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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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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사(AXA)손보, 16년 만에 한국시장 떠날까

보험

최근 매각설이 제기된 악사(AXA)손해보험이 16년 만에 한국시장에서 철수할 지 관심이 쏠린다. 악사손보는 지난해 90억원대 흑자를 내긴했지만 결손금이 수천억원에 달하고 있고 주력인 자동차보험은 국내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한 상황이다. 특히 지난 10여년간 외국계 보험사들은 한국시장에서의 한계를 체감하고 꾸준히 철수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악사손보가 매물로서의 가치를 평가받고 있을 때 떠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교보 품으로 복귀? 매각가 ‘3500억’ 거론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교보생명은 카카오페이와 손잡고 악사손보 지분 ‘공동인수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은 최근 지주사 전환을 준비하며 손해보험 포트폴리오를 확보하려 노력 중이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출범시킨 카카오페이손보의 영업활성화를 위해 자동차보험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에서 자동차보험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악사손보는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회사다.교보생명과 카카오페이 측은 악사손보 인수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교보생명 측은 “악사손보를 공동 인수하는 것은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카카오페이도 “현재 보도된 딜 구조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하지만 교보생명이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손보사 매물을 노려왔고 2021년에는 악사손보 인수에 나섰다가 무산된 적도 있어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공동인수 추진이 아주 근거없는 소문은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흥미롭게도 악사손보의 전신은 교보자동차보험이다. 교보생명은 지난 2000년 설립된 한국자동차보험을 인수해 교보자동차보험을 출범시켰고 이후 2007년, 프랑스 악사그룹에 회사를 매각했다. 당시 매각가는 약 1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진다. 교보생명이 2021년 악사손보 인수를 포기한 것은 당시 거론된 인수가가 3000억원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교보생명이 교보자동차보험을 매각한 가격에 3배 수준이다. 이에 카카오페이와 손을 잡고 양측이 인수가를 공동 부담하는 방식으로 악사손보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악사손보는 지난 2019년부터 보험업계에서 꾸준히 매물로 거론되는 회사 중 하나다. 악사손보는 2016년 400억원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실적이 하락하며 2019년에는 370억원대 손실을 기록했다. 이후 2020년에도 340억원의 적자를 낸 악사손보는 2021년 60억원, 지난해에는 9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흑자로 전환했다. 하지만 2016년부터 쌓인 결손금이 약 3000억원에 달하는 실정이다. 악사그룹은 한국시장 진출 이후 유상증자를 통해 총 2800억원을 악사손보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악사손보 매각가는 약 35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IB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에서 이 정도 금액을 부담할 수 있는 금융업 관련 인수자가 나타나기 쉽지 않다”며 “(교보-카카오페이) 공동인수는 악사그룹 입장에서 투입금액을 회수할 좋은 기회일 것”이라고 밝혔다. 韓시장 한계...다른 회사처럼 떠날수도악사손보의 주력 상품은 자동차보험이지만 국내 시장 점유율은 4% 수준으로 미미한 상황이다. 지난해 악사손보는 자동차보험 사업에서 단 2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최근 손보업계는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안정화되며 실적이 크게 오르고 있다. 하지만 새 회계기준 도입으로 계약서비스마진(CSM) 지표가 매우 중요해지며 장기보장성보험 판매가 중요해졌다. 악사손보는 자동차보험에 집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기 위해 최근 몇 년간 장기보험 판매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기반 회사인 악사손보가 설계사 중심으로 판매되는 장기보험 사업에서 크게 강점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다만 악사손보는 종합손해보험 라이선스와 함께 자동차보험 사업 인프라를 갖췄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매물로 꼽힌다. 이번에 교보생명과 카카오페이의 공동인수 추진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다른 인수자가 언제든 또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악사손보 측은 이번 공동인수 추진설과 관련해 “확인해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한편 외국계 보험사들은 갈수록 줄어드는 인구 및 보험시장 포화상태, 강력한 금융규제 등의 이유로 한국시장에서 꾸준히 철수하고 있다. 2010년대 이후 국내시장에서 철수한 외국계 보험사는 ING생명(2013년·네덜란드), 우리아비바생명(2014년·영국), 알리안츠생명(2016년·독일), PCA생명(2017년·영국) 등이다. 2021년에도 미국 시그나그룹이 처브그룹에 라이나생명 지분 100%를 넘기는 계약을 체결하고 한국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지난해 7월에는 신한금융지주가 BNP파리바 카디프 손해보험 지분을 인수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형사와 중소회사들이 함께 양립하던 국내 보험시장은 최근 국내 대형 금융그룹사들이 점령하는 분위기”라며 “막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빅테크사들이 보험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는 점도 외국계 회사들의 한국시장 경쟁 의욕을 꺾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023.05.25 16:30

