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CONOMIST

14

‘이원덕 vs 임종룡’…차기 우리금융 회장 선출 ‘2파전’ 양상

은행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을 두고 이원덕 현 우리은행장과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간의 2파전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내부 출신의 현직 은행장과 전직 관료 출신의 맞대결로, 업계는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하고 있다. 우리금융 안팎에서는 민영화에 성공한 만큼 관치나 외풍은 없어야 한다는 주장들이 힘을 받고 있다. 유력 후보 이원덕 행장, 도전장 내민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연임에 도전하지 않기로 하면서 우리금융 임추위는 오는 27일 2~3명의 후보를 추려 2차 후보군(숏리스트)를 정할 예정이다. 지난 18일 임추위가 내놓은 8명의 1차 후보군(롱리스트)에는 내부 출신으로 이원덕 우리은행장과 박화재 우리금융 사업지원총괄 사장, 김정기 우리카드 사장, 박경훈 우리금융캐피탈 사장, 신현석 우리아메리카 법인장 등 5명이 이름을 올렸고, 외부 인사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김병호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이동연 전 우리FIS 사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롱리스트가 발표되면서 업계에는 이 행장이 차기 회장에 가장 유력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우리금융의 당기순이익 중 80% 이상이 우리은행 순이익으로, 행장이 지주 회장에 올라도 경영 연속성에 무리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임 전 위원장이 최근 차기 회장 후보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임 전 위원장이 금융위원장만 아니라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한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 행장, 임 전 위원장 장단점 뚜렷해 금융업계는 차기 회장 선임에 이 행장과 임 전 위원장을 두고 임추위가 고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임 전 위원장을 두고 모피아(옛 재경부 출신)와 관치 논란이 커지고 있어 임 전 위원장을 최종 후보로 올릴 경우 금융권 전반에 혼란을 키울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임 전 위원장은 행정고시 24회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 2008년 기획재정부에서 기획조정실 실장을 지낸 정통 관료 출신이다. 이를 비롯해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기획재정부 제1차관, 국무총리실 실장 등을 역임했다. 2013년엔 NH농협금융 회장, 박근혜 정부 시절엔 금융위원장을 지낸 만큼 보수 정권과 호흡을 맞춰온 관료 출신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임 전 위원장이 금융위원장을 하던 2016년 당시 우리은행 과점주주 5개사 대표이사들을 만나 “민영화된 우리은행의 자율경영에 대한 정부 약속은 반드시 이행할 것”이라고 설명했고 “조직이 원하지 않는 누군가를 당국에서 밀어 넣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 내용이 최근 금융권에 화제가 됐다. 반면 이 행장의 경우 서울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우리은행에 입행해 전략·재무·인수합병(M&A)·디지털·자금 등 그룹 내 핵심업무를 담당해왔다. 지주 전략부문 부사장, 수석부사장과 함께 현재는 지주 비상임이사로 ESG경영위원회도 맡고 있다. 아울러 이 행장은 우리은행 호실적을 내면서 경영 운영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우리은행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조382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9.5% 성장한 기록을 냈다.IBK·BNK도 관치 혼란 벗어났는데, 우리금융은? 우리금융 차기 회장을 두고 우리금융만 아니라 금융권 전체에서 관치가 작용하고 있다는 의혹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올해 초 NH농협금융 수장에 오른 이석준 회장에 이어 임 전 위원장까지 관료 출신들이 금융지주 회장에 거론되면서 금융권 외압 논란이 커지는 모습이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이 회장의 선임은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의 지분 100%를 가지고 있고, 농협협동조합법에 따라 운영되는 특수한 조직인 만큼 관치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와 달리 우리금융은 2021년 하반기 예금보험공사 지분을 처분하고 현재 우리사주조합이 지분율 9.48%를 가진 최대주주로 있는 민영기업인 만큼 관치 논란에 쉽게 휩싸이는 상황이다. 특히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우리금융 회장에만 외부 출신이 오게 될 경우 민영화에 성공하지 못한 이미지가 강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외부 인사가 올 것으로 예상됐던 #기업은행과 #BNK금융지주의 차기 행장과 회장에 내부 출신이 선임되면서 이런 우려는 증폭되는 모습이다. 박봉수 우리은행 노동조합 위원장도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내부에 회장에 될 인물이 없다면 외부 인사를 감안하겠지만 반평생 은행을 다닌 (능력 있는) 인사들이 있고, BNK금융과 기업은행도 그래서 내부 인사를 인정한 것”이라며 “회장과 행장의 겸임도 인정할 수 있지만, 외부 인사가 차기 회장이 되면 그 사람에 줄 댄 사람들이 우리금융에 들어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우리금융 임추위는 27일 2~3명의 후보를 추린 숏리스트를 발표한 뒤 2월 초 경영에 대한 후보들의 프레젠테이션(PT)과 심층 면접을 실시하고 최종후보를 발표할 예정이다.

2023.01.26 14:49

3분 소요
예금보험공사 신임 사장에 유재훈 전 한국예탁결제원장 내정

은행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예금보험공사 수장 자리에 유재훈 전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의 임명을 제청했다. 1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유재훈 내정자는 예보 임원추천위원회 추천을 받아 김 위원장의 임명 제청을 받았다. 예보 사장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예보 임추위 추천을 받아 금융위 위원장이 제청,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를 거친다. 유 내정자는 1961년생으로 서울대 무역학 학사,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파리정치학교 경제학 석사, 경기대 경제학 박사 학위 등을 받았다. 행시 26회 출신으로 공직에 입문한 후 국세청, 재무부 경제협력국·국고국·증권국·증권보험국, 금감위 증권감독과장 등을 지냈다. 이후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기획재정부 국고국장,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등 금융·경제 관련 주요 직위를 역임했다. 아울러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세계은행(IBRD),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다양한 국제기구 근무 경험을 통하여 국제금융 전문성을 쌓았다. 지난 2020년부터 건국대 행정대학원 석좌교수를 맡고 있다. 금융위는 유 내정자에 대해 주가조작 근절, 공시제도 개선, 분식회계 제재 강화 등 금융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각종 정책 및 제도 개선을 원활히 추진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고, 예금보험제도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정훈 기자 jhoons@edaily.co.kr

2022.11.11 07:24

1분 소요
[오늘의 경제정책 브리핑] 공공요금까지 ‘들썩들썩’…물가 잡을 묘수 없나

정책이슈

━ 9월 소비자 물가동향 발표…물가상승률 2% 넘을까 통계청이 오늘(6일) ‘9월 소비자 물가동향’을 발표한다. 전기료·우윳값 상승에 이어 대중교통·가스요금 등 각종 공공요금까지 줄지어 인상될 가능성이 보이면서, 생활 물가 급등 우려가 커지는 모양새다. 앞서 통계청이 지난달 2일 발표한 ‘8월 소비자 물가동향’을 보면, 올해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92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7월 대비 0.6%,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6% 상승한 수치로, 4월 2.3% 상승한 후 5개월째 2%대 오름폭을 기록 중이다. 최근 전기 요금 인상이 결정되고 우유 등 식품 가격이 오른 만큼 물가 상승폭이 더욱 커졌을지 주목된다. 여기에 지하철·시내버스·택시 등 대중교통 요금과 상하수도 요금, 종량제봉투 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도 점쳐지고 있어, 물가 인상 압력은 더욱 커진 상태다. 한편 한국은행은 지난 8월 말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2.1%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 금융수장 ‘투톱’ 국감 첫 출석…가계대출 방안 쟁점 국회 정무위원회(정무위)는 오늘(6일)부터 이틀간 금융위원회(금융위)와 금융감독원(금감원)에 대한 국감을 실시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정은보 금감원장의 취임 이후 첫 국감이다. 금융당국 국감의 현안 중 하나는 급증한 가계부채다. 금융당국은 현재 1800조원이 넘은 가계대출을 관리하기 위해, 대출 제한 등 가계부채 관리 대책 마련을 고민 중이다. 그간 정치권은 정부의 대출 제한으로 전세대출이나 생계형대출 등에서 실수요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해 왔다. 가상자산(암호화폐) 제도화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신고를 마쳤지만 자격요건을 갖췄는지에 대한 심의절차가 남아 있는데다, 여당과 업계에선 업권법 제정 등을 통해 제도권 편입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빅테크 이슈도 다뤄질 전망이다. 금융 플랫폼에 대한 규제 논의와 함께, 대규모 소비자 피해를 발생시킨 ‘머지포인트’ 사태에 따른 피해보상 방안과 재발방치책 등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15일에 산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서민금융진흥원에 대한 국감이, 18일엔 예금보험공사·한국자산관리공사·주택금융공사·예탁결제원에 대한 국감이 각각 열린다. 종합감사는 21일 예정돼 있다. ━ 공정위, 삼계탕용 닭 판매업자 담합 제재 발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오늘(6일) 7개 삼계 판매 사업자의 부당한 공동행위 제재 여부를 결정하고 징계 수위를 발표한다. 2017년 조사 시작 후 4년 만에 내는 결론이다. 삼계는 삼계탕 재료로 많이 쓰이는 닭을 의미한다. 공정위는 지난 2017년부터 삼계·토종닭·오리 등 가금산물 관련 담합 혐의를 포착하고 조사를 벌여왔다. 2019년 11월엔 수입량 감축을 합의한 것과 관련해 4개 종계(씨닭) 판매 사업자에 3억2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공정위는 하림에 과징금 1800만원을 내렸다. 삼계의 경우엔 신선육 판매가격·출고량 합의, 부산물 유상 판매 합의 등이 문제가 돼 왔다. 공정위는 가금업계 조사를 놓고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업계와 견해 차이를 보인 바 있다. 축산계열화법 5조에 따르면 농식품부 장관은 생산자 등의 요청이 있으면 공정위와 협의해 가축 또는 축산물의 생산·출하량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와 하림·올품 등 “가금업계는 성수기 닭고기 가격 폭등을 막기 위한 시장 가격 조성 행위를 담합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공정위는 “관련 절차를 거치지 않아 위법”이라는 입장이다. 정지원 기자 jung.jeewon1@joongang.co.kr

2021.10.06 06:00

3분 소요
[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 장기집권’] KB금융·하나금융, 누가 그들에게 권한을 주었나

