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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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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사태’가 은행권에 남긴 것[김윤주의 금은동]

은행

금융‧은행 산업이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변화에는 디지털 전환·글로벌 확장 등 내부 목표는 물론, 주요국 금리인상 등 외부 요인도 영향을 끼칩니다. 업계 내에선 횡령, 채용 비리와 같은 다양한 사건들도 발생합니다. 다방면의 취재 중 알게 된 흥미로운 ‘금융 은행 동향’을 ‘김윤주의 금은동’ 코너를 통해 전달합니다. “MS 사태로 인해 은행권 망분리 완화가 늦춰지진 않을까 걱정되네요.”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클라우드 서비스 장애 영향을 비껴간 국내 은행 한 관계자가 한 말이다. 지난 19일 MS의 클라우드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전 세계에 IT 대란이 일었다. MS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850만대의 컴퓨터가 다운되면서 항공·방송·통신·금융 등 전 세계의 주요 기반 시설이 마비된 것이다. 이른바 ‘MS 사태’로 전 세계 곳곳에서 ‘사이버 대란’이 발생했지만 국내 은행권은 피해 사례가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서비스 장애는 미국 등 해외 서버를 기반으로 하는 MS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발생했다. 다만 국내 은행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더라도 ‘국내 서버’만 사용하도록 돼 있다. 게다가 금융권 ‘망분리 규제’로 인해 핵심 서비스는 자체 서버로만 운영되는 것도 서비스 장애를 피한 원인으로 보인다. 망분리 규제는 전자금융감독규정 제15조에 따라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 무선통신망과 내부통신망을 분리·차단하는 규제를 말한다. 금융회사 내부에서 사용하는 컴퓨터로는 외부 인터넷을 접속할 수 없다는 것이다.한 은행 관계자는 “망분리 규제가 없었다면 MS 사태로 인한 영향을 받아 은행권에서도 피해 사례가 나왔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망분리 규제는 2011년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 2013년 대규모 금융전산사고 등을 겪으면서 전 금융권에 적용됐다. 이는 내부 망과 외부 망을 분리하고 서로 접속하지 못하게 차단하는 규제로, 사이버 테러·해킹 등 외부 침입으로부터 데이터를 온전하게 보존하는 데 효과를 냈다. 망분리 규제가 이번 MS 사태에서도 효자 노릇을 했지만, 일각에선 망분리 규제 완화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표하고 있다. 그간 은행권에서는 금융 서비스 혁신을 위해 망분리 규제 완화를 강력 요청해왔다. 망분리 규제로 우리나라 금융사들은 내부 PC로 클라우드, 오픈소스 같은 외부 인터넷 망·데이터에 접속하지 못했다. 이에 외부 접속이 필요한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기반으로 사용하는 챗GPT 등과 같은 생성형 AI를 본격 활용하기 어려웠다.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금융지주·은행·증권·보험 등 116개 금융사 IT 직무 종사자를 대상으로 AI 활용 현황과 정책 개선과제를 조사한 결과, 65.7%가 ‘규제로 인한 활용 제한’을 AI 도입과 활용의 애로사항으로 꼽았다.금융당국은 망분리 규제에 대해 유연성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단계적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7일 제13회 정보보호의 날 기념 금융회사 최고경영자 초청 세미나에 참석해 “망분리 규제를 개선해 금융권이 신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024.07.30 07:01

3분 소요
5대 은행장, 국감에 불려가나…‘CEO 망신주기’ 우려도

은행

국내 5대 은행장들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횡령사고와 수상한 외환거래와 관련해 내부통제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은행장의 책임성이 다뤄질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선 ‘은행장 망신주기’에 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 10조원대로 불어난 의심 외환거래 및 횡령 추궁할 듯 27일 금융권과 국회에 따르면 10월 4일부터 시작되는 국감 증인으로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이원덕 우리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권준학 NH농협은행장 등 5명이 증인 명단에 올라왔다. 정무위는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를 마치고 전체회의에서 명단을 의결, 확정할 계획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5대 은행장의 전원 증인 신청은 야당에서 신청한 것”이라며 “금융사 내부통제가 중점 질의 내용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장이 증인으로 채택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출석하게 될 것”이라며 “금융지주 회장들이 일정상 해외에 나가야 하다 보니, 참석이 가능할 것 같은 은행장들을 부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무위 소속 의원들은 최근 은행에서 논란이 된 이상 외환거래 송금과 관련해 질의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의심 외환거래 규모는 10조원대로 불어났다. 최근 금감원이 국내 12개 은행에서 파악한 외환송금 의심사례는 72조2000만 달러로, 원화로 10조3000억원 수준이다. 은행별로 신한은행이 23억6000만 달러, 우리은행 16억2000만 달러, 하나은행 10억8000만 달러, KB국민은행 7억5000만 달러 등 순으로 많았다. 가장 많이 송금된 지역은 홍콩으로 거래 규모는 51억7000만 달러(71.8%)에 달했다. 금감원이 이와 관련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로부터 이체된 대부분의 자금이 국내 법인 계좌로 모인 뒤 해외로 송금되는 구조인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만큼 이른바 ‘김치프리미엄’을 노린 가상화폐 차익거래와 관련된 자금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은행들은 서류상 문제가 없는 거래일 경우 은행에 책임을 묻기 어려운 데다, 은행이 자체적으로 의심거래 사실을 당국에 알린 만큼 내부통제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국은 외국환업무 취급 등 관련 준수사항을 은행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사례와 함께, 한 시중은행의 지점장 A씨가 불법 외환송금에 관여한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만큼 조직 관리 실패의 책임도 있다는 입장이다. 국회 정무위 의원들도 해당 사항과 관련해 은행장들을 불러 거액의 외환 송금이 이뤄진 점에 대한 원인 설명 요구 및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 야당의 은행장 호출…‘망신주기’ 국감 되나 은행 직원의 횡령 사건과 관련해서도 의원들은 행장들에게 내부통제 관리 운영의 책임을 물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이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은행 횡령사고 현황(2017~2022년)’에 따르면 우리은행 10건(736억5710만원), 하나은행 18건(69억9540만원), NH농협은행 15건(29억170만원), 신한은행 14건(5억6840만원), KB국민은행 8건(3억580만원) 등 65건의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횡령금액 회수 현황은 하나은행 46억3590만원(66.3%), 우리은행 8억850만원(1.1%), 신한은행 4억9890만원(87.8%), NH농협은행 1억5710만원(5.4%), KB국민은행 9150만원(29.9%)이다. 우리은행은 최근 발생한 거액의 횡령사고로 회수율이 저조했다. 거액의 횡령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일각에서는 은행이 자체적으로 시스템 개선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당국은 내부통제 미비를 근거로 은행 징계 여부를 고려하는 중이다. 국회도 은행이 고객 자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은행장의 책임을 따져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의원도 “내부 프로세스 정비와 처벌강화를 비롯한 종합적인 대책으로 횡령사고를 근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외환거래와 횡령사고가 당국과 경찰, 검찰 등에서 조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가 먼저 나서 책임자를 확정하는 식으로 국감을 열 수 있어, 자칫 이번 증인 채택이 ‘은행장 망신주기’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은행의 이자장사를 비판해온 정부와 여당 측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이 은행장 증인 채택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벤트성 국감’으로 빠질 우려도 제기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지난 23일 "재벌기업 회장, 시중은행장, 민간 기업인들을 대량으로 신청하고 채택이 되지 않고, 또 부르더라도 오랜 시간 대기하고 짧게 답변하고 돌아가는 이런 일은 국회가 갑질한 게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용우 기자 ywlee@edaily.co.kr

