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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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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금융사, ‘IMF 철수 흑역사’ 태국 시장의 의미는

은행

태국은 국내 금융권에서 ‘불모지’로 꼽힌다. 태국 정부는 지난 2013년 7월부터 12월까지 외국계 은행에 한시적으로 신규 지점 설립 신청을 허용한 바 있지만, 당시 최소 자본금으로 6억 달러(약 7000억원) 이상을 요구해 그 이후 외국계 은행의 신규 지점 설립은 사실상 중단됐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태국에 진출했던 국내 산업은행·외환은행·하나은행 등은 태국 정부의 잔류 요청에도 대거 발을 빼면서 관계가 소원해졌고, 이후 태국 진출이 힘들어졌다. 다만 올해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태국 정부에서 2020년부터 순수 디지털 보험사 도입을 허용한 데 이어 2024년에는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에 해당하는 ‘가상은행 제도’를 도입하면서, 외국 금융회사의 자국 시장 유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가 최근 몇 년 사이 태국 시장에 제한적으로 진출한 사례는 있었다. 삼성생명이 1976년 현지 기업과의 합자 법인 형태로 진출해 지난 2023년 기준 자기자본이익률(ROE) 19.4%를 기록하고 있다. 이후 2008년에는 다올투자증권이 인수·합병(M&A)을 통해 진출해 금융지주회사로서 증권사·자산운용사·리츠사·여신금융사 등 4개의 자회사를 운영 중이다.실제 은행 중에서는 산업은행이 2013년 태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영업권이 없는 사무소 형태로 현지 금융시장을 조사하는 수준이다. 2021년에는 KB국민카드가 지분 인수 형태로 태국 시장에 진출했으며 최근에는 카카오뱅크가 태국의 가상은행 도입에 맞춰 현지 5대 은행인 SCB 컨소시엄에 3대 주주로 참여해 인가를 준비 중이다. 태국 금융 시장에 대한 투자액도 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과 산업부 외국인투자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금융 및 보험사들의 태국 국가에 대한 투자 금액은 2022년 198만4000달러에서 2024년 상반기 기준 708만8000달러로 급증했다.韓 금융사, 투자액 늘리며 시장 진입 모색태국은 아세안 지역의 강대국으로서 인프라가 우수한 편이고 일부 금융산업의 수익성도 높다. 국제통화기금(IMF) 및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태국 국내총생산(GDP)은 2019년 기준 5436억달러이며 세계 23위로 동남아 지역에서는 상위권에 속한다. 1인당 명목GDP는 2025년 기준 약 8153달러로 예상된다. 실질성장률 역시 2020년 1.7%를 기록한 데 이어 2021년 1.9%까지 늘었다가 올해 1.5%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저출산(출산율 1.3명)과 고령화(60세 이상 22%) 등으로 중진국 함정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으나, 아세안 지역의 강대국으로서 인접국으로부터 저임금 고학력 노동자들이 지속적으로 유입돼 노동 인력 부족 문제가 없고 의료·교육·교통 등 기본적인 인프라도 우수한 편에 속한다. 또 태국 감독 당국이 건전성 관리를 위해 높은 예대마진을 용인하고 있어, 2023년 말 기준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은 3.0%, 총자산이익률(ROA)은 1.1%에 달하고 있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국내 은행의 순이자마진은 1.65%, 총자산이익률은 0.58%에 불과하다. 다만 국내 금융사가 태국 시장에 진출하기엔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산재해 있다. 외국 기업의 경우 외국인 사업 허가(FBL·Foreign Business License) 라이선스 취득 없이 태국 시장에 진출하게 된다면 태국 내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으로 정의돼 보통주 및 우선주(1주당 의결권 2주 획득) 동시 취득 방식을 통해 경영권을 확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또 국내 금융사가 태국 시장에 진출해 FBL을 취득한다 할지라도 사업 확장이나 다각화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예를 들어, FBL 사업자는 신상품 및 서비스를 출시하게 된다면, DBD(Department of Business Development, FBL 관리) 및 BOT(Bank Of Thailand, 금융상품 및 라이선스 관리) 2개 감독기관으로부터 동시에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해관계가 다른 두 기관에서 서로 양립하는 의견을 제시하거나 업무를 미루는 경향이 있어 적시에 사업 확장이 어렵다. 여기에 태국은 금산분리 규정이 없어 현지 대기업 네트워크가 크게 작용하고, 자사 및 계열사 상품 판매에도 상한이 부여되지 않아 펀드와 보험 상품의 판매를 위해서는 현지 대형 은행 및 당국과의 우호적 관계 설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금융권 관계자는 “국내를 포함한 해외 법인들의 태국 시장 진출이 힘든 것은 현지 당국과의 관계를 다지기가 정말 힘들기 때문”이라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기업과 협업해 규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태국 경제의 중진국 함정 진입에 따른 성장성 한계에 대한 우려가 있으나 아세안 강대국으로서 인프라가 우수한 가운데 금융산업의 수익성도 양호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태국 감독 당국은 최근 디지털 보험사와 가상은행 등 디지털 전문 금융회사의 도입에 관심이 많다”며 “외국 금융회사의 자국 시장 진입에 대해서도 관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2025.04.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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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사태, 또 다른 피해자...'세일앤리스백' 투자자들 [김기동의 이슈&로(LAW)]