CEO

주인 없는 회사로 국민연금이 최대주주… 외풍 막고 지속성장 VS 소수 지분으로 ‘셀프 연임’ #1. “탄생년 끝자리가 ‘5’보다 높으면 신한금융, ‘5’ 이하면 하나금융에 가야 한다.” 금융업계에 취업한 직장인들 사이에서 농담처럼 전해지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에는 국내 은행계 금융그룹 회장들이 10년간 군림하는 구조가 고착화되다 보니 역대 회장들의 탄생년 끝자리가 비슷하다는 데서 출발한다. 실제로 국내 은행계 금융그룹에서는 유일하게 4연임에 성공했던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1938년생, 한동우 전 회장은 1948년생, 조용병 회장은 1957년생이다. 모두 취임 시기가 10년 정도 터울이 있다. 하나금융지주에서는 김승유 전 회장이 1943년생, 김정태 회장은 1952년생으로 ‘금융그룹 회장 10년 주기설’을 뒷받침하고 있다.#2. 지난 11월 20일 KB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윤종규 회장의 3연임 안건이 통과되면서 ‘금융그룹 회장 10년 주기설’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1955년생인 윤 회장이 세 번째 임기를 무사히 마친다면 KB금융지주에서도 강산이 한 번 바뀌는 기간을 보낸 첫 수장이 된다. 공적자금 투입과 민영화 과정을 거치며 2019년에야 다시 금융지주 체제로 돌아온 우리금융그룹, 금융지주 회장 위에 농협중앙회장이 있는 농협금융지주를 제외한 국내 금융그룹 빅3 모두 회장 장기 집권 체제를 마련한 셈이다. ━ ‘윤종규 장기 집권’ 들어간 KB금융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 성공에 국내 은행계 금융그룹이 주목받고 있다. 전임 회장 모두가 불명예 퇴진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는 KB금융그룹에서도 드디어 회장 장기집권 체제가 마련되어 지속성장의 기대와 함께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3연임이 일반화됐다는 비판이 쏟아진다.윤 회장의 3연임에 대한 금융업계의 기대감은 ‘외풍에서 자유로운 KB금융’이다. 2008년 지주사 체계를 갖춘 KB금융그룹에서는 역대 회장들이 진퇴 과정에서 항상 구설수에 올랐다. 황영기·어윤대 전 회장은 모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점에 ‘낙하산 인사’가 논란이었다. 임영록 전 회장은 재정경제부 제2차관 출신 관료라는 점에 ‘모피아’ 논란이 일었다.KB금융그룹의 역대 회장들은 퇴진 과정에서도 불명예 기록을 갖고 있다. 황영기 전 회장은 우리은행 재직시절 1조원대의 파생상품 투자 손실 사태로 인해 1년 만에 직무 정지 상당의 징계를 받고 퇴진했다. 이어 회장 직무대행을 맡은 강정원 전 KB국민은행장도 부실대출과 투자손실 등의 이유로 금감원 경고를 받았고, 2010년 취임한 어윤대 전 회장은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에 미공개 정보를 건넨 혐의로 금융당국에서 주의를 받았다.2013년 취임한 임영록 전 회장은 KB국민카드 고객정보 유출사고와 경영진간 내분을 겪은 탓에 2014년 이사회에서 해임안이 통과되면서 불명예 퇴진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윤 회장은 이미 두 차례 임기를 무사히 마쳤다는 점만으로 KB금융지주 역사상 이름을 남긴 셈이다. 윤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하면서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조직 안정’을 성과로 꼽은 이유이기도 하다. 당시 선우석호 KB금융지주 회추위원장은 “윤종규 회장은 지난 6년간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KB를 리딩금융그룹으로 자리매김 시켰다”며 “KB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속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윤 회장이 조직을 3년간 더 이끌어야 한다는 데 회추위원들이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KB금융그룹의 전임 회장들에게서 구설수가 끊이지 않았던 이유로는 지배구조가 꼽힌다. 국내 금융지주 대부분이 외풍을 겪었지만, KB금융은 유독 외풍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라이센스 사업인 금융업은 태생부터가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며 “신한금융그룹에서 가장 먼저 강력한 회장 중심의 장기 집권 체제가 마련될 수 있었던 이유도 설립 단계부터 자본금을 투입한 일본계 주주들이 있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올 정도”라고 설명했다.국내 은행계 금융그룹들 가운데 가장 먼저 금융지주사 체제를 만든 곳은 우리금융지주다. 그러나 당시 우리금융그룹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상태로 예금보험공사가 최대주주였다. 예금보험공사는 자금 회수를 위해 그룹 내 증권사·자산운용사·지방은행 등을 쪼개 팔다 보니 우리은행만 남게 됐고, 지주사는 지난 2014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어 2019년 다시 우리금융지주가 상장하면서 손태승 회장이 2019년 1월부터 회장에 취임했다.신한금융과 하나금융에서는 이미 3연임 이상 성공한 회장을 배출했다. 신한금융그룹에서는 초대 회장인 라응찬 전 회장이 3연임을 넘어 4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2005년 지주사가 출범한 하나금융그룹에서는 김승유 전 회장과 김정태 회장이 나란히 3연임에 성공했다.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국내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장기 집권이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그러나 비판도 만만찮다. 일단 지분율 0.01~0.02% 수준에 불과한 회장들이 너도 나도 장기 집권 체제에 돌입한다는 비판이다. 여기서는 국내 금융업계 특유의 ‘주인 없는 회사’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회장 장기 집권 체제를 마련한 금융지주 3곳은 모두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다. 국민연금은 KB금융지주 지분 9.96%를 들고 있고 하나금융지주는 9.94%를 보유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재일교포 지분 합계가 10~15%로 추정되지만, 단일주주로는 국민연금이 9.86%로 가장 많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주인 없는 회사라 현직 회장들이 연임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 ‘거수기’ 사외이사들이 회장후보 추천 국내 금융지주사의 회장 선임 과정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차기 회장 후보를 평가한 뒤 단독 후보를 선정하면 주주총회에서 해당 안건을 처리하는 식이다.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 등에서는 모두 회장후보추천위원을 사외이사들이 맡고 있다. 문제는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지주회장의 입김에서 자유롭기 힘들다는 점이다.국내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오래 전부터 ‘거수기’라는 불명예를 쓰고 있다.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올해 이사회에서 단 한건의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다. 하나금융지주에서는 지난 4월 24일 이사회에서 백태승 사외이사가 그룹내부통제규정 개정안에 반대 의견을 낸 것이 유일하다.회장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사외이사들이 회장후보추천위원이 되고, 그들이 다시 회장을 추천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현직 회장의 연임 때마다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실제로 윤 회장의 3연임을 앞두고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에서는 회장 후보 선출과정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 관계자는 “3년 전 윤 회장이 첫 연임에 나설 때도 윤 회장을 포함해 총 3명을 최종 후보자군을 구성했지만 윤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두 명이 고사하면서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다”며 “이번 후보 선정 과정에서도 평가 점수를 공개하지 않는 등 투명성과는 거리가 먼 셀프 연임”이라고 지적했다.연임 성공한 회장들은 재임기간 중 파벌 문제가 불거져 나오기도 했다. 최대주주인 오너가 회장 자리를 맡아 그룹 전반을 좌우하는 산업계와 달리 소액주주 수준의 지분으로 연임 체제를 이어가야 하는 금융지주 회장들은 내분에 취약한 상태다. 실제로 국내 금융권 첫 4연임 회장인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2인자였던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과의 내분이 벌어졌고, 일본 주주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며 서로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으나 결국 두 사람 모두 물러났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은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과 내분으로 동반 퇴진했다. 연임을 원하는 회장이라면 ‘내 사람 챙기기’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금융지주 회장들의 ‘내 사람 챙기기’는 계열사 대표 인사로 요약된다. 지주사 이사회 내에 그룹 계열사 인사를 좌우하는 위원회를 설치하고 여기에 회장이 참여하는 식이다. 실제로 KB금융에서는 윤 회장이 계열사대표이사후보 추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고, 하나금융지주에도 김정태 회장이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이름을 올렸다. KB금융 회추위에서 회장후보자 숏리스트 4명에는 윤 회장과 허인 KB국민은행장,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 등 KB금융 그룹 계열사 수장을 포함했을 때 노조에서 ‘요식행위’라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 연임 목표로 ‘내 사람 챙기기’ 공 들여 이번 회장후보자 숏리스트 4명에 포함된 허인 KB국민은행장과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은 당시 연임을 기다리던 상황이었다. 이후 허인 행장은 윤 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받으며 사실상 3연임에 성공한지 한달 여 만인 지난 10월 20일 계열사대표이사추천위원회로부터 차기 행장 후보로 단독 추천을 받았다. 이어 윤 회장과 함께 11월 20일 이사회에서 확정됐다.윤 회장이 첫 연임에 도전하던 2017년에도 회장후보 숏리스트 3인에는 윤 회장 외에 김옥찬 당시 KB금융지주 사장과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 등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양종희 사장은 계열사 수장들이 한번만 연임했던 전례를 깨고 3연임에 성공해 지금도 KB손해보험을 이끌고 있다. 더구나 그룹 내에서도 윤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어 4연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KB 노동조합협의회 관계자는 “윤 회장의 첫 연임 당시 계열사 수장들은 모두 심층 평가를 위한 인터뷰를 고사하며 사실상 ‘기권’했기에 당시에도 요식행위 논란이 커졌다”며 “이렇게 구색 맞추기에 동원된 계열사 대표들 일부는 연임에 성공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회장 후보 추천 과정은 요식행위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2020.11.28 10:04

6분 소요
[금융권 CEO 임기 만료 도미노] 케이뱅크· IBK기업은행장 교체 확률 높아

은행

KB금융 계열사 CEO 대부분 연임될 듯... 우리금융 회장 거취는 정부 입김이 변수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의 임기는 9월 23일로 끝난다. 이에 케이뱅크는 지난 8월 7일 심 행장의 후임을 논의하기 위한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었다. 임추위는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됐다. 임추위는 후보 명단 작성, 자격 검증, 최종 후보군과 인터뷰 등을 거쳐 차기 행장 후보자를 선정한다. 후보 대상은 심 행장을 포함해 케이뱅크 최고경영자(CEO) 연수를 받고 있는 7명이다. 심 행장은 2년 연임이 가능하지만, 업계에서는 연임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 케이뱅크가 2017년 4월 출범한 이후 제때 증자를 하지 못해 대출이 중단되는 사태가 여러 번 발생했고, 적자와 자금난으로 개점 휴업 상태에 놓인 만큼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서다.심 행장을 기점으로 내년 초까지 임기가 만료되는 금융지주·은행 CEO는 모두 11명이다. 11월에는 KB국민은행의 차기 수장이 결정된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의 임기는 11월 20일까지다. KB금융그룹은 이르면 9월 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를 구성해 허 행장 후임 논의에 나설 전망이다. 허 행장은 연임할 가능성이 크다. ━ 이대훈 NH농협은행장, 3번째 연임 도전 허 행장은 KB금융 회장과 은행장이 분리된 후 처음으로 은행장을 맡아 지난 1년간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며 그룹과 은행의 안정적인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7815억원으로, 허 행장 취임 전인 2017년 1분기(6440억 원) 대비 21.4% 증가했다. 다만 직원의 평가는 엇갈린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행장 취임 후 디지털 혁신이라는 명분 아래 플랫폼 사업이나 간편결제 등 다양한 사업에 나서면서 직원들의 업무 강도가 세졌다”며 “이에 대한 보상은 적고 경직된 의사결정 구조는 여전하다”고 지적했다.12월에는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 조재민·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 허정수 KB생명 대표, 신홍섭 KB저축은행 대표 등의 임기가 끝난다. KB금융 계열사 CEO 임기는 기본 2년에 1년 단위로 연장하는 구조다. 통상 첫 1년 연임은 무리가 없다면 허용된다. 이런 측면에서 이동철 대표, 이현승 대표, 허정수 대표, 신홍섭 대표는 첫 연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김도진 IBK기업은행장도 오는 12월 3년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수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사실 김 행장 취임 이후 경영실적은 좋다. 2016년 12월 말 취임한 이후 실적이 고공행진 중이다. IBK기업은행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한 985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5.2% 늘었다. 여기에 기업은행은 정부 지원을 받는 국책은행으로서 중소기업대출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 지난해 중소기업 대출은 151조1969억원으로 권선주 전 행장 임기였던 2016년 대비 13.1% 늘었다.그러나 김 행장의 연임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 행장이 이미 연임 의사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데다, 전임자들이 대부분 임기 3년을 채우고 떠났기 때문이다. 이에 김 행장의 후임으로 조준희 전 행장, 권선주 전 행장, 김 행장에 이어 네 차례 연속 은행 내부 출신 행장이 탄생할지, 외부 인사가 새 행장에 취임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이대훈 NH농협은행장도 오는 12월 31일에 임기가 끝난다. 이 행장은 지난해 2연임을 성공해 이번에 연임하면 3연임이 된다. NH농협금융은 2017년 말부터 1년마다 성과에 따라 자회사 CEO의 연임을 결정한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은행 설립 최초로 연간 순이익이 1조원을 넘었다.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도 자회사 CEO의 경영연속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신한·우리·NH농협금융의 회장 임기도 내년 3월과 4월에 만료된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로 예정된 주주총회일까지다. 일단 연임 가능성이 크다. 조 회장은 비(非) 은행 부문 인수·합병(M&A)으로 사업다각화에 성공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말 KB금융에 빼앗긴 업계 1위 타이틀을 되찾았다. 내년 1월에는 차기 회장을 선출하기 위한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열린다. 회장 후보는 조 회장을 포함해 은행·증권·카드·자산운용사 등 주요 5개 자회사 CEO다.변수는 있다. 조 회장의 채용 비리 관여 혐의에 대한 1심 판결이 올 12월께로 예상돼 선고 내용에 따라 차기 구도에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 그 전인 12월에는 신한금융지주 자회사 중 신한카드·신한저축은행·신한DS·신한대체투자·아시아신탁 등의 CEO 임기가 줄줄이 만료된다. 자회사 CEO 인사도 조 회장의 연임 여부 분위기에 따라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연임가능성 커 우리금융그룹의 차기 대권 향방도 관심거리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도 내년 3월 주주총회일이 임기 만료일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올해 지주 체제로 바뀌면서 당시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지주 회장을 겸임하게 됐다. 임기는 1년이다. 연말쯤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를 열어 차기 회장을 뽑을 것으로 예상된다. 손 회장은 지주사 전환 작업을 탈 없이 마무리하고 비(非)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 자산운용사와 부동산신탁사를 인수합병(M&A)했다. 손 회장의 연임에는 금융당국의 입김이 작용할지가 변수다. 그동안 우리은행은 소유주인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현재 정부는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 18.32%를 팔기로 했지만 여전히 1대 주주다.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임기는 내년 4월 28일까지로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다. 김 회장은 2012년 출범 이후 상반기 기준으로 올해 최대 실적을 냈다. 연임에 큰 걸림돌은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2019.08.24 19:49

