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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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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개미 잡아라"...새단장 나선 MTS

증권 일반

증권사들이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개편에 한창이다. 증시 하락장에 개인투자자의 주식거래대금이 급감하면서 줄어든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을 만회하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증권사 대부분은 기존 MTS의 방대한 메뉴 수를 줄이고 ‘빠르고 쉬운’ 사용자 편의성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조만간 MTS ‘영웅문S#’을 내놓을 계획이다. ‘영웅문S#’은 계좌개설부터 국내주식과 해외주식 매매, 금융상품 가입, 인공지능(AI) 자산관리 등을 아우르는 ‘원앱’이다. 데이터 분석을 통한 빅데이터 활용과 사용자 경험을 기반으로 플랫폼 경쟁력을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미래에셋증권은 해외주식·선물 거래앱인 ‘엠글로벌’(m.Global)과 연금·금융상품 관리앱인 ‘엠올’(m.ALL)을 국내주식 거래앱인 ‘엠스톡’(M-STOCK)에 통합했다. 각국 주식시장 상황과 포트폴리오를 한눈에 보여준다. 검색 기능도 강화했다. 예컨대 국민주인 삼성전자를 검색하면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삼성전자가 포함된 ETF, 삼성 계열사 주식 등 관련된 상품을 볼 수 있는 식이다. 신한금융과 하나증권, NH투자증권 등도 사용자 중심으로 개편한 MTS를 선보였다. 이런 움직임은 투자위축으로 인해 거래금액이 줄면서 사용자 접근성을 높여 고객 확보에 나서겠다는 포석이다. 사실 증권사들은 거의 0%에 가까운 매매수수료를 받고 있다. 키움증권과 토스증권, 대신증권 등은 0.015%로 최저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다. 무료에 가까운 수수료지만 증권사들은 포기할 수 없는 수익이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키움증권이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 등의 국내·해외 주식거래로 벌어들인 주식거래 수수료 수익(수탁수수료)은 1740억원이다. 전체 영업수익(1조7329억원)의 10%에 해당한다. 1분기 수수료 수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2760억원)보다 35.3% 줄어든 금액이지만 전체로 따지면 수수료 비중이 높은 편이다.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은 4%, NH투자증권과 KB증권은 3% 등을 차지한다. 여기에 ‘엄지족’이라 불리는 20~30세대가 주고객으로 늘고 있는 것도 MTS 개편 이유 중 하나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전체 주식거래에서 MTS 사용 비중은 2019년 24%에서 2021년 약 40% 수준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지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편의성을 강조하는 방향의 MTS 개편으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면서 “간편한 MTS를 이용하는 투자자들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 KB증권 ‘M-able’ 설치수 2000만개 넘어 그렇다면 국내 증권사 중 모바일에서 가장 많이 설치된 증권사 MTS는 어디일까. 빅데이터 분석기업 TDI에 따르면 주요 9개 증권사(키움·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NH투자·KB·신한금융투자·하나·대신) 중에서 상반기 MTS 설치 1위는 키움증권 ‘영웅문S’였다. 영웅문S 설치기기수(분석기간 내 앱을 삭제한 이탈자와 중복 설치자를 제외)는 올해 상반기에만 총 2466만7000개 설치됐다. 2위는 KB증권 ‘M-able’로 2395만9000개가 설치됐다. 주요 9개 증권사 중에 키움증권과 KB증권만이 2000만개를 넘어섰다. 그 뒤로 삼성증권 ‘M-POP’(1954만개), 미래에셋증권 ‘M-STOCK’(1909만개),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1890만3000개) 순으로 많았다. 기기설치 수 대비 월간 활성 사용자(MAU) 비율에서는 지난 6월 기준 신한금융투자 ‘알파’가 47.7%로 가장 높았고, 하나증권 ‘원큐스탁’이 23%로 가장 낮았다. 설치수 대비 MAU는 분석기간 각 한 달간 해당 MTS 이용한 순이용자를 말하는 것으로 다운로드만 하고 사용하지 않는 유령회원을 제외한 실제 MTS 활용 지표다. 1년 전과 비교하면 MAU 비율이 떨어졌다. 지난해 6월에는 36~65%대의 분포도를 보였다. 연령별 사용률을 보면 미래에셋증권 ‘M-STOCK’, KB증권 ‘M-able’, 삼성증권 ‘mPOP’이 30~50대 이상 연령대에 비교적 고르게 나타났다. 20대는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33%)가 1위, 30대는 한국투자(37%)와 키움증권 ‘영웅문S’(37%)이 사용률 공동 1위를 기록했다. 40대 사용률에서는 하나증권 ‘원큐스탁’(46%), 50대 이상에서는 대신증권 ‘CYBOS Touch’(49%)이 가장 높았다. 업계에서는 키움증권이 앞으로도 견고한 점유율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은 2분기 증시 부진 속에서도 국내외 주식에서 채널 경쟁력을 입증해 시장 점유율이 상승하고 있다”면서 “점유율 확대로 타 증권사보다 실적에서 선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키움증권 2분기 국내주식 시장점유율이 22.7%로 동기간 1.4%포인트 상승했고 해외주식 시장점유율이 35%로 전분기대비 4% 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홍다원 기자 daone@edaily.co.kr

2022.08.04 16:00

3분 소요
'출범 임박' 토스뱅크, 사전신청 첫날 14만 엄지족 '구름 인파'

은행

토스뱅크가 10월 공식 출범을 앞두고 사전신청 접수에 나선 가운데, 10일부터 만 17세 이상 모든 토스 사용자를 대상으로 뱅킹 서비스 사전 이용 신청을 받는다. 이날 오후 두 시 기준 토스뱅크 사전신청에 무려 14만6777명이 모였다. 토스뱅크는 ‘조건 없이 연 2% 통장’ 등 출범 전 사전신청자를 대상으로 카드, 대출 등의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오픈할 예정이다. ━ 사전신청자 대상으로 통장 개설‧카드 신청 가능 토스뱅크는 기존 토스 앱에 은행 기능을 넣는 '원앱 전략'을 사용한다. 사전신청 역시 별도 앱을 설치하지 않고 토스 앱 내 화면 배너나 전체 탭의 ‘토스뱅크 사전신청’ 메뉴에서 신청 가능하다. 신청을 완료한 순서대로 토스 앱 알림을 받으면 통장과 체크카드 가입 절차를 밟고 토스뱅크 서비스를 미리 경험할 수 있게 된다. 기존 토스 앱 사용자들을 자연스럽게 은행 고객으로 흡수되는 구조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토스뱅크는 '사전신청 페이지를 친구에게 공유하면 차례가 빨라지는' 재미 요소도 넣었다. ‘친구에게 알려주기’ 버튼을 통해 공유하면 추후 공개될 대출 상품도 먼저 만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친구를 초대할 때마다 순서가 높아지고 순위는 실시간으로 변경된다. 토스뱅크가 선보인 ‘조건 없이 연 2% 통장’은 가입 기간이나 예치 금액 등 제한 없이 입출금 통장 하나에 연 2% 이자를 지급하는 수신 상품이다. 사전신청으로 먼저 토스뱅크 통장을 개설하면 돈을 예치한 날짜부터 연 2% 이자가 계산돼 매달 지급된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예·적금 상품마다 가입 조건이 서로 다르고 복잡해 조금이라도 더 높은 금리를 받기 위해 은행 발품을 팔고 가입 경쟁을 벌여야 했던 고객의 불편을 해소하겠다는 의지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토스뱅크는 현재 자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대출, 비상금대출 등의 상품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시범 운영하는 신용대출의 금리가 연 2.5%, 한도 최대 2억7000억원으로 알려져 상대적 저금리 상품을 내세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체크카드는 전월 실적 조건 없이 혜택을 받도록 설계됐다. 생활밀착형 가맹점 5대 카테고리(커피·패스트푸드·편의점·택시·대중교통)에서 카드를 사용하면 결제 즉시(대중교통은 익일) 카테고리별 300원씩 매일 캐시백을 받을 수 있다. 각 카테고리별로 매일 300원씩 사용한다면 월 최대 4만65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는 셈이다. 카드 디자인은 네온컬러를 적용하고 플레이트 끝에 V자 홈을 파 IC칩 방향을 인지하기 쉽게 만들었다. 또한 카드번호를 카드에 써넣는 대신 토스 앱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해 보안성도 강화했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는 "돈을 맡기는 고객이 어느 은행 어떤 상품이 더 나은지 직접 비교하고 고민할 필요가 없도록 상품을 설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며 "사용자 관점에서 새롭게 설계한 뱅킹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다원 인턴기자 hong.dawon@joongang.co.kr

