1만1000평)로 6000여 개의 방과 수영장·헬스클럽·대연회장·영화관 등을 갖췄다. 건물 내부에 엘리베이터 9대가 있고 옥상에는 헬기 착륙장이 3곳 있다. 자동차 160대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도 있다. 건물 내부에는 순금 샹들리에, 크리스털 장식 천장, 피카소 그림 등 수백 점의 명화로 호화롭게 꾸몄다. 이 저택을 유지하기 위해 고용된 사람만 수천 명에 이른다. 그러나 살고 있는 사람은 암바니와 부인·자식 3명 등 다섯 식구가 전부다.릴라이언스는 지난여름 삼성전자가 이 그룹의 통신 사업부인 릴라이언스지오인포컴으로부터 1조2000억원 규모의 4세대 이동통신(4G) 설비 사업을 수주하면서 국내에 이름을 알렸다. 뭄바이와 델리 등 700여 개 도시에 롱텀에볼루션(LTE)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삼성이 통신장비 부문에서 수주한 사업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2위에 오른 미탈 회장은 2008년 영국 영주권을 획득했다. ‘억만장자의 동네’로 잘 알려진 런던 켄징턴에 자리 잡은 침실 12개짜리 대저택을 2004년 1억2800만 달러에 사들였다. 인도 타지마할 건설 당시 사용한 채석장에서 들여온 대리석을 다고 한다. 룩셈부르크에 있는 본사에 자가용 비행기로 오간다. 2004년 딸 바니샤의 결혼식을 프랑스 보르 비콩트성에서 치르면서 3100만파운드(529억원)를 쏟아부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약혼식은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올렸다).138억 달러의 재산으로 4위에 오른 아짐 프렘지 위프로 테크놀로지스 회장은 정보기술(IT) 업계의 거물로 ‘인도의 빌 게이츠’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이사회 의장과 억만장자 투자자 워런 버핏이 2010년 만든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에 가입한 최초의 인도인이다. 기빙 플레지란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자는 취지의 억만장자 상대 기부 캠페인이다.프렘지 회장은 2월 23억 달러 상당의 주식을 그가 운영하는 아짐 프렘지 재단에 기부했다. 단일 기부 액수로는 인도 역사상 가장 큰 규모다. 2010년에도 20억 달러의 재산을 내놓았다. 그는 인도가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교육에 투자해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아짐 프렘지 재단은 교사의 질을 높이고 시범학교를 설립하는 등 인도 교육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한다.앞서 언급한 두 인도 부자와는 대조적으로 프렘지 회장은 소문난 구두쇠다. 그는 현대자동차의 아반떼와 경쟁을 벌이는 도요타 준중형차 코롤라를 타고 다닌다. 2005년 이 차를 사기 전까지는 포드의 소형차 에스코트(1996년식)를 몰았다. 해외 출장 갈 때도 비행기는 이코노미석을, 숙소는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한다. 아들 결혼식에서 일회용 종이접시를 사용해 화제가 됐다.또 정경유착으로 성장한 인도의 많은 대기업과 달리 정부에 뇌물이나 정치 자금을 일절 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프렘지 회장은 “성공은 많은 사람의 도움이 있어야 가능하기에 성공할수록 사회에 대한 고마움과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저택 구입 790억, 딸 결혼식 530억원 쏟기도125억 달러로 5위에 오른 팔론지 미스트리는 인도의 대표적인 건설기업 팔론지 그룹의 회장이다. 그의 둘째 아들 사이러스는 지난해 12월 145년 역사를 자랑하는 인도 최대 재벌 타타그룹의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팔론지는 타타 그룹 지주 회사 타타 선스 지분을 18.4% 보유한 최대 주주다. 그의 누이가 타타 회장의 이복 동생인 노엘 타타와 결혼해 두 가문은 사돈을 맺었다.인더스인드 은행과 트럭제조업체 아쇼끄 등의 계열사를 거느린 힌두자그룹의 4형제는 90억 달러로 6위에 올랐다. 유력 IT기업 HCL의 공동창업자 시브 나다르(86억 달러)와 116년 전통의 소비재·부동산 기업 고드레즈의 아디 고드 레즈 회장이 각각 7, 8위로 뒤를 이었다.인도 재벌가문인 아디티야 비를라 그룹의 쿠마 비를라(46) 회장은 76억 달러로 9위에 올랐다. 그는 아버지 아디티아 비크람 비를라가 1995년 급서하자 28세에 회장에 취임했다. 당시 매출액 20억 달러의 내수기업이었지만 유년시절부터 경영수업을 받은 덕분에 취임 이후 과감한 인수 합병으로 그룹 매출을 20배나 끌어올렸다. 10위에 오른 통신재벌 바티에어텔의 수닐 미탈 회장(66억 달러)은 단돈 50만 원을 빌려 시작한 자전거 부품업체를 20여 년 만에 시가 총액 50조원대의 거대 기업으로 키운 입지전적 인물이다.인도는 인플레이션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인도 100대 부자의 자산 총합은 지난해보다 3% 늘어난 2590억 달러였다. 10억 달러 이상 재산을 보유한 억만장자는 총 65명으로 지난해보다 4명 늘었다.

