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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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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대교 붕괴 참사 30주기…위령탑 이전 실현은?

정책이슈

성수대교 붕괴 사고가 30주기를 맞는 가운데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위령탑의 접근성이 떨어져 이전을 논의하고 있지만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성수대교 붕괴사고는 30년 전인 1994년 10월 21일 오전 7시 40분께 발생했다. 성수대교 상부가 무너지며 당시 등교 중이던 무학여고 학생 8명 포함 시민 32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다쳤다.이에 서울시가 성수대교 사고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사고 3년 만인 1997년 10월 21일 위령탑을 조성했다.21일 서울시와 성동구에 따르면 성수대교 인근 북단 IC 주변에 위치한 위령탑은 현재 걸어서 갈 수 없다. 버스 등 대중교통으로도 접근할 수 없다.건립 당시에는 걸어서 갈 수 있었지만 2005년부터 보행길이 끊겼다. 서울 성동구 금호동 방면에서 강변북로 진입·출입을 위한 램프가 설치되면서다. 또 위령탑과 주차장을 잇는 짧은 횡단보도 에도 신호등이 없다.접근성이 떨어지다보니 유족 측은 9월 서울시에 서울숲으로 위령탑 이전을 제안했다. 이전이 어려울 경우 주차시설 개선, 교통 안전시설을 보완해달라고 제안했다.하지만 실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구청을 통해 유족분들과 해당 사안을 논의했으나, 서울숲 쪽에서 반대하는 입장이라 이전이 쉽지 않다"며 "다른 제안을 수용해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횡단보도가 눈에 잘 띄도록 LED(발광 다이오드) 횡단보도로 바꾸는 등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한편 성동구는 이날 희생자 위령탑에서 합동 위령제를 열 방침이다. 서울시는 28일까지 위령탑 인근 주차장에서 임시 이동 화장실을 둔다.

2024.10.21 14:27

1분 소요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 별세

산업 일반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이 25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80세.최준문 동아그룹 창업주의 아들인 최 전 회장은 지난 1966년 동아콘크리트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그룹의 주력 사업인 동아건설과 대한통운 등을 이끌며 그룹을 재계 10위까지 끌어올렸다.특히 동아건설은 리비아 대수로 공사 등 굵직한 국내외 사업을 잇따라 수주하며 당대 국내 최고 건설사로 불렸다.그러나 최 전 회장은 1994년 성수대교 붕괴와 1997년 IMF 외환위기 등으로 경영난이 심화하면서 이듬해 회장직에서 물러났다.동아그룹은 모체인 동아건설의 부도로 2001년 파산선고를 받았다. 고인은 이후 학교 법인인 공산학원(동아방송예술대학교, 동아마이스터고등학교)의 이사장직을 맡아왔다.

2023.10.25 15:08

1분 소요
사고 탓에 그룹 해체까지…과거 사례로 본 HDC현산 처벌 수위는

건설

“정부가 현재 운영하는 모든 법규, 규정 상 내릴 수 있는 가장 강한 페널티가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광주 주상복합 아파트(화정 아이파크) 신축 현장 붕괴사고를 낸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해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20일 현재 건설업계에선 2021년 시공능력평가 9위, 임직원 1000여명에 달하는 HDC현대산업개발이 건설업등록 말소를 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룹 해체 수순을 밟은 성수대교 붕괴 사고(동아건설산업 시공),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삼풍건설산업 시공) 수준과 비견되는 처벌수위로 50여년 역사를 자랑하는 1군 건설사가 존폐 위기에 처할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삼풍백화점·성수대교 비교 힘들어…처벌 ‘딜레마’ 일반적으로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1990년대 2건의 붕괴사고(삼풍백화점·성수대교)를 이번 광주 사고와 비교할 수 없다는 의견이 일반적이다. 인명피해 규모나 과실 정도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1995년 발생한 삼풍백화점 사고는 이준 삼풍그룹 회장이 징역 7년 6개월 형을 받을 정도로 파장이 컸다. 백화점 관계자뿐 아니라 일반고객까지 총 502명이 사망 한데다 붕괴 전 건물 내 싱크홀(Sinkhole·땅꺼짐 현상)이 발생하는 등 전조현상이 있었음에도 영업을 강행했다는 점이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이 회장은 붕괴 직전 일부 회사 관계자들의 만류에도 계속 영업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져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피할 수 없었다. 대법원 판례와 현행법(형법 제268조 등) 상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당시 사고와 부실시공에 대해 직접 업무지시를 했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에 대한 처벌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업으로선 최악의 사태인 ‘총수 수감’을 면할 수 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당시 시공사인 동아건설이 전문건설업 면허를 취소당했던 사례를 동일하게 적용하기도 어려울 전망이다. 건설산업기본법 제83조에 따르면 ‘고의나 과실로 건설공사를 부실하게 시공하여 시설물의 구조상 주요 부분에 중대한 손괴를 일으켜 공중(公衆)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 건설업등록 말소 및 1년 이하의 영업정지가 가능하다. 해당 조항에선 ‘공중의 위험’을 발생시켰는지가 관건인데, 성수대교 붕괴 사고는 사상자 49명이 다리를 건너던 민간인이었다. 동아건설은 건설교통부의 면허 취소조치가 부당하다는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으나 결국 2003년 대법원 파기환송심에서 서울고등법원이 “면허취소는 정당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광주사고는 ‘공중의 위험’이라는 측면에서 애매한 상황이다. 성수대교 붕괴 당시와 달리 광주 아이파크 사상자들은 현장에서 공사하던 근로자에 국한된다. 건설산업기본법상만 놓고 본다면 건설업등록 말소와 1년 이하의 영업정지가 내려지기 힘들다. 이 외에도 HDC현대산업개발이 이미 수주했거나 공사 중인 현장의 시공이 진행돼야 한다는 측면에서도 건설업등록 말소는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 ‘본보기’될 위험 커, 손실 크더라도 진정성 있는 조치 필요 그럼에도 정부 입장에서 통상적인 제재에 그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같은 지역 내에서 연달아 두 번째 인사(人死) 사고를 냈다. 게다가 그동안 유사한 사고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졌다는 여론이 더해져 HDC현대산업개발이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안전·중대재해에 대한 사회인식 또한 1990년대와 크게 달라졌다. 이에 따라 사고와 직접 관련 있는 화정 아이파크 현장소장 또는 현장 관계자들이 대거 금고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입증되면 형법 제268조에 따라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 내에서 형량이 정해진다. 업무상 과실치사는 일반적인 과실치사(2년 이하의 금고, 700만원 이하 벌금)에 비해 형량이 무겁다. 여기에 불법 하도급 등 추가 혐의가 있으면 형량이 늘 수 있다. 이밖에 건설산업기본법 제82조 등 관련 법조항에 따라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해 6개월 영업정지가 가능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택시공 도급사업이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HDC현대산업개발에게 브랜드 가치 훼손이라는 결과는 뼈아프다. 오희택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시민안전위원회 위원장은 “최대 영업정지 1년까지 적용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이렇게 여론이 악화한 상태에서 현대산업개발이 영업행위를 할 수 있겠나”라면서 “당분간 주택사업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HDC현대산업개발이 진정성 있는 보상조치 등 적극적으로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야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삼풍그룹은 삼풍백화점 피해자들에게 총 3300억원 가량의 배상금을 지급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대금으로 준비한 자금이 있는 만큼 수천억원 손실이 난다고 해서 현대산업개발이 망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피해자 보상 및 분양 환불 등 책임 있는 조치에 나설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민보름 기자 min.boreum@joongang.co.kr

