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CONOMIST

29

“군 복무 기간보다 길었네”…비트코인, 26개월만에 5만 달러↑

재테크

가파른 상승세를 타던 비트코인이 26개월 만에 5만 달러를 돌파했다. 국내 암호화폐(가상자산) 거래소에서는 6700만원을 웃도는 가격을 형성했다.12일(현지시간)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미 동부 시간 이날 오후 7시 30분(서부 오전 4시 30분) 기준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3.22% 상승한 5만19달러(약 6649만원)에 거래됐다.비트코인이 5만 달러를 넘어선 건 코인 투자 열풍이 불었던 2021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한때 5만300달러 대까지 오른 후 5만 달러선에서 움직이고 있다.국내 원화마켓 거래소인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11시 기준 6747만원에 거래되고 있다.비트코인은 지난달 10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이후 4만9000달러 선을 넘었다가 4만 달러 아래까지 급락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며 한 달 만에 5만 달러를 돌파했다. 최근 상승세는 지난달 승인된 현물 ETF를 통해 매수세가 계속해서 유입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현물 ETF 승인 이후 기존 280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펀드를 현물 ETF로 전환한 그레이스케일에서 대규모 자금이 유출됐지만, 이제 그 매도세가 크게 줄어들고 ETF에서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는 얘기다.암호화폐 자산운용사 코인셰어즈 연구 책임자 제임스 버터필은 “지난 한 주간 11억 달러, ETF 출시 이후 28억 달러의 순유입이 발생하는 등 현물 비트코인 ETF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다”고 말했다.비트코인 공급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를 앞두고 있고, 지난주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가 5000선을 돌파하는 등 주식시장이 활성화한 점 등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버터필 책임자는 “중국이 보다 완화된 통화 정책을 채택하면서 비트코인과 주식을 중심으로 자산 구매가 증가하는 등 여러 요인이 시장 역동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아울러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월스트리트저널은 “일부 분석가는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계속 사들이면서 비트코인이 더 상승할 수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런던에 본사를 둔 마렉스 솔루션스의 디지털 자산 공동 책임자인 일란 솔로트는 “투자자들은 이제 암호화폐를 합법적인 자산군(클래스)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CNBC 방송은 “투자자들은 4만8600달러를 저항선으로 주목해 왔다”며 “차트 분석가들은 비트코인이 이 수준 이상을 유지할 수 있다면 5만 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2024.02.13 11:16

2분 소요
‘실험실’ 보석에 주목한 이랜드 ‘더 그레이스 런던’ [2023 상반기 소비자 만족 브랜드 대상]

유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는 동안 수많은 브랜드가 사라졌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만든 기업도 많았다. 다른 결과는 다른 판단에서 나왔다. 소비자의 목소리를 듣고 끊임없이 혁신한 브랜드는 흔들리는 경기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기업과 브랜드를 향한 소비자들의 믿음은 견고했기 때문이다.브랜드는 어떻게 생존할까. 정해진 답은 없다. 하지만 변화를 반복하며 살아남은 브랜드의 공통점은 있다. 소비자 만족이 기업 경영의 핵심이라는 가치를 믿었다는 점이다. 이코노미스트가 선정한 2023 상반기 소비자 브랜드 대상은 이런 기업들에 주어졌다. 소비자의 마음을 얻은 기업들은 도전과 변화로 소비자의 요구에 끊임없이 응답했다.사랑받는 브랜드는 시장 환경 변화에도 기민하게 반응했다. 소비자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선택하는 데 사회적 가치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불황에도 더 건강하고 편리한, 지속가능한 삶을 지향했다. 이런 가치를 함께 좇은 기업들이 소비자 만족 브랜드 대상에 이름을 올린 이유다. 이랜드그룹의 주얼리 계열사 이월드가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로 예물 시장에 도전한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말 그대로 실험실(Lab·랩)에서 만들어진(Grown·그로운) 다이아몬드를 말한다. 화학·물리 광학 조건을 고려해 다이아몬드를 생성하기 때문에 자연에서 채굴하는 다이아몬드와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최근 글로벌 주얼리 시장도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다이아몬드를 생산하는 드비어스는 5년 전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인 ‘라이트박스’를 출시했고 글로벌 주얼리 브랜드인 판도라는 지난해 이 회사가 판매하는 모든 제품에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이월드도 최근 롯데백화점 노원점에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주축으로 한 ‘더 그레이스 런던’의 첫 매장을 구축했다. 더 그레이스 런던은 이월드가 올해 5월 출범시킨 주얼리 브랜드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활용해 다양한 연령대가 착용할 수 있는 주얼리를 선보이고 있다. 이랜드그룹에 따르면 이 회사의 주얼리 사업 부문을 이끄는 이수원 대표가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생산하는 지역에 직접 방문해 품질 좋은 다이아몬드를 확보했다. 더 그레이스 런던은 미국 뉴욕에 있는 생산기지와도 협력해 다양한 다이아몬드를 현지 전문가를 통해 세팅하고 있다. 더 그레이스 런던 디자인 하우스에선 고객이 원하는 다이아몬드의 크기와 모양, 디자인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지원한다.더 그레이스 런던은 젊은 부부가 사용하는 예물 반지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이 브랜드의 솔리테어 링은 제품 측면에 브랜드의 아치 형태를 표현해 특별함도 더했다. 솔리테어 링은 반지 중앙의 다이아몬드 하나가 돋보이는 디자인의 주얼리다. 예비 신혼부부가 가장 많이 찾는 다이아몬드 반지 디자인이기도 하다. 중년 고객에게는 여러 다이아몬드를 정교하게 세팅한 클러스터 링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더 그레이스 런던은 이랜드그룹이 도전하는 새 주얼리 사업”이라며 “이랜드그룹이 소장하고 있는 물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첫 매장에 대한 고객 반응이 좋아 브랜딩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며 “매장 출범 첫 달 매출도 1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2023.07.03 11:30

2분 소요
[고란 코인도란]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왜 비트코인이 인기일까

전문가 칼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적격 투자 대상 자산에 비트코인이 들어가는 시대입니다. 그런데도 코인 관련한 투자 정보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500만 ‘코인러’를 위한 핵심 투자 정보를 정리해 드립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투자 결과는 투자자 본인의 책임입니다. 비트코인은 위기에 강했다. 탄생부터 그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자양분 삼아 세상에 나왔다. 법정통화가 위협받는 순간에 비트코인은 존재감을 드러낸다. 2013년 키프로스 금융위기 때 비트코인 수요가 급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구제금융의 대가로 10만유로 이상의 고액 예금에 대한 헤어컷(손실)을 요구했다. 은행 예금도 떼일 수 있다는 불안감에 사람들은 법정화폐가 아니라 비트코인을 선택했다. 2019년 베네수엘라에서도 자국 화폐가치가 급락하자 비트코인을 찾았다. 지금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비트코인이 인기라고 한다. CNBC는 “최근 현금 부족, 국경 폐쇄, 통화가치 폭락, 인플레이션 등 최악의 상황을 맞은 아프간인들이 헤지수단이자 투자처로 암호화폐를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글 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지난달 아프가니스탄에서 ‘비트코인’ 등 검색이 급증했다. 비트코인은 위기에 강하다. ━ 국내에선 무슨 일이= 거래소 줄폐업 시작됐다 금융위원회가 63곳 가상자산 사업자 명단을 공개했다. 사업자 신고를 하려면 반드시 갖춰야 하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기준으로 분류했다. 인증을 받은 거래소가 21곳, 신청 과정에 있는 거래소는 18곳, 아예 신청을 안 한 거래소가 24곳에 달했다. ISMS 인증 획득에는 3~6개월이 걸린다. 특금법 시행일(9월 24일)을 한 달도 안 남겨 놓은 상황에서 기한까지 인증을 획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신청 과정에 있는 거래소 중 6곳은 사실상 영업이 중단됐다. 24+6=30. 곧, 거래소 가운데 최소 30곳은 9월 25일 문을 닫는다. 금융위는 “9월 24일까지 신고하지 않으면 가상자산 사업자는 영업중단을 할 수밖에 없으므로, ISMS 미신청 가상자산 사업자와 거래를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ISMS는 거래소 신고를 위한 충분조건이 아니다. 필요조건이다. 중요한 게 남았다. 실명계좌다. 현재 업비트만 케이뱅크와 얘기를 끝내고 20일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서류를 제출했다. 빗썸‧코인원‧코빗이 조급해졌다. 빗썸‧코인원과 계약을 맺었던 NH농협은행은 실명계좌를 줄 테니 거래소 밖으로 코인 출금하는 걸 막아달라고 한다. 자금세탁 우려때문이겠지만, 가두리를 만들라는 얘기다. 논의가 길어지고 있다. 나머지 중소 거래소는 그야말로 벼랑 끝에 놓였다. 다음달 24일까지 실명계좌를 받지 못하면 거래소 문을 닫아야 한다.(물론, 비트코인 마켓만으로 운영한다면 실명계좌가 없어도 된다. 하지만 원화 마켓을 확보하지 못하면 거래량이 급감할 것이다.) 국회를 찾아가 특금법 시행일을 6개월 더 연장해 주든가, 평평한 운동장에서 게임을 할 수 있게 만들어 달라고 호소한다. 마침, 금융위원장도 바뀌는 타임이라 신임 위원장에게 실낱같은 희망을 걸어봤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의 암호화폐에 대한 입장은 전임 은성수 위원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는 8월 27일 인사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암호화폐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며 “금융당국 신고 절차가 법률이 정한 기준과 일정에 따라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가상자산 사업자를 통해 투기에 가까운 행위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라며 “가상자산 사업자의 신고 기한을 연장해서 많은 업체가 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이용자 피해를 막는 일인지 진정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임 위원장의 임기는 사실상 얼마 남지 않았다. 정권이 바뀌면 전리품인 고위공직 자리는 당연히 내놓아야 한다. 약 10개월 남은 임기 동안 큰 틀에서 금융정책의 방향을 바꾸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은성수 시즌2’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고유한 혁신 브랜드를 만들어 달라”(윤창현 국민의힘 의원)는 부탁을 받기는 했지만 말이다. 특금법 시행에 맞춰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암호화폐를 전담하는 부서(과)가 신설된다. 거래소의 신고수리‧갱신‧말소를 포함해 자금세탁행위 방지 관련 감독‧검사,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업무 등을 관장한다. 3년 전에 만들어졌어야 한다는 아쉬움만 든다. 은행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한은행은 최근 중소형 암호화폐 거래소에 거래 중단을 통보했다. 사업자 신고 접수를 완료하지 못할 경우 9월 25일부터 법인계좌 거래를 종료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한때 거래량으로 국내 2위를 기록했던 코인빗도 이런 통보를 받았다. 가장 불안한 건 투자자들이다. 이런 중소형 거래소에선 아예 돈을 뺄 수 없다는 걸까. 신한은행은 “입금정지가 코인빗 등 회원이 자산을 회수하는 데 영향은 주진 않을 것”이라며 “입금은 금지하되 출금 권한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 돈은 내가 지켜야 한다. 중소형 거래소 이용자라면 특금법 시행 이후 자산관리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늦지 않게 대처해야 한다. ━ 해외에선 무슨 일이= 파월 ‘비둘기 연설’, 비트코인 반등 미국보다 한국의 투자자들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의 '잭슨홀 연설'을 본방사수한 듯 싶다. 피곤하지만 보람은 있다. 파월 의장의 '비둘기 연설'과 함께 미국 증시와 비트코인이 모두 축포를 쏘았다. 불확실성에 4만7000달러마저 내줬던 비트코인은 연설 시작과 함께 금세 4만8000달러를 돌파했다. S&P500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파월 의장은 올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실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연내 테이퍼링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렇다면, 시장은 이를 악재로 받아들일 법한데 되레 환호했다. 앞서 내년 1분기까지는 테이퍼링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제임스 블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 등 인사들이 잭슨홀 미팅 직전에 매파적 발언이 쏟아졌다. 이와 비교하면 파월 의장의 발언은 상당히 온건한 수준이다. 시기도 연내로 넉넉하게 잡았고, 규모와 관련해선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금리인상에 대해선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테이퍼링이 정해진 미래라면 시장의 충격을 덜 주는 방향으로 실시할 것이라는, 파월 의장에 대한 시장의 믿음이 가격 상승으로 나타났다. 다만, 테이퍼링이 진짜 시작됐을 때의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 골드만삭스는 미 연준의 11월 테이퍼링 공식 발표 가능성을 기존 25%에서 45%로 높였다. 역사적으로 테이퍼링은 비트코인에 역풍이었다. 테이퍼링 발표와 시작 시점에 달러 가치가 급등하면서 비트코인은 급락했다. 시장 분위기와는 별개로 기관들은 암호화폐 시장 쪽으로 자산을 배분하고 있다. 6월 말 기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서류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산하 12개 펀드를 통해 그레이스케일비트코인신탁(GBTC) 650만주를 매수했다. 약 2억4000만 달러다. 일명 '돈나무 언니'가 이끄는 아크인베스트의 900만주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NFT(대체불가토큰) 전성시대다. 데이비드 마커스 페이스북 모바일 메신저 부문 부사장 겸 페이스북 파이낸셜 대표는 인터뷰에서 “디지털 지갑과 관련해 NFT 기능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페이스북은 SNS 기업에서 메타버스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메타버스와 NFT는 영혼의 단짝이다. 페이스북의 NFT 시장 진출은 당연한 수순이다. 전통적인 가치관으로는 가격을 평가하기 어려운 NFT가 수억, 수십억원에 팔린다. 이런 시장에 전통 금융회사인 비자(VISA)도 발을 들였다. 비자는 18일 15만 달러를 주고 '크립토펑크 #7610'를 구입했다. 암호화폐 부문 책임자 커이 셰필드는 “크립토펑크 #7610이 우리 회사의 유일한 NFT는 아닐 것”이라며 “아티스트와 크리에이터를 지원하기 위해 계속해서 NFT 컬렉션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NFT 데이터 추적 포털사이트 논펀저블에 따르면, 8월 크립토펑크 NFT 매출은 9억 달러(약 1조원)를 넘길 전망이다. 5월 매출 2억5500만 달러의 3배가 넘는다. NFT를 사고 팔 수 있는 거래소인 오픈씨의 누적 거래량은 최근 30억 달러를 돌파했다. 24시간 거래량은 2억 달러에 육박한다. 워낙 많은 거래가 이뤄지다 보니 이더리움 소각이 무서운 속도로 일어나고 있다. 런던 하드포크를 통해 이더리움 수수료 구조가 달라졌다. 종전에는 수수료 전부를 채굴자들이 가져갔다면, 이제는 기본+우선 수수료로 구분해 우선 수수료만 채굴자들 몫으로 배분된다. 기본 수수료는 네트워크에 있는 이더리움 소각에 쓴다. 대부분의 NFT가 이더리움 플랫폼 위에서 발행되기 때문에, NFT가 인기를 끌수록 소각되는 이더리움도 늘어난다. 리서치업체 인투더블록에 따르면, 현재 이더리움과 비트코인의 하루 발행량은 각각 3574ETH, 900BTC다. 여기에 최근 급증한 이더리움 소각분을 반영하면, 두 암호화폐의 연간 인플레이션율은 각각 1.11%, 1.75%다. 사상 처음 이더리움 인플레이션율이 비트코인을 밑돌았다. 이더리움이 디플레이션 자산으로 변화하고 있다. ━ 위클리 코인= 솔라나(SOL), 이더리움 잡고 '쏠라나' 코인에 ‘잔인한 달’은 4월이 아니라 5월이었다. 불장의 4월을 지나 5월 급락장을 맞았고, 6~7월의 횡보장, 8월의 반등장을 이어가고 있다. 아, 물론 이건 비트코인을 비롯한 대부분의 코인 얘기다. 예외가 있다. 지금이 가장 뜨겁다. 솔라나(SOL) 얘기다. 오늘이 가장 싸다. 올해 초 2달러에도 못 미치던 가격이 8월 28일 기준 87달러를 돌파했다. 시가총액은 약 255억 달러로 10위에 올랐다. 이런 코인이 어떤 상황에나 탄생하다 보니 투자자들은 그야말로 ‘야수의 심장’으로 코인 시장으로 뛰어드나 보다. 솔라나 역시 이더리움의 대안으로 2017년 탄생했다. 탈중앙 네트워크의 노드가 단일 노드 수준의 성능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글로벌 신용카드 비자의 거래처리 속도의 두 배 정도인 초당 5만 건의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 블록체인이다. 빠른 거래 처리와 함께 평균 0.0001달러(약 0.11원) 수준의 저렴한 수수료가 강점이다. 탈중앙금융(디파이) 생태계 조성에 효율적인 플랫폼인 셈이다. 게다가 금수저다. 플랫폼 솔라나를 개발한 솔라나랩스(Solana Labs)는 멀티코인캐피탈‧슬로우벤처‧파운데이션캐피탈‧500스타트업 등에게서 투자를 받았다. 솔라나랩스는 6월 3억1400만 달러(약 3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안드레센호로위츠(A16Z)와 폴리체인캐피탈이 이번 투자 라운드를 주도했다. 솔라나랩스는 솔라나 기반 디파이 생태계에 참여하는 스타트업 육성과 개발 지원을 위해 이 투자금을 사용할 계획이다. 안드레센호로위츠의 알리 야히야 파트너는 “많은 사용자들이 이용하는 블록체인 서비스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거래 처리를 감당할 수 있는 고성능 블록체인이 필요하다”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존하는 블록체인은 솔라나 뿐”이라고 말했다. 디파이 플랫폼의 경쟁력은 얼마나 좋은 프로젝트가 해당 플랫폼에서 생태계를 조성하느냐에 달렸다. 솔라나랩스는 확보한 돈으로 생태계를 빠르게 키웠다. 솔라나 기반으로 탈중앙화거래소(DEX) 세럼, 자동시장조성자(AMM) 유동성풀 레이디움, 레버리지 거래 플랫폼 망고 마켓, 담보 대출 플랫폼 옥시젠 등이 개발되고 있다. 솔라나의 질주에 ‘솔라나 유니버스’ 관련 종목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특히 최근의 상승세는 NFT 플랫폼의 성공적 안착에 있다. 후오비코리아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솔라나는 17일 1만개의 NFT를 8분 완판이라는 기록과 함께 590만 달러의 트랜잭션을 오류 없어 처리했다. 적극적인 생태계 육성에 솔라나 기반 디파이 예치금(TVL)은 28일 현재 28억 달러에 이른다. 6월말 5000만 달러에서 두 달새 5배 넘게 늘었다. 다만, 단기 급등한 가격은 역시 부담이다. 언제나 일방적으로 오르기만 하는 자산은 없다. ━ 이번 주는 뭘 봐야 할까= 마지막 관문, 고용지표 파월 의장은 '연내'라고만 했다. 당장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을 본격화할 수 있다. 시장에는 악재다. 테이퍼링이 가능한지를 판별할 수 있는 지표가 9월 2일과 3일에 나온다. 2일에는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3일에는 고용보고서가 발표된다. 고용상황에 따라, 그간 매파적 입장을 고수한 연은 총재들도 입장을 바꿔 테이퍼링을 늦출 수 있다. 파월 의장이 디지털달러 관련한 질문에 두루뭉술 답변했던 건 9월 초 나온다고 했던 CBDC(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 보고서를 보고 나서 얘기하자는 취지였다. 디지털 화폐로의 전환은 금융통화 역사상 가장 큰 변화일지 모른다. ※필자는 알고란(알기 쉬운 경제뉴스 고란tv)의 대표이자, 유일한 기자이자, 노동자다. 중앙일보에서 기자로 일했다. 경제 뉴스를 해석하는 능력(어려운 말로 ‘미디어 리터러시’)을 키워주는 유튜브 채널 ‘알고란’을 운영하고 있다. 코인ㆍ주식ㆍ부동산 등 가릴 것 없이 모든 투자 자산에 관심이 많다. 최근 시장 무서운 줄 잊고 레버리지로 투자하다 큰 손실을 본 후, 생계형 기자 모드로 전환했다(독자분들도 신용 거래는 조심하셔라. 여기 반면교사가 있다). 구독ㆍ좋아요ㆍ알림설정은 사랑이다. algorantv365@gmail.com 고란 기자 algorantv365@gmail.com

