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CONOMIST

26

[세이노 칼럼 단독 공개] ‘세이노의 가르침’ 못다 한 이야기

전문가 칼럼

인연이란 참 놀랍다. ‘이코노미스트’는 2023년을 돌아보며 ‘세이노 열풍’을 주목하기로 했다. 취재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그의 글을 직접 소개할 수 있으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올해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 ‘세이노의 가르침’을 쓴 저자는 잘 알려졌다시피 1955년생 1000억원대 자산가다. 대외에 좀처럼 나서지 않는 인물로도 유명하다. 그의 문장처럼 까탈스럽고 고집스러우며 대화가 통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선입견이었다. ‘어른이 사라져가는 시대’를 보고 자란 기자 홀로 가진 착각이기도 했다. 취재하며 느낀 그는 까탈이 아닌 세심함을, 고집이 아닌 신념을 지닌 어른이었다. 상대방의 의견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는 인물이란 평도 인상에 남는다. 세이노는 책 ‘세이노의 가르침’의 각주 성격인 이 글을 보내며 첫 문장에 “인터뷰 요청은 사양하였으나 20여 년 전 이코노미스트에 글을 쓴 인연조차 모른 척할 수가 없어서 이 글을 인터뷰 대신 쓴다”고 했다. 본지는 잊고 있던 인연의 소중함을 필자가 일깨워준 셈이다. ‘이코노미스트’는 1713호(12.4~10) 커버스토리로 시작한 ‘세이노 열풍’ 기획을 이렇게 저자가 직접 쓴 글로 매듭지을 수 있게 됐다. 힘든 한 해였다. 내년은 더욱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어른’ 세이노의 글로 올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남이 떠먹여 주는 숟가락에는 독이 묻어 있기 마련…직접 손을 놀려라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 중 많은 수는 미래에 보유하고픈 자산 규모를 구체적으로 말하곤 한다. 이를테면 “나는 10년 후에 100억 부자가 되는 것이 목표다”라는 식이다. 나는 어땠을까? 결혼 후 최우선 목표는 집 하나 장만하는 것이었다. 그때 나에게 숫자로 표시되는 목표는 전혀 없었고 “한 달에 1000만원을 벌자” 같은 생각도 전혀 없었다. 혼자 벌레처럼 살면서 복권을 사던 시절에는 미래의 내가 부자로 사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즐거웠지만, 이후에는 내 두뇌에서 그런 상상이 일어나지도 않았고 1년 후에 대한 계획도 없었다. 내가 계획하는 미래는 길어야 3개월 정도였고, 오로지 고객의 신뢰를 쌓아가면 수입은 늘어날 것이라고만 믿었다. 그러던 중 집주인이 나가라고 하는 바람에 부랴부랴 경매 직전의 아파트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대출을 끼고 샀다. 그 후 사업에 재정적 어려움도 많았으나(7000만원 받을 어음이 부도난 일도 있었다) 아파트 매입 5년 후 면적이 2배인 다른 아파트를 현금 구매 후 이사한 뒤에도 금전적인 목표는 세우지 않았고 그저 모으고 정기예금만 했다. 어느 날 부채 없이 보유 현금이 20억원이 되자 은행 금리가 연 10% 이상 되었던 시절이었기에 이자 범위 안에서 돈을 쓰기 시작하였다. 여전히 몇억 부자가 되자는 그런 생각은 꿈속에서도 하지 않으면서 사업과 투자를 계속했다. 그 과정에서 2·3년에 한 번 정도 자산을 살펴보니 부채는 전혀 없이 자산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었다. 물론 운도 따라주었지만, 사업과 투자를 제대로 한 덕분이고 독자들에게 그 방법을 자세히 얘기한 적은 외환위기 당시의 달러 투자와 전동 현수막 걸이 이외에는 거의 없는 듯싶다. 돌이켜보면 한 번도 돈의 액수를 목표로 삼지 않았던 것은 아주 잘한 일이었다. 목표액을 채우려다 보면 사람들에게거짓말이나 뻥튀기도 할 것이고 직원들에게 야박한 월급이나 주면서도 최대한 부려 먹고자 했을 것이며 그 결과, 나의 인티그리티(Integrity·머릿속에서 옳다고 믿는 생각들과 행동이 엇갈림 없이 하나된 상태, ‘세이노의 가르침’ 186쪽)는 박살 나면서 나 자신이 내가 침 뱉던 대상으로 변하여 거울을 볼 때마다 내 모습이 구역질 날 정도로 역겨워져서 나를 이 세상에서 사라지도록 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돈을 빨리 벌려고 하면 돈을 못 번다는 말이 진리라고 믿는다. 어쨌든 내 책을 읽은 독자들 중 일부는 종종 내게 질문한다. 시간을 아껴 자기 개발을 해 종잣돈을 모으라는 것은 알겠는데 ‘종잣돈을 모은 후에는 무엇을 어떻게 하여야 하느냐’는 것이다. 어째서 총론은 이야기하면서 각론은 알려주지 않느냐는 것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누군가 숟가락으로 돈을 떠먹여 주기를 바라는 자들이고 비싼 강의 하나 잘 들으면 “무협지에서나 나오는 기연과 비급을 얻게 되어” 팔자가 바뀔 것으로 기대하는 어리석은 닭대가리들이다. “남이 떠먹여 주는 숟가락에는 돈이 아니라 독이 묻어 있다”(내 책을 출판한 차보현 대표의 말이다)는 것을 왜들 그렇게 모를까?나를 개인적으로도 알고 있는 오상익 오간지프로덕션 대표가 MZ세대이면서도 대학교 강의에서 내 책을 교재로 사용하기에 ‘어째서 세이노는 총론만 얘기하고 각론은 얘기하지 않는지’를 설명해 보라고 했더니 다음과 같은 답이 왔다.● 세이노는 종잣돈을 모으라고 하면서 얼마나 모아야 하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 쌓인 돈이 부자가 될 종잣돈이라고 말하지만, 종잣돈의 기준은 누가 정해주는 것인가, 종잣돈의 기준과 가치는 독자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몇천이 종잣돈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몇억이 종잣돈이 될 수 있다. 종잣돈의 금액이 다르듯이 돈을 모으는 기간도 다르다. 독자마다 수입이 다른데 어찌 모으는 기간이 같겠는가.● 종잣돈은 독자의 가치관과 처한 환경, 우선순위에 따라 쓰임새가 달라진다. 부자마다 부자가 된 과정이 다르듯, 종잣돈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공통된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세이노는 독자가 어떠한 상황인지, 독자의 가치관은 무엇인지 모르기에 종잣돈의 활용법에 대하여서는 침묵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종잣돈을 모으는 단계까지는 일종의 보편적 방식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가르침을 준 것이 아닐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존에 필요한 핵심역량을 타인에게만 의존하면 독자 생존할 수 없다. 세이노가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여 주었다면 1인치씩 전진하는 걸음(종잣돈을 증식하려는 노력)은 철저히 독자의 몫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줄 아는 독자라면 누군가 알려주지 않더라도 종잣돈을 어떻게 사용해야 성공할 수 있는지 스스로 깨칠 것이다. ● 영화 ‘위플래쉬’(Whiplash)에서 앤드류의 음악은 플래처 선생의 채찍질(Whiplash)로 완성된 것이 아니라 그와 맞서 싸우고 필사적으로 분투하면서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지휘자 플래처는 앤드류가 전혀 모르는 곡으로 교묘히 바꿔 그를 함정에 빠뜨리지만, 앤드류는 자기에게 가장 유리한 ‘카라반’(Caravan)을 당당하게 독주하며 폭군 플래처까지 흥분시킬 정도로 최고 스윙을 폭발시킨다. 즉, 영화에 나오는 앤드류처럼 독자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만의 게임(인생)’을 만들어 나가라는 것이 세이노의 진짜 가르침이 아닐까 싶다.맞다. 종잣돈에 대한 얘기도 맞고, 스스로 자기만의 게임을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도 맞다. 영화 ‘위플래쉬’는 드러머인 주인공 앤드류가 최악의 갑질 폭군인 선생 밑에서 끝없는 경멸과 모욕과 멸시를 당하지만 결국은 그 선생을 이겨내며 음악적 성취를 이루는 이야기이다. 사업을 하면서 나도 그런 갑질을 하곤 했지만, 격려와 칭찬은 물론 두둑한 보너스도 잊지 않았기에 플래처의 내리꽂기만 하는 교육방식에는 전혀 공감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주인공의 반응은 크게 공감하며 흥미롭게 보았다.1970년대 말, 20대 초반이었던 내가 미군 부대 안의 대학에 다니면서 학원과 기독교 관련 서적 번역으로 돈을 벌고 있던 때의 일이다. 번역일을 꽤나 하며 우쭐하던 시기에 어느 기독교계 대형출판사에 번역 지원을 하였더니 짧은 영문 자료를 시험 삼아 번역하여 오라고 했다. 제목은 데올로구메논(theologoumenon). 조직신학 용어인데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힌트를 좀 얻으려고 여러 도서관을 뒤져봤지만 내가 받은 원문이 독일어 신학백과사전 ‘사크라멘툼 문디’(Sacramentum Mundi)의 영어번역본에 나오는 것이라는 사실만 미군 군종장교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결국 몇 주 동안이나 끙끙대며 헤매다 직역으로 원고지 15매 정도를 번역하고 그 출판사의 번역 총책임자에게 직접 제출했다. 그분은 내 원고지 몇 매를 읽다가 휙 내 얼굴에 집어 던지면서 짜증 섞인 음성으로 “이걸 번역이라고 했어요?”라고 내뱉는 것 아닌가. 그 순간 나는 모욕을 당한 것에 자존심이 상하고 ‘독일어 원문을 영어로 번역한 건데 헤매는 게 당연한 거 아냐?’하는 생각에 그냥 나가버릴까 하는 충동도 순간적으로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내 실력이 너무나도 창피했다. 내 원고는 내가 읽어도 이해가 안 되었으니까. 나는 바닥에 흩어져 있는 원고지들을 모은 뒤 벌게진 얼굴로 공손히 말했다. “저 좀 가르쳐 주십시오.” 그분이 플래처 선생과 다른 점은 아주 무뚝뚝했지만 “한번 해보시겠어요?”라고 내게 물었다는 것이다. 그날 저녁 나는 종로서적에서 당시 독일 유학 중이던 고영민 목사가 번역한 조직신학 책과 그 책의 원서를 동시에 구입했고, 그 뒤 번역문을 원문과 한 문장씩 대조하며 한 달 이상을 철저히 혼자서 나만의 게임을 했다(원서 저자가 ‘루이스 벌콥’이었는지 ‘찰스 하지’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번역서로는 두 저자의 조직신학을 모두 읽었다). 그 다음 데올로구메논의 의미를 이제는 정확하게 번역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비로소 번역 일감을 받으러 그곳에 다시 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내 번역 원고가 그대로 최종 원고로 인정받는 사람으로 올라섰다. 1. 부동산 이야기사람들이 투자 각론을 알고자 하는 분야는 부동산·주식(채권 포함)·사업·장사일 것이다. 가장 많은 질문이 들어오는 분야는 부동산인데 사람들은 나를 전국구 부동산 상담사 정도 되는 것으로 착각한다. 전혀 아니다. 나는 내가 탐내는 물건이나 내가 보유한 물건과 관련하여서만 공부하지, 전국의 부동산을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 당신이 갖고 있거나 구매하려는 부동산에 대해 내게 메일을 보내 봤자 내가 오랜 시간을 투자해 그 지역에 대해 조사할 리는 전혀 없으므로 시원한 답은 결코 줄 수 없다.(법적인 문제로 인해 메일을 보내는 독자들도 꽤 있는데 내가 힌트 한두 마디 정도는 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나와 전혀 상관없는 법을 새로 공부하여 해답을 제시할 것이라고 기대하면 안 될 것이다.) 내가 부동산 하나를 사려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여하곤 하였는지 당신은 모를 거다. 한 번은 100여 개 이상의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며 소유주의 나이, 관계회사 재무제표, 대출 상황 등을 전부 분석한 후 마음에 드는 것들만 추려낸 적도 있다. 어떤 지역에서는 마음에 드는 매물이 나오기까지 3년을 계속 지켜보다가 매입하기도 했다. (비단 부동산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나는 어떤 문제가 있으면 그것과 관련된 것들을 파악하는 데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변기에 앉아서 한 시간 이상을 서류에 몰두한 적도 가끔 있었는데 직원은 내가 화장실에서 쓰러져 정신을 잃은 줄로 착각하여 작은 소동이 일어났던 적도 있다. 사람들은 가끔 내게 왜 그렇게까지 파고드느냐고 묻기도 하고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게 아니냐고까지 하는데, 사실이 뭔지도 모르고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생각하면 얼마나 위험한지를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닌가 싶다. 자칫 고통 속에서 처절한 시간을 보내게 될 수도 있다. 솔깃한 얘기일수록 들리는 대로 믿어 버리기 쉬운데,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는 방법에 대해서 뒤쪽에 쓰겠다.)당신이 부동산 투자를 위한 종잣돈을 마련하였다 할지라도 갓난아이 우유 먹이듯이 누군가 떠먹여 주기를 바란다면 조만간 사기나 당할 가능성이 더 크다. 대부분의 사람은 복잡한 등기부등본 분석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그저 친구들이나 부동산중개업소 혹은 강의팔이들이 하는 말에 더 귀를 기울이다가 부동산을 매입한다. 전세 사기범이 극성을 부리는 이유 역시 사람들이 일부 개X 같은 중개사를 비롯하여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내용을 너무나 잘 믿어 버리기 때문이다. 내 말이 틀렸는가? 부동산 시장의 흐름부터 배워야 할 것 아닌가. 그러려면 경제신문이나 경제주간지 하나 정도는 반드시 종이로 구독하여라. 인터넷으로 볼 수 있다고? 당신 눈에 들어오는 제목의 기사만 읽을 텐데? 당신 눈에 숨어 있는 기사들은 지면을 펼쳐 볼 때나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당신 나이와 상관없이 부동산에 대해서는 미리미리 그렇게 공부 좀 하여라. 이미 20여 년 전에 “부동산에 빨리 눈 떠라” 하면서 무엇부터 배워야 할지도 말하지 않았던가(‘세이노의 가르침’ 707쪽). 2. 부동산 경매 이야기동아일보 칼럼 연재의 마지막 회(2001년 9월 12일)에서 나는 아래 글을 쓴 바 있다.“작년에 서울 강남에서 지은 지 2년 된 빌라트가 경매시장에 나왔는데 대지와 건물에 대해 모두 저당이 잡혀있었으나 대지에 대한 저당권 문제만큼은 낙찰자가 해결해야 하는 특별매각조건이 붙어있었다. 결국 대지권 없이 건물 소유권만 갖게 되는 것이고 사람들은 이런 집은 재산권 행사에 지장이 있어 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입찰에 참여하여 감정가의 반값에 낙찰받았다.”그 특별매각조건은 대지 지분에 대해 근저당이 과도하게 잡혀 있는 별도 토지등기가 낙찰자에게 인수된다는 것이었다. 즉 대지 근저당권자가 경매낙찰가에서 대지분 가격을 분배하여 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는 뜻이고 경매로 인해 소멸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 경매 전문가들은 모두 위험한 물건이라고들 한다. 위험한 것은 맞다.대지에 대한 근저당은 건설사가 대위 등기한 것이었다. 등기부의 복잡한 기재 내용들을 살펴보니 건물분 소유권자는 A이고 대지지분의 소유자는 실제로는 A와 B였으나 등기법적으로는 A였다. A와 B는 모두 건설사에 대한 채무가 있는 상태에서 C에게 대지지분의 양도 계약을 하였으나 집합건물에서 건물분 소유자와 대지분 소유자가 다를 수는 없으므로 C의 명의로 등기가 되지는 못한 상태였다. 