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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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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근무'보다 더 위험한 건 '밤 식사'…하버드의 경고

헬스케어

야간 교대 근무를 하면 심혈관 질환 확률이 올라가지만, 밤에는 식사를 하지 않고 낮에만 먹는다면 이 같은 위험이 낮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미국 하버드 의대 브리검 여성병원 프랭크 시어 교수팀은 지난 9일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젊고 건강한 20명을 대상으로 야간 교대 근무를 모방하고 식사 시간을 통제하면서 심혈관 질환 위험 지표 등을 측정하는 임상시험을 실시했다고 밝혔다.교대 근무는 많은 연구에서 관상동맥 심장질환(CHD) 위험을 높이는 등 심혈관 질환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연구팀은 젊고 건강한 참가자 20명에게 2주간 임상연구센터 내 시간을 알 수 없는 공간에 머물며 야간 교대 근무를 하게 하고 식사 시간을 조절하면서 신체 기능 변화를 측정, 야간 근무와 식사 시간의 영향을 분석했다.참가자들은 어두운 조명 환경에서 32시간 동안 깨어 있으면서 일정한 자세를 유지하고 매시간 같은 간식을 먹은 다음 모의 야간 근무에 참여했다.이 때 일부는 낮과 밤에 모두 식사를 했으며, 일부는 낮에만 식사를 하도록 했다.그 결과 낮과 밤에 식사한 참가자들은 야간 근무 후 심혈관 위험 인자가 모두 기준선에 비해 증가했으나, 낮에만 식사한 참가자들은 위험 요소들이 야간 근무 전과 후 동일하게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연구팀은 교대 근무와 관련된 심혈관 건강에서 식사 시간이 수면 시간보다 더 큰 위험 요소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연구팀은 "야간 시간대 식사를 피하거나 제한하는 것이 야간 근무자나 불면증·수면-각성 장애를 겪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025.04.10 14:25

2분 소요
“개처럼 뛰고 있다” 숨진 쿠팡 심야 로켓배송 기사 산재 인정

산업 일반

쿠팡 심야 로켓배송 업무를 해오다 지난 5월 숨진 고(故) 정슬기씨의 산업재해가 인정됐다.10일 택배과로사대책위원회(대책위)에 따르면 정씨 배우자는 이날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자신이 신청한 유족급여에 대한 승인 통지를 받았다.정씨의 유족은 높은 강도의 육체적 업무와 정신적 부담, 누적된 과로 탓에 정씨가 사망했다며 지난 7월 근로복지공단 남양주지사에 산업재해 신청을 했다.대책위에 따르면 작년 3월부터 쿠팡 퀵플렉스 기사로 일해온 고인은 지난 5월 28일 오후 경기 남양주 자택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병원에서 밝힌 사인은 심실세동과 심근경색 의증으로, 대표적 과로사 원인인 뇌심혈관계 질환이라고 대책위는 설명했다.고인은 평소 오후 8시 30분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하루 약 10시간 30분, 주 6일 근무해 주 평균 노동시간은 63시간(야간근무 30% 할증 시 77시간)이었다.쿠팡CLS 직원의 “달려달라”는 업무 독촉에 고인이 “개처럼 뛰고 있긴 해요”라고 답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공개되기도 했다.대책위는 “고인의 산업재해 인정은 쿠팡의 로켓배송 시스템이 과로사를 유발했다는 의미”라며 “쿠팡은 지금 즉시 유족에게 진정 어린 사과를 하고 제대로 된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라”고 밝혔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심야 로켓배송 업무를 하다 숨진 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쿠팡을 상대로 기획감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민석 고용부 차관은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쿠팡 감독 여부와 관련한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지방노동관서에서 지난 8일부터 한 달간 기획감독을 하는 중”이라고 답했다.김 차관은 쿠팡CLS가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에게 업무 지시를 했다는 불법파견 의혹과 관련,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대해서는 “근로자성 여부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2024.10.10 22:24

2분 소요
일본의 저출산 극복 노력...결국 기업이 해결했다

정책이슈

한국의 출산율이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추락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2년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인구 소멸이 어느 때보다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웃 나라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앞서 오랜 기간 저출산·고령화로 심각한 사회 문제를 겪었다. 일본 인구는 2010년 1억2813만명에서 2011년 1억2808만명으로 감소했다. 지난해까지 12년 연속 인구가 줄었다. 일본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 배경으로 인구 정체 및 감소가 꼽힌다. 그럼에도 일본은 출산율 반등에 성공했다. 일본은 저출산 대응에 적극 나서며 2005년 1.26명까지 떨어졌던 출산율이 2015년 1.45명으로 상승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닥친 2021년에도 1.30명을 유지했다. 유엔(UN)은 일본의 출산율이 소폭 상승해 2060년대에 1.5명대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 2006년부터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예산으로 무려 13년 동안 143조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합계출산율은 매년 감소세다. 이는 현재 수행하고 있는 정부의 저출산 관련 정책 및 지원사업의 실효성이 미미하며 문제 해결을 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일본은 이러한 초저출산 문제를 기업 주도로 어느정도 해결한 측면이 있다.日정부의 저출산 극복 정책은일본 정부는 저출산의 원인으로 가임여성 수 감소, 생애 미혼율 증가, 평균 초혼 연령 증가, 일·생활 균형 부재, 보육시설 부족 등을 지목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을 아주 장기간 지속 추진해 왔다. 변화된 정책으로는 일본 정부 규제하에 시행되는 잔업시간 규제, 연차휴가 의무화, 노동시간 유연화, 성과주의 임금 등이 있다. 그리고 대기업을 중심으로 야간근무 규제, 유연근무제, 재택근무 등 제도가 확대돼 일과 가정의 양립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이처럼 일본의 출산율 반등에는 기업의 역할이 컸다. 저출산 극복에 따른 근로자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기업이 먼저 혁신에 나선 것이다. 기본적으로 회사에 보육시설을 설치하거나 보육비 지원 정책이 주류를 이룬다.현재 캐논, 덴소, 아지노모토, 도쿄가스, 일본항공, 후지제록스 등의 대기업이 각자의 특성에 맞는 유연 근무제를 도입한 상태다. 일본의 대표적인 전자 기업 캐논은 2009년부터 직원들을 1주에 2번씩 조기 퇴근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12시간 근무가 일상이었던 일본에서는 파격적인 조치였다. 이는 직원들이 더 많은 아이들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회사의 출산 장려 프로그램이었다. 미쓰이스미토모 해상화재보험은 지난해 7월 ‘육아휴직 응원수당’ 제도를 만들어 최대 10만엔(약 1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급 대상은 육아 휴직자가 아닌, 휴직자의 업무를 대신하고 있는 직원이다. 육아휴직을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쓰게 하려는 의도가 담겼다.삿포로맥주는 육아휴직에 들어갈 때 실수령액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주는 ‘육아휴직 시뮬레이션 시트’를 지난해 3월 공개했다. 직무·직책별 자격수당과 사회보험료, 소득세 등을 입력하면 육아휴직 기간 받을 수 있는 수령액을 알 수 있다. 구체적인 수치를 제공함으로써 막연하게 연봉 감액을 걱정하는 직원들의 육아휴직을 도우려는 목적이다. 화장품 제조업체 랭크업은 2022년부터 젊은 사원을 대상으로 육아 체험을 시작했다. 육아 중인 직원 가정을 방문해 육아를 경험함으로써 미래를 설계하는 데 돕겠다는 방침이다.“기업 역할 중요”…기업들도 출산 장려책 앞다퉈 마련기업의 저출산 대책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일본 5대 종합상사 중 하나인 이토추상사는 2021년 여성사원의 출산율이 1.97명을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이는 일본 전체 여성 평균 출산율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또 0.94명이었던 2010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 관계자는 “야근 대신 다음날 아침에 전날 마치지 못한 일을 마무리하도록 유도하는 등 근무제도를 유연화한 결과”라고 말했다.전문가들은 구체적이고 세분화한 일본 기업의 저출산 지원 정책이 큰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권혁기 숙명여대 일본학과 교수는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일본은 정부에서 무한정 예산을 지원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대기업의 역할이 출산율 반등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일본 기업들이 저출산 극복 대책에 적극적으로 동조해 기업의 육아휴직, 출산휴가 등 우리나라에 비해 지원 제도가 많아졌다”고 말했다.그러면서 “남자도 육아휴직을 1년 이상 받을 수 있으며 도심권을 중심으로 기업에서도 보육시설을 확충하는 등 적극적인 대책에 나섰기에 출산율 반등이라는 결과를 낳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적용할 만한 일본의 저출산 극복 정책은 없을까. 송정현 동국대 일본학과 교수는 “한국 정부의 저출산 관련 정책에 관해서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목표가 없으며, 그에 따라 명확한 정책내용이 부실하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명확한 목표 수립과 함께 분야별 세부 정책 계획과 예비타당성 조사가 철저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한 한일 양국의 공통 해결 과제인 저출산·고령화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전의 정책 추진의 성과와 실패 요인에 관해 양국이 협력적으로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024.01.29 08:00

