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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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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3년이 국내 반도체 시장 골든타임인 이유 [스페셜리스트 뷰]

산업 일반

바야흐로 인공지능(AI)과 반도체의 시대다. 생성형 인공지능인 ‘OpenAI’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등장은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함과 동시에, 인간의 삶을 한층 더 안락하게 만들 것이라는 기대감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AI 반도체 설계 기업인 엔비디아 ▲시스템 반도체 제조사 TSMC ▲AI용 메모리인 HBM(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 메모리)의 선두 주자인 SK하이닉스 ▲반도체 장비 기업인 한미반도체 등은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반면, 한때 전통의 강자였던 인텔의 몰락과 글로벌 1위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의 부진은 업계의 명암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韓 반도체, 반전의 기회는 지금이다삼성전자는 1974년 12월 6일 ‘한국반도체’를 인수했다. 이날을 기준으로 지난해 말은 한국 반도체 산업 50주년이었다. 그러나 기념식은 조촐하게 치러졌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 반도체를 이끄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전영현 부회장은 주주와 임직원들에게 사과의 메시지를 전했다. 압도적인 기술력을 회복하고 품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지난해 반도체 부문 실적을 보면 SK하이닉스가 23조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15조1000억원에 그쳤다. 삼성전자의 AI 반도체용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엔비디아의 공식 승인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적자 상태인 파운드리 산업의 시장 점유율은 8.1%라는 충격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결국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월 말, 9년 만에 부활한 삼성 임원 교육에서 반도체 산업의 위기를 직접 언급하며 ‘사즉생’의 각오로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을 강조했다. 이는 삼성이라는 거대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반도체 산업 전체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사안이다.본 글에서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골든타임이 향후 3년이라는 전제하에, 경영·기술·산업 생태계의 세 가지 관점에서 견해를 제시하고자 한다. 3년으로 설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첫째, AI 반도체 기술 수요의 승부처가 향후 3년 안에 결정되기 때문이다. OpenAI를 비롯한 인프라 기반의 AI 기술 투자의 방향성은 2027년 말에 결정된다. 이러면 엣지 컴퓨팅·온디바이스 AI의 어떤 제품군이 주류로 자리 잡을지 윤곽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이 시기는 다양한 기술들이 각축을 벌인 끝에 과점 형태로 재편되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둘째, 향후 3년이 삼성전자 중심의 파운드리 산업이 좌초할지, 혹은 TSMC와 겨룰만한 기업으로 성장할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지금이 마지막 반전의 기회일 수 있다.셋째, 현재 메모리 반도체 기준으로 약 2.5년에서 3년 정도의 기술 격차를 보이는 중국이 본격적으로 추격해 올 가능성이 커지는 시기가 향후 3년이기 때문이다. 그 격차를 유지하거나 다시 벌려야만 한국의 메모리 주도권이 유지될 수 있다. 반도체 승부수, 세 가지 관점을 보라이처럼 골든타임인 향후 3년 안에 국내 반도체 산업이 승부를 보려면 세 가지 관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들이 있다. 첫 번째 관점은 반도체 기업의 경영 패러다임 변경이다. 국내 반도체는 1960년대의 미국이나 1970년대의 일본보다 늦어진 약 20년 후에나 관련 사업에 착수했다. 후발주자로서 추격하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1974년 1월 26일 삼성에 인수된 한국반도체의 사업은 답보상태였다. 그러다 1983년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도쿄선언’을 통해 사업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이 회장은 일본이 미국에게 이긴 유일한 산업이 반도체임을 알고 있었다. 이에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그룹의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라고 주문했다.이후 용인시 기흥구에 반도체 생산단지 1라인 조기 착공에 돌입했다. 1987년 초 전자산업 수요 감소로 반도체 사업 자체의 위기감이 고조됐던 시기에도 이 회장은 생산단지 3라인 투자를 지시했고 결국 이는 결실을 맺었다. 이와 같은 주문들이 현재의 메모리 반도체 산업 성공을 이끌었던 원동력이었던 셈이다. 이후 10년 만인 1993년, 국내 반도체는 디램(DRAM)분야 세계 1위에 오르며 현재까지 메모리 분야 1등을 지키고 있다. 보통 반도체는 ‘설계’와 ‘생산’, 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삼성과 인텔은 설계와 생산을 모두 내부에서 처리하는 종합 반도체 회사를 표방했다. 반도체 설계와 생산을 기업 내부에서 모두 운영하는 것은 내부 기술 협력이 가능할 때의 이야기다. 다른 회사들은 쉽지 않은 일인 셈이다.하지만 시간이 흘러 제품군이 PC에서 모바일, 그리고 AI까지 확대되는 시점에서 한 회사가 모든 반도체의 설계와 생산을 장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각 분야에서 모두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인텔은 삼성전자와 달리 모바일 부문에서 반도체 사업의 한계를 드러냈다. 결국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인텔을 제치고 글로벌 반도체 1등 기업으로 올라섰다. 당시 인텔의 최고경영자(CEO)는 기술에는 문외한인 사람이었다. 결국 CEO의 의사결정 실패로 위기에 몰린 셈이다.종합 반도체 회사에서 설계와 생산을 나누는 방식을 창안한 곳은 TSMC다. 특히 TSMC에는 여러 반도체 설계회사들이 몰렸다. TSMC가 반도체 설계 특화 회사로 올라선 배경이다. 자연스레 TSMC는 반도체 시장 장악에 성공했다. 하지만 몇 가지 사건에서 보듯 설계 분야에 있어 삼성전자의 성과는 요원하다. TSMC와 삼성이 애플 아이폰 생산으로 경쟁하던 지난 2014년, 삼성은 설계 분야의 핵심 기술 기업인 ARM의 기술까지 내재화하려는 전략을 세웠지만, 실패했다. 결국 아이폰 생산 수주를 TSMC에 내어주는 단초를 제공하게 됐다. 또한 삼성전자는 모바일 반도체 설계 기업인 퀄컴의 스냅드래곤 설계의 핵심을 알아내고자, 퀄컴의 기술을 삼성 모바일폰 설계에 활용했다. 그리고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핵심 부품인 코어까지 맞춤형으로 제작하는 ‘몽구스 프로젝트’를 극비에 운영했지만 2019년 결국 포기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두 번째 관점은 생산에 있어서 ‘삼성전자는 모두의 적, TSMC는 모두의 친구’라는 일갈을 냉정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고객과 경쟁하지 않는 TSMC는 설계 회사의 기술 보안을 위해 생산 라인을 따로 지정하고, 내부 직원의 정보 유출마저 강력히 단속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핵심 기술을 제외하면 고객이 요청하는 정보에 대한 문서가 체계화돼 있고, 고객 대응 조직이 상당히 두터운 편이다.반면 삼성전자는 이미 선단 공정의 첨단 기술 문제나 수율이라는 생산성 문제에 뒤처져 있음에도 내부 기술보안 정책을 기준으로 정보 공개에 서툴거나, 내부 의사결정 구조를 이유로 대응이 늦은 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업의 개념에 대한 성찰이 요구됨을 보여준다.세 번째 관점은 반도체 산업 생산체계에서 상생협력의 기조를 재수립해야 한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산업 후발주자로 제품 개발에 집중하며 반도체 생산을 위한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를 해외에서 주로 조달하는 방식으로 운영했었다.