건설사가 대지지분에 설정한 채권최고액은 8억5000만원이었다. 내 기억으로는 내가 낙찰받았던 금액은 4억2000만원 정도였다. 낙찰 후 내게 지대(대지사용료)를 청구한 자가 있었을까? 없었다. 등기부상 경매물건 소유자는 법적으로 A였고 낙찰된 부동산의 직전 소유자가 낙찰자에게 지대를 청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근저당권자였던 건설사에서 내게 대지지분을 사라고 권유할 수 있었을까? 그렇게 하려면 C가 동의하여야 하는데 C는 등기부에 공식적으로 기록된 채권자나 채무자도 아니었고, 경매 낙찰가가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다가 입찰하려는 사람으로 추정되었다.(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 몇 %나 이 내용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나는 이곳을 전세금 4억원에 임대하고는 이 물건이 세월이 지난 후 다시 경매되도록 하고자 했다. 왜? 이런 집합건물이 세월이 지나 다시 경매로 나올 때는 이미 이전 경매에서 특별매각조건을 낙찰자가 인수하는 조건으로 경매가 진행되었으므로(그 조건이, 근저당권자에게 돈을 실제로 주고 대지지분에 대한 별도 등기를 반드시 해지시키라는 것은 전혀 아님을 알아야 한다.) 건물분과 대지분의 소유자는 동일인으로 간주된다. 결국 두 번째 경매에서는 대지분에 대한 별도의 등기는 사라지고 감정가에서의 건물분과 대지분의 비율대로 낙찰가가 분배되어 대지분 근저당권자에게 지불된다. 결국 1차 경매에서는 전세금 수준의 비용으로 낙찰을 받고, 전세금을 받은 후 세월을 기다렸다가 다시 경매로 처리되게 낙찰자가 “자의적으로” 만들면 큰돈을 투자하지 않고서도 부동산 가격 인상분 정도는 그대로 챙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세월이 좀 지난 후 이루어진 두 번째 경매에서 낙찰자는 C였다. 내가 회수한 돈은 전세금 등을 제외하고 약 1억9000만원이었는데 투자 기간이 예상보다는 길었지만 세금 등을 포함하여 4000만원 정도 투자하고 거둔 수익으로는 괜찮았다.자, 내가 동아일보에 특별매각조건 관련하여 칼럼을 쓰고 나서 22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내게 이 경매와 관련하여 질문한 자가 있었을까? 한 명도 없었다. 오늘 날짜로 검색하여 봐라. 토지별도등기 인수라고 하는 특별매각조건이 있는 경우 2번의 경매를 이용하여 이익을 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단 한 명이라도 글을 올리거나 책에 쓴 사람이 있는지 말이다.22년 전 칼럼 마지막 부분에서 나는 이렇게 썼다. “나의 이야기를 듣고 ‘돈이 돈을 버는구나’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말라. 문제를 문제로 여기지 않는 지식이 돈을 벌게 해주는 것이다. 먼저 지식을 쌓고 사람들이 지식 부족으로 입찰을 꺼리는 경쟁이 약한 물건을 찾아라.” 지식을 쌓으라는 말은 스스로 공부하라는 뜻이다. 경매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의 책이 아니라 경매법 자체에 대해 쉽게 설명하는 책부터 먼저 읽고 공부하여라. 등기법 역시 경매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책은 법원공무원교육원 교수였던 분이 쓴 ‘집합건물의 등기’(신언숙·육법사)인데 오래전에 절판되었다. 절판된 책의 중고품을 몇만원씩 지불하고 사는 사람을 나는 평상시에 도서관을 가까이한 적이 없는 사람으로 본다. 대한민국에서 출판된 책은 국립중앙도서관에 전부 있다. 국립중앙도서관과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협약된 도서관에 가면 지정된 PC에서 국립중앙도서관의 도서 원문을 볼 수 있고 대부분 복사도 가능하다. 협약된 도서관은 공공도서관·대학도서관·전문도서관 등이 있는데 당신이 사는 동네에도 틀림없이 있을 작은도서관(전국에 약 7500개나 있다)도 협약 도서관이고 해외에 있는 외국 도서관들 중에도 협약 도서관이 있다. 작은도서관에서 절판된 책을 읽다가 보유하고픈 부분을 복사하는 데 드는 비용은 A4 1장당 40원이므로 2쪽씩 인쇄하면 1쪽당 20원이다. 법적으로는 책의 3분의 1분량 정도만 복사가 허용된다.(나는 국회도서관도 몇 번 이용한 경험이 있는데 민간인용 주차장이 너무 멀다.) 전세 사기 문제가 심각하니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부동산중개사들을 불러 교육을 시키는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계약을 맺고 임대차 계약을 맺은 후, 주인이 바뀌면 HUG에서 임대 조건이 바뀐 것으로 치부하여 보증금 반환을 거부할 수 있으니, 임차인에게 매달 등기부등본을 떼 보고 주인이 바뀌지 않았는지 확인하도록 안내하라고 한다고 들었다(다중언어를 구사하는 글로벌 공인중개사 MINO가 알려주었다). 미쳤나? 대한민국에서 매달 자기가 사는 집 등기부등본을 떼보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외국인 임차인은? 그것보다는 집주인이 바뀌면 자동으로 임차인과 HUG에 알람이 가도록 시스템을 바꾸거나, 시스템 변경에 예산이 많이 필요하다면 모든 임대차계약서에 “부동산 소유권이 변경되는 계약이 발생하면 계약일로부터 3일 이내에 임차인과 HUG에게 동시 통보하여야 한다. 이를 어기는 경우 임대인은 이러저러한 벌을 감수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강제 삽입되도록 하면 어떨까? 3. 사업과 장사 이야기1980년대 말, 여름 길거리에 있는 건물 지하 1층의 식당이나 찻집 같은 곳을 가게 되면 대부분 퀴퀴한 냄새가 났다. 지하층 벽체에 스며든 습기로 인해 곰팡이가 생기면서 나는 냄새였고 습기를 제거하는 전기 제습기를 설치하면 해결될 문제로 보였다. 그 당시 청계천과 용산 전자상가들의 상점들에서는 미국 월풀(Whirlpool)의 제습기가 판매되고 있었는데 가격이 40만원대 후반이었다. 나는 경쟁력 있는 제습기를 수입하여 판매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월풀 제습기를 하나 구입하여 사용자 입장에서 꼼꼼히 살펴보았다(제습기의 작동 원리 및 부품들의 기능 등을 배우고, 마케팅 측면에서 월풀 제습기에 있는 약점들을 찾아내기 위해서였다. 약점이 없으면 포기하려고 했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이긴다고 하지 않던가). 제습기는 거의 대부분 바닥에 놓게 되므로 전원 스위치나 제습 강도를 조정하는 스위치 같은 것은 모두 상부에 있어야 할 텐데 월풀 제습기의 스위치들은 사용자가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제습기 전면에는 물 세척이 가능한 공기필터가 있고 하부에는 습기를 빨아들여 응축시킨 물이 고이는 물통이 있었다. 물통이 가득 차면 표시등이 켜져서 물통을 비워야 함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물통을 비우려면 벽체 가까이에 놓은 무거운 제습기를 앞으로 잡아당긴 뒤 그 후면에서 물통을 빼내야 하는데 제습기 본체에 바퀴가 달려있기는 하지만 물이 가득 담긴 물통을 빼내는 과정에서 물이 출렁거렸고 상당히 번거롭게 느껴졌다. 물통을 빼내는 곳이 제습기 전면에 있고, 응축된 물이 직접 건물 내 배수구로 나가도록 할 수 있는 호스 연결구가 뒷면에 있는 제품이 훨씬 더 좋아 보였다. 디자인도 월풀의 고전적 디자인보다는 모던한 디자인의 밝은 색상이 더 좋아 보였다. 제습 용량은 크기에 따라 달랐지만 회사별 차이는 별로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한국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미국 페더스(Fedders)의 제품이었다.그 제품을 즉시 수입했을까? 사업이 그렇게 쉽게 진행되겠는가? 법적으로 복병이 있었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판매용 전기용품은 수입 이전에 KC 안전 인증을 받아야 수입 통관을 할 수 있었다. 안전인증을 받는 과정은 상당히 까다롭고 복잡했으며 사후서비스를 어디서 어떻게 할 것인지도 밝혀야 했는데 나에게는 버거운 과제였다(현재 수입 하이브리드 슈퍼카 중에는 충전 코드에 대한 안전 인증이 쉽지 않기에 이미 인증을 받은 국산 제품을 제공하는 곳도 있다). 그 당시 알게 된 것: AC(교류) 전원을 사용하지 않는 DC(직류) 전기용품은 안전 인증이 면제되었기에 AC를 DC로 바꾸어 주는 트랜스를 이미 인증받은 국산으로 제공하면 된다는 것. 이를테면 워터픽(구강세정기)같은 경우 220V용이면 수입판매하는 데 애를 먹지만 직류용인 경우는 국산 트랜스를 끼워 팔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 오디오 스피커 같은 것은 앰프에 물리는 것이므로 안전 인증이 없다는 것(이런 규정들이 요즘은 전자파 문제 때문에 바뀌었는지는 모르겠다). 자, 어쨌든 제습기는 AC 전원을 사용하여야 했다(그 당시는 110V와 220V가 혼용되던 시기였다). 나는 관세청의 품목별 수입 제한 내용을 자세히 알아보고자 두꺼운 관세품목 분류표(HS code) 책자를 구입하여 살펴보았고 거기서 제습기는 전기사용량이 일정 수준이 넘으면 KC 안전 인증이 면제되는 산업용으로 분류되어 있음을 알았다. 그래서 페더스의 제습기 중에서 하루 제습량이 가장 큰 제품 한 종류만을 수입하기로 하고 페더스 본사의 아시아 담당자와 접촉하였다. 여름이 오기 전, 컨테이너 1개분을 꽉 채운 제습기가 도착하였다. 당시 내 사무공간까지의 도착 가격은 제습기 1대당 25만원 선이었고 판매가격은 경쟁사 제품과 비슷하게 48만원으로 정했으며 기존에 컴퓨터나 음향 설비를 판 곳과 도서관들에 안내문을 먼저 돌렸다. 청계천이나 용산 전자상가에는 단 1대도 위탁판매용으로 전달하지 않았고 할인판매도 금지하였다. 판매 방식은 방문 구입 혹은 현금이체(화물발송비 별도)만 하였고 불티나게 팔렸기에 추가 수입을 부랴부랴 하였다. 판매가 잘된 이유는 경쟁사 제품의 약점들을 정확하게 파고들면서 무료 사후서비스를 무려 5년으로 해주었기 때문이다(퀴즈: 나는 무슨 배짱으로 5년을 내걸었을까?) 구매자가 고장 난 제품을 가져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30분 이내에 수리해 전달하며 3회 이상 고장이 나면 신품 교환 조건이었다. 실제로 고장 난 제품이 들어오면 신품에서 겉 케이스만 제거하여 교환한 후 바꿔주었고(15분도 안 걸렸다) 손님이 간 후 비로소 무엇이 문제인지를 체크하였는데 내부에 있는 컴프레셔는 삼성이 만든 것이었음도 그때 알았다.제습기 판매로 1년마다 서울 맨션아파트 한 채 값 이상의 수익을 올린 지 3년 차에 접어들었을 때 페더스 본사에서 연락이 왔다. 한국의 큰 회사에서 내가 수입하던 물량의 2배를 수입 약정하겠다면서 독점권을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미원통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포기하겠다고 했다. 물량을 키우려면 용산과 청계천에 상품을 도매가격으로 깔아야 하고 전담 영업사원도 지정하여야 하며 외상값을 못 받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결국 물량을 2배로 키워도 내 손에 쥐어지는 수익이 크게 증가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냥 중단하기에는 수익이 컸기에 멕시코로 날아가서 페더스의 남미 담당자와 접촉하였다. 큰 조직일수록 영업 담당자들은 서로 정보 공유를 안 하므로 남미 담당자는 나에 대해 전혀 몰랐고 손쉽게 물건을 주문할 수 있었다. 컨테이너들이 멕시코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그것을 한국으로 보낸 뒤 귀국하였고 더 이상 가져올 물건도 없었으므로 천천히 느긋하게 팔았다(물량을 2배로 늘려 수입하겠다고 한 그 회사에서 그 후 따로 물건을 들여왔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을 보면 아마도 나의 방해 공작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미수금 발생은 전혀 없었고 나는 5년 서비스 약속을 철저히 지켰다. 이 이야기에서 내가 독자들에게 알려주려는 내용은 첫째 어 이게 왜 없지? 하는 자각, 둘째 경쟁제품의 약점 파악, 셋째 법적 장애물을 뛰어넘는 지식, 넷째 많이 파는 것이 장땡은 아니라는 것, 다섯째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5년 무상서비스 약속 준수이다. 장사는 어떨까? 이미 내가 내 책에서 여러 가지를 이야기했다. 사람들 대다수가 망하여도 성공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라고도 했다. 어느 독자가 그 흔하디흔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오픈하였는데 몇 개월도 안 되어 대박이 났음을 전해왔다. 그 비법이 무엇이었을까? 추상적으로 표현하면 좁은 길로 간 것뿐이었다. 정말로 비법이기에 공개하기 어렵다(내게 묻지 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장사를 할 때 남들 하는 것처럼 하면 망한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뜻이다.약속은 지켜야 약속이다. 몇몇 독자가 내게 알려준 내용: 어떤 온라인 강의를 “100% 환불보장”이라고 하여 들었는데 막상 환불 신청을 하니 아래와 같이 답이 왔단다.“100% 환불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1.전체 강의를 수강 및 미션을 수행하세요. 2.배운 내용을 실전에서 실행하세요. 3.xxx 대표가 직접 수업에 배웠던 지식에 대하여 질문드리겠습니다. 그것에 대해서 모두 답변을 완벽하게 하세요. 4.그럼에도 삶의 변화가 없었다면 환불해 드립니다.”그래서 찾아보니 제목은 ‘ 돈이 따라오는 억대 소득의 자수성가법’이고 화면을 넘기면 ‘EVENT2 100% 환불보장제’라는 제목으로 “환불보장제 적용”이라는 구호를 여러 개 배경에 깔아놓고 강사 얼굴이 나오면서 “수강 후 원하는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면 100% 환불해 드리겠습니다”라고 나온다. 다시 화면을 넘기면 “안 되면 진짜 말씀하세요. 100% 환불보장”이라는 글 밑에 강사 얼굴이 나오고 “수업을 모두 수강하고 성과가 나지 않는 경우는 100% 환불해 드리겠습니다”고 나온다. 그리고 위에서 인용한 “100% 환불기준”은 마지막 화면 하부까지 가야 지금까지 나왔던 글씨들보다 훨씬 작은 글씨로 나온다(부동산이나 보험 광고에서 자기들에게 불리한 내용은 아주 작은 글씨로 써 놓는 것과 유사하다). “100% 환불기준”을 읽은 후 쌍욕이 전혀 나오지 않고 말 그대로 100% 환불보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한 명이라도 있었을까? 애초부터 환불 약속을 지킬 생각은 있었을까? 아무도 환불을 받아 가지 못했으므로 100% 모두 만족하였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도대체 누가 이렇게 광고하는 것일까? 심리전문가를 자칭하며 자기 강의만 들으면 인생이 바뀐다고 말하는 박세니다(강의 중에 박세니가 “세이노 그 사람 돈 많으면 뭐해, 정신과 다니는데”, “세이노가 그렇게 돈 많이 벌어봤자 매일 정신병약 먹고 있는데 무슨 소용이야”라고 틈틈이 걱정해 준다는 제보도 받았다. 내가 내 책에서 대장동 사건으로 불안해져서 정신과를 다녔다고 한 얘기 때문인 듯싶다. 그때 정신과 의사인 동창을 찾아갔더니 여러 가지 심리 조사와 몇 차례 상담 후 이렇게 얘기했다. “의사로서 뭘 해줘야 하는지를 모르겠다. 너에게는 어떤 약도 의미가 없다. 심리 조사에서 세상의 그 어떤 것에도, 심지어 죽음에 대해서도 전혀 두려움이 없는 것으로 나오는 너 같은 사람을 나는 처음 본다.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것은 그런 네가 관련되지도 않은 정치적 부패 사건에 불안해하며 이 사회를 걱정하는 것이다. 네가 왜 그거까지 걱정을 하냐.” 어쨌든 현재 3가지 비타민과 가벼운 고지혈증 약을 매일 먹는 나에게 박세니는 정신병약까지 먹이고 싶은가 보다).100% 환불보장은 일정 기간 이내에 구매자가 불만족하면 무조건 100% 환불하는 것이지 구매자가 판매자의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은 아마도 지구상에서 처음일 것이기에 확실히 박세니는 선구자인 것 같고 “100% 환불보장”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최면을 일단 걸어 놓고 마지막에 그 환불조건을 작은 글씨로 표시하는 것 역시 최면을 강조하는 박세니답다. 