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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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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당 안 되는 금리에 파산신청 봇물..기업이 무너진다

산업 일반

장기간 이어진 고금리 여파와 경기 침체 등으로 파산신청을 하는 기업이 늘어나며 줄도산 공포가 커지고 있다. 기업 대출 연체율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한계기업이 증가하는 등 시한폭탄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 우려되고 있다. 대법원 통계월보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파산신청한 법인은 121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4%나 늘어난 수준이다. 최근 10년간 가장 파산 건수가 많았던 2021년 1069건인데, 연말까지 3개월을 앞둔 시점에 이미 기록을 넘어섰다. 법인 회생 신청은 1160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3.6% 늘었다. 이 같은 추세가 연말까지 계속된다면 연간 기준으로 파산 신청이 회생 신청보다 많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등으로 기업들 경영환경 악화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기업 대출 연체율이 상승세를 보이는 등 기업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한계기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한계기업이 지난해 말 기준 3900개를 웃돈다. 전체 기업(외부감사 대상 비금융 기업)의 15%를 차지하는 것으로 5년 만에 최고치다.영세기업들이 자금난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처럼 보이지만 중견기업도 그 충격의 예외가 아니었다. 자금난이 영세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확산되면서 1∼8월 어음부도액은 3조6200억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1조9000억원)이나 레고랜드 사태가 있었던 지난해(2조2500억원)보다 악화한 상태다. 자금난이 장기화하면 법정관리에 나서는 업체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의 신용위험평가 결과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가 필요한 부실징후기업은 185개로 1년 새 25개 늘었다. 중소부터 중견기업까지 자금 유동성 위기 고조 중견 기업집단인 대유위니아 그룹도 존폐기로에 놓였다. 대유위니아 그룹은 현재까지 5곳의 계열사가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김치냉장고 ‘딤채’로 유명한 위니아를 비롯해 위니아전자, 위니아전자매뉴팩처링, 대유플러스, 위니아에이드가 법정관리 희망 의사를 밝혔다. 대유위니아그룹 계열사들은 경영 상황 악화와 이에 따른 대규모 임금 체불이 맞물려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법정관리 여파로 협력사 450여 곳의 줄도산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고금리 시기 경쟁적으로 공급된 기업대출이 기업 연쇄 부실의 ‘약한 고리가’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시장의 우려가 커지자 정부도 진화하기에 나섰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를 비롯한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에서 대유위니아 그룹 계열사의 법정관리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에 특별만기연장과 특례보증을 지원하기로 했다.하지만 시장은 아직 안도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재무 상황이 좋지 않은 타 산업들도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건설업계다. 고금리와 더불어 공사비 인상, 미분양 증가 등으로 중소 건설사뿐만 아니라 중견 건설사들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 올해 종합건설사 폐업 건수는 지난해 대비 2배가량 증가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 29일까지 종합건설사 폐업 건수(변경·정정·철회 포함)는 총 45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259건) 대비 74.9% 증가한 수치로, 지난 2006년 491건 이후 역대 최대치다.최근에는 중견 종합건설사 대우산업개발도 회생 절차를 밝고 있다. 대우산업개발은 2011년 12월 대우자동차판매의 건설부문이 분할해 설립된 종합 건설사다. 올해 시공능력평가액 4115억원으로 시공능력평가 75위를 기록하고 있다. 아파트 브랜드 이안(iaan), 엑소디움(Exodium), 외식업 브랜드 브리오슈도레(Brioche Doree) 등을 보유 중이다.하지만 대우산업개발은 경영난으로 하도급 업체들에게 결제 대금을 연체하면서 지난 9월 7일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아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회생 개시 결정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대우산업개발의 자산은 2930억원, 부채는 2308억원이다. 하지만 자산 구성 항목 중 약 1000억원은 공사매출채권과 장단기 대여금채권 등으로 상당수 부실화됐거나 회수가 불가능한 탓에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란 평가다. 여기에 시공하자 등에 따른 우발채무 추정액 630억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차입금에 대한 지급보증금 약 4300억원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기업들이 자금 유동성 위기로 연쇄 도산 우려가 커지자 이를 막기 위해 특단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지난달 15일 일몰된 기업구조조정 촉진법(기촉법) 재입법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기촉법이란 지난 2001년 한시법으로 최초 제정된 워크아웃 절차를 담은 기본법이다. 워크아웃은 채권금융기관의 75% 이상 동의를 받아 채무 유예·탕감 및 추가 자금투입을 대가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해 기업을 회생하게 하는 제도다.전문가들은 악성기업을 선별적으로 거르고 우량기업을 중심으로 정책이나 금융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있는 기업도 높은 연체 이자의 부담으로 회생이나 파산의 이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우량기업의 경우 대출연장이나 연체이자로 인한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며 “특히 법원 회생까지 가기 전에 기촉법을 연장시켜 워크아웃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도덕적 해이를 보이는 악성기업을 선별하는 감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3.11.13 10:43

4분 소요
안동현 “예대마진 축소보다 만기연장이 금융소비자에겐 더욱 절실”