2021.08.29 10:20

8분 소요
‘책임있는 100대 기업’ 조사해보니

산업 일반

지난 수십 년간 미국 기업은 정리해고와 수당 삭감, 직원보다 주주를 우선시하는 정책으로 수익을 증대하는 정책을 펼쳤다. 그런데 결과는 의외다. 직원 처우와 급여를 개선하며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100대 기업(The Just 100)’에 선택된 기업이 비용 삭감에 애썼던 기업보다 훨씬 뛰어난 성과를 거둔 것이다. 실업률이 4% 가깝게 내려간 지금, 시장은 노동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렇다고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노동자를 위한 혜택은 결국 투자자에게도 이득이 될 것이다. 약 2년 전, 브라이언 크르자니크(Brian Krzanich) 인텔 CEO는 누구도 원치 않는 제목을 달고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바로 ‘정리해고’다. 구조조정을 해야 했던 반도체 기업 인텔은 직원 중 11%에 해당하는 1만2000명을 해고했다. 그러나 앞에서 정리해고를 단행한 크르자니크는 뒤에서 조용히 이와 모순되는 정책을 펼쳤다. 함께 하고자 하는 직원이 회사를 떠나는 걸 막기 위한 인재보유 프로그램이었다.인텔의 인재보유 프로그램은 직원 다양성 추진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2015년 크르자니크는 회사에서 비중이 낮은 특정 집단을 늘리기 위해 연 6000만 달러 투자를 약속했고, 같은 해 아프리카·히스패닉·인디언계 미국인 584명을 고용했다. 퇴사했던 직원 중 580명을 재고용하기도 했다. 미국 오번 대학교(Auburn University)를 졸업한 우간다 출생의 에드 자바사자(Ed Zabasajja)는 현재 인텔에서 사내 다양성 분석을 맡고 있다. 자바사자는 직원이 퇴사하기 전, 이를 미리 파악하고 퇴사 이유를 알려주는 데이터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그렇게 해서 탄생한 프로그램이 바로 웜라인(WarmLine)이다.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이름이지만 지금까지 1만 명의 직원이 도움을 요청한 걸 보면 그렇게 잘못된 이름은 아닌 것 같다. 데이터 수집 그 이상을 위해 개발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웜라인은 즉각 사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법을 찾아냈다. 따돌림 당하는 직원을 도와줄 동료를 찾아내 둘을 연결해줬고, 경영 분쟁을 중재했으며, 부서 이동에 필요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직원 대신 회사 측에 급여 인상 의사를 전달하기도 했다. 덕분에 웜라인은 전체 직원을 대변하는 의사소통 채널로 자리 잡았다. 사용자의 절반은 백인 남성 및 아시아 남성 직원이 차지하고 있다. ━ 기업은 노동자와 일자리를 우선 순위 삼아야 “다양한 첨단기술을 다룰 수 있는 인재는 제한되어 있다”고 크르자니크는 말했다. 그가 판매하는 상품도 결국 그런 인재들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우리는 노동자의 힘이 지난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약화됐다고 생각한다. 자동화 설비나 해외 아웃소싱으로 취약해진 일자리가 늘어났고, 미국 민간 부문 노조 조직률은 6.4%의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최근 수치를 보면 미국 경제는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에서 회복 중이고 기업 이익은 최고 기록을 경신 중이지만, 중간 소득은 지난해까지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미 국민이 바람직한 기업시민에게 기대하는 바를 최초로 적용해 도출한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100대 기업(Just 100)’ 순위는 이런 불안감을 잘 보여준다. 포브스와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한 저스트 캐피탈(Just Capital)이 지난 3년간 조사한 미국인 7만2000명 중 80%는 기업이 그 동안의 성공을 직원과 충분히 공유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기업이 무엇을 최고 우선순위로 삼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중 33%는 노동자와 일자리라고 답했다. 반면 주주 혹은 경영진이라고 답한 사람은 전체의 6%밖에 되지 않았다.자유 노동시장은 어느 한 쪽에만 유리한 판세를 유지하지 않는다. 실업률이 4%까지 떨어지고 장기고용(정리해고로부터의 보호 및 연금)이라는 전통적 혜택은 추억이 된 지금, 직원들도 더 이상 회사에 충성을 바칠 이유가 없다. 2017년 자발적 퇴사율이 10년 만의 최고치 26%를 기록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순위에 오른 기업들은 직원 충성도를 강화하기 위한 여러 노력을 시도 중이다. 방법은 21세기에 맞게 진화하고 있다. 정리해고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급여와 보너스, 스톡옵션뿐 아니라 각종 새로운 혜택(유급 가족휴가, 안식휴가, 학자금 대출 상환), 일과 삶의 균형 및 다양성을 포용하는 열린 직장과 직업적 성장을 원하는 밀레니엄 세대의 요구를 충족시켜줄 다양한 프로그램이 도입되고 있다. 인재를 뺏기지 않기 위한 기업간 경쟁이 노조의 역할을 대신 하는 셈이다. “노동자 주도의 노동시장과 투명성이 결합해 직원 대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강력하고 효과적인 동인이 되었다”고 글래스도어(Glassdoor) 최고 경제학자 앤드류 챔벌라인은 말했다.장밋빛 그림으로 현실을 호도하려는 건 아니다. 새롭게 도입된 혜택은 어차피 갈 곳이 많은 고숙련 전문 노동자로 한정될 가능성이 크다. 아직도 미국에는 형편없는 일자리와 고용주가 넘쳐난다. 그러나 아직까지 상황 파악을 못한 CEO와 투자자들은 노동시장의 새로운 변화를 보면 분명 놀랄 것이다. 직원을 제대로 대우하니까 결국 주주가 혜택을 보고, 이 원리가 노동시장의 수요-공급에 상관 없이 보편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이다. 1~100위에 오른 기업이 지난 5년간 S&P500 지수보다 연간 3%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책임 있는 100대 기업 순위 산정에 대한 설명은 83쪽 참조) ━ 직원 처우가 개선될수록 기업 수익 높아져 그렇다면 기업 성과 개선으로 직원 처우가 좋아진 걸까, 아니면 직원 처우가 개선된 것이 기업 성과를 향상시킨 걸까? 인과관계가 양방향으로 일어나긴 하지만, 비중이 더 큰 쪽은 후자인 것 같다. 2012년 펜실베이니아 대학 와튼 경영대학원에서 근무하다가 최근 런던 경영대학원으로 옮긴 알렉스 에드먼스(Alex Edmans) 재무학 교수는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꼽힌 미국 기업의 27년간 주식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경기 상황과 상관없이 전체 평균보다 연 2.3~3.8% 포인트 높은 성과를 기록한 걸 발견했다. 다음으로 그는 14개국에서 직원만족과 주식수익률 사이 관계를 연구했다. 독일처럼 규제나 노조 협상을 통해 직원복지의 최소 수준이 설정되고 경영 유연성이 제한되는 경직된 노동시장에서는 직원 복지에 추가 지출을 해도 주식수익률이 딱히 좋아지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이나 영국처럼 유연한 노동 시장에서는 직원 처우가 개선될수록 수익도 일관되게 높아지는 결과가 나왔다.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이 아직 이 사실을 잘 모른다 해도 ‘책임 있는 100대 기업’은 이를 잘 알고 있다. 주식 애널리스트들은 “정리해고나 비용만 분석하고 직원의 장기적 근로 의욕에 대해서는 별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올해 ‘책임 있는 100대 기업’ 순위 1위에 오른 인텔 CEO 크르자니크는 말했다. “직원 대우 수준을 물어본 애널리스트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직원 대우 순위에서 7위를 차지한 이스트만 케미컬의 마크 코스타 CEO도 이에 동의했다. “투자자는 더 높은 수익을 원할 뿐이다. 직원들에게 미칠 결과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투자자는 없다”고 그는 말했다. 직원을 생각할수록 투자수익이 더 좋아지는 걸 모른다니 아쉬울 뿐이다.직원을 잘 대우해야 기업에도 좋다는 주장은 이전에도 있었다. 완전히 이단아 취급을 받았기 때문에 보편화되지 않았을 뿐이다. 1875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민간기업 중 사상 처음으로 직원에게 퇴직연금을 제공했다. 1900년대 초반 직원 이직률이 연 100%를 넘기자 선견지명을 가진 사업가들은 직원 모집 및 보유에 도움이 되는 여러 방법을 실험적으로 도입했다. 헨리 포드는 일당 5달러 제도를 시행했고, 밀튼 허쉬(Milton Hershey)와 조지 풀먼(George Pullman)은 직원 주거단지 및 주택을 지어 보급했다. 유급휴가를 선구적으로 도입한 노턴 그라인딩(Norton Grinding)도 있다. 그러나 대공황이 들이닥치면서 일시적이긴 하지만 직원복지를 확대하던 자본주의는 잠시 중단됐다.그 후에는 정부와 노조가 행동에 나섰다. 1935년 입법된 전국노동관계법(National Labor Relations Act)은 노동자에게 노조를 조직해 파업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했고, 이후 30년간 노조는 성장을 거듭했다. 같은 시기, 민간 연금제도 또한 성장을 이어나갔다. 신규 노조가 지속적으로 조직된 덕분이었다. 그러나 1960년대 대법원이 “기업 경영권에서 핵심을 차지하는” 결정에 대해 기업이 단체협상을 할 의무가 없다는 기업 친화적 판결을 연이어 내리면서 노조는 힘을 잃기 시작했다. 닉슨 행정부 시절 단행된 전국노동관계이사회(National Labor Relations Board) 개혁 조치와 함께 레이건 시절 대법원의 반-노조 판결 및 행정조치로 노조 활동은 더욱 힘이 빠졌다. 1983년만 해도 민간 노동자의 노조 가입률은 16.8%로, 지금보다 2.5배는 높았다. ━ ‘직업 대우’ 부문 1위 엔비디아 월스트리트의 활동도 영향을 끼쳤다. 레이건 시대는 효율성 제고를 위한 기업 차입매수(LBO)가 시작된 시기다. 효율성 제고란 명목 하에 기업의 자산은 조립형 장난감처럼 조각조각 분리되어 매각됐고, 근로자는 자산보다 비용으로 인식됐다. 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고, 고위험 고수익 기업을 투자자와 연결해주는 투자 박람회가 열리는 한편, 1987년 영화 에서처럼 아르마니 정장을 입은 금융가들이 노동자를 장기판 졸처럼 내던져 버리던 시기다. 당시 기업들은 장기근속 직원에게 유리한 ‘확정급여형(defined benefit)’에서 비용이 저렴한 ‘확정기여형(defined contribution)’으로 연금 유형을 전환했다. 덕분에 기업 대차대조표는 안정을 되찾았지만, 노동자들은 언제라도 적립된 연금을 인출해 IRA나 새로운 기업 연금계정으로 보내고 자유롭게 직장을 떠날 수 있게 됐다.각 직원이 고용계약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회사를 떠날 수 있게 되면 결국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건 최고 인재 영입 및 보유라는 사실을 ‘책임 있는 100대 기업’ 순위에 오른 기업들은 수 년 전부터 눈치채고 있었다. ━ 밀레니엄 세대에겐 일과 삶의 균형이 더 중요 2018년 직원 대우를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지 알고 싶다면, 순위 꼭대기에 있는 기업부터 살펴보자. 직원 대우 부문에서 ‘책임 있는 100대 기업’ 1위를 차지한 엔비디아(Nvidia)다. 엔비디아는 기술산업의 최고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애플, 구글, 페이스북을 비롯한 실리콘밸리 거대 기업과 경쟁한다. 다시 말해, 급여가 아주 좋다는 뜻이다. 그러나 ‘책임 있는 100대 기업 순위’의 결정적 요소인 공정하고 경쟁력 있는 급여 지불은 상위권 기업에서는 당연히 보장해야 하는 기본 요건이다. 오직 급여만 보고 온 직원은 회사가 붙잡으려고 별 짓을 다해도 결국 떠난다. 스타급 인재를 잡기 위해 엔비디아는 이들을 스타답게 대우한다. 엔비디아가 제공하는 전사 직원 혜택은 노조가 협상으로 얻어낼 수 있는 혜택과 차원이 다르다. 출산을 한 직원은 월급 전액이 지급되는 22주간의 유급휴가를 받는다. 회사는 매년 학자금 대출 6000달러를 대신 상환해준다. 최대 상환금은 3만 달러다. 최근에는 체외수정 비용과 입양비까지 지원하기 시작했으며, 곧 난자 냉동비용도 함께 지급할 계획이다.그 결과 퇴직률은 5% 정도를 넘지 않고 있다. 동종 기업의 절반 수준이다. 2016년에는 투자자에게 224%의 수익을 안겨주며 S&P500 중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2017년 들어서는 12월 초까지 주가가 75% 상승했다. S&P 평균보다 4배 높은 수치다.젊은이들을 모집·유지해야 하는 기업(다시 말해 ‘모든 기업’)들은 밀레니엄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일과 삶의 균형을 더 중요시 한다는 걸 잘 안다. 질로우(51위)의 래스코프(42세)는 자신이 먼저 모범을 보인다. 출장만 아니면 그는 5시 30분까지 반드시 집에 도착할 수 있게 칼퇴근을 하고, 6살, 9살, 12살짜리 세 자녀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8시 30분까지 전화기를 항상 꺼둔다.가족 관련 혜택의 폭발적 증가가 젊은 기술기업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2016년 존슨앤존슨(35위)은 임신 지원금을 2만5000달러에서 3만5000달러로 늘리고, 대리모 임신일 경우 직원에게 최대 2만 달러를 환급하는 혜택을 도입했다. “기술을 비롯한 다양한 산업에서 인재를 데려와야 하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대우를 약속한다”고 존슨앤존슨 최고인재관리책임자 피터 파솔로(Peter Fasolo)는 말했다.이들 대기업은 또 다른 트렌드를 받아들였기에 순위에 오를 수 있었다. 직원 스스로 필요한 복지혜택을 선택하고 조절할 수 있게 허락하는 유연혜택 제도다. 전 세계에 9만5000명 직원을 두고 있는 P&G(15위)의 직원들은 급여의 1~2%를 따로 떼내어 장애보험이나 재무계획, 추가 휴일 등 자신이 원하는 혜택으로 전환할 수 있다. 123년의 역사를 가진 허쉬(50위)에서는 지난해 이와 비슷한 ‘스마트 플렉스(Smart-Flex)’ 정책을 사무직 직원 대상으로 도입했다. 본인·배우자 출산 시 다양한 휴가 선택권(조금씩 나눠서 쉴 수도 있고 한번에 휴가를 다 쓸 수도 있다)을 준다거나 재택근무 혹은 유연근무 기회를 확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제 기업들은 일반적 범위나 직원 매뉴얼에 포함된 내용을 벗어나 직원을 대하는 태도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지난 9월 허리케인 마리아가 푸에르토리코를 강타했을 때, 허쉬는 푸에르토리코에 갇혀 있던 신입사원 1명을 뉴욕으로 데려와 아파트를 마련해 주는 데 9000달러를 지출했다.세상은 얼마나 변했을까? 월스트리트의 원조 ‘야만인’이라 할 수 있는 사모펀드 KKR조차 기업인수 후 피 인수 기업의 ‘잔챙이’ 직원을 배려할 정도다. 2011년부터 KKR은 4개 산업체 인수계약에서 생산직 직원 1만 명에게 2억 달러어치의 주식인수권을 배분했다. “전 직원이 우리 회사 주인처럼 사고·행동·참여할 기회를 줄 때 기업은 최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KKR 산업체 인수 총괄 피트 스타브로스(Pete Stavros)는 말했다. 5월 산업용 반도체 제조업체 가드너 덴버(Gardner Denver)를 상장한 KKR은 직원들에게 주식 1억 달러어치를 무상 지급했다. 직원마다 연봉 40%에 해당하는 금액을 주식으로 받은 셈이다. 상장 이후 기업 주가가 50% 치솟았으니 직원들은 이제 연봉 60%에 해당하는 주식을 손에 쥐고 있는 셈이다.노동자를 얻기 위한 경쟁 격화는 노조뿐 아니라 정부 정책을 대체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있다. 연방 최소임금은 2009년 이후 인상되지 않고 시급 7.25달러에 머물러 있다. 최소임금만 받을 경우 탈출구를 찾기 힘든 가난에 갇히는 셈이다. 많은 유통기업이 ‘책임 있는 100대 기업’ 순위에서 악명 높을 정도로 형편 없는 점수를 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지난 9월 타겟(Target)의 발표는 충분히 흥미로웠다. 유통점 타겟은 시즌별 노동자를 비롯한 전 직원에게 시급 11달러를 주고, 2020년까지 시급을 15달러로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시급 15달러는 최소한의 인간적 생활을 가능케 하는 ‘생계임금(living wage)’ 운동가들이 요구하는 기준이다. 발표 당시 타겟은 노동자의 정당한 대우에 관해 장광설을 늘어놓았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데 있었다. 요즘에는 아무도 매장에 와서 물건을 사지 않는다는 점이다. 끝없는 가격 인하 경쟁을 펼치는 대신 새로운 탈출구를 모색하기로 결심한 셈이다. 가격 인하나 배당금 인상이 아니라 코스트코(Costco)처럼 장기적으로 뛰어난 소비자 경험을 선사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것이 타겟의 전략이다. “요즘 소비자가 요구하는 것”이라고 허쉬 CEO 미셸 벅은 말했다. 청년층을 대표로 한 소비자들은 “물건의 유통 경로와 함께 그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까지 배려하는 기업을 선호한다”고 그녀는 설명했다.완전 고용에 가까운 시장에서는 직원을 제대로 대우해야 수익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경기침체가 오면 어떻게 되는가? 그럼 기업 다수는 늘 하던 방식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럴 경우 대가를 분명히 치른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시장은 그런 기업을 간파하고 진실하지 않은 기업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재무학 교수 에드먼스는 말했다. “직원에 투자하는 이유는 노동자를 정당하게 대우하는 기업이 되기 위함이지, 상황에 따른 임기응변적 대응이어서는 안 됩니다.”‘책임 있는 100대 기업’ 순위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미국 소비자들은 바르게 행동하는 기업에 보상을 줄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럼 시장은 그 뒤를 따를 것이다. 금융위기 대응에서 모범 사례를 제시하는 기업 중 하나가 바로 이스트만 케미칼이다. 위기 당시 회사는 대규모 정리해고를 하지 않고 임금 5% 일괄 삭감이라는 직원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경기침체 시기가 오면 모두가 공격적으로 비용 감축에 나선다. 우리 회사는 이사회부터 일선 영업사원까지 임금 삭감을 수용하고, 혁신에 지속적으로 투자했다”고 코스타 CEO는 말했다. 얼마 안 있어 급여는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고, 이스트만의 주가는 급등하며 2009년 증시가 바닥을 친 이후 S&P500 지수보다 3배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인재 관리에 투자하지 않는 기업은 뒤처질 것”이라고 질로우의 래스코프는 예상했다. “어려운 인사 전략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임무입니다.” 이 임무는 미국의 노동시장을 새롭게 만들어갈 것이다. ━ 책임 있는 100대 기업 미국 최고의 기업시민을 찾기 위한 순위를 포브스가 처음으로 집계했다. 저스트 캐피탈이 미국인 7만2000명을 대상으로 기업에게 바라는 요구사항을 물었고, 이들의 답변을 바탕으로 직원 대우 및 환경 영향을 포함한 7개 기준을 도출하고, 이에 근거해 시가총액 기준 최대 상장기업 877개를 평가했다.순위 기업명 노동자 지역사회 상품 고객 경영 환경 일자리1 인텔 10 1 12 530 247 2 2042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14 5 1 98 127 6 6643 엔비디아 1 10 93 530 122 18 2024 마이크로소프트 2 2 782 509 1 10 1105 IBM 62 29 36 70 337 4 496 액센츄어 15 65 97 28 331 1 2087 시스코 시스템즈 11 22 1 367 114 104 2698 알파벳 8 112 57 39 609 80 619 세일즈포스 4 109 36 9 624 179 28410 시만텍 27 44 36 514 252 36 70811 어도비 시스템즈 5 72 773 70 681 13 24512 AT&T 106 224 1 684 270 49 3413 로크웰 오토메이션 152 36 97 98 172 7 52314 나이키 44 63 36 502 642 96 10315 P&G 9 256 97 648 137 50 17216 콜게이트-파몰리브 18 78 58 648 101 88 47817 휴매나 41 91 145 665 33 42 8918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225 92 1 98 120 34 73719 펩시코 135 15 362 94 11 84 7320 넷앱 87 190 1 98 190 70 73821 플루어 58 32 97 530 17 114 33522 존스 랑 라살 51 132 13 367 48 200 24723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75 52 13 367 467 137 66024 에드워즈라이프사이언시스 115 62 97 98 26 54 46925 PVH 코퍼레이션 296 20 36 367 535 21 41426 VM웨어 6 279 226 9 770 129 16327 CBRE그룹 85 110 13 367 379 126 20628 일라이 릴리 30 69 91 688 519 60 35629 바이오젠 50 115 97 367 155 82 56330 테라데이타 100 58 145 1 86 196 79031 프락세어 140 75 1 367 171 283 58332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 34 34 359 688 367 43 39133 이스트만 케미컬 7 51 97 530 161 782 65034 애플 67 61 767 859 19 17 6335 존슨앤존슨 26 49 219 858 421 23 21136 클로락스 55 80 141 36 70 212 55137 스퀘어 25 706 369 41 614 514 238 캐터필라 222 82 32 530 276 24 43439 아카마이 테크놀로지스 33 255 145 9 414 190 13240 아르코닉 195 123 1 98 32 262 33841 가민 143 129 1 367 851 79 30442 아날로그 디바이스 130 161 13 98 373 87 75443 스테이트 스트리트 360 27 13 530 716 35 33144 셀진 112 142 13 530 508 98 22845 커민스 120 167 139 367 312 20 33346 셰브론 28 37 145 367 132 764 48847 킴벌리-클라크 12 163 125 688 81 136 54848 워크데이 42 231 58 6 795 222 37449 프리포트-맥모란 47 9 369 98 594 257 58150 허쉬 38 101 94 36 634 638 36351 질로우 그룹 13 710 369 9 762 496 3252 3M 98 25 204 688 97 93 26453 애질런트 테크놀로지스 72 120 369 98 658 15 61454 제록스 725 24 36 62 529 8 37555 아마존 192 263 366 648 772 405 156 머크 65 7 225 799 228 111 56557 오토데스크 24 282 226 1 810 151 39358 주니퍼 네트웍스 88 48 58 530 224 185 72459 KLA-텐코 280 122 13 98 210 69 77160 델타항공 60 30 768 639 24 293 10561 제너럴 밀스 40 18 779 642 116 119 71262 레이도스 홀딩스 196 286 226 1 240 25 58863 키사이트 테크놀로지스 175 100 145 98 291 27 64464 버라이즌 118 261 1 840 235 149 6065 골드만삭스 17 289 202 688 845 11 37666 UPS 573 126 127 68 406 66 2667 모토로라 솔루션 155 876 1 367 475 12 83368 록웰 콜린스 66 124 369 98 327 73 45969 일리노이 툴 웍스 320 79 97 98 139 61 38070 제너럴모터스 22 6 867 799 565 14 6771 페이스북 3 287 58 874 719 346 1772 CA 73 589 13 28 660 145 84273 레그 메이슨 169 172 13 367 306 174 58474 코카콜라 108 81 35 529 66 770 22075 해즈브로 83 11 97 367 297 792 84776 레스메드 125 188 226 367 144 46 51577 F5 네트웍스 31 215 369 98 170 124 76178 오라클 420 162 36 32 605 81 16879 퀄컴 77 4 202 799 742 194 29980 시트릭스 시스템스 188 170 58 1 717 326 37081 자일럼 430 64 36 721 14 19 67682 사우스웨스트항공 53 458 58 507 54 620 14483 프루덴셜 파이낸셜 168 148 13 625 383 170 38184 에스티로더 303 185 201 367 675 3 42785 VF 코퍼레이션 310 8 226 78 285 337 15886 인튜이트 29 103 786 490 492 108 49687 에코랩 440 17 97 98 300 132 32688 캠벨 수프 357 23 368 78 15 131 43889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시스 107 89 369 367 801 26 75790 웨스턴 디지털 380 128 13 98 360 127 41791 퍼스트 솔라 264 198 145 367 711 9 75092 백스터 인터내셔널 113 46 797 688 145 22 26693 닐슨 홀딩스 230 14 369 367 696 95 50594 휴렛-팩커드 679 12 58 367 249 76 27195 내셔널 인스트루먼트 96 168 58 98 341 402 65896 몰슨 쿠어스 브루잉 86 77 145 686 737 58 78597 잉가솔-랜드 180 207 223 98 384 56 39598 에어 프로덕츠 앤 케미컬 94 35 13 98 295 830 79399 얼티밋 소프트웨어 그룹 49 447 226 41 802 480 52100 애브비 174 87 34 688 110 226 613이번 순위 산정을 위해 포브스는 저스트 캐피탈과 함께 미 상장기업 중 시가총액 기준 최대 877개 기업을 꼼꼼히 분석했다. (러셀 1000지수 편입 기업 중 REIT처럼 데이터가 100% 제공이 안 되거나 홀푸드처럼 합병이 진행된 기업은 제외시켰다.) 데이터는 공개 출처 및 제3자 데이터 제공업체, 크라우드소스 데이터 보관소 등에서 수집했으며, 통계학자 및 데이터 과학자 전문팀이 이를 철저히 검토분석했다. 분석 결과에는 미국 소비자들이 기업 행동 중 가장 중요하게 평가한 7개 부문(직원 대우(23% 가중치), 고객 대우(19%), 상품의 질(17%), 환경 영향(13%), 국내 지역사회 지원 및 해외 시장에서의 인권 존중(11%), 국내 일자리 창출(10%), 주주 처우(6%))별로 가중치를 부여해 순위를 산정했다. ━ 최하위 기업은? 조사 대상에 들어간 877개 기업 중에서 최하위 10%를 차지한 기업을 알파벳순으로 표기했다. 아래 기업은 최상위 기업에게 한 수 배울 필요가 있다.아코른앨리언트 에너지아메리코아메리칸 내셔널 인슈어런스아메리칸 워터웍스아쿠아 아메리카아테네 홀딩뱅크오브디오작스베드 배스 앤드 비욘드BGC 파트너스블루 버팔로 펫 프로덕츠브룩데일 시니어 리빙브루커브런즈윅 코퍼레이션벌링턴 스토어즈칼파인케무어스 코퍼레이션치포틀 멕시칸 그릴콘솔 에너지코어시빅딕스 스포팅 굿즈디쉬 네트워크달러 제너럴달러 트리도미노 피자듀크 에너지던킨 브랜즈이글 머티리얼즈에코스타엔도 인터내셔널인비전 헬스케어익스텐디드 스테이 아메리카퍼스트에너지플로어 앤드 데코 홀딩스플라워스 푸드풋락커게임스탑게이밍 앤드 레저 프로퍼티즈가드너 덴버 홀딩스그레이트 플레인스 에너지하와이언 일렉트릭 인더스트리허벌라이프크래프트하인즈램 웨스톤 홀딩스레겟 앤드 플랫루카디아 내셔널리버티 인터랙티브 QVC 그룹M&T은행맥도날드머큐리 제너럴마이클 코어스마이클스컴퍼니미들비몬스터 베버리지마일란네이버스 인더스트리뉴스 코퍼레이션NRG 에너지OPKO 헬스필그림스 프라이드피너클 푸드폴라리스 인더스트리라이트 에이트로스 스토어스RPC샐리 뷰티 홀딩스씨보드 코퍼레이션서비스 코퍼레이션 인터내셔널서비스마스터시그넷 주얼러스식스 플래그스 엔터테인먼트스케쳐스 USA스펙트럼 브랜즈 홀딩스스테리사이클스테리스트랜스오션UGI 코퍼레이션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스틸어번 아웃피터스밸몬트 인더스트리즈비스트라 에너지웨더포드 인터내셔널WEC 에너지 그룹웬디스웨스타 에너지윌리엄스-소노마WR 그레이스얌!브랜즈 ━ 직원 대우 | 1 위 엔비디아 “직원이 인생 최고의 업적을 우리 회사에서 이룬다면, 우리 또한 최고의 혜택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엔비디아 인사 담당 부사장 보 데이비슨(Beau Davidson)은 말했다. ‘최고의 혜택’을 자세히 알아보자면, 학자금 상환 최대 3만 달러, 22주의 출산 유급휴가, 체외수정 및 입양 비용 환급 등이 있다. 이게 끝이 아니다. 급여 최대 10% 가량의 금액을 따로 떼내어 요즘 상승세가 무서운 엔비디아 주식을 15% 할인된 가격에 매입할 수 있다. ━ 지역사회 | 1 위 인텔 전세계 직원 10만6000명의 자원봉사를 권장하기 위해 반도체 기업 인텔은 학교 등의 비영리재단에서 직원들의 봉사 시간이 20시간이 넘으면 그 후부터 시간당 10달러의 돈을 기부한다. 지난해 인텔 직원 38%가 자원봉사에 할애한 시간은 100만 시간을 넘겼다. 인텔은 재능 기부 차원에서 은퇴 사원 1000여 명을 해비타트 포 휴머니티, 보이즈 앤드 걸즈 클럽 오브 아메리카와 같은 비영리재단과 연계해 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이 은퇴 후 삶을 의미 있게 살아가도록 돕는다. ━ 상품 | 1위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계산기, TV, 전동 칫솔, 냉장고에 사용되는 선구적 전자 기술을 선보인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는 1930년 창업됐다. 지금 회사는 전자장비 신속 충전, 가전제품 전기 소비량 감축, 운전 중 주행 지원을 위한 스마트 기술을 개발 중이다. 댈러스에 본사를 둔 회사는 혁신에 불을 붙이기 위해 매출의 10%를 R&D에 투자하고 있다. 회사가 보유한 특허는 4만4000건에 이른다. ━ 일자리 | 1위 아마존 미 전역의 도시와 마을이 아마존 제2의 본사를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각축을 벌인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바로 일자리 때문이다. ‘전자상거래의 거인’ 아마존이 미국에서 고용한 직원 수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총 6배나 증가해 18만 명에 이르렀다. 2018년 중반까지 10만 명의 정직원을 추가 고용하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대부분 물류센터 일자리(인간 노동자가 로봇과 함께 일하는 곳)긴 하지만, 기술과 물류, 고객 서비스 부문에서도 일자리를 늘리고 있다. ━ 환경 | 1위 액센츄어 컨설팅 기업 액센츄어는 친환경 사업관행 부문에서 눈에 보이진 않아도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액센츄어의 컨설팅에 따라 고객사와 파트너, 공급업체들이 지속가능성 제고 기술을 선택해 도입하기 때문이다. 고객에게 말로만 떠벌리는 것이 아니다. 2006년 이후 회사는 사무실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비행기를 타고 가는 출장 대신 가상회의를 진행하는 등의 방법으로 탄소 발자국을 47%나 감축했다. 2016 회계연도에는 기존의 낡은 컴퓨터(약 7만6000대)를 매립하지 않고 재활용하기도 했다. ━ 경영 및 주주 | 1위 마이크로소프트(MS) 2014년 사티야 나델라 취임 이후 MS 주가는 10년의 잠에서 깨어나 2배 이상 상승했다. 클라우드 사업이 폭발적 성장을 하고 링크드인 262억 달러 인수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지금, MS는 새로운 혁신을 시도 중이다. “우리는 모든 걸 알고 있다는 자만에 빠져 있었지만, 지금은 무조건 배운다는 자세”라고 인사부 기업부사장 크리스틴 딤로우(Kristen Dimlow)는 말했다. ━ 고객 | 1 위 테라데이터 데이터 보관 및 애널리틱스 사업에서는 고객정보 보안만큼 중요한 게 없다. 이베이와 허츠(Hertz) 등의 대기업을 기업으로 확보한 테라데이타는 정보보안에서 지금까지 흠집 하나 없는 완벽한 기록을 이어가는 중이다. 고객지원 센터는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테라데이터 전문가가 현장에서 2시간 안에 배정돼 문의를 해결한다. “’고객 한 명 한 명이 최고로 소중하다’는 스타트업 정신을 잃지 않고 있다”고 상품 마케팅 이사 이마드 비로우티(Imad Birouty)는 말했다.- MAGGIE MCGRATH, LAUREN GENSLER, SAMANTHA SHARF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포브스 코리아 온라인 서비스는 포브스 본사와의 저작권 계약상 해외 기사의 전문보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2018.01.26 16:13

