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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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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국에 25% 상호관세 ‘폭탄’…앞으로 전망은? [이슈+]

산업 일반

미국 정부가 4월 2일(현지시간)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행한 연설에서 상호 관세 부과 방침을 전격적으로 발표하고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다른 나라의 관세 및 비관세 무역장벽에 따라 미국 기업이 받는 차별을 해소한다는 명목의 이번 상호관세는 기본관세와 이른바 ‘최악 국가’에 대한 개별 관세로 구성돼 있다. 한국에 더해 중국·일본·유럽연합(EU)·대만 등 미국의 주요 무역상대국에도 기본관세 이상의 상호관세가 부과됐다.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다른 국가를 향해 “미국 제품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고 산업을 파괴하기 위해 터무니없는 비금전적 장벽을 만들었다”며 “미국 납세자들은 50년 이상 갈취를 당해왔으나 더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드디어 우리는 미국을 앞에 둘 것”이라면서 “이것이야말로 미국의 황금기”라고 주장했다.한국에 25% 상호관세 발표에 ‘관세전쟁’ 현실로국가별 상호 관세율은 ▲중국 34% ▲유럽연합(EU) 20% ▲베트남 46% ▲대만 32% ▲일본 24% ▲인도 26% 등이다. 또 ▲태국에는 36% ▲스위스 31% ▲인도네시아 32% ▲말레이시아 24% ▲캄보디아 49% ▲영국 10% ▲남아프리카공화국 30% 수준이다.전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미국이 일부 국가와 품목을 넘어 모든 수입품에 대해 전면적인 관세를 부과키로 함에 따라 ‘트럼프 관세발 통상 전쟁’이 글로벌 수준으로 확대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EU를 비롯해 주요 국가들이 보복 조치 방침을 밝히면서 그동안 미국이 주도해온 자유무역 기반의 국제 통상 질서도 보호무역체제로 급격하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특히 수출 중심의 경제체제인 한국은 일본(24%), 유럽연합(20%)보다 높은 상호관세율이 적용됨에 따라 미국 시장에서 주요 경쟁 상대인 이들 국가 업체들보다 불리한 여건에서 경쟁을 벌이게 됐다. 아울러 한국은 미국의 상호 관세 부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사실상 백지화 되면서 미국과 새로운 통상 협정을 체결해야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발표에서 “한국, 일본과 다른 매우 많은 나라가 부과하는 모든 비(非)금전적 (무역)제한이 어쩌면 최악”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발표하면서 제시한 차트에는 한국이 ‘환율 조작 및 무역 장벽을 포함한 미국에 대한 관세’로 50%를 부과하는 것으로 계산돼 있다. 도표는 그러면서 한국에 적용된 25%가 ‘디스카운트(할인)’된 수치라고 소개했다. 미국 정부 고위당국자는 브리핑에서 한국의 최혜국대우(MFN) 관세율이 미국보다 월등하게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MFN은 3.5%다. 인도는 15%, 한국은 13%, 베트남은 거의 10%이지만, 더 큰 문제는 이 모든 비관세장벽”이라면서 “그들은 소고기·돼지고기·가금류 같은 우리의 많은 농산물을 전면 금지한다”고 말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대미 수출액은 전년도보다 10.4%가 증가한 1278억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한국의 대(對)미국 무역 수지는 557억달러 흑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재 한국의 주요 대미 수출 품목은 ▲자동차 ▲반도체 ▲석유제품 ▲배터리 등이다. 미국 통계청에 따르면 수입 규모 기준으로 한국은 지난 1월 10위(전체 물량의 3.4%)에 이름을 올렸다. 그동안 한국은 미국과 FTA를 체결하고 있어서 사실상 관세가 없었는데, 이번 상호관세 조치로 해당 산업군은 큰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상호 관세와 별개로 지난달 12일 철강·알루미늄 제품 25% 관세가 시행된 데 이어 자동차 관세 25%도 3일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약품, 반도체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도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백악관은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 등 기존에 다른 관세가 부과된 품목은 상호관세가 추가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상호관세에 이어 품목별 관세가 확대될 경우 한국 상품들은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에서 예전보다 훨씬 불리해진 상황에서 미국산 제품들과 경쟁을 벌여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미국의 상호관세에 대응해 다른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관세를 부과하고 나설 경우 글로벌 시장의 관세 장벽이 연쇄적으로 높아지면서 나라간 무역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긴급 경제안보전략 TF 회의…“긴급 지원대책 조속히 마련”미국 상호관세 정책이 발표된 직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4월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안덕근 산업부 장관 등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 한덕수 권한대행은 “글로벌 관세전쟁이 현실로 다가온 매우 엄중한 상황인 만큼, 통상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할 것”이라며 안덕근 산업부 장관에게 “기업과 함께 오늘 발표된 상호관세의 상세 내용과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지금부터 본격적인 협상의 장이 열리는 만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미협상에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이어 “자동차 등 미 정부의 관세 부과로 영향을 받을 업종과 기업에 대한 긴급 지원대책도 범정부 차원에서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같은날 최상목 부총리 주재로 ‘거시경제 금융현안 간담회’를 열어 미국의 관세 조치에 따른 금융·외환시장 영향을 점검했다. 안덕근 장관은 ‘민관합동 미 관세조치 대책회의’를 주재하며 대미 아웃리치 등 업계와의 공동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2025.04.03 10:14

4분 소요
무궁무진한 AI, K콘텐츠와 만난다면 [스페셜리스트 뷰]

