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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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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와 IP의 공진화...세계관을 영원하게 [스페셜리스트뷰]

전문가 칼럼

“인간의 생명에 대한 모욕이다. 매우 불쾌하다.” 2016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NHK 스페셜: 끝나지 않는 사람, 미야자키 하야오’에 출연해 도완고(DWANGO)의 카와카미 노부오 회장과 나눈 대화에서 한 발언이다. 하필 그때 그가 본 AI 생성 콘텐츠가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역겨운 것’에 관한 것이었더라도, ‘모욕’과 ‘불쾌’라는 표현이 내포한 의미를 미뤄볼 때, 당대 애니메이션 거장이 AI에 품은 인상은 단편적이고 결코 낙관적이거나 미래지향적이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그로부터 약 9년이 지난 지금, 생성형 AI 시대의 창작자들이 마주한 갈등이 또 시작됐다. 바로 ChatGPT-4o가 불러온 ‘지브리풍’ AI 열풍이다. 기술의 발전, 그리고 그것이 상용화되는 기간이 급격히 단축되고 있다. 2024년부터 급속히 대중화된 생성형 AI는 그림, 음악, 소설, 영상에 이르기까지 창작의 영역을 넘나들며 콘텐츠 생산의 정의를 다시 쓰고 있다.오픈AI의 ChatGPT를 필두로, 미드저니, 런웨이 등 수많은 AI 기반 툴들이 매일같이 새로운 결과물을 내놓는다. 사용자들은 몇 줄의 프롬프트로 '지브리풍의 소녀', '애니메이션 심슨 스타일의 자화상', '천재가 쓴 듯한 에세이'를 뚝딱 만들어낸다. 특히 올해 3월부터 전세계에 몰아친 '지브리풍' 생성형AI 이미지는 또 다시 'IP 저작권'에 대한 이슈를 만들어낸다.디자인, 영상, 패션, 영화, 출판,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 우리의 생활 속 깊숙한 곳까지 생성형AI가 점차 파고든다. 이 산업의 성장 동력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노코드 AI 창작 툴'의 확산. 둘째, 콘텐츠 수요의 기하급수적 증가. 셋째, 기업의 비용 절감과 효율성 요구다. 콘텐츠 마케팅, 광고, 브랜드 디자인 등에서 AI는 빠르게 실무를 대체하거나 보조하며 새로운 산업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마케팅 분야에서 생성형 AI의 활용은 눈부시다. 2024년 기준 전 세계 조직의 65%가 생성형 AI를 마케팅에 도입했으며, 맥킨지에 따르면 AI는 마케팅 부문의 생산성을 평균 5~15% 높이고, 연간 약 4630억 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SurveyMonkey 조사에 따르면 AI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 속도는 평균 3배 빨라졌고, 90% 이상의 마케터들이 의사결정 속도 또한 향상되었다고 밝혔다. 생성형 AI와 글로벌 기업들로레알(L'Oréal), 코카콜라(Coca-cola), 세일즈포스(Salesforce) 등 글로벌 기업들은 개인화 추천, 이미지 자동 생성, 실시간 카피라이팅 등에 생성형 AI를 도입해 캠페인의 ROI를 높이고 있다. 특히 코카콜라는 ChatGPT와 DALL·E를 활용해 참여형 브랜드 캠페인을 성공시켰으며, HubSpot은 AI 기반 고객 응대 시스템 'Breeze'를 도입해 고객 경험을 자동화하고 있다. 국내에서 역시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아모레퍼시픽 등 대기업 뿐만 아니라 오비맥주, 헤이딜러, 젠틀몬스터, 올리브영, SM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브랜드에서 생성형AI로 마케팅 콘텐츠를 주기적으로 제작해 활용하고 있다.현재 생성형AI의 가장 주요한 이슈는 '공정 사용(fair use)’이다. 말하자면 '공익적 목적의 사용'이 아니면 '저작권자의 허가를 받고 학습을 시킨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무분별한 크롤링과 생성으로 인한 법적 분쟁이 늘고 있는 가운데, 제도권에서도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 기존 생태계 보호에 애쓰는 모양새다. 이번 '지브리 스타일' 이슈로 'AI 이미지 생성이 과연 합법인지'에 대한 논의 역시 일본 현지 정치권에서도 큰 이슈다. 최근 일본의 중의원 내각 위원회 회의에서 입헌민주당 의원인 기후현의 이마이 마사토 의원은 일본 문부과학성의 문부과학전략관인 나카하라 히로히코에게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 생성이 불법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단순히 그 스타일로 이미지 생성을 한다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그렇게 생성된 이미지가 기존의 저작물과의 유사성에서 인정된다면 그건 저작권 침해라고 생각한다"라는 모호한 답변과 더불어 이 문제에 대한 공을 법원으로 넘겼다. 일본 입법부 내에서 이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법안 역시 곧 준비가 될 전망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대한민국의 사정은 어떨까. 한국저작권위원회는 2023년 12월, 생성형 AI와 관련된 저작권 이슈를 다룬 '생성형 AI 저작권 안내서'를 발간했다. 이 안내서는 AI 사업자, 저작권자, 이용자 등 여러 이해관계자를 위한 지침을 제공하며, AI 산출물의 저작권 등록 가능성과 관련된 국내외 사례를 포함하고 있다. 또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를 영문으로 번역하여 국제적으로 배포하였고, 이는 2025년 국제지식재산지수(IP Index)에서 한국이 저작권 분야 세계 7위를 차지하는 데 기여했다. 특히, 디지털 기술 환경에 부합하는 저작권 법·제도를 마련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초상권 및 학습 데이터 무단 사용 등의 이슈를 예방하기 위한 AI 회사들의 기술적 접근도 활발해지고 있다. 런웨이(Runway)는 자체 3D 기반 아바타 라이브러리를 통해 AI 영상 학습을 진행하고 있으며, ​픽스AI(​PixAI)는 고유 3D 모델을 사용해 생성 이미지의 독창성을 유지한다. 이는 단지 법적 회피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독립적 IP 확장의 전략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파프리카 주식회사는 자사 내부에서 진행하는 '블랑카 프로젝트'를 통해 키, 체형, 얼굴 구성, 포즈 등을 3D 모델링으로 직접 구현한 후 AI에 학습시킨다. 이렇게 하면 실제 사람을 참고하지 않고도 고품질 비주얼을 제작할 수 있어 저작권 이슈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 AI 이미지 생산을 바라보는 창작자들이처럼 빠르게 재편되는 환경 속에서 창작자들은 양가적인 감정을 갖는다. 빠르게 결과물을 얻고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는 자유는 달콤하지만, 자신만의 손맛과 사유, 스타일이 사라지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있다. 창작의 과정이 효율성과 속도에 의해 단축되면서, 예술적 깊이나 인간의 감정은 오히려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AI의 창작 도구화를 통해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고 새로운 유저 풀을 만들어가지만, 저작권 이슈와 윤리적 문제에 대한 뚜렷한 기준은 아직 없다. 기술기업은 생성형 AI가 창작의 ‘보조자’이며, 인간의 창의성을 확장하는 도구라고 주장하지만, 기존의 창작 질서가 붕괴되는 것에 대한 대안은 아직 부족하다. '재미'와 '효율성'에 매료된 수억의 이용자들이 소비하는 AI 창작물. 생성형 AI는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창작에 대한 철학적 정의 자체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창작자들의 집단인 콘텐츠 IP 업계의 반응도 다양하다. 일본의 전통 애니메이션 유통사인 쇼프로(Shogakukan-Shueisha Productions)는 도라에몽, 명탐정 코난 등 자사의 클래식 IP를 보호하기 위해 AI 활용에 대해 극도로 보수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다. 약 20년 간 쇼프로에 몸담고 있는 모 임원은 "AI로 인해 IP 본래의 정체성과 정서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되는 사항"이라며 앞으로도 당분간 생성 콘텐츠에 대해 강경한 저작권 대응을 취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필자에게 강조했다.다만 역설적이게도 이들 역시 AI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점 역시 밝혔다. 2025년판 '란마 ½' 같은 작품을 생성형 AI를 활용해 고도화하는 작업을 한다던지, AI 번역 스타트업인 Mantra와 협력하여 영어권 독자를 위한 라이트 노벨 앱을 개발한다던지 말이다. 자사 IP 활용에 의외로 보수적인 엔터 업계 역시 마찬가지이다. 국내 굴지의 엔터 그룹의 E그룹은 AI를 통해 2D 캐릭터를 만들고 이를 뮤직비디오에 활용하는가 하면, 현재 솔로로 활동하고 있는 모 아이돌은 생성형AI를 활용해 AI 화보집을 제작한다. 공연장이나 행사장에 걸리는 아티스트의 포스터 이미지 역시 아티스트들의 별도의 추가 촬영 없이 AI를 통해 움직이도록 해 관객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딥페이크'로 초상권 사용에 강경하던 엔터 업계에서의 변화 역시 AI가 가져다준 편의성에 매료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활짝 열린 AI 시대, 어떻게 살아 갈 것인가당신은 '하츠네 미쿠'라는 캐릭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하츠네 미쿠(初音ミク)'는 일본의 음성 합성 소프트웨어인 보컬로이드(VOCALOID)를 사용한 크립톤 퓨처 미디어사의 마스코트 캐릭터다. 2007년 8월 31일에 발매된 이 캐릭터는 2024년 8월 31일자로 17주년을 맞이했다. 여러 보컬로이드 중에서도 단연 독보적인 이 IP가 AI시대를 살아가는 방식이 독특하다. 하츠네 미쿠는 현대 일본 서브컬쳐의 상징들 중 하나로 세계적인 캐릭터 산업국인 일본에서도 이례적으로 성공한 케이스이다. 처음에는 음성 합성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음원으로 경력을 시작했지만, 청록색 눈과 트윈테일을 가진 이 캐릭터가 인기를 끌면서 관련 상품 판매와 TV 광고 출연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또한 유튜브에 다양한 콘텐츠를 업로드하며 팬들을 끌어모았고, 2025년 4월 기준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368만 명에 달해 '대형 아이돌'로 성장했다. 올해 4월에는 미국 최대의 음악 페스티벌인 코첼라(Coachella) 무대에 선 최초의 버추얼 가수가 되며 일본을 넘어 글로벌 스타로 인정받았다.이러한 전환점에서 단순히 AI가 만드는 결과물의 정교함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감정의 해석과 세계관의 설계'라고 믿는다. AI를 창작의 대체자가 아니라, 무한한 프로토타이핑과 반복을 가능케 하는 파트너로 바라본다면. 그래서 하나의 콘텐츠가 아니라, 하나의 감정을 설계하고, 그 감정을 다양한 형태로 파생시키는 방식으로 이용하면 어떨까. 인간만이 줄 수 있는 해석력과 정서, 그리고 스토리텔링의 유기적 연결이야말로 우리가 AI 시대에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창작 방식이다. 우리는 콘텐츠 자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와 IP 홀더들이 AI를 통해 자신만의 감정을 증폭하고 확산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이렇게 AI를 통해 증폭된 다채로운 감정선이 쌓이고 쌓여 작품을 넘어선 '감정 자산을 쌓는 IP'로 진화할 수 있지 않을까. 마치 지금의 지브리 스튜디오나 BTS 서사를 만든 하이브와 같이 말이다.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는 다시 질문을 던지게 된다. AI 시대를 막을 수는 없다. 그 흐름은 이미 시작되었고,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패러다임 변화의 시대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기술을 경계할 것인가, 아니면 기술을 인간의 내면과 감정을 더 깊이 표현하는 수단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아이와 새, 죽음과 선택, 기억과 사랑에 대한 자서전 적인 이야기였다. 주인공 마히토는 상실의 아픔과 이질적인 세계를 통과하며, 결국 자신이 살아갈 현실을 스스로 선택한다. 그 이야기의 핵심은 결국 “너는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였다.지금 우리는 또 다른 선택의 문 앞에 서 있다. 생성형 AI는 끝없이 새로운 창작물을 생산하고, 속도와 효율은 날로 가속화되고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인간은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더 빠르고 더 똑똑한 도구들 사이에서, 우리는 여전히 '무엇을 만들 것인가'보다 '왜,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AI가 만든 완벽한 이미지, 정제된 문장, 무한한 조합들 속에서도 인간만이 줄 수 있는 것은 ‘해석’, ‘감정’, 그리고 ‘의도’다. 우리는 모두 창작자가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리고 그 창작의 방향은, 기술이 아니라 우리의 태도가 결정할 것이다. 기술은 계속 진화한다. 그러나 인간은, 그 안에서 어떤 세계를 살아낼 것인가. 최원호 파프리카 부대표는_2014년부터 2024년까지, 대한민국 청와대, 조선일보를 거쳐 TV조선에서 몸담았다. VR, AI 챗봇, 웹툰 등 디지털 사업부터 마라톤, 팝업 스토어, 프렌차이즈 등 다양한 온·오프라인 비즈니스를 기획하며 IP 사업의 인큐베이팅부터 확장까지를 경험했다. 경제학과 신문방송학을 전공, 팬덤 비즈니스와 IP 산업을 기술과 연결해 해석하고 구현하는 전략가로 활동 중이다. 콘텐츠의 창작부터 유통, 마케팅, 그리고 AI 기반 자동화까지를 하나의 ‘세계관’으로 설계해내는 것을 목표로, 기술 기반 IP 생태계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2025.06.15 10:00

8분 소요
혁신의 중심 AI...영향권 산업과, 영향 밖 산업은 [스페셜리스트뷰]