전문가 칼럼

지난달 4일 홈플러스가 돌연 법원에 기업회생(법정관리)을 신청해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홈플러스가 발행한 4000억원 상당의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가 부도가 나면서 피해가 현실화됐다. 최근 ABSTB를 발행하고 판매한 증권사들이 신용등급 하락을 예상하고도 이를 숨겼다면서 홈플러스 경영진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홈플러스 사태로 야기된 피해와 법적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또 다른 뇌관은 홈플러스의 ‘세일앤리스백’(Sale & Lease Back·매각 후 재임대)으로 인한 법적 문제다. 홈플러스는 점포를 세일앤리스백하면서 높은 임대료를 장기간 보장해 주고 매각 대금을 크게 높였다. 8% 내외 임대료를 20년 이상 보장해 준 곳도 있다. 자산운용사 등은 고액 임대료 보장을 믿고 대출과 투자를 받아 점포를 인수했다. 공모펀드나 부동산 리츠를 통해 많은 소액투자자들도 이곳에 투자했다. MBK의 무리한 차입경영...이자만 영업익 6배최근 홈플러스가 법원에 제출한 ‘회생절차 개시명령 신청서’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세일앤리스백 방식으로 매각한 점포 중 차임이 과다한 곳에 대해서는 “계약해지권을 활용한 후, 해지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대해 ‘회생담보권’으로 처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높은 임대료를 더 이상 지급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통상 부동산 임차료는 공익채권이나 일반 회생채권이 된다. 이와 달리 세일앤리스백 방식으로 홈플러스를 임대한 투자자들을 소유자가 아닌, ‘담보권을 가진 채권자’로 보겠다는 뜻이다. 장기간 높은 임대료를 보장해준다는 홈플러스의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투자한 임대인들이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작금의 홈플러스 사태의 원인은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LBO(Leveraged Buyout, 차입매수) 방식으로 홈플러스를 인수한 데서부터 찾아야 한다. LBO는 인수 대상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기업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MBK는 2015년 총 7조2000억원으로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MBK가 직접 투입한 자금은 약 3조 원 수준이고, 나머지는 차입 및 기존 부채 승계 방식으로 조달됐다. MBK의 홈플러스 인수구조는 SPC를 활용한 복잡한 LBO 구조로 설계됐는데, 최종적으로 홈플러스가 모든 부채를 떠안는 구조다.인수 직후, MBK는 알짜점포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차입금 부담을 줄여나갔다. 2024년까지 홈플러스 28개 점포 및 물류창고 매각을 통해 4조1149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는데, 이중 세일앤리스백 매장은 총 15개이다. 지난해 5월에는 자가 매장 62개를 담보로 메리츠금융그룹으로부터 1조3000억원을 대출받아 기존 금융부채를 상환했다. 더 이상 홈플러스에는 매각하거나 담보로 제공할만한 자산이 남아있지 않다. 이러한 무리한 차입경영으로 MBK는 홈플러스 주식을 완전하게 취득했지만, 홈플러스의 차입금은 급증했다. 인수 전인 2015년 1조6178억원이었던 차입금이 2024년 11월 말 5조4620억원으로 늘어난 것이다. 상환전환우선주(9786억원)를 포함하면 6조3277억원에 달한다.그 결과 홈플러스는 2016년부터 2023년까지 8년간 이자비용으로만 약 2조9329억원을 지출했다. 이는 해당 기간 발생한 영업이익의 6배가 넘는다. 자산을 매각하거나 담보로 제공하고 확보한 자금은 대부분 인수금융 상환과 MBK 투자자들의 투자금 상환 등에 사용됐다. 사기죄 성립 소지...검찰 나서야반면, 본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는 중단됐다. 이는 홈플러스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회생 신청 직전 홈플러스가 보유한 현금이 고작 1100억원에 불과했고, 그중 800억~900억원이 직전 달에 ABSTB 발행으로 조달된 자금이라는 사실도 보도됐다. 기업어음(CP) 신용등급 역시 지속적으로 떨어져 2015년 8월 가장 높은 ‘A1’이었으나 MBK의 인수 직후 ‘A2+’로 떨어졌고, 이후 지속적으로 신용등급이 강등되어 올해 2월에는‘A3-’까지 고꾸라졌다. 이러한 상황에 비추어, 사전에 신용등급 하락을 예상하지 못했는데, 2월 27일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 강등을 통보받았고 그 이후 회생신청을 결정했다는 MBK와 홈플러스 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사모펀드의 엑시트(exit) 전략으로 회생신청이 이뤄졌다고 보는 시장의 시각이 훨씬 설득력 있다.MBK와 같은 사모펀드는 수익 극대화를 추구한다. 홈플러스에 투자한 블라인드펀드 3호의 LP(사모펀드 투자자)들은 이미 다른 투자 건으로 큰 수익을 올렸다. MBK도 GP(사모펀드 운용사)로서 1조 원 상당의 수익을 올렸다고 알려져 있다.작년 홈플러스 일부 사업 부문을 분할하여 매각하려는 시도도 실패했다. 그런 상황에서 피인수기업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면, 사모펀드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법원의 손을 빌어 채무를 동결하거나 조정한 후, 출구전략을 찾는 것이 MBK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손쉬운 해결책이었을 것이다. 진지한 자구노력 없이 기업회생을 선택한 사모펀드의 경영자가 사재를 출연하면서까지 피해회복에 나서 주길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수사를 통하여 사안의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그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묻는 것이 최선이다. 그것이 피해자를 구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장기간 고액 임대료 보장 약속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우선 급한 자금을 확보할 목적으로 세일앤리스백 방식으로 높은 가격에 점포를 매각했다면 사기죄가 성립될 소지가 있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신속하게 사건의 전모를 밝힐 수 있는 곳은 현재로서는 검찰밖에 없다. 검찰의 분발이 필요한 시점이다.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2025.04.0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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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면 후 중소기업·소상공인