2022.09.27 14:36

3분 소요
김주현 금융위원장, 은행장 만나 “금융개혁에 이해 구해야”

은행

은행연합회는 2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금융위원장 초청 은행장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간담회에는 김주현 금융위원장,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을 포함해 15개 사원은행의 행장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최근 은행권 현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경제 및 금융 현안에 대해 격의 없이 논의했다. 김 위원장은 은행권에 효과적인 금융개혁을 위한 협조를 당부했다. 그는 “금융개혁 과정에서 업계 간 이해상충 문제, 새로운 업무수행에 따른 위험 관리 문제, 예컨대 은행이 어느 정도까지 새로운 업무를 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금융시장 불안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이런 논란 소지에 잘 대응하지 않으면 개혁의 추진 동력이 상실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상되는 주요 이슈에 대해 소비자·이해관계자·국회·언론 등에 잘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작업을 업계와 연구소 등이 금융당국과 힘을 모으면 보다 속도감 있고 효과적인 금융개혁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사고 방지를 위한 충실한 내부통제 제도 운영과 조직 문화 개선도 강조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최고경영진들이 ‘사고발생 방지와 소비자 우선’의 조직 문화를 심어 놓는 것”이라며 “‘사고발생 방지와 소비자 우선’의 문화 정착에 노력하고, 영업 현장에서 이런 문화가 정착돼 있는지 여부를 최고경영자가 직접 확인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김 회장은 “규제 개혁 추진 과정에서 은행권도 깊이 있는 논리를 개발하고 여러 이해관계자와 열린 자세로 소통하는 등 최선을 다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 김 회장은 “리스크관리 강화와 내부통제 제고 필요성에 대한 금융위원장의 당부에 대해서도 깊이 공감하고 있다”며 “특히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은행의 자체적인 내부통제 강화에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회장은 “금리·물가·환율상승 등으로 서민경제에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므로, 은행권은 새출발기금을 비롯한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할 뿐만 아니라 은행별 특성에 맞는 자율적인 금융지원을 이어나가겠다”고 했다. 김윤주 기자 joos2@edaily.co.kr

2022.09.26 18:30

2분 소요
지비시코리아, 리플과 블록체인 정책 컨퍼런스 공동 개최

가상화폐

블록체인 기반 인수합병(M&A)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지비시코리아가 리플(ripple)과 함께 국내 처음으로 ‘대한민국 블록체인 및 디지털 자산을 위한 정책 프레임 워크’를 주제로 이번 달 27일 신라호텔에서 컨퍼런스를 개최한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컨퍼런스는 지비시코리아와 리플, 영국투자자문사 옥스포드 메트리카 (Oxford Metrica)가 공동 주최한다. 인수위 균형발전위원장을 비롯해, 금융당국자, 정책입안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금융회사, 블록체인 및 디지털자산 관련 전문가 등이 참가해 국내 디지털자산 발전을 위한 발표와 토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김병준 인수위 균형발전위원장의 축사를 시작으로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 권오규 현대 차 정몽구재단 이사장(전 부총리)축사와 함께 날 행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컨퍼런스 메인 프로그램인 첫번째 기조연설은 리플의 최구기술책임자(CTO)인 데이비드 스와츠(David Schwartz)가 ‘블록체인의 미래 (The future of blockchain )’라는 주제로 진행한다. 데이비드 스와츠가 설립한 투자회사 ‘폴리사인 (PolySign)’ 최고경영자(CEO) 잭 맥도널드가 ‘디파이의 미래(The Future of DeFi)’대해서 두번째 기조연설을 한다. 또한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이 ‘디지털금융정책 및 규제프레임 워크’에 대한 주제로 기조연설을 마무리 한다. 첫번째 패널토의 프로그램에서는 최수현 국민대학교 석좌교수(전 금융위원장)가 금융감독당국자와 정책입안자들을 초청해 ‘디지털금융 플랫폼 육성을 위한 정책 및 스마트 규제’라는 주제로 토의를 진행한다. 또한 알고란TV의 고란 대표는 시장 의견을 대변해 ‘신정부에 바라는 블록체인 및 디지털자산 제언’이라는 주제로 두번째 패널토의를 진행한다. ‘리플과 지비시코리아간 협력 및 투자관계’에 대한 선언도 있을 예정이다. 리플은 지비시코리아가 개발한 ‘M&A플랫폼(GMAP)’의 사회기여도를 고려해 공동으로 컨퍼런스를 개최하게 됐으며, 향후 지비시코리아와 상호 발전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다운 기자 kim.dawoon@joongang.co.kr

2022.04.18 14:08

2분 소요
은행권, 우크라 사태에 ‘유탄’…“직접 영향은 크지 않아”

