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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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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파일 공유 ‘소리바다’ 15일 상장폐지 두고 법정 공방

증권 일반

P2P 음악파일 공유 업체 ‘소리바다’(대표이사 오재명·신종태)가 상장 폐지를 앞두고 3일부터 정리매매를 시작한다. 소리바다는 이에 반발해 효력 정지 신청을 냈다. 한국거래소는 “감사 범위 제한으로 인한 감사의견 거절에 따라 소리바다 주권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고 지난달 31일 공시했다. 정리매매는 3~14일 동안 진행하며 상장폐지는 15일 예정이다. 앞서 소리바다는 2020사업연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이 감사 범위 제한에 따른 의견거절로 상장 폐지 사유가 발생해 지난해 5월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소리바다는 지난 3월에도 2021사업연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인의 감사의견도 의견거절로 공시해 상장 폐지 사유가 잇따라 발생했다 소리바다는 이번 상장폐지 결정에 대해 2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신청을 했다고 공시했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2022.06.03 06:00

1분 소요
[빅데이터 날개 단 헬스케어] 질병 예측하고 전염병 경로 파악

헬스케어

인터넷 기술의 발달과 모바일 기기 보급으로 정보통신 데이터 양이 급증하고 있다. 방대하게 쌓이는 데이터와 함께 기존 생산·유통·소비 체계는 큰 변화를 맞았다. 전통 산업에서의 데이터 활용 분야가 넓어졌고, 점차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산업 전반의 관심사가 되기 시작했다. 데이터 자체를 경제적 자산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빅데이터의 활용 가치에 가장 주목하는 곳이 보건의료 분야다. 다양한 기기가 수집한 의료정보를 저장하고 여러 형태로 분석·처리해 의료진이 활용할 수 있어서다. ━ 의료비 줄이고 치료 효과 높여 전통적인 의료 데이터에는 개인의 유전체 데이터, 병원의 진료·처방기록, 국민건강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 청구 데이터 등이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웨어러블 기기나 각종 모바일 기기에서 수집되는 각종 생체정보, 지리·환경·사회·경제 데이터와 SNS까지 포함된다. 이렇게 모인 빅데이터는 IT-헬스케어 서비스 제공을 위한 일종의 기본 재료가 된다. 정현학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구원은 “다양한 기기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가 적절하게 연계될 경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며 “빅데이터는 이를 위한 일종의 데이터 창고로서 ‘21세기 원유(oil)’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이미 의료 관련 데이터 양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전자의무기록(EMR)의 보급과 의료 기기의 전산화, 개인 건강관리 기기 보급 확대의 영향이다. IT 시장 분석업체 IDC는 의료 데이터의 양이 2012년 500 페타바이트에서 2020년 2만5000 페타바이트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1 페타바이트는 약 100만 기가바이트로, 2000년 동안 계속 재생할 수 있을 만한 MP3 음악파일의 용량이다.또한 최근 보건의료 분야 체계는 치료 중심에서 예방 건강관리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질병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고 사전에 질병을 예방할 수 있도록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런 체계에서는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더 높은 효과와 더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하다. 예컨대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전염병의 유행이나 확산 경로를 빠르고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고혈압 환자의 혈압·체중·운동량 등을 장기간 측정해 개인별 맞춤형 치료를 제공할 수도 있다.보건의료 분야의 빅데이터 활용의 경제효과 기대도 크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빅데이터를 이용할 경우 직·간접 비용 개선 효과로 미국의 의료비 지출의 6~7%, 약 1900억 달러(약 234조원)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싱크탱크 경제경영연구센터(CEBR)는 빅데이터 헬스케어로 영국 보건의료 분야의 일자리 4000개가 창출되고, 신사업 창출로 80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정부의 IT네트워크인 메리토크(MeriTalk)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 정부 관계자 중 35%는 빅데이터를 치료화 개선에, 31%는 의료비용 절감 목적으로 사용하겠다고 답했다.현재 의료 분야에서 빅데이터 활용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미국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다양한 질병을 연구하기 위해 유전자 데이터 공유를 통한 질병치료체계를 마련했다. 현재 1700명의 유전자 정보를 아마존 클라우드에 저장해 주요 관리 대상에 해당하는 질병 관리와 예측을 실시하고 있다. NIH 산하 국립의학도서관에서는 약물정보 제공 서비스 필박스(Pillbox)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주로 약의 기능이나 유효기간을 문의하는 민원을 처리한다. 이렇게 필박스를 통해 수집된 빅데이터는 후천성면역결핍증(HIV) 등 주요 질병의 분포, 연도별 증가 등에 대한 통계치를 확보하는 데 쓰인다.미국 퇴역군인국에서는 퇴역군인의 전자 의료기록을 분석해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지원하는 데이터웨어하우스(DW) 25개를 배치했다. DW는 사용자의 의사 결정에 도움을 주기 위해 축적된 데이터를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를 말한다. 퇴역군인 전자건강기록(EHR)을 분석해 의사가 개별 환자를 쉽게 진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재 2200만 명이 넘는 퇴역군인이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민간 업체의 빅데이터 헬스케어 개발도 활발하다. IBM이 개발한 수퍼컴퓨터 왓슨은 병원·보험사와 연계해 암·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진이 진단·치료에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왓슨은 임상실험 및 우수 치료사례 등 과거 데이터를 분석해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치료방법을 제시한다. 가령 ‘앞선 여러 환자들의 사례를 봤을 때 이 환자는 이렇게 치료하겠다’는 결정을 내린다는 얘기다. 미국임상학회(ASCO)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왓슨의 전반적 치료 정확도는 82.6%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사회·윤리적 쟁점에 대한 공감대 형성해야 최근 제휴를 맺은 미국의 플래티론과 가든트도 빅데이터를 활용한 의료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플래티론은 구글이 투자한 헬스케어 벤처로 의료정보 소프트웨어 업체다. 가든트는 혈액만으로 간편하게 암을 진단하는 키트를 개발한 벤처기업이다. 이들은 암 진단 기기로 암환자의 예후 등을 체크한다. 의사가 실시간으로 임상 결과를 확인해 환자에게 잘 듣는 치료제를 골라 제때 처방할 수 있어 의료비용 부담은 줄이면서 더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캐나다 온타리오 공과대병원은 인큐베이터 내 미숙아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병원균 감염을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미숙아 모니터링을 통한 감염예방 및 예측, 감염징후 등에 활용된다. 퇴원 후 무선센서를 이용하여 병원 밖에서도 환자들을 실시간으로 체크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한국은 높은 수준의 의료인력, IT 인프라, 전 국민 대상 건강 보험 체계를 갖췄다. 이미 건보공단과 심평원 등에 국민의 의료소비와 관련된 정보가 잘 축적된 편이다. 그만큼 보건의료 분야의 빅데이터 활용 잠재력이 크다. 하지만 아직 선진국에 비해 의료 분야의 빅데이터 활용이 더딘 편이다. 미비한 관련 제도, 호환되지 않는 의료기관의 전산 시스템, 개인정보 유출과 데이터 집중에 따른 권력화에 대한 불안감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정 연구원은 “빅데이터와 IT-헬스케어 기술이 가져올 사회·윤리적 쟁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2016.03.06 08:54