경제일반

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를 인용하자 중소기업들과 소상공인들은 정치권과 정부가 힘을 합쳐 '경제 살리기'에 매진해 달라고 촉구했다.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국론을 하나로 모아 대한민국이 새로운 성장의 길로 들어서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중앙회는 "미국발 글로벌 보호주의 확산과 중국의 국가 주도 대규모 기업 성장 전략으로 한국의 주력산업과 첨단 미래산업이 위협을 받고 있다"며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따른 내수 부진 장기화로 중소기업은 활력을 잃어가고 소상공인·자영업자 폐업이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이제 정치적 대립과 갈등을 봉합하고 한국경제의 위기 극복과 역동성 회복을 위해 국민 모두의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지적이다.중앙회는 "국회는 불필요한 정치논쟁을 즉시 중단하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비전 제시와 국민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며 "정부는 경제 불확실성 해소와 대외 리스크 관리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달라"고 촉구했다.소상공인연합회도 입장문에서 내고 "코로나 사태를 견뎌냈으나 연이어 들이닥친 고물가 등 대내외 경제환경 악화와 극심한 내수 부진으로 소상공인들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며 "소상공인의 위기가 대한민국 경제 전체로 파급되는 형국"이라고 강조했다.이어 "정치권은 이제 민주주의 기본원칙에 기반해 국민통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앞장서주기를 바란다"며 "초당적으로 협력해 경제살리기에 매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연합회는 "당리당략보다 우선해 비상 경제 상황에 초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며 "소상공인 줄폐업을 막기 위한 단비와 같은 소상공인·민생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위해 시급히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또한 "우리 사회가 갈등을 넘어 사회통합과 민생안정의 길로 하나 돼 나가기를 바란다"며 "소공연도 소상공인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5.04.0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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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더본코리아 “노랑통닭 인수 안 한다…논의 중단돼”

유통

백종원 대표의 더본코리아가 3일 치킨 프랜차이즈 ‘노랑통닭’을 인수할 뜻이 없다고 공시했다.더본코리아는 “노랑푸드(노랑통닭 법인명) 매각 자문사의 요청에 미팅을 진행하고 소개 자료를 수령한 적이 있으나 추가 진전 없이 논의가 중단됐다”며 “(노랑통닭) 인수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앞서 일부 매체는 더본코리아가 노랑푸드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사모펀드(PEF) 운용사 코스톤아시아·큐캐피탈파트너스는 노랑통닭 지분 100%를 매각하기 위해 삼정KPMG를 매각 자문사로 선정해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2009년 부산에서 설립한 노랑통닭은 지난해 매출 1067억원, 영업이익 127억원을 올린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다.다만 더본코리아는 식음료(F&B) 푸드테크를 비롯한 시너지 창출을 위해 인수합병(M&A)과 지분 투자를 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백 대표는 지난해 11월 장류 업체 등 식품기업과 자동화 기기 업체 등을 대상으로 인수 또는 협력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2025.04.0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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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만 수백, 수천%”…‘서민 중의 서민’ 울리는 불법 사금융

