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CONOMIST

73

웨이브-음저협 400억원대 소송, 무엇이 쟁점일까[백세희의 컬처&로(LAW)]

전문가 칼럼

최근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인 웨이브(Wave)를 상대로 저작물 무단 사용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음저협이 주장하는 청구액은 약 470억원이라고 알려졌다. 이에 대해 웨이브 측은 크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약 5년 전인 2020년 7월 음저협과 OTT측의 저작권료 협상이 결렬된 이후부터 본격적인 소송전이 시작됐다. OTT측은 이듬해 2월 저작권료 인상 징수규정의 개정을 승인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를 상대로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 승인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3개월 뒤 문체부는 OTT와 음저협 상생협의체를 마련하는 등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갈등은 봉합되지 못하고 같은 해 10월 음저협은 OTT 업체들을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시간이 흘러 행정소송 제기로부터 약 3년이 경과한 2024년 1월 문체부의 저작권료 인상 징수규정 개정 승인은 적법절차에 의한 하자 없는 처분으로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행정소송에서 OTT측이 패소한 것이다. 이후 약 1년 뒤인 올 2월 음저협은 OTT 업체 중 하나인 웨이브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기 이르렀다. 음저협-OTT 갈등, 왜 시작됐나 그렇다면 OTT와 음저협은 왜 다투는 것일까. 양 측 갈등의 핵심은 ‘OTT 플랫폼이 서비스하는 영상콘텐츠에 들어간 음악의 사용료를 음저협에게 얼마만큼 줘야 하는지’다. 원칙적으로 저작권자는 자신이 이용하려는 구체적인 형태를 세부적으로 나눠 이를 각각 허락받아야 한다. 예를 들면, 지상파 방송용 드라마를 제작하는데 기존에 발표된 노래를 이용하고 싶은 드라마 제작자는 해당 노래의 작사가와 작곡가 등에게 먼저 그 노래를 영상 파일에 덧입히는 ‘싱크’ 작업(Synchronization)에 필요한 ‘복제권’을 허락받아야 한다. 지상파 방송사는 ‘방송권’을 허락받아야 하고, 나아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다시보기 VOD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이를 위한 ‘전송권’도 확보해야 한다. 제작사가 드라마 제작 단계에서 이 모든 권리를 모두 확보하고 그 금액을 계약대금에 반영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는 제작사와 방송사가 계약하기 나름이다. 다수의 작곡가와 작사가가 음저협에 자신의 저작권 관리를 맡기고 있으므로 제작사든 방송사든 음저협에 저작권료를 지급한다. 여기까지가 대략 8~9년 전까지의 전형적인 영상콘텐츠 내 음악저작물 이용 형태였다.하지만 2016년 거대 글로벌 OTT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진입한 이후, 국내 자본을 바탕으로 한 토종 OTT가 하나 둘 생겨났다. 이제 많은 이들은 국내 드라마 등 영상콘텐츠를 각 방송사 홈페이지의 다시보기 서비스가 아닌, 웨이브나 티빙 등 OTT 플랫폼을 통해 시청한다. 이런 상황에서 음저협은 국내 방송사에 방송권과 다시보기 서비스를 위한 전송권까지는 허락했으나, 방송사가 아닌 OTT 플랫폼과 같은 제3자 플랫폼을 통한 전송까지는 허락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OTT 회사들은 드라마 등 영상물 제작 당시 제작사 또는 방송사가 이미 VOD ‘전송’에 대한 이용 허락을 받았으므로 음저협이 똑같은 영상물에 대해 전송서비스 사용료를 또다시 받는 것은 이중징수라고 반박했다. OTT 전송 서비스는 TV방송에 비해 비교적 최근에 등장했다. 과거 기존 음악의 이용 허락 당시에는 OTT 플랫폼에 대한 지식과 경험, 관행 등이 충분히 확립돼 있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기존의 허락범위에 더해 새롭게 등장한 OTT 플랫폼 내에서의 이용까지 포함돼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 점을 고려해 OTT 사업자들도 이중징수의 문제가 해결된다면 어느 정도는 사용료를 지급할 용의가 있다는 취지로 협상에 응해온 것으로 보인다. OTT측 행정소송의 제기와 패소우여곡절 끝에 사용료 지급 그 자체에는 어느 정도 합의에 이르렀다. 문제는 과연 얼마의 돈을 내야 하는가이다. 여기서 OTT 회사와 음저협 사이의 좁힐 수 없는 간극이 생겼다. OTT 플랫폼은 자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이미 방송사를 통해 방영됐던 콘텐츠의 제공인 만큼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상 ‘방송물 재전송서비스’ 요율인 0.625%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OTT 내에서의 다시보기 서비스도 ‘방송’이라는 것이다. 이에 반해 음저협은 OTT 플랫폼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전송’ 서비스이며, 글로벌 OTT 사업자인 넷플릭스와의 계약 요율인 매출의 2.5%가 이미 국제적 기준이므로 이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시점에서 문체부가 등장했다. 매출의 몇 퍼센트를 사용료로 부과할 수 있는지는 문체부가 결정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문체부는 2020년 12월 요율을 1.5%로 결정했다. 이 요율은 매년 증가해 2026년까지 1.9995%로 올리게 돼 있다. 그 후 어떻게 됐을까? OTT 사업자들이 문체부 장관의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형식적으로는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들었지만 결국 요율이 너무 높아 부담이 늘어난 것에 대한 불만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행정소송은 결국 2024년 1월 OTT 측의 패소로 확정됐다. 문체부의 개정안 승인에 절차상 하자가 없고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결국 음저협이 400억원대 민사소송 제기2021년 10월에는 음저협이 ▲왓챠 ▲웨이브 ▲티빙 ▲카카오페이지 등을 저작권법 위반을 이유로 형사 고소를 한 바 있다. 거기에 음악 창작자들 3500명이 탄원서를 내 힘을 보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만 갔다. 이 형사사건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음저협은 최근 웨이브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지난해 1월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을 둘러싼 행정소송에서 음저협 측의 승소가 확정돼, OTT로부터 상향된 요율을 적용해 저작권료를 징수할 수 있는 법적 타당성은 일응 인정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행정소송에서 법원은 문체부의 요율 인상안 승인처분에 절차상 하자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재량권의 일탈·남용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음저협의 실체법적 권리의 존재에 대한 확인도 어느 정도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현재까지의 보도를 종합할 때 이번 민사소송의 피고인 웨이브도 산정 금액의 과다를 주장하고 있을 뿐, 지급의무 그 자체를 부인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저작권료를 산출해내기 위한 매출액의 범위 등 필요한 정보가 당사자 간 충분히 공유되지 않아 구체적인 금액을 둘러싼 이견은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음저협으로서는 인상된 저작권료의 산정을 위하여 OTT 측이 보유한 자료를 민사소송의 문서제출명령 등 절차를 통해 소송에 현출할 필요성이 큰 상황이다. 따라서 향후 민사소송에서 당사자는 금액 산정의 기초 금액과 산정방식에 대한 공방을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음저협과 OTT가 각각 주장하는 사용료는 큰 차이가 있는 만큼, 구체적인 입증이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따라 음저협의 청구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대중문화예술계에서는 이들 사이의 오랜 갈등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OTT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매체의 등장으로 이해관계인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그 의견 차이는 어떤 식으로 정리되고 있는지 다함께 살펴보자. 시간이 지나고 나면 분명 지금 이 순간이 한국의 영상·음악 산업 역사의 한 페이지로 정리될 것이라 생각한다.백세희 법률사무소 아트앤 대표변호사

2025.03.08 10:01

5분 소요
내 표 값도 비싼데...수하물 요금도 이륙합니다

항공

지난 3월 제주항공은 기본으로 제공되던 위탁 수하물 15kg에 초과 수하물 5kg 단위 요금을 국내선은 5,000원, 일본행은 1만 원으로 인상했다. (FLYBAG 운임 기준) 주요 LCC들인 진에어, 이스타항공도 잇따라 위탁 수하물 요금 인상에 동참했다. 그리고 약 반년 만에 드디어 아시아나항공도 국제선 초과 수하물 요금 인상을 결정했다.저비용항공사(LCC)에 이어 대형사에서도 각종 비용 상승을 이유로 결국 백기를 들었다.발권일 기준으로 내년 1월 2일부터 국제선 초과 수하물과 반려동물 요금이 변경된다. 이번 수하물 요금 변경은 2019년 이후 5년 만의 인상이다.미주 노선의 경우, 현재는 1개에 20만 원이던 개수 초과 요금이 24만 원으로 오른다. 미주 외 노선의 경우 1개 초과 시 6만-14만 원이었지만, 변경 후에는 9만-18만 원이다. 반려동물 위탁의 경우에도 노선과 무게에 따른 요금이 인상된다. (수하물 사전 구매 시 10%의 할인)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시설 사용료 등 각종 비용 상승으로 인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조업 비용도 약 30%가량 상승했다는 말을 덧붙였다.항공사들의 잇따른 수하물 요금 인상은 고금리에 따른 유가 및 인건비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또한 항공사 간 경쟁이 치열해진 점도 수하물 요금 인상의 한 요인이다. 특가로 제공되는 프로모션 등으로 여객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수하물 등 부가 서비스 요금 인상으로 보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2024.10.05 19:27

1분 소요
문 열린 ‘30조 지속가능항공연료 시장’...희비 갈린 정유업계와 LCC업계

항공

폐식용유로 하늘을 난다. 사용되는 기름의 명칭은 지속가능항공연료(SAF)다. SAF는 폐식용유의 동·식물성 원료를 사용해 기존 항공유와 화학적으로 유사하게 제작된다. 이점은 탄소배출량이다. SAF는 기존 항공유 대비 탄소배출량을 80%가량 줄일 수 있다. SAF는 국제항공에서 탈탄소 효과가 가장 큰 수단으로 평가 받는다. 글로벌 탈탄소 기조에 맞춰 우리나라도 SAF를 사용하는 상용 운항을 시작했다. 오는 2027년까지 SAF 혼합 급유 의무화도 검토된다. 30조 규모에 달하는 SAF 시장의 문이 조금씩 열리는 셈이다.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는 ‘지속가능항공유(SAF) 확산 전략’을 공통으로 발표했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산업부와 국토부는 오는 2027년부터 국내에서 출발하는 모든 국제선 항공편의 SAF 1% 혼합 급유 의무화 방안을 검토 및 추진할 방침이다.2027년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CORSIA)가 의무화 되는 시점이다. CORSIA는 2019년도 국제 항공 탄소배출량의 85% 수준을 초과할 경우 해당 항공사가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상쇄하는 제도다.해당 제도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126개국이 자발적으로 참여 중이다. 오는 2027년부터는 탄소감축 의무화 기간에 돌입함에 따라 모든 회원국이 의무를 이행해야한다. 정부가 ‘SAF 혼합 의무화 제도 도입’ 시점을 2027년으로 잡은 이유가 여기서 나온다.정부는 지난해 우리나라 국제항공 탄소배출량인 약 2000만톤을 기준으로 SAF 1%를 사용할 경우 약 16만톤의 탄소배출 감축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국내 승용차 5만3000대가 1년간 배출하는 탄소배출량이다. 미래 新사업 SAF, 새 판 짜는 정유업계SAF가 새로운 대체 에너지원으로 주목 받으면서 전 세계적 움직임도 분주해진다. 이미 전세계 19개 국가에선 SAF 급유 상용 운항을 시행 중이다. 일부 국가에서도 SAF 혼합 사용 의무화를 추진하는 만큼, 추후 SAF의 시장규모가 약 3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SAF 혼합사용 의무화, 유럽연합(EU)이 대표적이다. EU는 지난해 ‘리퓨얼(Refuel) EU’ 정책 발표를 통해 2025년부터 SAF 혼합의무 시행 및 중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EU의 의무 혼합비율은 ▲2025년 2% ▲2030년 6% ▲2040년 34% ▲2050년 70% 순으로 높아진다.프랑스는 지난 2022년부터 국제선을 대상으로 1% 혼합 의무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도 오는 2050년까지 항공유 전량을 SAF로 대체하는 계획을 밝혔다. 일본은 오는 2030년까지 국적 항공사 항공유의 10%를 SAF로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SAF의 글로벌 수요는 2022년 24만톤(t)에서 2030년 1835만톤으로 70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모더인텔리전스는 글로벌 SAF 시장 규모가 2027년 215억 달러(29조1970억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세계 1위 항공유 수출국인 우리나라에겐 호재다. 정유업계는 SAF 사업 선점을 위해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2030년까지 친환경 연료 분야에 6조원 가량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선두는 에쓰오일이다. 에쓰오일은 지난 1월 국내 최초로 폐 식용유와 팜 잔사유 등 바이오 원료를 정제설비에서 시범 처리했다. 4월에는 국내 최초로 지속가능항공유 국제인증(ISCC CORSIA)을 획득했다. 향후 국내 SAF 전용 생산 설비 조성도 검토 중이다.SK이노베이션은 오는 2026년 SAF 생산 목표로 SK울산 콤플렉스(CLX)에 관련 설비를 짓고 있다. SAF 생산 테스트는 연내 진행될 전망이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지난해 폐자원(W&R) 기반 원료 업체 대경오앤티에 지분을 투자를 위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대경오앤티는 도축 부산물에서 나오는 동물성 지방, 음식점·식품 공장 등에서 발생하는 폐식용유를 바이오 디젤 및 바이오 항공유 등의 원료로 공급하는 국내 최대 업체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 6월 일본 ANA항공에 SAF를 공급한 바 있다. 이는 국내 정유사 최초 SAF 해외 수출 성과다. HD현대오일뱅크는 오는 2025년 이후 연간 생산량 50만톤 규모의 SAF 공장을 완공하겠다는 방침이다. GS칼텍스 또한 지난 2023년 대한항공과 국내 최초로 SAF 공급 및 실증 시범운항을 진행했다. 아울러 2025년 2분기(4~6월) SAF 생산을 목표로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인도네시아 칼리만탄에 바이오원료 정제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항공사 비용 증가’ 없다지만...고심 커지는 LCCSAF 급유 상용운항을 계기로 우리나라는 전 세계 20번째 SAF 급유 국가로 등재될 예정이다. 그럼에도 저비용항공사(LCC)의 고심은 깊어진다. SAF 연료의 경우 기존 항공유 보다 약 2~3배 가량 비싸기 때문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자금력과 업황이 부진한 일부 LCC의 경우 SAF 도입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SAF 급유 상용운항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에 참여하는 국적항공사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 총 9곳이다. 이들 중 ▲대한항공 ▲티웨이항공 ▲아시아나항공 ▲이스타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등 5곳 국적항공사가 올해 SAF 급유 상용운항에 참여 예정이다. 정부는 SAF 가격이 기존 단가보다 높지만, 혼유 비율이 낮아 가격 인상 요인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SAF 사용 의무화에 따른 항공사의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항공탄소마일리지 제도’ 및 ‘공항시설 사용료 인하’ 등을 검토해 업계에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항공탄소마일리지 제도는 SAF 항공편 이용 실적 등을 승객에게 마일리지 또는 포인트 등으로 적립하는 혜택이다. 공항시설 사용료 인하를 위한 개편안 연구 용역도 지난해 6월부터 수행 중이다.업계는 SAF 의무화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항공유는 통상 항공사 영업비용의 30%가량을 차지한다. 항공유 가격 상승은 항공사의 비용 부담으로 직결된다. 업계는 정부의 지원책에도 SAF 도입은 운임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업계 관계자는 “SAF의 경우 일반 항공유 보다 약 3~5배 비싸다. 당장의 경우 1%의 비율이라 가격적으로 큰 부담은 없지만, 추후 비율이 확대될 경우 가격 부담을 겪을 수 밖에 없다”며 “정부의 로드맵에 맞춰 SAF 도입 이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국내의 경우 당장 SAF 관련 인프라가 부족한 만큼 정부의 촘촘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시기상조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정부가 정한 SAF 의무화 비율은 1%라 당장은 가격적인 부담은 없다. 다만, SAF 도입이 이제 막 시작단계인 만큼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볼 필요는 있다”고 설명했다.