4분 소요
박수만 비트패킹컴퍼니 대표 - 억대 연봉 포기하고 음악 앱에 승부를 걸다

CEO

미투데이·밴드 개발자가 이번에는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를 내놓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주인공은 박수만 비트패킹컴퍼니 대표다. 얼마 전에는 120억원의 추가 투자를 받아냈다. 미국 맨해튼 미트패킹 디스트릭트(Meatpacking District)는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장소로 꼽힌다. 도매 정육시장으로 유명했던 지역이지만, 지금은 첨단 유행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지역으로 변신했다. 도매 정육점으로 사용됐던 벽돌 건물들은 음악이 흘러나오는 클럽과 갤러리, 카페 등으로 탈바꿈 했다. 미트패킹 디스트릭트는 낮보다 밤이 화려해 많은 젊은이들이 찾고 있다.한국에서 창업을 준비하던 이도 이곳을 걷고 있었다. 미트패킹 디스트릭트를 돌아보면서 그는 자신이 창업할 스타트업의 이름을 정했다. “고기를 포장해주는 것처럼 음악을 원하는 이들에게 포장해주는 스타트업을 만들고 싶었다.” “회사의 이름이 무슨 뜻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박수만(46) 비트패킹컴퍼니(비트패킹) 대표의 답변이다.미트패킹 디스트릭트는 한때 유명한 정육시장이었지만, 지금은 패션의 거리로 사랑받고 있다. 비트패킹은 음악파일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저장해서 음악을 들었던 이들에게 스트리밍 라디오라는 형식을 선보여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의 유행을 새로운 트렌드로 변화시켜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미트패킹과 비트패킹의 공통점이다.세계 음원시장은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실시간 재생)으로 급격하게 변했다. 미국의 판도라(Pandora)와 스포티파이(Spotify)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한국 콘텐츠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스웨덴에서 설립되어 2011년 미국에 진출한 스포티파이는 실제 서비스 이용회원이 2400만 명에 이른다. 2013년 아시아, 남미 등을 중심으로 세계 28개국으로 진출했고, 현재 기업가치는 40억 달러 (약 4조원)를 기록하고 있다. 2005년 7월 시작된 판도라의 경우 2013년 현재 기업가치가 57억 달러에 이른다. 실제 판도라를 사용하는 회원이 7300만 명(가입 회원은 2억5000만명)을 넘어섰다.국제음반산업협회(International Federation of the Phonographic Industry·IFPI)는 2013년 디지털 음악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5.4%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다운로드 음악 시장의 비중이 67%로 여전히 높았지만, 성장속도는 다운로드가 스트리밍을 따라가지 못했다. 다운로드 음악 시장의 총매출액은 전년대비 2.1% 감소했지만, 스트리밍 서비스 총매출액은 2013년 전년 대비 51%나 성장한 11억1000만 달러였다. 음악 시장은 스트리밍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세계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한국은 멜론이나 벅스로 대표되는 다운로드 시장이 대세였다. 이런 한국 음악 시장에 변혁을 가져온 것이 바로 2014년 3월 서비스가 시작된 비트 앱(BEAT APP)이다. 박 대표가 운영하는 스타트업에서 내놓은 스트리밍 라디오 앱이다. 이 앱이 출시되기 전 한국에는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가 없었다. “저작권 문제 때문”이라고 박 대표는 지적했다. “한국에서 음악 서비스를 출시하는 게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비트패킹이 처음으로 스트리밍 시장을 열었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했다.비트 앱은 직관적이다. 노래 가사 외에는 화면에 텍스트가 거의 없다. 채널을 고르고, 클릭해서 음악을 듣기만 하면 된다. ‘BEAT TOP 40’ ‘HOT 200 가요’ ‘YG FAMILY 지누션’ 등 50개의 채널이 마련되어 있다. 취향에 맞게 장르별, 아티스트별로 선택하면 음악을 계속 들을 수 있다. ━ 무료 카드 내세워 청취자 모은 비트 앱 ‘이근철의 굿모닝팝스’ ‘배철수의 음악캠프’ 등 KBS와 MBC 라디오 프로그램도 비트 앱에 채널로 포함되어 있다. 들었던 음악 중에서 좋다고 느끼는 것은 보관했다가 친구들과 함께 공유를 할 수 있다. 만일 듣고 싶은 노래가 있다면 검색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무료’다. “노래 한 곡당 7.5원이 저작권으로 나간다. 이 비용은 광고비로 충당을 하고 있다.”박 대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 판도라의 경우 한 곡을 1000시간 틀었을 때 필요한 저작권 비용은 20달러(약 2만원)다. 한국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10만원이다. 10만원을 광고비로 충당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2014년 9월 삼성에서 내놓은 스트리밍 라디오 앱 밀크가 고전하는 이유도 저작권 문제 때문이다. “비트 앱과 같은 서비스가 왜 한국에 없었을까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사업성을 확신하기 어려워서일 것이다. 삼성전자도 이 때문에 흔들린 것이다”라고 설명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벤처캐피탈이 비트패킹을 주목하는 이유가 뭘까. 답은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해 3월 서비스 출시 이후 비트 앱은 수직상승했다. 비트 앱을 통해 음악을 듣는 청취자는 2014년 4월 6500명에 불과했지만, 같은 해 10월에는 66만명으로 늘어났다. 6개월 만에 청취자가 100배나 늘어난 것이다. 비트 앱을 통해 재생된 노래가 2014년 4월 87만곡이었지만, 10월에는 1억5000만 곡이나 됐다. 2014년 4월 넷째 주 누적가입자가 1만3000명에 불과했지만, 10월 넷째 주에 100만명을 돌파했다.비트패킹의 급격한 성장은 높은 점수를 받았다. 2013년 상반기 비트 앱 서비스가 시작되기도 전에 박 대표는 본엔젤스와 네이버, 캡스톤파트너스로부터 1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비트 앱이 출시되고 난 후 2014년 8월 알토스벤처스, 캡스톤파트너스, YG넥스트가 30억원의 추가 투자가 이어졌다. YG넥스트는 YG엔터테인먼트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박 대표는 기자와 인터뷰 중에 빅 뉴스를 내놓았다. “120억원의 투자가 곧 확정될 것”이란다. “비트 앱을 운영하려면 상당한 자본이 필요하다. 투자자들은 회원수를 늘리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이번에 120억원을 투자 받으면 회원 가입자 유치에 집중할 것이다. 올해 중반기까지 회원수를 500만명으로 늘리는 것이 급선무다. 이 후에 비트 앱의 또 다른 도약을 시작할 것이다.”박 대표가 말한 또 다른 도약은 ‘글로벌 진출’을 말한다. 해외 진출을 위한 준비는 착착 진행되고 있다. 우선은 태국, 인도네시아 등 4개국에 진출할 계획이다. 이 후에는 2차 글로벌 서비스, 3차 글로벌 서비스로 이어지게 된다. “총 40여 개국에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다. 저작권 문제도 잘 해결되고 있다. KPOP과 비트 앱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세계를 공략할 것”이라고 박 대표는 강조했다. ━ 미투데이와 밴드로 대히트 박수만 대표는 IT 업계에서는 유명한 인물이다. 바로 ‘미투데이’(me2day, 지금은 서비스가 중단됨)를 만든 개발자이기 때문이다. 2007년 서비스를 시작했던 미투데이는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의 SNS 역할을 했던 마이크로 블로그 서비스였다. “1990년대 말에 유행했던 피시통신을 휴대폰에서 해볼 수 있도록 만든 서비스였다.”박 대표는 스타트업을 창업해 본 경험이 많다. 그의 전공은 컴퓨터공학이다. 석사과정을 마치고 병역특례자로 한국의 코스닥 1호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는 서울시스템에 취업을 했다. 이후 병역특례로 일하면서 만났던 이들과 사진관리를 대신 해주는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월매출 1억원까지 찍어봤다”며 웃을 정도로, 운영은 잘된 편이었다. “하지만 미래 비전이 보이지 않았다. 그만하고 딴 것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취미처럼 한 것이 미투데이였다.”2006년 5월 사람들과 사진을 함께 돌려보기 위해서 만든 서비스였다. 단문 메시지로 쓸 수 있었다. 미투데이에 자발적인 커뮤니티도 만들어졌다. “미투데이를 하면서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났다. 심심하면 번개를 치고, 그러면 또 사람들이 모이고. 아내가 하는 일 없이 사람들만 만나고 다닌다고 뭐라고 했었다.”돈은 벌지 못했지만, 젊은이들 사이에서 미투데이 열풍이 불었다. 2009년 네이버는 미투데이를 인수합병했고, 박 대표는 미투데이 센터장으로 취임했다. 2010년 3월 카카오톡 메신저가 출시된 이후 네이버의 위기감은 상당했다. 박 대표는 당시 미투데이 센터장으로서 카카오톡과 경쟁을 해야 하는 서비스를 출시해야만 했다. 그렇게 태어난 것이 네이버의 폐쇄형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밴드’였다. “카카오톡이 나오기 전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서비스만 강했다. 카카오톡까지 나오니까 네이버의 위기감이 상당했다. 나 역시 스트레스를 상당하게 받았다. 그런 고민 속에서 밴드가 나왔다.”미투데이와 밴드의 성공적인 운영으로 박 대표는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 생활했다. “네이버에서 SNS를 대표하는 인사로 외부 활동도 많았다.” 미투데이를 만들었다가 ‘일 같은 일을 해라’라고 지청구를 날렸던 아내에게도 미투데이 센터장을 하면서 마음의 부담을 덜었다.하지만 얼마 후 “내 일을 하고 싶어졌다”는 이유로 그는 주저없이 사표를 던졌다. 억대 연봉을 포기하면서 그가 선택한 일은 음악이었다. 미투데이 센터장을 하면서 만났던 음악인들이 자산이었다. 2013년 4월 법인을 설립했다. 투자도 받았다. 2013년 12월 안드로이드를 통해 비트 앱을 출시했다. “망작이었다.(웃음) 당시 음원을 친구들과 공유하는 서비스였는데, 철저하게 외면받았다.”첫 실패는 무척 썼다. 쉽게 말해 ‘멘붕’이었다. 매일 밤마다 집에서 영화를 보면서 넋을 놓고 있었다.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찾은 것이 2014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국제 소비자가 전 전시회, Consumer Electronics Show)였다. 호텔방에서 판도라와 스포티파이를 이용하면서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의 가능성을 느꼈다. 문제는 수익성이었다. “당시 판도라도 실적이 안좋았다. 어떻게 수익성을 만드는가를 고민했다. 답은 사용자들이 음악을 듣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었다.”2014년 3월 새로운 비트 앱을 애플 앱스토에 출시했다. 반응은 상상 이상으로 좋았다. ‘무료’ 카드를 내걸고 사용자를 끌어모으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비트 앱의 전성시대가 시작됐다. “돈을 내고 음원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이 600만명 정도 된다. 비트 앱은 그들을 제외한 3000만명의 스마트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다. 비용 부담없이 음악 서비스를 즐길 수 있어야 1000만 음악앱이 탄생할 수 있다.”비트패킹을 추천한 이유! : 해외에서 온라인 스트리밍이 대세다. 한국은 의외로 변화가 더디다. 그러던 참에 이 분야에서 비트패킹의 약진이 눈부시다.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스타트업으로 성장할 것을 기대한다.- 글 최영진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2015.03.03 16:19