4분 소요
‘농심 부산공장’ 사고 왜 났나…“24시간 도는 ‘야간 근무’ 악몽”

유통

식품사 제조 공장에서 작업중 사고가 잇따르면서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 2일 팔 끼임사고가 발생한 부산 사상구 모라동 농심 부산공장의 사고 기기는 무인화 작동 기기였는데, 어떻게 인명사고를 났을까. 관련 전문가들은 기기 안전장치도 문제지만, 무리한 ‘야간근무 환경’을 꼬집는다. 앞서 발생한 SPL 제빵공장 사고, 샤니 제빵공장 사고도 모두, 공통적으로 새벽에 일어난 야간근무자 사고였다. ━ 식품업계 끼임사고 반복…무엇이 문제인가 농심 부산공장은 연장근무 포함 12간씩 야간근무 체제를 운영 중이다. 이번 사고를 당한 20대 여성 A직원 역시 야간근무자로, 오전 5시4분경에 사고를 겪었다. A직원은 기름에 뜨겁게 튀긴 라면을 식혀주는 기기인 냉각기에 옷이 끼면서, 기기에 팔이 함께 빨려 들어가 어깨 골절과 근육 부상을 입었다. 특히 농심 부산공장은 일명 ‘불 꺼지지 않는 공장’으로 불리며, 24시간 쉼 없이 풀가동되는 공장으로 잘 알려져있다. 농심 부산공장의 근무 체제는 주간과 야간 등으로 2교대로 운영되는데, 주간 근무자는 오전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근무하고 야간 근무자는 오후 9시부터 오전 6시까지 근무한다. 여기에는 휴식시간이 포함돼있다. 하지만 여기에 연장근무 3시간이 더해지면서, 주간 근무자는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고 야간 근무자는 오후 6시부터 오전 6시까지 꼬박 12시간씩 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온라인상에 게시된 농심 부산공장 채용 공고 역시 근무 시간 안내에 야간 근무자에 대한 ‘연장근무’ 내용이 표기돼 있다. ━ 늘어난 수출 발주 맞추기 위해 ‘24시간 전환’ 농심 부산공장은 기존 2교대 16시간 생산체제를 운영하다, 지난 2020년 3월 1일부터 24시간 체제로 전환했다. 이 공장은 수출 전용 상품들을 제조하는 곳인데, 농심 라면에 대한 해외 수요가 크게 늘면서 체제전환에 나선 것이다. 실제 농심 해외 매출은 2017년 6억4300만 달러에서 2018년 7억4000만 달러, 2019년 8억 달러로 늘더니 2020년 당시에는 9억9000만 달러로 껑충 뛰었다. 해외 수요가 증가하면서 기업 매출이 상승했지만, 그만큼 야간근로자의 깨어있는 시간도 길어진 셈이다. 결국 반복되는 야간근로는 피로를 쌓고, 각성도를 현저히 떨어뜨리면서 근로자 안전사고 발생 위험률을 높이게 된다. 최 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는 “야간 근무자들의 안전하고 위험은 주간 근무자보다 30~40% 높은데, 기본 8시간 근무에 연장근무까지 동반돼 초장시간 야간근무가 반복되면 사고 위험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은 안전상의 문제로 핀란드는 심야시간 근에 대해 법적으로 3교대 이상으로 규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효율을 위해 1인 노동시간을 최대한으로 하는 2교대보다 1인 야간 노동시간을 줄이고 안전을 지키는 3교대를 지향하는 것이다. 안전사고 위험률은 높지만 법적 규제는 거의 없는 구조적 문제도 꼬집는다. 현재 야간근로자에 해당하는 법적 규제는 근로기준법상 ‘야간근로자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전부다. 최 활동가는 “근로자와 기업 간의 단체협약이 보편화하지 않는 우리나라 특성상, 야간 근로자 안전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규제가 더욱 세밀하게 짜여야 한다”며 “고용노동부가 감독하는 특수건강진단 등이 있지만, 이는 사후적인 조치일 뿐 사전적인 조치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경영학)는 “단기간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는 무리한 공장 운영이 필요하겠지만, 중장기적인 브랜드 이미지와 이익 등을 고려하면 안전사고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우리나라 최고 매출을 기록하는 식품사에서 발생한 사고라는 점에서 국내 전체 식품사들 모두가 다시 한번 더 안전사고에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라예진 기자 rayejin@edaily.co.kr