4분 소요
국내외 경제 어디로 - 유로존 위기 악화에 다시 커진 ‘R의 공포’

산업 일반

회복세를 보이던 세계 경제가 다시 경기침체(Recession)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유로존 재정위기는 유럽연합(EU) 회원국 간 갈등으로 오히려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유럽발 재정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국내외 자본시장도 불안한 모습이다. 미국·중국·일본 등 대형 경제국도 본격적으로 유럽발 위기에 영향을 받고 있고, 신흥국 경제도 내리막으로 전환됐다. 한국 경제는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고, 경제 지표가 혼조세를 보이며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계 경제가 다시 ‘R의 공포’에 휩싸였다.세계 경제에 다시 ‘R(Recession, 경기침체)의 공포’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한국경제도 이미 공포의 영향권에 들어간 모습이다. 5월 24일 외국인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17일 연속 매도세를 이어갔다. 5월 들어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만 4조원 가까이 된다. 달러당 원화 가치는 최근 3개월간 110원이나 떨어졌다. 24일에는 1180원 선이 무너졌다. 예금보험공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환율 변동성 위험도가 가장 높은 단계라고 경고했다.유로존 위기 해법이 다시 미궁에 빠지면서 세계 경제는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5월 23일 “세계 경제가 출렁거리고 있고, 우리 경제도 회복에 힘이 부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2분기에도 프랑스 총선, 그리스 재선거 등이 예정돼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두 달 정도 숨가쁜 일정이 지나면 불확실성이 낮아지면서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국내 금융시장이 출렁거리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하지만,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은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와 주요 경제관련 단체·학계 인사들이 참석한 경제동향간담회에서 내린 결론은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었다.통계청 등이 발표한 3~4월 한국 경제 지표를 살펴보면, 왜 경제 수장과 전문가들의 입에서 ‘불확실성’ 얘기가 나오는지 알 수 있다. 본지가 한국은행이 경기를 판단할 때 반영하는 40여 개의 실물경제 지표를 살펴봤더니, 한마디로 ‘혼란스러운 양상’이었다(그래프 참조).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겠지만 경기가 바닥을 지났는지, 지금이 경기 전환 국면인지 판단하기 매우 어려울 만큼 경제 지표가 들쑥날쑥이다. 5월 초 공개된 3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도 이런 고민이 담겨 있다. 의사록에는 ‘경기지표와 경기의 변동 리스크가 상반된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경제상황을 판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시점’이라는 말이 나온다.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경제지표1~2월 상승세를 보였던 경기 지표는 3월 들어 마이너스로 전환된 것이 많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3.1% 줄었다. 설비투자(-2.7%)와 건설기성액(-1.8%)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소매판매(-2.7%)도 전달 보다 줄었고, 기업의 설비투자 가능성을 보여주는 설비투자조정압력은 전달보다 3%포인트 내려가 33개월 최저치를 기록했다.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4포인트 내려가 한 달 만에 하락 반전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4월 수출과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4.7%, 0.2% 감소했다. 중동이나 동유럽에서는 선전했지만, 유럽연합(EU) 수출이 16.7%나 준 것이 타격이었다. 수출전망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달 보다 4포인트 떨어져 다시 100 이하로 내려갔다. 반면, 한국은행이 조사하는 BSI는 3포인트 올랐고, 전경련 BSI도 6.4포인트 올랐다. 1분기 고용률은 오르고 실업률은 떨어졌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가계 처분가능소득도 전년 동월 대비 6.8% 올랐다. 앞날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통계청 발표 3월 경기선행지수는 ‘0’이었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사·발표하는 경기선행지수(CLI)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3월 기준 한국 CLI는 100으로 전달 대비 0.5포인트 올랐다. 1월 이후 3개월 연속 오른 것이다. CLI가 100 이상에서 상승하면 경기가 확장하고 있는 것을 의미하고, 반대는 하강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100 미만에서 내리면 침체, 상승하면 회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CLI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경기는 회복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표적인 경기 선행지수인 건설수주와 기계수주는 모두 감소했다. 특히 기계수주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6%나 줄었다.한국경제는 1~4월 동안 냉온탕을 오갔다. 변동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얘기다. 3월 금통위 의사록만 봐도 잘 드러난다. 당시 금통위원들은 조심스럽게 낙관적인 진단과 전망을 내놨다. “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설비투자는 증가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3월 이후 소비는 늘고, 설비투자는 줄었다. “수출은 증가세를 회복했으나 경기동행지수는 하락했다”. 4월 수출은 4.7% 줄었다. “제조업 업황 전망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기전망 소비자기대지수(CSI)도 낮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3월 한국은행 BSI, CSI 모두 올랐다. “국제 금융시장은 그리스의 채무위기에 대한 우려가 감소하면서 불안심리가 꾸준히 완화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5월 들어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퇴출될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국내경제는 성장세가 추가로 악화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수출부진이 더 이상 심화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성장경로에 대한 우려가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3~4월 경제 지표와는 전혀 다른 진단이다. “국내 금융시장도 위험회피 성향이 약화되면서 주가가 상승하고 환율은 변동성이 축소됐다”. 5월 들어 코스피지수는 전달 보다 9% 하락했고, 정부의 지속적인 개입에도 환율 변동성은 위험한 지경이다. 그만큼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와중에 국내외 경제전망기관들은 잇따라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OECD는 최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5%에서 3.3%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전망치 역시 0.3%포인트 낮춘 4%로 전망했다. 올해 한국경제를 가장 비관적으로 전망했던 글로벌은행 UBS는 전망치를 기존 2.8%에서 2.1%로 내렸다. 한국은행 역시 3.7%에서 3.5%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8%에서 3.6%로 낮춘 수정 전망치를 내놨다. 문제는 대부분 수정 전망이 올 초 다소 낙관적으로 바뀌는 듯했던 대내외 경제여건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글로벌 경제 리스크 요인으로 거론됐던 미국 경제의 더블딥 가능성, 유럽 재정위기 심화, 유로존 붕괴 가능성, 중국 경제 경착륙 등은 올 들어 일부분 완화된 게 사실이다. 하지만 5월 들면서 상황은 다시 반전됐다. 특히 스페인·이탈리아 구제금융 가능성과 그리스 총선 결과에 따른 혼란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유로존 위기는 다시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 연초만 해도 유럽 재정위기가 연착륙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컸다. 지난해 12월 EU 회원국은 신재정협약에 합의했고, 올 3월 25개국 정상이 공식 서명했다. 신재정협약은 구조적 재정적자를 GDP의 0.5% 이내로 유지하는 등 균형재정을 헌법 등에 법제화하고 위반 국가들은 유럽사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GDP의 0.1% 내에 벌금을 부과한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장기대출프로그램(LTRO)라는 이름으로 지난해 12월과 올 2월 두 차례에 걸쳐 1조 유로가 넘는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했다. 모든 게 잘 해결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LTRO가 종료되자 EU는 다시 중환자실로 입원하는 꼴이 됐다. 여기에 프랑스 대선에서 긴축을 반대하는 올랑드 정부가 탄생하면서 유럽은 혼란에 빠졌다.그리스 유로존 이탈 가능성 주목일단은 그리스가 유로존을 이탈할 것인가가 최대 관심사다. 이미 두 차례 구제금융을 받고 채무조정을 했던 그리스는 재정이 바닥날 위기에 처했다. 국제 투자은행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가 보유한 현금은 25억 유로 정도다. 올 연말까지 그리스 정부가 갚아야 할 빚은 160억 유로가 넘는다. 6월 17일로 예정된 2차 총선에서 그리스가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하고 추가 구제금융을 받지 못하면 7월에는 모든 현금이 바닥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고 디폴트(지급 불이행)를 선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었다. 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그리스의 유로존 퇴출이 내년 초에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중국 최대 투자은행인 중국국제금융공사는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떠나면 중국의 수출 증가율이 4%대로 떨어지고 GDP 성장률은 6.4%로 급락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은행은 “그리스가 연정구성에 실패하면서 다음달로 예정된 총선에서 긴축안을 반대하는 극진좌파연합이 많은 표를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며 “그리스가 EU와 IMF가 지원하는 구제금융을 받지 못해 결국 유로존에서 퇴출당할 위험도 생겼다”고 전망했다.이런 진단이 현실이 될 경우 한국경제도 치명타를 입는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 총수출 증가율은 1.7%포인트 내려가고 경제성장률은 0.4%포인트 하락한다.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퇴출돼 8% 초반으로 예상됐던 중국 GDP 성장률이 6.4%로 급락하면 우리나라 GDP는 2% 초중반을 기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긴축을 둘러싼 EU 회원국간 갈등도 ‘R의 공포’를 부추긴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긴축을 택했던 유로존은 최근 더블딥에 빠진 국가들이 속출하면서 긴축 기조 폐지를 둘러싼 논란에 빠져 있다. 5월 23일 열린 EU 특별 정상회의는 유로존 해법이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드러냈다. EU 정상들은 구체적인 성장 촉진 방안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재정위기 해법을 둘러싸고 메르켈 독일 총리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간 의견차도 좁혀지지 않았다. 유로본드 발행을 놓고도 분명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유로존 공동채권인 유로본드는 유럽 재정위기를 종결하기 위한 거의 유일한 해법이라는 지지를 받고 있지만, 독일은 이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EU 회원국들이 재정위기를 해결할 방안을 도출하는 데 실패할 경우, 유럽지역의 경기침체가 심화돼 세계경제 성장세가 크게 위축되고 ‘R의 공포’가 현실이 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2012년 하반기나 내년 초 재정위기 국가 중 일부가 모라토리엄(지급불능)을 선언할 가능도 있다. 특히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같은 대형 경제국이 모라토리엄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탈리아는 이미 외국인 국채보유비율이 60%에 육박하고, 스페인은 50%를 넘어선 상태다.여기에 각국의 정치적 상황으로 신재정협약이 의회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재정건전성을 강화하려는 정부 조치가 자국민 반대로 진행되지 못할 경우 EU나 IMF는 구제금융을 거부할 수 있다. 재정위기에 처한 PIIGS(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국가들이 그리스처럼 부채 탕감을 요구할 경우 유럽 금융권 손실이 커지고, 국제신용평가사는 신용등급을 강등해 금융위기로 확산할 가능성도 크다.긴축과 성장의 충돌일각에서는 유로존 축소 또는 해체 얘기까지 나온다. 실현 가능성은 작지만, 유로존이 무너지면 세계 경제는 공황으로 갈 수도 있다. USB에 따르면 남유럽 일부 나라가 유로존을 이탈하는 경우 EU 주변국의 국가 디폴트 가능성은 100%다. 만약 유로존이 해체될 경우 국가·기업 디폴트, 뱅크런, 교역 급감, 자본유출입 확대, 인플레이션 압력 고조 등이 광범위하게 발생할 수 있다. UBS는 이 경우 그리스와 같은 남유럽 국가들의 손실은 GDP의 40~50%에 이르고, 독일 등 중심국은 20~25%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해 국제금융센터 김위대 연구분석실 부장은 “유로존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이는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포기하고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감내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긴축을 유지하려는 독일과 성장을 주장하는 프랑스가 이른 시일 내에 합의점을 찾아내는 것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 국제금융협력국 신중범 과장은 “선거에 따른 포퓰리즘과 긴축으로 인한 경기침체 가속화로 최근에는 성장을 지지하는 논의가 강화되는 추세”라며 “이를 반영해 EU 내에서도 기존 긴축 목표에 대해 다소 유연성을 용인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간은 상당히 걸릴 전망이다. LG경제연구원 홍석빈 책임연구원은 “성장정책을 통해 재정위기가 해소될 것으로 낙관하기 어려운 데다, 2년 넘는 시간 동안 논란과 합의를 거듭해 온 성과인 현재의 체제를 단번에 뜯어고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재정이 더 나쁜 상황으로 치닫기 전에 합의의 실마리는 나와야 할 것”이라며 “긴축 일변도에서 성장지향적 내용이 가미되는 방향으로 변화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2013년 불황 도래할 가능성 커유로존에 돈이 풀려 재정위기 국가들의 숨통이 트일 수 있지만,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대규모 유동성 공급이 자산 버블을 낳고, 물가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또한 유동성 공급이 효과를 내려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기 전에 경기가 회복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 ‘재정 위축→민간신용 축소→경기 위축→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유로존 위기는 유럽 대륙에서 끝나지 않는다. FRB에 따르면, 미국 머니마켓펀드(MMF)에서 유럽국가의 국채 등이 차지하는 비중은 35%나 된다. 유럽과 미국 금융시장은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유럽 재정위기가 미국으로 옮겨 붙고,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럽에 물건을 많이 파는 아시아 신흥국은 이미 영향을 받고 있다. 유로지역의 재정위기와 선진국 경기둔화로 대외경제여건이 나빠지면서 아시아 신흥국가들의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맥을 못 췄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보듯, 유럽계 자금이 많이 들어와 있는 우리나라 금융시장도 외국인 자금 유출입 변동폭이 커지면서 불안한 상태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물론 세계경제가 회복세를 이어가지 못하는 원인이 유럽 재정위기 때문만은 아니다. 원인은 복잡하고,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려운 것들이 대부분이다. 주요국 실업률은 여전히 높은 상태고, 고용 확대는 미미하다. 건설투자 외에 소비와 고용, 금융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국 주택시장 역시 침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선진국 은행이 대출·여신 규모를 줄이면서 소비 위축이 장기화되고 있다. 유가 불안도 한 몫 한다. 국제유가는 최근 들어 소폭 하락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더욱이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과 지정학적인 위험으로 국제유가는 고수준을 오래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재정을 소진한 미국, 유럽, 일본 등 정부 지출이 위축된 것 역시 난제다. 또한 나라별로 세계 경제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가 커 정책공조가 약화된 것도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이어가지 못하는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중국은 물론 신흥국이 경기 둔화 양상을 보이는 것도 골칫거리다.불황을 빗겨갈 수는 없다. 다음 번 불황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올까. 김경원 CJ경영연구소 경영고문이 최근 출간한 『대한민국 경제 2013 그 후』에 따르면, 최근 15년 간의 평균적인 경기싸이클(상승기 31개월, 하강기 18개월)을 적용하면 불황은 2013년에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 김 고문은 “2011년 하반기부터 경기가 호전되는 모습을 보이는 미국을 제외하고는 세계 경기가 전반적으로 하강세로 돌아선 모습”이라며 “여기에다 좀처럼 근본적인 해법이 찾아지지 않는 유럽 재정위기가 유로존 해체나 이에 준하는 상황으로 진행되면 다가올 불황은 단순한 경기 하강을 넘어서 깊고 긴 침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세계 경제가 최근 위기를 벗어난다고 해도, 다시 불황에 빠지면 그때는 정말 쓸 카드가 없다. 곳간이 텅 빈 각국 재정상태 때문에 정부 지출을 늘릴 수 없고, 불황으로 세금을 추가로 걷기도 어렵다. 국채를 발행해 재원을 조달해야 하지만, 최근 남유럽 국가들처럼 아무도 사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오래 지속된 초저금리로 금리 정책도 마땅치 않고, 인플레이션 우려로 돈을 마구 찍어낼 수도 없다. ‘R의 공포’가 ‘C(Crisis, 공황)’의 공포로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2012.05.29 13:21