2013.12.2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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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iscope the TWO KOREAS - 개성공단이 열려야 북한도 열린다

국제 이슈

김정은 정권에 주는 경제적 이득보다 한국이 얻게 될 문화적 가치가 더 크다 지난 몇 주간 한국 언론이 내보낸 개성공단 관련기사는 모두 비슷했다. 한국이 무엇을 요구했는데 북한이 다른 조건을 들며 거부했고 양측이 세부사항에서 합의에 이르는 데 실패했으며 아무런 진전도 없었다는 식이다.2007년 남북 사이에는 거의 18억 달러에 달하는 교역이 이뤄졌다. 마늘부터 비누와 립스틱, 석탄에 이르기까지 850개 이상의 품목이 거래됐다. 그해 남한은 마늘 1300만 달러어치(640만㎏)와 석탄 1400만 달러어치(1400만㎏)를 북한에 수출했다. 북한은 인산 비료 240㎏과 시멘트 184㎏을 수출했다. 액수로는 각각 6700만, 2700만 달러다.북한에서 인기 있는 한국산 수입품목은 비누다. 평양백화점 판매대에도 진열된다. 2007년 북한은 700만 달러 어치에 해당하는 한국산 비누 600만㎏을 수입했다. 이에 비해 북한 도시거주 상류층에게 큰 인기인 한국산 화장품을 9만1000㎏(200만 달러)밖에 수입하지 않았는데, 두드러진 한국 상표 탓에 거래하기가 아주 민감하기 때문이다.그러나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나서 남북 간 거래는 88% 감소했다. 2013년 3월 개성공단에서는 1억9200만 달러에 해당하는 물품이 거래됐지만 갈등이 고조된 4월에는 그 액수가 2200만 달러로 줄었다. 개성공단이 폐쇄된 5월에는 고작 30만 달러에 해당하는 재화와 서비스 거래로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숫자 아야기는 이제 그만하자. 지금까지 나열한 수치들은 다 잊으시라. 개성공단의 진짜 비용은 돈이 아니라 문화다. 북한전문가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개성공단을 두고 “김정일의 가장 큰 정치적 실수”라고 평했다. 맞는 이야기다. 김정일이 한국에 보인 양보 때문이 아니라, 일단 한 번 문이 열린 개성공단을 통해 막대한 양의 정보가 북한으로 흘러들어가 전 지역에 퍼졌기 때문이다.남북 양측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프로젝트를 두고 함께 일하면서 서로가 같은 인간임을 확인했다. 이 점이 매우 중요하다. 흡수든 혁명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간에 한반도가 통일될 때 남북 간 문화 격차는 작지 않을 것이다. 경제적, 사회적 충격 또한 너무 커 한반도뿐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 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들 가능성이 충분하다. 가능한 한 빨리 그런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통일세’ 같은 정책은 한반도 통일 과정에서 발생할 문화비용을 고려하지 못한 채 돈 계산에만 열중한 고전경제학자들의 실책이다. 금전적 비용은 통일한국의 측면에서 봤을 때 결국 단기적인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역내 안정을 해치는 진정한 위협은 남북 간 문화와 사회 통합이라는 장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한국 사업가들이 개성공단으로 실어나른 것은 단지 신발과 코트, 프라이팬을 만들 원자재만이 아니다. 그들은 한국의 일상 생활이 담긴 중요한 이야기를 매일 같이 북한 노동자들에게 수출했다. 그 경향을 보여주는 한 가지 사례는 북한에 불어닥친 초코파이 열풍이다.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 사회로 유입된 초코파이는 새롭고도 기이한 무역상품으로 떠 올랐다.한국 사업가들은 노동자들에게 현금 보너스 대신 초코파이를 제공했다. 그러면 노동자들이 그 초코파이를 공단 밖으로 가져나가 시장이나 개성 지역 인근 주민들에게 팔았다. 이 한국산 과자는 성황리에 판매됐고, 오래 지나지 않아 북한 전역에서 구할 수 있게 됐다. 북한 최북단 지역의 상인들은 이 맛있는 과자를 중국 상인들로부터 수입하기 시작했다.주목할 만한 사실은 특별할 것 하나 없는 한국산 과자가 북한 사회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많은 북한인들의 일상 언어 속으로 침투했다는 사실이다. 비록 대다수 북한인들은 초코파이를 구입할 여력이 없었지만 이를 살 수 있는 중산층에겐 다시 한 번 한국의 높은 삶의 수준에 노출되는 계기가 됐다.