은행

“예대마진 축소보다 더 중요한 건 롤 오버(만기대출연장)를 원활히 해주는 일이에요. 은행에서 롤오버를 잘 안 해주니 더 높은 금리부담에도 불구하고 2금융권으로 넘어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서울대 연구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은행의 예대마진 논란과 관련해 “고금리는 필연적으로 신용위험을 높이는 만큼 은행에 임시방편으로 예대마진을 줄이라고 강제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상승기엔 예대마진 축소를 유도하고 대신 금리하락기엔 확대를 용인하는 예대마진 평활화가 필요하다”며 “이를 제도화하면 은행에 대한 관치논란도 불식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은행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사외이사들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이사회에서의 발언 내용을 녹취록으로 보관하는데 그치지 않고 공시형태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안 교수는 고려대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 자본시장연구원장을 역임했고 금융위기 시절 영국 대표 은행인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의 퀀트전략본부장에서 투자전략을 담당하는 등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최고의 금융석학중 한 명으로 꼽힌다. 지난 2월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으로 위촉돼 금융정책을 자문하고 있다.은행산업의 과점 폐해 논란, 국내 금융산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안 교수의 진단과 처방을 들었다.Q. 은행들이 돈잔치를 벌이면서 때아닌 과점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A. 은행을 정치적으로 비판하는 건 쉬워요. 물론 은행이 잘못한 부분도 있지만 정치적으로 매도되는 경우가 있어요. 금리에 따른 예대마진 확대로 은행들이 역대 최고 수익을 거두면서 성과급을 크게 풀고 그들만의 잔치를 벌였으니 비난을 피할 수 없겠죠. 그렇다고 예대마진을 통한 은행의 수익이 과점에 따른 수혜라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예대마진은 금리가 올라가면 당연히 확대되는 거예요. 또한 지금 은행 과점체제는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의 산물이에요. 외환위기 때 다 무너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몇개 은행이 남은 것이지 의도적으로 과점을 만들려고 했던 건 아니잖아요. 전 세계 은행 대부분은 과점체제로 이뤄져 있어요. Q. 은행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해야겠군요. A. 금융산업, 특히 은행산업은 강력한 규제와 감시가 적용되는 산업이에요. 상법상 주식회사지만 파산할 경우 경제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는 시스템 리스크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건전성이 생명입니다. 그래서 은산분리, 자본비율, 유동성 규제 등 촘촘한 사전규제와 사후 모니터링이 필수적이죠. 또 은행과 고객 사이엔 정보의 비대칭이 불가피하므로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해서도 영업 규제와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은행이 위험이 수반되지 않는 비이자 수수료 수익을 늘리기 위해 금융상품판매에 주력할 경우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서 보듯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높아져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해칠 수 있어요. 즉 은행은 주주가치를 제고하면서도 건전성 유지와 금융소비자의 권익 보호라는 3가지 축에 따라 움직입니다. 이들 목표는 상호보완적일 수 있지만 때로는 상충하기도 합니다. 과점해소를 위해선 규제완화를 통해 진입장벽을 낮춰 경쟁을 촉진해야 하는데 자칫 건전성이나 소비자보호에 역행할 수 있어요. 그래서 은행의 과점해소는 은행의 건전성과 소비자보호라는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Q. 금융상품의 구조가 유사하다면서 이게 과점의 결과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어요. A. 라면값이 회사별로 차이가 얼마나 날까요. 인터넷치면 가격이 다 나오니 가격차가 거의 없죠. 금감원이 정보 제공 차원에서 금융상품 비교사이트를 만들어놨어요. 금리, 수익률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니 비슷한 가격, 비슷한 상품구조가 나오는 겁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로 마케팅 방식도 유사하구요. 자연스런 경쟁의 결과입니다. 물론 묵시적 담합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를 밝히기 위해서는 정밀한 분석이 요구됩니다. 단순히 예대금리차가 비슷하다는 결과만으로 담합이라고 몰아붙이는 건 무리입니다. Q. 예대마진은 은행으로선 일종의 보험료인데요. A. 사실 금리가 올라가면 은행 예대 마진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해요. 고금리는 필연적으로 신용위험을 높이는 만큼, 부실대출 그리고 디폴트에 대비한 손실보전 차원에서 예대마진을 높일 수밖에 없어요. 은행으로선 보상 보험료를 미리 받는 겁니다. 다만 예대마진 확대로 당장에 대출이자 부담은 크게 보이지만 부실에 따른 손실은 미래에 발생하니 시점에 간극이 발생하는 거예요. 예컨대 지난해 금리가 크게 올라 은행으로선 보험료를 여유있게 챙기는 차원에서 예대마진을 크게 확대했습니다. 지금 연체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비용 청구서가 날아오는 셈이죠. Q. 그런 면에서 예대마진을 축소하는 게 능사는 아니군요.A. 예대마진도 (외환시장 개입처럼) 미세조정, 이른바 스무딩 오퍼레이션(Smoothing Operation)이 필요해요. 금리가 오를 땐 예대마진 축소를 유도하고 대신 금리가 내릴때 확대를 용인하는거죠. 일종의 예대마진 평활화라고 할까요.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면 돼요. 예전에 정부가 물가를 관리할 때 품목을 정해 동결을 유도하고 나중에 물가수준이 안정되면 인상을 용인해주는 방식과 같은 거죠. 시간적으로 평활화시켜 차입자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겁니다. 이 정도는 할 수 있어요. 이렇게 시장친화적인 방식으로 예대마진 축소를 권고하면 되는데 과점 해소를 통해 예대마진을 줄이려고 하니 시간도 엄청나게 걸리고 해결도 난망해졌죠. 예대금리보다 더 중요한 건 롤오버, 즉 만기대출을 차환해주는 문제입니다. 당국이 예대마진 축소를 위해 대출금리를 강제적으로 끌어내리도록 압박하면 은행은 대출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죠. 그러면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은 은행에서 롤오버가 안 되니 더 높은 금리부담에도 불구하고 2금융권으로 넘어가게 되죠. 지금 그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예대마진을 축소하라고 압박하면 역설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대출자들의 부담은 더 늘어나게 됩니다. Q. 은행도 이익이 나면 성과급을 풀 게 아니라 자본 확충을 더 해야 할텐데요. A. 은행은 대손충당금을 더 많이 쌓으려는 유인이 있어요. 그런데 수익이 많이 날 때 충당금을 좀 더 쌓으면 국세청에서 분식회계라며 문제를 삼아요. 세금 덜 내려고 이익을 줄이는 게 아니냐는 거죠. 그러니 제도적으로 충당금을 더 쌓도록 해야 해요. 은행으로선 규제범위 내에서 충당금을 쌓아야 하니 남는 이익을 세금으로 내느니 차라리 직원들에게 뿌리는 거죠. 은행들은 작년에 이미 충당금을 다 적립해놓았기 때문에 더 이상 쌓을 여력이 없습니다. 만약 충당금을 더 쌓게 해두었으면 지금처럼 연체율이 높아질 때 상각하면 되니 문제가 없죠. 충당금이 줄기 시작하면 대출을 해주려고 해도 해줄 수 없어요. 그러니 ‘비 올때 우산 뺏는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 아니겠어요. 경기가 나쁠때 대출을 더 해줄 수 있어야 신용이 창출되면서 민생과 경기에 도움이 되잖아요. 충당금규제는 세무당국과 정책협조의 방식으로 풀어야 합니다. Q. 은행의 과점 논란을 계기로 한국 금융의 현주소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A. 우리가 금융산업을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부터 던질 필요가 있어요. 쉽지 않을 겁니다. 스위스가 금융을 키워 먹고 살겠다고 UBS와 크레디트스위스(CS)를 키웠고 이들 회사들이 공격적으로 나갔지만 결국 CS가 최근 무너졌잖아요. 그런 면에서 너무 수익에 매달리는 건 생각해볼 문제에요. 이자장사만 하지 말고 비이자수수료 비중을 늘리라고 하면 불완전판매의 유인이 커져요. 특히 투자은행(IB) 업무 같은 위험한 투자에 나설 공산이 큽니다. 과연 은행이 과도한 리스크를 감내하면서 IB 업무를 확대해 나아가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방향인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에요. 우리도 골드만삭스나 JP모건 같은 선진 금융회사를 키워보겠다고 했는데 지금 어떻게 됐나요. 과거 KB은행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카자흐스탄 은행을 인수했다가 1조원을 날렸잖아요. 카자흐스탄 한 곳도 장악 못하면서 무슨 글로벌 은행인가요. Q. 기본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거군요.A. 금융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산업과 가계에 유동성을 너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적절히 공급해 경제 전체에 돈이 잘 돌도록 하는 거예요. 유동성 변환(liquidity transformation)을 통해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기능을 하고 그 과정에서 적정 수익을 얻는 것, 이것이 기본으로 은행의 알파요 오메가입니다. 여기에 플러스알파로 돈을 더 벌 수 있으면 좋은거죠. 그런데 너무 돈 버는데만 급급하다보면 기본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리스크관리에 실패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사실 우리나라 은행만큼 리테일쪽에서 서비스가 좋은 곳은 없어요. 씨티뱅크, HSBC 다 한국을 떠났잖아요. 핀테크가 우리나라에서 발 붙이지 못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에요. 다른 나라는 워낙 리테일 서비스가 후진적이잖아요. 그만큼 우리나라 은행이 서비스 면에선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기본을 계속 잘 살려야 해요. Q. 금융허브, 메가뱅크론 등 다양한 금융산업 발전방안이 제시돼 왔습니다. A. 시대적 유행에 따라 금융허브, 메가뱅크 운운하지만 결과는 어떤가요. 금융허브의 경우 일단 우리 사회는 영어에 익숙하지 않고 법인세와 근로소득세가 낮은 나라도 아니예요. 우리가 아무리 금융허브 만든다고 떠들어도 기본적으로 해외 금융기관들을 유인할 수 있는 인프라가 경쟁국들에 비해 열악한 편입니다. 해외로 나가더라도 현지화 토착화가 말처럼 쉽지 않아요. 국내 은행들 간에도 주거래 고객 한 명 끌어오기 쉽지 않은데 하물며 해외에선 얼마나 어렵겠어요. 그런 면에서 은행들은 일단 지역 대표은행을 목표로 하는 게 어떨까요. 아시아에서 리딩뱅크가 되겠다는 겁니다.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세계적인 IB들과 겨룬다는 건 꿈은 좋지만 도달하는 여정이 너무 위험하죠. 기껏 5개 은행밖에 없는데 한 은행만 무너져도 우리 금융시스템 전체가 무너집니다. Q. 제도적 뒷받침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국내 금융회사들의 경쟁력을 위해선 정치논리부터 배제해야 해요. ‘감놔라 배놔라’는 식의 쓸데없는 개입이나 그림자금융부터 자제해야 해요. 최근 1000만원 기본대출 논란 보세요. 기본 소득 시리즈를 브랜드화 하겠다는 일종의 정치적 구호인데 정치인들의 금융에 대한 인식수준을 보여주는 단면이에요. 금융당국도 보다 철저한 모니터링이 필요해요. 라임사태 때 보듯 소형 자산운용사가 메자닌과 같은 특정 상품을 통해 운용자산규모가 몇 년새 수십배로 늘어났다면 반드시 체크를 했어야 합니다. 대규모 권력형 금융사건의 경우 감독당국의 책임도 자유롭지 않습니다. Q. 금융권 내부에서도 사외이사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 같아요. A. 관치도 문제지만 금융권도 그들만의 놀이터가 돼서는 안되죠. 무엇보다 사외이사들이 제 역할을 해줘야 합니다. 이사회에서 은행 경영진이 잘 하면 연임시켜주고 못하면 단칼에 날려야 하는데 경영진과 밀착된 사외이사들로선 한계가 있죠. 그래서 사외이사에 대한 모니터링을 제대로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특정 사외이사가 속한 대학에 은행이 사내 교육과정을 개설하거나 법무법인, 세무법인 등과 거래가 있는지 감시해야 합니다. 인사에 개입하면서 그 답례로 현 경영진과 유착관계가 형성되는지도 철저히 살펴야하구요. 또한 결정적으로 이사회 녹취록을 보관만 할 게 아니라 공시형태로 공개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헤드헌팅 회사가 추천하는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대부분 경영진 입장에서 편하게 거수기 역할만 할 사람들이 추천됩니다. 이러한 후보들을 걸러내고 제대로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을 감시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이사회 녹취록 뿐 아니라 안건 사전설명때의 녹취록까지, 영업비밀과 관계된 내용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개해야 합니다. 그러면 달라질 거예요. 송길호(khsong@edaily.co.kr)