10분 소요
누가 떠나고 누가 오나,  그들이 벌일 영토전쟁

산업 일반

2010년 11월 26일 외환은행 인수 계약을 하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한 김승유 하나금융회장은 ‘개선장군’이었다. 2006년 두 차례 인수합병(M&A) 경쟁에서 잇따라 탈락한 후 세 번 만에 성공했고, 이를 통해 하나금융이 다시 부상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공항을 찾은 기자들의 질문은 외환은행 인수 못지않게 오는 3월 임기가 끝나는 김 회장의 연임 여부에 집중됐다. 2011년 은행권의 핵심 이슈가 은행권의 구도 재편과 지배구조 변화라는 점을 함축해 보여준 장면이다. 은행권 재편의 신호탄은 하나금융지주가 쐈다. 미국 사모펀드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 지분 51.02%를 4조6888억원에 인수키로 계약한 것이다. 하나금융은 오는 2월 중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변경 인가를 받아 계약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인수 대금이 지급되면 외환은행은 하나금융의 자회사로 편입된다. 그렇다고 바로 하나은행과 합병하는 것은 아니다. 당분간 1지주, 2은행 체제를 가져가기로 했다. 하나금융은 3월 정기주총에서 새 외환은행장을 선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은행 직원들의 반발을 고려해 현직 외환은행 임원 중에서 새 행장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가 끝나면 국내 은행권은 4대 금융지주체제(빅4)로 재편된다. 총자산 규모가 310조~330조원 수준인 4대 금융지주사가 치열한 경쟁을 하는 구도가 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올해엔 4대 금융지주회사 간에 치열한 선두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이 많다.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위축됐던 은행권이 본격적 영업 경쟁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민병덕 국민은행장은 2010년 12월 중순 한 세미나에 참석해 “대외적으로 불안감이 상존하고 있지만 빅4 체제가 형성되면서 치열한 경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회장 선출 문제로 홍역을 치른 KB금융지주는 새로운 금융상품을 내면서 대출을 늘리는 등 공격적 영업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내분 사태에 휘말린 신한금융지주도 오는 3월 새 회장이 선출되면 본격적 영업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크다. 하나금융 역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묶어 시너지를 내려 할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서병호 연구위원은 “4대 금융지주 체제가 되면서 치열한 외형 경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과거처럼 남의 고객을 빼앗는 전략보다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으로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우리금융 민영화 무산 가능성은행권 재편의 큰 변수 중 하나는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다. 정부는 지난 7월 말 공적자금 회수의 극대화, 조기 민영화, 국내 금융산업 발전이란 세 가지 원칙을 제시하면서 우리금융 민영화에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유력한 인수 후보였던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경쟁구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여기에 우리금융 주도의 컨소시엄마저“정부가 요구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주고선 우리금융을 인수할 수 없다”며 입찰 불참을 선언했다. 결국 정부는 지난 12월 17일 매각 중단을 발표했다. 기세 좋게 시작했지만 예비입찰도 받아보지 못한 채 뜻을 접고 말았다. 정부는 이른 시일 안에 새로운 틀을 짜서 다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영화 의지가 변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시한이나 방향을 정하지 못했다. 따라서 우리금융 민영화는 지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그래도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왔던 경쟁입찰 방식보다는 좀 더 완화된 형태로 접근하겠다고 밝힌 것은 진전된 부분이다. 블록세일(묶음매각)이나 수의계약 등 다양한 대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블록세일은 일정한 규모의 지분을 주식시장에서 시가보다 약간 할인된 가격에 파는 방식이라 공적자금 회수의 극대화란 목표엔 부합하지 않다. 인수를 원하는 특정 투자자에게 우리금융 지분을 넘기는 수의계약은 특혜 시비를 부를 수 있어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정부가 보유한 57% 지분 중 일부를 블록세일한 뒤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정도의 지분만 경쟁입찰을 통해 매각하는 방안 등이 절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정부가 다시 우리금융 민영화를 추진할 경우 우리금융 자회사인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을 따로 매각할지도 관심이다. 두 은행이 어디로 인수되느냐에 따라 지방은행 판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남은행을 놓고선 부산은행, 대구은행, 경남지역 상공인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경남은행의 경우 부산과 대구가 경쟁하는 모양새라 정부 입장에선 어느 한쪽 손을 들어주기엔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분석도 있. 광주은행은 전북은행과 광주 상공인들이 인수를 희망하고 있다.장기적 M&A 가능성 남아우리금융 민영화가 불투명해졌지만 장기적 M&A 가능성은 남아 있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2010년 6월 회장 선출 직후 우리금융과의 합병을 통한 메가뱅크론을 내세워 주목 받았다. 노조의 반대로 “앞으로 2년간 M&A를 안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글로벌 경쟁을 하기 위해 덩치를 키워야 한다는 소신까지 접은 것은 아니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엔 어 회장이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될 수도 있다.KB금융과 우리금융의 합병이 이뤄진다면 자산이 600조원을 넘는 초대형 금융회사가 탄생한다. 금융계에 커다란 파장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이는 ‘빅4’ 체제를 흔들 수밖에 없고 이에 대응하는 M&A를 유발할 수도 있다. 새로운 경영진을 맞는 신한지주도 올해 말 이후엔 조직 안정화해 M&A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산은지주 민영화라는 변수도 있다. 산은지주 밑에는 산업은행과 대우증권, 산은캐피탈, 산은자산운용, 산은인프라자산운용이있다. 어윤대 회장은 “대우증권을 거느린 산은이 민영화를 한다면 관심이 있다”고 밝힌 적 있다. 산은지주는 올해나 내년께 국내외 증시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4년 5월 말까지 최초 지분 매각을 시작해야 한다. 정부의 의지와 금융회사 경영진의 결단에 따라선 지금까지 예상 못한 판도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금융지주 회사들이 증권이나 보험사를 사들일 가능성도 있다. 은행권 M&A보다 규모가 작아 부담이 덜한 편이다. 외환은행 인수에 성공한 하나금융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보험 부문 강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김승유 회장도 “보험 분야가 약해 M&A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회장 선출 문제로 홍역을 치렀던 KB금융은 지난해 아무런 M&A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윤대 회장과 민병덕 국민은행장 체제가 자리잡은 만큼 올해엔 M&A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지주회사 내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 증권 분야를 강화할 필요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 진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과 기업은행의 경우 인도네시아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지주 수장 인사 최대 관심사오는 3월 은행권 정기주총에선 최고경영자(CEO)들의 임기가 대거 만료된다. 특히 신한은행과 신한지주를 오랫동안 이끌어왔던 라응찬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이 현직에서 물러난 신한지주의 인사가 최대 관심사다. 현재 신한지주 사외이사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는 새 회장 선출과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일단 지금처럼 대표이사 회장과 대표이사 사장을 함께 두지 않고 대표이사 회장만 두는 단일 체제로 가기로 결정했다. 유동적이지만 회장은 외부 명망가를 영입하고 은행장엔 내부 출신을 기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아울러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해 세대교체성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전직 신한은행 출신 고위 임원들의 복귀 가능성은 다소 낮은 편이다. 이들이 현직에 복귀할 경우 라 전 회장과 신전 사장 지지로 갈린 은행에 또 다른 파벌을 만들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일부에선 라 전 회장이 등기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그와 가까운 류시열 대표이사 직무대행이 과도기적으로 신한금융을 이끌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권과 가까운 사람이 자리에 앉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관치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외환은행 인수 계약을 통해 화려하게 부상한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도 3월에 끝난다. 김 회장은 현재 은행권 최장수 CEO다.그러나 김 회장 이후의 후계구도는 명확하지 않다. 김종열 지주 사장과 김정태 하나은행장이 있지만 두 사람도 이번 주총으로 임기가 끝난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통합하는 것뿐 아니라 지배구조를 튼튼히 다져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김 회장은 2010년 11월 26일 인천공항에서 연임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노 코멘트”라며 즉답을 피했다. 대신 그는 “미국 씨티은행이 필립모리스 사장 출신을 CEO로 데려간 것처럼 하나은행도 내부 사람만 (CEO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시장이 인정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금융계와 하나금융 내부에선 김 회장이 3월 주총에서 3연임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환은행 인수를 주도한 만큼 합병 이후의 마무리도김 회장이 해야 한다는 논리다. 다만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시장의 요구를 김 회장이 어떻게 수용할지가 관심이다. 김회장이 연임할 경우 2014년 3월까지 임기를 보장 받는다. 하지만 앞으로 2년 후엔 현 정부 임기가 끝나고 정권이 바뀐다. 김 회장은 이명박대통령의 고려대 경영학과 동기동창(61학번)이다. 지금은 누구나 김 회장을 금융계 실세로 인정하고 있지만 정권이 바뀌면 그 점은 오히려 부담이다.이 때문에 금융권에선 김 회장이 당장 3월 하나금융 인사를 어떻게 풀어갈지를 주시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국내 은행 CEO들은 후계자를 키우지 않아 CEO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회사 전체가 휘청거리는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금융회사 이사회가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후계자 승계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이종휘 우리은행장도 3월 임기가 끝난다. 이 회장은 우리금융의 민영화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연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종휘 우리은행장의 경우는 대주주인예금보험공사에서 두 차례 경고를 받아 연임할 수 있느냐가 논란이다. 후임으로 몇몇 현직 부행장과 자회사 사장의 이름이 거론된다. 민간 금융회사 CEO 인사만 있는 것이 아니다. 2009년 1월 취임한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임기가 3년이지만 올해 초 경제부처 인사가 단행되면 함께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3월로 임기가 끝난다. 민유성 산은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의 임기도 6월 만료된다. 다른 금융 공기업 사장들도 차례로 3년 임기가 만료된다.빈 자리를 누가 채우느냐에 따라 경제관료나 금융감독원 고위 임원들의 연쇄 이동이 일어날 수 있다. 전직 관료 출신들이 민간 금융회사의 고위직으로 옮길 수도 있다.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나 김석동 전 재정경제부 차관, 한택수 국제금융센터 이사장, 김병기 전 삼성경제연구소 사장, 이철휘 전 자산관리공사 사장 등의 이름이 계속 거론된다. 2011년 3월엔 한국 금융계를 이끌어갈 금융당국의 수장과 대형 금융회사 CEO의 면면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2010.12.27 18:04