국내 대기업들은 주로 수입 대체를 위한 협력사를 양성해 국산화를 달성하는 전략을 썼고 이는 대체로 성공적이었다. 특히 일부 산업의 경우 완전 국산화를 달성할 수 있었다.반도체 설계도는 이미지에 불과할 뿐, 반도체는 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인 원자를 조절해야 할 정도로 극단적인 미세 공정을 통해 만들어 내야 한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방해하기 위해 글로벌 장비사의 수출 금지를 전략으로 세웠듯이, 장비가 없다면 유려한 설계도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만큼 반도체 제조에서 장비업체가 중요하다는 얘기다.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사태 이후 국내에는 소부장 업체들이 생겨났으며 국산화 비율이 상승했다. 하지만 2023년 산업연구원의 통계를 보면 장비 국산화는 22%, 소재 국산화는 34%에 그친다.또한 반도체 장비 기업은 ‘슈퍼을’의 위치에 있다. 국내 장비회사들은 독자적인 기술력 개발이 어려운 상황에서 때로는 글로벌 장비사와 특허소송에 휘말리기도 하며, 장비의 단가를 낮추는 전략적 도구로 오용될 위험에 노출돼 있다.결국 전략적 협력을 통해서 글로벌 1등 기업들과 함께 과점의 형태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살아남는다. SK하이닉스는 소재 회사를 중심으로 인수합병을 진행했다. 수출 규제 항목이었던 극자외선용 감광액(PR, Photo resist)을 SK머티리얼즈에서 국산화에 성공했고, HBM의 핵심소재 EMC(Epoxy Molding Compound·반도체 방습·발열을 하는 탄소 물질) 관련 일본회사와 독점적 계약을 맺고 경쟁력을 확보했던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또한 대만의 사례도 눈에 띈다. 대만은 산업 정책상 반도체 장비 기업을 양성하는 것보다는 글로벌 회사의 장비 구매 방식을 활용했다. 구매 이후 품질 보증기간이 끝난 뒤 장비 유지보수와 개조개선 회사를 자국 내에서 양성해 ‘장비사 수입대체’ 방식을 피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전략이다. 중요한 것은 기술 인재와 기본기최근 글로벌 인재 유치를 위해 모든 기업이 발 벗고 나서는 상황에서 ‘국내 1등 기업’이라는 타이틀은 더 이상 인재들에게 매력적인 요소가 아니다. 기술로 창업에 성공한 이들이 새로운 세대로 등장한 상황에서는 여전히 사업의 의사결정 방향이나, 세부적인 연구개발을 위해 재무 담당자에게 기술인력이 허락을 받는 의사결정 방식은 개편돼야 한다. ‘권한만 있고 책임은 없는’ 스탭 조직과 ‘권한은 없고 책임만 있는’ 기술부서의 의사결정 구조 및 권한 배분 방식도 변경돼야 한다.결국 기술에 대한 면밀한 존중이 필요하다. 또 기술 인력을 중시해야 한다. 故이병철 회장은 1976년 상공회의소 기고문에서 ‘인재 확보와 양성을 못하는 것은 부실 경영만큼 기업인의 범죄’라고 강조했다.수율을 중심으로 하는 반도체 제품 생산이 이뤄지지 않으면 기업의 ‘현재’가 무너진다. 수율은 투입 수에 대한 완성된 양품(良品)의 비율을 말하는 것으로 쉽게 말해 불량률의 반대어다. 수율은 특히 반도체의 생산성, 수익성 및 업체의 성과 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다른 산업과 달리 반도체 수율은 특정 연구개발 조건을 바꾼다고 해서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연구소에 천여개에 달하는 공정 조건을 만들면, 제조센터에서 수많은 장비로 동일한 공정 결과를 구현해야 수율 확보가 가능하다. 말하자면 수천대의 장비가 똑같이 움직일 때만 가능하다는 얘기다.현재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TSMC, 인텔 등의 모든 반도체 기업들은 90% 이상 동일한 글로벌 장비를 쓰고 있다. 왜 같은 장비를 쓰는데 수율에서 차이가 있을까?삼성전자는 반도체 핵심 제작 신기술을 먼저 개발하고도, 수율을 확보하지 못해 결국 TSMC 추격에 실패하기도 했다.수율 문제는 단품 중심 경영에서는 이익 창출의 문제겠지만, 파운드리 사업에서는 비즈니스 기회 창출과 연결되는 핵심 사항이다. 이 문제는 천재급 인재를 데려와도 해결되는 부분이 아니다. TSMC는 어떻게 수율을 확보한 신규 제품을 꾸준히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이는 결국 기술의 기본기를 강조하고 존중했다는 데 있다. 최근 반도체 칩을 이어 붙이는 ‘패키지 공정’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삼성전자HBM의 성공과 실패에는 패키지 공정 개발을 단시간에 추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제품 개발 중심 기술 임원들의 오판이 작용했다.TSMC가 삼성전자에게서 애플 수주를 빼앗아 올 때도 패키지 공정의 진일보가 있었다. 이후 TSMC는 패키지 공정마저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설계 회사들은 고비용을 지불해야 함에도 TSMC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SK하이닉스 또한 상대적으로 전략적 움직임보다는 기술 인재들을 존중했고, 설계와 제품 중심이 아니라, 공정과 장비기술 및 웨이퍼 공정과 패키지 공정의 수평적 위계를 통해서 미세공정에 대한 대응력을 높였다. 반도체, 안정된 생태계 확보돼야최근 대기업에서는 시니어 인력들을 ‘뒷방 늙은이’라고 힐난하면서 그들의 숙련을 고임금의 저성과자로 간주하며 쫓아내기 바쁘다. 생태계 확보가 돼 있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모욕을 감내하며 버티고 있다. 대기업은 인력 순환의 정점이 돼 산업 인력 양성소가 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들어간 인재들은 대기업이라는 온실에서 중산층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천천히 썩어가고 있다.국내에서 적절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결국 기술 유출의 혐의를 받으며 해외 기업으로 이직하는 사례도 생긴다. 반면 중견기업에서는 신입사원의 절반이 중고신입으로 1년 만에 퇴사하는 등 인력난을 겪는다. 중견기업의 신입 직원들은 1년 전후로 다닌 경력을 없애더라도 취업시즌이 되면 대기업 신입 채용에 눈길을 돌린다. 대기업이 최종 종착지가 돼버린 지금, 산업 생태계 확보 및 중견기업 이하 처우 개선은 국가 차원에서 돌아봐야 하는 문제다. 반도체 산업협회의 2022년 통계에 따르면, 2030년까지 반도체 인력은 약 30만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재 양성되는 방식으로는 약 7만7000명 정도가 부족한 실정이다.특히 대기업들은 ‘계약학과’ 방식으로 우수 인력들을 미리 확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반도체 계약학과의 경우 실제 현장과 동떨어진 수업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계약학과 학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도 나타나고 있어 인재 확보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반도체 장비는 정밀한 ‘기계 설계’와 ‘가공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우수 기계공학 전공자들이 필요한 분야지만 많은 이들이 이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에서 화학 반응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음에도 유관된 전공에서 관련 지식체계를 습득하지 못하는 실정이다.기술인재 양성 대학인 폴리텍 대학은 최근 반도체 전공을 강화하고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등에서도 반도체 학과가 생겨나고 있지만 여전히 숙련 기술직에 대한 선호도는 낮다. 정부가 인력 양성의 미스매치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연한 정책을 펴야 할 때다. 또한 반도체 생태계 안에서 더 취약한 위치에 놓인 기업들에게 두터운 지원이 필요하다. 반도체 수율의 핵심적인 기능은 아주 작은 볼트·너트의 품질에 달려 있다. 체결과 구동의 미묘한 품질 변화가 곧 기술력이다.그렇지만 볼트·너트 등 값싼 소모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은 매우 영세하다. 국가 단위에서 반도체 신기술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개발 지원은 당연한 과제이지만 기술의 근간을 이루는 정밀 기계 공업, 소재의 순도에 영향을 미치는 정밀 화학 공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과 회사를 위한 기술 인프라 확보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는 향후 반도체 미래 3년에 가장 단단한 뿌리며 줄기가 될 것이다. 이처럼 국내 반도체 산업은 기술 인재의 존중과 중요 기술에 대한 재정의가 시급히 요구된다. 또 생태계 확보를 위한 전 국가적 노력은 몇몇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두텁게 쌓아가야 한다. 한국 반도체의 명운이 걸린 앞으로의 3년을 위해 이제 하루에 한 걸음씩 새로운 발걸음을 시작해야 할 때다.