2022.01.20 08:02

3분 소요
“등록말소”까지 언급된 HDC, 현행법에선 솜방망이 처벌 예상

산업 일반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광주시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가 발생한 지 7일 만에 대국민 사과를 하고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럼에도 비난 여론은 여전하다. 콘크리트가 완전히 굳기 전에 임시 기둥(일명 동바리)을 철거하는 등 부실시공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서다. 하지만 시공사인 유병규·하원기 현산 대표이사나 정몽규 회장 등 경영진의 처벌은 불가능하다. 오는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 이전에 발생한 사고이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망자가 발생하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을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원청인 HDC현대산업개발(현산)에 대한 처벌수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산이 지난해 6월 같은 광주 지역에서 17명의 사망자를 낸 학동 재개발 구역 참사의 원청사라는 점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현산의 등록말소까지 거론하며 “가장 강한 페널티(제재)를 줘야 한다”는 입장까지 밝혔지만 결국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 학동 사고로 현산 과태료 1430만원…이번엔? 노동계·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번 현산 신축아파트 붕괴 사고에 적용할 수 있는 관련법은 ▶건설산업기본법(건산법) ▶건설기술진흥법 ▶산업안전보건법 등이 있다. 이외 주택법, 건축법, 형법(업무상 과실치사상죄) 등도 있다. 현재 경찰은 현산 현장소장 A씨를 건축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이외에 현산 공사부장 등 안전관리 책임자 5명과 하도급업체 현장소장 1명은 인명 피해가 난 안전사고를 초래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 등)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이 사고와 관련한 형사 입건자는 총 10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불법 하도급이나 부실공사의 경우 건산법 위반 여부를 검토할 수 있고, 설계나 감리, 안전관리 규정 등을 위반한 사안이라면 건설기술진흥법을 적용할 수 있다”며 “최종적인 수사 결과가 나와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건산법 위반에 해당하는 ‘불법 재하도급’이 이뤄졌다면 해당 하청업체 대표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불법 재하도급을 원청이 알고 있거나 관여한 경우도 역시 형사처벌 대상이다. 현산의 전국 건설 현장과 본사에 대한 특별 근로감독에 착수한 고용노동부도 최종수사 결과를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용부는 조만간 현산의 건설 현장 12곳에 근로감독관 100여 명을 투입해 특별 근로감독을 실시할 예정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 여부를 전반적으로 훑어볼 것”이라며 “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추후 과태료 부과나 사법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산안법에 따르면 원청의 안전보건총괄책임자와 하청업체 대표가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했을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인 탓에 강도 높은 처벌은 불가능하다.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재개발 건물붕괴 참사와 비슷한 수준에서 마무리될 것이란 전망이다. 학동 재개발 건물붕괴 사고는 모두 17명의 사상자(사망 9명, 부상 8명)를 낸 중대사고였지만, 현재 업무상과실치사로 기소된 9명 중 원청인 현산 소속은 현장소장 1명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하급업체 관리자나 재하도급업체 대표였다. 과태료 역시 솜방망이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특별감독 현황자료’에 따르면 현산은 지난해 6월 고용부의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 현장 특별 감독에 따라 143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하청업체의 과태료 처분(1890만원)보다 낮은 금액이다. ━ 등록말소 제외하곤 현산 타격 크지 않을 듯 향후 수사와 재판을 통해 법리 다툼이 끝나면 현산의 운명도 정해질 전망이다. 앞서 지난 17일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현산에 대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대형 사고가) 반복해 일어났기 때문에 정부가 현재 운영하는 모든 법규, 규정상 내릴 수 있는 가장 강한 페널티를 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노 장관이 밝힌 가장 강한 수준의 제재는 영업정지와 등록말소를 의미한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부실시공 업체는 건설업 등록 말소나 1년 이내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이런 처벌은 고의나 과실로 건설공사를 부실하게 시공해 시설물의 구조상 주요 부분에 중대한 손괴를 일으켜 공중(公衆)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에 내려질 수 있다. 이 같은 수준의 제재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부실시공 등 사고 원인에 현산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야 가능하다. 공기를 단축시키기 위한 원청의 압박 등이 수사에서 밝혀져야 한다는 얘기다. 원청의 연루가 드러날 경우 본사가 있는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에서 건설산업기본법(건산법)에 따라 행정처분을 내리게 된다. 건산법 처벌규정에 따르면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부실시공을 해 시설물의 구조상 주요 부분에 중대한 손괴를 발생시켜 건설공사 참여자가 5명 이상 사망한 경우’ 최장 1년 이내 영업정지까지 가능하다. 이 기간에 공공사업 수주와 민간 공사의 신규 수주 등 모든 영업 활동은 금지된다. 이미 광주시는 광주 지역 내에서 현산이 진행 중인 모든 건축건설 공사를 중지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린 상태다. 시는 또 광주 내에서 추진하는 공공사업에 일정 기간 현산이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질 경우 현산과 HDC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C그룹 지주회사인 HDC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3조7762억원) 가운데 현산이 맡고 있는 건설 부문은 약 70.7%를 차지했다. 2020년에도 매출 대비 건설 부문 비중은 70.4%다. HDC를 이끌고 있는 현산의 매출이 없다면 HDC의 실적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다고 그룹의 존폐를 거론할 정도는 아니다. HDC의 수주상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9월 기준 현산의 관급 공사 계약 잔액은 6030억원가량 남았고, 민간 공사가 마무리되면 받을 돈도 22조원에 가깝다. 하지만 등록말소 처분의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건산법에는 ‘고의나 과실로 건설공사를 부실하게 시공해 시설물의 구조상 주요 부분에 중대한 손괴를 야기해 공중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에 대해서는 임의적 ‘등록말소’가 가능하다고 규정돼 있다. 등록말소가 되면 현산은 그간 시공능력 실적 수주 등 모든 기록이 삭제된다. 사실상 시장 퇴출을 의미한다. 국토부는 지금까지 단 한 차례 등록말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와 관련해 동아건설산업에 건설업 면허를 취소한 것이다. 다만 동아건설산업은 처분 이후 면허취소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 2대 주주 국민연금, 주주대표소송 1호로 현산 노리나 이와 별도로 현산은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원고는 국민연금공단이 될 확률이 높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민연금은 현산 지분을 11.6%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다. 최근 국민연금은 유명무실했던 주주대표소송 절차를 정비하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 ‘대표소송’의 개시 결정 권한을 기금운용본부에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로 일원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주주대표소송 제도는 경영진의 결정이 주주의 이익과 어긋날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표해 회사에 손실을 끼친 경영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말한다. 주주대표소송 제기의 근거는 폭락한 주가로 인한 국민연금의 손실이다. 지난해 7월 3만3000원대까지 기록했던 현산의 주가는 지난 11일 사고 이후 연일 신저가 행진을 펼치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장중 한때 52주 신저가인 1만6000원까지 떨어졌다. 이에 HDC그룹의 지주사인 HDC는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현산 보통주 100만3407주를 장내 매수했다. 정몽규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투자회사인 엠엔큐투자파트너스도 같은 기간 HDC 보통주 32만9008주를 사들였다. 그럼에도 주가 하락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경영진이 기업에 끼친 손해에 책임을 묻는 주주대표소송은 승소해도 배상액이 기업에 돌아간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주주대표소송을 진행하지 않더라도 국민연금이 보다 적극적으로 주주활동에 나설 가능성은 크다. 원종현 국민연금 수탁위 위원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총수(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SNS에 올라온 댓글 하나에 주가가 휘청거리고, 건설 중인 건물이 무너지는 등의 사안도 주주 가치가 훼손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해당 기업에 확인서를 보내 정보를 더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면서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시민단체도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17일 참여연대는 “학동 참사 이후 제대로 열리지 않아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를 위반한 현산 이사회에 대한 주주권 행사에 나서야 한다”고 국민연금에 요구했다. 그러면서 “대주주의 영향으로부터 독립적인 이사들로 현산 이사회가 전면 개편되도록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공익이사 선임 등 주주제안 및 사고 연루 문제 이사 해임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2022.01.19 11:32