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유는 동독이 자발적으로 정부를 포기해서가 아니다. 수십 년에 걸친 동서독 간의 인적교류가 동독인들의 불만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동독인들은 서독에 사는 자신들의 사촌이 일곱 가지 맛의 요거트 중 하나를 골라 먹는동안 오직 한 가지 맛에만 만족해야 했다.두터운 이념적, 물리적 경계를 가로지르는 경제적 통로 없이는 북한을 변화시킬 길이 없다. 북한에 혁명이든 진화든, 아니면 붕괴든 뭐든 일으키려면 개성공단 같은 사업을 통해 교착상태를 끝내고 북한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다. 북한의 변화가 꼭 정부의 변화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설령 그것이 아주 작은 진전일지라도 북한에 더 많은 정보를 유입시키는 것 외에 더 좋은 방법이 무엇이겠는가? 꼭 개성공단의 재가동이 아니더라도 한국은 남북관계를 ‘창조 경제’에도 적용할 수 있다. 남북 간 협력사업을 통해 양측 간 정보 소통을 증가시키고 관계를 정상화함으로써 다가오는 충격과 나아가 통일까지 대비할 창의적 방안을 생각해보는 것이다.보수적인 사람들은 남북경협을 달가워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남북경협은 북한의 공격 위협도 크게 감소시킨다. 많은 전문가들은 2010년에 남북경협이 보다 활발했더라면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아울러 한국이 북한에 더 깊이 관여했더라면 이명박 정부가 수년에 걸쳐 연평도 인근 병력을 증강하고 그곳에서 훈련을 하면서 북한을 자극하는 위험을 무릅쓸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위협을 느낄 때 총을 지닌다고 해서 더 안전해지거나 현존하는 위험이 줄어들진 않는다. 적이 당신을 공격함으로써 얻게 될 이익을 제거했을 때 비로소 위험은 사라진다. 똑같은 논리로 남북경협은 북한이 갈등을 고조시킬 때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지나치게 크게 만들어 도발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중국이 반복적이고 광범위한 인권침해와 낡은 정치체제(여러 가지 측면에서 볼 때 북한체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에도 불구하고 응당 받아 마땅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어떻게 면하고 있는지 면밀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를 보면 경제적 관여가 한 국가를 얼마나 크게 변화시키는지 알 수 있다. 최근 국제관계에서는 ‘전략적 인내’가 중시되지만 한반도 문제에서는 인내심보다 한국인 특유의 성급함을 더 발휘할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미국과 한국은 북한에 하듯이 중국을 향해 강한 어조로 말하기를 꺼린다. 중국과 경제 관계를 해칠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제적 관계는 간접적으로나마 중국인들을 더 많은 경제적 자유로 이끌고, 궁극적으로는 중국인들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한다.개성공단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는 또 한가지 화제는 외화 문제다. 개성공단이 문을 닫기 얼마 전 한국과 해외 언론은 그 공단이 북한에 필요한 외화를 제공하므로 폐쇄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그런 주장이 정권의 “존엄성을 손상시켰다”고 비난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들의 말을 증명하듯이 북한은 개성공단을 폐쇄했다. 북한 정부에서 일하는 일부 소식통에 따르면 그 결정은 정부가 아니라 군부에서 내렸다. 이는 북한 통치에서 군부의 영향력이 보다 강해졌다는 보이지 않는 신호다.폐쇄 결정을 누가 내렸든 간에 중요한 사실은 개성공단이 북한의 주된 외화벌이 수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북한은 불법 무기거래로 매달 수백 만 달러의 수익을 챙긴다. 해외 대학에서 공부하며 장학금이나 연구보조금을 받는 북한 학생들은 자신들이 버는 외화의 일정 금액을 의무적으로 송금해 북한의 외화 비축에 일조한다.당시 북한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에 공개된 동영상은 “개성공단으로 이득을 보는 쪽은 우리가 아니라 한국 기업가들”이라고 밝혔다. 