2023.04.14 09:00

7분 소요
둔촌주공 7000억 대출 시공단 보증으로 갚아…2개월 연장 효과

부동산 일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이 7000억원 규모의 사업비 대출 만기일인 23일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로 갚으면서 급한 불을 껐다. 이번 ABSTB는 둔촌주공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의 보증을 통해 발행했으며 약 2개월 간 대출 기간을 연장하는 효과가 있다. 23일 둔촌주공 조합 집행부에 따르면 전날 4개 시공사로 이뤄진 시공사업단의 보증으로 기존 차입한 7000억원 규모 사업비 전액을 상환했다. 조합 집행부는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롯데건설 각 시공사별로 차입을 위한 약정 체결을 완료했다. 이번에 발행한 ABSTB는 ▶현대건설 1959억8900만원 ▶HDC현산 1749억9100만원 ▶대우건설 1645억원 ▶롯데건설 1645억원 등이다. ABSTB를 발행한 증권사는 ▶BNK투자증권 ▶SK증권 ▶한국투자증권 ▶부국증권 ▶키움증권 등이다. 앞서 둔촌주공 조합은 NH농협은행 등 24개 금융사로 이뤄진 기존 대주단으로부터 지난 18일 사업비 대출 연장불가 통보를 받았다. 사업 약정에 따르면 24개 금융사가 조합의 대출 연장에 모두 동의해야만 조합에서 요청한 6개월 기한 연장이 가능하지만, 일부 금융사가 이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20일 대의원회를 열고 ABSTB를 평균 4.5% 안팎의 금리로 22일 발행하는 약정을 체결하고 만기일(23일) 기존 대출을 변제하기로 결정했다. 조합 관계자는 "이번에 발행한 ABSTB의 차입 기한은 66일로 약 2개월 대출을 연장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대위변제보다는 조건이 좋다"며 "차입, 금전 소비대차계약은 차기 총회에서 결의해 연장하거나 재계약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조합 집행부는 시공사업단과 일정을 조율해 재대출을 하거나 이번 ABSTB 기한 연장을 통해 사업비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오는 10월 개최 예정인 조합 총회에서 이번 증권 차입의 기한 연장 또는 재차입에 대한 결의를 받을 예정이다. 조합 관계자는 "공사 재개와 분양을 빠르게 진행할 것이며 이를 통해 안정적으로 사업비를 조달 할 것"이라며 "시공사와 협의를 통해 사업비, 이주비 이자등에 대한 조합원들의 염려를 덜고 빠른 사업 진행을 위해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박지윤 기자 jypark92@edaily.co.kr

2022.08.23 18:19

2분 소요
둔촌주공, 조합 정상위 구성 완료…시공사업단과 합의 '촉각'

분양

공사 중단이라는 사상 초유 사태가 발생한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이 '조합 정상화를 위한 위원회(조합 정상위)' 구성을 완료하면서 다시 본궤도에 올랐다. 새로 구성한 조합 정상위가 향후 시공사업단과 원만한 합의에 이를 경우 이르면 오는 10월 공사를 다시 시작해 2024년 12월에 준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일 둔촌주공 조합에 따르면 이날 오전 회의를 열고 조합 정상위 구성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정상위는 조합의 정명선 총무이사, 김경중 기술이사와 정상위의 박승환, 박완철, 황도연 조합원 등 5명으로 구성했다. 둔촌주공 조합 관계자는 "조합 정상위는 바로 실무 작업에 착수해 시공사업단과의 합의를 마무리하고 새 조합 구성을 위한 총회 준비에 들어갔다"며 "조합장, 이사 등을 선출하는 선거총회는 최대한 앞당기더라도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오는 10월 중순께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총회에서 시공사업단과 협의한 내용을 실현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함께 처리할 예정이며 필요하다면 이를 위한 별도 총회를 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둔촌주공 조합은 분양을 위한 작업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일단 분양가 확정을 위한 필수 절차인 관리처분총회를 오는 12월 열어 내년 1월 중 분양 모집공고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후 내년 3월부터 계약금이 들어오면서 조합의 자금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둔촌주공 조합 관계자는 "분양가를 높여 최종적으로 조합원의 부담(추가분담금)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다소 시간이 걸리는 토지 감정평가를 새로 할 것인지, 시점 보정이라는 제도를 통해 분양가 산정에 일정 부분 이익을 거두면서 시기를 앞당기는 선택을 할 것인지는 좀 더 두고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비기반시설 등 분양가 산정 시 가산금으로 얹을 수 있는 부분도 빠르게 반영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기존 둔촌주공 조합과 첨예한 갈등을 빚었던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 컨소시엄)도 이번에 새로 구성한 조합 정상위와는 적극적인 합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둔촌주공 조합과 정상위, 시공사업단, 강동구 등 사업 관계자들과 함께 도출한 사업 정상화 합의안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협상에 나설 것"이라며 "지금까지 공사 지연 9개월과 공사 중단 6개월을 합치면 총 15개월 동안 사업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리 속도를 내더라도 총회를 연 뒤 10월 공사를 재개하면 2024년 12월 정도는 돼야 준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상가 분쟁 문제 역시 이번 합의안에 상가 사업대행사(PM) 대표가 참관인으로 도장을 찍었기 때문에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7000억원 대출 연장 문제도 먼저 시공사업단과 합의를 하면 대주단 결재와 자체 심사를 거친 뒤 연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사비 검증 문제는 시공사업단이 손실 비용을 산출해서 한국부동산원 검증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검증 결과에 따라 금액을 조정하는 것"이라며 "공사가 더는 지연을 겪는 것을 막아야 한 달에만 몇백억원에 달하는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둔촌주공 조합은 7000억원 규모의 사업비 대출 연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대출처를 찾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해명하기도 했다. 둔촌주공 조합에 따르면 현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비 대주단으로는 총 24개 금융기관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대출 연장에 반대하는 곳이 있어서 대위변제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대출 연장은 대주단에서 빠진 금융사가 있으면 해당 대출분을 다른 금융사가 가져오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대출은 계약 당시 대주단 가운데 반대하는 금융사가 있으면 대출연장이 불가능하고 바로 대위변제로 넘어가도록 설정했기 때문이다. 둔촌주공 조합 관계자는 "현재 대위변제를 되돌리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해 시공사업단과 협의를 통해 다시 대주단을 구성해 대출을 새롭게 발생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시공사업단과 협의한 내용이 아닌 아이디어 수준의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윤 기자 jypark92@edaily.co.kr