6분 소요
[Business Technology] 실리콘밸리의 악덕자본가들

산업 일반

페이스북, 구글, 징가. 그들은 미국 자본주의의 성자를 자처하지만 사실은 남북전쟁 후 혼란기에 돈을 모은 부호의 후계자들이다 실리콘밸리는 남들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morally exceptional) 자부한다. 2004년 구글이 기업공개를 했을(went public) 때 그 인터넷 검색 기업의 천재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미래의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는 인터넷 업계의 대헌장(Magna Carta)이 됐다. 편지에서 그들은 구글을 “일반적인 회사”가 아니라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making the world a better place)” 데 중점을 두는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들의 성명은 실리콘밸리(샌프란시스코와 샌호제이 사이의 도시와 타운에 근거를 둔 다수의 첨단기술과 인터넷 기업들을 일컫는다)의 오랜 전통을 따랐다. 10년 전 스티브 잡스는 “묘지에서 최고 부자가 되는 건 내게 의미가 없다(being the richest man in the cemetery doesn’t matter to me) … 오늘 뭔가 훌륭한 일을 했다는 성취감을 느끼며 잠자리에 드는 것(Going to bed at night saying we’ve done something wonderful), 그것이 내게 중요한 일이다.”가장 최근에 실리콘밸리 전당에 오른 기업가들도(The newest inductees to the Silicon Valley pantheon) 계속 자신과 자신의 동기를 고상하게 여겼다. 온라인 소셜 게임 ‘팜빌(Farmville)’과 ‘단어 맞추기 게임(Words With Friends)’을 개발한 마크 핑커스는 지난해 소셜게임 업체 징가의 기업공개를 하면서 비슷한 입장을 취했다. “게임은 유익해야 한다(should do good). 우리는 일상업무를 통해 세상을 도우려 한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100억 달러의 기록적인 자금조달이 예상되는 기업공개 취지서에서 그 소셜 네트워크의 기업정신으로 비슷한 철학을 표방했다. “쉽게 말해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서비스를 만들지 않습니다.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돈을 법니다(we don’t build services to make money; we make money to build better services). 그리고 이것이 뭔가를 만드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단순히 이익 극대화 이상의 보이지 않는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의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사람이 갈수록 많아진다고 생각합니다.”지난 수년간 금융위기와 월스트리트의 대형 금융사기(great Wall Street swindles)가 잇따랐던 탓에 모두 신선하게 들린다. 창업 기업가들은 서니베일이나 마운틴 뷰 같은 목가적인 이름을 가진 곳에서 땀 흘리며 인류의 삶을 개선하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제품을 개발한다. 이런 이미지는 구제금융으로 살아남은 은행가가 거액의 보너스를 받거나, 무자비하게 정리해고를 단행하는 사모펀드 재벌에 부과되는 세율이 비서보다 낮다는 이야기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offers an antidote). 하지만 도덕적 기준을 높게 유지하기를 바란다고(wishing to hold the moral high ground)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이는 재계든 정계든 종교계든 모두 마찬가지다.실리콘밸리의 신세대 억만장자들은 미국 자본주의의 성자라고 자처할지 모르지만(may anoint themselves the saints of American capitalism) 실제로는 전혀 다른 무리를 닮아가기 시작했다. 바로 악덕자본가들(robber barons)이다. 후드 재킷과 비치 샌들 차림의 이면에 19세기 후반 검정색 정장과 중산모(black-suited and top-hatted)를 쓴 기업가들만큼이나 탐욕스런 사업가들이 도사린다. 실리콘밸리의 새로운 기업가들은 한 세기 전 철도·철강·은행, 그리고 석유 산업의 선구자들과 마찬가지로 기술을 개발해 세상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간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경제와 노동시장에 커다란 혼란을 야기할(is bringing great economic and labor dislocation)뿐 아니라 부당하게 큰 몫의 이득(an unequal share of the spoils)을 챙기고 있다. 바로 지난주만 해도 미 법무부는 전자서적 가격을 인상하려 담합한 혐의로 애플을 비롯해 여러 미국 출판사들을 고소할 계획이라고 통보했다. 석유왕 존 D 록펠러가 찬사를 보낼 만한 독점적 행위다(monopolistic behavior that would have made John D. Rockefeller proud).“2차 산업혁명 중 경제가 큰 변화를 겪으면서 그런 변화를 주도한 50명의 기업인은 막대한 부를 쌓았지만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 그런 부호 중 한 명인 릴랜드 스탠포드가 세운 대학의 2003년 졸업생 조 론스데일의 말이다. 론스데일은 최근 창업한 벤처기업 애디파(Addepar)로 “세계의 부를 움직이는 인프라를 혁신”함으로써 부를 일구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요즘엔 악덕기업가 대신 기술기업가들이 파괴의 주역이다.”인터넷이 지닌 창조적 파괴의 힘에 도덕적 오만이 결합되는(combining moralistic hubris with the Internet’s powers of creative destruction) 데 따르는 위험을 실리콘밸리 일각에서 인식하기 시작했다. 지난 2월 다보스에서 열린 첨단기술 업계 지도자들의 비공개 회의에서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존 체임버스 시스코 시스템스 회장과 선도적인 투자회사 실버 레이크의 창업자 글렌 허친스의 경고였다. 금융시장 붕괴 후 월스트리트에 쏟아진 비난의 화살과 마찬가지로, 기술발전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가 계속되거나 대형 사이버 보안 붕괴 사고가 일어나면(from continued technology-driven job losses or a major breakdown of cybersecurity) 언론의 비판이 쏟아지거나 새로운 규제가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실제로 실리콘밸리 기성체제가 자신들의 사업이 대다수 미국 기업계보다 악행을 덜한다고(또는 더 유익하다고) 주장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진다. 도덕적 우월감을 드러내는 거만한 언어의 저변에는 모든 기업의 바탕을 이루는 바로 그 이윤동기(그리고 역사의 내로라하는 악덕기업들에 필적하는 무자비함)가 깔려 있다.착취적 생산공정애플 제품의 중국 내 제조관행을 예로 들어보자. 애플은 아이폰을 비롯한 기타 제품의 조립을 중국의 팍스콘 같은 하청 생산업체에 조직적으로 아웃소싱한다. 그런 식으로 전체 생산원가를 줄이고 주주들에게 주는 이익마진을 두둑하게 늘렸다(shaved its overall cost of production and plumped profit margins for shareholders). 이는 특이하지도 반드시 사악하지도 않다. 다른 소비가전 업체 대다수는 말할 필요도 없이 완구업체, 화학업체, 식품가공업체들도 일상적으로 하는 관행이다. 하지만 거래업체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고 해서(establishing an arm’s-length commercial relationship) 그들이 선택한 파트너의 근로방식에 대한 도덕적 책임이 면제되지는 않는다.미국 기업계 지도자들은 10여 년 전 나이키의 사례에서 이 같은 교훈을 얻었다. 당시 나이키와 계약한 외국 각지의 납품업체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어린이들의 노동을 착취해(employing children in sweatshops) 그 회사의 이미지가 땅에 떨어졌다(became a public-relations debacle). 애플이 납품업체들이 지켜야 할 행동규범을 마련해(has a code of conduct for suppliers) 감사를 실시하고 여러 해 전부터 감사결과를 요약해 발표했지만 최근까지 더 직접적인 조사는 거부해 왔다. 중국 선전에서 23만 명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방대한 팍스콘 공장단지의 노동문제에 한동안 비판 여론이 끊이지 않았다(have attracted bad press for some time). 팍스콘 공장의 실상은 모노드라마 배우 마이크 데이지의 오프브로드웨이 일인극 ‘스티브 잡스의 고뇌와 환희(The Agony and Ecstasy of Steve Jobs)’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 1면과 전국 방송에서 비판적인 보도가 나간 뒤에야 애플은 더 실직적인 대책마련에 나섰다. 공정노동위원회(the Fair Labor Association)가 중국 내 납품공장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하도록 허용했다.저작권에 대한 무관심기업은 원가절감에만 편법을 동원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문제를 못 본 척하는(looking the other way) 방법도 있다. 구글을 비롯한 기업들이 저작권법 위반과 관련된 문제에서 그런 태도를 보인다는 비난이 수시로 들려왔다. 특히 저작권법은 IT 기업들이 직접 생산하지 않는 저술·음악·비디오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으로 인해 논란 많은 불법복제 금지법안 두 건이 제출됐다. 하원의 온라인해적행위방지법(SOPA)과 상원의 ‘지적재산권보호법(PIPA)’이다. 지난 1월 그 법안이 거의 통과될 듯하자 실리콘밸리가 패닉에 빠졌다(sent the valley into a tizzy). 초안대로 됐다면 미국 저작권법을 따르지 않는 외국 사이트에는 인터넷 회사들이 접속하지 못하게 됐을 것이다.반대파들은 그 법이 인터넷의 자유와 개방성을 해친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주장에 모든 합당한 근거가 있었지만 뜻밖에도 의원들은 실리콘밸리가 벌인 웹사이트 블랙아웃(서비스중단) 캠페인에 금방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caved in to the website-blackout campaign). 그 법안들을 지지했던 크리스토퍼 도드 전 코네티컷 주 상원의원은 “내가 지금껏 맞은 최대의 역풍”이라고 묘사했다. 그는 현재 미국 영화협회(MPAA) 회장을 맡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구글처럼 이익을 추구하는 대형 사이트들은 지지 의사를 나타냈지만 서비스를 중단하지는 않았다. 반면 특히 손해 볼 게 없는 비영리 사이트 위키피디아는 항의 표시로 서비스를 중단했다(did switch off in protest).개인정보 보호 외면개인정보 보호 문제에서 더 큰 싸움이 남아 있다. 실리콘밸리의 저작권에 대한 태도는 한마디로 ‘몹시 수동적인 무관심(fairly passive indifference)’으로 규정되는 반면 프라이버시 문제에서의 악행은 그 차원을 뛰어넘는다. 개인정보 이용의 상식적인 허용한계를 확대하려는 작업이 온라인 세계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진다(is a daily sport in the online world). 소셜 네트워크의 프라이버시 설정을 약간만 변경하거나 휴대전화 응용 프로그램의 코드를 조금만 바꿔도 광고주(또는 극단적인 경우 정부기관)가 입수하는 이용자 관련 정보의 가치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mean a world of difference) 때문이다. 이용자는 대체로 그런 사정을 잘 모른다. 어쩌면 워싱턴이 실리콘밸리의 천사표 이미지 홍보전략(altruistic spin)에 넘어갔거나 아니면 그들의 빠른 성장을 따라잡지 못했을지 모른다. 그런 까닭에 지금껏 프라이버시 문제를 대체로 IT 업계 자율에 맡긴 듯하다(left the industry to regulate itself). 그런 방식은 분명 문제가 있다. 인터넷 또는 모바일 회사가 고객의 사생활 영역을 침범했다는 소식이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들려온다. 최근의 침해사례 중 구글이 관련된 사건은 더 충격적이다. 구글은 자신들의 컴퓨터 코드를 조작해 애플 아이폰의 사파리 웹브라우저를 속여 이용자 수백만 명의 프라이버시 설정을 무시하도록 했다가 들통났다. 월스트리트저널이 그와 관련해 문의하자 구글은 그 코드를 삭제했다.한계를 끊임없이 테스트하는 관행은 어쩌면 마크 저커버그 같은 지도자가 찬양하는 해킹 문화의 어두운 측면일지도 모른다. 저커버그는 엔지니어링의 세계에 젖어 있는 인물이다. “해커톤(hackathon: 프로그래머들이 모여 마라톤 하듯 집중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한다)을 열어 이런저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밤을 꼬박 새우는 등 그들에게는 사명감이 있다”고 스탠포드대 비즈니스 스쿨의 가드 샐로너 학장이 말했다. “약간 괴짜들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참가자들은 모두 엄청난 재미를 느낀다. 아무런 규칙도 없다는 게 유일한 규칙이다.”페이스북 같은 일류 인터넷 기업 대다수는 “성인의 감독(adult supervision)”과 “완전히 규범을 뛰어넘는(totally outside the lines) 뭔가를 발명하는” 코드 개발자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잡는다고(strike a healthy balance) 샐로너는 주장한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거물 기업들만 꼭 프라이버시 규범을 심하게 묵살하는 건 아니다. 지난 2월 path.com을 둘러싼 소동이 좋은 사례다. 패스닷컴은 전 페이스북 중역이 소셜 미디어를 응용해 설립한 사이트다. 음악파일 공유 서비스 냅스터의 설립자 숀 패닝이 후원했다. 냅스터는 온라인 저작권 침해(online copyright infringement)의 원조 격이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삶을 같이하도록 돕는 스마트 저널”을 자처하는 패스닷컴은 이용자의 연락처 데이터베이스를 허가도 받지 않고 통째로 서버에 올리고 있었다. 어느 정통한 블로거에게 발각되자 패스닷컴은 그런 관행을 수정했지만 그런 개인 자료를 훔쳐내는(swiping such personal data) 사이트는 그들뿐이 아니라는 사실이 곧 명백해졌다.실리콘밸리의 프라이버시 침해는 개별적으로 볼 때는 사소한 잘못(minor peccadilloes)으로 넘어가기 쉽다. 일부는 엔지니어가 코드 개발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그런 작업의 사회적 영향을 깨닫지 못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엔지니어가 문제를 간과했지만 불법적인 의도는 전혀 없는 경우다. 또는 페이스북의 사훈을 빌리자면 “빨리 움직여라. 기존의 것들을 타파하라(Move Fast. Break Things)”는 기업문화의 영향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이는 전체적으로 보면 거래되는 개인정보의 가치와 수익성을 높이려고 너무 많은 편법이 동원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것이 많은 인터넷 기업의 주요 사업영역이기 때문이다.연고 자본주의감독 없이 실리콘밸리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워싱턴이 깨닫기 시작했다. 오바마 정부는 지난 2월 23일 소비자 프라이버시권리장전(Consumer Privacy Bill of Rights)을 제출하고 의회를 설득해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주 검찰당국에 그것을 집행할 특수권한을 부여하겠다고 다짐했다. 실리콘밸리는 현재 그 백악관 프로그램에 협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법안의 세부사항이 마련되면 숨은 마성이 드러날지도 모른다(the devil may come as the legislative details are hammered out).오바마 대통령이 프라이버시 법안을 공개한 지 이틀 뒤 구글이 스태튼 섬 의원 출신의 호전적인 수전 몰리나리를 워싱턴 DC 지사장으로 임명한 건 어쩌면 의미심장한 일이다. 기업이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고(to protect their turf) 가능하면 새로운 규정에 물타기를 하려고(water down new rules) 거물 로비스트를 고용하는 데 본질적으로 악의적인 면은 없다. 단지 구글의 기업 행동규범에서 변함없이 첫머리를 지키는 “악행을 하지 마라(don’t be evil)”보다는 “업계 관행대로(business as usual)”에 더 가깝다는 점이 문제다.머독 모델실리콘밸리 기업의 사주와 창업자들이 사풍(guiding ethos)을 유지하는 방법 중 하나는 주주들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통제력을 갖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에도 큰 결함이 있다. 구글과 징가에 이어 페이스북의 IPO가 실시되면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의 일류시민과 이류시민으로 나뉘게 된다. 저커버그가 보유한 주식은 일반 대중에게 매각되는 주식의 10배에 달하는 투표권을 갖게 된다.비공개로 페이스북에 투자한 벤처 자본가와 억만장자 중 다수도 이번 공모거래로 막대한 이익을 올리게 된다. 그 중에는 징가 창업자 핑커스도 있다. 그 대가로 이들 초기 투자자 중 다수가 저커버그에게 자신들의 투표권을 넘겨준다. 그에 따라 저커버그는 불과 20% 안팎의 지분으로 페이스북 주주 투표권의 57%를 행사하게 된다. 그런 부실한 기업 지배구조(poor corporate governance) 탓에 언젠가 그 창업자와 다른 주주들의 이해가 충돌할(to pit the interests of the founder against other shareholders) 가능성이 크다. 비슷한 구조를 가진 회사들 특히 루퍼트 머독의 뉴스 코프가 그렇듯이 말이다.그렇다고 실리콘밸리가 갑자기 어둠의 편에 섰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그 대표적 기업들(세계 최대·최강의 기업에 속한다)이 나머지 미국 기업계 전반에 만연한 이익추구 원칙을 따른다는 뜻이다. “세계를 바꾸겠다는 큰 비전을 가진 이상주의자들이 아직도 캘리포니아를 찾아간다”고 벤처기업과 투자자들을 연결해 주는 테크스타스 NYC의 데이비드 티시 대표가 말했다. “그러나 대다수가 다른 사람들처럼 부자가 되려 애쓴다.”원조 악덕기업가들은 철도를 건설해 미국의 신흥도시들을 연결하고 유정을 파서 미국의 성장을 촉진할 당시 숭고한 이상을 품었다. 하지만 그래도 눈에 불을 켠 감독당국들(vigilant watchdogs)이 그들의 제국을 규제하고 고삐를 채우고 때로는 분할해야 했다. 고상한 구호와 이상은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나아가 매출을 늘리는 데 좋지만 소비자 및 사회의 더 광범위한 이해와 상충되는 동기를 위장하는 명분이 될 수도 있다. 실리콘밸리 엔지니어의 부상이 세상에 유익하다는 믿음을 주려면 IPO 취지서의 공자님 말씀 같은 약속만으로는 부족하다(need more than fancy promises in IPO prospectuses).번역 차진우