4. 보험보험은 위험 대비용으로 반드시 필요하다. 여기에 대해 나는 이견이 전혀 없으나 보험을 대여섯 개씩 드는 것은 보험설계사의 꼬임에 넘어갔다고 본다. 꼬임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보험회사가 어떤 식으로 운영이 되고 수익을 만들어 내는지는 알아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일반인들은 전혀 모르는 보험사들의 비밀 하나부터 얘기하자. 오래전 12월이 되면 나는 계좌에 20억원 정도 준비해 놓곤 하였다. 그때가 되면 유명 보험사 지점장들로부터 청탁이 들어왔는데 12월 31일 이전에 5억원을 입금하면 즉시 5000만원을 현금으로 주고 1년 후 5억원에 대해 은행 정기예금보다 조금 더 높은 이자를 주겠다는 것이었다(5000만원은 그 당시 백화점 대형봉투 하나에 만원권으로 모두 들어갔다). 당연히 나는 응하였고 연말을 기다리기까지 했다(이걸 몇 년이나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알고 보니 그 5000만원은 수십 명의 보험설계사 수수료로 떼어놓은 금액이었는데 보험설계사는 근로자가 아니라 자영업자 신분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금융실명제가 실시되던 시기였음에도 그런 일이 가능하였다는 것은 세무서나 감독기관도 잘 모르는 구석이 보험사들에 있었다는 뜻이고 지금도 여전히 일부는 남아있지 않을까?예를 들어, 혹시 기존 보험은 해지하고 새 상품으로 갈아타라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가? 그걸 보험업법에서는 자사 승환이라고 하는데, 타사 승환도 있다. 자사 승환은 가입자의 금전적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가입 나이도 늘어나 예전보다 불리한 조건이 될 수 있기에 6개월 이내의 자사 승환은 불법으로 금지되고 있음에도 기간에 상관없이 그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가 뭘까? 보험사에도 이익이 되고 설계사에게도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승환 요청은 일단은 거절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보험은 크게 생명·손해·질병 관련으로 분류된다. 보험사에 가장 이익이 되는 분야는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비하는 생명보험이다(보험료는 가장 비싸지만 갑자기 죽을 확률은 낮기 때문이다). 생명보험 영업은 기본적으로 인맥을 바탕으로 한다. 당신이 보험을 들게 된 것도 안면이 있는 사람이 찾아와 권유하였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보험설계사는 없는 돈에 수입차를 사서 골프도 치러 다니고 명품도 걸치며 종교모임은 물론 갖가지 행사에 참석할 수밖에 없다. 인맥이 없는 경우에는 보험 가입에 관심이 있는 고객명단(DB)을 회사에서 받는다. 그 명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예를 하나 든다면 홈쇼핑에서 “상담만 받아도 사은품을 준다”는 광고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때 상담을 받았던 사람들의 정보가 분석·집약되어 DB가 되는데 그 과정에서 허접한 DB도 만들어지고 좋은 DB도 만들어지게 된다. 인터넷 쇼핑몰 옥션에서 1만원 할인쿠폰을 준다는 것도 당신이 예뻐서 쿠폰을 주는 것이 아니다. 여러 유명 생명보험사들이 그 전속 대리점 및 “모집위탁계약을 체결한 자”(보험설계사를 의미한다) 등에게 줄 DB를 만들고자 당신의 개인정보를 얻으려고 1만원 이상을 지불하기 때문이다(확신하건대 그 DB 중 일부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불법적으로 넘어간다). 그러나 회사에서 준 DB에 의존하면 영업 수당도 줄어들고 인맥에도 한계가 있으므로 그만두는 설계사들이 계속 나온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설계사들이 끊임없이 충원되어야 하니 고수익을 내세워 유인하는 것이다.요즘 보험설계사들은 생명보험의 하나인 종신보험을 상속세 절세용으로 국세청이 추천하는(또는 인정하는) 방법이라고 너도나도 선전하면서(인터넷 검색하여 봐라) 국세청이 발행한 ‘세금 절약 가이드’에 최적의 상속세 마련 방법으로 소개되었다고까지 말한다. 정말? 내가 2020년·2021년·2022년·2023년도의 ‘세금 절약 가이드’를 뒤져보았지만 “자녀 명의로 보장성 보험을 들어 놓는” 것이 여러 가지 상속세 납세자금대책 중 하나로 언급되어 있을 뿐이지 종신보험이 최적의 상속세 마련 방법으로 소개되었다는 것은 완전 뻥이다. 왜 뻥을 칠까? 그게 보험설계사에게 가장 고액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상품이어서 그렇다. 어느 정도나 수수료를 주기에 그럴까?(종신보험이 상속세 대비책이 되려면 보험료를 반드시 소득이 이미 있는 자녀나 배우자가 납부하여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라. 결국 종신보험은 상속인들이 자기들 돈으로 보험료를 납부하고 피상속인이 사망하면 보험금을 받아 상속세 납부 재원으로 사용하는 것인데 피상속인이 빠른 시일 내에 사망할수록 유리하고 오래 살수록 불리하다.) 박세니의 ‘억대소득 세일즈맨 양성-박세니마인드코칭 삼성생명 협업프로젝트’를 보면 “억대소득 세일즈맨이 되는 기회를 드리려고”한다면서 선발 과정을 이렇게 명시했다. 요즘(2023년 11월) 박세니의 오프라인 강의는 ‘강의만족도 98%, 강의추천률 98%’을 내세우면서 초급·중급·고급 과정이 165만원이며 최면반이 따로 있다. 입금하면 ‘박세니마인드코칭 수강안내(환불규정안내)’를 알림톡 등으로 받게 되는데 납입한 강의료는 강의 시작일 3일 전 ‘오후 5시 이후 환불·변경 불가’로 나오며 “100% 환불” 얘기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매주 중급반과 고급반 강의 후에 있는 미팅에서는 삼성생명 WM(Wealth Management·자산관리이지만 실제는 보험상품 판매다) 영업직원들이 십여 명 참석하여 보험영업을 권유한다. “고급반 수업도 보험영업에 도움 되는 내용 위주이며 ‘삶을 바꾸려면 높으신 분을 최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최근 강의를 들었던 사람이 제보해 주었다.2023년 6월 22일, 인스타그램에서 박세니는 4월부터 삼성생명의 파트너가 되어 제자들을 연결시켰다고 하면서 4월에 11명으로 시작해 26명이 합류하였고 삼성생명보험으로부터 6월 21일 2692만5135원을 첫 소득으로 입금받았다고 하였다. 파트너가 되었다는 말은 삼성생명의 보험설계사가 되었다는 뜻이다. 이 보험설계사를 삼성에서는 FC(Financial Consultant)라고 하지만 회사마다 제각각이어서 영문 호칭이 15개 이상이고 재무상담사·금융전문가·인생상담사 등으로도 부르지만 좀 더 멋있게 보이려고 지어낸 것들일 뿐이고 법적으로는 모두 다 보험상품을 파는 보험설계사이다. FC는 보험사의 직원이라기보다는 자영업을 하는 개인사업자이며 관리자인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 관리자인 경우에는 자기 밑에 영업조직을 두며 그 조직원들의 활동 결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게 되는데 박세니는 이 경우에 해당된다. 박세니는 삼성생명 본부장으로부터 8월 11일 ‘경력도입 우수 FC’ 특별상을 받은 사진도 올리면서 “억대 소득 정도는 너무나 쉽고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경력도입’이란 다른 회사에서 보험설계사를 했던 경험자를 삼성생명에 들어오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쨌든 박세니가 “억대소득 정도는 너무나 쉽고 당연한 것”이라고 말하는 근거는 무엇일까?억대소득을 달성하는 대표적 방법은 상속세 걱정을 하고 있을 부유층 고객이 종신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는 것이다(그래서 박세니가 “높으신 분을 최면에 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이다). 예를 들어 월 1000만원을 납부하는 종신보험에 가입하도록 한 보험설계사는 도대체 수수료를 얼마나 받게 될까? 법적으로는 월 납입액의 12배인 1억2000만원이 상한선이지만 법인보험대리점(GA)의 경우 보험사로부터 이른바 ‘시책비’(판매촉진비)를 별도로 받아서 보험설계사에게 그 이상을 지급하기에 2억원 정도도 받는다. 보험 가입자가 1년 이상만 보험료를 납부하는 한 그 수수료는 설계사의 수입으로 남는다. 속된 말로 1년에 1명의 부자만 가입시키면 놀고먹을 수 있게 되고, 심지어 누군가 가입한 것처럼 만들어 놓고 자기 돈으로 1년간 보험료를 납부한 후 1년 후 해지하여도 수수료가 남을 수 있다(이른바 차익거래라고 한다. 보험업계에서는 물론 금감원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은 하는데… 글쎄다). 삼성생명은 GA 자회사들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박세니가 소속된 삼성생명 ‘헤리티지 센터’는 헤리티지(유산)라는 명칭이 암시하듯이 부유층을 타깃으로 한다. 생명보험 영업조직은 리쿠르팅(채용)-교육-영업으로 이어지는 경로 관리가 핵심이며 일종의 다단계적 성격으로 자신이 만든 조직의 보험설계사 실적 일부를 인센티브로 받게 되는데 조직이 커지고 실적이 올라가면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이다. 박세니는 FC로 활동하면서 소위 제자들을 리쿠르팅하여 영업에 투입 활용하는 것이다. 중도 포기자가 생기면 새로 인원을 채워 놓으면 된다. 어째서 그 제자들은 생명보험사 영업직 입사 면접은 웬만하면 다 합격하는 것이고 보험 영업방식은 유튜브에 엄청나게 많은데도 박세니의 교육 강의에 돈까지 낸 후 자기 수수료의 일부가 박세니에게 할당되도록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박세니의 말대로 했더니 높으신 분이 최면에 잘 걸려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놀랍고 고마워서?).박세니 강의의 뼈대는 멘탈 프로그램을 팔면서 삼성생명에서 기회를 만들어 주겠다는 구체적 취직 제안까지 하는 것임을 볼 때, 삼성생명 입사를 미끼로 ‘쎈멘탈 판매’ 등 개인 장사를 직접 연계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문제가 될 텐데 삼성의 준법감시팀이나 윤리경영팀에서 아무런 반응도 없는 것을 보면 좀 놀랍다. 게다가 박세니의 강의는 주로 ‘돈을 벌고 최고가 되는 것’을 자기 최면과 타인 최면을 통해 이루라는 것인데, 자기 최면은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타인 최면은 “높으신 분을 최면에 거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에서 나오듯이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가스라이팅(Gaslighting·심리적 지배) 같은 시도이고 처음 만난 여자에게 최면을 시도하여 뭔 짓을 하려는 것과 하등 다를 바 없지 않을까 싶다(이 글을 읽고 종신보험이 보험설계사에게 그렇게나 수당을 많이 주는데 가입자에게 유리하게 과연 그 보험이 운영될까를 생각하기 시작한다면 당신의 눈이 떠진 것이다). 5. 주식주식에 대해서는 2008년 10월 11일 딱 한 번 다음 카페 ‘세이노의 가르침’에서 “삼성전자가 내 관심사고 포스코는 아니다”라고만 언급한 바 있다. 그 당시 그 말을 하고 나서 후회를 정말 많이 하였는데 내가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그 주식을 사도록 유도한 것과 다름없는(그래서 주가가 더 오르도록 유도하여 수익을 더 보려는) 행동이 아닌가 하는 자책을 느꼈기 때문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조차 90% 이상이 이 주식이 좋다는 식이며 목표주가를 높이 잡는다. 왜? 주식 거래량이 늘어나야 자기네 이익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리딩방이니 뭐니 하는 것들은 모두가 그런 심보로 주식을 추천한다. 아 물론 그런 심보를 역이용하여 초단타 위주로 하면 좀 챙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내가 세이노라는 이름으로 쓰는 글을 통해 내 사익이 증가한다면 나 자신이 X 같은 나쁜 놈으로 전락하게 됨을 잘 안다. 언젠가 L 및 K 재벌가 사람들(손자들)의 작전회의에 각 한 번씩 참석한 적이 있는데 그때 느낀 것은 ‘결국 개미들이 밥이 되는구나’였고 1원도 가담하지 않았다. 약 1년 후 K 재벌의 직계 가족이 구속되고 몇 개월 후 L 재벌의 직계 가족도 구속되었는데 내가 양쪽 모두 가담했다면 가중 처벌을 크게 받았을 듯싶다. 나는 지금까지도 내가 그 작전에 가담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긴다. 나를 K 재벌에 연결해줬던 동창 녀석은 15억원 정도를 날렸다. 내가 개미들에게 하고픈 말: 주식으로 큰 수익이 났을 경우 당신이 똑똑하고 주식투자 재능이 있어서 돈을 번 것은 절대 아니므로 전업투자자가 되겠다는 개꿈은 갖지 않는 것이 좋다. 그렇게 전업투자를 하다가 배우자도 모르게 엄청난 빚을 진 후 내게 ‘어찌하오리까’ 메일을 보내는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 비정상적으로 수익이 발생하고 있으면 빨리 처분하여야지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다가 계속 집어넣는 짓도 절대 하지 마라. “오직 각 사람이 시험을 받는 것은 자기 욕심에 끌려 미혹됨이니”라는 성경 말씀도 있다(야고보서 1:14). 통정 거래로 주가를 끌어올렸다가 폭삭 망한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하한가 사태에서 무려 1500명의 의사들이 위임 매매를 하였던 것도 ‘욕심에 끌려 미혹’당한 것이다. 이때 역시 내게 수백억원을 날렸는데 어찌하오리까 메일을 보낸 독자가 있었다.거듭 강조하는 것이지만 주식 투자는 여유 자금으로 하여야 하는 게임이다. 그렇지 않다면 당신이 이길 확률은 10%도 안 된다. 그래서 내가 20여 년 전에 썼던 글은 아직도 유효하다. “편안하게 빨리 돈 벌고 싶어서 애를 태우는 자들이여. 평생 가난의 괴로운 숯불이 이마 위에 올려지는 저주를 받을 것이다.”채권은 어떨까? 채권은 인터넷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주식 정보보다 훨씬 쉽게 얻을 수 있다. 국고채는 자본차익(금융투자수익)이 비과세이기에(2025년부터 과세되는 것으로 예고되어있다) 종종 종합소득세율이 이미 40% 이상 되는 경우에는 정기예금 이자 수익보다 세후 실수령액이 더 높다. 즉 종합소득세율이 낮은 경우에는 좋은 투자 대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좋은(회사가 망할 가능성이 아주 낮은) 회사채는 개미들에게는 기회가 잘 안 간다. 2023년 11월 2일 대한항공 회사채 수요예측이 흥행에 성공하였다는 기사가 그다음 날 떴다. 수요예측은 증권사나 투자사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큰손들에게만 연락하여 예상 투자액을 물어보지 개미들에게는 전화도 안 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잣돈이 모이면 좋은 회사채들은 정기예금보다는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으므로 경제기사를 평소에 꼼꼼히 잘 읽어나가라. 요즘은 인터넷 뱅킹에서 10만원으로도 채권투자가 가능하므로 경험을 쌓아가며 소소한 기회들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홍콩 H지수 ELS의 헤지자산 74% 정도는 국내 채권이므로 ELS의 만기가 돌아오는 내년 상반기에는 그 시점에서도 만기가 남아있는 채권들이 ELS 자산 현금화를 위해 쏟아져 나올지 여부도 주시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다만 나는 ELS, ELB, DLB, DLS 등등 금융공학자들이 만든 상품들은 가까이하지 않는 고집이 있다.) 6. 