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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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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中 연 매출만 64조원”...이재용, ‘가전→전장’ 공략으로 새 中드라이브

산업 일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올해 첫 해외 출장으로 중국을 다녀왔다. 이 회장은 중국 샤오미·BYD 경영진을 만난 데 이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제공상계 대표 회견’에 참석해 시진핑 국가주석과도 면담을 진행하고 귀국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중국 관세 압박이 커지는 등 미중 간의 견제 분위기가 뜨거운 가운데 이 회장의 이번 행보는 무엇을 의미할까. 가장 첫 의미는 ‘삼성은 중국 매출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삼성에게 중국은 미국만큼 중요한 시장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지역별 매출을 살펴보면 중국 매출은 65조원을 기록햇다. 2023년 42조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1년만에 매출이 54%가 껑충 뛴 것이다. 삼성 전체 매출에서는 31%를 차지할 만큼 중국은 삼성에게 핵심적인 시장인 셈이다. 처음으로 미주 시장 매출을 뛰어넘기도 했다. 지난해 삼성의 미주 매출은 61조원으로 중국 매출보다 4조원 가량이 낮았다. 전체 매출의 30% 차지하는 中 수출액 지난해 삼성 국내 매출이 20조원, 아시아 및 아프리카 매출이 33조원인 것을 고려하면 중국 매출은 국내 매출의 3배, 아시아와 아프리카 매출의 2배인 셈이다. 이 회장은 회사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주요 국가를 무시할 수 없었을 것으로 판분석된다. 또 두 번째로는 ‘중국 당국의 호의적 상황을 활용’하고자 하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다. 중국은 정치적으로 공산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시진핑 주석의 입장과 방향성이 기업활동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데, 현재 시진핑 주석의 적극적인 대외 태세를 삼성 역시 이용하고자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3월 28일 이 회장을 비롯해 글로벌CEO 3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시 주석은 시 주석은 "중국은 이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외국 기업인들에게 이상적이고 안전하며 유망한 투자처"라며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외자 기업들에 법에 따라 동등한 참여를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어서 "중국은 개혁개방을 진전시키고자 확고하게 전념하고 있다. 개방의 문은 더 넓게 열릴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는 ‘삼성전자의 본격적인 전장 사업에서의 중국 협력 움직임’을 읽을 수 있다. 이 회장은 이번 중국 출장 길에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핵심 사업 수장과 함께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전기차와 전장 시장에 꼭 필요한 부품들로, 삼성전자는 중국의 전기차 기업들과 손을 잡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수출 확대를 꾀하는 것이다. 중국 내수는 물론 유럽, 아시아 시장으로 확대하는 중국 기업들과 협력해 미주 외의 모든 지역 매출을 중국과 협심해 차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은 보통 거래를 위한 미팅을 할 때, 관련 임원들이 배석하게 한다”며 이번 중국 미팅에서 구체적인 삼성과의 거래 내용이 오갔었음을 예상했다. 급성장하는 中전기차에 합세하는 전략 중국 전기차의 광폭 행보를 위기로 여기는 것이 아닌 삼성의 새 기회로 만드는 셈이다. 실제 중국 전기차 시장은 매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보다 48.3%가 증가하며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 여기에 중국 정부가 내수 진작을 목표로 ‘이구환신(以舊換新·중고 제품을 새 제품으로 교환 시 지원)’ 정책을 펼치는 것 역시 호재로 작용한다. 새 전기차 또는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국민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중국은 이 정책으로 국민 지원비 3000억 위안(약 60조원)을 배정했다. 지난해 1500억 위안에서 2배 늘어난 수치다. 그만큼 중국 전기차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써 삼성의 중국 공략 전략은 과거 가전에서 전장부품사업 중심으로 바뀌게 됐다. 삼성은 2021년 DX부문에 중국사업혁신팀을 신설해, 가전 부문쪽에서 중국 특화 전략을 세우기 바빴다. 하지만 성적표는 저조했다. TV와 스마트폰 등 완제품으로 중국 매출을 기대했지만, 비교적 저렴한 중국 브랜드 제품에 밀려 매출이 매해 떨어졌다. 특히 스마트폰 경우, 중국 내 삼성 점유율은 0~1%를 기록하며 시장에서 밀려난지 오래다. 현재 DX부문 중국사업혁신팀은 해체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제는 가전이 아닌, 반도체와 프리미엄 디스플레이 부품 수출을 통해 중국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번 이 회장의 샤오미·BYD 경영진 만남은 삼성전자의 전장사업 매출 상승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박한진 한국외대 국제지역전략학과 초빙교수는 “국내 기업들은 여태까지 중국의 성장성, 기술 혁신성에 반신반의해왔다”며 “하지만 숫자로 보여주는 시장 점유율을 비롯해 올해 딥시크의 등장 등 중국 기업들의 강력한 실체가 하나둘씩 드러나고 입증되면서 국내 대기업들도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박 교수는 “과거부터 중국과 협력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완전히 새로운 링크(연결), 뉴링키지를 마련해 나갈 것”이라며 “한중 간의 무역 불판을 새로 갈고 새 판을 시작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2025.04.04 07:00

4분 소요
中 BYD 회장 “전기차 자율주행, 2~3년 내 현실화”

자동차

중국 전기차 시장의 선두주자 BYD(비야디) 왕촨푸 회장이 자율주행 기술의 대중화가 머지않았다고 전망했다. 그는 앞으로 2~3년 안에 획기적인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30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왕 회장은 전날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전기차 100인 포럼’에 참석해 “전기차 산업의 후반전 변혁 속도는 변화 속도는 매우 빠를 것”이라며 “피처폰이 스마트폰으로 전환되는데 2년이면 충분했듯, 대략 2~3년만 있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전기차 100인 포럼’은 업계 주요 기업과 정부 관계자,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연례 행사다. 이 때문에 전기차 산업의 흐름을 가늠하는 지표로 여겨진다.중국 자동차업계는 신에너지차(전기·수소·하이브리드차) 경쟁에서 전반전은 전기화로, 후반전은 자율주행으로 정의 내려왔다. 중국은 내연기관차 경쟁에서의 한계를 인식하고 2009년부터 신에너지차를 전략적으로 육성해왔다. 이 같은 정책 지원과 기술 축적 덕분에 신에너지차의 시장 점유율은 2021년 이후 급격히 상승했다. 중국 내 승용차 시장에서 신에너지차 비중은 2020년까지 6%에도 미치지 못했으나, 2021년 14.8%로 증가한 뒤 작년 기준 47.6%로 급격히 뛰었다.BYD는 신에너지차 시장이 전체 자동차 시장의 10%를 넘어설 경우 본격적인 보급 단계에 진입한다고 분석해 왔다. 또 동일한 기준이 자율주행 기술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현재 중국에서는 고속도로 및 도심에서의 자율주행 보조기능(NOA·Navigate on Autopilot)의 확산이 스마트 주행 확산의 핵심으로 인식되고 있다. 중국 자동차부품 플랫폼 ‘가스구’에 따르면, 지난해 NOA가 장착된 차량은 전체 시장의 7.3%에 달한다. 도심 NOA 보급률도 1.5%를 넘었다.BYD는 최근 ‘전 국민 스마트 주행’을 기치로 21개 모델에 스마트 주행 기능을 탑재한 업그레이드 모델을 선보였다고 차이신은 전했다. 아울러 최저 가격을 10만 위안(약 2000만원) 이하로 책정해 소비자 접근성을 대폭 높였다.왕 회장은 이번 포럼에서 해외 시장 확대 또한 주요 전략 중 하나로 언급했다. 그는 “중국의 신에너지차 기술과 산업 구조는 세계를 최소 3~5년 앞서고 있다”며 “중국 자동차 업계는 이 시기를 잘 붙잡아야한다”라고 말했다.실제로 BYD는 2023년 기준 전기차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인도량에서 테슬라를 넘어섰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BYD의 차량 판매량은 전년 대비 43% 이상 증가한 413만 대를 기록했다. 테슬라는 같은 해 1.1% 감소한 178만 대를 판매하며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그러나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기술적으로 테슬라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창 알리바바클라우드 부총재는 “중국 내 선두 업체들이 보유한 컴퓨팅 파워는 아직 테슬라의 일부에 불과하다”며 “테슬라는 더 많은 컴퓨팅 파워를 보유하고 있고, 더 많은 혁신과 시행착오 기화를 보유중”이라고 분석했다.