좋든 싫든 그들의 말이 맞을지 모른다. 물론 북한은 자신들의 불법적인 수입을 인정하지 않지만 말이다.이처럼 개성공단 폐쇄는 북한에 그렇게 큰 재정적 손실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북한 정권으로선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한국으로부터의 정보 유입을 차단하는 쪽이 수익만 따졌을 때보다 오히려 더 이득일지 모른다. 북한 정권뿐 아니라 북한인들의 불법거래로 인한 수익 또한 무시하기 어렵다. 북한 시장에서 얼마나 많은 거래가 이뤄지는지 구체적인 수치는 아무도 모른다.하지만 적어도 그런 불법거래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같은 곳에서 눈가림용으로 내놓은 순진한 통계자료에 나타난 수치보다는 훨씬 많이 북한 국내총생산(GDP)에 기여한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하다. 또 북한에는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숙련 노동자들이 있다. 만약 개성공단 같은 사업이 실패한다면 북한은 이 노동자들을 중국 공장으로 보내 똑같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으며 틀림없이 그렇게 할 것이다.실패한 회담을 둘러싼 논쟁으로 가득한 신문 기사들을 뒤로 하고 한 걸음만 물러나 창조적인 경제협력이 북한인들의 삶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 보자. 그 다음 한 걸음 더 물러나 이런 사업이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민간접촉을 늘림으로써 갑작스런 한반도 통일로 인한 충격을 얼마나 크게 완화시킬지 생각해 보자. 북한의 이익일 뿐 아니라 한국의 이익이기도 하다. 정치적 신념이 어떻든 한반도의 미래는 개성공단과 같은 협력사업에 달렸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2013.07.2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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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부품 공략’ 마지막 비상구 찾기

산업 일반

“현해탄을 넘어라!” 코트라가 대일 수출기업의 일본 사냥을 지원하고 나섰다. 7년 만에 일본 관련 정규 조직을 부활시키고, 도쿄(東京) 한국부품산업전을 개최하는 등 발걸음이 분주하다. 일본을 공략해 불황을 타개하겠다는 야심 찬 구상이다. 일본 도쿄에 있는 한·일 공동 물류센터. 올해 3월 15일, 청와대 경제수석 주재 간담회. 내로라하는 대일 무역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대일 역조(일의 진행이 나쁘게 흐르는 것) 현상을 하루빨리 극복하지 않으면 불황 극복이 쉽지 않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이런 결론을 내릴 만도 했다. 대일 수출 불균형이 위험수위를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대일 무역적자는 지난해 327억 달러를 기록해 전년비 10%가량 증가했다. 사상 최대 적자다. 한국의 전체 무역수지적자 133억 달러의 2.5배에 이른다. 세계 각국에서 벌어들인 돈을 일본에서 까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대미·대중 수출 흑자는 각각 80억 달러, 144억 달러였다. 대일 무역적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부품소재 분야의 부진 때문이다. 핵심 부품을 일본에서 수입하는 게 문제라는 얘기다. 실례로 국내 LCD 부품 중 62%가 일본산이다. 이유는 또 있다. 일본 주력 수입품목이 우리의 수출품목과 다른 탓에 한국 제품이 뚫고 들어갈 공간이 작다. 일본의 10대 수입품목은 원유, 천연가스, 철광 등이다. 반면 우리의 수출 주력은 전자제품, 자동차다. 그렇다고 일본 시장이 난공불락이라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우리에겐 희망의 땅일 수 있다. 무엇보다 일본 내수시장은 세계 2위 규모다.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어 물류비를 줄일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한국 기업만 할 수 있는 주문, 납기 대응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엔고에 따라 우리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상승한 것도 호재다. 2006년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은 100엔당 813원이었지만 현재는 1500원까지 치솟았다. 