팩트를 보는 법2014년 12월 5일 발생한 땅콩회항 사건과 관련된 내 글을 내 책에서 읽고 나서(541쪽), 마카다미아를 봉지째로 주는 것으로 서비스 매뉴얼이 바뀌었는데 그것을 조현아 부사장이 모르고 있었고 세이노도 모르고 있었다는 내용이 종종 독자 메일로 오곤 하였다. 그래서 내 책 17쇄부터는 552쪽에 ‘손님에게 알레르기가 있으면 먹지 않을 것이므로 봉투째 준다는 얘기를 누가 하던데, 나는 10시간 이상의 장거리 비행기 일등석에서 항공사를 불문하고 그런 경우를 경험한 바 없다’고 첨언하였고, 실상을 좀 더 조사해 봤다. 한마디로 말하면 모든 언론의 기자들이 팩트(Fact·사실)를 제대로 못 보고 비틀어 보도한 전형적인 가짜 뉴스였으며 나무위키나 위키백과도 대동소이했고,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하는가’ 책이 생각나는 사건이었다.(팩트를 골라내는 법을 알게 되면 형사소송이나 민사소송에서도 유리하여진다.)아마 당신은 그 비행기에서 승무원의 땅콩 서비스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조현아가 서비스 매뉴얼이 바뀐 것을 모르고 난리를 치기 시작했으며 나중에 매뉴얼이 바뀐 것을 알고는 사무장에게 화살을 돌려 화풀이를 한 것으로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땅콩을 봉지째 주는 대한항공 홍보영상 장면도 있다고 하여 나도 봤는데 광고 영상을 찍는 사람들은 화면이 예쁘게 나오는 것에 신경을 쓰지 서비스 매뉴얼을 보는 사람들이 아니다. 문제의 발단이 비행기 이륙 전 조현아에게 객실 승무원이 승객의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고 마카다미아(언론에서는 땅콩, 콩, 너츠 등으로 표기했다)를 봉지째로 전달한 것에 있었음은 분명하다. 그날 회사 내부 이메일로 인증받은 사람만 사용할 수 있는 ‘블라인드’의 대한항공 게시판에는 이런 내용이 떴다고 한다(동아일보 2014-12-10).“음료와 마카다미아 너츠를 줄 때 봉지째 주느냐? 규정이 뭐냐?(규정은 음료를 요청한 승객에게 마카다미아 너츠를 봉지째 보여주고, 먹겠다고 하면 갤리에 들어가서 뜯어서 작은 그릇에 담아줌)…갤럭시노트 10.1을 꺼내 규정을 보여줌.(당연히 잘못이 없는 객실 승무원)…”2014년 12월 10일 한겨레신문은 서비스 매뉴얼을 단독 입수하여 “조현아의 딴죽? 승무원은 ‘매뉴얼’대로 했다”는 제목으로 아래와 같이 보도했다.10일 <한겨레>가 단독 입수한 대한항공의 ‘일등석(FR/CL) 웰컴 드링크 SVC(서비스) 시 제공하는 마카다미아 너츠 SVC 방법 변경’ 공지를 보면, 승무원은 “음료와 함께 마카다미아 너츠를 포장 상태로 준비하여 보여준다(showing)”고 명시돼있다. 이어 “마카다미아 너츠를 원하는 승객에게는 그릇에 담아 가져다드릴 것을 안내해 드린 후, 갤리(Galley)에서 버터볼(작은 그릇)에 담아 준비하여 칵테일 냅킨과 함께 음료 왼쪽에 놓아드린다”고 돼 있다.이 매뉴얼 변경이 공지된 것은 2012년이다. 변경 내용은 승객에게 ‘봉지째 마카다미아 너츠를 보여주라’고 한 부분은 그대로 두었다. 다만 그 뒤 원하는 승객에게 갖다줄 때 ‘봉지째 제공’하던 것을 ‘그릇에 담아 제공’하도록 바꾼 것이 전부다. 미주노선을 운항한 적이 있는 복수의 대한항공 승무원은 “지난 5일 뉴욕발 항공기 승무원이 봉지째 너츠를 갖다 보여줬다면 이런 매뉴얼에 어긋나지 않는다. 전부터 그렇게 해왔다”고 말했다.2014년 12월 10일 경향신문은 대한항공 측은 승무원의 ‘잘못’을, 노조 측에서는 조현아 부사장의 ‘착각’을 주장하고 있음을 보도하였다.“여전히 말이 엇갈리고 있지만 승무원이 1등석에 타고 있던 조현아 부사장에게 마카다미아 견과류를 봉지째 건네자 조 부사장이 그릇에 담아오지 않았다고 지적을 했다는 게 대한항공 측의 설명이다. 반면 노조 측은 “드실 것”인지 승객에게 물어보기 위해 규정대로 봉지를 들고 갔는데 조현아 부사장이 화부터 낸 것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그리고 하루 뒤인 2014년 12월 11일 경향신문은 그 매뉴얼의 영어 원문을 보여주면서 아래와 같이 보도하였다.“…당시 문제가 된 것은 마카다미아를 어떻게 서비스하느냐였다. 승무원은 마카다미아를 봉지째 가져갔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이에 대해 왜 봉지를 뜯은 뒤 마카다미아를 버터볼(그릇)에 담아오지 않았느냐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향신문이 지난 10일 입수한 대한항공의 일등석 객실 서비스 매뉴얼을 보면 “웰컴 드링크 서비스 시 음료와 함께 마카다미아넛을 포장 상태로 준비해 보여준다”고 돼 있다. 이어 “승객이 마카다미아넛을 원하면 갤리(음식을 준비하는 곳)에서 버터볼(그릇)에 담아 칵테일 냅킨과 함께 음료 왼쪽에 놓는다”고 돼있다. 2012년부터 이 매뉴얼대로 서비스해오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매뉴얼을 잘못 알았다는 것이다.”2014년 12월 19일 경북매일신문 기사 내용: “조현아는 자신이 탄 비행기에서 땅콩을 봉지째로 줬다는 이유로 사무장을 내리라고 지시해 비행기를 돌려 사무장이 공항에 내린 후 비행기가 출발하게 했다. 비행기 기내 규정은 땅콩을 요청한 승객에게 땅콩을 봉지째 보여주고, 먹겠다고 하면 갤러리에 들어가서 뜯은 후 작은 그릇에 담아주는 방식이다. 따라서 이 사무장이 했던 행동은 규정에 어긋나지 않았다.” 조현아는 땅콩회항 사건으로 결국 구속 기소되었다. 2015년 1월 16일 경향신문이 조현아에 대한 검찰 공소장을 입수하여 분석한 단독 기사에 의하면 12월 5일 현지시간 0시 43분 “승무원 견과류 봉지째 쟁반에 받쳐 제공. 조 전 부사장 승무원에게 ‘매뉴얼 가져오라’ 지시. 박창진 사무장 매뉴얼 담긴 태블릿 PC 가져오자 조 전 부사장 격분”으로 언급된다. 0시 53분에는 “조 전 부사장, 승무원 김 씨의 잘못이 없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박 사무장에게 ‘당신 잘못이야. 네가 내려’ 지시”하였다고 한다.즉 승무원이 봉지째 쟁반에 받쳐 제공했음이 분명하므로 경향신문의 12월 11일자 기사는 틀린 뉴스가 되고 경향신문 12월 10일자 기사에서 나온 노조의 주장 역시 사실과 다른 것이 된다.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공소장은 물론 여러 기사에서 “조 전 부사장, 승무원 김 씨의 잘못 없었다는 것 알면서도”라고 하거나 “뒤늦게 조 전 부사장은 변경된 매뉴얼에 따라 김 씨가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한 것을 알게 됐다. 이번에는 적반하장격으로 박 씨에게 ‘화살’을 돌렸다”는 식으로 나온다. 과연 그럴까?(참고로 “조 전 부사장 격분” 이유는 승무원들이 서비스를 준비하는 공간(갤리)이 바로 앞에 있고 그곳에 종이 매뉴얼이 있는데 사무장이 태블릿PC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비행기 이착륙 시 승무원이 하는 안내방송 역시 제아무리 고참 승무원일지라도 종이 매뉴얼을 보면서 하는 것이고 종이 매뉴얼들은 언제나 그것이 필요한 장소에 놓여 있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격분”할 만한 것이었냐고? 그 판단은 당신이 어떤 조직에서 그 정도 지위에 올라갔을 때까지 유보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격분” 이후의 행동들은 나도 이해하지 못한다.)2015년 2월 2일 2시 30분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무려 11시간이나 계속된 결심공판법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언론보도를 축약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과연 기자들이 11시간 동안 그곳에 계속 있었을까? 검사의 질문들은 동아일보에서 상세히 보도했으므로 궁금하면 찾아봐라.)경인일보(2015년 2월 2일)조현아는 기내에서의 행동이 여승무원 김 모 씨의 서비스 위반으로 인한 것이고, 이 과정에서 박창진 사무장이 매뉴얼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냐는 검사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사건의 원인제공을 승무원과 사무장이 했다는 것이냐’는 검사의 질문에 “승무원의 서비스가 매뉴얼과 다르다고 생각해 이를 확인하기 위해 매뉴얼을 가져오라고 했고, 그 매뉴얼을 찾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고 했다.조현아는 기소된 이후 진행된 두 차례 공판 동안 줄곧 고개를 숙이고 있던 것과 달리 조심스럽긴 하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로 진술했다. 특히 그는 당시 승무원의 견과류 서비스 방식이 ‘명백한 서비스 매뉴얼 위반’이라고 강조했다.조현아 전 부사장은 당시 여승무원이 ‘웰컴 드링크’를 서비스한 것과 관련해 “웰컴 드링크는 매뉴얼에 ‘오더 베이시스’(Order Basis)라고 설명돼 있는데, 이는 승객이 원하는 것을 물어보면 갖다 주는 것”이라며 “하지만 여승무원은 (물어보지 않은 채) 물을 갖다 주면서 콩과 빈 버터 볼을 갖고 왔고, 이는 분명한 매뉴얼 위반”이라고 밝혔다.이는 앞서 박창진 사무장이 증인신문에서 “관련 매뉴얼이 작년 12월 초 ‘봉지째 보여주며 먹을지 묻고, 먹겠다고 하면 작은 그릇에 담아 제공’으로 개정됐고, 이는 조 전 부사장의 결재로 공지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한 것과 정면 배치되는 주장이다.동아일보(2015년 2월 3일)결심공판에서 조 전 부사장은 어떤 부분이 위반이냐는 질문에 “자신은 물을 갖다달라고 했는데 물과 함께 견과류를 가져왔기 때문에 매뉴얼 위반”이라고 답했다. 이는 사건 초기 조 전 부사장이 “견과류를 봉지째 보여주면서 의향을 물은 부분”을 문제 삼으며 “승객 의향을 먼저 물어본 뒤 종지에 담아 서비스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달라진 대목이다.본보 보도(지난해 12월 15일자 A14면)와 재판 시 공개된 매뉴얼에 따르면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 출발편에는 견과류 서비스 관련 내용이 없다. 세계 공항은 보안 규정에 따라 항공기 문이 닫히기 전까지 주류와 음식을 담아놓는 실(seal·카트의 봉인)을 열 수 있는 곳(실 오픈 가능)과 열지 못하는 곳(실 오픈 불가)으로 나뉜다. 케네디 국제공항은 ‘실 오픈 불가’ 공항인데 조 전 부사장은 사건 초기 ‘실 오픈 가능’ 공항에서 사용하는 매뉴얼에 근거해 사무장과 승무원의 서비스가 틀렸다고 한 것이다. 조 전 부사장이 착각한 부분이다. 주간동아(2015년 2월 29일) “당시 물을 갖다 달라는 저의 말에 승무원은 콩과 빈 버터볼 종지를 가져왔습니다. 명백한 매뉴얼 위반입니다. 서비스가 매뉴얼과 틀리다고 생각해 확인하기 위해 매뉴얼을 가져오라고 했고 그 매뉴얼을 찾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뒤에 있었던 저의 행동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조선비즈(2015년 2월 6일) 검찰이 피고인 심문에서 “사건의 발단이 승무원이 매뉴얼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조 전 부사장은 “분명히 매뉴얼에 따라 (마카다미아를) 가져 오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고 답했다. 나무위키에서는 “2007년 이후에는 봉지를 들고 가서 보여주고 취식 여부를 물어본 뒤 먹겠다고 하면 까서 접시에 담아주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승무원은 이 지침을 완벽하게 준수했다”고 나온다.위키백과에서는 “이륙하기 전에 대한항공 객실본부장이었던 조현아 부사장이 접시 위가 아닌 뜯어지지 않은 봉지 속에 있는 마카다미아를 객실 승무원으로부터 받았다…마카다미아 서비스 규정을 잘 알지 못했던 조현아는 마카다미아 서비스를 빌미로 객실 승무원을 심하게 질책하였고”라고 나온다.결국 진실은 ①먼저 손님에게 봉투째 보여준 뒤 ②원하는 승객에게는 봉투를 까서 그릇에 담아 제공하는 게 매뉴얼이었던 것으로 판단되고 그 당시 객실 승무원은 ①에서의 보여주는 행위를 하지 않은 채 접시에 봉투째 담아 전달한 것으로 판단되지 않는가?땅콩회항의 발단이 된 서비스 문제를 내가 이렇게 길게 늘어놓은 것은 조현아를 두둔하려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이 갖가지 소문 속에서 팩트를 판별하는 능력 훈련을 스스로 하라는 뜻이다. 그래야 자기만의 게임을 하게 된다. 물론 당시 조현아가 남편과 아들에게 욕하고 소리 지르는 동영상이 공개되어 ‘저 사람은 평소에도 저렇게 행동하는 여자’라는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에 조현아가 “격분”한 동기가 어디에 있든 간에, 사람들은 어차피 조현아를 이상한 인간으로 낙인찍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은 나도 안다. 그러나 적어도 기자들만큼은 상황을 추종하려고 하지 말고, 설령 독자들의 미움을 받는다 할지라도 팩트를 써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팩트를 비틀어 보도하긴 했지만, 어쨌든 이 사건을 보도한 언론들 덕분에 안하무인의 재벌 가족들에게 경종이 울리게 된 것은 다행한 일이었다. 그 동영상에서나 땅콩회항에서나 왜 조현아가 그렇게 행동하였는지를 나는 안다. 조직 내에서 지위가 높아지면 언행이 변하게 됨을 나 역시 경험하였기 때문이다. 나는 현대의 창업자 고 정주영 회장이 공사 현장에 나타나 자주 따귀를 때리거나 정강이를 걷어찼다는 뉴스 말미에 갑질 논란 따위는 전혀 없이 일을 철저히 하려는 그의 의지를 칭송하는 내용이 나오던 시절에 청춘을 보낸 사람이다. 그런 내가 다국적 기업에서 승승장구할 때 당시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어린 딸들과 무슨 얘기를 하던 중이었는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딸들이 이렇게 말했다. “아빠는 전화로 누구에게나 야야 하며 소리 지르고 화를 내잖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에 번개를 맞는 느낌을 받았다. 내게 듣기 싫은 소리를 할 사람들은 가족뿐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나에게 내가 잘못하고 있음을 말하는 직원을 보배로 생각하기 시작한 것도 그 시기였다. 어떤 조직에서든 고위직에 있는 사람에게 주는 경험적 조언: ①가족에게 뭔가를 지시하려고 하지 말아라. 가족은 당신의 하급 직원이 아니며 가족에게 당신은 직장 상사가 아니다. 청소가 이게 뭐냐, 냉장고 정리가 왜 이 모양이냐 같은 말은 회사에서나 통하는 말이므로. 먼저 가족이 하는 말에 귀부터 기울여라. ②당신을 분노하게 만든 직원이 있으면 즉시 “10분 후에 다시 얘기하자”고 해라. 그 10분간 분노를 가라앉힌 후 사근사근 대화하거나 이메일로 감정 표현 없이 팩트만 전달하여라. 개인적으로 나는 이 방법이 내 정신건강에도 좋다는 것을 체험하여 왔다. 곽상도 아들 50억원 퇴직금 수수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났을 때 나는 “아니 도대체 팩트가 뭔데 무죄야?”라는 생각에 판결문 속 사실관계를 며칠 동안 분석하였고 뇌물이라고 판단하였다. 때마침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와 이 사건을 주로 이야기하는 조건으로 지난 4월 출연하여 뇌물이라고 판단한 근거들을 팩트를 통해 설명하였다. 우리 사회가 뇌물을 주고받는 부패한 사회가 되어선 안 된다는 점 외에도 개개인이 정치적 성향을 떠나 팩트가 무엇인가 알아내려는 노력 역시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을 꼭 전하고 싶어서였다. 12월 19일 ‘곽상도 50억원 뇌물수수’ 건에 대한 2심 재판이 시작될 예정이다. 독자들과 함께 그 추이를 지켜보고자 한다.*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3.12.11 07:00