전문가 칼럼

최근 생성형 AI 분야에서는 주요한 혁신들이 빠르게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딥시크(DeepSeek RI)와 그록3(Grok-3)의 공개는 AI의 발전 속도가 한층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AI가 기존보다 더 빠르고 정교하게 학습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으며, 이를 통해 AI의 활용 가능성이 더욱 넓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스탠퍼드 대학의 2024년 AI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 AI 기술은 새로운 알고리즘 개발과 하드웨어 성능 향상에 기인하고 있으며, AI 연산에 사용되는 반도체 기술이 발전하면서 대용량 데이터를 더욱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딥시크(DeepSeek)는 2023년 설립된 중국의 AI 스타트업으로서 2025년 1월 22일 발표한 딥시크 RI 모델의 연구 논문을 통해 시장에 충격을 주었다. 이 논문에 따르면, 딥시크 RI 모델이 수학, 언어, 코딩 등 추론 능력 면에서 오픈AI의 o1-mini 모델보다 우수하고, 오픈AI의 o1 모델과 유사한 성능을 보여주었다.반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비용 면에서 딥시크 RI 모델 개발에 투입된 비용이 558만 달러에 불과하며, 이는 기존 유사한 LLM 모델 개발 비용의 10% 정도에 해당된다고 전했다. 또한, 시장에 출시된 딥시크 앱은 1월 28일 정오 기준으로 앱스토어 무료 앱 다운로드 순위 1위,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는 2위를 차지했다.기존의 AI 모델들이 주로 영어권 중심으로 개발된 것과 달리, 딥시크 RI는 중국이 주도하는 초거대 언어 모델로, 중국어 및 기타 아시아 언어들을 보다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된 만큼 LLM 시장의 중심 중 하나가 아시아권이 됨을 자연스럽게 알렸다.그록(Grok)3는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인공지능(AI) 기업 ‘xAI’가 2025년 2월 17일 공개한 최신 챗봇 모델이다. 라이브스트림 발표회에서 ▲수학 ▲과학 ▲코딩 벤치마킹 분야 ▲추론 분야에서 알파벳의 구글 제미나이-2 프로, 딥시크의 V3 모델, 앤스로픽의 클로드 3.5 소넷, 오픈AI의 GPT-4o와 비교해서 더 우수했고, 추론 분야에서는 오픈AI의 o1 모델, 딥시크 R1 모델, 구글 제미나이-2 플래시 씽킹 모델과 비교해 우수함을 보여줘 ‘지구에서 제일 똑똑한 AI’를 표방했다.검열로 인한 결과의 품질이 저하되지 않고, 생성 이미지의 품질과 커스터마이제이션의 자율성이 높은 반면, 다국어 역량이 부족하고 요금제가 약간 비싸다는 평가가 있다. 그록3는 더욱 대화형이고 유머러스한 응답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설계돼 보다 인간적인 대화를 목표로 한다. AI가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도구에서 벗어나, 사람과의 소통을 통해 더욱 친숙한 기술로 자리 잡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AI 발전이 불러온 ‘문제’그러나 이러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주요한 문제점이 제기된다. 첫째, 정보 정확성 문제다. 생성형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응답을 생성하지만, 그 데이터 자체가 반드시 정확하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이에 따라 AI는 종종 허위 정보를 포함한 내용을 생성할 가능성이 있으며, 사용자가 이를 사실로 받아들일 경우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 많은 연구와 전문가들은 생성형 AI가 기존 데이터를 학습해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정보를 생성하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둘째, 윤리적 문제다. AI가 생성하는 텍스트, 이미지, 음악 등은 기존의 창작물을 학습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AI가 원작자의 창작물을 참고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저작권을 침해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AI를 활용한 창작 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이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과 윤리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유럽연합(EU)은 AI 기술의 발전에 따른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4년 6월 13일 '인공지능법(AI Act)'을 제정하였고 지속적으로 수정하고 있다. 대한민국도 2024년 12월 26일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하 AI 기본법)을 제정했다.셋째, 데이터 편향성 문제다. AI는 학습하는 데이터의 성격에 따라 편향된 결과를 생성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면, 특정 문화나 정치적 성향을 반영한 데이터가 많을 경우, AI는 이에 따라 편향된 의견을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AI가 보다 공정하고 균형 잡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데이터의 다양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된다. 2024년 스탠퍼드 AI 인덱스 리포트에 따르면, AI 시스템의 편향성과 관련된 여러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AI 시스템이 학습한 데이터의 편향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접근법이 논의되고 있다.생성형 AI가 점점 더 범용적으로 활용되면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산업과 기업군이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중요한 산업들이 포함된다. AI 직접 영향권에 든 산업은 어디AI는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식이 중요한 산업일수록 AI의 영향을 크게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콘텐츠 제작과 소프트웨어 개발, 고객 서비스와 교육 및 연구 산업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먼저, 콘텐츠 산업 (미디어·출판·광고·마케팅) 분야다. AI는 자동으로 기사, 광고 문구, 마케팅 카피를 생성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저널리즘, 카피라이팅, 영상 콘텐츠 제작 업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사람이 직접 기획하고 작성해야 했던 콘텐츠들이 AI를 통해 자동화됨에 따라, 기업들은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로이터 인스티튜트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4에 따르면, AI의 발전이 뉴스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고 지속될 것을 강조하면서, AI 기반 검색 인터페이스와 챗봇의 발전이 뉴스 웹사이트와 앱으로의 트래픽 흐름을 감소시킬 수 있으며, 향후 정보 환경에 불확실성을 더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했다. 또한, AI가 제공하는 이미지 및 영상 생성 기술은 광고 및 마케팅 업계에서 인간 창작자의 역할을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 AI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인 미드저니(Midjourney)와 달리(DALL·E)는 디자이너 없이도 고품질의 시각 자료를 생성할 수 있어 광고 및 브랜딩 작업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매킨지 AI 보고서 2023에 따르면, 생성형 AI가 마케팅 및 영업 분야에서 창의적인 콘텐츠 생성을 통해 인간의 업무를 보완하거나 일부 대체할 수 있다. 즉, AI가 인간 디자이너와 협력하거나 일부 업무를 대체하는 현상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둘째, 소프트웨어 개발 및 IT 서비스 분야다. IDC 2024 AI 보고서에 따르면, AI 코딩 도구는 프로그래머들의 생산성을 크게 높이며, 단순 코딩 작업을 대체하고 있으며, AI 도구들은 개발자가 몇 줄의 코드만 입력해도 전체적인 코드 블록을 자동으로 생성해주기 때문에, 개발 속도가 크게 향상되고 반복적이고 표준화된 코드 작성이 많은 기업에서는 AI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개발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소규모 스타트업에서는 AI를 활용해 최소한의 인력으로도 강력한 소프트웨어 개발이 가능해지고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들은 AI 코딩 보조 도구를 활용해 소수의 개발자만으로도 복잡한 소프트웨어를 구축할 수 있게 되면서, 초기 개발 비용을 줄이고 신속하게 시장에 제품을 출시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셋째, 고객 서비스 및 콜센터 분야다. AI 챗봇과 음성 비서의 발전으로 인해 콜센터 산업의 상당 부분이 자동화될 전망다. 현재 많은 기업들이 AI 챗봇을 활용해 기본적인 고객 응대를 자동화하고 있으며, 24시간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AI 기반 고객 서비스 솔루션은 고객의 질문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최적의 답변을 제공할 수 있어 응대 속도와 만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액센츄어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기업의 74%가 생성형 AI와 자동화에 대한 투자가 기대치를 충족하거나 초과 달성했으며, 63%는 2026년까지 이러한 역량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가트너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AI 및 디지털 기술은 업무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지만, 단순히 도입한다고 해서 생산성이 기하급수적으로 향상되는 것은 아니며, 경영진은 AI의 실제 잠재력을 현실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AI 기술이 고객 서비스 분야에서 생산성 향상과 효율성 증대에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기업들은 AI 기반 고객 서비스 솔루션을 도입함으로써 비용 절감과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넷째, 교육 및 연구 산업 분야다. AI 기반 튜터링 시스템과 연구 논문 작성 보조 AI가 교육 및 학술 연구 환경을 바꾸고 있다. AI 기반 튜터링 시스템은 학생들의 학습 패턴을 분석해 개별 맞춤형 학습 계획을 제공하고, 자동으로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칸 아카데미(Khan Academy)는 AI 기반 맞춤형 학습 서비스를 도입해 학생들의 학습 수준에 맞춰 개별적으로 학습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일률적인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개인화된 학습이 가능하도록 만든다. 또한, 연구 논문 및 기술 문서 작성을 돕는 AI 모델이 더욱 정교해지면서 학계에서의 활용도가 증가할 것이다. AI는 대량의 논문을 분석해 연구자들에게 관련된 논문을 추천하고, 논문 초안을 작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네이처(2024)에 따르면, AI 기반 논문 요약 및 추천 서비스인 엘리시트(Elicit)가 연구자들이 관련 연구 결과를 더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으며, 이는 연구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AI 대체 어려운 산업군도 존재생성형 AI의 변화를 약하게 받는 산업과 기업도 존재한다. 건설업, 제조업, 농업과 같은 분야는 기계적 자동화가 가능하긴 하지만, 여전히 인간의 손길과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 필요하다. AI가 로봇과 결합해 특정 작업을 보조할 수는 있지만, 작업 현장의 복잡한 변수를 실시간으로 판단하고 즉각 대응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역할이 크다. 건설업에서 AI는 건축 설계를 보조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안전성을 평가할 수 있지만, 현장에서 예측하지 못한 변수(날씨 변화, 지반 문제 등)에 대응하는 것은 숙련된 인부들의 몫이다. 오라클 보고서(2024)에 따르면, 생성형 AI가 건설업계에서 공정 효율성 개선, 비용 절감, 건설 성과 향상 등에 기여하고 있고, 건설 관련 문서 작성 및 요약 작업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인재 격차 해소에도 도움을 주고 있지만, 현장 작업의 복잡한 변수에 대한 실시간 대응은 여전히 인간 노동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농업 분야에서는 AI가 자동화된 트랙터, 드론을 활용한 작물 모니터링 등의 방식으로 일부 혁신을 이루고 있지만, 복합적인 농업 환경에서 AI가 완전한 의사결정을 내리기는 어렵다. 예를 들면, AI 기반 작물 관리 시스템은 토양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수분 공급량을 계산할 수 있지만, 갑작스러운 기후 변화나 예상치 못한 해충 발생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은 농부의 경험과 판단이 필요하다.둘째, 정밀한 인간 판단이 필요한 직업 (의료·법률·심리 상담)이다. AI가 의료 영상 분석이나 법률 문서 검토 등의 보조 역할을 수행할 수 있지만, 최종 판단은 여전히 인간 전문가의 몫이다. 예를 들면, AI는 환자의 엑스레이 영상을 분석해 질병을 예측할 수 있지만, 종합적인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은 의사의 경험과 판단이 필요하다. AI는 진단 스캔 해석의 속도와 정확성을 향상시키고 있지만, 임상 전문가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으며, AI와 인간의 전문 지식을 결합하는 것이 최상의 결과를 가져온다. 즉, AI 기반 영상 분석 시스템은 특정 암 진단에서 인간 의사보다 높은 정확도를 보이기도 하지만, 환자의 병력, 생활 습관, 복합적인 증상 등을 고려한 통합적 진료는 아직 인간 의사가 수행해야 한다. 법률 분야에서도 AI는 문서 검색과 판례 분석을 도울 수 있지만, 법정에서 변론을 하거나 법적 해석을 내리는 것은 인간 변호사 또는 인간 판사의 역할이다. 세션트 리걸 리서치 AI는 미국 연방 및 주 법원의 수백만 건의 판례를 분석해 사용자가 몇 초 만에 주요 법적 선례를 확인하고, 법률 문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하버드 로스쿨 데이비드윌킨 (David Wilkin) 교수는 AI는 특정 사건과 관련된 판례를 빠르게 찾아 제공할 수 있으나, 실제 사건에서 변호사가 고려해야 할 사회적 맥락, 도덕적 판단, 법적 전략 등은 인간의 경험과 논리적 사고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심리 상담 분야에서도 AI 챗봇이 간단한 정신 건강 상담을 제공할 수 있지만, 인간 상담사의 공감과 직관적인 판단은 대체할 수 없다. AI 기반 정신 건강 앱들은 사용자의 감정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일반적인 조언을 제공할 수 있으나, 복잡한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상담사와의 대면 대화가 훨씬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됐다. 특히, 상담 과정에서 신뢰와 관계 형성이 중요한데, AI는 감정을 진정으로 이해하거나 즉각적인 정서적 반응을 보이는 데 한계가 있다. 셋째, 공예 및 수공업 기반 산업 분야이다. 예술, 디자인, 공예 등 인간의 창의성이 중요한 분야는 AI가 지원할 수 있지만, 완전히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예를 들면, AI는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작곡할 수 있지만, 개별 아티스트의 독창적인 스타일과 감성을 완전히 복제할 수는 없다. 최근 AI 기반 이미지 생성 기술(예: DALL·E, Midjourney)이 발전하면서 그래픽 디자인, 일러스트 제작 등에 활용되고 있지만, 디자이너들이 갖고 있는 직관적 감각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그대로 모방하는 것은 어렵다. AI가 과거의 데이터를 학습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이는 기존 스타일의 변형일 뿐, 완전히 새로운 예술적 개념을 창조하는 것은 인간의 창의성이 필요한 영역이다. 공예 분야에서도 손으로 만드는 특유의 질감과 창의성은 AI가 쉽게 따라갈 수 없는 부분이다. 예를 들면, 전통 도자기 제작이나 수제 가구 제작과 같은 분야에서는 장인의 경험과 기술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AI가 설계 도면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세밀한 조각, 균형 감각, 재료의 특성을 활용하는 부분은 여전히 인간의 손을 거쳐야 한다. 특히, 맞춤형 제작이 중요한 공예 산업에서는 고객의 취향과 감각을 고려해 즉흥적으로 조정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며, 이는 AI가 단순 반복 학습을 통해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패션 디자인에서도 AI가 트렌드를 분석하고 디자인 시안을 생성할 수 있지만, 창의적인 패션 스타일을 창조하는 것은 인간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AI는 소비자 선호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패턴과 스타일을 추천할 수 있지만, 혁신적인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인간 디자이너의 예술적 감각과 문화적 이해가 필수적이다. 일부 패션 브랜드는 AI를 활용해 디자인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예를 들면, 프랑스 패션 브랜드 카사블랑카(Casablanca)는 2023년 봄/여름 컬렉션 캠페인에서 AI 기술을 활용해 초현실적인 분위기의 이미지를 생성하였지만, AI 활용은 인간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최종적인 디자인 결정은 여전히 인간 디자이너가 주도했다.생성형 AI 시대에서 개인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지속적인 학습과 AI 도구의 효과적인 활용이 필수적이다. AI의 한계를 이해하고 비판적 사고 능력을 키우며, 창의성과 감성 지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 인식을 높여 AI 시대의 위험 요소에 대비해야 한다. 생성형 AI의 발전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며, 이를 어떻게 활용하고 대비하는지가 미래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만큼, 개인과 기업 모두가 이에 적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김호림 동양대 교수는_현재 동양대 AI융합연구센터장으로서 세계환경사회거버넌스학회(WAESG) 회장, 한국경영정보시스템학회(KMIS) 부회장, 한국인터넷전자상거래학회(KIECA)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머신러닝, 인공신경망, 스마트팩토리, 기업정보시스템, ESG, 블록체인이다. 고성능 AI 솔루션 개발 및 생성형 모델을 비즈니스에 적용하는 연구를 수행중이다. 또한, 디지털 전환(DT)과 관련하여 스마트팜, 스마트팩토리 등의 생산성 향상, 결함 탐지, 생산관리 시스템(MES) 데이터 분석을 지원하며, 정부 지원사업과 연계한 AI 및 데이터 활용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2025.03.17 09:00

11분 소요
글로벌 금융산업의 리더가 되려면… 표준화 작업을 선점하라[스페셜리스트뷰]

