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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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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로스쿨도 서울 쏠림…지역인재는 어디에 [임성호의 입시지계]

전문가 칼럼

2025학년도 전국 22개 로스쿨 합격자 중 서울권 대학 출신 비율이 83.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지방 소재 로스쿨의 합격자들조차 77.7%가 서울권 대학 출신으로 확인되면서, 로스쿨 입시에서 출신 대학 브랜드의 영향력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이른바 ‘SKY’ 출신은 전국 로스쿨 합격자 중 무려 55.4%를 차지했다. 대학별로 보면 서울대가 22.3%, 고려대 17.2%, 연세대 15.8% 순이다. 여기에 성균관대(6.9%), 경찰대(4.4%), 이화여대(4.3%), 한양대(3.6%), 중앙대(2.8%), 서강대(2.5%), 경희대(2.2%)를 더한 상위 10개 대학의 비중은 전체 합격자의 82.0%에 달한다.지방 로스쿨 합격자조차 서울권 대학 중심지방권에 위치한 로스쿨 8개 대학의 합격자 출신 대학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서울권 대학 강세는 두드러졌다. 고려대 출신이 15.2%로 가장 많았고, 연세대(14.1%), 성균관대(8.8%), 서울대(7.2%), 한양대(7.2%), 이화여대(6.7%) 등이 뒤를 이었다. 경찰대(5.4%), 서강대(4.0%)를 포함해 상위 10개 대학 출신이 지방 로스쿨 합격자의 74.9%를 차지했으며, 이 중 7곳은 모두 서울권 주요 대학이었다.전국 22개 로스쿨 합격자 중 지방 소재 대학 출신은 전북대(20명), 부산대(18명), 전남대(17명), 충남대(6명), 제주대(4명), 경북대(3명), 조선대(3명), 강원대(2명), 고려대 세종캠퍼스(2명), 국립경상대(2명) 등으로 매우 제한적인 수에 불과했다.서울대 로스쿨의 경우 합격자 156명 중 서울대 출신이 104명(66.7%)으로 압도적이었고, 연세대(12.2%), 고려대(9.6%)까지 포함하면 SKY 출신이 88.5%에 이른다. 연세대 로스쿨 역시 합격자 126명 중 연세대 출신이 56명(44.4%), 서울대가 49명(38.9%)으로, SKY 출신이 90.5%를 기록했다. 고려대 로스쿨도 합격자 121명 중 서울대가 49명(40.5%), 고려대 36명(29.8%), 연세대 11명(9.1%)로 SKY 출신이 79.3%에 달했다.이처럼 자교 중심의 로스쿨 합격 구조는 매년 반복되는 현상으로, 서울 주요 대학 중심의 로스쿨 선발 기조가 굳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인문계 우세 속 일부 자연계 전공자도 진출계열별 출신 현황을 보면, 연세대 합격자의 87.3%가 인문계, 고려대는 61.2%, 서울대는 76.9%로 인문계 출신이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서울대의 경우 인문계 합격자 중 경제학과(17.9%), 정치외교학과(14.7%), 경영학과(14.1%) 순으로 비중이 높았으며, 자연계에서는 전기정보공학부, 수학과 등 소수의 학과에서 합격자를 배출했다.연세대도 경제학과(19.0%), 경영학과(18.3%)의 비중이 컸으며, 고려대는 경제학과와 사회학과가 각각 18.2%를 차지했다. 공학계열과 약학과 등 자연계 출신도 소수 존재하지만, 여전히 로스쿨 진학은 인문사회계 전공자 중심임이 확인된다.로스쿨은 법학적성시험(LEET)과 학부 성적 외에도 서류 평가, 면접 및 구술고사의 비중이 크다. 이 때문에 객관적인 시험 성적이 뛰어나더라도, 출신 대학의 ‘간판’이 합격 여부에 실질적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로스쿨 입시에서 서류와 면접의 비중이 큰 만큼, 수험생들이 실질적인 역량 외에 대학 브랜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인문계 상위권 학생들이 학과보다는 대학 선택을 우선시하는 지원 패턴이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25.04.13 09:00

3분 소요
우리의 미래를 미워하지 않으려면 [새로 나온 책]

△노시니어존(老 see:near zone): 우리의 미래를 미워하게 된 우리‘노시니어존’(No Senior Zone)이라는 신조어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세대 갈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젊은 층의 인구 감소와 노년층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노인 혐오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저자는 이 문제를 단순한 대립이 아닌, 함께 풀어야 할 공통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현재의 노인이 과거의 청년이었듯, 지금의 청년 또한 언젠가 노년을 맞이하게 된다. 따라서 세대 갈등과 노인 혐오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저자는 나이 듦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책은 이를 위해 서로 다른 세대가 ‘공감’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나이 듦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고, 미래의 나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초고령화 사회가 불러올 변화는 단순히 인구 문제를 넘어 경제·복지·문화 전반에 걸쳐 있다. 이 책은 노인 부양 부담과 청년층의 불안정한 경제 상황, 세대 간 소통 단절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짚으며, 세대 간 이해와 협력을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또한 해외 사례를 분석해 한국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이 책은 초고령화와 세대 갈등을 주제로 열린 콘퍼런스를 바탕으로 구성됐다. 사회학·영화학·사회복지학·정신건강학·산업공학·인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7인이 모여 ▲노년층의 고독과 상실감 ▲세대 갈등의 구조적 원인 ▲복지와 경제적 협력의 가능성을 분석하며 해결책을 모색했다.저자는 이를 통해 초고령화 사회에서 세대 간 공존과 화합을 위한 실질적 대안을 제시한다. 책은 영화와 예술을 활용한 감성적 접근뿐만 아니라, 사회 구조적 분석과 정책적 해결 방안까지 아우르며 초고령화 문제를 다각도로 풀어간다.대표 저자인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주요 연구 분야는 인권과 세대 문제다. ‘인권으로 읽는 동아시아’(2010), ‘인권도 차별이 되나요’(2019) 등의 저서를 집필했다구정우 외 / 2만원 / 276쪽◆이주의 신간 △왜 강대국은 책임지지 않는가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역사는 단순한 민족 갈등이 아니다.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 비비안 포레스터는 이 책에서 서구 강대국들이 책임을 회피하며 이 문제를 방치해 온 과정을 분석한다. 저자는 1917년 밸푸어 선언부터 시작된 서구 열강의 모순된 개입이 오늘날의 중동 갈등을 초래했다고 주장하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강대국의 희생양이 됐음을 강조한다. 역사적 자료와 냉철한 분석을 통해 저자는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고, 평화의 실마리를 찾을 것을 촉구한다.비비안 포레스터 / 1만9500원 / 310쪽 △스테로이드 인류운동선수와 보디빌더들의 도핑 논란에서부터 피임약과 암 치료제까지, 스테로이드는 현대 의학에서 가장 논쟁적인 물질 중 하나다. 스테로이드는 강력한 항염 효과로 인해 ‘기적의 치료제’로 불리기도 했지만, 동시에 오남용으로 인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며 ‘양날의 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약학자 백승만 교수는 이 책에서 스테로이드의 발견과 발전 과정을 추적하며, 인류가 이 물질을 어떻게 활용하고 통제해 왔는지 조명한다. 과학자들이 어떻게 스테로이드의 효과를 밝혀냈는지, 의학계가 이를 치료제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어떤 문제에 직면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벌어진 윤리적 논란까지 폭넓게 다룬다. 책은 또한 도핑 문제로 얼룩진 스포츠계의 현실을 비롯해, 스테로이드가 개인의 신체와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이 강력한 약물의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백승만 / 1만8000원 / 316쪽 △엔비디아 레볼루션1993년 창립된 엔비디아는 30년 만에 반도체 시장을 지배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책은 젠슨 황과 공동창업자, 초기 투자자, 전·현직 임원 등 100여명의 관계자를 심층 인터뷰해 엔비디아의 경영 전략과 성장 과정을 기록했다. ▲창립 초기에 겪은 위기 ▲인텔과의 경쟁 ▲CUDA 개발을 둘러싼 내부 갈등 ▲AI 시대를 맞아 시장을 선도하기까지의 과정이 생생한 일화와 함께 펼쳐진다. 특히 젠슨 황의 독특한 조직 운영 방식과 ‘2등은 첫 번째 패배자’라는 강렬한 승부 철학이 엔비디아를 어떻게 이끌어왔는지 집중 조명한다.태 킴 / 2만5000원 / 448쪽