36분 소요
‘M2E’ 스테픈 “웹 3.0 전환 핵심은 상품 아닌 ‘커뮤니티’” [UDC 2022]

재테크

걸으면 돈을 벌 수 있는 ‘무브투언(Move to Earn·M2E)’ 앱 스테픈이 ‘웹 3.0로 넘어갈 때 중요한 건 상품이 아닌 커뮤니티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쉬티 라스토기 망가니 스테픈 마케팅 총책임자는 23일 부산에서 열린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Upbit Developer Conference, UDC) 2022’에서 “스테픈이 1년도 안 돼 빠르게 470만명 유저를 확보한 건 ‘커뮤니티’ 덕분”이라며 “오늘날 비즈니스 모델 유지를 위해선 커뮤니티가 필수”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미래 웹 3.0 전환시 중요한 건 상품 자체보다 커뮤니티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풀뿌리 단계부터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테픈은 운동화 대체불가토큰(NFT)를 구매한 뒤 걷거나 뛰면 자체 토큰을 보상으로 지급하는 서비스다. 여기에 더해 망가니 총책은 “스테픈은 단순히 건강과 금전적 수익뿐 아니라 탄소배출량을 줄이면서 지속가능한 미래 만들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이용자 유지를 위한 스테픈의 기술을 소개하기도 했다. 망가니 총책은 “SMAC이라는 치팅(부정행위) 방지 시스템 만들었다”며 “움직임과 거리를 증명하는 시스템이 우리의 자체 기술”이라고 말했다. 이어 “치팅 방지 시스템은 머신러닝 알고리즘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며 “스테픈은 인센티브를 통한 유저 참여 유치가 기본인데, 부정행위를 방지하지 못하면 시스템과 신뢰가 무너지기 때문에 치팅 방지 기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윤형준 기자 yoonbro@edaily.co.kr

2022.09.23 16:17

1분 소요
송치형 두나무 회장 “이 겨울의 끝은 이제까지와 전혀 다를 것” [UDC 2022]

재테크

블록체인 개발자들의 축제로 불리는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Upbit Developer Conference, UDC) 2022’가 22일 개막했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UDC는 블록체인이 이끈 일상의 변화를 돌아보고, 다가올 미래를 공유하는 자리다. 오는 23일까지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BPEX)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의 주제는 ‘Imagine your Blockchain Life(상상하라, 블록체인이 일상이 되는 세상)’다. 올해 UDC에서는 대체불가능토큰(NFT), 메타버스, 탈중앙화금융(DeFi), 웹3.0(Web 3.0) 등 다양한 블록체인 최신 트렌드를 다룬다. 행사는 송치형 두나무 회장의 오프닝 스테이지로 문을 열었다. 송 회장은 “이번 겨울(크립토 윈터, 암호화폐 침체기)이 얼마나 길게 갈지는 모르겠지만, 이 겨울의 끝은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국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블록체인이 가진 상호 운용성과 구성 가능성은 거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와 소셜미디어(SNS)가 만들어 낸 글로벌 콘텐츠 시장과 크리에이터 경제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라며 “SNS나 메신저보다 월렛이 더 익숙하고, 토큰을 통해 본인의 아이덴티티(정체성)를 관리하는 것이 일상인 ‘블록체인 세대’를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행사 1일 차인 이날은 레이어2, 스마트 컨트랙트, 웹3.0, 보안, 탈중앙화 자율조직(DAO) 등에 대한 강연·패널토론이 이어진다. 대표적으로 달립티야기폴리곤 개발자 관계활동 총책임, 매트 소그솔라나재단 프로덕트 및 파트너 개발 총괄, 멜 맥캔카르다노재단 개발총괄 등이 연단에 선다. 행사 2일 차인 23일에는 NFT, 메타버스, 게이밍, 트래블룰과 관련한 강연·패널토론이 열린다. 알렉산드레드레이푸스칠리즈&소시오스닷컴 창업자 겸 대표, 저스틴 썬 트론 설립자, 세바스찬보르제더샌드박스 최고운영책임자 겸 공동설립자, 쉬티라스토기망가니스테픈 마케팅 총책임자 등이 발표자로 나선다. UDC 2022 기간에는 NFT 갤러리, 기업 전시, 네트워킹 디너 등 부대 행사도 진행된다. 5층 로비에 마련되는 NFT 갤러리에선 만능 크리에이터 구준엽 작가, ‘펭수’를 제작한 한결 EBS 감독, 파인아트계의 대가 김남표 작가 등의 NFT 작품을 확인할 수 있다. 윤형준 기자 yoonbro@edaily.co.kr

2022.09.22 10:38

2분 소요
“전 세계 블록체인 개발자 부산에 모여!”…‘UDC 2022’ 22일 개막

재테크

두나무가 오는 22~23일 이틀 동안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BPEX)에서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Upbit Developer Conference, UDC)’를 진행한다고 5일 밝혔다. 올해 연단에 서는 국내·외 연사는 50여 명, 참가 인원은 약 30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UDC는 일반 대중과 개발자에게 블록체인 개념과 기술, 현실과 접목한 실사례를 공유할 목적으로 열리고 있다. 두나무는 이처럼 블록체인 대중화를 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한 지난 2020년, 2021년에도 UDC를 온라인으로 개최하며 한 해도 빠짐없이 행사를 진행해왔다.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Imagine your Blockchain life(상상하라, 블록체인이 일상이 되는 세상)’라는 주제로 개최된다. 송치형 두나무 회장의 웰컴 스피치로 시작하는 올해 UDC에는 ▶세바스찬 보르제 더샌드박스 최고운영책임자 겸 공동 설립자 ▶마빈 얀센 스택스재단 테크 리드 ▶쉬티 라스토기 망가니 스테픈 마케팅 총책임자 ▶멜 맥캔 카르다노재단 개발총괄 ▶저스틴 썬 트론 설립자 ▶동하오 황 마스터카드 R&D 부문 부사장 등이 참석한다. 또 이번 UDC 2022에선 ▶스마트 컨트랙트 ▶레이어2 ▶인터체인 브릿지가 가장 눈 여겨봐야 할 세션으로 손꼽힌다고 두나무 측은 강조했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프로그래밍 된 계약 조건을 만족시키면 자동으로 계약이 실행되는 디지털 계약이다. 서면으로 이루어지던 계약을 코드로 구현하고,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해당 계약이 이행된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금융거래, 부동산 거래 등 각종 디지털 계약 등에서 중개인 없이도 계약할 수 있다. ‘레이어2’ 블록체인은 비트코인, 이더리움으로 대표되는 ‘레이어1’의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고 속도를 높여준다. 레이어1 블록체인의 이용자가 급증함에 따라 처리 속도가 느려지고 수수료가 비싸지는 등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했는데, 레이어2를 더하면 거래처리가 분산돼 더욱 빠르고 안전한 디지털 자산 거래가 가능해진다. ‘인터체인 브릿지’는 서로 다른 블록체인 플랫폼 간 상호운용성을 높여준다. 이를 활용하면 파편화된 블록체인 메인넷을 다양한 다른 메인넷과도 연결할 수 있다. 한편 UDC 2022를 앞두고 블록체인에 관심이 있는 일반 대중을 위한 행사도 진행됐다. 두나무는 8월 17일 자사 메타버스 플랫폼 ‘세컨블록’에서 기술 토크 콘서트 ‘무료강좌’를 열어 843명이 참여했다. 같은 달 31일에는 예비 개발자를 위한 공감 멘토링 프로그램 ‘방구석 토크’가 열려 145명의 개발자가 블록체인 생태계 확장에 대한 여러 의견을 나눴다. 윤형준 기자 yoonbro@edaily.co.kr