2022.11.06 09:00

3분 소요
야식은 유방암·전립선암 위험 높인다

헬스케어

생체리듬 와해 때문인 듯 … 식사 후 최소 2시간 후에 잠들면 발병 위험 10~20% 낮아져 잠들기 전에 간식을 먹으면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새 연구는 잠들기 직전 음식을 먹는 사람은 유방암과 전립선암에 걸릴 위험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스페인 바르셀로나 세계보건연구소의 연구 교수이자 이 논문의 주 저자인 마놀리스 코제비나스 박사에 따르면 이 연구 결과는 식사 시간을 고려하지 않는 암예방 지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4시간 생체주기의 와해가 암 위험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 가능하지만 과학자들은 이런 상관관계가 나타나는 이유를 아직 정확히 모른다고 코제비나스 박사는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학술지 국제암저널에 실렸다. 그는 “저녁식사를 늦게 하는 남유럽 국가 같은 문화권에선 특히 이런 사실이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연구팀은 가족력과 환경 영향 같은 요인을 적절히 조절한 상태에서 저녁 9시 전에 식사를 하거나 식사 후 최소 2시간 후에 잠드는 사람은 식사 후 얼마 안 돼 잠드는 사람에 비해 전립선암 발병 위험이 약 26% 낮고 유방암 발병 위험은 16%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코제비나스 박사는 CNN 방송에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메커니즘은 아직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실험 연구를 통해 우리가 아는 것은 하루 중의 시점에 따라 몸이 달리 기능하도록 돼 있다는 사실이다. 인간만이 아니라 모든 살아있는 생물은 낮과 밤에 달리 기능하도록 진화했다.”이 연구는 전립선암 환자 621명, 유방암 환자 1205명과 대조군으로 암이 없는 남성 환자 872명과 여성 환자 1321명(스페인 전역의 1차 진료소에서 임의로 선정했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그들의 식사시간과 수면습관을 확인했다. 또 참가자들은 식사습관에 관한 설문에도 답했다.이전의 여러 연구에 따르면 야간 근무자들에게서 유방암과 전립선암의 위험이 더 높게 나타났는데 그건 24시간 생체주기나 수면주기의 와해 때문일 수 있다고 코제비나스 박사가 설명했다. “사람들은 밤늦게 식사하고 잠자리에 들면 대사 작용이 원활하게 일어나지 않고 숙면을 취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번 연구는 저녁 식사시간이 유방암과 전립선암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2007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생체리듬을 와해하는 야간근무가 암과 관련 있는 건강 위험 중 하나라고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야간근무자를 조사하진 않았지만 밤에 진행되는 음식물 소화가 수면주기를 와해할 수 있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도라 라무게라 연구원은 “식사 후 곧바로 잠드는 것이 특정 암 위험을 높이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모든 것은 잠드는 시간이 음식물을 소화하는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리사 스피어 뉴스위크 기자※

2018.08.07 13:52

2분 소요
야식은 유방암·전립선암 위험 높인다

헬스케어

생체리듬 와해 때문인 듯 … 식사 후 최소 2시간 후에 잠들면 발병 위험 10~20% 낮아져 잠들기 전에 간식을 먹으면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새 연구는 잠들기 직전 음식을 먹는 사람은 유방암과 전립선암에 걸릴 위험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스페인 바르셀로나 세계보건연구소의 연구 교수이자 이 논문의 주 저자인 마놀리스 코제비나스 박사에 따르면 이 연구 결과는 식사 시간을 고려하지 않는 암예방 지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4시간 생체주기의 와해가 암 위험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 가능하지만 과학자들은 이런 상관관계가 나타나는 이유를 아직 정확히 모른다고 코제비나스 박사는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학술지 국제암저널에 실렸다. 그는 “저녁식사를 늦게 하는 남유럽 국가 같은 문화권에선 특히 이런 사실이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연구팀은 가족력과 환경 영향 같은 요인을 적절히 조절한 상태에서 저녁 9시 전에 식사를 하거나 식사 후 최소 2시간 후에 잠드는 사람은 식사 후 얼마 안 돼 잠드는 사람에 비해 전립선암 발병 위험이 약 26% 낮고 유방암 발병 위험은 16%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코제비나스 박사는 CNN 방송에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메커니즘은 아직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실험 연구를 통해 우리가 아는 것은 하루 중의 시점에 따라 몸이 달리 기능하도록 돼 있다는 사실이다. 인간만이 아니라 모든 살아있는 생물은 낮과 밤에 달리 기능하도록 진화했다.”이 연구는 전립선암 환자 621명, 유방암 환자 1205명과 대조군으로 암이 없는 남성 환자 872명과 여성 환자 1321명(스페인 전역의 1차 진료소에서 임의로 선정했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그들의 식사시간과 수면습관을 확인했다. 또 참가자들은 식사습관에 관한 설문에도 답했다.이전의 여러 연구에 따르면 야간 근무자들에게서 유방암과 전립선암의 위험이 더 높게 나타났는데 그건 24시간 생체주기나 수면주기의 와해 때문일 수 있다고 코제비나스 박사가 설명했다. “사람들은 밤늦게 식사하고 잠자리에 들면 대사 작용이 원활하게 일어나지 않고 숙면을 취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번 연구는 저녁 식사시간이 유방암과 전립선암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2007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생체리듬을 와해하는 야간근무가 암과 관련 있는 건강 위험 중 하나라고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야간근무자를 조사하진 않았지만 밤에 진행되는 음식물 소화가 수면주기를 와해할 수 있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도라 라무게라 연구원은 “식사 후 곧바로 잠드는 것이 특정 암 위험을 높이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모든 것은 잠드는 시간이 음식물을 소화하는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리사 스피어 뉴스위크 기자

2018.08.06 15:04

2분 소요
인터넷 알바 시장의 기업 맞수 (7)