2021.09.10 14:49

2분 소요
온라인 쇼핑 ‘큰손’ 떠오른 5060 ‘엄지족’

산업 일반

5060세대가 온라인 쇼핑계의 새로운 ‘엄지족’으로 떠오르고 있다. 종전까지 스마트폰 쇼핑이 2030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최근엔 온라인 소비자층으로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 크게 늘고 있다. 50대 이상의 온라인 소비자가 늘어난 현상은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가 신한카드와 함께 서울 소재 74개 업종의 지난해 카드 매출액을 분석한 결과, 2019년과 비교했을 때 지난해 온라인 소비는 18.4% 증가하고, 오프라인 소비는 7.5%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온라인 소비는 모든 연령대에서 증가했지만, 이 중 50대가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10대는 15.7%, 20대는 19.6%, 30대는 14.3%, 50대는 22.3%, 60대는 18.8%, 70대 이상은 17.7% 증가했다. 이 같은 50~70대의 온라인 쇼핑 증가는 코로나19로 인해, 중장년층이 비대면 쇼핑 형태인 온라인 쇼핑을 새롭게 접하면서 점차 익숙해지는 모습으로 분석된다. 이 자료에 따르면, 50·60·70세대의 온라인 소비가 지난해 4월 이후로 크게 느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3월 온라인 소비 증감률은 50대 2.9% 증가, 60대는 4.3% 감소, 70대 이상은 5.3% 감소를 기록했다. 그러나 폭발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해 3월 이후인 4월 온라인 소비 증감률은 50대 14.6%, 60대 10%, 70대 이상이 8.7%를 나타냈다. 그 후로 50·60·70대 이상 모두 계속해서 온라인 소비가 증가했다. ━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쇼핑 늘어난 50대 온라인 쇼핑으로 명품을 사는 중장년층도 늘었다. 온라인 명품 쇼핑 플랫폼 ‘트렌비’에 따르면 올해 4월 45세 이상 사용자 수가 2019년 동기 대비 214% 증가했다. 또 트렌비 소비자 분석 데이터 결과, 전년 동기 대비 4월 트렌비 사용자 수는 65세 이상이 334%로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이어 55~64세 203%, 45~54세가 201%로 중장년층 소비자가 크게 증가했다. 45세 이상 소비자가 지난 4월 사용한 금액은 1099% 상승했다. 이는 해당 기간 트렌비 총 판매 비중의 53%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 플랫폼의 중장년층 사용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가세를 보이다 올해 들어 더욱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45~54세 사용자 판매액이 지난해 9~12월 대비 45% 뛰었고, 55~64세는 19% 늘었다. 트렌비 관계자는 “45세 이상 중장년층 사용자는 주로 전통적인 명품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프라다를 선두로 구찌·샤넬·루이비통·버버리 순으로 브랜드 페이지 방문율이 높았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중장년층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은희 인하대 교수(소비자학과)는 “요즘 플랫폼은 ‘유저 프랜들리(user-friendly)’ 형태로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며 “이 때문에 처음 온라인 쇼핑을 하는 5060세대도 자녀들에게 10~20분 만에 온라인 쇼핑법을 금방 터득한 후, 빠르게 온라인 쇼핑에 익숙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다만 5060세대는 기본적으로 오프라인 쇼핑에 익숙한 세대로, 온라인 쇼핑을 즐기면서도 오프라인 쇼핑도 함께 행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agng.co.kr

2021.05.31 16:22

3분 소요
[스마트 쇼퍼(Smart Shopper)] 제품 바코드만 스캔하면 집으로 ‘쓱’