2012.03.13 17:12

10분 소요
[IT월드] 애플 ‘구름’(아이클라우드) 에 IT업계 먹구름

IT 일반

해마다 6월이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WWDC(세계개발자콘퍼런스)’에 어김없이 세계 IT업계의 눈길이 집중된다. 애플 주최로 열리는 이 행사에선 애플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깜짝’ 발표한다. 스티브 잡스 CEO가 직접 키노트를 맡아 행사 끝무렵 ‘한 가지 더!(one more thing!)’를 외치며 깜짝 놀랄 추가 ‘선물’을 꺼내 드는 그 이벤트에 세계가 열광한다.애플은 올해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6월 6일(현지시간) 막이 오른 ‘WWDC 2011’에선 애플의 차세대 모바일 운영체제 ‘iOS5’가 공개됐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하던 애플의 클라우드 서비스 ‘아이클라우드’(iCloud)도 첫선을 보였다. 애플 음악장터 ‘아이튠즈’엔 ‘아이튠즈 매치’란 새로운 서비스가 덧붙었다. 이날 발표된 iOS5에서 바뀌거나 새롭게 공개된 기능만도 200가지가 넘는다니, 놀라운 일이다.이 가운데 아이클라우드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아이클라우드는 이름대로 애플이 내놓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핵심은 ‘저장장치=하드디스크’란 고정관념을 깬 데 있다. 머리 위 구름 속 어딘가에 데이터를 저장해두고, 필요할 때 접속해 꺼내 쓰면 되는 서비스다.iOS5는 ‘그냥 쓰는’ 편리한 기술지금껏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내놓은 곳은 많다. 대표 주자인 구글부터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유수의 IT기업이 먼저 발을 들이민 시장이다. 애플은 좀 다른 관점으로 접근했다. iOS5란 ‘운영체제’, 아이폰·아이패드·아이팟터치로 이어지는 모바일 ‘기기’, 그리고 아이클라우드란 ‘서비스’로 PC 없는 24시간 접속 세상을 열겠다는 밑그림이다.이런 식이다. iOS5엔 아이클라우드가 기본 탑재된다. iOS5는 아이폰3GS와 아이폰4, 아이팟터치 3·4세대, 아이패드1·2에 모두 탑재된다. 이용자는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이나 기록해둔 일정, 주고받은 e메일을 더 이상 PC를 거쳐 애플 휴대기기에 옮길 필요가 없다. 모든 데이터는 애플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된다.이용자는 iOS5가 탑재된 애플 기기 어디서든 이 구름 속에 접속해 최신 데이터를 자동으로 받아올 수 있다. 단말기 설정이나 설치한 응용프로그램(앱) 정보도 공유된다. 최신 업데이트 내역은 ‘푸시’ 알림으로 기기끼리 알려준다. iOS5가 탑재된 아이폰4로 사진을 찍으면, 이용자 아이패드나 아이팟터치에도 동시에 새로운 사진이 저장됐다는 알림 메시지가 뜨고, 곧바로 사진을 열어 보거나 저장하는 식이다. 지금껏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이 최신 데이터를 공유하기 위해 거쳐야 했던 ‘PC 동기화’ 과정이 사라지는 셈이다.‘아이튠즈 매치’는 이런 아이클라우드 서비스의 정점을 찍는 기능이다. 아이튠즈 매치는 이용자가 보유한 음악을 통째로 구름 속으로 옮기고 언제 어디서든 꺼내 들을 수 있는 서비스다. 아이튠즈에서 구입한 음악뿐 아니라 이미 보관해둔 음악도 한번 등록해두면 그 다음부터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애플TV 등에서 언제든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다.그렇다고 일일이 대용량 음악 파일을 아이클라우드에 업로드할 필요도 없다. 아이튠즈 매치는 이용자가 ‘접근’할 수 있는 음악 목록만 확인하고 그에 맞는 음악을 이용자에게 열어주는 역할만 한다. 실제 음악파일은 거대한 애플 데이터센터, 아이클라우드에 보관돼 있다. 이용자별로 일일이 저장공간을 할당한 대신 이용자가 쓸 수 있는 음악 목록만 인증하는 방식으로 서버 용량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음악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심산이다. 이용자도 굳이 아이폰이나 아이팟터치에 대용량 음악을 담아둘 필요가 없다.아이클라우드는 5GB까지 무료 제공되지만, 아이튠즈 매치는 1년에 29.99달러를 내고 쓰는 유료 서비스다. 우리 돈으로 3만원만 내면 온라인으로 구입한 음악뿐 아니라 이미 보관하고 있던 음악을 1년 내내 언제 어디서든 들을 수 있게 됐다. 용량이나 음원 수 제한도, 복잡한 설정 과정도 없다. 이용 방법을 일일이 배우는 수고도 생략하자. 스마트폰을 켜고 아이튠즈를 실행해 음악을 들으면 끝이다. 서비스는 혁신적이되 이용 방법은 간결하다.또 다른 혁신은 문자메시지 서비스에서 일어났다. iOS5에 도입된 ‘아이메시지(iMessa- ge)’는 여러 면에서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적잖을 전망이다.카카오톡 ‘다른 OS 겸용’ 차별화아이메시지는 iOS5가 탑재된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팟터치 등에서 친구들과 문자 대화를 주고받게 해주는 서비스다. 아이메시지는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 상대방이 iOS5 기반 휴대기기가 아니면 일반 문자메시지로 자동 전환해 보낸다. 똑같은 앱을 설치하고 친구 신청을 해야 이용할 수 있는 카카오톡이나 마이피플과 다른 점이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일반 휴대전화(피처폰)와도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고, 가입한 이동통신사와 관계없이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이것이 왜 눈길을 끌까. 아이메시지가 지금껏 국내 이통사들이 힘들게 방어해 왔던 스마트폰 메시징 서비스의 대중화를 단번에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이통사들은 지금까지 이용자들의 문자메시지 무료화 요구에 귀를 막아 왔다. 수익이 줄어든다는 게 이유였다.카카오톡이나 마이피플 같은 서비스가 나올 때도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견제를 늦추지 않았다. 최근 방통위 결정에 따라 기본요금을 1000원 내리고 무료 문자메시지 50건을 제공하는 ‘요실금 인하’ 방안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문자메시지 무료화에는 고개를 젓고 있다.애플은 iOS5란 플랫폼 힘을 바탕으로 이 같은 산업 구도를 단숨에 바꿀 모양새다. 국내 이통사도, 단말기 제조사도 해내지 못했던 무료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iOS5 출시와 더불어 구현한 셈이다.국내 이통사들도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KT는 iOS5가 공개된 다음날인 6월 9일, ‘올레톡’이란 통합 메시징 앱을 공개했다. 스마트폰 주소록에 등록된 친구끼리 올레톡을 설치하면 3G망과 와이파이를 통해 문자를 주고받고 그룹 채팅도 나눌 수 있다. 올레톡 앱을 설치하지 않은 이용자에겐 자동으로 일반 문자메시지로 변환돼 전송되는 점도 아이메시지와 똑같다.SK텔레콤도 iOS5가 발표된 날 “9월께를 목표로 모바일 메신저에 동영상과 사진 공유 등을 간편하게 할 수 있는 통합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익이 줄어들까 봐 머뭇거렸던 기존 태도를 바꿔 모바일 통합 메시징 서비스로 아이메시지나 카카오톡 같은 서비스에 맞대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카카오톡과 마이피플 같은 스마트폰 전용 메시징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도 분주해졌다. 카카오톡을 서비스하는 카카오나 마이피플 서비스 운영업체인 다음은 일단 지켜보자는 반응이다. 이들은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 등 다양한 모바일 OS에서 함께 쓸 수 있는 ‘크로스 플랫폼 메시징’을 내세워 차별화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KT나 SK텔레콤 등이 문자메시지 수익 감소를 감수하면서 통합 메시징 앱을 내놓고, 거대 모바일 플랫폼 사업자인 애플까지 가세하면서 이들 서비스도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된 건 분명하다.애플의 힘은 여기서 나온다. 애플은 음악을 듣고 소비하는 방식을 바꾸고,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습관을 바꾸고, 기존 산업에 익숙했던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려 한다.스티브 잡스는 아이클라우드를 소개하는 키노트 내내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이건 그냥 작동해요(It just works).” 이 말 속에 담긴 메시지를 곰곰이 생각해볼 때다. 혁신은 어려운 기술을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게 아니다. 이용자가 애써 배우거나 인지할 필요 없이 ‘그냥’ 쓸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2011.06.13 15:22