2025.03.16 08:00

3분 소요
삶의 숨은 기회를 발견하는 통찰, 스위트 스팟 [새로 나온 책]

△스위트 스팟‘스위트 스팟’은 야구나 테니스와 같은 스포츠에서 공을 가장 멀리 보낼 수 있는 방망이나 라켓의 최적 지점을 뜻한다. 이 책에서 샘 리처드 교수는 인생에도 그런 지점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선택의 순간에 한 가지 면만 바라보다 종종 그릇된 판단을 내린다. 선택의 또 다른 측면을 고민하고 결과를 받아들인다면, 자신만의 스위트 스팟에 다가갈 수 있다.“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점을 생각하게 만든다”라는 평가받는 샘 리처드 교수의 강의처럼, 이 책은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독자가 스스로 답을 찾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춘다. 특히, 어떤 선택을 하든 결과의 양면성을 고민하게 만드는 샘 리처드 교수의 통찰은 독자가 삶을 개척해 나가는 데 필요한 ‘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데 씨앗이 될 것이다.삶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나아갈 것인가, 멈출 것인가. 버틸 것인가, 놓을 것인가. 때로는 무엇이 옳은 길인지조차 알기 어려운 순간이 찾아온다. 더 나은 선택을 위한 기준이 있다면, 삶의 거센 파도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이 책은 강의 형식으로 구성됐다. 한 학기 동안 진행되는 수업처럼 독자가 책의 내용을 따라갈 수 있도록 짜여 있다. 호기심, 편견, 자기 이해, 진로, 관계, 인내, 자산 관리, 자신감 등이 주제다.저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사회학과 교수이자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석좌교수다. 40년 이상 강단에서 5만명 이상의 학생들과 만났다. 샘 리처드 교수는 자신을 ‘배우는 사람’으로 여긴다. 강의 중 틈틈이 전 세계 50개국 이상을 여행했고, 그중 4년은 미국 밖에서 생활했다. 전 세계에서 온 학생들과의 교류를 통해 얻은 값진 통찰은 저자의 학문적 여정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그 과정에서 샘 리처드 교수는 누구나 각자의 삶 속에 ‘스위트 스팟’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이주의 신간 △생각의 도약끊임없이 새로운 정보가 쏟아지는 현대 사회에서는 불필요한 지식을 걸러내고, 생각을 체계화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교육기관을 통해 방대한 지식을 습득하면서도, 정작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교육받지 않는다. 도야마 시게히코 교수는 선별된 정보를 숙성시하는 데 창의력의 비밀이 숨어 있다고 설명한다. 진정한 지적 성장의 핵심은 ‘생각’을 고차원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을 고차원으로 끌어올리는 방법으로는 ‘메타 노트’ 작성법이 있다. 3권의 노트를 준비해, 일상에서 습득한 정보를 1번→2번→3번 노트로 3번 옮기는 방법이다. △24분국제연합((United Nations·UN)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는 “인류는 단 한 번의 오해, 단 한 번의 오산으로 ‘핵 멸종’을 마주할 수 있다”라고 세계에 경고했다. 경고가 무색하게도 21세기에 들어서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시작으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최근 휴전 협정을 맺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이어지고 있으며, 핵 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자신이 대량 살상 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두고 “허풍을 떠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북한은 최근 미국이 “핵전쟁을 일으킬 불길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우리가 모두 면도날 위에 앉아 있는 셈이다. △인정받는 노력학교에서는 열심히 했다는 말이 통할 수 있어도 직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정해진 기간 안에 정확하게 성과를 창출하지 못하면 소위 ‘밥값 못하는 사람’이 된다. 내가 한 일에 대해 제대로 인정받고 정당한 보상을 받으려면 ‘나름으로 열심히 했다’라는 주관적 평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객관적으로 내 일의 수요자인 리더와 고객이 기대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때, 우리는 비로소 스스로를 인정하고 다른 구성원들에게도 더 큰 인정을 받을 수 있다. 30여 년 동안 경영 현장을 누비며 30만 직장인을 변화시킨 류랑도 박사는 이 책을 통해 시간과 노력을 어떻게 써야 제대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지 전한다. △소스 코드: 더 비기닝컴퓨터 테크놀로지의 살아 있는 신화, 빌 게이츠. 그의 사업적 성취는 익히 알려져 있다. 20세에 미국 하버드대에서 학업을 중단한 후 소프트웨어 회사를 설립했다. 산업계의 거인으로 성장하며 전 세계의 일과 삶의 방식을 바꿨다. 젊은 나이에 억만장자가 된 성공한 기업인이면서, 기후 변화, 세계 보건, 교육 문제 해결을 위한 자선 활동가로서 노력했다. 이 책은 마이크로소프트나 게이츠 재단의 설립, 기술의 미래에 관한 것이 아니다. 빌 게이츠라는 인물의 토대가 된 시기인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며, 그의 인간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전한다.빌 게이츠 저자 / 2만8000원 / 520쪽

2025.03.01 11:00

3분 소요
차기 하나은행장에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영업통 전진 배치”

은행

신임 하나은행장으로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이 내정됐다. 강성묵 하나증권 사장은 연임이 결정됐다. 하나금융그룹은 12일에 개최된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하나은행과 하나증권, 하나카드 등 3개 주요 관계사의 최고경영자(CEO) 후보 추천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그룹임추위는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불확실성이 증대됨에 따라 위험관리와 내부통제체계를 강화하고 내실 있는 영업으로 고객과 현장 중심의 조직문화를 이끌어갈 적합한 인물을 각 사 CEO 후보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차기 하나은행장 후보로는 이 사장이 추천됐다.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에 따라 행장 임기 만료 3개월 전인 지난 9월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한 하나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행장 후보군을 포함, 종합적인 심의 과정을 거쳐 하나은행 임추위에 추천할 최종 후보자를 추천했다는 설명이다. 이 내정자는 1964년생으로 대구 중앙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하나은행에 입행해 중앙영업그룹장, 영남영업그룹장 등을 거쳐 현재 하나카드 사장으로 재임 중이다. 그룹임추위는 대내외적으로 불확실한 금융환경 속에서 위기를 타개하고 지속 성장을 이루기 위해해 고객 기반을 탄탄히하면서 풍부한 현장 경험과 영업 노하우를 갖춘 이 내정자를 적임자로 평가했다. 특히 하나카드 사장 재임 기간 동안 조직에 긍정 에너지를 확산시키면서 트래블로그 카드를 히트시키는 등 영업력과 수익성을 끌어올렸고, 이를 통해 회사를 변화시킨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다. 이승열 현 하나은행장은 그룹의 안정적인 경영관리와 기업가치 제고에 전념하기 위해 행장 후보를 고사하고, 하나금융 부회장으로 전념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룹임추위는 강 사장을 연임 후보자로 추천했다. 강 사장 후보는 1964년생으로 서강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하나은행에서 ▲영업지원그룹장 ▲경영지원그룹장 ▲중앙영업그룹장을 거친 뒤 하나UBS자산운용(현 하나자산운용) 리테일 부문 총괄 부사장과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대표 사장을 역임한 후 현재 하나증권 사장으로 재임 중이다. 그룹임추위는 종합금융그룹을 표방하는 하나금융의 한 축인 증권·자산운용업을 담당하는 하나증권이 고객 기반을 강화하고 사업 부문별 편중 해소 등 체질을 개선하며 경영 실적을 턴어라운드하는 과정에서 산적한 과제를 지속적으로 이행하면서 하나증권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 제2의 도약을 이루기 위한 인물로는 강 사장이 적임이라고 평가했다. 또 하나카드 신임 사장 후보로는 성영수 현 하나은행 부행장이 추천됐다. 차기 하나카드 사장 후보로 추천된 성 후보는 1965년생으로 고려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하나은행에서 경기영업본부장과 외환사업단장, CIB그룹장을 거쳐 현재 기업그룹장으로 재임 중이다. 하나금융의 그룹CIB부문장도 겸임 중이다. 하나은행에서 다년간 축적한 기업 영업 부문과 외환 부문 경력을 토대로 하나카드가 최근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법인카드 시장과 트래블로그 등 글로벌 관련 상품의 시장 내 위치를 확립하고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하나은행 등 관계사와의 협업을 제고해 그룹의 비은행 부문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는 회사로 성장시킬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됐다. 하나금융의 각 주요 관계사 CEO 후보들은 추후 개최되는 각 사 임추위와 이사회, 주주총회 등을 거쳐 선임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2024.12.12 18:12