6분 소요
전국 곳곳 'HDC현산', '아이파크' 보이콧 움직임 속출

부동산 일반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이 곳곳에서 외면받고 있다. 잇단 두 차례 대형사고 등 부실시공 정황이 드러나자 현산을 ‘보이콧’ 한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공, 민간 구분 없이 곳곳에서 HDC현산을 보이콧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우선 사고가 일어난 광주광역시는 광주시 내에서 현산이 진행 중인 모든 공사 현장에 대해 공사 중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나아가 일정 기간 동안 광주시 내에서 HDC현산이 사업을 진행하지 못 하게 하는 ‘사업 배제’까지 예고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지난 13일 “광주에서 추진하는 공공사업에 일정 기간 현산의 참여를 배제하는 방안을 법률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광주 지역 정비사업에서 사실상 HDC현산을 퇴출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HDC현산은 현재 광주에서 화정 아이파크 외에도 계림동 아이파크, 학동 4구역 재개발, 운암3단지 재건축 등 총 4곳에서 공사를 진행 중이다. 민간에서도 HDC현산과 맺은 시공 계약 해지를 검토하는 아파트 단지들이 나오고 있다. 광주시 운암3단지 재건축정비조합은 HDC현산과 시공사 계약 해지를 검토하고 있다. 경기도 안양시 관양 현대아파트에서는 HDC현산의 재건축 사업 참여를 반대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또한 HDC현산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에서도 일부 조합원들이 HDC현산을 컨소시엄에서 빼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는 상황이다. HDC현산의 아파트 브랜드인 아이파크 단지에 입주 예정자들은 실거주 대신 전세나 월세로 돌리려는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다. 부동산 정보 업체 ‘아실’에 따르면 최근 입주가 시작됐거나 예정된 전국의 아이파크 단지들에서 아파트 붕괴 사고 이후 전세 매물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입주를 시작한 2500여 가구 규모의 대전아이파크시티는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지난 11일 전세 매물이 332건에 그쳤으나, 지난 16일에 406건으로 22.3% 늘었다. 또한 아이파크 아파트의 호가가 크게 내려간 단지까지 등장했다. 대전아이파크시티 2단지 전용면적 84㎡의 매물은 지난해 말에서 올해 초까지 전세 호가가 5억~6억원에 달했지만 최근 4억원까지 내려갔다. 청주가경 아이파크에서도 전용 84㎡는 이달 초 5억 3000만원까지 높아졌던 호가가 최근 4억 3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지난 17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이후 7일 만에 “광주 사고 피해자 가족과 국민께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대국민 사과했다. 정 회장은 “안전점검에 문제가 있다면 나오는 수분양자 계약 해지는 물론 완전 철거와 재시공까지 고려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아이파크 보이콧에 들어간 여론을 잠재우기에는 부족했다. ━ HDC현산, 영업정지 혹은 시장에서 퇴출될 수도 업계에서는 HDC현산이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가장 강한 페널티’를 내릴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노 장관은 지난 17일 “광주참사와 관련해 실종자 수습 이후 사고원인을 규명하는 대로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해 합당한 처벌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사고가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모든 법규와 규정을 동원해 내릴 수 있는 가장 강한 페널티를 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고에서 HDC현산의 부실시공 등이 드러나면 본사 소재지 지방자치단체가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 건설산업기본법 처벌규정에 따라 최장 1년 이내 영업정지가 가능하다. 고의성과 과실 여부가 입증되면 건설업 등록 말소도 가능하다. 이러한 처벌은 부실시공으로 시설물의 구조상 주요 부분에 중대한 과실로 많은 사람에게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 내려질 수 있다. 만약 HDC현산이 영업정지를 받게 되면 공공사업 수주와 민간 공사의 신규 수주 등 모든 영업 활동이 금지되고 등록말소를 받을 경우에는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당한다. 그동안 국토부는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와 관련해 동아건설산업에 건설업 면허를 취소한 바 있다. 다만 동아건설산업은 처분 이후 면허취소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김두현 기자 kim.doohyeon@joongang.co.kr