5분 소요
선도하지 않으면 제패하지 못해

산업 일반

나무는 물을 먹고 자라고 계절이 바뀌면서 옷을 갈아입는다. 기업은 혁신을 먹고 자라고 변곡점에서 도약한다. 지금의 많은 글로벌 거대기업도 대개 시작은 초라했지만 혁신을 자양분 삼아 성장하고 변화의 와중에서 한 단계 올라선 공통점이 있다. 20세기 후반 글로벌 음향가전 시장의 지존이었던 소니, 디지털 르네상스의 주역인 삼성, 융합시대의 아이콘 애플이 모두 혁신으로 시대정신을 구현했다. 삼성은 소니라는 고개를 넘어 애플이라는 산을 만났다. 한니발과 나폴레옹은 혁신적 사고와 투지로 무장해 알프스를 넘었다. 삼성은 어떻게 산을 넘어갈 수 있을까.진공관→트랜지스터 변곡점의 기린아 소니소니는 1950년대 초반 전자제품의 기반기술이 진공관에서 트랜지스터로 이전되는 변곡점에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제니스, RCA 등 1940년대 라디오 시장의 전통적 강자는 라디오를 가구의 개념으로 접근했다. 당시까지 거실에 놓인 큼지막한 진공관 라디오에 둘러앉아 있는 가족은 행복한 가정의 상징이었다. 반면 소니의 모리타 아키오 사장은 트랜지스터가 처음 개발된 시점에서 이를 활용한 휴대형 소형 라디오가 차세대 시장의 주역임을 확신했다.소니가 1950년대 싸구려 트랜지스터 소형 라디오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을 때 소니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리라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소니는 불과 5년 만에 미국의 소형 라디오 시장을 평정하고, 이어 1960년대 트리니트론이라는 독자 고품질 브라운관을 내세워 컬러TV 시장까지 석권했다. 1980년대 개발한 워크맨은 세계 젊은이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혁명의 시발점이었다.1983년 필립스와 공동개발한 CD는 기존의 LP 레코드판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며 음향매체의 표준으로 올라섰다. 소니는 전자산업 혁신의 상징으로 자리 잡으면서 음향·영상 분야 하드웨어에서 세계 1위를 굳혔다. 그 후 가치사슬 통합 관점에서 ‘하드와 소프트를 결합해 승부하자’는 전략을 내세웠다. 1988년 CBS 음반사를 사들였고, 1989년 컬럼비아 영화사를 인수하면서 가전회사가 아니라 글로벌 미디어·디바이스 기업으로서 면모를 갖추었다.소니의 혁신은 거기까지였다. 1991년 소니는 MD(Mini Disc) 포맷을 발표하며 차세대 미디어 시장의 지배력 확보에 나섰다. 그러나 MD는 근본적으로 아날로그 시대의 제품 개념인 스탠드 얼론(stand alone) 기기였다. 휴대하기 편하고 녹음도 할 수 있지만 독립된 디바이스로서의 네트워크 개념이 없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된 고성능 컴퓨터의 보급과 광대역 인터넷의 확산에 따라 음악산업에 혁명적 변화가 몰려오고 있었다. 음악파일을 컴퓨터끼리 교환할 수 있게 됐고, 휴대용 MP3플레이어 시장도 급격히 커졌다. 음악시장은 디지털 음악의 네트워크 교환이라는 새로운 환경을 맞아 급격히 재편돼 가고 있었다. 디지털 혁명의 새로운 시대를 아날로그 관점에서 바라보던 소니는 애플에 M&A(인수합병)된다는 시장의 루머까지 해명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2009년 삼성전자는 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10조원인 100-10 클럽에 가입했고, 2010년에는 휼렛패커드(HP)를 제치고 세계 최대 전자기업 반열에 올랐다. 1970년대 일본 산요전기에서 트랜지스터 라디오와 TV 만드는 기술을 배워와 전자사업을 시작한 변방 기업이 40여 년의 짧은 기간에 글로벌 지존으로 성장한 것이다. 1990년대 초반까지도 소니에 TV를 납품하는 평범한 회사였던 삼성은 디지털 기술이라는 환경변화를 기회로 삼아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올라섰다.삼성전자의 기초 체력은 1990년대 디지털 혁명이라는 변곡점과 신경영이라는 혁신이 만나면서 탄탄해졌다. 가진 것 많은 부자였던 소니를 비롯한 일본 전자회사가 몸을 사릴 때 잃을 것 없던 가난한 삼성은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졌다. 소니와 달리 삼성은 디지털 혁명 관점에서 시장과 제품을 재정의했고 두 회사의 운명은 거기서 갈렸다. 글로벌 1위의 D램, 낸드플래시, LCD, TV를 비롯해 글로벌 2위인 휴대전화 사업은 모두 1990년대 기초 체력을 다지고 2000년대 본격적으로 강력해진 것이다.스피드가 생명인 디지털 시대에 월드 베스트를 양산한 삼성전자 마케팅에는 선견(先見), 선수(先手), 선제(先制), 선점(先占)의 ‘4선(先) 원칙’이 핵심 성공 요인이었다. 디지털 혁명에 따라 산업구조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이런 마케팅은 경쟁자와의 속도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게 하는 요인이었다. 피터 드러커는 스피드 경영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최정예 부대를 동원해 요충지를 선점하는 것이며, 모든 기업가적 전략 가운데 가장 큰 도박이고 실패를 허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재기의 기회도 주지 않는 무자비한 전략이다. 그러나 성공하면 보상이 매우 크다.” 강력한 리더십에서 비롯된 스피드 경영은 삼성전자의 가장 큰 자산이다.디바이스-콘텐트 융합모델로 반전 이룬 애플삼성은 사업구조의 스펙트럼이 넓은 데다 각자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TV, 휴대전화 등 최종 소비재와 D램, 낸드플래시, LCD 패널 등 중간재를 아우르는 독특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이런 덕에 경기 사이클의 진폭을 흡수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반도체, 영상, 통신, 음향, 스토리지 등 넓은 영역에 걸쳐 있는 기술과 경험 덕에 디지털 컨버전스라는 블랙홀의 흡입력이 커질수록 시너지를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1976년 창업 이후 애플컴퓨터, 매킨토시,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로 이어오면서 애플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열광적 추종자를 거느리게 됐다. 2010년 미국과 영국의 어린이가 받고 싶어하는 크리스마스 선물 1위는 아이팟, 2위는 아이패드였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생 대상 조사에서 나타난 ‘아이폰 때문에 행복하다(72%)’ ‘아이폰에 중독된 것 같다(86%)’의 반응처럼 애플 제품은 소비 차원이 아니라 감성을 담은 글로벌 컬트 아이템이다.1970년대 ‘애플2’로 혜성처럼 등장한 애플은 개인용 컴퓨터의 혁신을 이끌었지만 MS와 OS(운영체제) 표준경쟁에서 뒤져 주변으로 밀려났다.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1985년 축출되고 펩시콜라 CEO 출신인 존 스컬리가 반전을 시도했지만 무위로 끝났다. 1997년 스티브 잡스의 복귀에도 미래는 불투명했다. 운영비조차 고갈돼 유동성 위기가 닥치면서 MS로부터 1억5000만 달러를 투자 받아 겨우 목숨을 부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 스티브 잡스는 애플을 떠났던 10여 년의 경험을 되살려 개인용 컴퓨터가 아닌 다른 영역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소니의 워크맨처럼 한 시대의 아이콘이 된 MP3플레이어 아이팟의 탄생 배경이다.2001년 10월 애플의 아이팟은 특유의 산뜻한 디자인으로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하지만 다른 경쟁자가 MP3플레이어를 음악재생 디바이스 관점에서 접근할 때 애플은 하드-소프트를 융합하는 사업모델을 시도했다. 당시 CD 형태로 음반가게를 통해 유통되던 음반산업은 냅스터와 같은 웹사이트를 통한 불법 MP3 파일 교환이 시작되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 디지털 음악의 저작권 문제를 둘러싼 법정 공방이 계속되면서 합법적 유통의 필요성은 커졌지만 실제 사업모델로 연결해 성공하는 회사는 없었다.하이테크 넘어 하이터치로 무장하라애플은 2003년 4월 ‘아이튠즈 뮤직스토어’라는 온라인 음악 유통사업을 시작했다. 곡당 99센트, 한 번 다운로드 받으면 5대의 PC에서 재생 가능, 애플 제품인 아이팟에서는 무한정 재생, 애플이 음반사에 저작권료 지불 보장 등의 전제였다. 아이튠즈는 서비스 시작 후 15개월 만인 2004년 7월 13일 1억 곡을 팔았다. 2007년까지 30억 곡, 2009년까지 60억 곡이 팔려 공전의 히트를 쳤다. 아이튠즈가 뜨면서 아이팟 판매가 급증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 아이팟은 2010년 3월 누적 판매량 2억5000만 대를 기록했다.하드-소프트 융합이라는 혁명적 사업모델로 성공한 애플은 이를 휴대전화 시장으로 확장했다. 아이팟-아이튠즈 조합을 아이폰-앱스토어로 복제했다. 2007년 6월 아이폰은 단일 기종 출시 후 불과 3년 만에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 4위권으로 진입하는 경이적 기록을 세웠다. 나아가 애플은 애플 생태계라는 확장된 사업도메인을 상정하고 아이패드, 아이TV로 제품 라인을 넓혔다. 아이패드 역시 출시 첫해인 2010년 1400만 대가 팔릴 전망이다. 아이TV도 2010년 판매량이 100만 대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디바이스-콘텐트-플랫폼으로 이어지는 생태계 형성에 성공한 애플은 2010년 5월 MS를 제치고 IT 기업 가운데 시가총액 1위에 등극했다.소니라는 고개를 넘은 삼성은 애플이라는 산을 만났다. 디바이스의 성능과 품질 수준이 아니라 창의적 혁신을 무기로 특유의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는 컬트 브랜드 애플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소니와 삼성의 성장은 성능과 품질이라는 기술적 요소가 핵심인 하이테크 제품이 이끌었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첨단제품은 소니의 워크맨, 삼성의 보르도TV처럼 탁월한 디자인까지 겸비해 시장 장악력을 높였다. 하지만 애플은 디자인과 기술을 융합한 창조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했다. 제품을 생각하면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대표적 상징, 디자인을 적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했다.21세기 소비자는 제품을 선택할 때 뛰어난 기술을 여전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면서 감성을 더욱 결정적인 구매 요인으로 여긴다. 단순한 기능보다 차별성과 감성을 중시한다. 기술에 감성이 융합돼 있는 디자인과 컨셉트, 브랜드 이미지 등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기업도 이에 대응해 디자인, 촉감 등 구매자의 감성에 영향을 미치는 ‘감성파워’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애플 감성파워의 핵심은 인터페이스 구현 능력에 있다. 디지털 원리로 작동하는 하드웨어와 아날로그로 인식하는 인간의 두뇌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를 디지로그(디지털+아날로그) 관점에서 창의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아이폰에는 사용설명서가 없지만 누구나 몇 시간이면 사용법을 터득할 수 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양한 기능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 때문이다. 수만 년 동안 아날로그로 진화해온 인간의 감각체계에 첨단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는 하이터치 인터페이스 구현 능력은 일상생활에 사용되는 모든 디바이스가 성공할 수 있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앤디 그로브 전 인텔 CEO는 2009년 스티브 잡스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 1.0과 애플에 돌아와 애플을 되살린 스티브 잡스 2.0을 구별해야 합니다. 스티브 잡스 2.0은 예술가로 변했어요. 기술업계에서 스티브 잡스처럼 그렇게 강력하고 새로운 핵심 사업을 만들고 발전시키는 사람은 없습니다.” 스티브 잡스 자신도 “대단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는 피카소의 말을 인용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훌륭한 아이디어를 훔치는 일에 더욱 과감해져야 합니다. 매킨토시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세계 최고의 컴퓨터 전문가로 거듭난 음악가, 화가, 시인, 동물학자, 역사가들이 함께 참여했기 때문입니다.”스티브 잡스 2.0의 핵심 경쟁력은 융합력이다. 애플2 컴퓨터를 개발한 IT(정보기술) 엔지니어로 출발했지만 디자인 전문가와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하고, 예술과 역사로 상상력의 지평을 넓혀 아이디어를 얻고 연결점을 찾는다. 그걸 창의적으로 융합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해내는 능력은 애플의 핵심 자산이자 기업문화로 발전했다.아이폰은 최첨단 디지털 컨버전스의 대표적 사례다. 애플은 전화, 인터넷, e-메일, 게임, MP3플레이어, GPS, 비디오, 카메라 등 기존에 개발된 다양한 기능을 융합해 아이폰을 만들었다. 다양한 기능의 융합은 디지털 컨버전스가 보편화된 현재 일반적인 현상임에도 아이폰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소비자 친화적인 기술과 감성의 결합, 서비스와의 융합을 통한 창조적 마케팅이 강력한 소비자 가치를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디바이스-콘텐트-플랫폼으로 이어지는 소비자 가치전달 체계 전체의 융합모델은 애플의 경쟁력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었다.‘나이키의 경쟁자는 아디다스가 아니라 닌텐도’라는 시장 변화는 수요 측면에서 확산되는 융합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 측면 융합도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과거 단절된 산업 분류의 경계를 넘어 폭넓은 기술과 아이디어가 융합돼 혁신이 일어나는 시대가 된 것이다.상호이익을 추구하는 생태계 확장 전략애플에서 스티브 잡스 개인의 능력이 집단 DNA가 됐다면 삼성에서는 집단적 혁신역량을 꾸준히 축적해 왔다는 점에서 비교된다. 삼성의 폭넓은 사업 포트폴리오는 기술 관점에서 융합을 추진하는 강력한 동력이 될 수 있다. 최근 아이폰-아이패드 열풍에 대응한 삼성의 갤럭시 시리즈 개발은 선도자 따라잡기의 속도에서 삼성이 가진 역량을 잘 보여준 사례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현재와 미래의 삼성은 모방적 추종보다 창의적 융합 능력으로 파괴적 혁신 역량을 확보해 시장 선도자 지위를 차지해야 한다. 기능 단위 혁신 능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확보한 삼성은 앞으로 기술과 감성, 디지털과 아날로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통섭적 혁신’ 능력을 확보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생태계는 경쟁과 공존이라는 상호배반적 가치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경쟁을 통한 적자생존의 논리는 엄정하지만 상호이익을 추구해 생존력을 높이는 상보관계도 실재한다. 업종 구분이 명확하던 시절에는 산업 내 기업 간 경쟁이 부각됐다. 하지만 플랫폼 경쟁으로 진화하는 21세기에는 상호이익을 추구하는 개방성이 성장과 발전의 핵심 요소다.애플의 앱스토어는 아이폰 돌풍의 핵심 요인이다. 그러나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얻는 수익은 전체의 1%에 불과하다. 앱스토어의 성공은 애플 대비 개발자의 수익배분을 3 대 7로 정한 것에서 비롯됐다. 과거 통신사처럼 플랫폼을 장악한 기업은 개발자를 자신에 기생하는 존재로 간주하고, 최소한의 수익만 배분했다. 애플은 달랐다. 앱스토어를 통해 애플 스스로 수익을 창출하기보다 애플의 제품에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개발자와 상호이익을 추구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애플은 자신이 주도하는 플랫폼의 생명력을 높이고, 하드웨어와 연결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아이튠즈의 성공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음원을 판매하고 수수료를 받는다는 아이디어는 이미 존재했다. 애플은 여기에 상호이익을 추구하는 사업모델을 추가해 디지털 음원 유통시장을 제패했다.고대 서방 세계에서 가장 번영한 로마제국도 피지배 민족과 상호이익을 바탕으로 공존하는 구조를 만들어 성공했다. 핵심은 군사력이라기보다 오히려 지방자치, 가도(街道), 그리고 법률이었다. 개별 민족 특성을 인정한 자치를 허용하고, 로마 가도를 건설해 경제를 발전시키고, 법률로 공정한 질서를 수립해 거주민에게 실질적 이익을 준 것이다.배가 아무리 커도 바다를 덮을 수 없다. 거대기업도 산업 생태계 전체를 덮을 수는 없다. 특히 전방위적 융합이 일어나는 시대에는 거대기업조차 추풍낙엽처럼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 산업시대의 수직적 하청구조가 아니라 수평적 네트워크 구조 관점에서 상호이익을 공유하는 파트너십을 확장하는 게 생존력을 높이는 요체다. 삼성도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2011.01.10 14:52