2025.03.30 13:02

2분 소요
쏟아지는 ‘붉은 가전’...韓 안방 장악하는 ‘레드 테크’

산업 일반

중국이 한국의 안방 깊숙이 들어왔다. ‘싼게 비지 떡’, ‘대륙의 실수’ 등의 말이 무색할 만큼, 중국 테크기업의 행보는 매섭다.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술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중국 테크기업의 모습을 보며 일각에서는 ‘작정했다’라는 말까지 나온다. 중국 테크기업의 기술 면모를 살펴보기 위해선 집을 주시해야한다. 삶을 영위하는 공간은 집이다. 중국은 이 공간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결과물은 ‘중국의 가전’과 ‘스마트홈’이다. 스마트홈은 종합배선기술과 IT통신, 자동제어시스템 등의 기술을 복합적으로 융합된 공간이다. 쉽게 말해 가정에 있는 가전제품을 연동해 집안일을 편하게 처리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스마트홈이다. 28년 갈고 닦은 중국의 ‘똑똑한 집’1997년. 중국에 스마트홈 산업이라는 개념이 처음 도입된 시점이다. 이때부터 중국의 스마트홈 산업이 태동하기 시작했다. 이후 1999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중국을 찾았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중국 정부와 협력해 중국 내 IT 인프라를 발전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비너스’다. 이를 기점으로 중국 스마트홈 시장은 본격적으로 발전한다.대표적인 예가 중국 가전제품 기업 하이얼이다. 하이얼은 1999년 중국 최초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TV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후 2009년 사물인터넷 연구가 본격화됨에 따라, 스마트홈 관련 기술도 대폭 개선됐다. 또 발전 영역도 확대되기 시작했다. 당시 스마트 웨어러블 장비 관련 개발연구기관 간지중궈(感知中国)가 설립될 만큼, 중국은 기술 개발에 진심이었다.중국의 진심은 지원 정책에서도 엿볼 수 있다. 36Kr-스마트홈산업연구보고 및 첸잔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스마트홈시장 발전을 위한 중국 정부의 지원 정책 다양했다. ▲신규인공지능산업발전3년계획 ▲소비체계완화 및 주민소비잠재력 개발제안 ▲소비촉진정책 ▲소비증가최적화 및 국내시장형성방안 ▲에너지절약보조정책 ▲고화질영상산업발전계획 등이다. 이 밖에도 중국은 스마트홈 산업의 기반 기술인 사물인터넷 및 5G 관련 지원정책도 펼쳤다. ▲사물인터넷(NB-IoT)의 전면적인 발전 고지 ▲공업인터넷발전계획 ▲사물인터넷안전화이트북 ▲5G 가속발전 20개 이상 성급행 정구 관련 정책 등이다. 中 테크가 채워 넣는 한국의 안방중국 정부의 보살핌 아래 성장한 중국 테크기업의 상륙지는 한국이다. 중국 가전 기업 로보락은 한국 시장에 무사히 안착한 대표적인 중국 기업 중 하나다. 지난 2020년 한국 법인을 설립한 후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자리 잡은 로보락은 지난 2022년부터 20204년까지 점유율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성장세도 꾸준하다. 로보락의 매출액은 ▲2020년 291억원 ▲2021년 480억원 ▲2022년 1000억원 ▲2023년 2000억원으로 매년 성장세를 이어왔다. 한국 법인 설립 이후 단 한번도 쉬지 않고 성장해온 셈이다.이제 로보락은 ‘저가’가 아닌, ‘프리미엄’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로보락은 롯데·현대 등 주요 백화점에 입점함과 동시에 최신 제품 가격을 180만원으로 책정할 만큼,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다음은 샤오미다. ‘대륙의 실수’로 불리던 샤오미는 최근 한국 법인인 샤오미테크놀로지코리아를 설립했다. 샤오미는 ▲스마트폰 ▲TV ▲웨어러블 ▲보조배터리 ▲로봇청소기 등의 제품을 순차 출시할 예정이다.특히 샤오미는 매번 실패했던 ‘스마트폰’ 영역에 힘을 싣는다. 샤오미는 최근 AI 스마트폰 ‘레드미 노트 14 프로(Pro) 5G’를 한국 시장에 공식 출시했다. 해당 모델은 8GB+256GB 모델을 39만원, 12GB+512GB 모델 49만원으로 출시돼 압도적인 가격우위를 점했다.앞서 샤오미는 지난 2016년 국내 유통업체들과의 총판 계약으로 한국 시장을 노렸으나, 결과는 참패였다. 그 원인으로 ‘국내 서비스센터’의 부재가 꼽혔다. 이에 샤오미는 법인 설립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AS 서비스도 강화할 방침이다.TCL도 움직인다. TCL은 글로벌 TV 판매량 점유율 2위를 달성한 중국 가전 기업이다. 지난 2023년 한국법인을 설립해 한국 시장에 뛰어들었다. TV를 주력으로 판매하는 TCL은 쿠팡 등 온라인 판매채널에서 ▲롯데하이마트 ▲전자랜드 등 일부 오프라인 매장으로 판매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TCL은 별도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직판 체제를 구축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업계에 따르면 그간 TV 판매에 집중해온 TCL이 올해부터는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에어컨 등 다른 생활 가전을 직접 공급하며 판매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국에 상륙한 맏형들 뒤로, 후발주자도 충분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유니콘기업은 총 1460개다. 유니콘기업은 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일컫는데, 한 국가와 지역의 혁신생태와 경제발전 활력을 가늠하는 징표 중 하나다.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지난해 미국의 유니콘기업 수는 701개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357개의 중국이다. 미국과 중국의 유니콘 기업 분포 상황을 합산하면 약 74.6%에 달한다. 특히 중국의 신규 글로벌 500대 유니콘 기업은 총 32개로 집계됐다. 이는 신규 기업 수 세계 1위다. 신규 기업은 주로 ▲첨단 제조 ▲금융 과학기술 ▲기업 서비스 ▲인공지능 등 분야에 집중됐다.

2025.02.07 06:00

4분 소요
성과급도 반도체·배터리 희비...SK하이닉스 웃고, 삼성전자 울상

산업 일반

반도체와 배터리 기업이 업황과 실적에 따라 성과급 희비가 갈렸다. 반도체 기업 중에서도 고대역폭 메모리(HBM) 날개를 단 기업은 두둑한 성과급을 받고, 업황 부진을 겪는 배터리 기업은 '빈 봉투'를 받아 든 모습이다.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역대 최대 수준인 기본급의 1500%를 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한다. 연봉이 1억원이면 7500만원을 성과급으로 받게 되는 셈이다.이는 SK하이닉스가 HBM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와 연간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쓴 영향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강세를 보이며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66조1930억원, 23조4673억원을 기록했다.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초과이익성과급(OPI)'을 14%로 책정했다. 국내 주요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SK하이닉스와 성과급을 비교하면 한참 부진한 규모다.삼성전자는 전방 정보기술(IT) 수요가 부진해 주력 사업 부문인 범용(레거시) 메모리도 수요 부진을 겪으며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실적을 냈다. 스마트폰과 PC 수요가 줄었고, 연구개발(R&D) 비용과 첨단공정 구축 비용이 늘면서 영업이익이 감소한 탓이다.다만 갤럭시 S24 시리즈 판매 호조로 실적 버팀목 역할을 한 모바일경험(MX) 사업부의 OPI 지급률은 44%다. 이외 TV 사업을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의 OPI 지급률은 27%로 책정됐다. 실적이 부진했던 생활가전(DA)·의료기기·네트워크사업부의 OPI 지급률은 9%다.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실적 악화를 겪는 배터리 기업은 성과급이 줄거나 아예 '빈 봉투'를 받았다.먼저 LG에너지솔루션은 월 기본급의 50%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 이 회사는 2023년 성과에 따라 최대 900%를 지급해 LG그룹 계열사 중 가장 많은 성과급을 지급했지만, 2024년 전체 평균 362%, 올해 50%로 2년 연속 성과급 규모가 줄었다.삼성SDI는 전자재료 사업부(3∼5%)를 제외하면 OPI 지급률이 0%로 책정됐다. 삼성SDI는 2023년 영업이익 1조6330억원을 기록하면서 2024년 초 배터리사업부, 전자재료, 본사(지원 조직)는 각각 32%, 18%, 28%의 OPI를 받은 바 있다.계속해서 적자를 기록해 성과급을 받지 못한 SK온도 올해 성과급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방 전기차 업체들의 판매량이 저조하고, 배터리 판가도 하락한 영향이다. SK온이 올해 가동을 시작할 미국 배터리 합작 공장의 판매 규모가 실적 개선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2025.01.27 11:07

2분 소요
쇼핑몰에서도 살 수 있는 中 전기차, 이젠 한국 ‘정조준’ [특파원리포트]