전문가 칼럼

K-콘텐츠는 이제 더 이상 거대한 자본이나 유명 배우의 전유물이 아니다. 작은 제작사를 운영하면서, 콘텐츠 창작 환경이 얼마나 빠르게 바뀌고 있는지를 날마다 체감하고 있다. 몇 해 전만 해도 ‘이 정도 규모로 해외 영화제에 진출하는 게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지금은 다르다. 완전히 다른 무대를 맞이 했다. 인공지능(AI)가 창작 방식 전반을 혁신하면서, 실험적이면서도 독창적인 K-콘텐츠를 만들 기회가 이전보다 훨씬 넓어졌기 때문이다.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23년 전체 극장 매출액은 1조2614억원으로, 2019년 대비 약 65.9% 수준이다. 관객 수도 55.2% 정도로 떨어져, 극장을 중심으로 한 영화 산업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OTT 플랫폼이 빠르게 부상하며 콘텐츠 소비 패턴도 급변하고 있지만, 제작비나 인력 문제는 여전히 녹록지 않다.한류 콘텐츠의 글로벌 시장성을 짚어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방송·영상 콘텐츠 수출액이 12억 달러(문화체육관광부 통계) 수준으로 꾸준히 증가해 왔으나, 팬데믹 이후 현지화·다양성 요구가 높아지면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해외 관객에게 다가갈 것인가가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이 시점에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기존 대비 낮은 비용과 짧은 제작 기간으로 해외 시장에 도전할 기회가 확연히 늘고 있다.과거 컴퓨터 그래픽(CG)를 활용하려면 막대한 예산과 전문 인력이 필수였고, 수분 분량의 영상 제작에도 수억원이 소요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생성형 AI가 등장하고 빠르게 고도화되면서, 이제 신인 창작자나 작은 제작사도 실감 나는 영상과 사운드를 비교적 짧은 시간에 구현할 수 있다. 작은 제작사에 속하는 무암(MooAm)처럼 예산이 충분치 않은 팀도 AI를 통해 상상 이상의 시청각적 퀄리티를 확보할 수 있고, 그 결과 대형 스튜디오나 유명 감독만이 주목받던 해외 영화제 무대에 도전할 기회가 늘고 있다.무암(MooAm)은 평균 나이 20대 후반의 크리에이터들로 구성된 작은 제작사다. 화려한 스타 캐스팅이나 수십억 원대 예산 없이도, 우리는 실험적 웹드라마·숏폼 콘텐츠·독립영화를 꾸준히 제작하며 해외 영화제에 문을 두드려 왔다. 특히 최근에는 ‘AI 잔혹동화’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 전래동화를 SF 다크스릴러 숏폼 시리즈로 재해석하고 있다.대표적인 예로 ‘AI 잔혹동화-나타샤와 나’가 있다. 해당 작품은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AI로 재구성한 단편 애니메이션이다. 과거라면 CG 후반작업과 세트 구축에 막대한 예산과 인력이 필요했을 장면을, AI로 상당 부분 해결해 2주 만에 완성했다. 기존 CG 대비 약 20% 수준의 제작비만으로도 꽤 높은 완성도를 뽑아낸 것이다.이 작품은 ▲한국콘텐츠진흥원 AI 콘텐츠 페스티벌 선정 ▲AI 필름 어워즈 베니스 노미네이트 ▲미국 뉴 웨이브 AI 영화제 파이널리스트 ▲튀르키예 AI 필름 페스티벌 등에 선정되는 등 작은 조직은 엄두 못 냈던 장르와 스케일을 AI가 열어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무암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1인 AI 아티스트나 신진 크리에이터들과 협업해 3~4인 규모의 팀으로도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숏폼과 단편영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AI가 촉발한 창작 생태계의 변화는 소규모도 글로벌 무대에 통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 주는 셈이다.최근 무암은 동아방송예술대학교와 함께, 한국 전래동화 26종을 생성형 AI 기술로 재해석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흥부전 ▲장화홍련전 ▲해와 달이 된 오누이 ▲효녀심청 등 친숙한 이야기를 현대 감성으로 되살려, 글로벌 무대에서도 통할 만한 숏폼 시리즈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다.동아예대 영상제작과가 운영 중인 P³BL(Projects, Problems, Products) 방식 수업과 연계해, 학생들이 직접 AI 융합 과정을 체험하도록 했다. 이전에는 거창한 예산이나 많은 인력이 필요한 작업이었지만, 생성형 AI 덕분에 프로세스가 간소화되면서 학생들도 짧은 기간에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어낸다.처음에는 생성형 AI를 낯설어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단 며칠 만에 상당한 퀄리티를 뽑아내 전래동화를 SF나 판타지로 바꾸고, 한국 현대문학까지 AI로 재구성하기에 이르렀다. 결과적으로 AI는 직관과 경험만 있으면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실감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일부 학생들은 AI를 기반으로 졸업작품을 만들겠다고 나섰고, 다른 학생들은 소설·시 같은 텍스트를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기술 실험이 아니라,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확장시킬 것인가라는 기획력까지 요구하는 과정이다.이는 산학 협력의 이상적 모델로 볼 수 있다. 학생들이 AI 콘텐츠 기획·제작·마케팅 전 과정을 몸소 체험함으로써, 이론적 지식이 아닌 실제 프로젝트 경험으로 AI가 가져다주는 창작 혁신 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무암 같은 소규모 제작사는 신선한 아이디어와 젊은 감각을 접목해 프로젝트를 한층 발전시킬 수 있다.국내외 여러 기업들도 AI를 적극 도입 중이다. CJ ENM의 단편영화 ‘M호텔’은 6분 31초라는 짧은 분량에 AI 기술을 접목해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녹여냈고, 베니스 국제 AI 영화제·뉴욕·칸 등에서 다양한 상을 받았다. 주목할 점은 기존 AI 영상이 비현실적인 그래픽만 남발한다는 인상이 있었다면, ‘M호텔’은 현실감과 캐릭터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했다는 것이다. 스토리텔링 역량과 기술 혁신이 조화를 이룬 사례로 볼 수 있다.KT 역시 미디어부문을 신설하고, AI 기반 영화 제작에 나섰다. 일부 후반작업과 로케이션 대체를 AI가 맡아 기존 대비 3분의 1 정도로 제작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통신사에서 AI 컴퍼니로 변모를 추진하는 KT가 미디어 산업에 뛰어든다면, 국내 영화·드라마 제작 풍토 전반이 빠르게 변할 공산이 크다.해외에서는 라이온스게이트가 AI 스타트업 런웨이(Runway)와 협력해 특수효과나 배경 일부를 AI로 대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아직 기술적 한계가 있지만, 저예산 인디 제작 현장에서 비용 절감 효과가 상당하다는 반응이 벌써부터 나온다. AI가 몇 분짜리 영상을 자연스럽게 구현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지만, 최근 추세를 보면 그리 멀지 않았다는 관측도 있다. AI 도입, 모든 것이 장밋빛 일까물론 AI 도입이 가속화되면, 기존 영상 제작 인력의 고용 구조도 변화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CG 아티스트나 후반작업 전문가의 역할이 축소·재편될 가능성이 있고, AI 모델을 다루는 새 직종이 등장할 수도 있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인 혁신에 그치지 않고, 콘텐츠 산업 생태계 전반에 충격파를 줄 수 있다. 대기업 차원의 프로젝트에서는 기존 인력과 AI 운영 인력을 어떻게 조화롭게 배치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무암 같은 소규모 제작사도 어디까지 AI를 쓰고, 어느 지점에서 사람의 창의력을 더할 것인가를 조율하는 과정이 필연적으로 뒤따른다.이처럼 국내외 기업·창작자·교육 기관이 한꺼번에 AI를 도입하면서, 콘텐츠 제작 밸류체인이 전반적으로 재편되고 있다. 나는 ‘작은 팀·젊은 세대·AI’가 만나면 상상 이상의 결과물을 낳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얼마 전 AI콘텐츠 페스티벌에서 만난 한 신진 AI작가는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작업을 혼자서 만들고 있고, 작가와 감독으로 데뷔하게 되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수억~수십억 원대 예산과 다수 스태프가 필요한 SF 장르물도, 이제 1인 창작자가 트레일러를 직접 만들어 해외 바이어에게 선보일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는 뜻이다.무암 역시 인도네시아 K박람회와 싱가포르 ATF(Asia TV Forum) 에서 AI 부스를 운영하면서 이런 광경을 직접 지켜봤다. AI로 만든 SF 트레일러를 즉석에서 시연하고, 현장에서 비즈니스 미팅이 잡히는 모습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다. 옛날엔 상상도 못 했던 일이 이제는 현실이 되었다는 점이, 산업 전반이 빠르게 바뀌고 있음을 방증한다.그러나 이 모든 변화가 장밋빛이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저작권·윤리·데이터 편향 문제는 단순한 부수적 이슈가 아니라, AI 산업의 존립을 가늠할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우선 저작권 측면에서, AI 모델이 학습하는 데이터 상당수가 인터넷에 유통된 텍스트·이미지·영상 자료다. 분명히 원 저작자가 있는 콘텐츠를 무단으로 학습해도 되는지에 대한 논쟁이 점차 격화되고 있다. 예술가들은 ‘내 작품을 무단으로 학습했다’며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기업들은 ‘공개 데이터 활용은 공정 사용(fair use) 범위’라며 맞선다. 미드저니나 스태빌리티 AI를 상대로 한 소송이 본격 증거 조사 단계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전해졌는데, 최종 판결에 따라 AI 활용 생태계가 크게 바뀔 수 있어 업계가 긴장하는 모습이다. 윤리적으로도 AI가 사회·문화적 편견을 답습하거나 특정 집단을 배제·왜곡할 우려가 크다. 일례로, 일부 이미지 생성 AI에서 ‘CEO 이미지를 요청’하면 특정 인종·성별만 반복적으로 제시되었다는 지적이 있다. 이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K-콘텐츠에게 결정적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작품 자체가 편향된 메시지를 담는다면, 뒤늦게 논란이 커져도 이미 소비자 신뢰를 잃은 뒤이기 때문이다.데이터 편향 문제 역시 심각하다. AI 모델이 특정 언어권·문화권의 데이터에 치우치면, 다른 문화나 시각을 반영하지 못해 어색한 결과를 낳는다. 한국적 정서를 살리려 해도, 정작 AI가 서구권 중심 데이터를 학습해 결과물이 부자연스러워질 수 있고, 반대로 해외 시장만 지나치게 노려 한국 고유의 스토리텔링이 희석될 우려도 있다.무암 같은 소규모 제작사나 프리랜서, 신생 AI 크리에이터들은 이 문제에 더욱 취약하다. 대기업조차 저작권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고, 유연한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한 번이라도 논란이 발생하면 그간 쌓은 신뢰나 명성이 무너질 수 있으므로, 창작 과정 전반에서 데이터를 선별하고 윤리·법률 이슈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요즘 만나는 창작자나 학생들에게 AI라는 흐름을 주저하지 말고 부딪쳐 보라고 권한다. 무암이 ‘AI 잔혹동화’ 시리즈로 해외 영화제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고, 동아예대 학생들 역시 짧은 기간에 높은 수준의 영상을 만들어냈다. 이를 보며 AI는 직관과 경험만 있으면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사실을 확신하게 됐다.더불어, 한국적 정서를 담은 서사가 글로벌 무대에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기회다. 전래동화나 현대문학을 SF·호러·판타지 등으로 변주한 뒤, AI 비주얼과 결합하면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장르가 탄생할 수 있다. 실제로 무암이 제작한 단편에 대해 해외 바이어들이 익숙한 소재가 참신하게 재탄생했다고 평가한 것도 그 증거다.소규모 팀이라고 주저할 이유는 없다. 무암은 1인 AI 아티스트나 크리에이터와 협업하며, 최대한 가벼운 인력으로도 단기간에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드는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과감히 도전하는 자가 시장을 선점한다는 믿음은 변함이 없다.결국 AI가 가져다줄 창작의 확장성과 효율성은, 지금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저작권·윤리·데이터 편향 문제는 갈수록 날카롭게 대두되고 있고, ‘뉴욕타임스 vs OpenAI’ 사례처럼 대형 분쟁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고 윤리·법률 이슈를 선제적으로 대비한다면, AI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CJ ENM·KT·라이온스게이트 같은 대형 회사부터 무암 같은 작은 제작사, 그리고 신인 AI 작가나 1인 창작자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AI를 채택하며 전진하고 있다. 이는 더 이상 콘텐츠 제작이 자본과 인맥에만 의존하지 않는 시대를 예고한다. 양질의 이야기, 적극적 도전, 그리고 AI라는 촉매제가 제대로 어우러진다면, K-콘텐츠가 지금보다 훨씬 더 넓은 세계로 도약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물론 AI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산업 생태계와 고용 구조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기존 인력의 역할이 축소될 수도 있고, 저작권·윤리 문제로 언제든 제동이 걸릴 수 있다. 그러나 책임감 있는 창작자와 제작사가 이를 미리 고민·준비한다면, AI는 오히려 산업 전반을 더 다양하고 역동적인 생태계로 만들어 줄 열쇠가 될 것이다. 필자는 그 변화의 중심에서 더 과감한 시도를 이어갈 준비가 돼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적 정서와 스토리가 AI를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전 세계 관객을 만나는 날이 머지않았다고 확신한다.