19분 소요
세계 10개국 '술집 순례' 여행

전문가 칼럼

여행도 패션처럼 매년 유행이 바뀐다. 명상 여행, 공정 여행, 성지 순례 등 여행자의 구미에 맞게 각양각색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스위스 제네바, 싱가포르, 홍콩, 호주 멜버른, 미국 LA 등 세계 10개 도시에 숨어 있는 바를 찾아가는 '술집 순례'가 등장했다. 품격 높은 바와 칵테일 애호가들을 위한 사상 최초의 럭셔리 바 투어 프로그램으로 여행 전문 사이트 베리퍼스트투닷컴(VeryFirstTo.com)이 기획했다.프리야 조시 IBTIMES 기자에 따르면 '배스터브 진(Bathtub Gin)' '블라인드 바버(Blind Barber)' '데스 앤 컴퍼니(Death & Co)' '임플로이 온리(Employees Only)' '에번스 앤 필 디텍티브 에이전시(Evans & Peel Detective Agency)' '폴 프롬 그레이스(Fall From Grace)' '해피니스 포겟츠(Happiness Forgets)' '백룸(The Back Room)' '붓처(The Butcher)'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류 밀매점 스타일부터 우아한 라운지, 화려하거나 별난 분위기까지 다양한 바가 포함된다. 더불어 참가자는 각 도시의 독특한 문화를 체험하고 카바레와 유명한 음악회 관람, 세계 최고 칵테일 전문가의 교습도 마련돼 있다고 한다.특히 '금주법 시대의 음주 황금기'를 추억하는 이 독특한 체험에선 칵테일 경연대회에서 수상한 바에서 상을 받은 바텐터가 직접 만든 최고의 칵테일을 맛볼 수 있다. 배드 스패니어드(Bad Spaniard), 메이플 베이컨 버번(Maple Bacon Bourbon), 파핑콘 칵테일(Popping Corn Cocktail), 화이트 좀비 닥터(White Zombie Doctor) 등 아주 창의적인 이름의 칵테일을 다양하게 마실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을 마친 참석자들은 영국의 유명한 가구·인테리어 회사 티머시 울턴이 제공하는 우아한 가정용 '미니 바'를 선물 받는다.그렇다면 세계 최고의 술집은 어디일까? 제임스 테넌트 IBTIMES 기자는 '세계 최고의 바 50'에서 미국 뉴욕의 '데드 래빗'이 올해의 1위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리스트에 오른 술집이 가장 많은 도시는 영국 런던이었다. 톱 10에는 런던이 5개, 뉴욕이 4개 포함됐다. 그 외 그리스 아테네의 '클럼지'가 9위를 차지했다.올해 톱 50 리스트에 처음 오른 바는 11개였다. 그중 런던의 '깁슨'이 50위에 신규 진입한 바 중 가장 높은 순위인 6위를 차지했다. 싱가포르의 칵테일 문화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톱 50에 3개가 올랐고 '오퍼레이션 대거'가 이번에 새로 진입했다.