7분 소요
독자 생존의 길 작지만 강해지겠다

산업 일반

은행 업계에서 이주형(58) 수협 은행장의 혁신 경영이 화제다. 올해 말까지 공적자금 상환을 목표로 정부에 적극적으로 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한편 임원 연봉을 20% 삭감하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신용자회사 분리 후 상장해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수협은행에 불편한 점이나 건의할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명함에 적힌 제 번호로 연락 주십시오. 은행의 주인은 고객입니다. 주인을 섬기는 머슴의 심정으로 최상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습니다.”지난해 4월 수협은행의 수장이 된 이주형 은행장의 발 빠른 행보가 눈에 띈다. 취임 한 달 후 새벽에 동대문시장을 찾아 상인들에게 명함을 돌리고 개인과 기업 우수고객 5000여 명에게 관심과 애정을 가져 달라고 편지를 보냈다.취임 100일을 앞두고는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3억 달러 유로본드 발행을 마무리했다. 올해 초에는 ‘도약 2010, 새로운 출발, 새로운 도전’ 경영혁신운동 선포식을 가졌다. 확실한 변화로 수협의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것. 이 행장은 1980년 23회 행정고시 합격 후 재무부 사무관으로 출발해 재정경제부 국장을 거쳐 예금보험공사 부사장을 지냈다.재경부 차관 출신의 김석동 농협경제연구소 대표와 고시는 물론 재무부 동기다. 김 대표는 “이 행장은 매사에 명쾌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이라고 들려줬다. 이 행장이 경영을 맡으면서 수협은행에 혁신의 바람이 일고 있다. 그동안 수협은행은 정체된 모습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공적자금 조기 상환을 추진 중이다.2001년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지원받은 금액은 모두 1조1581억원이다. 이 중 현재가치 평가액은 3000억원. 서둘러 빚을 갚으려는 것은 내년에 모든 금융기관에 도입되는 국제회계기준(IFRS) 때문이다. 회계기준이 바뀌면 상환우선주 형태로 들어온 공적자금이 부채로 분류돼 수협의 재무건전성 수치가 나빠진다.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 현재 12% 수준에서 -3.5%로 무려 15.5%포인트나 하락해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울 수 있다. 이 행장은 정부에 공적자금 조기상환을 위해 약 3000억원을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정부는 자금지원 대신 IFRS제도 도입을 3년 더 늦췄다.그는 “기간을 늘려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회계기준을 도입하지 않으면 당장 채권 발행이 어렵습니다. 수협은행만 회계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기업의 건전성이나 수익성을 따지기 힘들어요.” 이 행장은 “정부의 지원만 바라는 건 아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자구책도 마련했다. 우선 허리띠를 졸라맸다. 행장을 비롯한 임원 연봉 20%를 반납했고, 성과급 지급률도 30% 줄였다. 퇴임공로금도 최고 80%까지 삭감하는 등 임직원이 똘똘 뭉쳐 수협 살리기에 참여하고 있다. 이 밖에 19건의 비업무용 고정자산을 매각해 자체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경쟁력 확보를 위한 장기 계획도 세웠다. 우선 수협중앙회에서 분리해 신용자회사가 되는 것이다. 중앙회가 대주주가 되고 공적자금을 지원한 정부가 일부 지분을 갖는 구조다. 자회사 독립은 기업공개를 위한 과정이다. 협동조합은 투자자를 모을 수 없는 등 제약이 많기 때문에 아예 분리해 주식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상장은 일정 지분을 갖고 있는 정부에도 유리합니다. 주식을 팔면 공적자금을 회수하고도 돈이 남기 때문이죠.”신규 상품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특히 수협은행은 대한체육회의 공식 후원사로 각종 올림픽대회에 맞춰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혁신 경영은 회사 분위기를 확 바꿨다.그동안 수협은행이 경영정상화 과정을 거치며 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져 있었다. 이 행장 취임 후 공적자금 상환 목표가 가시화되고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하자 직원들의 기대감이 높아졌다. 그의 스킨십 경영도 한몫했다. 그는 수시로 직원과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취임 후 한 달 동안은 부서별로 돌아가며 팀 미팅을 했고, 요즘엔 일부러 직원들과 점심과 저녁 약속을 잡는다.연초 이후에는 임직원과 강화도 마니산으로 등산을 다녀왔다. “CEO 혼자서는 회사를 운영할 수 없습니다. 조직이 잘되려면 직원과 함께해야죠. 조직을 재결집하고 임직원의 열정을 하나로 모은다면 새로운 기회가 올 것이라고 봅니다.”30년간 관료 출신으로 지내온 그가 은행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었던 데는 예금보험공사에서 은행 실무를 익혔기 때문이다. “예금보험공사는 전 금융기관의 부실화에 대비해 예금자를 보호하는 기관이에요. 그렇다 보니 은행들의 건전성에 항상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습니다.”그렇다면 튼튼한 은행의 전제 조건은 뭘까. 이 행장은 변화에 대한 대처 능력을 꼽았다. “IMF 때나 금융위기 속에서 국내외 수많은 은행이 도산한 것은 눈앞의 이익만 좇아 무리하게 규모를 키웠기 때문이죠. 그러고 보면 수협은행처럼 규모가 작은 기업이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대처할 수 있습니다.”그는 “우선 2013년까지 자산 30조원, 연간 순익 3000억원을 버는 작지만 강한 은행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2010.03.05 16:16

3분 소요
포브스 본사가 선정한

산업 일반

수천 명의 이란 여성이 날마다 테헤란 거리를 누비며 대통령 부정선거와 재야 인사에 대한 야만적 탄압을 규탄한다는 신문 헤드라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미얀마의 야당 지도자 아웅산 수치(Aung San Suu Kyi) 여사가 날조된 혐의로 18개월간 가택연금형을 받았다는 소식도 들린다.한편으론 정부조직이나 기업체에서 조용히 영향력을 행사하는 여성의 숫자도 늘고 있다. 미국만 해도 대법원 판사로 또 한 명의 여성이 임명됐다. 행정부 각료급 직책에 발탁된 여성은 6명에 이른다. 그중 두 명이 금융 규제기관 책임자를 맡고 있다.전 세계적으로 포브스 선정 100대 여성 중 27명이 대기업 수장이다. 10명은 독일과 아이슬란드, 칠레 그리고 방글라데시 등에서 대통령 또는 총리직을 맡고 있다. 느리지만 꾸준히 우먼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역사의 발전임에 틀림없다.1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총리, 독일9월 말 총선에서 재집권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경기 부양보다 재정 적자와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은행 구조조정과 자본구성 재편에 소극적이었다. 독일의 GDP는 2분기의 약진에도 올해 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천연가스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러시아와 유대를 강화하는 중이다. 캐나다와 러시아가 경합을 벌여 독일의 자동차 회사 오펠을 인수하길 바라고 있다.- Tatiana Serafin 기자2 실러 베어(Sheila Bair) 연방예금보험공사 의장, 미국올해 72개의 부실 은행 인수를 진두 지휘했다. 더욱 엄격한 금융 규제를 둘러싼 논쟁에서 연방예금보험공사의 권한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그 과정에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벤 버냉키, 재무부 장관 티머시 가이트너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Heidi Brown 기자위 기사의 원문은http://forbes.com에서 보실수 있습니다.포브스 코리아 온라인 서비스는 포브스 본사와의 저작권 계약상 해외 기사의 전문보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 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2009.10.08 11:37