2022.08.0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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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위기 더 번질라…대출연장 나선 중국 정부

분양

유동성 위기에 빠진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주택공사 중단 사태에 수분양자들이 집단행동에 나서자 중국 정부가 지원조치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CBIRC)이 각 은행에 적격 부동산 개발사업 대출을 연장하고 이들 업체에 대한 자금지원 요청을 수용하도록 주문했다고 18일 보도했다. 최근 중국에선 헝다를 비롯한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정부 규제에 따라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면서 주택 공사가 중단되는 일이 빈번했다. 중국 당국은 이 같은 상황이 점차 금융시장까지 번지는 상황을 차단하려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공사가 중단된 주택 수분양자들이 주택담보대출 상환 거부운동에 나서는 등 반발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내 230개 현장의 공사중단 피해자들이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거부하며 집단행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시안시 소재 산시성 은행감독국 앞에서 피해자 약 1000명이 시위를 열기도 했다. 특히 전국에서 신규 공사중단 비율이 28%로 가장 높은 허난성 정저우시에선 지역 중소은행이 현금대량인출 사태를 겪으며 일부 예금주들은 시위에 나서고 있다. 이에 CBIRC는 금융시장과 체제 안정을 위해 구체적인 행동에 돌입했다. 중국 관영매체 은행보험보에 따르면 한 CBIRC 관리는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부동산 개발사업 공사가 신속하게 재개되고 주택이 수분양자들에게 조기에 인도될 수 있도록 각 은행이 주택담보대출 고객과 소통하고 부동산 개발사업 인수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보름 기자 brmin@edaily.co.kr

2022.07.1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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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코뿔소' 경계한 고승범

은행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오는 3월 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 및 원리금 상환유예 종료는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13일 고 위원장은 경제·금융 전문가 간담회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영업타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금리상승까지 더해지면 대출 부담과 부실화가 일어날 수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다만 그는 "코로나19 위기가 종식될 때까지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위한 지원 방식을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고 위원장은 '회색 코뿔소'로 비유되는 잠재 위험들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가계부채 시스템 관리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강조했다. 회색 코뿔소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위험 요인을 뜻한다. 그는 "중국 경기 둔화, 미·중 갈등과 같은 잠재 위험들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 위원장은 지난해 강도 높은 가계 부채 관리 등을 통해 금융 불균형 완화의 기반을 마련했으나 아직도 해야 할 중요한 일들이 많다며 "가계 부채 관리를 안정적으로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에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총량 규제에 주력했다면 올해는 가계부채 시스템 관리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설명했다. 또 "차주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확대하는 등 가계부채를 4~5%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며 "총량규제는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용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경제·금융 전문가 간담회에서 김영익 서강대 교수는 올해 글로벌 자산 가격 폭락과 경기 침체의 악순환 가능성을 우려했고,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자영업자 대출과 비금융권발 리스크 관리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는 부동산 가격 조정에 대비한 금융기관의 충당금 적립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노형복 산업은행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공급망의 패러다임이 안보 중심으로 변화한다며 대응을 주문했다. 이용우 기자 lee.yongwoo1@joongang.co.kr

2022.01.1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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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바닥은 탈출 회복 속도가 문제다