산업 일반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아르바이트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아르바이트 포털 사이트의 강자 알바몬과 알바천국은 알바생의 권익 보호를 내세우는 CF로 주목받고 있다. 직장을 구하던 20대 여성 김모씨는 무역회사 구인광고를 보고 이력서를 제출했다. 통상적인 입사서류인 주민등록등초본과 졸업증명서를 제출했다. 회사는 은행 신용등급을 높일 수 있게 거래실적을 만들어 준다며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 휴대폰 같은 개인정보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취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회사가 요구한 것을 제출했다. 회사는 김씨를 포함해 구인 공고를 보고 찾아온 3명의 정보를 가지고 저축은행 및 대부업체에서 3000여 만원을 대출받은 후 야반도주했다. 김 씨가 무역회사라고 알고 있던 곳은 카드발급 업종을 운영하던 가공의 페이퍼 회사였다. 아르바이트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취업 사기 사례 가운데 하나다. 취업이나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이들을 울리는 사례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사회적 약자인 아르바이트생을 울리는 구인사기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 공익성 갖춘 CF로 치열한 경쟁 벌여 아르바이트 구인 공고를 보고 연락을 하면 회원가입비나 소개비를 빌미로 선입금을 요구하는 사례도 여전하다. 오락실이나 게임장에서 경품을 현금으로 환전해주는 아르바이트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모르다가,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 의해 처벌받는 아르바이트생도 있다. 이래저래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이들은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약자라는 이유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알바생이 “우리는 일하는 도구요, 인간취급도 못받을지어다”라며 자조 섞인 울분을 토하는 이유다.요즘 아르바이트 포털 사이트가 알바생의 권익 보호에 앞장서면서 주목받고 있다.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사이트의 맞수 알바몬과 알바천국은 최저임금 알리기, 근로계약서 쓰기 운동같은 공익성이 짙은 광고를 내보내 호평을 받고 있다. CF모델 경쟁도 치열하다. 알바몬은 ‘맑스돌’로 불리는 ‘응팔(응답하라 1988)스타’ 혜리를 내세워 인지도를 높이는데 성공했다. 알바천국은 혜리에 맞서 구성작가 출신의 연예인 유병재를 내세우면서 맞불을 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아르바이트 포털 서비스 시장 규모는 600억원 정도로 추산한다.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알바몬과 알바천국은 600억원 시장의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아르바이트 포털 서비스 시장은 2000년대 후반부터 급성장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알바 시장의 확대로 이어진 것. 알바몬 관계자는 “파견, 도급과 같은 비정규직 시장이 커지면서 아르바이트 시장이 급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알바몬에 등록된 이력서를 살펴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2007년 67만 건에 불과했던 구직 이력서는 2009년 154만 건으로 껑충 뛰었다. 2015년 현재 알바몬에 등록된 이력서는 449만 건(누적 건수)에 이른다.회원들의 연령대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대학 재학생이 회원의 50% 이상을 차지했지만, 지금은 졸업생의 비중이 더 높다. 알바천국에 가입한 개인회원의 연령 분포도를 보면 20~24세 32%, 25~29세 24%, 30~39세가 23%를 차지하고 있다. 알바천국 관계자는 “2000년대 후반부터 30대 회원이 가장 많이 늘어난 것 같다. 한국의 취업난이 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아르바이트 서비스 포털의 비즈니스 모델은 구인정보를 올리는 기업이다. 기업이 회원으로 가입할 때는 무료 서비스와 유료 서비스를 선택한다.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면 채용 정보를 사이트 메인에 배치할 수 있다. 알바몬과 알바천국의 매출액은 각각 수백억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두 경쟁사는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기를 거부했다. 알바천국 관계자는 “알바몬과 알바천국이 아르바이트 포털 서비스 시장을 분점하고 있다”면서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매출이나 회원수 같은 민감한 수치는 발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혜리 CF로 인기몰이하는 알바몬 “500만 알바 여러분, 법으로 정한 대한민국 최저시급은 5580원입니다. 이런 시급, 쬐끔 올랐어요. 370원. 이마자도 안주면 이잉! 알바가 갑이다”(최저시급 편)“사장님들, 대한민국 알바들의 야간근무수당은 시급의 1.5배, 안 지키시면 으~응”(야간수당 편)“우린 알바의 권리를 외쳤다. 전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멀었다. 권리는 스스로 찾지 않으면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창당. 우리는 알바당”(알바당 편)지난해 알바몬이 선보인 CF는 알바생의 마음을 시원하게 한 ‘사이다’였다. 알바생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시작한 CF는 마치 공익광고처럼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알바몬 관계자는 “2015년에 TV 광고 기획을 하면서 알바생을 대상으로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이 뭔지 설문조사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최저시급 문제가 많이 불거졌고, 최저시급이 얼마인지 모른다는 대답이 40%나 나왔던 것. 알바몬의 최대 히트작 ‘최저시급 편’이 탄생한 배경이다.모델 결정도 중요한 문제. 최우선 기준은 ‘알바생처럼 보여야 한다’는 것.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에 출연해 ‘아이잉’ 애교로 인기를 끌었던 혜리로 결정했다. “혜리씨가 너무 잘해줬다. 광고 메시지가 상당히 무거웠는데, 혜리씨가 무겁지 않게 잘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가수 겸 배우 혜리는 이 광고 이후 ‘맑스돌’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난해 3월 혜리와 소속사 대표, 알바몬 대표, 광고 기획자가 고용노동부로부터 감사패를 받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응답하라 1988’에 혜리가 출연을 하면서 알바몬 광고는 더욱 화제를 모았다.