2022.09.05 10:40

2분 소요
travel - 여행의 아시아 시대 온다

전문가 칼럼

2001년 1100만 달러 빚더미 위에 올랐던 에어아시아를 인수해 10년 만에 아시아 최대 저비용 항공사(LCC·Low cost Carrier)로 키워낸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의 이야기는 ‘항공업계의 전설’이다. 인수 당시 2대에 불과했던 항공기는 현재 126대, 취항 노선도 20개국 85개 도시 150개로 늘었다.페르난데스 회장은 인도계 말레이시아인으로 박지성이 활약하는 영국 프로축구 퀸스파크레인저스(QPR, 성적부진으로 다음 시즌부터 프리미어리그에서 챔피언십 리그로 강등) 구단주로 국내 축구팬에게 잘 알려졌다.아시아의 대표적 여성 전문경영인 캐슬린탄 에어아시아익스피디아(AirAsiaExpedia) CEO는 페르난데스 회장의 성공신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싱가포르 출신인 그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 저비용항공사라는 개념이 생소했던 인수 초기부터 페르난데스 회장의 ‘오른팔’로 에어아시아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에어아시아익스피디아는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본사를 둔 에어아시아와 미국에 본사를 둔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의 50 대 50 조인트벤처다. 이 합작사의 CEO로 올 초 임명된 탄 대표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났다.“한국에서 해외 브랜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익스피디아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겠습니다. 한국은 잠재력이 큰 중요한 시장입니다. 아직 여행산업이 크지는 않지만 새 여행지를 찾아 개별 자유여행을 즐기는 한국인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만큼 성공 가능성이 높습니다.”2011년 7월부터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한 익스피디아는 한국 호텔 700여 곳과 업무 협약을 맺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한국 시장을 겨냥해 최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도 출시했다. 탄 대표는 한국시장 공략의 성패를 가늠할 가장 중요한 전략으로 ‘현지화’를 들었다. “홈페이지의 한국어 서비스가 현지화는 아닙니다. 한국인 입맛에 맞는 여행 제공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조인트벤처의 또 다른 축인 에어아시아는 7월 15일부터 부산~쿠알라룸푸르 노선을 주4회 운항한다. 동남아와 부산을 잇는 첫 노선이다. 에어아시아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핵심시장에 집중투자한다는 사업계획의 일환이다. 동남아를 중심으로 K-팝과 한국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면서 서울을 비롯한 국내 관광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도 한몫했다.“K-팝 인기가 관광지로서 한국을 새롭게 인식시켰습니다. 10년 전만해도 아시아 대중문화의 대표주자는 홍콩과 대만이었습니다. 일본은 아시아를 뛰어넘는 독자적인 힘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6살된 조카가 원더걸스 흉내를 내며 노래를 흥얼거릴 정도로 한국 대중음악의 힘은 강합니다.” 그는 “매년 여름이면 많은 한국 가수의 싱가포르 공연에 ‘지갑이 얇은’ 현지 10대들이 어떤 공연을 볼지 고민하느라 애를 먹는다”고 귀띔했다.포기하기엔 너무 컸던 중국 시장탄 대표가 세계적 음반사인 워너뮤직의 싱가포르 지사 상무로 근무할 당시 페르난데스 회장은 워너뮤직 동남 아시아 지역 법인 부회장으로 함께 일했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탄 대표의 남다른 기획력과 추진력을 평소 눈여겨보고 에어아시아를 인수한 뒤 2004년 그를 영입했다. 탄 대표는 “중국에서 에어아시아를 성공시킨 것은 페르난데스 회장이 아니라 나”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에어아시아 중국 지사에 온지 3주만에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음반업계와 달리 항공산업은 ‘남자들의 세계’거든요. 분위기도 훨씬 엄격했고 페르난데스 회장도 회사 상장 추진으로 뉴욕에 있어 누구도 제게 신경 써주지 않았어요. 고민 끝에 트위터로 페르난데스 회장에게 ‘싱가포르로 돌아가겠다’고 했더니 가지 말고 ‘중국을 변화시켜달라(Go change China)’고 부탁하더군요.”한반도의 40배가 넘는 방대한 중국 영토와 13억 인구를 생각하면 페르난데스 회장의 요구는 너무도 막연했다. 하지만 탄 대표는 자신을 믿는 사람을 실망시킬 수 없다는 일념으로 실현 가능한 것부터 차근차근 행동에 옮기기 시작했다. 우선 웹사이트와 관련 서적을 뒤지며 중국시장과 저비용항공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넓혀갔다. 직원들이 먼저 다가와 도와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부서를 돌며 자신을 소개하고 정보와 의견을 교환했다.“누군가 ‘가급적 많은 중국의 공항을 다녀보라’고 조언했습니다. 에어아시아 비디오 자료를 들고 처음 간 곳이 쿤밍(昆明) 공항이었습니다. 담당 직원 15명 앞에서 통역없이 영어로 프레젠테이션을 했는데 반응이 냉랭했죠.”하지만 타고난 사업가인 탄 대표에게 중국시장은 포기하기엔 너무 컸다. 첫 실패를 거울삼아 보다 치밀하고 차별화된 전략으로 광저우·충칭·하이난·항저우·시안·상하이 등 중국 주요 공항을 차례로 공략해 성공적인 계약을 따냈다. 이런 노력 끝에 에어아시아는 중국에서 올 1분기 중국-태국 노선 이용객이 전년 동기 대비 140% 증가하는 등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탄 대표는 이 과정에서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를 비롯한 SNS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20만 명이 넘는 웨이보 팔로어가 중국에 관한 많은 정보와 조언을 줬습니다. 모두 저의 소중한 스승이에요. SNS를 통해 한국을 배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중국에서 웨이보 서비스는 2009년 8월 시작됐다. 불과 4개월 만에 800만 명이 가입했으며 1년 후 이용자는 7500만 명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사용자 수는 3억900만 명에 이른다. 중국 인터넷정보센터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월 23일 춘절(春節·한국의 설) 때 초당 메시지 발송 건수는 3만2312건에 달했다. 세계인이 사용하는 트위터의 역대 초당 최고 기록인 2만5088건을 훨씬 앞지르는 수치다.현재 3500억 달러(약 390조 원)에 이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여행시장은 전 세계 여행산업에서 약 30%를 차지한다. 탄 대표는 이 비율이 2030년에는 40%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미주·유럽 지역의 비중은 점점 줄고 있다.탄 대표는 이와 관련해 아시아의 매력적인 여행지를 널리 알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인도네시아 롬복은 발리만큼 아름다운 곳으로 상업적인 때가 덜 묻었습니다. 모험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롬복에서 발리까지 페리로 이동할 수 있어요. 말레이시아 랑카위는 3성급부터 6성급에 이르는 다양한 호텔이 즐비한 아름다운 섬입니다. 인근 섬들을 도는 여행도 특별한 재미입니다. 요즘처럼 엔화가 약세일 때는 일본여행을 권합니다.”전통적으로 저비용항공 이용을 망설이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인 안전 문제에 관해서 탄 대표는 “사고로 한번에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는 만큼 아무리 돈이 많이 들더라도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안전사고의 90%는 사람의 실수로 일어나는만큼 승무원과 엔지니어를 비롯한 직원의 안전교육에 큰 힘을 쏟고 있습니다.”저비용항공사 조종사들은 상대적으로 경험과 숙련도가 떨어진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탄 대표는 이에 대해 “(저비용항공의 경우) 버스를 몰듯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이착륙을 반복하기 때문에 숙련도가 높다”고 반박했다.과거 구찌·펜디·랑방 등 럭셔리 라인을 취급하는 FJ 벤자민의 아시아 마케팅 총책임자로 일했던 탄 대표는 젊은 직장인에 대한 조언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오랫동안 한 분야에서 자기 능력을 증명할 수 있으면 일을 찾아 다닐 필요가 없습니다. 일이 사람을 찾아오기 때문이죠.”

2013.09.13 15:46

5분 소요
Business - 여행업도 아시아 전성시대

전문가 칼럼

한국·중국 시장 적극 공략 … 현지화가 성공 열쇠 2001년 1100만 달러 빚더미 위에 올랐던 에어아시아를 인수해 10년 만에 아시아 최대 저비용 항공사(LCC: Low cost Carrier)로 키워낸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의 이야기는 ‘항공업계의 전설’이다. 인수 당시 2대에 불과했던 항공기는 현재 126대, 취항 노선도 20개국 85개 도시 150개로 늘었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인도계 말레이시아인으로 박지성이 활약하는 영국 프로축구 퀸스파크레인저스(QPR)의 구단주로 국내 축구팬에게 잘 알려졌다.아시아의 대표적 여성 전문경영인 캐슬린 탄 에어아시아익스피디아(AirAsiaExpedia) CEO는 페르난데스 회장의 성공신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싱가포르 출신인 그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 저비용항공사라는 개념이 생소했던 인수 초기부터 페르난데스 회장의 ‘오른팔’로 에어아시아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본사를 둔 에어아시아와 미국에 본사를 둔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의 50 대 50 조인트벤처인 에어아시아익스피디아 CEO로 올 초 임명된 탄 대표를 서울 소공동 롯데 호텔에서 만났다. “한국에서 해외 브랜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익스피디아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겠습니다. 새 여행지를 찾아 개별 자유여행을 즐기는 한국인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만큼 성공 가능성이 큽니다.”2011년 7월부터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한 익스피디아는 한국 호텔 700여 곳과 업무 협약을 맺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한국 시장을 겨냥해 최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도 출시했다. 탄 대표는 한국시장 공략의 성패를 가늠할 가장 중요한 전략으로 ‘현지화’를 들었다. “홈페이지의 한국어 서비스가 현지화는 아닙니다. 한국인 입맛에 맞는 여행 제공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포기하기엔 너무 컸던 중국 시장조인트벤처의 또 다른 축인 에어아시아는 7월 15일부터 부산~쿠알라룸푸르 노선을 주4회 운항한다. 동남아와 부산을 잇는 첫 노선이다. 여기에는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K-팝과 한국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면서 서울을 비롯한 국내 관광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도 한몫했다.“K-팝 인기가 관광지로서 한국을 새롭게 인식시킨 측면이 있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아시아 대중문화의 대표주자는 홍콩과 대만이었습니다. 일본은 아시아를 뛰어넘는 독자적인 힘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6살된 조카가 원더걸스 흉내를 내며 노래를 흥얼거릴 정도로 한국 대중음악의 힘은 강합니다.” 그는 “매년 여름이면 많은 한국 가수의 싱가포르 공연에 ‘지갑이 얇은’ 현지 10대들이 어떤 공연을 볼지 고민하느라 애를 먹는다”고 귀띔했다.탄 대표가 세계적 음반사인 워너뮤직의 싱가포르 지사 상무로 근무할 당시 페르난데스 회장은 같은 회사 동남 아시아 지역 법인 부회장으로 함께 일했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탄 대표의 남다른 기획력과 추진력을 평소 눈여겨보고 에어아시아를 인수한 뒤 2004년 그를 영입했다. 탄 대표는 “중국에서 에어아시아를 성공시킨 것은 페르난데스 회장이 아니라 나”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에어아시아 중국 지사에 온지 3주만에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음반업계와 달리 항공산업은 ‘남자들의 세계’거든요. 분위기도 훨씬 엄격했고 페르난데스 회장도 회사 상장 추진으로 뉴욕에 있어 누구도 제게 신경 써주지 않았어요. 고민 끝에 트위터로 페르난데스 회장에게 ‘싱가포르로 돌아가겠다’고 했더니 가지 말고 ‘중국을 변화시켜달라(Go change China)’고 부탁하더군요.”한반도의 40배가 넘는 방대한 중국 영토와 13억 인구를 생각하면 페르난데스 회장의 요구는 너무도 막연했다. 하지만 탄 대표는 자신을 믿는 사람을 실망시킬수 없다는 일념으로 실현 가능한 것부터 차근차근 행동에 옮기기 시작했다. 우선 웹사이트와 관련 서적을 뒤지며 중국시장과 저비용항공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넓혀갔다.“누군가 ‘가급적 많은 중국의 공항을 다녀보라’고 조언했습니다. 에어아시아 비디오 자료를 들고 처음 간 곳이 쿤밍(昆明) 공항이었습니다. 담당 직원 15명 앞에서 통역 없이 영어로 프레젠테이션을 했는데 반응이 냉랭했죠.”하지만 타고난 사업가인 탄 대표에게 중국시장은 포기하기엔 너무 컸다. 첫 실패를 거울삼아 보다 치밀하고 차별화된 전략으로 광저우·충칭·하이난·상하이 등 중국 주요 공항을 차례로 공략해 성공적인 계약을 따냈다. 이런 노력 끝에 에어아시아는 중국에서 올 1분기 중국-태국 노선 이용객이 전년 동기 대비 140% 증가하는 등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탄 대표는 이 과정에서 ‘중국판 트위터’웨이보를 비롯한 SNS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20만 명이 넘는 웨이보 팔로어가 중국에 관한 많은 정보와 조언을 줬습니다. 모두 저의 소중한 스승이에요. SNS를 통해 한국을 배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중국에서 웨이보 서비스는 2009년 8월 시작됐다. 불과 4개월 만에 800만 명이 가입했으며 1년 후 이용자는 7500만 명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사용자 수는 3억900만 명에 이른다. 중국 인터넷정보센터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월 23일 춘절(春節·한국의 설) 때 초당 메시지 발송건수는 3만2312건에 달했다. 세계인이 사용하는 트위터의 역대 초당 최고 기록인 2만5088건을 훨씬 앞지르는 수치다.현재 3500억 달러(약 390조 원)에 이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여행시장은 전 세계 여행산업에서 약 30%를 차지한다. 탄 대표는 이 비율이 2030년에는 40%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미주 유럽 지역의 비중은 점점 줄고 있다.탄 대표는 이와 관련해 아시아의 매력적인 여행지를 널리 알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인도네시아 롬복은 발리만큼 아름다운 곳으로 상업적인 때가 덜 묻었습니다. 모험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롬복에서 발리까지 페리로 이동할 수 있어요. 말레이시아 랑카위는 3성급부터 6성급에 이르는 다양한 호텔이 즐비한 아름다운 섬입니다. 인근 섬들을 도는 여행도 특별한 재미입니다.”저비용항공 이용을 망설이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인 안전 문제에 관해서 탄 대표는 “사고로 한번에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는 만큼 아무리 돈이 많이 들더라도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안전사고의 90%는 사람의 실수로 일어나는 만큼 승무원과 엔지니어를 비롯한 직원의 안전교육에 큰 힘을 쏟고 있습니다.”저비용항공사 조종사들은 상대적으로 경험과 숙련도가 떨어진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탄 대표는 이에 대해 “(저비용항공의 경우) 버스를 몰듯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이착륙을 반복하기 때문에 숙련도가 높다”고 반박했다.과거 구찌·펜디·랑방 등 럭셔리 라인을 취급하는 FJ 벤자민의 아시아 마케팅 총책임자로 일했던 그는 젊은 직장인에 대한 조언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오랫동안 한 분야에서 능력을 증명할 수 있으면 일을 찾아 다닐 필요가 없습니다. 일이 사람을 찾아오기 때문이죠.”