2022.01.18 20:00

3분 소요
“한번도 아니고 두번씩이나” HDC현대산업개발 퇴출 고려

정책이슈

노 장관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사고를 반복적으로 냈다”며 “정부가 운영중인 모든 법규에서 내릴 수 있는 가장 강한 징계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 6월 9일 광주 동구 학동4구역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이 붕괴되면서 지나가던 시내버스를 덮쳐 17명의 사상자를 낸데 이어, 7개월 만인 새해 1월 11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아파트의 외벽이 무너져 6명의 실종자를 낸 사건을 언급한 것이다. 정부가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을 마련, 오는 27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HDC현대산업개발 사고가 재발한 점도 노 장관이 분노한 배경이다. 노 장관은 이와 함께 이번 사고에 내릴 수 있는 최고 징계 수위가 현행법 상 영업정지 1년과 등록말소라는 점을 언급했다. 인명 피해, 조사 결과, 과거 사례 등을 종합 고려해 강한 행정 처분을 내리겠다는 점을 내비쳤다. 이를 위해 과거 성수대교 붕괴 사건(1994년 10월 21일 발생)을 참고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성수대교를 공사한 동아건설이 등록 말소 처리됐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1995년 6월 29일 발생)를 일으킨 삼풍건설산업도 등록 말소 대상이었는데 징계 전 폐업해 등록 말소가 이뤄지지 않았다. 등록 말소를 처분 받은 건설사는 그동안 쌓은 실적이 모두 사라지게 된다. 실적이 삭제되면 공사를 수주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건설업계에서 퇴출되고 문을 닫는 것이다.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정부 징계는 사고 수습 후 진행될 예정이다. 노 장관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지금 시급한 건 실종자 다섯 분을 수색하는 것"이라고 일의 우선순위를 설명했다. 그는 사고 조사 진행 과정에 대해 “사고 발생 다음날 조사위원회(전문가 10명으로 구성한 건설사고조사위원회)를 발족해 초기단계 증거 확보와 경찰 수사에 주력하고 있다”며 “국토부는 (HDC현대산업개발이) 공사 과정에서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켜졌는지, 기술적인 문제가 있었는지 등을 밝히는데 초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장관은 현행법 상 이번 사고로 내릴 수 있는 징계의 최고 수위가 영업정지 1년과 등록말소라는 점을 언급했다.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은 건설 업체가 부실 시공해 시설물 구조에 손괴를 일으켜 공사 참여자가 5명 이상 사망하면 영업 정지 최장 1년을 부과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영업이 정지되면서 공공·민간 모두 공사를 수주하지 못하게 된다. 또한 건설산업기본법은 고의 과실, 부실 시공, 구조상 중요부분 손괴, 공중 위협 등을 일으키면 등록 말소가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특히 공중(시민)을 위험에 빠트리면 등록 말소를 결정짓는 중대한 사유가 된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건이 2차 붕괴 위험, 주민 피신 등으로 공중에 피해를 끼친 증거 자료를 수집 중이다. 노 장관은 이번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건과 관련해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안전 불감증, 무리한 공기, 부실 시공 등이 사고 원인이 복합적이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실종자 5명을 수색하고 2차 안전사고를 막는 것이 지금은 우선이며 그 후에 잘못을 조사해 처벌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2022.01.17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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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퇴직 공무원의 쓴소리 - “법으로 금지해야 관피아 사라진다”