알바생에게 뜨거운 호응을 받았지만, 알바몬 광고는 업주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다. 특히 ‘대한민국 알바들의 야간 근무수당은 시급의 1.5배’ 편은 반발 때문에 광고를 중단하기도 했다.알바몬 CF는 한국 사회에 많은 영향을 줬다. 고용노동부가 나서서 최저 임금에 대한 캠페인을 진행했던 것보다 알바몬 CF의 영향력이 더 컸던 것. 심지어 아는 사람만 알던 ‘최저임금 위원회’가 이슈화됐다.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운동이 일어날 수 있던 것은 우리 광고도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알바몬 혜리 광고는 서울영상광고제 TV CF 어워드 금상을 비롯해 대학생이 뽑은 좋은광고제 대상 등 다양한 상을 받았다.CF로 대박을 터트린 알바몬은 구인구직 포털사이트 1위인 잡코리아가 운영하고 있다. 잡코리아는 이 외에도 게임잡, 잡부산, 데브잡 등의 또 다른 구인구직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알바몬 서비스는 2005년 4월 시작됐고, 대부분의 회원은 대학생이었다. 알바몬 관계자는 “예전에는 거의 단기 알바, 주말 알바 위주의 서비스가 제공됐다”고 설명했다. 학업과 병행할 수 있는 알바를 원하는 대학생의 요구에 맞춘 것이다.알바몬을 운영하는 잡코리아는 2002년 ‘휴먼피아’를 시작으로 ‘데브잡’ ‘오늘의 아르바이트’ 등을 흡수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2005년 미국 최대 취업사이트인 ‘몬스터닷컴’이 1000억원에 인수하면서 외국계 기업이 됐다.10여 년이 지난 후 잡코리아는 한국 기업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9월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H&Q코리아가 잡코리아 경영권을 인수한 것. H&Q는 2013년 말 몬스터닷컴으로부터 잡코리아 지분 49.9%를 950억원에 인수했고, 나머지 지분 50.1%를 1100억원에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10년 만에 잡코리아의 몸값이 두 배로 뛴 것이다.알바몬의 맞수 알바천국도 알바생 권익 보호에 앞장서면서 회원을 확대하고 있다. 1월 15일 고용노동부 정지원 근로기준국장은 알바천국 사옥을 찾았다. 알바천국이 업계 처음으로 도입한 전자근로계약서를 시연하고 사용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전자근로계약서는 스마트폰과 PC를 이용해 손쉽게 내용을 작성하고 서명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작성된 근로계약서는 사업주와 알바생에게 각각 1부씩 이메일로 발송돼 분실 우려없이 간편하게 보관할 수 있다. 전자근로계약서를 이용하면 그동안 서로 얼굴을 보고 계약서를 읽고, 서명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사라진다. 근로계약서를 요구하기 어려운 알바생에게 권익을 지킬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알바천국 관계자는 “노동법의 미비로 아직까지 전자근로계약서가 법적인 효력이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알바천국과 노동부가 만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 24시간 공고 필터링 시스템 내세운 알바천국 알바천국은 전자근로계약서 캠페인을 TV CF를 통해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구성작가 출신의 연예인 유병재를 내세우고 있다. 2011년부터 알바천국은 조권, 김우빈, 강하늘 같은 아이돌 스타를 내세운 CF로 강력한 마케팅을 펼쳤다. 아르바이트 시장 규모가 급성장하던 시기에 시장 선점을 위한 방법이었다. 알바천국의 CF는 큰 효과를 얻으면서 알바몬의 기세도 눌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하지만 ‘알바가 갑이다’를 시작으로 알바몬이 혜리 CF를 내세우면서 알바생의 권익보호가 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 때문에 알바천국도 전자근로계약서 캠페인으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알바천국 관계자는 “지난해 알바생의 권익을 위한 다양한 CF가 나왔는데, 결국 중요한 것은 근로계약서 작성이라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전자근로계약서 CF가 TV에 방영되면서 알바천국 콜센터에는 많은 문의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대부분 “법적 효력이 있느냐?” “어떻게 사용하면 되느냐?” 등의 질문이다. 유병재를 내세운 CF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알바천국은 지금까지 살아남은 아르바이트 포털 서비스의 효시다. 2000년 12월 부산에서 ‘아르바이트 천국’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했고, 여전히 부산·경남 지역에서 알바천국은 부동의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2007년 미디어윌 그룹 계열사로 편입됐고, 2008년 ‘알바천국’으로 서비스명을 변경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알바천국은 아르바이트 포털 서비스의 체계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알바천국은 ‘클린알바 10계명’을 만들어 운영의 기본으로 삼고 있다. 업계 최초로 사전 등록 심사제를 실시해 등록되는 모든 공고를 심사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24시간 공고 필터링 시스템을 가동해 불량공고를 삭제하는 것은 알바천국의 자랑거리다. 알바천국 관계자는 “30여 명의 직원이 공고 필터링을 하고 있다. 알바몬보다 많은 인원이라고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청소년 채용관에 올라온 공고는 청소년에게 허용되는 업무인지 아닌지를 직접 검수한다.업계 최초로 선보인 서비스도 많다. 기업에게 개인 연락처를 공개하지 않고 가상번호를 제공하는 안심서비스나, 청소년들이 일하기 부적합한 일부 직종은 청소년 이력서를 열람하지 못하게 한 것도 알바천국이 처음이다. 알바천국 관계자는 “알바생이 피해를 당하지 않는 사이트를 만들어야 서비스가 활성화 된다. 기업 공고의 품질 관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게 우리의 경쟁력이다”고 강조했다.알바천국이 자랑하는 또 다른 프로그램은 ‘천국의 알바’다. 최고의 대우를 받고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해외 아르바이트 프로그램이다. ‘핀란트 산타 알바’ ‘호주 펭귄먹이 주기 알바’ 등 기발하고 시급도 높은 아르바이트이기에 경쟁률은 보통 2000:1을 넘는다. “3주 기간 동안 1000만원 상당의 혜택을 받는 아르바이트로 인기가 높다”고 자랑했다.- 최영진 기자