산업 일반

주부 유지연(34)씨는 세 살짜리 아들과 갓 돌이 지난 딸을 데리고 동네 대형마트에 곧잘 들른다. 딸을 태운 유모차도 끌고 있지만, 그는 혼자서도 아이들을 챙기며 여유롭게 쇼핑을 즐긴다. 유씨는 필요한 제품을 카트에 담지 않는다. 스마트폰에 있는 대형마트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한 후 제품 바코드를 찍는다. 스캔한 물건은 스마트폰 장바구니에 있다. 스마트폰으로 간편 결제 후 집에서 물건을 받을 수 있다. 그날 저녁, 유씨는 아이들을 재우고 스마트폰으로 백화점 쇼핑도 한다. 백화점에 가지 않아도 원하는 브랜드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모바일 쇼핑이긴 하지만 실제 오프라인 매장을 둘러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직원들이 현재 매장에서 인기 있는 상품을 사진으로 찍어 올려 놓기 때문에 최신 트렌드까지 읽을 수 있다. ━ 온라인 쇼핑 중 51%가 모바일 쇼핑 상상 속의 일이 아니다. 이미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롯데마트는 지난 2월 15일부터 ‘스마트 스캔’ 서비스를 시작했다. 롯데마트 스마트 스캔 쇼핑 방법은 간단하다. 스마트폰에서 롯데마트 모바일 앱을 다운받아 실행시킨 후 스마트 스캔을 눌러 원하는 상품의 바코드를 인식시키면 된다. 롯데마트 장바구니에 담은 상품 목록을 확인하고 결제하면 2시간 안에 원하는 곳에서 물건을 받을 수 있다. 신용카드, 휴대폰, 실시간 계좌이체, 카카오페이 등으로 결제할 수 있다. 현재 스마트 스캔 서비스는 롯데마트 송파점, 잠실점, 청량리점에서 시행하고 있다. 이르면 올 하반기까지 전 점포로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신세계백화점도 모바일 쇼핑 앱 ‘샤벳’을 선보였다. 샤벳은 백화점 매장 직원들이 직접 촬영한 화장품·의류·신발·속옷 등 400여 브랜드 상품을 볼 수 있는 앱이다. 가령 전체 카테고리에서 여성의류를 선택하면 의류 브랜드가 한 눈에 들어온다. 원하는 브랜드를 선택하면 매장에서 현재 잘나가는 제품은 물론 종류별로 제품을 보고 구입할 수 있다.이처럼 제품을 카트나 장바구니에 담을 필요 없이 바코드 스캔만으로 구매하는 등 더욱 스마트해진 스마트 쇼퍼(Smart Shopper) 시장이 열렸다. 과거 스마트 쇼퍼는 명품보다 저렴한 상품을 구매하거나, 동일한 상품을 할인된 가격에 구매하는 것과 같이 합리적인 소비행위를 의미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모바일을 이용하는 ‘엄지족(모바일 쇼핑 애용자)’이 늘고 스마트폰 하나로 간편하고 가벼운 쇼핑을 하려는 쇼핑객이 늘면서 스마트 쇼퍼의 개념도 확장됐다.통계청에 따르면 올 1월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2조6657억 원으로 전체 온라인 쇼핑 거래액(5조2100억원)의 51.2%를 차지했다. 2014년 9114억원이었던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2년 만에 2.5배 수준으로 늘었다. 모바일 쇼핑 증가는 주요 이용 고객층인 20~30대뿐 아니라 40대 중년층이 늘어난 덕도 컸다. 소셜커머스 티몬이 최근 3년 간의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40대 모바일 고객 비중은 지난해 24%로 2년 동안 8%포인트 늘었다.여기에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을 기반한 쇼핑이 가능해지면 스마트 쇼퍼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사물인터넷 쇼핑 기기가 등장했다. 지난 2014년 미국 온라인 유통회사인 아마존이 출시한 ‘대시(Dash)’가 대표적이다. 대시는 손바닥 크기 만한 원형 막대다. 막대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붉은 적외선 빔이 제품 바코드를 인식하는 방식이다. 가령 적외선 빔이 음료수병에 붙은 바코드를 인식하면 그 순간 거실에 있던 태블릿에 연결된 아마존 쇼핑 구매 리스트에 담기고 구매로 이어진다. 이마저도 귀찮으면 막대를 입 가까이 대고 제품 이름을 외쳐도 태블릿 쇼핑 구매 리스트에 담긴다. 대시는 스마트폰·태블릿 같은 모바일 기기와 무선인터넷으로 정보를 주고받는다. 대시는 연 회비 299달러만 내면 사용할 수 있다.국내에서 이와 유사한 상품이 있다. 지난해 11월 티몬이 선보인 ‘슈퍼태그’다. 소비자가 필요할 때 NFC(근거리 무선통신)가 내장된 해당 품목의 슈퍼태그 자석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티몬 앱 장바구니에 자동으로 담기는 방식이다. 가령 크리넥스 휴지를 주문하고 싶으면 크리넥스 태그 자석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티몬 앱이 바로 구동되고 가격과 수량을 체크하면 상품이 장바구니에 담겨 결제 전 단계까지 진행된다. 결제는 티몬페이, 실시간 계좌이체, 신용카드 3가지로 할 수 있다. 현재 쇼핑이 가능한 수퍼태그 자석은 크리넥스, 삼다수, 퍼실, 너구리 등 4종이다. 티몬 관계자는 “현재 내놓은 슈퍼태크는 티몬 슈퍼마트 내 생필품 코너에서 많이 찾는 제품”이라며 “앞으로 더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도 스마트 쇼퍼, 스마트 신용카드, 스마트 스탬프 등 스마트폰으로 모든 물품 구매와 배송요청까지 할 수 있는 커머스 플랫폼을 선보일 계획이다.앞으로 전기·전자, 유통 업체들의 스마트 쇼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배송 경쟁력이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물 인터넷 쇼핑 플랫폼까지 가세하면 소비자에게 얼마나 더 친절하고 빠르게 배송하느냐가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유통센터나 물류창고 등에 대한 투자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배송전쟁, 택배시장에 큰 기회 미국 온라인 유통 업체 아마존은 물류경쟁력을 위해 미국 내 66개의 물류센터를 확보하고 아시아와 유럽 등으로 물류거점을 늘리고 있다. 아마존은 특히 물류센터의 효율적 가동을 위해 ‘키바 시스템(Kiva Systems)’을 도입했다. 키바(물류 로봇)는 제어센터에서 명령이 떨어지면 원하는 상품을 넣은 선반으로 이동한 뒤, 선반 자체를 들어서 담당자가 있는 곳까지 운반한다. 인건비 절감뿐 아니라 작업 효율까지 높인 사례다.지난해 6월 업계 최초로 경기도 보정에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연 이마트는 2020년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6개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롯데마트도 조만간 경기 김포에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여는 등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여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마트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건립 등 이마트몰을 성장동력으로 삼고 배송서비스 강화에 나서고 있다”며 “유통 업체들의 배송전쟁은 택배업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IoT): 가전제품, 전자기기와 같이 생활 속 사물들을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해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2016.03.12 11:49