2025.02.22 13:01

8분 소요
뉴진스 모델로…인니 라면 1위 브랜드, ‘한국 라면’ 출시한 이유는

유통

인도네시아 라면 1위 브랜드가 그룹 뉴진스를 모델로 내세워 ‘한국라면’ 시리즈를 선보여 주목받고 있다.3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라면업체 가운데 하나인 인도네시아 인도푸드의 인도미는 지난달 31일 뉴진스를 글로벌 브랜드 앰배서더로 선정하고 한국라면 시리즈 3종을 출시했다.이번에 출시된 제품 전면에는 한국어로 ‘한국라면’ 네 글자가 쓰여 있다. 라면의 영문 표기도 흔히 쓰는 일본 발음의 ‘라멘’(Ramen)이 아니라 한국 발음대로 ‘라면’(Ramyeon)으로 했다.인도미는 유튜브에 뉴진스 멤버들이 등장한 광고도 올렸다. 여기에서 멤버들은 마트를 가득 채운 라면을 보고 손뼉을 치며 기뻐하다 라면을 맛보면서 한국어로 “너무 맛있어, 인도미”라고 외친다. 광고가 공개되자 조회 수는 하루 만에 100만회에 육박했다.한국 테마 라면의 맛은 총 3가지로 매운맛(국물), 로제(볶음), 매운치킨맛(볶음)이다.싱가포르 방송 CNA에 따르면 인도미는 뉴진스를 모델로 기용한 것이 글로벌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단순히 인도네시아 자국 시장만을 노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뉴진스를 글로벌 앰배서더로 발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도미는 ‘미고렝’ 등 제품을 세계 100개국에 수출한다.한편 해외 시장에서 한국 라면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한국의 라면 수출액은 10억달러를 처음으로 돌파했다. 올해 1∼10월 라면 수출액은 작년 동기보다 30% 증가한 10억2천만달러(1조4천억원)로, 작년 한해 라면 수출액(9억5천200만달러)을 뛰어넘었다.한국 라면은 특히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수출 증가 폭이 컸다.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최근 방송에 출연해 한국 라면과 관련해 “중동과 중남미, 인도 같은 신흥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농식품부는 라면 수출이 급증하는 데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 K-콘텐츠 확산이 큰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2024.11.03 12:16

2분 소요
비주류로 치부하기엔 너무 아까운 서브컬처의 경제적 가치 [스페셜리스트 뷰]