2016.01.2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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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Serenade] 추억 속으로 가슴 찡한 여행

산업 일반

1970년대 초 나는 4년 동안 한국의 농촌직업훈련소에서 교사로 일했다. 우리가 속한 K-22는 최초로 한국에서만 연수를 받았다. 미 평화봉사단으로 우리보다 먼저 한국에 온 브라이언 베리(현재 한국에서 탱화를 그리며 살아간다)와 캐시 매튜스(현재 뉴욕주에서 농장 운영)가 우리를 가르쳤고, 게리 렉터(현재 뉴스위크 한국판 네이티브 체커로 근무한다)도 간간이 우릴 찾아왔다. 서상수, 주염돈, 송양 등 한국인 교사 3명은 우리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연수 기간에 우리는 한국의 언어, 관습, 문화, 역사를 배웠다. 71년 9월 말 한국에 도착한 우리는 서울의 ‘아카데미 하우스’에서 연수를 받았다. 약 한 달 뒤엔 전주시의 가톨릭센터로 이동했다. 연수 도중 우리는 앞으로 각자 일할 곳과 명승지, 고아원, 가족, 그리고 ‘와인 하우스’(막걸리 집)도 사전답사 했다. 연수 프로그램이 끝난 뒤엔 소형 버스 한 대를 빌려 부산으로 단체관광을 갔다. 전주로 돌아온 뒤엔 각자 일하고 싶은 직업훈련소를 선택했다. 평화봉사단 선서는 72년 3월 3일 당시 미 평화봉사단 한국 책임자인 돈 헤스(나중에 미 평화봉사단장이 됨)가 지켜보는 가운데 엄숙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K-22는 모두 6명이었다. 남자 단원 4명은 한국의 여러 곳에 있는 농촌직업훈련소에서 일했다. 수전은 보건소에서 물리치료를 담당했고, 마거릿은 이화여대에서 영어를 가르쳤다. 선서를 한 뒤 남자단원에겐 각기 직업훈련소 이름이 적힌 봉투가 주어졌다. 모두 자신이 배속된 곳에 만족했다. 헨리는 경기도로, 래리는 논산으로, 데이브는 전남 광주로, 그리고 나는 전북 이리(지금은 익산)시 외곽의 익산군 농촌직업훈련소로 발길을 옮겼다. 평화봉사단은 모두 소중한 경험을 했다. 아직도 당시 경험이 우리들의 삶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 시절 이후 이미 오랜 시간이 경과해 그때의 경험이 마치 끊어진 필름처럼 기억나지만 무엇보다도 한국에서 만난 동료들과 친구, 그리고 낯선 사람들과 함께 보낸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더 나이 든 분들과 보냈던 시간도 기억 난다. 그분들은 대체로 관대하고, 유머 감각이 있었다. 게다가 현명했을 뿐 아니라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도 독특했다. 이들로부터 배운 교훈 중 하나는 인간은 자신이 변화시킬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만 걱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것들에 대해 고민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그분들은 말했다. 젊은이들이 나이 든 분들을 존경하는 태도도 생생히 기억 난다. 그들은 연로한 분들과 생각이 다를 때도 변함 없이 예의와 존경을 표했다. 나는 직업훈련소에서 한국의 젊은이들과 함께 열심히 일했다. 당시 내가 근무한 훈련소에서 농촌 학생과 지역사회를 돕던 한국인 교사와 행정 담당자들은 너무도 헌신적으로 일했다. 특히 그들이 자신과 자녀의 발전을 위해 기울이는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였다. 우리는 학생들을 교육하는 것 말고도 농촌지도계와 함께 농민들에게 보다 현대적인 영농기술을 가르치려 애썼다. 우리와 함께 일한 사람들은 우리의 도움에 감사했으며 그 감사를 독특한 방식으로 표시했다. 막걸리는 당시 누구나 손쉽게 활용하던 매개체였다. 요즘 시장에서 파는 막걸리보다 훨씬 맛이 좋았다. 나는 한국인 교사들을 돕는 데 주안점을 뒀다. 내가 떠난 뒤에도 그들 스스로 자원과 기술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훈련소 직원들과 가까워지면서 자연히 그들이나 그들의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도 늘었다. 우리는 주말엔 하이킹을 떠나고, 함께 식사를 하고, 시골의 ‘와인 하우스’에서 여유를 즐기며 서로의 문제를 상의했다. 야간근무도 생생히 기억 난다. 덕분에 나의 막걸리 주량과 화투, 장기, 한국어 실력이 부쩍 늘었다. 그 시절에도 소주는 있었지만 막걸리보다 비쌌기 때문에 우리처럼 돈 없는 사람들은 주로 막걸리를 마셨다. 그 모든 소중한 경험은 한국인들의 친절과 다정함 덕분에 가능했다. 당시 한국의 농촌지역은 대도시에서 볼 수 있던 TV나 오락거리가 거의 없었다. 컴퓨터도 없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놀이문화라고 해봐야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모여 음식을 나눠 먹거나, 술을 마시거나, 이야기를 하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여러 가지 게임을 하는 게 전부였다. 내가 병이 난 적은 거의 없었지만 간혹 그런 소문이 퍼질 때면 마을 주민들이 병문안을 하려고 나를 찾아와 걱정해 줬다. 내가 살던 집의 주인과 친구, 직장 동료들이 내가 편히 지낼 수 있게 해 준 배려는 뜻밖이었다. 처음엔 일종의 의무감 때문에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곧 그들의 행동이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며 나의 한국 생활을 보다 쉽고 보다 기억에 남도록 하기 위한 배려임을 알았다. 그들은 나의 평화봉사단 활동에 대한 감사를 늘 그런 식으로 표시했다. 오늘날까지도 평화봉사단 시절은 힘든 때로 기억되지 않는다. 이 시기의 경험은 오히려 내 인생에서 멋진 모험이었다. 그 모험을 통해 나는 다른 누군가를 조금이라도 돕고 인생에 대한 나 자신의 비전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었다. 덕분에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던 76년 봄 나는 멋진 한국 여성과 결혼했다. 그러곤 이듬해 미국으로 귀국했다. 77년 한국을 떠난 뒤 여러 차례 한국을 찾았다. 가장 최근인 2007년 봄엔 아내와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우리는 한국에 사는 평화봉사단 친구와 가족들을 다시 만나 이 모든 변화가 불어 닥치기 전의 한국을 기억하려 애썼다. 하지만 77년 초 한국을 떠나 15년 만에 처음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이미 엄청난 변화에 깜짝 놀랐다. 대중교통은 여전히 널리 이용됐지만 자동차가 엄청나게 늘었다. 대중교통 수단은 훌륭하고, 믿을 만했으며, 깨끗하고, 요금 수준도 높지 않았다. 헬스클럽이 도처에 생겼고, 공공장소에서의 흡연도 제한됐다. 공항(인천과 김포 모두)에서 주요 도시를 오가는 리무진버스도 생겨났다. 고속버스나 시내버스와 달리 다리가 긴 서양인을 고려해 의자 사이의 간격도 넓었다. TV에선 영어채널이 생겨났고, 영어와 한국어로 된 CNN 채널과 현대적인 서구음악, 최신 패션, 최신 가전제품이 넘쳐났다. 얼마 전 나와 아내는 중국을 거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우리가 인천공항 근처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을 수 있도록 조카가 미리 예약한 방이었다. 알고 보니 호스텔형 숙박시설이었다. 매우 깨끗하고, 방이 많으며, 방마다 화장실·샤워시설·냉장고·TV, 간단한 가구가 있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현대적인 호텔은 아니었다. 그래도 평화봉사단 시절에 비하면 거의 궁전이었다. 70년대만 해도 우린 어딜 가나 여관에서 잠을 잤다. 당시 여관은 하룻밤을 묵기에 편하고, 경제적이며, 깨끗했다. 요즘 여관은 한국에선 퇴물이 돼 여관 중 다수가 평판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구식 다방도 마찬가지다. 다방은 한때 사람들이 쉬고, 친구를 만나며, 사업 얘기를 하거나 TV를 보는 곳이었다. 요즘엔 스타벅스, 인터넷 카페, 음악 감상실 등이 도처에 생겼다. 게다가 각 나라의 음식이 넘쳐난다. 이제 소주는 많은 사람이 즐기는 술이 된 것 같다. 막걸리도 있지만 맛은 예전만 못하다. 한국 의료서비스의 질은 이제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으며 사실 일부 서구 나라보다도 낫다. 게다가 한국인들은 세계를 많이 여행하며 다수는 휴가 때 다른 나라를 찾는다. 사실 그런 추세가 너무 심해 지난번 중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의 원화가 미국 달러화나 일본 엔화와 거의 똑같이 취급되는 것을 보았다. 내가 만난 많은 중국인은 영어보다 한국어를 더 잘 구사했다.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한국이 매우 현대적인 나라로 변모한 사실에 깜짝 놀란다. 특히 젊은이들은 컴퓨터와 기술을 매우 중시하며 사람들도 대개 예전처럼 친절하고 다정다감하다. 그러나 이 모든 변화에도 불구하고 가족 간의 관계는 여전히 끈끈하며 전통도 계속 존중된다. 내가 한국에서 겪은 경험이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줬느냐고 누가 물으면 “더 좋은 방향으로 나를 이끌었다”고 답한다. 만일 한국에 가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멋진 아내도 만나지 못했으리라. 이 사실만도 77년 한국을 떠난 이래 내가 해 온 일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내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방식, 매일 내리는 선택, 그리고 타인에 대한 배려 등 그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과 지식을 한국에서 얻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조그만 기여를 했다는 추억과 함께 말이다. 우리 부부는 올가을 한국에서 열릴 미 평화봉사단 재회 행사에 참가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부부는 빛 바랜 사진을 보며 옛 기억을 더듬는다. 지난 30년간 우리는 콜로라도주 덴버 교외에서 살아왔다. 나는 현재 한 대기업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한다. 내겐 대학을 갓 졸업하고 약 40년 전의 나처럼 새로운 세계를 찾아 도전하는 아름다운 두 딸이 있다. 큰딸은 결혼해 우리 집 근처에서 살고, 둘째딸은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 곧 우리를 닮은 손주까지 보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2008.08.19 11:08

6분 소요
자유 넘치는‘가짜 귀족학교’

