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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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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1사 1라이선스’ 폐지…생보사 웃지만 손보사는 씁쓸

보험

금융당국이 보험업 ‘1사 1라이선스’ 규제 완화를 공식 발표했다. 한 금융사가 여러 보험사를 자회사로 둘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사실상의 폐지다. 이번 규제 완화로 생명보험사들이 펫보험이나 운전자보험 등 손해보험 전용 상품을 팔 수 있는 길이 열려 실질적 수혜를 입게 됐다. 다만 손해보험사들은 당장 자회사를 내면서까지 취급할 정도로 군침을 흘릴만한 생명보험 상품이 없어 당분간 시장을 관망할 것으로 예상된다. ━ 생보사 숨통 틔이나…자회사로 손보 상품 판다 지난 20일 금융위원회는 특화 보험사 신규 진입을 촉진하기 위해 1사 1라이선스 허가 정책을 유연화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보험 규제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방안에는 1사 1라이선스 규제 완화와 함께 화상통화 보험모집 허용, 채권발행 한도규제 유연화, 연금상품 규제 완화, 당국 민원을 보험협회가 일부 처리하는 업무 분담 추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보험업계가 가장 주목한 내용은 역시 1사 1라이선스 규제 완화다. 1사 1라이선스는 1개의 금융그룹이 생보사와 손보사를 각각 1곳만 운영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예컨대 KB금융그룹은 KB생명과 KB손해보험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최근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한 후 KB생명과 통합하려는 이유도 1사 1라이선스 정책 때문이다. 하지만 1사 1라이선스 규제가 완화되면 KB금융이 이들 보험사와 별개의 펫보험 등 미니보험사(소액단기특화 보험사)를 따로 설립할 수 있게 된다. 무조건 생보사가 손보사 상품을 팔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동물보험 특화보험사 등 단종보험사나 소액단기전문보험사를 만들어 취급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얘기다. 금융위에 따르면 금융권에서 제기된 규제개혁 건의사항 234건 중 보험권 비중이 77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77건 중 보험업계의 건의는 영업행위 규제완화, 업무범위 개선 등 현재의 라이선스 제도와 관련된 불만이 많았다. 이에 금융당국은 디지털시대에 맞는 새로운 모집규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번 규제 완화에 나섰다고 강조했다. 이번 1사 1라이선스 제도 완화로 금융그룹은 미니보험사 등 다른 성격의 보험사를 운영할 수 있게 된다. 당국은 기존 종합보험사와 상품을 분리‧특화할 경우에만 진입을 허용한다. 이번 규제 완화의 수혜는 일단 손보사보다는 생보사가 볼 전망이다. 그동안 손보사만 판매해오던 운전자보험이나 여행자보험, 펫보험 등을 자회사 설립을 통해 판매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들 상품들은 대부분 소액 보험료를 받는 형태로 당장 보험사 실적에 큰 도움이 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한 담보를 담은 상품들이라 수요 자체가 많다. 