상호금융

# 보험설계사로 근무했던 추모씨는 건강이 악화돼 보험사를 그만두게 되자, 생활고로 인해 불법 개인 사채를 이용하게 됐다. 처음에는 급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5년 전 이용했던 정식 등록된 대부업체를 찾았으나, 신용도가 낮아 대출이 거절됐다. 당장 필요한 돈을 구할 방법이 없었던 그는 결국 불법 사채로 355만원을 대출받게 됐다. 납부한 금액은 583만원에 달했다. 원금을 제외하고 3개월간 발생한 이자만 228만원이었다. # 일용직으로 일하는 노모씨는 생활비도 막막한 상황으로 대부업체를 찾았으나, 신용이 낮고, 최근 대출 연체율 상승으로 대출 심사가 강화되면서 대출을 거절당했다. 그는 스팸 문자를 보고 사채업자를 통해 45만원을 계좌로 입금받고 일주일 후 수수료를 포함한 70만원을 상환하는 조건으로 대출받았다. 만약 기한 내 상환하지 못하면 매주 25만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해서 노씨는 총 135만원을 입금해야 했다.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사금융 피해자의 연 평균이자율은 503%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법정 최고이자율이 20%인 점을 고려하면, 500%고리대금은 이를 25배 초과하는 불법적 행위다. 평균 대출 금액은 1100만원, 평균 대출 기간은 49일로 나타났다. 고물가·내수회복 지연 등에 따른 서민·취약계층의 어려움으로 이들과 같은 ‘불법 사금융’의 유혹에 빠졌다가 난관에 봉착하는 이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불법 사금융 업체는 연 수천%의 살인적인 금리를 매기면서, 시도 때도 없는 추심으로 대출자의 일상을 파괴해 놓는다. 여기에 악질적인 불법 추심까지 지속돼 피해 국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불법 사금융’ 업체란 금융당국이나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하지 않고 ‘미등록 영업’을 하는 대부업체를 말한다. 현행 법정 최고금리는 연 20%지만 이들은 수백%부터 수천%의 금리를 매긴다. 불법 사금융이 활개 치게 된 주요 원인으로는 경기 악화가 꼽힌다. 고물가 장기화로 가계에 돈이 돌지 않자, 생활고에 못 이겨 불법 사금융의 손을 잡는 것이다. 2021년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20%로 인하되자 제도권 대부업체들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을 중단한 영향도 있다. 이에 따라 대부업 이용자는 2018년 말 267만9000명에서 2023년 72만8000명으로 크게 72.83% 줄었다. 같은 기간 대부업 신용대출도 11조6253억원에서 4조5365억원으로 급감했다. 중·저신용 차주들의 대출 창구가 줄어든 셈이다. 이에 따라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 접수 건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금감원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 신고 접수 건은 ▲2017년 787건에서 ▲2021년 2255건 ▲2022년 3216건 ▲2023년 3472건으로 급증했다. 실제 경찰에 검거된 불법 사금융 건수 역시 크게 증가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검거 건수는 2017년 1554건에서 2023년 2195건으로 급증했다. 불법 사금융 피해자 연 이자율 503%…피해 신고도 ↑상황이 이런 만큼 당국에서도 불법 사금융과 관련한 추세를 주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법 사금융에 한번 발을 들이면 헤어 나오기 힘든 만큼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우선 돈을 빌리려는 대부업체가 등록업체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나 금융위원회에 등록되지 않은 대부업체의 영업은 형사처벌 대상이다. ‘누구나 대출’ ‘신용불량자 가능’ 등 상식을 벗어난 문구로 유인할 경우 불법 대부광고일 가능성을 의심하고 등록 대부업체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등록된 업체라 할지라도 이자가 법정 최고 수준을 넘지 않는지 따져봐야 한다. 2021년 7월 7일 이후 신규 대출부터는 법정 최고이율이 연 20%로 제한됐다. 최고금리를 넘어서는 부분의 이자 계약은 무효이므로 원금 충당 또는 반환 요구가 가능하다. 대부업체들의 복잡한 계산식 때문에 이자가 적정 수준인지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법정 최고이자율을 준수하는 것처럼 표시돼 있으나 실제로는 각종 명목으로 이를 초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대부업자가 선이자 명목으로 사전에 공제하는 경우 그 공제액을 제외하고 채무자가 실제 받은 금액을 바탕으로 이자율을 산정해야 한다. 담보권 설정비와 신용정보 조회비 등을 제외하고 대부업자가 수취한 비용은 명칭을 불문하고 모두 이자로 간주한다. 채무자가 내는 수수료·연체이자 등도 모두 이자에 포함한다. 대출금을 중도 상환할 때 발생하는 수수료는 다른 이자와 합산한다.금감원 관계자는 “최고이자율 초과는 불법이며 계약은 무효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대부광고를 접하는 경우 불법일 가능성을 우선 의심하고, 제도권 금융회사나 등록 대부업체인지 확인 후 거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민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차주의 신용과 상환 능력을 반영한 차등 금리를 도입해 저신용자의 금리 부담을 줄이고 대부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며 “정부 예산 확대와 민간 재원 유치를 통해 정책서민금융의 안정적 운영을 보장하고 지속 가능한 재원 조달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5.03.31 06:00