2분 소요
'계엄 라이브' 긴박 155분, 폰은 칼보다 강했다

정책이슈

4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서 국회의 계엄 해제요구안 가결까지 걸린 155분 동안 벌어진 계엄의 사실상 전 과정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 국민에게 실시간 공유됐다.비상계엄이 선포된 직후 시민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국회로 몰려들며 국회 진입 통제 상황이나 국회로 날아드는 군 헬기, 완전무장한 계엄군이 국회로 진입하는 모습 등이 사진과 영상으로 삽시간에 단체 카카오톡방 등에 퍼진 것이다.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국회 내부 상황 역시 정치인들이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 방송을 하며 여과 없이 공개됐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월담'을 해 국회에 진입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은 238만명이 시청했다. 국회 본회의를 주재한 우원식 국회의장의 개인 유튜브 채널도 시청자 60만명을 넘겼다.일각에선 국민들이 간밤의 '계엄 소동'을 속속들이 지켜보면서 과거와 달리 큰 충돌 없이 계엄 해제가 이뤄질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서울대 김백영 사회학과 교수는 "마지막 계엄인 45년 전은 모든 상황을 실시간 공유할 수 없으니 언론 통제가 용이했을 것"이라며 "이번 비상계엄 자체가 충분한 준비 하에 진행한 것인지도 의문이지만, 사태가 금세 일단락된 데는 전 국민이 지켜본 덕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온라인 이코노미스트

2024.12.04 09:01

1분 소요
검열, 검열, 검열에…中 대학생들 '이곳' 몰린다

정책이슈

젊은 중국인들이 표현의 자유가 갈수록 제한되자 이른바 '학술 주점'(academic pubs)으로 몰리고 있다고 미국 CNN방송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보도에 따르면 최근 몇 달간 상하이와 베이징, 광저우 등 중국 주요 도시에는 전 세계 대학의 중국 학자들이 무료 강의를 하는 학술 주점이 속속 등장했다.중국 청년들 입장에서는 당국 검열이 강화돼 공론장이 축소되는 가운데 자유롭게 지적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드문 공간이다.고대 중국 회화 속 고양이 같은 정치적으로 무해한 주제부터 민감하고 종종 온라인에서 검열되는 페미니즘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강연이 이뤄진다.1998년 영국에서 시작된, 자유로운 분위기 속의 과학 토론 모임인 '사이언스 카페'(Cafe Scientifique), 비슷한 형태의 3일간 과학 축제 '파인트 오브 사이언스'(Pint of Science)와 비슷하다.상하이의 한 학술 주점에 참석한 양샤오(32) 씨는 미국 명문 대학의 중국인 박사과정 학생이 중국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국가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 특히 무차별 폭력 사용에 관한 내용을 거침없이 설명한 데 대해 놀라면서 강의에 푹 빠졌다.양씨는 "그가 (국가의) 폭력에 대해 노골적으로 언급했을 때 완전히 놀랐다"며 "중국에서는 국가의 본질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예술학을 전공한 시나몬 우 씨는 '중국-미국 문학의 발전'을 주제로 하는 베이징의 한 학술 주점 행사 강연에 참석했다가 일부 참석자가 미국 대중문화 속에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 대해 비판했을 때 놀랐다고 털어놨다.학술 주점 참석자들이 보수적 견해를 가졌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이에 대해 강연 기획자 제리 장 씨는 "다양한 견해의 충돌은 이런 학술 주점 강연 가치의 일부분"이라고 설명했다.레이야원 미국 하버드대 사회학 교수는 "학술 주점의 증가는 공론장이 축소되고 있음에도 중국 청년들이 여전히 이야기하고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장소를 찾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짚었다.하지만, 학술 주점이 인기를 끌면서 당국 단속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소셜미디어상에서 커지고 있다.CNN은 작년 중국의 한 코미디언이 중국군과 관련한 농담을 했다가 그의 소속사가 막대한 벌금을 부과받은 사실과 지난 9월 중국 예술가 가오전이 문화대혁명(1966∼1976)을 비판한 과거 작품 때문에 체포된 점을 거론하며 이 같은 우려를 전했다.온라인 이코노미스트

2024.11.19 16:06

2분 소요
‘황금티켓증후군’에 걸린 청년들 “결혼·출산 늦어지는 원인”

산업 일반

“‘황금티켓 증후군’(Golden ticket syndrome)이 청년들의 사회진출과 결혼·출산 시점이 늦어지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부위원장은 21일 저고위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한국사회학회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청년층 조기 사회진출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한 제4차 인구전략 공동포럼에서 “청년들의 사회진출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초저출생 추세 완화에 도움이 되고, 인구절벽이 초래할 노동력 부족 시대에 적응하는 대응책이 될 수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경제보고서(2022년)에서 언급한 황금티켓 증후군은 생산성 격차, 노동 시장의 이원화, 교육 시스템의 취약성에 직면한 청년들이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공공 부문이나 대기업에서 안정적이고 매력적인 일자리를 찾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을 의미한다. 한국의 초혼 연령은 남성과 여성이 각각 2013년 32.2세와 29.6세에서 2023년 34.0세와 31.5세로 늦춰졌다. 초산 연령은 그사이 30.7세에서 33.0세로 올라갔다. 황금티켓 증후군이 이런 현상의 원인 중 하나인 만큼 이를 해소하는 것이 저출산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주 부위원장은 청년들의 사회진출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청년 눈높이에 맞는 좋은 일자리 창출 ▲인력 미스매치 문제 해결 ▲고졸 취업 활성화 등 3가지를 꼽았다. 발제자로 나선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청년들의 사회진출 지연 원인으로 높은 대학 진학률, 경제·주거 독립이 늦은 사회문화적 특성,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이어 고졸 취업 유인 지원 강화, 고용장려금사업의 운영 실효성 제고, 노동시장 취약 청년에 대한 교육·훈련 프로그램 강화 등을 제안했다. 이날 이상준 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회초년생들의 숙련 형성을 위한 교육·훈련 지원을 확대하고, 기업들이 장기적 투자의 관점에서 사회초년생들에게 양질의 일자리 기회와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관련 인센티브 확충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마지막 발제자인 김기헌 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청년의 사회진출 지연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직업계고 정상화 등을 통한 학업 기간 단축, 청년 ‘NEET’(일하지 않고 있으며 일할 의욕 없음)족 대상 맞춤형 훈련 및 구직활동 지원, 여러 부처에 분산된 생애 전반기(아동-청소년-청년기) 정책의 행정통합 등을 제시했다.