3분 소요

보험

지난 몇년간 대형 금융지주사들이 보험업계 인수합병(M&A)을 주도한 가운데 올해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지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금융지주 회장들이 신년사에서 직접 '비은행 강화'를 강조한 만큼 이들이 올해 새 보험사 인수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한다. 또 아직 보험 계열사가 없는 우리금융지주와 몸집이 작은 신한EZ손해보험의 체급 확장 차원에서 신한금융지주도 손보사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잠재 매물 많네"...비은행 강화 핵심은 보험사 인수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생보사 중에서는 KDB생명이 매각 공고를 내고 인수자를 찾고 있다. MG손보 역시 대주주인 JC파트너스가 매각을 추진 중이다.이들 외에 잠재적인 매물로 거론되는 생보사는 동양생명, ABL생명, AIA생명 등이다. 손보사 중 잠재 매물로는 롯데손보, 악사손보 등이 거론된다.이들 보험사들이 잠재 매물로 거론되는 이유는 '대주주'와 연관이 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대주주인 중국계 다자보험이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 수년간 외국계 생보사들은 한국시장에서 하나 둘, 철수하고 있다. 푸르덴셜생명은 KB금융에 인수됐고 라이나생명은 처브그룹에 회사를 넘기고 한국시장에서 철수했다. 이에 AIA생명도 '한국시장에서 손을 터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며 잠재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올해 보험업황 전망은 좋지 않다. 지난해 10월 보험연구원은 '2023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 세미나를 열고 올해 생명손해보험 수입보험료가 전년 대비 2.1% 증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경기둔화가 심화되면서 보험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 모두가 악화될 것이란 예상이다.하지만 금융지주사들이 보험사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비은행 부문 사업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그룹 이익 다변화를 위해 보험이나 카드, 증권사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대부분의 금융지주사들이 보험, 증권, 카드사를 소유하고 있다. 이때 자회사 몸집을 키우는 데 M&A는 매우 효율적인 방법이다. 실제 KB금융은 약점이던 생보 부문 강화를 위해 2020년 8월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했고 KB생명과 통합시켜 이달 초 KB라이프생명을 출범시켰다. 신한금융도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를 합병, 지난해 7월 신한라이프를 출범시켰다. 양사 합병으로 만들어진 신한라이프는 자산 기준, 생보업계 4위로 올라서며 체급 키우기에 성공했다.지주 회장들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신년사에서 "14개 자회사 중 최고의 자리에 있는 회사가 몇 개나 되느냐"며 "보험·카드·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의 M&A를 포함, 모빌리티·헬스케어·가상자산 등 비금융 부문에 대한 적극적 제휴와 투자를 통해 새로운 영역으로 업(業)의 범위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하나금융은 중소형 생보사 하나생명, 더케이 손보를 인수해 출범시킨 '디지털 손보사' 하나손보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보험시장에서의 영향력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함 회장이 올해 새 보험사 인수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배경이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도 신년사에서 "올 해는 증권과 보험, 벤처캐피털(VC) 등 지난해 시장이 불안정해 보류해온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의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은 이미 증권사 인수에 공을 들이고 있고 올해 보험사 인수를 추가로 노릴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신한금융 역시 또 한번 손보사 인수를 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신한금융은 BNP파리바 카디프손해보험을 인수해 디지털 손보사 형태의 신한EZ손보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신한EZ손보의 회사 규모가 작고 디지털 손보사 성장성에도 물음표가 달린 상황이다. 이에 신한금융이 손보사 추가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KB금융도 생보사 추가 인수에 나설 수 있다. 이달 2일 KB라이프생명은 출범식에서 2030년 생명보험 업계 3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체급 키우기'를 위해 KB금융도 언제든 생보사 추가 인수에 나설 가능성은 충분하다.보험업계 관계자는 "올해 경영 환경의 어려움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금융지주사들이 무리한 사업 확장이나 투자에 나설 것 같지는 않다"며 "다만 보험사 인수는 금융사 입장에서 향후 지속가능경영에 꼭 필요한 확장이라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2023.01.0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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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처브그룹 가족된 라이나생명…금융당국, 대주주 변경 승인

보험

금융당국이 라이나생명 대주주 변경 안건을 승인했다. 미국 처브그룹은 라이나생명을 품에 안으며 국내에서 총 3곳(처브라이프생명·에이스손해보험·라이나생명)의 보험사를 운영하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2일 오후 늦게 열린 정례회의에서 라이나생명의 대주주 변경 안건을 승인했다. 처브그룹은 미국 최대 기업보험 전문 보험사다. 국내에서도 처브라이프생명과 에이스손해보험, 두개의 현지법인을 두고 있다. 이번 매각에 따라 향후 라이나생명은 처브그룹의 한국 내 계열사인 처브라이프생명과의 합병 가능성도 거론된다. 앞서 시그나그룹은 지난해 10월, 건강 서비스에 집중하기 위해 한국, 대만, 뉴질랜드, 태국, 인도네시아, 홍콩 사업부와 터키합작 회사를 처브그룹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총 거래 가격은 57억5000만달러(약 6조9000억원) 수준이다. 라이나생명은 지난 1987년 최초로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보험사로 2020년에는 3500억원대, 지난해에는 2300억원대 순익을 내며 생명보험업계 알짜회사로 자리잡았다. 김정훈 기자 jhoons@edaily.co.kr