은행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국내 은행권에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동맹국들의 러시아에 대한 금융제재가 시작된 가운데 한국 정부도 동참하기로 밝혔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국내외 은행주들이 급락하는 상황이다. 다만 국내은행들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위험노출액(익스포저·거래 도중에 발생할 수 있는 손실금액) 비중이 크지 않아 직접적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 한국 정부도 러시아 금융제재 동참 2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과 동맹국들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나선 가운데 한국 정부도 이에 동참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1일 기획재정부는 앞으로 ▶러시아 주요 은행 거래 중지 ▶러시아 국고채 거래 중단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배제 등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미국 제재 대상인 7개 주요 러시아 은행 및 자회사와의 금융거래 중단을 결정했고, 한국 시간으로 3월 2일 이후 신규 발행되는 모든 러시아 국고채에 대해 발행·유통 시장에서 국내 공공기관 및 금융기관의 거래 중단을 권고하기로 했다. 특히 정부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은행들에 대한 스위프트 배제 조치를 지지하며, 향후 EU의 제재가 구체화 되는 즉시 이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스위프트는 국가 간 금융 거래를 위한 글로벌 메시지 시스템이다. 여기에서 배제되면 금융기관의 국제 결제가 불가능하게 된다. ━ “국내은행, 전쟁 직접적 영향 크지 않아” 정부의 이번 제재 결정으로 국내은행들이 러시아 은행과의 거래를 할 수 없게 됐지만, 은행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8일 ‘금융위원장 초청 은행장 간담회'에서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러시아에 대한 스위프트 배제 등 금융제재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면서 “금융제재가 실효성 있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은행권의 협조를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국내 시중은행의 대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익스포저가 전체 해외 익스포저의 0.4%인 14억7000만 달러로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밝혔다. 금융권에 따르면 각 은행의 러시아 익스포저는 하나은행 약 2960억원, 우리은행 2664억원, 신한은행 357억원, 국민은행 56억원 등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도 전쟁으로 인한 은행들의 직접적 영향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은행업종은 대체로 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며 “은행 대손충당금이 다소 증가할 수는 있지만 현재로써는 그렇게 될 가능성과 관련 노출 규모를 정확히 추정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러시아에 현지법인이 있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직접 노출 규모는 러시아 국채 보유 및 러시아에 진출해 있는 국내 대기업들의 현지법인 대출 등인데 대출의 경우 대부분 본사 지급보증이 되어 있어 부실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 한국과 미국 등 주요 은행 주가는 급락 중 다만 이번 러시아 제재가 각 국가의 은행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주가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모양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월 15일 이후 이날 오후 2시까지 코스피 지수가 1.39% 상승하는 동안, KRX금융지수는 5.32% 떨어졌다. 이날 2시 40분 기준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거래일보다 4.41%, 우리금융지주는 4.20%, KB금융은 3.05%, 신한지주는 2.05% 급락 중이다. 반대로 같은 시간 코스피와 코스닥은 0.62%, 1.78% 상승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은행주는 급락했다. 1일(현지시간) 웰스파고는 지난 거래일 대비 5.77% 떨어진 50.29달러에 마감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3.91%, 씨티그룹은 1.08% 하락했다. 러시아에 대한 익스포저가 상대적으로 큰 유럽 은행주들도 하락 폭이 컸다. 지난 1일(현지시간) 라이파이젠방크와 우니크레디트, 소니에테제네랄 주식이 각각 지난 거래일보다 11.27%, 7.01%, 9.36% 떨어졌다. 이용우 기자 lee.yongwoo1@joongang.co.kr

2022.03.02 15:09

3분 소요
‘대출 폭탄 돌리기’ 계속된다…땜질식 충당금 확대도 불가피

은행

3월 종료 예정이던 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또 연장됐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소상공인 금융지원 연장이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대출금 만기가 임박했던 자영업자 등은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은행의 대출 관리 능력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 정책 종료에 따른 부실화 상쇄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만기연장 된 대출 139조원…‘질서 있는 정상화’ 다음 정권으로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전날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연합회 초청 은행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현재 자영업자들이 당면한 어려움에 공감하고 여·야 합의에 따른 국회의 의견을 존중해 금융권과 적극 협의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한 차례 더 연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금융당국은 정책의 추가 연장 당시 ‘질서 있는 정상화’를 강조하며 마지막 연장 가능성을 내쳤지만, 최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론을 의식한 정치권 의견이 나오면서 금융지원 종료 결정을 다음 정권으로 넘긴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지난 21일 추가경정예산을 의결하면서 ‘정부는 전 금융권의 만기 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추가로 연장하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시행한다’는 부대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는 2020년 4월 시행되며 6개월 단위로 3차례 연장됐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코로나19 금융 지원 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원이 시작된 이후 올해 1월 말까지 납기가 연장된 대출과 유예된 이자 총액은 139조4494억원에 달했다. 이 중 이자 유예액은 664억원이다. 한은이 집계한 지난해 12월 말 기준 기업의 평균 3.14%의 대출 금리(2년 만기 기준)를 적용하면 이자를 내는 기업의 대출 원금은 약 1조573억원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 지주의 지난해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3조5523억원에 달해 부실채권에 여유가 있다고 하지만, 은행에선 코로나19 금융지원 대출이 부실채권으로 잡히지 않아 손실흡수 관리에 차질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고 위원장도 이날 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에 “앞으로 계속 (만기연장 조치를) 연장할 수는 없으니, 어떻게 출구 전략을 짜야 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전했다. ━ 출구 전략 없이 대손충당금 쌓기 급급 고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코로나19 금융지원 추가 연장 당시 ‘질서 있는 정상화’를 강조하며 마지막 재연장 의중을 보인 바 있다. 지난달에도 그는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는 3월 말 종료를 원칙으로 하되, 종료 시점까지 코로나 방역상황, 금융권 건전성 모니터링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3차 연장 당시에 금융권 수장들은 당국에 이자유예라도 종료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 능력이 떨어져 연쇄 부실화가 우려된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연착륙 방안 필요성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번에 당국이 금융지원 4차 연장을 결정하면서 은행권은 당장 대손충당금 적립을 통한 부실 대비부터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1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경제·금융전문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대손충당금도 위기대응 여력이 있을 정도로까지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손실흡수능력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 전문가들도 같은 의견을 제시한 상황이다.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위원은 ‘코로나19 감염병 지속 상황에서 국내은행의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한 정책방향' 보고서에서 “은행의 손실흡수능력에 대한 과신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며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용우 기자 lee.yongwoo1@joongang.co.kr

2022.03.01 13:30

3분 소요
고승범 “러시아 스위프트 배제, 교민·수출기업 피해 최소화할 것”