2024.09.02 17:15

5분 소요
‘고임금 위기 기회로’ 테이블오더 스타트업에 투자 몰려

증권 일반

원격 주문기 ‘테이블오더’를 무기로 내세운 스타트업들의 실적이 급증하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고물가 시대를 맞아 인건비 부담이 큰 식당 주인들에게 ‘무인’(無人) 설비가 큰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시장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다. 국내만 아니라 해외 진출도 현실화되고 있다. 고물가·고임금 위기가 테이블오더 시장의 기회가 되고 있다. 티오더, VC로부터 1350억원 기업가치 인정받아2019년 설립한 테이블오더 서비스 플랫폼 ‘티오더’의 지난해 매출은 600억원을 돌파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관련 제품 수요가 많았던 2022년 매출액보다 약 3배 증가했다. 티오더는 태블릿PC 메뉴판을 통해 인건비와 직원 동선을 절약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최근에는 미국 실리콘밸리 투자사 등으로부터 투자 유치도 진행되고 있다. 티오더는 기존에 논의 중이던 국내 투자사와의 투자 유치와는 별개로 해외 투자사 세 곳 이상에서 투자 실사 단계를 긴밀하게 협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업체는 지난해 11월 LB인베스트먼트와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국내 주요 밴처캐피탈(VC)로부터 약 135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티오더의 시리즈B 투자유치금액은 약 500억원으로 알려졌다.해외투자에 대한 논의는 지난 10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글로벌 투자행사에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투자사들은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아진 디지털 솔루션 전환, 특히 티오더의 테이블오더 시스템을 긍정적으로 보고 투자 유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국내 대기업과 협업해 기존 진출한 캐나다, 미국 등 북미 시장뿐만 아니라 동남아에도 저변을 넓혀 내년 중 베트남과 태국에 테이블오더 산업을 진출하는 것을 논의 중이다.회사 측은 창립 이래 역대 최대 매출 달성 원인에 대해 “그랜드 하얏트 제주, 인스파이어, JW 매리어트 등 5성급 호텔 진출과 함께 캐나다,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한 것이 주효했다”고 전했다. 테이블오더 스타트업 ‘메뉴잇’은 2017년 연간 거래액 3억원에서 2022년에 와서 5년 만에 거래액 4780억원을 기록했다. 인건비 절약은 물론 구인과 직원 관리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소상공인들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한 결과다.페이히어도 지난해 6월 2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해 3월 120억원 규모의 시리즈A 라운드를 마무리한 이후 1년여 만이다.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약 350억원에 달한다. 페이히어는 모바일, 태블릿, PC 등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무엇보다도 10만원 내외의 블루투스 카드리더기를 구입하는 것을 제외하면 별도의 약정이나 사용료가 없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제로페이 등 다양해진 핀테크 결제 수단에도 모두 대응할 수 있고, 새로운 변화가 있더라도 클라우드 기반의 시스템이기 때문에 신속하게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페이히어는 초저비용 포스(POS)로 입소문을 타고 이용자 규모를 확대해나가면서 성장 가능성을 입증해, 145억원의 누적 투자금액도 유치할 수 있었다. 현재는 카드사와 전자금융보조업(VAN)의 고객 유치 수수료와 하드웨어 단말기 판매마진을 주요 수익모델로 삼고 있다. 업계는 앞으로도 테이블오더 스타트업 호황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복합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매년 오르는 인건비를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에 테이블오더를 이용하는 고객이 확대될 것이란 예상에서다. 적극적인 투자유치 활동도 계속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테이블오더 결제 및 거래 데이터는 그 자체로 가치가 매우 높다”며 “빅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이나 사업자 신용평가 모델에 활용될 수 있어 데이터판매 혹은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연동을 통한 수익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테이블오더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국내 투자사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국내 투자사들로부터 기존 투자 금액 이상의 투자 유치가 예정돼 있다”며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하는 업체들이 생겨나고 있어 해외투자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2024.02.25 07:00