2016.11.09 14:30

2분 소요
[우여곡절 많은 올림픽의 골프 역사] 유명 선수 보이콧에 올림픽 종목 탈락 우려

산업 일반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골프가 112년(여자 기준으론 116년) 만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골프를 즐기는 나라가 늘고 골프 인구도 증가하면서다. 다만 올림픽 종목으로 연착륙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만 한시적으로 열리기 때문이다.이 같은 우려는 세계적인 남자 선수들이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나왔다. 세계 골프랭킹 1위인 제이슨 데이부터 4위 로리 매킬로이까지 빅4가 빠졌다. 출전 가능한 랭킹 상위권 60명 중에 호주의 애덤 스콧, 마크 레시먼이나 남아공의 루이 웨스트호이젠, 찰 슈웨첼과 같은 인기 선수 20여명이 출전을 고사했다. 북아일랜드의 로리 매킬로이는 “지카바이러스 때문에 출전하기 두렵다”면서 “올림픽에서도 육상·수영·다이빙이나 보지 골프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시니컬하게 말해 올림픽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그들은 표면적으로는 지카바이러스를 불참 이유로 든다. 그러나 실은 1년 내내 빡빡하게 돌아가는 투어 스케줄을 잘라서 상금도 없는 대회에 출전하기 어렵다는 게 가장 큰 이유로 지적된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토마스 바흐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 “내년에 골프의 정식 종목 유지 여부를 다시 고민하겠다”고 경고했다.골프와 올림픽의 역사를 살펴보면 우여곡절이 많았다. 올림픽에서 골프는 공식적으로는 두 번 열렸다. 처음은 남녀 선수가 모두 출전한 1900년 프랑스 파리 올림픽이었고, 두 번째는 남자 선수만 출전한 190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 올림픽이었다. 1896년에 그리스 아테네에서 처음 시작된 올림픽의 당시 위상은 오늘날처럼 세계 스포츠인들이 열광하는 축제가 아니었다. 올림픽을 주창한 쿠베르텡 남작은 처음부터 골프도 포함시키려 했으나, 아쉽게도 당시 아테네에 골프장이 하나도 없다는 이유로 치러지지 못했다. ━ 투어 스케줄 빡빡해 올림픽 출전 꺼려 가장 오랜 골프대회인 디오픈은 1860년에 시작되었고, 미국의 최대 메이저인 US오픈 역시 올림픽보다 한 해 앞서는 1895년에 시작했으니 골프는 자존심을 내세울 만했다. 그러나 당시 올림픽에서 골프는 주요 종목이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두 번의 골프대회 모두 세계박람회의 부속 이벤트처럼 열렸다. 파리에서는 오늘날 엑스포 개념인 파리 만국박람회와 함께 열렸고, 세인트루이스에서는 루이지애나상품박람회와 더불어 개최됐다. 미국이 루이지애나주를 획득한 100주년을 기념한 루이지애나 박람회는 올림픽보다도 더 큰 이벤트였다.1900년의 파리 올림픽의 대회 방식은 지금과는 달랐다. 파리 북쪽 80마일 거리의 꼼파니엔 골프장에서 남자 12명, 여자 10명이 출전해 열렸다. 남자부는 10월 2일 하루 36홀 스트로크 플레이를 펼쳤는데, 1895년 US아마추어선수권에서 준우승을 한 미국의 찰스 샌드가 82-85타로 스코틀랜드의 월터 루터포드를 한 타 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땄다. 영국의 데이비드 로버트슨이 동메달을 차지했다.다음 날은 여자부 경기가 9홀 스트로크 플레이로 치러져 역시 미국의 마가렛 에보트가 47타로 금메달을 땄고, 폴린 휘트(은메달), 다리아 프렛(동메달)까지 미국이 휩쓸었다. 인도 캘커타에서 태어난 에보트는 모친(7위)과 함께 모녀가 출전했고, 트로피로는 도자기를 받았다. 애석하게도 에보트는 1955년 78세로 사망할 때까지 자신이 올림픽에서 우승한 첫 번째 미국인이란 사실조차 몰랐다. 이벤트처럼 열린 이 대회는 여성이 출전한 첫 공식 골프 경기로 기록된다. 그래서 올해 올림픽에서 여자 부문은 116년 만에 재개되는 대회가 된다. 대회 3일째인 4일에는 18홀 스트로크 경기가 핸디캡 방식으로 치러졌는데 올림픽과는 상관없는 관계자들의 이벤트 경기였다. 이날 우승자는 워너람버트 제약의 대표인 알버트 람버트였다. 람버트는 4년 후 올림픽에는 정식 선수로 다시 출전한 아마추어 고수였다.4년 후인 1904년에는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글랜애코골프클럽에서 열렸다. 캐나다인 3명에 미국인 74명으로 북미 대륙의 남자 선수들만 출전했다. 정식 경기는 개인·단체전 두 개였으나 퍼팅 컨테스트 등 다양한 이벤트 시합도 함께 열렸다. 9월 17일 열린 팀매치에서는 10명으로 구성된 6개 팀이 출전했는데 미국의 웨스턴골프협회가 금메달을 차지했다.36홀 매치플레이로 열린 개인전은 9월 19일 월요일부터 24일 토요일까지 진행되었는데 캐나다의 43세 조지 리온이 스무살의 미국 골퍼 핸리 C.이건을 2홀 남기고 3홀차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리온은 화재보험사 세일즈맨으로 38세에 골프를 시작했으나 뛰어난 운동 신경으로 우승했다. 나중에 캐나다선수권에서 5번이나 우승했다. 이건은 금메달은 놓쳤으나 이듬해인 1905년 US아마추어선수권에서 우승했고, 나중에 코스 설계가가 됐다. 동메달은 미국의 버트 메키니와 프랑크 뉴튼이 차지했다.1908년 영국 런던 올림픽에서는 골프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컸지만 결국 자존심 대결 탓에 무산됐다. 런던올림픽조직위원장인 데스보로 경이 대회를 주선했고 메달을 만들었다. 그러나 당시 영국 골프계는 스코틀랜드의 영국 왕립골프협회(R&A)가 주도하고 있었다. 올림픽위원회는 영국의 모든 골프 단체에 올림픽에 출전해줄 것을 요청하는 협조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골프룰을 관장하는 R&A는 이를 받은 적이 없다고 우기면서 처음부터 신경전이 불꽃 튀었다.경기 진행과 종목에 대한 논의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R&A는 자신들이 주도하지 않는 국제 경기여서 매사에 시큰둥했다. 반면 시간에 쫓긴 올림픽위원회는 잉글랜드의 로열세인트조지스 등 3개 코스에서 3일 간 36홀씩 스트로크 경기로 대회를 치르겠다고 발표했다. 팀경기는 출전 선수의 타수를 합산해서 내리기로 했다. 각 국은 6명씩을 출전시키고, 그중 성적이 좋은 4명의 스코어만 발췌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영국은 4개 팀(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이 모두 출전토록 했다.하지만 발표 직후부터 불평이 쏟아졌다. 일정을 짧게 하라거나 영국은 왜 4개 팀이 출전하는가라는 비판이 나왔다. 애초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에 들어있지도 않던 골프를 왜 올림픽에서 하느냐는 불만까지 나왔다. 비방전이 이어지면서 결국 영국의 모든 골프클럽은 올림픽을 외면했다. 세인트루이스 올림픽보다 참가하는 전체 선수 규모는 200명으로 3배나 늘려 잡았으나 정작 출전 선수는 단 한 명에 그쳤다. 4년 전의 금메달리스트인 조지 리온뿐이었다. 타이틀 방어를 노렸던 리온은 경기를 하지 않고도 우승컵을 지킬 수 있었지만 금메달을 거절했다. IOC에서도 정식 대회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4년 후인 1912년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열린 올림픽과 1920년 벨기에 앤드워프 올림픽에서도 정식 종목으로 채택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북유럽에서 골프를 하는 나라와 선수가 없다는 이유로 무산됐다. 개최국에서 선수를 낼 수 없기 때문이었다. ━ 독일 선수 패배에 트로피 수여 거부한 히틀러 1936년 독일 베를린 올림픽은 역대 올림픽 중 가장 정치적으로 이용된 스포츠 제전이었다. 당시 독일의 지배자는 히틀러였다. 그는 독일의 국위를 올림픽이라는 국제 스포츠 제전에서 세계 만방에 과시하려 했다. 거액을 들여 베를린 교외 그루네발트에 10만 명을 수용하는 웅장한 스타디움을 건설했고, 올림픽 발상지인 그리스의 올림피아에서 채화된 성화를 1500여 명의 주자들이 이어 달려 대회장으로 운반하는 오늘날의 성화 봉송 방식도 시도했다. 그리고는 “베를린에서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스포츠 종목이 다 치러지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갑자기 치러지게 된 골프는 시기나 절차상 문제가 있었으나 각국에서 2명이 한 팀으로 출전해 72홀 스트로크 플레이로 순위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열렸다. 한 팀은 감독과 코치 그리고 예비선수 한 명까지 총 5명으로 구성됐다. 대회 장소는 프랑스 국경 근처의 휴양지 바덴바덴의 18홀짜리 골프장이었다. 베를린 올림픽은 49개국에서 총 4000여명이 참가한 엄청난 규모였으나, 뒤늦게 추진된 골프는 36개국을 초청했으나 최종적으로 유럽 7개국만 출전했다.히틀러는 실제 골프를 즐기지 않았지만 다른 종목과는 달리 귀족적인 스포츠라 특별히 관심을 가졌다. 그래서 큰 은쟁반에 8개의 호박석이 박힌 우승 트로피를 독일 총통 이름으로 특별 제작하기까지 했다. 바덴바덴에 결집한 각국 선수단은 이틀 간의 연습라운드를 마치고 추첨에 의해 두 팀 4명을 한 조로 묶어 경기를 펼쳤다. 8월 26~27일 이틀간 하루 36홀씩 72홀 스트로크 플레이 방식이었다. 주최국 독일은 19세의 레오나드폰베커라트와 헬머가 첫날 요크셔 사우스포트의 헤스켓 골프클럽 대표 선수인 영국팀 아놀드 벤틀리, 토미 터스크에 3타차로 앞서 선두를 달렸다. 외무상인 폰 리벤트롭이 그 내용을 보고하자 히틀러는 게르만 민족의 우수성을 선전할 절호의 기회라고 여겨 다음 날 바덴바덴으로 향했다. 하지만 베를린을 출발한 지 얼마 안 돼서 외무상으로부터 ‘9번 홀을 마친 상태에서 독일이 영국과 비기고 있다’는 보고를 듣자 히틀러는 차를 세우고 결과를 다시 확인하도록 했다.결국 독일이 3타차로 졌다는 속보를 전해들은 히틀러는 화를 내면서 길을 돌려 베를린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당시 우승 트로피는 폰 헨켈 독일골프협회장이 대신 수여했다. 영국이 금메달이었고, 독일은 프랑스에 이어 동메달에 그쳤다. 히틀러가 무시한 골프는 이벤트 대회로 평가절하되었다. 그 트로피는 떠돌다가 잉글랜드골프협회에 잠시 진열되더니 지난 2012년 런던의 체스터 백화점에서 경매로 나왔다. 원래 주인인 영국 사우스포트의 헤스켓골프클럽이 1만8750파운드에 사들여 오늘날까지 벤틀리룸에 보관하고 있다.세월이 흐르면서 올림픽은 세계적인 스포츠 축제로 발전했다. 이와 달리 골프는 세계화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시장 규모를 키우려면 미국·유럽 일변도에서 벗어나야 유리하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미국 PGA투어뿐만 아니라 세계 각 골프투어와 선수들 역시 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노력했다.IOC가 골프를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한 2009년만 해도 타이거 우즈, 안니카 소렌스탐, 미셸 위 등 당대 최고의 골프 스타들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다투게 됐으며 적극 참여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개최가 현실이 되자 입장이 달랐다. 지카바리어스와 함께 대회 방식과 스케줄, 보상 등에서 현실과 이상 사이에 괴리가 발생한 것이다.이런 탓에 골프가 내년 IOC 총회에서 살아남을지 미지수다. 최근 스포츠 종목이 올림픽에 들어올 때는 상당한 당위성과 흥행 요소를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명 스타들이 출전해 올림픽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게 재도입의 이유였으나 그런 점에서 타격을 입었다. ━ 테니스의 ‘골든슬램’에 담긴 의미는 골프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스포츠 종목이 있다. 야구는 최정상급 선수가 올림픽에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올림픽에서 퇴출된 바 있다. 올림픽 기간에도 페넌트레이스 경기를 계속한 미국 메이저리그(MLB)는 올림픽에 선수를 내보내지 않으면서 결국 야구가 올림픽 종목에서 탈락했다. 1992년 미국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이 됐지만 한국이 금메달을 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퇴출되었고,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다시 시범종목에 도전한다.올림픽 재진입의 연착륙을 꿈꾸는 골프가 본받아야 할 종목은 테니스다. 1924년을 마지막으로 없어진 지 64년 만인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테니스는 무성한 반대 여론을 뚫고 프로 선수에게 올림픽 문호를 개방했다. 28년이 지난 오늘날 테니스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대부분 출전한다. 남녀 단식과 복식, 혼합 복식까지 5개의 메달을 걸고 싸운다. 테니스에서는 4대 메이저를 석권하는 ‘그랜드슬램’에 올림픽 금메달을 더한 ‘골든슬램(Golden Slam)’이라는 용어도 생겨났다. 슈테피 그라프가 1988년에 4개의 메이저와 금메달을 함께 획득하면서 만들어졌다. 이밖에 1988년 미국의 팜 슈리버 이래 안드레 아가시, 라파엘 나달, 세레나 윌리엄스까지 총 19명이 커리어 골든슬램을 달성했다. 테니스에서 올림픽 금메달은 메이저 대회 이상의 가치로 여겨지고 있다.골프계에서도 선수들이 올림픽을 메이저 대회만큼 소중하게 여기도록 할 필요가 있다. 국제골프연맹(IGF)은 금메달 수상자에게 내년 메이저 대회 출전권을 특전으로 주기로 했으나 이는 메이저 대회에 모두 출전 가능한 상위 랭커에게는 의미가 없다. 라이더컵이나 월드컵 이상의 명예를 올림픽에서 찾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 리우올림픽의 골프 출전국과 선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의 연결 통로인 국제골프연맹(IGF)이 밝힌 남녀 60명씩 120명의 명단을 보면 120명 중에 유럽 52명, 아시아 29명, 남미 12명, 북미 11명, 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 각각 8명이 출전한다.경기 방식은 남녀 각각 60명이 참가해 컷 탈락 없이 개인전 72홀로 치러진다. 컷 탈락이 없는 스트로크 플레이를 택한 이유는 최대한 많은 나라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경기하는 모습을 담아내는 게 올림픽 취지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세계 랭킹 15위 이내 상위 국가에서는 최대 4명까지 출전할 수 있고 60위 이내면 2명까지 출전하도록 했다.8월 11일부터 4일 간 펼쳐지는 남자 경기에서 미국은 출전을 고사한 세계 랭킹 2위 더스틴 존슨, 3위 조던 스피스를 빼고도 15위 매트 쿠차까지 4명이 출전한다. 세계 랭킹 51위인 스위스의 번트 비스베르거는 함께 출전할 선수가 없어서 혼자 출전한다. 한 명만 출전하는 나라는 모두 11개국이다. 피지의 비제이 싱과 콜롬비아의 카밀로 비예가스가 출전을 고사하면서 그 나라의 출전권은 사라졌고, 멕시코의 루돌포 카주본이 행운을 얻었다.호주의 경우 세계 1위 제이슨 데이뿐만 아니라 세계 8위 아담 스콧과 45위인 마크 레시먼이 고사하면서 81위인 스콧 헨드, 86인 마커스 프레이저가 출전권을 물려받았다. 남아공도 세계 랭킹 10위 브렌든 그레이스를 비롯해 루이 우스투이젠(14위), 찰 슈웨첼(21위)까지 3명이 불참하면서 세계 랭킹 67위 자코 반 질과 90위인 브랜든 스톤이 출전한다.일본에서는 세계 17위로 가장 순위가 높은 히데키 마쓰야마와 함께 69위이자 상금랭킹 1위인 히데토 타니하라도 불참하면서 이케다 유타(93위), 가타야마 신고(107위)가 출전하고 한국에서는 안병훈과 왕정훈이 출전한다. 아시안게임에서 병역면제를 이미 받은 김경태가 후배를 위해 출전권을 양보하면서 왕정훈이 출전권을 이어 받은 것이다.17일부터 4일 간 열전을 펼치는 여자 경기에서 한국은 4명(박인비·김세영·양희영·전인지), 미국은 3명이 출전하며, 11명은 각 나라에서 한 명씩 출전해 총 34개국의 경합이 펼쳐진다. 한국에서는 메달 연금에 특별 장려금, 남자의 경우 병역 혜택까지 주어지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금메달이 단순 명예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호주와 미국의 경우 금메달 보상금이 3000만원을 넘지 않는다. 한국에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연금 상한액인 100만원을 매월 받는다. 특히 대한골프협회는 금메달 3억원, 은메달 1억5000만원, 동메달은 1억원을 특별 포상금으로 주기로 했다.