2025.04.19 10:00

9분 소요
SK하이닉스, 10나노급 6세대 D램 세계 첫 양산 기대

산업 일반

SK하이닉스가 10나노급 6세대(1c) 미세공정을 적용한 D램을 이르면 내달 세계 최초로 양산한다.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차선용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장(부사장)은 지난 15일 임직원 소통행사에서 10나노급 6세대 D램에 관해 "14일 매스퀄이 났다"고 말했다.매스퀄은 양산 인증을 의미한다. 회사에서 생산한 6세대 D램의 품질과 수율이 본격적인 양산을 할 수준까지 향상됐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SK하이닉스는 개발 부서에서 제조 부서로 6세대 D램 관련 업무를 이관한 뒤 이르면 내달 양산을 본격화할 것으로 알려졌다.회사는 작년 8월 6세대를 적용한 16Gb(기가비트) DDR5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데 이어 양산 체제까지 순항하고 있다.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하며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늘어나는 가운데 6세대 D램을 데이터센터에 적용하면 전력 비용을 이전보다 최대 3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SK하이닉스는 향후 7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 등에 6세대 기술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2025.01.17 19:42

1분 소요
SK하이닉스, 6세대 D램 개발 성공…“10나노급 미세공정 세계 첫 적용”

산업 일반

SK하이닉스가 10나노급 6세대 1c 미세공정을 적용한 16Gb(기가비트) DDR5 D램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세계 최초로 10나노대 초반의 극미세화된 메모리 공정 기술을 세상에 내놓은 성과를 써냈다.SK하이닉스는 29일 개발 성공 소식을 발표하며 “10나노급 D램 기술이 세대를 거듭하면서 미세공정의 난이도가 극도로 높아졌으나, 당사는 업계 최고 성능이 입증된 5세대(1b) 기술력을 바탕으로 설계 완성도를 높여 가장 먼저 기술 한계를 돌파해 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내 1c DDR5의 양산 준비를 마치고 내년부터 제품을 공급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성장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전했다.SK하이닉스는 1b D램의 플랫폼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1c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공정 고도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은 물론, 업계 최고 성능 D램으로 인정받는 SK하이닉스 1b의 강점을 가장 효율적으로 1c로 옮겨올 수 있다고 회사의 기술진은 판단했다.EUV 특정 공정에 신소재를 개발 적용하고, 전체 공정 중 EUV 적용 공정 최적화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다. 설계 기술 혁신도 병행해 이전 세대인 1b 대비 생산성을 30% 이상 향상했다.고성능 데이터센터에 주로 활용될 1c DDR5의 동작 속도는 8Gbps(초당 8기가비트)로, 이전 세대 대비 11% 빨라졌다. 또, 전력효율은 9% 이상 개선됐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늘어나는 가운데, 클라우드 서비스를 운영하는 글로벌 고객들이 SK하이닉스 1c D램을 데이터센터에 적용하면 전력 비용을 이전보다 최대 3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SK하이닉스 김종환 부사장(DRAM 개발담당)은 “최고의 성능과 원가 경쟁력을 동시에 충족시킨 1c 기술을 차세대 HBM·LPDDR6·GDDR7 등 최첨단 D램 주력 제품군에 적용하면서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당사는 D램 시장 리더십을 지키면서 고객으로부터 가장 신뢰받는 AI 메모리 솔루션 기업의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가치·고성능 제품이다. HBM은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5세대(HBM3E)-6세대(HBM4)-7세대(HBM4E) 순으로 개발되고 있다.LPDDR은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용 제품에 들어가는 D램 규격으로, 전력 소모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저전압 동작 특성을 갖은 반도체다. GDDR(Graphics DDR)은 국제반도체표준화기구(JEDEC)에서 규정한 그래픽 D램의 표준 규격을 말한다. 그래픽을 빠르게 처리하는 데 특화한 규격으로, 3-5-5X-6-7로 세대가 바뀌고 있다. 최신 세대일수록 빠른 속도와 높은 전력 효율성을 가진다.