9분 소요
불법 ‘파일공유’가 e북 싹을 자를까?

산업 일반

▎아이리버는 9월 전자책 단말기 스토리를 출시했다. 전자책(e북)은 단말기가 속속 발표됐지만 시장은 아직 형성되지 않은 상태다. 이런 전자책 시장이 벌써부터 해적판(海賊版), 즉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불법 복제된 콘텐트를 걱정하고 있다.인터넷 파일공유 사이트에 접속하면 오래전부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스테디셀러는 물론, 최근 출간된 화제작까지 해적판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양장본 형태 그대로 페이지마다 스캔 받은 파일도 있고, e북 단말기에서 읽을 수 있는 텍스트 파일도 있어 골라보는 재미까지 갖췄다. 뉴욕타임스는 전 세계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지난달 15일 출간된 댄 브라운의 『잃어버린 상징』이 선보인 지 채 열흘도 되지 않아 인터넷에 디지털 해적판이 등장했다고 보도했다.요즘 인기를 끄는 래피드셰어(RapidShare) 같은 파일공유 사이트에 이 책의 불법 복제본이 버젓이 올라와 유통되고 있다는 것. 그 숫자도 각기 다른 11개의 인터넷사이트에 모두 166개나 되고, 그중 102개 파일이 래피드셰어에 등록돼 있다고 전했다.뉴욕타임스는 1999년 전 세계 음반산업계를 공포로 몰았던 ‘냅스터(Napster·MP3 파일공유 사이트)’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시각을 전했다.책 파일공유 사이트 벌써부터 기승이 우려를 놓고 미국 출판계와 네티즌 사이에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출판업계는 이렇게 손쉽게 해적판을 구할 수 있는데 누가 259달러나 하는 아마존의 e북 단말기 킨들(Kindle)을 구입한 뒤, 권당 9.99달러를 주고 번거롭게 e북 정품 파일을 내려받겠느냐며 볼멘소리를 냈다.유통 통로가 되는 래피드셰어를 지적하며 당장이라도 심판대에 올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네티즌들은 언론보도가 해적판을 구하는 방법을 친절하고 자세히 가르쳐줬다며 비아냥댔다. 관련 기사는 블로그나 요즘 뜨는 트위터 같은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에 퍼나르면서 수없이 확대·재생산됐다.덕분에 300만 명의 이용자를 갖고 있는 래피드셰어는 10페타바이트(1페타바이트=100만 기가바이트)가 넘는 서버 용량을 조만간 더 확충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나왔다. e북 해적판에 대한 출판업계의 걱정은 다소 이른 감은 있지만 설득력 있는 근거를 갖고 있다.미국출판협회(AAP)에 따르면 양장본 형태의 서적 판매시장은 2008년에 이미 13%나 감소했고, 올해도 지난 7월 말까지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했다. 반면 e북 시장은 그 규모가 미미해 판매액을 다 합쳐도 8150만 달러에 머물고 있다. 전체 출판시장의 1.6% 수준이다.출판업계는 양장본 서적의 판매량 감소액 상당수가 해적판 전자책으로 흡수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AP는 디지털 형태로 불법 복제된 서적 파일이 이른 시일 안에 전체 출판시장의 20∼30%까지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앞으로 출판시장도 MP3가 등장한 이후 음반시장이 겪었던 쇠락의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그렇다면 이를 막기 위해 메이저 음반사가 냅스터를 법정에 세웠던 것처럼 출판업계도 래피드셰어와 한바탕 소송전을 벌일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출판업계 스스로도 회의적이다.에드 매코이드 AAP 이사는 “래피드셰어에 해적판 유통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공문을 보냈더니, 그들은 파일 그 자체만 거래를 중개하는 것이지 공유된 파일 내용은 알 수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는 답변이 왔다”고 말했다.“불법복제가 전체 시장의 30% 잠식” 전망 음반업계가 냅스터와 싸웠던 초기의 논점을 그대로 재현하는 셈이다. 출판업계가 소송에 기력을 쏟아 부을 동안 제2, 제3의 래피드셰어가 나와 소송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던 전례를 누구나 잘 알고 있다.전문가들은 출판업계가 e북 시장을 표준화·양성화하는 데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는 e북 콘텐트 규격의 표준화다. e북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아마존은 AZW라는 표준을 사용하고 있다.경쟁사인 반스앤노블은 PDB를 사용한다. 두 회사는 각기 다른 표준을 내세워 단말기까지 직접 만들어가며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뒤늦게 시장에 진출한 소니·삼성전자·아이리버 등만이 출판협회가 만든 표준 포맷 e-PUB를 채택했다.더 큰 문제는 e-PUB가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는 디지털저작권관리(DRM)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불법복제를 방지하고 유통을 활성화할 수 있는 DRM을 출판업계가 힘을 모아 본궤도에 올려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전자책 시장 관계자들은 음반업계가 냅스터와 소모전을 벌이는 동안 애플이 아이튠스를 통해 MP3 음악파일을 유료화한 사례에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최근 한국형 e북 단말기 ‘스토리(Story)’를 내놓고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김군호 아이리버 사장은 “결국 출판업계의 살길은 저작자, 단말기 제조업체, 유통업체와 손잡고 새로운 상생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9.10.26 17:16

3분 소요
Rip This Book? Not Yet.