똑같은 제품을 팔아도 2배가량 많은 수익을 남길 수 있는 셈이다. 코트라 박기식 해외사업본부장은 “일본 공략의 적기는 지금”이라며 “대일 역조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선 일본 시장을 두드려야 한다”고 말했다.세계 시장에서 번 돈 일본에서 까먹어 코트라가 대일 수출기업 지원을 위해 신발 끈을 바짝 조여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코트라는 8월 1일 통상정보본부 산하에 일본 사업단을 신설한다. 2002년 일본실이 폐지된 후 7년 만에 부활한 일본 관련 정규 조직이다. 최근엔 대일역조개선 자문위원회도 열었다. 전 쌍용재팬 사장이었던 동아제분 안종원 부회장(코트라 비상임이사)을 초청해 일본 공략법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문제는 자신감이다. 국내 중소기업은 일본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긴다. 이를테면 공일증이다. 한 차원 높은 기술력에 주눅 든 것이다. 기업만 그랬던 것은 아니다. 정부와 유관조직도 다를 바 없었다. 코트라가 일본실을 폐지한 것도 일종의 공일증 때문이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혹독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서두르고 있다. 값싸고 질 좋은 부품을 조달하기 위해 한국, 중국, 동남아시아 기업의 문을 두드린다. 코트라가 3월 25~26일 개최한 ‘활로 개척 글로벌 기업 방한 상담회’엔 일본 유수의 기업 미쓰비시전기·가지마건설·시바우라MT 등이 참여했다. 일본 최대 전자기업 히타치그룹도 6월 4일 흙 속 진주를 찾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일본이 국내 부품기업 찾는다” 오는 9월엔 도요타자동차가, 10월엔 오사카(大阪)의 빅3로 불리는 샤프·파나소닉·관서전력이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중소기업을 초청할 계획이다. 한 수출기업 CEO는 “이전엔 고작해야 2, 3차 벤더만 관심을 가졌다”며 “하지만 최근엔 1차 벤더, 한 발 더 나아가 기업 스스로 우리 부품을 보러 온다”고 했다. 이런 여세를 몰아 코트라는 대일 수출기업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4월 28일 일본 도쿄에 이용 면적 8264㎡, 화물취급량 2만5000t(월)에 달하는 한·일 공동 물류센터를 연 것은 대표적 사례. 최적의 물류시스템을 구축해 중소 수출기업의 대일 무역을 측면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국내 기업이 이 물류센터를 이용하면 평균 20% 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창고경비, 하역비 등 연 628만원도 지원받는다. 박기식 해외사업본부장은 “올해 이 센터가 올릴 수 있는 수출창출 효과는 1000만 달러에 이를 전망”이라며 “물류센터가 정착되는 2011년엔 1억 달러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프라뿐 아니라 마케팅의 활로도 열어준다. 코트라는 지식경제부와 공동으로 올 11월 25~27일 도쿄에서 한국부품산업전을 개최한다. 국내 부품제조, 수출기업의 일본 시장 개척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 사업이다. 추경예산 10억원이 투입된다. 전시 품목은 IT·전기전자·기계·자동차 부품·그린환경산업 부품 등이다. 여기에 참여한 기업엔 일본 현지 홍보활동을 도와준다. 사업 홈페이지 운영, 포털 배너광고 등 온라인 광고를 지원하고, 일본 기업 유치 안내문을 현지 4만여 개사에 발송할 계획이다. 일본 유망 기업과 1대1 접촉을 통해 직접 마케팅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박기식 본부장은 “일본이라고 벌벌 떨 것은 아니다”고 했다. 핵심 기술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승부를 걸 수 있다는 게 그의 확신이다. 일본에서 성공한 중소기업도 적지 않다고 그는 말했다. “기계부품 제조업체 대성하이텍은 1998 ~2002년 일본에서 열린 부품산업전에 꼬박꼬박 참여했죠. 처음엔 계란으로 바위치기였을지 모르지만 그 과정에서 기술력을 인정 받아 일본 판매망이 열렸다고 합니다. 1998년 매출 2억원에 불과했던 이 회사가 어떻게 변신했는지 아십니까? 