은행

정부가 러시아에 대한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 배제 등의 제재에 참여하기로 한 가운데,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러시아에 대한 금융제재가 실효성 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은행권에 적극 협조를 당부했다. 금융당국은 러시아 관련 금융거래도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고 위원장은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위원장 초청 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해 정부가 러시아에 대한 스위프트 배제 등 금융제재에 동참하기로 했음을 설명하고 금융제재가 실효성있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은행권의 협조를 요청했다. 고 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이런 시점에 은행의 건전성과 리스크 관리능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 위원장은 이번 사태에 따른 수출입 기업의 피해 범위, 자금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할 때 긴급 금융지원프로그램을 가동해 관련 기업에 대한 필요자금을 적극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고 위원장은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 조치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로 했다”며 “내부적으로 통제 절차를 만들고, (러시아 관련) 금융거래를 모니터링하는 시스템도 구축해서 대응하고 있으며 더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면 밝히겠다”고 말했다. 러시아에 있는 유학생·교민과 대(對)러 수출 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수출 기업들 피해 지원을 위해서 2조원 규모를 지원 프로그램으로 만들 것”이라며 “우리 유학생이나 주재원분들의 불편에 대해선 금융감독원에 ‘금융 애로 상담센터’도 신설했다”고 답했다. 한편 이번 간담회에서 결정된 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상환유예 조치에 대해서 고 위원장은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이번 주 중에 확정해서 발표하겠다”며 “세부 실행 계획은 전 금융권과 더 의논해 3월 중하순경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고 위원장은 소상공인 부채 관리 문제에 대해선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상황을 보며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이제는 단순하게 연장만 계속하는 것이 아니고 소상공인의 재무상황과 매출에 관련된 영업 상황을 면밀히 미시분석하겠다”며 “분석이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덧붙였다. 윤형준 기자 yoon.hyeongjun@joongang.co.kr

2022.02.2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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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POLITICS] 고매함보다 실적 내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산업 일반