2024.10.21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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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이슈

직장을 다니지 않고 아르바이트만으로 생활을 이어가는 '프리터족'이 젋은층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취업 성공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위한 의지가 꺾인 탓이다.한 조사에 따르면 구직자 949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약 60%가 직접 프리터족이라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응답자들 중 상당수는 MZ세대로 불리는 20~30대 청년들이다.답변 이유는 취업난이 가장 많았고,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최저 시급 상승 등이 뒤를 이었다.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을 두고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지고 있는 것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한국고용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청년의 첫 직장 중 전일제 일자리 비중은 지난해보다 2%포인트 감소한 76%를 기록했다. 지난 2016년과 비교하면 10%포인트 떨어진 수치다.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정규직이든 안정 표준 근로관계라고 얘기할 수 있는 일자리는 줄고, 취약한 고용지위와 노동조건을 갖춘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며 "근로 빈곤에 빠지거나 삶이 피폐해지는 위험을 조심해야 한다"고 밝혔다.프리터족들의 월 수입은 50~100만원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월 100~150만원 미만은 24.5%, 월 150~200만원 미만은 19.3%로 집계됐다. 8.5%는 매달 200~250만원 미만의 수입을 올렸고, 월 250~300만원 미만은 2.6%에 그쳤다.

2024.10.1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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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지구의 水생태계 복원하고 구현해야 할 때”[이코노 인터뷰]