산업 일반

포브스코리아가 창간 7주년을 맞아 삼성경제연구소· LG경제연구원·현대경제연구원 등 국내 3대 민간경제연구소 대표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한국 경제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진단하고 올바로 가는 길을 찾기 위해서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정기영 사장, 김주현 원장, 김주형 원장. 국내 3대 민간경제연구소 대표가 2월 10일 장충동 신라호텔 샤론룸에 모였다. 이날 좌담회 주제는 ‘금융위기 이후 한국경제’.그룹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면서 거시경제 전망, 경영 컨설팅을 담당하는 국내 대표적인 기업경제연구소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드문 일이다.금융위기 이후 한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의견에는 모두 동감했다. 반면 올해 관심이 높은 출구전략에 대해서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모습이다. 참석자(가나다순)는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 김주형 LG경제연구원장,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 사장 등이다.사회자 현재 한국 경제는 세계적인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회복하고 있습니까.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 한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경제 회복 속도가 작년 2, 3분기처럼 빠를 것으로 기대하면 안 됩니다. 그때는 바닥을 쳤을 때 생기는 자연 반사적인 현상입니다. 아무래도 올해 1분기 이후 경제 회복 속도는 꽤 둔화될 거예요.김주형 LG경제연구원장 맞습니다. 한국 경제는 지금 회복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경제성장률은 2008년 급락하기 시작해 2009년 3분기 점차 회복됐습니다. 4분기에는 6% 이상의 성장을 보였죠. 한국 경제가 구덩이에 빠졌다가 벗어나는 모습인데요. 하지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2008년 경제성장률 2.2%, 2009년 0.6%, 올해 예상치 4.5~5%라고 하면 3년 평균 경제성장률은 2.5%가 안 됩니다. 잠재성장률 4.5%에 비해 엄청나게 낮은 성장을 3년에 걸쳐 진행 중이라는 얘기죠.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 사장 두 분 원장님 얘기대로 한국 경제는 살아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 잠정치가 0.2%입니다. 플러스 성장을 한 나라는 한국과 폴란드, 호주 뿐이에요. 경제가 회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세가지입니다. 우선 지난해 정부 주도적인 경제 회복 정책의 영향을 받았죠.둘째,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하락했습니다. 엔화와 비교하면 확실하죠. 엔화는 달러 대비 20% 절상됐고, 원화는 50~60% 절하됐습니다. 원화가치가 떨어지면서 수출이 늘어난 거죠. 셋째, 한국 기업의 세계 경쟁력이 향상됐어요.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비롯해 LED TV, 휴대전화 등 전자제품 세계시장 점유율이 높아졌습니다.김주현 정 사장이 얘기한 세 가지 이유와 함께 중국 효과도 빼놓을 수 없죠. 한국과 중국의 산업협력은 상당히 밀접합니다. 다행히 금융위기 이후에도 중국이 7%의 높은 성장을 보이면서 수요가 지속됐던 겁니다. 이 네 가지 요건이 지속된다면 한국 경제는 보다 빠르게 회복하겠죠.하지만 올해는 변수가 많습니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돈을 풀 수 없는 데다 올해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오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중국은 자산버블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요. 결국 우리 경제성장은 세계 경제 회복 속도를 따라가는 수준이 될 것입니다.김주형 다른 나라가 -3~-4% 수준의 성장을 할 때 한국이 0% 수준으로 버틸 수 있었던 점을 알면 이해가 빠를 거예요. 현재 세계시장의 물동량은 거의 25% 가까이 줄었습니다. 그나마 한국 수출은 13%밖에 하락하지 않았어요. 우리나라 수출시장 구조가 그동안 많이 변했기 때문입니다.3~4년 전만 해도 미국 시장에 약 25% 주력했다면 요즘은 12%로 절반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대신 중국과 홍콩을 합친 시장이 29%에 달합니다. 금융위기 이후 이머징 마켓은 선진국에 비해 피해가 적었고, 그 시장에서 비중이 큰 한국 기업들이 수혜를 본 거예요. 정부의 재정 확대 정책도 한몫했고요.그래서 우려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정부 정책이 재정확대에서 긴축으로 바뀌면 성장을 이끌어갈 동력이 약해지는 겁니다. 과연 기업이 정부를 대체할 만큼 활발한 투자에 나설까요? 세계경제가 회복된 후에나 민간 소비가 늘고 투자가 증가할 것입니다.출구전략 언제가 적당한가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 사회자 정부의 재정정책이 경제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풀었던 돈을 거둬들이는 출구전략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정기영 김주형 원장 얘기처럼 상반기까지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하반기에 민간 주도로 전환될 것입니다. 문제는 민간 주도로는 소비나 투자가 일어나기 어렵다는 거죠.하반기로 갈수록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는 상고하저 현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를 출구전략으로 연결해 생각해 보죠. 현재 정부는 서서히 시장의 유동성을 줄이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남은 출구전략은 중소기업의 신용확대 및 대출연장 축소, 중앙은행 금리 인상, 재정 건전성 등 세 가지예요. 중소기업 지원 축소와 금리 인상은 상반기 중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게 삼성경제연구소의 분석입니다. 검토는 하겠지만 실제로 시행하는 시점은 일러야 2010년 하반기로 예상하고요. 재정 부분은 2011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합니다.김주형 출구전략을 하는 전제조건은 물가상승, 자산가격 버블, 성장 과열 등이 걱정되기 때문이죠. 시중에 풀어둔 자금을 회수할 때는 시장에 충격이 가지 않도록 여러 단계에 걸쳐 조심스럽게 이뤄져야 합니다. 금리 역시 조금씩 안정적으로 올려야겠죠.사회자 출구전략이 경제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단계적으로 하는 것은 맞는데요. 현시점에서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궁금합니다.김주형 한국은행은 이미 유동성 회수에 나서고 있습니다. 외화대출이나 중소기업 신용대출 100% 해주던 것을 조금씩 줄이고 있죠. 금리는 워낙 신호효과가 크기 때문에 즉각 올리는 건 어렵습니다. 한국 경제성장률 자체가 안정권으로 들어가고 금융시장이 안정될 때 이뤄질 것으로 봅니다.현재 금융시장이 안정적이지 않다고 보는 이유는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와 신용이 낮은 트리플(BBB)등급 회사채 금리 스프레드가 여전히 높습니다. 스프레드는 채권이나 대출금리를 정할 때 기준 금리에 덧붙이는 위험 가중 금리를 얘기하는데요. 과거 스프레드가 4%라면 현재 8%로 늘어나 있는 거죠. 경제는 물론 금융이 안정될 때 금리를 올릴 겁니다. 아직은 금리 인상을 이용한 출구전략에 나서기는 이른 거죠.김주현 요즘 출구전략이 너무나 과대포장돼 사람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주는 거 같아요. 경제학원론에도 없는 얘기인데요.정기영 하하. 군사전략이었죠.김주현 물론 의미가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주식, 외환선물, 채권 등에 투자하는 사람에게는 중요하죠. 언제, 어디서부터 돈을 뺄지를 알려주는 신호이니까요. 하지만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을 출구전략으로 받아들이는 건 옳지 않습니다. 전통적인 거시경제 관점으로 본다면 출구전략은 금융 완화 정책에서 금융 긴축 정책으로 언제 이동할 것인가를 보는 거죠.옮기는 시점은 수요 과잉에 따른 물가 압력이 높아질 때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인플레이션 압력을 받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대공황 등 세계적인 위기 때마다 지나치게 빨리 긴축정책으로 들어선 게 문제가 됐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일본이죠. 일본 버블 붕괴 당시 소비세제 강화 등 정부의 시급한 긴축정책으로 일본은 장기침체에 들어간 겁니다.정기영 출구전략은 그동안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마련한 여러 가지 비상조치를 정상화하는 과정이죠. 출구전략이 힘든 이유는 정확한 시기를 찾는 게 어렵기 때문이에요. 김주현 원장님이 걱정하듯 너무 빨리 시작하면 더블딥이 생길 수 있고, 너무 늦게 하면 유동성이 넘쳐나 인플레이션 압력을 받을 겁니다.현재 한국은행에서는 물가 상승에 대한 염려로 금리를 올리기를 원하고 정부 입장에서는 더블딥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거죠. 입장은 이해가 갑니다. 물가나 성장에 치우치지 않도록 충분한 논의를 거쳐 풀어가야 할 문제입니다.일부 유럽 국가 재정 위기 심각 ▎김주형 LG경제연구원장 사회자 세계 경제로 눈을 돌리면 빚더미에 앉은 유럽 국가들이 심각해 보입니다. 유럽발 경제위기가 앞으로 한국 경제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십니까.김주현 유럽 국가들은 유럽연합(EU)으로 묶여 있습니다. 각 국가가 통화를 발행할 시스템이 없는 거죠. 그리스가 빚이 많다고 해서 쫓아낼 수도 없고요. 결국 프랑스 등 돈 많은 나라가 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해결하겠죠.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시기가 늦춰진다면 유럽에 투자한 주요 은행의 자산이 부실화되고, 그 은행을 통해 세계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김주형 맞습니다. 유럽의 그리스, 스페인, 아일랜드는 실업률이 높은 데다 경기 침체가 오면서 대규모 재정확대 정책을 펴왔죠. 이미 부채가 높은 상태에서 빚을 더 진 겁니다.하지만 EU는 국제통화기금 지원을 받지 않고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앞서 김주현 원장님이 얘기했듯이 문제는 이곳에 발이 묶인 은행들이 국제 자본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거죠.정기영 그리스 등 각국 부채는 EU로 묶여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독일이나 프랑스가 나서서 해결할 겁니다. 이번 사태가 국가 부도까지 가는 일은 없을 거예요. 부도가 나지 않는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죠. 국가 부채를 해결하는 데 장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는 EU의 소비나 투자에 걸림돌로 작용할 거고요.장기적으로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들 수 있어요.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서 약세를 보이던 달러가 강세로 바뀌면서 이머징 마켓에 몰려 있던 자금이 빠져나갈 겁니다. 하지만 국가 부도가 나지 않는 이상은 일시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입니다.이머징 마켓, 저탄소에 주목하라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 사장 사회자 성장의 축이 선진국에서 이머징 마켓으로 옮겨 오고 있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요.김주형 미국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시장을 주도하면서 끊임없는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1980년대 후반 미국의 제조업이 몰락하면서 제조기지가 아시아권으로 넘어온 게 첫 번째 위기였고, 2001년 9·11 테러가 나면서 정치·군사적으로 타격을 입었고, 2007년 금융위기는 선진국 금융시장의 위기라고 생각합니다.경제 규모로 보면 23.5%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큽니다. 반면 성장의 기여도로 보면 미국이 뚝 떨어지고 중국과 인도가 높습니다. 현재 투자가 일어나고 고용이 생기는 곳이 이머징 마켓이죠.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중국이 세계 경제 2위로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본격적인 이머징 마켓 시대가 열린 거죠.정기영 세계적인 위기를 겪은 후 경제 질서 패러다임도 변하게 돼 있습니다. 경제 규모 면에서 성장이 빠른 이머징 마켓의 부상이 기대됩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생산기지로 생각했던 이머징 마켓이 소비시장으로 대접받고 있습니다. 삼성그룹에선 오래전부터 이머징 마켓을 생산기지에서 소비시장으로 인식하고 이 시장에서 잘 팔릴 수 있는 제품을 고민했습니다.과거 TV나 휴대전화를 팔 때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했다면 지금은 중저가로 낮추고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머징 마켓은 주요 수출전략기지로 떠오를 겁니다.김주형 금융위기 이후 이머징 마켓이 더욱 주목 받고 있습니다. 이때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합니다. 제 생각에는 저탄소 산업이 경제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한국 경제는 중화학 공업이 이끌어 왔잖아요. 조선, 자동차, 철강 분야도 세계적인 저탄소·녹색성장에 맞게 바뀌어야 합니다. 저탄소 생산체제와 제품 기술력을 갖는 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는 거죠.김주현 제2차 세계대전 종결 후 중화학공업이 떴고, 오일쇼크 이후 반도체·전자산업이 각광을 받았고 90년 이후에는 IT·지식산업으로 산업이 재편됐죠. 이처럼 세계적인 사건 이후에 새로운 산업이 주목받은 것은 사실입니다. 저는 저탄소 산업 외에도 에너지, 바이오, 헬스 등이 21세기 산업으로 유망할 것으로 봅니다.