전문가 칼럼

금융 분야에서는 다양한 업무가 있다. 돈을 보내고 받는 일, 시기에 맞춰서 자동으로 돈이 빠져나가게 선택하는 일, 안전하게 내가 원하는 계좌로 돈을 보내는 일까지 모두 금융 분야에 해당한다. 실무적으로 이러한 금융 거래는 하루에도 무수히 많은 횟수 및 엄청나게 많은 금액이 이뤄진다. 이 모든 금액을 몇백분의 일원까지도 정확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최첨단 컴퓨터공학이 총동원된 정교한 컴퓨터 시스템이 필요하다. 필자처럼 컴퓨터사이언스를 전공한 수많은 컴퓨터 과학기술자들이 금융시장에서 활약하고 있고, 계속해서 금융산업에 더 많은 컴퓨터 과학기술자들이 고용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교한 컴퓨터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일이 금융거래의 핵심이 되었다. 금융산업에서 컴퓨터 시스템과 소프트웨어가 조금이라도 오작동하거나 오류가 발생한다면 금융거래 자체가 마비되고 세계의 모든 시민들은 일상에서 돈이 오고 가는 그 어떠한 시장경제의 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 현 시대의 금융거래는 단순히 한 나라 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 세계가 사실상 하나의 경제권이 되어 물자가 오고 가고 돈이 여기저기로 흐른다. 이러한 거래 시스템에서 각 나라마다 금융결제 시스템 규격이 다르다면 금융거래가 제대로 완료가 되지 않고 미결제 상태가 지속되거나 심한 경우 대형 금융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전 세계의 금융결제 시스템은 반드시 표준화가 되어야 한다. 그 표준화란 금융결제에 사용되는 컴퓨터시스템과 소프트웨어의 표준화가 주요 내용이다. 필자는 지난 20년 동안 금융결제원에서 근무하며 전산시스템 개발 및 금융표준화 업무를 담당했다. 세계의 금융결제 표준화를 위해 미국·일본·독일·스위스·영국 등 선진각국의 금융 컴퓨터공학 전문가들과 함께 세계 금융결제의 국제표준을 만드는 작업을 해왔다. 그리고 생체인식을 통한 금융거래표준인 biometrics 분야에서 국제 표준 개발의 리더가 되어 세계 20여개국의 대표 금융 컴퓨터공학 전문가들과 함께 진행한 끝에 국제표준화기구(ISO) 19092라는 생체 정보에 대한 국제표준을 등록하게 되었다. 필자는 이 국제표준 개발에 있어서 리더가 되어 개발을 주도하고 완성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24년 2월 기술사의 날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필자가 속한 금융결제원 역시 지난 2024년 10월의 세계표준의 날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단체 분야 포상을 수상하였다. 국제표준을 만드는 과정과 금융 거래에 대한 표준을 만들면서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소개하고자 한다. 국제표준 만드는 과정은…국제표준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보통 5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해당 표준을 개발하는 데 다양한 나라에서 여러 명의 전문가에게 긴 시간과 노력을 들이게 된다. 표준은 긴 시간 동안 세계 각국에서 공유해야 할 인류 공통의 자산이기 때문에, 개발하는 기간도 오래 걸린다. 이렇게 긴 시간을 들여서 개발할 만한 가치가 있는 주제인지 결정하기 위해서 각 나라의 투표를 진행한다. 새로운 국제표준을 만들겠다고 제안하는 과정을 신규 제안(NP, New work item Proposal)이라고 한다. 해당 국제표준을 만들겠다고 제안이 올라오면 이 표준을 개발하기 위해 각 나라에서 12주간 투표를 진행한다. 국가별로 ▲ 각 나라의 상황에 맞는 표준인지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지 ▲자국 기업과 이해 충돌의 소지는 없는지 면밀하게 검토한 후 해당 국가를 대표하여 표준 개발에 대해 찬성 또는 반대 표를 주게 된다. 새로운 국제표준의 개발은 투표에 참여한 정회원국의 2/3 이상이 찬성하고, 이와 더불어 해당 국제표준의 개발에 참여하기 위해 최소 5개의 나라에서 참여해야 승인된다. 특정한 나라의 입장만 반영하여 표준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표준화기구의 의미에 맞게 다양한 나라의 입장을 대변하여 개발하기 위함이다. 금융 분야에서는 투표 권한을 가진 ISO 정회원국은 39개국이며, 투표 권한은 없지만 회의 참관, 정보 공유 등의 지위를 가진 준회원국은 46개국이다. 이러한 두 개의 조건을 맞춰서 표준 개발이 승인되면 이후 단계는 표준을 만드는 작업이다. 초안(WD: Working Draft)을 만들고, 각국의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기술적인 사항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 표준 개발 작업반에서 진행된다. 작업반에서 만든 초안은 작업반 내의 합의를 거쳐 표준 개발을 위한 위원회(Committee)에 제출하게 된다. 위원회에 제출된 안을 위원회안(CD: Committee Draft)라고 하며, 위원회안은 다시 한번 회원국에게 회람되어 기술적인 검토를 거치게 된다. 이렇게 위원회안에 대한 의견은 다시 한번 표준안에 반영되어, 상세한 토의를 거친다. 이후 위원회안에 대한 의견까지 반영되고 나면 해당 안은 ISO 중앙사무국에 제출한다. 이렇게 중앙사무국에 제출된 안을 국제표준안(DIS : Draft International Standard)이라고 한다. 국제표준안 단계에서도 역시 12주 동안 ISO 회원국가에게 회람을 돌리고 투표를 실시한다. 정회원국의 2/3 이상이 찬성하고, 또한 1/4 이상에 해당하는 반대표가 없는 경우 국제표준안 단계를 통과한다. 투표 결과 얻은 회원국의 의견 중 해당 국제표준안에 대한 기술적인 변경사항은 이 국제표준안 단계에서 최종 반영된다. 국제표준안 단계를 통과한 표준안은 마지막 투표 단계로서 최종국제표준안(FDIS: Final Draft International Standard) 단계를 거친다. 이 단계에서는 8주 동안의 투표를 거친다. 최종국제표준안의 투표 조건은 국제표준안과 동일하다. 최종국제표준안 투표 단계까지 마치고 나면, 편집 등의 일부 사항을 중앙사무국에서 교정한 이후에 드디어 국제표준(IS: International Standard)으로 발행된다. 국제표준은 한 번 발행되고 나면 5년 동안의 유효 기간을 갖는다. 5년 동안 세계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널리 사용되며, 5년 이후에는 해당 표준의 개정 여부를 국제표준화기구에서 확인한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발행한 표준에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는 개정 작업이 있으며, 그대로 사용하기로 유지하거나 폐지하기도 한다. 금융 분야 국제표준을 개발하는 기술위원회국제표준화기구는 각 산업별 표준 개발을 담당하는 기술위원회를 두고 있다. 금융 서비스 분야는 국제표준화기구의 68번 기술 위원회인 TC 68에서 국제 표준을 개발한다. 표준 개발은 공통의 요구사항이 금융기관의 전문가와 각 나라의 상황을 맞춰서 반영되어야 한다. 기술위원회는 다시 산업별 주제에 따라서 여러 개의 분과위원회(Sub-Committee)로 구분한다. 금융 거래에 있어서는 개인 정보, 신용 정보 등 보안이 가장 중요하기에 금융 거래의 보안(security)을 위해 가장 필요한 공통의 사항을 정하는 위원회가 있다. 이 보안과 관련된 금융 거래의 국제표준을 작성하는 위원회가 분과위원회 (Sub-Committee) 2번이다. 필자는 이 SC 2, ISO TC68/SC 2번 위원회에서 국제표준 2건을 개발하였다. 필자가 개발한 국제표준 중 하나는 생체인증에 대한 국제표준인 ISO 19092이다. 이 표준은 생체인증을 대금 결제·금전 송금·대출·외환거래 등 금융거래에서 인증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에 필요한 요구사항과 기술을 수록한 표준이다. 다른 하나의 국제표준은 핀테크와 관련한 국제표준인 ISO/DIS 18960이다. 고객의 계좌를 보유한 은행이 아닌 기관으로서 고객의 요청에 따라 결제·송금 등을 수행하는 핀테크 기관에서 준수해야 할 보안 요구사항과 권고를 수록한 국제표준이다. 이 표준은 현재 앞서 소개한 단계 중 국제표준안(DIS) 단계의 표결이 진행 중으로 내년 발간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생체인증은 지문·음성·홍채·얼굴·손바닥(장문)·정맥 등 사람마다 개개인이 가진 다양한 종류의 생체 신호를 통해 본인을 확인하고 증명하는 기술을 뜻한다. 손바닥의 굴곡과 복잡한 형태의 선은 사람마다 형태가 매우 다양하여 본인임을 증명하는 인증 정확도도 상대적으로 높다. 또한 정맥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신체 속에 숨겨진 형태의 생체 정보이기 때문에 지문·홍채 등의 다른 생체인증 수단에 비하여 위조가 어렵다는 장점이 있다. 앞서 소개한 금융 거래 시 공동으로 필요한 정보의 종류, 즉 정보를 교환할 때 필요한 데이터의 내용을 규정하는 것은 9번 분과위원회 (ISO TC 68/SC 9)에서 결정한다. 이 분과위원회는 국제 금융 거래 시의 기본 규격이 되는 정보 교환 문서인 ISO 8583을 개발한 분과위원회이기도 하다. 금융 분야 국제 표준을 만드는 데 있어서 마지막으로 소개할 중요 분과위원회는 8번 분과위원회(ISO TC68/SC 8)다. 예를 들어 사람의 이름을 만들 때 돌림자를 쓰는 집안이라면 영수, 명수 등 수 자 돌림으로 쓰겠다라는 등 일종의 규칙이 있을 것이다. 이 8번 분과위원회에서는 금융 거래에 필요한 이름을 짓는 데 있어서의 규칙을 만드는 위원회이다. 하나의 사례로, 국제적으로 은행의 이름을 구분할 때, 해당 국가의 국가 코드 (KR)이 들어가는 식으로 11자리 코드를 부여한다는 규칙을 정한다. 우리나라의 은행들은 각 은행에서 자유롭게 정한 4자리 알파벳 이후에는 항상 국가 코드 두 자리 KR이 들어간다. 국제표준 업무를 이끌어 나갈 때 경험하는 것들 국제표준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은 이해관계자 간의 합의의 연속이다. 종래의 전통적인 은행, 카드회사, 금융 거래에 포함되는 소비자, 그리고 새로 생겨나는 전자 상거래에 기반한 금융업은 아니지만 결제를 처리할 수 있는 기관 등 금융 거래에 있어서 다양한 이득을 대변하는 여러 기관이 있다. 세상 만사가 그러하듯, 금융 거래에 있어서도 한 기관의 이득이 다른 기관의 이득과는 상충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국제표준을 만들 때에는 이러한 이해 관계를 감안하여 모든 기관들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각 기관의 합의가 중요하다. 한번 만들어진 표준은 국제 표준화 기구에서 폐지하기 전까지 계속 남아서 세계의 사람들에게 소개된다. 이 문서는 표준을 만들 당시의 최고의 전문가들이 공유한 각국의 지식을 집대성하였기 때문에 한번 만들 때 주의 깊게, 서로 간의 합의를 최 우선으로 하여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가 작업하는 국제 기구는 ISO(Internationl Standard Organization)이고, 국제표준을 만드는 기관은 ISO 외에도 국제전기기술위원회인 IEC(International Electrotechnical Committee), 국제전기통신연합인 ITU-T (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가 있다. 특히 ITU-T는 우리 나라가 정보통신 산업의 강국인만큼, 세계를 주도하는 우리나라의 전문가들이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표준을 만들 때 모든 나라가 해당 표준의 개발에 대해서 찬성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자국에서 이미 해당 산업을 선도해 나가는 입장인 경우 새로운 표준이 기존의 기술과 상충될 가능성도 있어 선뜻 찬성하지 않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한 나라의 의견만 계속 주장하더라도 각 투표 단계에서 다른 나라가 선뜻 지지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기에, 투표에서 표준안이 부결되는 상황이 발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표준 개발 과정마다 거치는 각종 투표에서 각 나라의 의견을 가급적 최대한 반영하는 것이 좋다. 다양한 나라의 전문가와 함께 일하는 경험필자가 작업하고 있는 작업반은 미국 국립표준협회(ANSI), 영국 표준협회(BSI), 프랑스 표준협회(AFNOR), 일본 산업표준위원회(JISC), 호주 표준원(SA), 중국 국가표준화관리위원회(SAC), 세계 유수의 글로벌 결제 기관 등이다. 다양한 나라, 다양한 기관에 속한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필자가 개발한 2건의 표준 중 한 가지는 생체인증에 대한 표준이다. 생체인증 표준인 ISO 19092는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바이오인증을 사용하는 기관이 준수해야 할 보안 요구사항 및 기반 구조를 제시하고, 바이오인증 서비스 구축 및 운영에 필요한 조치사항을 총망라한 지침서이다. 현재 필자가 개발하고 있는 또다른 표준인 ISO/DIS 18960은 결제서비스 제공기관이 보안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조직 전체 및 기능적 측면에서 구비해야 할 보안 요구사항과 지침을 기술한 표준이다. 한국에서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생체인증은 휴대폰에 지문 또는 얼굴을 가지고 인식하는 인증이다. 요즈음에는 아파트에 출입할 때에도 거주민의 얼굴을 통해 출입을 허가하는 시스템이 많이 사용되며, 가장 가까운 예로는 국내 공항에서 손바닥 인증을 통해 여권 대신 신원을 확인하는 경우가 있다. 해외에서는 지문 정보를 금융 거래에 필요한 카드에 포함시켜 카드를 발급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생체정보가 담긴 카드는 특히 보안이 중요하다. 필자가 국제표준을 개발할 때에는 글로벌 신용카드 사에 재직 중인 박사님들, 일본의 생체인증 분야를 전공한 교수님, 우리 나라의 생체인증 전공의 대가인 교수님, 프랑스의 지급결제기관 전문가, 호주의 지급결제기관 전문가와 보안 컨설턴트, 스위스의 양자 컴퓨팅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20년 이상 본인의 전문 실력을 쌓아온 전문가들과 함께 표준을 개발했다. 표준 개발 시 상호 간의 합의와 조정이 중요하다. 필자가 속한 표준 개발 작업반은 앞서 보안 분야에서 30년 이상 유지되어 온 역사가 깊은 표준 작업반이다. 이 표준 개발 작업반은 1년에 3차례 직접 만나서 회의를 진행한다. 올림픽처럼 각국에서 참여하다 보니, 각 나라의 공정한 작업 기회가 중요하다. 따라서 작업반 회의도 세 개의 대륙인 북미, 아시아태평양, 유럽에서 돌아가면서 개최한다. 각 나라의 업무 시간인 09시부터 17시까지 맞춰서 진행하다 보니 시간대가 다른 나라에서는 새벽 시간에 회의를 진행하기도 한다. 특히 필자가 개발했던 국제표준은 코로나가 한창 창궐했던 2021년에 기술적인 주요 사항이 주로 정해지다 보니, 월 2회 미국 시각에 맞춰서 새벽 3시부터 오전 11시까지 일을 하는 게 매우 힘들었다.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서도 생업이 있지만 국제적으로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함께 일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공동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였다. 필자가 개발한 생체인증 국제표준 역시 개발 과정에서 여러 차례의 투표를 거쳤다. 각 단계의 투표에서 영국·일본·미국·호주 등 세계 각지에서 해당국의 대표 전문가가 다양한 의견을 주었다. 표준 개발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전문가가 본인 업권에서 20~30년 이상 경력을 쌓은 분들이기에 이 분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기술적인 상세 사항을 추가하면서 각 나라의 의견을 조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각 나라의 의견을 반영하여 의견에 대해 프로젝트 리더로서 생각하는 처리 방안을 기술한 문서를 만들어서 의견을 준 국가 및 이 표준안을 개발하는 다른 국가까지 설득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생체인증이 각 나라에서 널리 다양하게 쓰이고 있었기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전문가가 보낸 의견이 75개 이상 발생하기도 하였다. 전문가가 보낸 의견이 개발 중인 표준안에 반영되어 널리 쓰일 수 있도록, 가급적 상세하게 의견을 반영했다. 특히 생체인증 정보는 다른 인증수단과 달리 한 번 유출되면 변경이 어렵기에, 생체인증 정보를 금융 기관이 안전하게 관리하는 방안에 대하여 여러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내가 사용하는 휴대폰에 얼굴 또는 지문 정보를 등록하여 사용하는 것은 관리 주체가 개인이 되지만, 금융기관에서 소비자의 정보를 관리하는 경우 보안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일종의 해결책으로서 고객이 금융기관에 제시한 생체인증 정보를 금융기관과 신뢰받는 제3의 기관이 분할하여 관리하는 방안을 표준에 수록하였다. 상대 국가의 의견을 그대로 표준안에 반영하기보다 수정이 필요한 경우도 있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애플의 iOS 등 모바일 기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보안 위협에 대해 수록하자는 해외 전문가의 요청이 있었다. 표준에 특정한 기업의 기술을 편향적으로 수록하지 않기 위해 모바일 기기에서 금융 서비스의 생체인증 환경을 구현할 때 검토해야 할 보안 요구사항을 표준의 부록에 포괄적으로 기술하였다. 특정한 나라 또는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고, 각 나라의 입장을 조화롭게 반영하도록 노력했다. 이와 같이 표준안의 개발에 있어서 투표 단계마다 회원국의 수많은 의견과 반영 과정을 거쳤으며, 기술적인 의견이 최종적으로 국가간 투표를 통하여 결정되는 과정인 국제표준안(DIS), 최종국제표준안(FDIS) 단계에서 투표에 참여한 정회원국가가 모두 찬성하는 쾌거를 얻을 수 있었다. 일방적으로 우리 나라의 의견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각 나라의 이해관계자, 산업별 현황이 다르다는 것을 반영하여 각 나라의 의견을 조화롭게 수용한 후 합의 일치를 위해 나아가는 과정이 표준 개발에 있어서 가장 핵심이 되는 점이다. 올림픽 경기에서 스포츠 정신이 중요하듯이 국제표준 개발에서는 다른 나라의 의견을 프로젝트 리더로서 조화롭게 반영하여 투표 단계에서 합의를 이루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이렇게 다양한 나라의 금융 IT 전문가들과 함께 만든 국제표준은 세계 금융 시장에서 생체인증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보안 기술을 수록한 지침서로서 활용될 것으로 본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국제표준 개발을 주도하여 수행하였기에, 향후 우리나라의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우리나라가 만든 금융 기술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새로운 형태 금융 거래 시장에서 표준의 역할한국에서는 오픈뱅킹 업무를 시작으로 혁신적인 여러 금융 서비스들이 생겨났다. 필자가 현재 개발하고 있는 표준은 중소 기업의 상생의 시대에 맞춰, 종래의 전통적인 금융기관처럼 크고 업무에 투입할 인력과 돈이 풍부한 기업이 아닌 중소 기업 (SME: Small and Medium Enterprise)에 대하여서도, 고객의 금융 거래를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정보보호를 안전하게 하려면 어떠한 보안 요구사항을 충족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 보안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법과 지침, 권고에 따라서 처리하면 되는지를 정의한 표준이다. 종래의 금융 시장은 고객의 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서 자본이 어느 정도 이상 되는 대규모의 자본력과 기술력을 갖춘 기관이 새로운 금융 시장의 플레이어로서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코로나 시대 이후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금융 산업을 마주치고 있다. 카드 거래가 일상적이지 않던 나라, 예를 들어 화장실을 사용하더라도 1유로짜리 동전을 주어야 쓸 수 있었던 해외에서, 이제는 신용카드를 가까이 대기만 해도 결제가 됨으로써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주치는 일이 최소화되고 있다. 카드 거래 망이 보급되지 않아서 카드 결제가 어려웠던 도심과 다른 시골에서도 이제는 휴대폰에 고객이 보유한 앱의 QR (Quick Response)을 통해 결제가 이루어지는 시대이다.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금융 거래가 진행되는 시기에, 새로운 기술에 대해서도 각 금융 기관과 산업 종사자들 간의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QR 거래의 경우, 유니온페이, 위챗페이, 알리페이 등 중국에서 많이 사용하고 활성화되고 있기에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QR 거래를 국제표준으로 만들기 위해 이미 두 건의 국제표준을 금융 분야에서 개발하였다. 한 나라 안에서만 사용되던 기술을 세계인에게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에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국제 표준의 개발을 금융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중요한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국가기술표준원이 표준 개발에 있어서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금융 거래뿐만 아니라 스마트시티, 인공지능, 첨단 양자기술 등 발전하는 분야의 국제표준을 주도하기 위해 분과위원회 설립, 이사회의 이사 진출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산업이 출몰하고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이 세계에서, 최소한 5년의 기간 동안 영속적으로 세계인에게 읽혀질 수 있는 표준을 개발하는 업무는 금융 산업에서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매우 보람을 느끼는 업무이다. 더불어 국제 표준에 우리 나라의 발전한 국가 기술을 소개함으로써, 우리 나라가 이제는 금융 분야에서 빠르게 추격하는 패스트 팔로워가 아니라,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선도자로서 자리매김하기에 더없이 적합한 방법이다. 이미 한국은 발전된 정보기술을 통해 금융과 IT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산업, 핀테크를 통해 세계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활발한 표준 개발과 우리나라의 뛰어난 인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글로벌 금융 산업의 리더로 우리나라가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윤혜영 전문연구역/기술사/국제기술사는 한성과학고를 거쳐 KAIST 전산학과 학사, 석사 과정을 졸업한 후 금융결제원에서 국제표준, 국가표준, 단체표준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외환동시결제, 국가간 현금자동입출금기 연계 공동망 등 지급결제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생체인증 분야의 ISO 국제금융표준을 개발한 후, 현재 핀테크 분야의 국제금융표준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한국정보공학기술사회 및 한국기술사회 소속으로 정보기술 발전을 위해 기여하고 있다.

2024.11.25 08:00

13분 소요
지속가능한 공급망, 인공지능과 일의 미래 [스페셜리스트뷰]

