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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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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서 담긴 신토불이, ‘역대 최대 매출’ 찍은 ‘육개장사발면’ [1000억 식품의 비밀]

산업 일반

40년간 막힘없이 사랑받은 ‘전통의 맛’. 농심 ‘육개장사발면’은 지난 1982년 출시된 이후 2011년 컵라면 시장 1위에 오른 이래로 12년째 그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절대강자다. 지난해 1200억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을 세웠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19% 증가한 수치다. 컵라면 단일제품 중 유일하게 연 매출 1000억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제품으로, 농심의 대표격인 신라면, 짜파게티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메가브랜드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의 ‘식문화’ 담긴 사발면 그릇, ‘한국의 햄버거’로 거듭나기까지 육개장사발면은 여러 방면에서 간편식 라면의 대명사로 불린다. 소비자들은 가끔 용기면을 두고 ‘컵라면’이 아닌 ‘사발면’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그 용어의 시작점이 바로 육개장사발면이다.용기면은 국내 1호 봉지라면을 만들었던 삼양식품에서 지난 1972년 국내 최초로 ‘컵라면’을 출시하며 그 역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용기 제조원가가 비싸 끓는 물로 3분만에 완성할 수 있다는 획기적 아이디어에도 불구하고 판매부진을 겪었다.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다음주자로 나선 것이 바로 농심(당시 롯데공업)의 ‘사발면’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1700달러에 근접한 1980년대 초, 농심은 한국에서도 용기면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으로 판단해 본격적으로 사발면 개발에 나섰다. 그 결과물로 1982년 내놓은 제품이 바로, 한국이 가장 좋아하는 소고기 육개장 맛을 기본으로 한 ‘육개장 사발면’이다.농심이 당시 ‘사발’이라는 이름을 고수한 배경에는 ‘한국의 정서’가 녹아있었다. 세계시장에서 통용되는 컵 형태가 아닌, 한국인에게 친숙한 사발 모양을 그대로 본떠 거부감을 없앴다. 음식을 손에 들고 먹는 서양식 문화보다 상 위에 올려놓고 먹을 수 있는 한국 문화에 주안점을 둔 것이다.그 덕분에 육개장 사발면은 지난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공식라면으로 지정되기에 이른다. 당시 미국 NBC 관계자는 육개장 사발면을 두고 ‘자국 햄버거에 견줄 제품’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전통 식문화를 살려, 국가를 대표해 우리나라를 소개하는 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육개장 작은사발’이 국룰”…‘도시락메이트’로 자리잡아 계속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육개장사발면의 매출액은 40년의 기나긴 세월에도 불구하고, 육개장사발면의 인기가 오히려 날로 더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재미있는 사실은, 육개장사발면의 인기가 최근까지도 지속적으로 상승한 데에는 거리두기 완화를 비롯한 야외활동 인구 증가의 영향이 있었다는 점이다. 농심이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와 함께 SNS 이미지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야외활동을 배경으로 한 사진의 비중이 가장 높은 라면은 바로 육개장사발면이었다. 이는 육개장사발면이 그저 편의점 안에서 후루룩 끓여먹는 라면이 아니라 어디든 함께 가져갈 수 있는 ‘나들이’ 용품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의미다. ‘예비신랑 도시락’을 컨셉으로 채널을 운영하는 한 유튜버는 메뉴의 일부로 ‘육개장 큰사발면’을 선택해 영상을 업로드한 뒤, “큰사발면이 아니라 작은 게 도시락 국룰”이라는 애정 어린 뭇매까지 맞았다. 소비자 사이에서 ‘육개장 사발면’이 도시락 공식과도 같이 통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농심 관계자는 “육개장사발면 특유의 ‘장터국밥’ 맛과 한국 고유의 식문화가 소비자에게 편리함 이상의 매력으로 다가간 것 같다”며 “그래서인지 코로나19 여파로 용기면의 기세가 꺾이고, 봉지라면이 우세하던 시절에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인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2023.03.22 07:00

3분 소요
NH농협카드, 농협식자재몰과 제휴한 ‘SOHO싱싱이음카드’ 출시

카드

NH농협카드가 지난 8일 농협경제지주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식자재몰 ‘싱싱이음’과 제휴해 개인사업자 전용 ‘SOHO(소호)싱싱이음카드’를 출시했다고 9일 밝혔다. ‘싱싱이음’은 농협공판장 신선농산물 식자재몰로, 외식업소․마트 등 구매자가 스마트폰으로 주문한 농산물을 직접 배송해주는 식자재 유통사업을 한다. ‘SOHO싱싱이음카드’는 개인사업자 고객에게 온·오프라인 식자재 매장 할인 혜택 및 세무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요 혜택으로는 ▶싱싱이음·농협판매장(하나로클럽, 하나로마트, 신토불이매장 등) 최대 3% 청구할인 ▶주유업종(농협주유소, GS칼텍스) 2% 청구할인 ▶이용 감사 보너스로 연간 1000만원 이용 시 1만 NH포인트(연 1회)를 제공한다. 또 개인사업자 고객의 업무 편의를 위해 ▶부가세환급 업무지원 서비스 ▶의제매입세액공제 업무지원 서비스(농협 하나로마트·클럽, 신토불이 매장 이용 시 구매금액을 과세·면세 유형별로 분류) ▶세무주치의 서비스(전월실적 10만원 이상 시 무료 상담)를 제공한다. 카드 연회비는 국내전용 8000원, 국내외겸용(마스터카드) 1만원으로 카드발급 및 전월실적에 따른 월 할인한도 등 기타 자세한 내용은 NH농협카드 홈페이지·앱과 전국 NH농협 영업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NH농협카드 및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물가상승으로 인한 개인사업자의 식자재 구매 부담을 덜어드리고 유통업계 활성화를 위해 이번 상품을 출시했다”며 “앞으로도 범(凡)농협 시너지를 통해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농산물 판로확대 및 농업인 수취가격 지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형준 기자 yoonbro@edaily.co.kr

2022.11.09 15:24

1분 소요
MZ세대 ‘할매입맛’ 저격…콩·마늘 활용한 ‘신토불이’ 먹거리 ‘불티’

산업 일반

한국의 전통 식재료를 활용한 먹거리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 사이에서 신토불이, 한식 먹거리가 새로운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전통 식재료 활용은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뉴트로’ 트렌드와 맞닿아 있어 젊은 세대에게 재밌게 받아들여질 뿐만 아니라 지역 상생까지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 쌀, 콩, 약과 등 ‘할매입맛’ 저격하는 전통 식재료 제품 ‘속속’ 업계에 따르면 최근 쌀, 콩 등 곡물부터 식혜, 약과 등 전통 식재료 제품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글로벌 티 음료 전문 브랜드 공차코리아는 최근 프리미엄 쌀 품종 브랜드 ‘조선향米’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조선향미 신메뉴를 출시했다. ‘프리미엄 쌀과 만난 특별한 밀크티’를 컨셉으로, ‘조선향米 누룽지 밀크티’, ‘조선향米 쌀 밀크티+펄’, ‘조선향米 달콤 구수 스무디’ 3종이다. 쌀을 이용한 소주도 주류 시장에 새롭게 등장해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가수 박재범이 대표로 있는 원스피리츠는 강원도 원주의 청정쌀 ‘토토미’를 사용해 첨가물 없이 감압증류 방식으로 제조한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 ‘원소주’를 선보였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전통주를 출시해 7개월 만에 172만병 이상을 판매했다. ━ 로컬 식재료 활용한 신메뉴…착한 먹거리 찾는 MZ세대 지역과의 협약으로 로컬 식재료를 활용해 지역 상생을 도모하는 ‘착한 먹거리’도 눈에 띈다. 맥도날드는 농산물 소비 진작 및 지역 경제 활성화를 취지로 ‘테이스트 오브 코리아(한국의 맛)’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해당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경남 창녕군과 협약을 맺고 특산물인 마늘을 넣은 ‘창녕 갈릭 버거’, 전남 보성군의 녹차 농가, 충청 지역의 양돈 농가와 협약을 맺고 ‘보성 녹돈 버거’를 출시했다. 특히 ‘창녕 갈릭 버거’는 출시 한 달 만에 약 158만개 이상 판매되며, 42톤에 달하는 창녕 마늘을 활용하는 등 지역 농산물 소비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외에 파리바게뜨는 제주 우도 땅콩을 활용한 ‘제주 마음샌드’를 제주 지역 한정으로 판매하고 있고, 가평 잣을 활용한 ‘가평 맛남샌드’를 가평휴게소 매장에서 판매하는 등 지역 특산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관광 마케팅을 통한 지역 관광 활성화에도 힘쓰고 있다. 유기농 하동 호지를 주원료로 사용한 공차코리아의 ‘하동 호지 밀크티’ 역시 시즌 메뉴로 출시된 후, 큰 인기를 얻으면서 정규 메뉴로 재출시되기도 했다. 식음료업계 관계자는 “건강한 식재료에 대한 관심, 옛것을 색다르게 즐겨보자는 뉴트로, 건강한 소비를 선호하는 가치소비가 주목되면서 전통 재료를 중심으로 한 먹거리가 젊은 소비자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며 “젊은 세대들의 입맛 트렌드는 물론, 특산물 활성화 등 지역 상생을 위한 먹거리가 식음료를 넘어 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2022.09.24 10:00