3분 소요
[세이노 칼럼 단독 공개] ‘세이노의 가르침’ 못다 한 이야기

전문가 칼럼

인연이란 참 놀랍다. ‘이코노미스트’는 2023년을 돌아보며 ‘세이노 열풍’을 주목하기로 했다. 취재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그의 글을 직접 소개할 수 있으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올해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 ‘세이노의 가르침’을 쓴 저자는 잘 알려졌다시피 1955년생 1000억원대 자산가다. 대외에 좀처럼 나서지 않는 인물로도 유명하다. 그의 문장처럼 까탈스럽고 고집스러우며 대화가 통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선입견이었다. ‘어른이 사라져가는 시대’를 보고 자란 기자 홀로 가진 착각이기도 했다. 취재하며 느낀 그는 까탈이 아닌 세심함을, 고집이 아닌 신념을 지닌 어른이었다. 상대방의 의견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는 인물이란 평도 인상에 남는다. 세이노는 책 ‘세이노의 가르침’의 각주 성격인 이 글을 보내며 첫 문장에 “인터뷰 요청은 사양하였으나 20여 년 전 이코노미스트에 글을 쓴 인연조차 모른 척할 수가 없어서 이 글을 인터뷰 대신 쓴다”고 했다. 본지는 잊고 있던 인연의 소중함을 필자가 일깨워준 셈이다. ‘이코노미스트’는 1713호(12.4~10) 커버스토리로 시작한 ‘세이노 열풍’ 기획을 이렇게 저자가 직접 쓴 글로 매듭지을 수 있게 됐다. 힘든 한 해였다. 내년은 더욱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어른’ 세이노의 글로 올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남이 떠먹여 주는 숟가락에는 독이 묻어 있기 마련…직접 손을 놀려라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 중 많은 수는 미래에 보유하고픈 자산 규모를 구체적으로 말하곤 한다. 이를테면 “나는 10년 후에 100억 부자가 되는 것이 목표다”라는 식이다. 나는 어땠을까? 결혼 후 최우선 목표는 집 하나 장만하는 것이었다. 그때 나에게 숫자로 표시되는 목표는 전혀 없었고 “한 달에 1000만원을 벌자” 같은 생각도 전혀 없었다. 혼자 벌레처럼 살면서 복권을 사던 시절에는 미래의 내가 부자로 사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즐거웠지만, 이후에는 내 두뇌에서 그런 상상이 일어나지도 않았고 1년 후에 대한 계획도 없었다. 내가 계획하는 미래는 길어야 3개월 정도였고, 오로지 고객의 신뢰를 쌓아가면 수입은 늘어날 것이라고만 믿었다. 그러던 중 집주인이 나가라고 하는 바람에 부랴부랴 경매 직전의 아파트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대출을 끼고 샀다. 그 후 사업에 재정적 어려움도 많았으나(7000만원 받을 어음이 부도난 일도 있었다) 아파트 매입 5년 후 면적이 2배인 다른 아파트를 현금 구매 후 이사한 뒤에도 금전적인 목표는 세우지 않았고 그저 모으고 정기예금만 했다. 어느 날 부채 없이 보유 현금이 20억원이 되자 은행 금리가 연 10% 이상 되었던 시절이었기에 이자 범위 안에서 돈을 쓰기 시작하였다. 여전히 몇억 부자가 되자는 그런 생각은 꿈속에서도 하지 않으면서 사업과 투자를 계속했다. 그 과정에서 2·3년에 한 번 정도 자산을 살펴보니 부채는 전혀 없이 자산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었다. 물론 운도 따라주었지만, 사업과 투자를 제대로 한 덕분이고 독자들에게 그 방법을 자세히 얘기한 적은 외환위기 당시의 달러 투자와 전동 현수막 걸이 이외에는 거의 없는 듯싶다. 돌이켜보면 한 번도 돈의 액수를 목표로 삼지 않았던 것은 아주 잘한 일이었다. 목표액을 채우려다 보면 사람들에게거짓말이나 뻥튀기도 할 것이고 직원들에게 야박한 월급이나 주면서도 최대한 부려 먹고자 했을 것이며 그 결과, 나의 인티그리티(Integrity·머릿속에서 옳다고 믿는 생각들과 행동이 엇갈림 없이 하나된 상태, ‘세이노의 가르침’ 186쪽)는 박살 나면서 나 자신이 내가 침 뱉던 대상으로 변하여 거울을 볼 때마다 내 모습이 구역질 날 정도로 역겨워져서 나를 이 세상에서 사라지도록 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돈을 빨리 벌려고 하면 돈을 못 번다는 말이 진리라고 믿는다. 어쨌든 내 책을 읽은 독자들 중 일부는 종종 내게 질문한다. 시간을 아껴 자기 개발을 해 종잣돈을 모으라는 것은 알겠는데 ‘종잣돈을 모은 후에는 무엇을 어떻게 하여야 하느냐’는 것이다. 어째서 총론은 이야기하면서 각론은 알려주지 않느냐는 것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누군가 숟가락으로 돈을 떠먹여 주기를 바라는 자들이고 비싼 강의 하나 잘 들으면 “무협지에서나 나오는 기연과 비급을 얻게 되어” 팔자가 바뀔 것으로 기대하는 어리석은 닭대가리들이다. “남이 떠먹여 주는 숟가락에는 돈이 아니라 독이 묻어 있다”(내 책을 출판한 차보현 대표의 말이다)는 것을 왜들 그렇게 모를까?나를 개인적으로도 알고 있는 오상익 오간지프로덕션 대표가 MZ세대이면서도 대학교 강의에서 내 책을 교재로 사용하기에 ‘어째서 세이노는 총론만 얘기하고 각론은 얘기하지 않는지’를 설명해 보라고 했더니 다음과 같은 답이 왔다.● 세이노는 종잣돈을 모으라고 하면서 얼마나 모아야 하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 쌓인 돈이 부자가 될 종잣돈이라고 말하지만, 종잣돈의 기준은 누가 정해주는 것인가, 종잣돈의 기준과 가치는 독자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몇천이 종잣돈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몇억이 종잣돈이 될 수 있다. 종잣돈의 금액이 다르듯이 돈을 모으는 기간도 다르다. 독자마다 수입이 다른데 어찌 모으는 기간이 같겠는가.● 종잣돈은 독자의 가치관과 처한 환경, 우선순위에 따라 쓰임새가 달라진다. 부자마다 부자가 된 과정이 다르듯, 종잣돈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공통된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세이노는 독자가 어떠한 상황인지, 독자의 가치관은 무엇인지 모르기에 종잣돈의 활용법에 대하여서는 침묵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종잣돈을 모으는 단계까지는 일종의 보편적 방식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가르침을 준 것이 아닐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존에 필요한 핵심역량을 타인에게만 의존하면 독자 생존할 수 없다. 세이노가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여 주었다면 1인치씩 전진하는 걸음(종잣돈을 증식하려는 노력)은 철저히 독자의 몫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줄 아는 독자라면 누군가 알려주지 않더라도 종잣돈을 어떻게 사용해야 성공할 수 있는지 스스로 깨칠 것이다. ● 영화 ‘위플래쉬’(Whiplash)에서 앤드류의 음악은 플래처 선생의 채찍질(Whiplash)로 완성된 것이 아니라 그와 맞서 싸우고 필사적으로 분투하면서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지휘자 플래처는 앤드류가 전혀 모르는 곡으로 교묘히 바꿔 그를 함정에 빠뜨리지만, 앤드류는 자기에게 가장 유리한 ‘카라반’(Caravan)을 당당하게 독주하며 폭군 플래처까지 흥분시킬 정도로 최고 스윙을 폭발시킨다. 즉, 영화에 나오는 앤드류처럼 독자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만의 게임(인생)’을 만들어 나가라는 것이 세이노의 진짜 가르침이 아닐까 싶다.맞다. 종잣돈에 대한 얘기도 맞고, 스스로 자기만의 게임을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도 맞다. 영화 ‘위플래쉬’는 드러머인 주인공 앤드류가 최악의 갑질 폭군인 선생 밑에서 끝없는 경멸과 모욕과 멸시를 당하지만 결국은 그 선생을 이겨내며 음악적 성취를 이루는 이야기이다. 사업을 하면서 나도 그런 갑질을 하곤 했지만, 격려와 칭찬은 물론 두둑한 보너스도 잊지 않았기에 플래처의 내리꽂기만 하는 교육방식에는 전혀 공감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주인공의 반응은 크게 공감하며 흥미롭게 보았다.1970년대 말, 20대 초반이었던 내가 미군 부대 안의 대학에 다니면서 학원과 기독교 관련 서적 번역으로 돈을 벌고 있던 때의 일이다. 번역일을 꽤나 하며 우쭐하던 시기에 어느 기독교계 대형출판사에 번역 지원을 하였더니 짧은 영문 자료를 시험 삼아 번역하여 오라고 했다. 제목은 데올로구메논(theologoumenon). 조직신학 용어인데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힌트를 좀 얻으려고 여러 도서관을 뒤져봤지만 내가 받은 원문이 독일어 신학백과사전 ‘사크라멘툼 문디’(Sacramentum Mundi)의 영어번역본에 나오는 것이라는 사실만 미군 군종장교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결국 몇 주 동안이나 끙끙대며 헤매다 직역으로 원고지 15매 정도를 번역하고 그 출판사의 번역 총책임자에게 직접 제출했다. 그분은 내 원고지 몇 매를 읽다가 휙 내 얼굴에 집어 던지면서 짜증 섞인 음성으로 “이걸 번역이라고 했어요?”라고 내뱉는 것 아닌가. 그 순간 나는 모욕을 당한 것에 자존심이 상하고 ‘독일어 원문을 영어로 번역한 건데 헤매는 게 당연한 거 아냐?’하는 생각에 그냥 나가버릴까 하는 충동도 순간적으로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내 실력이 너무나도 창피했다. 내 원고는 내가 읽어도 이해가 안 되었으니까. 나는 바닥에 흩어져 있는 원고지들을 모은 뒤 벌게진 얼굴로 공손히 말했다. “저 좀 가르쳐 주십시오.” 그분이 플래처 선생과 다른 점은 아주 무뚝뚝했지만 “한번 해보시겠어요?”라고 내게 물었다는 것이다. 그날 저녁 나는 종로서적에서 당시 독일 유학 중이던 고영민 목사가 번역한 조직신학 책과 그 책의 원서를 동시에 구입했고, 그 뒤 번역문을 원문과 한 문장씩 대조하며 한 달 이상을 철저히 혼자서 나만의 게임을 했다(원서 저자가 ‘루이스 벌콥’이었는지 ‘찰스 하지’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번역서로는 두 저자의 조직신학을 모두 읽었다). 그 다음 데올로구메논의 의미를 이제는 정확하게 번역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비로소 번역 일감을 받으러 그곳에 다시 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내 번역 원고가 그대로 최종 원고로 인정받는 사람으로 올라섰다. 1. 부동산 이야기사람들이 투자 각론을 알고자 하는 분야는 부동산·주식(채권 포함)·사업·장사일 것이다. 가장 많은 질문이 들어오는 분야는 부동산인데 사람들은 나를 전국구 부동산 상담사 정도 되는 것으로 착각한다. 전혀 아니다. 나는 내가 탐내는 물건이나 내가 보유한 물건과 관련하여서만 공부하지, 전국의 부동산을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 당신이 갖고 있거나 구매하려는 부동산에 대해 내게 메일을 보내 봤자 내가 오랜 시간을 투자해 그 지역에 대해 조사할 리는 전혀 없으므로 시원한 답은 결코 줄 수 없다.(법적인 문제로 인해 메일을 보내는 독자들도 꽤 있는데 내가 힌트 한두 마디 정도는 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나와 전혀 상관없는 법을 새로 공부하여 해답을 제시할 것이라고 기대하면 안 될 것이다.) 내가 부동산 하나를 사려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여하곤 하였는지 당신은 모를 거다. 한 번은 100여 개 이상의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며 소유주의 나이, 관계회사 재무제표, 대출 상황 등을 전부 분석한 후 마음에 드는 것들만 추려낸 적도 있다. 어떤 지역에서는 마음에 드는 매물이 나오기까지 3년을 계속 지켜보다가 매입하기도 했다. (비단 부동산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나는 어떤 문제가 있으면 그것과 관련된 것들을 파악하는 데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변기에 앉아서 한 시간 이상을 서류에 몰두한 적도 가끔 있었는데 직원은 내가 화장실에서 쓰러져 정신을 잃은 줄로 착각하여 작은 소동이 일어났던 적도 있다. 사람들은 가끔 내게 왜 그렇게까지 파고드느냐고 묻기도 하고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게 아니냐고까지 하는데, 사실이 뭔지도 모르고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생각하면 얼마나 위험한지를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닌가 싶다. 자칫 고통 속에서 처절한 시간을 보내게 될 수도 있다. 솔깃한 얘기일수록 들리는 대로 믿어 버리기 쉬운데,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는 방법에 대해서 뒤쪽에 쓰겠다.)당신이 부동산 투자를 위한 종잣돈을 마련하였다 할지라도 갓난아이 우유 먹이듯이 누군가 떠먹여 주기를 바란다면 조만간 사기나 당할 가능성이 더 크다. 대부분의 사람은 복잡한 등기부등본 분석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그저 친구들이나 부동산중개업소 혹은 강의팔이들이 하는 말에 더 귀를 기울이다가 부동산을 매입한다. 전세 사기범이 극성을 부리는 이유 역시 사람들이 일부 개X 같은 중개사를 비롯하여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내용을 너무나 잘 믿어 버리기 때문이다. 내 말이 틀렸는가? 부동산 시장의 흐름부터 배워야 할 것 아닌가. 그러려면 경제신문이나 경제주간지 하나 정도는 반드시 종이로 구독하여라. 인터넷으로 볼 수 있다고? 당신 눈에 들어오는 제목의 기사만 읽을 텐데? 당신 눈에 숨어 있는 기사들은 지면을 펼쳐 볼 때나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당신 나이와 상관없이 부동산에 대해서는 미리미리 그렇게 공부 좀 하여라. 이미 20여 년 전에 “부동산에 빨리 눈 떠라” 하면서 무엇부터 배워야 할지도 말하지 않았던가(‘세이노의 가르침’ 707쪽). 2. 부동산 경매 이야기동아일보 칼럼 연재의 마지막 회(2001년 9월 12일)에서 나는 아래 글을 쓴 바 있다.“작년에 서울 강남에서 지은 지 2년 된 빌라트가 경매시장에 나왔는데 대지와 건물에 대해 모두 저당이 잡혀있었으나 대지에 대한 저당권 문제만큼은 낙찰자가 해결해야 하는 특별매각조건이 붙어있었다. 결국 대지권 없이 건물 소유권만 갖게 되는 것이고 사람들은 이런 집은 재산권 행사에 지장이 있어 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입찰에 참여하여 감정가의 반값에 낙찰받았다.”그 특별매각조건은 대지 지분에 대해 근저당이 과도하게 잡혀 있는 별도 토지등기가 낙찰자에게 인수된다는 것이었다. 즉 대지 근저당권자가 경매낙찰가에서 대지분 가격을 분배하여 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는 뜻이고 경매로 인해 소멸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 경매 전문가들은 모두 위험한 물건이라고들 한다. 위험한 것은 맞다.대지에 대한 근저당은 건설사가 대위 등기한 것이었다. 등기부의 복잡한 기재 내용들을 살펴보니 건물분 소유권자는 A이고 대지지분의 소유자는 실제로는 A와 B였으나 등기법적으로는 A였다. A와 B는 모두 건설사에 대한 채무가 있는 상태에서 C에게 대지지분의 양도 계약을 하였으나 집합건물에서 건물분 소유자와 대지분 소유자가 다를 수는 없으므로 C의 명의로 등기가 되지는 못한 상태였다. 건설사가 대지지분에 설정한 채권최고액은 8억5000만원이었다. 내 기억으로는 내가 낙찰받았던 금액은 4억2000만원 정도였다. 