훌륭한 역사책은 결코 과거만 이야기하진 않는다(A great work of history is never only about the past).로버트 카로의 린든 존슨 전기 제4권 ‘권력의 전환(The Passage of Power)’은 아주 오래 전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페이지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세계를 떠올린다. 노조가 막강한 힘을 가졌고, 흑인용 백인용 간이식당이 따로 있던 시절이다. 그럼에도 그 세계는 다른 면으로 우리에게 아주 익숙하다. 해가 바뀌어도 국가의 시급한 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urgent national problems go unaddressed year after year) 정부 기능의 마비로 국민이 낙담하는 상황이 지금과 다를 바 없다.이 책은 옴짝달싹 못하던 정부가 갑자기 신속하고 단호하게 움직인 순간을 집중 조명한다. 존 F 케네디 대통령 아래서 3년 동안 민권 문제(the cause of civil rights)는 매우 느리게 진척됐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케네디가 피살됐고, 7개월 뒤 법적 인종차별(legal segregation)이 연기처럼 사라졌다.존 F 케네디의 신비로움은 지금도 남아 있다(to this day, the mystique of John F. Kennedy lingers). 미국인의 3분의 1은 케네디를 위대한 대통령으로 평가한다. 역사가들도 일반적으로 후한 찬사(accolades)를 보낸다. 그러나 케네디는 자신이 암살당한 날까지 국내 정책에서 성과를 거의 내지 못했다. 쿠바와 베를린에서는 소련에 승리했다고 주장해도 무방할지 모르지만 국내 의회에서는 반대파에게 패했다.(in Congress, it was his opponents who had bested him). 케네디를 가장 강하게 반대한 세력은 그의 당 내부에 있었다. 보수적인 남부의 민주당 의원들이었다. 그들은 상원과 하원 모두에서 권력의 분기점을 장악했다(they controlled the switching points of power in the House and Senate).우아한 케네디는 원대한 수사(soaring rhetoric)로 유명했지만 실적은 미미했다. 그런 화려한 말들을 실제 현실로 바꿔놓은 사람은 그의 볼품 없는 후계자(ungainly successor) 존슨이었다. 남부의 인종차별을 타파하는 법안을 의회에서 밀어붙이고, 남부의 흑인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메디케이드(Medicaid, 저소득층 의료보장)와 메디케어(Medicare, 고령자 의료보장)를 입법한 사람은 케네디가 아니라 존슨이었다. 지금까지 케네디의 이름을 달고 있는 역사적인 감세(tax cut)법안도 존슨이 통과시켰다.카로는 2500쪽 이상에 걸쳐 강렬한 문체를 동원해 린든 존슨의 내면적인 삶을 생생하게 그려냈다(Caro has summoned Lyndon Johnson to vivid, intimate life). 카로의 무자비할 정도로 철두철미한 조사 덕분에 우리는 존슨을 당대 사람보다 더 잘 알게 됐을지 모른다. 그러나 결코 매력적인 그림은 아니다. 카로가 그려낸 존슨은 약자를 괴롭히는 골목대장(bully)이자 허풍쟁이(braggart), 감언으로 꾀는 사람(wheedler)이자 교묘한 막후 조정자(manipulator), 개인적으로 도덕성이 떨어지는 사람(a man of bad personal morals)이자 국정운영 윤리는 더 형편 없는 사람(worse business ethics)이다.카로에 따르면 진보적인 이상을 더 많이 실현한 사람은 프랭클린 D 루스벨트를 포함해 미국 현대사의 어떤 정치인보다, 그리고 매력적이지만 국내 문제에서 역부족이었던 케네디보다, 바로 이 괴물 같은 인물인 존슨이었다. 카로는 인간 존슨은 혐오하지만 그의 업적은 존경해 마지 않는다. 이미 드라마로 가득한 이 이야기에서 저자 카로와 그 대상인 존슨 사이의 팽팽한 긴장은 한편의 극적인 드라마를 만들어낸다.존슨은 어떻게 그런 일을 해냈을까?당혹스럽게도 존슨이 영감을 주거나 권고를 통해(by inspiring or exhorting) 그런 일을 해내지 않았다는 것이 카로의 핵심 메시지다. 대신 존슨은 정치적 힘을 동원했다. 그 규모와 무자비함은 그 전후의 다른 모든 대통령을 능가한다.카로는 바로 이 점을 강조하려고 초점을 좁혔다. 카로가 쓴 존슨 전기 제4권인 이 책은 예상밖의 시대를 다룬다. 1959년 봄 존슨의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결국 실패했다)부터 1964년 봄 그가 케네디의 국내 정책을 성공적으로 입법화한 시점까지다. 64년 존슨이 재선운동을 시작하기 직전에 이야기가 끝나기 때문에 존슨의 대통령 임기 중 가장 많은 부분은 카로의 다음 책으로 넘어갔다.‘권력의 전환’은 존슨이 부통령으로 재직한 굴욕적인 3년과 케네디 피살 후 존슨이 대통령직을 승계한 시점부터 1964년 민권법안과 ‘케네디’ 감세안을 통과시키기까지의 7개월 동안으로 나눠지며 그 각각에 동등한 지면을 할애했다. 존슨은 부통령 시절 따돌림을 당했고(isolated), 무시당했으며(belittled), 다음 선거인 64년 부통령 후보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협박까지 받았다. 그러나 케네디 피살 후 대통령직을 승계한 다음 7개월 동안은 케네디를 비롯해 어떤 대통령도 엄두를 내지 못한 방식으로 권력을 휘둘렀다(Johnson wielded power in a way that few presidents ever have, and that John F. Kennedy never did). 카로의 책에 따르면 존슨은 케네디 피살에 따른 미국 국민의 비탄(public grief)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즉시 간파했다. 물론 존슨이 “좋은 위기를 낭비하지 마라(Never let a good crisis go to waste)”고 공개적으로 외칠 정도로 무모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바로 그 격언에 입각해 행동했다.존슨 대통령은 첫 의회 연설에서 국가적인 케네디 애도 정서를 자극했다. “오늘 이 자리에 서지 않기 위해서라면 나의 모든 것을 흔쾌히 포기했을 텐데 사정이 그러지 못해 유감입니다(All I have I would have gladly given not to be standing here today).” 그 다음 그는 케네디가 간헐적으로 추진한 여러 정책 중 하나를 골라 추도식에 딱 들어맞는 명분으로 삼았다. 민권법이었다. 민권법을 향한 존슨의 열정은 케네디보다 훨씬 강했다. “케네디 대통령이 추진하려고 그토록 오래 싸웠던 민권법안을 가능한 가장 빠른 시일에 통과시키는 것보다 그를 기리는 더 나은 방법은 없습니다.” 케네디가 그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그토록 오래 싸워야 했던 것은 존슨 자신만큼 효과적으로 싸우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언외의 뜻이 포함된 말이었다.수년 뒤 존슨은 전기작가 도리스 컨스 굿윈에게 이렇게 말했다(카로가 책에서 인용한 부분이다). “역사책에서 내가 배운 것은 순교자는 명분을 위해 죽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Everything I had ever learned in the history books taught me that martyrs have to die for causes). 존 케네디는 죽었다. 하지만 그의 ‘명분’이 그리 분명하지 않았다(But his ‘cause’ was not really clear). 그건 내 임무였다. 나는 고인의 정책을 취해 그것을 순교자의 명분으로 만들어야 했다(I had to take the dead man’s program and turn it into a martyr’s cause).”존슨은 명분을 선택한 뒤 자신의 권위를 세우기 시작했다(Johnson started to assert his authority). 1960년대 초 의회를 지배한 보수파 민주당 의원들은 케네디가 허약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케네디에게 압력을 가해 대개 자신들의 뜻을 이뤘다. 존슨은 취임하자마자 반격할 방법을 모색했다. 대소련 곡물 수출을 둘러싼 싸움에서 기회를 찾았다. 의회의 보수파는 그런 판매를 승인하는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법안을 도입했다.카로는 책에 이렇게 적었다. “존슨은 ‘그 법안을 묵사발로 만들어야 해(I hope that bill gets murdered)’라고 위협적으로 말했다. 그는 과반수의 표를 확보한 뒤에도 압도적인 표차로 그 법안을 기각시키려고 대통령 집무실에 앉아 상원의원 한 명 한 명에게 전화를 걸어 회유하고(cajoling), 협박하고(bullying and threatening), 애교를 떨었다(charming).” 왜 그랬을까? 자신은 케네디처럼 허약하지 않다는 점을 의회에 가르치기 위해서였다(to teach Congress the lesson that Johnson could not be rolled).교육 효과가 있었다.그러자 존슨은 의회에서 독자적인 연합전선 구축에 돌입했다. 미국 의회는 1938년 이래 대부분 공화당과 민주당이 다수당을 번갈아 맡았지만 언제나 보수파가 압도적이었다(it was always a conservative majority). 남부 민주당 의원들과 중서부 공화당 의원들이 손잡고 민주당의 북부 출신 의원들과 공화당의 캘리포니아 지역 의원들을 몰아붙였다.존슨은 민권법을 통과시킬 목적으로 공화당과 진보적 민주당 의원으로 구성된 새로운 다수 세력을 만들었다(민주당보다는 공화당 의원의 비율이 높았다). 무엇보다 에버릿 더크슨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를 구워삶을 필요가 있었다. 존슨은 더크슨의 지지를 얻으려고 기꺼이 대가를 치렀다.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존슨은 민권법안의 상원 책임자 휴버트 험프리 의원에게 이렇게 말했다. “더크슨이 활약할 기회를 주세요. 그가 늘 국민의 호감을 사도록 해야 합니다.”1964년 봄 더크슨은 공화당 내부의 보수파 압력으로 민권법안에 미온적인(lukewarm)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도 존슨과 험프리는 그를 적대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험프리는 더크슨을 설득하려고 한층 더 노력했다. NBC 방송의 시사대담 프로그램 ‘밋 더 프레스(Meet the Press)’에서 험프리는 이렇게 말했다. “더크슨은 자신의 당보다 국가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다(Dirksen is a man who thinks of his country before he thinks of his party). … 더크슨 상원의원은 결정의 순간에 닥치면 적극적으로 나서리라고 진심으로 믿는다.”