4분 소요
모바일 마케팅, 독이냐 약이냐 - 빠르고 효과적 … 역효과도 순식간

산업 일반

지난 3월 경기 광명시에 치킨집을 창업한 유순호(가명·49)씨는 세 달 전부터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에 점포를 등록해 주문을 받고 있다. 창업 후 한동안 전단지나 쿠폰북 등을 이용해 광고에 나섰지만 고객은 좀처럼 늘지 않았다. 68㎡ 남짓한 매장에는 손님용 테이블 하나가 간신히 들어갈 정도의 공간 밖에 없었다. 배달 전문 업체인데 주문이 들어오지 않으니 유씨는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고 회상했다. “처음 몇 달은 하루에 배달 건수가 5개도 안 되는 날이 부지기수였어요. 가게를 비우면서까지 홍보할 여력이 되지 않아 아내와 번갈아 가며 전단지를 돌렸는데 효과를 별로 못 봤죠.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처럼 본사에서 마케팅을 대신해주는 것도 아니었고요.”배달앱에 등록한 지 2주쯤 지났을 때부터 주문이 한두 건씩 늘기 시작했다. 기쁜 마음으로 배달에 나선지 한 달째. 유씨의 치킨집이 ‘우리 동네 맛집’으로 등록됐다. 음식을 주문한 고객들이 평점을 후하게 매긴 덕분이었다. 단골손님들의 평가를 본 후 주문하는 신규 고객도 늘었다. 요즘은 평일 평균 30~40건, 주말에는 50건 넘게 주문이 들어온다. 유씨는 “처음에는 가게 월세 40만원 내기도 빠듯했는데 이젠 그럭저럭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며 “소규모 창업의 경우 일당백을 하다 보니 홍보는 엄두도 못 냈는데 배달앱을 통해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말했다.모바일 배달앱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소셜커머스를 통해 물건을 사는 소비자가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전년동기 대비 17.8% 증가하며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이 중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3조8830억원으로 무려 124.5% 증가세를 보였다. 스마트폰으로 쇼핑을 즐기는 ‘엄지족’이 늘어나면서 온라인 쇼핑에서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율도 34%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모바일 쇼핑이 대세로 자리잡은 가운데 창업과 동시에 모바일을 통해 마케팅을 하는 경우도 늘었다. 그중 배달앱은 요식업 창업자들에게 ‘필요악’과 같은 존재다. 홍보에 도움이 되는 반면 높은 수수료율이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 아직도 전단지 돌리세요 업계가 추산하는 배달앱 거래액 규모는 약 1조원 규모다. 전체 음식 배달 시장의 10%가량을 차지한다는 분석이다.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 전화나 인터넷 대신 모바일앱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앱마다 구성에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위치 정보시스템을 이용해 주변 음식점을 검색할 수 있고, 주문에서 결제까지 가능하다. 이용 후에는 음식점에 대한 평가를 매길 수 있어 다른 고객들과 공유할 수 있다.‘배달통’이 2010년 국내 최초로 배달앱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많은 앱이 탄생했다. 현재는 ‘배달통’과 ‘배달의 민족’ ‘요기요’ 등 3개 업체가 배달 앱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이 사이트들의 방문자 수는 한달 평균 100만명을 훌쩍 넘는다. 초기 배달앱 서비스는 음식점 전단지를 앱으로 옮겨놓은 듯한 형태의 광고 플랫폼 서비스였다. 고객이 주변 음식점을 찾을 때 등록된 음식점만 검색되도록 해 매달 고정적인 광고료를 배달앱 업체에 지불하는 형식이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주문과 결제 서비스를 추가해 일종의 소셜커머스 형태로 변화했다. 이 과정에서 배달앱의 수익모델이 기존 광고수익에서 결제수수료로 옮겨간 것이다. 이용 고객이 지불한 음식값의 일부를 수수료로 챙기는 식이다. 그러나 이 수수료율이 과도하게 책정돼 자영업자들에게는 또 다른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한다.배달앱 3사의 수수료율은 평균 15%(주문 한 건당 매출 기준) 내외였다. 1만원짜리 치킨 한 마리를 주문 받으면 그중 1500원이 앱 수수료로 나가는 셈이다. 서울시 강서구에서 3년째 피자 배달 가게를 운영하는 박모(41)씨는 “식재료와 월세, 인건비 등을 제하면 손에 쥐는 돈이 매출의 10% 정돈데 앱 결제수수료가 10%가 넘으니 부담이 된다”며 “홍보 효과를 무시할 순 없지만 자영업자들에게는 큰 비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배달앱 업체 관계자는 “창업 때 광고 전단지를 만들어 홍보하는데 월평균 20만~30만원이 든다”며 “이에 비해 배달앱 광고료는 3만~5만원에 불과해 결제수수료를 더해도 크게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모바일 마케팅은 오프라인 광고에 비해 편리하고, 광범위한 효과를 거둘 수 있어 기대 비용까지 생각하면 오히려 저렴한 편”이라고 덧붙였다.가맹업주들의 반발을 의식한 듯 ‘요기요’는 10월 1일부터 수수료율을 12.5% 이하로 통일한다고 밝혔다. 10월에 신규 가맹점을 대상으로 실시한 후 11월 들어서는 기존 가맹점까지 모두 수수료율을 12.5%로 맞췄다는 설명이다. 다만, 기존 가맹점 수수료가 12.5% 이하인 경우는 하향 조정했다. 그전까지는 메뉴와 시간대를 고려해 수수료율을 업체 별로 차등 적용했다. 이 같은 변화는 최근 업체 간 과열 경쟁에서 비롯됐다. 업체마다 자사 수수료가 낮다는 점을 앞다퉈 홍보하며 논란을 빚었다. 이에 또 다른 업체인 ‘배달통’은 “우리 회사는 업계 최저 수수료(8%대)를 적용해 지난 9월 등록 업체가 20만개를 넘어섰다”며 “낮은 수수료를 책정해 소상공인들과 상생하려는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등록업체들은 이런 움직임을 반기고 있다. 한국배달음식업협회 역시 11월 17일 수수료 없는 자체 배달앱 ‘디톡’을 출시하는등 자구책 마련에 바쁘다. 이 앱에는 이미 6만8000개 업체가 우선 등록을 마쳤다. 서울 소상공인지원센터 측은 “배달앱 간 경쟁이 심화되며 수수료율 하향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업주의 수수료 부담이 커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가 업계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 비싼 배달앱 수수료율(평균 15%) 논란 배달앱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모바일 마케팅의 원조 격으로 볼 수 있는 소셜커머스 앱의 인기는 시들하다. 서울 서초동에서 2년째 프랜차이즈 식당을 운영하는 고준호(가명·37)씨는 창업 초기 소셜커머스에 음식 메뉴를 싼 값으로 올려 홍보 효과를 거뒀다. 메뉴 2개와 음료 등을 세트로 묶어 기존 가격보다 30% 이상 할인된 가격에 판 것이다. 고씨는 가게 홍보를 위해 세 달간만 할인 가격에 팔고, 이후에는 정상가를 받으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더 이상 할인 행사를 하지 않으니 ‘비싸졌다’고 인식한 손님들이 발길을 끊더군요. 소셜커머스라는 개념 자체가 최저가 상품을 올려 경쟁하기 때문에 등록 업체가 수익을 내긴 어려워요. 단기적인 홍보를 위해 등록했지만 제 경우에는 오히려 독이 된 것 같아요.”실제로 소셜커머스 시장은 성장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소셜커머스 티몬 매출은 2011년 891%, 2012년 149% 증가율을 보였지만 지난해에는 50%에 미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여전히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고는 있지만 점차 하향세를 그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저 마진으로 마케팅하는 방식이 오히려 소비자에게 안 좋은 인식을 심어준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업주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싼 값에 서비스나 상품을 제공하다 보니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좋은 상품을 싼 값에’를 지향하던 소셜커머스 방식이 결국 창업자와 소비자에 모두 손해로 다가온 것이다. 한 창업 전문가는 “모바일 마케팅 방식은 빠르고 효과적인 만큼 역효과 또한 확실하다는 것을 창업자들이 인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14.11.16 18:36

5분 소요
Retirement - 단골 바뀐 오락실 “돋보기 드릴까요?”