낙찰 후 내게 지대(대지사용료)를 청구한 자가 있었을까? 없었다. 등기부상 경매물건 소유자는 법적으로 A였고 낙찰된 부동산의 직전 소유자가 낙찰자에게 지대를 청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근저당권자였던 건설사에서 내게 대지지분을 사라고 권유할 수 있었을까? 그렇게 하려면 C가 동의하여야 하는데 C는 등기부에 공식적으로 기록된 채권자나 채무자도 아니었고, 경매 낙찰가가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다가 입찰하려는 사람으로 추정되었다.(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 몇 %나 이 내용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나는 이곳을 전세금 4억원에 임대하고는 이 물건이 세월이 지난 후 다시 경매되도록 하고자 했다. 왜? 이런 집합건물이 세월이 지나 다시 경매로 나올 때는 이미 이전 경매에서 특별매각조건을 낙찰자가 인수하는 조건으로 경매가 진행되었으므로(그 조건이, 근저당권자에게 돈을 실제로 주고 대지지분에 대한 별도 등기를 반드시 해지시키라는 것은 전혀 아님을 알아야 한다.) 건물분과 대지분의 소유자는 동일인으로 간주된다. 결국 두 번째 경매에서는 대지분에 대한 별도의 등기는 사라지고 감정가에서의 건물분과 대지분의 비율대로 낙찰가가 분배되어 대지분 근저당권자에게 지불된다. 결국 1차 경매에서는 전세금 수준의 비용으로 낙찰을 받고, 전세금을 받은 후 세월을 기다렸다가 다시 경매로 처리되게 낙찰자가 “자의적으로” 만들면 큰돈을 투자하지 않고서도 부동산 가격 인상분 정도는 그대로 챙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세월이 좀 지난 후 이루어진 두 번째 경매에서 낙찰자는 C였다. 내가 회수한 돈은 전세금 등을 제외하고 약 1억9000만원이었는데 투자 기간이 예상보다는 길었지만 세금 등을 포함하여 4000만원 정도 투자하고 거둔 수익으로는 괜찮았다.자, 내가 동아일보에 특별매각조건 관련하여 칼럼을 쓰고 나서 22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내게 이 경매와 관련하여 질문한 자가 있었을까? 한 명도 없었다. 오늘 날짜로 검색하여 봐라. 토지별도등기 인수라고 하는 특별매각조건이 있는 경우 2번의 경매를 이용하여 이익을 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단 한 명이라도 글을 올리거나 책에 쓴 사람이 있는지 말이다.22년 전 칼럼 마지막 부분에서 나는 이렇게 썼다. “나의 이야기를 듣고 ‘돈이 돈을 버는구나’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말라. 문제를 문제로 여기지 않는 지식이 돈을 벌게 해주는 것이다. 먼저 지식을 쌓고 사람들이 지식 부족으로 입찰을 꺼리는 경쟁이 약한 물건을 찾아라.” 지식을 쌓으라는 말은 스스로 공부하라는 뜻이다. 경매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의 책이 아니라 경매법 자체에 대해 쉽게 설명하는 책부터 먼저 읽고 공부하여라. 등기법 역시 경매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책은 법원공무원교육원 교수였던 분이 쓴 ‘집합건물의 등기’(신언숙·육법사)인데 오래전에 절판되었다. 절판된 책의 중고품을 몇만원씩 지불하고 사는 사람을 나는 평상시에 도서관을 가까이한 적이 없는 사람으로 본다. 대한민국에서 출판된 책은 국립중앙도서관에 전부 있다. 국립중앙도서관과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협약된 도서관에 가면 지정된 PC에서 국립중앙도서관의 도서 원문을 볼 수 있고 대부분 복사도 가능하다. 협약된 도서관은 공공도서관·대학도서관·전문도서관 등이 있는데 당신이 사는 동네에도 틀림없이 있을 작은도서관(전국에 약 7500개나 있다)도 협약 도서관이고 해외에 있는 외국 도서관들 중에도 협약 도서관이 있다. 작은도서관에서 절판된 책을 읽다가 보유하고픈 부분을 복사하는 데 드는 비용은 A4 1장당 40원이므로 2쪽씩 인쇄하면 1쪽당 20원이다. 법적으로는 책의 3분의 1분량 정도만 복사가 허용된다.(나는 국회도서관도 몇 번 이용한 경험이 있는데 민간인용 주차장이 너무 멀다.) 전세 사기 문제가 심각하니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부동산중개사들을 불러 교육을 시키는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계약을 맺고 임대차 계약을 맺은 후, 주인이 바뀌면 HUG에서 임대 조건이 바뀐 것으로 치부하여 보증금 반환을 거부할 수 있으니, 임차인에게 매달 등기부등본을 떼 보고 주인이 바뀌지 않았는지 확인하도록 안내하라고 한다고 들었다(다중언어를 구사하는 글로벌 공인중개사 MINO가 알려주었다). 미쳤나? 대한민국에서 매달 자기가 사는 집 등기부등본을 떼보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외국인 임차인은? 그것보다는 집주인이 바뀌면 자동으로 임차인과 HUG에 알람이 가도록 시스템을 바꾸거나, 시스템 변경에 예산이 많이 필요하다면 모든 임대차계약서에 “부동산 소유권이 변경되는 계약이 발생하면 계약일로부터 3일 이내에 임차인과 HUG에게 동시 통보하여야 한다. 이를 어기는 경우 임대인은 이러저러한 벌을 감수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강제 삽입되도록 하면 어떨까? 3. 사업과 장사 이야기1980년대 말, 여름 길거리에 있는 건물 지하 1층의 식당이나 찻집 같은 곳을 가게 되면 대부분 퀴퀴한 냄새가 났다. 지하층 벽체에 스며든 습기로 인해 곰팡이가 생기면서 나는 냄새였고 습기를 제거하는 전기 제습기를 설치하면 해결될 문제로 보였다. 그 당시 청계천과 용산 전자상가들의 상점들에서는 미국 월풀(Whirlpool)의 제습기가 판매되고 있었는데 가격이 40만원대 후반이었다. 나는 경쟁력 있는 제습기를 수입하여 판매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월풀 제습기를 하나 구입하여 사용자 입장에서 꼼꼼히 살펴보았다(제습기의 작동 원리 및 부품들의 기능 등을 배우고, 마케팅 측면에서 월풀 제습기에 있는 약점들을 찾아내기 위해서였다. 약점이 없으면 포기하려고 했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이긴다고 하지 않던가). 제습기는 거의 대부분 바닥에 놓게 되므로 전원 스위치나 제습 강도를 조정하는 스위치 같은 것은 모두 상부에 있어야 할 텐데 월풀 제습기의 스위치들은 사용자가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제습기 전면에는 물 세척이 가능한 공기필터가 있고 하부에는 습기를 빨아들여 응축시킨 물이 고이는 물통이 있었다. 물통이 가득 차면 표시등이 켜져서 물통을 비워야 함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물통을 비우려면 벽체 가까이에 놓은 무거운 제습기를 앞으로 잡아당긴 뒤 그 후면에서 물통을 빼내야 하는데 제습기 본체에 바퀴가 달려있기는 하지만 물이 가득 담긴 물통을 빼내는 과정에서 물이 출렁거렸고 상당히 번거롭게 느껴졌다. 물통을 빼내는 곳이 제습기 전면에 있고, 응축된 물이 직접 건물 내 배수구로 나가도록 할 수 있는 호스 연결구가 뒷면에 있는 제품이 훨씬 더 좋아 보였다. 디자인도 월풀의 고전적 디자인보다는 모던한 디자인의 밝은 색상이 더 좋아 보였다. 제습 용량은 크기에 따라 달랐지만 회사별 차이는 별로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한국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미국 페더스(Fedders)의 제품이었다.그 제품을 즉시 수입했을까? 사업이 그렇게 쉽게 진행되겠는가? 법적으로 복병이 있었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판매용 전기용품은 수입 이전에 KC 안전 인증을 받아야 수입 통관을 할 수 있었다. 안전인증을 받는 과정은 상당히 까다롭고 복잡했으며 사후서비스를 어디서 어떻게 할 것인지도 밝혀야 했는데 나에게는 버거운 과제였다(현재 수입 하이브리드 슈퍼카 중에는 충전 코드에 대한 안전 인증이 쉽지 않기에 이미 인증을 받은 국산 제품을 제공하는 곳도 있다). 그 당시 알게 된 것: AC(교류) 전원을 사용하지 않는 DC(직류) 전기용품은 안전 인증이 면제되었기에 AC를 DC로 바꾸어 주는 트랜스를 이미 인증받은 국산으로 제공하면 된다는 것. 이를테면 워터픽(구강세정기)같은 경우 220V용이면 수입판매하는 데 애를 먹지만 직류용인 경우는 국산 트랜스를 끼워 팔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 오디오 스피커 같은 것은 앰프에 물리는 것이므로 안전 인증이 없다는 것(이런 규정들이 요즘은 전자파 문제 때문에 바뀌었는지는 모르겠다). 자, 어쨌든 제습기는 AC 전원을 사용하여야 했다(그 당시는 110V와 220V가 혼용되던 시기였다). 나는 관세청의 품목별 수입 제한 내용을 자세히 알아보고자 두꺼운 관세품목 분류표(HS code) 책자를 구입하여 살펴보았고 거기서 제습기는 전기사용량이 일정 수준이 넘으면 KC 안전 인증이 면제되는 산업용으로 분류되어 있음을 알았다. 그래서 페더스의 제습기 중에서 하루 제습량이 가장 큰 제품 한 종류만을 수입하기로 하고 페더스 본사의 아시아 담당자와 접촉하였다. 여름이 오기 전, 컨테이너 1개분을 꽉 채운 제습기가 도착하였다. 당시 내 사무공간까지의 도착 가격은 제습기 1대당 25만원 선이었고 판매가격은 경쟁사 제품과 비슷하게 48만원으로 정했으며 기존에 컴퓨터나 음향 설비를 판 곳과 도서관들에 안내문을 먼저 돌렸다. 청계천이나 용산 전자상가에는 단 1대도 위탁판매용으로 전달하지 않았고 할인판매도 금지하였다. 판매 방식은 방문 구입 혹은 현금이체(화물발송비 별도)만 하였고 불티나게 팔렸기에 추가 수입을 부랴부랴 하였다. 판매가 잘된 이유는 경쟁사 제품의 약점들을 정확하게 파고들면서 무료 사후서비스를 무려 5년으로 해주었기 때문이다(퀴즈: 나는 무슨 배짱으로 5년을 내걸었을까?) 구매자가 고장 난 제품을 가져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30분 이내에 수리해 전달하며 3회 이상 고장이 나면 신품 교환 조건이었다. 실제로 고장 난 제품이 들어오면 신품에서 겉 케이스만 제거하여 교환한 후 바꿔주었고(15분도 안 걸렸다) 손님이 간 후 비로소 무엇이 문제인지를 체크하였는데 내부에 있는 컴프레셔는 삼성이 만든 것이었음도 그때 알았다.제습기 판매로 1년마다 서울 맨션아파트 한 채 값 이상의 수익을 올린 지 3년 차에 접어들었을 때 페더스 본사에서 연락이 왔다. 한국의 큰 회사에서 내가 수입하던 물량의 2배를 수입 약정하겠다면서 독점권을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미원통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포기하겠다고 했다. 물량을 키우려면 용산과 청계천에 상품을 도매가격으로 깔아야 하고 전담 영업사원도 지정하여야 하며 외상값을 못 받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결국 물량을 2배로 키워도 내 손에 쥐어지는 수익이 크게 증가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냥 중단하기에는 수익이 컸기에 멕시코로 날아가서 페더스의 남미 담당자와 접촉하였다. 큰 조직일수록 영업 담당자들은 서로 정보 공유를 안 하므로 남미 담당자는 나에 대해 전혀 몰랐고 손쉽게 물건을 주문할 수 있었다. 컨테이너들이 멕시코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그것을 한국으로 보낸 뒤 귀국하였고 더 이상 가져올 물건도 없었으므로 천천히 느긋하게 팔았다(물량을 2배로 늘려 수입하겠다고 한 그 회사에서 그 후 따로 물건을 들여왔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을 보면 아마도 나의 방해 공작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미수금 발생은 전혀 없었고 나는 5년 서비스 약속을 철저히 지켰다. 이 이야기에서 내가 독자들에게 알려주려는 내용은 첫째 어 이게 왜 없지? 하는 자각, 둘째 경쟁제품의 약점 파악, 셋째 법적 장애물을 뛰어넘는 지식, 넷째 많이 파는 것이 장땡은 아니라는 것, 다섯째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5년 무상서비스 약속 준수이다. 장사는 어떨까? 이미 내가 내 책에서 여러 가지를 이야기했다. 사람들 대다수가 망하여도 성공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라고도 했다. 어느 독자가 그 흔하디흔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오픈하였는데 몇 개월도 안 되어 대박이 났음을 전해왔다. 그 비법이 무엇이었을까? 추상적으로 표현하면 좁은 길로 간 것뿐이었다. 정말로 비법이기에 공개하기 어렵다(내게 묻지 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장사를 할 때 남들 하는 것처럼 하면 망한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뜻이다.약속은 지켜야 약속이다. 몇몇 독자가 내게 알려준 내용: 어떤 온라인 강의를 “100% 환불보장”이라고 하여 들었는데 막상 환불 신청을 하니 아래와 같이 답이 왔단다.“100% 환불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1.전체 강의를 수강 및 미션을 수행하세요. 2.배운 내용을 실전에서 실행하세요. 3.xxx 대표가 직접 수업에 배웠던 지식에 대하여 질문드리겠습니다. 그것에 대해서 모두 답변을 완벽하게 하세요. 4.그럼에도 삶의 변화가 없었다면 환불해 드립니다.”그래서 찾아보니 제목은 ‘ 돈이 따라오는 억대 소득의 자수성가법’이고 화면을 넘기면 ‘EVENT2 100% 환불보장제’라는 제목으로 “환불보장제 적용”이라는 구호를 여러 개 배경에 깔아놓고 강사 얼굴이 나오면서 “수강 후 원하는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면 100% 환불해 드리겠습니다”라고 나온다. 다시 화면을 넘기면 “안 되면 진짜 말씀하세요. 100% 환불보장”이라는 글 밑에 강사 얼굴이 나오고 “수업을 모두 수강하고 성과가 나지 않는 경우는 100% 환불해 드리겠습니다”고 나온다. 그리고 위에서 인용한 “100% 환불기준”은 마지막 화면 하부까지 가야 지금까지 나왔던 글씨들보다 훨씬 작은 글씨로 나온다(부동산이나 보험 광고에서 자기들에게 불리한 내용은 아주 작은 글씨로 써 놓는 것과 유사하다). “100% 환불기준”을 읽은 후 쌍욕이 전혀 나오지 않고 말 그대로 100% 환불보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한 명이라도 있었을까? 애초부터 환불 약속을 지킬 생각은 있었을까? 아무도 환불을 받아 가지 못했으므로 100% 모두 만족하였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도대체 누가 이렇게 광고하는 것일까? 심리전문가를 자칭하며 자기 강의만 들으면 인생이 바뀐다고 말하는 박세니다(강의 중에 박세니가 “세이노 그 사람 돈 많으면 뭐해, 정신과 다니는데”, “세이노가 그렇게 돈 많이 벌어봤자 매일 정신병약 먹고 있는데 무슨 소용이야”라고 틈틈이 걱정해 준다는 제보도 받았다. 내가 내 책에서 대장동 사건으로 불안해져서 정신과를 다녔다고 한 얘기 때문인 듯싶다. 그때 정신과 의사인 동창을 찾아갔더니 여러 가지 심리 조사와 몇 차례 상담 후 이렇게 얘기했다. “의사로서 뭘 해줘야 하는지를 모르겠다. 너에게는 어떤 약도 의미가 없다. 심리 조사에서 세상의 그 어떤 것에도, 심지어 죽음에 대해서도 전혀 두려움이 없는 것으로 나오는 너 같은 사람을 나는 처음 본다.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것은 그런 네가 관련되지도 않은 정치적 부패 사건에 불안해하며 이 사회를 걱정하는 것이다. 네가 왜 그거까지 걱정을 하냐.” 어쨌든 현재 3가지 비타민과 가벼운 고지혈증 약을 매일 먹는 나에게 박세니는 정신병약까지 먹이고 싶은가 보다).100% 환불보장은 일정 기간 이내에 구매자가 불만족하면 무조건 100% 환불하는 것이지 구매자가 판매자의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은 아마도 지구상에서 처음일 것이기에 확실히 박세니는 선구자인 것 같고 “100% 환불보장”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최면을 일단 걸어 놓고 마지막에 그 환불조건을 작은 글씨로 표시하는 것 역시 최면을 강조하는 박세니답다. 