2분 소요
[상호금융여수신 1조원 돌파한 유남영 정읍농협 조합장] 하나로마트 1호점의 기적

산업 일반

농민-소비자 연결 본연의 기능에 충실...온라인 시대에 맞는 새로운 유통망 구상 중 “신토불이가 캐치프레이즈이지만 사실 하나로마트(정읍농협)의 성공 출발점은 월마트입니다.” 유남영(63) 정읍농협 조합장은 뜻밖의 일화부터 들려줬다. 1996년 2월 부도 위기의 부실 농협 수장을 맡은 유 조합장은 일단 자신의 월급과 승용차를 반납했다. 열악한 조합 재정을 되살릴 방안을 수 개월 고민했다. 그는 조합의 자산 건전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공격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결론은 자체 마트 운영이었다. “서울 출장 중 우연히 들른 월마트에서 전기에 감전된 듯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당시(1997년)만 해도 창동 이마트점을 빼곤 변변한 대형마트가 없었습니다. 월마트 직원들 눈치를 보며 판매상품이나 진열방식 등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1999년 8월 첫 문을 연 정읍 하나로마트는 개장 후 1년 만에 5억원의 흑자를 냈다. 매출은 개장 첫 해 254억원을 올린 후 올해까지 평균 400억원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개장 당시 15만 명이 넘던 정읍 인구가 11만 명대로지 감소한 상황에서도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09년 12월 인근에 들어선 대기업의 대형마트가 한 해 수억원의 적자를 내는 것과는 딴판이다.박현수(64) 전북과학대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조합원인 농민이 생산한 농축산물을 소비자에게 값싸게 공급하도록 돕는 농협 본연의 기능 속에서 탈출구를 찾고자 한 게 맞아떨어졌다고 평가한다. 박 교수는 “정읍 하나로마트는 농협 ‘하나로마트’ 간판을 단 전국 1호점이자 5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올린 첫 성공 사례”라고 덧붙였다.하나로마트 개장은 지역민들의 라이프스타일도 바꿔놓았다. 전통시장이나 장터 밖에 몰랐던 시민들이 쇼핑을 하게 된 것이다. 유 조합장은 “검은 비닐 봉지에 물건을 담아 장을 보던 시민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가족들과 오손도손 물건의 사는 일이 일상이 됐다”라며 “추석이나 설을 앞두고 고향을 찾은 손주들과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명절의 추억의 쌓는 장소로 바뀌었다”고 덧붙였다.하나로마트의 성공으로 정읍농협 자체의 경쟁력도 단박에 올라갔다. 농민과 조합원이 주인이 된 마트 운영을 통해 지역민의 신뢰가 높아지면서 여수신 규모가 비약적으로 늘었다. 유 조합장 취임 당시 1200억원에 불과했던 정읍농협의 상호금융여수신이 올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지역농협 관계자들은 도농복합형 중소도시 농협에서 1조원대의 여수신을 올린 것을 기적으로 평가한다. 정읍농협 5선 조합장인 그는 농협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13년 국무총리표창, 2007년 석탑산업훈장을 받았다. 2016년부터 NH농협금융지주 비상임이사를 겸임하고 있다.유 조합장은 23년 전 조합원들과의 첫 만남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불도 제대로 켜지지 않은 강당에 모인 조합원들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지만, 원망의 눈빛은 없었습니다. 어떻게든 그들의 피땀이 담긴 재산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숱한 고비가 있었지만 조합원들의 예금인출 등 불상사가 한 건도 없었습니다. 조합원들이 믿음이 정읍농협을 초우량 지역농협으로으로 탈바꿈시킨 것입니다.”유 조합장은 매출 400억원대에서 정체되고 있는 하나로마트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 그는 “소비자들이 물건을 구입하는 곳이 대형마트에서 온라인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개인 간 거래(P2P) 방식을 이용, 농촌 생산자와 아파트단지, 맘카페를 연결하는 유기농 온라인장터 신설 등 새로운 유통망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2018.11.10 17:31