산업 일반

2005년 나온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산간오지인 동막골에 들어간 북한 인민군 장교가 촌장에게 부락민들을 잘 통솔하는 비결을 묻자 촌장은 그저 “뭘 마이 멕여야지”라고 답한다. 결국 세상 모든 문제는 먹고 사는 문제이고, 이것은 일자리로 귀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는걸 생생하게 전해주는 대목이다.필자는 기업에 재직 중이던 당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붕괴의 원인이 된 동일본 대지진 등 사건을 계기로 극단적 재난상황에서도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여러해에 걸쳐 한 적 있다. 당시 그룹내 많은 경영진과 외부의 전문기관들이 참여한 프로젝트 중 하나는 핵심 계열사의 공급망과 운영체계를 다루는 것이었다.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을 상상하라'는 모토 하에 일어날 수도 있는 모든 위기를 상정하고, 사안별로 최적의 대비와 대응체계를 갖추는 것이 핵심이었다.얼마 전 공급망 분야 세계적 석학인 요시 셰피 MIT 교수의 책 '매직컨베이어벨트'를 전문가 2명과 같이 번역해서 출간한 바 있다. 이 글에서는 해당 책의 주요 부분 위주로 AI시대 지속가능한 공급망과 일자리의 미래에 대한 관점을 서술해 보고자 한다.흔히 위기라는 단어는 '위험'과 '기회'의 합성이므로, 위험이 아니라 기회를 보는 긍정적 사고를 하는게 중요하다는 말을 한다. 실제 비즈니스에 있어 위기라는 건 늘 있다. 그 위기를 잘 극복하면 성장하고 번영하는 것이고, 좌절하면 소멸되는 것이 냉정한 비즈니스의 세계이다.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AI)이라는 새로운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인공지능(AI) 이라는 또다른 위기AI 열풍이 느껴진다. 챗GPT로 촉발된 AI혁명은 이제 일상과 기업 운영방식에 큰 변화를 불러오고 있고, AI로 인한 일자리 소멸 전망이 사람들의 두려움을 키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자리의 90%가 6년 뒤 AI로 대체 가능하다거나, 의사나 변호사 등 많은 일자리가 5년내 1400만개 사라진다고 하는데, 진행 중인 AI 기반 혁명은 이전의 산업 혁명들과는 몇 가지 측면에서 다르다. 첫째 전문직 종사자와 광범위한 직업에 영향을 미치며, ‘인간만이 유일하게 가능했던’ 기능을 매우 빠르게 수행한다. 변화 속도를 주목해야 한다. 이전의 산업 혁명에서는 농부가 기계로 대체되는 경우 공장과 공급 생태계를 설계하고 구축하는데 수십 년이 걸렸기 때문에 개인은 은퇴할 때까지 자리를 지키거나 직업을 전환할 시간이 있었고, 기업들도 변화에 적응할 여유가 있었다.하지만 AI 기반 자동화, 클라우드 컴퓨팅으로의 전환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 많은 기업과 조직이 이미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해왔기 때문에 전환은 매우 빠르다. 그렇다고해서 AI기술 주도 혁신이 바로 일자리 파괴와 대량 해고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정보기술 혁명은 소프트웨어 및 웹 개발자,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 등 많은 직업을 만들어냈다. 사라질 가능성이 있는 직업은 예측가능하므로 기업과 정부는 근로자 경력 재설계와 교육, 훈련을 통해 변화에 대비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둘째 일부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은 기존 일자리의 연장선상에서 확대될 것이다. 누구나 PC를 활용해 업무를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관련 교육,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필요했기 때문에 IT관련 직업은 소멸되지 않았다.결국 새로운 생성형 AI 도구는 생산성 향상에 필요한 전문가 수요를 창출할 것이다. 잘못된 결과가 나오는 경우 바로잡아주는 AI트레이너와 분석을 돕는 전문가가 등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 새로운 기술 발전은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도 있다. 가령 1970년대에 비해 오늘날의 항공여객 승객은 크게 늘었다. 항공업계를 뒷받침하는 기술발전이나 여건변화 등 여러 요인이 있었다. 여객기 조종석 승무원이 과거 5명에서 2명으로 줄면서, 승객당 인건비가 줄자 여행 수요가 늘었고, 규모의 혁신이 일어났다. 더 많은 조종사, 객실 승무원, 수하물 취급자 및 공항 직원을 필요로 하게 되어 일자리가 늘어났다. 이런 선순환 구조는 다시 항공 여행의 증가로 이어졌다.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에 따르면 2005년 저비용항공사(LCC)설립 후 국적항공사의 조종사 수는 2022년 기준 6,382명으로 2010년 3,750명에 비해 70% 이상 증가했다.중요한 것은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AI기술 혁신으로 인한 비약적 발전이 고용에 항상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기업과 정부 차원에서 근로자를 위한 충분한 교육훈련과 준비가 필요하다.90년대 후반까지 주말에 영화 한 편 보기 위해 우리는 어떤 일들을 했던가? 신문 광고를 살펴서 주말에 내가 보고싶은 영화를 어느 극장에 몇시에 가면 볼 수 있는지 알아내고, 당일 몇 시간 앞서 도심의 극장에 나가서 현장 예매를 하고, 상영시간까지 기다려야 했다. 국내에 아이폰이 상륙한 것은 2009년인데, 지금은 어린아이들까지 과거 노트북을 손에 하나씩 들고 다니며, 버스를 타거나 일기예보와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이 하드웨어는 물론 애플리케이션 등 연계기술이 발전된 덕분이다. 현재 기술개발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이제 수많은 일터에서는 다가올 변화에 대처하는 새로운 방법을 계획하고 개발해야 할 때다. 계속해서 새로운 세상에서 사람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보장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기술이 일자리를 파괴하는 방법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여러 방식과 형태로 탈숙련화를 가속화하고 생산성을 향상시켜 광범위하게 일자리와 고용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단계별로 살펴보자.첫 번째, 탈숙련화(De-Skilling)이다. 저숙련 노동자가 고숙련 노동자에 비해 낮은 임금으로 동일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현상을 말한다. 두 번째, 더 적은 근로자로 더 많은 작업을 수행하는 확장(Scaling) 현상을 가져온다. 산업용 기계의 도입은 한 사람이 훨씬 더 많은 양의 작업을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가속화된다.마지막으로는 새로운 기술로 인해 특정 직업이 완전히 없어지는, 일자리 제거(Elimination) 현상이다. 승강기 운전원, 전화 교환원, 전보 배달원, 버스 안내원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역사 속 사라진 직업이다.사실 잃어버린 일자리들은 잘 알려진 것이지만, AI기술로 새롭게 창출될 미래 직업은 아직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불확실하다. 이러한 관점은 앞으로 기업, 협회, 학계 그리고 정부 등 기술과 일자리에 대한 사회적, 정책적, 기술적 논의와 대비를 위해 해야 할 정책적 함의 도출에도 반드시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다.시스테믹 솔루션 영향력 막대AI기술은 이미 많은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크게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단일 포인트 솔루션(Single-point solution)이다. 잘 정의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안면 인식을 예를 들면, 인공지능 기능으로 휴대폰 잠금을 해제한다.이들 기술은 일자리 감소를 초래하지는 않으며 보안을 강화하고 잠긴 휴대폰 화면을 여는 절차를 가속화할 뿐이다.두번째 유형은 비즈니스 프로세스 솔루션(Business-process solution)인데, 이 기술은 특정 작업 수행을 위해 설계되며 해당 업무와 상호 작용하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은행 대출 평가나 보험금 청구 업무라면 AI기반 솔루션은 단순 업무를 해결하고, 복잡한 문제는 숙련된 작업자나 관리자가 처리한다. 세 번째 유형은 시스테믹 솔루션(Systemic solution)이다.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변경하는 AI기술이 포함된다. 구글의 광고 타겟팅 시스템은 막대한 수익을 가져다준다. 한 번 구축해 조정되면 지속적인 모니터링은 필요하지 않으며, 자체적으로 의사 결정도 내린다.주목해야 하는 인공지능의 혁신적 잠재력은 대부분 시스테믹 솔루션 영역에 있지만, 새로운 기업의 출현이나 서비스와 일자리 개발에는 시간이 걸리므로 결국 오늘날 AI 기술의 대부분은 비용 절감(주로 노동력)에 초점을 맞춘 비즈니스 프로세스 솔루션이다. 이는 근로자들에게 두려움을 야기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알려지지 않은 발전을 이끌 것이며, 일부는 인간에 유익하고 일부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기술 발전으로 제거된 일자리보다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돼 왔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공지능에 대한 막연한 기대나 우려, 또는 특정 업무 개선을 위한 무분별한 솔루션 도입보다는 앞에서 소개한 AI기술의 적용 유형과 방식을 고려해 기술 도입이 기업 내 임직원, 조직, 기업 문화에 미칠 영향을 다각적으로 타진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프로세스 개선은 인간의 몫많은 전문가들이 자동화, 특히 AI와 로봇공학을 실존적 위협으로 보고 있지만, 로봇과 인간은 상호 보완적인 역량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 노동자들에게 더 유리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많은 협업의 경우 로봇이 경쟁자이기보다 협력자에 더 가까운 부분 자동화(partial automation)로 실현되고 있다. 인간 노동자는 기술과 판단을 요하는 더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하게 된다. 대표적인 협동 로봇의 형태는 공장 코봇(cobots)과 물류 코봇이다. 물류센터와 공장에서 공장 코봇은 더 숙련된 영역을 처리하는 인간 작업자와 협력해 단조롭고 육체적으로 힘든 일들을 처리하는 것을 돕는다. 독일 슈투트가르트(Stuttgart)의 메르세데스 벤츠 공장에서는 AI가 탑재된 코봇이 무거운 짐을 옮기고, 인간 작업자는 로봇의 움직임을 지시하거나 더 섬세한 작업에 주의를 기울인다. 이 로봇들은 휴대용 태블릿을 사용해 쉽게 재프로그래밍될 수 있으므로 벤츠는 다양한 고객 요구사항을 반영할 수 있다. 궁극적인 코봇의 실현은 사람과 기계를 결합한, 착용 가능한 외골격 로봇(exoskeleton)일 것이다. 웨어러블 로봇은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기보다 나이가 들어도 계속 일할 수 있게 해줄 가능성이 더 많다. 결국 로봇은 반복적인 표준 작업을 처리하고, 사람은 예외 처리와 프로세스 개선을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다.대부분의 인간 학습은 사례 연구와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고, 공식적인 견습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생성형 AI 시스템은 관찰을 통해 사람들이 하는 방식을 기계의 속도로 빠르게 학습하고, 대량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일단 생성형 AI 시스템이 훈련되면 그 응용은 다양하다. 특정 전문가 계층 사이에서 일자리 제거에 대한 두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복잡한 맥락적(contextual) 요소를 판단하여 기계나 장비 사용의 장점을 평가하고, 필요시 기계를 바꾸도록 지시하거나, 고장을 수리하고 교체하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호 보완적인 기능은 사람과 기술 간의 협업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VUCA 시대의 퓨처 트렌드AI의 도입으로 인해 비즈니스와 공급망의 VUCA 특성(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 모호성)이 강화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시대이다. 미래는 다음 3가지 트렌드의 상호 작용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고,특히 직업의 미래 관점에서 근로자에게 두가지 상반된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본다.첫 째, 글로벌 공급망과 경제는 VUCA 수준이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둘째, 세계 인구는 이미 상당한 지리적, 인구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셋째, 끝없이 발전하는 정보 기술은 이러한 세상에서 유용한 데이터, 의사 결정, 제어 및 기능을 제공할 것이다.이러한 트렌드의 상호 작용은 다음 두 가지 영향을 근로자에게 미칠 것이다. 첫 째, 기술이 새로운 유형의 작업과 일자리를 창출하더라도 필연적으로 기존 인력 중 일부를 대체할 것이다. 둘째, 자동화의 광범위한 확산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제를 뒷받침하는 비즈니스와 공급망의 모든 활동을 설계, 관리, 실행하기 위해 지속적인 인력수요는 있을 것이다. 다보스포럼이 발표한 2023년 일자리 미래 보고서(Future of Jobs Report)에 따르면 AI 및 머신러닝 전문가, 로봇 공학 엔지니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문가 등 일자리는 크게 늘고 단순하고 일상적인 관리나 물리적 작업은 큰 폭으로 줄어든다. 그러나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이러한 직업 범주에 남아 있을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일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가장 숙련된 직원이 될 것이다. 즉, 기계적 아웃풋이 어느 시점에 의미가 없는지, 기계가 고장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 유경험자들이다.미래를 위한 인재 공급망 노동시장이 AI로 자동화되면서 숙련 인재 확보가 고용의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단순 업무가 줄어들면서, 저숙련 신규 인력의 고용 기회가 줄어들 위험이 크다. 만약 회사에 신입채용이 없다면, AI나 통신 시스템이 실패할 경우 예외를 처리하고 기계의 잘못된 결정에 개입해 바로잡고, 공정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숙련 직원을 개발할 방법이 없다. 기술 변화와 관련된 난제 중 하나는 기술이 새로운 업무 기법을 필요한 일자리를 만들지만, 실직자들은 이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0.68이라는 사상 초유의 합계출산율이 예상되는 대한민국의 2024년 저출산, 고령화 현상을 앞에 두고 기업은 기술 격차(Skill Gap,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력과 직원의 역량 간 차이)를 줄이기 위해 기존 인력의 재교육과 훈련에 집중해야 하며, 이는 기업 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인 요소로 강조된다.앞으로 기술은 기업과 고용의 미래 모두에서 절대적으로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현재 근로자들이 동일한 직위로 같은 직장에 계속 근무하더라도 단순·반복적인 업무는 자동화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근로자들은 전체 업무 환경과 개별 작업 모두에 대해 점점 더 많은 데이터를 제때 확인하고, 업무에 적용되는 기술을 이해할 것을 요구받을 것이다.또한 일부 프로세스 결함이나 발생가능한 오류를 발견하는 동시에 광범위한 환경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 잠재적인 이상 징후가 수정해야 할 사항인지, 적응해야 할 변화인지, 아니면 그냥 무시해야 할 문제인지 판단하는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물론 컴퓨터와 AI가 공급망과 산업현장에서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더라도 사람들은 여전히 교류하고 협력해야 한다. 문제 조치 노하우나 경험치가 쌓이지 않는 경우 자동화는 공급망의 복잡성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점점 더 복잡해지는 공급망에서 관리자는 시스템 평가 및 분석 같은 고급 기술이 필요하다. IoT, 로봇, 자율주행차, 수학적 모델, AI 등 고급 공급망 도구를 인력과 통합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또한 업무량 패턴을 예측하고, 작업자의 생산성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모든 작업부하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인력과 기술 자원 수준을 예측하고 가용성 및 리드타임과 같은 예상 서비스 요구 사항을 유지할 수 있다.다양한 형태의 데이터, 고급 AI, 클라우드 플랫폼에 대한 광범위한 적용은 공급망 관리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올해 7월 19일 협정 세계시(UTC) 새벽 4시경(한국 시간 오후 1시경)부터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상에서 실행되는 크라우드스트라이크(CrowdStrike)발 전산망 마비 및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다.이 사건은 기업들이 개별 구매하여 설치한 서드파티 소프트웨어의 문제 때문에 발생하였고, 전 세계가 정보기술(IT) 먹통 사태를 겪었다. 미국, 독일 공항에서 비행기가 묶였고 영국, 호주 증권거래소와 방송사 등에선 컴퓨터 화면이 멈춰 서는 ‘블루 스크린 현상’이 발생했다. 850만대의 MS 윈도우즈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서버와 PC에 크라우드스트라이크(CrowdStrike) 보안 솔루션 업데이트가 배포되면서 발생한 장애로 IT로 이어진 ‘초연결 세계’의 잠재적 위험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었다.이러한 장애는 수많은 기업을 순식간에 마비시키고 공급망을 혼란에 빠트린다. 지나치게 많은 기업이 동일한 클라우드 기능, 소프트웨어 시스템 또는 데이터 흐름에 의존하게 되면 모든 기업이 동시에 장애에 취약해져 시스템적으로 광범위한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디지털 시스템의 또 다른 취약점은 사이버 공격에 노출된다는 것인데, 한 회사의 시스템에서 공통적인 취약 부분을 활용해 다른 회사의 시스템을 다운시킬 수 있다. 2017년 6월 글로벌 컨테이너 운송사 머스크(Maersk)의 경우 76개 항구와 800척의 선박에서 회사의 컴퓨터 시스템 전체가 중단됐다.사실 이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사이버 전쟁 공격으로 해커들이 유포한 악성코드가 전 세계 컴퓨터를 무차별 공격했던 것이었다.피해는 불과 몇 시간 만에 전 세계로 퍼졌고, 시스템과 서비스 중단 피해를 입은 대부분의 회사에서, 담당자들은 피해를 복구할 때까지 최대한 수작업으로 버틸 수 밖에 없었다.앞에서 말한 사태들의 첫번째 교훈은 시스템 작동 방식에 대한 숙련인력들의 지식에 따라 복구, 정상화 시점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 지식은 아쉽게도 모두 자동화되기 어렵고 물리적 문서와 고도로 숙련된 현장 작업자의 기억과 경험에 저장돼 있는 경우가 많다.두번째 교훈은 인간이 관여하는 시스템은 한 번에 중단되거나 고장 나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복잡하게 연결된 컴퓨터 시스템과 네트워크는 갑자기 셧다운이 발생된다. “실수하는 것은 사람이지만 정말로 일을 망치려면 컴퓨터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이는 오류나 장애가 발생한 경우에도 프로그램된 작업을 고집스럽게 완수하는 컴퓨터의 특성 때문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의도한 대로 작동하더라도 컴퓨터의 경직성(rigidity)은 결국 사람만이 해결할 수 있다.인구 고령화, 지구 온난화와 같은 장기적인 추세는 눈에 명백히 보인다. 변화가 가져올 충격과 영향에 대해 기업들은 예상은 하면서도 단기적 재무압박을 명분으로 장기적인 투자를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다른 한편 장기적 변화의 또 하나의 속성은 긍정적인 잠재적 기회도 내재되어 있다는 점이다. 즉 선견지명이 있는 어떤 기업은 적응할 기회를 갖게 되고 상대적으로 대응력이 취약한 회사에 비해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최근 많이 언급되고 있는 인구 변화 리스크에 있어서 핵심 요소는 이주와 저출산 고령화 문제일 것이다. 기후 변화, 지정학적 불안과 전쟁, 그리고 빈곤층에서 벗어나기 위한 갈망으로 인해 세계 여러 지역에서는 더 삶의 질이 높은 안전한 국가로의 이주가 계속되고 있다. 이주의 긍정적인 측면은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유형의 소비자 수요, 추가 노동력이 유입되어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부정적 측면은 이민자들이 이주 지역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일자리 경쟁자로 인식되어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것이다.정부 지출패턴에도 변화가 필요 또 하나의 인구 변화 관련 주제는 저출산 고령화로 최근 한국에서 가장 관심을 받고 있다. 고령 사회는 인구 감소와 맞물려 근로 연령층과 은퇴 시민 사이에 불균형 문제를 야기하며, 정부 지출 패턴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인구통계학적 변화는 미래의 일자리와 관련된 주요 문제이다. 근로자 고령화의 영향은 기업에게 중요하다. 대규모 인력의 은퇴가 임박하면 조직이 알고 있는 업무 지식, 즉 ‘제도적 기억(institutional memory)’이 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퇴사전 보유 지식을 파악하고 관리하는 인수인계가 모든 조직에서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한 우선순위가 될 것이다.기업은 문서화된 매뉴얼에만 의존하는 대신 첨단 AI로 구현되는 여러 대안을 활용해 정보를 수집하고 기존 직원으로부터 학습하고 데이터를 정리하며 해당 정보를 새로운 세대에 효율적으로 이전할 수 있는 몰입형 지식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명백한 장기적 추세인 인구변화 외에도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파괴적 혁신’도 있다.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기존 제품을 꾸준하게 개선하는 ‘점진적 혁신’을 선택했던 노키아와 기존 휴대폰 시장을 전복하는 ‘파괴적 혁신’을 추구한 애플의 사례는 매우 유명하다. 짧은 시간내 소멸되는 태풍과 달리 비즈니스에서 일어나는 파괴적 혁신은 고객 수요와 시장구조에 영구적 변화를 만들어낸다.이렇게 장기 변화 추세, 장기 리스크, 전략적 대응과 관련해 기업이 예측 실수를 피하기 위해 시나리오 기법 훈련을 해보기를 권고한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다양한 ‘만약의(what if)’ 미래 모습들과 그 다양한 현실들이 회사에 미칠 영향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경영진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이는 기업 경영진의 시각을 넓히고 다양한 미래 변화에 대비하는데 큰 효과가 있다.최초의 도로교통법이라는 영국의 적기조례는 1896년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30여년 간 작동하며 영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잃게 만든 결정적 계기로 평가 받는다. 보행자나 마차의 안전을 배려한다는 명목으로 차량의 무게,속도,주행방식 등을 규제한 법률인데, 실제로는 마차 관련업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자동차는 도심 최고 시속 2mph (3.2 km/h)의 속도로 주행하도록 하고, 붉은 깃발을 든 사람이 여러 대의 마차를 운반하는 도로 차량 앞에서 걷는 것을 요구했다. 말도 안되는 내용이다.최근 보여준 챗GPT 등의 엄청난 퍼포먼스 때문에 AI 시대에 대한 과잉의 두려움이 있다. AI 시대를 어느 개인이나 한 국가의 노력으로 피할 수도 없고, 새 일자리 창출효과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AI 시대 관련 국가가 할 일은 2050 탄소중립 대응과 얼개가 같다. 전체 사회의 공정한 전환을 위한 제도개선에 힘써야 한다. 기업이나 산업단위로 해야 할 일들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조금 더 앞서 나가야 한다.기업은 내부 자원과 역량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인적자원 교육훈련에 앞서 나가야 한다. 눈앞의 현실과 자기 실력에 대한 과잉 과소평가 모두 금물이다. 개인은 필요한 쪽으로 준비를 해야 한다. AI나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종합적인 역량을 준비해야 한다. 국가적,사회적으로 그러한 준비를 하겠지만, 무엇보다 학습하는 인간, 발전하는 인간으로 본인의 정체성을 잡고 가야 한다내가 근무하던 조직은 운좋게도 90년대 PI(생산성혁신)에 한 발 앞서 투자하고 체질을 개선한 덕분에, 디지털 전환 시기에 선진 국가의 경쟁기업들을 앞서 나갔고, 장기 호황의 발판을 만들어 냈다. 1등을 지향하는 치열한 내부 경쟁 문화가 큰 역할을 했지만, 동시에 전체 조직이 위기의식을 갖고, 필요한 역량을 습득하도록 만들고, 과감하게 투자를 한 최고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매우 큰 역할을 했다. 다시 말하지만, 미래는 어느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변화된 미래가 올 것이라는 건 모두가 안다. 이제 준비의 시간이다. 김효석 환경부 국립환경인재개발원장은_환경과 안전을 주제로 글로벌 제조기업의 공장과 본사, 지주사를 차례로 거친 이후 공직에 입문했다. 우리나라 환경공무원들의 직무교육과 환경기술인력들의 전문교육을 책임지고 있다. 앞서 전자업종에서 오래 일하며 사업지속성체계(BCM) 구축을 오래 맡았고, 그룹 연수원을 통해 EHS전문인력을 양성했다.