4. 보험보험은 위험 대비용으로 반드시 필요하다. 여기에 대해 나는 이견이 전혀 없으나 보험을 대여섯 개씩 드는 것은 보험설계사의 꼬임에 넘어갔다고 본다. 꼬임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보험회사가 어떤 식으로 운영이 되고 수익을 만들어 내는지는 알아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일반인들은 전혀 모르는 보험사들의 비밀 하나부터 얘기하자. 오래전 12월이 되면 나는 계좌에 20억원 정도 준비해 놓곤 하였다. 그때가 되면 유명 보험사 지점장들로부터 청탁이 들어왔는데 12월 31일 이전에 5억원을 입금하면 즉시 5000만원을 현금으로 주고 1년 후 5억원에 대해 은행 정기예금보다 조금 더 높은 이자를 주겠다는 것이었다(5000만원은 그 당시 백화점 대형봉투 하나에 만원권으로 모두 들어갔다). 당연히 나는 응하였고 연말을 기다리기까지 했다(이걸 몇 년이나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알고 보니 그 5000만원은 수십 명의 보험설계사 수수료로 떼어놓은 금액이었는데 보험설계사는 근로자가 아니라 자영업자 신분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금융실명제가 실시되던 시기였음에도 그런 일이 가능하였다는 것은 세무서나 감독기관도 잘 모르는 구석이 보험사들에 있었다는 뜻이고 지금도 여전히 일부는 남아있지 않을까?예를 들어, 혹시 기존 보험은 해지하고 새 상품으로 갈아타라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가? 그걸 보험업법에서는 자사 승환이라고 하는데, 타사 승환도 있다. 자사 승환은 가입자의 금전적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가입 나이도 늘어나 예전보다 불리한 조건이 될 수 있기에 6개월 이내의 자사 승환은 불법으로 금지되고 있음에도 기간에 상관없이 그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가 뭘까? 보험사에도 이익이 되고 설계사에게도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승환 요청은 일단은 거절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보험은 크게 생명·손해·질병 관련으로 분류된다. 보험사에 가장 이익이 되는 분야는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비하는 생명보험이다(보험료는 가장 비싸지만 갑자기 죽을 확률은 낮기 때문이다). 생명보험 영업은 기본적으로 인맥을 바탕으로 한다. 당신이 보험을 들게 된 것도 안면이 있는 사람이 찾아와 권유하였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보험설계사는 없는 돈에 수입차를 사서 골프도 치러 다니고 명품도 걸치며 종교모임은 물론 갖가지 행사에 참석할 수밖에 없다. 인맥이 없는 경우에는 보험 가입에 관심이 있는 고객명단(DB)을 회사에서 받는다. 그 명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예를 하나 든다면 홈쇼핑에서 “상담만 받아도 사은품을 준다”는 광고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때 상담을 받았던 사람들의 정보가 분석·집약되어 DB가 되는데 그 과정에서 허접한 DB도 만들어지고 좋은 DB도 만들어지게 된다. 인터넷 쇼핑몰 옥션에서 1만원 할인쿠폰을 준다는 것도 당신이 예뻐서 쿠폰을 주는 것이 아니다. 여러 유명 생명보험사들이 그 전속 대리점 및 “모집위탁계약을 체결한 자”(보험설계사를 의미한다) 등에게 줄 DB를 만들고자 당신의 개인정보를 얻으려고 1만원 이상을 지불하기 때문이다(확신하건대 그 DB 중 일부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불법적으로 넘어간다). 그러나 회사에서 준 DB에 의존하면 영업 수당도 줄어들고 인맥에도 한계가 있으므로 그만두는 설계사들이 계속 나온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설계사들이 끊임없이 충원되어야 하니 고수익을 내세워 유인하는 것이다.요즘 보험설계사들은 생명보험의 하나인 종신보험을 상속세 절세용으로 국세청이 추천하는(또는 인정하는) 방법이라고 너도나도 선전하면서(인터넷 검색하여 봐라) 국세청이 발행한 ‘세금 절약 가이드’에 최적의 상속세 마련 방법으로 소개되었다고까지 말한다. 정말? 내가 2020년·2021년·2022년·2023년도의 ‘세금 절약 가이드’를 뒤져보았지만 “자녀 명의로 보장성 보험을 들어 놓는” 것이 여러 가지 상속세 납세자금대책 중 하나로 언급되어 있을 뿐이지 종신보험이 최적의 상속세 마련 방법으로 소개되었다는 것은 완전 뻥이다. 왜 뻥을 칠까? 그게 보험설계사에게 가장 고액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상품이어서 그렇다. 어느 정도나 수수료를 주기에 그럴까?(종신보험이 상속세 대비책이 되려면 보험료를 반드시 소득이 이미 있는 자녀나 배우자가 납부하여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라. 결국 종신보험은 상속인들이 자기들 돈으로 보험료를 납부하고 피상속인이 사망하면 보험금을 받아 상속세 납부 재원으로 사용하는 것인데 피상속인이 빠른 시일 내에 사망할수록 유리하고 오래 살수록 불리하다.) 박세니의 ‘억대소득 세일즈맨 양성-박세니마인드코칭 삼성생명 협업프로젝트’를 보면 “억대소득 세일즈맨이 되는 기회를 드리려고”한다면서 선발 과정을 이렇게 명시했다. 요즘(2023년 11월) 박세니의 오프라인 강의는 ‘강의만족도 98%, 강의추천률 98%’을 내세우면서 초급·중급·고급 과정이 165만원이며 최면반이 따로 있다. 입금하면 ‘박세니마인드코칭 수강안내(환불규정안내)’를 알림톡 등으로 받게 되는데 납입한 강의료는 강의 시작일 3일 전 ‘오후 5시 이후 환불·변경 불가’로 나오며 “100% 환불” 얘기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매주 중급반과 고급반 강의 후에 있는 미팅에서는 삼성생명 WM(Wealth Management·자산관리이지만 실제는 보험상품 판매다) 영업직원들이 십여 명 참석하여 보험영업을 권유한다. “고급반 수업도 보험영업에 도움 되는 내용 위주이며 ‘삶을 바꾸려면 높으신 분을 최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최근 강의를 들었던 사람이 제보해 주었다.2023년 6월 22일, 인스타그램에서 박세니는 4월부터 삼성생명의 파트너가 되어 제자들을 연결시켰다고 하면서 4월에 11명으로 시작해 26명이 합류하였고 삼성생명보험으로부터 6월 21일 2692만5135원을 첫 소득으로 입금받았다고 하였다. 파트너가 되었다는 말은 삼성생명의 보험설계사가 되었다는 뜻이다. 이 보험설계사를 삼성에서는 FC(Financial Consultant)라고 하지만 회사마다 제각각이어서 영문 호칭이 15개 이상이고 재무상담사·금융전문가·인생상담사 등으로도 부르지만 좀 더 멋있게 보이려고 지어낸 것들일 뿐이고 법적으로는 모두 다 보험상품을 파는 보험설계사이다. FC는 보험사의 직원이라기보다는 자영업을 하는 개인사업자이며 관리자인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 관리자인 경우에는 자기 밑에 영업조직을 두며 그 조직원들의 활동 결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게 되는데 박세니는 이 경우에 해당된다. 박세니는 삼성생명 본부장으로부터 8월 11일 ‘경력도입 우수 FC’ 특별상을 받은 사진도 올리면서 “억대 소득 정도는 너무나 쉽고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경력도입’이란 다른 회사에서 보험설계사를 했던 경험자를 삼성생명에 들어오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쨌든 박세니가 “억대소득 정도는 너무나 쉽고 당연한 것”이라고 말하는 근거는 무엇일까?억대소득을 달성하는 대표적 방법은 상속세 걱정을 하고 있을 부유층 고객이 종신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는 것이다(그래서 박세니가 “높으신 분을 최면에 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이다). 예를 들어 월 1000만원을 납부하는 종신보험에 가입하도록 한 보험설계사는 도대체 수수료를 얼마나 받게 될까? 법적으로는 월 납입액의 12배인 1억2000만원이 상한선이지만 법인보험대리점(GA)의 경우 보험사로부터 이른바 ‘시책비’(판매촉진비)를 별도로 받아서 보험설계사에게 그 이상을 지급하기에 2억원 정도도 받는다. 보험 가입자가 1년 이상만 보험료를 납부하는 한 그 수수료는 설계사의 수입으로 남는다. 속된 말로 1년에 1명의 부자만 가입시키면 놀고먹을 수 있게 되고, 심지어 누군가 가입한 것처럼 만들어 놓고 자기 돈으로 1년간 보험료를 납부한 후 1년 후 해지하여도 수수료가 남을 수 있다(이른바 차익거래라고 한다. 보험업계에서는 물론 금감원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은 하는데… 글쎄다). 삼성생명은 GA 자회사들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박세니가 소속된 삼성생명 ‘헤리티지 센터’는 헤리티지(유산)라는 명칭이 암시하듯이 부유층을 타깃으로 한다. 생명보험 영업조직은 리쿠르팅(채용)-교육-영업으로 이어지는 경로 관리가 핵심이며 일종의 다단계적 성격으로 자신이 만든 조직의 보험설계사 실적 일부를 인센티브로 받게 되는데 조직이 커지고 실적이 올라가면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이다. 박세니는 FC로 활동하면서 소위 제자들을 리쿠르팅하여 영업에 투입 활용하는 것이다. 중도 포기자가 생기면 새로 인원을 채워 놓으면 된다. 어째서 그 제자들은 생명보험사 영업직 입사 면접은 웬만하면 다 합격하는 것이고 보험 영업방식은 유튜브에 엄청나게 많은데도 박세니의 교육 강의에 돈까지 낸 후 자기 수수료의 일부가 박세니에게 할당되도록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박세니의 말대로 했더니 높으신 분이 최면에 잘 걸려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놀랍고 고마워서?).박세니 강의의 뼈대는 멘탈 프로그램을 팔면서 삼성생명에서 기회를 만들어 주겠다는 구체적 취직 제안까지 하는 것임을 볼 때, 삼성생명 입사를 미끼로 ‘쎈멘탈 판매’ 등 개인 장사를 직접 연계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문제가 될 텐데 삼성의 준법감시팀이나 윤리경영팀에서 아무런 반응도 없는 것을 보면 좀 놀랍다. 게다가 박세니의 강의는 주로 ‘돈을 벌고 최고가 되는 것’을 자기 최면과 타인 최면을 통해 이루라는 것인데, 자기 최면은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타인 최면은 “높으신 분을 최면에 거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에서 나오듯이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가스라이팅(Gaslighting·심리적 지배) 같은 시도이고 처음 만난 여자에게 최면을 시도하여 뭔 짓을 하려는 것과 하등 다를 바 없지 않을까 싶다(이 글을 읽고 종신보험이 보험설계사에게 그렇게나 수당을 많이 주는데 가입자에게 유리하게 과연 그 보험이 운영될까를 생각하기 시작한다면 당신의 눈이 떠진 것이다). 5. 주식주식에 대해서는 2008년 10월 11일 딱 한 번 다음 카페 ‘세이노의 가르침’에서 “삼성전자가 내 관심사고 포스코는 아니다”라고만 언급한 바 있다. 그 당시 그 말을 하고 나서 후회를 정말 많이 하였는데 내가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그 주식을 사도록 유도한 것과 다름없는(그래서 주가가 더 오르도록 유도하여 수익을 더 보려는) 행동이 아닌가 하는 자책을 느꼈기 때문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조차 90% 이상이 이 주식이 좋다는 식이며 목표주가를 높이 잡는다. 왜? 주식 거래량이 늘어나야 자기네 이익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리딩방이니 뭐니 하는 것들은 모두가 그런 심보로 주식을 추천한다. 아 물론 그런 심보를 역이용하여 초단타 위주로 하면 좀 챙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내가 세이노라는 이름으로 쓰는 글을 통해 내 사익이 증가한다면 나 자신이 X 같은 나쁜 놈으로 전락하게 됨을 잘 안다. 언젠가 L 및 K 재벌가 사람들(손자들)의 작전회의에 각 한 번씩 참석한 적이 있는데 그때 느낀 것은 ‘결국 개미들이 밥이 되는구나’였고 1원도 가담하지 않았다. 약 1년 후 K 재벌의 직계 가족이 구속되고 몇 개월 후 L 재벌의 직계 가족도 구속되었는데 내가 양쪽 모두 가담했다면 가중 처벌을 크게 받았을 듯싶다. 나는 지금까지도 내가 그 작전에 가담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긴다. 나를 K 재벌에 연결해줬던 동창 녀석은 15억원 정도를 날렸다. 내가 개미들에게 하고픈 말: 주식으로 큰 수익이 났을 경우 당신이 똑똑하고 주식투자 재능이 있어서 돈을 번 것은 절대 아니므로 전업투자자가 되겠다는 개꿈은 갖지 않는 것이 좋다. 그렇게 전업투자를 하다가 배우자도 모르게 엄청난 빚을 진 후 내게 ‘어찌하오리까’ 메일을 보내는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 비정상적으로 수익이 발생하고 있으면 빨리 처분하여야지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다가 계속 집어넣는 짓도 절대 하지 마라. “오직 각 사람이 시험을 받는 것은 자기 욕심에 끌려 미혹됨이니”라는 성경 말씀도 있다(야고보서 1:14). 통정 거래로 주가를 끌어올렸다가 폭삭 망한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하한가 사태에서 무려 1500명의 의사들이 위임 매매를 하였던 것도 ‘욕심에 끌려 미혹’당한 것이다. 이때 역시 내게 수백억원을 날렸는데 어찌하오리까 메일을 보낸 독자가 있었다.거듭 강조하는 것이지만 주식 투자는 여유 자금으로 하여야 하는 게임이다. 그렇지 않다면 당신이 이길 확률은 10%도 안 된다. 그래서 내가 20여 년 전에 썼던 글은 아직도 유효하다. “편안하게 빨리 돈 벌고 싶어서 애를 태우는 자들이여. 평생 가난의 괴로운 숯불이 이마 위에 올려지는 저주를 받을 것이다.”채권은 어떨까? 채권은 인터넷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주식 정보보다 훨씬 쉽게 얻을 수 있다. 국고채는 자본차익(금융투자수익)이 비과세이기에(2025년부터 과세되는 것으로 예고되어있다) 종종 종합소득세율이 이미 40% 이상 되는 경우에는 정기예금 이자 수익보다 세후 실수령액이 더 높다. 즉 종합소득세율이 낮은 경우에는 좋은 투자 대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좋은(회사가 망할 가능성이 아주 낮은) 회사채는 개미들에게는 기회가 잘 안 간다. 2023년 11월 2일 대한항공 회사채 수요예측이 흥행에 성공하였다는 기사가 그다음 날 떴다. 수요예측은 증권사나 투자사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큰손들에게만 연락하여 예상 투자액을 물어보지 개미들에게는 전화도 안 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잣돈이 모이면 좋은 회사채들은 정기예금보다는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으므로 경제기사를 평소에 꼼꼼히 잘 읽어나가라. 요즘은 인터넷 뱅킹에서 10만원으로도 채권투자가 가능하므로 경험을 쌓아가며 소소한 기회들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홍콩 H지수 ELS의 헤지자산 74% 정도는 국내 채권이므로 ELS의 만기가 돌아오는 내년 상반기에는 그 시점에서도 만기가 남아있는 채권들이 ELS 자산 현금화를 위해 쏟아져 나올지 여부도 주시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다만 나는 ELS, ELB, DLB, DLS 등등 금융공학자들이 만든 상품들은 가까이하지 않는 고집이 있다.) 6. 