4분 소요
넥스트레이드 기대 이상 성과…거래 한도 조정 논의 시작될까

증권 일반

지난 3월 초 개장한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가 개장 직후부터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성과를 기록하면서, 거래 한도 제한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개인투자자들의 큰 관심 속에 넥스트레이드의 거래량이 출범 당시 시장 안정화를 위해 설정됐던 제한 폭(전체 거래량15%, 단일종목 거래량 30%)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까닭이다.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넥스트레이드는 개장 첫 주(3월 4일~7일) 거래대금 기준 점유율이 33.1%에 달하며 빠르게 시장 영향력을 확보했다. 총 거래대금은 781억9390만원으로, 같은 기간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의 합산 거래대금(2362억9662만원)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거래량 기준으로 보면 점유율은 더욱 높았다. 같은 기간 넥스트레이드 거래량은 297만6145주로, 이는 전체 합산 거래량(856만697주)의 34.8%에 해당했다. 일부 종목에서는 무려 8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해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둘째 주(3월 10일~14일)에는 첫 주에 비해 거래량이 다소 정체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상당수의 종목들의 점유율이 20%내외를 기록하며 준수한 성적을 유지했다. 해당 기간동안 합산 거래량은 1025만9037주, 넥스트레이드 거래량은 200만5571주로 거래량 점유율이 약 19.5%에 해당했다. 거래금액 기준으로는 587억2443만원을 기록해, 전체 거래금액(2979억7020만원)의 19.7% 수준이었다.넥스트레이드 점유율 목표 상회…개미투자자 많은 삼성전자 등 상장 예정이는 넥스트레이드가 출범 당시 내세운 점유율 목표를 상회하는 성적이다. 김영돈 넥스트레이드 본부장은 출범 한달을 앞두고 넥스트레이드 시장 점유율 목표치로 3년 내 시장 점유율 10%를 제시했다. 이와 비교하면 넥스트레이드는 개장 후 첫 2주간 훨씬 빠른 성장 속도를 보여주고 있다.최근 거래 종목 수 100개가 추가 해제된 지난 17일에도 넥스트레이드 거래량 상위 10개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31.4%에 달했다. 이달 말에는 거래 가능 종목이 800개로 확대되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개인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대형주까지 포함된다. 넥스트레이드의 개인 투자자 거래대금이 98%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점유율이 더욱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여기에 외국인·기관 투자자들이 합세할 경우 넥스트레이드의 시장 내 지위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대체거래소 시스템이 안정됐다고 판단되는 시기에 외국인·기관들의 참여가 이어지면, 거래량 증가 뿐 아니라 수급 측면에서의 안정화도 기대할 수 있다.넥스트레이드가 개장 후 높은 점유율을 보이자 업계에서는‘15% 룰’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넥스트레이드가 출범 당시 시장 안정화를 위해 설정됐던 제한 폭인 시장 점유율 15%를 상회하는 성적을 지속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비가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7년 5%→15% 완화했지만…예상보다 높은 점유율 유지자본시장법상 대체거래소의 도입 근거가 처음으로 마련된2013년 당시 거래 한도는 한국거래소 전체 거래량의 5%, 종목거래량의 10%였다. 다만 과도한 거래량 제한으로 ATS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금투업계와 증권사들의 주장에 따라 2017년 거래량 한도를 전체 15%, 종목 30%로 늘리는 현행 규정으로 완화했다. 그러나 그 후 8년이 지나 넥스트레이드가 출범하자 이같은 규정이 다소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국내 주식투자자들이 기존 증권사 트레이딩 시스템을 통해 손쉽게 넥스트레이드를 이용할 수 있는 까닭에 기대보다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행 규정상 넥스트레이드가 출범 후 6개월이 지난 시점(9월 초)에 거래량 점유율이 15%를 초과할 경우, 당장 거래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규정에 따르면 거래 한도를 초과한경우 익영업일에 해당 종목의 거래가 일시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 즉 15%가 초과된 시점에서 즉각적으로 중단되는 것이 아니라, 이후 일정 조치를 거쳐 제한이 이뤄진다.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만약 거래 한도를 초과해 대체거래소가 셧오프된다면 시장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며“투자자 보호를 위한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하고, 필요할 경우점진적인 조정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출범 단계에서 규제 변경 부적절”…당국 “면밀히 검토”다만 현재로서는 거래 한도 규제 완화를 논의하기에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많다. 대체거래소가 이제 막 출범한 단계인 만큼,단순히 거래량 증가만으로 규제 변경을 검토하는 것은 시장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거래 종목이 800개로 확대된 이후 시장 상황을 면밀히 분석한 뒤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온다.금융당국 역시 신중한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거래 한도 규정은 시장 질서 유지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마련된 것”이라며 “넥스트레이드의 거래량 증가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며 필요할 경우 대비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025.03.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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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도 리스크 너무 커”...다시 시작된 홈플러스 납품 중단