2016.08.07 19:49

9분 소요
생리 혁명이 시작됐다

산업 일반

세계적으로 더 안전하고 저렴한 제품을 생산하고 일상생활의 일부로 통합하기 위한 법·관습·기술 개혁 진행돼 명백한 사실에서부터 시작하자. 인류 역사상 모든 여성이 생리를 하거나 했다. 달마다 자궁 내막이 떨어져나가면서 질을 통해 피가 흘러나온다. 이런 과정은 먹고 마시고 잠자는 행위처럼 자연스럽다. 생리가 없다면 인류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름답기까지 하다. 하지만 거의 모두가 공개석상에서 이 문제를 쉬쉬한다.소녀는 생리를 시작하면서 수십 년에 걸친 침묵과 불안의 여정을 시작한다. 생리는 고통스럽다. 요통과 경련을 유발할 뿐 아니라 불쾌감이 먹구름처럼 마음을 덮는다. 이 같은 고통은 30~40년 동안 매달 계속된다. 하지만 생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설사만큼이나 드물게 거론된다. 여성들은 ‘그때’가 됐음을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패드나 탐폰을 소매 속에 감추고 화장실로 향한다. 광고에선 몸에 달라붙는 흰색 진바지 차림의 여성이 뛰노는 동안 연한 청색 액체들이 보송보송한 흰색 생리대 위로 부드럽게 쏟아져 내리는 장면으로 이 피투성이의 과정을 미화한다.여권운동의 선구자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1978년 ‘미즈’ 잡지에 실린 한 풍자에서 많은 여성이 품고 있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만일 마법처럼 여자는 생리를 중단하고 대신 남자가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답은 뻔하다. 생리가 남들이 선망하고 자랑할 만한 남성적인 행사가 된다. 남자들은 얼마나 오래 많이 하는지 자랑할 것이다.” 스타이넘은 전쟁터, 정계, 종교계 지도부 그리고 메디컬 스쿨 등 거의 모든 곳에서 ‘멘스(men-struation)’가 남성의 위상을 정당화하는 세상을 그렸다.40년 가까이 세월이 흐른 지금도 스타이넘의 풍자는 우리 가슴에 아프게 와닿는다. ‘생리 형평성(menstrual equity)’에 거의 진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미국의 거의 모든 주에서 성인 기저귀, 비아그라, 로게인(발모제), 포테이토칩은 세금을 면제해 주면서 탐폰과 생리대에는 세금을 매긴다. 남자들은 어떤 화장실에서든 화장지, 비누, 페이퍼 타월과 시트 커버까지 신상관리에 필요한 온갖 용품을 구할 수 있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는 다르다. 거의 모든 학교에서 여학생은 마치 월경이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라기보다 질병인 양 양호실까지 찾아가 생리대나 탐폰을 요청해야 한다. 대다수 공적·사적인 장소에서 차라리 거친 화장지 뭉치가 낫겠다 싶은 저급한 생리대 자판기라도 설치됐으면 운이 좋은 편이다. 동전이 없다고? 요즘엔 주차장에서도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하지만 여자 화장실에서 그런 기술이 적용된 탐폰 자판기를 본 적이 있는가? 교도소 수감자와 노숙 여성의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하다.탐폰을 구할 수 있다 해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제조사에 성분 표기를 의무화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반 여성이 질 속에 탐폰을 착용하는 시간이 평생 10만 시간을 웃돈다. ‘생리 위생 기술의 역사(Under Wraps: A History of Menstrual Hygiene Technology)’를 저술한 퍼듀대학 역사가 샤라 보스트랄은 “탐폰에 화학 제초제 잔류물이 들어 있을 수도 있다”며 “탐폰과 관련해선 그런 검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이런 상황이 부당하다 싶으면 개도국 여성은 어떤지 보자. 금기, 빈곤, 부적절한 위생 시설, 부족한 건강 교육, 그리고 침묵의 문화가 소녀와 여성의 기본권조차 보장하지 않는 환경을 조성한다. 깨끗하고 값싼 생리용품, 신상관리에 필요한 안전하고 사적인 공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유니세프(UNICEF)와 세계보건기구(WHO)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적절한 생리관리 시설이 없는 환경에서 생활하는 소녀와 여성이 세계적으로 최소 5억 명을 넘는다. 닐슨 플랜 인디아의 조사에 따르면 인도 농촌 지역에선 여학생 5명 중 1명이 생리를 시작한 뒤 학교를 중퇴한다. 그리고 인도의 생리 연령 소녀와 여성 3억5500만 명 중 생리대를 사용하는 비율은 12%에 불과하다.“요즘은 사람이 죽기 전에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지난 20년 동안 청소년 건강 분야에 종사한 WHO 과학자 벤카트라만 찬드라 물리는 말했다. “생리 문제로 사람이 죽지 않는다고 해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소녀의 자아관과 자신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떤 일에서나 자신감은 성패를 좌우하는 열쇠다.”생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외면당하는 인권 문제 중 하나다. 이는 교육·경제·환경 그리고 공중보건 등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마침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1년 사이 생리와 관련된 대중문화적 사건이 상당히 많이 발생했다.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NPR에서 2015년을 ‘생리의 해’로 부를 정도였다. 생리 문제를 공론화하지 않는다면 양성 평등은 결코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올해엔 토론을 뛰어넘어 새로운 변화의 출발 신호가 울리며 생리혁명 원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생리의 낙인을 벗겨내고 공공정책이 뒤따르도록 하는 운동이다. 운동가, 발명가, 정치인, 벤처 창업자, 그리고 보통 사람들이 이 같은 움직임을 주도한다. 미국인이 사상 처음으로 여성의 생리를 통해 양성평등·페미니즘·사회변화를 논의하고 있다. 스타이넘의 말마따나 이는 “여성이 세계 인류의 절반으로서 위상을 되찾고 있다는 증거”다. ━ # HappyToBleed(기쁘게피흘리리라) 생리가 원래부터 금기시됐던 건 아니다. 고대와 모계 문화에서 생리는 명예와 권력의 표시이자 여성이 휴식을 취하며 활력을 되찾는 성스러운 시간이었다. 오늘날 생리를 맞아 스파에 가거나 며칠씩 회사를 쉬는 사람은 없다. 생리는 수세기 동안 수치의 감옥에 갇혀 있었다. 하지만 1970년 잠시 침묵이 깨졌던 순간이 있었다. 민주당 국가중점과제위원회의 에드가 버만 위원이 여성은 ‘극심한 호르몬 불균형’ 때문에 공직을 맡을 수 없다고 주장했을 때였다. 여성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당에 탄원했던 팻시 밍크 연방 하원의원(하와이)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버만 위원은 “생리 중인 여성 대통령이 피그만 침공(미국의 쿠바 카스트로 정권 전복 시도) 결정을 내리거나, 은행 총재가 극심한 호르몬 이상 속에서 융자 결정을 하는” 상황을 상상해보라고 사람들에게 요구했다. 밍크 의원이 그의 “역겨운 연기”를 비웃으며 물러나게 하면서 여성의 생리에 반짝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그 뒤 어떤 정책 변화도 없이 46년이 흘렀다.지난 1월 유튜브의 인기 스타 잉그리드 닐슨(27)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인터뷰에서 40개 주에서 탐폰과 생리대가 사치품으로 과세되는 이유를 물었다. 아마 오바마 대통령은 여성 생리 문제를 논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인지도 모른다. 그는 뜻밖의 질문에 놀란 듯했다. 그는 “주 정부에서 왜 이런 품목을 사치품으로 과세하는지 솔직히 전혀 모르겠다”며 “당시 남자들이 세법을 제정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닐슨의 인터뷰는 인터넷에서 큰 화제가 됐다. 미국 문화와 정치에서 가장 쉬쉬하는 이슈로 꼽히는 생리에 대한 그녀의 솔직한 접근방식도 큰 화제를 모았다. “매일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인데 대통령이 모르고 있었다니! 사람들이 그냥 덮어버리려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오늘날까지 정부와 사회에서 여성의 몸을 어떤 시각으로 보는지를 잘 말해준다.”지난 1년 사이 꾸준히 일어난 대중문화적인 사건들이 생리 평등(일명 생리 페미니즘, 화장실 평등 또는 스타이넘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냥 ‘삶’)을 주류 대열에 올려놓았다. 뮤지션 키란 간디는 지난해 런던 마라톤에서 생리대나 탐폰을 하지 않고 달렸다. 결승선을 통과할 때 다리 사이가 붉고 커다랗게 얼룩져 있었다. 예술가 루피 카우어가 바지의 엉덩이 부분과 시트에 검붉은 얼룩이 묻은 자신의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뒤 두 차례나 ‘우연히’ 삭제된 일도 있었다. 코미디 센트럴 방송의 콤비 키건-마이클 키와 조던 필은 남자들에게 생리에 관한 교육을 했다. “인류의 절반이 한 달에 한 번씩 고통받는다고 하는데 나머지 절반은 소 닭 보듯 하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공화당 대선 경선 선두주자 도널드 트럼프는 분명 그 방송을 못 본 듯하다. 그는 폭스뉴스의 공화당 후보 토론 진행자 메긴 켈리가 던진 난처한 질문에 볼멘소리를 하면서 “그녀의 몸 어디선가 피가 흘러나온다”고 말해 트위터에서 #PeriodsAreNotAnInsult(생리는 모욕이 아니다)라는 해시태그(트윗 메시지 주제분류어)를 낳았다. 의식고취 해시태크 캠페인(#노숙자생리, #기쁘게피흘리리라, #탐폰을무료로), 청원 사이트 Change.org의 탐폰세 폐지 서명운동, 아루시 두아(20)가 페이스북에 ‘생리중’ 버튼을 도입해 생리를 터부시하는 인도 풍습과의 싸움을 지원해 달라고 마크 저커버그에게 요청한 일까지 생리에 조명이 집중되고 있다.이 같은 움직임이 널리 확산되면서 영화배우 우피 골드버그는 생리통을 완화하는 의료용 마리화나 제품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의 극단적인 낙태 금지 법안에 항의하는 데도 여성이 자신의 생리를 이용한다. 생리의 상세한 진행상황을 매일 그에게 전화·이메일·트윗으로 알린다. 영화배우 제니퍼 로렌스는 레드카펫에서 흔히 받는 “어떤 브랜드 옷을 입고 있나요(Who are you wearing)?”라는 질문에 생리 이야기로 답했다. 그녀는 2016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빨간색 컷아웃(일부 신체 노출) 드레스를 선택한 이유를 하퍼스 바자 잡지에 밝혔다. 시상식 때 생리 중이어서 “앞부분이 헐렁한 옷을 원했다”는 설명이었다. “몸에 정말 딱 달라붙는 드레스도 있는데 나는 자궁에 힘 주고 있을 생각은 없다(I’m not going to suck in my uterus).” ━ 걱정까지 빨아들인다 글로벌 리서치 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는 지난해 탐폰·생리대 그리고 위생 팬티 라이너(생리용 위생 패드)에 31억 달러를 썼다. 그리고 글로벌 위생 생리제품 시장 규모는 300억 달러에 달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이 분야에서 일어난 의미 있는 혁신은 3가지에 불과했다. 19세기 후반 처음 시판되고 1969년 접착식으로 개량된 일회용 위생 패드, 1930년대의 탐폰, 그리고 1980년대 인기를 모은 생리컵(menstrual cups, 생리혈을 받는 실리콘 컵)이다. 닐슨은 “여기서 여성의 몸을 보는 관점이 잘 드러난다”며 “이렇게 중요한 문제가 어떻게 40~50년 동안 아무런 변화가 없을 수 있단 말인가?”라고 말했다.생리대와 탐폰이 나오기 전에는 부드러운 거즈나 플란넬을 접어 속옷에 핀으로 부착했다. 그 뒤 1920년대 코텍스 위생 생리대가 등장하면서 일대 변화가 일어났다. 하지만 표면상의 개선에 지나지 않았다. “(생리대가) 이리저리 움직이고 마찰로 살갗이 벗겨진다는 불평이 있었다”고 보스트랄 교수는 말했다. “패드가 커서 탄력 벨트가 필요했다. 착용하려면 서커스를 해야 했다.”1931년 얼 클리블랜드 하스라는 덴버의 한 의사가 현대적인 탐폰과 삽입용 골판지 어플리케이터를 발명했다(피임용 질격막의 발명자이기도 하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여성이 육체노동에 뛰어들면서 착용감 좋고 섬세하고 품질 좋은 제품의 필요성이 커졌다. 1937~1943년 탐폰 판매가 5배 증가했으며, 1940년대 초에는 여성의 25%가 일상적으로 탐폰을 사용했다.여성 생리용품이 미국의 주류 문화에 점차 뿌리내렸다. 여성들은 생리대보다 탐폰을 더 많이 사용하기 시작했다.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을 해방시켜주는 발명이라고 탐폰을 찬양했다. 매사추세츠주립대학(보스턴) 생리주기연구학회 회장인 크리스 보벨 교수(여성학·양성학과)는 “아무도 제품의 안전성은 생각하지 않았다”며 “말 그대로 그냥 삽입하면 되는 간편한 제품이 나온 데 고마워할 뿐이었다”고 말했다. 비주류 예술계 사람들만이 탐폰 에티켓의 한계를 확장하려 애썼다. 페미니스트 미술가 주디 시카고의 1971년작 ‘빨간 깃발’은 작가가 질에서 피투성이 탐폰을 꺼내는 모습의 흐릿한 클로즈업 장면을 포착했다(많은 사람이 피투성이의 페니스라고 가정했다. 생리를 터부시하는 문화를 꼬집으려는 작가의 의도였다).1975년 프록터&갬블(P&G)은 릴라이라는 티백 형태의 초강력 흡수성 탐폰을 시판하기 시작했다(광고문구가 ‘걱정까지 흡수한다’였다). 합성소재 제품이며 카르복시메틸셀룰로오스(CMC)가 주요 성분이었다. 흡수력을 크게 강화해 이론상 생리 기간 내내 탐폰의 효능이 지속되게 하는 화합물이었다. 보스트랄 교수는 “내가 만나본 많은 사람들은 ‘탐폰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며 “기막히게 좋은 새 디자인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릴라이 탐폰을 빼내기가 고통스러웠다는 반응도 있었다. “액체를 너무 많이 흡수해 꺼낼 때 질내 피부가 벗겨졌다.” 또 다른 문제도 있었다. 플라스틱 어플리케이터 끝의 날카로운 부분에 때로는 피부가 베이기도 했다.그뿐 아니라 잠재적으로 치명적이었다. 탐폰의 CMC와 폴리에스터로 인해 여성의 질이 매우 건조해지면서 독소를 생성하는 박테리아 황색포도상구균이 번식하기에 이상적인 환경이 됐다. 1980년 890건의 독성쇼크증후군(TSS)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신고됐다. 그중 91%가 생리와 관련됐고 38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미국 여성 중 약 70%가 탐폰을 사용하고 있었다. 릴라이의 시장 점유율은 25%였지만 그로 인한 TSS 환자는 75%에 달했다. 플레이텍스와 탐팩스 등 다른 초강력 흡수성 탐폰 브랜드도 연루됐지만 1980년 9월 리콜된 제품은 릴라이뿐이었다. 모든 탐폰 제조업체가 TSS 소송에 걸렸지만 P&G를 겨냥한 고소가 1100건을 넘었다. 1982년 FDA는 제조사들에 탐폰 사용과 TSS의 연관성을 소비자에게 경고하도록 했다. 1983년 6월까지 CDC가 확인한 TSS 사례는 약 2204건에 달했다. 하지만 1989년에 가서야 FDA는 제조사들에 탐폰 흡수도를 표준화하고 케이스에 경고문을 삽입하도록 했다.1980년대와 90년대 탐폰의 안전도가 향상되고 TSS 발병 사례는 급감했다. 하지만 CDC에 따르면 1987~1996년 생리와 관련해 여전히 636명의 TSS 환자가 발생했으며 그중 36명이 사망했다. 탐폰에 CMC의 사용은 중단됐지만 1995년 빌리지 보이스 잡지는 새로운 폭탄을 터뜨렸다. ‘면역체계에 독이 되고’ 태아의 선천성 결함을 유발하는 발암물질 다이옥신이 일부 탐폰 제품에서 발견됐다는 내용이었다. 기사는 FDA가 이 같은 관련성을 폭로하는 메모를 깔고 앉아 탐폰 관련 검사를 하지 않았다고 맹비난했다.운동가들의 노력으로 탐폰 업계가 일부 표백 관행을 개선해 다이옥신 위험을 크게 낮추는 작은 개가를 올렸지만 그래도 문제는 남아 있다. FDA는 기업들에 탐폰과 생리대의 성분 공개를 의무화하지 않는다. 우리가 의류 생산지는 알지만 여성의 질 안에 삽입하는 제품 관련 정보는 거의 없다는 의미다. 여성이 평생 사용하는 탐폰은 대략 1만2000개에 달한다. 그것도 적게 잡은 숫자라고 탐폰의 합성소재와 TSS의 연관성을 처음 밝힌 뉴욕대학 의학대학원 미생물학과 필립 티어노 교수는 말했다. “FDA는 다이옥신이 미량이라고 하지만 탐폰을 사용하는 수십 년 동안 누적된다.” 톱밥으로 만드는 비스코스 레이온은 아직도 탐폰에 사용된다. 티어노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알고 보면 그래도 나쁜 성분 중 가장 나은 편이다.”보벨 교수는 “우리 몸에서 가장 흡수력이 뛰어난 부분에 한 번에 며칠씩 40년 간 착용하는 탐폰의 안전성을 말해주는 확실하고 믿을 만한 데이터가 없다”며 “생리를 둘러싼 침묵에서 기인한 증상”이라고 말했다. 1997년 뉴욕 주 캐롤린 멀로니 하원의원은 탐폰안전조사법을 발의했다(지금은 1998년 TSS로 사망한 여성의 이름을 따 로빈 대니얼슨 여성위생제품안전법으로 불린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생리위생제품과 관련된 건강위험을 조사할 뿐 아니라 FDA가 탐폰·생리대와 기타 생리 필수품의 성분 리스트를 공개하도록 하려는 취지다. 그 뒤로 멀로니 의원은 그 법안을 8회나 재발의했지만 현재 에너지·상거래 보건 소위원회에서 잠자고 있다. “특히 여성 건강과 관련된 법안은 통과시키기가 대단히 어렵다. 많은 의원들이 탐폰의 안전 문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멀로니 의원은 말했다. “언젠가 이 법안이 통과되리라고 믿는다.”한편 롤라와 콘셔스 피리어드(Conscious Period) 같은 신생 벤처가 대기업엔 없는 투명성을 제공한다. 탐폰은 면·레이온·합성섬유의 혼합 제품이다. 하지만 롤라 탐폰은 100% 천연 면제품이다. 알렉스 프리드먼과 함께 롤라를 공동 창업한 조대나 키어는 “확실한 최신 데이터가 없을 때는 우리가 아는 성분을 몸에 착용하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지난해 창업 이후 롤라는 420만 달러의 자본을 조달하고 수만 명을 고객으로 끌어모았다. 18개 들이 탐폰 한 박스에 10달러다(2박스는 18달러). 약함·보통·강함의 흡수 강도 중 고객이 원하는 수량에 따라 맞춤 공급할 수 있다. 콘셔스 피리어드는 100% 유기농·저자극성·생체분해성 면 탐폰을 판매한다. 공동창업자 마고 랭에 따르면 면은 세상에서 세 번째로 농약을 많이 쓰는 작물이다. 하지만 콘셔스 피리어드 탐폰의 유기농 면에는 화학물질·염료·합성물질이 들어 있지 않다. 20개 들이 박스 당 8.50달러이며 한 박스가 팔릴 때마다 유기농 패드 한 박스를 여성 노숙자에게 제공한다(패드형이 더 싸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에 따르면 패드가 교체하기 더 쉽고 오래 사용할 수 있고 몸에 덜 해롭다).“모든 여성이 TSS에 취약하지는 않지만 어느 탐폰에나 그런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나라면 합성물질 없는 100% 면을 구입하겠다”고 티어노 교수는 말한다. “100% 면은 유기농이든 아니든 위험성이 가장 낮다. 하지만 제조업체들은 장비를 모두 개조해야 하기 때문에 100% 면으로 바꾸려 하지 않는다.”삽입형을 원치 않을 경우 캐나다 밴쿠버의 루나패즈가 판매하는 생리대, 생리용 팬티라이너뿐 아니라 생리·임신·요실금 용 내의와 생리컵도 있다. 닐슨은 “요즘엔 유기농에 100% 면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가 많다”고 말했다.미국 전역에서 각종 식품·도구·필수품을 면세로 판매한다. 캘리포니아 주에선 팝타르트(간편식 과자), 인디애나 주의 BBQ 브랜드 해바라기 씨, 루이지애나 주의 마디 그라 구슬 목걸이, 메인 주의 성경, 미시시피 주의 관 등이다. 그러나 이들과 기타 35개 주에서 생리용품엔 4~10%의 세금을 매긴다. “미국 경제에선 셔츠보다 블라우스 세탁 비용이 더 비싸고, 남자가 구입하는 제품은 필수품이고 여자가 구입하면 사치품으로 간주된다. 탐폰세는 그런 시스템의 일부”라고 스타이넘은 말한다.탐폰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10개 주 중 5개 주에선 소비세가 없고(알래스카·델라웨어·몬태나·뉴햄프셔·오리건), 나머지 5개주엔 면세 생리용품이 따로 있다(메릴랜드·매사추세츠·미네소타·뉴저지·펜실베이니아). 올해 시카고는 생리용품에 대한 소비세를 폐지했다. 뉴욕 주에선 지난 4월 초 하원에 이어 상원도 탐폰세 폐지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법안의 사소한 이견이 해소되면 주지사 서명 단계로 넘어간다.뉴저지 주에선 최근 의료용 마리화나 적용 증상 리스트에 생리통을 추가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캐나다는 지난해 생리용품에 부과하는 전국 물품·서비스세를 폐지했다. 대표적으로 영국과 프랑스도 탐폰세를 내리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칼럼니스트이자 여권운동 블로그 페미니스팅의 개설자 제시카 발렌티가 2014년 쓴 ‘무료 탐폰을 위한 변론’은 탐폰세를 비판한 초기의 칼럼으로 유명하다. 발렌티는 “여성 위생용품은 만인에게 항상 무료로 제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기겁한 보수파들이 반격했다. 여성에게 탐폰을 무료 제공하면 그 다음엔 자동차와 식품을 공짜로 나눠줘야 하나? 자궁 문제에 정부가 끼어들기를 원하는가? 절도(여자애들이 탐폰을 모두 훔쳐갈 것이다!), 공공시설 훼손(여자 애들이 패드를 사방에 붙일 것이다!), 세수 감소를 우려하는 이들도 있었다.“모두 핑계에 불과하다”고 뉴욕시의 모든 공립학교 화장실, 노숙자 시설, 교도소에 무료 탐폰과 생리대를 비치하는 법안을 발의한 줄리사 페레라스 코플랜드 뉴욕시 의원은 말했다. “관공서 화장실에는 어딜 가든 화장지가 있다. 없으면 아마 황당할 것이다 … 나는 아직 ‘이 모든 (무료 배포되는) 콘돔 예산이 얼마냐?’는 질문을 들어보지 못했다.”지난 1월 캘리포니아 주의 크리스티나 가르시아와 링링 창 의원은 여성 생리용품을 소비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그 주의 여성들은 모두 2000만 달러를 돌려받는다. 캘리포니아 주 예산의 0.01%에 불과한 액수라고 가르시아 의원은 말했다. ‘미스 생리’라고 놀림받으면서도 양당의 남녀를 포함해 30명을 법안 발의자로 끌어들인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 법안을 발의했을 때 진보적인 동료 의원들도 나를 외면했다. 피에 관해 이야기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너무 불편해 하고 역겨워 해서 큰 소리로 말할 수도 없다.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손을 잡아야 했다.”올해 그레이스 멩 연방 하원의원(뉴욕주)은 연방긴급사태관리청을 설득해 노숙자 보호시설에서 연방 보조기금으로 여성 위생용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오하이오 주 컬럼버스의 엘리자베스 브라운 의원은 수영장과 레크리에이션 센터에 생리용품 배포를 추진한다. 그 밖에 미시건·버지니아·위스컨신도 탐폰세 폐지 법안을 발의했다. 유타 주에선 전원 남성으로 이뤄진 위원회에서 위생세제법안이 8대3으로 부결됐다. 테네시 주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퇴짜를 맞았다.“탐폰세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여자가 아니거나 가난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이라고 뉴욕대학 로스쿨 브레넌 사법센터 부회장으로 생리 형평성에 관한 대표적 저술가인 제니퍼 와이스 울프는 말했다. 그녀는 미국의 탐폰세 폐지를 위한 정책 캠페인의 설계자다. 지난해 저서 ‘법적 개혁, 미국 사회운동이 주는 교훈’에서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사회변화를 이루려면 동영상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썼다. “여론 광장과 법정에서 승리해야 한다.” 탐폰세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져간다. 올해 들어 14개 주에서 탐폰세 법안을 발의해 12개 주에서 그런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와이스 울프 부회장은 “40개 주에서 14개 주니까 3분의 1이고 또한 빠르게 진척된다”며 “미국에서 그렇게 대담하고 공개적으로 초당적인 지지를 받는 이슈가 있다면 말해보라”고 큰소리쳤다. ━ 첨단 생리 방지 내의 ‘싱크스’ 미키 아그라왈은 “나는 남자용 쇼트 팬츠를 입고 있다!”며 벌떡 일어나 바지를 내리고 세련된 검정 내의를 드러냈다. 우리는 맨해튼 중심가 사회혁신센터에 있는 아그라왈의 작은 사무실에 있다. 벽에 자몽 사진이 걸려 있고 우리 머리 위의 격자 선반에는 형형색색의 내의가 매달려 있다. 캘빈 클라인 속옷 신상품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첨단 생리 방지 내의 싱크스(Thinx)다. 아그라왈이 쌍둥이 자매 라다, 그리고 친구 안토니아 세인트 던바와 함께 개발한 제품이다.싱크스 내의는 생리혈을 흡수하기 때문에 생리대나 탐폰이 필요 없다(양이 많은 날에는 추가적인 보호막을 사용하면 된다). 아그라왈에 따르면 특허 내의 싱크스는 항균성·습기흡수·누출방지 기능을 갖춰 건조한 느낌을 주지 않으며 최대 탐폰 2개 분량의 생리혈을 흡수할 수 있다. 착용감은 높이고 탐폰의 사용과 오염은 줄였다는 의미다. “매년 매립지에 버려지는 탐폰 어플리케이터, 생리대, 생리용품이 모두 2000만 개를 웃돈다”고 그녀는 말한다. 싱크스는 6가지 스타일이 있으며 한 벌 당 24~38달러다. 세탁·재사용 가능하고 착용해본 기자들에 따르면 효과가 있다. 싱크스는 우간다 여성에게 재사용 가능 생리대의 생산과 판매 교육을 실시하는 아프리패즈에 매출 중 일부를 기부한다. 아그라왈은 또한 ‘싱크스 글로벌 걸스 클럽’도 출범 중이다. 보조금을 받아 생리용품을 무료 배포하고 건강교육·자기방어·창업 교육을 실시하려는 취지다.아그라왈은 2010년 남아공에서 12세 소녀를 만났을 때 그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왜 학교에 가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한 소녀의 답변이 내 인생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아이는 ‘수치의 주간(week of shame)’이라고 말했다.” 소녀는 생리할 때는 등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나뭇잎, 진흙, 비닐봉지, 낡은 매트리스와 천 조각을 사용해 봤지만 모두 효과가 없어서 “결국 등교를 포기했죠.” 아그라왈이 소녀가 한 말을 돌이켰다. “선진국이나 개도국 모두 생리 문제가 있는데 왜 혁신 기술이 나오지 않나? 왜 아무도 그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가?”싱크스를 비롯해 ‘디어 케이트’ 등 비슷한 마인드를 가진 신생 벤처들이 반 세기 만에 처음으로 생리용품에 혁신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점잖은 척하는 문화가 그들의 발목을 잡는다. 싱크스는 자몽과 떨어지는 달걀 노른자의 예술적 이미지와 함께 내의와 탱크톱 차림의 모델들이 조심스러운 포즈를 취한 광고를 뉴욕시 지하철에 제출했다. 광고대행사 아웃프런트 미디어는 이미지가 ‘부적절하다’고 평했다. 광고는 결국 지하도 벽면에 걸렸지만 뉴욕시 택시 TV와 엘리베이터 내 TV에는 퇴짜를 맞았다고 아그라왈은 말한다. 그녀는 “우린 모닝 토크쇼에 나갈 수 없다”며 “그들은 ‘생리’란 말을 입에 올리고 싶어 하지 않으니 정말 어처구니없는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 ‘비 걸(Be Girl)’의 기능성 생리대와 내의 콜롬비아 태생의 다이애나 시에라는 생리의 진보를 위한 독자적인 투쟁을 벌인다. 그녀는 개도국 소녀와 여성을 위한 내의를 개발하고 있다. 파나소닉에서 산업 디자인 일을 하던 그녀는 2년 전 회사를 그만뒀다. 얼굴 미용 스티머와 마사지기에 둘러싸여 일하는 동안 “이런 제품을 살 수 있는 10%만을 위해 디자인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나머지 90%도 좋은 제품을 누릴 자격이 있는데 그만한 소득이 없어 생산성 있는 시장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그녀는 2014년 기능성 생리대와 내의를 개발하는 디자인 업체 ‘비 걸(Be Girl)’을 창업했다. 유엔 인턴십으로 우간다 농촌 주민에게 미술과 공예로 돈 버는 법을 가르치면서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11세와 12세 소녀들이 찾아와 문을 두드리며 같이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한 교사가 아이들이 생리 중이라 등교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깜짝 놀란 시에라는 우산 천과 모기장 소재를 이용해 위생 패드를 급조했다. “나는 개도국 출신이라 임기응변에 능하다”고 그녀는 말했다. 시에라의 부모는 농민이었지만 ‘불우 환경’ 학생 대상의 장학금 혜택 덕분에 대학에 진학해 뉴욕시에서 인턴십 일자리를 얻었다. 그 뒤 스마트 디자인, 나이키, LG 같은 글로벌 기업에서 12년 동안 근무했다.시에라는 우간다의 소녀들이 천 조각을 생리대로 쓴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천이나 기타 깨끗한 소재로 채울 수 있는 누출 방지 포켓이 달린 내의를 개발했다. 지난해 이후 비걸은 우간다·르완다·탄자니아·말라위와 기타 10개국에 재사용 가능한 내의 1만5000벌 이상을 공급했다. 비걸 내의는 빅토리아 시크릿 제품만큼이나 밝고 산뜻하다. 한 벌 팔릴 때마다 또 한 벌을 어려운 환경의 소녀에게 기부한다. “소득이 적다고 기대나 포부도 낮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그녀는 말했다. “나는 생리 건강 분야의 나이키가 되고 싶다. 소녀에게 단순히 팬티나 생리대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기 몸의 주인이 돼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식을 주는 것이다.”시에라는 제품 예비조사의 설문 결과를 살펴보던 중 탄자니아 음볼라의 한 소녀가 작성한 더럽혀진 종이를 발견했다. “생리대의 어떤 점이 가장 마음에 드는가”를 묻는 질문에 소녀는 “누군가가 자신을 아껴준다는 것을 알게 돼 너무 기쁘다”고 썼다고 시에라는 돌이켰다. “그 누군가가 아주 아름다운 물건을 만들어줘 내가 여자라는 데 자부심을 느꼈다.” 그것이 시에라의 회사명 ‘비걸’의 탄생 배경이다. “바다 건너 먼 대륙의 소녀가 생리대 같은 단순한 물건에 존엄성과 자긍심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고 그녀는 말했다. “달리고, 자신감을 갖고 걷고, 착용감 좋고, 깨끗할 수 있는 것. 내가 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확신, 그것이 디자이너로서 원하는 전부다.” ━ 인도의 멸균 생리대 만드는 기계 유기농과 100% 천연 면 소재 탐폰이 선진국만의 특권이 돼선 안 되지만 현실은 그렇다. 그리고 탐폰세 폐지 투쟁이 가치는 있지만 탐폰이 공급되지 않는 지역이나 생리를 꺼리는 문화에선 아무 의미도 없다. 많은 나라에서 생리는 저주나 마찬가지다. 소녀와 여성은 생리 중엔 요리할 수 없고, 급수원에 손을 대거나 예배당이나 공공장소를 돌아다니지 못한다. 아프리카에선 10명의 소녀 중 1명이 생리 때는 학교에 가지 않는다. 인도의 소녀 중 70%는 초경 때까지 생리를 모른다. 동아프리카의 소녀 5명 중 4명은 생리대와 관련한 건강 교육을 받지 못한다. 네팔의 일부 농가에선 아직도 생리 중인 여성을 헛간으로 내쫓는 차우파디라는 고대 전통을 따른다.WHO의 찬드라 물리는 “대다수 소녀는 생리가 시작될 때까지 그게 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반복적으로 듣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학교에서 생리를 하기 시작했다. 옷이 더럽혀졌다. 반 친구들이 키득거렸다. 나는 무슨 일인지 영문을 몰랐다. 팬티가 축축하게 느껴졌다. 선생님이 교무실에서 기다리게 했다. 내 내장이 썩어 들어가는구나 생각했다. 엄마가 와서 내 몸을 타월로 감싼 뒤 집으로 데려가 욕조에 밀어 넣으며 말했다. ‘너는 이제 숙녀다. 밖에 나가서 남자애들과 놀지 말아라.’”이 같은 시스템 상의 문제는 첨단 내의로 해결되지 않는다. “우간다·케냐·인도에서 이 같은 문제를 다루는 단체에서 현장 체험을 한 적이 있다”고 보벨 교수는 말했다. “그들은 특효약이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것이 후원자들이 선호하는 가시적인 해법이다. 생리를 숨기고 수치스럽게 여기는 문화에 대한 개혁시도는 없다.”제품이 매력적인 해법이라 해도 앞날이 순탄치 않다. 10년 동안 글로벌 생리문제를 연구해 온 컬럼비아대학 메일맨 공중보건대학원 사회의학과 마니 솜머 부교수는 “저비용의 지속가능한 인프라 해법을 강구해야 한다”며 “금기를 깨고 소녀들을 교육시키고 인프라를 개선해 공격이나 창피를 당하거나 위생을 걱정할 필요 없는 안전하고 사적인 장소를 마련할 수 있다면 큰 발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인도의 ‘멘스 맨(Menstrual Man)’으로 알려진 한 남자는 이 문제를 조금씩 공략해 들어간다. 아루나찰람 무루가난탐은 인도 남부에서 가난한 베틀 공인의 아들로 자랐다. 1998년 결혼 직후 아내가 더러운 천을 생리대로 쓴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내가 가족 먹을 우유도 없는데 생리대를 어떻게 살 수 있냐는 말에 대책을 마련해야겠다고 작정했다.그는 생리대 소재와 모델을 갖고 몇 년 간 실험을 했다. 자신의 제품을 착용해 보도록 아내를 설득하고 그 뒤엔 현지 의과대생들에게도 부탁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그래서 무루가난탐은 직접 생리대를 착용했다. 고무 자루를 동물 피로 채워 튜브를 부착한 뒤 한쪽 끝을 자신의 속옷 속으로 집어넣었다. 그 뒤 생리대를 착용하고 5일을 지냈다. “지저분하고 기분 나쁜 날들, 그 축축함. 상상하기 힘든 경험이었다.” 그가 2012년 이야기쇼 테드엑스 방갈로르 강연에서 말했다.6년간의 연구 끝에 멸균 생리대를 만드는 기계를 개발했다. 하지만 그동안 이웃사람들은 그를 정신 나간 사람 취급하고 아내도 그를 떠났다(지금은 다시 결합했다). 인도에 2500대, 그 외 17개국에 기계를 수백 대 공급했다. 그의 생리대 소매가는 개 당 3센트, 기계는 대 당 2500달러다. 모두 시가보다 싸다. 무루가난탐은 2014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뽑혔다. 여성들이 그 기계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의 말마따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여성을 향한” 사업이다.인도 구자라트의 과학자 스와티 베데카르는 2010년 무루가난탐의 기계를 한 대 구입했다. 사막 지역사회를 방문했다가 소녀들이 돌 위나 모래를 채운 단지 위에 앉아 생리혈을 흘려 보내는 광경을 목격했다. 그녀는 소녀들을 돕고 싶었지만 기계를 사용한 여성들은 발로 움직이는 페달 때문에 허리가 아프다고 불평했다. 베데카르는 기계를 개조해 그 과정을 단순화했다. 생리대 디자인을 단순화하고 날개를 달아 착용감을 개선했다. 하지만 또 다른 장벽이 있었다. 인도의 대다수 도시와 마을에는 폐기물 처리 규정이 없어 다 쓴 위생제품을 종이나 비닐로 싸서 쓰레기와 함께 버리는 경우가 많다. 떠돌이 개들이 종종 쓰레기 속을 파헤치고 남성 일부는 여성이 생리대를 흑마술에 이용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베데카르의 남편 시암은 다쓴 생리대를 전기 없이 신속히 소각할 수 있는 화분 모양의 점토 소각로를 발명했다.요즘 베데카르는 40개 여성 그룹을 조직해 그 개량 기계로 월 5만 개의 생리대를 만들어 사키라는 이름으로 판매한다(사키는 힌디어로 ‘친구’를 뜻한다). 베데카르는 2014년 화제를 모은 루게릭병 환자 돕기 모금 캠페인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위생 버킷 챌린지를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한 양동이의 사키 생리용품 구입을 권유해 소녀들을 도우려는 취지의 캠페인이다. 지난해 자신의 비영리단체 비찰리야 재단과 공동으로 6000명의 소녀에게 1년치 생리용품을 제공했다.인도에서의 혁신은 상당부분 소기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재나아프리카 재단(ZanaAfrica Foundation)은 매년 케냐의 소녀 1만 명에게 생리대와 성(性)·생식 건강 교육을 제공한다. 케냐는 2004년 세계 최초로 생리용품에 대한 소비세를 폐지했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재나아프리카 재단의 지나 라이스 윌친스 대표는 “매년 케냐의 사춘기 소녀 100만 명이 생리로 인해 최대 6주씩 결석한다”며 “학교를 중퇴하는 비율이 사춘기를 시작하는 남학생의 2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재단의 사회적 기업 재나아프리카그룹은 생리용품을 생산해 동아프리카의 소녀와 여성에 제공한다. 이 조직이 지난 3월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으로부터 4년간 260만 달러의 보조금을 받게 됐다. 소녀들에게 성·생식 건강 교육과 함께 생리대 제공의 효과를 검토하는 획기적인 연구 지원 자금이다.라이스 윌친스 대표는 “케냐의 모든 소녀가 중등학교를 마친다면 그녀의 평생에 걸쳐 케냐의 국내총생산(GDP)이 46%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빈곤·학대·아동결혼·임신 등 아주 많은 장벽이 있다. 생리가 장벽이 돼서는 안 된다. 우리는 조용히 작은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애비게일 존스 뉴스위크 기자