팩트를 보는 법2014년 12월 5일 발생한 땅콩회항 사건과 관련된 내 글을 내 책에서 읽고 나서(541쪽), 마카다미아를 봉지째로 주는 것으로 서비스 매뉴얼이 바뀌었는데 그것을 조현아 부사장이 모르고 있었고 세이노도 모르고 있었다는 내용이 종종 독자 메일로 오곤 하였다. 그래서 내 책 17쇄부터는 552쪽에 ‘손님에게 알레르기가 있으면 먹지 않을 것이므로 봉투째 준다는 얘기를 누가 하던데, 나는 10시간 이상의 장거리 비행기 일등석에서 항공사를 불문하고 그런 경우를 경험한 바 없다’고 첨언하였고, 실상을 좀 더 조사해 봤다. 한마디로 말하면 모든 언론의 기자들이 팩트(Fact·사실)를 제대로 못 보고 비틀어 보도한 전형적인 가짜 뉴스였으며 나무위키나 위키백과도 대동소이했고,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하는가’ 책이 생각나는 사건이었다.(팩트를 골라내는 법을 알게 되면 형사소송이나 민사소송에서도 유리하여진다.)아마 당신은 그 비행기에서 승무원의 땅콩 서비스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조현아가 서비스 매뉴얼이 바뀐 것을 모르고 난리를 치기 시작했으며 나중에 매뉴얼이 바뀐 것을 알고는 사무장에게 화살을 돌려 화풀이를 한 것으로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땅콩을 봉지째 주는 대한항공 홍보영상 장면도 있다고 하여 나도 봤는데 광고 영상을 찍는 사람들은 화면이 예쁘게 나오는 것에 신경을 쓰지 서비스 매뉴얼을 보는 사람들이 아니다. 문제의 발단이 비행기 이륙 전 조현아에게 객실 승무원이 승객의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고 마카다미아(언론에서는 땅콩, 콩, 너츠 등으로 표기했다)를 봉지째로 전달한 것에 있었음은 분명하다. 그날 회사 내부 이메일로 인증받은 사람만 사용할 수 있는 ‘블라인드’의 대한항공 게시판에는 이런 내용이 떴다고 한다(동아일보 2014-12-10).“음료와 마카다미아 너츠를 줄 때 봉지째 주느냐? 규정이 뭐냐?(규정은 음료를 요청한 승객에게 마카다미아 너츠를 봉지째 보여주고, 먹겠다고 하면 갤리에 들어가서 뜯어서 작은 그릇에 담아줌)…갤럭시노트 10.1을 꺼내 규정을 보여줌.(당연히 잘못이 없는 객실 승무원)…”2014년 12월 10일 한겨레신문은 서비스 매뉴얼을 단독 입수하여 “조현아의 딴죽? 승무원은 ‘매뉴얼’대로 했다”는 제목으로 아래와 같이 보도했다.10일 <한겨레>가 단독 입수한 대한항공의 ‘일등석(FR/CL) 웰컴 드링크 SVC(서비스) 시 제공하는 마카다미아 너츠 SVC 방법 변경’ 공지를 보면, 승무원은 “음료와 함께 마카다미아 너츠를 포장 상태로 준비하여 보여준다(showing)”고 명시돼있다. 이어 “마카다미아 너츠를 원하는 승객에게는 그릇에 담아 가져다드릴 것을 안내해 드린 후, 갤리(Galley)에서 버터볼(작은 그릇)에 담아 준비하여 칵테일 냅킨과 함께 음료 왼쪽에 놓아드린다”고 돼 있다.이 매뉴얼 변경이 공지된 것은 2012년이다. 변경 내용은 승객에게 ‘봉지째 마카다미아 너츠를 보여주라’고 한 부분은 그대로 두었다. 다만 그 뒤 원하는 승객에게 갖다줄 때 ‘봉지째 제공’하던 것을 ‘그릇에 담아 제공’하도록 바꾼 것이 전부다. 미주노선을 운항한 적이 있는 복수의 대한항공 승무원은 “지난 5일 뉴욕발 항공기 승무원이 봉지째 너츠를 갖다 보여줬다면 이런 매뉴얼에 어긋나지 않는다. 전부터 그렇게 해왔다”고 말했다.2014년 12월 10일 경향신문은 대한항공 측은 승무원의 ‘잘못’을, 노조 측에서는 조현아 부사장의 ‘착각’을 주장하고 있음을 보도하였다.“여전히 말이 엇갈리고 있지만 승무원이 1등석에 타고 있던 조현아 부사장에게 마카다미아 견과류를 봉지째 건네자 조 부사장이 그릇에 담아오지 않았다고 지적을 했다는 게 대한항공 측의 설명이다. 반면 노조 측은 “드실 것”인지 승객에게 물어보기 위해 규정대로 봉지를 들고 갔는데 조현아 부사장이 화부터 낸 것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그리고 하루 뒤인 2014년 12월 11일 경향신문은 그 매뉴얼의 영어 원문을 보여주면서 아래와 같이 보도하였다.“…당시 문제가 된 것은 마카다미아를 어떻게 서비스하느냐였다. 승무원은 마카다미아를 봉지째 가져갔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이에 대해 왜 봉지를 뜯은 뒤 마카다미아를 버터볼(그릇)에 담아오지 않았느냐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향신문이 지난 10일 입수한 대한항공의 일등석 객실 서비스 매뉴얼을 보면 “웰컴 드링크 서비스 시 음료와 함께 마카다미아넛을 포장 상태로 준비해 보여준다”고 돼 있다. 이어 “승객이 마카다미아넛을 원하면 갤리(음식을 준비하는 곳)에서 버터볼(그릇)에 담아 칵테일 냅킨과 함께 음료 왼쪽에 놓는다”고 돼있다. 2012년부터 이 매뉴얼대로 서비스해오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매뉴얼을 잘못 알았다는 것이다.”2014년 12월 19일 경북매일신문 기사 내용: “조현아는 자신이 탄 비행기에서 땅콩을 봉지째로 줬다는 이유로 사무장을 내리라고 지시해 비행기를 돌려 사무장이 공항에 내린 후 비행기가 출발하게 했다. 비행기 기내 규정은 땅콩을 요청한 승객에게 땅콩을 봉지째 보여주고, 먹겠다고 하면 갤러리에 들어가서 뜯은 후 작은 그릇에 담아주는 방식이다. 따라서 이 사무장이 했던 행동은 규정에 어긋나지 않았다.” 조현아는 땅콩회항 사건으로 결국 구속 기소되었다. 2015년 1월 16일 경향신문이 조현아에 대한 검찰 공소장을 입수하여 분석한 단독 기사에 의하면 12월 5일 현지시간 0시 43분 “승무원 견과류 봉지째 쟁반에 받쳐 제공. 조 전 부사장 승무원에게 ‘매뉴얼 가져오라’ 지시. 박창진 사무장 매뉴얼 담긴 태블릿 PC 가져오자 조 전 부사장 격분”으로 언급된다. 0시 53분에는 “조 전 부사장, 승무원 김 씨의 잘못이 없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박 사무장에게 ‘당신 잘못이야. 네가 내려’ 지시”하였다고 한다.즉 승무원이 봉지째 쟁반에 받쳐 제공했음이 분명하므로 경향신문의 12월 11일자 기사는 틀린 뉴스가 되고 경향신문 12월 10일자 기사에서 나온 노조의 주장 역시 사실과 다른 것이 된다.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공소장은 물론 여러 기사에서 “조 전 부사장, 승무원 김 씨의 잘못 없었다는 것 알면서도”라고 하거나 “뒤늦게 조 전 부사장은 변경된 매뉴얼에 따라 김 씨가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한 것을 알게 됐다. 이번에는 적반하장격으로 박 씨에게 ‘화살’을 돌렸다”는 식으로 나온다. 과연 그럴까?(참고로 “조 전 부사장 격분” 이유는 승무원들이 서비스를 준비하는 공간(갤리)이 바로 앞에 있고 그곳에 종이 매뉴얼이 있는데 사무장이 태블릿PC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비행기 이착륙 시 승무원이 하는 안내방송 역시 제아무리 고참 승무원일지라도 종이 매뉴얼을 보면서 하는 것이고 종이 매뉴얼들은 언제나 그것이 필요한 장소에 놓여 있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격분”할 만한 것이었냐고? 그 판단은 당신이 어떤 조직에서 그 정도 지위에 올라갔을 때까지 유보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격분” 이후의 행동들은 나도 이해하지 못한다.)2015년 2월 2일 2시 30분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무려 11시간이나 계속된 결심공판법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언론보도를 축약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과연 기자들이 11시간 동안 그곳에 계속 있었을까? 검사의 질문들은 동아일보에서 상세히 보도했으므로 궁금하면 찾아봐라.)경인일보(2015년 2월 2일)조현아는 기내에서의 행동이 여승무원 김 모 씨의 서비스 위반으로 인한 것이고, 이 과정에서 박창진 사무장이 매뉴얼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냐는 검사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사건의 원인제공을 승무원과 사무장이 했다는 것이냐’는 검사의 질문에 “승무원의 서비스가 매뉴얼과 다르다고 생각해 이를 확인하기 위해 매뉴얼을 가져오라고 했고, 그 매뉴얼을 찾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고 했다.조현아는 기소된 이후 진행된 두 차례 공판 동안 줄곧 고개를 숙이고 있던 것과 달리 조심스럽긴 하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로 진술했다. 특히 그는 당시 승무원의 견과류 서비스 방식이 ‘명백한 서비스 매뉴얼 위반’이라고 강조했다.조현아 전 부사장은 당시 여승무원이 ‘웰컴 드링크’를 서비스한 것과 관련해 “웰컴 드링크는 매뉴얼에 ‘오더 베이시스’(Order Basis)라고 설명돼 있는데, 이는 승객이 원하는 것을 물어보면 갖다 주는 것”이라며 “하지만 여승무원은 (물어보지 않은 채) 물을 갖다 주면서 콩과 빈 버터 볼을 갖고 왔고, 이는 분명한 매뉴얼 위반”이라고 밝혔다.이는 앞서 박창진 사무장이 증인신문에서 “관련 매뉴얼이 작년 12월 초 ‘봉지째 보여주며 먹을지 묻고, 먹겠다고 하면 작은 그릇에 담아 제공’으로 개정됐고, 이는 조 전 부사장의 결재로 공지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한 것과 정면 배치되는 주장이다.동아일보(2015년 2월 3일)결심공판에서 조 전 부사장은 어떤 부분이 위반이냐는 질문에 “자신은 물을 갖다달라고 했는데 물과 함께 견과류를 가져왔기 때문에 매뉴얼 위반”이라고 답했다. 이는 사건 초기 조 전 부사장이 “견과류를 봉지째 보여주면서 의향을 물은 부분”을 문제 삼으며 “승객 의향을 먼저 물어본 뒤 종지에 담아 서비스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달라진 대목이다.본보 보도(지난해 12월 15일자 A14면)와 재판 시 공개된 매뉴얼에 따르면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 출발편에는 견과류 서비스 관련 내용이 없다. 세계 공항은 보안 규정에 따라 항공기 문이 닫히기 전까지 주류와 음식을 담아놓는 실(seal·카트의 봉인)을 열 수 있는 곳(실 오픈 가능)과 열지 못하는 곳(실 오픈 불가)으로 나뉜다. 케네디 국제공항은 ‘실 오픈 불가’ 공항인데 조 전 부사장은 사건 초기 ‘실 오픈 가능’ 공항에서 사용하는 매뉴얼에 근거해 사무장과 승무원의 서비스가 틀렸다고 한 것이다. 조 전 부사장이 착각한 부분이다. 주간동아(2015년 2월 29일) “당시 물을 갖다 달라는 저의 말에 승무원은 콩과 빈 버터볼 종지를 가져왔습니다. 명백한 매뉴얼 위반입니다. 서비스가 매뉴얼과 틀리다고 생각해 확인하기 위해 매뉴얼을 가져오라고 했고 그 매뉴얼을 찾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뒤에 있었던 저의 행동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조선비즈(2015년 2월 6일) 검찰이 피고인 심문에서 “사건의 발단이 승무원이 매뉴얼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조 전 부사장은 “분명히 매뉴얼에 따라 (마카다미아를) 가져 오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고 답했다. 나무위키에서는 “2007년 이후에는 봉지를 들고 가서 보여주고 취식 여부를 물어본 뒤 먹겠다고 하면 까서 접시에 담아주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승무원은 이 지침을 완벽하게 준수했다”고 나온다.위키백과에서는 “이륙하기 전에 대한항공 객실본부장이었던 조현아 부사장이 접시 위가 아닌 뜯어지지 않은 봉지 속에 있는 마카다미아를 객실 승무원으로부터 받았다…마카다미아 서비스 규정을 잘 알지 못했던 조현아는 마카다미아 서비스를 빌미로 객실 승무원을 심하게 질책하였고”라고 나온다.결국 진실은 ①먼저 손님에게 봉투째 보여준 뒤 ②원하는 승객에게는 봉투를 까서 그릇에 담아 제공하는 게 매뉴얼이었던 것으로 판단되고 그 당시 객실 승무원은 ①에서의 보여주는 행위를 하지 않은 채 접시에 봉투째 담아 전달한 것으로 판단되지 않는가?땅콩회항의 발단이 된 서비스 문제를 내가 이렇게 길게 늘어놓은 것은 조현아를 두둔하려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이 갖가지 소문 속에서 팩트를 판별하는 능력 훈련을 스스로 하라는 뜻이다. 그래야 자기만의 게임을 하게 된다. 물론 당시 조현아가 남편과 아들에게 욕하고 소리 지르는 동영상이 공개되어 ‘저 사람은 평소에도 저렇게 행동하는 여자’라는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에 조현아가 “격분”한 동기가 어디에 있든 간에, 사람들은 어차피 조현아를 이상한 인간으로 낙인찍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은 나도 안다. 그러나 적어도 기자들만큼은 상황을 추종하려고 하지 말고, 설령 독자들의 미움을 받는다 할지라도 팩트를 써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팩트를 비틀어 보도하긴 했지만, 어쨌든 이 사건을 보도한 언론들 덕분에 안하무인의 재벌 가족들에게 경종이 울리게 된 것은 다행한 일이었다. 그 동영상에서나 땅콩회항에서나 왜 조현아가 그렇게 행동하였는지를 나는 안다. 조직 내에서 지위가 높아지면 언행이 변하게 됨을 나 역시 경험하였기 때문이다. 나는 현대의 창업자 고 정주영 회장이 공사 현장에 나타나 자주 따귀를 때리거나 정강이를 걷어찼다는 뉴스 말미에 갑질 논란 따위는 전혀 없이 일을 철저히 하려는 그의 의지를 칭송하는 내용이 나오던 시절에 청춘을 보낸 사람이다. 그런 내가 다국적 기업에서 승승장구할 때 당시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어린 딸들과 무슨 얘기를 하던 중이었는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딸들이 이렇게 말했다. “아빠는 전화로 누구에게나 야야 하며 소리 지르고 화를 내잖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에 번개를 맞는 느낌을 받았다. 내게 듣기 싫은 소리를 할 사람들은 가족뿐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나에게 내가 잘못하고 있음을 말하는 직원을 보배로 생각하기 시작한 것도 그 시기였다. 어떤 조직에서든 고위직에 있는 사람에게 주는 경험적 조언: ①가족에게 뭔가를 지시하려고 하지 말아라. 가족은 당신의 하급 직원이 아니며 가족에게 당신은 직장 상사가 아니다. 청소가 이게 뭐냐, 냉장고 정리가 왜 이 모양이냐 같은 말은 회사에서나 통하는 말이므로. 먼저 가족이 하는 말에 귀부터 기울여라. ②당신을 분노하게 만든 직원이 있으면 즉시 “10분 후에 다시 얘기하자”고 해라. 그 10분간 분노를 가라앉힌 후 사근사근 대화하거나 이메일로 감정 표현 없이 팩트만 전달하여라. 개인적으로 나는 이 방법이 내 정신건강에도 좋다는 것을 체험하여 왔다. 곽상도 아들 50억원 퇴직금 수수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났을 때 나는 “아니 도대체 팩트가 뭔데 무죄야?”라는 생각에 판결문 속 사실관계를 며칠 동안 분석하였고 뇌물이라고 판단하였다. 때마침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와 이 사건을 주로 이야기하는 조건으로 지난 4월 출연하여 뇌물이라고 판단한 근거들을 팩트를 통해 설명하였다. 우리 사회가 뇌물을 주고받는 부패한 사회가 되어선 안 된다는 점 외에도 개개인이 정치적 성향을 떠나 팩트가 무엇인가 알아내려는 노력 역시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을 꼭 전하고 싶어서였다. 12월 19일 ‘곽상도 50억원 뇌물수수’ 건에 대한 2심 재판이 시작될 예정이다. 독자들과 함께 그 추이를 지켜보고자 한다.*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3.12.11 07:00