산업 일반

갈 곳 잃은 은퇴 세대 몰려 … 노래방·테마파크 주력 고객도 노인 은퇴(隱退)는 물러남이다. 현역 시절과의 단절을 느끼는 첫 경험은 ‘갈 곳’ 없는 냉엄한 현실 인식에서 비롯된다. 이때 비로소 은퇴를 절감한다. 행복한 노후를 가로막는 걸림돌은 많다. 돈도 돈이지만 비재무적인 함정이 적잖다. 관계(사람)·취미·건강 등이 그렇다. 집안에선 맘편히 있을 공간조차 없다. 30~40년을 출·퇴근했으니 자신만의 공간이 있을 리 만무하다. 힘들게 소파한 자리를 차지하지만 가족의 시선은 갈수록 차가워진다. 미약한 존재감을 뼈저리게 느낀다.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남녀노소 예외가 없다. 특히 청년그룹의 스트레스가 문제다. 취업·결혼 등 생애 최초의 대형 이슈에 직면하게 마련인데도 돌파구를 모색할 경험이 부족해서다. 이럴수록 스트레스를 풀 만한 공간이 절실하다. 고민 공유와 부담 경감에 도움이 되게 마련이다. 대표적인 공간이 오락실(게임센터)이다. 게임센터가 일종의 아지트로 장시간 사랑 받는 이유다. 장수대국 일본에선 이런 게임센터의 주인공이 달라졌다. 젊은이에서 노인으로 바뀌었다. 뿐만 아니다. 노래방·테마파크·파친코의 주력 고객도 노인으로 바뀌고 있다. 젊은이의 공간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일본의 소비시장은 아베노믹스로 활로가 뚫렸다지만 여전히 내수침체로 고전 중이다. 생필품을 비롯한 필수재화 부문이야 버틴다지만 레저·오락 등은 사정이 녹록하지 않다.실제 레저를 포함한 여가시장은 장기에 걸쳐 뚜렷한 감소세다(2013년 레저백서). 1996년 91조엔을 정점으로 2012년 65조엔대로 떨어졌다. 백서는 “여가활동의 주력 연령층이 10대에서 60대 이상으로 변화한 게 나타났다”고 했다.무엇보다 청년층의 소비가 줄었다. 돈은커녕 여유조차 없이 생존전선에 내몰린 결과다. 유일한 소비 버팀목은 고령 인구다.일본 전체 금융자산(1500조엔)의 60%를 보유한데다 연금까지 받아 지갑이 꽤 두둑하다. 특히 2011년부터 베이비부머인 단카이(團塊) 세대의 선두주자(남성 1947년생)가 65세가 돼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했다. 고령 인구의 금전 여유가 더 늘어난 것이다. ‘고령 인구가 일본 경기를 떠받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대지진과 전력 부족 등으로 최악의 불경기였던 2011년에도 소비지출은 고령자만 늘었다.60대 이상이 여가 활동 주력 세대2030세대는 돈 적게 들고 눈치 볼 일 없는 집안에 은둔한다. 반면 6070세대는 금전·시간 여유를 내세워 적극적인 소비 주체로 변신했다. 전체 노인의 80%가 건강하다는 점도 한 몫 했다. 한적한 오후라면 십중팔구 노인 고객이 레저시설을 독점한다. TV 도쿄는 “매출 감소를 막고자 상당수 레저시설이 고령 고객을 적극 유치하면서 시설·서비스가 적잖이 달라졌다”고 밝혔다.요금 할인을 비롯한 고령 특전은 물론 음료·과자를 무료로 제공한다. 인터넷·만화 등을 제공하는 복합공간의 경우 치매예방프로그램을 비롯해 혈압측정 기계와 마사지 프로그램도 갖췄다. 바둑·마작·장기 등은 기본이고 일부는 동일 공간에 손자용 놀이시설도 뒀다.노인 전용 레저점포도 있다. 회비를 내면 노래방·요가 등 80종류의 레슨을 받고 건강식까지 제공하는 사업모델이다. 노인 한정의 회원제로 고가지만 카페스타일을 지향해 인기다. ‘다이이치흥상(第一興商)’은 시험 운영 후 고무돼 올해까지 100개 점포를 개업할 예정이다.게임센터는 노인 고객의 천국으로 변신했다. 유력한 신규 고객층으로 고령자를 지목한 결과다. 공통점은 노인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서비스다. 장시간 앉아 게임을 즐기도록 푹신한 의자로 대체했다. 직원들이 고령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도록 교육했다. 급증하는 단신 노인을 유치한 결과 주 3~4회 방문하는 단골 노인이 흔해졌다.돋보기 무료 대여는 게임센터의 기본 서비스로 정착됐다. 노인 인구에 익숙한 방언을 사용하는 직원도 배치해 친근감을 높였다. 지방자치단체·병원에서 게임교실 티켓을 배포하기도 한다. 게임센터 놀이방법을 무료로 가르치는 티켓을 돌려 호기심을 자극하는 전략이다. 노인 고객을 위해 포인트 제도를 강화한 곳도 있다. 게임 후 자동으로 포인트가 쌓이는 디지털 카드와 스탬프로 점수를 모으는 아날로그 카드 모두 준비했다.원래 게임센터는 고급화와 대형화로 효율성을 추구했다. 젊은 이미지를 강조한 건 물론이다. 하지만 청년 고객이 줄어들면서 고전했다. 게임센터 시장 규모는 2007년 7000억엔에서 2010년 5000억엔대로 급감했다. 오락 다양화와 게임기 공급 과잉으로 적자 점포가 늘었다. 소프트웨어는 그나마 히트상품이 나오면 매출이 늘었지만 하드웨어인 게임센터는 그렇지 않았다. 그만큼 수익 개선이 절실했다.이런 와중에 건강한 고령자를 새로운 고객으로 삼는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결과는 긍정적이다. 노인 타깃의 접객 서비스를 강조한 회사일수록 미약하나마 매출이 증가했다. 게임센터의 고육지책은 노인 문제 해결의 힌트까지 제공한다. 고령자의 유력한 여가·취미활동으로 떠올라서다. 치매방지에 좋을뿐더러 파친코보다 경제적이란 게 장점이다. 입소문이 나면서 경로당같은 커뮤니케이션 장소로도 각광을 받는다. 일부는 전용 휴게실까지 설치했다. 노인 사교장으로의 변신이다.고객을 빼앗긴 파친코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원래 파친코의 최대 고객은 중년 이상 고령 고객이다. 출퇴근하듯 파친코에 몰두하는 탓에 중독 환자도 끊이지 않았다. 1950년대 ‘엄지족(親指族=파친코 레버를 엄지로 당긴다는 뜻)’이란 유행어까지 나왔다. 하지만 파친코 업계는 요즘 불황에 시달린다. 2006년 구슬 1개에 4엔씩 하던 걸 ‘1개=1엔’까지 떨어뜨린 ‘1엔 파친코’까지 내놨지만 여전히 적자 압박에 고전 중이다.시장 규모는 1990년대 중반 30조엔에서 최근 20조엔대(2011년)로 줄었다. ‘레저=파친코’의 이미지마저 사라지고 있다. 게임센터에도 밀린 영향이 크다. 더구나 파친코 시장이 자금력을 갖춘 소수 업체의 과점 형태로 재편되면서 중소업체 사정은 더욱 어려워졌다.고령 고객을 잡고자 기기를 교체하고 당첨 확률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자멸행위에 가까워 부담스럽다. 결국 파친코 업계는 게임센터를 벤치마킹 해서 노인 이탈을 막고자 사활을 걸었다. 눈높이 접객 서비스는 물론 몸이 불편한 노인 고객에겐 송영(送迎)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덕분에 일부 업체는 노인 고객을 일부 다시 끌어들였다.불황의 파친코 업계, 노인 고객 잡으려 사활게임센터만 노인 고객에 애정을 쏟는 건 아니다. 노래방도 마찬가지다. 업계에 따르면 갈수록 6080세대의 단골 방문객이 늘고있다. 스트레스 해소와 기분 전환에 제격이란 점에서 고객의 30%가 노인 계층으로 알려졌다. 젊은 고객만 노려서는 생존 자체가 힘들다는 판단에 할인행사를 비롯한 각종 무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테마파크라고 다를 게 없다. ‘테마파크의 주인공은 노인’이라는 카피가 있을 정도로 현재 실버 마케팅이 한창이다.만혼·비혼(非婚)화로 청춘남녀의 발길이 뜸해지자 타깃 연령대를 높이는 추세다. 2012년 도쿄디즈니랜드의 광고는 반백 노인이 등장해 과거 추억을 떠올리는 영상으로 마무리된다. 놀이터조차 미끄럼틀·그네 대신 스트레칭 기구나 통증 경감 의자로 바뀌는 마당에 테마파크의 주력 시설이 건강한 노인 인구에 맞춰 바뀌는 건 당연한 결과다. 도쿄디즈니랜드 등 대부분의 테마파크에서는 시니어 티켓 할인 등의 특전을 제공한다.