2분 소요
글로벌 파워 엘리트 - 2

산업 일반

27. Rahm Emanuel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오바마는 곧 워싱턴을 장악할 것이다 조종간은 그가 맡는다람 이매뉴얼에게 물고기 이야기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워싱턴 사람들은 모두 죽은 물고기 이야기만 알고 있다. 그가 마음에 안 드는 어느 여론 조사자에게 마피아 대부 식으로 죽은 물고기를 배달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생선구이 파티에 대해 아는 이들은 드물다. 근년에 양당의 동료 하원의원들을 초대해 열었던 몇 번의 비공개 만찬 말이다.이매뉴얼은 직설적인 말로 자신의 입장을 강요하는 민주당 의원으로 알려졌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한 설명이 못 된다. 이념에 얽매이지 않는 쾌활한 중도파 하원의원의 입장에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공화당 의원들과도 은밀히 정보를 나누고 싶어 한다. “와인이 오가고 음식도 훌륭하고 우리 모두 솔직하게 얘기를 나눴다”고 프레드 업턴 하원의원(공화·미시간)이 말했다.만찬을 통한 이 친목 도모는 구제금융 법안의 지지라는 열매도 맺었다고 업턴이 말했다. “람은 종종 사람들이 생각 못하는 방식으로 모든 각도를 연구한다”고 업턴이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에서 승리한 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매뉴얼을 비서실장으로 내정했다.그 최초의 큰 결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거대하고도 야심 찬 어젠다를 갖고 아웃사이더 입장에서 선거운동을 해왔던 오바마는 워싱턴을 통제할 작정이다. “오바마는 람을 기용함으로써 조지 부시의 8년 허송세월에 이어 이제 일을 제대로 할 생각임을 천명했다”고 존 야무스 하원의원(민주·켄터키)이 말했다. “람은 숙련공 역할을 할 것이다.”“그래요, 우린 할 수 있어요”라고 외친 오바마가 가장 탁월한 ‘행동대장’을 고용했다. 람은 하원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어떤 의원에게 압력을 넣어 표를 강요할지 알아내는 데 귀재였다. 대체로 관건은 돈이었다. 표를 ‘잘못’ 던졌다가는 이매뉴얼이 공들여 키운 기부자와 기금 조성자 집단에 접근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이제 백악관 비서실장이 되면 은혜를 베풀거나 거두고, 기금조성을 돕거나 거부하는 등 대통령의 온갖 권한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매뉴얼의 힘은 정작 다른 데서 나온다.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고 약점이 무엇인지 철저하게 연구한다. 야무스가 처음 선거운동을 할 때 이매뉴얼은 회의를 나타냈다.신문사 발행인 출신인 이 켄터키 사람은 수십 년 전 어느 대안잡지에 거친 사설들을 쓴 적이 있다. “람은 잘 알려지지 않은 내 글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알았다”고 야무스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친구들은 이매뉴얼이 세월과 함께 부드러워졌다고 말하지만 퉁명스럽고 통속적인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진짜 위험한 것은 그가 부하직원에게 칠 호통이 아니다.그가(연장선상에서 오바마가) 특히 의회를 너무 좌지우지하려 들지 모른다는 점이다. 그럴 경우 의원들의 불만은 무시당한다는 쪽에서 백악관이 지나친 관심을 쏟지만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쪽으로 기울 수 있다. “의회가 자체적인 어젠다를 추진하지 못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야무스가 말했다. 의회는 의회에 필요한 이매뉴얼을 찾아야 한다. 오리지널 이매뉴얼은 이제 행정부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새로운 실세 정책통 존 포데스타 좌파 성향의 미국진보센터(CAP)를 이끄는 이 인수위원장은 정책형성 과정에 막대한 이론적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로비스트 토니 포데스타 존 포데스타의 형인 토니는 업계 단체들과 진보적 NGO들을 대표한다. 백악관에서 가까운 그의 막강한 로비회사는 영향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환경 전문가 진 카핀스키 카핀스키가 이끄는 자연보존유권자동맹(LCV)은 백악관에 말이 통하는 사람이 생긴 상황을 이용해 기후변화, 녹색기술, 생물종 보호와 관련한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자 브렌트 스코크로프트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실리파 원로 전략가. 오바마는 그를 입이 닳도록 칭찬하고 대선 때부터 수시로 조언을 구했다. 컨설턴트 조엘 베넨슨 오바마 진영의 여론조사를 지휘했던 그는 본연의 자리로 돌아간다. 막강한 그의 컨설팅 회사에 일거리가 몰릴 것은 자명한 이치다. IT분야 로버트 부어스틴 구글의 워싱턴 통신부장이며 클린턴의 지지자인 이 마당발은 기술, 상거래 문제와 웹 정책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전략가 봅 바우어 & 애니타 던 바우어는 오바마 진영의 수석변호사였고 던은 조사·신속대응반을 이끌었다. 각각 본연의 로비 회사와 컨설팅 회사로 돌아간다. 28. Eric Schmidt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경기침체에도 끄떡없는 인터넷 세계 절대권력 가장 막강한 인터넷 기업을 이끄는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고문이다. 신설되는 국가 최고기술책임자(CTO)직의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됐지만 민간 부문에 남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구글의 성공은 구글의 검색엔진에 단어나 용어를 칠 때 검색결과 옆에 뜨는 광고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이런 광고는 효과가 상당하기 때문에 다른 어떤 온라인 광고보다 경기침체를 헤쳐나가기에 유리하다. 사실 구글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힘이 너무 막강해졌다는 일각의 우려다. 그게 걱정이라면 행복한 고민일 수밖에. 29. Jamie Dimon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CEO 한 세기 전 JP모건은 월스트리트의 ‘해결사’를 자임해 급성장했다. 하버드대 MBA 과정을 마친 날씬한 체격의 다이먼(52)은 2008년 다른 금융회사들의 무능과 불행을 이용해 사세를 키웠다. 3월엔 적자에 허덕이던 베어스턴스를 초저가에 인수했고, 9월엔 워싱턴 뮤추얼을 마찬가지로 날렵하게 낚아챘다. 다이먼 팀은 단지 경쟁사들보다 리스크를 더 잘 관리했을 뿐이지만 그런 선제적인 노력과 집요한 인수 노력 덕분에 JP모건 체이스는 이번 금융위기에서 미국의 최대 은행으로 우뚝 섰다. 5410개의 지점에 총자산이 2조2500억 달러에 이른다. 다이먼은 자신의 뛰어난 전임자처럼 금융계의 지배적인 은행가다. 금융위기 속 승리자들 파산만 피해도 칭찬받는 요즘, 일부 금융가는 경력 면에서나 금전적으로 번영을 구가했다. 5명의 승자를 소개한다. 펀드 매니저 존 폴슨 360억 달러 규모인 폴슨&Co의 설립자로 헤지펀드들이 속절없이 쓰러지는 와중에도 2년째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주택담보대출 문제가 금융업계의 보다 큰 문제의 전조임을 제대로 예측했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의장 셰일라 베어 금융업계 규제 책임자로 워싱턴에서 유일하게 능력을 보여준 그녀는 은행들에 주택차압 사태를 예방하려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녀는 은행이 일반 예금자들에게 큰 손실을 입히지 않도록 유도하면서 은행의 파산을 잘 관리했다. 이코노미스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총장 출신으로 성마른 그는 파이낸셜타임스의 고정 칼럼에서 이번 위기를 논리적이고 건설적으로 분석해 자신의 경력을 다시 살렸다. 지성적인 데다 1990년대 금융위기 때 터득한 경험 덕분에 오바마 진영의 핵심 인사(국가경제위원장)로 부활했다. CNBC 앵커 에린 버넷 해박하고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그는 월스트리트가 붕괴하는 와중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이번 위기에 대한 폭넓고 다양한 보도 덕분에 전엔 마리아 바티로모 앵커가 독차지한 높은 신망을 얻었다. 블랙락 CEO 로런스 핑크 투자자들이 리스크가 큰 자산을 기피하면서 독립적인 대형 채권관리 회사인 블랙락은 이득을 봤다. 월스트리트의 모기지 시장 붕괴로 인한 피해에서 자유로운 이 회사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베어스턴스와 AIG를 인수하면서 취득한 자산을 관리하는 업체로 선정됐다. 30. 31. David Axelrod & Valerie Jarrett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 내정자 발레리 재럿 백악관 선임고문 내정자 강력한 권력 휘두를 오바마의 충직한 쌍두마차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 정가에서 진정한 우정은 (사람이 아닌) 애완견하고나 가능할 뿐이라고 풍자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당선인의 신임을 받는 친구 두 명은 ‘애완견의 요람’에 버금가는 중요한 백악관 자리를 꿰찼다. 바로 백악관 비서실로 일컬어지는 서관(West Wing office·대통령 집무실과 그 측근들의 사무실이 자리한 백악관 서편)에서 일하는 선임고문이란 드문 직책으로서 말이다.클린턴 행정부 시절 대통령의 친구(FOB·Friends of Bill)들은 여가 시간엔 각계 지도자들의 회동장소인 르네상스위크엔드 휴양지에 모여 수다를 떨다가 나중에 대사직을 한 자리씩 꿰찼다. 폐쇄성이 강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백악관엔 한 번에 단 한 명의 신뢰 받는 선임 고문만이 있었다. 그는 대통령에게 메시지 전달 방식에 대해 조언했다.이제 새 대통령의 친구들(Friends of Barack)은 권력자의 측근으로서뿐 아니라 독자적으로도 폭넓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백악관 선임고문에 내정된 데이비드 액설로드와 발레리 재럿은 백악관 권력 사슬 꼭대기의 막강한 권력층을 새로 형성하게 된다. 둘 다 각기 자신의 영역을 갖고, 어떤 현안이든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갖는다.실제로 일부 정권인수팀 관계자들은 이 두 인물이 직속 상관인 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과 제대로 호흡을 맞출지 내심 걱정하기도 한다. 이론상 둘 다 이매뉴얼에게 보고해야 하지만 실제로 이들은 서관에 있는 그 누구보다 신임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인 까닭이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 첫해 백악관의 순항 여부는 이 고위 관계자 3명이 어떻게 협력하는가에 달려 있다.오바마 선거캠프의 수석 전략가였던 액설로드는 선거운동 대장정에서 결정적인 순간엔 늘 오바마 곁에 있었다. 그로 인해 TV 광고라든가, 그날그날의 후보 메시지 전달과 같은 오바마의 정치적 입장을 결정하는 데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백악관에선 차분한 성향의 액설로드가 의사소통이나 대언론 업무, 연설문 작성을 직접 관장하게 될 것이다.그의 실질적 영향력은 무엇보다 오바마의 정치적 야망 관리자로서 다져온 신뢰에서 뿜어나온다. 시카고의 유력 컨설턴트인 그는 2004년 선거에서 오바마를 상원의원에 당선시켰고, 이어 불과 2년 뒤 오바마의 대선 조직을 구성했다. 재럿은 백악관에서 오바마 부부의 친구라는 독특한 입지를 가졌다.그녀는 1990년대 시카고 시정부에 지원한 미셸 오바마를 채용했다. 주택 개발, 기획 그리고 운송 부문의 최고경영자를 지낸 재럿은 시카고의 공공 서비스 분야에서 광범위한 현장 경험을 쌓았다. 그녀의 백악관 내 공식 소임은 두 가지다. 워싱턴의 대외 연락 업무와 내부 동태 파악이다. 대외 업무에선 워싱턴 외부의 시민단체들과 연락을 취한다. 동시에 정부 내 업무에선 백악관과 정부 부처 및 산하기관의 상호 작용을 원활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전임 백악관 선임 고문들과 달리 재럿과 액설로드 두 사람은 행정부 내 막강한 지위에 어울리는 경험을 갖췄다. 백악관에서 우정의 진정성은 사무실 위치나 크기, 혹은 다루는 업무의 종류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니다. 그것은 대통령에게 어떻게 봉사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들은 이제 누구도 믿어 의심치 않는 그들의 충정을 증명할 기회를 얻었다. 32. Dominique Strauss-Kahn도미니크 스트라우스-칸국제통화기금 총재몇 달 전만 해도 국제통화기금(IMF)은 한물간 기구에 불과했다. IMF의 충고는 약발이 떨어지고, 적립금은 아시아와 걸프지역의 신흥국들에 견주면 보잘것없었다. 