유통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정상영업을 위해 고삐를 죄고 있지만, 협력사들의 납품 중단 결정이 다시 이어지고 있다. 협력사들은 대금 선납, 정산주기 단축 등을 요구하고 있는데, 홈플러스의 신용도 하락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2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는 홈플러스에 납품하던 제품의 공급을 잠정 중단했다. 농심은 납품을 중단했다가 홈플러스와 합의를 보면서 다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서울우유는 우유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선도 기업이다. 회생절차 과정에서도 정상영업을 하겠다는 홈플러스 입장에서는 업계 1위 기업의 납품 중단 결정으로 인한 타격이 불가피하다.서울우유가 홈플러스 납품 중단을 결정한 배경은 ‘신용도 리스크’이다. 홈플러스의 자금사정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막대한 손실 우려를 안고 정상적인 제품 공급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 협력사들의 입장이다.홈플러스 협력사의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신용도 리스크가 큰 상황에서 정상적인 납품 조건으로 협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라며 “협상 내용에는 대금 선납, 정산주기 단축 등 다양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업계에서는 일부 협력사들의 납품 중단으로 당장 홈플러스가 영업에 타격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본다. 직매입 방식을 취하는 마트는 최소 몇 주간 판매할 수 있는 재고를 쌓아둔다.다만 재고 소진 시까지 협력사 납품이 중단되면 정상영업이 어려워진다. 특히 유제품은 유통기한이 짧아 납품 협상이 조속히 마무리돼야 한다.홈플러스 측은 서울우유의 요구 조건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서울우유는 납품 조건으로 상품 대금을 현금으로 선납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아직 대금을 받지 못한 협력사와 입점주들도 있는 상황에서 상품 대금을 현금으로 선납해달라는 조건은 당사가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이라고 설명했다.그러면서 “오랜 기간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을 이어왔던 협력사인만큼 현 상황에 대해 잘 소통함으로써 빠른 시일 내에 합의를 완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한편 홈플러스가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한 회생절차 개시명령 신청서에는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현금부족 관련 시나리오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달 말 신용평가사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기존 A3에서 A3-로 강등한 바 있다.홈플러스 회생 신청서에는 신용등급 하향으로 단기채무를 치환할 유동성 확보가 막혀 지급불능 현실화 전에 회생신청을 한다고 명시됐으며, 예상 현금부족 규모는 ▲3월 17일 184억원 ▲3월 말 2298억원 ▲4월 말 5261억원 ▲5월 말 7395억원 이상으로 게재된 것으로 전해졌다.이와 관련 홈플러스 측은 “예상과 달리 신용등급이 A3-로 하락함에 따라 단기채 발행이 불가능해져 기 발행액인 약 6000억원 전액에 대한 차환이 어려워질 경우 3월 17일부터 단기자금 부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라며 “이는 가장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 것으로 법원도 이 때문에 실제로는 5월에 자금 부족이 예상된다고 보아 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2025.03.2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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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사태 질타 받는 MBK...여야 “김병주 사재 2조 출연해야” [이슈+]

유통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에 대한 우려와 분노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최대주주인 MBK 파트너스(이하 MBK) 측이 공식 사과와 함께 회생절차 이유를 해명했지만, 오히려 정경(정치·경제)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회생절차 돌입 후 계약을 끊었던 기업들이 납품 재개를 결정했지만, 언제 또 관계가 틀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만연하다.이번 홈플러스 사태로 가장 큰 질타를 받는 곳은 아시아 최대 규모 사모펀드 MBK다. MBK는 지난 2015년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특히 MBK는 총 인수액 7조2000억원의 약 70% 수준인 약 5조원을 홈플러스 명의 대출로 마련했다.이후 홈플러스는 막대한 이자비용과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 성장세 등으로 고전했다. 최근 3년(2021~2023년)간은 연간 수천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이런 상황에서 홈플러스의 단기사채 신용등급이 지난달 말 하향조정(A3→A3-)됐다. 이에 MBK는 지난 4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습적으로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했다. 홈플러스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된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이유다.결국 MBK는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회생절차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각종 의혹과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김광일 MBK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대표는 “유통사는 부도가 나면 급전직하로 무너진다”며 “부도 전 정상화 길은 기업회생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김 부회장은 지난 18일에도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홈플러스 사태에 대해 해명했다. 김 부회장에 따르면 A3- 신용등급의 기업어음(CP)은 시장에서 거의 거래가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홈플러스는 3개월 동안 6000억~7000억원 규모의 자금 상환 요구를 받게 된다. 홈플러스가 3개월 내 부도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이유다.이 같은 해명에도 MBK를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다. MBK 김병주 회장이 사재 출연을 약속한 것이 현 상황을 방증한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김 회장이 최소 1조5000억원에서 최대 2조원 수준의 사재 출연을 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이처럼 최대주주 관련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이지만, 홈플러스는 정상영업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최근까지 납품을 중단했던 LG전자, 롯데칠성음료 등과의 협의도 마무리됐다. 회생절차 돌입으로 지연된 대금도 대부분 완료됐다는 게 홈플러스 측 설명이다.다만 일부 협력사들은 여전히 홈플러스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대금 지연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홈플러스가 아닌 개인 포스를 사용 중이다.홈플러스 측은 “기업 및 일부 브랜드 점주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입점주에 대한 지연 대금이 지급 완료돼 현재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입점주들의 불안을 경감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2025.03.2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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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리스크’ 부담 덜어낸 삼성증권, 발행어음 인가 시동