그 방송이 나간 뒤 존슨은 곧바로 험프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말 잘 했어요(Boy, that was right). … 아주 잘하고 있어요(You’re doing just right now). 계속 그렇게 하세요(You just keep at that). … 더크슨을 찾아가 만나고 그와 술을 마시고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그의 이야기를 경청하세요!”존슨은 공화당 반대파에 구애를 하는 동시에 다루기 힘든(refractory) 민주당 의원들의 지지도 확보했다. 케네디 행정부의 진보적인 케인즈 학파(liberal Keynesians)는 대폭적인 감세로 경제성장을 촉진하고자 했다. 그러나 관련 상원 위원회를 장악한 남부 보수파는 케인즈의 이론을 믿지 않았다. 아울러 그들은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에게 득이 되는 감세보다 특정 지역구를 위한 조세의 허점(tax loopholes)을 선호했다.그 남부 보수파 중 가장 고집이 센 의원(the most obdurate of those Southern conservatives)이 해리 버드 상원 금융위원장이었다. 버드는 한번도 “노(no)”라고 말한 적이 없었다. 다만 행동을 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케네디 팀은 버드의 마음을 서서히 돌리고 있다고 확신하고, 결국에는 1964년 11월 전에 그가 행동에 나서줄 것이라고 판단했다. 존슨은 그들의 착각이 심하다는 사실을 알았다(Johnson knew they were kidding themselves).존슨은 버드와 함께 상원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수년 동안 좋은 관계를 구축했다(Johnson had cultivated Byrd for years). 버드에게 심할 정도로 알랑거리고(flattered Byrd outrageously), 버드의 딸 장례식에도 참석했다(참석한 상원의원은 그를 포함해 두 명뿐이었다). 존슨은 버드의 요구 사항을 알아냈다. 예산의 지출을 1000억 달러 아래로 줄이면 버드는 감세에 동의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진보적인 케인즈 학파는 버드의 예산삭감 요구를 경멸했다. 그러나 버드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감세안은 물 건너갈 수밖에 없었다. 버드는 감세안을 통과시킬 힘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래서 존슨은 행정부 내의 반발을 무마시키고 예산삭감을 밀어붙였다(so Johnson made it happen).존슨은 상원의원 중 첫 번째로 해리 버드를 백악관 만찬에 초청했다(백악관 차까지 보내 모셨다). 결국 버드가 요구한 예산액에 도달하자 존슨은 그 소식을 이렇게 전했다. “해리, 놀라운 소식이 있어요(I’ve got a surprise for you, Harry). 그 우라질 예산을 1000억 달러 아래로 줄였어요 … 훨씬 아래로 말이요(I’ve got the damn thing down under one hundred billion … way under). 이제 979억 달러밖에 안 되지요. 귀하가 미국 대통령에게 압력을 넣어 예산을 줄였다고 친구들에게 말해도 좋아요. 그 다음 대통령의 감세를 허용해 주시오(Now you can tell your friends that you forced the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to reduce the budget before you let him have his tax cut).”승자가 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가 패자처럼 보인다 해도 존슨은 기꺼이 그 대가를 치를 용의가 있었다(If the price of being the winner was to look like the loser, Johnson would pay). 카로는 책에 이렇게 적었다. “존슨은 예산을 둘러싼 싸움의 본질이 되는 현실을 즉시 깨달았다. 버드의 요구사항을 들어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가장 중요한 점은 고집 불통인 해리 버드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그의 애정과 신뢰를 이용하는 능력이었다. 그 두 가지가 의회의 교착상태를 깨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1월 22일 전에는 불가능해 보이던 일이었다.”그런 인간적인 지각은 보기 드문 재능이다(That kind of human knowing is a rare gift). 존슨의 막강한 정적이던 로버트(바비) 케네디는 그와는 아주 다른 재능을 가졌었다. 바비 케네디는 존슨을 두고 경멸조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사람들의 재능을 이용하는 방법을 모른다. 사람들이 가진 최선을 찾아 활용하는 방법 말이다. 그러나 그는 다른 어떤 사람보다 사람들의 약점을 찾아내 이용하는 방법(how to ferret out and use people’s weaknesses)을 잘 안다.”카로는 바비 케네디의 언급 중 존슨이 사람들의 최선을 활용할 줄 모른다는 부분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약점을 이용하는 그의 능력에 관해선 충분히 동의한다. 존슨은 사람들의 마음을 잘 알았다. 또 규칙도 잘 알고 규칙을 활용하는 방법도 잘 알았다.카로의 이야기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교훈이 한 가지 더 있다(이 책에서는 자세히 설명되지 않고 제5권에서 독자를 기다린다). 현 시대의 정치에 가장 잘 적용될 듯한 부분이 바로 이 마지막 교훈일지 모른다.존슨은 반대 세력을 격분시켜 스스로 그 분노 때문에 몰락하도록 만들었다(by infuriating ideological opponents into self-destructive fury). 바로 그런 전략으로 1965~66년 회기에 투표권법,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등 ‘위대한 사회(the Great Society, 존슨이 내건 국내 정책의 기조로 가난과 인종차별이 없는 복지 사회를 일컫는다)’의 수많은 정책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1963~64년에도 입법에서 상당한 성과를 올렸지만 그에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큰 승리였다. 1963~64년과 1965~66년이 그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가 뭘까? 간단히 말해 존슨에 반기를 든 보수파의 엄청난 오산(the calamitous miscalculations)이었다.1964년 2월 초 민권법안은 마침내 하원 의사운영위원회(House Rules Committee, 인종차별주의자인 남부 의원이 위원장이었다)를 벗어나 하원 본회의에 상정됐다. 그때 공화당의 대선후보 유력주자는 넬슨 록펠러 뉴욕 주지사였다. 그러나 공화당 보수파는 배리 골드워터 상원의원에게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그 기대는 허망했다. 뉴딜 정책이 나온 이래 선거 때마다 공화당은 보수파가 선호하는 후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정치의 일반적 기준으로 볼 때 골드워터는 가망이 없을 뿐더러 심지어 무모한 후보였다.그러나 민권법 입법 과정의 놀라운 진전으로 보수파가 격분하면서 정치의 일반적인 기준이 틀어졌다. 공화당의 록펠러와 윌리엄 스크랜턴 후보는 민권법을 강력히 지지했고 골드워터는 반대했다. 골드워터를 비롯한 공화당 상원의원 6명과 남부 민주당 상원의원 21명은 막판까지 민권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골드워터는 공화당 대통령후보로 지명된 후에도 고집스럽게 반대 입장을 견지했다.물론 그 결과는 처참한 패배였다. 골드워터에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었다. 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압승했다(이미 상당한 차이로 다수당이었던 민주당은 하원 32석, 상원 2석을 추가했다). 대부분 북부와 중서부의 온건한 교외지역에서 공화당 후보들이 패하고 그 자리를 진보적인 민주당 의원들이 차지했다. 다수를 확보한 민주당 진보파는 뉴딜 이후 처음으로 의회를 마음대로 끌어나갈 수 있게 됐다(they could run Congress with a free hand).여기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향한 말없는 비판이 녹아 있다는 점을 감지하기는 어렵지 않다(It’s hard not to detect in these pages an unspoken critique of Barack Obama). 물론 오바마는 존슨처럼 반대파를 격분시키는 재능이 있다(그게 재능이라면 말이다). 그러나 카로가 너무도 생생하게 묘사하는 존슨의 권력활용 수완은 오바마에겐 결코 어울리지 않는다. 존슨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반대파를 상대로 뻔뻔스러운 애정 공세를 펴고, 지지자들의 비위를 끊임없이 맞추고, 회유와 협박을 능란하게 구사했다. 이런 저급한 기술로 존슨은 대성공을 거뒀다(the low arts that led to Johnson’s high success).버락 오바마처럼 오만할 정도로 고매한 지도자(high-minded leader)는 존슨식의 국정운영에 손사래를 치고 케네디식의 수사적인 위엄(Kennedyesque rhetorical grandeur)을 선호하는 게 당연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대통령은 명언집에 멋진 어구들을 제공하지만(such presidents contribute great phrases to quotation books) 정작 법령집에 영구히 남는 법을 추가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they tend not to add lasting laws to the statute books). 역사적인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뜻이다. 번역 이원기