2022.06.23 08:26

1분 소요
피터 정 사임한 AIA생명, 한국시장 떠날까...매각설 ‘솔솔’

보험

최근 피터 정 AIA생명 전 대표의 갑작스런 사임과 맞물려 AIA생명 매각설이 재점화되고 있다. 피터 정 전 대표가 임기를 반년이나 남겨두고 조기 사임하면서 22일 업계에서는 ‘AIA생명이 한국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AIA생명은 2019년 말에도 차태진 전 대표가 개인적인 사유로 사퇴하고 피터 정 전 대표가 수장 자리에 오르며 매각설이 돈 바 있다. ━ “피터 정 사임은 개인적 이유…韓서 계속 헌신할 것” AIA생명은 지난 21일 피터 정 전 대표가 횡령사고를 내 사임했다는 한 언론매체 보도에 대해 공식적인 반박자료를 냈다. AIA생명은 “최근 AIA 생명의 리더십 변화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일련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피터 정 전 대표의 사임은 개인적인 사유이며 AIA그룹은 그의 건승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생명보험 회사인 AIA그룹은 한국 사업에 지속적으로 헌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터 정 전 대표의 횡령건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며 CEO의 사임이 한국시장 철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한 셈이다. 피터 정 전 대표는 2017~2019년 AIA그룹 지역 비즈니스개발 총괄임원을 지내다 2020년 1월부터 AIA생명 수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AIA생명에서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역임하며 2018년 AIA생명의 야심작 ‘AIA바이탈리티’를 론칭시켰다. 전세계 24개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AIA바이탈리티는 건강을 유지하면 보험료 할인과 일상 속 혜택을 제공하는 헬스케어 서비스로 AIA그룹의 글로벌 히트작이다. 이 서비스를 2018년 들어 한국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이후 피터 정 전 대표가 수장 자리에 오른 이후인 2020년에는 월 회비 5500원을 납부하는 유료화된 ‘AIA바이탈리티 2.0’이 출시됐다. 최근에도 AIA생명은 종신보험과 연계한 AIA바이탈리티 상품을 내놓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당초 올 12월까지인 피터 정 전 대표가 임기 만료를 반년이나 앞두고 갑자기 사임하자 업계에서는 궁금증이 증폭됐다. 일각에서는 실적 부진에 따른 문책성 인사가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AIA생명은 2017년 287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지만 이듬해 순익이 600억원대로 급락했다. 이는 AIA그룹이 AIA생명을 한국지점 형태로 운영하다 2018년 1월 한국법인으로 전환하며 생긴 비용 영향이 컸다. 이후 AIA생명 실적은 오름세를 타며 지난해 순익이 1758억원까지 상승한 상태다. 특히 보장성보험 위주의 영업을 진행하는 회사답게 지급여력(RBC)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274%로 업계 최상위권이다. 신계약 금액도 지난해 말 약 24조원으로 전년 동기(21조6000억원) 대비 상승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법인 전환 후 오히려 눈에 보이는 지표는 좋아졌다”며 “위험손해율 등 회사의 다른 구체적인 수치도 고려해야겠지만 눈에 보이는 실적이 당장 CEO를 해임시킬 정도의 지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생보시장 포화, 다른 외국계처럼 떠나나 AIA생명의 매각설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피터 정 전 대표의 전임자인 차태진 전 AIA생명 대표는 2019년 말 개인적인 이유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CEO자리에서 사임한 바 있다. 이후 피터 정 전 대표가 수장 자리에 오르며 AIA생명은 매각설이 돈 바 있다. 업계에서는 피터 정 전 대표가 어떤 연유로 사임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AIA생명이 언제든 한국시장에서 철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있다. 이는 국내 생명보험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며 90년대 이후 한국시장에 진출했던 외국계 생보사들이 하나 둘, 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대 이후 국내시장에서 철수한 주요 외국계 생명보험사는 ING생명(2013년·네덜란드), 우리아비바생명(2014년·영국), 알리안츠생명(2016년·독일), PCA생명(2017년·영국) 등이다. 지난해에는 미국 시그나그룹이 처브그룹에 라이나생명 지분 100%를 넘기는 계약을 체결하고 한국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또한 AIA생명이 힘을 주고 있는 헬스케어 사업에서도 국내 대형 보험사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금융지주사들과 연계된 대형 보험사들, 그리고 국내시장 상황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대형사들은 외국계 회사보다 사업 확장에 있어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 AIA생명이 헬스케어 플랫폼 AIA바이탈리티를 다른 회사보다 비교적 일찍 선보이며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했지만 꾸준히 강자자리를 유지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AIA생명이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한국시장 철수설에 힘이 실리는 원인이다. 지난 4월 AIA생명은 올해 700억원(1주당 1160원) 규모의 결산 배당을 결정했다. AIA생명은 2019년과 2020년 각각 560억원(1주당 928원), 600억원(1주당 995원)을 배당했는데 1년 만에 배당금을 100억원이나 늘렸다. AIA생명은 100%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홍콩계 AIA인터내셔널리미티드로 배당금 전액이 지급된다. 매각을 앞두고 고배당 정책을 취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처브그룹에 매각 계약이 체결되기 전 라이나생명은 2016년 이후 매년 1000억원 이상의 배당금을 책정해왔다. 한편 AIA생명은 입장문에서 조만간 새 CEO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박정진 전무가 대표 대행을 맡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AIA생명 새 대표에 구조조정 전문가인 정문국 전 오렌지라이프 대표가 내정될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AIA생명 측은 “좋은 분(CEO)이 있으면 빠르게 모시겠다 정도의 계획”이라며 “후임 인선에 대해 현재 확인해줄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jhoons@edaily.co.kr