국제 이슈

이데일리 미국과 중국 특파원이 현지에서 보고 느낀 생생한 경제·산업 분야의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한다.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대형 쇼핑몰을 가면 내부에 자리 잡은 전기차 매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로 올라선 비야디(BYD)나 미국의 테슬라뿐 아니라 리오토, 엑스펑 등 다양한 브랜드의 전기차 매장들이 자리를 잡았다. 쇼핑몰을 지나다 보면 장바구니를 들고 전기차를 둘러보거나 직접 타보는 중국인들이 적지 않다. 마치 물건을 쇼핑하듯 전기차를 편하게 볼 수 있는 것이다.중국은 이제 ‘전기차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 침체 국면에서도 정부 차원의 정책에 힘입어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바꾸려는 수요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처음으로 전기차 판매 비중이 내연기관차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전기차 사면 200만원” 정책 지원 효과 톡톡중국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은 331만6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다. 이중 전기차 판매량은 47.4%나 증가한 151만2000대를 기록했다. 전기차 한 달 판매량이 150만대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의 전기차 판매 비중은 지난해 7월부터 4개월 연속 50%를 넘고 있다. 새로 자동차를 구입하는 사람 절반 이상은 전기차를 선택하고 있다는 말이다.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전기차 판매 비중이 내연기관차를 넘을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투자은행 등의 최신 데이터를 토대로 추산한 결과 중국의 올해 전기차 판매량은 1200만대를 넘어 내연기관차 판매량(1100만대)을 추월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의 신재생에너지 관련 단체인 중국전기차100인회(100인회)도 최근 올해 중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약 1650만대(수출 포함)로 전년 대비 30%가량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올해 중국 내수 시장에서 전기차의 판매 비중은 55%를 초과해 연간 기준으로 처음 50%를 넘을 것으로 봤다.중국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증가하는 이유는 정책 지원의 영향이 크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4월 자동차와 가전 등 소비재에 대한 이구환신(헌 제품을 새것으로 교환) 방침을 발표했다. 지난해 7월부터는 보상판매 방식으로 전기차를 구매할 때 주는 보조금을 기존 1만위안(약 198만원)에서 최대 2만위안(약 397만원)으로 확대했다.올해도 전기차 전환 시 보조금을 주는 정책은 계속할 예정이다. 최근 중국 정부 발표를 보면 기존 승용차를 보유한 사람이 전기차를 구매하면 최대 1만5000위안(약 297만원), 내연기관차 구매 시 최대 1만3000위안(약 257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전기차에 인센티브를 더 주면서 자연스럽게 전기차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다.중국에서 전기차를 판매하는 업체들도 할인 경쟁을 펼치고 있다. BYD‧지리‧샤오펑‧광치아이안 등은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무이자 할부‧현금 지급‧보험 보조금을 제공하고 화웨이의 최신 트리폴드(두 번 접는 폴더블폰) 스마트폰을 사은품으로 주기도 한다. 중국 내 수입 전기차들도 할인을 통해 소비자 잡기에 나선다. 테슬라는 이달 말까지 5년 무이자 금융 혜택과 함께 차량 교체 시 국가 보조금 등을 합해 최소 5만위안(약 991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중국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스포츠유틸리치차량(SUV)인 EQA 구매 시 기존 국가 보조금 외 특정 모델은 추가로 1만위안의 현금 보조금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팔아도 남는 게 없다”…성장 이면 부작용도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할인 경쟁이 마냥 긍정적인 효과만 내는 것은 아니다. 실상을 살펴보면 중국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 이면에는 공급 과잉이 초래한 저가 경쟁과 이에 따른 업체들의 손실 확대라는 부작용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는 베이징자동차(BAIC), 상하이자동차(SACI) 같은 기존 자동차 업체는 물론 BYD, 화웨이 등 대기업들이 전기차를 적극적으로 팔고 있다. 다만 화웨이는 직접 자동차를 판매하지 않고 제조업체들과 협업 방식으로 만들어 출시한다. 여기에 리오토·엑스펑·니오 같은 전기차 1세대 업체들이 있고 수많은 신생 업체들이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에는 가전 브랜드인 샤오미가 처음으로 전기차 SU7(수치)를 출시하기도 했다. 중국 내수 시장이 크다고는 하지만 수많은 업체들이 참여한 전기차 시장은 공급 과잉에 시달리고 있다. 내수 시장의 수요는 한정적인데 공급이 늘어나니 할인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전기차 판매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지난해 11월 세부 결과를 보면 업체들은 뚜렷한 양극화를 겪고 있다. 전기차 신생업체 중에서도 규모가 큰 리오토, 니오의 경우 각각 약 4만8700대, 2만1000대를 판매했고 신생 전기차 업체지만 인지도가 높은 샤오미도 2만3000여대를 팔았다. 반면 신생업체인 지시(650대), 촹웨이(582개), 지싱(110대)들은 한달에 1000대를 팔지도 못했다. 지시의 경우 지난해 1~11월 누적 판매량이 4127대로 웬만한 대형 업체 한달 판매량에도 못 미쳤다. 재무를 살펴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신생 전기차 업체 중 사실상 성과를 내는 곳은 리오토가 유일하다. 리오토는 지난해 3분기 28억위안(약 5549억원)의 수익을 거뒀고 1065억위안(약 21조원)의 현금을 보유해 리스크 대응력도 갖췄다. 반면 니오의 경우 지난해 전기차 19만여대를 판매했음에도 3분기에만 50억6000만위안(약 1조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엑스펑, 샤오미도 3분기 손실이 각각 18억1000만위안(약 3586억원), 15억위안(약 2972억원)이다. 손실이 확대되면서 쌓아둔 현금도 계속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공급 과잉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선택은 해외 수출이다. 이미 중국은 유럽연합(EU)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갖추고 있지만 관세 인상의 여파로 진출 지역을 다변화하고 있다. 한국도 중국 전기차 공습에서 예외는 아니다. BYD는 이달 16일 한국에서 브랜드 론칭 행사를 열고 국내 시장 진출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지금도 한국에서 트럭 등 상용차를 팔고 있는데 이번에는 중형 세단(씰), 준중형 SUV(아토3), 소형 해치백(돌핀) 등 승용차 모델을 통해 본격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중국 자동차기업인 지리그룹의 전기차 브랜드 지커도 한국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한국에서 상표권 등록을 마쳤고 하반기 전시장을 열 것으로 알려졌다. 지커는 세단‧SUV‧다목적차량(MPV) 등 다양한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에서 중국 전기차 인지도가 높지는 않지만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싼값에 물량을 쏟아내면 안도만 할 수는 없다는 시각이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처럼 당장 관세를 인상하는 방법이 아니더라도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한국 전기차 산업 지원, 보조금 정책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2025.01.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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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3분기 매출 79.1조원...역대 최대 분기 매출 [이슈+]

산업 일반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으로 매출 79.1조원, 영업이익 9.18조원의 2024년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전사 매출은 전분기 대비 7%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기존 최대는 2022년 1분기 77.78조원이다.MX는 스마트폰 신모델 출시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13% 개선되었으며, DS부문은 하이엔드(High-end) 메모리의 판매 증가로 전분기 대비 3% 상승했다. 매출 총이익은 30조원으로, MX의 플래그십 중심 매출 확대로 전분기 대비 소폭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DS부문의 인센티브 충당 등 일회성 비용 영향 등으로 전분기 대비 1.26조원 감소한 9.18조원을 기록했다. DS부문의 일회성 비용은 전사 영업이익과 시장 컨센서스의 차이보다 더 큰 규모였다. 삼성전자는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하며 분기 최대 8.87조원의 연구개발비를 기록했다.특히 DS부문, HBM 및 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가 실적을 견인했다. DS(Device Solutions)부문은 매출 29.27조원, 영업이익 3.86조원을 기록했다. 메모리는 AI 및 서버용 수요에 적극 대응해 ▲HBM(High Bandwidth Memory) ▲DDR5(Double Data Rate 5) ▲서버용 SSD(Solid State Drive)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가 확대됐다. 이에 따라 전분기 대비 HBM, DDR5 및 서버용 SSD는 높은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단, 전분기 대비 재고평가손 환입 규모 축소와 인센티브 충당 등 일회성 비용, 달러 약세에 따른 환영향 등으로 이익은 감소했다. 시스템LSI는 매출 극대화 및 재고 최소화로 매출은 증가했으나 일회성 비용 증가로 실적은 하락했다. SoC(System on Chip)는 플래그십 제품의 신규 고객사 확보로 판매량이 증가했고 DDI(Display Driver IC)도 판매가 확대됐다. 파운드리는 모바일 및 PC 수요 회복이 기대보다 부진한 가운데 일회성 비용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실적이 하락했다. 그러나 5나노 이하 첨단 노드 중심으로 수주 목표를 달성했고, 2나노 GAA(Gate All Around) PDK(Process Design Kit)를 고객사에 배포해 제품 설계가 진행 중이다. DX(Device eXperience)부문은 매출 44.99조원, 영업이익 3.37조원을 기록했다. MX(Mobile eXperience)는 스마트폰, 태블릿, 웨어러블 신제품 출시로 전분기 대비 매출 및 영업이익이 성장했다. 제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스펙이 향상되면서 재료비가 인상되었으나 플래그십 제품 중심 판매로 매출이 확대되어 두 자릿수에 가까운 이익률을 확보했다. 네트워크는 사업자 투자가 축소되고 비수기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매출이 감소했다. VD(Visual Display)는 ▲Neo QLED ▲OLED ▲대형 TV 등 전략 제품 판매에 주력하는 한편, 서비스 사업 매출을 확대해 전년 동기 및 전분기 대비 매출 및 이익이 증가했다. 생활가전은 비스포크 AI 신제품 중심으로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해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개선됐다. 특히 하만은 매출 3.53조원, 영업이익 0.36조원을 기록했다. 하만은 소비자 오디오 제품 판매 확대와 원가 구조 개선으로 전분기 대비 실적이 개선됐다. SDC는 매출 8조원, 영업이익 1.51조원을 기록했다. 디스플레이는 중소형의 경우 주요 고객사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대응으로 실적이 개선됐다. 대형의 경우 TV와 모니터의 견조한 수요를 바탕으로 전분기 대비 판매량은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이 다소 감소했다. 3분기 환영향은 달러 및 주요 신흥국 통화 대비 원화 강세로, 달러 거래 비중이 큰 부품 사업 중심으로 전분기 대비 전사 영업이익에 약 0.5조원의 부정적 효과가 있었다. 4분기는 반도체 부문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세트 사업의 약세로 성장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DS부문은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 및 기술 리더십 확보에 집중하는 한편, DX부문은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에 주력하고 AI 전략 강화를 통해 수익성 개선에 주력할 계획이다. 메모리는 서버 수요 강세가 유지되고 모바일은 일부 고객사 재고 조정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수익성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선할 방침이다. D램의 경우 HBM 판매를 지속 확대하고 서버용 DDR5는 1b 나노 전환 가속화를 통해 32Gb(기가비트) DDR5 기반 고용량 서버 수요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낸드의 경우 8세대 V낸드 기반 PCIe(Peripheral Component Interconnect express) 5.0 판매를 더욱 확대하고 고용량 QLC(Quad Level Cell) 양산 판매를 통해 시장 리더십을 강화할 계획이다. 시스템LSI는 SoC의 경우 '엑시노스 2400' 공급을 확대하고 DDI는 IT용 OLED 확대 지원 및 모바일 OLED TDDI(Touch and Display Driver Integration) 제품 상용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파운드리는 주요 응용처 시황 반등이 지연되면서 고객 수요 약세가 전망되는 가운데, 다양한 응용처를 확대해 실적 개선을 추진하고 2나노 GAA 양산성 확보 등을 통해 고객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MX는 연말 성수기에 대응해 갤럭시 Z 폴드6·플립6, S24 시리즈 등 AI 스마트폰의 견조한 판매를 이어가 연간 두 자릿수 이상의 플래그십 매출 성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태블릿과 웨어러블도 성능을 대폭 강화한 프리미엄 신제품 중심으로 판매 확대를 추진할 방침이다. 네트워크는 국내외 주요 시장 판매 확대로 매출 증가가 전망된다. VD는 연말 성수기 영향으로 TV 수요 회복이 기대되는 가운데, 주요 유통사와의 전략적 협업을 통해 프리미엄·대형·라이프스타일 TV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생활가전은 비스포크 AI 제품 글로벌 판매 확대를 통해 AI 가전 시장을 선점하고 시스템 에어컨 판매를 확대해 전년 대비 매출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하만은 안정적인 전장 사업 수주가 예상되고 연말 성수기 소비자 오디오 제품 판매 확대와 운영 효율화를 통해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할 계획이다. 디스플레이는 중소형의 경우 주요 고객사 신제품 수요가 지속되고 IT 및 전장 제품의 판매 증가가 예상되지만 패널 업체간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전분기 대비 실적 개선 여부는 보수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형의 경우 생산 효율 향상으로 주요 고객사 수요에 안정적으로 대응해 매출을 확대하고 2025년 신제품 수요에 적기 대응할 방침이다.