2024.11.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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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격 상승 이유와 전망…내 집 마련은 언제? [스페셜리스트뷰]

부동산 일반

2024년 부동산 시장에 큰 변화가 있었다. 하락하던 서울 아파트 가격이 다시 상승했고 거래량이 증가했다. 한국부동산에서 발표하는 아파트 실거래가격 지수 월간 변동률을 보면 2024년 4월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폭이 컸다. 2024년 4월부터 8월까지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격 지수 누적상승률은 6.9%에 달했다. 전망을 하기 위해서는 원인 파악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서울 아파트 가격이 상승한 이유는 무엇일까? 상품의 가격은 수요가 증가하거나 공급이 감소할 때 상승한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수요 증가와 공급 감소를 구분하는 기준은 거래량이다. 가격이 상승할 때 거래량이 증가하면 변동원인은 수요 증가이다. 가격이 오르는데 거래량이 줄어들었다면 공급 감소가 시장을 변화시킨 요인이다. 2024년 1월부터 8월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을 보면 매매가격이 상승한 기간에 거래량이 지속해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매매가격이 상승하면서 거래량이 증가했다. 그렇다면, 시장 변동 원인은 수요증가다. 2024년 서울 아파트 시장에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격이 상승했고 거래량이 늘어났다. 어떤 수요가 증가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 주택 수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아파트는 다른 상품과 달리 사용 즉 소비의 대상이 됨과 동시에 투자의 대상이 된다는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수요가 실수요와 투자수요로 구분될 수 있다. 2024년 8월까지는 가계대출이 증가하면서 주택 수요가 증가했다. 4월부터 8월까지 5개월간 가계 주택담보 대출 증가액은 29조6000억원에 달했다.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는 사람들은 투자보다 실거주 목적일 가능성이 크다. 투자 목적으로 아파트를 매수하면 대출받기가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수요자들이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매수했고 실수요자가 증가하면서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높았다고 정리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전망이다. 전망을 하기 위해서는 실수요자가 지속해서 증가할 수 있냐는 것에 대한 해답부터 찾아야 한다. 실수요자가 꾸준히 증가하기 위해서는 가계대출이 계속해서 늘어나야 한다. 그러나 9월부터 가계대출 증가액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2024년 9월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액은 전월대비 6조9000억원 증가하여 8월 증가액 8조5000억원 대비 1조7000억원 줄어들었다. 주택담보대출이 감소한 가장 큰 원인은 정부의 규제보다 실수요 감소에 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면서 실수요자들의 기회비용이 늘었고 대출 여력에 한계가 발생하면서 실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실수요를 판단할 때 유효수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부동산 시장에서 수요는 사고 싶은 수요가 아니라 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수요여야 한다. 사고 싶다고 해서 수요가 증가하고 집값이 상승하는 것이 아니다. 살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나야 집값이 상승한다.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면 사고 싶은 사람들은 많아질 수 있다. 그러나 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감소는 불가피하다. 최근 주택담보대출이 다시 감소하고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이유다. 부동산 시장, 공급↑ 수요↓수요가 줄어들면서 가장 먼저 일어나는 시장 변화는 거래량 감소다. 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944건을 기록하여 7월대비 2461건 줄어들었다. 신고기간이 남았지만 2024년 9월 거래량도 2476건에 불과하다. 거래량이 줄고 있다는 의미는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요가 줄어들면 아파트 가격은 어떻게 될까?일반적으로 상품시장에서 수요가 감소하면 가격은 하락한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에서는 시차가 존재한다. 쉽게 사고 팔 수 있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요가 감소해서 거래량이 줄어도 주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싸게 팔려고 하지 않는다면 가격 하락은 제한적일 수 있다. 매도물량이 중요한 이유다. 반면, 집값을 결정하는 공급에 대해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은 주택가격을 결정하는 공급을 건설회사들이 짓는 아파트의 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주택가격을 결정하는 주택공급은 이와는 다르다.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사려고 하는 아파트는 무엇일까? 대부분은 누군가 보유하고 있는 아파트다. 일반적으로 논의하고 전망하는 아파트 가격도 거래되는 아파트이지 건설회사들이 짓는 아파트의 분양이 아니다. 그렇다면 전체 아파트 중에서 팔기 위해 시장에 내놓는 주택의 양이 가격 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공급이다.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팔려고 내놓는 아파트의 양이 많아지면 공급이 증가하는 것이고 반대로 팔지 않으려고 매물을 거두어들이면 공급이 감소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아파트 가격을 전망하기 위해서 매도물량이 집값을 결정하는 공급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집값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공급이다. 수요가 줄어도 공급 즉 매도물량이 감소하면 가격 하락은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매도물량이 증가하면 가격 하락폭은 커지고 집값 하락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집값을 전망하는데 매도물량이 중요한 이유다. 수요가 감소하기 시작한 8월부터 서울 아파트 매도물량이 증가하고 있다. 2024년 10월 1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도물량은 8만 9000호에 달했다. 조사가 이루어진 이후 역대 최대 물량을 기록 중이다. 매도물량이 증가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팔려고 시장에 내놓은 아파트가 팔리지 않고 새롭게 팔려고 내놓는 아파트의 양도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는 감소하고 공급이 증가하고 있다. 수요가 줄고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은 오르기보다 내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시장의 현재 모습이고 현재에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미래는 이미 일어나고 있다. 현재가 중요한 이유다. 현재를 명확히 바라보고 분석하여 인과관계를 찾아내면 현재에서 미래를 읽어낼 수 있다. 시장 변화는 불가피하다. 사람들은 부동산 불패를 이야기하지만 불과 2년 전에 집값 하락을 경험했고 현재의 모습에서 또 다른 가격 하락 가능성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내 집 마련은 언제 해야 할까? 최근 서울 아파트 거래량을 보면 흥미롭다. 가격이 하락하던 2022년에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크게 줄어들었다. 심지어 한 달 거래량이 1000건에 못 미쳤던 기간도 있었다. 가격이 하락하자 사람들이 아파트를 매수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2024년 가격이 상승하자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8월에 8000건을 넘었다. 가격이 상승하자 사람들은 빚을 내서 내 집 마련에 나섰다. 주택 가격 하락기, 행동에 나설 때 사람들은 왜 가격이 상승할 때만 아파트를 살까? 반면 가격이 하락하면 왜 내 집 마련을 미룰까? 정확한 정답을 찾기 어려운 질문이다. 해답은 뒤로 하고 행동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자면 반대가 돼야 한다. 즉, 집값이 하락할 때 내 집 마련에 나서고 반대로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면 원인을 찾아 시장을 분석하고 기다릴 줄 아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주택 수요가 위축되고 매도물량이 증가하면서 향후 아파트 가격 하락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오히려 내 집 마련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울 필요가 있다. 2022년 집값이 크게 하락했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시장 변화였다. 전문가들이 불패라고 말했던 강남 아파트 가격이 수 억원씩 뚝뚝 떨어졌고 거래량이 크게 감소했다. 2024년에는 반대의 현상이 일어났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수 억원씩 상승했고 거래량이 급증했다. 부동산과 자산 시장에서 현명한 결정하기 위해서 반드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있다. 바로 변화를 인정하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미래를 예측할 때 변화를 인정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 낸다. 무엇이든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흔치 않다. 좋아지면 나빠지고 악화하면 다시 호전된다. 빨랐다가 느려지고 천천히 진행되다가 빠르게 흘러가기도 한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상승하면 반드시 하락하고 하락하면 다시 상승한다.변화가 불가피한 이유는 수요와 공급을 변동시키는 주체가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판단하고 결정해서 매수하고 매도한다. 중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은 항상 바뀐다는 점이다. 사람의 마음은 바뀌고 시장을 변화시킨다. 자산시장에서 변화를 인정해야 하는 이유다. 변화를 인정한다면 지금은 기회를 기다려야 할 시점이다. 이광수 대표는 부동산 리서치 사이트 플랫폼 ‘광수네복덕방’을 운영하는 건설‧부동산 전문가다. LG건설(현 GS건설)에 입사한 뒤 동양증권‧미래에셋 증권에서 애널리스트로 활동했고 미래에셋 리서치센터에서 건설‧부동산 시장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로 역량을 쌓았다. 국내 애널리스트로는 처음으로 레피니티브(Refinitiv, 구 톰슨로이터)에서 수여하는 ‘Analyst Awards 아시아 최고 애널리스트(Overall Top Stock Picker)’를 수상했다.

2024.10.26 09:00

5분 소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즐기는 새로운 방식, 아이돌 게임 [스페셜리스트뷰]

IT 일반

K-콘텐츠는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콘텐츠 산업 매출 규모는 151조585억원, 수출 규모는 17조43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수출 항목 중 게임과 K-POP에 기반한 음악 콘텐츠의 비중이 전체의 약 72%를 차지하며 명실상부하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이렇게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게임과 K-POP, 두 콘텐츠를 접목한 아이돌 게임을 제작하며 게이머와 함께 충성도 높은 팬덤을 게임에 안착시키려는 시도는 계속됐다. 과거에는 국내 아이돌 팬덤 규모가 내수 시장에 국한했기에 팬덤보다는 규모가 큰 게이머를 타겟으로 한 아이돌 게임이 주를 이뤘다. 아이돌 지식재산권(IP)을 전면에 세워 세간의 관심을 끌고 게이머를 게임에 유입시켜 충성도 높은 고객으로 만들기 위한 전략을 펼쳤다.하지만 K-POP의 성장으로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기존과 같이 게임을 기반으로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얹은 게이머 중심의 아이돌 게임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라는 본질에 게임이라는 요소를 추가한 팬덤 타겟의 아이돌 게임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K-POP의 음반 수출액은 2017년에 최초로 4000만달러를 넘긴 이래 매년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해에는 2억9023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급격한 K-POP의 성장에 따라 팬덤도 글로벌로 확장됐다. 완전히 달라진 K-POP 시장 상황에 아이돌 게임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하게 됐다.K-콘텐츠의 성장에 따라 기존의 아이돌 게임 문법을 탈피하고 새로운 형식으로 엔터테인먼트 기반의 게임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테이크원컴퍼니의 히스토리를 통해 아이돌 게임의 개발과 서비스 방향성을 들여다본다.다양한 영상 콘텐츠·게임의 결합 시도필자가 설립한 테이크원컴퍼니는 그래픽 중심의 게임을 개발하는 일반적인 게임사와 달리 실사 비주얼 콘텐츠와 게임을 결합한 색다른 시도를 계속했다.2016년에 재출시한 테이크원컴퍼니의 첫 작품 ‘도시를 품다’는 100% 실사 촬영한 영상과 이미지를 바탕으로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결과를 보여주는 드라마타이즈 형태로 제작한 인터랙션 게임이다. 기존에 없었던 100% 실사 비주얼 콘텐츠를 오리지널 스토리와 함께 담아낸 이 게임은 당시 신인 배우이자 음반 활동을 병행한 그룹 ‘서프라이즈’의 멤버들이 주연으로 참여하며 관심을 모았다. 해당 배우들은 이제 하나의 프로젝트에 모두 함께하기 어려운 수준의 국내를 대표하는 배우로 성장했다. 이렇게 스토리 기반의 영상과 게임의 결합이라는 색다른 시도와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 게임 ‘도시를 품다’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이달의 우수게임에 선정되며 콘텐츠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테이크원컴퍼니는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각기 다른 콘텐츠를 하나로 담아내는 결합 노하우를 쌓았고 이는 회사가 한 단계 도약하는 바탕이 됐다.‘도시를 품다’의 오리지널 스토리텔링 콘텐츠에 이어 다음 작품으로는 기존에 흥행한 영화 IP ‘검은 사제들’을 활용한 게임 ‘검은 사제들 : 퇴마령’을 개발하고 출시하며 콘텐츠 제작 역량을 넓혀갔다. ‘검은 사제들 : 퇴마령’은 영화 ‘검은 사제들’의 본편 스토리를 기반으로 영화에서 확장된 사이드 스토리를 담아내며 영화를 관람한 유저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제공했다.영화 IP 외에도 드라마 IP ‘화랑’을 활용한 게임, ‘화랑 더 비기닝’을 출시하며 콘텐츠 제작의 다양성을 확보했다. ‘화랑 더 비기닝’은 드라마 화랑의 스토리에 기반해 유저가 게임 플레이를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콘텐츠를 마련해 색다른 재미를 제공했다. 특히 ‘화랑 더 비기닝’은 실제 드라마가 방영 중일 때 게임을 동시에 서비스 하며 드라마 시청자층의 관심을 극대화했다.아이돌 콘텐츠의 새로운 역사를 쓰다그동안의 다양한 프로젝트 진행 경험을 토대로 아이돌 IP를 활용한 실사 비주얼 콘텐츠를 게임에 접목한 새로운 아이돌 게임 장르도 개척했다. 그 첫 번째 프로젝트가 바로 BTS IP를 활용한 아이돌 게임 ‘BTS 월드’였다.BTS 월드 프로젝트를 처음 추진하던 당시에는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뒤, 글로벌에서 K-아이돌에 대한 관심이 서서히 피어오르고 있던 시기였다. 게임 개발을 차츰 진행하는 몇 년 사이 K-POP은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BTS는 전 세계에 ‘아미(ARMY)’라는 팬덤을 보유한 글로벌 아티스트로 우뚝 섰다.이렇게 글로벌 초대형 아티스트가 된 BTS라는 IP에 대응하고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글로벌 서비스 경험이 풍부한 넷마블과 전략적으로 협업하며 게임을 개발하고 출시했다. BTS 월드는 글로벌 176개국에 14개 언어로 출시되며 1600만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는 등 아이돌 게임 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BTS 월드의 성공을 발판으로 블랙핑크 IP를 활용한 ‘블랙핑크 더 게임’, 그룹 NCT IP를 활용한 ‘NCT ZONE(엔시티존)’까지 다양한 글로벌 아이돌 IP 기반의 게임을 출시했다. 해당 게임들은 모두 각 아이돌의 세계관과 캐릭터를 잘 반영하며 팬덤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었고 글로벌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며 테이크원컴퍼니는 실사 콘텐츠 기반의 아이돌 게임 전문회사로 발돋움했다.K-POP 성장과 함께 변화한 아이돌 게임 시장BTS 월드의 성공과 블랙핑크 더 게임, NCT ZONE과 같은 글로벌 아티스트 IP 기반의 아이돌 게임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K-POP의 성장으로 아이돌 게임 시장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아이돌 게임은 기본적으로 팬덤이 중심인 게임이다. 이런 팬덤은 아티스트의 오리지널리티가 포함된 콘텐츠를 제외한 다른 콘텐츠는 배척하는 폐쇄적인 성향을 보인다. 그래서 이런 팬덤의 충성도를 고려해 아이돌 IP를 게임에 적절히 녹여내는 것이 관건이다.그러나 과거의 아이돌 게임은 팬덤의 특수성 보다 게이머의 시각에서 아이돌 게임을 개발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에는 팬덤을 대상으로만 게임을 제작할 경우 그 모수가 작아 수익성이 낮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게임이라는 본질에 아이돌 IP를 얹어 게임 유저와 비게임 유저인 팬덤 모두를 유입시키기 위한 아이돌 게임을 개발하는 일이 많았다. 반면 최근에는 시장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K-POP과 국내 아이돌이 전 세계에서 주목하는 콘텐츠로 자리 잡으며 아이돌 게임 또한 국내 시장을 벗어나 전 세계 팬덤을 대상으로 서비스 가능한 콘텐츠가 됐다. 실제로 자사에서 개발한 아이돌 게임 BTS 월드, 블랙핑크 더 게임, NCT ZONE을 플레이한 전체 유저의 90% 이상이 해외에서 유입된 유저들이다.이렇듯 K-POP의 성장에 따라 아이돌 게임의 타겟 또한 국내에서 글로벌 팬덤으로 시장이 확대됐고 자연스레 팬덤의 니즈를 반영한 아이돌 게임의 성공 가능성 또한 높아졌다.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기반으로 새롭게 구성한 아이돌 게임아이돌 게임의 시장 변화에 따라 자사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즐기는 팬들을 위해 서비스의 본질을 게임이 아닌 엔터테인먼트에 기반한 팬덤 중심으로 아이돌 게임의 콘텐츠를 새롭게 재편했다.실제 BTS 월드는 개발 초기부터 팬덤 성향을 고려해 게임 개발을 진행했다. 팬들이 가장 원하는 아티스트의 오리지널리티를 강화하기 위해 게임 개발 과정에 BTS 멤버들이 직접 참여하도록 스토리 라인을 구성하고 이를 풀드라마 형식의 영상으로 제공했다.가장 보편적 콘텐츠인 음원을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게임 개발 단계부터 준비했다. 게임 공식 OST를 통해 게임에 대한 팬들의 접근성을 끌어올리려는 이 계획은 적중했다. 게임 출시와 맞물려 발매된 게임 공식 OST는 빌보드 차트 26위에 오르며 큰 화제를 모았고 많은 관심이 게임으로 이어지며 글로벌 팬들이 게임으로 유입되는 효과를 봤다.아이돌의 실사 콘텐츠를 활용한 새로운 시도와 게임과 결합한 영상, 공식 OST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 BTS 월드는 글로벌 게임 시상식인 ‘골든 조이스틱 어워드’에서 올해의 모바일 게임상을 수상했다.BTS 월드의 경험을 바탕으로 차기작인 블랙핑크 더 게임은 게임 공식 OST 전략만 고집하지 않았다. 게임 출시와 동시에 멤버들의 독점 리소스를 담은 쿠폰카드를 발매하며 아이돌 게임에 아티스트의 오리지널리티를 더욱 강화했다. 이를 통해 전 세계에서 600만이 넘는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고 글로벌 모바일 통계 플랫폼 ‘data.ai’에서 주최한 퍼블리셔 어워드에서 2024년 게임 시뮬레이션 장르 TOP10에 이름을 올렸다.가장 최신작인 NCT ZONE은 팝업스토어를 게임 출시 전부터 운영해 팬들이 보다 쉽게 게임에 안착할 수 있도록 했다. 팝업스토어는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팬들과의 긴밀한 소통을 위해 일본에서도 운영하며 엔터테인먼트 팬들의 니즈와 트렌드에 맞춘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했다.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기반한 아이돌 게임 개발과 콘텐츠 구성을 통해 아티스트의 독점 리소스를 담아낸 자사의 아이돌 게임은 희소성 높은 게임 전용 굿즈 제작 등 부가 사업을 통한 수익 다각화를 가능케 했다. 아이돌 게임만이 가진 오리지널리티가 팬덤의 새로운 콘텐츠 소비를 이끌어낸 것이다. 아이돌 게임,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즐기는 또 하나의 콘텐츠로아이돌 게임은 엔터테인먼트의 서비스를 게임이라는 장르를 통해 확장해 즐기는 또 하나의 콘텐츠다. 그래서 아티스트의 공식활동과 함께 이야기를 완성하고 또 게임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 공감형 콘텐츠인 아이돌 게임도 소위 ‘덕질’이 가능한 콘텐츠가 돼야 한다.팬덤의 선호도가 높은 기존 아티스트의 콘텐츠인 음반·콘서트·공식 굿즈·공식커뮤니티 등 결을 맞춰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아이돌 게임은 아티스트의 콘서트 현장 부스 운영과 광고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공식게임 홍보 등을 통해 기존 콘텐츠와 게임이 연계된 프로모션을 진행해 팬들의 시선을 잡아야 한다.기존 엔터테인먼트 소비 콘텐츠를 게임에 접목한 팝업스토어 같은 독점이벤트로 게임만의 리소스를 오프라인에서 경험할 수 있게 한다. 또 게임 독점 아티스트 리소스를 활용한 포토카드(쿠폰카드) 등을 제작하는 등 엔터테인먼트 팬들이 좋아하고 소비하는 콘텐츠를 게임 내외에서 모두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다양한 콘텐츠를 게임이라는 요소로 맛깔나게 버무린 아이돌 게임은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즐기는 새로운 방식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정민채 테이크원컴퍼니 대표는_영국 런던대에서 미디어학을 전공하고 귀국 후 글로벌 게임 퍼블리셔인 넷마블에 재직했다. 이후 초록뱀미디어에서 PD로 일하며 드라마 추노와 지붕 뚫고 하이킥 등 유명 작품을 제작했다.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게임으로 서비스하고자 2016년 2월 테이크원컴퍼니를 설립했다. 테이크원컴퍼니는 BTS, 블랙핑크, NCT와 같은 글로벌 아티스트와 협업한 아이돌 게임을 서비스하며 엔터테인먼트에 기반한 종합 콘텐츠 제작사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2024.10.19 07:00