2022.06.22 16:01

4분 소요
미니스톱, ‘매각 위로금’ 준비…편의점 3강 체제 본격화 시동

유통

미니스톱이 지난 1월 롯데지주에 매각된 것과 관련해 ‘매각 위로금’을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미니스톱은 임직원 500여 명에게 각 근속 기간과 직책에 따라 위로금을 차등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니스톱 측에 따르면 매각 위로금 지급 공지는 지난 10일 직원에게 공지됐고, 지급 시점은 딜 클로징 이후 1개월 전후가 될 전망이다. 위로금은 월 급여 기준으로 수 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앞서 업계에서 매각 위로금을 지급한 것을 살펴보면 배달앱 요기요 운영사인 위대한 상상은 지난해 말 매각 위로금으로, 3개월 이상 근속 직원에게 월 고정급 200%+근속공로금 등을 지급했다. 미국 보험사인 처브에 매각된 라이나생명은 매각 위로금으로 기본급 800%를 지급한 바 있다. ━ 4위 이마트24 따돌리고, 3강 체제 구축 이처럼 롯데지주의 미니스톱 인수 과정이 하나둘씩 정리되면서, 국내 편의점 3강 체제 구축이 확고해지고 있다. 롯데는 미니스톱을 인수하면서 업계 4위인 이마트24를 크게 따돌리고, 세븐일레븐의 3위 자리를 견고하게 지키게 된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으로 CU는 1만5700점포를 보유하며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고, GS25는 1만5400점포, 세븐일레븐은 1만1173점포, 이마트24가 5800점포, 미니스톱이 2620점포로 뒤를 잇고 있다. 롯데는 이번 인수로 세븐일레븐 1만1173점포에 미니스톱 2620점포를 추가하면서 한숨에 1만3793점포로 증가하며 업계 1·2위인 CU와 GS25 뒤를 바짝 쫓게 된다. 편의점 사업이 일명 ‘규모의 경제’로 통하며 점포 수 확보가 사업의 주요 경쟁력인 만큼 롯데의 이번 인수가 외형 확장에 큰 호재로 적용한다. 특히 편의점은 지난 2018년에 제정된 편의점 자율규약으로, 신규 편의점 출점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현재 편의점은 담배 소매인 지정 거리 제한 기준인 50~100m 내 신규 편의점을 출점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인수로 롯데는 법의 테두리 밖에서 편의점 점포 수를 한 번에 늘릴 기회를 잡은 셈이다. ━ 코리아세븐, 지난해 영업손실만 85억원 반면 이번 인수로 롯데가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롯데지주는 한국미니스톱을 시장 예상가격인 2000억~2500억원에 비해 비싼 가격인 3100억원 가량이라는 고가 인수를 진행했고, 미니스톱 가맹점주들이 세븐일레븐으로 모두 옮길지에 대해서도 100%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체 국내 편의점의 10%에 해당하는 5000여 점포가 편의점 브랜드 재계약을 진행한다. 재계약 때마다 각 편의점 기업들이 새로운 점주를 유치하기 위해 점주 상생안 등을 경쟁적으로 내놓는데, 미니스톱 점주들이 파격적인 제안에 세븐일레븐이 아닌 타 브랜드로 전향할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기존 미니스톱 점주들을 위한 간판·인테리어 변경 지원, 가맹점 신규 유치를 위한 투자 등 인수 금액 외에 추가로 써야 할 비용이 많다”며 “지난해 코리아세븐의 영업손실이 85억원이었는데,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2022.03.13 12:30

2분 소요
7조 '꿀꺽'하고 떠나는 美시그나…라이나생명 임직원들 '허탈감 넘어 분노'