지난해 매출은 330억원이 훌쩍 넘고, 그중 90% 이상이 해외수출 실적입니다. 우리의 기술력은 일본도 정복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도전 정신이죠.” 정부와 코트라는 일본 시장 공략의 성패를 한국 경제 부활의 관건으로 본다. 일본에서 성공하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일본과 능히 자웅을 겨룰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그래서 인프라를 구축하고 마케팅을 적극 지원하는 것이다. 국내 중소기업에 “이젠 공일증을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안다는 얘기다. “호랑이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야” 미니 인터뷰 - 코트라 박기식 해외사업본부장 “언제까지 우두머리 기러기를 쫓을 순 없지 않습니까?” 코트라 박기식 해외사업본부장은 일본 중심의 ‘안(雁)행산업’ 패턴을 탈피해야 불황을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안행산업은 우두머리 기러기 일본을 한국, 중국, 동남아 국가가 쫓아가는 모양을 비유한 것이다. 박기식 본부장은 “일본 시장을 제대로 공략할 수 없다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공하기 어렵다”며 “먼저 현해탄을 넘고, 그 다음 태평양을 건너는 게 순서”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대일 무역 역조현상이 심각합니다. “2008년 대일 무역적자는 33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사상 최대죠. 세계 각지에서 벌어들인 돈을 일본에서 온통 깎아먹는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정도입니다.” >>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부품 소재의 불균형 때문입니다. 국내 부품 중 일본산은 60%를 넘습니다. LCD 제품 수출이 늘면 늘수록 부품 수입량도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 고부가가치 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은 아무래도 일본이 뛰어납니다. 현재로선 핵심 기술력을 갖추는 게 상책으로 보이는데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꼭 맞는 말도 아닙니다. 우리 중소기업 중엔 일본을 능가하는 기술력을 가진 곳이 적지 않습니다. 얼마든지 일본 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더욱이 지금 일본 기업은 ‘비용 절감’ 전쟁 중입니다. 값싸고 질 좋은 부품을 만들 수 있으면 일본 기업에 납품할 수 있습니다. 부품 소재 불균형 때문에 비롯되는 대일 무역 역조현상을 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이야기입니다.” >> 오는 11월 일본 도쿄에서 한국부품산업전을 개최하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까? “맞습니다. 우리 기업의 부품제조 기술력을 일본 심장에서 선보이겠다는 것입니다.” >> 이 산업전에 참가하는 기업엔 어떤 혜택이 있습니까? “일본의 유망 바이어와 1대1 상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일본 현지 홍보활동도 도와줄 계획입니다. 이뿐 아니라 일본 유수의 기업과 접촉할 수 있는 길도 마련할 방침입니다.” >> 일본 시장을 공략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는 일본과 숙명적 경쟁을 펼쳐야 합니다. 백색가전에선 우리가 다소 앞서고 있지만 부품 소재 분야에선 일본이 한 수 위입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벌어들인 돈을 일본에서 까먹는 것도 부품 소재 때문입니다. 문제는 ‘아직 일본이 앞서고 있다’는 편견과 두려움입니다. 이를 극복한다면 부품 소재 분야에서도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일본 시장을 공략하자는 것입니다. 본토에서 일본을 잡고 세계 시장으로 나가자는 취지입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닙니까?”

2009.07.2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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