2014.01.14 16:25

5분 소요
Retirement - 고령 고독 달랠 친구 만들기 붐

산업 일반

은퇴 후 ‘외로운 배’ 신세 … 노후 대비 친구 만드는 ‘토모카츠(友活)’ 유행 ‘대형 광고회사에서 이사까지 지낸 이이치로(威一郞). 정년 전에 회사가 자회사로 발령을 내자 끝내 퇴사했다. 회사를 그만두면 나만의 시간을 즐길 줄 알았는데 회사인간으로 지낸 탓에 마땅한 취미조차 없다. 가족 서비스로 인생 후반전을 보내려 했지만 정작 가족의 반응이 차갑기 그지없다.그에게 남은 건 지루하고 긴 하루를 보내는 일뿐이다. 이를 힘들어하던 아내는 재택 남편 스트레스증후군에 걸렸다. 결국 딸과 함께 집을 나갔다. 이이치로는 지역 모임에 가도 회사 간부 시절 몸에 익은 ‘갑의 태도’ 탓에 잘 어울리지 못했다. 그는 고립됐다. 곁엔 애완견만 남았다.’와타나베 준이치가 2010년 가을에 내놓은 『코슈(孤舟)』란 책의 줄거리다. 정년 퇴직 이후의 인생살이를 엮은 소설이다. 인생 후반전에 적응하지 못한 고민과 갈등이 적나라하게 소개됐다. 정년 이후 가족의 역습도 구체적으로 기술돼 화제를 모았다. 연애소설로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기도 했지만 정년 이후 ‘외로운 배’의 신세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았다. 남성 샐러리맨은 물론 여성 직장인과 전업 주부에게도 갈채를 받았다. ‘회사인간’의 비극, 집에선 왕따 신세남의 일이 아니다. 은퇴자라면 누구나 한두 번은 우려한 내용일 것이다. 회사 인간인 가장의 가정 복귀는 결코 녹록하지 않은 숙제다.집에서 남편의 공간은 예전에 사라졌다. 어릴 적 아빠를 찾던 자녀는 아빠의 낯선 출현에 ‘투명인간’ 취급한다. 큰맘 먹고 가족 봉사를 위해 부엌을 서성댄들 되돌아오는 건 잔소리뿐이다. 세탁기 작동 방법은 애초부터 까막눈이다.와타나베 준이치의 소설 발표 이후 아사히신문은 ‘고족(孤族)’이란 신조어를 만들었다. 무연(無緣)사회에 사는 무연가족을 뜻한다.2010년엔 ‘고슈족(孤舟族)’이란 말도 나왔다. 한자 의미처럼 외로운 배에 비유되는 그룹이다.은퇴 이후 제2 인생살이를 힘겨워하는 남성을 주로 지칭한다. 정년 퇴직 후 가정에선 정 붙일 공간이 없고 아내에겐 바이러스 취급 받는 중년 남자들이다.이를 지켜보는 가족의 심정도 절망적이다. 많은 전업 주부가 책에 공감한 이유다. 그만큼 은퇴 이후 부부 관계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오죽하면 듣도 보도 못한 ‘재택 남편 스트레스증후군’이란 병명까지 일반화됐을까. 이런 아내를 위해 남편이 요리를 하면 아내는 자신의 공간인 부엌을 엉망으로 만든다고 투정한다. 다른 건 다 참아도 아내의 전용 터전인 부엌을 침범하는 건 용서할 수 없다. 황혼 이혼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관심사는 연령별로 갈리는 법이다. 나이에 따른 특유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학생은 취직을, 젊은이는 연애와 결혼을 떠올리는 게 당연지사다. 이런 이유로 고령자의 뜨거운 공통 관심사는 금전 문제를 뺀다면 사실상 고독 치유다. 은퇴 이후 부여된 하루 24시간, 1년 365일이라는 절대시간을 즐겁게 보낼 고독 방어용 카드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해법은 결국 장기적이고 주기적인 커뮤니케이션 확보다. 예컨대 친구 교제가 대안일 수 있다. 어떤 관계든 친구야말로 고독에서 벗어날 수 있고 노후를 즐길 수 있는 최소한의 대비책이다.실제 퇴직 이후 중년 남성은 갈 곳이 별로 없다. 물론 의지할 곳도 드물다. 회사 인간으로 30~40년을 내리 달렸으니 회사 말고는 아는 곳, 아는 사람조차 별로 없다. 그렇다고 지역사회에 복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사회 대신 같은 취미·가치를 공유하는 동년배와 모임을 시도할 만하다. 이미 생활 주변에선 특정 연령의 노인 대상의 모임과 관련된 정보가 넘쳐난다.생활 반경에 친구가 있다는 건 삶의 중요한 지지기반이다. 친구야말로 언젠간 홀로 살아가야 할 노후를 만끽하는데 꼭 필요한 존재다. 배경은 핵가족화와 장수 추세에서 찾을 수 있다. 가족 관계 변화와 수명 연장으로 절대수명이 늘어서다. 남편은 은퇴 이후 시간이 많아졌고 아내 역시 양육 종료, 자녀 출가로 여유가 늘어났다. 맨션아파트 거주로 단절·고립화된 주거환경도 친구의 존재감을 높이는 요인이다.이런 수요의 결과물이 ‘토모카츠(友活)’다. 취직 활동의 ‘슈카츠(就活)’니 결혼 활동의 ‘콘카츠(婚活)’니 하는 유행어의 연장선상에 있다. 생활 반경에 여러 명의 친구를 만드는 활동과 마음의 준비를 일컫는다. 좁게는 직장 이외에 친구가 없는 사람이 은퇴 이후 생활 주변에서 친구를 만드는 걸 뜻하기도 한다. 종류는 많다. 아침의 쓰레기 분리수거 때 동년배 이웃과 사귀거나 근처 상점의 단골이 되는 게 비교적 손쉬운 토모카츠 방법이다. 혹은 다양한 커뮤니티가 주최하는 모임에 참가하는 것도 방법이다. 인터넷 동호회가 대표적이다.토모카츠는 특히 남자 고령자가 주된 공략 대상이다. 여성이야 원래부터 처음 보는 동년배라도 말을 섞는 게 자연스럽지만 남자는 그렇지 않아서다. 고령 여성이 수퍼에서 줄을 서다 앞뒤 사람과 얘기를 나누는 건 자연스러워도 초면의 중년 남성이 얘기를 주고받는 건 드물다. 남자는 평생 명함 교환이 아니면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쉽지 않다. 이들에게 친구를 사귀는 방법과 기회를 제공하는 건 일종의 틈새 아이디어다.고령자의 친구 확보는 단순한 개인 만족을 뛰어넘는 생존 차원의 목적이 크다. 늙으면 노환이 생기고 자신감이 약해진다. 그렇다고 멀리 사는 친척을 부를 정도로 불편하진 않다. 이럴 때 생활 반경에 친구가 있으면 의지가 된다. 결국 친구 확보는 은퇴 이후를 살아갈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친구가 많고 모임 참가에 적극적일수록 건강한 삶을 살아갈 확률이 높다. 설사 노환이라도 치유가 빠르거나 진행을 늦출 수 있다. 토모카츠는 사회 병폐도 줄여준다. 은퇴 이후 사회의 ‘불순 세력’으로 전락한 ‘망주(妄走) 노인’과 ‘폭주(暴走) 노인’의 양산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친구가 있다면 소외 상태에서 왜곡된 형태의 분출구를 찾을 확률이 그만큼 낮기 때문이다.친구는 고령화 사회 병폐 줄여가령 사회 문제로 떠오른 파친코에 탐닉하는 소외 노인도 구할 수 있다. 파친코의 최대 고객은 중년 이상의 고령 고객이다. 이들은 대부분 출퇴근하듯 파친코에 몰두하는 탓에 중독 환자가 끊이지 않는다. 허리가 구부러진 할머니가 택시를 불러 매일 파친코에 드나드는 경우도 허다하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50년대에 이미 ‘엄지족(親指族, 파친코 레버를 엄지로 당긴다는 뜻)’이란 유행어까지 나돌 정도로 대중화됐다.이런 노인에게 친구가 있고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공유할 수 있는 건전한 취미활동을 찾으며 좀 더 풍족한 노후 생활을 기대할 수 있다. 각종 사회 비용도 줄어든다. 은퇴 세대의 친구 교제를 위한 현실적인 방법은 ‘공원 데뷔’다. 집 주변의 공원에 나가 같은 처지의 친구를 사귀면 토모카츠의 확대 기반을 다질 수 있다. 정보교환 등으로 좀 더 진전된 친구 교제도 가능해진다.