2013.06.27 18:19

5분 소요
중국·일본계 공세, 미국·유럽계는 주춤

국제 이슈

중국계 은행 국내 외화대출 1년 새 32% 늘어 … 자금 풍부하고 금리 낮아 국내 기업 선호 A시중은행 자금부 부장은 최근 중국계 B은행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저금리로 외화대출을 받으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계나 일본계 은행들로 부터 돈 빌려주겠다는 전화가 자주 온다”며 “금리가 낮고 한도도 많아 돈을 빌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국내에는 1994년 중국은행을 시작으로, 공상은행(1997년), 건설은행(2004년), 교통은행(2005년), 농업은행(2012년) 다섯 곳의 중국계 은행이 영업하고 있다.각 사의 경영공시에 따르면 2012년 9월 현재 중국계 은행의 외화대출 잔액은 5204억원이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1700억원 증가했다. 이 중 건설은행의 외화대출 잔액은 851억원으로 전년보다 509억원 늘었다.중국은행은 1419억원으로 같은 기간 429억원 증가했다. 일본계 은행의 외화대출 잔액도 늘었다. 미즈호코퍼레이트은행과 미쓰비시도쿄UFJ은행,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야마구찌은행 네 일본계 은행이 영업 중인데 외화대출 규모는 총 1조1763억원으로 전년(1조151억원) 보다 13.7% 늘었다.프랑스계 은행 대출 잔액 급감반면 유럽계 은행의 지난해 9월 기준 외화대출 잔액은 1조9000억여원으로 2011년 9월 4조원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유럽계은행들이 외화대출을 축소한 것은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유동성 확보에 나선 때문이다. 또 유럽계 은행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외화조달금리가 상승한 점도 외화대출감소의 원인이다. 한 유럽계 은행지점 관계자는 “외화차입 금리가 올라가면서 일부 유럽계 은행은 기업 외화대출에서 역마진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실제로 지난해 10월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BNP파리바 은행 등 프랑스 은행 3곳의 신용등급을 강등하고 소시에테제네랄의 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추면서 은행들의 외화대출이 크게 감소했다. BNP파리바 은행 서울지점의 2012년 9월 말 외화대출 잔액은 1조7224억원(15억4900만 달러)으로 1년 전보다 1085억원(976만 달러) 줄었다. 소시에테제네랄 서울지점도 같은 기간 대출 규모도 49% 급감했다.유럽계 외은지점의 위축은 중국계와 일본계 외은지점의 약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진출한 중국계 은행들은 법인을 세우지않고 지점 형태로 운영하기 때문에 한국 금융당국으로부터 자기자본 적정성 규제를 받지 않고 중국 본점 자금을 차입할 수 있다.또 공상은행이나 교통은행은 본점으로부터 리보(Libor, 런던 은행 간 금리) 6개월 금리(0.3~0.4%)보다 저렴한 금리로 본점에서 차입하기 때문에 유럽계 은행계보다 저렴한 금리로 빌려줄 수 있다. 중국계 은행지점 관계자는 “유럽계 외은지점들의 대출한도 축소로 대환대출 수요가 많다”며 “상대적으로 외화유동성이 좋고 본점 대출승인비율도 높은 중국계 외은지점이 수혜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중국계 은행들은 국내 시중은행들과 ‘커미티드 라인(committed line)’ 계약을 한다. 커미티드 라인은 은행 간 단기 마이너스 대출이다. 국내 은행은 해외 금융사에 일정한 수수료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사전에 약속한 한도에서 외화를 우선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커미티드 라인은 미사용 한도액에 대해서는 평균 0.3%의 수수료를 받고 대출이 되면 1% 안팎의 추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중국 공상은행 이은정 대리는 “현재 한국 기업을 상대로 한 대출 영업이 75% 정도이고 은행들과는 커미티드 라인뿐 아니라 90일 미만의 단기대출인 콜론 거래도 많이 한다”고 말했다.일본계 은행들도 한국 기업에 열심이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서울지점 관계자는 “일본 기업들이 저성장세를 보이며 어려움을 겪는 반면 한국 기업들은 해외에서도 약진 중”이라며 “한국 기업을 상대적으로 잘 아는 일본계 은행들이 한국 기업에 대한 영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은행은 최근 ‘글로벌코리아 기업영업부’ 조직을 신설하고 총책임자로 타케시 쿠니베 서울지점장을 임명했다.중국·일본계 은행 대출 금리 낮아중국계·일본계 은행들의 외화 대출 금액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재정절벽 협상과 유로존 재정위기에 따른 불확실성의 불씨가 여전한 만큼 미국과 유럽계 은행들의 자금 조달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한국금융연구원 서병호 연구위원은 “미주계와 유럽계 은행의 국내지점 경영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에 신규 외화 대출을 중단하고 기존 대출마저 회수할 가능성이 있다”며 “앞으로 중국과 일본계 은행이 과거 유럽계 은행의 몫을 나눠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아시아계 은행들의 금리가 시중은행보다 낮은 만큼 매력적이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3개월 만기 자금을 중국이나 일본계 은행에서 대출받으면 국내 은행보다 가산금리가 15~20bp 낮다”며 “수천만 달러를 빌린다면 이자 부담이 만만찮게 준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일본·중국계 은행들이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는 만큼 외화차입처가 유럽계 은행에서 아시아계 은행들로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3.03.04 15:37

3분 소요
Game On 올림픽은 스토리다

산업 일반

짐 벨은 하버드대를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스페인에 미식축구 코치로 건너갔지만 일자리가 없었다. 그때 NBC의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중계팀이 심부름꾼이나 다름 없는 자리(a glorified gofer)에 그를 채용했다. 부상으로 휠체어 신세를 지는 중역을모시고 다니는 게 그의 임무였다. “나는 그를 번쩍 들어 어깨에 둘러맸다”고 키 193cm의 벨이 돌이켰다. “돈이 필요했다.”그런 투지(hustle)가 NBC 올림픽 중계를 담당한 전설적인 프로듀서 딕 에버솔의 눈에 띄어 그의 곁에 남게 됐다. 그 뒤 20년 사이 벨은 투데이 쇼의 책임 제작자 자리까지 올랐다. 이번에 NBC의 2012 런던 올림픽 게임 중계를 맡았다. NBC에서 그런 TV 중계를 에버솔이 직접 지휘하지 않기는 20년 만에 처음이다.트위터 시대에 올림픽 중계방송의 과제는 에버솔이 바르셀로나에서 맞닥뜨렸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인들이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각종 스포츠에 흥미를 갖도록 하는 일이다. 카약부터 체조, 배구, 레슬링에 이르기까지 아무리 찬란하게 빛나는 스타라도 열성 팬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알려지지 않았다. 에버솔이 창안한 모델은 오늘날까지 이 문제에 대한 NBC의 해법으로 남아 있다.시청자 특히 여성 시청자의 취향에 맞춰 정교하게 짜여진 고전적인 스토리텔링 기법이다.이 공식은 극히 간단하다. 선수들이 경기장 안팎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를 다룬 복잡한 이야기들을 짜맞추는 게 에버솔의 장기였다. 남자들은 통계와 결과에만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가장 수익성 높은 프라임타임대 시청자의 60%를 차지하는 여성들은 4년에 단 한번 어쩌면 일생일대의 기회를 얻는 사람들의 인간 스토리에 끌렸다.에버솔은 전 세계를 돌며 선수들을 만나 인간 스토리의 금맥을 캐냈다. 그리고 그것을 하나의 과학으로 승화시켰다. 아나운서들은 플레이를 해설할 때마다 조사 결과를 엮어 넣었다. 그들의 모습이 담긴 녹화 테이프를 보며 시청자는 감동적인 배경 스토리를가진 선수들과 공감대를 형성했다.얼마 전 런던에서 성화가 봉송되는 동안 NBC 나이틀리뉴스는 허들 선수 롤로 존스, 그리고 그녀의 홀어머니가 밤낮으로 온갖 일을 다하며 다섯 자녀를 먹여 살리는 모습을 다룬 프로그램을 내보냈다.에버솔 체제에서 올림픽 중계의 총책임은 오랫동안 스포츠캐스터 밥 코스타스가 맡아 왔다. 가끔씩 코스타스는 네트워크가“방금 세상을 등진 85세의 할머니에게 자신의 메달을 바치는 메달리스트의 이야기를 너무 부각시킨다”고 내게 말했다. “나는 이따금 그 속에 저널리즘과 논평의 요소가 섞여 있어야 한다고 정중하게 반론을 제기해왔다.내가 바라는 수준에 이르지 못한 때가 분명 있었다.” 실제로 코스타스는 시나리오가 너무 선정적으로 여겨지는(deems too purple) 경우 수위를 낮춰 왔다고 알려졌다.올림픽 경기에도 “조작하거나 과장하지 않아도 되는 정당한 드라마(legitimate drama)”가 많다고 그는 말한다.하지만 그는 “밥 코스타스 신파 스토리 투성이(a bunch of Bob Costas sob stories)”라는 비판에 맞서 전체적인 논조는 적절하다고 옹호한다.벨은 “모든 것”을 에버솔에게서 배웠다고 말한다. NBC의 올림픽 중계팀에서 신진세력은 그뿐만이 아니다. 컴캐스트의 스티브 버크 선임 부사장도 이번 올림픽이 처음이다.컴캐스트는 지난해 NBC를 인수한 뒤 곧바로 44억 달러에 육박하는 2020년까지의 올림픽 중계권 협상에 착수했다. 빈손으로 돌아오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15명의 직원을 이끌고 스위스의 올림픽 위원회 본부를 무작정 찾아갈 때는 “가슴 떨렸다”고 버크가 말했다.또 다른 새 얼굴은 최근 NBC 스포츠 사장으로 부임한 마크 라자루스다. 그도 20년 전 에버솔에게 발탁됐다. 라자루스는 대놓고 미국을 응원한다(be rooting for the red, white,and blue). 미국 시청자들에게 올림픽은 애국심을 강하게 불러일으킨다고 그는 말한다.“사람들이 한데 모여 조국을 응원한다. 우리는 미국 팀이 잘하기를 바란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며 열광한다.” 게다가 그것이 시청률에도 좋다. 올림픽 대회 기간 중 방송사의 역할은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것”이라고 라 자루스는 말한다. 이는 언론인들의 일반적인 사명의식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NBC는 이번 대회를 감동적인 이벤트로 만들려 애를 쓰는 듯하다.“사람들은 희망과 따뜻한 스토리를 원한다”고 벨이 말했다.NBC는 내로라하는 스타들로 올림픽 중계팀을 구성해 영국으로 파견한다. 마치 모든 무명 선수들(수영 스타 마이클 펠프스는 제외)의 부족한 부분을 대신 채우려는 듯하다. 벨이 이끄는 투데이 쇼의 가족들이 선봉을 맡는다.주 진행자 매트 라우어를 필두로최근 물러난 공동 진행자 앤 커리, 인기를 모았던 그녀의 전임자 메리디스 비에이라가 뒤를 따른다. 코스타스, 스포츠 캐스터 알마이클스, 테니스 스타 출신 존 매켄로가 지원 사격을 한다. 그리고 코미디언 지미 펄론이 한 주 동안 사람들에게 웃음 보따리를 선사한다.어쩌면 중계팀에서 라이언 시크레스트보다 더 밝게 빛나는(그리고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스타는 없을 듯하다. 왜 NBC가 스타발굴 리얼리티 쇼 ‘아메리칸 아이돌’의 진행자, ‘아메리칸 톱 40’의 DJ이자 킴, 클로에, 커트니 카다시안 가족을 내세운 리얼리트 쇼의 프로듀서를 영입했을까?방송사 경영진은 그의 직업정신(work ethic)을 높이 평가하고 700만 명에 달하는 그의 트위터 팔로어에 신경을 쓴다. 하지만 시크레스트의 기용은 네트워크 책임자들의 세대교체를 상징하기도 한다. 벨은 44세다.64세의 에버솔이 시크레스트를 선택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에버솔의 손길이 완전히 배제된 건 아니다. 지난해 그가 계약 제의를 거절하고 방송사 스포츠 총책임자 자리에서 물러난 뒤 BC는 그를 컨설턴트로 재고용했다.올림픽 시청자가 특히 스포츠를 좋아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조사결과는 수두룩하다.2008 베이징 올림픽을 일부라도 시청했던 2억 명 이상의 미국인 중 프로 미식축구 리그 경기를 한번도 보지 않은 사람이 6900만 명, 메이저 리그 야구 경기를 본 적이 없는 사람도 1억800만 명에 달했다.그런 이유에서라도 올림픽을 보기 편하게 미리 포장된 쇼로 만들어야 한다. 프라임 타임 대에 미국에 생중계되는 경기는 하나도 없다. 그 시간이면 런던에선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각이 되기 때문이다. 언제나 논란이 되는 이 같은 결정은 또 다시 언론으로부터 “마땅한 분노(righteous indignation)”를 사게 되리라고 코스타스는 말한다. 하지만 어떤 TV책임자라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해고돼 휴양지로 보내지게 된다”고 그는 주장한다.선수의 개인 스토리에 초점을 맞추는 에버솔의 검증된 전략과 함께 이번 올림픽 개최지가 NBC에게 비장의 무기가 될지 모른다. 올림픽을 영국 왕실 결혼에 ‘아메리칸 아이돌’을 접목한 형태로 만드는 식이다. “런던은 마법의 도시”라고 벨이 말했다. 역시 예상대로 그는 윌리엄 왕자, 그의 신부 케이트와 인터뷰를 잡으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하지만 마케팅과 브랜딩에 관한 온갖 낙관적인 기대에도 불구하고 NBC 경영진은 이번 올림픽에서 적자를 예상한다. 3500명에 달하는 대부대를 런던과 뉴욕에 분산 배치하는 게 한 가지 이유다. 어쨌든 중계방송을 내보낼 매체는 부족함이 없다. CNBC,MSNBC, 브라보, 텔레문도, NBC의 새 스포츠 케이블 네트워크, 웹사이트 등 모두 5535시간의 올림픽 프로그램을 방송하게 된다.1996 애틀란타 올림픽 때 NBC가 중계방송을 170시간밖에 편성하지 못하는 현실을 걱정하던 시절은 지나갔다. 하지만 컴캐스트에서 수익성에 관해 불평하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회사의 정신적 토대를 다지기 위해” 올림픽은 중요하다고 스티브 버크가 말했다.