국제 이슈

1972년 12월 7일 달로 향하던 아폴로 17호 우주선 승무원이 2만9400km 상공에서 지구를 촬영했다. 지구는 초록빛으로 물들어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는 파란색이었다. 지구에 대한 인류의 인식이 완전히 바뀐 계기가 됐다. 2021년 8월 24일 유럽우주국(ESA)은 ‘물의 행성’이라는 뜻의 ‘플래닛 아쿠아’(Planet Aqua)라는 말을 내놓았고, 미 항공우주국(NASA)도 이에 동조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전 세계가 봄철 대홍수와 가뭄·폭염·산불·태풍·폭설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류의 생활 방식을 바꿔야 할 때라는 것은 상식이 됐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려면 ‘수생태계를 복원하고 수생태주의를 구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글로벌 석학이 있다.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 경제·사회 사상가(경제동향연구재단·Foundation on Economic Trends) 이사장이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 9월 3일 한국에서 ‘플래닛 아쿠아’라는 신간을 출간했다. 이에 맞춰 그는 유일하게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수락해 수생태계 복원에 대한 그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 그는 인터뷰에 앞서 “통역 없이 인터뷰했으면 한다”라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리프킨 이사장과의 인터뷰는 본지의 필진이자 리프킨 이사장과 대학(미 펜실베이니아대) 동문인 최화준 아산나눔재단 AER지식연구소 연구원이 진행했다. 리프킨 이사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9월 19일 저녁 8시 30분부터 2시간 넘게 영어로 진행됐다. 최 연구원은 인터뷰에 앞서 ‘플래닛 아쿠아’를 영어 원서로 읽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최 연구원은 인터뷰 후 “리프킨 이사장이 한국을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로 유명하지만 인터뷰하면서 철학적인 담론을 이야기하는 석학이자 뛰어난 사상가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리프킨 이사장은 ‘허프포스트’가 실시한 글로벌 설문조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 사상가 10인’에 선정된 바 있다. 그는 ‘회복력 시대’ ‘3차 산업혁명’ ‘유러피언 드림’ ‘소유의 종말’ ‘노동의 종말’ 등 23권의 책을 펴냈다. 그의 저서는 전 세계 35개 언어로 번역됐다. Q 당신의 책들이 한국 독자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다. 한국 독자들에게 인사를 해달라. “아시다시피 나는 한국의 열렬한 팬이다. 한국은 자신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사회가 직면한 도전에 함께 고민하는 국가다. 또한 미래세대 문제 해결 방향을 제시하는 나라라고 생각한다.”Q ‘플래닛 아쿠아’를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지난 50년 동안 기후 변화 속 지구의 미래에 대한 문제에 관여했다. 지금 전 세계는 기후 문제를 겪고 있다. 200여 년 전 인류는 지구에서 석탄 석유와 천연가스를 얻으면서 진보의 시대를 열었지만, 화석 연료에 기반한 오늘날의 모습은 끔찍하다. 지구 온도가 1도 상승할 때마다 바다·강·호수·나무 등에서 증발하는 물의 양은 7%가 늘어난다. 그 결과 우리는 극단적인 기후 사건들을 보고 있다. 봄에는 대규모 홍수가 여름에는 가뭄이, 가을에는 강력한 태풍이 그리고 겨울에는 전례 없는 폭설이 발생한다. 우리는 실시간으로 기후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기후 변화는 물순환 시스템을 급격하게 변화시켰다. 일각에서 물이 부족해지고 있다고 말하지만 물의 총량은 변하지 않았다. 문제는 물이 어디에서, 언제, 어떻게 내리는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고 우리가 직면한 주요 문제다. 기후 변화는 우리의 살아가는 방식을 변하게 한다. 과학자들은 우리가 ‘제6의 대멸종’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제 태어난 아이들은 지구 생물 종의 절반 이상이 사라지는 것을 볼 수도 있다. 이번 책을 쓴 이유는 사람들에게 ‘이제 깨어날 때가 됐다’고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지난 6000년 동안 우리는 지구를 잘못 이해했다. 우리는 육지 행성에 사는 것이 아니라, 물의 행성에 살고 있다.” “물은 자원이 아닌 생태계 지탱하는 근본적인 힘”Q 책에서 지구를 ‘수권’(hydrosphere) ‘암석권’(lithosphere) ‘대기권’(atmosphere), 그리고 ‘생물권’(biosphere)으로 나눴다. 당신은 다른 권역보다 수권에 집중하고 있고, 수권의 핵심인 물을 특별하게 강조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는 물을 자원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 우리 생태계를 지탱하는 근본적인 힘이다. 물이 없다면 생명도 없고, 자연의 다른 시스템도 존재할 수 없다. 내가 책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바로 물의 중요성이다. 수권이 없으면 암석권이나 대기권도 존재할 수 없다. 물이 바위를 침식시키고 그 침식된 바위가 퇴적물로 변해 토양을 만든다. 이 토양이 없으면 식물도 자랄 수 없고, 동물도 살 수 없다. 물이 없었다면 이런 과정이 일어날 수 없으며, 결과적으로 생명체도 존재할 수 없다.”Q 수권 시대에서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나. “수권 시대의 본질은 분산이다. 기술 진보의 방향도 분산을 지향할 것이다. 이런 전환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통신·에너지·모빌리티·물류·물·건축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탄력적인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다. 10년 안에 바다 밑이나 시간대를 넘어 세계의 한 지역에서는 태양을, 다른 지역에서는 바람을 공유하는 글로벌 에너지 인터넷 구축이 가능하다. 이 모든 것은 지역 간 연결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다. 이는 정말로 큰 변화다. 앞으로 기업들은 이런 분산형 생태계를 기반으로 운영될 것이다. 분산화의 바람 속에서 일부 대기업은 여전히 살아남겠지만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역시 동등한 경쟁의 장에 서게 될 것이다.”리프킨 이사장의 신간은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을 강조하는 환경 서적이기도 하지만, 삶의 형식과 철학을 바꿔야 한다는 철학 담론서다. 그는 특히 자본주의의 대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자본주의가 강조하는 ‘효율성’과 ‘생산성’ 대신 자연의 ‘재생력’을 복원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성장을 옹호하는 반면 수생태주의는 번영을 강화한다. 자본주의는 생산성을 추구하지만 수생태주의는 재생성을 촉진한다. 자본주의는 자연을 수동적 자원으로 여긴다. 이에 반해 수생태주의는 자연을 살아 움직이는 생명의 원천으로 여긴다’고 책에서 밝혔다. 그가 이런 수생태주의를 강조할 수밖에 없는 예시로 든 것은 2012년 10월 29일 미 뉴욕을 강타한 ‘허리케인 샌디’다. 터널, 도로, 건물이 침수되고 심지어 뉴욕증권거래소가 이틀간 폐쇄됐고, 수천 명의 뉴욕 시민이 일주일 동안 대피해야 했던 큰 재난이었다. 당시 뉴욕주에서만 최소 50여 명이 사망했고, 샌디로 인한 재산 피해가 190억 달러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리프킨 이사장은 책에서 ‘미국 전역의 다른 도시들 역시 뉴욕시의 선례를 따라 포장도로 밑에 있는 오래된 하천을 발견하고 도시 환경을 그 강들과 다시 통합하기 위해 물을 풀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Q 인류가 물을 지배하는 관점을 버리고 수권에 적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자연에는 ‘효율성’(efficiency)이라는 개념이 없다. 사람들은 효율성이 모든 종과 생명체의 본질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다. 효율성은 경제적 용어로 인간이 만들어낸 개념이다. 효율성은 지난 6000년 동안 산업 시대와 자본주의 시대를 관통했고 진보의 시대를 이끌었다. 효율성은 자원을 착취하고 인간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반면 자연의 중심은 적응이다.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몸의 세포마다 수많은 생체 시계를 가지고 있다. 그 생체 시계들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365일 공전하는 동안에도 계속 작동한다. 즉 자연의 모든 생명체는 매일 지구 회전과 태양 주위를 도는 계절 변화에 맞춰 적응하고 있다. 자연에는 ‘생산성’(productivity)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생산성 역시 경제적 용어일 뿐이다. 대신 자연은 ‘재생성’(regenerativity)을 가지고 있다.”Q 수권을 복원하고 수권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복잡 적응형 사회·생태계 시스템(Complex Adaptive Social·Ecological Systems, CASES) 접근법’을 제안했다. “답변에 앞서 잠시 철학적 이야기를 한다면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연역적(deductive) 추론이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험을 불완전한 모방이라 말하는 그의 주장은 지구 생명체가 가진 육체성을 폄하했다. 중세 계몽주의를 대표하는 프랜시스 베이컨은 귀납적(inductive) 추론을 도입해 자연을 해석하려 했다. 그리고 과학에는 세 번째 접근 방식이 있는데 20세기 초반 실용주의 과학자들이 주장한 가설적(abductive) 추론이다. 그들은 연역적·귀납적 추론을 모두 비판했다. 대신 ‘순간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적응하고 반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 번째 관점이 내가 제안하는 CASES 접근법과 비슷하다. 지구상의 모든 것은 과정과 패턴 그리고 흐름으로 이뤄져 있다. 모든 것은 상호작용하며, 매 순간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오늘날의 물리학자·생물학자·화학자들 역시 우리의 생명도 그러한 과정과 패턴, 흐름의 일부라고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우리의 생물학적 리듬이고 생명의 본질이다.”Q 인류 기술의 발전이 현재의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나. “낙관론과 비관론을 구분하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행동하는 것이다. 홍수·가뭄·폭염 등을 겪는 지구 생명체는 가장 큰 존립의 위기를 맞고 있다. 그렇다고 인류는 포기해야 하나. 그렇지 않다. 우리는 적응력과 공감 능력이 뛰어난 종이다. 위기는 항상 기회를 만들어냈다. 이는 역사적으로 명백하다. 결국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적극 찾아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의 뒤를 잇는 MZ 세대·알파 세대·베타 세대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수생태주의 채택하면 한국에도 큰 변화 가능Q 당신이 제안한 수생태주의(hydrosim)와 수권(hydrosphere)이 한국 경제의 전환점이 될 수 있나. “국가들이 물에 대한 권리, 이를테면 호수·강·바다에 대한 법적 권리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G20 국가 중 일부 국가들은 수역에 법적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하기 시작했고 일부는 행동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강과 호수를 자유롭게 운영하고 물이 자연스럽게 흐를 권리도 논의하기 시작했다. 한국도 비슷한 정책을 만들기를 기대한다. 한국은 작은 나라지만 열린 마음을 가지고 주변 국가 혹은 유럽연합과 함께 수역에 대한 권리를 확장하고 지구를 ‘아쿠아 행성’ 관점에서 브랜딩할 수 있다고 본다. 이렇게 되면 한국에서도 큰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Q 기후 위기 시대에 지정학(geopolitics)보다 생물권 정치(biosphere politics)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여 년 전 출간한 ‘유러피안 드림’의 내용을 떠올리게 한다. 기후 위기 및 이에 대한 대응이 세계 경제와 정치 지형을 바꿀 것으로 생각하나. “물론이다. 수권 프레임은 우리를 새로운 영역으로 이끌 것이다. 수권이 주도하는 미래의 인프라는 소유보다 접근, 중앙화보다 분산화, 생산성보다 재생성, 효율성보다 적응성, 국내 총생산 지표보다 삶의 질 지표 등이 우선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인류에게 큰 도약이고 거기에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특별한 마지막 기회다. 앞으로 몇 세대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정말 빠르게 이뤄져야 하고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야 성공할 것이다. 인류는 적응력과 공감 능력이 뛰어난 종이기 때문에 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젊은 세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Q 수권 시대에는 여성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후 변화 대응에서 여성의 잠재성과 기대 역할은 무엇인가. “여성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이 책에서 한 챕터를 따로 할애한 이유다. 우리 조상들은 물을 생명의 원천으로 생각했다. 여성은 생명을 창조하는 힘으로 여겼다. 하지만 약 6000년 전부터 도시·수력 문명이 등장하면서 물을 자원으로 보는 남성들의 시각이 우세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댐과 저수지를 건설하고 물을 통제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반면 여성들은 오늘날까지도 물을 생명의 원천으로 본다. 물이 우리에게 생명력을 제공하는 것임을 공감하고 이해해야 한다. 이는 여성·남성에게 모두 요구되는 일이지만 물의 시대에 여성이 주요 세력으로 떠오를 것은 분명하다.”리프킨 이사장은 ‘대지 중심적’인 사고방식을 ‘아쿠아 중심적’ 사고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인터뷰에서 자주 강조했다. 사고방식의 전환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쿠아 중심의 접근 방식은 물을 과정이자 패턴이자 흐름으로 보는 것이다. 물은 특정한 순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닌데도, 오랜 세월 동안 인류는 물을 다루고 길들일 수 있다는 착각을 한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물의 법적 권리에 대한 확대는 현대 문명과 자본주의 체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라고 리프킨 이사장은 강조했다. 그는 이렇게 철학을 전환하는 데 “젊은 세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리프킨 이사장은 “수권을 중심으로 지구의 수생태계를 복원하고 수생태주의를 구현해야 한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기성세대와는 달리 젊은 세대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다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면서 “여러분과 여러분의 뒤를 잇는 세대가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을 절대적으로 뛰어넘기를 바란다”고 조언하면서 인터뷰를 마쳤다.