증권 일반

대주주 사법리스크가 해소된 삼성증권이 오랜 숙원 과제인 발행어음 사업 진출을 위한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나타났다.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최근 발행어음 인가를 위한 내부 회의체를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적인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1년 이내 단기 금융상품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를 높일 수 있다. 자기자본의 200% 한도 내에서 어음을 발행해 기업대출 채권, 부동산금융 등 모험자본에 투자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 투자은행(IB) 중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회사만 운영할 수 있다. 국내에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등이 발행어음 인가를 받았다. 초대형IB 중 삼성증권만 유일하게 발행어음 인가를 받지 못한 셈이다. 단기금융업 심사에서는 재무요건뿐만 아니라 ▲내부통제 시스템 ▲재무 건전성 ▲대주주 적격성 등도 통과해야 한다.삼성증권이 발행어음 사업 인가에 나선 것은 약 8년만이다. 삼성증권의 자기자본은 이미 2017년 발행어음의 인가 기준인 4조원을 충족했다. 하지만 당시 부회장이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뇌물 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되면서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불거졌다. 이어 삼성증권은 2018년 ‘유령주식 배당사고’가 발생하며 영업정지 중징계를 받았다. 2년간 신사업 진출에 제동이 걸리면서 발행어음 사업 진출이 사실상 중단됐다. 이후 2020년 9월 검찰이 이 회장을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분식 회계’ 등의 혐의로 기소하면서 대주주 리스크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 회장이 1심에 이어 최근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발행어음 인가와 관련한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사실상 해소됐다는 평가다. 4년 전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신규 사업 인허가 및 승인과 관련한 심사제도를 개편하면서, 검찰 기소로 인한 형사재판 과정에서 1·2심 모두 무죄판결이 확정될 경우 심사를 재개하도록 했다. 대주주 리스크 해소…자기자본 확충 사활 삼성증권이 발행어음 시장 진출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면 종합금융투자계좌(IMA) 사업 진출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은 최근 2024년 실적을 발표하면서 IMA사업 진출 계획을 드러냈다. 삼성증권은 “IMA 등을 고려해 주주환원율을 점진적으로 상향 추진하겠다”고 했다. 또한 2027년까지 자기자본 8조원 달성이 최우선 목표라고 밝혔다. IMA는 은행 예금처럼 증권사가 고객을 대상으로 수신한 금액을 투자해 이익을 투자자와 공유하는 실적 배당형 상품이다. IMA는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증권사만 가능하다. 현재 이를 충족하는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단 2곳이다. 삼성증권의 자기자본은 지난해 말 별도기준 6조9306억원으로 IMA 진출을 위해서는 자기자본이 약 1조원가량 부족한 상태다. 삼성증권이 자본 확충을 위해 우선 발행어음 라이센스 인가에 속도를 내야 하는 배경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IMA까지 가려고 하면 사실상 자기자본이 한 1조원정도 더 있어야 된다”며 “IMA는 굉장히 장기적인 프로젝트다”고 말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초대형 IB 쪽에서 할 수 있는 발행어음 사업 진출을 위해 차근차근 스텝을 밟고 있는 단계다”고 설명했다.

2025.03.18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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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회생신청' 알고도 채권 팔았다면 '사기죄' [김기동의 이슈&로(LAW)]