전문가 칼럼

지난 8월 24일 오전, 한낮 온도가 33도에 달하는 불볕더위에도 불구하고 건축연면적 1만1019㎡(약 3333평), 대지면적 3만3678㎡(약 1만187평)에 달하는 서울 강남구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는 몰려든 인파로 가득했다. 모두가 국내 최대 종합 서브컬처 행사 ‘일러스타 페스’를 방문한 서브컬처 팬덤이었다.이틀에 걸친 행사 동안 SETEC을 찾은 유료 관람객은 2만여명에 달했다. 군중 밀집으로 인한 사고 방지를 위해 1㎡ 내에 5명 이상이 들어차지 않도록 티켓 판매량과 동시 입장 인원을 조절했음에도, 관람객 상당수는 발길을 돌리지 않고서 2km 가까이 늘어선 대기 줄에 합류해 추가 표 판매가 시작되길 기다렸다.이날 SETEC 내부에는 만화·애니메이션·게임에 나오는 캐릭터 의상을 따라 만들어 입고 온 코스튬 플레이어(Costume player), 통칭 ‘코스어’가 가득했다. 장내 어디로 눈을 돌리더라도 코스어가 최소 서넛은 시야에 들어올 정도였다. 기업 부스에서 데려온 ‘프로 코스어’는 극소수였다. 대부분은 개인이 취미 차원에서 의상을 직접 만들거나 구매한 일반인이었다.5회째를 맞이한 ‘일러스타 페스’엔 국경 너머에서 찾아온 손님도 부쩍 늘었다. 외국인 크리에이터들은 낯선 한국 땅에서의 이동을 돕기 위해 주최 측이 마련한 45인승 우등버스를 타고 행사장에 발을 들였다. 게임 체험 부스엔 언어 설정을 영어나 일본어로 바꿔 두고 패드를 잡는 관람객이 많았다. 행사장 한켠 사무실에서 통역을 대동해 일본인 뮤지션과 인터뷰하는 기자도 있었다.이번 일러스타 페스에는 1000여 개 부스 규모로 참가한 개인 창작자들이 직접 제작한 서브컬처풍 그림이나 물건 등을 판매했다. 인기가 좋은 곳은 행사 첫날 오후부터 일부 상품에 ‘매진’ 팻말을 내걸기 시작했다. 일러스타 페스 주최 측 관계자는 “서브컬처 마니아 절대다수는 생업이 있는 평범한 경제인이다”며 “서브컬처 애호가는 다른 부문보다는 자신의 취미 영역인 게임·만화·애니메이션 등이나 이와 연관된 상품에 지출이 관대한 편이기에, 평소엔 사회인으로서 착실히 일하다가도 서브컬처 행사를 방문하면 취향을 발산하며 좋아하는 캐릭터나 관련 제품을 마음껏 소비하는 것”이라 했다. 급성장하는 ‘서브컬처’ 시장서브컬처(Subculture)란 사전적으론 ‘비주류 문화’나 ‘하위문화’를 가리킨다. 순수 문학·고전 미술·클래식 음악 등 전통이 깊거나 고급으로 인정받는 문화인 ‘하이 컬처’(High Culture)와는 대척점에 있다. 한국에서 최근 회자되는 서브컬처 개념은 사전적 의미보다 한층 더 좁아서, 대개는 미소녀·미소년이나 그에 준하는 매력을 갖춘 캐릭터를 앞세운 콘텐츠를 특정해 말한다. 상당수는 만화·애니메이션·피규어·웹소설·웹툰·게임 등의 형태다.서브컬처가 지향하는 미의식은 하이 컬처에 비해선 말초적(末梢的)이다. 정신과 영혼 차원에서 지고한 가치를 추구하는 하이 컬처나 순수 예술과는 달리, 대중의 욕구와 취향에 적극적으로 영합한다. 그렇기에 잠재 고객의 소비 패턴이나 유행을 예민하게 감지해 그에 맞춰 발 빠르게 변화하는 경향이 짙다. ‘보편적 욕망’과 쉽사리 결합하는 만큼 각계각층의 소비문화와 원활히 어우러져 매출을 촉진하는 특성 또한 매우 강하다.용어에서 풍기는 뉘앙스와는 달리 ‘대중 영합’이 경제적 측면에선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서브컬처의 강력한 대중 영합성은, 그들이 제도권의 인정과 후원을 거의 받지 못하는 때에도 생명을 끈덕지게 이어 가는, 그리고 선입견을 넘어 본연의 가치를 인정받는 때 힘차게 날개를 펼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이를테면 1970년대쯤엔 ‘뽕짝’이라 불리는 하위문화였던 트로트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대중과 함께하며 명맥을 유지한 끝에 21세기 들어선 오히려 웬만한 음악 장르를 압도하는 전성기를 맞을 수 있었다. 세기말까지만 해도 서브컬처 중에서도 서브 문화로 치부됐던 만화 또한 험악한 시절을 버텨온 기반은 결국엔 특유의 ‘인기’와 ‘상업성’이었다. 그토록 힘겹게 숨결을 이어오던 만화는 이제 K-컬처를 글로벌 무대에 알리는 선봉장으로 활약하는 동시에, 민족의 미래를 담보할 먹거리 산업 중 하나로도 당당히 꼽히는 판국이다. 실제로 ‘충성 팬덤이 유발하는 구매력’에 기반한 국내 서브컬처 시장의 성장세는 경이롭다 못해 눈이 부실 정도다. 삼정KPMG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고서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산업의 미래를 향한 콘텐츠 다양화 전략’에 따르면 국내 매출 상위 10위 내에서 서브컬처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10%에서 2022년 30%로 대폭 증가했다. 또한 2022년 11월 첫걸음을 뗀 시프트업의 서브컬처 스타일 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는 지난 2월 누적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2004년, 이동통신 3사(SKT·KT·LGU+)가 앱 다운로드 수를 기반으로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 ‘전체’를 추산했던 결괏값이 불과 2747억원이었다.만화 역시 ‘서브컬처풍’이 본격 도래하기 이전 시대와 지금은 체급 차이가 비교를 불허하는 수준이다. 가령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2011년 발표한 ‘만화산업백서’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국내 만화 산업 매출액은 약 4362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웹툰’이 2000년대 초부터 급부상하며 만화 시장의 지형과 판도는 완벽하게 변모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지난 1월 발표한 ‘만화·웹툰 산업 발전 방향’에 따르면 국내 만화·웹툰 산업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으로 2조6240억원에 달했다. 무려 6배 가까운 차이다.서브컬처 애호가와 이들을 마케팅 타깃으로 하는 기업이 한데 모이는 행사도 성황이다. ‘일러스타 페스’는 최근 한 해 누적된 유료 참가자 수가 20만을 훌쩍 넘어선다. 일러스타 페스의 시장성을 직접 평가한 자료는 없지만, 성격과 규모가 비슷한 행사에 빗대 추산할 수는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19년 발표한 ‘글로벌마켓 리포트 코믹콘’ 보고서를 보면, 미국 종합 서브컬처 행사인 샌디에이고 코믹콘(SDCC)엔 매년 13만명 이상이 참석해 8470만달러(약 1170억원)를 소비했다. 여기서 발생한 세금 수입만 헤아려도 310만달러(약 42억8000만원)나 된다. 국가별 시장 규모나 물가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일러스타 페스’의 경제성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수준일 것이다.최근엔 서브컬처와는 전혀 무관했던 상품마저도 ‘콜라보’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다. 이를테면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가 지난 5월 넥슨의 서브컬처풍 모바일 게임 ‘블루 아카이브’와 협업해 출시한 빵은 출시 47일 만에 200만개 넘게 팔려 나갔다.맛이나 성분이 다른 상품과 차별화될 정도로 특별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블루 아카이브 캐릭터 디자인을 포장재와 동봉한 스티커에 반영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구매할 이유’를 충족한 서브컬처 팬덤은 GS25 편의점마다 줄을 서며 폭발적인 매출을 이끌어냈다. 커피브랜드 메가MGC커피가 지난 8월 서브컬처풍 게임인 ‘원신’과 손잡고 내놓은 상품 또한 15일 만에 총 누적 판매량 60만 개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서브컬처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그럼에도 서브컬처를 바라보는 세간의 주된 인식은 여전히 ‘돈 안 되는 애들 놀이’에 그쳐 있다. 서브컬처 향유층 대부분은 경제활동과는 거리가 먼 미성년자 내지 한정치산자 집단이고, 그렇기에 기껏 손을 잡아 본들 유의미한 수준의 매출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서브컬처가 현실 시장에 ‘경제 효과’를 대규모로 촉발하는 캐시카우가 된 현시점엔 당연히 불식이 필요한 오해와 편견이다. 그러나 대중 다수가 서브컬처를 그렇게 여기게 된 현실에도 분명한 당위는 존재한다. 서브컬처가 이름자 그대로 서브(Sub-, 아래 혹은 밑)에 머물렀던 짧지 않은 세월 동안, 드물게나마 언론에 노출되는 계기는 히키코모리(引き籠もり)라고도 불리는 ‘은둔형 외톨이’와 그들이 빚어내는 사회 문제로 인한 것이 태반이었다. 정상적인 근로 활동은커녕 타자와의 사회적 교류마저 거부한 채 오로지 만화·애니메이션·2차원 캐릭터·피규어·웹소설·웹툰·게임 등에만 탐닉한 청년을 조망하는 기사는 그리 낯설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은둔형 외톨이는 서브컬처 마니아 중에서도 극소수일 따름이었으나, 서브컬처를 잘 알지 못하는 데다 일말의 관심조차 없는 사람들로선 굳이 그러한 팩트를 따져 가며 호의를 품어줄 까닭은 달리 없었다.‘서브’와 ‘인디’, 혹은 ‘음지’를 모호하게 구분하는 풍조도 서브컬처의 경제성과 생산성 저평가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이들은 ‘주류’(Major)가 아니라는 공통점 때문에 종종 비슷한 개념으로 오인당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내포한 의미가 아예 다를 정도로 차이가 크다. 우선 인디 음악·게임 등 콘텐츠 업계에서 ‘인디’가 붙은 것은 거대 자본의 지원이나 영향을 받지 않는 창작물을 의미한다. ‘인디’의 어원인 ‘독립된’(independent)에 충실한 셈이다.