보험

시그나그룹이 한국법인 라이나생명 매각을 결정하자 임직원들이 강한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라이나생명이 매년 거액의 배당금을 안겨주며 시그나그룹 성장에 일조했지만 본사가 한국시장 철수를 일방적으로 통보했기 때문이다. 매각과정에서 한국법인 임직원들은 철저히 배제됐고 일부 직원들은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며 상실감마저 토로한다. 하지만 임직원들의 분노와 별개로 시그나그룹은 배당금, 라이나생명 매각가 등으로 약 7조원을 챙겨 한국시장을 떠나게 됐다. ━ 시그나-처브 회장단, 美서 논의 후 '스피드 매각' 보험업권에 따르면 시그나그룹은 한국을 비롯 대만, 뉴질랜드, 태국, 인도네시아, 홍콩 등 아시아태평양지역 사업부와 터키합작 회사를 처브그룹에 매각한다. 거래 가격은 총 57억5000만달러(약 6조9000억원)로 내년에 협상이 완료될 전망이다. 협상은 매각 주관사 선정조차 없을 정도로 속전속결로 결정됐다. 미국에서 시그나그룹과 처브그룹의 회장이 만나 논의를 진행했고 인수 실사도 빠르게 진행됐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보험사업부 전체 매각이지만 핵심은 한국법인인 라이나생명이다. 투자업계에서는 매각가 6조9000억원 중 라이나생명의 가치만 6조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라이나생명은 지난해 357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고 올 상반기에도 1651억원의 순익을 냈다. 지난해 순익만 보면 생명보험업계 3위다. 텔레마케팅(TM)채널의 강점을 바탕으로 지난 4년간 매년 3000억원대 순익을 내며 '알짜 회사'로 자리매김했다. 알짜 순익을 내는 만큼 본사인 시그나그룹은 라이나생명으로부터 매년 거액의 배당금을 챙겨갔다. 외국계 보험사는 국내 보험사보다 비교적 높은 배당율로 배당을 실시하는 편이다. 특히 라이나생명은 외국계 회사 중에서도 고배당 회사로 알려져있다. 지난 5년간 배당율만 37~95%에 이른다. 지난 10년간 라이나생명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시그나 체스너트 홀딩스에 1조1650억원을 배당했다. 10년간 라이나생명의 순익은 총 2조3596억원이다. 시그나 그룹이 전체 순익의 절반가량을 배당으로 가져간 셈이다. 2018년에는 순익 3701억원 중 배당액만 3500억원에 달했다. 시그나그룹 입장에서 매년 3000억원대 순익과 거액의 배당을 챙길 수 있는 라이나생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 없었다. 이처럼 라이나생명이 알짜로 성장했음에도 시그나그룹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매각을 타진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 보험사들은 자본 확충 부담이 커진다. 또 성장이 정체된 한국시장, 금융당국의 높은 규제문턱 등은 시그나그룹으로 하여금 매각시기를 저울질하게 했다. 결국 인수자가 나타나자 미련없이 라이나생명을 매각했다. ━ 허탈감 느끼는 임직원..."집단 대응 준비" 라이나생명 임직원들은 허탈감을 넘어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본사가 한국법인인 라이나생명과 아무런 교감도 없이 회사를 일방적으로 매각해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본사는 경제논리에 따라 언제든 회사의 매각을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갑작스러운 매각 결정은 한국진출 후 30년 이상 안정적인 영업을 진행하며 회사를 알짜 보험사로 성장시킨 한국법인 직원들에 대한 신의를 완전히 저버린 행태라는 지적이다. 라이나생명은 현재 노동조합이 미설립돼있고 직원들로 구성된 직원협의회가 존재한다. 현재 직원협의회는 설문조사를 통해 이번 매각과 관련 임직원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 임직원 여론에 따라 집단대응에도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라이나생명을 인수하는 처브그룹은 한국에 처브라이프생명을 운영 중이다. 향후 인수가 완료되면 양사 합병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에 라이나생명 임직원들은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 이에 직원협의회는 직원들 의견에 따라 노조설립도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라이나생명의 한 임직원은 "시그나그룹의 일방적 매각 통보에 대부분의 임직원이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대응방안 마련을 위해 직원협의회에서 여러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매각으로 라이나생명의 향후 사업 추진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라이나생명은 조지은 대표를 중심으로 헬스케어 서비스 사업과 디지털 보험사 출범 등을 추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인수자 처브그룹의 의지가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관련 사업을 추진하던 라이나생명 임직원들의 허탈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 몇년간 외국계 보험사를 인수한 국내 업체들은 한국시장 정서를 고려해 피인수기업 임직원들의 목소리를 그래도 어느 정도 반영하며 인수를 진행한 편"이라며 "이번에는 미국기업이 미국기업으로 회사를 팔았고 이 과정에서 라이나생명 임직원들은 철저히 배제됐다. 임직원들이 느낄 상실감과 허탈감이 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2021.10.1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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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시그나그룹, 생보업계 '순익 빅4' 라이나생명 왜 매각하나