7분 소요
‘클래식은 영원하다’…레거시 미디어와 OTT의 상생[스페셜리스트뷰]

IT 일반

시대가 변해도 클래식은 사랑 받는다. 명작은 오랜 시간 두고두고 회자되면서 그 가치를 더하기도 한다. 음악이 그렇고, 영화도 그렇게 소비돼 왔다. 클래식 작품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시대적 상황에 맞게 조금씩 변화하기도 한다. 바로 이 포인트에서 궁금증이 생긴다. 책은 개정판이 나오고, 영화는 화질과 음악을 개선하거나 감독판으로 리마스터링되면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데, 왜 드라마는 유독 신작 위주로 소비될까? 과거의 드라마들은 주로 방송사에서 제작돼 채널을 통해서만 방영됐기 때문에 방송 기간이 지나면 다시 시청하기가 어려웠다. 그 후에는 방송사 홈페이지에서 유·무료 VOD를 제공했지만, TV보다는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낮아 채널적 허들이 일부 존재했다. 이로 인해 과거의 많은 명작 드라마가 대중의 기억 속에서 흐릿해지기도 했다.1994년부터 2004년까지 NBC에서 방영된 미국의 전설적인 시트콤 ‘프렌즈’는 우리나라에서도 케이블TV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학창시절 영어공부를 하겠다고 마음먹어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프렌즈로 영어공부에 도전해봤을 것이다. 이처럼 친숙한 프렌즈를 2022년, 제작사인 워너브라더스가 HBO MAX의 출범과 함께 서비스하겠다고 결정했다. 필자는 OTT로 이직하던 시기에 이 소식을 접하게 됐는데,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HBO MAX의 입장에서는 HBO를 대표하는 콘텐츠로 팬들의 이목을 끄는 이슈메이킹을 하면서, 여기에 추가로 프렌즈 원년멤버들이 17년만에 재회하는 모습을 담은 스페셜 쇼 ‘프렌즈: 더 리유니언’을 제작해 검증된 타이틀을 새롭게 보여줬다. 이는 HBO MAX를 전 세계에 효과적으로 알리고 구독하게끔 만든 주목할 만한 아이템이었다고 생각한다.프렌즈는 종영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세계는 물론 한국에서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한국에도 프렌즈처럼 꾸준히 회자되는 과거의 드라마들이 있다. 1990~2000년대의 문화를 그리워하는 기성세대는 물론, 그 시절의 문화를 새로운 트렌드로 받아들이는 젊은 세대에게 과거 드라마들이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로 커뮤니티에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재미와 공감을 쫓는 MZ세대에게 ‘짤’과 ‘밈’(Meme)으로 새롭게 소비되는 것을 보며 명작 드라마의 기한이 끝나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K-콘텐츠인 ‘오징어 게임’, ‘더 글로리’ 등이 연일 글로벌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지금, 이 드라마들이 나오기까지 초석이 됐던 지상파 드라마, KBS 50년·MBC 60년·SBS 30년의 역사가 웨이브 내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 레전드 드라마들을 다시 보게 하자. 이것이 ‘뉴클래식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그렇다면 왜 ‘내이름은 김삼순’, ‘미안하다 사랑한다’일까? ‘내이름은 김삼순’과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 두 작품을 선정한 데는 꽤 사연이 깊다. 현재는 디지털 파일로 모든 작품을 입고하고, 최종본은 물론 음악과 대사가 분리돼 있는 클린본을 파일로 보관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디지털 라이브러리 시스템이 자리잡지 않은 시대였다. 이로 인해 과거 드라마의 원본, 특히 클린본 영상을 찾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지방의 레코드샵, 서점 등을 통해 간신히 수출용 DVD를 확보했고, 이 영상들을 활용해 업스케일링과 재편집을 할 수 있는지 검토했다. 이후 작품 선정으로 가장 먼저 고려한 부분은 방송 당시 신드롬을 일으킬만한 팬덤의 유무였다. 그 다음으로는 배우들과 연출자들이 현재까지 왕성하게 활동 중인지, 그리고 내용적으로 다시 보고 싶을 만한 포인트가 있는지 차례로 검토했다. 이러한 기준으로 작품을 리스트업 하고,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매년 회자되고 있는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 검색량을 참고해 두 타이틀을 선정했다. 내 이름은 김삼순과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당시 ‘삼순이 신드롬’과 ‘미사 폐인’이라는 수식어가 생겨날 정도로 시대를 대표하는 명작이라고 판단했다. 시대적 흐름의 변화도 유의미하게 다가왔다. 2005년의 내 이름은 김삼순 삼순이는 서른살 노처녀에 촌스러운 이름과 외모 콤플렉스를 갖고 있어 일과 사랑도 마음처럼 풀리지 않아 전국민의 짠한 응원을 받았던 캐릭터였다. 하지만 2024년의 삼순이는 다르다. 노처녀라는 타이틀과 어울리지 않는 서른살 전문 파티시에로서 일과 사랑에 당당한 이 시대의 진정한 삼순이로 재조명된다. 구작임에도 신작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 신선한 포인트를 시대적 흐름에서 발견한 것이다. 더욱이 이 드라마를 명작으로 이끈 원작자인 감독, 스태프들이 감사하게도 프로젝트 제안을 수락하면서, 오리지널리티를 보존하며 명작을 새롭게 재탄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신감을 가졌다. 여기에 최근 ‘선재업고 튀어’, ‘킹더랜드’, ‘눈물의 여왕’ 등 장르물에 피로감을 느낀 시청자들이 오히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로코물로 회귀하는 시청 트렌드를 보며 내 이름은 김삼순 또한 원작이 가지고 있는 로코물의 근본을 살린다면 이 시기에 함께 효과적으로 소구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구작인데 신작 같은, 근본 있는 신작 과거 미니시리즈는 보통 60~70분의 분량으로 16부작 혹은 20부작으로 방영됐다. 가끔 소위 ‘시청률 대박’ 드라마에서는 광고 판매를 위해 실제 방송 분량을 70분 이상으로 가져가기도 했다. 하지만 ‘콘텐츠 홍수’ 시대가 도래하면서 콘텐츠 소비 방식도 변화됐다. MZ세대는 한 작품을 빨리 보기 위해 1.2배속, 1.5배속, 2배속으로 작품을 시청한다. 이것도 모자라 축약 리뷰로 콘텐츠를 소비하거나 일명 ‘좌표’를 찍어 원하는 부분만 골라서 본다. 유튜브 숏츠, 인스타 릴스 등 짧은 영상의 이용량도 매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소비 행태에 아무리 훌륭한 신작이라 하더라도 60분물 16부작을 다 보려면 물리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빈지 워칭’(콘텐츠를 장시간 몰아서 시청하는 것)을 하려 해도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우리는 주인공들의 서사 혹은 핵심 서사 위주로 분량을 줄이고 회차를 압축했다. 원작의 깊이감이나 의도는 살리면서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방법을 고민했고, 이를 위해 원작 연출자들을 섭외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원작에 대한 애정이 깊은 원작자들이라 긴 설명 없이도 모든 것을 이해했고, 당시 아쉬웠던 포인트들까지 살려서 재제작 하고 싶다는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작품을 애정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한껏 느껴졌던 부분이다. 세세한 디테일 하나까지도 모두 기억하고 새롭게 재창조하려는 원작자들의 열정에 마케터로서 어떤 것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기획회의를 통해 2024년도의 ‘시대적 감수성’을 고려했고, 데이트 트렌드 등 스토리적 측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또한 웨이브가 추구하는 OTT 시리즈화에 대한 본질적 내용인 업스케일링 화질, OST 리메이크, 자막 편의 및 제작물 리패키징 등 오리지널리티를 유지하면서도 신작화하는 부분에 대한 논의 과정을 충분히 거쳤다. 이를 통해 내이름은 김삼순은 8부작으로, 8시간만에 정주행이 가능해졌고, 미안하다 사랑한다 역시 6부작으로 주인공 서사들을 중심으로 정주행 할 수 있게 됐다. 내 이름은 김삼순은 향수가 있는 세대에게는 다시 만나는 삼순이로, 삼순이를 경험하지 못했던 세대에게는 구작이지만 ‘볼만한 신작’, 즉 레전더리 신작처럼 포지셔닝해 시청을 유도하고자 했다. 여기에 더불어 2024년 내 이름은 김삼순의 ‘팬과의 시간’을 기획해 배우들과 팬들과의 만남을 추진 중이다. 올 타임 레전드 로코 내 이름은 김삼순과 함께 전국의 삼순이들이 19년만에 모이는 것이다. 이미 예능 프로그램 ‘지구오락실’을 통해 MZ들에게 ‘짤’로 익숙한 콘텐츠지만 이 작품이 2024년 버전으로 공개되면 MZ세대의 시청자들에게도 김삼순의 건강한 힐링 에너지를 새롭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근본 있는 신작 뉴클래식 프로젝트, 레거시와 OTT의 상생 모델글로벌 OTT 출현과 디지털 플랫폼 광고의 증가로 방송사 광고 매출이 감소하고, 제작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내 OTT가 선뜻 글로벌 OTT 규모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기에는 비용적 부담과 효율성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유독 신작 위주로 소비되는 드라마는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는 데 큰 역할을 하지만, 꾸준한 신작 제공이 어렵다면 가입자는 빠르게 이탈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글로벌 OTT는 방송사 콘텐츠들을 수급해 유통하고 있다. 덕분에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지만 이 또한 신작 위주의 소비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K-콘텐츠가 전 세계의 사랑을 받는 동시에 신작과 함께 과거의 K-콘텐츠도 다시 재조명되길 기대했다. 원작 IP를 보유한 지상파가 이 부분을 OTT에 재판매하거나 다시 소비되도록 하고, OTT로 새롭게 제작된 신작이 다시 TV로 편성된다면 서로 양방향의 시너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시청률 30~50%를 넘나들던 빅히트작들이 시대를 초월해 다시 사랑 받고, 또 한 번의 신드롬이 일어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즘 중고등학생들에게 2000년대 복고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태어나기도 전에 유행했던 감성에 신선함을 느끼며 특이한 개성을 ‘힙하다’고 표현한다. 뉴트로 패션과 관련된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게시물 수는 벌써 2만7000개를 넘어섰다. 드라마도 이런 시도들로 인해 지속적으로 소비된다면 명작이 단순히 옛 것으로만 남지 않고 세대별 또 다른 의미로 새롭게 다가갈 것이다. 꾸준히 오랫동안 사랑받고 지속적으로 소비되는 것. 이것이 클래식의 진정한 의미라고 본다. 따라서 시대가 흐르면서 이러한 명작들이 지속적으로 소비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산업내에서 필요하다고 본다. K-콘텐츠의 신작과 더불어 구작도 기술 개선을 더해 시청자들이 다시 볼 수 있도록 시청 편의에 일부 투자와 지원을 하고, 신작과 과거 라이브러리가 함께 소비가 된다면 K-콘텐츠의 미래는 더 밝지 않을까. 이를 위해서는 라이브러리의 디지털 아카이빙의 중요성, 자료 확보, IP 권리자들과의 계약관계 등 방송사와 OTT와의 상생 모델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여기에 방송사와 OTT의 경쟁이 아닌 상생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정부부처의 지원 사업이 병행된다면 다양한 관점에서의 협업 모델이 탄생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웨이브의 뉴클래식 프로젝트가 시간이 흘러도 새로운 방식으로 K-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게 하는 의미 있는 첫 시도가 되길 기대한다. 한정은 마케팅그룹장은 CJ ENM에서 통합마케팅팀, JTBC에서 마케팅팀장과 편성담당을 거쳐, 2022년 웨이브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합류했다. 웨이브의 중장기적인 브랜드 전략 수립과 오리지널 콘텐츠, 드라마, 예능 등 콘텐츠 마케팅 전략 개발, 실행을 총괄했다. 이 외에도 CRM(고객관계관리), 홍보를 포함한 전체 마케팅 조직을 이끌고 있다.