산업 일반

2006년 말, 퇴임을 앞둔 산업자원부 서기관이 쓴 한 권의 책으로 관가는 발칵 뒤집혔다. 공무원 사회의 무능과 악습·부패·비리를 폭로한 . 치부가 드러난 관료 사회는 반성 대신 떠나는 동료를 징계에 회부하고 소송을 냈다. 책에서 판교 신도시 정보를 미리 빼내 투기를 했다는 의혹을 받은 옛 건설교통부 공무원들은 저자인 이경호 전 서기관(당시 59세)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 전 서기관은 검찰 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 뒤 건교부 공무원들도 아무 탈이 없었다. 관료 사회는 변하지 않았다. 8년이 흘렀다. ‘관피아(관료+마피아)를 척결하자’, ‘국가를 개조하자’며 요란한 요즘, 무모했던 한 퇴임 공무원이 보는 한국 사회, 관료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6월 26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그를 만났다. 책이 가득 담긴 가방을 들고 나온 이경호 전 서기관은 “세월호가 침몰한 것은 파수꾼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침몰 여파로 관피아 척결이 화두다. “관피아 추방 문제는 과거 경제기획원(EPB)처럼 하라고 말하고 싶다(이경호 전 서기관은 경제기획원에서 오래 근무했다). 기획원은 1983년에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을 만들 때 다음과 같은 법조항을 신설했다. ‘집행간부(임원)는 사장이 소속 직원 중에서 임명하여야 한다(제15조)’. 이 법 조항으로 퇴직공무원들의 낙하산 인사는 원천 봉쇄됐다. 하지만 10여 년 후, 공무원들의 집단 로비로 제15조는 소리없이 사라졌다. 그 적폐가 관피아다. 정부가 관피아를 정말로 뿌리 뽑고 싶다면, 경제기획원이 했던 것처럼 공직 유관단체 관련 법과 공직자윤리법 등에 퇴직 공무원의 낙하산 금지를 ‘피(血)’로서 새겨놓으면 된다.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도 관피아의 무능·부정·부패·불법·전관예우가 한 원인이 됐다.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이번 기회에 관피아를 근절해야 한다. 대한민국에 사람이 없으면 모를까 나라를 위해 일할 인물은 많다. 관피아가 없어도 대한민국은 잘 굴러갈 것이다.”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파수꾼이 필요하다. 성경 한 구절을 인용하겠다. 에스겔서 33장 1~6절에 이런 말이 나온다. ‘만약 어떤 나라에 적군이 쳐들어올 때 파수꾼이 비상나팔을 요란하게 불어 주었는데도 백성이 정신을 놓고 있다가 적군의 칼에 맞아 죽으면 그것은 백성의 탓이다. 그러나 파수꾼이 비상나팔을 불지 않아서 백성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가 적군이 쳐들어 와 생명을 잃는 백성이 생긴다면, 백성이 죽은 책임은 그 파수꾼에게 있다.’ 파수꾼은 정치·경제·사화·문화 등 전 분야에서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위험을 미리 발견하고, 그것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신랄하게 경고를 하거나 비상나팔을 불어주어서 국민이 억울한 죽임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사람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가 발생할 때까지 해양경찰청·해양수산부·검찰·경찰·감사원은 물론 언론에서도 위험에 대해 아무도 비상나팔을 불지 않았다.” 예전에도 예기치 못한 사건·사고는 늘 있었다. “1990년대 들어 서해 훼리호 침몰,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KAL기 추락, 외환위기 등 대형 사건·사고가 연속으로 터졌다. 정부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사고대책 위원회를 만든다, 법을 만든다, 관련 규정을 뜯어고친다 하면서 일대 소동을 벌였다. 언론과 여론도 이 사건을 커다란 동네북으로 삼았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평상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만약에 우리 사회가 선진국처럼 요소 요소에 파수꾼이 있었다면, 예를 들어 검역 파수꾼, 화재 파수꾼, 홍수 파수꾼 등이 있어 각각 예상되는 위험 상황에 대해 평소에 늘 신랄한 경고를 하거나 비상나팔을 불어 주었다면, 우리는 수많은 대형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엔 지금까지 파수꾼이 없었나. “경제 분야에선 경제기획원이 경제 파수꾼 역할을 했다. 1980년 대 말 빈부격차가 심해지자 경제기획원은 이런 극심한 빈부격차를 시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 국민감정이 폭발할지 모른다고 수없이 경고했다. 그리고 경제 파수꾼으로서 대한민국의 경제민주화를 위해 비상나팔을 불었다.” 구체적으로 뭘 했나. “지난해 경제민주화가 화두가 됐지만, 경제기획원은 이미 20여년 전인 1990년에 경제민주화 정책을 시행했다. 대표적인 것이 토지공개념법과 임금관리방안이다. 토지공개념법의 핵심은 택지소유상한제인데, 내용은 서울 및 대도시는 1가구당 200평, 지방은 400평으로 택지소유를 제한하는 것이었다.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분별한 부동산 과다보유를 막는 정책이 필요했다. 그것이 바로 택지소유상한제다. 기획원은 ‘국가는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헌법 제119조 2항을 근거로 토지공개념을 제정해 1990년부터 시행했다. 또한 1987년 6·29 민주화선언 이후, 대기업 강성노조들이 대규모 파업을 하면서 연 15% 이상의 높은 임금인상률을 요구하자 고임금 방지를 위해 1992년에 강력한 ‘임금관리 방안’을 실행했다. 내용은 정부투자기관·금융회사·대기업의 임금인상률을 총액기준 5%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었다.” 지금이라면, 사회주의 발상이라며 반발이 컸을 것이다. “그런 반발로 나중에 정책이 후퇴했다. 기획원이 실시한 경제민주화 정책은 빈부격차를 대폭 감소시켰고(상위 5%의 토지소유 비중이 65.2%→40%로 감소), 정부투자기관·금융회사·대기업의 임금인상률은 5% 선에서 안정됐다. 하지만 1994년에 경제기획원이 없어지고 4년 후인 1998년에 두 법은 폐지됐다. 그 결과 지금 이 나라에는 극심한 빈부격차가 진행되고 있고, 천문학적 고임금을 받는 ‘신의 직장’이란 게 생겨났다. 만약에 경제의 파수꾼을 자처한 경제기획원이 존재했다면, 세월호 참사의 야기자인 유병언 일가가 부동산을 460만평(1500만㎡) 넘게 소유할 수는 없었을 것이고, ‘신의 직장’이란 괴물도 생겨날 수 없었을 것이다.” 후배 공무원들이나 관료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정책을 펴려면 진심을 갖고 확실히 하라고 말하고 싶다. 예를 들어 현 정부는 ‘손톱 밑 가시 뽑기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규제 개혁을 한다고 하는데, 문제가 있다면 손톱이 아니라 손목을 잘라서라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1986년 정부는 경제 성장과 규제 개혁을 위해 전자공업진흥법·기계공업진흥법·철강공업진흥법·조선공업진흥법·비철금속제련사업법·석유화학공업육성법·섬유공업근대화촉진법 등 7개 법을 모두 폐지했다. 7개 법은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규제의 암덩어리’였고, 기업에는 ‘목구멍 속의 칼날’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상공부는 대경실색했고, 결사반대 했다. 모든 기득권을 포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획원의 끈질긴 설득에 굴복해 상공부는 1986년에 7개 법을 모두 폐지하고, 그 대신 ‘공업발전법’ 한 개를 새로 만들었다. 공업발전법’에서는 규제 조항을 99% 모두 없애버렸다. 그 결과 오늘날 삼성전자·현대자동차·포스코 같은 세계적 기업이 탄생할 수 있었다. 당시 7개 법 폐지는 경제학자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의 기상천외한 규제타파였다.”