보험

지난 2017년 4월, 미국 시그나그룹의 데이비드 코다니 회장이 한국을 방문해 '라이나생명 창립 30주년 맞이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코다니 회장은 "지난 10년간 미국보험시장의 포커스는 헬스케어였다"며 "보험만으로 미래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충분치 않다. 앞으로 한국시장에 맞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4년이 지났다. 라이나생명은 미국 처브그룹에 매각이 결정됐다. "헬스케어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던 코다니 회장의 바람은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 라이나생명은 올 상반기 기준, 1651억원의 순익을 냈다. 이는 생명보험사들 중 빅3(삼성·한화·교보) 다음으로 높은 순익이다. 시그나그룹은 왜 이런 '알짜 회사'를 매각한 것일까. ━ 헬스케어 막힌 라이나생명, 본사는 '떠나자' 판단 보험업권에 따르면 시그나그룹은 건강 서비스에 집중하기 위해 한국, 대만, 뉴질랜드, 태국, 인도네시아, 홍콩 사업부와 터키합작 회사를 처브그룹에 매각한다. 거래 가격은 총 57억5000만달러(약 6조9000억원)로 내년에 협상이 완료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라이나생명의 매각 가치만 6조원 수준으로 추정한다. 최근 매각된 생보사인 오렌지라이프와 푸르덴셜생명의 매각가(약 2조~3조원대)보다 값을 잘 받은 셈이다. 처브그룹은 미국 최대 기업보험 전문 보험사다. 국내에서도 처브라이프생명과 에이스손해보험, 두개의 현지법인을 두고 있다. 이번 매각에 따라 향후 라이나생명은 처브그룹의 한국 내 계열사인 처브라이프생명과 합병될 가능성도 커졌다. 물론 라이나생명은 합병, 혹은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국내시장에서 영업을 지속한다. 본사인 시그나그룹만 한국시장을 떠나는 셈이다. 라이나생명 측은 "본사끼리의 협의안이라 매각과 관련해서 특별히 공지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라이나생명은 지난해 357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빅3 생보사인 한화생명(1968억원)보다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텔레마케팅(TM)채널의 강점을 바탕으로 지난 4년간 매년 3000억원대 순익을 내며 '알짜 회사'로 자리매김했다. 보험업계에서 어쩌면 가장 유명한(?) 광고멘트인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도 라이나생명의 작품이다. 업계에서는 미국 본사인 시그나그룹이 라이나생명 매각을 결정한 배경으로 현재 그룹의 상황 때문이라는 시각을 내놓고 있다. 최근 시그나그룹이 주식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자 해외 자산을 매각해 자사주 매입에 활용하려 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내 금융당국의 높은 규제 문턱에 결국 '보험업계의 미래'로 판단되는 헬스케어 사업을 한국에서 사실상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도 한 몫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다니 회장은 성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한국시장에서 전통적인 보험서비스보다 헬스케어 서비스가 더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지난 4년간 라이나생명은 규제에 발목이 잡혀 별다른 헬스케어 서비스를 내놓지 못했다. 현재 국내 의료법상 의료행위는 의료기관과 의료인만 할 수 있는 실정이다. 글로벌 보험사들은 의료행위와 보험, 건강서비스 등이 접목된 헬스케어 서비스를 확대하며 몸집을 더욱 키우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걸음수에 따라 보험료 할인 등의 한정된 서비스만 제공되는 실정이다. 금융당국이 올해 헬스케어 회사를 자회사로 둘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준 것이 사실상 국내 헬스케어 서비스의 유일한 진전이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보험사가 고객의 영양, 건강상태 등을 주기적으로 체크해 관련 상품을 판매하고 보험서비스를 제공하며 많은 수익을 내고 있지만 우리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는 상태"라며 "보험사가 고객의 건강을 체크하는 행위를 국내에서는 의료행위로 해석해 의료계 반발이 만만치 않은 실정"이라고 밝혔다. ━ 외국계 보험사 무덤된 한국? 1990년대 초반부터 국내에서는 중산층 가구가 급속도로 늘었다. 이에 점차 노후 대책을 세우려는 사람들이 증가했고 이때부터 푸르덴셜, ING, 알리안츠, 악사(AXA) 등 글로벌 공룡보험사들이 너도나도 한국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외국계 보험사들은 점차 한국시장에서 손을 터는 분위기다. ING생명(네덜란드)은 2013년 MBK파트너스에 회사를 매각했고 우리아비바생명도(영국) NH농협금융에 회사를 넘겼다. 이후 알리안츠생명(독일)과 PCA생명(영국), 푸르덴셜생명(미국)이 회사를 매각했다. 지난해에는 프랑스계 악사손해보험이 회사 매각을 추진했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중국계 다자보험(구 안방보험)이 대주주인 동양생명과 ABL생명도 끊임없이 매각설이 돈다. 라이나생명을 비롯해 외국계 보험사들이 한국시장을 떠나는 것은 한계에 다다른 한국의 보험시장 상황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지적이다. 한국은 저출산 기조가 장기화되고 있고 젊은층은 보험 자체에 관심이 적은 편이다. 또 지난 10년간 꾸준히 보험 불완전판매가 이뤄지며 보험업 자체에 대한 인식도 매우 부정적이다. 또 글로벌 보험사들은 비대면 온라인 채널을 적극 육성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에서는 보험설계사 위주의 대면영업이 보험사의 핵심 매출이다. 이런 요인들 때문에 글로벌 보험사들이 한국시장 영업에 한계를 느껴왔고 점차 매력을 잃었을 수 있다. 아울러 외국계 보험사들이 대기업이 지배하는 국내 금융환경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내 상위권 보험사는 삼성·한화·DB 등 계열사를 대거 거느린 대기업에 속해있다. 이밖에 NH농협·신한·KB 등 공룡 금융지주사 소속 보험사도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대기업과 대형금융그룹이 가진 계열사 상호 시너지 효과와 자본력, 브랜드 이미지 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업 성장성이 제한되면 현재의 점유율을 먹고 먹는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때 국내 금융인프라가 우수한 대기업 계열 보험사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 된다. 적당한 인수자가 나타나 제값만 받는다면 외국계 보험사들이 앞으로도 한국시장에서 떠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2021.10.1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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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Estate - 오피스시장에 돌아온 외국인 ‘큰 손’