2010.03.0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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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유전 ‘전격’ 인수 … ‘3년 꿈’ 이룬 야심가

산업 일반

#1. 2009년 5월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이민주 회장은 영국의 유전개발회사 스털린PLC의 미국 자회사인 스털링USA 본사에서 대니얼 실버맨 CEO를 만났다.이 자리에서 이민주 회장은 실버맨 CEO로부터 광구 60여 곳의 위치와 매장량 등 자산 상황에 대해 간단한 브리핑을 받고 텍사스주에 있는 광구도 직접 둘러봤다. 모회사인 영국의 스털링PLC 관계자와도 만났다. 이 회장이 스털링USA 인수를 제의 받은 지 불과 1주일 만의 일이다.#2. 2009년 초 서울. 씨앤엠을 팔고 현금만 1조원 이상을 쥐고 있던 ‘큰손’ 이민주 회장은 자신의 자산운용을 맡고 있는 에이티넘파트너스를 통해 오랫동안 준비해 왔던 인도네시아 유전 지분인수를 막판에 포기했다.이민주 회장은 국내 한 대기업 에너지사업부와 함께 이 유전을 인수하기 위해 대부분의 작업을 이미 마친 상황이었다. 당시 높은 환율 수준도 문제가 됐지만 에이트넘파트너스의 포트폴리오 구성과 관련한 중요 결단이 내려졌을 것이라는 게 이 사업에 깊숙이 관여했던 관계자의 전언이다.3년 전 이미 해외 유전사업에 관심#3. 2006년 말 영국. 거대 유선방송사업자 씨앤엠 경영자로 입지를 확실히 굳히고 있던 이 회장은 갑작스러운 출장길에 오른다. 그가 영국에 간 것은 영국 북해의 유전사업에 참여를 타진하기 위해서였다. 이 회장은 영국의 유전을 직접 방문해 보고, 관련 사업자들과도 만났다.하지만 일단 빈손으로 귀국해 이후 2년 가까이 씨앤엠 경영에 전념했다.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이 10월 16일 미국의 석유개발회사인 스털링에너지USA를 9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지식경제부는 에이트넘파트너스가 12월 2일 인수대금을 완납하자 보도자료를 내 ‘국내에서 처음으로 민간기업이 미국 석유개발회사를 인수했다’고 직접 홍보를 도맡았다.이민주 회장을 현금 1조원 이상을 소유한 큰손 정도로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뜬금없는 소식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민주 회장은 3년 전부터 에너지산업의 중요성에 눈을 뜨고 관련 업계를 분석해 왔다. 에너지산업 전문가들과도 오랜 기간 교류를 이어왔다. 해외 광물산업에는 일부 투자를 하기도 했다.재계 한 인사는 “이민주 회장이 에너지산업, 특히 유전 쪽에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던 것”이라면서도 “미국 유전은 리스크는 작지만 수익률도 그만큼 낮아 금융투자 수익률을 조금 상회하는 수준인데 왜 샀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그가 인수 제의를 받은 후 1주일 만에 현지로 가 직접 CEO를 만나는 등 사실상 투자 결정을 내린 것은 평소 그의 경영철학과 통하는 면이 많다. 이민주 회장은 일단 합리적인 투자라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일을 추진한다. 이 회장은 2년 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1975년 단돈 150만원을 들고 조선무역을 세워 봉제완구 사업을 시작했다”며 “하지만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는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직접 제품을 팔았다”고 말하기도 했다.이민주 회장이 인수한 스털링USA는 텍사스와 루이지애나주 지역에 1900만 배럴 규모의 60여 개 석유, 가스 생산광구를 보유하고 하루에 4800배럴을 생산해 미국 전역에 100% 판매하고 있는 회사다. 유전사업을 탐사, 개발, 생산사업으로 나누는데 이 회사는 현재 매출이 발생하는 생산사업에 속한다.우리가 일반적으로 ‘유전=탐사’로 알고 있었던 데는 국내 대부분의 유전사업이 그동안 탐사, 개발사업에 집중돼 있었기 때문이다. 자원빈국인 만큼 탐사사업에 들어가는 돈의 최대 90%까지 대출을 받고 실패하면 상당 부분 감면해주는 성공불융자 제도를 대기업 상사 등이 많이 활용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저위험 저수익의 생산사업에 해당하는 스털링USA의 매입가격인 9000만 달러는 적정한 수준일까?금융위기로 미국 자산 급매로 나와이번 거래를 성사시켰고 기술자문사로도 선정된 에너지홀딩스그룹의 신승헌 선임 파트너는 “주식처럼 객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유전개발 역사가 100년이 넘은 미국에는 유전 거래가 시장에서 행해진다”며 “클리어링하우스, RBC 등 유전 전문 브로커리지(중개회사)만 100곳이 넘는다”고 말했다.비슷한 매장량의 유전이 언제 얼마에 팔렸는지 확인이 가능해 한마디로 시장가격이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중동과 아프리카의 유전과 가스전 탐사 개발을 주로 하며 영국 증시에 상장된 스털링PLC는 2004년 3억5000만 달러에 스털링USA를 인수했다. 일부 자산이 판매되고 당시 유가와 가스가격이 높았다는 것을 제외해도 에이트넘 구입가격의 4배 이상이다.이 회사가 매물로 나온 지난해 초만 해도 인수가가 2억 달러로 책정됐다.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게 된 건 금융위기 때문이었다. 석유개발회사는 유전개발을 할 때 80% 이상이 대출이다. 영국 본사가 주업무인 중동, 아프리카 광구를 개발하던 중 금유위기로 추가대출은커녕 대출연장도 불가능하게 된 것.문제는 유전개발의 전제조건인 개발 의무조약이다. 이는 개발사가 몇 년도 몇 월까지 시출 몇 공기를 끝내겠다는 개발진행표를 지키지 않으면 광권을 해당국에 빼앗기는 조약이다. 다급해진 영국 본사가 스털링USA를 시장에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번 계약에 관여한 업계 한 인사는 “석유회사는 구입시점이 아닌 그 이전 시점의 생산량부터 인수회사의 매출로 잡는다”며 “에이티넘도 스털링USA가 지난 4월 1일부터 판매한 금액을 보전 받기 때문에 실제 인수가격은 9000만 달러가 아닌 7000만 달러”라고 말했다.신승헌 선임 파트너는 “대규모 해외 M&A에서는 이례적으로 국내 은행이 아닌 에너지업계 전문 대출은행인 캐나다의 뱅크오브몬트리올로부터 3500만 달러 상당의 대출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에이티넘이 부담하는 액수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적다.이 과정에서 이민주 회장이 선택한 절세책도 화제를 모았다.이민주 회장은 사모펀드를 만들어 스털링USA를 인수했다. 이 경우 정상적으로는 배당소득과 금융소득 종합과세 등으로 최대 35%나 되는 세금이 부담된다. 하지만 해외유전회사 인수에 적용되는 조세특례 조항은 2011년 말까지 종합소득 과세대상에서 배당소득을 제외토록 했다.재계에서 이민주 회장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단어가 ‘젠틀’과 ‘스마트’다. 이번 인수에서도 직접 미국 내 가스전, 유전을 오랫동안 공부한 그다. 신승헌 선임 파트너는 “이 회장이 미국 내 가스전, 유전 시장에 관해 공부를 무척 많이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구체적인 숫자들도 나보다 더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어 놀란 적이 많다”고 말했다.한 관계자는 “이민주 회장은 미국 내 휘발유 가격, 전체 휘발유 재고량 등을 그대로 외우고 있었지만 통계적 접근이 끝난 후에는 직관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숫자를 보고 시장을 예측하는 능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재계 한 인사는 “이 회장이 지분투자가 아닌 매출 발생 업체의 인수로 방향을 튼 것이 향후 시장 트렌드를 주도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2년 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민주 회장은 외환위기 직후 케이블TV 사업에 뛰어든 이유를 “제조업이 쇠퇴하고 있는 흐름을 읽었다. 방송통신 융합시대를 맞아 씨앤앰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뷰 1년 후, 그는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판다’는 투자 정석을 1조원 이상의 시세차익으로 증명해냈다. 재계가 이 회장의 이번 투자를 예사롭게 보지 않는 이유다.