2016.06.13 10:15

21분 소요
칵테일 한 잔에 900만원

산업 일반

새저랙부터 살바토레스 레거시까지 영국 런던에서 가장 비싼 칵테일을 소개한다 칵테일은 대체로 술 중에 가장 비싸다. 사람들로 붐비는 영국 런던 쇼어디치의 지하 바에서 ‘한 잔 더!’를 외칠 때마다 지갑에서 15파운드가 나간다. 하지만 섣불리 ‘한 잔 더!’를 외치다가는 타던 자동차를 팔아야 할 지경에 이를지도 모르는 바도 있다. 축하할 일이 있을 때 고급 샴페인을 마실 수도 있다. 하지만 빈티지 크리스털 샴페인에 1888년산 브랜디 한 병을 곁들이려면 휴가를 몇 차례나 반납하고 일해야 한다. IB타임스가 꼽은 런던에서 가장 비싼 칵테일을 소개한다.지지스 바의 ‘지지’ 8888파운드(약 1500만원)‘지지’ 칵테일은 자메이카 출신의 가수 겸 배우 그레이스 존스를 위해 만들어졌다. 위의 가격은 이 샴페인 칵테일 12잔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희귀한 술들을 병째로 계산했을 때의 비용이다. 한잔의 가격은 대략 740파운드(약 124만원)다. 이 칵테일에는 1990 빈티지의 크리스털 샴페인과 ‘1888 사마랑스 비에이유 렐리크 빈티지 바 알마냑’ 브랜디, ‘많은 양’의 금박, 앙고스투라 비터스, 그리고 설탕이 들어간다.아메리칸 바의 ‘새저랙’ 5000파운드(약 841만원)아메리칸 바는 ‘1858 새저랙 드 포르주’ 코냑과 1900년대산 페이쇼 비터스, 1950년대산 페르노 압생트를 넣은 이 새저랙을 주저 없이 ‘칵테일의 고전’이라고 부른다. 미국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스에서 처음 만들어졌을 당시와 가장 가까운 맛일 듯하다.퍼플 바의 ‘B&B 킹’ 375파운드(약 63만원) 우리가 본 중에 가장 비싼 축에 들진 않지만 그래도 대충 아이폰 SE 한 대 값은 된다. B&B 킹에는 1940년산 마텔 엑스트라와 1940년산 베네딕틴이 들어간다. 1913년산 버번 위스키로 만든 ‘맨해튼’ 칵테일의 가격은 360파운드(약 60만원)다.살바토레스 바의 ‘살바토레스 레거시’ 5500파운드(약 925만원)런던 플레이보이 클럽 내 살바토레스 바의 저명한 바텐더 살바토레 캘러브리즈가 그곳을 그만둔다면 그 바와 살바토레스 레거시 칵테일은 어떻게 될지 상상이 안 된다. 캘러브리즈가 1960년대 처음으로 이 칵테일을 만들려고 했을 때 ‘1778 클로 드 그리피어 비유 코냑’ 한 병이 바닥에 떨어져 박살났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이 칵테일에는 1778년산 클로 드 그리피어 비유 코냑과 1770년산 쿰멜 리큐어, 1860년산 더브 오렌지 큐라소, 19세기에 만든 앙고스투라 비터스가 들어간다. 기네스북에 따르면 살바토레스 레거시는 한때 세상에서 가장 비싼 칵테일이었다. 그런 타이틀은 누군가 그 술을 주문해야만 얻을 수 있으니 실제로 주문해서 마신 사람이 있다는 말이다.- 제임스 테넌트 아이비타임즈 기자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여행처럼 술도 그 역사를 음미하면 술친구와의 대화가 풍요로워진다. ‘위스키의 지구사’는 국내 최초로 위스키의 기원과 역사를 소개한 책이다.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의 ‘원조’ 논란, 세금을 거둬들이려는 영국 정부와 이윤을 창출하려는 스코틀랜드·아일랜드 제조업자들 사이의 갈등과 협력, 금주법을 피해 하늘과 바다에서 술을 마신 미국인 이야기는 글에 취하는 맛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한국 위스키의 역사와 다양한 칵테일 만드는 방법까지 곁들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안주는 없다.