프랑스인 도미니크 스트라우스-칸 총재가 이끄는 이 조직이 이제 세계 금융 경찰로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릴 듯하다. 얼마 전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글로벌 신용위기 재발 방지책에 목말라했던 참가국들이 전 세계의 금융 안정 감시기능을 강화해 달라고 IMF에 요청했다.칸은 나이가 세계 각국으로부터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하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 문제에 관해 미국의 거부권을 허용했던 IMF의 기존 투표 관행을 폐기하라는 요구도 커질 전망이다. 자국 내 구제금융에 골머리를 앓는 미국도 동의할 공산이 크다.33. Rex Tillerson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CEO렉스 틸러슨 회장이 지휘하는 엑손모빌이 경쟁자들을 줄곧 압도한다. 틸러슨은 올해 두 가지 정치적 문제를 놓고 정유업계를 대변해 싸웠다. 바로 지구온난화 문제와 유가 급등에 따른 이익에 대한 과세 요구가 그것이다. 지난봄 연례 주주총회에서 창업자 존 D 록펠러 후손들은 엑손모빌이 대체연료 개발을 등한시한다며 공공연히 비난했다. 틸러슨은 원유와 가스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설득했다. 록펠러 후손의 주도로 기후변화 관련 보고서 작성을 회사에 촉구한 결의안은 불과 10%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34. Steve Jobs스티브 잡스 애플 설립자 겸 CEO매혹적인 아이팟·아이폰의 창조자중병 앓는 그를 대신할 경영자 있을까필자는 2년 동안 ‘스티브 잡스’라는 필명으로 블로그에 풍자 글을 올린 적이 있다. 그 블로그의 단골 주제 중 하나는 애플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잡스가 사실은 인간이 아니라 반신반인(半神半人)이란 내용이었다. 불멸의 신 제우스와 필멸의 인간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불멸의 존재로서 잡스는 자신의 비범한 힘을 이용해 아이팟과 아이폰 같은 매혹적인 전자제품을 창조해냄으로써 동화 속의 경이로움을 이 세상에 부활시켰다는 식의 얘기다.하기야 잡스는 애플 제품 매니어 사이에선 섬뜩한 느낌이 들 만큼 숭배의 대상이다. 그들은 잡스의 연설을 듣기 위해서라면 밤을 새우며 기다리는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여긴다. 어떤 CEO도 자기 회사의 브랜드와 제품에 잡스만큼 긴밀하게 연관돼 있는 사람은 없다. 월스트리트의 한 분석가가 표현했듯 “애플은 곧 스티브 잡스고, 스티브 잡스는 곧 애플이다.”그러나 애석하게도 잡스는 너무나 인간답다. 그 점은 2008년 6월에 열린 애플 콘퍼런스에 핼쑥한 모습으로 참석한 그의 모습에서 분명해졌다. 업계 관측통들은 잡스의 췌장암이 재발한 게 아닐까 우려했다. 4년 전 췌장암 수술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세간에는 그가 2008년 봄에 다시 수술을 받았다는 소문이 나돌았다.그리고 12월 애플은 내년 1월의 맥월드(Macworld) 행사에 잡스가 불참할 것이라고 밝혀 다시 우려를 증폭시켰다. 잡스는 애플의 최대 연례 행사인 맥월드에서 매년 기조연설을 해 왔다. 그의 건강 상태를 묻는 질문에 애플 대변인은 잡스가 CEO의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되면 그때 가서 발표하겠다고 대답했다.잡스는 1976년 애플을 공동 설립하고, 85년 축출됐다가 회사가 빈사 상태에 이른 97년에 복귀했다. 다시 CEO가 된 잡스는 애플을 가전제품 분야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로 만들었다. 이는 기업계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반전(反轉) 드라마 중 하나였다. 97년 말 애플의 주가는 약 3달러였지만 지금은 96달러나 된다.2008년 초엔 202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허약해진 미국 경제도 애플의 순항 덕분에 약간의 순풍을 받을지 모른다. 왜냐하면 애플의 주된 고객은 기업이 아니라 일반 소비자인 데다, 애플 제품이 결코 싼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애플의 고객들은 바겐세일만 찾아다니는 구두쇠가 아니다. 그들은 애플 제품에 대한 ‘충성심’이 무척 강하다.몇 달러를 절약하겠다고 델 컴퓨터나 모토로라 휴대전화를 구입할 사람들이 아니다. 차라리 조금 더 기다려서라도 자신들의 애플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려는 사람들이다. 잡스는 2001년 아이팟의 출시로 애플을 흑자 기조로 돌리기 시작했다. 아이팟은 휴대용 음악재생기 시장을 지배했고, 애플 컴퓨터 제품군을 소생시키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한때 장난감이라고 조롱받던 매킨토시는 이제 지구상에서 가장 우수한 개인용 컴퓨터(PC)가 됐고, 아이폰은 가장 뛰어난 휴대전화가 됐다. 2008년 3분기에 애플의 아이폰은 리서치 인 모션(RIM)의 블랙베리보다 더 많이 팔렸다. 아이폰이 출시된 지 15개월밖에 안 돼 거둔 성과다. 매출에서 볼 때 애플은 노키아와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3위의 휴대전화 제조업체가 됐다.이런 놀라운 실적은 휴대용 전자제품이 가장 중요한 컴퓨팅 플랫폼이 돼 가는 추세에서 나온 성과다. 애플의 비약적인 발전은 모두 스티브 잡스의 공적이다. 그는 기술자가 아니다. 소프트웨어 코드는 전혀 작성할 줄 모른다. 대다수 사람의 평판에 따르면, 그는 걸핏하면 화를 내고 욕설조의 장광설을 늘어놓기 때문에 함께 일하기가 어려운 경영자다.하지만 천재이기도 하다. 집요한 완벽주의자로 디자인에 대해 예리한 안목을 지녔다. 그의 제품들은 단순하고 간소하며 우아하면서도,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갖췄다. 게다가 잡스는 애플만 성공시킨 게 아니다. 86년 그는 고성능 그래픽 디자인용 컴퓨터를 판매하는(하지만 실적이 부진한) 한 작은 회사를 1000만 달러에 인수했다.픽사로 개칭된 이 회사는 20년 뒤 애니메이션의 명가(名家)로 성장했고, 잡스는 픽사를 74억 달러를 받고 디즈니에 매각했다. 하지만 그 초인적 반신반인이란 전설은 어떻게 됐나? 슬프게도 잡스는 자신의 나이(53)보다 훨씬 더 늙어 보인다. 그리고 세간의 관심은 벌써 누가 애플 CEO 자리를 물려받을지에 모아진다. 그러나 단순한 인간의 노력으로 그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DANIEL LYONS 기자 35. John Lasseter존 래스터 픽사의 애니메이션 제작 전문가옛 신화를 되살린 만화영화로 불황 뛰어넘는다196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주 휘티어에서 성장할 때 존 래스터는 TV 만화영화를 보려고 새벽에 일어나곤 했다. 그가 누추한 카펫 위에 엎드린 채 즐겨 본 만화영화는 ‘벅스 버니’ ‘로드 러너’ ‘우주 가족 젯슨’ 등이었다. 주말엔 콘칩을 먹으며 온종일 만화영화에 빠져 살다시피 했다. 오늘날에도 많은 아이들이 이른 아침부터 TV라는 제단 앞에서 비슷한 의식을 치른다.과거와 다른 점은 요즘엔 부모들도 슬쩍 끼어들어 자녀와 함께 만화영화를 즐긴다는 사실이다. 이제 만화영화는 관객과 평론가 모두가 진지하게 대하는 장르가 됐고, 그래서 비교적 고상한 표현인 ‘애니메이션’으로 불린다. 천한 지위였던 만화영화가 이처럼 격상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래스터일 듯하다.‘월-E’와 ‘볼트’는 최근 골든 글로브상 최우수 애니메이션 영화 후보로 지명됐다. 두 영화 모두 래스터가 부사장으로 있는 픽사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작품이다. ‘월-E’는 사랑을 찾아 우주를 여행하는 한 로봇에 관한 러브 스토리로 LA영화비평가협회에서 2008년 최우수 영화로 선정됐다. 애니메이션이 이런 영예를 차지한 건 ‘월-E’가 처음이다.흥행에도 크게 성공해 세계적으로 무려 5억 달러를 디즈니 영화사에 안겨줬다. 디즈니는 2006년 픽사를 74억 달러에 인수했다. 픽사는 22년 전 스티브 잡스가 루커스 필름스의 컴퓨터그래픽 사업부를 1000만 달러에 사들여 설립한 회사다. 픽사의 첫 장편 만화영화 ‘토이 스토리(Toy Story)’는 95년에 최고의 흥행 성적을 거둔 영화였다.그때부터 픽사는 세계 영화 산업계에 큰 영향을 미쳐 왔다. 그동안 픽사의 영화들은 세계적으로 45억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영화 한 편당 평균 2억 달러를 벌었다. ‘소프트 파워’에 관한 한 픽사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화사는 없다. 래스터는 요즘의 경제위기도 애니메이션의 인기를 더해준다고 말했다.“경제가 어려울 땐 영화가 인기를 끈다.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경제가 어려울 때는 온갖 종류의 영화가 성공했다. 65년 이래 일곱 차례의 경기침체 중 다섯 차례에서 영화관 관객 수가 늘었다. 대공황 시절엔 사람들이 ‘마이 맨 갓프리’ 같은 낭만적인 통속 코미디 영화를 보며 우울한 현실에서 도피했다. 어려운 시절엔 진지한 영화도 성공할 수 있다.경제적, 정치적으로 불안정했던 70년대에 ‘차이나타운’과 ‘내슈빌(Nashville)’ 같은 영화가 성공한 것을 생각해 보라. 하지만 이런 부류의 영화라도 내용이 지나치게 심각하면 실패할 수 있다. 예컨대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다룬 영화 ‘W’와 이라크전쟁을 묘사한 ‘스톱 로스’는 너무 적나라하게 미국의 아픈 곳을 찔러 흥행에 실패했다.영화 역사학자인 데이비드 톰슨은 “요즘 같은 상황에선 현실 도피적인 판타지 영화가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애니메이션의 매력에는 단순한 현실 도피를 넘어선 뭔가가 있을지 모른다. 우선 만화영화는 그 형식과 고전적인 스토리 텔링 기법에서 관객에게 친숙하다. 영화 역사학자 로버트 스클라는 “픽사는 신화에 바탕을 둔 판타지를 정말로 기막히게 만들어 낸다”며 “그들이 창조한 영화 캐릭터들은 전통적인 영웅들의 특질을 지녔다.우리가 과거의 위대한 영화 주인공에게서 보아 왔던 특질들”이라고 설명한다. 픽사는 과거에 대한 향수와 첨단 기술을 결합하는 데도 뛰어나다. ‘토이 스토리’는 오로지 컴퓨터그래픽 기술로만 제작한 첫 장편 만화영화였다. 하지만 주인공 캐릭터들은 래스터가 어린 시절에 보면서 자란 ‘감자머리씨’ 같은 저(低)기술 장난감들을 모델로 삼았다.픽사의 최신작인 ‘볼트’는 50년대의 기법을 모방한 첨단 디지털 3D 영화다. 2009년 5월 개봉 예정인 ‘업(Up)’도 3D 애니메이션이다. 픽사가 ‘업’ 다음에 내놓을 ‘개구리 왕자’는 과거에 주인공들을 손으로 그렸던 디즈니 영화 기법을 활용할 계획이다. 심지어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월-E’조차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69년작 뮤지컬 ‘헬로 돌리 !’의 장면들을 원용한다.래스터는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객의 생각을 혁명적으로 바꿨다. 하지만 그는 선구자인 동시에 보존주의자다. 어린이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돈 문제나 전쟁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만화 속 토끼가 교활한 코요테에게 잡아먹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런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느낌을 주는 영화를 누군들 싫어하겠는가? JENNIE YABROFF 기자 36. Michael Bloomberg마이클 블룸버그뉴욕 시장뉴요커들은 개인숭배에 취미가 없다. 자기 자신을 숭배하는 시민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블룸버그가 시장 임기제한법을 고쳐 3선에 도전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대다수 시민이 찬동한다. 그들의 눈에 비친 블룸버그는 단순히 미국에서 여덟 번째로 돈 많은 부자가 아니라 가장 혁신적인 공인이다.보건(식당에서 흡연과 트랜스지방 추방), 교육(학원 시스템을 바꾸고 교원노조와 싸웠다), 환경대책에서 정부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해냈다. 월스트리트가 공포의 도가니에 빠졌을 때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파산을 막는 지도력을 발휘했다.37. Pope Benedict XVI교황 베네딕토 16세로마 가톨릭 교회의 수장2002년의 성추문 상처가 아물지 않은 미국 가톨릭 신자들은 특히 2005년 현 교황이 선출되는 광경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봤다. 그들은 요셉 라칭거(교황에 오르기 전의 본명)가 자신을 따르지 않는 이들을 적으로 간주하는 본색을 드러내지 않을까 우려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올 초 첫 미국 방문길에서 상처 받은 미국 신도들을 위로해 좋은 평을 얻었다.교황은 성 추문을 수차례 언급했다. 비공개로 소수의 희생자 집단을 만난 자리에선 눈물까지 흘렸다. 