2012.05.09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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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300조원 ‘ 날렵한 큰손’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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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생, 73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인디애나대학원 경영학 박사, 미국 미시간주립대 경영대 교수, 세계은행 수석연구위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 특보, 국제금융센터 소장, 우리금융그룹 부회장, 딜로이트 코리아 회장,대한민국 국제금융대사, 금융위원회 위원장, 국제증권감독기구 아태지역위원회 의장, 연세대 경제대학원 석좌교수 2009년 12월~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 최근 국민연금기금 자산이 300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우리나라 예산 292조8159억원을 초과하는 규모다. 연기금 규모로 따지면 일본 공적연금(GPIF), 노르웨이 글로벌연금펀드(GPF), 네덜란드 공적연금(ABP)에 이어 세계 4위다. 2014년말에는 430조원, 2045년에는 24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큰돈을 움직이는 기관의 CEO가 전광우 이사장이다. 세계은행에서 수석이코노미스트와 국제금융팀장 등으로 15년간 근무한 국제금융전문가다. 외환위기 당시 정부의 요청으로 23년간의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했다.1998년부터 2000년까지 경제부총리 특보를 지내며 외환위기 문제를 해결했다. 이후 우리금융지주 부회장,금융위원장을 거쳐 2009년 12월부터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요즘 전 이사장의 행보에 국내외 투자자를 비롯해 자산운용 업계나 국민 관심이 높다. 국민연금의 행보가 금융시장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영국 런던 HSBC 본사, 독일 베를린 소니센터 등 해외부동산을 사들이고 있어 해외 투자자들도 주목하고 있다.무엇보다 국민 관심사는 국민연기금이 앞으로 어떻게 운용될지다. 노후 준비에 꼭 필요한 연금에 대한 기대가 높은 까닭이다. 8월 13일 서울 송파구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실에서 그를 만나 운용방안을 들어봤다. 금융 지식이 해박한 그는 모든 질문에 막힘이 없었다. 한마디 한마디에 자신감이 넘쳤다.이사장님이 경영을 맡은 후 어떤 변화가 있습니까.“국민연금공단은 기능 면에서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조직입니다. 하나는 기금운용 부분이고 다른 하나는 연금제도를 실천해 나가는 거죠. 두 가지 측면에서 변화를 살펴보면 기금운용은 더 적극적으로 투자를 다변화하고 있습니다.채권 투자 비중을 줄이고 국내외 주식투자와 대체투자를 늘려 가는 거죠. 연금제도 측면에서는 고객의 노후준비를 위해 노후설계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재무, 건강, 취미 등을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입니다.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임의가입자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의무가입 대상이 아니라 본인이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겁니다. 대표적인 부류가 전업주부인데 2008년 2만8000여명이던 임의가입자가 지난해 3만6000여 명을 넘어섰고, 최근엔 5만 명에 달합니다. 국민연금에 대한 인식이 점차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결과라고 봅니다.”지난 4월 말 세계은행 초청으로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그룹 회장, 제임스 고만 모건스탠리 CEO, 제임스 디몬 JP모건CEO 등 세계 금융계 거물들을 만나고 돌아왔다고 들었습니다.국민연금공단의 위상이 달라졌다고 느꼈는지요.“최근에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이 찾아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을 뵙고 나서 바로 왔더군요. 여전히 다양한 국제외교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신흥시장 펀드 투자회사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국민연금 자금 규모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민연금기금이 선진국의 어떤 연기금보다 매력적이기 때문이죠.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 연기금은 성숙 단계라 정체 상태입니다.저희는 매달 약 2조원씩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그만큼 어깨도 무겁죠. 앞으로 세계 금융전문가들과 활발한 교류를 통해 국민연금의 해외 네트워크를 쌓아갈 예정입니다.”수익성·안정성 두 마리 토끼 잡는다국민연금공단은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기관입니다. 그래서 최대한 리스크를 줄이고 안정적으로 자금을 굴려야 하는데요. 하지만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선 안정성만 강조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안정성과 수익성을 어떻게 조율하고 있는지요.“안정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다양한 곳에 자금을 분산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짜는 겁니다. 운용의 안정성은 투자 대상이 아니라 전체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추구하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자산 구성을 다 변화함으로써 변동성을 낮추면서 전체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그는 메모지를 꺼내 그래프를 그렸다. Y축을 수익성으로 놓고, X축을 리스크로 표시했다). 쉽게 설명하면 수익을 높이려고 하면 저절로 리스크도 높아지게 됩니다. 하지만 같은 리스크를 가지고도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도록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짜면 됩니다.” 전 이사장이 부임한 이후 기금 운용 방식에 변화가 많다. 기존 국내 채권 위주에서 해외주식, 대체투자 등 투자처를 넓혀 가고 있다. 최근에는 프랑스 파리 근교의 초대형 쇼핑몰을 3500억원에 사들였다. 올 들어서만 영국 개트윅 공항 지분 12%와 독일 소니센터를 인수한 데 이어 세 번째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영국 런던의 오피스 빌딩 두 곳과 HSBC 본사 건물, 호주 시드니의 오로라플레이스 등을 인수했다. 해외부동산 투자 규모가 3조5000억원에 달한다.장기 자금인 국민연금은 장기수익률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수익확대를 위해 2015년까지 주식투자 비중을 현행 20% 수준에서 30%로, 해외투자 비중은 11% 수준에서 2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리스크가 높은 해외 부동산 투자에 집중한다는 지적도 있는데요.“알고 있습니다. 국채에 투자하면 될 것을 왜 무리하게 투자하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죠. 하지만 국채 수익률 정도로는 운영이 어렵습니다. 기금을 운영해 국민께 돌려드릴 열매가 별로 없다는 거죠. 채권 수익률이 4% 정도인데 우리는 적어도 6%의 수익률을 올리겠다는 겁니다. 저희가 해외에서 사들인 부동산은 투자수익보다 임대수익을 노린 겁니다.예를 들어 영국 런던의 HSBC 본사는 1조5000억원을 주고 샀습니다. 큰돈이긴 하지만 18년간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해 매입 대금의 일정 금액은 회수될 것으로 보입니다. 임대료도 매년 시장 상황에 따라 올려주기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연간 임대수익률은 평균 7~8%로 채권보다 훨씬 좋습니다.꼭 받고, 더 받고, 많이 받는다중장기적으로 채권을 축소하고 주식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요. 주식투자 비중을 더 늘릴 계획인가요?“6월 말 기준 적립금 295조원 중 국내 주식투자 비중이 13.8% 입니다.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정한 올 연말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은 16.6%이고요. 작년 목표 비중 15.2%에 비해 1.4%포인트 늘어난 수준인데요.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5%포인트 정도를 더 사거나 팔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21%가 될 수도 있고 11%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주식시장에 큰 조정이 와서 주식이 싸지면 주식을 더 살 테고, 지수가 급격히 오르면 매수 속도를 줄여나가는 겁니다. 시장 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할 계획입니다.”적립자금이 꾸준히 늘고 있는데요. 주식의 직접 운용과 위탁 운용 비중이 어떻게 됩니까. 앞으로는 어떻게 운용할 계획이신지요.“현재는 직접 운용과 위탁 운용이 50대 50입니다. 비교적 합리적인 배분이라고 생각해요. 국민연금 자체의 운용도 지속적으로 키워가는 동시에 국내 자산운용 업계의 전문성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도 주식자금의 절반가량은 운용 전문성과 성과 등을 고려해 뛰어난 자산운용 업계에 맡길 예정입니다. 아직까지 해외투자는 전체의 10% 수준이지만 점차 규모를 늘려갈 예정이에요. 이 분야 전문가를 확충해 자체 역량을 키워나갈 생각입니다.”투자철학이 궁금합니다.“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기금을 운용할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안정성·수익성·공공성 세 가지입니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게 안정성과 수익성이죠. 기금은 국민의 노후생활을 위해 필요한 자금이므로 안전하게 굴려야죠. 더 많이 돌려주기 위해서는 수익성도 추구해야 합니다. 국민연금이 커지면서 공공성도 중요해졌습니다. 세계 4대 연기금으로 성장한 만큼 국가 경제 발전과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다만 공공성은 반드시 안정성과 수익성을 전제로 추구합니다. 개인적인 투자철학도 연기금 운용방식과 비슷합니다. 장기적인 시각으로 가치투자를 하자는 겁니다.”그렇다면 앞으로 국민연금이 고갈될 염려는 없다는 겁니까?“현재 예상으로는 2043년 2465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입니다. 출산율은 낮아지고 노인 인구가 높아지는 고령사회로 들어서기 때문이죠. 2060년에는 고갈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게 사실이에요. 현 상황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예측되는 모습이죠. 하지만 앞으로 50년 뒤에도 고갈되지 않도록 할 겁니다.요즘 국민연금 캠페인이 ‘꼭 받고, 더 받고, 많이 받는다’입니다. 국민연금은 정부와 국민 간의 약속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킬 겁니다. 이전에 보험료 납부액을 조정하는 등 어떠한 형태로든지 국민연금을 못 받는 일은 없도록 할 것입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IMF 해결사로 귀국했고 이제는 국민연금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데 앞으로 계획이 궁금합니다.“안으로는 국민연금이 국민에게 신뢰 받는 공공기관이 될 수 있도록 하고, 바깥으로는 세계적인 금융기관으로 글로벌 위상을 높이는 게 제 역할이죠. 제 삶의 신조가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가장 좋은 준비는 지금 맡은 일에 절대 충실하자는 거죠. 조금 더 길게 보면 제가 국제기관, 정부, 대학, 연기금 등 다양한 곳에서 쌓은 경험을 살려 우리나라가 선진 국가가 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저는 나이와 상관없이 열정적으로 사는 것을 좋아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살고요. 아직도 제 마음은 40대 같아요. 하하하.”