2024.09.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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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미야, 국에 조미료 넣었니?”…MSG 오해와 진실

유통

#.한 며느리가 주방에서 국을 끓이고 있었다. 그런데 시어머니가 주방으로 들어와 며느리에게 “애미야! 너 혹시 국 끓일 때 미원 넣으니? 우리 집 식구들은 미원은 딱 질색이니 절대 넣지 말거라”라고 했다. 며느리는 이 말을 듣고 미원을 넣지 않았다. 하지만 음식 맛이 점점 맛이 없어지자 며느리는 시어머니 몰래 미원을 조금씩 넣기 시작했다. 가족들은 항상 며느리의 국을 맛있게 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며느리가 깜빡하고 국에 미원을 넣지 않은 사고(?)가 발생했다. 시어머니는 국을 한 입 맛보고는 며느리를 다그쳤다. “애미야! 너 또 미원 넣었구나!.”이 일화는 L-글루타민산나트륨(MSG·Mono Sodium Glutamate)에 대한 부정적 소문이 사람들을 어떻게 오해시키고 행동을 변화시켰는지, 그리고 MSG의 대명사격인 제품 ‘미원’ 맛의 효능을 오히려 입증해버린 재미있는 사례다.MSG와 같은 식품첨가물은 인간이 음식을 섭취하는 데 있어 여러 도움을 준다. 하지만 ‘식품에 무언가를 첨가하면 해롭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특히 대표적인 식품첨가물로 알려진 MSG는 이미 수년 전 여러 미디어에서 마치 인체에 해로운 것처럼 비춰진 바 있어 이런 부정적인 인식은 더욱 확대됐다. MSG는 정말 인체에 해로운 식품첨가물일까. MSG, 어떻게 만들어졌나사람이 살아가면서 먹는 즐거움을 모르고 살아간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일까? 이 땅 위 인류의 생존이 시작되면서부터 우리는 식품을 섭취하기 시작했다. 특히 인간은 태어나기 전에도 탯줄을 통해 식품(영양분)을 섭취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처럼 ‘음식 섭취’에 진심이었던 사람들은 점차 맛과 영양에도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식품에 첨가하는 식품첨가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국내 식품위생법에서 말하는 식품첨가물이란 ‘식품을 제조·가공·조리 또는 보존하는 과정에서 감미·착색·표백 또는 산화방지 등을 목적으로 식품에 사용되는 물질’을 말한다. 2016년 이전까지의 식품첨가물 분류는 ▲천연첨가물과 화학적 합성품·혼합제제로 구분됐다. 하지만 현재는 화학적 합성품이나 천연첨가물 구분 없이 ‘식품첨가물’로 개편해 사용하고 있다. 식품첨가물은 식품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유해세균으로부터 지키는 역할을 하고 맛이나 색택, 향 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식품 섭취가 쉽도록 부드럽게 해주는 역할을 하며, 장기보존성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대표적인 식품첨가물로는 단연 MSG를 꼽을 수 있다. 단백질 구성 단위를 아미노산이라 부르는데, 이때 이 아미노산은 종류만 20개 정도이며 그 중 하나가 바로 MSG다.또 MSG는 글루탐산에 나트륨이온이 포함된 것을 말한다. 이때 나트륨이온은 용해도를 높이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글루탐산은 자연식품에도 많이 함유돼 있다. 천연식품에 함유된 글루타산의 양은 ▲토마토(1400ppm) ▲고등어(360ppm) ▲소고기(330ppm) 등이 있다. 유가공 제품인 치즈에는 나트륨이온이 무려 1만2000ppm 정도가 함유돼 있다.이 외에도 다시마·사탕수수, 심지어 모유에도 100㎖당 20㎖정도의 MSG가 함유돼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생명체들이 MSG를 함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셈이다. 이처럼 MSG는 자연에서 추출한 물질로 인위적인 화학성분으로 보는 것은 완벽한 오해다. 그럼에도 왜 우리는 MSG를 화학성분으로 인식해왔을까.MSG가 처음 발견된 시기는 18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독일의 화학자 칼 하인리히 리트하우젠(Karl Hinrich Ritthausen)은 MSG의 주성분인 글루탐산을 발견했다. 하지만 글루탐산 자체는 특별한 맛이 나는 물질은 아니었다. 이후 글루탐산을 MSG로 완성한 사람은 일본의 대표 화학자 이케다 기쿠나에(池田 菊苗)다. 그는 1908년 다시마에서 유기산 추출에 성공했다. 유기산에서 산미(酸味)를 제거하면 감칠맛이 나는 MSG가 된다. 그리고 이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미원의 원조 성분이기도 하다.미원은 상품 제조 초기 다시마와 같이 단백질이 풍부한 해조류가 주원료로 쓰였다. 이후에는 사탕수수·사탕무·옥수수·카사바와 같은 식물성 원재료를 사용했다. 원재료에서 원당 및 당밀을 추출한 후 발효 미생물을 넣고 약 40시간 발효시키면 글루탐산을 만들 수 있다.이후 발효액에서 글루탐산을 분리한 다음 나트륨과 혼합하면 감칠맛을 내는 MSG가 된다. 이 제조과정에서 나트륨을 넣는다는 이유로 MSG가 화학적인 물질이며 인체에 해로울 것이라는 오해를 받게 됐다. 하지만 사실 나트륨은 소금에도 많이 들어있는 물질이다. 사탕수수에서 설탕을 추출한 후 남은 당밀에 발효 미생물을 넣어 발효시키면 글루탐산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생산된 글루탐산은 토마토나 버섯·고등어·쇠고기에서 추출한 글루탐산과 화학적 측면에서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MSG에 대한 부정적 소문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긴 것일까. MSG 유해성 논란이 처음 생긴 것은 19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의 로버트 호만 곽이라는 의사가 중화요리를 먹은 뒤 목과 등이 마비되는 이상 증상을 겪었다고 주장하며 이 논란이 시작됐다.그의 이런 주장 후 다른 사람들도 중화요리를 먹은 후 무감각증상·두통·두근거림 등을 호소하며 MSG에 대한 유해성 소문이 확산됐다. 그리고 이 현상은 ‘중식당 증후군’(Chinese Restaurant Syndrome)이라는 이름이 붙게 됐다. 이 증후군에 대해 현재까지도 알려진 과학적 근거는 없다. 다만 증상이 ‘불쾌함’이라는 이유로 의학문헌에서는 ‘MSG 증상 콤플렉스’로 명시한다고 알려져 있다.당시 의사들은 이 증상의 원인이 MSG의 주성분인 글루탐산나트륨 때문이라 추측했다. 1969년에는 갓 태어난 쥐에 MSG를 주입했더니 유해한 신경학적 영향이 있었다는 발표가 있었고 이와 유사한 내용의 책까지 출간됐다. ‘MSG=유해’는 인식은 이때부터 시작된 셈이다.또한 이 시기에 국내 한 대형 식품회사는 자신들이 만드는 조미료에 ‘화학적 합성품인 MSG를 넣지 않습니다’라고 광고를 내면서 MSG 유해성 소문은 국내로까지 퍼지게 됐다. 또 시청률이 상당히 높았던 시사 고발프로그램 ‘먹거리 X-파일’에서는 뚜렷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거나, MSG는 무해하다는 연구결과는 외면한 채 MSG를 무조건 해로운 물질로 인식하게 하는 내용을 담아 방영했다. 당시의 여파는 오늘날까지 이어져 여전히 상당수의 음식점들은 ‘저희 음식점에서는 MSG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습니다’라고 써 붙여놨다. MSG는 매우 안전한 식품첨가물100년 이상 사용된 MSG는 광범위하게 연구돼 왔지만 부작용이나 유해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인과관계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MSG의 주성분인 글루탐산은 신체 단백질 구성원의 원료이며 남는 것은 우리 몸의 에너지가 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MSG에 대해 일일섭취허용량(ADI)을 특정하지 않고 있는데, 이것은 많이 먹어도 상관없다는 의미다.국내에서는 지난 2010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MSG는 평생 먹어도 안전한 물질’이라는 결론을 내 발표한 바 있다. 국제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에서도 MSG에 대한 독성자료를 검토한 결과, 건강에 위해 영향이 없어 섭취량을 제한할 필요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했기 때문에 국제적으로도 별도의 제한이나, 섭취량을 권고하는 국가는 없다.대부분 사람들의 뇌리에는 천연은 ‘무조건 안전하고 좋은 것’, 화학적인 것은 ‘무조건 해로운 것’이라는 인식이 쌓여있다.천연식품은 사람이 손대지 않고 있는 그대로 섭취해야 해당 식품의 영양소를 고스란히 섭취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최근 현대인들은 음식을 날로 먹을 시 오히려 탈이 나거나 문제가 생기는 편이다. 또 열에 익히거나 불에 굽거나, 발효를 시켜 우리 몸이 섭취하기 좋은 음식으로 가공하지 않으면 안되도록 신체가 적응돼 있다.특히 천연식품 속에는 위해요소들이 의외로 많다. 예를 들면 설익은 살구나 매실·고구마·흰강낭콩·은행 열매 속에는 ‘시아노겐’이나 ‘시안’ 생성 배당체가 들어있다. 이 물질이 분해되면 청산이라는 독극물이 생성된다. 청산가리로 알려져 있는 이 물질이 우리 몸 속에 들어가면 혈액속 헤모글로빈을 마비시키고 급속히 중독시켜 생명을 잃을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물질이다.또 설익은 토마토의 푸른색 부분이나 감자를 잘못 보관했을 때 햇빛을 쪼여 싹이 움트게 되면 주위가 초록색으로 변한다. 이 부분에서 발생되는 것은 ‘솔라닌’이라는 독이다. 0.05% 정도 극미량이기는 하지만 이 물질은 독성이 강해 신경을 마비시키고 혈액을 파괴하기도 한다.우리 주위에 많은 과일 중 하나인 감에도 ‘탄닌’ 성분이 많다. 탄닌은 단백질과 만나게 되면 단백질 소화를 어렵게 만들고 비타민B를 우리 몸이 잘 이용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도토리에도 떫은맛 성분인 탄닌이 들어있다. 이에 도토리는 가공과정을 거쳐 탄닌 성분을 반드시 제거해 섭취하는 것이 좋다. 사람들이 도토리를 ‘도토리묵’으로 만들어 먹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MSG는 다시마나 사탕수수 등에서 추출한 글루탐산에 나트륨을 수소이온과 치환시켜 만든 사실상 ‘천연성분’이다. 전 세계 모든 식품기관·식품안전당국은 MSG가 ‘안전한 물질’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니 더 이상 우리는 MSG에 대해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2024.06.01 08:00

6분 소요
알리·테무의 韓시장 공습…우리 기업 살아남으려면

유통

최근 몇 년간, 중국의 이커머스 플랫폼이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알리)는 일찍이 한국 시장의 잠재력을 인식하고 2018년 국내에 진출했고 상상을 초월하는 초저가, 유명 배우를 모델로 한 전방위적 광고와 무료 배송 및 반품 등으로 현재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PDD홀딩스가 운영하는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핀둬둬의 해외 쇼핑앱 테무(Temu·테무)는 알리의 한국 시장 성공적 진입을 목격한 후 지난해 7월 한국에 공식 진출했다. 테무는 현재 할인과 쿠폰 제공, 무료 배송과 같은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한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2차 폭격’ 나선 중국 이커머스실제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의 최근 월별 활성화 이용자 수 추이를 살펴보면, 알리와 테무의 급성장이 눈에 띈다. 특히 테무 이용자 수는 2024년 2월 약 580만명에서 3월 약 830만명으로 43% 증가하며, 사상 처음으로 이커머스 업계 3위에 올라섰다.무료 배송, 할인 등으로 1차 예열을 마친 중국 이커머스들은 이제 초저가 공세를 넘어 현지화를 위한 2차 폭격을 준비 중이다. 알리는 지난해 10월 한국 전용 상품관인 K-베뉴(K-Venue)를 만들어 판매 영역을 중국 공산품 뿐 아니라 한국의 신선식품까지 확대했다. 이미 삼성전자, CJ제일제당, 롯데, 아모레퍼시픽, 쿠쿠 등 국내 대기업들이 입점을 마쳤고 참여 기업들은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국내 중소 셀러들을 위해서는 입점 시 오는 6월 말까지 판매 수수료를 면제하고 우수 상품 발굴을 위해 조달 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또 한국 상품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새 판매 채널을 오는 6월 개설할 계획이다. 이 채널은 기존의 알리뿐만 아니라 라자다, 스페인어권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미라비아 등 알리바바 그룹 산하의 여러 이커머스 플랫폼에 판매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알리바바 그룹은 이를 통해 올해 약 1만개, 향후 3년간 총 5만개의 국내 중소기업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 이커머스들이 한국 시장에 더 깊이 침투하기 위한 또 다른 전략은 국내 인력 채용이다. 국내 인력을 통해 국내 신선식품 공급자 및 판매자와의 협력을 모색하고 소비자 특성을 파악해 소비자 친화적인 상품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알리가 발표한 대로 한국에 통합물류센터를 구축, 쿠팡과 같은 배송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중국 이커머스가 국내 시장의 판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물류센터는 단순 기존 직구 서비스를 넘어, 한국 시장에서 직접 매입을 통한 판매를 가능케하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산 제품을 한국에 소개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 제품을 해외 시장에 판매하는 양뱡향 서비스도 가능해진다.테무 또한 국내 시장 입지 확대를 위해 한국 법인을 설립하는 등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대법원에 따르면 테무는 지난 2월 ‘웨일코코리아’라는 사명으로 국내 법인 등록을 마쳤다. 최근에는 국내 인플루언서들과 협업해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 콘텐츠 마케팅을 강화하고 국내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 간접 광고를 송출하는 등 영역을 넓히면서, 국내 젊은 소비자들의 인지도와 접점을 다각도로 늘리고 있다.알리·테무, 초저가 가능한 이유하지만 이러한 초저가 공세와 파격적인 혜택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중국 이커머스가 파격적인 가격으로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배경은 대략 세 가지의 요인이 존재한다.첫 번째는 중국의 제조 생태계와 플랫폼이다. 중국은 지금까지 저렴한 인건비와 생산 인프라로 전 세계 '제조 공장'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저렴한 상품을 직접 판매할 수 있는 유통 판로가 생겼다. 여기에 지난 고성장기 늘어난 생산설비로 인해 생산제품 양 자체가 증가했다. 결국 재고 해소를 위해 이들이 해외 소비자에게 파격적인 가격으로 제품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관세·부가세 및 KC(Korea Certification·국가통합인증) 인증 면제다. 기업이나 도매상이 정식으로 수입할 경우 KC 인증 비용과 관세, 부가세를 내야 하지만 현재 개인이 사용할 목적으로 해외에서 직접 구매하는 150달러 이하 상품에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이에 중국에서 물건을 수입해 판매하는 제품과 가격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세 번째는 출혈 경쟁이다. 중국 이커머스는 국내 시장 선점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면서 쿠폰과 할인 행사 등을 대규모로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알리나 테무, 틱톡과 같은 또 다른 플랫폼이 국내 시장을 선점한다면 판매가가 많이 오르게 될까? 관세·부가세, KC 인증 등이 적용되고 한국에서 대리인을 지정하거나 법인을 설립한다면 세금을 내야하기 때문에 판매가는 현재보다 오를 수밖에 없다. 다만 중국에는 값싼 노동력과 제조 공장이 많아 제조-소비자 직거래 유통 구조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제공하는 가격보다 판매가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는 알 수 없지만 다른 경쟁 업체들이 계속 생겨날 가능성이 있어 당분간 가격 상승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韓 정부, 규제 강화로 견제 중오히려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현재 나타나고 있는 안전 및 개인정보 문제와 중·장기적 관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알리·테무에서 판매 중인 장신구에서 국내 안전 기준치 이상의 인체발암 가능 물질인 중금속(납·카드뮴)이 검출되기도 했다. 저가 상품, 특히 피부에 닿는 장난감, 의류, 생활용품 등에서 발견되는 유해 물질은 소비자 건강에 직접적인 위험을 가한다. 또 대량으로 방출되는 쓰레기는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국가 차원에서 이러한 위험을 다양한 검증을 통해 기준을 세우고 어떻게 대응할지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대응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 중 하나가 자료 수집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테무 등 정보통신 문제에 대응하고 싶지만 증빙 자료가 없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우리 정부는 지난해 국정감사를 계기로 진행해온 알리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를 대상으로 한 국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를 상반기 내 마무리할 계획을 밝히는 등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적극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최장혁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2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국내 시장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중국 인터넷 기업에 한국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는 데 유예 기간을 줄 수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중국 이커머스들이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하려면 한국 시장에 맞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완벽히 준수하라는 얘기다.또한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은 알리나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도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것이 공정한 경쟁을 위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오프라인 업체들은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매달 매출을 제출해야 한다. 이커머스 업체들은 유통산업발전법이 아닌 전자상거래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정부는 각 업체의 협조를 얻어 실적을 집계하고 있다.하지만 알리익스트레스와 테무 등 외국 업체들에 대해선 매출 실적과 거래액 등의 정보 공개 협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실제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해 2조3000억원 수준의 매출을 기록했다는 추측만 있을 뿐 정확한 매출은 공개되지 않아 알 수 없는 상황이다.테무 역시 지난 2월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국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법인상 사무실 주소를 공유오피스로 지정하고 상주 직원을 두지 않는 등 정부가 업체 정보를 파악하기 위한 기반이 부족한 상태다. 국내 기업들, 中 공습에서 살아남으려면중·장기적으로는 사회, 경제적으로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 중국 이커머스의 시장 지배력이 강화될 경우 경쟁에서 밀린 국내 기업의 실업률 증가, 시장의 다양성 저해, 소비자 선택권 문제, 자본 유출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실제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한국 소비자들에게 놀라운 가격으로 많은 선택과 편의를 제공하는 한편, 중국산 상품을 판매하는 국내 소상공인과 중소 유통업체는 가격 경쟁에서 밀려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행정안전부에서 제공하는 인허가 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통신판매업 폐업자 수는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디지털 경제 진화에 따라 통신판매업 창업 증가에 비례해 폐업이 증가했을 수 있지만, 알리와 테무 같은 중국 이커머스가 두각을 보이기 시작한 2023년에 폐업이 급증한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 이러한 타격은 단순 유통업계를 넘어 중국 원재료 및 중간재 기반의 국내 제조업에까지 파장이 미칠 수 있다. 물론, 앞서 언급한 국내 셀러들의 지원으로 해외 시장에서 성장 기회를 가지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존재할 수 있다. 다만 선택받지 못한 나머지 기업들은 도태될 확률이 높고, 선택을 받더라도 테무와 같이 입찰을 통해 최저가 경쟁을 시킨다면 수익성 악화와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국내 업체들의 성장 기회를 제한하며, 신규 투자 및 사업 확장을 어렵게 만들어 국가 경쟁력까지 저하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문제 해결법으로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한 제재를 언급한다. 하지만 이로 인한 잠재적 이득과 손실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알리가 추진 중인 해외 직구 전용 물류센터 설립은 한국 시장에 처음 도입되는 사업 모델이다. 중국은 물류센터를 정부가 통제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따져보고 관련법과 제도의 보완점을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알리나 테무 등이 물류센터를 구축하게 될 경우 관련 인·허가 등을 꼼꼼히 따져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 국내 기업이 대응할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 150달러 무관세 기준의 경우 오히려 중국은 해외 직구 수입세 감면 한도액을 2019년 1회 2000위안(37만원)에서 5000위안(93만원)으로, 연간 2만위안(373만원)에서 2만6000위안(485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우리도 1회 한도를 낮추기보다 누적 면세 한도 기준을 두는 것을 고민해 볼 수 있다. 또한 정부는 중국 이커머스의 산업별 침투 정도 및 영향을 파악하고 시나리오를 구축해 기업 규모별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패션 및 섬유산업은 중국 생산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 국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시장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서비스산업의 경우 광범위한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이는 금융과 헬스케어 분야에 새로운 기회와 위협이 될 수 있다.국내 기업들 또한 글로벌 이커머스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기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결국 희소성이 담보돼야 한다. 희소성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 내에서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지니게 만든다. 따라서 기업만이 제공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 개발을 위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희소 가치를 적극 마케팅하고 강조함으로써 소비자의 관심과 충성도를 끌어올려야 한다. 이 경우 해외 시장 공략 경쟁력도 생길 수 있다. 남도장터, 경남이몰 등 지역에서 나는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몰 개편과 이들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안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한국 시장 진입은 글로벌화와 디지털 경제의 성장이 교차하는 점에서 어쩌면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복합적이고 힘들지만, 같이 힘을 모은다면 기회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2024.04.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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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인도 증시의 인상적인 상승세… 투자 주의 사항은 [스페셜리스트뷰]