2012.07.10 16:55

5분 소요
때늦은 ‘SNS외교’ 통할까

산업 일반

중동 전역의 민중 시위를 촉발하고 지속시킨 일등공신은 소셜 미디어다. 이집트 혁명의 단독 기수가 되어 반정부 시위의 불씨를 댕겼던 페이스북 페이지는 중동·북아프리카 구글 마케팅 총책임자 와엘 고님이 개설했다. 타흐리르 광장 시위가 시작되기 전에도 해당 페이지의 회원 수는 무려 40만 명에 달했다. 과장된 평가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소셜 미디어의 힘을 인정했다. 이집트 반정부 시위가 한창일 때, 클린턴은 미 외교관들에게 “소셜 미디어로 세상이 변화”하는 중이며 혁명의 메시지를 주도적으로 이끌지 못한다면 “미국은 뒤처지게 된다”고 경고했다.이런 경각심을 바탕으로 미 국무부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란 국민 사이에서 역사적 변화가 시작됐다는 사실을 주지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대화에 참여하고 싶습니다”를 첫 글로 띄우며 페르시아어로 운영되는 트위터 계정 USAdarFarsi를 개설했다. 이집트 국민을 대상으로 한 트위터에서는 시위대와 정부 양측의 자제를 요청했던 미 국무부지만, 페르시아어 트위터에선 이란 정부를 강력히 규탄하는 글을 실었다.수만 명의 이란 국민이 거리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인 지난주에도 USAdarFarsi는 이란 정부가 이집트처럼 평화 시위를 허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란 정부는 미국이 트위터를 통해 반정부 세력을 조직한다며 강하게 규탄했다. 이란 트위터 사용자의 반응은 가지각색이다. 한 유명 사용자는 “의도는 좋지만 구글로 번역된 어투가 너무 딱딱하다”고 지적했다.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국무부 메시지가 어색할 정도로 공식적인 어투를 사용하는 걸 두고 한 말이다. 반정부 녹색운동이 한창이던 2009년에 이런 활동을 시작했어야 한다는 비판도 있다. “USAdarFarsi는 이란 내 친미 세력에 보내는 정치 선전물이라는 의심에서 영원히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한 이란계 미국인의 트윗 또한 미 국무부 계정을 둘러싼 다양한 시각을 보여준다.미 국무부의 페르시아어 메시지가 이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직까지는 팔로워(구독자)가 수천 명에 지나지 않고, 리트윗(재전송) 건수도 많지 않다. 그러나 탄력을 받게 된다면 140자 내외의 단문으로 공공외교의 역사를 바꾸는 첫 사례가 될지도 모른다.

2011.02.22 13:28

2분 소요
대부의 컴백 경쟁자들이 긴장한다

산업 일반

‘수입 화장품 업계의 대부’로 통하는 신윤태 대표가 시세이도 코리아에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시세이도가 2009년 하반기에 출시한 프리미엄 안티에이징 라인 ‘퓨처 솔루션 LX’의 에센스 소프너의 3개월 비축 물량이 3주 만에 품절되면서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값이 조금 비싸더라도 결국은 질 좋은 물건이 팔리게 돼 있다”는 일본 경영계에서 널리 회자되는 시세이도 창업자 후쿠하라 아리노부(福原有信)의 유명한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다.이 말은 현대의 프레스티지 제품 마케팅에서 금과옥조처럼 여겨지는 럭셔리 마케팅의 주요한 전략 중 하나다. 아시아 지역 대표 화장품 브랜드 하면 일본의 시세이도(SHISEIDO: 資生堂)가 떠오른다. 138년의 역사를 가진 시세이도는 1872년 일본에서 창립됐으며 화장품 사업을 시작한 해는 1897년이다.올해 창립 100주년이 되는 프랑스의 로레알보다 10년 이상 빨리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시세이도는 현존하는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졌다. 그 때문에 1970~80년대, 우리 어머니 시대에 밀수로 들어온 외국 화장품 중 시세이도는 단연 독보적인 존재였다.그 후 국내에서 외국 화장품 수입 개방화 이후 외국 유명 화장품 브랜드들이 들어오면서 시세이도도 1997년 한국에 정식으로 회사를 설립한다. 미국의 에스티 로더가 1988년, 프랑스의 로레알이 1993년 한국에 진출한 것에 비해 조금 늦게 시동을 건 셈이다. 그러나 시세이도 화장품은 에스티 로더와 로레알이 한국에 진출하기 전 이미 태평양화장품에 기술 공급을 하고 있었다.글로벌 화장품 업계에서 최고의 역사를 갖고 있고, 또 아시아의 대표 브랜드로 위상을 떨치고 있는 시세이도가 과연 한국에서 어떻게 자리매김하고 있을까. 시세이도코리아를 책임지고 있는 신윤태 대표를 만나서 들어봤다. 2009년 2월 시세이도코리아에 부임한 신윤태 대표는 1984년 에스티 로더와 조인해 88년 한국에 진출할 때까지 산파역을 했다.그리고 2000년까지 에스티 로더에 있으면서 성장을 주도했으며 이후 화장품 업계를 떠나 있다가 다시 유럽 명품 화장품 라프레리와 만났다. 그 후 화장품 업계를 완전히 떠날 것 같았지만 다시 시세이도 한국 총책임자로 돌아온 것. 업계에서는 신윤태 대표를 수입 화장품업계의 산증인 또는 대부라고 한다.시세이도가 한국에서 자사 글로벌 브랜드 파워를 되찾기 위해 이 업계의 베테랑인 신 대표를 내세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시세이도의 고가 제품 마케팅은 신윤태 대표의 경영목표 중 하나인 시세이도 프레스티지 브랜드 이미지와 브랜드 재정립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선택과 집중이라는 그의 경영방식에 때맞춰 나온 사업 전략이다. 시세이도가 다시금 프레스티지 화장품 업계 선두그룹에 오르기 위해 신 대표는 한국 시장에 맞는 시세이도코리아의 뉴 노멀(New Normal) 정책을 시작했다.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시세이도코리아의 현재 브랜드 위상과 매출 상황을 물었다.“시세이도는 아시아 국가 중 유독 한국에서만 빛을 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중국,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대만, 홍콩에서 시세이도의 마켓 점유율은 1위입니다. 브랜드 파워도 1위지요. 특히 모든 외국 유명 화장품이 다 진출해 있는 홍콩에서조차 시장점유율 1위인 동시에 가장 인기 있는 화장품입니다.”세계적 브랜드 파워에 걸맞지 않게 한국에서는 프레스티지 화장품 랭킹 3위에 들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신 대표는 세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는 일본 본사의 한국 시장에 대한 잘못된 판단, 즉 다른 외국 메이저 화장품 회사와는 달리 한국 시장을 평범하게 판단한 점이다. ▎시판 3주 만에 품절된 퓨처 솔루션LX 에센스 소프너. “한국 시장에 대해 일본 본사가 너무 소극적이었습니다. 사실 한국 여성들은 GDP 대비 화장품을 많이 구입하는 편입니다. 다시 말하면 GDP 대비 상대적으로 화장품 시장 규모가 큰 국가지요. 외국 메이저 회사는 한국을 테스트 시장으로 판단하고 적극적인 공세를 펼친 반면 시세이도는 방관했습니다.”둘째는 한국 사업을 맡은 일본인 경영자들의 잦은 교체에 따른 경영의 소홀함을 들었다.“시세이도는 브랜드 리포지셔닝에 실패했습니다. 일본 본사에서 일본 시장과 한국 시장이 다를 게 뭐가 있을까 하고 오판한 사이, 외국 화장품 브랜드가 고가로 제품 포지셔닝을 하면서 들어오는데 시세이도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이는 한국 책임자들이 한국 시장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지 못한 실책이었습니다.”셋째는 브랜드 리포지셔닝과 브랜드 관리의 부주의를 지적한다.“시세이도가 80년대 한국 화장품 회사와 기술제휴를 하면서 고급 이미지가 조금 희석된 감이 있습니다. 당시 한국 화장품과 기술제휴를 하면서 브랜드 인지도는 높아질 수 있었지만 프레스티지 이미지와 명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졌던 겁니다.”신윤태 대표의 솔직한 자기 비판이다. 과거의 잘못으로 브랜드 위상에 피해가 발생했는데 이를 파악해 수습하지 않고 계속 사업을 운영한다는 것은 죄악이다.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고자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 대표는 팔을 걷어붙였다.일본 장인정신을 화장품에 녹였다그는 시세이도의 품질과 향후 경영에 관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일본 상인들에게는 철저한 장인정신과 제품정신이 있습니다. 시세이도의 제품 관리를 보면서 우리는 일본의 장인정신을 배울 수 있습니다. 얼마나 제품 개발에 신경을 쓰고 제품의 안전성에 만전을 기하는지 솔직히 배워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화장품은 피부 건강과 직결되는 제품이므로 안전성, 즉 피부 트러블 확률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이는 시세이도의 제품 정신이기도 하다. 일본 피부과 의사들이 피부 환자들을 진료해 확인한 바로는 시세이도 화장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피부 트러블이 가장 낮았다는 통계가 있다고 한다.또 대부분 화장품 회사 고객 상담실에는 3명 이상이 근무하며 소비자 불만족을 처리하나 시세이도코리아에서는 단 한 명만 근무한다. 이는 소비자가 제품의 품질에 불만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라고 한다. “모든 것은 리치(Rich)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시세이도의 창립자 후쿠하라 아리노부의 경영철학에 따라 최고의 품질과 최상의 용기 및 포장 디자인에 엄격한 장인정신을 고수한다.시세이도는 60년대부터 해외로 진출해 현재 70개국에 총 2만5000개의 매장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는 프레스티지 라인과 매스티지 라인 양 축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매출 분포는 프레스티지가 80%, 매스티지가 20%다. 고객 연령층과 매출도 20대에서 50대까지 골고루 퍼져 있다. 어떤 특정 연령층으로 쏠림 현상이 없다는 것이 시세이도의 장점이다. 고객들의 로열티도 높다고 한다.지난해 초 시세이도코리아에 부임한 신윤태 대표에게는 몇 가지 경영 미션이 있다. 첫째는 경영의 질적 개선을 위해 업무의 비효율적인 요소를 제거하는 것, 둘째는 브랜드 리포지셔닝을 통한 시세이도의 글로벌 브랜드 위상을 한국에 정착시키는 것, 셋째는 새해 매출을 전년 대비 20% 올리는 것이다.쉽지 않은 과제가 그를 기다리고 있지만 그는 해병대 장교 출신이며 외국 유명 화장품 업계에서 20년 동안 산전수전을 다 겪은 사람이다. 해병 정신과 실전 경험이 2010년에는 시세이도코리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것으로 그는 기대한다. 현재 그는 약 60% 정도 비효율적인 업무 요소를 제거했으며 2010년 상반기에는 경영의 질적 개선을 어느 정도 끝낼 것으로 확신한다.“전문가 층에서는 시세이도의 품질에 대한 평가가 높지만 일반 소비자층은 광고에 많이 현혹되기 때문에 자기 피부와 상관없이 광고에서 자주 본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일본식 정직한 마케팅만으로 승부한 결과 한국에서 시세이도의 브랜드 이미지 관리와 매출에 누수가 나는 것을 파악한 신 대표는 올해부터 브랜드 위상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더 많은 신경을 쓸 것이라 한다. 그의 올해 경영 목표는 글로벌 브랜드답게 한국에서도 브랜드 파워를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로 포지셔닝하는 것이다.경영 방침은 일할 맛 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해병대 출신이지만 그는 수직적 문화나 군기가 높은 조직이 아닌 사기가 높은 조직, 투웨이 커뮤니케이션이 살아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조직을 강조하고 있다.

2010.01.04 10:47

5분 소요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MAGAZINE

MAGAZINE

1781호 (2025.4.7~13)

이코노북 커버 이미지

1781호

Klout

Kl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