2010.08.30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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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벤처정신, 어디로 가나

산업 일반

지난 10월 29일 저녁 ‘2009 포브스코리아 CEO포럼’이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렸다.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가 ‘모험과 타협, 기로에 선 벤처정신’을 주제로 강연했다. ▎안철수 KAIST 석좌교수(오른쪽)와 대담하는 강치원 강원대 교수. ‘2009 포브스코리아 CEO포럼’은 우리나라 최고 권위의 포럼으로 자리 잡았다. 이날 행사에는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 진동수 금융위원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배은희·이성남 국회의원 등 각계 인사 12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크리스토퍼 포브스 포브스 부회장, 윌리엄 아다모풀로스 포브스아시아 사장도 내한해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크리스토퍼 포브스 부회장은 “포브스코리아가 한국을 대표하는 경제 매거진으로 발돋움했다”고 강조했다. 심상복 포브스코리아 대표는 인사말에서 “찾아주신 분들께 감사 드린다”며 “즐겁게 대화하시고, 뭔가 하나 얻어 가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강만수 경제특보는 참석자를 대표해 축사를 했다. 첫 번째 세션은 대담 형식으로 진행했다. 강치원 강원대 교수의 사회로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가 ‘모험과 타협, 기로에 선 벤처정신’에 대해 강연했다.안 교수는 “벤처기업들이 불공정 거래 관행, 인프라 부족 등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벤처정신을 되살리기 위해선 정부는 물론 지역사회의 지원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윤리경영’은 답이 없지만, 기업의 수익은 목적이 아니라 결과”라며 “CEO들이 수평적 리더십으로 조직을 이끌 때 좋은 결과가 나오고 그것이 곧 윤리경영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강연이 끝난 후 쏟아지는 질문으로 예정시간보다 30여 분을 훌쩍 넘겼다. 원철우 듀폰 코리아 사장은 안 교수에게 “의사, 사업가, 공대 교수로 직업을 바꾸는 과정에서 미래에 대한 비전을 어떻게 세웠느냐”고 질문했다. 안 교수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순간순간을 열심히 살다 보니 갈 길이 보였다”고 답했다.두 번째 세션에서는 황세희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가 ‘나이보다 젊게 사는 법’을 주제로 CEO들의 건강 챙기는 법을 강의했다. 그는 “젊음은 곧 건강을 상징한다”며 “식욕 등 욕망을 다스리고 중용을 실천하며 사랑하며 사는 게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말했다.강연에 이어 팝페라 가수 로즈 장이 멋진 공연을 선보였다. 그가 부르는 ‘돈트 크라이 포 미 아르헨티나(Don’t Cry for Me Argentina)’‘댄싱 퀸(Dancing Queen)’의 리듬에 맞춰 참석자들은 어깨를 들썩였다. 구자영 SK에너지 사장은 아내와 함께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구 사장은 “미국에서 지냈을 때 로즈 장 가족과 이웃사촌으로 가깝게 지냈다”며 “아내가 포럼 초청장에서 로즈 장의 공연 프로그램을 확인하고 같이 가자고 했다”고 했다. 그는 “안철수 석좌교수는 좋아하는 후배”라며 “강연에서 그의 경험과 지혜를 다른 CEO들과 나눠 유익했다”고 말했다.이날 행사장 입구에는 신종플루를 예방하는 ‘클린 게이트’가 설치돼 눈길을 끌었다. 참석자들은 모두 이 문을 통과해 바이러스를 예방·퇴치한 후 안심하고 행사장에 들어갔다. .

2009.12.03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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