산업 일반

경기도 분당에 있는 이우학교로 가던 길에 택시 아저씨 왈, “도대체 학교가 어딨단 거예요? 거 참 돌아가기도 힘들게 생겼네.” 이우학교가 귀족학교란 말을 듣고 찾아가는 길인데, 가는 길부터 전혀 귀족스럽지 않았다. 길은 공사 중이어서 울퉁불퉁 파여 있는데 포장공사 때문이란다. 나중에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그 전엔 흙길이어서 비가 오면 옷이 더러워지기 일쑤였다”고 한다. ‘귀족학교이기는커녕 과연 이곳이 도시형 대안학교인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학교 주변은 도시보다는 자연에 가까웠다. 투덜거리는 택시 아저씨를 뒤로하고 5분여 오르막길을 올라 학교에 들어갔는데, 실망스럽게 아이들도 그리 귀족처럼 보이지 않았다. 우리 주변 평범한 모습의 아이들이었다. 집이 부유한가 물으니 흔히 ‘중산층’ 가정의 자녀들이 많았다. 물론 이 학교 수업료가 1년에 480만 원 정도로 일반 중·고교보다 비싼 것은 사실이다. 한 학생은 “어이없다. 수업료가 비싸다고 귀족인가. 우리는 대신 사교육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체로 귀족이라고 하기엔 소박한 가정들이었다. 그렇다면 이 학교를 세운 100명의 설립인이 귀족인 것일까? ‘귀족학교’를 새삼스레 꺼내는 우리가 당면한 교육의 문제, 특히 올 대선에서도 주목받을 3불(不)정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본고사를 금지하는 게 현재 우리 정부가 고수하는 3불정책이다. 3불정책이 무너지면 이른바 돈 있고 명성 있는 ‘귀족’이 교육을 통해 자연스레 부와 지위를 세습할 것이라는 게 3불정책 지지자들의 주장이다. 외고나 과고가 사교육 과열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도마에 오르락 내리락 하는데 공교육 혁신의 모델이 되겠다는 대안학교가 귀족학교라면 적지 않은 사람이 실망하지 않을까? 다행히 이우학교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현재 3불정책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효율적인 학생 개인의 역량 개발’을 3유(有)정책을 통해 조심스레 시도하고 있었다. 이우교육공동체는 “한국 교육 문제 있다”고 판단한 사람들 100명이 모여 만들었다. 공동체의 불씨를 지핀 정광필 교장은 “선비처럼 꿈만 꿔서 무슨 일이 되겠는가. 교육에 대한 이상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문제는 실천력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꿈을 찾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지식, 마음가짐 등을 갖추도록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학교를 세우기로 했다면 필요한 것은 ‘돈’이다. 정 교장은 “학교를 세우는 데 120억원 정도가 들었다. 일부러 사교육의 메카인 분당을 선택했다. 도시의 일반고에 대안을 제시하려는 학교가 시골에 있어서야 되겠는가. 아이는 부모와 함께 키우는 것이니 기숙학교여서도 안 됐다. 그렇다 보니 적지 않은 돈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100인이 출연했으니 평균 1억~2억원은 낸 셈이다. 100명이 120억원 모아 시작 100인 위원회 중 한 명인 오종수 한의사는 “각자 낼 수 있는 만큼 냈다. 당시 멀쩡한 직장 그만두고 한의학을 공부하던 내가 얼마나 낼 수 있었겠는가. 나도 나지만 심지어 전세금을 뺀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100명의 면면을 보면 몇몇 재력가를 빼고는 교사, 샐러리맨, 전문직 등 중산층이 대부분이다. 소수 재력가의 재산에 의해 학교가 설립될 경우, 학교 운영에서 소수에 의한 전횡과 독단의 가능성이 있어 100명이 함께 학교를 세운 것이다. “학교 설립 당시 진 수십억원의 빚을 아직 100명의 창립자가 각자 나눠 지고 있다”고 학교 관계자는 말했다. 그는 또 “이것은 순전히 설립할 때의 빚이다. 특성화고로 분리되어 교육청에서 지원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매년 1억~3억원 정도 법인 전입금이 필요하다. 이는 100명의 창립자에게 또 짐을 지울 수 없어 기부금으로 충당한다. 매년 운영 적자를 메울 수 있도록 교육청의 지원이 절실하다. 교육청이 이를 설립 당시 빚을 갚으려고 지원금을 요청한 것으로 오해하면 곤란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무엇이 그들을 빚까지 짊어지며 학교를 세우도록 했을까.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 환경을 제공해 주고 싶어서”라고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오종수씨는 “특목고 아이들이 시험이 끝나면 병원에 간다는 사실에 놀랐다. 좀 더 건강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경재 한국성과향상센터 대표는 “위에서도 교육 혁신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아래로부터의 노력 없인 공교육 정상화는 불가하다”고 밝혔다. 정광춘 잉크테크 대표는 “중소기업을 운영해보면 인재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절감하게 된다. 어째서 대학을 나온 만큼의 실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나오는 것인가. 대학에 가서 공부하는 힘을 길러줄 중·고교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우학교만의 장점은 무엇인지 정 교장에게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이우학교의 아이들은 자신만의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학교가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는다. 학부모도 그렇다. 그렇다면 학생에게 주어진 이러한 ‘자율’이 과연 효율적인가. 정 교장은 “감히 그렇다”며 “아이들 스스로 공부하고 사교육에 의지하지 않는다. 고3 때 4월께부터 수능준비에 매진해도 대학에 잘 갔다. 설사 못 가면 어떠냐. 이미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아이들은 알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06년 고등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587만원으로 집계됐다. 1인당 공교육비는 수업료와 등록금 의 교육비와 기성회비, 학교발전기금, 인건비 등의 총합을 재적 학생 수로 나눈 것인데, 대부분 정부가 지원한다. 진로를 탐색하고 꿈을 향해 매진한다는 ‘결과’를 얻는 데 이우학교는 더 적은 비용으로 더 큰 효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자율·참여·대화의 3有정책 양예슬(19)양은 “하도 자유시간이 많아 다른 일반고에 다니는 아이들과 비교하면 불안하기까지 할 정도다. 우리는 이우학교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 꿈도 내가 찾고 개척도 내가 해야 하는 것”이라며 당차게 말했다. 이우 학생들은 실제 체육대회부터 농촌봉사까지 스스로 스케줄을 짠다. 학교에 대한 불만을 묻자 “지금 하는 학교 앞길 공사를 학교에서 학생에게 묻지 않고 추진했는데 학생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저녁 8시30분 학부모 회의가 끝난 후 학부모들이 몰려나왔다. 그중 아버지도 많았다. 이우학교의 학부모들은 교육에 참견이 아닌 ‘참여’를 한다. 학부모 참여는 부모 사랑은 대체불가능하고 교사는 또 연구도 해야 하기 때문에 이우학교에서 중요시하고 있다. 5대 1의 입학경쟁률에 학부모 면접도 학생 선발과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학부모 참여를 미리 약속받고 가는 셈이다. 자신의 직업에 대해 설명한다든지, 독서 모임의 도우미로 나선다든지, 정자를 짓는 등 참여 방법도 다양하다. 이우 학부모의 약속 중 재미있는 항목이 있다. ‘지혜·돈·힘·재능 등 각자 가진 것을 나누고 기여한다’는 것이다. 정 교장의 “초기 대안교육의 대상은 중산층 이상의 가정이 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 이해가 갔다. 학생도 학부모도 목소리가 높은 데다 설립자는 100명, 교사도 야간근무를 밥 먹듯 할 정도로 적극적인데, 이 학교에서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게 쉽지 않아 보였다. 정 교장은 “충분한 대화밖에 답이 없다”고 한다. 정 교장은 “다른 대안학교 졸업식에 가보면 교사가 멱살 잡히는 일도 허다하다. 기껏 보내놨더니 기대한 만큼 성과가 꼭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모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오 의사의 말이 떠올랐다. “작년 졸업식은 정말 눈물바다였다. 그때 ‘이 학교에 잘 보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이우학교는 민주주의에서 말하는 자율·참여·대화의 3원칙을 지키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 이사회 이사 선출 방법 등이 이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사실 이우학교에서는 3유정책이란 말은 쓰지 않는다. 다만, 현 정부의 3불정책과 비교해 ‘기부금입학제’는 아니더라도 바른 공교육 실현을 위한 기부자들이 있고, ‘본고사’는 아니더라도 학생을 뽑는 이우학교만의 절차가 있으며, ‘고교등급제’란 말처럼 공교육 정상화의 열쇠를 고교에서만 찾는 것이 아니라 중·고교를 아울러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가장 확실한 투자가 교육이라는데 과연 우리의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의문이라면 이우학교의 예를 참고해 볼 만하다. 경쟁률 5대1 넘는 이우학교 이우학교는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국내 최초 도시형 대안학교로 2003년 9월 개교했다. 중·고교 통합 6년제로 3년 연속 담임제를 채택하고 있다. 개인별 맞춤 시간표를 도입했으며 윤리와 사상, 삶과 철학 등 100여 개로 과목이 세분화됐다. 최근에는 교과내용뿐 아니라 서울대, 경희대 한의대 등 명문대 합격자를 배출하는 등 진학 성과도 좋아 새로운 교육기관의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는 69명 중 47명이 대학에 진학했고 20명은 재수 중이다. 일반 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등록금 때문에 귀족학교가 아니냐는 논란도 있다. 교육효과가 알려지면서 지원자가 몰려 매년 평균 5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2007.05.14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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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에 제동 걸린 현대자동차