2014.07.07 15:38

5분 소요
Stock - DJ 정부 이후 반짝 상승에 그쳐

증권 일반

외국인 투자 확대, 글로벌 대기업 출현 등으로 갈수록 정책 영향 덜 받아 2012년 12월 19일에 열린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됐다. 선거 다음날인 12월 20일 주식시장에서는 대선 결과의 영향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종목이 눈에 띄었다. 부동산 규제가 더 풀릴 것이라는 예상에 대우건설·현대건설·삼성물산 등 건설주가 강세였다. 우리금융지주는 민영화 기대로 3% 올랐다. 박 당선인의 일자리 공약 관련주라는 사람인, 에이치알과 윌비스 등의 주가도 급등했다.박근혜 테마주도 급등역대 정권에서 정책 수혜주는 과연 기대만큼 좋은 성적을 냈을까. 현 정부부터 살펴보자.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녹색기술, 첨단융합산업, 고부가 서비스산업 등 3개 분야 17개 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지정해 3년간 37조원을 들여 집중 육성에 나섰다. 하지만 정권 말기인 현재 이들 산업 중 절반가량은 증시에서 낙제점을 받고 있다.17개 산업의 대표주 가운데 8개는 2008년보다 오히려 주가가 하락하며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다. 현 정부가 취임 초기부터 집중 육성 정책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급등했던 대표적인 신재생에너지산업인 태양광산업은 현재 총체적인 난국에 빠졌다. 2012년 11월 국내 2, 3위 태양광 핵심소재 업체인 한국실리콘과 웅진폴리실리콘이 부도 처리됐으며 4위 업체인 KCC폴리실리콘은 1년째 공장가동을 중단하고 있다.2010년 초 최고 64만원까지 올랐던 태양광 대표주 OCI 주가는 현재 15만원대로 떨어졌다. 정부가 육성해 온 다른 녹색성장 관련 산업이나 로봇응용 산업, 정보기술(IT)융합시스템, 차세대 무선통신 등도 상당수 부진에 빠져 있기는 마찬가지다.1987년 대선에서는 노태우 후보가 당선됐다. 당시인 1980년대 후반은 한국 경제 개발연대의 전성기였다. 3저(저유가, 저금리, 저원화 가치)라는 경제 환경 속에서 한국 경제는 한없이 부풀어 올랐다. 마이카 시대가 막 열리기 시작했고, 한국인들은 여전히 배가 고팠다. 양적 성장의 시대였다. 양적 성장을 대표하는 분야는 토건이다.노태우 정권의 경제 공약 중 가장 중요한 정책은 2‘ 00만호 주택건설’이었다. 경제 개발 과정에서 수도권의 인구는 과밀화됐고, 늘어난 소득은 좋은 주거 환경을 요구했다. 한국 최초의 대규모 계획 도시인 분당과 일산이 이때 건설됐다. 노태우 정권 때의 최대 정책 수혜주는 건설주였다. 1980년대 후반은 한국 증시 역사상 가장 뜨거운 활황장이었다. 신도시 건설이 본격화됐던 1988~89년 종합주가지수는 73.2%나 급등했다. 같은 기간 동안 건설업종지수는 144% 상승했다.주식시장도 유례없는 호황기를 누렸지만 그중에서도 건설주의 상승은 단연 돋보였다. 당시 건설주의 호황이 얼마나 대단했는가는 업종지수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1988~89년 건설업종 지수의 최고점은 581포인트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2012년 말의 건설업종지수는 155포인트에 불과하다.1992년 김영삼 정권은 출범 후 ‘신경제 100일 계획’ 등과 같은 경기 부양책을 쓰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경제에 시장 논리를 주입시키기위해 노력했다. ‘개방화’와 ‘규제완화’는 관치경제를 넘어서기 위한 시도였다. 이 과정에서 ‘저평가 가치주’가 김영삼 정권 최대의 정책 수혜주로 떠올랐다. 1992년 1월 한국 증시는 외국인에게 개방됐다. 완전 개방된 시장은 아니었지만, 외국인들은 한국 증시에 상장된 종목들을 부분적으로 매수할 수 있었다. 외국인들의 시장 참여는 한국 증시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무엇보다도 한국 증시에 가치의 개념이 도입되기 시작됐다. 개방화 이전 한국 증시에는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업종별로 동반 상승과 동반 하락의 모습이 반복됐을 뿐 주가는 개별 기업의 가치를 반영하지 못했다. 그러나 새로이 한국 증시에 뛰어든 외국인들의 종목 선별 기준은 달랐다.외국인 투자가들은 증시에서는 이익 지표에 근거한 주가수익비율(PER)이 저평가된 종목들을 사들였다. PER은 증시 개방 이전에도 존재했던 개념이었지만 실제 투자의 지침으로 사용되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저PER주들이 외국인의 집중 매수 속에 급등하자 PER이 가지는 중요성이 높아졌다.1990년대 초저PER주의 대표 기업이었던 한국이동통신(SK텔레콤의 전신)은 1992~94년의 강세장에서 1778%나 급등했고, 역시 저 PER주로 각광을 받았던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등도 각각 1627%와 1236%씩 올랐다. 1993~94년에는 자산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현재 주가를 1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비율인 주가순자산비율(PBR)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1993년 국회에서는 규제 완화의 맥락에서 주식의 대량소유를 제한하는 ‘증권거래법 200조’의 폐지가 논의됐다. 주식 대량소유 제한의 폐지는 인수합병(M&A)이 한국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했고, 이는 자산가치에 대한 재평가로 이어졌다. 성창기업은 1105%, 만호제강 1070%, 전방 875% 등 당시의 대표적 자산주들이 급등했다.1997년 대선의 승자는 김대중 후보였다. 헌정 사상 야당에 의한 최초의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그러나 김대중 정권은 대단히 어려운 환경 속에서 출범했다. 대선이 열리기 직전인 1997년 11월 외화 유동성 위기로 인해 한국은 IMF 구제금융을 받았기 때문이다. 외환위기를 불러온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포괄적으로는 1960년대 이후의 개발연대 과정에서 노정된 양적 성장의 부작용이 외환위기라는 형태로 폭발했다고 볼 수 있다.구제금융을 받기 전 이미 한국 사회에 총제적 부실의 징후가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외환위기 3년 전 성수대교가 붕괴됐고, 2년 전에는 삼풍백화점이 무너져 내렸다. 빨리빨리로 만들어진 한강의 신화는 그렇게 무너졌다. 코스닥 시장 투기판으로 전락김대중 정권은 총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재벌의 중복과잉 투자가 문제라고 봤다. 앞서 김영삼 정권은 규제 완화를 (수단이 아닌) 중요한 정책적 목표로 삼았다는 점을 논의했다. 삼성그룹에 자동차 산업 진출이 허용됐고, 한보철강의 대규모 공장 증설도 인가됐다. 이런 과잉투자는 김대중 정권 시절 빅딜(big deal)이라는 인위적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 빅딜만으로는 부족했다.재벌 중심의 선단 경영을 넘어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자 했고, 그 고민에서 부각된 시장이 코스닥이었다. 코스닥 시장은 1990년대 후반에 불어온 IT 붐을 타고 부각됐다. 벤처기업이 중심이 된 IT 기술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가 글로벌하게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에서는 정권 차원의 정책적 배려도 더해졌다. 김대중 정권 정책의 최대 수혜주는 코스닥이었다.1990년대 말 코스닥 시장은 놀랄 만한 급등세를 나타냈다. 코스닥 지수는 1999년부터 2000년 3월의 고점까지 299%나 급등했다. 무료 인터넷 전화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들고 나온 새롬기술은 6개월 사이에 30배나 급등하기도 했다. 벤처 중심의 코스닥 시장 육성은 한국경제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실험이었지만, 그 결과는 좋지 못했다.시간이 지나고 나니 코스닥 시장의 급등은 국제적인 IT 버블과 정책 특혜가 더해진 돈 놓고 돈 먹기 식의 투기판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많은 벤처기업이 파산했고, 2012년 말 코스닥 지수는 2000년 3월의 고점 대비 82.4%나 급락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대외 변수가 더욱 중요김대중 정권 이후의 노무현, 이명박 정권에서 정책 수혜주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일부 종목들이 수혜를 보기도 했지만, 극히 지엽적이었고 이전 정권에서 나타났던 것과 같은 강력한 시세 분출도 없었다.2000년대 들어 과거와 다른 주가 등락 패턴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정치권력에 대해 시장(기업)이 가지는 자율성이 증대됐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삼성과 현대차 그룹을 비롯한 대기업들의 글로벌화가 진전되면서, 정부 정책이 대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축소되고 있다. 정부 정책이 글로벌화가 진전된 대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또한 2000년대 들어 한국 경제의 수출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정부 정책은 기본적으로 내수에 영향을 주는 변수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내수를 대표하는 두 가지 지표인 민간소비와 기업투자는 기조적으로 위축되고 있다. 민간소비는 2002년 카드버블 붕괴 이후, 기업투자는 외환위기 이후 위축되고 있다. 반면 한국 정부의 정책보다 대외수요에 더 큰 영향을 받는 수출 의존도는 사상 최고치까지 상승하고 있다.개방화의 진전도 정치권력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축소시키고 있다. 1998년 5월 외국인 투자 한도 완전 폐지를 기점으로 한국증시의 개방화는 빠르게 진전됐다. 개방화의 진전은 한국 증시와 글로벌 증시의 동조화를 가져온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 내부적인 정치 이슈보다 글로벌 증시의 추세가 더욱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증시 개방화 이후 한국 증시와 세계증시의 상관계수는 1에 근접하고 있다.특히 노무현 정권 때는 딱히 정책 수혜주를 찾기 힘들었다. 노무현 정권 자체가 정경분리를 통한 시장 불간섭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대통령 스스로가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뚜렷한 정책 수혜가 없었음에도 노무현 대통령 집권 5년(2003~2007년) 동안의 코스피 지수 상승률(202.5%)은 5년 단임제 대통령제가 실시된 1987년 이후 다섯 명의 대통령 임기 중 가장 높았다. 중국 경제의 고성장으로 한국의 수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덕을 봤기 때문이다.박근혜 정부에서도 마찬가지다. 공약만으로 정책 수혜주나 피해 주를 명확히 가리기는 어렵다. 정보기술(IT)과 소프트웨어 업종, 복지 관련 내수주가 일부 수혜를 입을 수 있겠지만 지나친 정책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 또 선거 결과보다 대외 요인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 증시에는 외국인의 움직임과 미국·중국의 경제지표 등이 더 중요한 문제다.