3분 소요
명품 와인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산지 탐방

전문가 칼럼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는 매년 생산되지도 않고, 오래 기다렸다 마셔야 하며, 병당 수십 만원을 호가한다. 그럼에도 그 진면목을 경험한 와인애호가들은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를 향해 길을 떠났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에 위치한 몬탈치노(Montalcino)는 아름다운 풍경, 맛있는 전통 음식과 훌륭한 와인이 생산되는 흥미로운 언덕 마을이다. 로마에서 북쪽으로 2시간을 달리면, 해발 고도 500m에 위치한 몬탈치노가 나온다. 시원스레 뻗은 사이프러스 나무 길, 굽이치는 수많은 언덕과 패치워크 같은 포도원이 눈에 들어온다. 몬탈치노의 새벽, 검푸른 하늘에선 별이 쏟아지고, 숨쉬는 공기는 달콤하다. 언덕을 뒤덮는 짙은 안개는 하루에도 여러 번 밀물과 썰물처럼 일렁인다. 이 안개 사이로 보이는 몬탈치노의 일출과 일몰은 인간이 볼 수 있는 모든 빛으로 물들어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아름답다.이른 아침 산책길엔 멋진 가죽 자켓을 입고 출근 하는 와인생산자와 새벽 안개가 걷히는 장관을 보며 커피를 마시는 여행자의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제우스의 피’라 불리는 산지오베제(Sangiovese)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레드 품종이다. 이 품종은 이탈리아 전역에서 자라며, 다양한 토양과 미세 기후에 맞춰 진화한 결과 수많은 변종을 만들었다. 몬탈치노에서는 산지오베제 그로쏘(Sangiovese Grosso)가 자라며, 유난히 포도 알이 크고 갈색을 띠어 이곳 사람들은 브루넬로(Brunello)라 부른다. 바로 이 브루넬로 100%로 만든 와인을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라 한다. ━ 브루넬로 100%로 만든 최상급 명품 브루넬로는 부르고뉴 피노누아 만큼 재배가 까다롭다. 하지만, 자신이 자란 환경을 고스란히 반영하며 훌륭한 향과 맛을 낸다. 이런 최상의 모습을 얻기 위해 와인생산자들은 너무 춥지도 또 너무 덥지도 않아 브루넬노가 완벽하게 익은 해에만 와인을 만든다. 실제로 브루넬노 디 몬탈치노는 지난 20년 간 단 8개의 빈티지만 생산됐다. 몬탈치노의 와인생산자들은 농사가 잘 된 해의 브루넬로를 ‘몬탈치노의 프리마 돈나’에, 그 반대일 때는 ‘이상한 야수’에 비유했다.브루넬로는 와인 양조, 특히 숙성 과정에 많은 공을 들인다. 일반적인 레드 와인은 18~24개월간 오크 통에서 숙성된 뒤 출시된다.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는 규정 상 최소 2년 오크 통에서 숙성된 뒤, 병입 후 최소 4개월 숙성을 거친 뒤 출시된다. 따라서, 대부분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는 수확 년도에서 최소 5년째 되는 해 1월부터 와인 시장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즉, 2016년에 양조된 와인이라면, 2021년 1월부터 구입이 가능하다. 이렇게 긴 숙성을 하면, 브루넬로가 지닌 강한 떫은 맛과 산미가 부드러워져서 브루넬로의 참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게 된다. 대부분의 와인생산자들은 와인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법적으로 정한 기간보다 훨씬 긴 4년 동안 와인을 오크 통에서 숙성한다.출시 직후 바로 마시는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는 체리와 딸기, 말린 꽃잎으로 만든 포푸리 향이 가득하며, 산미와 떫은 맛이 상당히 느껴진다. 이 산미와 떫은 맛은 와인이 수십 년 이상 발전할 수 있는 장기 숙성 잠재력의 밑바탕이 된다. 대부분의 와인애호가들은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를 수확 년도에서 10년 이상 보관했다가 마신다. 오랜 숙성을 거친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는 말린 무화과와 체리, 헤이즐넛 등의 향을 낸다. 입에서는 다크초콜릿을 녹이는 듯 부드러워진 떫은 맛과 둥글려진 산미를 느낄 수 있다. 한 잔을 비울 때마다 길게 이어지는 여운까지 와인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 브루넬로를 세상에 알린 카스텔로 반피 몬탈치노 도심에서 서쪽으로 향하면, 탁 트인 시야를 자랑하는 카스텔로 반피(Castello Banfi)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데님 자켓을 입고 아이패드를 손에 든 85세 존 마리아니(John Mariani)가 바쁜 걸음으로 다가왔다. 바로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를 전세계에 알린 주인공이다. 반피 와이너리는 몬탈치노에서 가장 큰 포도원이고, 와인 생산량도 최고다. 반피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는 전세계 85개국에 와인을 수출되고 있으며, 한국은 중국을 제치고 아시아 최대 시장이다.존 마리아니씨는 1978년부터 1983년까지 밀라노 대학과 함께 브루넬로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한 품종인 줄 알았던 브루넬로가 몬탈치노에서만 수백 종으로 구별되며, 이 중 12개 변종이 몬탈치노에서 최상의 결과를 낸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저명한 와인연구자들과 머리를 맞대어 와인 양조 기술과 오크 숙성법도 발전시켰다. 그 모든 연구 결과를 지역 와인생산자들과 공유하고 그들이 이를 적용하는 데 도움을 주어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양조장과 와인 저장고를 둘러봤다. 마리아니씨는 자랑스런 눈빛으로 사람 키보다 큰 한 오크 통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반피는 프랑스산 오크 통에서 2년 간 와인을 숙성 한 뒤 이 자이언트 보티(Giant Botti)로 옮겨 다시 2년을 숙성해요. 이 오크 통은 크기가 커서 와인과 접하는 면적이 적어 와인에 지나친 오크 풍미를 주지 않고, 브루넬로 본연의 모습을 담을 수 있게 하지요.” 반피 와이너리에서는 하루 두 번씩 양조장과 와인저장고를 물청소한다. 두통 유발 물질을 만드는 미생물의 성장을 막아주고 오크 통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와인 저장고의 습도를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 신토불이 남작의 와이너리, 콜도르치아 반피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인 라 타베르나(La Taverna)에 도착하자 존의 아내 파멜라 마리아니(Pamela Mariani)가 고운 미소를 띠며 맞이한다. 따뜻하고 명랑한 그녀는 소르본대학에서 존을 만났고, 곧 결혼 50주년을 축하할 예정이라고 했다. 셰프와 의견을 나누더니 곧바로 반피 와인과 어울리는 메뉴를 내놓았다. 새우, 시금치, 그리고 리코타 치즈를 넣은 라비올리는 고소하며 진한 풍미를 보여줬다. 제철을 맞아 향이 진한 포르치니 버섯(Porcini Mushroom)을 곁들인 비프 필레는 스파이시하며, 감칠맛과 개운한 산미를 지닌 포지오 알레 무라(Poggio Alle Mura) 2011년 산과 훌륭한 조화를 이뤘다. 함께 식사를 하며 존 마리아니에게 어떤 와인이 좋은 와인이라고 생각하는 지 물었다. “와인은 음식이에요. 전 식사 하는 동안 가장 빨리 줄어드는 와인이 최고라고 생각해요.”라고 답했다. 반피의 식탁에선 음식과 와인에 곁들인 올리브 오일과 12년 숙성된 발사믹 식초도 탁월한 맛과 향을 보여줬다. 모두 반피에서 직접 만든 것들이다.몬탈치노 남쪽으로 이동해 유네스코 유산으로 지정된 발 도르치아(Val d’Orcia)에 도착했다. 500살이 훌쩍 넘은 사이프러스 나무 길 사이로 들어가니 몬탈치노에서 3번째로 오래된 와이너리인 콜도르치아(Col d’Orcia)가 보인다. 흰 수염이 멋진 프란체스코 마로네 친자노(Francesco Marone Cinzano) 백작이 인사를 건넨다. 1975년 콜도르치아를 인수한 친자노 백작은 담배와 밀을 뽑고 토양에 더욱 적합한 포도를 심었다. 그의 이러한 결단은 ‘몬탈치노에 행한 가장 큰 업적’이라고 와인전문가들로부터 평가 받고 있다. 콜도르치아는 지금도 지역의 리더로서 꾸준한 품질 향상을 거듭하고 있으며, 유기농 인증을 받는 등 더 높은 품질 기준을 정립하고 있다. 몬탈치노의 270개 와이너리 중 유기농 인증을 받은 곳은 14개로 드문 편이다.콜도르치아의 전통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직접 재배한 식재료들을 가지고 만든다고 진자노 백작은 설명했다. 돼지 간과 다진 베이컨을 돼지 창자로 감싸 튀긴 짭짤한 돼지간 요리에 콜도르치아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Col d’Orcia Brunello di Montalcino) 1995년 산을 곁들였다. 20년 이상 숙성된 와인은 감초, 미네랄, 검붉은 과실, 무두질이 잘 된 가죽 등 복합적인 향에 아주 부드러운 맛을 냈다. 헤이즐넛과 피스타치오가 든 비스코티(Biscotti)엔 모스카델로 디 몬탈치노(Moscadello di Montalcino) 2012년 산을 곁들였다. 친자노 백작은 울림이 좋은 목소리로 “모스카델로로 만든 달콤한 와인은 과거 수도회에서 많이 사용했어요.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이 일어나면 군인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배급되기도 했었죠.”라고 말했다. 와인은 말린 망고와 살구 풍미가 가득하며, 단맛과 신맛의 조화가 탁월해 식후 한잔 즐기기에 좋았다.몬탈치노 도심에서 조금 벗어나면, 참나무에 둘러 쌓여 요새처럼 보이는 성, 카스텔로 로미토리오(Castello Romitorio)가 나온다. 이곳은 피렌체(Firenze)출신의 화가이자 조각가인 산드로 키아(Sandro Chia)가 1984년 인수한 와이너리다. 와이너리 측에 따르면, 산드로 키아는 ‘예술과 와인은 서로에게 가장 좋은 표현의 도구’이며, 예술과 와인 모두 ‘손으로 작업’한다는 공통점이 있어 와이너리를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카스텔로 로미토리오는 포도원, 시음 공간, 심지어 양조장과 와인저장고를 산드로 키아의 작품들로 멋지게 꾸몄다. 와인저장고에 들어서자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빨강, 초록, 파랑 물감으로 그린 수많은 얼굴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언뜻 보면 무심하게 그린 듯 하지만, 얼굴마다 표정이 다 다르다. ━ 예술로 승화한 카스텔로 로미토리오 카스텔로 로미토리오에서 생산되는 모든 와인은 산드로 키아가 그린 그림으로 레이블을 입힌다. 와인 병을 손에 쥐면, 마치 작품을 얻은 듯한 느낌이다. 이 와이너리의 최상급 와인 카스텔로 로미토리오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필로 디 세타(Castello Romitorio Brunello di Montalcino Filo di Seta) 2010년 산은 매혹적인 체리 향과 실크처럼 부드러운 타닌을 지닌 와인이다. ‘비단 실’이라는 의미의 와이너리 근처 개울가 포도원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 단일 포도원 와인으로 2010년 산은 단 3000병 생산됐다. 그 윗등급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리제르바 2010년은 탁월한 미네랄과 넘실대는 붉은 체리의 풍미가 좋다. 리제르바(Riserva)는 유난히 농사가 잘 된 해에만 생산되는 와인으로 더 긴 시간 숙성된다.팁 하나. 몬탈치노는 사냥 고기 요리가 발달했다. 오스테리아 디 포르타 알 카세로(Osteria di Porta al Cassero)는 그 중 멧돼지 요리 전문 레스토랑이다. 만나는 와인생산자들마다 이곳을 적극 추천할 정도로 명소다.- 글·사진 정수지 와인21닷컴 와인 전문 기자

2017.01.26 08:45

7분 소요
[농업·농촌 문제 해법 모색한 이상욱·오세조] “직거래 확대로 유통비용 줄여야”