2024.08.29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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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이스 찾은 이재용 회장…첨단 반도체 장비 협력 강화

산업 일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첨단 반도체 생산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기 생산의 핵심 부품사인 독일 자이스(ZEISS)를 방문해 양사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28일 삼성전자는 이 회장이 지난 26일(현지시각) 독일 오버코헨에 위치한 자이스 본사를 방문해 칼 람프레히트(Karl Lamprecht) CEO 등 경영진과 회동을 가졌다고 밝혔다.자이스는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EUV 기술 관련 핵심 특허를 2000개 이상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광학 기업으로, ASML의 EUV 장비에 탑재되는 광학 시스템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EUV 장비 1대에 들어가는 자이스 부품은 3만개 이상이다.이 회장은 자이스 경영진과 반도체 핵심 기술 트렌드 및 양사의 중장기 기술 로드맵에 대해 논의했으며, 자이스의 공장을 방문해 최신 반도체 부품 및 장비가 생산되는 모습을 직접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자이스 본사 방문에는 송재혁 삼성전자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남석우 삼성전자 DS부문 제조&기술담당 사장 등 반도체 생산기술을 총괄하는 경영진이 동행했다.이날 삼성전자와 자이스는 파운드리와 메모리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향후 EUV 기술 및 첨단 반도체 장비 관련 분야에서의 협력을 더욱 확대하기로 했다.삼성전자는 EUV 기술력을 바탕으로 파운드리 시장에서 3나노 이하 초미세공정 시장을 주도하고, 연내에 EUV 공정을 적용해 6세대 10나노급 D램을 양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자이스와의 기술 협력을 통해 차세대 반도체의 성능 개선, 생산 공정 최적화, 수율 향상을 달성해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자이스는 오는 2026년까지 480억원을 투자해 한국에 R&D 센터를 구축할 방침으로, 자이스가 한국 R&D 거점을 마련함에 따라 양사의 전략적 협력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한편 이 회장은 AI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고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지난해 말에는 피터 베닝크 ASML CEO와 만남을 가졌고 5월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2024.04.2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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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AI 시대 도래…‘반도체 강국’ 한국엔 기회다[순화동필]

산업 일반

지난 2년간의 반도체 불황이 수출과 경제에 미친 영향은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했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서서히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데, 이는 약 1년여 전에 등장한 생성형 인공지능(AI)의 확산이 큰 역할을 했다. 생성형 AI는 이제까지 등장한 어느 기술보다도 확산 속도가 빠르다. 2022년 말에 소개된 챗GPT의 경우에 단 5일 만에 구독자 100만명을 확보한 바 있다. 따라서 인터넷이나 스마트폰보다 혁신적으로 인류의 삶을 바꿔 놓을 기술로 관심이 집중된다. 2017년 이후로 개발된 AI 모델들은 약 2년간 275배의 연산 능력 향상을 요구한다. 이미지 인식의 획기적인 모델인 알렉스넷(AlexNet)의 창시자이자 AI 분야의 개척자로 알려진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제프리 힌튼 교수는 AI 시대 구현을 위해서는 하드웨어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즉 ‘뉴 AI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반도체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반도체 제조 강국인 한국에 큰 기회가 찾아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생성형 AI 프로세서 수요 증대는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폭발적인 수요 증가를 가져왔고 올해도 그 수요가 더욱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연산 능력의 고도화에는 맞춤형 메모리 수요가 많아지고 메모리 강국인 한국에는 큰 기회다. HBM으로 시작된 대용량‧고대역폭의 메모리 수요는 더욱 확대되고, 컴퓨터 익스프레스 링크(CXL), 프로세서 인 메모리(PIM) 등의 새로운 메모리들도 연속적으로 시장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돼 새로운 메모리 수요가 창출될 전망이다. 또한 최근 국내 신경망 처리장치(NPU) 개발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업체)들이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체하는 우수한 성능의 NPU를 개발하고 있어, 이 분야에서도 한국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지난해 연말 AI반도체 기업 사피온은 X330 NPU 프로세서를 출시, K-클라우드 사업을 통해 이를 검증하고 있다. NHN과의 협업을 통해 엔비디아 GPU 대비, 저전력으로 구동되는 클라우드 구축을 시도하는 것이다. 퓨리오사 AI도 NPU 프로세서인 워보이(Warboy) 모델을 출시한 바 있으며 올해 업그레이드된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다. 리벨리온도 KT와 클라우드 구축에 필요한 NPU 개발에 나선 상태다. 시스템 반도체 점유율 끌어올릴 기회 이 외에도 반도체 설계 전문회사 딥엑스는 엣지향의 NPU 개발을 통해 국내 수요처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연구개발 사업들이 성공을 거두면 늘 약점으로 지목돼 오던 한국의 시스템 반도체 세계 점유율이 확대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지난해 12월 초 미국 반도체기업 AMD 최고경영자(CEO) 리사 수(Lisa Sue)가 GPU 신제품 MI300X를 출시하면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위한 반도체 수요 증가를 체감할 수 있다. 이 자료는 “2023년 데이터 센터용 AI 반도체 매출이 300억 달러가 되고 2027년 1500억 달러가 된다”라고 예상했는데, 2023년 말 실제 매출은 450억 달러에 이르고 2027년에는 400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예측한다. 2022년 전 세계 반도체 매출액이 6000억 달러를 넘었던 것과 비교해 보면 이 수치가 엄청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수치는 물론 과대 예측된 점도 있지만, AI 반도체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텔의 CEO인 팻 갤싱어는 자사의 GPU인 가우디3의 시제품 발표에서 ‘어디서나 인공지능’(AI everywhere)이란 화두로 연설했다. “현재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5%가 디지털에서 나오는데 2030년에는 25%로 증대될 것이고, 이런 성장의 33%가 AI에 의해서 달성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2028년에는 전 세계 PC의 80%가 AI를 탑재하게 돼 세계를 변화시키는 기술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AI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을 올해 출시할 예정이라, 현재 반도체 메모리 수요를 견인하고 있는 3대 수요처인 모바일, PC, 데이터센터 연산기에는 모두 AI 기능이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AI는 우리의 삶 속에 스며들고 있고 이는 반도체의 폭발적인 수요를 창출하리라 기대한다. 반도체 미세공정에서 한국과 경쟁하는 대만은 TSMC를 호국신산(護國神山)으로 떠받들고 있다. TSMC는 전 세계 반도체 회사 중에서 매출액 기준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대만의 국내총생산(GDP)와 안보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에는 국가의 수출, 경제 및 안보의 큰 역할을 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호국쌍룡(護國雙龍)이 있다. 반도체 산업은 결국 이 3개의 회사와 미국 인텔이 경쟁하게 돼 있고, 앞으로 세계 시장을 나눠 가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해 청룡의 해를 맞아 두 회사가 하늘 높이 승천해 우리 경제의 주름살을 쫙 펴줬으면 하는 바람을 해 본다.