산업 일반

The Technologist Rip This Book? Not Yet. Could the publishing industry get napsterized? that was my first thought when I saw the marketing materials for the Atiz BookSnap, the first consumer device that enables you to "release the content" of your books by transforming the printed words on the page into digital files that can be read on computers and handheld e-readers. "It's not a scanner," proclaims a banner on the Atiz Web site. "It's a book ripper." Though ripping (trans-ferring content from an external medium to your computer) does not imply an act of piracy, I couldn't help but wonder whether this was a sign of 1.impending 2.apocalypse on Publishers' Row, a scenario that could end up with people file-sharing John Grisham's latest the way they do now with the newest Vampire Weekend tunes. Then I tested a BookSnap for myself. Short verdict: not a revolution. The device - an 3.ominous meter-high construction draped with a thick black darkroom-style shade - looks like a Goth puppet theater and weighs 20 kilograms. Under the shade is an angled cradle for a book and a glass 4.platen to hold down the pages during scanning. You turn the pages yourself. It costs $1,600, not including the two Canon digital cameras (about $500 each) necessary to capture the page images and send them to your computer, where software transforms the pictures into files that can be read on a screen or an e-book reader. It takes considerable 5.fiddling to get images set up properly. Supposedly, once you get started you can digitize 500 pages per hour, much faster and at higher quality than with flatbed scanners. I never got that far, but I imagine such a 6.feat would require considerable caffeination. Still, the very existence of a consumer book scanner is one of those early warnings of turbulence to come. In the mind of its inventor, Sarasin (Art) Booppanon, scanners will one day become commonplace appliances. Four years ago, Booppanon, 28, who is from Thailand, was a grad student at George Mason University when he got tired of making photocopies from books and tried to make his own technology to get pages into the computer. He hoped to create something that cost less than the machines used by Google and Microsoft to capture entire libraries for their search engines. (These can cost well over $100,000.) He first came up with a $10,000 device designed for commercial use, and then devised the stripped-down BookSnap. All but two of the 14 employees at Atiz are based in Bangkok, where the BookSnap is manufactured at a low cost. Not that publishers seem worried. "I'm not going to lose sleep over the BookSnap," says Pat Schroeder, CEO of the Association of American Publishers. Allan Adler, a lawyer who represents the AAP, has scrutinized the Atiz Web site and tentatively concludes that it focuses on legal uses. His 7.ire is reserved for Google's program to scan collections of libraries and use the contents in its search indexes; the AAP has filed suit against the Google program. But while the publishers worry about snippets of copyrighted works appearing in search engines, the real threat will emerge when some company produces the iPod of e-book readers, whether it's some evolution of Amazon's Kindle device or even an Apple production. (Ignore Steve Jobs's recent proclamation that e-readers make no sense because "people don't read anymore." He once said he didn't believe that people would watch video on tiny screens.) Eventually, electronic readers will become commonplace, creating a demand that won't be met by publisher-authorized releases of copy-protected digital books sold at similar prices to the bound volumes in stores. That's when the idea of ripping books might really catch on, presumably with cheaper, cooler scanners. Remember - Napster happened in a snap. 디지털 책 아직 이르다 출판업계에도 냅스터 바람이 불까(한때 음악업계를 휩쓸었던 냅스터의 음악 파일 무료 공유 서비스를 가리키는 말이다)? 아티즈 북스냅의 마케팅 자료를 보는 순간 떠오른 생각이었다. 아티즈 북스냅은 종이책을 컴퓨터나 전자책 단말기에서 볼 수 있도록 디지털 파일로 변환해 “콘텐트를 유포하는” 최초의 소비자 제품이다. “스캐너가 아니다.” 아티즈 웹사이트에는 이런 배너가 떠 있다. “책 변환장치(ripper)다.” 리핑(ripping, 외부 매체의 내용물을 컴퓨터 콘텐트로 변환한다는 뜻)이 저작권 침해를 암시하지는 않지만, 출판계를 1.엄습하는 2.대재앙의 전조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존 그리샴의 신작 소설이 mp3 음악파일처럼 인터넷에 퍼지는 세상 말이다. 그래서 북스냅을 직접 이용해 봤다. 감상은? 혁신하고는 거리가 멀다. 1m 높이의 구조물에 두꺼운 검은 천을 암실처럼 둘러 3.공포감을 주는 물건이다. 마치 고스족 인형극 무대처럼 생겼다. 무게는 20㎏나 나간다. 장막 안에는 책을 펼쳐 놓을 수 있는 판이 있고 스캔하는 동안 책 페이지를 고정시킬 4.유리판이 있다. 페이지는 손으로 넘겨야 한다. 가격은 1600달러다. 책 내용을 찍어서 컴퓨터로 전송하는 두 대의 캐논 디지털 카메라 값은 포함되지 않았다(한 대에 약 500달러). 컴퓨터로 전송된 사진 파일은 소프트웨어를 통해 PC 화면이나 전자책 단말기에서 읽히는 파일로 변환된다. 이미지를 제대로 옮기려면 상당히 5.손이 많이 간다. 회사 측은 일단 세팅이 되면 한 시간에 500쪽을 옮길 수 있다고 소개한다. 일반 스캐너보다 훨씬 속도가 빠르고 화질도 좋다고 한다. 그 정도까지 해보진 못했지만 500장이나 6.성공하려면 수십 잔의 커피가 필요할 듯하다. 하지만 개인용 책 스캐너가 시판됐다는 자체가 격동의 미래를 예고하는 전조다. 북스냅을 개발한 사라신 (아트) 부파논은 책 스캐너가 언젠가는 일상용품이 되리라고 믿는다. 태국 출신의 부파논(28)은 4년 전 조지 메이슨 대학의 대학원생 시절 책을 복사하는 데 지쳐버린 나머지 직접 종이책을 컴퓨터로 옮기는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도서관 단위로 소장 도서를 디지털화하는 스캐너보다 저렴한 기술을 개발하고자 했다(그런 스캐너는 10만 달러를 호가한다). 처음에 1만 개 정도를 상업적인 용도로 제조했다가 불필요한 기능은 빼고 북스냅을 만들었다. 현재 아티즈의 직원 14명 중 12명이 방콕에서 근무하면서 저비용으로 북스냅을 생산한다. 출판업자들은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북스냅 때문에 잠 못 이루진 않을 것 같다”고 미국출판자협회(AAP)의 CEO 팻 슈로더가 말했다. AAP의 변호사 앨런 애들러는 아티즈의 웹사이트를 살펴본 결과 합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그보다는 도서관 소장 도서를 스캔해 검색 목록에 내용물을 올리는 구글의 서비스에 7.분개한다. AAP는 구글의 디지털 도서관 서비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출판업자들은 검색엔진에 저작물의 일부분이 뜨는 것을 걱정하지만 진짜 위협은 따로 있다. 누군가 ‘아이팟’ 같은 전자책 단말기 제품을 만들어낸다면? 이를테면 아마존의 단말기 ‘킨들’이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거나 애플이 직접 개발할 수도 있겠다. 스티브 잡스는 “사람들이 더 이상 책을 읽지 않기 때문에” 전자책 단말기를 개발할 이유가 없다고 최근 말했지만 무시해도 좋다. 그는 예전에도 사람들이 작은 액정 화면을 통해 동영상을 볼 리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언젠가는 전자책 단말기가 보편화될 것이고 출판사의 승인을 받아 종이책과 비슷한 가격에 판매하는 합법적인 디지털 도서만으로는 그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된다. 그때가 되면 책 리핑이 정말로 주목 받을지 모른다. 아마 더 값싸고 디자인도 근사한 책 스캐너가 나올 것이다. 냅스터 열풍은 눈깜짝할 새 일어났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NOTES 1.impending: (위험 따위가) 임박한, 곧 일어날 듯한, 절박한. Ex. Let’s discuss the impending matter first(우선 시급한 문제부터 협의합시다). 2.apocalypse: 요한계시록, 묵시록, 세계의 종말, 대재앙. 3.ominous: (…의) 전조가 되는. Ex. Ominous clouds have begun to gather over Eastern Europe(동유럽에 암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4.platen: (인쇄기의) 압반, 롤러. 5.fiddle: 시간을 낭비하다, 조작하다. 6.feat: (눈부신) 위업, 공적, 공훈, 묘기, 뛰어난 솜씨. 7.ire: 화, 분노.