산업 일반

농협, 농산물 유통 계열화 구조혁신 나서 … 사료용 쌀 재배로 수급 안정 이룬 일본 배울 만 장바구니 물가가 요동치고 있다. 가격이 오르지 않은 품목은 손에 꼽을 정도이고 배 이상 오른 품목도 수두룩하다. 가공식품 물가도 들썩이고 있어 설 명절을 앞둔 소비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계란 소비자가격이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전보다 50% 가까이 폭등하며 연일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급기야 정부는 미국산 계란에 대해 무관세 수입을 허용하는 등 본격적인 시장 개입에 나섰다. 그러나 농민들은 소비자가격이 폭등했지만 정작 남는 건 없다고 푸념한다. 소비자들은 중간 유통업자만 폭리를 취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농축산업과 관련된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다. 난마처럼 얽히고설킨 농업·농촌 문제를 풀 방법은 없을까.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여러 사람의 의견과 제안을 경청하고 공감해가는 과정에서 신뢰가 생기고 해법이 보이지 않을까. 이상욱 전 농협중앙회 경제대표와 오세조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가 란 제목의 대담집을 펴낸 배경이다. 유통 전문가인 두 사람이 농협의 사업과 과제를 중심으로 농업·농촌 문제의 해법을 모색했다.오세조(이하 오): 흔히 농산물은 유통마진이 너무 높아 소비자 지불 가격과 농가 수취 가격의 차액이 크게 발생한다고 합니다. 농산물의 특성상 100% 완벽하게 개선할 수는 없겠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개선 방안이 있을까요.이상욱(이하 이):) 농산물 유통마진은 소비자 지불 가격과 농가 수취 가격의 차액인데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통비용과 중간상 이윤으로 이뤄집니다. 농산물 유통마진은 대부분 수집·선별·포장·저장·운송 등에 소요되며, 공산품에 비해 월등히 높은 특성이 있습니다. 참고로 사과의 경우 한국은 43.2%, 미국은 69.6%, 돼지고기는 한국 44.2%, 미국 69.7%입니다. 농협은 농산물 유통마진 축소를 위해 유통비용 효율화, 중간상 이윤 견제 등 유통구조 개선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생산 조직 육성과 이를 통한 자율적 수급 대책 추진을 위해 농가 조직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농산물을 수집·선별·상품화한 후 농협 계통 조직을 통해 판매를 추진하는 유통 계열화를 중점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편 유통비용 절감을 위해 직거래 확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요즘 뜨고 있는 로컬푸드 직매장과 농산물꾸러미사업, 농산물 직거래장터, 신토불이 창구 등 다양한 형태의 직거래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좋은 사례입니다.오: 농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농협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이: 크게 두 가지로 설명드릴 수 있습니다. 권역별 물류센터 건립과 농산물 직거래 채널 확대입니다. 권역별 물류센터 건립은 유통단계 축소와 물류 효율화를 위한 계획입니다. 외부기관 연구 결과 물류센터 경유 때 유통 단계가 평균 2단계 축소되고 물류비가 약 14.7%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농업인은 8.4% 더 받고 소비자는 6.2% 덜 내는 구조로 조사됐습니다. 도매시장 출하 농산물은 농업인이 농협(산지유통인)에 출하하고 도매법인, 중도매인, 하매인을 거쳐 판매장과 소비자로 이어지는 유통구조입니다. 이와 달리 물류센터를 통하면 농업인이 농협, 물류센터, 판매장, 소비자로 이어지는 구조가 되어 결국 유통단계가 축소되지요. 농협 중심의 유통 계열화는 농협의 유통 단계별(산지·도매·소매)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효율적인 사업 연계 체계를 구축해 농산물 판매 확대와 유통비용 절감에 기여하려고 추진하는 사업입니다.농산물 유통구조 못지 않게 식품 안전도 중요한 문제다. 가끔 농협 사업장에서도 식품 위생 관련 불미스러운 사고가 난다. 식품 안전 사고를 유형별로 보면 원산지 위반과 유통기한 경과 표시기준위반, 품질검사 부적합 등이 있다. 2012년부터 최근 5년간 농협의 식품 안전 관련 위반 건수는 193건으로 연평균 38건 발생했다. 오: 식품 안전 관리 강화 방안은 무엇입니까.이: 현재 농협은 유통 단계별로 사전 예방적 식품 안전 관리 체계를 운용 중입니다. 2015년 기준으로 살펴보니 산지 단계에서 출하 전 잔류 농약 검사를 6988건, 도매 단계에서 도매 물류센터 입고분 잔류 농약 검사 3440건, 유통 단계에서 판매장 현장 지도 점검 1554건을 실시했습니다. 생산자와 사업장 종사자 식품 안전 교육도 9100회나 했습니다. 이렇듯 많은 검사와 교육을 했지만 식품 안전 관련 위반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보니 안타깝습니다. 좀 더 철저한 교육과 지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오: 최근 가짜 유기농, 가짜 친환경 농산물 유통도 늘고 있습니다.이: 친환경 농산물(유기·무농약)은 국가 전체로 보면 2015년 말 기준 46만t입니다. 그중 농협이 29만6000t으로 64.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농산물의 인증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과 민간인증기관 68곳에서 실시합니다. 가짜 친환경 농산물 등 유통 단속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맡고 있습니다. 가짜 친환경 농산물 유통 방지 대책으로는 친환경 인증 농산물의 생산·유통 전 과정의 안전성 관리를 강화해야 합니다. 부적합 농산물은 폐기하고 해당 농협과 농업인에 대해서는 출하 정지를 해야 합니다. 또 물류센터에서부터 유통 전 과정에 이르기까지 일반 농산물과 친환경 농산물이 혼합되지 않도록 구분 관리 실시도 필요합니다.오: 쌀은 남아돌아서 난리입니다. 2016년산 쌀 역시 풍작으로 30만t 내외 과잉 공급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2016∼2025년 사이 연평균 약 23만t의 초과 공급이 전망되는데 농협에서는 쌀 수급을 위해 어떤 대안이 있는지요.이: 주식용 쌀 농가의 전작·작목 전환을 유도해야 합니다. 정부의 타작물 전환 사업에 참여하고 정부에 생산조정제 예산 반영을 건의할 계획입니다. 산지에서 출하까지 엄격한 품질 관리로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도 있습니다. 들녘별 계약재배 사업 확대로 고품질 쌀 생산 기반을 구축해야 합니다. 2015년에 일본농협을 방문했을 때 사료용 쌀 재배로 쌀 수급 안정을 도모하는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이에 농협에서도 지난해 사료용 쌀을 시범 재배하는 등 정부 사업에 적극 참여했습니다. 일본은 2008년부터 사료용 쌀을 재배하기 시작했는데 2016년 계획으로 24만ha에 생산량은 120만t입니다. 재무성에서 보조금 지급을 법제화하지는 않았지만 10ha당 57만∼134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고 일본농협에서는 법제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소·돼지·닭·오리 등에 탄수화물이 주원료인 사료용 쌀을 먹여보고 어떤 영향이 있는지 사전 분석해 놓았더군요. 이런 점은 우리가 배워야 합니다.오: 농협이 추진하고 있는 농산물 판로 확대 방안은 어떤 게 있습니까.이: 농산물을 가능한 많이 파는 게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우선 판매 채널을 다양화하기 위해 새로 만든 농협a마켓과 공영 홈쇼핑이 국내 농산물의 안정적 판로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로컬푸드 직매장을 확충해 중소농에게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하고 있고요. 대외 마케팅 부문은 대형마트, 식자재 업체를 대상으로 업태별 맞춤형 마케팅과 차별화된 상품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해외 수출 부문은 ‘NH Farm’을 중심으로 산지 지원부터 해외 마케팅까지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을 구축해 2020년까지 10억 달러어치 수출을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오: 농협의 농식품 수출 확대 계획은 무엇입니까?이: 해외 식품 박람회, 해외 프로모션 등을 통해 ‘NH FARM’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안전하고 우수한 국산 농식품 홍보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골드키위·애호박 등 신규 수출 품목 육성으로 제2의 파프리카를 발굴하고 미국·중국·일본 등 주력 시장 외 동남아·할랄 등 시장 다변화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농협은 2015년 3억8000만 달러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목표는 4억2000만 달러였습니다.이상욱 - 농산물 유통 현장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유통 전문가다. 농협중앙회 경제 대표이사 및 경제지주 대표이사, 농촌자원개발부장, 고양유통센터 사장, 강서·영등포 농산물공판장장 등을 지냈다. 현재 (사)국민농업포럼공동대표, (사)한국 인간개발연구원 이사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저서로 등이 있다.오세조 - 연세대 국제 캠퍼스 부총장을 역임하고 현재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소매 경영, 유통 관리, 프랜차이즈 관리와 마케팅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보이고 있다. 오세조 박사는 이론적인 연구뿐만 아니라 산학 협동을 통해 실무적인 상생협력 방안 연구와 다양한 산업의 유통 경로 연구를 진행했다. 현재 (사)한국 유통 물류 정책 학회장고 농업경제부문 농협운영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7.01.15 11:47