36분 소요
뛰는 홈쇼핑 위에 나는 IPTV…송출수수료, 오르고 또 오르고

유통

TV홈쇼핑 업계의 내부 살림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수익성은 떨어지는데 나가는 돈만 많아지고 있어서다. 특히 실적과 상관 없이 매년 늘기만 하는 송출수수료(TV홈쇼핑사들이 IPTV 등 유료방송사업자들에게 지불하는 돈)가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홈쇼핑 업체들은 수수료 인하를 호소하고, 이들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SO와 위성, IPTV 등 유료방송 사업자는 시장 경쟁원리에 따른 수수료 체계의 적정성을 주장하고 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정부가 지난 3월 가이드라인을 내놨지만 업계에선 단기간에 송출수수료 문제가 해결되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르면 8월에 시작될 올해 송출수수료 협상에서도 인상이 불가피 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TV홈쇼핑 7개사(GS·CJ·현대·롯데·NS·홈앤·공영)와 T커머스 5개사가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수수료로 지급한 돈은 2조를 훌쩍 넘어선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21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에 따르면 2017년 홈쇼핑사업자(TV홈쇼핑·T커머스업체)가 유료방송사업자에 낸 송출수수료는 1조3874억원이다. 이후 2018년엔 1조6337억원, 2019년엔 1조8394억원, 2020년엔 2조234억원, 2021년엔 2조2508억원으로 증가추세를 보였다.홈쇼핑 실적 주는데...IPTV는 매출·가입자수 '승승장구'세부적으로 보면 IPTV 수수료가 1조3243억원을 기록해 케이블TV(SO)(7470억원), 위성(1777억원)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사실상 홈쇼핑 매출액 절반 이상이 송출수수료로 지급된 셈이다. 막대한 수수료로 TV홈쇼핑 7개 사업자 영업이익은 지난 2020년 7443억원에서 지난해 5026억원으로 32% 급감한데 이어 방송 매출액은 10년 만에 3조원 밑인 2조8999억원으로 떨어졌다. 송출수수료는 홈쇼핑이 유료방송사업자, 즉 방송채널 주인에게 지불하는 ‘채널사용료’다. ‘임대료’와 같은 개념으로 방송 채널을 활용하는 홈쇼핑산업 특성상 송출수수료가 발생한다. IPTV, 위성,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사업자의 방송사업매출은 수신료, 광고, 단말기 대여, 홈쇼핑 송출수수료 매출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홈쇼핑 송출수수료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32.1%에 이른다. 문제는 수신료와 홈쇼핑 송출수수료 등을 증심으로 하는 IPTV 업체는 오히려 성장을 거듭했다는 점이다. 최근 10년간 전체 방송매출이 연평균 6.5%의 성장률을 보인 가운데 이 중 IPTV의 성장세는 21%에 달했다. 반면 지상파는 10년간 -0.4% 역성장했다.전체 방송사업자의 영업이익(방송사업 이외의 사업 포함)으로 보면 2021년 기준 IPTV 2조2527억원으로 전년보다 3603억원 늘어난 반면 홈쇼핑TV 8703억원으로 전년보다 236억원 줄었다. 수수료 인하 목소리...“정부 가이드라인에도 전망은 회의적” 상황이 이렇자 업계에서는 매년 인상하던 송출수수료를 이제는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홈쇼핑 사업자 측은 수수료 과잉 부담으로 업계가 최대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고금리, 고물가 영향으로 주요 소비자 층이 지갑을 닫으면서 업계 불황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이 와중에 IPTV에 지불하는 송출수수료가 급격히 증가해 실적을 뛰어넘고 있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정부도 해묵은 송출수수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 부쳤다.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것인데 핵심은 송출수수료 산정 기준에서 정성적 요소를 줄이고 정량적 요소로 단순화 한 것이다. 홈쇼핑사가 가장 정성적 지표는 조정계수다. 그동안 유료방송사업자는 송출수수료를 산정할 때 임의로 조정계수를 설정해 계산했는데 홈쇼핑사 입장에선 이를 알 수 없었다. 개정안에는 물가 상승률과 조정 계수가 삭제됐고 사업자 간 자율협상 원칙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뒀다. 다만 이 같은 가이드라인이 시장에 어떻게 작용할 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바뀐 개정안으로 합리적 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법적 강제성 또한 없기 때문에 시장에 안착되기 위해선 철저한 관리 감독이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IPTV와 홈쇼핑사업자는 정부의 허가와 승인이 필요한 사업자로서 양자 모두 공공성이 적용되는 영역”이라며 “IPTV 사업자군은 실질적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 현 거래시장에서 합리적 가격 산정 등 시장 기능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수수료 산정 마련 등에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우려했다.일각에선 올해도 송출 수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IPTV 가입자 수가 송출 수수료 인상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 최근 증가세가 둔화되긴 했지만 꾸준히 가입자 수가 늘고 있어서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평균 유료 방송 가입자 수는 3600만5812명으로 전기 대비 37만명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오는 8월 올해 송출 수수료에 대한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IPTV업체 한 관계자는 “홈쇼핑 사업자 측은 방송사업 매출만을 근거로 과다한 송출수수료를 주장하지만 홈쇼핑 매출에서 TV시청 외에 모바일, 인터넷 판매 등 기타판매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는 유료방송 가입자를 기반으로 발생한 것으로 수수료가 과하다 보기 어렵고,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나왔지만 실제 수수료 인하로 이어지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2023.05.13 09:00

4분 소요
구글 횡포 상쇄할 ‘음악 사용료 징수 규정’ 개정 시행…기업들 “환영”

정책이슈

음악 플랫폼 기업들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의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 규정 개정안’ 승인을 환영했다.문체부는 구글의 인앱결제 수수료 강제 부과에 대응하는 해당 개정안을 9일 승인했다. 적용 기간은 2022년 6월부터 2024년 5월까지다. 지난해 6월부터 이날까지 이미 분배된 저작권료에 대해서는 추후 창작자에게 지급할 몫에서 재정산하기로 했다. 이 기간 모바일 앱 음원 플랫폼의 음원 저작권료가 PC 버전의 정산 방식에 따라 정해진다. 이번 규정 개정의 시행은 ‘온라인 음악 서비스 저작권료 상생 합의안’에 따라 이뤄졌다.구글은 2022년 6월 인앱결제 수수료를 강제했다. 음악 플랫폼 사업자는 이에 따라 이용료를 약 10% 인상했다. 수익성 악화에 대응한 이용료 상승이다. 현재 음원 이용료의 65%는 저작권자의 수익으로 배정된다. 이를 작사·작곡가와 실연자 등이 나눠 갖는 구조다.음악 플랫폼 사업자들은 이용료 10% 상승으론 구글의 인앱결제 수수료 강제에 대응이 부족하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문체부는 음악산업 내 이해관계자가 약 1년간 논의를 진행해 합의안을 도출했고, 이를 징수 규정 개정에 반영했다.이번 개정안은 국내 음악 플랫폼 사업자의 수익성 악화를 보완하기 위해 시행됐다. 개정된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 규정은 음원 사용료를 정산할 때 기준이 되는 ‘매출액’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인앱결제 의무화에 따른 ‘인앱결제 수수료’를 제외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구글 인앱결제 수수료 증가분을 적용받지 않는 ‘PC 버전 이용료’만 저작권료 산정 대상으로 삼게 된다.멜론(카카오엔터테인먼트)·바이브(네이버)·드림어스컴퍼니(플로)·NHN벅스(벅스)·YG PLUS·지니뮤직 등 국내 주요 온라인 음악 서비스 사업자들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개정을 환영하며 이를 계기로 국내 음악산업이 한층 안정화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이들은 “인앱결제가 의무화됨에 따라 국내 사업자들은 서비스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왔으며, 이는 창작자·음반 제작자 등 권리자를 비롯해 소비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었다”며 “이번 징수 규정 개정은 국내외 온라인 음악 서비스 사업자 간 존재했던 정산 방식의 차이 등 혼선을 제거하고,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국내 온라인 음악 서비스 기업들은 징수 규정이 개정되지 않았다면, 추가 수수료(IAP) 부담으로 인해 큰 폭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으리라고 봤다. 이에 따른 소비자 피해와 가격 부담이 높아짐에 따라 소비자 이탈이 이어지는 등 국내 음악산업 전반의 침체가 야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음악 플랫폼 기업들은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이 같은 우려가 일부 해소됐다고 평했다. 이들은 “음악산업 내 이해관계자가 치열하고 건전한 토론을 통해 주요 현안을 해결한 긍정적인 사례를 만들어 낸 것에 큰 의미가 있다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징수 규정 개정을 통해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고, 권리자 수익을 보장하는 동시에 해외 사업자와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함께 해주신 문체부와 음악권리자(신탁 4단체 및 한국음악콘텐츠협회)께 다시금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이어 “국내 사업자는 향후 국내 음악산업의 안정과 성장을 위해 본 개정안의 적용이 지속되길 희망하며 앞으로도 합리적인 가격에 만족도 높은 음악감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창작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2023.05.09 17:22

3분 소요
심화되는 ‘음악저작물 사용료’ 공방전…OTT3사, KT·LG유플과 연합?