2016.05.22 07:17

2분 소요
인도네시아 50대 부자의 깊은 추락

국제 이슈

수출 주도형 국가에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 경제가 비틀거리고, 대표적 기업을 이끄는 자본가들 또한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최근 인도네시아가 이런 고통을 겪었다. 피해는 지난 한 해 최고 부자들의 재산 감소에서 여실히 드러났다.달러 대비 10% 하락한 루피아 가치절하와 함께 유가가 하락했다. 팜오일과 석탄 가격 또한 2년 내내 하락세를 이어갔다. 그 결과 인도네시아 50대 부자의 재산 또한 9% 하락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90억 달러가 사라졌다.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인도네시아에서는 억만장자로 불릴 수 있는 사람이 28명(지난해 34명)으로 줄어들었다. 가장 크게 재산이 감소한 부자는 에드윈 수르야자야(33위)와 수칸토 타노토(34위)다. 모두 상품(commodities) 시장의 급락세로 수모를 겪었다. 석탄과 석유, 가스, 팜오일 사업을 보유한 상장사 ‘사라토가 인베스타마 세다야’ 지분 60%를 보유한 수르야자야는 올해 회사 주가가 30%나 하락했다. 퍼센트 기준으로 자산이 가장 많이 감소한 타노토는 인도네시아 최대 팜오일 기업 ‘아시안 아그리’의 추정 가치가 바닥 없이 추락하는 걸 지켜봐야 했다. 기업가치 하락으로 그의 재산 또한 큰 폭으로 감소했으며, 그는 7년 만에 처음으로 억만장자 순위(10억 달러 이상의 부자)에서 탈락했다.산불로 인한 연무 분쟁도 주목할 만하다.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와 수마트라섬 열대우림에서는 매년 가을 목재 및 팜오일 사업 재배지 확보를 위해 산에 불을 놓는다. 산불의 규모가 워낙 커서 섬 전체를 휩싸는 엄청난 연기 기둥이 만들어지는데 인접국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대부분 지역에서 볼 수 있을 정도로 크고 짙다. 그러다 보니 가을마다 계속되는 환경 재앙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올해는 1997년 이후 최악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연무가 짙었고, 인도네시아 기업 제품 보이콧까지 시작됐다. 한창 산불을 놓는 10월이 오자 싱가포르 식료품 체인점 NTUC 페어프라이스, 솅 시옹, 프라임 슈퍼마켓이 인도네시아 기업 아시아 펄프앤페이퍼의 제품을 매장 진열대에서 치우기까지 했다. 가디언과 세븐일레븐, 콜드 스토리지와 자이언트 등의 유통 체인점을 가진 데어리 팜 그룹 또한 티슈부터 노트북까지 APP의 전제품 재고를 계속 채워넣는 걸 중단했다. APP는 에카 칩타 위자자(4위)가 이끄는 시나르 마스 그룹 자회사다.자카르타 증시 종합지수가 22%나 하락할 만큼 암울한 시기에도 인도네시아 50대 부자 순위에 든 10명의 재산은 증가했다. 재산이 하락한 부자들은 평균 3억 7000만 달러를 잃었다. 평균 19%씩 감소한 셈이다. 추가적으로 눈에 띄게 재산이 감소한 사람은 샴술 누르살림과 더 닝 킹(49위)이다. 누르살림의 경우 그가 보유한 상장 유통사 미트라 아디페르카사의 주가가 하락한 것이 순위 하락 이유 중 하나가 됐다. 더 닝 킹이 소유한 상장 부동산 개발 및 관리사인 베카시 파자르 인더스트리얼 에스테이트 역시 전보다는 실적이 악화됐다. 두 회사 주가 모두 45% 가까이 하락했다. 50대 억만장자에 오를 수 있는 기준선 역시 하락하며 힘든 시기임이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해 5억 달러로 올랐던 기준선은 2015년 4억 달러로 하락했다.새롭게 눈에 띈 부자는 2명이다. 부동산의 제왕 오스버트 라이먼(43위)과 섬유산업 재벌 이완 루크민토(45위)다. 순위에서 탈락했다 다시 얼굴을 내민 수칩토 나가리아가 50위로 턱걸이했다. 그의 부동산 개발사 수마레콘의 주가가 상승한 덕분이다. (주가 및 환율은 11월 13일을 기준으로 계산했다. 추가 정보는 forbes.com/ Indonesia 참조) ━ 1. 부디 & 마이클 하르토노 154억 달러 ▼수입원: 금융연령: 74세, 기혼, 자녀 3명연령: 76세, 기혼, 자녀 4명형제 재산 중 가장 가치가 높은 지주사 뱅크 센트럴 아시아(Bank Central Asia)의 주가 하락으로 보유 자산가치는 10억 달러 이상 하락했다. 그러나 하르토노 형제는 7년 연속 인도네시아 최고 부자 자리를 지켰다. 하르토노 가문의 재산은 담배 사업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형제는 50여 년 전에 작고한 부친으로부터 정향이 첨가된 크레텍 담배 자럼(Djarum)을 상속받았다. 부디의 장남 빅터는 현재 회사 COO로 일하고 있고, 다른 아들 마이클은 GDP 벤처를 통해 온라인 팬클럽 킨치르 닷컴(Kincir.com) 등의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 2. 수실로 워노위조조 55억 달러 ▼수입원: 담배연령: 59세, 기혼, 자녀 4명수개월 만에 수실로는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1년 전만 해도 회사를 끈질기게 괴롭혔던 문제(담배 작물 흉작, 정부 규제)를 피해간 것처럼 보였던 담배회사 구당 가람(Gudang Garam)은 올해 주가 급락으로 시련을 겪었다. 가족의 재산도 25억 달러 감소했다. ━ 3. 안소니 살림 54억 달러 ▼수입원: 다업종연령: 66세, 기혼, 자녀 3명재계 순위 2위인 살림 그룹(Salim Group)의 리더다. 요즘은 계약 체결로 바쁘다. 필리핀 제당업체 록사스 지분 34%를 인수했고, 호주 및 뉴질랜드 대형 식품업체 굿맨 필더 10억 달러 인수 계약에도 참여했다. 살림 그룹은 이동통신과 유통, 부동산 및 금융 사업을 운영 중이다. ━ 4. 에카 칩타 위자자 53억 달러 ▼수입원: 팜오일연령: 92세, 기혼, 자녀 15명오래전부터 캐시카우 역할을 제대로 해준 팜오일 생산업체 골든 아그리리소스(Golden Agri-Resources)는 팜오일 가격 급락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주가 또한 1년 사이 30% 급락했다. 그룹은 최근 억만장자 가문으로부터 인도네시아 5위 석탄업체 PT 베라우 석탄 에너지를 인수했다. 그가 소유한 시나르 마스 그룹은 10월 런던의 아이콘이 된 상업용 건물 알파베타 빌딩을 약 4억 달러에 인수했다. ━ 5. 하이룰 탄중 48억 달러 ▲ 수입원: 다업종,연령: 53세, 기혼, 자녀 2명그의 회사 CT코퍼레이션은 금융과 미디어, 라이프스타일, 엔터테인먼트, 플랜테이션에 지분을 가진 다양한 사업체를 운영한다. 패션 유통 브랜드 트랜스 패션은 인도네시아 주요 도시에서 100개에 달하는 브랜드 부티크 매장을 가지고 있다. 그룹은 웬디스(Wendy’s)의 인도네시아 프랜차이즈 권한과 레스토랑 30개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 6. 스리 프라카쉬 로히아 47억 달러 ▲수입원: 다업종연령: 63세, 기혼, 자녀 2명부친과 함께 설립한 석유화학 산업 선도업체 인도 라마는 이번 9월 창립 40주년을 3일에 걸쳐 축하하는 행사를 가졌다. 아직 그룹 회장을 역임하고 있지만, 일상적 운영은 그룹 전무이사로 재직하며 신규 프로젝트 및 인수를 이끄는 아들 아미트가 관장하고 있다. 인도라마의 아프리카 사업 관리도 아미트가 도맡아 하는 중이다. 지금까지 회사는 아프리카에 약 20억 달러의 돈을 투자했다. ━ 7. 바흐티아르 카림 33억 달러 ▲수입원; 팜오일연령: 58세, 기혼카림이 소유한 인도네시아 최대 팜오일 생산기업 무슬림 마스(Muslim Mas)는 최근 삼림 파괴를 저지하려는 인도네시아 팜오일 연합에 가입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말레이시아 팜오일 농장주 젠팅플랜테이션과 사바에 8200만 달러 규모의 팜오일 정유시설 계약을 체결했다. 작고한 부친 안와르는 1972년 남청 비누공장을 설립했다. 회사는 아직도 비누 및 마가린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 8. 분자민 세티아완 30억 달러 ▼수입원: 제약연령: 82세, 기혼, 자녀 2명병원 사업체 미트라 켈루아르가(Mitra Keluarga)는 이번 3월 증시 상장으로 투자금 3억4000만 달러를 모았다. 향후 5년간 자카르타와 수라바야에 7개 병원을 추가 개원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그의 제약사 칼베 파르마(Kalbe Farma)의 제품 26개에 대해 품질 미달로 전국 리콜을 요청했고, 회사 공장 중 한 곳에서 생산한 모든 제품의 유통을 중지시키라고 명령했다 ━ 9. 모히타르 리아디 22억 달러 ▼수입원: 다업종연령: 86세, 기혼, 자녀 6명거대기업 리포 그룹(Lippo Group)의 설립자다. 그룹은 그의 아들 제임스와 스테판의 감독 하에 사업을 확장 중이다. 부동산 사업은 최근 미쓰비시와 합작사를 설립했고, 4G 서비스 부문에서는 미쓰이앤코와 이미 합작사를 운영 중이다. 손자인 존은 유명 백화점 마타하리의 온라인몰 마타하리몰을 ‘인도네시아의 알리바바’로 만들겠다며 5억 달러의 투자를 제안하는 등, 전자상거래 진출을 진두지휘 한다. 리포는 미얀마의 거물 기업가 세르게 푼(Serge Pun)과 손을 잡고 미얀마 병원 네트워크 구축에 나섰다. ━ 10. 타히르 20억 달러 ▼수입원: 다업종, 연령: 63세, 기혼, 자녀 4명포브스 인도네시아 출판 라이선스 권한을 공동 소유한 타히르는 2015년 마야파다 은행 소유 지분 중 1억5000만 달러 이상을 매도했다. 그러나 매도 후에도 그의 지분은 5억 달러에 달한다. 주식 매각으로 손에 넣은 현금은 인도네시아 건물 2채와 일본 건물 1채 등, 보유 부동산을 확대하는데 지출했다. 병원 체인과 면세점, 클라우드 기반 병원 관리시스템 메디코닷아이디에도 지분을 가지고 있다. 딸 그레이스는 온라인 사이트 프린터러스(Printerous)와 탈렌타(Talenta) 주요 투자자다. 3륜 택시 제조업자의 아들이었던 그는 2015년 인도네시아 대통령 훈장을 받았다. ━ 11. 피터 손다크 19억 달러 ▼수입원: 다업종연령: 65세, 기혼, 자녀 4명그가 소유한 라자왈리 그룹(Rajawali Group)은 광산과 플랜테이션, 호텔, 운송 사업체를 소유한 재벌 기업이다. 제국 구조조정을 위해 노력했지만, 비핵심자산 매각을 위한 노력은 아직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글 하이 플랜테이션 지분 매각을 위한 실사는 투자자들이 결정을 망설이며 연장됐다. 자카르타에서 건설 중인 세인트 레지스 주상복합 슈퍼블록은 2016년 초 완공 예정이다. ━ 12. 쿠스난 & 루스디 키라나 18억7000만 달러 ▲수입원: 항공연령: 56세, 52세형제는 함께 인도네시아 최대 비상장 항공사 라이온 그룹(Lion Group)을 경영 중이다. 라이온 그룹은 내년 광저우와 상하이로 가는 직항편을 개설하며 중국 시장 진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반텐레박 공항 개발 계획은 인도네시아 교통부의 건설 허가 거절로 완전히 좌초된 것으로 보인다. ━ 13. 무르다야 푸 18억5000만 달러 ▲수입원: 다업종연령: 74세, 기혼, 자녀 4명전기, 건설, IT, 목재, 플랜테이션 사업을 영위한다. 그가 소유한 자카르타 국제 엑스포 건물은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 중 최대 면적을 가지고 있다. 그는 신문 판매로 현재 재산 대부분을 차지하는 거대기업인 센트럴 칩타 무르다야를 키워냈다. 뇌물 혐의로 유죄 확정 받은 뒤 2년 8개월 수감 생활을했던 그의 아내는 지난해 가석방을 받았다. ━ 14. 푸트라 삼푸르나 16억5000만 달러 ▼수입원: 투자연령: 68세, 기혼, 자녀 4명10년 전 담배산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20억 달러를 받고 H M삼푸르나 담배회사의 가족지분 40%를 필립모리스에 매도했다. 지금은 5개 산업(농업, 금융, 이동통신, 부동산, 목재)에 자산이 있다. 모두 막내 아들 마이클이 경영하는 ‘삼푸르나 전략그룹’의 자회사다. ━ 15. 에디 쿠스나디 사리아트마자 16억 달러 ▲수입원: 미디어, 기술연령: 62세, 기혼, 자녀 4명광고 수입이 35% 증가하면서 미디어 및 광고 기업 엘랑 마코타 텍놀로기(Elang Mahkota Teknologi) 주가는 지난해 대비 67% 상승했다. 2개 TV 방송국 SCTV와 인도시아르(Indosiar)를 형제인 포포, 다윈과 공동 소유하고 있다. 형제는 인도네시아 인터넷, 디지털, TV 방송 분야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줄임말로 엠텍(Emtek)이라고 부르는 이들의 미디어 기업은 올해 라이프스타일 상품을 판매하는 보보보보닷컴(Bobobobo.com) 지분 20%를 매입했다. ━ 16. 치푸트라 15억 달러 ▼수입원: 부동산연령: 84세, 기혼, 자녀 4명3월 자카르타 인도네시아의 첫 래플스 호텔을 개장했다. 호텔은 비즈니스 및 쇼핑지구 재팬 사트리오 치푸트라 월드(Ciputra World) 안에 들어섰다. 과거 치푸트라는 주머니가 얇은 여행객을 위해 실속형 호텔을 운영한 적이 있다. 부동산 사업 치푸트라 개발이 그의 재산 대부분을 차지한다. ━ 17. 에디 카투아리 14억5000만 달러 ▼수입원: 소비재연령: 64세, 기혼, 자녀 4명그가 소유한 윙스 그룹(Wings Group)은 국내외 시장에서 다양한 제품을 판매 중이다. 진출 범위도 넓어서 전 세계 80개국에서 영업을 한다. 주력 시장은 아프리카와 중동이다. 비누 및 세제 시장에 진출한 회사는 유니레버, 살림 그룹(3위)과 경쟁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와 함께 자산, 화학, 포장 사업도 운영 중이다. ━ 18. 에카 찬드라네가라 14억 달러 ▼수입원: 부동산연령: 69세, 기혼그가 소유한 부동산 개발사 물리아 랜드(Mulia Land)는 콸라룸푸르 국제금융지구 툰 라작 익스체인지에 위치한 1억8000만 달러 규모의 시그니처 타워 건설 계획에 합의했다. 건물은 콸라룸푸르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것이다. 중국에서도 호텔과 사무, 주거 지구를 포함해 최소 4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중이다. 에카는 1980년 작고한 부친 찬드라 쿠수마와 함께 물리아를 설립했다. ━ 19. 쿤초로 위보오 13억7000만 달러 ▼수입원: 리테일, 공구연령: 59세, 기혼루피아 약세로 순자산가치에 특히 더 많은 타격을 입었다. 사업체 카완 라마(Kawan Lama)가 대다수 제품을 수입해 사업을 하기 때문이다. 회사 중 가장 자산가치가 높은 에이스 하드웨어 인도네시아는 올해 창사 20주년을 맞이했다. 에이스는 34개 도시에서 8만5000개 제품을 판매한다. ━ 20. 테오도르 라흐마트 13억5000만 달러 ▼수입원: 다업종연령: 72세, 기혼, 자녀 3명고무, 팜오일, 석탄 등의 상품가격 하락으로 자산이 줄었다. 투자 사업은 의료기구, 공구 생산, 플라스틱, 자동차, 의류, 운송 등 다양하다. 사촌 에드윈 수랴자야(33위)와 석탄회사 아다로 에너지를 비롯한 다수 기업체를 공동 운영하고 있다. ━ 21. 칠리안드라 판기오노 13억 달러 ▼수입원: 팜오일연령: 39세, 기혼, 자녀 2명19만 헥타르가 넘는 팜오일 플랜테이션과 인도네시아 리아우, 동부 칼리만탄, 서부 칼리만탄 전체에 12개 팜오일 공장을 운영하는 퍼스트 리소스(First Resources)를 경영한다. 플랜테이션 개발 및 유지, 생산역량 제고를 위해 1억3000만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부친이 23년 전 시작한 사업을 형제 시기와 공동 운영하고 있다. ━ 22. 조코 수산토 12억 달러 ▼수입원: 리테일연령: 65세, 기혼, 자녀 5명기업 시그만타라(Sigmantara)는 일본 미쓰비시, 태국 이찌탄 그룹과 합작사를 설립해 인도네시아에서 녹차를 재배하고 판매한다. 수산토는 부친의 식품 판매대를 관리하며 처음 일을 시작했다. 그의 자식들은 인도네시아 최대 미니마트 체인 알파마트의 일상적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 23. 후소도 앙코수브로토 11억7000만 달러 ▼수입원: 다업종연령; 60세, 기혼지난해 4억 달러를 받고 생명보험사 세퀴스의 가족 지분 20%를 일본의 닛폰 라이프에 매각했다. 그래도 남은 지분이 80%나 된다. 재산은 아주 다양한 사업에 걸쳐 분포돼 있다. 두타 앙가다 리얼티, 석탄회사 아크바 인도 마크무르 스티메츠 등의 상장사 지분도 있고, 그레이트 자이언트 파인애플 등의 비상장기업도 보유하고 있다. 그의 부친이 상품 거래를 위해 세운 기업 구눙세우 그룹은 이후 부동산 및 농업으로도 사업을 확장했다. ━ 24. 아흐마드 하마미 11억5000만 달러 ▼수입원: 중장비연령: 85세, 기혼, 자녀 4명유통을 담당하는 트라킨도 우타마가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칼스 주니어라는 브랜드의 버거 레스토랑과 슈퍼마켓 운영권도 있다. 1999년 녹내장으로 시력을 잃은 이후 아들 무키에게 경영권을 넘겨줬다. 해군 제트기 조종사로 활동했으며, 인도네시아군 최연소 대령이기도 했다. 수학 과외 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 25. 마루투어 시토루스 11억2000만 달러 ▼수입원: 팜오일연령: 55세, 기혼, 자녀 4명말레이시아 억만장자 로버트 쿠옥의 조카인 쿠옥쿤 홍과 함께 24년 전 설립한 윌마르 인터내셔널(Wilmar International) 지분이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아시아 15개국에 450개 공장을 둔 거대 농업기업 윌마르는 사이공 무역협동조합과 함께 베트남에 합작사를 설립해 국내외 시장을 노린 양념 및 조미료를 생산할 계획이다. 2600만 달러 규모 프로젝트에는 호치민시 생산공장 설립이 포함돼 있다. ━ 26. 수기아르토 아디쿠수모 10억7000만 달러 ▲수입원: 화학연령: 77세, 기혼, 자녀 2명그의 회사 AKR 코포린도(AKR Corporindo)는 석유 거래 및 유통, 석탄 채굴, 물류 서비스 사업을 가지고 있다. 동부 자바지역 그레식에 위치한 자바 통합산업항만 에스테이트에 투자했으며, 최근에는 발전소 건설에 15억 달러를 지출했다. ━ 27. 로우 턱 퀑 10억5000만 달러 ◀▶연령: 67세, 기혼, 자녀 2명싱가포르 출생의 광산 재벌로 인도네시아에서 8개 석탄 광산을 운영 중이다. 그의 가족은 다수의 골프 리조트와 아트 갤러리 1개를 공동 소유하고 있다. 로우는 2014년 12월 패러 파크 병원을 설립하며 의료보건으로도 진출했다. 무아라 타에에 위치한 구눙 바얀 동물원도 함께 운영한다. ━ 28. 해리 타누수입조 10억 달러 ▼수입원: 미디어연령: 50세, 기혼, 자녀 5명정치에도 진출한 귀족 기업가 해리 타누수입조는 올해 초 국립민주당에서 탈당해 통합인도네시아 당을 창당했다. 미디어 사업(최근 개국한 아이뉴스 TV를 포함해 4개의 전국 방송국 보유)의 중심지 역할을 할 MNC뉴스센터 건설을 완공했다. 증시 상장과 함께 인도네시아 비즈니스 및 자본시장 TV 채널을 개국하기도 했다. ━ 29. 푸르노모 프라위로 9억9000만 달러 ▼수입원: 택시연령: 68세, 기혼, 자녀 3명1972년 모친과 지금은 세상을 떠난 형과 함께 블루버드(Blue Bird) 택시 회사를 설립했다. 블루버드는 현재 택시 3만 대를 보유한 인도네시아 최대 택시회사로 성장했다. 현재 회사를 운영 중인 딸 노니 푸르노모는 우버의 시장 진출로 압박을 받고 있다. ━ 30. 압둘 라시이드 9억7500만 달러 ▲수입원: 목재, 연령: 57세, 기혼목재 거물 라시이드를 인도네시아 최대 불법 벌목업자 중 하나로 보는 시선도 있다. 현재 팜오일 플랜테이션으로 엄격한 조사를 받는 중이다. 환경그룹은 그가 지분 84%를 보유한 사윗 수버마스사라나에 큰 불만을 가지고 있다. 이미지 회복을 위해 그는 오랑우탄과 맹그로브 보존 지원에 나섰다. ━ 31. 하르조 수탄토 9억7000만 달러 ▲수입원: 소비재연령: 89세, 기혼, 자녀 4명작고한 페르디난드 카투아리(17위를 차지한 에디카투아리의 부친)와 함께 집집마다 비누 방문판매를 다니며 1948년 창업한 윙스 그룹은 현재 거대 소비재 기업으로 성장했다. 일본 패밀리마트와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해 인도네시아에서 편의점 체인을 운영 중이다. ━ 32. 후사인 조조네고로 9억5000만 달러 ▼수입원: 소비재연령: 66세, 기혼, 자녀 4명회사는 그의 부친이 1948년 허브 와인 판매를 위해 설립했다. 후사인과 그의 가족은 현재 소비재 제조기업 ABC그룹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인기 제품 중에는 탱고 웨이퍼, 포장음료인 더 젤라스와 크라팅댕 등이 있다. ━ 33. 에드윈 수리야자야 9억3000만 달러 ▼수입원: 석탄, 투자, 연령: 66세, 기혼, 자녀 3명석탄 가격과 팜오일 가격 하락으로 세계적 억만장자에서 순위가 미끄러졌다. 금융 및 전력사업에도 투자했으며, 내년부터 자신의 회사 부미 숙세신도를 통해 동부 자바에서 금광산을 운영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자동차 그룹 아스트라(Astra)를 설립했지만 결국 대부분의 자산을 날린 윌리엄 수리야자야(작고)의 아들이다. ━ 34. 수칸토 타노토 8억8000만 달러 ▼수입원: 다업종연령: 65세, 기혼, 자녀 4명2015년 상품 가격의 급락으로 그의 회사 로열 골든 이글(Royal Golden Eagle) 또한 경착륙을 면치 못했다. 그 결과 타노토는 2007년부터 계속 이름을 올리던 억만장자 순위에서 처음으로 탈락했다. 섬유 및 아기용 물티슈에 사용되는 비스코스 섬유 최대 생산업체 중 하나인 사테리의 보유지분 가치는 5억 달러 이상 감소했다. 그렇다고 그가 완전히 뒤처진 건 아니다. 그의 회사 아시안 아그리는 지금까지 5개의 바이오가스 발전소를 세웠으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발전소 추가 설립 계획을 가지고 있다. ━ 35. 악사 마무드 8억5000만 달러 ▼수입원: 시멘트, 뱅킹연령: 70세, 기혼, 자녀 5명마무드는 발리와 마카사르에 호텔과 고층 건물을, 자바와 인도네시아 동부 지역에 시멘트 공장을 가지고 있다. 의료보건과 에너지, 뱅킹, 자동차 사업을 운영 중이다. 인도네시아 부통령 유숩 칼라(Yusuf Kalla)를 사위로 두고 있다. ━ 36. 알렉산더 테자 8억2000만 달러 ▼수입원: 부동산연령: 70세, 기혼, 자녀 4명부동산 개발업자인 한국 롯데기업과 함께 인도네시아 초대형 주거상업단지 개발에 나서고 있다. 코타 카사블랑카의 주상복합 3개 동 상장 프로젝트 ‘파쿠원 자티’를 진행 중이다. 2018년 초 완공 예정인 파쿠원 자티는 간다리아 시티를 건설한 개발업체 아티잔 와휴의 지분 과반수를 보유하고 있다. ━ 37. 하심 조조하디쿠수모 7억5000만 달러 ▼수입원: 다업종연령: 61세, 기혼, 자녀 3명아르사리 그룹(Arsari Group)은 제지, 플랜테이션, 마이닝, 물류사업을 가지고 있다. 그의 재단은 2014년 12월 욕야카르타에 위치한 가자 마다 대학에서 고고학 연구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2014년 대선에 출마한 형제 프라보오 수비안토가 결성한 게린드라 정당에서 자녀 2명이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38. 카르티니 물자디 7억1500만 달러 ▼수입원: 제약연령: 85세, 배우자 사망, 자녀 3명가족 재산을 책임지는 제약업체 템포 스캔 퍼시픽(Tempo Scan Pacific)의 경영은 아들 한도조물자디가 진두지휘 한다. 루피아 불안으로 지난해부터 45% 급락한 주가는 간신히 하락세를 멈추었다. 카르티니 물자디는 의료 및 교육 자선활동에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 39. 베니 수비안토 7억1000만 달러 ▼수입원: 투자연령: 73세, 기혼, 자녀 3명수비안토가 사업체를 운영하는 석탄, 폐고무, 팜오일 산업은 2015년 끔찍한 한 해를 보냈다. 그가 위원장을 역임하는 석탄회사 아다로 에너지(Adaro Energy)의 주가는 거의 반토막이 났다. 그의 재산은 25% 이상 감소했고, 그 또한 억만장자 순위에서 밀려났다. ━ 40. 수다멕 6억6500만 달러 ▲수입원: 소비재연령: 59세, 기혼, 자녀 3명인도네시아 시장 1위 식음료업체 가루다푸드(GarudaFood)를 20년간 경영했다. 다양한 과자와 탄산음료를 판매하는 가루다푸드의 대표적 제품은 볶은 땅콩 ‘카캉 가루다’이다. 최근에는 취리히에 본사를 둔 세계적 초콜릿 및 코코아 업체 배리 칼라보 그룹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영적 지도자로 활동했던 사이 바바(작고)의 제자였던 수다멕은 중병을 앓던 자신을 바바가 치료해 준 덕분에 경영에 나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 41. 림 하리얀토 위자야 사르워노 6억6000만 달러 ▼수입원: 팜오일연령: 88세, 기혼, 자녀 7명하리타 그룹(Harita Group) 소유주. 재산의 상당 부분은 싱가포르 플랜테이션 상장기업 부미타마아그리가 차지한다. 광산업에 집중하는 하리타 그룹은 중국 회사와 손을 잡고 칼리만탄에 보크사이트 용광로, 할마헤라에 니켈 용광로를 건설하는데 총 25억 달러를 투자했다. ━ 42. 가리발디 토히르 6억500만 달러 ▼수입원: 석탄연령; 50세, 기혼, 자녀 3명석탄 및 가스기업 아다로 에너지(Adaro Energy) 대표이사 사장으로 있는 가리발디 토히르 또한 석탄 가격 급락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부동산과 이동통신, 자동차, 식품, 스포츠 클럽에 개인적으로 투자한 돈은 그나마 잘 버텨서 이들 투자금의 총 가치는 아다로 에너지 지분 가치보다 많아졌다. 내년부터 25개 호텔을 건설하고 자바 금 광산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다. ━ 43. 오스버트 라이먼 6억 달러 ★수입원: 다업종연령: 65세오스버트의 부친이 1959년 설립한 라이먼 그룹(Lyman Group)의 전신은 사티야 자야 라야 그룹이었다. 요즘은 보유 부동산이 전체 자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라이먼 그룹은 살림 그룹 및 케리 그룹과의 합작으로 2개 동으로 구성된 카사 도메인 아파트를 완공했다. 지금은 서부 자바에서 코타 바루 파라향안 주거 지구를 개발 중이다. ━ 44. 조기 헨드라 앗마자 5억9000만 달러 ▼수입원: 소비재연령: 69세, 기혼식품 재벌 마요라 그룹(Moyora Group)의 지배 지분을 가지고 있다. 화교 출신인 그의 가족이 1970년대 처음 시작한 사업은 인비스코 자자이다. 현재 마요라는 인도네시아 가공식품 산업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 45. 이완 룩민토 5억4000만 달러 ★수입원: 섬유연령: 40세, 기혼, 자녀 3명스리텍스 그룹(Sritex Group) 설립자 H.M. 룩민토(2014년 사망)의 큰 아들이다. 1997년부터 회사 경영을 도맡아 왔다. 1966년 솔로에서 작은 밀랍 염색 상점으로 소박하게 시작한 그룹은 현재 동남아시아 최대의 통합섬유회사로 자리 잡았으며, NATO 군복을 제작한다. 2016년 신규 레이온 공장 착공이 예정돼 있다. ━ 46. 샴술 누르살림 4억7000만 달러 ▼수입원: 타이어, 리테일연령: 74세, 기혼, 자녀 3명끔찍한 한 해였다. 그가 소유한 타이어업체 가자 퉁갈(Gadjah Tunggal)은 지난해부터 주가가 50% 가까이 폭락했다. 소매 유통업체인 미트라아디퍼카사의 주가는 40% 하락으로 그나마 조금 낫다. ━ 47. 이르완 히다얏 4억6000만 달러 ▼수입원: 전통 약재연령: 68세, 기혼, 자녀 2명조모가 1940년 조그마하게 시작했던 욕야카르타의 약국은 이후 인도네시아 전통 약재를 판매하는 기업인 시도 문출(Sido Muncul)로 성장했다. 1972년 경영에 나선 이르완은 독감에서 빈혈까지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는 약물과 전통 약재를 제조하며 성공적 제약업체로 자리 잡았다. ━ 48. 아리핀 파니고로 4억5000만 달러 ▼수입원: 다업종연령; 70세, 기혼, 자녀 2명파푸아에서 기계 농업으로 100헥타르에 달하는 농지를 경작하고 있다. 그의 회사 메드코 그룹(Medco Group)은 에너지와 플랜테이션 농장, 환대 산업에도 지분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사우다라 은행’의 지분 33%를 우리은행에 매도했다. ━ 49. 더 닝 킹 4억1000만 달러 ▼수입원: 다업종연령: 84세, 기혼, 자녀 7명물류 시설업체 메가 마눙갈 프로퍼티가 2015년 6월 인도네시아 증시에 상장되며 7000만 달러에 달하는 투자금을 모집했다. 1977년 섬유업체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부동산 기업인 알람 수트라 리얼티(Alam Sutra Realty)가 그의 재산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 50. 수칩토 나가리아 4억 달러수입원; 부동산,연령: 74세, 기혼, 자녀 2명수마레콘 아궁(Summarecon Agung) 창업자다. 자카르타와 발리에 위성도시를 세운 그의 다음 프로젝트는 자바의 대도시 반둥에서 진행되는 럭셔리 지구 개발이다. 츠지 불교재단에서 사회 운동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편집 ABRAM BROWN 포브스 기자, 취재팀 포브스 인도네시아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수 있습니다.포브스 코리아 온라인 서비스는 포브스 본사와의 저작권 계약상 해외 기사의 전문보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2015.12.23 16:26