6분 소요
ISSUES 2015 | 기아를 막아주는 신토불이 나무

산업 일반

디바아비시 자부는 엔세트(바나나 비슷한 아프리카 작물) 잎사귀의 옅은 색 과육을 반죽한다. 그녀의 어머니가 그렇게 해왔고 손녀들도 그렇게 한다. 반죽이 끝나면 부패해 가는 잎사귀 속대 반죽을 365㎝ 길이의 잎 속에 향신료 및 발효제와 함께 넣고 묶는다. 그 상태로 몇 주 동안 발효시키기 위해서다. 충분히 발효가 되면 그 다발을 땅 속에 묻어 저장하거나 빻아 가루를 내서 빵이나 죽을 만들기도 한다.이곳 에티오피아 남부의 농지엔 엔세트가 무성하게 우거져 있다. 모르는 사람은 숲으로 착각할 정도다. 커피 나무, 사탕수수, 거대한 호박, 옥수수, 얌, 그리고 기타 작물들과 함께 자란다. 긴 수명을 가진 뿌리가 가뭄과 홍수 때 흙의 유실을 막아 토양이 침식되지 않도록 보호한다. 에티오피아인들은 그 다년생 식물(바나나 나무의 사촌격)을 수천 년 동안 재배하며 줄기·뿌리·잎을 식품·약·장식 등의 재료로 활용해 왔다. 엔세트는 수세기 동안 가뭄을 이겨냈다. 낙타가 혹에 물을 저장하듯이 구근 모양의 줄기에 물을 저장한다. 1640년 에티오피아를 찾은 한 포르투갈인 성직자는 엔세트를 가리켜 “기아를 막는 나무”로 불렀다. 기근 때 발효식품으로서의 회복 탄력성과 오랜 보존기간 때문이다. 다른 작물들은 버티지 못할 때도 엔세트는 곧잘 살아 남는다.나는 에티오피아 딜라 대학의 농생태학자 타데세 키피와 함께 그 발효 작물을 먹었다. 그것을 구워 코초(kocho)라는 단단하고 둥근 빵을 만든다. 맛 좋은 쇠고기와 함께 나왔다. 키피는 엔세트를 먹으며 자랐다. “모유를 뗀 뒤론 엔세트가 나의 첫 음식이었다”고 그가 돌이켰다. 그는 에티오피아의 많은 엔세트 애호가 중 한 명이다. 에티오피아의 농생태학자들 사이에서 엔세트가 일종의 부흥기를 맞고 있다. 그들이 그 발효제품의 영양성분을 조사했다. 그랬더니 일례로 엔세트 기반 식단을 따른 임신부들에게선 비타민 B12와 아연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 아연은 몇몇 임신 합병증(pregnancy complications) 예방 효과가 있다. 옥수수를 대신 주식으로 삼은 여성들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였다. 엔세트가 냉동하지 않고도 1년 이상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 식물의 잎사귀가 드리우는 그늘 속에서 커피 나무가 잘 자란다는 점을 그들은 강조한다. 자부 같은 자작농(subsistence farmers)들은 수 세대에 걸쳐 축적된 경험을 통해 엔세트를 각종 작물과 함께 재배하는 법을 터득했다. 이들 작물은 다양한 영양소를 제공하고 가끔씩 시장에 내다팔 수도 있다. 엔세트나 콩류를 혼작하면 토양이 더 비옥해진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무엇보다도 이 같은 작물 다양성은 기아의 위험을 줄인다. 한 작물이 실패해도 기댈 만한 또 다른 작물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실패는 거의 허용되지 않는다. 아프리카의 대다수 생계형 농민은 음식을 사 먹을 여유자금이 없기 때문이다. 경작에 실패할 경우 굶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엔세트 같은 억센 재래종 작물들(그리고 전반적으로 다양한 소규모 농지들)은 많은 이점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생계형 농민들을 빈곤에서 구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빈곤은 많은 문제를 조장한다. “자급자족할 경우에는 엔세트가 제격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론 사람들이 소득을 늘려가야 한다. 그들이 내다팔 수 있는 뭔가를 생산해야 한다는 의미다.” 워싱턴 DC 소재의 기아 및 빈곤 대책 전문 싱크탱크인 국제식품정책연구소의 폴 도로시가 말했다. “한 ㏊의 논에 목매어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삶은 미래가 없다.”더욱이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 소규모 농가에겐 험난한 앞날이 기다린다. 특히 열대 및 아열대 국가에서 가뭄과 홍수가 더 잦고 심해지리라고 기후학자들은 내다본다.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 농민 중 80%에는 나쁜 소식이다. 이들은 2㏊(야구 경기장 2개만한 규모)에 불과한 농지에 목을 맨다. 그리고 하루 2달러에 못 미치는 돈으로 살아간다. 기후변화와 인구 증가율이 이대로 계속 유지된다면 2050년에는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에서 3억5500만 명이 영양부족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1960년대 인도는 산업화를 통해 농업 생산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식량난에 대처했다. 정부와 농민은 다양한 소규모 농지에 매달리는 방식을 포기했다. 대신 한 가지 고수확 현금작물을 대규모로 재배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는 ‘녹색 혁명’으로 알려지게 됐다. 그뒤 관개·합성비료·농약 그리고 때로는 트랙터와 기타 농기계로 이들 단일재배를 유지해 나갔다.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대는 전반적으로 아직 이런 기술의 혜택을보지 못했다. 평균적인 아프리카 농민의 ㏊당 작물 생산량이 인도 농민의 절반, 중국 농민의 4분의 1 미만, 미국 농민의 5분의 1 미만에 그치는 까닭이다. 요즘 에티오피아 정부 그리고 그들과 제휴한 단체 및 정부들이 추진하는 주요 전략은 분명하다. 아프리카 농지의 생산성을 높여 기아의 위험에 처한 대중을 먹여 살리는 것이다.예컨대 2012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주요 8개국 식량안전보장 및 영양 신동맹(G-8 New Alliance for Food Security)’을 출범시켰다. 아프리카 정부들과 구미 기관들 그리고 지역 및 국제 농업회사들을 연결해준다. 대(對) 아프리카 투자를 장려해 고수확 대두·옥수수·병아리콩·바나나 커피 작물을 보급하려는 취지다. 신동맹 중 소자작농에 초점을 맞추는 사업부는 ‘미래 식량공급(Feed the Future)’ 프로그램으로 불린다. 지난 수년 동안 이 프로그램을 통해 1만5000명의 에티오피아 농민이 ‘소득창출’ 옥수수 품종으로 전환해 평균 수확량을 증대했다. 2013년 이들 농민이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World Food Programme)에 판매한 옥수수는 3만t을 웃돌았다. WFP는 각종 원조 프로그램을 통해 식량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그 곡물을 재분배한다.고수확 단일재배를 통해 생산성을 제고하는 고전적인 녹색혁명 전략이 최선의 식량 확보책 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키피 같은 농생태학자들은 곧바로 녹색혁명의 부작용을 지적한다. 예컨대 생물다양성의 상실, 토양침식, 농기계 작동에 필요한 화석연료 소비급증 등이다. 이는 오늘날 아프리카의 소규모 농가를 위협하는 기후변화를 가속화한다. 과거 다른 나라들에선 단일재배가 곧바로 갖가지 문제들을 낳았다. 예컨대 1970년대 미국에선 깨씨무늬병(southern leaf blight) 하나로 전국 상업용 옥수수 수확량이 절반으로 줄었다. 금액으로는 10억 달러에 육박했다(요즘 시세로는 60억 달러를 웃 돌았다). 상용 옥수수는 유전학적으로 상당히 균일한 탓에 그 질병에 치명적인 취약성을 드러 냈다. 깨씨무늬병에 내성을 지닌 아프리카 옥수수 품종이 발견된 뒤에야 그 재앙에서 벗어났다. 그것을 상용 작물과 함께 육종해 옥수수 작물의 유전적 다양성을 확대할 수 있었다.고수확 단일재배로의 전환이 모든 생계형 농민을 빈곤으로부터 구제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리고 옥수수 깨씨무늬병 같은 질병이 발생할 경우 여전히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그것을 이겨낼 경제적 자원이나 기댈 만한 예비 작물도 없다. 에티오피아 남부 엔세트 재배자들의 경우엔 그 전통 작물을 땅 속에 안전하게 저장할 여유가 없어지게 된다. 이런 이유로 생계형 농민 들에겐 전통적인 생활양식의 점진적인 개선이 더 도움이 될지 모른다고 키피를 비롯한 사람들은 주장한다. “사람들이 자립능력을 갖춰야 한다. 나라가 현대화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이익이 망각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라고 그가 말했다.다양성이 소규모 농가 생존의 열쇠를 쥐고 있다면 문제는 그들의 전통 생활양식에 어떻게 경제적 자생력을 부여하느냐 로 귀착된다. 토착 작물을 시장에 더 잘 통합시키는 것이 해법이라고 과학자들은 주장한다. 그런 식으로 식구를 먹여 살릴 뿐 아니라 이익을 남길 수 있다. 에티오피아의 또 다른 작물인 테프에도 그 접근법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테프는 신 맛의 얇은 빵인 인제라(injera)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전 세계 에티오피안 레스토랑에서 흔히 고기나 스튜를 얹어 차려내는 빵이다. 지금은 유럽으로 수출 되어 글루텐 프리 빵의 대안으로 판매된다. 엔세트의 판매가 늘어나려면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또 다른 연구분야는 어떻게 재래 작물의 수확량을 늘리고 끈질긴 생명력을 갖추도록 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진다. 2009년 에티오피아 과학자 게비사 에제타가 가뭄에 대한 회복탄력을 가진 사탕수수 교잡품종을 개발한 공로로 세계식량상(World Food Prize)을 수상했다. 그리고 현재 국제열대농업연구소 과학자들이 엔세트의 천연 품종과 유전자 변형 품종을 평가하고 있다. 세균성 시들음병(bacterial wilt)이라는 엔세트 및 바나나 마름병을 이겨낼 유전자 변형 품종이다. 국제열대농업연구소는 기아와 빈곤에 초점을 맞춘 연구단체다.한편 키피는 기술 외적인 해결책을 제안한다. 토착작물의 보급 확대다. 그는 정부에 토지 장기 임대 신청을 했다. 엔세트를 경작해 어린 묘목들을 소자작농에 싼값에 판매하려는 목적이다. 이미 자부 같은 미망인 대상으로 엔세트 묘목 수백주를 기부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토착민 후원용 보조금을 지원하는 재단인 크리스텐센 펀드의 자금지원을 받는다.에티오피아가 국내총생산을 증대하면서 재래종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이 따르는 본보기 역할을 할 수 있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나라 중 하나다. 하지만 요즘 같은 전환기에과거의 여러 문명을 몰락으로부터 구해냈을 법한 작물을 버리는 것은 어리석은 짓인 듯하다.“(엔세트는) 세상을 구하는 유의 대단한 제품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하나의 카드로 보유하는 게 중요하다.” 플로리다대(게인스빌)의 인류학자이자 ‘기아를 막는 나무(Tree Against Hunger)’라는 제목으로 엔세트를 다룬 책을 펴낸 스티븐 브랜트가 말했다. “다른 방법이 모두 실패할 경우 꺼내 들 만한 비장의 카드다.”