IT 일반

티빙·웨이브·왓챠 등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3사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음악저작권물 사용료 요율 산정을 두고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OTT 3사는 저작권자와 이용자 간 협의를 통해 합리적인 음악저작권 사용료를 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일각에선 문체부를 대상으로 음악 저작권료 징수 규정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한 KT와 LG유플러스도 OTT 3사와 공동으로 법적대응을 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OTT음악저작권대책협의체(OTT음대협)는 16일 행정소송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문체부 장관을 상대로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의 승인을 취소하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 판결을 받았고, 이날 항소했다. 문체부는 KT와 LG유플러스가 제기한 음악 저작권료 징수 규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하기도 했다. OTT음대협이 법적대응에 나서자, 패소한 기업들의 연합 전선이 구축될 가능성이 제기돼고 있다.쟁점의 핵심은 ‘OTT의 음악사용료율’이다. 문체부는 2020년 12월 OTT 기업들이 부담하는 음악 저작권료를 인상하는 내용이 있는 징수 규정 개정안을 승인했다. 해당 안에 따르면 2021년부터 OTT에 적용되는 조항을 신설해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음악사용료율은 1.5%에서 시작해 2026년까지 1.9995%로 인상한다는 게 골자다.기존 음악저작물 징수 규정은 방송과 케이블TV과 인터넷(IP)TV에만 해당됐다. 그러나 OTT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급부상하자 적용대상에 2020년부터 포함됐다. 각각의 요율은 ▶케이블TV 0.5% ▶방송사 0.625% ▶IPTV 1.2%이다. 이에 따라 OTT 기업들은 케이블TV보다 3배 높은 1.5%라는 요율이 적용된 데에 따른 불합리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OTT음악저작권대책협의체는 공식 입장문을 발표하고 “징수규정 수정승인 과정의 절차적 문제점과 내용 상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즉각적 재개정을 진행하라”고 요구했다. OTT음대협이 항소를 제기한 16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국내 OTT 글로벌 경쟁력 확보 방안 포럼’에서도 음악저작권 요율 산정에 대한 요구가 이어졌다. 이날 포럼은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 미디어미래연구소가 공동 주최했다.이찬구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위원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국내 OTT 보호 및 육성방안’을 주제로 발제하며 OTT 투자 기반 중 하나로 ‘정당한 음악 저작권 요율 산정’을 꼽았다. 국내 OTT들의 발전을 지원하려면 합리적 음악저작권 사용료 산정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문체부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해외의 경우 음악저작권 사용료율은 ▶독일은 3.125% ▶프랑스 3.75% ▶일본 2% ▶캐나다 1.9%다. 현재 한국은 대부분의 국내·외 음악저작물이 사단법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에 신탁돼 있다. 음저협이 징수규정을 정하면 문체부가 이를 승인하는 방식이다. 음저협은 약 10% 가량의 수수료를 공제하고 저작권자에게 나머지를 지급한다.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OTT 3사와 KT·LG유플러스 간 법적 병합 심사에 대해서 아직 논의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2023.01.17 15:11

2분 소요
‘이커머스 공세’에 밀리고 ‘송출 수수료’에 치이고 [위기의 홈쇼핑①]

유통

홈쇼핑 업체들의 하반기 실적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이커머스업체들의 공세에 더해 송출수수료 인상 등 판매비용 증가로 매출원가, 판매비 등의 부담까지 이어지고 있어서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전환 이후 사람들이 야외 활동을 늘어나면서 TV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진 점 역시 홈쇼핑 업체들의 실적엔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 하반기 실적 먹구름…송출 수수료 부담에 수익성 ‘뚝’ 업계에 따르면 홈쇼핑 업체들이 올해 2분기에 이어 3분기 실적 급감이 예고된다. 앞서 주요 홈쇼핑 4개 사(롯데·CJ온스타일·GS·현대 등)들은 올 2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롯데홈쇼핑의 2분기 영업이익은 9.6% 줄어든 278억원, 현대홈쇼핑도 영업이익 296억원으로 11.9% 감소했다. 같은 기간 CJ온스타일의 영업이익은 195억원으로 전년보다 34.7% 감소했다. GS샵만 역성장을 면했지만, 전년보다 전년동기 대비 0.4% 늘어난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반짝 호실적을 낸 기저효과를 제외하더라도 매출이 증가했음에도 송출 수수료 부담에 오히려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이다. TV홈쇼핑사들의 전체 매출액 역시 줄어들고 있다. 실제 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TV홈쇼핑사 전체 매출액은 5조8551억원으로 전년보다 –0.7% 감소했다. TV홈쇼핑사들의 매출액은 2017년 5조1567억원에서 2018년 5조1289억원으로 감소했지만 2019년 5조5673억원, 2020년 5조8948억원까지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지난해에는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 “TV밖으로”…이커머스 공세까지 위기에 내몰린 '홈쇼핑' 올해 역시 홈쇼핑 업체들을 둘러싼 비용 부담과 엔데믹 전환의 영향으로 매출 급감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이처럼 홈쇼핑업계 전반적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한 가장 큰 원인은 송출 수수료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TV홈쇼핑협회가 공개한 국내 TV홈쇼핑 7개사의 송출수수료는 2014년 1조원을 넘겼다. 2019년 1조5497억원, 2020년 1조6750억원, 지난해 1조8074억원으로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홈쇼핑업계 매출의 절반 수준으로, 송출수수료는 지난 10년간 4배 증가한 수치다. 송출수수료(채널사용료)는 홈쇼핑이 유료방송사업자, 즉 방송채널 주인에게 지불하는 ‘채널사용료’를 말한다. ‘임대료’와 같은 개념으로 방송채널을 활용하는 홈쇼핑산업 특성상 송출수수료가 발생한다. IPTV, 위성,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사업자의 방송사업매출은 수신료, 광고, 단말기 대여, 홈쇼핑 송출수수료 매출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홈쇼핑 송출수수료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32%에 달한다. 이는 시청자가 저렴한 비용으로 수백개의 방송 채널과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기여한다. 송출수수료의 급격한 인상 등으로 판매에 관한 제반 비용은 매년 급등하고 있지만, TV홈쇼핑 판매 매출이 감소하면서 홈쇼핑업체들이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커진 온라인 시장에 이커머스업체들의 공세 역시 홈쇼핑 고객을 빼앗길 가능성도 존재한다. 홈쇼핑사들도 모바일 강화 및 온라인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커머스 업계의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멤버십, 라이브 방송 등으로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 TV 부문의 구조적인 성장 한계를 타개할 채널(모바일과 데이터방송 등) 전개와 상품력 강화를 통한 차별화 전략이 시급한 상황이다. 업계는 모바일과 데이터방송을 비롯한 MZ세대와의 접점을 찾을 수 있는 매체를 중심으로 성장 전략을 모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홈쇼핑업체 관계자는 “적극적인 MD 개발을 통한 상품력을 위주로 타 매체와의 차별화 전략도 필수적인 요소다”라며 “TV의 매출 비중 축소를 감안한 현실적인 송출수수료 체계를 위한 업계 간의 원활한 소통도 강구해야 할 요소로 꼽힌다”라고 말했다. 이어 “2030 젊은 층의 TV시청률 감소로 주력 사업인 TV부문의 성장에는 적지 않은 한계점 역시 존재한다”며 “성장한계에 내몰린 홈쇼핑사들이 새로운 먹거리와 각종 비용 절감에 나서지 못한다면 하반기 실적 부진은 예상된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송현주 기자 shj1004@edaily.co.kr

2022.10.08 09:00

3분 소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몰고온 콘텐트株 투자 열풍 이어지나

테크

에이스토리(71.11%), 래몽래인(42.28%), 쇼박스(29.26%), 덱스터(33.73%), 스튜디오산타클로스(19.82%), 위지윅스튜디오(18.43%), NEW(26.14%), 초록뱀미디어(10.38%)…. 콘텐트 제작 관련 종목의 7월(7월 1일~22일) 주가 수익률이다. 모두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같은 기간 코스닥 상승률(5.94%)도 크게 웃돌았다. 국내 증시가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경기 위축 우려로 약세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에서도 급등한 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입소문을 타고 흥행한 덕이다. 이 드라마를 제작한 에이스토리의 주가 상승률이 특히 돋보였다. 7월 들어 에이스토리의 시가총액은 1239억원가량 증가했다. 드라마 흥행으로 실적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투자 열기는 산업 전반으로 옮겨 붙었다. K콘텐트의 경쟁력을 다시 입증했다는 이유로 개인투자자가 증시에 상장한 콘텐트 제작사에 베팅하기 시작했다. 드라마의 흥행이 다른 제작사에도 반사이익을 안겨준 셈이다. 호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연내 ‘콘텐트 대가 산정 기준 마련 협의회’를 열어 합리적인 콘텐트 거래 구조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제작사가 제값을 받고 콘텐트를 팔 수 있게 가치 산정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업계 목소리를 반영했다. 그간 콘텐트업계는 IPTV 등 방송사업자로부터 받는 콘텐트 사용료 수준이 지나치게 낮다며 반발해왔다. 정부가 새 콘텐트 대가 산정 기준을 마련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콘텐트의 가치가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시장을 두고 경쟁 중인 여러 OTT 업체 생기면서 지적재산권(IP) 판매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실적에 플러스 요인이다. 다만 상승폭이 컸던 콘텐트 종목 대부분이 거래량이 적은 코스닥 종목이란 점은 눈여겨봐야 한다. 유통주식 수가 적다 보니 거래량이 조금만 늘어나면 주가가 크게 출렁이기 쉬워서다. 최근 급등한 콘텐트 종목도 올해 초와 비교하면 주가 수익률이 신통치 않다. 에이스토리(2.50%), 쇼박스(-0.50%) 정도만 연초 수준으로 회복했고, 래몽래인(-11.67%)은 아직도 두 자릿수가 넘는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덱스터(-43.75%), 스튜디오산타클로스(-43.92%), 위지윅스튜디오(-41.08%), NEW(-44.18%), 초록뱀미디어(-48.55%) 등은 올해 들어 주가가 반 토막 수준이다. 지난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가 흥행하면서 국내 콘텐트 제작사의 가치가 재평가를 받았고 주가가 수직 상승했지만, 올해 들어 증시가 약세를 거듭하면서 함께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오징어게임의 주요 테마주로 등극했던 버킷스튜디오만 해도 지난해 11월 장중 8420원을 기록했지만 지금은 20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콘텐트 종목이 급등한 주가를 장기간 유지하는 게 그만큼 쉽지 않다는 얘기다. 하나의 콘텐트가 흥행했다고 해서 영업이익 급증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막상 2분기 악화한 실적을 발표할 경우, 주가 낙폭이 다시 뚜렷해질 가능성이 크다. 콘텐트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K콘텐트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보여 왔지만, 국내 제작 산업의 열악한 체질을 완전히 바꿀 정도의 파급력은 없었다”면서 “여전히 중소 제작사는 콘텐트 비용 협상에서 힘을 갖기 어려운 데다 제작비가 인플레이션 영향을 크게 받으면서 실적이 기지개를 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다린 기자 quill@edaily.co.kr

2022.07.25 14:08

2분 소요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MAGAZINE

MAGAZINE

1781호 (2025.4.7~13)

이코노북 커버 이미지

1781호

Klout

Kl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