2024.09.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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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로 치부하기엔 너무 아까운 서브컬처의 경제적 가치 [스페셜리스트 뷰]

전문가 칼럼

지난 8월 24일 오전, 한낮 온도가 33도에 달하는 불볕더위에도 불구하고 건축연면적 1만1019㎡(약 3333평), 대지면적 3만3678㎡(약 1만187평)에 달하는 서울 강남구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는 몰려든 인파로 가득했다. 모두가 국내 최대 종합 서브컬처 행사 ‘일러스타 페스’를 방문한 서브컬처 팬덤이었다.이틀에 걸친 행사 동안 SETEC을 찾은 유료 관람객은 2만여명에 달했다. 군중 밀집으로 인한 사고 방지를 위해 1㎡ 내에 5명 이상이 들어차지 않도록 티켓 판매량과 동시 입장 인원을 조절했음에도, 관람객 상당수는 발길을 돌리지 않고서 2km 가까이 늘어선 대기 줄에 합류해 추가 표 판매가 시작되길 기다렸다.이날 SETEC 내부에는 만화·애니메이션·게임에 나오는 캐릭터 의상을 따라 만들어 입고 온 코스튬 플레이어(Costume player), 통칭 ‘코스어’가 가득했다. 장내 어디로 눈을 돌리더라도 코스어가 최소 서넛은 시야에 들어올 정도였다. 기업 부스에서 데려온 ‘프로 코스어’는 극소수였다. 대부분은 개인이 취미 차원에서 의상을 직접 만들거나 구매한 일반인이었다.5회째를 맞이한 ‘일러스타 페스’엔 국경 너머에서 찾아온 손님도 부쩍 늘었다. 외국인 크리에이터들은 낯선 한국 땅에서의 이동을 돕기 위해 주최 측이 마련한 45인승 우등버스를 타고 행사장에 발을 들였다. 게임 체험 부스엔 언어 설정을 영어나 일본어로 바꿔 두고 패드를 잡는 관람객이 많았다. 행사장 한켠 사무실에서 통역을 대동해 일본인 뮤지션과 인터뷰하는 기자도 있었다.이번 일러스타 페스에는 1000여 개 부스 규모로 참가한 개인 창작자들이 직접 제작한 서브컬처풍 그림이나 물건 등을 판매했다. 인기가 좋은 곳은 행사 첫날 오후부터 일부 상품에 ‘매진’ 팻말을 내걸기 시작했다. 일러스타 페스 주최 측 관계자는 “서브컬처 마니아 절대다수는 생업이 있는 평범한 경제인이다”며 “서브컬처 애호가는 다른 부문보다는 자신의 취미 영역인 게임·만화·애니메이션 등이나 이와 연관된 상품에 지출이 관대한 편이기에, 평소엔 사회인으로서 착실히 일하다가도 서브컬처 행사를 방문하면 취향을 발산하며 좋아하는 캐릭터나 관련 제품을 마음껏 소비하는 것”이라 했다. 급성장하는 ‘서브컬처’ 시장서브컬처(Subculture)란 사전적으론 ‘비주류 문화’나 ‘하위문화’를 가리킨다. 순수 문학·고전 미술·클래식 음악 등 전통이 깊거나 고급으로 인정받는 문화인 ‘하이 컬처’(High Culture)와는 대척점에 있다. 한국에서 최근 회자되는 서브컬처 개념은 사전적 의미보다 한층 더 좁아서, 대개는 미소녀·미소년이나 그에 준하는 매력을 갖춘 캐릭터를 앞세운 콘텐츠를 특정해 말한다. 상당수는 만화·애니메이션·피규어·웹소설·웹툰·게임 등의 형태다.서브컬처가 지향하는 미의식은 하이 컬처에 비해선 말초적(末梢的)이다. 정신과 영혼 차원에서 지고한 가치를 추구하는 하이 컬처나 순수 예술과는 달리, 대중의 욕구와 취향에 적극적으로 영합한다. 그렇기에 잠재 고객의 소비 패턴이나 유행을 예민하게 감지해 그에 맞춰 발 빠르게 변화하는 경향이 짙다. ‘보편적 욕망’과 쉽사리 결합하는 만큼 각계각층의 소비문화와 원활히 어우러져 매출을 촉진하는 특성 또한 매우 강하다.용어에서 풍기는 뉘앙스와는 달리 ‘대중 영합’이 경제적 측면에선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서브컬처의 강력한 대중 영합성은, 그들이 제도권의 인정과 후원을 거의 받지 못하는 때에도 생명을 끈덕지게 이어 가는, 그리고 선입견을 넘어 본연의 가치를 인정받는 때 힘차게 날개를 펼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이를테면 1970년대쯤엔 ‘뽕짝’이라 불리는 하위문화였던 트로트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대중과 함께하며 명맥을 유지한 끝에 21세기 들어선 오히려 웬만한 음악 장르를 압도하는 전성기를 맞을 수 있었다. 세기말까지만 해도 서브컬처 중에서도 서브 문화로 치부됐던 만화 또한 험악한 시절을 버텨온 기반은 결국엔 특유의 ‘인기’와 ‘상업성’이었다. 그토록 힘겹게 숨결을 이어오던 만화는 이제 K-컬처를 글로벌 무대에 알리는 선봉장으로 활약하는 동시에, 민족의 미래를 담보할 먹거리 산업 중 하나로도 당당히 꼽히는 판국이다. 실제로 ‘충성 팬덤이 유발하는 구매력’에 기반한 국내 서브컬처 시장의 성장세는 경이롭다 못해 눈이 부실 정도다. 삼정KPMG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고서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산업의 미래를 향한 콘텐츠 다양화 전략’에 따르면 국내 매출 상위 10위 내에서 서브컬처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10%에서 2022년 30%로 대폭 증가했다. 또한 2022년 11월 첫걸음을 뗀 시프트업의 서브컬처 스타일 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는 지난 2월 누적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2004년, 이동통신 3사(SKT·KT·LGU+)가 앱 다운로드 수를 기반으로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 ‘전체’를 추산했던 결괏값이 불과 2747억원이었다.만화 역시 ‘서브컬처풍’이 본격 도래하기 이전 시대와 지금은 체급 차이가 비교를 불허하는 수준이다. 가령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2011년 발표한 ‘만화산업백서’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국내 만화 산업 매출액은 약 4362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웹툰’이 2000년대 초부터 급부상하며 만화 시장의 지형과 판도는 완벽하게 변모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지난 1월 발표한 ‘만화·웹툰 산업 발전 방향’에 따르면 국내 만화·웹툰 산업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으로 2조6240억원에 달했다. 무려 6배 가까운 차이다.서브컬처 애호가와 이들을 마케팅 타깃으로 하는 기업이 한데 모이는 행사도 성황이다. ‘일러스타 페스’는 최근 한 해 누적된 유료 참가자 수가 20만을 훌쩍 넘어선다. 일러스타 페스의 시장성을 직접 평가한 자료는 없지만, 성격과 규모가 비슷한 행사에 빗대 추산할 수는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19년 발표한 ‘글로벌마켓 리포트 코믹콘’ 보고서를 보면, 미국 종합 서브컬처 행사인 샌디에이고 코믹콘(SDCC)엔 매년 13만명 이상이 참석해 8470만달러(약 1170억원)를 소비했다. 여기서 발생한 세금 수입만 헤아려도 310만달러(약 42억8000만원)나 된다. 국가별 시장 규모나 물가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일러스타 페스’의 경제성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수준일 것이다.최근엔 서브컬처와는 전혀 무관했던 상품마저도 ‘콜라보’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다. 