2009.12.1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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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구씩 사들여라

산업 일반

일을 하지 않아도 누군가 돈을 벌어준다면 정말 좋을 것이다. 필자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수익형 부동산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이런 수익형 부동산은 부자만 가질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은퇴를 앞둔 사람이나 돈이 많지 않은 소액투자자도 가질 수 있다. 생각의 차이가 돈을 부른다. 필자는 대학 시절 내내 원룸에서 자취했다. 원룸의 크기는 모두 비슷했지만 임대차계약은 매년 다양한 조건으로 체결했다. 전세로 1500만원에 계약하거나 보증금 500만원에 30만원의 월세를 지급했다. 사글세(보증금 없이 10개월 치 월세를 한꺼번에 선불로 지급하는 것) 250만원을 선불로 지급한 기억도 있다. 그런데 매달 월세를 내거나 사글세를 지급할 때 비록 부모님 돈이었지만 무척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집주인이 무척 부러웠다. 자금도 없고 방법도 몰랐지만 어떻게 하면 저런 원룸을 통째로 가질 수 있을까 고민했다. 사회에 나가면 돈을 모아서 꼭 매입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실제 사회인으로서 부동산 투자를 시작했을 때 대학 주변의 매물을 다시 찾아본 기억이 있다.흔히 원룸, 상가, 오피스텔, 빌라처럼 매달 월세를 받을 수 있는 부동산을 수익형부동산이라고 한다. 오피스텔에 사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이 임대인이라면 매달 30만원이 입금되는 날을 기다리지만 임차인이라면 그날이 천천히 오기를 바랄 것이다. 통장의 개수 차이는 실감하기 어렵지만 이런 수익형 부동산은 소유했느냐 임차했느냐에 따라 심리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 큰 차이를 느낀다.수익형 부동산을 어렵게 생각하지 마라. 소형 오피스텔이나 방 2개짜리 빌라도 당신의 일꾼이 될 수 있다. 다가구주택이란 여러 가구가 모여 있는 하나의 주택이고 상가주택은 여러 상가와 여러 가구가 함께 구성된 부동산인데, 일반인들은 주로 한 번에 다가구주택을 구입하려고 한다. 레버리지를 이용하라한 번에 살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좋겠지만 여건이 안 되면 한 가구씩 혹은 상가를 한 채씩 매입해 나만의 다가구주택과 상가주택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런 방법은 소액투자자에게 매우 유익하고 필자는 원룸이든 상가든 하나씩 모으는 방법을 추천하고 싶다. 빌라를 한 가구씩 모으다 보면 그것이 5가구가 되고 10가구가 된다. 처음 1가구를 매입할 때는 매달 들어오는 30만원이 별것 아닌 듯하지만 5가구가 되면 150만원의 수익이 생긴다. 매달 일을 해주는 일꾼들이 한 명씩 늘어나는 셈이다. 사례를 통해 투자 방법을 알아보자. 필자는 2009년 1월 경기도에 전용 83m²(25평) 규모의 2층 상가를 낙찰 받았다. 감정가격이 1억8500만원, 낙찰가는 9099만원이다. 이 상가는 낙찰 받고 한 달 만에 기존 임차인과 예전 조건으로 재계약을 맺었다. 계약 내용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80만원(부가세 별도)이다. 그리고 수협에서 6300만원(금리 7%)의 대출을 실행했다. 비용을 계산해 보면 실제 투입된 현금은 낙찰가에서 은행 융자와 보증금을 빼고 취·등록세가 추가되어 2200만원이 나온다. 그렇다면 매달 현금흐름을 계산해 보자.필자는 최종 2200만원을 투자했고 매달 대출 이자인 36만7500원을 납부해야 하고 임차인에게 월세 80만원을 받는다. 즉, 매달 43만2500원의 수익이 나는 것이다. 1년이면 원금 대비 수익률이 23% 정도에 달한다. 이 사례는 적절하게 레버리지(지렛대)를 활용해 성공한 경우다. 수익형 부동산을 매입할 때 대출을 잘 활용하면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보통 ‘빚’이라고 하면 꺼리는 경향이 있는데 현금 1억원으로는 겨우 한 채밖에 못 사지만 레버리지를 활용하면 적어도 3채 이상 매입할 수 있다. 그리고 매달 100만원 정도 현금이 들어온다. 주의할 것은 이자와 월세 수익의 차이를 잘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매달 지급하는 이자보다 월세수익이 많으면 리스크가 거의 없고 보유 시 부담도 줄어든다. 이런 수익형 부동산은 요즘 같은 부동산 하락기에도 매도하지 않고 월세를 받으면서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다. 또 상승장에 진입하면 충분한 매각차익을 실현하며 팔 수 있다. 단순한 원리지만 모르는 사람은 5억원을 가지고도 빠듯하게 생활할지 모른다. 이제 검소한 생활만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다. 자산을 효과적으로 불릴 수 있는 사람만이 부자의 대열에 낄 수 있다.수익형 부동산을 효과적으로 매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첫째, 같은 임대가격이면 매매가가 싼 것을 우선 매입하라. 강남이나 분당은 집값과 전셋값이 어느 정도 비슷하게 움직인다. 전세의 수요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수요자가 몰리는 것이고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것은 가격 상승에 결정적인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월세는 그렇지 않다. 2005년 경기도 부천 고강동의 빌라 가격이 5000만원이었는데 2008년 1억3500만원으로 고점을 찍고 2009년 현재 1억원으로 하락했다. 그런데 빌라의 월세는 보증금 1000만원에 45만원 그대로다. 월세는 시세 변화에 민감하지 않다. 따라서 투자자는 이왕이면 매매가가 저렴하고 임대가가 높은 물건을 사는 것이 유리하다. 참고로 대전 지역의 빌라는 한 채당 3000만원인데 임대가가 보증금 500만원에 월 30만원이고 인천의 빌라는 한 채당 8000만원인데 임대가가 보증금 500만원에 월 35만원이다.월세 높을수록 연체율 낮아둘째, 상가나 오피스텔 같은 업무용 분양물건은 가급적이면 피하라. 주위에 부동산으로 돈 벌었다는 사람은 있어도 분양상가나 분양 오피스텔에 투자해 재미를 봤다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상가나 오피스텔의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높게 책정됐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월세를 받을 목적으로 상가나 오피스텔을 분양 받았다가 속병을 앓는 이들이 많다.대부분 물건은 분양시점을 기준으로 1년이 지나면 매매가가 분양가에서 20~30% 빠진다. 시세가 하락하면 최초 분양가로 대출해준 은행에서 대출연장을 해주지 않고 원금상환을 독촉하는 경우도 있어 결국 경매에 넘어가는 일도 생긴다. 오피스텔과 상가 시세는 임대가격과 과학적으로 연동한다. 분양물건에 투자할 때 오피스텔이나 상가의 분양가격이 적정한지 주변 부동산의 임대가격을 조사해 아래 방법으로 비교해볼 수 있다. 12%가 넘으면 적정하다.①분양가격-(은행융자금액+임대 시 받게 되는 보증금)=실제 투자 현금②(임대 시 받는 월세)-(실제 투자 현금의 이자+은행 융자에 대한 이자)=수익③(②÷①)×100 = 12% 이상셋째, 주거형 물건은 신축이 좋다. 빌라는 건축하고 10년이 지나면 보일러의 수명이 다하고 수도관이 녹슬어 녹물이 나오고 누수가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예전에 고급 빌라를 제외한 빌라들의 부실공사가 많았다. 월세를 놓고 건물에 하자가 생기면 임대인이 수리해주는 것이 원칙이므로 신경을 덜 쓰게 되는 물건이 좋다.너무 고지대에 있거나 지역 수준이 낮은 동네에 있는 수익형 부동산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이런 부동산을 임차하는 세입자들은 직업이 일정치 않아 월세를 연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험상 월세가 높을수록 연체율이 낮다. 넷째, 채광과 주차장을 체크하라. 아무리 돈이 없는 사람도 반지하에 사는 것을 꺼린다. 반지하는 사생활이 쉽게 노출되고 습기와 곰팡이가 많아 육아에도 좋지 않다. 그러나 채광이 잘되는 반지하는 임대하기 쉽다. 또 지대가 높아 정면에서 보면 반지하지만 후면에서 보면 1층인 지역은 반지하의 단점을 대폭 줄일 수 있으므로 긍정적으로 검토해도 된다. 다섯째, 교통과 편의시설을 살펴라. 소형 아파트와 빌라는 역세권에 위치한 것이 좋다. 주변에 병원과 대형 마트, 공원 등 편의시설이 있으면 더 좋다.그러나 수익형 부동산을 매입할 때 장점만 찾으려고 하면 안 된다. 위의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부동산은 당연히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 비슷한 값이라면 장점이 많은 물건을 매입하라는 뜻이다. 수익형 부동산을 매입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원금 대비 수익률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송사무장의 경매의 기술』 저자, 다음 카페 ‘행복재테크’ 칼럼니스트)