2024.01.27 10:00

4분 소요
“이번에는 진짜 ‘10만전자’ 가나요”...삼성전자 목표가 올려잡는 증권가

증권 일반

오는 9일 4분기 잠정 실적 발표를 앞두고 #삼성전자의 주가가 10만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이 회사 목표주가를 올리는 증권사들이 잇따르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과 같은 7만66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1월2일 5만550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12월 중순부터 상승 랠리를 이어가며 7만8500원까지 회복했다. 이달 3일에는 7만9600원에 거래를 마치며 ‘8만전자’ 코 앞까지 왔다. 당장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 등 호재로 인해 새해 8만원대를 넘어 ‘10만전자’도 바라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9만~1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있다. 목표가 상향 요인으론 메모리 수요 증가와 감산 폭 축소 등에 따른 실적 개선 등이 꼽혔다. 먼저 하나증권은 목표주가를 9만5000원에서 10만원으로 올려잡았다. 실적 상향에 상응하는 주가 움직임이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을 69조5000억원으로, 영업이익은 4조3000억원으로 전망하면서 “디램 부문은 23년 2분기부터 적자가 축소되기 시작했고, 2024년에는 매 분기 해당 흐름이 가속화될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이어 “낸드 부문은 2023년 4분기 예상보다 매우 강한 가격으로 인해 2024년 흑자 전환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평균 판매가가 상승하고 있고, 고객사와 공급사 모두 재고가 줄면서 출하량이 증가해 매 분기 실적이 상승할 전망”이라며 “2024년부터는 감산이 완화되고 디램 4세대(1a) 판매 비중이 본격적으로 늘면서 원가 개선으로 인한 이익 상승효과도 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DS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도 목표주가를 상향했다. 각각 9만2000원에서 9만9000원, 9만원에서 9만5000원이다. 메리츠투자증권도 9만4000원에서 9만5000원으로 목표가를 높였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운드리 역시 갤럭시S24 엑시노스 재탑재 및 미세공정 수율 개선에 따른 수주 확대 모멘텀이 기대된다”며 “올해는 AI(인공지능)로 인한 온기 확산 및 기저효과로 인해 IT 수요가 전반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판단했다.앞서 지난해 7월 목표 주가 10만원을 제시했던 SK증권은 목표가를 유지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범용 메모리의 가격 반등이 시작된 가운데, 공급이 시장 수요에 후행하는 모습이 연중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상상인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도 각각 9만5000원과 9만3000원의 목표가를 유지했다.