산업 일반

노사분쟁, 고비용, 저생산성 등 미국 업체의 단점 그대로 답습 지난해 수익 35%나 줄어들어 한국의 전주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수천 마일 떨어져 있다. 그러나 두 도시는 노조가 막강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의 자동차 대기업 현대는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전주 공장의 야간 근무조를 늘리려고 1년 가까이 애써 왔다. 그러나 노조는 매번 거절했다. 10개월치나 주문이 밀린 데 발끈한 현대 경영진은 최근 노조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제안에 응하지 않으면 일자리를 해외로 내보내겠다고 경고했다. 노조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노조원들은 야간근무가 건강에 해롭다고 판단했다”고 김석 현대차 노조 부본부장은 말했다. “그리고 우리의 근무여건은 이미 열악하다.” 사실 현대차 근로자들이 받는 연봉(평균 5500만원)은 한국 블루칼라 노동자 중 가장 높은 편이다. 디트로이트 자동차업계 근로자의 평균 연봉에 아주 조금 못 미칠 뿐이다. 미국 자동차 대기업 GM과 포드는 최근 몇 년 사이 많은 문제점에 허덕이며 도산 지경에 이르렀다. 세계 6위 규모의 자동차 업체인 현대도 똑같은 문제 다수를 드러냈다. 지난해 현대의 수익은 2000년 이후 처음 35% 감소했다. 원인의 일부는 원화 가치 상승(현대의 수출품 가격이 비싸진다), 국내 수요 감소, 회장을 둘러싼 부패 추문 등 회사나 국가에 특정한 문제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디트로이트식 고비용, 저생산성, 잦은 노동분쟁이 복합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현대는 10여 년 전부터 도요타 같은 일본의 선도업체를 본받겠다고 나섰지만 핵심적인 비용과 노동지표 측면에서 일본 기업뿐 아니라 미국 기업 다수에도 크게 뒤떨어졌다. 현대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큰 비중(한국 전체 수출과 고용의 약 5%)을 감안할 때 현대의 문제는 국가 전체에 먹구름을 드리운다. “현대의 노조와 경영진이 진지하게 거듭나지 않으면 회사의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서울대 경영학과의 윤창현 교수는 말했다. “디트로이트 3대 자동차 회사의 쇠퇴와 너무 닮았다.” 현대의 추락은 예상 밖이었다. 1997∼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 잠시 주춤했던 현대는 공세적인 해외 확장과 놀라운 품질관리로 세계 시장점유율을 높여 갔다. 2000년대 초반 이후 연간 수익이 1조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그 수익을 생산라인 기술과 공학기술 향상에 재투자하는 대신 근로자 임금의 대폭적 인상에 썼다. 결과적으로 일본 경쟁업체뿐 아니라 미국 기업들에도 생산성이 크게 뒤떨어졌다. 현대에서는 자동차 한 대 생산에 드는 근로자의 노동시간이 30시간이다. 반면 도요타는 약 22시간, 포드는 약 26시간이다. “현대는 생산성에 비해 노동비용이 너무 높다”고 삼성증권의 김학주 자동차업계 분석가는 말했다. “도요타와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진다. ” 한편 포드와 GM에서는 대규모 감원 등 원가절감 후의 상황이 나아졌다. 이런 회사들의 경영이 호전되는 큰 이유는 임금삭감이나 실업의 현실에 직면한 근로자들이 임금, 의료 보장, 연금 문제에서 대폭 양보했기 때문이다. 한편 전권을 쥔 현대의 ‘귀족 노조’는 1987년 창설 이후 한 해만 빼고 매년 파업을 했다. 근무조 신설부터 인력순환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에 노조의 동의가 필요하다. 지난 1월 노조의 과도한 요구와 부패 추문에 휘말린 경영진에 분노한 국내 소비자들이 현대자동차 불매운동을 벌였다. 국가적 경제목표 달성에 아직도 개인의 희생이 중시되는 한국에서는 전례없는 일이었다. 노조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말한다. 총수입 대비 임금 비중은 90년대 말 이후 17%에서 9%로 하락했다. 그러나 그 한 가지 원인은 회사의 성장이었다. 그보다 비율이 더 낮은 외국 경쟁업체가 많다. 현재 현대가 100만 대 이상을 해외에서 생산하고 2010년까지 314만 대로 늘릴 계획이라는 사실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 사실, 또 지난해 7만5000명이 실직한 디트로이트의 쓰라린 교훈에 현대차 노조도 망설일 듯하다. 지난주 다임러크라이슬러는 미국 내에서 무려 1만3000명의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경영진은 미국 전체 사업부의 매각을 검토한다. 현대가 노조 문제에 대처하면서 전주 공장에도 곧 해고통지서가 배달될지 모른다.

2007.02.27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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