반면 서브컬처는 말 그대로 ‘하위’ 내지 ‘비주류’를 뜻할 뿐 용어에 자본과의 관계를 암시하는 바가 전혀 없다. ‘불법’을 암시하는 ‘음지’와도 전혀 무관한 것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주류가 아니다=인디 or 음지’라는 흔한 오해 때문에, 서브컬처 창작자나 소비자는 거대 자본이나 일상 세계와 융합할 수 없고 또한 이를 적극 거부하는, 경제 활동이나 현실과 동떨어진 존재로 오인당하는 경우가 잦은 것이다.그러나 통념과는 달리 서브컬처 시장 내 구성원들의 구매력은 결코 가벼이 볼 수준이 아니다. 이를테면 지난 2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종합 서브컬처 행사인 ‘제3회 일러스타 페스’에선 ‘선행 입장권’(오전 8시 입장)보다 고작 1시간 일찍 들어갈 수 있는 특별 입장권을 무려 49만8000원에 판매했는데, 예매 단계에서 준비해 둔 10장 모두가 팔려 나가 주최 측을 놀라게 했다. 당시 주최 측 관계자는 “선행 입장권은 1만2000원에 불과했던 만큼 40배 넘게 비싼 특별 입장권이 팔릴 것이라 기대하진 않았는데 순식간에 매진되는 바람에 당황했다”며 “서브컬처 마니아들이 ‘진심인 취미’에는 얼마든 지갑을 열 수 있음을 잘 보여준 사례”라고 했다.또한 일러스타 페스 내에서 벌어진 경매에선 캐릭터 이미지를 인간 신체와 1대 1로 비례하도록 키워 패널에 인쇄한 ‘등신대’가 30만원에 거래된 기록도 있다. 그나마도 경매가 과열될 기미를 보이자 주최 측에서 제지해 이 정도 가격에서 그친 것이라 한다. 일반적인 인물 및 캐릭터 등신대 판매가는 제작 주문할 경우 5만~10만원 안팎이다.비단 일러스타 페스 무대가 아니라 하더라도 ‘마니아’들은 좋아하는 서브컬처 관련 상품에 돈을 아끼는 법이 없다. 이를테면 국내 고급 피규어 제작사 ‘JND스튜디오’가 내놓았던 295만원짜리 ‘할리퀸 피규어’는 스토어 오픈과 동시에 준비된 수량이 모두 팔려 나갔다. 발매 당일엔 국내에서만도 JND스튜디오 홈페이지에 8000명이 동시에 몰리며 서버가 다운됐다 한다.정부 역시 국내 서브컬처 시장의 소비력과 경제적 가치를 이미 인정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피규어·애니메이션 굿즈 수집 등을 포함한 국내 키덜트(어린이 감성을 추구하는 어른) 시장 규모가 2021년에 이미 1조6000억원대에 도달했으며 향후 최대 11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도 2014년엔 5000억원에 불과했던 키덜트 시장이 7년 만에 3배 넘게 성장한 만큼, 그 추정 수준이 턱없이 무리하거나 과장됐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이다. 서브컬처의 성장을 위한 과제물론 서브컬처의 현재와 미래가 돌부리 하나 없는 장밋빛 일색인 것만은 아니다. 오랜 번영과 도약을 위해 극복해야 할 난관 또한 엄연히 존재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거대한 벽은 ‘성 상품화 이슈’다.대중의 욕망과 취향에 적극 영합하는 말초적 콘텐츠라는 것은, 결국엔 인간의 기본 욕구에 순응하는 방향으로 제작되기 쉬움을 암시한다. 실제로 서브컬처 관련 콘텐츠에선 캐릭터의 복장이나 노출도 등을 둘러싼 선정성 논란이 잦은 편이다. 사실 흔한 오해와는 달리 ‘여성 성 상품화’만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었다. 노출이나 성애를 직접 묘사한 BL(Boys Love) 작품은 물론 소아 남성 캐릭터를 성애 대상으로 바라보는 ‘쇼타콘’ 성향 또한 지탄을 받기는 매한가지였다.서브컬처를 둘러싼 성 상품화 논란에서 특히 난감한 것은, 일각에서 벌어진 초월적 사례가 업계 전체를 대변하거나 이미지를 표상하는 경향이 짙다는 것이다. 가령 아이돌 그룹 하나가 무대에서 다소 선정적인 안무와 퍼포먼스를 선보인 결과 K-팝(Pop) 전체를 성 상품화라 치부한다면, 대다수는 억측이 지나치다는 반응을 내비칠 것이다. 혹은 특정 영화에서 과도한 성애 묘사가 나왔다고 해서 시네필 전체를 엽색가로 몰아붙인다면 동조하거나 납득할 사람이 드물 것이다. 서브컬처도 마찬가지다. 제작자와 소비자 절대다수는 엄연히 실정법을 준수하며 일탈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서브컬처에선 드문 예외가 업계 전체의 지향과 행각으로 호도되는 상황이 유달리 흔하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는 근원은 사실 명쾌하다. 판단을 내리는 대다수가 서브컬처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알지 못하는 영역에 관해 판단을 내리려면 그나마 드러나 눈에 보이는 일각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성 상품화로 논란을 빚는 과격한 일부’에 의존해 ‘서브컬처 업계 전체’를 극단적인 엽색으로 판단하는 전개는 오히려 자연스럽기까지 하다.하지만 몇몇 소수 때문에 서브컬처 산업군 전체를 오해하고선 버리거나 외면하는 것은 경제적인 손해가 지나치게 막심하다. 지난 2023년 12월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콘텐츠산업에서의 서브컬처 트렌드 및 시사점’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의 글로벌 콘텐츠 수출액은 124억 5290만달러(약 16조6284억원)로 전 세계 국가 중 7위에 달했다. 또한 2021년 6687억엔(약 6조1178억원)이었던 일본의 오타쿠(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며, 이 자료에서는 ‘서브컬처 애호가’를 지칭하는 용도로 사용됨) 시장 규모는 2022년엔 7164억엔(약 6조5542억원)으로 늘어났다. 게다가 2019년 기준으로 3억9000만명에 달했던 중국 내 서브컬처 이용자 수는 2022년엔 4억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앞서 언급했듯 국내에서의 서브컬처 시장 팽창과 성장세는 이미 경이로운 수준이며, 국경 넘어 세계에서도 한국의 서브컬처 지식재산권(IP)은 눈부시게 활약하고 있는 데다, 우리의 무대가 될 글로벌 시장은 나날이 넓어지는 추세인 것이다. 경제·산업적 관점에서 판단하자면 이만큼 유망한 시장도 드물다.공자 후손들의 언행을 모은 ‘공총자’(孔叢子)에 소개된 이런 일화가 있다.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가 위(衛)나라 군주인 신공에게 ”장수가 될 만한 재목”이라며 구변(苟變)을 천거했다. 위신공이 말하기를 “나도 그가 장수의 재목이 되는 것은 알고 있으나, 그가 일찍이 아전으로 있을 적 남의 계란 두 개를 먹은 일이 있기 때문에 장수로 부리진 않는다”고 했다. 이에 자사는 “성인이 인재를 취하는 것은 목수가 나무를 쓰는 솜씨와 같아, 몇 자 썩은 부분이 있어도 멀쩡한 곳은 남기고 나쁜 구석만 버리기 마련이다”고 했다. 그러자 위신공은 구변을 받아들여 중책을 맡겼다. 서브컬처도 마찬가지다. 도를 넘는 인원이나 잠재적 위험 요소가 존재한들 이를 빌미로 유망한 부분까지 전부 물리치는 것은 결코 현명한 전략이 아니다. 일말의 리스크를 명분으로 서브컬처를 등지거나 배척하는 태도는, 이제는 고전이 된 서브컬처 작품인 ‘은하영웅전설’의 표현을 빌리자면 “화재의 원인이 된다는 이유로 불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나 진배없는 실책인 셈이다.물론 서브컬처 창작자와 애호가 측에서도 ‘서브컬처=성 상품화’라는 오해가 진실로 번져 나가지 않도록 적극 노력할 필요 또한 있다. 집단 내에서 발생한 도를 넘는 일탈을 감싸는 대신 앞장서 제지한다거나, 서브컬처 작품이 사회와 마찰 없이 어우러지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또 준수하는 등의 액션을 보이는 식이다.그러한 준비가 없다면 돌발 상황을 맞이하는 순간 서브컬처 생태계는 너무나도 허망하게 무너져 내릴 수 있다. 지난 2005년 7월 MBC 생방송 음악캠프에 출연한 인디 밴드 멤버들이 전 국민 앞에서 예고 없이 성기를 노출했던 사건을 떠올려 보자. 물의를 빚은 가수들이 인디 음악계 전체를 대변하진 않는다는 사실 자체는 자명하다. 그러나 사건 이전엔 인디 밴드 관련 지식이 거의 없던 국민 대다수는 인디 음악계 전체를 ‘생방송 도중 하의 탈의를 한 범죄자 집단’으로 인지할 따름이었다. 그렇게 대한민국 인디 음악계는 사실상 멸망했고, 활력을 조금이나마 되찾기까지는 5년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서브컬처를 대중에 바르게 알리는 동시에 일부 창작자의 일탈을 미연에 통제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서브컬처 역시 인디 음악계와 비슷한 재난을 맞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대기업도 발 빠르게 진출한 ‘서브컬처 콜라보’ 시장세간에 만연한 오해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중 트렌드에 밝은 곳은 이미 서브컬처와 손잡고서 청년 세대를 적극 공략하는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넥슨게임즈와 제휴해 케이스와 스트랩 케이스 등 스마트폰 액세서리를 서브컬처향 게임 ‘블루 아카이브’ 캐릭터로 꾸민 ‘갤럭시 S24 울트라 액세서리 블루 아카이브 에디션’을 출시했다. 상품가는 33만9000원. 스마트폰 단말기는 포함하지 않은, 오로지 액세서리값이다. 저렴하다 말하긴 어려운 가격이었으나, 판매를 개시한 이래 재고 2000개가 모두 소진되기까지는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롯데시네마는 지난 7월 버튜버 팬을 위한 공간 ‘브이스퀘어’(V-SQUARE)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3층에 개장했다. 버튜버란 ‘버추얼 유튜버’의 줄임말로, 카메라나 특수 장비를 통해 실제 사람의 표정과 움직임을 인식하며 똑같이 움직이는 서브컬처풍 가상 캐릭터를 뜻한다. 브이스퀘어는 서브컬처 팬들이 버튜버 문화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서 팝업존·캐릭터 콜라보 카페·포토존·미디어룸 등으로 구성했다.‘일러스타 페스’ 유료 입장객 연령대는 10~30대가 92%에 달한다. 