2008.03.25 10:36

6분 소요
신흥세력 강자들에 거센 도전

산업 일반

▶지난해 11월 6일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닷컴이 증시에 상장됐다. 현재는 거의 반 토막. 사진은 마윈 알리바바닷컴 회장(왼쪽)과 로널드 아컬리 홍콩증권거래소장. 중국 인터넷 시장은 전쟁 중이다. 기존 3대 포털 사이트인 시나(sina.com)·소후(sohu. com)·왕이(NetEase, 163.com)는 전문화·다각화로 굳건한 3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들은 개방 API 플랫폼 도입 등으로 1인자 자리 사수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신흥 세력인 텅쉰, 바이두, 알리바바의 공세가 무섭다. 신흥 3대 포털의 시가총액은 합해서 100억 달러에 달한다. 신흥 3대 포털 중 텅쉰과 알리바바가 2006년에 1차 충돌한 데 이어 2007년에는 알리바바의 증시 상장 하루 전 바이두가 C2C 전자상거래 분야에 진출한다고 선포하면서 제2라운드를 맞았다. 2007년 초 업계에서는 텅쉰과 바이두가 상대방의 주력시장에 진출, 일대 경쟁을 벌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지금까지는 탐색전에 그치고 있다. 텅쉰은 바이두의 핵심 영역인 검색 분야에서 이렇다 할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고, 바이두 역시 텅쉰이 호령하고 있는 메신저 분야에 본격적으로 진출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세력이 서로 엇비슷하다 보니 상대 진영에 진입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영토 확장 야심이 가장 큰 두 업체는 당분간 뉴스 정보제공을 중심으로 포털 업무에 주력할 태세다. 마화텅 텅쉰 사장은 최근 대대적인 광고 공세를 펼치고 있다. 또 직접 텅쉰의 개별 메뉴 서비스 내용까지 관여하고 있다. 그는 베이징올림픽이라는 호기를 잡아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검색사이트의 절대 지존 바이두는 지난해 뉴스 서비스 허가증을 받았지만 아직까지는 시험운영 단계다. 올림픽과 경제 분야 뉴스 제공에 집중하는 한편 MP3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강화가 바이두의 핵심 전략이다. 이 회사는 홍보 및 시너지 효과를 위해 ‘2007년 엔터테인먼트 시상식’도 개최했다. 시나는 대중적 영향력에서 앞서고, 텅쉰은 유동량에서 우위에 있지만 관계자들은 바이두의 본격적인 뉴스 포털 서비스 제공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뉴스의 생명인 시간 싸움에서 바이두가 한발 앞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타 사이트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바이두의 뉴스 화면 오른쪽에 올라 있다는 설명이다. ‘뉴스는 로봇을 통해 5분마다 자동적으로 갱신됩니다’. 비록 이 검색로봇은 초창기 약간의 문제점을 노출하기도 했지만, 사람이 기계의 속도를 따라가기는 힘들 것 같다. 포털 사이트 간 사활을 건 다툼은 2008년 인터넷 업계에서 가장 치열하고 요란한 전쟁이 될 것 같다. 포털 사이트 순위 구도도 연말에 가면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텅쉰은 ‘대용량 고품질 사이트’를 모토로 공세를 강화하고 있어 시나, 소후와 격차도 축소될 전망이다. 바이두 역시 왕이를 제치고 최전선 대열에 진입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알리바바 상장과 함께 전자상거래 시장 역시 새로운 전기를 맞을 전망이다. 알리바바에 관해 사람들이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회사 상장 당시의 높은 주가와 현재 거의 반 토막 난 주가다. 마윈(馬雲)은 1년 동안 더 이상 매체 인터뷰는 안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오히려 언론매체를 흥분시키는 소식을 연이어 터뜨리고 있다. 마윈이 단행한 일련의 인사 조치는 상장이라는 호재를 빌미로 잉여인력을 감원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근 마윈은 알리바바 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 검색기술센터·P4P 운영센터·매체판매센터 등 3개 센터를 신설했다. 텅쉰과 바이두가 본격적으로 전자상거래 분야에 진출함에 따라 마윈은 2008년 회사 자원을 통합·재배치하는 한편 각 업무 시스템을 정비해 전자상거래 영역을 사수하는 것을 최우선 경영목표로 삼고 있다. 중국야후는 경영 부진으로 뉴미디어·검색·통신 등 3대 사업부 신설을 취소하고, 새로 웹사이트운영부·메일운영부·공정기술부·공공관계마케팅부를 설립했다. 중국야후는 검색분야의 대모 장이펀(張憶芬)을 그룹 P4P 업무 책임자로 전보했다. B2C 시장 역시 올해는 절대 강자의 교체 가능성이 있다. 전통적인 지존인 당당(dangdang.com)과 줘웨(卓越)아마존(amazon.cn)은 후발주자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주요 아이템인 도서 분야는 규모의 한계가 있으며, 동영상 및 음악파일 다운로드 확산으로 기존 CD 시장 역시 크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당당은 새로운 블루오션 개척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으로, 만약 올해 상장 혹은 투자를 받지 못할 경우 B2C 시장 서열에서 징둥마켓(京東商城·360buy.com)에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터넷을 논하면서 온라인게임을 빼놓을 수 없다. ‘2007년 중국 게임 산업 조사보고’에 의하면 2007년 온라인게임 시장 매출액은 전년 대비 61.5% 증가한 105억7000만 위안으로 인터넷 업계의 최대 수익사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보고서는 향후 5년 내 중국의 온라인게임 시장이 두 배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토종 온라인게임이 중국 시장을 접수해 나가면서 더 이상 한국 온라인게임 업체가 설 자리를 찾기 힘들어지고 있다. 2007년 몇몇 온라인게임 회사의 증시 상장 바람이 불면서 자금 사정이 풍부해졌다는 점은 올해 온라인게임 시장의 경쟁과 인재 쟁탈전이 더욱 치열해질 것임을 암시한다. 중소 게임업체 간 합종연횡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온라인 게임업체의 고전 업계 3위인 스위주(史玉株) 쥐런(巨人) 이사장은 대부분 온라인게임이 수준 미달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동종 업계 최저 수준의 이용요금을 받고 있는 쥐런은 채산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네티즌에게 제공하던 인센티브를 조정하는 등 신규 마케팅 전략을 선보일 계획이다. 3년 전 마케팅 실패로 거액의 손실을 입었던 업계 1위 천톈차오(陳天橋) 성다(盛大) 이사장은 올해 대대적인 ‘홈 엔터테인먼트 프로젝트’로 반격에 나설 기세다. 뒤늦게 뛰어든 왕이는 올해 최대 역점 사업으로 온라인게임 분야를 지목했다. 소후 역시 핵심 역량을 관련 기술개발에 투입할 계획으로, 야심작인 ‘천룡팔부(千龍八部)’를 통해 게임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8월 베이징올림픽 개최는 중국 인터넷 포털 업체들에 중요한 시험 무대가 될 전망이다. 베이징올림픽 공식 인터넷 콘텐트 제공업체로 선정된 소후의 장차오양 CEO는 1000만 달러에 이르는 협찬비용이 광고 매출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마화텅 역시 올림픽 기간 중 텅쉰의 다양한 서비스 제공을 확대해 네티즌을 사로잡겠다며 벼르고 있다. 동영상 전문 사이트 업체들도 올림픽을 기회로 도약을 기대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단기간에 이익을 보기는 힘들겠지만, 미국 유튜브와 같은 성공사례와 수익모델을 창출할 수 있기를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올해 1월 31일 ‘인터넷 동영상 제공서비스 관리규정’이 공표되면서 이들의 기대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지난해에만 관련 업체 수가 기존 30여 개에서 300여 개로 불어나고, 1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금이 유입되는 등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지만 정부가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규정에 의하면 동영상 서비스 제공업체는 반드시 국가 통제를 받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의 민간 동영상 공유 업체는 새롭게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개인이 동영상을 올릴 경우에도 규정에 맞는 내용의 동영상만 올릴 수 있으며, 임의로 다운로드하거나 전재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올림픽을 앞두고 저작권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될 것이라는 점도 업체에 부담이다.

2008.03.17 11:11

5분 소요
“TV를 완전히 새롭게 바꾸겠다”

산업 일반

카자·스카이프 창업자들 다음 목표는 인터넷 TV 니클라스 젠스트롬과 야누스 프리스는 한 업계에 뛰어들어 기존 사업모델을 초토화하기로 유명하다. 파괴적 혁신(disruption)이 그들의 장기였다. 음악파일 공유 사이트 카자(Kazaa)로 음반업계에 장송곡이 울려퍼지게 만들었고, 무료 인터넷 전화 스카이프(Skype)로 통신회사들을 할 말 없게 만들었다. 그러다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스카이프를 e베이에 26억 달러에 매각한 후 카자와 음반업계 간의 저작권 소송에 패해 1억 달러를 배상금으로 지불했다. “이번 결과는 우리가 (주요 업계의) 현안을 충분히 포용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덴마크 출신의 프리스(30)가 말했다. 그 후론 조금 색다른 접근을 시도한다. 좀 더 상냥하고 신사적인 ‘파괴’랄까. 이번 표적은 TV다. 이들의 새 프로젝트 ‘주스트(Joost)’는 “사람들의 TV 사용 방식을 바꾸겠다는 목표”라고 스웨덴 출신의 젠스트롬(41)이 말했다. 이번엔 전쟁보다 구애전략이다. 주스트는 방송사에 일말의 위협감도 주지 않으려 애쓴다. 동시에 광고주가 가장 선호하는 광고수단이자 광대역 인터넷만 있다면 누구라도 중독될 최고의 오락매체로 자리 잡으려 한다. 유튜브가 바이어컴과 저작권 소송에 매달리는 동안, 주스트는 재빨리 바이어컴과 콘텐트 협력 계약을 했다. 5월 첫째주 공개된 무료 서비스를 내려받으면 모니터 가득 영상이 뜨면서 컴퓨터가 TV로 변한다. DVD급 화질은 아니지만 볼 만하다. 유사한 다른 벤처와 비교했을 때 주스트의 경쟁력은 카자나 스카이프처럼 P2P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디지털 정보를 빠르고 경제적으로 공급한다는 점이다. 모든 자료가 주문형이므로 방송시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동영상을 보면서 친구들과 온라인 채팅을 즐기는 쌍방향 기능도 있다. 하지만 주스트의 미래는 결국 콘텐트에 달렸다. 창업자들의 신사적인 접근이 여기서 진가를 드러낸다. 현재까지 주스트가 확보한 채널만 100개가 넘는다. MTV의 청춘연애담 ‘라구나 비치’ 같은 그저 그런 프로부터 흘러간 명작 중심의 래시 채널, 격투기 전문 파이트 네트워크, 독립영화 전문 인디플릭스까지 다양하다. 그외 터너사와 계약으로 어덜트 스윔 만화, CNN의 간판 ‘래리 킹 라이브’ 같은 프로그램이 추가됐고, ‘미녀삼총사(TV판)’ 같은 고전을 가진 소니 픽처스 텔레비전과도 계약을 맺었다. 뉴스위크의 취재에 따르면 워너 브러더스(WB) 채널도 곧 이 대열에 동참한다. 브루스 로젠블룸 WB 회장은 주스트용 공상과학 채널을 출범한다고 밝혔다(90년대 인기시리즈 ‘바빌론 5’부터 60년대 코미디 ‘화성인 마틴’까지 다양하게 꾸밀 예정이다). ‘스타의 무명시절’ 채널도 개설 예정이다. 브래드 피트가 무명 시절 출연한 시트콤 ‘성장통(Growing Pains)’ 같은 프로가 방영되는 채널이다. CBS도 가세한다. 여름쯤엔 주스트에서 ‘CSI 과학수사대’를 보게 될 듯하다. “니클라스와 야누스는 온라인 배급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CBS의 퀸시 스미스가 말했다. 스미스는 다른 콘텐트 공급업체처럼 주스트의 보안 기능을 높이 산다. 다른 방송사들도 곧 뒤따를 예정이다. 대다수 방송사는 이미 자사 웹사이트에서 ‘인터넷 다시보기’를 실시하고 아이튠스에 프로그램을 판매한다. 주스트는 업계 전체가 따라오리라 본다. “TV 채널, 프랑스 예술영화, 축구 경기 등 모든 전문 콘텐트 방영권을 따내는 게 내 일”이라고 주스트의 콘텐트 총책임자 이베트 알베르딩크 타임이 말했다. 안방 TV처럼 주스트도 광고 수익으로 비용을 충당한다. 하지만 1시간에 단 3분만 광고를 내보낸다. “맞춤 광고를 내보내고 쌍방향 요소를 곁들이기 때문에 광고비를 더 받는다”고 주스트의 광고 영업을 지휘하는 데이비드 클라크가 밝혔다. 주스트에 따르면 휼렛패커드, 코카콜라, 나이키 같은 우량기업 광고주들이 이미 계약을 마쳤다. 만약 주스트 같은 서비스가 프로그램을 충분히 갖춰 사람들이 케이블 방송 시청료를 더 이상 못 내겠다고 한다면? 주스트 창업자들은 불필요한 말썽을 일으키지 않으려는 듯 말을 아낀다. “너무 앞서가서는 안 된다”고 젠스트롬은 말했다. 그는 스카이프가 나왔어도 기존 장거리 전화 서비스는 멀쩡하지 않으냐고 지적했다. 물론 주스트는 인터넷 TV가 보편화돼 그저 ‘TV’로 불리는 세상을 꿈꾸는 수십 개의 회사 중 하나일 뿐이다. 또 방송 계약도 독점이 아니므로 그들이 우세하리란 보장도 없다. “동종업체와 경쟁구도를 의식하진 않는다”고 젠스트롬이 말했다. “사용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가능한 한 많은 콘텐트를 확보해 우리의 비전을 실천하려 할 뿐이다.” 주스트가 TV 업계의 판도를 뒤엎는 데 성공해도 두 창업자는 은퇴해 인터넷 TV나 즐길 생각이 없다. “난 TV를 안 본다”고 프리스가 말했다. 아마 또 어떤 사업을 뜯어고칠까 궁리하는 모양이다. 파괴적이든 아니든. With EMILY FLYNN VENCAT in London

2007.05.22 15:50

3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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