2014.12.2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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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워피플[55] 팀 쿡 애플 CEO - 애플의 체질 바꾼 ‘제2의 잡스’

CEO

팀 쿡(54) 애플 CEO는 오랫동안 스티브 잡스라는 거물에 가려왔다. 2011년 1월 잡스가 암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자 그를 대신해 회사를 맡아왔으며 2011년 8월24일 애플 최고경영자가 됐다. 하지만 잡스 없는 애플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 애플을 큰 문제 없이 잘 이끌어왔다. 잡스의 힘이 그의 사후에도 계속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쿡은 그리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다. 사실 그는 애플의 대대적인 변화를 주도해온 혁신적인 전문 경영인이다.쿡은 앨러배마주에서 조선소 노동자인 아버지와 약국 직원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오번 대학에서 산업공학을 전공, 1982년 졸업했으며 1988년 듀크대의 파쿠아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받았다. 그 뒤 IBM에 들어가 12년 동안 PC분야를 담당했으며 북미 지역 총괄을 지냈다. 그런 뒤 인텔리전트 전자의 컴퓨터 판매 부분 최고 영업이사도 지냈다.쿡이 애플에 들어간 것은 운명이었다. 그의 영업능력을 눈 여겨 봤던 잡스는 1998년 그를 영입했다. 쿡은 모교인 오번대의 입학식 연설에서 “나는 잡스를 딱 한 번 만나고 애플에서 일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컴팩에서 부회장을 맡고 있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이성적으로 비용 대비 이득을 고려하면 당연히 컴팩에 머무는 게 나았다. 나를 잘 아는 분도 컴팩에서 계속 일하는 게 낫다고 했다. 하지만 딱 5분 간 잡스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은 뒤 나는 내 두뇌나 나를 잘 아는 분의 충고보다 내 직관을 더 믿게 됐다. 내 직관에 따르면 애플에 입사하는 것은 창조적인 재능을 발휘하며 일할 수 있는 일생에 한 번 있는 기회였다. 나는 경영팀에 합류해 이 위대한 미국 회사를 살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영업능력 높이 평가한 잡스가 영입그가 애플에서 처음 맡은 직책은 해외 영업 담당 수석 부회장이었다. 그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나는 제품 주기가 빠른 애플을 낙농회사처럼 생각하기로 했다. 유통기한이 조금만 지나면 즉각 문제가 생기는 비즈니스 말이다. ” 하지만 낙농기업이 되려면 이전까지의 체질로는 어림없었다.체질을 바꿔야만 했다. 땅에 정착해서 사는 농부 같은 전자 기업 스타일로는 목적을 이룰 수 없었다. 새 풀을 찾아 즉각 천막을 뜯어 목초지를 옮길 수 있는, 기동성 있는 유목민이 돼야 했다. 익숙한 곡물을 버리고 입에 맞지 않는 고기와 우유, 요구르트로 배를 채울 각오가 돼야 했다.이에 따라 그는 실적이 나쁘고 부담이 큰 직영 공장의 문을 닫고 대신 계약 생산을 시작했다. 이는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땅과 ‘신토불이’로 밀착한 농부처럼 몸이 무겁고 정착 기업이던 애플을 몸이 가볍고 항상 움직일 수 있는 이동성 유목민 기업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그의 결심으로 애플은 수개월에 이르던 재고보관 기간을 며칠 수준으로 낮출 수 있게 됐다. 쿡의 이런 경영수완은 애플에 재기의 발판을 제공했다.정보기술(IT) 산업과 같은 기술 산업에서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고 제품을 제시간에 공급하는 것은 경영의 핵과도 같은 것이다. 잠시만 머뭇거리면 경쟁업체가 즉각 신제품을 출시해 시장을 잡아먹기 때문이다. 철저한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시장이다. 이 시장에서는 빠른 자가 강하고 느린 자는 약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의 입맛이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이 시장에서 이는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애플은 놀랄 만한 제품을 주기적으로 내놓고 있다. 게다가 깜짝 마케팅으로 항상 화제의 중심에 서왔다. 제품을 내기 전까지 철저한 보안을 유지해 궁금증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제품을 출시할 때 고객들을 깜작 놀라게 하고 순식간에 전 세계 매장을 혁명적인 제품으로 쫙 깔아버리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해왔다.쿡은 비용을 성공적으로 관리했으며 디자인과 마케팅 정보를 성공적으로 결합시켰다. 그는 고객의 수요를 경영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혁신적인 디자인을 개발하는 것을 마케팅의 중심에 뒀다. 그 결과 애플은 엄청난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2012년 4월 타임은 그런 쿡을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명에 포함시켰다.애플을 이끌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가 그 순위에 오른 것은 지금의 애플을 창조한 공로 때문으로 보는 게 맞을 것이다. 2012년 초 그는 애플 이사회로부터 2016년과 2021년 사이에 현금화할 수 있는 주식 100만주를 포상으로 받았다. 쿡은 2012년 합계 3억7800만 달러의 급여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급여를 받는 경영인으로 꼽혔다.쿡은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전자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애플을 이끄는 인물이다. 그를 잘 아는 것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쿡은 최근 공격적인 경영으로 주목받고 있다. 제품 개발, 마케팅 등 삼성에 줄줄이 밀려오던 쿡이 과감해지고 있는 것이다. 애플을 살리기 위한 결단이다.5월 28일 쿡은 애플 사상 최대의 베팅을 했다. 음원 스트리밍 비츠뮤직과 고급 헤드폰 제작사인 비츠일렉트로닉스를 매입하기로 한 것이다. 대가는 30억 달러(약 3조원). 애플의 인수·합병 중 가장 큰 금액이다. 1590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한 애플로서는 그리 큰 돈이 아니겠지만 관련 업계에선 전례가 없다.이 발표를 하면서 쿡은 “음악은 너무나 소중하다”며 “우리의 심장은 음악으로 채워져 있다”고 말했다. 이 두 회사는 2008년 힙합 가수 출신의 닥터 드레와 지미 어바인이 공동 창업한 기업이다. 비츠뮤직은 11만1000명의 가입자(2014년 3월 기준)를 보유하고 있으며 비츠일렉트로닉스는 2013년 기준으로 130억 달러에 이르는 전 세계 고급 헤드폰 시장의 27%를 점유하고 있다. 이 합병으로 창업자들은 힙합 가수 최초의 억만 장자가 됐다. 음원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비츠의 고성능 이어폰은 수영선수 박태환이 경기 직전 끼고 나오며 주목 받은 바로 그 제품이다. 사실 비츠의 창업자들은 음악인 출신으로 고객의 마음을 잘 읽었다. 지미 어바인은 “컴퓨터와 질 낮은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참을 수 없을 정도였다”며 “그런 걸로는 우리가 만든 음악을 팬들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없었다”고 고성능 이어폰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비츠의 고성능 헤드폰은 가격이 300~400달러나 되는데도 인기가 높다. 애플은 이런 고성능 이어폰과 비츠의 스트리밍 사업을 결합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얻을 것으로 전망한다. 과거 전자산업에 성공한 소니가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업체를 사들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지금 음악 시장은 스트리밍 업체가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연 매출 11억 달러의 기업을 30억 달러에 사기로 한 쿡의 결정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쿡은 이 업체의 현재 가치가 아니라 미래 가치에 투자한 것이다. 사실 과거 흔들리던 애플은 음악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2001년 휴대용 음악 재생 기기 ‘아이팟’과 연계 프로그램 ‘아이튠스’를 출시하며 회사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다.폭발적인 잠재 수요를 지닌 음악시장이 IT업체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애플이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사이에서 음원 다운로드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스트리밍 시장의 잠재력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13년 전 세계 스트리밍 산업 매출은 2010년보다 세 배증가했다. 현재 전체 음원시장에서 다운로드가 67%, 스트리밍이 27%를 차지하고 있지만 스트리밍은 고성장세이고 다운로드는 정체 상태라 조만간 역전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애플이 뒤늦게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이튠스 라디오’를 출시했지만 비츠를 합병하지 않으면 도저히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시장 상황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한국은 이미 스트리밍 시장의 점유율이 70%에 이른다. 애플이 과감하게 이 시장에 진출한 것은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애플의 경쟁자인 삼성은 3월에 미국 스트리밍 라디오인 밀크뮤직을 출시했다. 스트리밍 시장에서 한판 대결이 불가피해졌다.뿐만 아니라 쿡은 올 가을쯤 스마트 시계 ‘아이워치(iWatch)’를 내놓고 스마트시계 시장에서도 삼성과 한판 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애플은 단일 모델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크기·디자인의 아이워치를 출시해 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예정이다. 아이워치는 8월부터 대만에서 시험 생산될 예정이며 앞으로 2∼3개월 안에 대량 생산이 시작돼 9월 말~10월 초쯤에 판매에 들어갈 예정으로 관측된다. 애플의 전통대로 아이워치 출시는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되고 있다.대량 생산을 통해 전 세계 시장에 동시 출시하는 전략도 여전하다. 아직은 경영전략상 새로운 게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이미 삼성이 스마트 시계를 내놓은 상황에서 쿡이 어떤 놀랄 만한 제품을 내놓을지도 미지수다. 애플의 아이워치는 이미 세계 최초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만큼 쿡의 마음이 급할 수도 있다.“우리는 세계 1위에 집착하지 않는다. 쓰레기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라는 말로 자신을 위안하는 듯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자신감을 유지할지도 알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디자인과 마케팅에 능한 쿡이 주도하고 있기에 경쟁업체들이 방심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디자인·마케팅 주도아이워치는 IT기기와 의료기기의 융·복합형 기기다. 총 10개가 넘는 센서가 부착되는데 이 중에는 건강과 체력 상태를 점검하는 센서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아이워치 사용자들의 땀을 분석해 그 결과를 의료진에게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센서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LG전자도 조만간 LG의 첫 스마트 손목시계 ‘G워치’를 공개할 전망이다. 발표장소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릴 ‘구글 개발자대회(IO)’로 보인다. 웨어러블(입는) 기기용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웨어’를 적용했다. 모토롤라도 같은 행사에서 스마트 시계 ‘모토360’를 처음 공개할 예정이다.삼성도 조만간 안드로이드 웨어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스마트 손목시계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전 세계 IT업체들은 스마트시계 시장이라는 ‘용감한 신세계’를 놓고 한바탕 대결이 불가피하다. 이미 업체 간에는 전운이 감도는 분위기다. 애플과 삼성은 스마트폰이 처음 출시됐던 2007년과는 반대다.당시 세상에 없었던 스마트폰을 내놓은 애플은 시장을 선도했고 삼성전자는 추격에 바빴다. 그 뒤 특허권 침해를 들어 2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소송도 벌이며 삼성전자를 압박해왔다. 하지만 스마트워치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일찌감치 웨어러블 제품을 먼저 내놓고 애플이 따라오는 상황이다.쿡의 애플이 스마트워치로 과거의 입지를 되찾을지, 삼성이 수성에 성공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 시장 판도에 따라 기업의 명운이 뒤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쿡의 입지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잡스에 이어 세계 IT 시장을 주도해온 애플의 쿡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일찍이 그가 간파한 대로 IT시장은 유목민 사회이기 때문이다. 잠시 긴장을 풀면 가축을 먹일 풀이 완전히 말라버리는 세상 말이다.