이는 서브컬처 애호가가 30대 이하 청년층에 집중돼 있음을 방증한다. 10~30대가 주요한 타겟인 상품은 서브컬처를 매개로 마케팅을 전개하면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식음료(F&B)나 전자기기는 물론 문화공간 등에서 서브컬처와의 콜라보가 활발한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러한 이치를 일찍이 감지한 기업들은 자사 상품과 브랜드에 서브컬처를 발 빠르게 접목해, 청년층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신선한 매력을 새로이 부여했다.물론 그들 역시 서브컬처의 리스크는 사전에 인지했을 것이다. 다만 목재가 살짝 벌레 먹거나 상했다며 전부를 버리진 않듯, 서브컬처 또한 적절한 검수와 통제를 거쳐 유용한 부분만 추리고선 이롭게 활용했을 따름이다. 그간 서브컬처라는 장미에 붙은 ‘가시’가 우려돼 손을 내밀기 주저했던 기업이나 마케터라면, 그리고 청년층 고객 확보와 충성도 제고에 관심이 많고 또 절실한 경제 및 산업 주체라면, 더는 서브컬처와의 협업과 제휴를 망설이거나 주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문현웅 스타라이크 최고전략책임자(CSO)는_서울대 지리학과·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조선일보 취재기자로 입사해 사회부·여론독자부·디지털뉴스본부·스포츠부 등에서 근무했다. ‘조선2보’, ‘디테일추적’ 등 서브컬처 지식을 활용한 콘텐츠 프로젝트를 주도해 젊은 독자를 대거 유입하는 성과를 냈다. 사람인에서 콘텐츠 총괄팀(SMC팀) 팀장을 맡았을 땐 업계 최초로 브랜딩과 마케팅에 버추얼 유튜버(버튜버)를 도입해 이목을 끌었다. 지금은 서브컬처 행사 ‘일러스타 페스’ 주최사이자 리듬 게임 개발사인 스타라이크에서 콘텐츠·홍보를 비롯한 사업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2024.09.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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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파이 인기 넘보는 김치·빼빼로…글로벌 홀리는 K-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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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줄어드는 인구는 내수를 바탕으로 성장해 왔던 식품기업의 생존을 위협한다. 풍부한 인구를 등에 업고 급속 성장했던 대한민국은 더 이상 없다. 이제 우리의 먹거리를 해외시장에 선보이고 판매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다. 한국은 세계시장에서 자동차나 가전제품 등 제조분야에서 정상을 찍었지만 먹거리 분야에서는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다. 각 나라마다 먹는 것에 대해 매우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몇십 년 전부터 기업들은 장시간 현지화 전략을 펼치는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세계화+현지화)을 외쳐왔지만 이를 제대로 실현한 회사는 아직 드물다. 이런 측면에서 오리온 ‘초코파이’의 성공 사례는 국내 유통업을 넘어 여러 기업들에 많은 부분을 시사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오리온의 히트 과자들이 어떻게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 자국 과자로 뿌리내렸는지 알아봤다. K-푸드의 글로벌 인기에 국내 식품 기업이 분주해졌다. 내수 부진으로 국내 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던 식품사들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 고공성장 중이기 때문이다. 국내 식품사 실적이 이제 해외 매출에 좌우되는 상황이 되면서 기업마다 각국의 문화와 소비자 기호에 맞춘 현지화 전략을 통해 해외시장 개척에 힘쓰는 모습이다. 식품 기업들은 해외 핵심 시장으로 부상한 미국을 중심으로 동남아와 유럽까지 전방위적으로 영토를 넓힌다는 구상이다.‘3조 클럽’ 달성 배경엔 ‘글로컬라이제이션’에프앤가이드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식품사들은 역대급 실적 달성이 전망된다. 연 매출 3조원 이상인 ‘3조 클럽’에 속하는 기업 수와 매출액이 최대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다. 2022년 7개사였던 3조 클럽 식품사는 지난해 9개사로 늘었고 올해는 11개사에 달할 전망이다. 3조 클럽에 속한 기업들의 총 연간 매출도 50조원을 달성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국내 식품사가 매출 신기록을 쓴 배경은 해외에서 K-푸드 판매량이 급증한 효과다. 글로벌 전략 제품이 미주 지역 가공식품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인 데다, 호주와 유럽 등 신규 진출 국가에서도 주요 유통망에 입점하는 등 해외 식품 사업이 매출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장기간 현지화 전략을 펼쳐온 식품사들의 노력도 이제 빛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세계화+현지화) 전략을 실현시킨 결과다. 라면·김치·스낵 등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들의 브랜드 파워가 높아지고, 현지에서 국민 음식으로 자리매김하는 등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가고 있다. 이러한 이면에는 단순 수출을 넘어 맛부터 원료, 마케팅까지 철저하게 현지화한 식품사들의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K-푸드, 현지화 전략으로 도약식품사들은 제품과 마케팅, 영업·유통의 현지화 및 적극적인 신시장 개척을 통해 글로컬라이제이션에 나서고 있다. 또 해외 대규모 생산 거점을 마련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고 근방 타 국가 진출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롯데웰푸드는 대표 스낵 ‘빼빼로’를 내세워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할 방침이다. 과감한 투자를 통해 해외 판매 채널을 확대, 해외 생산 라인을 추가 구축해 글로벌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첫 번째 빼빼로 해외 생산기지로 인도를 낙점하고, 인도 현지 법인인 ‘롯데 인디아’(LOTTE India) 하리아나 공장에 약 330억원 규모의 설비 투자를 결정했다. 롯데웰푸드는 식문화와 기후에 따른 취식 환경 등을 반영한 현지화 제품을 개발해 선보일 계획이다. 당시 이창엽 롯데웰푸드 대표는 “초코파이에 이어 강한 브랜드 파워를 갖춘 빼빼로를 앞세워 인도시장 내 롯데 브랜드력 제고와 매출 확대를 목표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올해 상반기 김치 수출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대상의 ‘종가’는 김치의 세계화를 목표로 현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루텐프리(무글루텐), 비건 등 현지 식문화 트렌드를 반영해 종가는 서구권 현지 맞춤 김치를 내놓고 있다. 비건 김치·백김치·비트김치·양배추김치 등을 생산 중이다. 또 매운맛에 익숙하지 않은 현지인을 위해 ‘마일드 김치’를 선보였으며, 비건 소비자를 고려해 젓갈이 들어가지 않은 버전으로도 출시했다. 대상은 미국뿐만 아니라 베트남과 유럽에도 김치 생산 설비를 마련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베트남 북부 하이즈엉성과 흥옌성 생산 공장에 김치 제조 공정을 설립했다. 유럽 폴란드 크라쿠프 김치 공장은 내년 상반기 완공 예정이며 2030년까지 연간 3000톤(t) 이상의 김치를 생산할 계획이다.풀무원은 최근 미국 시장에서 코스트코와 같은 대형 유통업체와 협력관계를 강화, 현지 공장 설립으로 원가와 물류비를 대폭 절감시키며 해외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대표 식품인 두부는 미국에서 현지화 전략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두부의 단백질 함량을 1.8배 이상 높인 ‘하이 프로테인 두부’(High Protein Tofu), 경도를 국내 두부보다 2~4배 높여 물성이 단단한 ‘슈퍼 펌 두부’(Super Firm Tofu), 콩냄새를 없애고 소스를 넣어 구운 다양한 시즈닝 두부 등 미국인들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개발했다. 풀무원은 지난해 기준 8년 연속 미국 두부시장 점유율(67%)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증가하는 현지 두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풀무원은 현재 미국 서부에 1곳(캘리포니아주 풀러튼), 동부에 2곳(매사추세츠주 아이어, 뉴욕주 타판)에서 두부를 생산하고 있다. 풀무원 미국법인은 향후에도 추가적인 생산 인프라 투자를 통해 현지 대응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성장 한계에 놓인 내수 시장보다 해외에서 입지를 다지는 게 낫다고 판단, 현지화 전략을 택하는 기업들이 많다”며 “특히 지난해 식품사들의 호실적에 힘입어 현지 생산기지 증설 등 투자에 대해 여력이 생겼기 때문에 앞으로도 장기적인 투자를 통해 해외 현지 투자를 강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2024.08.19 09:03