2024.01.06 15:40

2분 소요
전 세계 반도체 자국 우선주의 심화…K-반도체 대응 방안 찾아야

산업 일반

최근 들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은 포스트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경기침체와 상관없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 간의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무역분쟁은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과 함께 향후 미래 핵심 산업 분야에 대한 패권 경쟁으로 발전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무역기술이사회(US-EU TTC) 2차 회의 공동성명을 통해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망의 재편에 대해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각국의 보조금 제한 및 칩법(Chip’s Law) 투명성, 각국의 연구개발 및 인력 투자 공동 노력 등을 추진하고 있다.또한 미국은 일본·대만·한국을 포함한 ‘Chip4 동맹’을 추진해 중국에 대한 반도체 무역규제를 강화했다. 이 Chip4 동맹 나라들은 전 세계 반도체 장비의 73%,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의 87%, 설계 및 생산의 91%를 차지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의 장악력이 가장 큰 동맹이 됐다. 반도체 관련 제품 및 기술에 대한 국가별 전략 자산화는 더욱 강화돼 소자·소재를 포함한 반도체 관련 제품에 대한 엄격한 수출 통제가 시작됐다. 미국·일본·유럽을 중심으로 반도체의 자국 내 생산을 원칙으로 하는 등 국가 간의 핵심 기술 보호를 위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반도체 패권 차지하기 위한 보조금 경쟁 ‘심화’미국은 2022년 7월 미국 내 반도체 산업 지원에 520억 달러와 세액공제 25%를 포함해 총 2800억 달러 규모의 칩법의 보조금 법안을 통과시켜 미국 내 반도체 생산공정 구축을 독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해외 반도체 업체의 미국 내 유치를 유도해 한국·대만·네덜란드 등의 반도체 업체에서 미국 내에 추가적인 반도체 생산 공장 및 연구시설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중국은 중국 반도체 기업에 전방위적으로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는데, 자국 반도체 구매 시 대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 내 상위 20개 기업이 2019년에 받은 정부 보조금이 총 18억9642만 위안(약 3280억원, 기업당 160억원 규모)으로 알려졌으나, 실제 이보다 훨씬 큰 최소 1000억 달러(130조원) 규모로 지원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일본은 구마모토현에 대만의 TSMC와 합작해 20㎚ 반도체 공정 팹(공장) 건설에 4조원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마이크론 유치에 3억2000만 달러를 지원한다. 또한, 토요타와 소프트뱅크 등 일본의 주요 대기업 8사가 공동으로 2㎚급 차세대 반도체 개발 및 생산을 위한 합작회사 ‘라피더스’ 설립에 65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대만의 TSMC와 소니, 덴소 등과 공동 투자로 12~28㎚ 파운드리를 구축해 자동차·제조 장비·로봇·소재 산업 등 일본의 주력 산업용 반도체 부품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통한 산업 전반의 성장을 꾀한다. 유럽은 반도체 공급망 내재화를 위한 수조원 규모의 보조금 법안을 추진해 해외업체들의 반도체 관련 공장 신설을 추진되고 있다. 특히 TSMC는 독일에 14조원 규모의 반도체 생산 라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도 유럽 현지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이 외에도 인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베트남 등 아시아권 국가의 반도체 산업 육성에 대한 정책들도 추진되고 있다. 반도체 관련 주요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법안 및 보조금 등의 경쟁적인 정책 추진으로 반도체의 전략 산업화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 되고 있다. HBM 중심 반도체 공급 안정2023년 메모리 중심의 반도체 수요 감소로 반도체 산업이 전반적인 약세를 보였으나, 2024년부터는 인공지능(AI) 특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중심으로 전반적인 반도체 공급은 다소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챗GPT 등 생성 AI 서비스의 본격화로 인한 데이터센터의 증설, 자율주행 솔루션 장착 차량 증가 등을 고려하면 AI 프로세서와 차량용 반도체의 수요는 증가세를 보일 전망이다. 반면 반도체의 전략 자산화와 우크라이나·이스라엘 전쟁 등으로 전략물자로 관리되는 항공·우주·방산 및 AI 등 특정 반도체 품목은 지속적인 공급 부족이 전망되고 있다. 이렇게 전략물자로 분류되는 반도체의 경우 미래 시장성이 지속 증가할 것으로 보여 선제적인 기술개발과 함께 시스템 업체와 반도체 업체 간의 긴밀한 협력이 성공의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여기에 다양한 산업 분야에 반도체 기술이 적용되면서 응용 분야 중심의 소량 다품종의 설계 기술 중심으로 시스템 반도체 시장이 새롭게 재편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 중소𐩐중견기업에는 새로운 시장 진출의 기회가 될 것이다.소재‧장비‧시스템 반도체 핵심 설계 역량 강화 최근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의 반도체 패권 경쟁은 심화되고 있다. 데이터 중심의 산업구조 개편과 AI의 전 산업 분야 융합이라는 산업 디지털화에 따라 반도체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쟁은 핵심 반도체 칩뿐만이 아니라 반도체 소재와 장비의 수출 규제 및 제재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 핵심 장비 수출 규제가 일차적인 제재였다면 엔비디아의 그래픽 처리장치(GPU)에 대한 중국 수출 규제는 반도체 제품에 대한 규제라는 측면에서 그 파급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엔비디아는 중국 수출용 GPU를 추가 개발해 수출을 모색하고 있으나, 자율주행차나 AI 데이터센터에는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및 관련국의 장비 및 반도체 칩에 대한 수출 규제에 따라 중국은 2023년 8월부터 반도체 산업의 핵심 소재인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규제에 돌입했다. 이 두 소재를 수출하려면 중국 정부의 특별 면허가 필요하게 됐다. 중국은 전 세계 갈륨의 80%와 게르마늄의 60%를 생산한다. 이러한 상호 무역규제는 미국, 중국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러한 핵심 소재와 장비를 확보하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핵심 설계 역량을 키우고 관련 팹리스 기업(설계 전문기업)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도 중요한 숙제가 아닐 수 없다,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는 우선 현재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국 대비 초(超)격차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를 지정해 지원에 나서고 있다. 또한,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 정책에서도 초격차 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특히 지능형 반도체(PIM) 등 차세대 반도체와 첨단 패키징 개발 관련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지원과 함께 관련 대기업 중심의 산학연 협력 등으로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설계, 패키징 및 공정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 패키지로 떠오르고 있는 칩렛(Chiplet) 기술은 미세공정의 한계성을 극복하고 단가와 사이즈를 줄일 수 있어, 다양한 솔루션이 발표 및 적용되고 있다. 정부의 차세대 패키징 관련 예비타당성 사업 추진도 이러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의 초격차를 위해서는 차세대 메모리 구조에 대한 개발, 초미세 공정 개발, 차세대 패키징 개발 등 다양한 선제적 개발이 있어야 한다. 최근 챗GPT 등 생성 AI의 등장으로 AI 반도체와 HBM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국내업체에서 생산하는 HBM의 수요는 급속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엔비디아의 GPU의 수요와 가격도 크게 늘고 있다. 오픈 AI는 AI 학습모델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은 3~4개월마다 2배씩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GPT-3 모델을 중앙처리장치(CPU)-GPU 기반 서버에서 한 번 학습시키는데 약 1.3기가 와트시(GWh)를 소비하는데, 이는 2021년 기준 한국 전체에서 약 1분간 소비하는 전력량과 같은 수준이다. 엔비디아의 GPU 제품 독점으로, 이 회사의 H100칩 제품의 경우 개당 2만 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올해 기준 GPT-3‧4 모델 서비스를 위해서는 1만개 이상의 칩이 필요하다. 저전력, 고성능의 효율적인 시스템 및 차세대 반도체 기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초저전력의 메모리와 초고성능, 초저전력 소모의 AI 프로세서 개발이 향후 우리 생활과 산업의 디지털화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미래 자동차의 경우 완전 자율주행차를 지향하고 있다. 다양한 기능구현의 한계와 배선‧제어의 복잡도 상승으로 새로운 개념의 반도체 아키텍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중심의 차량(SDV) 컴퓨팅 아키텍처가 제안되고 있으며, 다임러와 엔비디아가 해당 솔루션을 공동개발하고 있다. BMW와 퀄컴도 차세대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을 위해 협업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산업 입지를 강화하고 새로운 미래 자동차 시장에 지속 진출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솔루션 및 반도체 개발이 필요하다. 초저전력의 메모리와 초고성능, 초저전력 소모의 AI 프로세서나 차세대 자율주행 반도체는 반도체 기술 패권 시대의 미래를 볼 때, 필연적으로 도래한다. 이 기술을 국내에서 양산할 수 있도록 기술의 국내 내재화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반도체는 미래 산업의 핵심 요소다. 자동차·로봇·미디어·가전·농수산업·항공우주·방산 등 모든 산업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의 지원과 산학연의 협력을 통한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시장적용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인구감소에 따른 인력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어 ▲반도체 설계 인력 ▲생산 인력 ▲소재 개발 인력 ▲후공정 및 신뢰성 검증 인력 등 다양한 인력양성이 병행돼야 한다. 반도체 전문고등학교 학생부터 박사급의 인력까지 다양한 인력이 함께 양성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초격차는 국가적인 정책 방향 설정과 함께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를 통해 확보된 우리의 강점인 설계 능력, 초미세 공정 운용 능력 등을 활용해 미래 시스템 반도체 시장의 강자로 설 수 있도록 정부와 산학연의 협력이 더욱 절실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시스템 반도체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지원을 통해 국내 시스템 반도체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2024.01.01 09:00

7분 소요
[단독] 차세대 반도체 힘 싣는 삼성, 美 실리콘밸리에 R&D조직 신설

산업 일반

#삼성전자가 차세대 반도체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R&D 조직을 신설했다. 기술 초격차를 통해 경기 침체와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등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경쟁 우위에 서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5월 12일 미국 실리콘밸리에 삼성종합기술원(SAIT) 산하 차세대 반도체 R&D 조직인 ‘Samsung federal inc’를 설립했다. 해당 조직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맡고 있는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 미주총괄법인(DSA)에 들어섰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신설된 R&D 조직을 앞세워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인프라를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삼성전자가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위한 조직을 신설한 것은 최근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시장의 상황과 관련이 깊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된 만큼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려 글로벌 무대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의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경기침체 여파로 수요가 급감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 DDR4 8Gb(1Gx8)의 지난달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34달러를 기록. 6월보다 1.47% 하락한 수준이다. 지난 4월부터 4개월 연속 하락세를 유지 중이다. 메모리카드 및 USB향 낸드플래시 범용제품 128Gb(16Gx8 MLC)의 고정거래가격은 평균 3.82달러로 보합세를 보였다. 또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등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사업들의 경우 대만 TSMC를 비롯한 경쟁사와의 기술 경쟁이 격화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가 사실상 주도했던 초미세공정의 경우 TSMC가 최근 2나노미터(nm,1nm는10억분의1m) 공정 시제품 생산 계획을 앞당기면서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오는 2025년 양산 계획을 밝힌 TSMC는 이미 2나노 공정 첫 번째 고객사로 애플과 엔비디아를 확보했다.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으로 촉발된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기 위해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6nm이하 로지칙을 생산할 수 있는 장비와 기술을 중국에 들일 경우 미 상무부의 별도 허가를 받도록 했다. 사실상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장비 업그레이드를 막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조직이 신설된 만큼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023.08.16 18:49