2024.10.3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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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기적과 문화 브랜딩[허태윤의 브랜드 스토리]

전문가 칼럼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가지는 의미는 단순한 문학적 성취를 넘어선다. 그것은 한국문화가 세계와 만나는 새로운 문(門)이 됐다. 가을을 수놓는 은행나무 잎처럼, 이 수상은 세계 문화의 풍경 위에 선명한 한국의 색채를 덧입히고 있다.日 노벨문학상 수상, 많은 것을 바꾸다지난 1994년, 오에 겐자부로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을 때, 일본은 이미 경제대국이었다. 그러나 문화적 정체성은 여전히 모호했다. 오에의 수상은 일본 문학 세계화의 전환점이 됐다.특히 무라카미 하루키, 요시모토 바나나와 같은 작가들의 작품이 세계 독자들에게 널리 읽히는 데 직간접적 영향을 미쳤다. 일본 문화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던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가 허물어지기 시작했고, 이는 무라카미 하루키로 대표되는 현대 일본문학의 세계화를 가속화했다. 1994년 이후 일본 문학 번역 출간이 전 세계적으로 증가했으며, 특히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은 5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돼 누적 판매량 1억부를 넘어섰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이 당시 일본 대중문화 콘텐츠의 성장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일본 애니메이션과 만화 산업은 급성장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지브리 스튜디오는 이 시기에 '원령공주'(1997)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을 연이어 발표하며 세계적 성공을 거뒀다. 이는 오에의 수상이 일본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점에서 간접적 연관성을 찾을 수 있다. 오에의 문학은 일본 애니메이션이 단순한 오락을 넘어서 사회적 메시지와 인식의 확장으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다.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이 일본 문화의 수용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본의 경험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가져올 변화를 예측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그렇다면 한국도 ‘한강효과’를 볼 수 있을까. 이런 조짐은 얼마 전 열린 세계 최대 도서 출판 전시회인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을 비롯 많은 곳에서 나타났다. 한강 이외의 한국 작가들에 대한 판권문의가 줄을 잇고 있는 것이 그것을 방증한다.다만 한국작가들의 문학적 성취가 곧바로 산업적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국문화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높이고, 문화적 위상을 격상시키는 촉매제 역할은 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이미 K-팝(K-pop), K-드라마(K-drama) 등 대중문화 분야에서 강력한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노벨문학상의 파급효과는 일본의 경우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이미 방탄소년단(BTS)과 '기생충'으로 대중문화의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그것은 표층적인 성공이었다. 이제 한강의 문학은 한국문화의 심층, 그 정신적 깊이를 세계에 보여줄 것이다.韓에 찾아온 기회...'문화 가치 전파''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는 단순한 소설이 아니다. 그것은 현대 한국인의 내면을 해부하는 예리한 메스다. 폭력과 광기,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성에 대한 탐구는 보편적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는 지금까지의 한류가 이루지 못한 문화적 깊이를 제공한다.미국이 구축한 문화 확산 모델은 단순했다. 할리우드의 영화가 먼저 진출해 문화적 교두보를 확보하고, 코카콜라와 맥도널드로 대표되는 미국적 라이프스타일이 그 뒤를 따랐다. 디지털기술이 도입되자 구글, 메타와 같은 기술 기업들은 기능적 편익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했다. 애플의 경우는 좀 다른 양상을 보였지만, 이 역시도 일방향적이고 수직적인 문화 확산 모델이라 할 수 있다.한국의 문화 모델은 다르다. K-팝이라는 대중문화를 시작으로, K-드라마, K-뷰티, K-푸드로 이어지는 수평적 확산이 이뤄졌다. 이는 쌍방향적이고 참여적인 특성을 지닌다. 팬들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문화의 공동 생산자가 된다. 이제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이 수평적 확산에 수직적 깊이를 더할 것이다. 한국의 산업과 기업의 경쟁력은 확실히 정체 상태에 있다. 기업들은 패스트팔로어(fast follower:선두를 빠르게 뒤따라 가는 전략 또는 기업) 문화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어쩌다 등떠밀려 세계 1위에 올라선 몇몇 산업들은 퍼스트무버(first mover:산업의 변화를 주도하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창의적 선도자)로서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서 여러 분야에서 미국, 중국, 일본의 도전에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반면, 한국의 문화 경쟁력은 다양한 분야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한국 문화의 글로벌 수용성이 어떤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의 이념적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한국의 문화 콘텐츠는 혁신적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새로운 모멘텀이 필요한 산업 전반에 영감을 주고 있다. 더글라스 홀트(Douglas Holt) 옥스포드대 마케팅 석좌교수는 브랜드가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을 넘어, 소비자에게 감정적이고 정서적인 연결을 통해 의미를 생성하는 것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한국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단순한 물질적 가치가 아닌,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메시지로 전달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이런 이유로 현대자동차는 더 이상 단순한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한국적 모빌리티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기업이 돼야 한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은 단순한 스마트폰을 넘어, 문화를 담아내는 플랫폼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이다. LG전자의 가전제품들은 더 이상 차별화가 어려운, 단순한 기능적 우위를 뛰어넘어 한국적 미학과 생활양식을 세계에 전파하는 매개가 될 필요가 있다. 또 K-뷰티는 한국의 전통 미학을 스토리로 입히고 깊은 문화적 가치를 제안해야 한다. 그것이 한국 브랜드가 세계와 차별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른바 문화 브랜딩의 기회인 것이다.허태윤 칼럼니스트(한신대학교 교수)

2024.10.2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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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로 치부하기엔 너무 아까운 서브컬처의 경제적 가치 [스페셜리스트 뷰]