이에 생보사 입장에서는 가입자 늘리기, 온라인채널 점유율 확장 등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운전자보험은 스쿨존에서 사고 시 가중처벌을 받는 이른바 ‘민식이법’(개정 도로교통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2020년 도입된 이후 큰 폭의 판매상승을 보인 상품이다. 대형 손보사들은 운전자보험 판매로 짭짤한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운전자보험은 2000만 가입자가 있는 자동차보험과도 연계가 가능한 상품이라 영업현장에서 설계사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는 상품 중 하나다. 여행자보험과 펫보험도 고정 수요층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모든 금융업계 자체가 생활 밀착형 플랫폼에 집중하는 분위기에서 그에 맞는 소액단기형 상품이 필요해진 상황”이라며 “생보사의 주 상품들은 대부분 10년 20년 장기 상품인데 반해 펫보험이나 운전자, 여행보험 같은 상품은 가입기간이 짧고 보험료도 저렴해 보험사가 일상 속에서 디지털 고객 경험을 고객에게 안겨주기에 더 최적화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1사 1라이선스도 법규로 막은 것이 아닌 정책적 규제였다”며 “당국이 보험사들에게 자율적인 상품 운용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 ‘펫보험만’ 파는 미니보험사 나오나 지지부진했던 미니보험사 설립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금융당국은 소액단기보험사 설립을 허용한 상태지만 신청 자체가 지지부진해 실제 설립된 사례가 없었다. 하지만 생보사가 손보 상품을 취급할 수 있게 되면서 해당 종목을 바탕으로 한 미니보험사 설립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손보업계는 이번 규제 완화와 관련해 큰 실익이 없다는 분위기다. 생보 상품 중 그동안 규제에 막혀 팔지 못해던 상품이 딱히 없기 때문이다. 현재 보험업법상 생보사는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종신보험, 건강보험 등 생보 상품을, 손보사는 물건 및 그 밖의 재산적 손실을 보장하는 자동차보험, 화재보험 등 손보 상품만 팔 수 있다. 다만 금융당국은 2003년 생보 상품이었던 장기 보장성보험도 손보사들이 취급할 수 있도록 규제를 허용해줬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이번 규제 완화는 1사 1라이선스와 함께 자금 유동성 부분이나 연금보험 개선 등 대체로 생보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아쉽다”는 반응을 드러냈다. 한편 온라인 판매전문회사를 자회사로 둔 모회사의 온라인 판매 규제도 풀린다. 현재 교보생명과 한화손보는 온라인 전업 자회사로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과 캐롯손보를 운영 중이다. 이들 보험사가 온라인 저축보험이나 온라인 자동차보험을 팔고 있어 교보생명과 한화손보는 같은 종류의 상품을 팔 수 없었다. 이 규제를 없애준다는 얘기다. 다만 당국은 향후 신규 보험사 허가 시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판매채널을 분리해 진입하는 형태는 허가를 지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디지털 시대에 맞춰 굳이 온·오프라인 분리 방식의 보험사업을 실행하는 곳은 앞으로 없을 것으로 본다”며 “만약 사업신청이 온다고 해도 사업 타당성 등이 미흡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jhoons@edaily.co.kr