2009.03.16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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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책보다 악성 루머부터 잡아야”

산업 일반

금융위기와 미분양 사태에 따른 건설사들의 줄도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유동성이 취약한 건설사들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그중 하나가 우림건설이다. 그러나 김진호 우림건설 총괄사장은 “악성 루머에 따른 것”이라며 이를 강력히 부인했다. 우림건설은 정말 악성 루머의 희생양인가. 김진호 사장을 만나 실상을 들어봤다. "악성 루머는 건설사를 두 번 죽이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김진호(53) 우림건설 총괄사장은 가뜩이나 자금난을 겪는 일부 건설사가 악성 루머 때문에 더욱 궁지에 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림건설은 올 초부터 유동성 위기설, 부도설 등 각종 루머에 시달려 왔다. 루머의 근거는 이 회사의 재무제표였다.우림건설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161억원. 2007년의 443억원과 단순 비교했을 때 줄었지만 엄연한 흑자다. 문제는 현금 흐름이다. 2006년 332억원에 달했던 유동성이 지난해 -1786억원으로 급락했던 게 부도설의 원인이었던 것. 이는 실제로 심각한 문제다. 흑자부도의 이유는 대부분 현금 흐름이 막혀서다. 현금 회전이 안 돼 불과 수억원대 어음을 막지 못해 도산하는 사례는 많다. 그러나 우림건설의 상황은 올 상반기 들어 호전되기 시작했다.-1786억원까지 떨어졌던 현금 흐름은 -39억원대로 개선됐다. 공사 및 분양 미수금이 들어온 결과다. 받지 못했던 돈(매출채권)이 들어오면서 곳간이 채워지고 있다는 이야기다.이상엽 우림건설 전략기획실장은 “현금 흐름이 아직은 마이너스지만 올 하반기에는 플러스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 미분양 물량이 쏟아지는 요즘, 우림건설의 현금 유동성이 좋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10개월 내내 나돌던 루머는 김 사장의 말처럼 ‘악성’에 불과했던 것일까.-우림건설이 ‘유동성 위기로 붕괴할 것’이라는 루머가 있었지만 현금 흐름은 나아지는 추세인데요.“우림건설의 위기는 지난해 말 재무제표를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미수금 등 매출채권이 늘어 유동성이 떨어졌다는 게 이유였죠. 하지만 여기엔 반영되지 않은 게 있습니다. 가령 아파트의 경우 입주까지 보통 계약금·중도금·잔금 등으로 8차례에 걸쳐 분납됩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실제 대금채권과 장부상의 매출채권에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재무제표의 미수금 등이 증가했다고 곧 유동성 위기에 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루머의 또 다른 근거는 ‘지방 미분양 사태’ 아닙니까.“애초부터 틀린 말이었습니다. 우림건설의 중심은 수도권입니다. 지방은 346가구가 전부입니다. 그렇다고 지방 물량이 미분양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가령 대전 대덕 2차 분양은 100% 완료했습니다. 진해2동우림필은 80%는 분양되고, 나머지는 대한주택공사에 ‘할인분양’해 소화했습니다. 다른 지방 물량의 분양률도 높습니다.”-하지만 1조원에 달하는 과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은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PF 규모는 사실 중요하지 않습니다. PF를 상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죠. 만약 지방의 주택 건설 자금을 PF로 조달했는데, 미분양 사태가 발생했다면 문제가 큽니다. 하지만 우림건설의 PF는 대부분 수도권 개발을 위해 조달됐습니다. 용인 어정가구단지 개발을 위해 6000억원의 PF를 일으킨 게 대표적입니다. 게다가 최근 김포 한강신도시 1206번지 일대 878억원, 평택 용이동 500억원 등을 다른 건설사에 넘긴 덕분에 모두 2958억원의 PF를 줄였습니다. PF 부담을 덜기 위해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우림건설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카자흐스탄 우림애플타운 사업의 수익성이 의문이라는 지적도 많습니다.“지난 6월 우리은행·국민은행·농협 등 3개 국내 금융기관으로부터 4000억원의 PF 조달에 성공하며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우림애플타운 사업의 전망은 매우 밝습니다. 최근 카자흐스탄 정부 관계자들이 인프라 구축 문제를 도와주겠다고 밝히기도 했죠.”-현금 흐름이 지난해 말보다 호전된 것은 사실이지만 완전히 회복됐다고 할 수는 없는데요. 자칫 얼마 안 되는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부도가 날 수도 있습니다. 여신 상황은 어떻습니까.“현금 흐름이 막힐 가능성은 제로입니다. 최근 제2은행권으로부터 220억원의 대출을 받았습니다. 경기도 광주에 있는 사업부지의 사업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또 금융기관들의 대출연장에도 문제가 전혀 없습니다. ”우림건설을 둘러싼 루머는 나름의 근거를 갖고 있지만 건설업계의 특수성을 읽지 못했다는 한계도 있다. 문제는 루머의 진위가 아니다. 루머가 돈 것 자체만으로도 우림건설은 벼랑으로 몰렸다. 루머를 접한 각 금융기관이 여신에 소극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올여름 김 사장이 직접 재무제표 자료 등을 들고 금융기관을 찾아다닌 것도 이런 이유다. -루머가 확산됐을 때 금융기관의 태도는 어땠습니까.“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루머가 양산된 것을 두고 색안경을 꼈죠. 금융기관장 앞에서 직접 IR(기업설명)을 한 것도 수차례에 달합니다. 신뢰를 회복하는 데 6개월 넘게 걸렸습니다. 악성 루머는 없어져야 합니다.” 건설사 구조조정 먼저 해야 건설업계 주변에서 루머가 쏟아지는 것은 건설사들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참여정부 시절, 수도권 규제가 강화되자 많은 건설사들은 꼼꼼한 사업성 검토 없이 지방으로 진출했다. 수요를 무시한 채 아파트를 대량 공급하고, 그 결과 미분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에도 분양가를 낮출 수 없다며 버티기도 했다. 그러다 건설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몰렸고, 악성 루머의 진원지가 된 것이다. 건설사 스스로 제 무덤 판 격이라는 이야기다. -악성 루머의 원인 제공자가 건설업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건설업체들도 자성해야 합니다. 문제는 건설업을 누구나 할 수 있는 업종으로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건설업계도 구조조정을 해야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건설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9조원에 달하는 돈을 투입하는 것은 옳지 않은 정책일 수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10·21 건설 부양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미분양 아파트를 정부 돈을 들여 매입하겠다는 구상…, 글쎄요. 일시적으로 자금경색은 풀어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론 손해를 유발할 것입니다. 기업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기자본을 잠식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장기 수익부분을 악화시키면서까지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정부의 부양책보다는 건설사의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게 시급한 과제입니다.” -건설사를 등급별로 나눠 퇴출한다는 안은 효과를 볼 것으로 생각합니까. “옳은 방향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누가 등급을 매긴답니까? 신용평가기관이 어차피 신용등급을 정하고 있는데 정부가 이를 분류하겠다는 겁니까? 과연 진통 없이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김 사장은 어설픈 정부 대책에만 기댔다간 건설업계가 공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해 돌파구를 열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것이 ‘시장경제’라고 했다. 다만 악성 루머에 대해선 정부 차원에서 막아 달라고 당부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실물경기로 옮아온 지금, 건설업체의 구조조정은 필수적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악성 루머 때문에 피해를 보는 기업이 발생해서는 안 됩니다. 선의의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08.10.2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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