전문가 칼럼

지난 8월 24일 오전, 한낮 온도가 33도에 달하는 불볕더위에도 불구하고 건축연면적 1만1019㎡(약 3333평), 대지면적 3만3678㎡(약 1만187평)에 달하는 서울 강남구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는 몰려든 인파로 가득했다. 모두가 국내 최대 종합 서브컬처 행사 ‘일러스타 페스’를 방문한 서브컬처 팬덤이었다.이틀에 걸친 행사 동안 SETEC을 찾은 유료 관람객은 2만여명에 달했다. 군중 밀집으로 인한 사고 방지를 위해 1㎡ 내에 5명 이상이 들어차지 않도록 티켓 판매량과 동시 입장 인원을 조절했음에도, 관람객 상당수는 발길을 돌리지 않고서 2km 가까이 늘어선 대기 줄에 합류해 추가 표 판매가 시작되길 기다렸다.이날 SETEC 내부에는 만화·애니메이션·게임에 나오는 캐릭터 의상을 따라 만들어 입고 온 코스튬 플레이어(Costume player), 통칭 ‘코스어’가 가득했다. 장내 어디로 눈을 돌리더라도 코스어가 최소 서넛은 시야에 들어올 정도였다. 기업 부스에서 데려온 ‘프로 코스어’는 극소수였다. 대부분은 개인이 취미 차원에서 의상을 직접 만들거나 구매한 일반인이었다.5회째를 맞이한 ‘일러스타 페스’엔 국경 너머에서 찾아온 손님도 부쩍 늘었다. 외국인 크리에이터들은 낯선 한국 땅에서의 이동을 돕기 위해 주최 측이 마련한 45인승 우등버스를 타고 행사장에 발을 들였다. 게임 체험 부스엔 언어 설정을 영어나 일본어로 바꿔 두고 패드를 잡는 관람객이 많았다. 행사장 한켠 사무실에서 통역을 대동해 일본인 뮤지션과 인터뷰하는 기자도 있었다.이번 일러스타 페스에는 1000여 개 부스 규모로 참가한 개인 창작자들이 직접 제작한 서브컬처풍 그림이나 물건 등을 판매했다. 인기가 좋은 곳은 행사 첫날 오후부터 일부 상품에 ‘매진’ 팻말을 내걸기 시작했다. 일러스타 페스 주최 측 관계자는 “서브컬처 마니아 절대다수는 생업이 있는 평범한 경제인이다”며 “서브컬처 애호가는 다른 부문보다는 자신의 취미 영역인 게임·만화·애니메이션 등이나 이와 연관된 상품에 지출이 관대한 편이기에, 평소엔 사회인으로서 착실히 일하다가도 서브컬처 행사를 방문하면 취향을 발산하며 좋아하는 캐릭터나 관련 제품을 마음껏 소비하는 것”이라 했다. 급성장하는 ‘서브컬처’ 시장서브컬처(Subculture)란 사전적으론 ‘비주류 문화’나 ‘하위문화’를 가리킨다. 순수 문학·고전 미술·클래식 음악 등 전통이 깊거나 고급으로 인정받는 문화인 ‘하이 컬처’(High Culture)와는 대척점에 있다. 한국에서 최근 회자되는 서브컬처 개념은 사전적 의미보다 한층 더 좁아서, 대개는 미소녀·미소년이나 그에 준하는 매력을 갖춘 캐릭터를 앞세운 콘텐츠를 특정해 말한다. 상당수는 만화·애니메이션·피규어·웹소설·웹툰·게임 등의 형태다.서브컬처가 지향하는 미의식은 하이 컬처에 비해선 말초적(末梢的)이다. 정신과 영혼 차원에서 지고한 가치를 추구하는 하이 컬처나 순수 예술과는 달리, 대중의 욕구와 취향에 적극적으로 영합한다. 그렇기에 잠재 고객의 소비 패턴이나 유행을 예민하게 감지해 그에 맞춰 발 빠르게 변화하는 경향이 짙다. ‘보편적 욕망’과 쉽사리 결합하는 만큼 각계각층의 소비문화와 원활히 어우러져 매출을 촉진하는 특성 또한 매우 강하다.용어에서 풍기는 뉘앙스와는 달리 ‘대중 영합’이 경제적 측면에선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서브컬처의 강력한 대중 영합성은, 그들이 제도권의 인정과 후원을 거의 받지 못하는 때에도 생명을 끈덕지게 이어 가는, 그리고 선입견을 넘어 본연의 가치를 인정받는 때 힘차게 날개를 펼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이를테면 1970년대쯤엔 ‘뽕짝’이라 불리는 하위문화였던 트로트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대중과 함께하며 명맥을 유지한 끝에 21세기 들어선 오히려 웬만한 음악 장르를 압도하는 전성기를 맞을 수 있었다. 세기말까지만 해도 서브컬처 중에서도 서브 문화로 치부됐던 만화 또한 험악한 시절을 버텨온 기반은 결국엔 특유의 ‘인기’와 ‘상업성’이었다. 그토록 힘겹게 숨결을 이어오던 만화는 이제 K-컬처를 글로벌 무대에 알리는 선봉장으로 활약하는 동시에, 민족의 미래를 담보할 먹거리 산업 중 하나로도 당당히 꼽히는 판국이다. 실제로 ‘충성 팬덤이 유발하는 구매력’에 기반한 국내 서브컬처 시장의 성장세는 경이롭다 못해 눈이 부실 정도다. 삼정KPMG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고서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산업의 미래를 향한 콘텐츠 다양화 전략’에 따르면 국내 매출 상위 10위 내에서 서브컬처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10%에서 2022년 30%로 대폭 증가했다. 또한 2022년 11월 첫걸음을 뗀 시프트업의 서브컬처 스타일 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는 지난 2월 누적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2004년, 이동통신 3사(SKT·KT·LGU+)가 앱 다운로드 수를 기반으로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 ‘전체’를 추산했던 결괏값이 불과 2747억원이었다.만화 역시 ‘서브컬처풍’이 본격 도래하기 이전 시대와 지금은 체급 차이가 비교를 불허하는 수준이다. 가령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2011년 발표한 ‘만화산업백서’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국내 만화 산업 매출액은 약 4362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웹툰’이 2000년대 초부터 급부상하며 만화 시장의 지형과 판도는 완벽하게 변모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지난 1월 발표한 ‘만화·웹툰 산업 발전 방향’에 따르면 국내 만화·웹툰 산업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으로 2조6240억원에 달했다. 무려 6배 가까운 차이다.서브컬처 애호가와 이들을 마케팅 타깃으로 하는 기업이 한데 모이는 행사도 성황이다. ‘일러스타 페스’는 최근 한 해 누적된 유료 참가자 수가 20만을 훌쩍 넘어선다. 일러스타 페스의 시장성을 직접 평가한 자료는 없지만, 성격과 규모가 비슷한 행사에 빗대 추산할 수는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19년 발표한 ‘글로벌마켓 리포트 코믹콘’ 보고서를 보면, 미국 종합 서브컬처 행사인 샌디에이고 코믹콘(SDCC)엔 매년 13만명 이상이 참석해 8470만달러(약 1170억원)를 소비했다. 여기서 발생한 세금 수입만 헤아려도 310만달러(약 42억8000만원)나 된다. 국가별 시장 규모나 물가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일러스타 페스’의 경제성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수준일 것이다.최근엔 서브컬처와는 전혀 무관했던 상품마저도 ‘콜라보’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다. 이를테면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가 지난 5월 넥슨의 서브컬처풍 모바일 게임 ‘블루 아카이브’와 협업해 출시한 빵은 출시 47일 만에 200만개 넘게 팔려 나갔다.맛이나 성분이 다른 상품과 차별화될 정도로 특별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블루 아카이브 캐릭터 디자인을 포장재와 동봉한 스티커에 반영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구매할 이유’를 충족한 서브컬처 팬덤은 GS25 편의점마다 줄을 서며 폭발적인 매출을 이끌어냈다. 커피브랜드 메가MGC커피가 지난 8월 서브컬처풍 게임인 ‘원신’과 손잡고 내놓은 상품 또한 15일 만에 총 누적 판매량 60만 개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서브컬처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그럼에도 서브컬처를 바라보는 세간의 주된 인식은 여전히 ‘돈 안 되는 애들 놀이’에 그쳐 있다. 서브컬처 향유층 대부분은 경제활동과는 거리가 먼 미성년자 내지 한정치산자 집단이고, 그렇기에 기껏 손을 잡아 본들 유의미한 수준의 매출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서브컬처가 현실 시장에 ‘경제 효과’를 대규모로 촉발하는 캐시카우가 된 현시점엔 당연히 불식이 필요한 오해와 편견이다. 그러나 대중 다수가 서브컬처를 그렇게 여기게 된 현실에도 분명한 당위는 존재한다. 서브컬처가 이름자 그대로 서브(Sub-, 아래 혹은 밑)에 머물렀던 짧지 않은 세월 동안, 드물게나마 언론에 노출되는 계기는 히키코모리(引き籠もり)라고도 불리는 ‘은둔형 외톨이’와 그들이 빚어내는 사회 문제로 인한 것이 태반이었다. 정상적인 근로 활동은커녕 타자와의 사회적 교류마저 거부한 채 오로지 만화·애니메이션·2차원 캐릭터·피규어·웹소설·웹툰·게임 등에만 탐닉한 청년을 조망하는 기사는 그리 낯설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은둔형 외톨이는 서브컬처 마니아 중에서도 극소수일 따름이었으나, 서브컬처를 잘 알지 못하는 데다 일말의 관심조차 없는 사람들로선 굳이 그러한 팩트를 따져 가며 호의를 품어줄 까닭은 달리 없었다.‘서브’와 ‘인디’, 혹은 ‘음지’를 모호하게 구분하는 풍조도 서브컬처의 경제성과 생산성 저평가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이들은 ‘주류’(Major)가 아니라는 공통점 때문에 종종 비슷한 개념으로 오인당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내포한 의미가 아예 다를 정도로 차이가 크다. 우선 인디 음악·게임 등 콘텐츠 업계에서 ‘인디’가 붙은 것은 거대 자본의 지원이나 영향을 받지 않는 창작물을 의미한다. ‘인디’의 어원인 ‘독립된’(independent)에 충실한 셈이다.반면 서브컬처는 말 그대로 ‘하위’ 내지 ‘비주류’를 뜻할 뿐 용어에 자본과의 관계를 암시하는 바가 전혀 없다. ‘불법’을 암시하는 ‘음지’와도 전혀 무관한 것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주류가 아니다=인디 or 음지’라는 흔한 오해 때문에, 서브컬처 창작자나 소비자는 거대 자본이나 일상 세계와 융합할 수 없고 또한 이를 적극 거부하는, 경제 활동이나 현실과 동떨어진 존재로 오인당하는 경우가 잦은 것이다.