2022.11.21 14:57

4분 소요
미니보험만 파는 보험사…실적도 '미니(MINI)'될까 걱정되네

보험

지난 6월 '소액단기전문 보험업'을 골자로 한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됐다. 소액단기보험사(미니보험사) 설립 자본을 줄여 문턱을 낮춘 것이 핵심이다. 이에 국내에서도 일본이나 중국처럼 날씨보험, 동물보험, 귀가보험 등 다양한 미니보험 출시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기존 보험사들은 물론, 핀테크회사들도 수익성을 이유로 미니보험사 설립에 큰 관심이 없다. 일본이나 중국처럼 인구가 1억명이 넘지 않는 국내 보험시장에서 소액단기보험(미니보험)이 먹힐지도 미지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규제 문턱을 낮췄지만 정작 업계 관심이 시들한 이유다. ━ 미니보험 규제 완화했지만 업계 반응은 '시큰둥' 미니보험은 월 몇백원, 몇천원 정도의 보험료를 내는 보험상품을 말한다. 이미 이웃나라 중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이나 영국 등 보험 선진국에서는 일상 속 여러 위험을 보장하는 미니보험이 다양한 형태로 출시된 상황이다. 특히 일본은 약 200곳의 보험사 중 절반이 미니보험사다. 아예 소액단기보험협회도 존재한다. 연간 총 수입보험료도 5000억원을 넘는다. 중국의 온라인 전문 보험사인 중안보험은 미니 반송보험을 내놓은 이후 다양한 혁신 보험상품을 바탕으로 중국 10대 보험사에 진입했다. 이에 국내에서도 미니보험 도입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고 결국 금융당국이 미니보험사 설립 문턱을 낮추기 시작했다. 지난 5월, 금융위원회는 미니보험사 설립 사전 수요 조사에 돌입했고 8월 중순, 신청사 10곳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실시했다. 업계에 따르면 컨설팅을 받은 신청사는 대형사인 신한라이프, 법인보험대리점(GA)인 인카금융서비스, 그리고 소형 핀테크회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미니보험사는 설립 자본금 문제로 쉽게 진입하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현재 보험사 설립에 드는 자본금은 질병보험 판매시 100억원, 종합보험 판매시 300억원에 달하는 자본이 필요하다. 사실상 신규 사업자 진입에 제약이 컸다. 높은 자본금 탓에 지난 5년간 신설된 회사는 온라인 전문 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이 유일했다. 당국은 소액단기전문 보험업 제도를 도입하며 설립 자본금을 20억원으로 낮추고 생명(생명), 손해(책임, 비용, 날씨, 도난, 동물, 유리), 제3보험(질병, 상해) 등으로 취급종목을 확정했다. 이 취급종목 범위 안에서 소액단기보험이 출시될 수 있다는 얘기다. 보험기간은 1년 단위며 계약자당 최대 보험금은 5000만원, 수입보험료는 연간 500만원으로 한정했다. 금융당국이 미니보험사 설립 비용을 낮췄지만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 많다. 일본의 경우 미니보험사 설립 자본금이 1억원 수준이다. 최근 인슈어테크 업체들은 마이데이터 사업권 획득을 계기로 사업 확장을 노리고 있다. 그런 점에서 미니보험사 설립은 직접 보험상품을 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괜찮은 선택지다. 하지만 수익성 대비 비용이 발목을 잡는 분위기다. 최소 자본금도 예상보다 높고 미니보험이 시장에서 먹힐 지에 대한 확신도 없다. 이번 미니보험사 설립 사전 수요 조사에 굵직한 인슈어테크사들이 빠진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 인슈어테크 업체 관계자는 "국내시장에서 실생활에 밀착된 소액단기보험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에 대한 확신이 아직 없다"며 "20억원의 설립 비용이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후 상품 개발자 및 관리 비용이 더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슈어테크 업체도 "몸집이 큰 보험사나 GA는 마케팅적 차원에서 비교적 여유롭게 미니보험 사업에 접근할 수 있겠지만 핀테크회사들은 전사적인 총력전이 필요하다"며 미니보험사 설립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 헬스케어 집중하는 보험사, "미니보험 신경 쓸 여력이..." 기존 보험사들도 소액단기전문 보험업 제도 도입에 시큰둥한 분위기다. 현재 보험사들은 디지털 전환, 헬스케어 사업에 업력을 집중하고 있다. 하락하는 보험영업이익을 반전시킬 카드가 필요해서다. 수익성이 크지 않은 미니보험에 전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보험사들은 올 상반기 호실적을 거뒀다. 올 상반기 보험사 당기순이익은 5조677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0% 증가하는 등 선전했다. 하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금리와 주가상승, 코로나19로 인한 자동차보험 손해율 하락, 삼성전자 특별배당(삼성생명·삼성화재 9420억원) 등의 일회성 이슈 영향이 컸다. 이런 요인들을 제외하면 이익 규모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한 이미 출범한 온라인 전업사들의 실적 부진도 부담이다. 미니보험처럼 낮은 보험료를 걷는 상품의 경쟁력만으로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한 보험사 고위 임원은 "미니보험은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또 재미있게 활용될 수 있어 MZ세대 가입자 데이터 확보차원에서는 의미가 있는 상품"이라면서도 "문제는 수익성이 떨어진다. 마케팅 차원에서 한 두개 정도의 상품을 내놓을 순 있지만 보험사를 따로 설립하면서까지 진행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고 말했다. MZ세대 고객 데이터 확보도 굳이 미니보험 판매로 진행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차라리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대형 플랫폼과 제휴해 돈이 되는 장기인보험을 팔고 해당 고객 데이터로 다른 상품도 연계해 파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다"며 "또 작은 핀테크 업체 위주로 미니보험사 설립이 진행되고 있어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어도 승산이 있다고 본다. 굳이 서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2021.08.3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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