2013.05.30 13:52

5분 소요
[양재찬의 프리즘] 문자메시지 요금 8년째 30원

산업 일반

지난 25년간 우리네 삶을 바꾼 상품 중 첫 번째는 무엇일까? 미국의 전국 신문 USA투데이는 5월 말 미국인의 삶을 바꾼 상품 1위로 휴대전화를 꼽았다. 2위는 노트북PC, 3위가 이동하면서 e-메일 확인과 문서 작성을 할 수 있는 휴대용 정보단말기(PDA) 블랙베리다. 주요 품목들을 보면 전자기기와 정보기술(IT)이 현대인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침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도 비슷할 게다. 휴대전화 가입자가 4000만 명을 넘었다. 아이나 어른이나 휴대전화를 끼고 산다. 엄지족들은 수업 시간에도 문자를 주고받는다. 머리 감을 때만 잠시 휴대전화와 헤어진다는 청소년이 많다. 이러니 생활이야 편리할지 몰라도 가계의 통신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진다. 지난해 도시근로자가구의 월평균 통신비는 13만5000원. 식료품비(57만4200원)보다야 적지만 옷이나 신발 구입(11만9400원), 병원 다니고 약 사먹는 보건의료 비용(10만2900원)보다 많다. 2000년과 비교하면 통신비는 6년 사이 1.8배로 불어났다. 전체 소비지출의 6%를 넘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3.5배다. 이 정도면 지금 우리는 의식주(衣食住)가 아닌 ‘통(通)식주’가 문제인 시대에 살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휴대전화 요금을 내리라는 목소리가 커진다. 시민단체들이 나섰다. 대선의 해에 표를 의식한 정치권도 거든다. 서울YMCA는 문자메시지(SMS) 요금, 가입비, 발신번호 표시(CID), 기본요금을 ‘4대 괴물’로 지목했다. 이 괴물을 잡자며 5월 21일부터 100일간의 시민 릴레이 1인 시위에 들어갔다. 릴레이 시위에는 어느 이동통신 대리점 사장도 합류했다. 이동통신 업체가 그동안 요금 인하를 전혀 안 한 것은 아니다. 음성통화 요금은 몇 차례 낮췄다. 하지만 문자메시지 요금은 1998년 10원으로 출발한 것을 2000년 30원으로 올리더니만 8년째 꿈쩍도 않는다. 2005년 상반기 영업실적을 근거로 원가가 2.5원이란 분석이 나오자 이동통신사는 무료 이용을 감안한 실제 요금은 7원이라고 맞섰다. SK텔레콤은 월 1000원씩 받던 CID 이용료를 지난해부터 무료화했지만 KTF와 LG텔레콤은 동참하지 않았다. 그 결과 두 회사는 지난해 발신자 표시로만 1806억원을 챙겼다. SMS나 CID나 이미 갖고 있는 통신망을 이용하는 것으로 추가 투자가 거의 없다. 더구나 문자메시지는 이용계층과 이용량이 크게 늘어 원가는 갈수록 낮아진다. 통신위원회도 지난해 문자메시지 요금이 너무 높다며 약관 개정을 권고했다. 지난해 이동통신 3사의 총매출은 21조1018억원. 점유율 1위 SK텔레콤의 영업이익만 2조5844억원(영업이익률 24.3%)이다. KTF와 LG텔레콤 등 후발주자도 10%대의 영업이익률로 제조업체 평균(5.3%)의 두 배를 넘었다. 지난해 이들 회사의 원가보상률은 103∼122%. 요금이 적정이익을 포함한 원가보다 3∼22% 높다는 의미다. 여러 지표를 보면 휴대전화 요금은 내릴 여력이 있다. 이동통신 업계도 할 말은 있다. 신규 투자 재원을 마련해야 하므로 원가보상률만 보고 요금 인하를 요구하면 곤란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올 1분기에만 1조원이 넘는 마케팅 비용을 썼다. 통신비 부담이 크다고 하자 요금이 비싸서가 아니고 헤프게 써서 그렇다는 논리로 맞선다. 유류세 부담이 크다는 지적에 정부가 하는 소리와 같다. 소비자를 봉으로 알기는 이동통신사나 주유소 공급가보다 높게 공장도가격을 속여 신고한 정유사나 마찬가지다. 지금 이 땅의 서민과 중산층은 요지부동 휴대전화 요금과 치솟는 기름값, 언제 다시 뛸지 모를 아파트값, 등골을 휘게 하는 과외비의 ‘4고(四苦)’에 포위되어 있다. 이동통신사가 해마다 막대한 이익으로 성과급과 배당 잔치를 벌이는 사이 요금을 못 내 신용불량자로 몰리는 소비자도 있다. 그 잔칫상에 소비자도 불러라. 우리나라 IT산업이 이만큼 발전한 데는 묵묵히 뒤를 받쳐준 소비자의 힘도 있으니.

2007.06.18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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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대 꺾인 블랙베리

산업 일반

BlackBerry Smackdown 소프트웨어 제조사 시벨 시스템스의 그룹 담당 임원인 에릭 린드퀴스트는 블랙베리 없이는 한시도 살 수 없다. 블랙베리는 캐나다의 휴대전화 솔루션 업체 ‘리서치 인 모션’(RIM)이 개발한 휴대용 e-메일 및 정보단말기다. 그럼에도 린드퀴스트는 미 버지니아주의 한 지방법원 판사가 블랙베리 서비스에 중단 조치를 내릴지 모른다는 소식에 별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지적재산권을 주장하는 한 영세 업체가 RIM을 상대로 낸, 4년간 끌어온 특허 위반 소송의 잠재적인 결과다. 모토롤라·노키아·마이크로소프트 등 대기업들도 RIM의 블랙베리를 대체할 제품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만일 RIM이 패소한다면 린드퀴스트는 다른 기기로 바꾸면 그만이다. 그래도 린드퀴스트는 뼈있는 경고를 잊지 않았다. “다른 기기들이 블랙베리처럼 잘 작동할지, 또 망치로 부숴도 깨지지 않을지는 전혀 다른 얘기다.” RIM사의 블랙베리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500만 엄지족은 일단 이 단말기를 쓰기 시작하면 계속 쓰기로 유명하다. 이용자 다수는 분명 법원 명령에 따라 휴대전화가 회수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RIM과 버지니아주의 특허업체 NTP 홀딩스와의 싸움은 끝없는 맞고소와 모순된 판결의 연속이었다(대다수 판결은 RIM 측에 불리했다). 얼마 전까지도 평행선을 달리던 두 건의 소송에서 RIM과 NTP는 각각 한 차례씩 승소했다. 그러나 RIM은 NTP와의 법정 싸움에서 이기려는 마음이 너무 앞서 더 큰 싸움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지도 모른다. 이 회사는 올해 주가가 25% 하락했다(업계 분석가들은 무엇보다도 결과가 불확실한 소송전 탓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국에서 블랙베리 서비스가 실제로 중단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RIM 측은 화해를 하거나 서비스 내용을 바꾸는 방식으로 NTP의 특허를 우회하려 할 듯하다) 경쟁업체들은 업계 선두주자가 처한 난관을 지켜보며 군침을 흘린다. 무선통신업계 분석가 롭 엔덜은 “마이크로소프트나 팜 같은 업체들에겐 RIM의 고객을 공략할 엄청난 기회가 생긴다”고 말했다. RIM의 특허권 분쟁이 각별한 사건은 아니다. 하이테크 기업 대다수는 제품 생산도 하지 않고 단지 지적재산권만 가진 채 이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NTP 같은 특허권 소유 회사의 공격을 받기 일쑤다. 일부 대기업은 이 같은 행태가 노골적이지만 않을 뿐 협박과 다름없다며 맞소송을 제기한다. 예컨대 이미 자취를 감춘 웹사이트 MercExchange가 e베이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현재 대법원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대부분 엄청난 소송 비용과 못 믿을 배심원 판결을 감수하기보다 영세 업체들에 특허권 이용료를 지불한 뒤 폐업을 유도한다. 이 때문에 미 의회는 특허제도 개혁을 고려 중이다. RIM은 소송 관련 비용이 늘어나는 데도 NTP와의 화해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화해금 액수가 너무 과다하다는 생각이다(RIM은 이 기사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워털루에 있는 RIM은 기술혁신에 열정적으로 매진하기로 유명하다. 가트너 그룹의 무선통신업계 분석가 켄 덜레니는 “이 회사는 자부심이 강하다. 일단 확신이 서면 끝까지 밀고 간다”고 말했다. RIM은 NTP가 처음 보낸 편지를 무시했다(NTP는 지난해 사망한 엔지니어 토머스 캠패너의 이름으로 보낸 편지에서 RIM이 e-메일 무선 전송과 관련한 특허 8건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NTP는 결국 소송을 제기했고, 배심원단은 2002년 RIM 측에 2300만 달러(RIM 매출의 5.7%)를 특허권 이용료로 지불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RIM은 항소했고, 소송이 계속되는 과정에서 로열티의 원천이 되는 RIM의 수입도 급증했다. 지난해 양측은 4억5000만 달러에 합의를 본 뒤 이 사실을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모종의 이유로 거래는 수포로 돌아갔고, 양측은 다시 법정 싸움에 뛰어들었다. RIM 측은 현재 NTP의 특허권 소유 주장에 대한 미 특허사무국의 재검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법원이 기다려주길 바란다. 특허사무국은 2주 전 NTP 측의 결정적 주장 한 가지를 거부했지만 이미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는지 모른다. 버지니아주의 제임스 스펜서 판사는 2주 전 판결에서 특허사무국의 업무 지체를 기다릴 수 없으며 미국 내 블랙베리 서비스 중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정 싸움에서 결국 승리해도 RIM으로선 NTP보다는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유념해야 한다고 업계 분석가들은 지적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노키아가 대용으로 내놓은 무선통신 e-메일 서비스는 아직은 RIM의 블랙베리 서비스만 못하다. 곧 출시될 모토롤라·HP·팜의 이동통신 e-메일 기기도 블랙베리만큼 날렵하지 못할지 모른다. 그러나 만일 블랙베리란 말이 e-메일 중독만이 아니라 혼란스러운 끝없는 법정 싸움까지 연상시킨다면 상황이 반전될 가능성도 있다.