그러나 통념과는 달리 서브컬처 시장 내 구성원들의 구매력은 결코 가벼이 볼 수준이 아니다. 이를테면 지난 2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종합 서브컬처 행사인 ‘제3회 일러스타 페스’에선 ‘선행 입장권’(오전 8시 입장)보다 고작 1시간 일찍 들어갈 수 있는 특별 입장권을 무려 49만8000원에 판매했는데, 예매 단계에서 준비해 둔 10장 모두가 팔려 나가 주최 측을 놀라게 했다. 당시 주최 측 관계자는 “선행 입장권은 1만2000원에 불과했던 만큼 40배 넘게 비싼 특별 입장권이 팔릴 것이라 기대하진 않았는데 순식간에 매진되는 바람에 당황했다”며 “서브컬처 마니아들이 ‘진심인 취미’에는 얼마든 지갑을 열 수 있음을 잘 보여준 사례”라고 했다.또한 일러스타 페스 내에서 벌어진 경매에선 캐릭터 이미지를 인간 신체와 1대 1로 비례하도록 키워 패널에 인쇄한 ‘등신대’가 30만원에 거래된 기록도 있다. 그나마도 경매가 과열될 기미를 보이자 주최 측에서 제지해 이 정도 가격에서 그친 것이라 한다. 일반적인 인물 및 캐릭터 등신대 판매가는 제작 주문할 경우 5만~10만원 안팎이다.비단 일러스타 페스 무대가 아니라 하더라도 ‘마니아’들은 좋아하는 서브컬처 관련 상품에 돈을 아끼는 법이 없다. 이를테면 국내 고급 피규어 제작사 ‘JND스튜디오’가 내놓았던 295만원짜리 ‘할리퀸 피규어’는 스토어 오픈과 동시에 준비된 수량이 모두 팔려 나갔다. 발매 당일엔 국내에서만도 JND스튜디오 홈페이지에 8000명이 동시에 몰리며 서버가 다운됐다 한다.정부 역시 국내 서브컬처 시장의 소비력과 경제적 가치를 이미 인정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피규어·애니메이션 굿즈 수집 등을 포함한 국내 키덜트(어린이 감성을 추구하는 어른) 시장 규모가 2021년에 이미 1조6000억원대에 도달했으며 향후 최대 11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도 2014년엔 5000억원에 불과했던 키덜트 시장이 7년 만에 3배 넘게 성장한 만큼, 그 추정 수준이 턱없이 무리하거나 과장됐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이다. 서브컬처의 성장을 위한 과제물론 서브컬처의 현재와 미래가 돌부리 하나 없는 장밋빛 일색인 것만은 아니다. 오랜 번영과 도약을 위해 극복해야 할 난관 또한 엄연히 존재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거대한 벽은 ‘성 상품화 이슈’다.대중의 욕망과 취향에 적극 영합하는 말초적 콘텐츠라는 것은, 결국엔 인간의 기본 욕구에 순응하는 방향으로 제작되기 쉬움을 암시한다. 실제로 서브컬처 관련 콘텐츠에선 캐릭터의 복장이나 노출도 등을 둘러싼 선정성 논란이 잦은 편이다. 사실 흔한 오해와는 달리 ‘여성 성 상품화’만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었다. 노출이나 성애를 직접 묘사한 BL(Boys Love) 작품은 물론 소아 남성 캐릭터를 성애 대상으로 바라보는 ‘쇼타콘’ 성향 또한 지탄을 받기는 매한가지였다.서브컬처를 둘러싼 성 상품화 논란에서 특히 난감한 것은, 일각에서 벌어진 초월적 사례가 업계 전체를 대변하거나 이미지를 표상하는 경향이 짙다는 것이다. 가령 아이돌 그룹 하나가 무대에서 다소 선정적인 안무와 퍼포먼스를 선보인 결과 K-팝(Pop) 전체를 성 상품화라 치부한다면, 대다수는 억측이 지나치다는 반응을 내비칠 것이다. 혹은 특정 영화에서 과도한 성애 묘사가 나왔다고 해서 시네필 전체를 엽색가로 몰아붙인다면 동조하거나 납득할 사람이 드물 것이다. 서브컬처도 마찬가지다. 제작자와 소비자 절대다수는 엄연히 실정법을 준수하며 일탈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서브컬처에선 드문 예외가 업계 전체의 지향과 행각으로 호도되는 상황이 유달리 흔하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는 근원은 사실 명쾌하다. 판단을 내리는 대다수가 서브컬처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알지 못하는 영역에 관해 판단을 내리려면 그나마 드러나 눈에 보이는 일각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성 상품화로 논란을 빚는 과격한 일부’에 의존해 ‘서브컬처 업계 전체’를 극단적인 엽색으로 판단하는 전개는 오히려 자연스럽기까지 하다.하지만 몇몇 소수 때문에 서브컬처 산업군 전체를 오해하고선 버리거나 외면하는 것은 경제적인 손해가 지나치게 막심하다. 지난 2023년 12월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콘텐츠산업에서의 서브컬처 트렌드 및 시사점’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의 글로벌 콘텐츠 수출액은 124억 5290만달러(약 16조6284억원)로 전 세계 국가 중 7위에 달했다. 또한 2021년 6687억엔(약 6조1178억원)이었던 일본의 오타쿠(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며, 이 자료에서는 ‘서브컬처 애호가’를 지칭하는 용도로 사용됨) 시장 규모는 2022년엔 7164억엔(약 6조5542억원)으로 늘어났다. 게다가 2019년 기준으로 3억9000만명에 달했던 중국 내 서브컬처 이용자 수는 2022년엔 4억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앞서 언급했듯 국내에서의 서브컬처 시장 팽창과 성장세는 이미 경이로운 수준이며, 국경 넘어 세계에서도 한국의 서브컬처 지식재산권(IP)은 눈부시게 활약하고 있는 데다, 우리의 무대가 될 글로벌 시장은 나날이 넓어지는 추세인 것이다. 경제·산업적 관점에서 판단하자면 이만큼 유망한 시장도 드물다.공자 후손들의 언행을 모은 ‘공총자’(孔叢子)에 소개된 이런 일화가 있다.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가 위(衛)나라 군주인 신공에게 ”장수가 될 만한 재목”이라며 구변(苟變)을 천거했다. 위신공이 말하기를 “나도 그가 장수의 재목이 되는 것은 알고 있으나, 그가 일찍이 아전으로 있을 적 남의 계란 두 개를 먹은 일이 있기 때문에 장수로 부리진 않는다”고 했다. 이에 자사는 “성인이 인재를 취하는 것은 목수가 나무를 쓰는 솜씨와 같아, 몇 자 썩은 부분이 있어도 멀쩡한 곳은 남기고 나쁜 구석만 버리기 마련이다”고 했다. 그러자 위신공은 구변을 받아들여 중책을 맡겼다. 서브컬처도 마찬가지다. 도를 넘는 인원이나 잠재적 위험 요소가 존재한들 이를 빌미로 유망한 부분까지 전부 물리치는 것은 결코 현명한 전략이 아니다. 일말의 리스크를 명분으로 서브컬처를 등지거나 배척하는 태도는, 이제는 고전이 된 서브컬처 작품인 ‘은하영웅전설’의 표현을 빌리자면 “화재의 원인이 된다는 이유로 불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나 진배없는 실책인 셈이다.물론 서브컬처 창작자와 애호가 측에서도 ‘서브컬처=성 상품화’라는 오해가 진실로 번져 나가지 않도록 적극 노력할 필요 또한 있다. 집단 내에서 발생한 도를 넘는 일탈을 감싸는 대신 앞장서 제지한다거나, 서브컬처 작품이 사회와 마찰 없이 어우러지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또 준수하는 등의 액션을 보이는 식이다.그러한 준비가 없다면 돌발 상황을 맞이하는 순간 서브컬처 생태계는 너무나도 허망하게 무너져 내릴 수 있다. 지난 2005년 7월 MBC 생방송 음악캠프에 출연한 인디 밴드 멤버들이 전 국민 앞에서 예고 없이 성기를 노출했던 사건을 떠올려 보자. 물의를 빚은 가수들이 인디 음악계 전체를 대변하진 않는다는 사실 자체는 자명하다. 그러나 사건 이전엔 인디 밴드 관련 지식이 거의 없던 국민 대다수는 인디 음악계 전체를 ‘생방송 도중 하의 탈의를 한 범죄자 집단’으로 인지할 따름이었다. 그렇게 대한민국 인디 음악계는 사실상 멸망했고, 활력을 조금이나마 되찾기까지는 5년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서브컬처를 대중에 바르게 알리는 동시에 일부 창작자의 일탈을 미연에 통제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서브컬처 역시 인디 음악계와 비슷한 재난을 맞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대기업도 발 빠르게 진출한 ‘서브컬처 콜라보’ 시장세간에 만연한 오해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중 트렌드에 밝은 곳은 이미 서브컬처와 손잡고서 청년 세대를 적극 공략하는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넥슨게임즈와 제휴해 케이스와 스트랩 케이스 등 스마트폰 액세서리를 서브컬처향 게임 ‘블루 아카이브’ 캐릭터로 꾸민 ‘갤럭시 S24 울트라 액세서리 블루 아카이브 에디션’을 출시했다. 상품가는 33만9000원. 스마트폰 단말기는 포함하지 않은, 오로지 액세서리값이다. 저렴하다 말하긴 어려운 가격이었으나, 판매를 개시한 이래 재고 2000개가 모두 소진되기까지는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롯데시네마는 지난 7월 버튜버 팬을 위한 공간 ‘브이스퀘어’(V-SQUARE)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3층에 개장했다. 버튜버란 ‘버추얼 유튜버’의 줄임말로, 카메라나 특수 장비를 통해 실제 사람의 표정과 움직임을 인식하며 똑같이 움직이는 서브컬처풍 가상 캐릭터를 뜻한다. 브이스퀘어는 서브컬처 팬들이 버튜버 문화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서 팝업존·캐릭터 콜라보 카페·포토존·미디어룸 등으로 구성했다.‘일러스타 페스’ 유료 입장객 연령대는 10~30대가 92%에 달한다. 이는 서브컬처 애호가가 30대 이하 청년층에 집중돼 있음을 방증한다. 10~30대가 주요한 타겟인 상품은 서브컬처를 매개로 마케팅을 전개하면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식음료(F&B)나 전자기기는 물론 문화공간 등에서 서브컬처와의 콜라보가 활발한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러한 이치를 일찍이 감지한 기업들은 자사 상품과 브랜드에 서브컬처를 발 빠르게 접목해, 청년층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신선한 매력을 새로이 부여했다.물론 그들 역시 서브컬처의 리스크는 사전에 인지했을 것이다. 