증권 일반

우리나라 투자자는 공격적이다. 이러한 특징은 장기적인 투자 수익률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개인 투자자들의 레버리지와 인버스 사랑은 외신도 주목할 정도다. 레버리지 또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는 사고파는 시기를 정확히 맞추지 못하면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 개인의 자산 형성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거래 대금 기준으로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내외로 높다. 상장 ETF 숫자 기준으로도 미국의 2배가 넘는다.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의 개인 투자자들은 테슬라 1.5배 레버리지 ETF인 TSLL을 35% 보유하고 있다. 주식뿐만 아니라 미국의 장기 채권 3배 레버리지 ETF인 TMF를 27%나 가지고 있다. 2023년에 미국 상장 레버리지 및 인버스 ETF를 23억 달러 매수했다. 이는 지난 2022년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코로나 과정을 거치면서 급증한 신용융자잔고 움직임도 배경이 유사하다.우리나라 투자자는 스마트하다. 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 올 들어 일본과 인도의 주가가 급등했다는 뉴스가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개인들은 이미 2023년부터 일본과 인도 주식 투자를 늘려왔다. 2022년에는 일본 주식을 2400만 달러(약 327억원) 순매도했으나, 2023년에는 6억3000만 달러(약 8593억원)를 순매수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2024년이 3분의 1도 지나지 않았는데, 이미 일본 주식 순매수 금액은 3억 달러에 육박한다. 인도는 직접 투자가 어렵기 때문에 ETF 자금 유출입 현황을 통해 우리나라 투자자의 인도 증시에 대한 관심을 파악해볼 수 있다. 한국 증시에 상장된 인도 ETF의 순자산 총액은 6000억원을 돌파했다. 2023년 4월에 운용을 시작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상품은 1년도 되지 않아 규모가 2000억원을 넘겼다. 일본·인도가 좋다는 이야기가 널리 알려지기 전부터 국내 투자자들이 선제적으로 두 나라의 주식 시장에 진입했다는 의미다. 일본과 인도 얼마나 올랐나 두 나라의 주가 상승률에 대해 알아볼 때 반드시 염두에 둘 점이 있다. 미디어에서 주로 사용하는 수익률은 일본과 인도의 현지 통화인 엔과 루피 기준이다. 우리에게 실제로 중요한 것은 원화로 환산한 수치다. 원달러와 엔달러, 루피달러 환율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터키 주식 시장(MSCI 기준)이 환율 효과도 원화 수익률을 악화시킨 대표적인 경우다. 리라로는 2014~2023년에 연평균 23% 상승했지만, 원으로 바꾸면 -3%로 변한다. 같은 기간 리라의 가치가 90% 이상 절하됐기 때문이다. 현지 통화로 돈을 벌어도 원화로는 손실이 날 수 있다는 사실은 꼭 유념해야 한다 세계 증시는 코로나 위기를 거치면서 변동성이 커졌다. 2020년의 회복에 이은 2021년의 강세, 2022년의 부진을 거쳐 2023년부터 재차 반등하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강세장과 약세장을 모두 겪었다. 같은 기간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완화 이후 긴축이라는 통화 정책의 한 사이클을 마무리했다. 2020년부터 현재까지의 지역별 주가 수익률을 비교할 가치가 있는 이유다. 2020년부터 세계 주식 시장은 달러 기준으로 39%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10%,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은 62% 상승했다. 중국의 CSI 300은 15% 하락해 가장 부진했다. 일본과 인도는 모두 상승했는데, 전체 시장 대비 우월한 수익률을 기록한 국가는 인도였다. 일본은 24% 오르는데 그친 반면, 인도는 51% 급등했다. 우리 증시가 주요 지역 중 중국 다음으로 부진했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두 나라 모두 양호한 성과를 냈다.전대미문의 전염병 위기를 겪었던 2020년에는 39% 올랐던 코스피가 가장 강건한 시장이었다. 중국이 36%로 2번째로 셌다. 일본, 미국이 뒤를 이었고 인도가 마지막이었다. 유동성이 폭발적으로 늘었던 기간에는 변동성이 크고 경기에 민감한 지역의 상대수익률이 좋았다. 언택트(Untact·비대면)가 하나의 테마로 자리잡으면서 본격적인 상승기에 진입한 2021년에는 혁신을 위한 토양이 잘 갖춰져 있는 미국과 인도가 1·2위를 차지했다. 동북아 3국인 한국·중국·일본은 오히려 하락했는데, 다른 지역에 비해 경직된 사회 구조가 반영됐다고 생각한다. 연준의 긴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2년에는 시장이 하락했다. 인도의 내림폭이 가장 작았고, 한국이 최악의 성과를 기록했다. 주가 오름세가 재개된 2023년에는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는 플러스 수익률을 냈는데, 전체적으로 성과는 유사했다. 2021년부터 미국과 인도가 특히 우월한 상승률을 기록했다. 언택트에 이은 인공지능(AI) 기대감을 현실화 시킬 수 있는 국가로 자금이 몰렸다고 이해할 수 있다.일본은 2023년 이후 수익률이 양호하다. 일본은 주요 국가들이 돈줄을 죄는 상황에서 완화적인 정책을 썼다. 또 2012년 말에 아베가 집권한 이후 추진된 아베노믹스의 주식 시장 가치 증대 방안이 긍정적인 기여를 했다. AI와 관련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업종에서 최고 수준의 기업이 일본 증시에 다수 포진하고 있는 것도 주가가 올라가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인도 증시 강세 요인필자는 9년 가까이 유럽계 증권사에서 한국과 일본의 기업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로 일했다. 인도의 명문대학을 나온 애널리스트 동료가 있었다. 관련도가 높은 업종을 담당했기에 같이 이야기할 일이 많았다. 고정 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참신한 생각을 들으면서 놀랐던 일이 왕왕 있었다. 인도의 교육이 창의적인 사고를 고양하는 측면이 많다고 생각했다. ‘더이코노믹타임스’는 10억 달러 이상의 기업에서 최고경영자로 일하고 있는 21명의 자국인을 조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어도비, IBM, 마이크론, 스타벅스, 허니웰 등 굴지의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샤넬, 노바티스 같은 유럽 회사도 포함돼 있다.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인구 대국이 된 인도는 출산율도 높다. 2020년 기준으로 가임 여성 1명당 2명이 넘는다. 중위 연령이 28세에 불과한 젊음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으면서 늘어나기까지 하는 인도의 인구 구조는 경제와 주식 시장에 이점을 제공한다. 경제활동참가율까지 낮기 때문에 향후 10년 동안 9700만명이 새롭게 노동 인구로 편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학적 이점은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고 내수 및 기업 투자를 촉진한다. 인도 증시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들은 인구 구조의 장점을 가장 중시하기도 한다.모디가 총리로 취임한 이후 정부 개입을 줄이고 시장 경제를 지지하는 정책을 추진한 것도 인도 증시의 강세에 기여했다. 인도 정부는 사업 편의성 향상, 외국인 투자 유치, 자본 시장 발전 촉진을 목표로 다양한 구조 개혁에 나섰다. 상품서비스세(GST), 지급불능 및 파산법(IBC), 외국인직접투자(FDI) 규제 완화 등의 조치가 투자자 신뢰를 강화해 주식시장 오름세에 도움이 됐다. 상품서비스세 개혁은 역사상 가장 큰 조세 개혁으로 평가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된 2016년 8월 3일에 인도 재무부 장관은 GST법 시행으로 1~2%포인트(p)의 추가적인 경제 성장이 기대된다고 발표했다. 활발한 스타트업 생태계와 증가하는 IT 업종 비중을 특징으로 하는 인도의 기업 부문은 증시 강세의 또 다른 원동력이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및 핀테크 등의 디지털 서비스 확산으로 인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IT 관련 혁신 기업은 완연한 성장세를 보였다. 빠르게 확장되는 인도의 디지털 경제와 함께 가려는 국내외 투자자가 증시에 유입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이에 부응해 금융 제도 개선 및 교육에 중점을 두고 투자자 기반을 확장하고 주식 시장 참여를 늘렸다. 디지털 결제 촉진 등은 증시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해 더 많은 개인 투자자가 펀드, ETF 및 개별 주식을 매수해 증시에 진입할 수 있도록 장려했다. 주식 시장의 강세를 유도했던 다양한 정책은 인도 기업의 실적에 우호적인 영향을 미쳤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인도 기업의 주당순이익은 연평균 15% 증가했다. 이는 S&P 500의 1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와 중국은 각각 3%, 5% 감소했고, 일본은 9% 늘었다. 세계 증시의 연평균 주당순이익 증가율은 13%였다. 같은 기간 시장 대비 우수한 이익 성장률을 보여준 국가가 미국과 인도였던 셈이다. 일본 증시 상승 이유2023년 이후 나타난 일본 주식 시장의 강세를 정책 효과로만 설명하고, 이것이 최근의 일이라는 주장은 오해에 가깝다. 2012년 12월에 집권한 아베 총리는 대담한 통화정책, 기동적 재정정책 그리고 거시적 구조개혁이라는 세 개의 축으로 구성된 아베노믹스를 밀어붙였다. 거시적 구조개혁에 주주권 강화를 통한 증시 리레이팅이라는 목표가 포함됐다. 엔화 가치가 절반으로 떨어지는 것을 용인한 제로 금리와 확장적 재정 정책이 10년 동안 추구한 주주 가치 제고 노력과 맞물리면서 주가가 올랐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일본 정부는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주식 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왔다. 기업지배구조 개혁, 규제완화, 외국인 투자 유치 노력 등은 시장 투명성, 효율성 및 증시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경기 회복과 인플레이션 탈피를 위한 일본은행의 완화적 통화 정책과 ETF 매입은 시장 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일본의 산업 구조는 한국과 공통점이 많다. 세계에서 이 두 나라를 제외하면, 중후장대부터 첨단제조까지 모두 가능한 나라가 없다. 미국은 중후장대가, 중국은 첨단이 약하다. 자동차, 반도체 및 이차전지를 모두 생산할 수 있는 나라도 현재로서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여기에 일본은 준기축통화국으로 안정성이 높기 때문에 주식 시장의 기반이 더욱 견고하다. 국내외 투자자들 입장에서 동북아 증시 중 유일하게 선진국으로 편입돼 있다는 점도 편안함을 준다. 일본의 상품 및 서비스 수지는 2022년부터 적자로 전환됐다. 수출 증가율은 제한적인 반면 높아진 에너지 가격으로 수입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정부 부채도 막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금융 시장은 평온하다. 외생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일본의 경제 시스템을 뒷받침하는 것은 막대한 소득수지 흑자다. 잘 나갈 때 해외의 우량 자산을 지속적으로 매입해 둔 덕분이다. 일본의 순대외투자자산은 5000조원에 육박한다.일본 증시는 2011년의 동일본 대지진 등의 자연재해, 잃어버린 30년으로 대표되는 경기 침체와 같은 도전에 직면해 회복력과 적응성을 보여줬다. 느리지만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제도와 인프라는 시장 효율성·투명성 및 신뢰를 향상시켜왔다. 포트폴리오의 장기적인 가치와 낮은 변동성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의 일본 증시에 대한 관심이 확대된 이유다. 미-중 무역분쟁 수혜는 공통점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일본과 인도의 주식 시장이 중국의 대안으로 간주됐다. 인도는 국경 분쟁 등의 역사적 긴장으로 중국과 항상 불편한 관계였지만, 미국의 요구를 무비판적으로 따르지도 않았다. 전쟁에 대한 제재로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로의 원유 수출이 어려워졌을 때 러시아의 숨통을 틔워준 나라가 인도다. 2023년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규모는 하루에 190만 배럴로 중국의 230만 배럴에 육박했다.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과 지정학적 긴장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시장 변동성을 초래해 세계 증시에 대한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쳤다. 내수 비중이 높긴 하지만, 일본과 인도 모두 무역의 변화와 공급망 문제에 따른 물가 상승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미-중 갈등으로 인해 기업들이 중국에서 벗어나 제조 기지를 다각화하려고 하고 있어 공급망 변화가 촉발됐다. 이러한 추세는 일본과 인도에 기회로 작용했다. 미국이 중국의 AI 관련 반도체 개발을 막기 위해 규제에 나서면서, 중국은 구형 반도체에서 먼저 독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의하면 일본이 그 수혜를 보고 있으며 전력 반도체 등의 수요가 특히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쿄 일렉트론은 중국이 필요한 반도체의 20% 정도만 자급자족하기 때문에 중국의 관련 장비 투자는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 반도체 장비 회사의 매출에서 중국의 비중은 절반을 넘어섰다. 1년 사이에 두 배 가까이 뛴 셈이다.인도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에 따른 생산 기지 다변화 관점에서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애플의 위탁 생산 업체인 홍하이과기집단(FOXCONN)은 인도 내 아이폰 공장 인력을 1만7000만 명에서 7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에서 고용 인원이 20만 명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3분의 1이 넘는 수치다. 인도 정부는 중국에서 인도로 넘어오는 생산 기업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세금을 깎아주기로 하며, 미-중 갈등을 이용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제3세계를 이끄는 역할을 원하는 인도의 외교 정책을 고려하면 이른 미래에 미국과의 급격한 관계 개선을 추구할 가능성은 낮다. 인도는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채)에는 참여하고 있지만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은 체결하지 않고 있다. 한국, 아세안 7개국, 일본 및 호주와는 FTA를 체결하고 있다는 사실과 대비된다. 중국을 군사적으로 견제하기 위해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던 러시아에 대해서도 우호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인도가 제조업 성장에 따른 도시화율 상승을 목표로 한다면 생산 기지로의 역할이 확대될 확률은 있다. 다양한 지역의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을 낮추는 일이다. 지역 배분을 통해 각국의 고유한 정치·경제 및 통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지리적 분산 투자 관점에서 일본과 인도에 적절한 비중을 가져가는 것은 충분히 권할만하다.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기준으로 전체 주식 시장에서 일본과 인도는 각각 약 5.6%와 1.8%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 외 미국 63%, 중국 2.6%, 한국 1.3% 수준이다.미국에 비해 정보의 비대칭성이 큰 일본이나 인도의 개별 주식에 직접 투자하기 보다는 ETF를 편입해서 전체 증시에 대한 노출을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인도 주식 투자 전략과 주의사항전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 이상으로 업종과 종목까지 확장해 적극적으로 일본이나 인도 주식을 사려는 투자자라면, 현지 통화 가치 변화까지 감안한 원화 기준 수익률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데이터가 확인되는 1979년 이후 인도의 센섹스(SENSEX)는 600배나 올랐다. 연평균 15%의 수익률로 S&P 500의 9%, 나스닥의 11%에 비해 월등히 높다. 그런데 달러로 보면 다르다. 58배 상승했고, 연평균 9% 오르는 데 그쳤다. 신흥국 증시의 변동성이 선진국에 비해 더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S&P 500 수준의 성과로는 인도 증시를 구조적인 관점에서 비중을 늘리기엔 충분하지 않다. 달러당 루피 환율이 같은 기간 8에서 83까지 절하됐기 때문이다. 리먼 브라더스 파산 전에는 엔과 일본 증시의 상관 관계가 명확하지 않았다.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통화 가치가 절상되던 기간에는 오히려 니케이 지수가 폭등하며 세계 최대의 주식 시장으로 등극하기도 했다.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아베노믹스를 거치면서 엔화 가치와 일본 증시가 반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2010년 이후 니케이는 엔화 기준으로 260% 올랐다. 달러로는 120%에 불과하다. 2023~2024년 달러 수익률은 엔 대비 -19%p다일반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이 늘고 통화 가치가 세지면 주식 수익률이 빠르게 개선된다. 2008년 전까지 엔과 유로가 안전 통화로 간주되고, 유럽과 일본 증시가 미국 대비 성과가 좋았던 이유다. 엔과 마르크와는 다르게, 위안과 루피는 미국과의 경제 규모 격차 추이와 무관하게 움직였다. 구조적 상품 수지 적자에 시달리는 인도의 통화 가치 하락은 자연스럽다. 코로나 여파로 유가가 크게 하락했던 2020년에도 인도의 상품 수지는 954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2020년을 제외하면 경상 수지도 매년 적자였다. 수출 주도인 중국은 다르다. 과거 10년 동안 매년 경상 수지 흑자를 냈다. 서비스 수지는 적자지만, 상품 수지 흑자가 막대하다. 외환보유고까지 감안하면,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인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약하게 유지한다는 미국의 의심을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GDP와 국방비 비중 기준으로 미국과의 격차가 다시 벌어지기 시작한 중국이 그나마 받아들일 수 있는 미국의 요구는 금융 개방이다. 금융 시장을 열면 플라자 합의 이후에 엔이 강세를 보이면서 외국인이 몰려든 일본의 모습을 중국에서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도 증시 투자를 고려한다면 지속적으로 절하되는 루피 가치뿐만 아니라 직접 투자를 어렵게 만드는 제약도 고려해야 한다. 수수료가 비싼 펀드나 미국에 상장된 ETF 또는 주식예탁증서(DR)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투자자들이 직접 투자를 원함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직접 투자는 중국보다도 어렵다. 외국인은 FPI(Foreign Portfolio Investment)를 취득해야 하며, 3년마다 등록비를 납부해 자격을 유지해야 한다. FPI는 우선 인도 증권거래위원회(Securities and Ex-change Board of India·SEBI)에 10종류 내외의 서류를 내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후 영구 계좌 번호(Permanent Account Number·PAN)를 발급받은 뒤, 현지 세무 대리인을 지정해 등록해야 얻을 수 있다. 이 과정을 거치겠다고 굳은 다짐을 해도, 저효율로 악명 높은 인도의 공공 서비스라는 또 다른 난관을 이겨내야 한다. 개별 주식 투자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인도에는 지역 배분 차원에서 수동적(Passive)으로 투자하는 것이 적절하다. 인도 경제 및 기업에 대해 시간을 들여 연구해 돈을 벌겠다는 것은 노력 대비 효과가 낮다. 한상희 연구원은_한화투자증권 글로벌리서치팀 팀장이다.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를 졸업했다. 2004년 동원증권에 입사해 구조화채권 팀에서 일을 시작했다. 2007년 CFA 자격을 취득하며 애널리스트가 됐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도이치뱅크에서 헬스케어, 아시아 산업재 및 유틸리티 등을 담당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해외주식에 눈을 떠 한화투자증권까지 이어졌다. STEPS(한화투자증권), KBS, 연합뉴스경제TV, 삼프로TV 등을 통해 다양한 투자자에게 투자 원칙을 알리고 있다.

2024.04.1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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