4분 소요
‘고공행진’ K-푸드 업체들, 주가 어디까지 오르나

증권 일반

세계적인 ‘K-푸드’ 열풍에 음식료주(株)뿐 아니라 관련 밸류체인(가치사슬) 기업의 주가도 함께 급등하고 있다. ‘불닭볶음면’으로 북미·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삼양식품 등 음식료 대표 종목이 최근 한달 코스피 주가 상승률 상위 종목들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향후 좋은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소스와 재료 등을 공급하는 업체도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월 8일 기준 미국으로 냉동김밥 수출을 시작한 사조대림 주가가 상한가로 향했다. 이날 기준 사조대림과 사조씨푸드의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올라 각각 9만 9400원(+29.93%)과 7980원(+29.97%)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상한가로 사조대림의 올해 주가 상승률을 무려 200%를 넘어섰다. 올해 4월 16일 최저점인 3만3850원으로 마감했던 사조대림의 주가가 석달 새 3배 가량 뛰면서 ▲사조오양(+13.12%) ▲사조산업(+19.24%) ▲사조동아원(+14.80%) 등 사조그룹 종목들도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사조대림은 앞서 한식 레시피를 담은 냉동김밥 3종을 출시해 미국에 수출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부터 모두 36톤(t)이 미국으로 갔다. 김밥 15만5000줄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사조대림은 앞으로 매달 7만 2000줄 가량을 수출한다고 했다. 식품소재업체 에스앤디는 8일 기준 3.90% 오른 3만9950원에 마감했다. 올 들어 상승률은 210%에 달한다. 이 업체는 삼양식품에 ‘불닭볶음면’ 액상·분말 스프 원료를 공급한다. 이밖에 오리온(+1.09%), 농심(+0.33%) 등 음식료 업종으로 묶이는 종목들이 줄줄이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분·설탕 등을 공급하는 음식료 밸류체인 기업 CJ제일제당 역시 같은 기간 20%가량 올랐다. 음식료 밸류체인 종목 급등...순환매 랠리 이어져증권가에서는 삼양식품, 농심 등 음식료 테마 대표 기업의 수출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관련 밸류체인 기업의 주가도 상승세를 유지하리란 전망이 나온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무역수지 결과로 추정해 볼 때 삼양식품, 농심 등의 2분기 실적도 양호할 것으로 보인다”며 “5월에도 수출 증가세가 이어진다면 주가가 더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음식료 밸류체인 종목이 급등한 것은 순환매 랠리가 일어날 정도로 음식료 테마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음식료주가 올 들어 좋은 실적을 낸 것도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에스앤디의 지난 1분기 매출은 238억원, 영업이익은 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8%, 72.2% 증가했다. CJ씨푸드는 1분기 당기순이익 14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김 사업 부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배 가량 증가한 영향이다.K-푸드 열풍에 따라 수출 실적도 고공행진할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라면·과자·냉동김밥과 즉석밥 등의 쌀가공식품을 포괄하는 농식품 수출액은 상반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7% 증가한 47억6600만달러(약6조5771억원)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연간으로도 사상 최대 수출액 경신이 예상된다.이에 ‘KOSPI 음식료품 지수’ 구성 종목들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도 3개월 전(9445억원) 보다 이달 8일 기준(9843억원) 4% 가량 늘었다. 실제 삼양식품과 롯데웰푸드, 대상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각각 48.26%, 7.94%, 7.01% 상향 조정됐다.김정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K-푸드 글로벌 시장 확대에 따라 양호한 영업 실적이 전망된다”며 “곡물 가격 하락에 따른 원재료 단가 안정화도 실적 개선에 기여할 예정”이라며 “통상 곡물가가 실적에 6개월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치는데 올들어 곡물가가 하락세를 이어가며 하반기 식품기업들의 원가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전문가들 역시 K-푸드 열풍에 음식료 섹터가 4월 이후 시장 대비 ‘시장수익률 상회’(아웃퍼폼)하고 있는 가운데 주가 랠리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속속 제시하고 있다. 장지혜 DS투자증권 연구원은 “K-푸드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증가하고 주요 기업의 실적 성장이 맞물리며 관련 종목의 주가 상승이 가파른 상황”이라며 “이 같은 인기가 기업의 외형 성장 뿐만 아니라 수익성 개선까지 견인한다는 것을 증명하면서 음식료 섹터 전반의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2024.07.10 11:15