이를테면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가 지난 5월 넥슨의 서브컬처풍 모바일 게임 ‘블루 아카이브’와 협업해 출시한 빵은 출시 47일 만에 200만개 넘게 팔려 나갔다.맛이나 성분이 다른 상품과 차별화될 정도로 특별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블루 아카이브 캐릭터 디자인을 포장재와 동봉한 스티커에 반영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구매할 이유’를 충족한 서브컬처 팬덤은 GS25 편의점마다 줄을 서며 폭발적인 매출을 이끌어냈다. 커피브랜드 메가MGC커피가 지난 8월 서브컬처풍 게임인 ‘원신’과 손잡고 내놓은 상품 또한 15일 만에 총 누적 판매량 60만 개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서브컬처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그럼에도 서브컬처를 바라보는 세간의 주된 인식은 여전히 ‘돈 안 되는 애들 놀이’에 그쳐 있다. 서브컬처 향유층 대부분은 경제활동과는 거리가 먼 미성년자 내지 한정치산자 집단이고, 그렇기에 기껏 손을 잡아 본들 유의미한 수준의 매출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서브컬처가 현실 시장에 ‘경제 효과’를 대규모로 촉발하는 캐시카우가 된 현시점엔 당연히 불식이 필요한 오해와 편견이다. 그러나 대중 다수가 서브컬처를 그렇게 여기게 된 현실에도 분명한 당위는 존재한다. 서브컬처가 이름자 그대로 서브(Sub-, 아래 혹은 밑)에 머물렀던 짧지 않은 세월 동안, 드물게나마 언론에 노출되는 계기는 히키코모리(引き籠もり)라고도 불리는 ‘은둔형 외톨이’와 그들이 빚어내는 사회 문제로 인한 것이 태반이었다. 정상적인 근로 활동은커녕 타자와의 사회적 교류마저 거부한 채 오로지 만화·애니메이션·2차원 캐릭터·피규어·웹소설·웹툰·게임 등에만 탐닉한 청년을 조망하는 기사는 그리 낯설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은둔형 외톨이는 서브컬처 마니아 중에서도 극소수일 따름이었으나, 서브컬처를 잘 알지 못하는 데다 일말의 관심조차 없는 사람들로선 굳이 그러한 팩트를 따져 가며 호의를 품어줄 까닭은 달리 없었다.‘서브’와 ‘인디’, 혹은 ‘음지’를 모호하게 구분하는 풍조도 서브컬처의 경제성과 생산성 저평가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이들은 ‘주류’(Major)가 아니라는 공통점 때문에 종종 비슷한 개념으로 오인당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내포한 의미가 아예 다를 정도로 차이가 크다. 우선 인디 음악·게임 등 콘텐츠 업계에서 ‘인디’가 붙은 것은 거대 자본의 지원이나 영향을 받지 않는 창작물을 의미한다. ‘인디’의 어원인 ‘독립된’(independent)에 충실한 셈이다.반면 서브컬처는 말 그대로 ‘하위’ 내지 ‘비주류’를 뜻할 뿐 용어에 자본과의 관계를 암시하는 바가 전혀 없다. ‘불법’을 암시하는 ‘음지’와도 전혀 무관한 것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주류가 아니다=인디 or 음지’라는 흔한 오해 때문에, 서브컬처 창작자나 소비자는 거대 자본이나 일상 세계와 융합할 수 없고 또한 이를 적극 거부하는, 경제 활동이나 현실과 동떨어진 존재로 오인당하는 경우가 잦은 것이다.그러나 통념과는 달리 서브컬처 시장 내 구성원들의 구매력은 결코 가벼이 볼 수준이 아니다. 이를테면 지난 2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종합 서브컬처 행사인 ‘제3회 일러스타 페스’에선 ‘선행 입장권’(오전 8시 입장)보다 고작 1시간 일찍 들어갈 수 있는 특별 입장권을 무려 49만8000원에 판매했는데, 예매 단계에서 준비해 둔 10장 모두가 팔려 나가 주최 측을 놀라게 했다. 당시 주최 측 관계자는 “선행 입장권은 1만2000원에 불과했던 만큼 40배 넘게 비싼 특별 입장권이 팔릴 것이라 기대하진 않았는데 순식간에 매진되는 바람에 당황했다”며 “서브컬처 마니아들이 ‘진심인 취미’에는 얼마든 지갑을 열 수 있음을 잘 보여준 사례”라고 했다.또한 일러스타 페스 내에서 벌어진 경매에선 캐릭터 이미지를 인간 신체와 1대 1로 비례하도록 키워 패널에 인쇄한 ‘등신대’가 30만원에 거래된 기록도 있다. 그나마도 경매가 과열될 기미를 보이자 주최 측에서 제지해 이 정도 가격에서 그친 것이라 한다. 일반적인 인물 및 캐릭터 등신대 판매가는 제작 주문할 경우 5만~10만원 안팎이다.비단 일러스타 페스 무대가 아니라 하더라도 ‘마니아’들은 좋아하는 서브컬처 관련 상품에 돈을 아끼는 법이 없다. 이를테면 국내 고급 피규어 제작사 ‘JND스튜디오’가 내놓았던 295만원짜리 ‘할리퀸 피규어’는 스토어 오픈과 동시에 준비된 수량이 모두 팔려 나갔다. 발매 당일엔 국내에서만도 JND스튜디오 홈페이지에 8000명이 동시에 몰리며 서버가 다운됐다 한다.정부 역시 국내 서브컬처 시장의 소비력과 경제적 가치를 이미 인정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피규어·애니메이션 굿즈 수집 등을 포함한 국내 키덜트(어린이 감성을 추구하는 어른) 시장 규모가 2021년에 이미 1조6000억원대에 도달했으며 향후 최대 11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도 2014년엔 5000억원에 불과했던 키덜트 시장이 7년 만에 3배 넘게 성장한 만큼, 그 추정 수준이 턱없이 무리하거나 과장됐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이다. 서브컬처의 성장을 위한 과제물론 서브컬처의 현재와 미래가 돌부리 하나 없는 장밋빛 일색인 것만은 아니다. 오랜 번영과 도약을 위해 극복해야 할 난관 또한 엄연히 존재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거대한 벽은 ‘성 상품화 이슈’다.대중의 욕망과 취향에 적극 영합하는 말초적 콘텐츠라는 것은, 결국엔 인간의 기본 욕구에 순응하는 방향으로 제작되기 쉬움을 암시한다. 실제로 서브컬처 관련 콘텐츠에선 캐릭터의 복장이나 노출도 등을 둘러싼 선정성 논란이 잦은 편이다. 사실 흔한 오해와는 달리 ‘여성 성 상품화’만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었다. 노출이나 성애를 직접 묘사한 BL(Boys Love) 작품은 물론 소아 남성 캐릭터를 성애 대상으로 바라보는 ‘쇼타콘’ 성향 또한 지탄을 받기는 매한가지였다.서브컬처를 둘러싼 성 상품화 논란에서 특히 난감한 것은, 일각에서 벌어진 초월적 사례가 업계 전체를 대변하거나 이미지를 표상하는 경향이 짙다는 것이다. 가령 아이돌 그룹 하나가 무대에서 다소 선정적인 안무와 퍼포먼스를 선보인 결과 K-팝(Pop) 전체를 성 상품화라 치부한다면, 대다수는 억측이 지나치다는 반응을 내비칠 것이다. 혹은 특정 영화에서 과도한 성애 묘사가 나왔다고 해서 시네필 전체를 엽색가로 몰아붙인다면 동조하거나 납득할 사람이 드물 것이다. 서브컬처도 마찬가지다. 제작자와 소비자 절대다수는 엄연히 실정법을 준수하며 일탈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서브컬처에선 드문 예외가 업계 전체의 지향과 행각으로 호도되는 상황이 유달리 흔하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는 근원은 사실 명쾌하다. 판단을 내리는 대다수가 서브컬처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알지 못하는 영역에 관해 판단을 내리려면 그나마 드러나 눈에 보이는 일각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성 상품화로 논란을 빚는 과격한 일부’에 의존해 ‘서브컬처 업계 전체’를 극단적인 엽색으로 판단하는 전개는 오히려 자연스럽기까지 하다.