16분 소요
10년의 고독을 이겨낸 사랑

산업 일반

“난 맞서 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다. 병상에 누워서 이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정신을 집중해야만 했다. 생각은 뒤죽박죽이었지만 내 몸이 처한 상황은 명확했다.”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5년 2월 20일 스코틀랜드의 싱어송라이터 에드윈 콜린스(당시 45세)는 뇌졸중을 일으킨 뒤 깊은 혼수상태에 빠졌다. 런던의 왕립시료병원에 입원한 그는 말을 할 수도 움직일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의 병상 주변에 둘러서서 그와 의사소통을 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말소리는 들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그런 일이 자신에게 닥치기 전에는 그렇게 살 수 없다고 말한다”고 콜린스가 느릿느릿하고 뚝뚝 끊기는 말투로 얘기했다. “하지만 막상 그런 상황에 처하면 맞서 싸우게 된다. 영화에서와 똑같다. 영화에서 그 공포감을 완벽하게 포착했다.”키가 크고 주의 깊은 성격의 콜린스는 여전히 팝스타의 매력적인 미소를 지니고 있다. 그는 부인이자 매니저인 그레이스 맥스웰, 그리고 아들 윌과 함께 사는 런던 북부의 자택 거실에 앉아 있었다. 몸집이 작고 쾌활한 맥스웰은 남편 곁 거실 바닥에 앉아 몸을 웅크리고 있다가 가끔 대화에 불쑥 끼어들어 남편이 하려던 말을 마저 끝냈다. 콜린스는 부인이 그럴 때면 “그 입 좀 다물어요”라고 말하곤 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가능성은 무한하다(The Possibilities Are Endless)’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영국에서는 DVD가 출시됐고 미국에서는 곧 영화가 개봉된다.영화의 초반 25분은 보기가 쉽지 않다. 병상의 콜린스가 자신의 정체성을 재형성하는 과정을 그린 이 부분은 매우 느린 속도로 진행된다. 콜린스가 언어 능력을 회복하기 시작하는 대목에서는 그의 인터뷰 내용을 담은 오디오가 사운드트랙으로 흐르면서 천상의 소리 같은 음악이 섞인다.영화는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의 느낌을 포착하려고 애쓴다. 물속에서 헤엄치는 한 사람이 수면 위로 다시 올라오려고 느린 동작으로 몸부림친다. 불빛이 반짝인다. 피아노가 슬프고도 불안한 멜로디를 연주한다. 콜린스 가족이 찍은 홈비디오와 오래된 TV 프로그램 장면들이 지나간다. 서서히 이 영화의 세 번째 주인공에 초점이 맞춰진다. 인버네스에서 북쪽으로 110㎞ 떨어진 스코틀랜드의 작은 어항 헴스데일이다.콜린스 가문은 1820년대부터 그곳에 집을 갖고 있었다. 에드윈 콜린스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와 해변의 바위투성이 오솔길을 걷고 새를 관찰하면서 꿈을 키웠다. 그 기억은 이제 그를 “머나먼 곳(the faraway place)”(맥스웰은 남편의 혼수상태를 이렇게 표현했다)으로부터 다시 제자리로 끌어당기는 힘이다. 콜린스는 말하는 능력을 되찾기 시작하면서 “가능성은 무한하다”라는 말을 떠올리고 반복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맥스웰은 “매우 심오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하루에 85번 정도 듣다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고 했다.이 다큐멘터리 영화의 감독을 맡은 에드워드 러브레이스와 제임스 홀은 둘 다 30세다. 콜린스가 1980년대 글래스고의 아트펑크 밴드 오렌지 주스의 리드 싱어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절을 기억하기엔 너무 젊다. 1995년 그가 솔로 가수로 발표한 ‘A Girl Like You’가 영국 톱10, 미국 톱40 안에 들었던 일도 마찬가지다. 영화 학교에서 만난 러브레이스와 홀은 인상적인 영화 기술을 이용해 실화를 영화화하는 일에 대해 서로 같은 견해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러브레이스와 홀은 음악저술가 마이클 애저래드의 커트 코베인 인터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커트 코베인: 어바웃 어선(Kurt Cobain: About A Son)’(2006)과 기울어가는 웨일스의 한 마을 이야기를 담은 기디언 코펠 감독의 ‘작은 마을의 평범하나 장엄한 생활(Sleep Furiously)’(2009)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두 사람은 첫 공동 작품 ‘미국의 늑대인간들(Werewolves Across America)’에서 노숙자와 가난한 사람들이 만든 음악을 다뤘다. 그 다음 작품 ‘케이티 페리: 나의 일부(Katy Perry: Part Of Me)’에서는 “한 평범한 사람이 격렬한 폭풍을 만났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조명했다. 그 후 새로운 주제를 찾던 두 사람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4인조 밴드 프란츠 페르디난드를 인터뷰하던 중 콜린스에 대해 알게 됐다. 밴드 멤버들은 콜린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러브레이스와 홀은 콜린스가 새 앨범 ‘Losing Sleep’을 발표했고 오른팔을 쓸 수 없는데도 라이브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우리는 그 두 사람을 보자마자 좋아하게 됐다”고 맥스웰은 말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지 분명하고 알고 있었고 우리는 그들을 믿었다.” 그렇게 해서 섬세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랑의 초상이 완성됐다.맥스웰은 콜린스를 끊임없이 꾸짖고, 격려하고, 구슬리고, 잔소리를 해가면서 자신의 친구이자 애인이자 남편으로서의 에드윈 콜린스로 되돌려놓았다. 그 과정은 지금도 계속된다. 콜린스는 새 앨범 작업이 어떻게 돼가느냐는 질문에 음악은 괜찮은데 가사가 문제라고 했다.“아니, 아니, 아니죠.” 맥스웰이 남편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러게 내가 뭐라고 했어요? 책 좀 읽으라고 했죠!” 그녀는 사랑과 실망이 뒤섞인 시선으로 남편을 바라봤다. “남편은 스스로를 대견하게 생각해요. 자신의 등을 두드리면서 ‘잘했어’라고 말하죠. 난 그게 짜증나요. 어휘를 늘려야 하는데 말이죠. 이건 일이잖아요!” 콜린스는 약간 슬픈 표정으로 “그레이스는 내게 엄격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래서 잘못된 게 있어요?” 맥스웰이 끼어들었다. “가끔은 그랬지.” 콜린스가 유들유들하게 미소지으며 말했다.두 사람은 웃음을 터뜨렸다. 콜린스의 커다란 코웃음 소리가 방안을 가득 메웠다. 그들은 둘이 함께할 때 각자의 힘을 합친 것보다 더 큰 힘이 난다고 했다. “모든 게 엉망이 될 수도 있었지만 내가 쓰러졌을 때 아내는 매일 나를 보러 왔다”고 콜린스가 말했다.맥스웰은 남편의 투병 과정을 중심으로 한 회고록 ‘폴링 앤 래핑(Falling & Laughing)’을 펴냈다. 병원 또는 테라피스트와의 문제, 그리고 남편과의 갈등을 묘사한 이 책은 충격적이면서도 흥미진진하다. NHS(영국의 국가의료서비스)에 대한 그녀의 생각은? “그들이 남편을 살린 건 맞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어리석고 상식이 부족해 놀랐다.”맥스웰은 그동안 남편에게 읽기와 쓰기, 왼손으로 그림 그리기 등을 가르치면서 재활을 돕는 한편 10대 아들 윌을 키웠다. 영화 ‘가능성은 무한하다’가 끝나갈 무렵에 가서야 우리는 몇몇 회상 장면에서 어린 에드윈 역할을 한 배우는 전문 배우가 아니라 아들 윌 콜린스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니면 영화에서도 그랬듯이 그가 자신의 밴드와 함께 공연할 때 자기를 소개하는 방식을 따라 윌 맥스웰이라고 해야 할까? 그 콘서트는 다큐멘터리에 진정한 드라마를 가미한 감동적인 공연이었다.맥스웰과 콜린스는 콜린스가 뇌졸중을 일으킨 지 10년이 되는 시점에 헴스데일에 정착했다. 옛 집은 보수공사를 했고 가까이 있는 농장 건물은 최신식 시설을 갖춘 녹음 스튜디오로 개조했다. 그 옆에는 별장도 딸려 있다. 지난해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투표 결과 스코틀랜드는 영국의 일부로 계속 남게 됐다) 이후 그들은 스스로를 영국인이라고 여길까, 스코틀랜드인이라고 여길까?“물론 영국인이라고 생각한다”고 콜린스는 말했다. 하지만 두 사람 다 분리·독립에 ‘찬성’ 표를 던졌다. 보수당이 지배하는 영국에 싫증난 데다 새로워진 스코틀랜드 국민당(SNP)을 밀어주자는 취지였다.윌은 좋아하는 아스널 축구 클럽이 있는 런던에 남기로 했다. 그는 에미리츠 스타디움 관중석에 자리 잡고 늘 그러듯이 양편 선수들에게 강한 스코틀랜드 억양으로 욕설 섞인 충고를 퍼부을 것이 분명하다. 그는 잉글랜드 지방에서 태어났고 킬번(런던 북서부의 한 지역) 북쪽에서는 살아본 적도 없지만 스코틀랜드 억양을 구사한다.“그 애는 스코틀랜드 억양으로 말을 배웠어요. 우리집 사람들은 시끄러워요.” 맥스웰이 말했다. “당신이 특히 심하지.” 콜린스가 되받았다. 두 사람은 또 웃음을 터뜨렸다.- 번역 정경희

2015.02.15 17:56

5분 소요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MAGAZINE

MAGAZINE

1781호 (2025.4.7~13)

이코노북 커버 이미지

1781호

Klout

Kl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