2013.01.0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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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 Book - 『위기관리 10계명』

북 리뷰

저자 전성철 외 출판사 웅진윙스 값 1만5000원 장두노미(藏頭露尾). 교수신문이 2010년을 압축하는 사자성어로 선정해 화제가 됐던 말이다. 말 그대로는 위기에 몰린 타조가 덤불 속에 머리를 처박았지만 꼬리는 감추지 못한 형세를 나타내는데, 풀자면 진실을 감추려 하지만 그 실마리는 이미 드러나 있다는 뜻이다.한데 이 말이 그저 지난 일을 가리키는 데 그치지 않는 듯하다. 잦은 KTX 고장이나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 등 사고나 위기가 닥쳤을 때 정부나 기업, 고위 인사들이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 말이다. 허둥지둥하는 것이야 그렇다 쳐도 뻔히 드러날 진실을 감춰 사태를 키우거나 망신을 당하기 예사다.어째서 이런 일, 그러니까 많이 배우고 높은 자리에 있는 분들이 보통사람들이 생각하기에도 상식에 맞지 않는 조치를 취할까. 그래서 일을 악화시킬까.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조직에 돌아올 책임을 회피하려는 마음이 우선 작용했겠지만 평소 비상시에 대처할 훈련이나 조직이 미비한 탓일 수도 있다.이 책은 기업과 기업인을 대상으로 그 같은 위기를 슬기롭게 넘기고, 나아가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는 노하우를 정리한 것이다. IMG세계경영연구원 원장과 부원장, 교수가 쓴 이 책의 미덕은 쉽고 생생하고 흥미롭다는 것.읽기 편하다는 것은 이 책이 연구원의 강의록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기인한 듯하다. 수많은 강의를 거치는 동안 다듬어진 덕분인지 정리가 잘돼 있다. 여기에 1989년 삼양식품의 ‘공업용 우지라면 파동’이라든가,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 등 한국 사례를 중심으로 풀어가 국내 독자들의 피부에 와 닿는다. 지은이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 잘 정리된 이론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전달해 긴박한 스릴러처럼 속도감 있게 읽힌다.먼저 책에서 말하는 ‘위기’는 매출감소 등 경영위기와는 의미가 다르다. 제품 불량으로 인한 인명사고처럼 외부요인에 의해 회사 평판이나 생존에 결정적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사고를 말한다. 국내 기업에는 이 같은 사태를 관리하는 조직이나 태스크포스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지은이들은 이에 대해 위기는 ‘빈도’보다 ‘심도’를 고려해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이런 위기를 관리하는 과정도 지은이들은 독특하게 해석한다. 즉 위기는 사회가 좋은 기업인지 나쁜 기업인지 심판하는 재판 과정이라고 본다. 이에 따라 재판관은 소비자, 사법 당국, 언론, 시민단체 등 이해관계자로 간주하고, 위기관리는 법정에서 재판관을 상대로 진실을 다투는 과정으로 설명한다. 여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나쁜 기업(Bad Guy)이 될 수도, 불운에 빠진 좋은 기업(Good Guy in Misfortune)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인상적인 것은 2004년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었던 ‘쓰레기 만두’ 파동에서 나타난 기업의 흥망 부분이다. 대부분의 만두 제조사는 나중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국내 1위 도투락만두는 파산했고 비전푸드 대표는 자살했던 일이다. 한데 취영루란 중소기업은 이 와중에 연매출 600억원대 기업으로 급성장하면서 코스닥에 상장하기에 이르렀다. 지은이들은 위기관리 방식의 차이가 이런 대조적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한다.설명을 위해 책에선 닭고기 회사 영킨의 홍보팀장 위기호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선보인다. 닭에게 항생제나 성장촉진제를 먹인다는 언론보도로 인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경시하고, 허둥지둥하다 급격하게 몰락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어지간한 기업소설 못지않은 재미가 있다.스토리텔링 뒤에 정리된 위기관리의 핵심은 위기 발생 첫 24시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때 피해자 구제와 피해 확산 방지, 내부 단속, 대변인 선정, 첫 공식 입장 표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이 중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CAP룰’. 이는 사과 성명을 발표할 때 30%는 유감 표명(Care & Concern), 60%는 원인 규명과 피해 보상·재발 방지 대책 등 조치(Action), 10%는 재발 방지 약속(Prevention)을 담아야 대중에게 신뢰를 얻는다는 원칙이다. 책임 회피에 급급하거나 구체적인 대응 조치를 담지 못했던 국내 대표적 치킨 프랜차이즈 A사나 세계적 자동차 기업 도요타의 사과가 비판 받았던 이유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이어 위기관리팀 구성에서 언론 대응, 인맥 활용, 정보 수집을 거쳐 위기 후 이해관계자를 다시 만나는 엔딩까지 상세히 제시한다.지은이들은 실직했던 위기호 팀장이 위기관리 강좌를 듣고는 재취업에 성공해 해고된 직원의 음모로 위기에 빠진 음료회사를 성공적으로 구해 내는 과정을 실감나게 보여준다.‘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황당한 경우를 당하고 싶지 않은 기업인들에게 권할 만한 ‘위기관리 실전 바이블’이다. 우리가 아는 미국은 없다미국을 알면 한국이 보인다미국 보스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회학자가 3년에 걸쳐 미국을 연구했다. 저자는 현재의 경제위기가 미국이라는 국가 전체 몰락의 일면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도덕불감증, 사회 전반에 걸친 부정과 부패 등 미국 사회를 위협하는 현상들을 꼼꼼하게 분석했다. 쉽게 읽히는 미국 이야기를 따라가면 자연스레 한국의 문제가 눈에 보인다. ▒ 김광기 지음▒ 동아시아 02-757-9724 1만5000원세일즈 리더십 훌륭한 영업사원은 만들어진다탁월한 성과는 탁월한 영업사원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영업사원을 만드는 것은 뛰어난 리더다. 책은 저자가 20여 년간 영업조직에서의 경험과 연구 결과를 정리한 결과물이다. 영업사원들의 잠재력을 일깨우는 영업매니저의 역할을 알려준다. 영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싶은 사람과 그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자 하는 리더를 위한 책.▒ 김상범 지음▒ 순정아이북스 02-597-8933 2만5000원다원적 자본론자본을 알아야 자본주의를 정복한다자본을 돈으로만 생각한다면 자본의 본질을 이해할 수 없다. 지식자본, 인적자본, 신용자본 등 다양한 자본의 모습을 알아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책은 21세기 자본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고, 개인적·국가적 차원에서 자본의 축적 방법을 알려준다. 투자된 자본이 부로 변하는 생생한 과정이 현장 경험을 통해 전해진다.▒ 이근창 지음▒ 세창미디어 02-723-8660 1만2000원 나쁜 사회사회 양극화는 모든 곳에 존재한다‘무릇 있는 자는 받아 넉넉하게 되되 무릇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도 빼앗기리라’라는 마태복음(13장 12절)에서 유래된 ‘마태효과(The Matthew Effect)’를 분석한 책이 나왔다. 저자는 이 마태효과를 가지고 과학, 경제, 정치, 교육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진행되는 양극화를 설명한다. 모든 사회 불평등의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 대니얼 리그니 지음▒ 21세기북스 031-955-2165 1만5000원다시 쓰는 경제 교과서 한 권으로 끝내는 한국 경제사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현대 한국의 경제사를 다뤘다. 책은 교과서에는 실리지 않고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경제를 흥미진진한 이야기 형식으로 풀었다. 시대별로 사건을 나열한 지루한 역사책과는 다르다. 에피소드별로 당시 분위기와 인물을 생생하게 전한다. 한번쯤 현대경제사를 공부하고 싶었지만 어려워 포기했던 사람들에게 유익한 책.▒ 손해용 지음▒ 중앙북스 02-2000-6415 1만5000원가격은 없다가격에 속지 마라e메일은 무료인데, 왜 문자메시지에는 돈이 들까? 저자는 그 이유를 사람들이 가격에 속고 있기 때문이라 말한다. 책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늘 부닥치는 ‘가격’의 비밀을 알려준다. 인간이 가격에 속는 이유는 절대적 가치평가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며, 가격이란 집단적 착각이며 위험한 조작일 뿐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윌리엄 파운드스톤 지음▒ 동녘사이언스 031-955-3007 1만8000원