2분 소요
삼성, R&D도 압도적 1등…LG 사상 첫 10조 돌파

산업 일반

다사다난(多事多難). 2022년을 가장 잘 표현한 사자성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풍토병(엔데믹)화로 경제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높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각국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침체를 막기 위해 풀었던 막대한 자금이 살인적인 물가상승(인플레이션)으로 돌아왔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물류비용과 원자잿값의 폭등으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국내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삼성과 SK, 현대차, LG 등 주요 4대 그룹 역시 직격타를 맞았다.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성은 둔화됐고, 재고자산과 부채가 크게 증가하며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 하지만 이러한 와중에도 4대 그룹은 연구개발(R&D)과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미래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올해 역시 경기침체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4대 그룹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다시금 도약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삼성과 SK, 현대차, LG 등 국내 4대그룹이 지난해 연구개발(R&D) 비용을 일제히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4대그룹 R&D 지출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한 삼성은 맏형으로서 저력을 보여줬고 전장과 배터리 등 체질개선을 꾀하고 있는 LG 역시 10조원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현대차와 SK도 R&D에 5조원 이상 지출하며 기술 확보에 집중했다. 4대 그룹이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미래 먹거리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코노미스트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국내 4대 그룹에 속한 55개사(비금융 상장사 기준)가 지난해 R&D에 지출한 비용은 총 51조5557억원으로 전년(45조2005억원) 대비 14.1% 증가했다. 사업보고서상 R&D 비용은 기업이 연구개발을 위해 투자한 돈으로 국고보조금이 포함돼 있다. 55개사 중 사업보고서상 R&D비용을 명시하지 않은 9개 업체(호텔신라, 제일기획, SK가스, SK렌터카, SK디앤디, SK리츠, 이노션, 지투알, LG헬로비전)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4대 그룹 중 삼성 R&D비중 54%4대 그룹 중 R&D에 가장 많은 돈을 지출한 곳은 삼성으로 지난해에만 27조5597억원을 연구개발에 사용했다. 이는 전년 대비 12% 늘어난 수치로 4대 그룹 전체로 보면 53.5%에 달한다. 즉 삼성의 R&D 규모가 SK와 현대차, LG의 연구개발비를 합한 것 보다 많다는 얘기다. 삼성의 R&D 비용은 대부분 삼성전자에서 지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R&D 비용으로 전년 보다 10.3% 많은 24조9292억원을 집행하며 ‘기술 초격차’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이 지난 2019년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 선언 이후 천문학적인 투자와 지속적인 R&D를 통해 미세공정 분야에서 매년 기술 초격차를 실현 중이다. 삼성전자가 실적 성장이 꺾인 올해에도 투자 규모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점을 감안하면 R&D 지출 증가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외에는 삼성SDI가 1조764억원을 R&D에 투자하며 뒤를 이었다. 이는 전년 대비 22.7% 증가한 것으로 최근 격화되고 있는 자동차 배터리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차량용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삼성전기 역시 5771억원을 R&D에 지출했다. 삼성 그룹 내에서 증가폭이 두드러진 곳은 삼성물산(3836억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2682억원)로 전년 대비 각각 93.4%, 191.8% 급증했다. LG, 전장 등 미래사업 투자 가속삼성 다음으로 R&D 지출 규모가 큰 곳은 LG그룹으로 지난해에만 10조2265억원을 집행했다. 이는 전년 대비 18.4% 증가한 수치이며 4대그룹 전체로 보면 19.8%에 해당된다. 삼성 외에 10조원 이상을 R&D에 투자한 곳은 LG그룹이 유일하다. LG가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전장사업과 자동차 배터리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는 만큼 R&D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LG그룹에서 R&D에 가장 많은 돈을 지출한 계열사는 LG전자로 4조370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전년 대비 13% 늘어난 수치다. LG전자는 지난 2021년 모바일 사업 철수 이후 회사 내 새로운 기둥으로 자리 잡은 전장사업에 아낌없는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장사업을 맡고 있는 자동차부품솔루션(VS) 사업본부가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LG전자 다음으로 R&D 투자 규모가 큰 곳은 LG디스플레이다. 비록 지난해 적자전환 하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LG디스플레이지만 규모의 경제 실현과 기술력 확보가 중요한 디스플레이 산업 특성상 R&D 규모를 유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LG디스플레이의 지난해 R&D 규모는 2조4316억원으로 전년(2조1277억원) 대비 14.3% 증가했다. 이밖에 LG화학(1조7800억원·28%↑), LG에너지솔루션(8761억원·34%↑), LG이노텍(7530억원·33.4%↑) 순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기아·모비스가 연구개발 주도현대차그룹은 자동차 계열사들이 그룹 R&D를 주도했다. 자동차 시장의 경우 최근 전동화가 빠르게 이뤄짐에 따라 글로벌 제조사들의 R&D 투자가 두드러지는 분야 중 하나다. 현대차그룹 역시 정의선 회장 주도 하에 북미와 유럽 등 핵심 지역에서 기술력을 인정 받으며 메이저(Major·주류) 완성차업체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총 7조5004억원의 돈을 R&D에 투입했다. 이는 전년 대비 12% 증가한 것으로 4대 그룹 전체로 보면 14.5%에 해당하는 수치다.현대차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순으로 R&D 규모가 컸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각각 3조3406억원, 2조1630억원을 R&D 비용으로 지출했다. 이는 전년 대비 7.8%, 15.6% 증가한 수치다. 현대모비스도 같은 기간 1조1693억원에서 1조3727억원으로 17.4% 늘었다. 이들 3사의 R&D 규모(6조8763억원)가 그룹 전체 연구개발 비용 중 91.6%에 해당되는 셈이다. 이밖에 현대제철(2456억원·19.6%↑)과 현대건설(1368억원·9.4%↑), 현대로템(1126억원·8.8%↑)순으로 R&D 지출이 많았다.SK는 4대 그룹 중 상장 계열사가 가장 많지만 R&D 투자 규모는 가장 작았다. R&D에 ‘조 단위’ 투자를 집행하는 계열사가 SK하이닉스 외에는 전무하다 보니 R&D 규모에서 다른 그룹 대비 열세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SK그룹이 지난해 R&D에 지출한 비용은 총 6조2291억원으로 전년(5조2282억원) 대비 19.1% 증가했다. 이는 4대 그룹 전체에서 12.1%에 해당되는 수치다. SK하이닉스, 실적 부진에도 기술 초격차SK그룹의 R&D 비용 중 대부분은 SK하이닉스가 지출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기술 초격차를 위해선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이후 D램과 낸드플래시의 선단공정 투자에 돈을 아끼지 않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R&D 지출 규모는 4조9053억원으로 전년(4조448억원) 대비 21.3% 증가했다. 이는 SK그룹 전체 R&D 비용 중 78.7%를 차지한다.SK하이닉스 다음으로 R&D 지출이 많은 계열사는 SK이노베이션으로 지난해 4179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전년 대비 14.8% 늘어난 수치로 비상장 자회사인 SK온(2346억원)의 R&D 비용과 합하면 6500억원이 넘는다. 이외에 SK텔레콤(3744억원·0.2%↑)과 SK바이오팜(1230억원·7.1%↑), SK바이오사이언스(1130억원·13.5%↑) 순으로 R&D 지출이 많았다.한편 4대그룹은 R&D만큼 시설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반도체와 배터리 등 대규모 설비투자가 동반되는 분야를 중심으로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4대그룹 계열사들이 유형자산을 취득하기 위해 사용한 돈은 지난해 말 기준 총 138조4650억원으로 전년(107조7887억원) 대비 28.5% 증가했다. 이 영향으로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도 –123조761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121조5352억원) 보다 확대됐다. 투자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이면 해당 법인이 그만큼의 금액을 투자활동을 위해 사용했다고 볼 수 있다.