세계인들에게 참회하는 인상을 심어준 그는 내년엔 예루살렘에서 처신을 더 잘해야 한다. 4대 복음서에 나온 내용들이 실제 사건이고 가톨릭이 유일한 참 교회라는 신념을 확언하는 입장에서 종교 간의 대화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38. Katsuaki Watanabe와타나베 가쓰아키 도요타 자동차 사장경쟁사들 고전하는 동안 세계 정상을 확고히 한다와타나베 가쓰아키(渡邊捷昭)는 타인의 도움을 기대하지 않는다. 물론 직설적인 말을 즐겨 하는 이 도요타 사장 역시 세계 자동차 산업을 강타한 폭풍우를 헤쳐나가는 중이다. 도요타의 매출이 줄었다. 특히 최대 규모이며 수익성도 가장 높은 미국 시장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그래서 와타나베는 상여금, 직원, 지출을 줄이면서 2008년 추정이익을 2007년 실적의 3분의 1로 줄여 잡았다.그것이 바로 도요타와 디트로이트의 차이다. 흉년에도 도요타는 60억 달러를 번다. 와타나베는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지만 도요타의 성공에만 초점을 맞추지는 않는다. 오히려 자사의 결함을 찾는 데 관심을 쏟는다. 그래서 2005년 도요타의 지휘봉을 잡은 취임 초기 민망스럽게도 일련의 리콜 사태가 일어나자 ‘위기’를 선언하고 공개 사과했다.이제는 경제위기마저 겹쳐 더욱 다급한 상황이다. “우리는 미증유의 심각한 비상사태에 직면했다”고 그가 최근 경영진에 말했다. 와타나베는 무조건 자르고 줄이는 구조조정 대신 무엇을 잘라내고 무엇을 유지할지 정밀 분석에 들어갔다. 일본에 있는 두 연구센터(하나는 하이브리드 차량을 연구하고, 또 하나는 세계 일류인 도요타 생산시스템의 개선을 연구한다)는 건드리지 못하는 성역이다. 내년 1월 간소하게 열리는 디트로이트 자동차쇼에서 도요타는 잘 팔리는 프리우스의 신형 모델을 집중 선전할 생각이다. 인기 좋은 스마트 카의 라이벌 모델도 이미 공개했다. 일본에서 시판됐고 유럽엔 2009년 소개되는(미국은 아마 그 뒤로 예상된다) 전장 2.98m의 소형차인 도요타 iQ다. 다른 자동차 메이커들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동안 도요타의 위기관리 책임자는 자사가 폐허를 딛고 유일무이한 세계 최고의 자동차 회사로 일어서도록 진두지휘하고 있다. 39. Rupert Murdoch루퍼트 머독뉴스코프 회장 겸 최고경영자루퍼트 머독(77)이 미디어 왕국을 세운 이야기는 이미 전설이 됐다. 그는 호주에서 가업으로 물려받은 유일한 신문 아델라이드뉴스를 거대한 국제 미디어 그룹으로 키워냈다. 마이스페이스(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호머 심슨(폭스 TV를 통해 방송되는 최고 인기 애니메이션 시리즈 ‘심슨 가족’의 주인공), 비스카이비(BSkyB: 영국의 위성방송사), 폭스 뉴스 등을 아우른다.머독은 수많은 뉴스와 연예오락 브랜드를 통해 의회, 대중문화, 사이버공간에 막강한 힘을 행사한다. 약 1년 전 월스트리트저널을 손에 넣은 뒤 WSJ.com에 대대적인 투자와 함께 신문의 취재범위를 경제에서 정치·국제시사로 확대해 신규 독자와 광고주를 유치했다.40. Jeff Bezos제프 베조스 아마존닷컴 CEO우리는 이 사람을 온라인에서 거의 모든 것을 파는 사람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사실이 있다. 그는 일급 문화 중재자가 되려 한다. 특히 서적 세계에서 그렇다. 베조스가 도입한 아마존의 전자책 기기인 킨들은 지금까지 종이를 쓰지 않는 서적을 만들려는 시도 중에서 가장 성공적이다.무게 283g에 가격이 360달러인 이 장치는 1억 달러 이상이 팔렸고 한 번에 최다 200권의 책이 들어간다. 크리스마스용으로 구입할 요량이라면 너무 늦었다. 베조스와 친한 오프라 윈프리의 선전 덕분에 완전 매진됐다. 베조스가 종이에 무슨 반감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마존은 이미 미국에서 판매되는 서적의 무려 30%를 유통시키며 최근엔 중고서적과 희귀본의 최대 온라인 매점인 에이브북스를 사들였다.베조스에 따르면 킨들의 소유자는 종이책을 사는 손님보다 0.6배 더 많이 책을 산다(종이책과 전자 버전을 합친 통계다). 아마존의 시장점유율이 늘어날수록 직접적으로든(원 서적의 판매) 간접적으로든(전자책의 영향력 증대를 이용해 출판업자에게 가격 인하 요구) 출판물에 미치는 그의 영향력이 커진다(아마존은 킨들용의 대다수 베스트셀러를 9.99달러에 판다).출판업계는 오래전부터 대형 서적 체인의 횡포에 시달려왔다. 베조스는 판매할 책의 내용, 판매방식, 가격 등에 업계의 어느 누구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잠재력을 가졌다. 킨들 같은 독서기가 신세대 독자를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 그쯤이야 출판업계는 기꺼이 포기할 것이다. 41. Shahrukh Khan샤루크 칸 인도 배우 발리우드 제왕으로 폐쇄된 문화권에 관용 심는다 세계 최고의 영화배우는? 브래드 피트? 윌 스미스? 천만에. 발리우드의 제왕인 샤루크 칸이다. 그가 출연한 애정영화들이 천문학적 거금을 벌어들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 돈의 출처가 중요하다. 이슬람 세계에서 칸의 인기는 엄청나다. 심지어 성직자들이 그의 영화를 금지한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에서조차 인기가 높다(암시장에서 불티나게 팔린다). 그 영화들의 주된 매력은 노래와 춤이 나오는 대목들이지만 칸(힌두 여성과 결혼한 무슬림)은 사랑이 비관용(非寬容)을 물리치는, 경건하면서도 세속적인 영화를 만든다. 소냐 간디 여사는 내방객들에게, 특히 무슬림 신자들에게 칸이 출연한 영화 DVD를 선물한다. 관용이 필름 세계에서 실제 세계로 뛰쳐나오기를 바란다. 42. Osama bin Laden 오사마 빈 라덴 테러리스트 그를 잡으려는 추적작전이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땅속 깊숙이 숨어들게 만들기는 했다. 한때 왕성하게 홍보활동을 하던 빈 라덴이 2007년 9월 이후로는 비디오를 찍지 않았다. 2008년 5월 이후로는 육성 메시지도 나오지 않았다. 정통한 탈레반 소식통들은 ‘셰이크’(추종자들은 그를 이렇게 부른다)가 고위 보좌관들도 거의 만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보좌관들은 하나하나 제거돼 간다. 2008년엔 알카에다 요원 1급 지명수배자 20명 가운데 8명이 아프간 국경 근처에서 프레데터의 공격으로 숨졌다. 그 뒤를 이은 부하들은 두뇌나 기획능력에서 전임자들에 못 미친다고 탈레반 소식통들이 말했다. 그래도 뭄바이 공격에서 보듯이 빈 라덴의 이념은 여전히 끔찍한 해악을 끼친다. 미래를 읽는 석학들 단순히 괜찮은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차이는 타이밍이다. 아래 학자들은 자기 분야에서 가장 적절한 시기에 가장 적합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경제 조셉 스티글리츠 현재의 금융위기를 스티글리츠처럼 정확하게 예언한 사람은 없었다. 그는 2003년 저서 ‘호황의 90년대(The Roaring Nineties)’에서 ‘기업들이 너무 거대해지고 상호연관성이 커질 경우 위험부담이 큰 사업으로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썼다. 스티글리츠는 이런 대기업들을 가리켜 ‘망하게 내버려 두기엔 덩치가 너무 큰(too big to fail)’ 존재라고 말했다. 기후변화 피터 반스 석탄과 석유, 가스 생산업체들에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구입하도록 하는 조치는 에너지 가격의 상승을 초래한다. 반스는 가격 상승에 대한 반발을 막기 위해 모든 미국인에게 보상금을 지급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화석연료와 그것을 이용해 만든 제품을 적게 소비할수록 이득을 보게 된다. 공공정책 카스 선스테인 미국인들이 언제나 자신을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하는 건 아니다. 선스테인은 이런 이유로 근저 ‘팔꿈치로 슬쩍 찌르기(Nudge)’에서 정부가 국민에게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하는 정책(퇴직연금 제도 등이 그런 예다)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바마는 이미 그의 팬이 됐다. 의학 조지 처치 2006년 개인 지놈 프로젝트를 시작한 처치는 위키피디아의 한 페이지를 빌려 자원자들의 DNA를 온라인상에 공개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렇게 공개된 DNA를 이용해 유전자와 질병의 상관관계를 연구할 수 있다. 이 연구의 목표는 개인별 맞춤형 의약품의 조기 개발이다. 지금까지 6000명 이상이 이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43. Hassan Nasrallah하산 나스랄라 급진 시아파 지도자 정세 불안한 아랍권에서 가장 영향력 큰 인물레바논의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마치 터번을 두른 ‘1984년’의 빅브러더처럼 대형 스크린에서 연설한다. 그가 실제로 어디에 있는지는 일급 기밀이다. 놀랄 만한 일도 아니다. 2006년 이스라엘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고도 죽지 않고 살아남아 그 이야기를 전한(아랍의 기준으로는 대승이다) 그는 그 뒤로 이스라엘 군의 암살 대상자 명단에 1순위로 올랐다.오래 살수록 그의 명성은 커지게 마련이다. 이라크 성직자 모크타다 알 사드르의 영향력이 쇠퇴하고 있어서 현재로선 나스랄라가 의문의 여지없이 아랍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급진 시아파 지도자다. 오랜 세월 탄압 받아온 이 무슬림 소수파는, 설령 그의 육신은 아닐지라도 그에게서 보다 자랑스러운 미래를 읽는다.44. Dr. Margaret Chan마거릿 찬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세계적으로 질병 확산이 그 어느 때보다 위협적인 상황에서 찬은 국제사회의 방어 일선을 대표한다. 후덕하게 생긴 이 WHO 지도자가 여성문제와 아프리카 보건에 관심이 많다고 알려졌지만 원래는 새로운 질병 해결이 전문이다. 홍콩 보건장관 재직 시절 조류독감과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처리를 지휘했다.결국 홍콩의 가금류 150만 마리를 도살처분해 사스를 막았다. 어떤 사람은 그녀의 직업윤리를 가리켜 ‘세계보건의 제임스 브라운(사회운동가로 활동한 미국의 흑인가수)’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45. Carlos Slim Hel카를로스 슬림 엘루멕시코의 재벌세계 제2위의 갑부인 그는 1990년 멕시코의 전화전매공사를 인수한 뒤 통신, 부동산, 소매, 미디어, 소비재 제국으로 키워 600억 달러를 벌었다. 레바논 이민자 출신인 아버지가 용돈과 저축장부를 주면서 자신의 회계감각을 키워줬다고 한다. 35억 달러로 운영하는 슬림의 자선재단은 건강과 교육 프로젝트에 초점을 맞추지만 2009년엔 그가 공동체보다 병약한 기업들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전망이다.시티그룹이나 뉴욕타임스 같은 미국 기업의 지분을 사들임으로써 바겐세일 시장에 나온 미국 자산을 사들인 저명한 외국 기업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앞으로 그가 무엇을 사들이는지 주목할 것이다. 슬림은 주식을 고르는 안목이 세계적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46. The Dalai Lama달라이 라마티베트 지도자사람들은 생전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두고 늙을수록 힘이 커진다고 말했다. 달라이 라마(73)도 그런 과다. 그가 입을 열수록, 널리 돌아다닐수록, 건강이 나쁘다는 소식이 나올수록(최근 담낭 수술을 받았다) 그의 비중이 더 커진다. 이제 2008년 올림픽을 기화로 티베트-중국 관계가 세계인들의 주목을 끌면서 그가 관리해온 외교 상황이 자칫 폭발할지도 모른다.달라이 라마는 수십 년 전부터 ‘중용’을 호소해 왔다. 티베트 주민들의 독립이 아니라 자치를 요구했다. 티베트의 교육·문화·종교를 지키는 대가로 기꺼이 중국의 일부로 남겠다는 생각이다. 올 초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선 심지어 중국의 공산통치도 수용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와 여덟 차례 회담에서 아무런 소득이 없자 티베트 망명정부 인사들은 이제 지쳤다. 일부는 폭력저항과 독립투쟁을 부르짖는다.올 초 건강이 악화되자 부시 미국 대통령이 근심을 표명했고 티베트 망명정부는 그것을 자신들의 주장에 대한 지지로 해석했다. 달라이 라마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자 중국은 유럽연합(EU) 지도자들과의 회담을 취소했다. 한편 달라이 라마가 후계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다.수세기의 전통을 깨고 후계자를 직접 임명할까? 아니면 다음 세대에선 그가 맡았던 역할을 분담하게 될까? 어쩌면 성인(成人)이 티베트의 정치 지도자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적 지도자는 늘 그랬듯 달라이 라마의 화신일 것이다. 아기 말이다.

2008.12.23 14:12

21분 소요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MAGAZINE

MAGAZINE

1781호 (2025.4.7~13)

이코노북 커버 이미지

1781호

Klout

Kl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