2014.07.0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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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 김세원의 비교문화경영 -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의리 있는 나라?

산업 일반

‘탄산도 카페인도 색소도 없다. 우리 몸에 대한 으리(의리)’ ‘전통의 맛이 담긴 항아으리(항아리). 그래 신토부으리(신토불이)’ ‘엄마 아빠 동생도 으리(의리). 으리(우리)집 으리(우리) 음료’.의리의 사나이로 통하는 배우 김보성을 모델로 내세운 팔도식품의 ‘비락식혜’ 광고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5월 7일 유튜브에 선보인 이 광고는 3일 만에 150만 조회수를 돌파한데 이어 일주일 만에 조회수 200만을 넘기는 대기록을 세웠다.이 광고가 공개된 5월 7일을 기점으로 전후 5일 동안 편의점 CU의 전국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편의점에서 많이 팔리는 비락식혜 캔제품의 경우 매출신장률이 69.2%, 컵제품은 63%를 기록했다.이밖에 세븐일레븐에서 판매된 비락식혜 매출은 48.3% 증가했고 롯데수퍼도 21%나 증가 추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의리’ 내세운 광고 폭발적 인기‘우리 몸에 대한 의리’를 주제로 한 이 광고는 ‘신토부으리’ ‘아메으리카노’ ‘마무으리’ 등 ‘의리’를 ‘으리’로 변형한 언어유희 형태의 광고문구와 ‘으리’ 시리즈를 유행시킨 주인공 김보성의 진지함을 가장한 과장된 남성성 연기로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사실 의리(義理)는 한국인과 매우 친숙한 단어이다.의리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나 ‘사람과의 관계에서 있어서 지켜야 할 바른 도리’이다. 일반적으로 의리라고 하면 한 번 맺은 사람과의 관계를 변함없이 잘 유지하는 것을 뜻한다. ‘의리에 산다’ ‘의리의 사나이 돌쇠’ 같은 액션영화가 1970년대에 제작됐고 홍콩 영화 ‘외팔이’의 제목을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로 바꾸어 극장간판에 건 게 한국 사람들이다.조폭이 아니라도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다’를 평생의 좌우명이나 블로그 제목으로 삼은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의리가 지켜지는 범위가 향응을 제공받거나 혜택을 입은 친척, 지인, 고향 선후배, 학교 선후배 등의 이해관계자로 국한되기 십상이라는 점이다.‘친구가 차를 몰고 가다 과속을 해서 사람을 치었는데 당신은 그 차에 동승하고 있었다. 유일한 증인인 당신이 과속 사실을 숨기면 친구는 가벼운 처벌만 받게 되나 사실대로 얘기한다면 큰 벌을 받게 된다. 당신은 친구를 위해 법정에서 당시 그가 과속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할 용의가 있는가?’ 네덜란드의 비교문화경영학자 폰스 트롬페나스 박사는 위와 같은 딜레마 상황을 설정하고 글로벌 기업의 지사에서 근무하는 40여 개국 매니저들에게 동일한 질문을 던졌다.결과는 놀라웠다. ‘아무리 친구라 하더라도 진실을 이야기한다’는 비율이 캐나다 사람들은 96%에 이르렀다. 미국·영국·서독도 90%를 넘었다. 이와 달리 프랑스·일본·싱가포르 등은 60%대, 중국·인도네시아·러시아가 40%대를 기록했다. 한국은 26%에 불과했다. 38개 조사대상 국가 중 꼴찌였다. 이 자료는 1993년 처음 발표된 뒤 몇 번 갱신되었지만 한국의 순위는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당신은 전국의 식당을 돌아다니며 직접 시식하고 종업원들의 서비스, 인테리어, 위생상태 등을 종합 관찰하여 식당을 평가하고 순위를 매기는 식도락 전문 칼럼니스트다. 어느 날 절친한 고향 친구가 전 재산을 투자해 식당을 개업했으니 식당에 와서 음식 맛을 보고 우호적인 기사를 써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그런데 친구의 식당을 방문해 막상 경험해 보니 거의 모든 평가지표에서 낮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친구는 홍보성 기사를 써달라고 채근하는데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트롬페나스 박사의 두 번째 질문에 ‘친구의 사정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문제가 많은 그 식당에 대해 우호적인 기사를 쓰지 않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핀란드(75%)였고 다음이 스위스(71%), 캐나다·호주(69%) 순이었다. 이와 달리 러시아·한국·폴란드는 40%를 기록했고 세르비아는 24%였다. 응답율이 낮을수록 ‘비록 사실이 아니더라도 어려움에 처한 친구를 돕기 위해서 우호적인 기사를 작성할 용의가 있음’을 의미한다.트롬페나스 박사의 연구 결과는 국가별로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에 있어서 문화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 차이를 보편주의와 특수주의로 설명하고 있다. 연구 결과는 캐나다·핀란드·미국·영국·서독 같은 나라에서는 ‘보편주의 문화’가, 한국·중국·인도네시아·러시아·세르비아 같은 국가에서는 ‘특수주의 문화’가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편주의를 특징으로 하는 문화에선 규칙과 규범이 사회를 지배하며 사회구성원들은 규칙과 규범의 준수에 익숙하고 그에 순응하며 살아간다. 이런 사회에서는 규칙과 규범이 인간관계와 개별적 상황에 우선한다.이에 비해 특수주의 문화란 원칙이 있기는 하지만 상황이나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문화적 특성을 말한다. 이 문화가 우세한 국가에서는 가령 범죄자는 처벌을 받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 사람이 친척이거나 친한 친구인 경우에는 원칙이 변경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대방과의 친밀도에 따라 판단기준이 달라지는 것이다. “위증을 해서는 안되지만 어떻게 친한 친구 일인데 사실 대로 말한단 말인가?”하는 것이 한국인의 정서다.한국은 인간관계를 중시하고 인간관계에서도 의리가 중요한 ‘정(情)의 사회’다. 규칙과 약속도 중요하지만,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규칙과 약속을 과감하게 왜곡하고, 적절히 변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규칙대로 하거나 원칙을 너무 강조하면 살아가기 힘들다. ‘벽창호’이거나 ‘고지식한 사람’ ‘인정머리가 없는 사람’으로 통하기 쉽다. 이런 온정주의가 어쩌면 초고속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만든 힘이었을지도 모른다.한국인은 서로 의기가 투합하기만 하면 폭발적인 힘을 발휘한다. 야근도 불사하고, 주말도 반납하며, 공기를 단축시키고, 해외 오지시장을 개척한다. 의리를 중시하는 이러한 정(情)의 문화가 유럽이 150년에 걸쳐서 이룬 근대화를 20~30년 만에 이뤄내는 결정적인 추진력이었을 수 있다.하지만 이제 한국은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이자 한국을 본받고자 하는 국가들을 거느린 선도국가가 되었다. 의리와 정(情)은 초고속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데는 무엇보다도 효과적이었지만 달성한 경제적 성과를 유지하고 국가와 사회를 미래의 불확실한 위험으로부터 지켜내는 데는 별다른 도움이 되기 어렵다.고속 성장을 위해 그동안 희생해 왔던 규칙 준수, 안전 우선, 책임 완수 등의 가치를 되찾아야 할 때다. 중진국을 넘어 선진국을 바라보는 단계에 진입했음에도 규칙보다는 인간관계를 앞세우고, 규범보다 정(情)을 우위에 두는 온정주의를 고집하다가는 세월호 사고와 같은 대참사를 피하기 어렵다.규칙·규범 vs 인간관계·개별 상황이번 참사는 법령과 규정이 없어서, 전담 기구와 인력이 없어서, 감독기관이 없어서 발생한 것이 아니었다. 사고와 관련된 모든 기관에 규정대로 자신의 직무를 다하지 않은 사람들 때문에 일어난 인재(人災)였다. 아마도 사고와 관련된 기관의 관계자들은 세월호와 청해진해운 임직원, 유병언 전 세모 회장 일가와의 의리를 지켰을 것이다.감독하고 감시해야 할 관계기관의 담당자들도 의리를 지키기 위해 규정에 어긋나는 사실을 눈감아 줬을지 모른다. 의리보다는 원칙에 충실한 공직자, 앞뒤가 꽉 막힌 벽창호 같은 공직자, 편법이 통하지 않는 공직자가 많아지길 기대한다.