하지만 몇몇 소수 때문에 서브컬처 산업군 전체를 오해하고선 버리거나 외면하는 것은 경제적인 손해가 지나치게 막심하다. 지난 2023년 12월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콘텐츠산업에서의 서브컬처 트렌드 및 시사점’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의 글로벌 콘텐츠 수출액은 124억 5290만달러(약 16조6284억원)로 전 세계 국가 중 7위에 달했다. 또한 2021년 6687억엔(약 6조1178억원)이었던 일본의 오타쿠(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며, 이 자료에서는 ‘서브컬처 애호가’를 지칭하는 용도로 사용됨) 시장 규모는 2022년엔 7164억엔(약 6조5542억원)으로 늘어났다. 게다가 2019년 기준으로 3억9000만명에 달했던 중국 내 서브컬처 이용자 수는 2022년엔 4억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앞서 언급했듯 국내에서의 서브컬처 시장 팽창과 성장세는 이미 경이로운 수준이며, 국경 넘어 세계에서도 한국의 서브컬처 지식재산권(IP)은 눈부시게 활약하고 있는 데다, 우리의 무대가 될 글로벌 시장은 나날이 넓어지는 추세인 것이다. 경제·산업적 관점에서 판단하자면 이만큼 유망한 시장도 드물다.공자 후손들의 언행을 모은 ‘공총자’(孔叢子)에 소개된 이런 일화가 있다.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가 위(衛)나라 군주인 신공에게 ”장수가 될 만한 재목”이라며 구변(苟變)을 천거했다. 위신공이 말하기를 “나도 그가 장수의 재목이 되는 것은 알고 있으나, 그가 일찍이 아전으로 있을 적 남의 계란 두 개를 먹은 일이 있기 때문에 장수로 부리진 않는다”고 했다. 이에 자사는 “성인이 인재를 취하는 것은 목수가 나무를 쓰는 솜씨와 같아, 몇 자 썩은 부분이 있어도 멀쩡한 곳은 남기고 나쁜 구석만 버리기 마련이다”고 했다. 그러자 위신공은 구변을 받아들여 중책을 맡겼다. 서브컬처도 마찬가지다. 도를 넘는 인원이나 잠재적 위험 요소가 존재한들 이를 빌미로 유망한 부분까지 전부 물리치는 것은 결코 현명한 전략이 아니다. 일말의 리스크를 명분으로 서브컬처를 등지거나 배척하는 태도는, 이제는 고전이 된 서브컬처 작품인 ‘은하영웅전설’의 표현을 빌리자면 “화재의 원인이 된다는 이유로 불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나 진배없는 실책인 셈이다.물론 서브컬처 창작자와 애호가 측에서도 ‘서브컬처=성 상품화’라는 오해가 진실로 번져 나가지 않도록 적극 노력할 필요 또한 있다. 집단 내에서 발생한 도를 넘는 일탈을 감싸는 대신 앞장서 제지한다거나, 서브컬처 작품이 사회와 마찰 없이 어우러지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또 준수하는 등의 액션을 보이는 식이다.그러한 준비가 없다면 돌발 상황을 맞이하는 순간 서브컬처 생태계는 너무나도 허망하게 무너져 내릴 수 있다. 지난 2005년 7월 MBC 생방송 음악캠프에 출연한 인디 밴드 멤버들이 전 국민 앞에서 예고 없이 성기를 노출했던 사건을 떠올려 보자. 물의를 빚은 가수들이 인디 음악계 전체를 대변하진 않는다는 사실 자체는 자명하다. 그러나 사건 이전엔 인디 밴드 관련 지식이 거의 없던 국민 대다수는 인디 음악계 전체를 ‘생방송 도중 하의 탈의를 한 범죄자 집단’으로 인지할 따름이었다. 그렇게 대한민국 인디 음악계는 사실상 멸망했고, 활력을 조금이나마 되찾기까지는 5년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서브컬처를 대중에 바르게 알리는 동시에 일부 창작자의 일탈을 미연에 통제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서브컬처 역시 인디 음악계와 비슷한 재난을 맞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대기업도 발 빠르게 진출한 ‘서브컬처 콜라보’ 시장세간에 만연한 오해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중 트렌드에 밝은 곳은 이미 서브컬처와 손잡고서 청년 세대를 적극 공략하는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넥슨게임즈와 제휴해 케이스와 스트랩 케이스 등 스마트폰 액세서리를 서브컬처향 게임 ‘블루 아카이브’ 캐릭터로 꾸민 ‘갤럭시 S24 울트라 액세서리 블루 아카이브 에디션’을 출시했다. 상품가는 33만9000원. 스마트폰 단말기는 포함하지 않은, 오로지 액세서리값이다. 저렴하다 말하긴 어려운 가격이었으나, 판매를 개시한 이래 재고 2000개가 모두 소진되기까지는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롯데시네마는 지난 7월 버튜버 팬을 위한 공간 ‘브이스퀘어’(V-SQUARE)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3층에 개장했다. 버튜버란 ‘버추얼 유튜버’의 줄임말로, 카메라나 특수 장비를 통해 실제 사람의 표정과 움직임을 인식하며 똑같이 움직이는 서브컬처풍 가상 캐릭터를 뜻한다. 브이스퀘어는 서브컬처 팬들이 버튜버 문화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서 팝업존·캐릭터 콜라보 카페·포토존·미디어룸 등으로 구성했다.‘일러스타 페스’ 유료 입장객 연령대는 10~30대가 92%에 달한다. 이는 서브컬처 애호가가 30대 이하 청년층에 집중돼 있음을 방증한다. 10~30대가 주요한 타겟인 상품은 서브컬처를 매개로 마케팅을 전개하면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식음료(F&B)나 전자기기는 물론 문화공간 등에서 서브컬처와의 콜라보가 활발한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러한 이치를 일찍이 감지한 기업들은 자사 상품과 브랜드에 서브컬처를 발 빠르게 접목해, 청년층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신선한 매력을 새로이 부여했다.물론 그들 역시 서브컬처의 리스크는 사전에 인지했을 것이다. 다만 목재가 살짝 벌레 먹거나 상했다며 전부를 버리진 않듯, 서브컬처 또한 적절한 검수와 통제를 거쳐 유용한 부분만 추리고선 이롭게 활용했을 따름이다. 그간 서브컬처라는 장미에 붙은 ‘가시’가 우려돼 손을 내밀기 주저했던 기업이나 마케터라면, 그리고 청년층 고객 확보와 충성도 제고에 관심이 많고 또 절실한 경제 및 산업 주체라면, 더는 서브컬처와의 협업과 제휴를 망설이거나 주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문현웅 스타라이크 최고전략책임자(CSO)는_서울대 지리학과·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조선일보 취재기자로 입사해 사회부·여론독자부·디지털뉴스본부·스포츠부 등에서 근무했다. ‘조선2보’, ‘디테일추적’ 등 서브컬처 지식을 활용한 콘텐츠 프로젝트를 주도해 젊은 독자를 대거 유입하는 성과를 냈다. 사람인에서 콘텐츠 총괄팀(SMC팀) 팀장을 맡았을 땐 업계 최초로 브랜딩과 마케팅에 버추얼 유튜버(버튜버)를 도입해 이목을 끌었다. 지금은 서브컬처 행사 ‘일러스타 페스’ 주최사이자 리듬 게임 개발사인 스타라이크에서 콘텐츠·홍보를 비롯한 사업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2024.09.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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