2023.04.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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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마디에 촉각…천당·지옥 오가는 삼성‧SK

산업 일반

미국이 추진하는 반도체 지원법에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미국 현지 투자 기업에 대규모 세액 공제 등 ‘지원’ 안이 공개되면 미소를 띠다가도 초과 이익 공유나 중국 투자 금지 등에 대한 ‘제약’이 발표되면 울상을 짓고 있다.지난해 8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미국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에 서명했다. 해당 법안은 반도체 생산 보조금에 390억 달러, 연구·개발(R&D) 지원금으로 110억 달러 등 5년간 520억 달러(약 68조 원)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미국이라는 세계 최대 시장에 투자하면서 조 단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자 메모리 반도체 글로벌 1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파운드리 1위 기업인 TSMC 등 주요 기업들이 대규모 미국 투자를 발표했다.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약 500만㎡ 규모 파운드리 기초공사를 시작했다. 현재 당초 예상한 투자액은 약 170억 달러로 우리 돈 22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기업이 반도체 지원법으로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이 총 설비투자액의 최고 15% 수준인데, 이를 근거로 계산하면 25억5000만 달러(약3조3000억원)를 지원받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TSMC도 지난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건설할 공장 투자 계획 규모를 지난해보다 3배 늘린 400억 달러(약 52조6000억원)로 발표했다. 인텔은 오하이오주에 200억 달러(약 26조3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최대 1000억 달러(약 131조5000억원) 규모로 증설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하지만 미 상무부가 보조금 지급을 원하는 반도체 기업은 향후 10년간 중국 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28㎚(나노미터·10억분의 1m) 미만 첨단 기술 관련 신규 투자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가드레일’ 조항을 발표했고, 기업들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미 중국에 진출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경우 추가 투자가 문제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왔다. 여기에 추가 요구사항까지 나오면서 기업들의 고민은 더 커졌다. 미 상무부는 반도체 기업이 보조금을 신청하려면 ▲미국 반도체 공장 근로자와 공장 건설 근로자를 위한 보육 서비스 보장 ▲주식 환매 제한 ▲특정 초과 이익을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는 내용을 지난 2월 발표했다.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가드레일’ 조항도 민감한 사안인데, 이런 조건까지 추가되면서 기업들의 속내는 더욱 복잡해졌다. 이후 미 정부가 완화된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 세부 규정을 발표하면서 우리 기업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 기업들의 경우 중국에서 생산하는 제품이 최첨단은 아니어서 ‘10년 내 5% 확장’ 규정을 주로 적용받을 수 있다고 해석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수 있다는 뜻이다.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그나마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낸드플래시의 40%를, SK하이닉스는 D램의 40%와 낸드의 20%를 생산하고 있는데, 중국 투자가 막힐 경우 피해가 커질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우려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것이다.하지만 “구체적으로 바뀐 게 없다”는 견해도 있다. 우리 기업과 정부가 미국 정부를 비롯해 의회를 대상으로 중국 내 공장으로 첨단 공정 적용을 허용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런 사항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첨단 공정을 적용해 미세공정을 전환하고 생산성을 늘리는 게 메모리 반도체 사업성을 높이는 핵심인데, 첨단 장비를 도입하는 규제가 지속되면 타격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美, 철저한 자국 이익 우선…韓 “배려해 달라”이런 상황은 미국 정부가 철저히 자국 중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에서 나온 결과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자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지난해 8월 반도체 지원법과 관련해 “법 시행의 첫 번째 목표는 미국의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미국 국가 안보를 해치는 어떤 지원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반도체 지원법 세부 사항 조정 시 미국 정부의 결정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우리 정부도 우려하고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달 초 미국을 방문하고 반도체 지원법과 관련해 “한미 양국 정부와 산업계가 그동안 반도체 공급망을 같이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는데 우려가 되는 부분이 있다”며 “언론에서도 나오고 있지만 과도한 정보를 요청한다거나, 중국 비즈니스와 관련해서 제한을 많이 건다거나 (하는 부분이 특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워낙 변동성이 큰 산업인데 초과 이득 이런 부분들도 어떤 식으로 시행하느냐에 따라 상당히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윤석열 대통령도 3월 30일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반도체 지원법,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통상 현안과 관련해 “미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우호적인 방향으로 배려해 달라”고 말했다.윤 대통령은 미 정부가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들에 보조금 지급 대가로 핵심 기밀로 여겨지는 민감한 정보를 요구하는 데 대해 “과도한 수준의 정보 제공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우려가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타이 대표는 “한국 정부와 기업의 우려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를 통해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동맹국 간의 회복력 있는 공급망을 구축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2023.04.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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