다만 목재가 살짝 벌레 먹거나 상했다며 전부를 버리진 않듯, 서브컬처 또한 적절한 검수와 통제를 거쳐 유용한 부분만 추리고선 이롭게 활용했을 따름이다. 그간 서브컬처라는 장미에 붙은 ‘가시’가 우려돼 손을 내밀기 주저했던 기업이나 마케터라면, 그리고 청년층 고객 확보와 충성도 제고에 관심이 많고 또 절실한 경제 및 산업 주체라면, 더는 서브컬처와의 협업과 제휴를 망설이거나 주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문현웅 스타라이크 최고전략책임자(CSO)는_서울대 지리학과·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조선일보 취재기자로 입사해 사회부·여론독자부·디지털뉴스본부·스포츠부 등에서 근무했다. ‘조선2보’, ‘디테일추적’ 등 서브컬처 지식을 활용한 콘텐츠 프로젝트를 주도해 젊은 독자를 대거 유입하는 성과를 냈다. 사람인에서 콘텐츠 총괄팀(SMC팀) 팀장을 맡았을 땐 업계 최초로 브랜딩과 마케팅에 버추얼 유튜버(버튜버)를 도입해 이목을 끌었다. 지금은 서브컬처 행사 ‘일러스타 페스’ 주최사이자 리듬 게임 개발사인 스타라이크에서 콘텐츠·홍보를 비롯한 사업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2024.09.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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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카 실책 여파?…‘AI 없는’ 아이폰16과 ‘갤럭시 AI 2억대’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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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16 시리즈는 처음부터 인공지능(AI)을 위해 만들어졌다.”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신제품을 공개하며 이렇게 자신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애플의 AI가 반쪽에 그친다는 실망감이 나온다. 신제품을 받아도 당장 AI 기능을 사용할 수 없어서다.정보기술(IT)업계에선 애플이 AI 기기 경쟁에 부족한 모습을 보이는 배경 중 하나로 ‘애플카 실책’을 꼽기도 한다. 애플이 완전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에 주력하다 AI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견해다. 애플은 지난 2월 애플카 프로젝트를 폐기하고 부랴부랴 AI 개발에 전사적 역량을 쏟았으나, 단숨에 시장 경쟁력을 갖추기엔 역부족이었단 평가가 나온다.애플이 지난 9일(현지시간) 공개한 아이폰16 시리즈는 ‘애플 인텔리전스’로 명명된 AI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기기로 개발됐다. 13일부터 사전 주문을 받기 시작해 오는 20일 1차 출시국에서 판매가 이뤄진다.“AI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팀 쿡 CEO의 말과 달리 정작 ‘애플 인텔리전스’는 내달 미국을 중심으로 영어만 지원하는 형태로 시작한다. 이마저도 베타(시험) 버전이다. 연말은 돼야 영미권 국가(호주·캐나다·뉴질랜드·남아프리카 공화국·영국 등)로 확장된다. 중국어·프랑스어·일본어·스페인어 등으로 확장하는 작업은 내년 초 이뤄진다. 시장의 기대를 한껏 받았던 ‘애플표 AI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기기를 받고 적어도 4개월은 기다려야 되는 셈이다.애플은 아이폰16 시리즈 1차 출시 국가에 한국을 포함했다. 1차 출시국에 한국이 포함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아이폰16 시리즈 공개 당시 애플 인텔리전스의 한국어 서비스 제공 시점을 공개하지 않았다. 국내서 또다시 ‘홀대’ 논란이 벌어지자, 19일 ‘2025년 애플 인텔리전스 지원 언어’에 한국어를 끼워넣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갤럭시 AI 연내 2억 대 돌파”반면 이 시장에서 애플과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는 이미 올해 초 세계 첫 AI 스마트폰을 내놓은 바 있다. 올해 1월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4 시리즈에 이어 7월 출시한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 폴드6∙플립6에도 AI 기능을 접목하는 등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애플 인텔리전스가 세계서 서비스되기 시작할 때, 삼성전자는 갤럭시 AI를 접목한 세 번째 플래그십 스마트폰(갤럭시 S25 시리즈 추정)을 내놓는 구도다. 갤럭시 AI는 이미 16개 국어를 지원하고 있다.삼성전자는 특히 연내 갤럭시 AI 적용 기기를 연대 2억 대 이상으로 확장하겠단 계획을 대외에 여러 차례 밝히기도 했다. 갤럭시 AI 생태계를 확장해 시장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리겠단 취지다. 회사는 이 전략에 따라 최신 갤럭시 AI 기능 제공 기기를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 기기에도 지원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갤럭시 AI 지원 범위를 ▲갤럭시 S23 시리즈(S23∙S23+∙S23 울트라∙S23 FE) ▲갤럭시 Z 폴드5∙Z 플립5 ▲갤럭시 탭 S9 시리즈(S9∙S9+∙S9 울트라) 등으로 넓혔다.갤럭시 AI의 주요 기능인 ‘서클 투 서치’(Circle to Search·어느 화면에서나 동그라미를 그리면 검색을 시도할 수 있는 기능으로 구글과 협력해 개발)의 경우 ▲갤럭시 A35 5G ▲갤럭시 A34 5G ▲갤럭시 퀀텀4 ▲갤럭시 탭 S9 FE ▲갤럭시 탭 S9 FE+ 등 보급형 모델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4 시리즈를 시작으로 ‘온-디바이스 AI’(On-Device AI·서버 연결 없이 기기 자체적으로 AI 기능을 수행하는 기술) 영역을 순차 확대하고 있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가전에서도 다양한 AI 기능을 제공해 소비자 수요를 끌어내겠단 전략이다. 이와 함께 ‘스마트싱스’(SmartThings)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스마트폰과 가전 등에 탑재된 AI를 유기적으로 연동하는 기능도 고도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AI 스마트폰’ 시대를 개막한 기업이란 평가를 받는다.삼성전자가 시작한 ‘AI 스마트폰’에 소비자 반응은 뜨겁다. 실제로 갤럭시 S24 시리즈 출시 후 ‘온-디바이스 AI’ 기능을 접목한 스마트폰이 순차 등장하자, 침체한 시장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리서치포인트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3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하고 있다.2023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최근 10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침체기에 접어든 시장에 ‘AI 스마트폰 등장’이 신규 수요를 창출하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올해 2분기엔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했다. 이는 최근 3년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이런 시장 변화를 이끈 삼성전자는 이 기간 점유율 20%로 1위를 차지했다. 2위 애플(16%)과 약 4%포인트(p) 격차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측은 “삼성전자는 갤럭시 S24 시리즈의 지속적인 모멘텀에 힘입어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을 주도했다”며 “삼성전자는 베스트셀러 스마트폰 상위 10개 모델에서 5개 자리를 석권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2024년에는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에서 생성형 AI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18%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애플카 주력하다 AI 놓친 애플애플은 아이폰16 시리즈 출시로 이제야 AI 스마트폰 시대에 합류한 모습이다. 그러나 공개한 애플 인텔리전스가 바로 사용이 어려운 ‘반쪽 AI’에 그친 데다, 기능도 그간 시장에 나온 서비스들과 큰 차이가 없어 ‘애플에 혁신이 사라졌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시장 일각에선 이에 따라 “스마트폰 시장에서 줄곧 ‘퍼스트 무버’(First Mover·새 분야를 개척한 기업)로 자리한 애플이 삼성전자를 쫓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새 제품이나 기술을 빠르게 따라가는 기업)로 전락한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아이폰16 시리즈에 대한 낮은 기대감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애플 전문가’로 통하는 궈밍치 대만 TF인터내셔널 증권 애널리스트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3일부터 첫 주말까지 이뤄진 아이폰16 시리즈의 사전 주문 판매량은 약 3700만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작의 같은 기간 사전 주문량과 견줘 약 13% 줄어든 수치다. 궈밍치 애널리스트는 “아이폰16 프로 시리즈에 대한 수요가 예상보다 낮은 주요 요인 중 하나는 주요 판매 포인트인 애플 인텔리전스가 아이폰16 출시와 함께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IT업계에선 애플이 스마트폰뿐 아니라 AI 영역 전반에서 그간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 ‘애플카 실책’을 꼽는다. 