산업 일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뜸하다 올 들어 매입 늘어 … 입주사 확보 쉬운 A급 빌딩 인기 서울파이낸스센터(SFC)와 강남파이낸스센터(GFC). 서울 강남·북을 대표하는 프라임급 빌딩이다. 두 건물의 소유자는 세계 5위의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이다.GIC는 2000년 롯데관광개발의 계열사인 유진관광으로부터 SFC를 4억 달러(4500억원)에 매입했다. 외국 자본의 국내 부동산 투자가 본격화되는 신호탄이었다. 이후 해외 국부펀드나 사모펀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헐값에 매물로 나온 국내 대형 빌딩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외환은행 인수 후 매각으로 수조원대의 이익을 챙기고도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아 ‘먹튀 자본’으로 불리는 미국의 론스타 펀드는 2001년 현대산업개발로부터 역삼동 스타타워(현 GFC)를 6332억원에 매입한 뒤 2004년 GIC에 9300억원에 매각했다. 3년 만에 3000억원 가량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싱가포르투자청·론스타 막대한 시세 차익GIC의 투자 수익은 론스타 펀드를 능가한다. 그 사이 건물 가격이 많이 올라 SFC의 경우 시세가 9000억~1조원에 달한다. 매입 가격의 곱절이 넘는다. GFC도 현재 시세가 1조3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시세 차익뿐 아니라 빌딩 임대료와 배당금으로 매년 수백억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SFC와 GFC의 2012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영업이익은 각각 256억원과 706억원에 달했다.배당금으로도 쏠쏠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GFC로부터 2009년부터 2012년까지 615억원, SFC로부터는 2011년과 2012년 배당금으로 245억원을 챙겼다. GIC는 두 건물 외에도 광화문 코오롱빌딩, 무교빌딩, 2001아울렛 분당·중계점 등을 잇따라 매입해 국내 오피스 시장에서 대표적인 ‘큰 손’으로 자리매김했다.2000년대 국내 오피스 시장은 외국 자본의 ‘놀이터’였다. 외국투자은행(IB)과 사모펀드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고가의 우량 빌딩을 사들였다. 교보리얼코에 따르면 2004년에는 외국 자본이 국내 빌딩 16곳을 매입했다. 2006년 7건, 2007년 8건을 사들였다. 전체 거래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거래금액은 절반이 넘는다.공실 위험이 적은 도심의 알짜배기 건물 위주로 사들인 때문이다. 2006년의 경우 총 37건의 대형 오피스가 거래됐는데 외국계 자본이 매입한 빌딩은 8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총 거래금액 1조4273억원 중 외국 자본이 매입한 건물 가격은 7458억원으로 52.3%를 차지했다.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외국자본의 국내 대형 오피스 매입은 가뭄에 콩 나듯 했다. 글로벌 경기 악화로 투자 여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중반에 매입한 건물 가격이 많이 올라 시세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매각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서울 중구·종로구의 중심상업지구(CBD)와 여의도권에 대형 오피스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공실률이 늘어나 임대수익이 하락한 것도 외국 자본들이 국내 오피스 시장에서 탈출하는 요인으로 꼽혔다.2010년의 경우 외국 자본이 매수자로 나선 건물은 독일계 펀드인 RREEF가 사들인 서울 회현동 프라임빌딩과 서린동 알파빌딩 정도에 불과했다. 2011년에도 YSD 코리아펀드와 내셔널 파이낸셜 리얼티가 각각 매입한 솔로몬 역삼·대치타워 등 손에 꼽을 정도였다. 지난해에는 서울 서초동 하이트진로 서초사옥과 신문로 씨티은행센터빌딩, 무교동 한국정보화진흥원 사옥, 역삼동 아남타워가 외국 자본으로 넘어갔다.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뜸하던 외국 자본의 국내 부동산 투자가 올 들어 슬슬 활기를 띠고 있다. 도이치자산운용은 ‘도이치오피스제2호부동산펀드’를 통해 4월에 대우건설 신문로사옥을 3900억원에 매입했다. 2000년 준공된 이 건물은 지상 18층 연면적 5만4363㎡ 규모의 A급 빌딩이다. 