유통

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이달 4일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하면서 유통업계와 금융시장은 큰 충격에 빠졌다. 홈플러스 협력업체나 입점업체는 물론이고, 국민연금을 비롯한 각종 기관 투자자들의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홈플러스가 발행한 단기금융채권을 매수한 투자자들의 손실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발행 채권 두고 엇갈리는 법적 해석단기금융채권은 홈플러스가 현금흐름을 유지하는 주요 수단이었다. 신용등급이 낮아 회사채 발행이 어려웠던 홈플러스는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등 단기금융채권을 발행하고, 그 채권의 만기 도래분을 신규 발행분으로 상환해 왔다. 빚을 갚기 위해 새로운 빚을 낸 셈이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신청 전까지 발행한 단기채권 판매 규모는 약 6000억원으로, 그 중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가 4019억원, 기업어음(CP) 및 전자단기사채(STB)가 1880억원에 이른다.이 중에서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것은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다. ABSTB는 홈플러스의 단기 유동성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금융상품이다. 홈플러스가 구매전용카드를 이용해 물품을 사면, 카드사가 공급업체에 대금을 먼저 지급한다. 카드사들은 이 대금 채권을 증권사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넘기고 SPC는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여 ABSTB를 발행해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이후 홈플러스는 영업을 통해 발생한 매출로 카드사에 카드 대금을 지급하고, 카드사는 이 돈을 SPC에 전달해 ABSTB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이자를 상환한다. 그러나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홈플러스에서 SPC로 상환 자금이 유입되지 않게 돼 4019억원에 이르는 ABSTB의 상환이 중단되게 된 것이다. ABSTB가 ‘금융채권’으로 분류될 경우, 변제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원금 회수마저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 ‘상거래 채권’으로 인정되면 협력사들과 동일한 변제 우선 순위를 적용받을 수 있다. 투자자들은 이 채권을 상거래 채권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법적 해석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ABSTB는 홈플러스의 물품구매 대금을 기초로 발행된 것이긴 하지만, 카드사와 증권사를 거치면서 금융상품으로 유동화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혼란 속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기 불과 며칠 전까지 단기금융채권을 발행하고 판매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거센 비난이 일고 있다. 2월 28일 홈플러스는 신용등급이 A3에서 A3-으로 강등됐다. 그런데 그보다 일주일 전인 21일에 50억원 규모의 CP와 20억원 규모의 STB를 발행했다. 심지어 25일에는 820억원 규모의 ABSTB까지 추가로 발행했다. 만약 홈플러스가 애초부터 기업회생신청을 고려하고 있었거나, 신용등급 강등을 인지한 채로 CP, STB, ABSTB를 발행했다면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다. 금융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불완전판매를 넘어 투자자들을 기망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 규모로 보아 유죄 선고가 난다면 중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과정에 가담한 관계회사들이 거액의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LIG-동양 사태 떠오르게 하는 홈플 채권 판매홈플러스 측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고 주장한다. 사전에 신용등급 하락을 예상하지 못했는데, 2월 27일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 강등을 통보받았고 그 이후 회생신청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또한 당장 지급불능 상태에 빠질 상황은 아니지만, 향후 정상적인 자금 운영이 어려워질 것이 예상돼 선제적 조치로서 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2015년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7조2000억원이라는 거액에 인수한 후, 홈플러스는 과도한 차입금과 이자 부담 및 지속적인 실적 부진 등을 겪어왔다. 이러한 악재가 겹치면서 재무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돼 왔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전 세계적으로 40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운용하는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운영하며 이와 같은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설명은 선뜻 납득하기 어려워 보인다. 기업회생 분야 변호사들은 한결같이 ‘홈플러스와 같은 규모의 기업에서 며칠 만에 회생신청을 준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홈플러스 정도의 대기업이라면 투자유치나 차입 등 다양한 자금조달 방법을 상당한 기간을 두고 검토해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게다가 회생신청은 회생 요건 등에 대한 법률적 검토 및 신청서 작성, 소명자료 첨부 등을 필요로 하는 방대한 법률 사무이기도 하다. 신용등급 강등 통보 후 전격적으로 회생신청을 결정하고, 그 절차를 4일 만에 마쳤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홈플러스가 증권사에서 지난 2월 25일 발행한 820억원 규모의 ABSTB에 대해 판매중단을 요청조차 하지 않은 점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이날 신용등급 강등에 관한 예비 통보를 받았다는 점은 홈플러스 측도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직후 신속하게 증권사들에게 판매 중단을 요청하는 것이 정상적인 대응이다. 만일 그랬다면, 투자자들의 피해는 지금보다 훨씬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 홈플러스 사태는 2011년 LIG건설 사건과 2013년 동양그룹 사건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두 사건 모두 기업이 부도 위험을 숨긴 채 투자자들에게 CP나 회사채를 발행해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발생시켰다. 그로 인해 최고 경영자 등은 사기죄로 중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내부 이메일 ▲회의록 ▲투자자 설명자료 등이 유죄의 결정적 근거로 작용했다. 이번 사태가 불거지고 난 뒤 금융당국은 신속하게 조사에 착수했다. 관계 부처와 은행권도 협력업체 등에 대한 금융지원에 나서는 등 기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홈플러스가 자금 사정 악화 및 이에 따른 회생신청의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이를 숨긴 채 ABSTB 등 단기금융사채를 발행했다는 의혹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다. 이는 반드시 명명백백하게 규명돼야 한다. 그것이 회생절차에서 구제받기 어려운 피해자들의 피해를 회복하고, 다시는 이와 같은 모럴해저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다.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2025.03.17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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