2011.09.23 10:27

5분 소요
[대재앙에서 뭘 배우나?] 사고 전엔 꼭 이상징후가 있다

산업 일반

일본 열도에 대재앙이 닥쳤다. 환태평양 지진대에서 발생한 강진은 열도를 뒤흔들었고, 곧바로 닥친 쓰나미는 미야기현 지방을 휩쓸며 막대한 인명과 재산을 삼켰다. 그 후 발생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는 전 세계를 방사선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일본 대재앙은 우리에게 엄청난 충격과 함께 많은 교훈을 준다. 특히 불확실한 환경에서 생존해야 하는 기업엔 그렇다.동일본 대지진과 같은 위기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닥칠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사전에 징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기 경보 시스템은 재앙으로부터 기업을 보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인리히 법칙’에 따르면 300번의 이상징후가 있은 뒤 한 번의 대형 사고가 발생한다. 기업 CEO는 이런 이상징후를 놓치지 말아야 할 책임이 있다. 경고를 무시하면 삼풍백화점·성수대교 붕괴, 천안함 폭거, 연평도 폭격 등 대재앙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기업은 또 초기 대응능력을 갖춰야 한다. 지진이 발생하면 쓰나미가 동반되듯 위기는 또 다른 위기를 부른다. 구제역 파동이 물가불안과 환경재앙으로, 성수대교 붕괴가 동아건설 면허 취소와 부도로 확산되는 식이다. 기업의 초기 대응은 그래서 중요하다. 위기 발생 후 CEO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기도 하다.기업의 위기 리더십도 필요하다. 대형 쓰나미가 휩쓴 일본은 지금 원전 방사성 물질 유출이라는 더 큰 재앙에 떨고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재앙이 지나가면 후유증에 시달리기 십상이다. 이런 때 기업과 CEO는 정상화 전략을 써야 한다. 위기경영학의 거장 이언 미트로프 박사의 위기 단계론에 따르면 위기 후 회복 전략은 조직 정상화 방안에서 제시된다. 징후 감지 및 초기 대응에 실패한 기업의 경우 곧장 조직 정상화에 돌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MS는 창업자 빌 게이츠와 CEO 스티브 발머의 ‘정상화 리더십’을 통해 기업분할 위기를 극복했다.마지막으로 대재앙을 피하려면 근시안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 일본 대재앙 이후 일본을 넘어 세계에 각종 소문이 난무하고 있다. 방사선 괴담 유포자가 경찰에 검거된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광우병, 쓰레기 만두, 미네르바, 멜라민, 상수도 민영화, 신종 플루 유언비어 등 우리 사회에서 괴담은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이런 괴담이 위기로 돌변해 기업을 괴롭히는 걸 ‘만성적 위기’라고 한다. 나이키·월마트는 만성적 위기를 경험한 대표적 기업이다.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 CEO는 인내력을 갖고 장기적 프로젝트 또는 대응 전략을 추진하거나 모색해야 한다. 석유업체 로열 더치 셸은 만성적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불만이 있는 소비자와 반대세력에 궁금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대재앙 대응 전략은 이처럼 신선하고 고객을 유인할 수 있으면 좋다.

2011.03.2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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