오피스 빌딩은 연면적 기준으로 6만6000㎡가 넘으면 프라임급, 3만3000~6만6000㎡면 A급, 3만3000~1만6500㎡는 B급, 1만6500㎡ 이하면 C급으로 분류된다.이 건물은 4대문 안에 위치해 교통이 편리한데다 매각 후 대우건설이 전체를 다시 임차해 본사로 사용하기 때문에 공실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그러다 보니 인수의향서 접수 때 총 10곳의 부동산 관련 업체가 참여할 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몇몇 자산운용사 사이에서는 빌딩 연면적 3.3㎡당 2100만~2200만원선에서 가격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도이치자산운용을 포함해 코람코·삼성생명 등 2200만원 이상 제시한 곳이 5곳이나 됐다.도이치자산운용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도이치뱅크는 국내에서 꾸준하게 부동산 투자를 해온 외국 자본으로 분류된다. 앞서 2010년에 중구 회현동 프라임빌딩과 종로구 서린동 알파빌딩을 사들인 RREFF는 도이치자산운용의 부동산펀드 사업부문이다. RREFF는 영등포구 양평동 이레빌딩(2007년)과 중구 순화동 SK순화빌딩(2009년)도 매입했었다.도이치뱅크의 또 다른 계열사인 DBREI는 2007년 서울 여의도의 동양증권빌딩과 대우증권빌딩을 매입한 뒤 되팔아 수천억원의 차익을 얻었다. 도이치자산운용은 올 2월에도 RREFF를 통해 서울 신림동의 종합쇼핑몰 ‘포도몰’을 2000억원 가량에 인수하는 등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고 있다.미국계 보험사인 라이나생명은 9월에 서울 종로구 청진구역 제5지구에 위치한 스테이트타워 광화문을 2420억원에 사들였다. 지상 23층 연면적 4만991㎡ 규모로 올 초 준공됐다. 현재 서울역 앞 서울시티타워(옛 대우 본사)를 임차해 쓰는 라이나생명은 내년 초 이 오피스빌딩으로 본사와 남대문·강남 등지에 위치한 4곳의 텔레마케팅센터를 이전할 계획이다.최근 아시아·태평양지역 최대 글로벌 보험사인 AIA는 서울 순화동의 ‘N타워’ 매입을 위해 개발업체 넥스트프로퍼티스와 양해 각서(MOU)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매가격은 20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5월 준공된 N타워는 지상 27층 연면적이 5만1378㎡에 이르는 A급 빌딩이다. 애초 이 빌딩은 국내 연기금과 기관투자가들이 매입을 검토했지만 공실 우려 등으로 포기했다. AIA는 건물을 사들인 후 국내 법인인 AIA생명의 본사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아시아 부동산 시장으로 다시 눈 돌려부동산 업계에서는 외국 자본의 국내 부동산 투자가 다시 활기를 띠는 이유에 대해 글로벌 저금리 기조 때문으로 분석한다. 장기투자 성격이 강한 외국 금융회사나 펀드 등이 저금리 기조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자산 운용에 애를 먹으면서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 부동산 시장으로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먹잇감이 많아진 것도 한 이유로 꼽힌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썰물처럼 빠져나간 외국계를 대신해 국내 기업과 펀드가 오피스 매수에 적극 나섰지만 최근 경기침체 장기화 우려가 커지면서 유동성 확보를 위해 시장에 매물을 속속 내놓고 있다. 자산 유동화가 필요한 기업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매물을 내놓고 있어 합리적인 가격에 매입한 뒤 비싸게 팔아 자본 이익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작용했다.김태호 알투코리아 이사는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한국 경제가 비교적 선방하고 있고 경기 회복에 따라 자산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판단한 외국 자본들이 국내 오피스 투자를 조금씩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규모가 적당하고 임차인 확보가 용이한 A급 오피스 위주로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2013.11.13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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