2014.05.27 13:03

5분 소요
napa valley - “와인은 토양과 기후 사람에 대한 진실”

전문가 칼럼

와인 컨설턴트 필립 멜카의 가장 큰 강점은 지질학 전공자라는 점이다. 프랑스 5대 샤또인 샤또 오브리옹에서 와인 양조를 배운 뒤 15년째 미국 나파밸리에서 토양과 테루아 연구에 몰두한다. 신토불이(身土不二). 몸과 태어난 땅은 하나라는 뜻으로 제 땅에서 나온 것이라야 몸에 잘 맞는다는 말이다. 대표적인 게 와인이다. 좋은 와인의 기준으로 토양이 중요하다. 프랑스에서는 포도가 자라는 데 영향을 주는 지리·기후와 재배법을 통틀어 ‘테루아’라고 한다.미국의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업계 최고 권위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는 매년 100점 만점으로 미국에서 판매하는 와인을 평가한다. 부드러운 탄닌과 목 넘김, 향긋한 오크향과 복합미를 풍기는 와인이 높은 점수를 받는다. 주로 미국인의 입맛을 대변한다.한국 동아원그룹이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 설립한 포도원 다나 에스테이트는 로버트 파커 최고점과 인연이 깊다. 미국에서 2013년 9월 판매에 들어간 ‘다나 에스테이트 로터스 빈야드 2010’이 만점을 받았다. 생산량이 3000병에 불과한 컬트 와인이다. 국내에 수입은 안 되지만 미국에서 가격대는 병당 50만원이 넘는다. 다나 에스테이트는 설립 4년만인 2009년 ‘로터스 빈야드 2007’이 만점을 받아 화제가 됐다. 만점은 원산지를 불문하고 매년 10여종에 불과해 유럽의 명문 와이너리도 받기 힘들다.세계적인 와인 컨설턴트 필립 멜카(45)가 2013년 12월 한국을 찾았다. 그는 동화원에 다나 에스테이트 로터스 토지를 알선한 인물로 서울 WSA와인아카데미에서 ‘나파밸리 테루아’ 강연회를 열었다. 좋은 와인의 기본 조건은 좋은 토양이라는 것이다.멜카의 가장 큰 강점은 지질학 전공자라는 점이다. 프랑스 보르도 태생으로 보르도 대학에서 지질학 학사(1989년)와 양조학 석사를 받았다. 이후 이탈리아 토스카나와 호주에서 연구하면서 프랑스 5대 샤또(포도원)인 샤또 오브리옹에서 와인 양조를 배웠다. 1998년 미국에 건너가 15년째 나파밸리에서 테루아 연구에 몰두한다.그는 “졸업반 때 즉흥적으로 와인 과목을 신청했는데 그 수업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다”며 “토양과 와인 품질 간의 상관 관계에 큰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나파밸리에 정착한 이유는 “프랑스 보르도와 비슷한 좋은 토양때문”이라며 “보르도에 없는 화산재 토양까지 있어 나파 와인이 놀라운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확신한다” 고 말했다.지질학이 좋은 와인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가.와인은 토양과 기후, 사람에 대한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질학은 도움이 된다. 구체적으로 지질학의 한 분야인 토양학(Pedology)은 와인과 밀접하다. 지질학 전공자 가운데 와인 업계에서 엔지니어로 활동하는 사람도 꽤 있다. 하지만 좋은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토양 지식 이외에도 포도 품종·재배에 대한 다양한 지식이 필요하다.나파밸리의 토양은 무엇이 특별한가.우선 좋은 테루아다. 토양의 다양성을 논할 때 세계적인 보르도와 비교를 많이 하는데 나파는 손색 없다. 나파의 면적은 보르도의 20%도 안 될 정도로 작지만 사암·진흙·모래·화산토·자갈토 등 다양한 토양이 숨어있다. 게다가 보르도에는 없고 나파에만 있는 게 하나 있다.바로 고도(高度)다. 보르도의 와인 산지는 대부분 편평하다. 높아 봤자 생떼밀리옹이 해발 100m를 넘지 않는다. 나파는 해발 800m까지 올라가는 산악지대가 많아 다양한 높낮이의 포도밭이 존재한다. 높낮이의 차이는 햇빛의 노출도, 물의 배수같은 포도 성장에 필요한 여러 조건을 변화시킨다. 나파에 개성적인 컬트 와인이 많은 이유다.보르도와 비교해 나파밸리의 장점은.와인의 역사와 스토리 측면에서 보면 나파 와인이 프랑스나 다른 구세계 와인을 따라잡을 수 없다. 그러나 미국도 1800년부터 시작된 짧지 않은 포도 재배의 역사가 있다. 무엇보다 1976년 ‘파리의 심판(눈을 가린 와인 전문가 평가에서 미국 와인이 프랑스를 이긴 사건)’처럼 국제적으로 품질을 입증했다. 여기에 미국이라는 브랜드, 거대 소비 시장이라는 삼박자를 갖추고 있다.요즘 미국 와인 산업에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진다. 프랑스 명문 와이너리가 속속 진출할 뿐 아니라 나파에 적합한 포도 재배법과 양조·토양에 관한 수많은 연구가 이뤄진다. 또 한가지 수준 높은 음식이다. 음식과 와인은 불가분의 관계다. 그 유명한 캘리포니아 요리학교(CIA)를 필두로 미슐랭 레스토랑의 천국이라고 할 정도다.미국 특유의 도전적인 복합 문화와 창의성 또한 나파의 미래를 밝게 한다. 또 한 가지 ‘노동력의 품질’이다. 수십 년을 반복하면서 히스패닉 노동자들의 포도 재배기술이 월등히 좋아졌다. 보르도 특급 와인 품질에 버금가지만 가격이 저렴해 접근성이 좋은 것도 장점이다.위대한 테루아란 어떤 것인가.우선 신선함이다. 테루아 자체가 훌륭하면 사람의 기교가 없어도 아름다운 와인이 탄생한다. 순수하고 순도 높은 과실 향이 나온다. 그리고 빈티지(와인 수확연도)마다 품질의 일관성이 중요하다. B·C급 테루아는 후천적인 노력에 따라 잠시 좋은 와인을 만들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품질이 일정하기 어렵다. 테루아의 특징과 우수성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게 바로 숙성이다. 초기에 결점을 감출 수 있어도 7년 정도 숙성되면 한계를 드러낸다.위대한 테루아는 신선함과 생기, 고도의 풍미를 주고 매년 이런 와인을 만들 수 있게 하는 일관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역사성도 필요하다. 프리미엄 와인 산지라면 100년 넘는 4세대 이상의 역사를 가져야 한다. 나파밸리는 1850년대 와인 역사가 시작됐지만 금주령과 이후 포도밭 재건으로 근대화는 1960년대 이후에 진행됐다. 1990년대 초반에는 포도나무 뿌리를 갉아먹는 필록세라 병이 돌았다. 나파는 의미 있는 실수를 몇 번 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학습효과가 있었다.동화원이 운영하는 다나 에스테이트가 로버트 파커 만점을 두 번이나 받았는데.다나 에스테이트가 가진 3개의 포도밭 가운데 로터스는 내가 직접 알선해 줬다. 로터스 밭 전 소유주는 와인을 직접 만들지 않았다. 수확한 포도를 다른 와이너리에게 판매해 그 포도밭에서 만들어진 와인의 품질을 알기 어려웠다. 근처에 다른 포도밭도 없어 간접적으로도 수준을 알기 어려워 대대적인 토양조사를 했다. 나파 고유의 특징을 제대로 갖춰 매입을 추천했다. 다나 에스테이트의 또 다른 포도밭 허쉬는 생산 와인이 있어 기본기를 알 수 있었다.지구온난화가 와인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2000년대 초반부터 영향을 미쳤다. 나파는 2001~2004 평년보다 더웠다. 이를 계기로 태양열로부터 포도를 보호하기 위해 안개나 스프레이를 활용하는 포도밭 관리법 연구가 활발해졌다. 그런데 2005년 이후에는 평년보다 선선한 해가 많았다. 나파는 포도 완숙보다 과숙(過熟)이 문제라 태양열 경험 측면은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나파보다 선선한 보르도는 포도의 완숙이 과제다. 과거 역사적으로 10년에 2~3번 ‘그레이트 빈티지(포도가 완벽하게 익는 해)’가 나왔다. 2000년대는 10년간 무려 5번이나 더웠다. 보르도에서 그레이트 빈티지라고 목청 높여 말하지만 속으로는 더워지는 환경변화를 걱정하고 있다.필립 멜카 로버트 파커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와인 메이커 9인’에 든다. 프랑스·이탈리아로 대표되는 구세계의 전통과 미국·호주의 신세계 와인의 창의성을 융합할 줄 아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양조 과정에서 사람의 인위적 개입을 최소화하는 비간섭주의를 신봉한다. ‘한 병의 와인에 해당지역의 테루아가 빛나게 하라’는 철학을 고집하는 테루아주의자(Terroirist)이기도 하다. 기술적으로는 균형과 우아함, 적절한 산미를 지닌 와인을 추구한다. 충분한 탄닌을 가지면서도 잘 조절돼 부드러우면서 장기 숙성이 가능한 외유내강형 와인이 양조의 핵심이다. 미국 ‘푸드앤와인’ 잡지에서 나파밸리 최고의 와인 메이커로 뽑히기도 했다.

2014.01.2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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