완전 자율주행 전기차인 ‘애플카’를 개발하는 데 전사적 역량을 결집하면서 비교적 AI 기술 개발엔 소홀한 결과가 아이폰16 시리즈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애플은 2014년 ‘애플카’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0년 동안 수천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약 100억 달러(약 13조4800억원)를 투자했다. 막대한 자원과 시간을 쏟아부었음에도 결과를 내지 못하고 프로젝트는 지난 2월 전면 폐기됐다. 애플은 애플카 프로젝트를 접으면서 AI 개발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핵심 인력을 AI 분야로 대거 전환하는 등의 변화가 나타났고, 지난 3월에는 캐나다 AI 스타트업 ‘다윈AI’(DarwinAI)를 인수하기도 했다.IT업계 관계자는 “챗GPT 등장 후 위기감을 느낀 애플이 AI 개발에 뒤늦게나마 전사적 역량을 투입했지만, 단기간 성과를 내기엔 역부족이었을 것”이라며 “아이폰16 시리즈에 AI 기능을 바로 탑재하지 못하는 건 판매 부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요인”이라고 말했다.이어 “아무리 큰 기업이라고 해도 역량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는데, 애플은 그간 자율주행에 주력하는 선택을 했다. 이는 ‘애플카 실책’으로 이어졌고, 이제는 스마트폰 주도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며 “AI 기능 중 시장의 주목 받는 게 오죽하면 정책 변화로 나타난 ‘통화 녹음’ 정도로, 애플은 이번 아이폰16 시리즈에서 신기술에 대한 혁신을 보여주지 못했다. 반면 가전과 스마트폰을 연동하는 식으로 ‘갤럭시 AI’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는 삼성전자로선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2024.09.19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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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 잡은 삼성 AI, 시간 필요한 애플 AI…아이폰16 시리즈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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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연 ‘인공지능(AI) 스마트폰’ 시대에 애플이 합류했다. 애플은 9일(현지시간) ‘아이폰16 시리즈’를 공개하면서 AI 성능을 강조했다. 애플은 우선 AI 기능을 내달 베타(시험) 버전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주요 AI 서비스는 내년 초는 돼야 이용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애플은 이번 신제품 1차 출시 국가에 한국을 처음으로 포함했으나, 한국어 AI 기능 제공 시점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내달 업데이트를 통해 배포되는 애플의 베타 버전 스마트폰 AI 서비스는 영어만 지원하고 미국을 중심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호주·캐나다·뉴질랜드·남아프리카 공화국·영국 등 영어권 국가에는 오는 12월부터 제공된다. 중국어·프랑스어·일본어·스페인어 등으로 확장하는 작업은 내년 초 이뤄진다. 아이폰16 시리즈 출시 후 3개월이 지나서야 ‘애플 AI’를 세계서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한국어 AI 서비스는 내년 초에도 제공이 불투명하다.올해 1월 갤럭시 S24 시리즈를 통해 AI 스마트폰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내놓은 삼성전자는 지난 7월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 폴드6∙플립6에도 AI 기능을 접목했다. 이 모델들에 탑재된 갤럭시 AI는 출시부터 한국어는 물론 13개 언어를 지원했다. 지금은 지원 언어가 16개로 확대된 상태다. AI 선두 기업으로 꼽히는 구글과 합작한 다양한 편의 기능도 제공한다. 애플의 첫 스마트폰 AI 기능이 본격화되는 내년 초, 삼성전자는 세 번째 AI 스마트폰을 내놓을 전망이다. 아이폰 1차 출시국에 韓 포함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파크 스티브 잡스 시어터에서 진행된 신제품 발표 행사 ‘이제 새롭게 빛나다’(It's Glowtime)를 통해 “아이폰16 시리즈는 처음부터 AI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아이폰16 시리즈는 기본형·플러스·프로·프로맥스로 구성된다. 아이폰16 기본형은 6.1인치(15.4㎝), 플러스는 6.7인치(17.0㎝), 프로는 6.3인치(15.9cm), 프로맥스는 6.9인치(17.4cm)의 크기다. 가격은 아이폰 기본 모델은 799달러(128GB), 플러스는 899달러(128GB), 프로는 999달러(128GB), 프로맥스는 1199달러(256GB)부터 시작한다. 달러 기준 가격은 전작과 같다. 아이폰16 시리즈의 1차 출시는 한국·미국·호주·캐나다·중국·프랑스·독일·인도 등 액 59개 국가에서 이뤄진다. 1차 출시 국가에선 오는 13일부터 사전 주문이 진행된다. 20일부터 매장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애플은 이날 웨어러블 기기 신제품도 공개했다. 스마트워치 신제품인 애플 워치10 시리즈와 무선 이어폰 신제품 에어팟4 2개 모델을 선보였다.애플 워치10 시리즈는 알루미늄 케이스 모델과 티타늄 케이스 모델로 구분된다. 크기는 42mm와 46mm 두 가지다. 애플워치 SE와 울트라2도 있다. 애플 워치10 시리즈는 전작 대비 약 10%가량 더 얇아졌고, 무게도 10~20% 줄였다. 디스플레이는 전작 대비 9% 넓어졌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50m까지 방수가 된다. 수면 무호흡증을 감지하는 기능도 갖췄다. 출고가는 워치10 59만9000원, 애플워치 SE 32만9000원, 울트라2 114만9000원부터다. 애플워치 에르메스 울트라2는 200만4000원이다.에어팟4는 애플이 3년 만에 새롭게 내놓은 무선 이어폰이다. 오픈형 에어팟 최초로 주변 소음을 차단하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 기능을 제공한다. 기본 모델과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모델로 나온다. 에어팟 맥스는 다섯 가지 신규 색상 추가와 충전포트 변경 수준의 변화만 있었다. 가격은 에어팟4 19만9000원,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모델 26만9000원이다. 에어팟 맥스는 76만9000원. 애플 AI 개화 ‘아직’아이폰16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애플의 AI 시스템인 ‘애플 인텔리전스’가 탑재된다는 점이다. 애플은 AI 기능 구현을 위해 자체 개발한 최신 반도체 칩인 A18과 A18 프로를 이 시리즈에 장착했다. 전작 대비 최대 2배 빠른 속도로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할 수 있고, 전력은 30% 더 효율적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이 칩을 통해 구현되는 ‘애플 인텔리전스’는 다양한 AI 기능을 제공한다. 사용자가 급하게 남긴 메모를 AI가 다듬어 준다. 이모티콘 생성이나 이미지 창작도 가능하다. 녹음된 파일의 번역 기능도 갖춘다. 사진도 AI가 찾아준다. 언제 찍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사진에 대한 단편적인 묘사를 입력하면 이를 찾아주는 식이다. 메일의 요약이나 일정 안내 기능도 제공한다. 음성 비서 ‘시리’(Siri) 역시 이용자 질문에 단계별 방법도 안내하는 식으로 기능이 향상될 예정이다.‘애플 인텔리전스’는 내달 아이폰 운영체제(iOS) 18.1 배포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아이패드(iPadOS 18.1)와 맥북(macOS Sequoia 15.1)에도 AI 기능이 제공된다. 애플 측은 “향후 수개월에 걸쳐 더 많은 기능이 출시될 예정”이라고 했다.시장조사업체 카운터리서치포인트에 따르면 2024년 2분기 삼성전자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0%로 1위다. 2위는 애플(16%)이 차지했다. 샤오미(14%)··비보(8%)·오포(8%) 순이다. 2023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최근 10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선 수요가 회복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3분기 연속 전년 판매량이 증가했다. 특히 올해 2분기엔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했다. 이는 최근 3년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측은 이런 수요 증가의 배경으로 거시경제 요인의 개선과 함께 삼성전자가 주도한 AI 기능의 개선을 꼽았다.AI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신규 수요가 창출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폰 AI 기능의 본격적 제공이 내년 초로 예정되면서 국내 IT업계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장 주도권이 한층 강화될 기회”라는 분석이 나온다.

2024.09.10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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