3분 소요
“K-라면 대박났다”...농심, 2290억 투자해 울산 물류센터 신설

유통

수출 경쟁력 강화에 나선 농심이 울산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새로 짓는다.농심은 12일 이사회를 열고 총 2290억원을 투자해 울산삼남물류단지 내 물류센터를 신설하기로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투자금은 자기자본 대비 9.38% 수준이다.신규 물류센터 설립는 연면적 5만평, 5층 규모로 건설될 예정이다. 투자 기간은 이달 17일부터 2027년 10월 31일까지다.주력 상품인 라면 등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끎에 따라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라면 수출액은 전년 대비 24% 늘어난 9억5200만달러(잠정치)로 집계됐다. 라면 수출액은 2015년부터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K-라면이 전 세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농심의 라면 실적도 성장세다. 농심의 올해 1분기 라면 매출액(내수 및 수출 포함)은 총 7058억1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3.4% 증가한 것이다.특히 라면 수출액은 두 자릿수 상승세를 보였다. 올해 1분기 농심의 라면 수출액은 593억9500만원이다. 전년 대비 10.2% 늘어난 수치다.농심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더욱 강화되길 원한다. 최근 글로벌 판매 네트워크 확대에 힘쓰는 이유다. 이 일환으로 농심은 이달부터 프랑스 2위 유통사인 르클레르와 카르푸에 주요 라면 등의 공급 물량을 대폭 확대한다. 글로벌 공급 능력 확대를 위한 국내 수출전용 공장 신설과 미국 제2공장 라인 증설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농심은 이번 물류센터 신설을 위한 투자에 대해 “국내 및 수출 확대에 따른 물류 경쟁력 강화 차원”이라고 밝혔다.

2024.06.12 22:27

1분 소요
해외서 인기 폭발 'K라면'…수출 '월 1억달러' 첫 돌파

산업 일반

한국 라면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면서 수출 금액이 월간 기준 1억 달러를 돌파했다. 연간 수출액 10억달러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라면 수출액은 1억859만달러(약 1470억원)로 작년 동월(7395만달러)보다 무려 46.8% 증가했다.이번 증가율은 2022년 5월의 49.3% 이후 1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라면 수출액은 기존 월 최대 기록인 지난 2월의 9291만달러보다도 훨씬 높았다. 올해 1∼4월 라면 수출액은 3억7886만달러(약 5000억원)로 작년 동기 대비 34.4% 늘었다. 같은 기간 라면 수출 중량은 9만4310t(톤)으로 27.5% 증가했다. 라면 수출 금액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 동안 매년 늘어난 모습이다. 올해는 10년 연속 증가를 기록하는 데 이어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울 것으로 예상된다.지난해 라면 수출액은 9억5240만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는 현재 추세라면 11억달러를 웃돌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면은 코로나19 이후 저장이 쉬운 간편식품으로 수요가 증가했다.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한 2020년, 라면 수출액은 29.2% 급증했다. 이후에도 2021년 11.7%, 2022년 13.5%로 꾸준히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라면 수출액 증가폭은 24.4%로 커졌다.한국의 라면 수출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4억6천700만달러)과 비교하면 4년 만에 2배로 성장했다.최근 한국 라면 수출의 상당 부분은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으로 알려졌다. 삼양식품은 연결기준 올해 1분기 매출액 3천857억원과 영업이익 801억원을 거뒀다고 지난 16일 공시했다. 작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57%, 영업이익은 235% 각각 늘었다. 업계에서는 K팝 스타들이나 한국 드라마, 영화를 통해 세계 시장에서 한국 라면의 인지도는 높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고물가 상황에서 간편한 한끼 식사가 인기를 끌며 라면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24.05.19 09:15

2분 소요
‘불닭 파워’…삼양식품, 해외매출 8000억 돌파

유통

삼양식품이 5년 연속으로 해외매출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삼양식품은 지난해 해외매출이 전년 대비 34% 증가한 8093억원을 기록했다고 20일 공시했다.해외매출이 8000억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전체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도 68%로 확대됐다. 삼양식품의 해외매출 비중은 2019년 처음으로 50%를 넘어선 이후 2021년 60%를 돌파하며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해외법인과 수출전진기지인 밀양공장의 시너지 효과로 수출 물량이 크게 증가하며 실적을 이끌었다. 특히 미주시장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월마트, 코스트코 등 주류 마켓 입점에 힘입어 삼양아메리카는 전년 대비 154% 증가한 1억 2200만 달러의 매출을 달성했다. 수출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도 삼양식품상해유한공사를 통해 전년 대비 76% 상승한 12억 위안의 매출을 실현했다.또한 수출 시장과 품목이 다변화됐다. 미주지역과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 매출 비중이 각각 20%대로 확대되면서 아시아 지역에 집중됐던 매출 비중이 개선됐다. 소스부문 수출액도 전년 대비 35% 늘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주요 수출 품목인 불닭소스는 현재 40여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삼양식품 관계자는 “올해도 해외법인을 중심으로 현지 영업마케팅을 강화하며 해외사업 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이라며 “수출 시장 다변화와 소스, 냉동식품 등으로의 수출 품목 확대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삼양식품은 가파른 수출 성장세를 뒷받침하기 위해 1643억원을 투입해 밀양2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밀양2공장은 연면적 3만4,576㎡에 지상 3층·지하 1층 규모로, 총 5개의 라면 생산라인이 들어설 예정이다. 2025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완공 시 삼양식품의 연간 최대 라면 생산량은 기존 18억개(원주, 익산, 밀양1공장)에서 약 24억개로 증가하게 된다.

2024.03.21 08:59

2분 소요
수출입은행, 美 에너지부와 ‘친환경 에너지 분야’ MOU

은행

한국수출입은행은 미국 에너지부(DOE)와 ‘공급망과 친환경 에너지 분야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7일 밝혔다. 미국 에너지부는 에너지 및 핵안보 정책을 담당하는 미국 정부부처다.윤희성 수은 행장은 지난 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OE 본사에서 지가르 샤(Mr. Jigar Shah) 국장을 만나 업무협약서에 서명했다.수은이 미국 정부부처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속에서 한국기업의 미국 진출이 활발해진 가운데 두 기관은 2050 탄소중립 목표달성을 위해 친환경 에너지 산업분야에서의 상호 협력을 약속했다. 두 기관은 조만간 실무협의체를 구성한 뒤, 정보교환 및 사업발굴을 진행하고 공동으로 금융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한국기업의 대미 수출액과 직접투자 규모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수은과 DOE가 정책금융 협력에 나선 만큼 대미 수출동력이 강화되고, 두 나라의 공급망 협력이 증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수은과 DOE는 한국기업이 미국 핵심광물·전기차·이차전지·태양광·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분야 프로젝트에 진출하면 경쟁력 있는 금융을 제공할 계획이다.이날 윤 행장은 “이번 업무협약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 대응과 한미간 경제협력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태양광·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부문에 강점을 가진 우리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금융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지가르 샤 국장도 “수은은 다양한 분야에서 금융지원 경험이 있는 글로벌 선도 ECA이자, 역내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주요 파트너”라면서 “수은과의 협업은 미국내 친환경 에너지 산업의 발전을 목표로 하는 DOE에도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말했다.한편, 수은은 지난해 12월 한미간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수출입은행(US EXIM)과도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2024.03.0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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