2005.12.20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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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엄지족 CEO] 신훈(금호건설) 사장 입력 번호만 1000개

산업 일반

만일 머리가 희끗한 당신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나 고위 임원이 집무실에서 조그만 휴대전화 창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엄지손가락을 바삐 놀리며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생각해 보자. 그 내용이 신입사원에게 보낸 “요즘 많이 힘들죠?”라는 것이라면 메시지를 수신한 새내기 사원에게는 그 자체가 감동일 것이다. 올해 환갑인 신훈 금호건설 사장은 업계에서도 잘 알려진 ‘엄지족 경영인’으로 통한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힘든 CIO(기업정보책임자) 출신 CEO인 그는 휴대전화에 1000개에 달하는 전화번호가 입력돼 있고, 젊은층 못지 않은 문자 메시지 입력 속도를 자랑하는 노장이다. 금호건설 측 관계자가 전하는 그의 일화다. ‘휴대전화와 경영’. 그럴 듯하기도 하고, 어찌 보면 별 상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CEO나 임원들이 휴대전화를 경영에 애용한다. 주로 내부 고객(직원)을 위한 이른바 ‘감성 경영’‘스피드 경영’의 일환이다. 단문 문자 메시지(SMS)가 많이 활용된다. 임원들은 직원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사적인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고, 업무 보고를 받거나 지시를 내릴 때도 휴대전화를 많이 사용한다. 휴대전화가 기업 내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e-메일보다는 ‘휴대전화’가 더 정(情)적이기 때문일까. CEO가 휴대전화를 통해 직원들과 소통한다는 것 자체가 팍팍한 비즈니스 장에서는 훈훈한 미담으로 들리곤 한다. ‘소통 경영’ 하면 빠지지 않는 CEO가 있다. KT 남중수 사장이다. 남 사장은 이동통신 업체인 KTF 사장 출신답게 휴대전화를 주요한 경영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남 사장은 임직원들과 수시로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는다고 한다. 소소한 얘기도 있고, 간략한 업무나 긴급한 업무의 경우도 SMS로 보고받거나 지시를 내린다. 비서진이나 홍보실도 KT나 남 사장과 관련된 언론 기사를 SMS로 보고한다고 한다. 그에 앞서 이용경 전 KT 사장도 휴대전화 업무보고를 활용한 CEO였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도 휴대전화 매니어다. ‘유머를 아는 CEO’로 통하는 신 회장은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애찬론차에 가깝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얘기다. 그의 생각을 잘 보여주는 글이 있다. 신 회장이 모 언론에 기고한 글의 일부다. ‘돌아보면 인생은 대인관계의 연속이고, 대인관계의 모든 것은 의사소통, 즉 커뮤니케이션에 따라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미오와 줄리엣 사이에 빠르고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졌다면 그 남녀는 더 오래 행복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만일 두 남녀가 요즘처럼 휴대전화로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다면 그 비극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신 회장의 생각을 잘 보여주는 글이다. 실제로 신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축하나 격려를 할 때 문자 메시지를 곧잘 보낸다고 한다. 업무나 간략한 결재도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활용한다.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가 반드시 내부 소통용만은 아니다. 하나로텔레콤 두원수 상무의 경우는 주로 기자들과 SMS를 많이 주고받는다. 한 주에 약 20회 정도 메시지를 발송하고, 50회 정도 수신한다. 또다른 홍보 창구로 휴대전화가 사용되고 있는 예다. 휴대전화로 관료주의 타파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임원이 휴대전화를 통해 속내를 털어놓는 경우도 있다. 김정만 LG산전 사장이 그런 경우다. 회사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며, 심지어는 냉혈한 재무통이라는 평까지 받았던 김 사장은 올 설날 전 직원에게 ‘신년 인사 문자 메시지’를 보내 직원들을 의아해하게 했다. 회사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한 그가 보낸 메시지의 효과는 컸다고 한다. 이미지부터 달라졌다는 것이다. 한 번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이후 수시로 CEO 메시지가 임직원들에게 전달된다고 한다. 지난해 말 파산 위기까지 몰렸던 LG카드를 정상화한 박해춘 사장도 직원들에게 휴대전화로 ‘직원 애(愛)’라는 메시지를 전해 화제가 됐다. 박 사장은 올 추석 전 직원에게 ‘안전하고 행복한 귀성이 되라’는 메시지를 직접 음성으로 남겼다고 한다. 이수그룹의 지주회사인 ㈜이수의 김성민 사장은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휴대전화 애용을 장려하는 CEO다. 김 사장은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중요한 결재수단으로 삼는다. 하루 받는 문자 메시지만 100통이 넘는다고 한다. 회사 측에 따르면 임직원들이 처음에는 ‘설마 진짜 휴대전화로 결재를 맡으라는 것일까’하며 스스로 반신반의했지만 몇 달도 되지 않아 회사의 문화로 정착됐다고 한다. ‘휴대전화 경영’을 얘기할 때 빼놓으면 섭섭할 듯한 CEO가 또 있다. 구자준 LG화재 부회장이다. 지난 2002년 사장에 취임할 때부터 구 부회장은 “직원들이 CEO를 만나기 위해 몇십 분씩 기다리는 것은 시간낭비”라며 휴대전화 경영 도입을 강조했었다. 구 부회장은 회의 중이거나 출장 중에도 문자 메시지를 활용하면 즉시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임직원들에게 적극 장려했다. 여기에 관료주의 타파라는 생각이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보안 이유 휴대폰 사용 못 하는 곳도 많아 휴대전화가 기업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지만 ‘에티켓’이나 ‘보안 유출’ 문제로 찬밥 신세인 곳도 많다. 주로 공장이나 연구소 등이 이에 해당된다. 최근에는 아예 휴대전화의 휴대를 금지하는 곳도 늘고 있다. GS칼텍스는 정유공장의 생산설비 근처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을 원천 금지하고 있다.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전자파로 설비가 오작동될 가능성이 있고, 작업 집중도가 떨어져 안전상에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대상식품 제조공장도 올 초부터 휴대전화를 가지고 공장으로 들어갈 수 없도록 했다. 현대자동차는 본사를 비롯해 연구소·공장 등에서 내외부인의 촬영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특별 지역 내에서는 카메라폰 휴대도 금지된다. GM대우차를 방문하는 외부인도 공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카메라폰을 면회실에 맡겨야 한다. 아예 카메라폰 렌즈를 막는 스티커를 붙이는 경우도 있다. 공장이나 연구소가 보안의 문제라면 기업 사무실은 ‘에티켓’에 주의해야 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알려진 사례가 없지만 외국은 ‘휴대전화 에티켓’에 대해 매우 철저하다. 미국의 애플릭스라는 소프트웨어 업체는 회의 중 휴대전화 벨이 울리면 해당 직원에게 5달러의 벌금을 물린다고 한다. RSM이라는 회계법인도 회의 중 휴대전화 벨 소리에 대해 무려 50달러의 벌금을 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2005.12.1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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