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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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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삭감도 견뎠는데...신준호 퇴직금만 30억”…푸르밀 사태, 후폭풍 계속

유통

유제품 전문 기업 푸르밀이 사업 종료를 발표하면서 한순간에 직장을 잃게 된 직원들이 일방적인 해고에 반발하며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경영진의 무능으로 회사가 위기를 맞았으나 책임을 직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푸르밀 노동조합은 최근 성명을 내고 “푸르밀 오너의 무분별한 일방적인 전직원 해고에 대해 비통함을 느끼며 전직원의 간절한 심정을 표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푸르밀은 지난 17일 전 직원 약 400명에게 다음달 30일자로 사업을 종료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정리 해고를 통지했다. 푸르밀은 당시 “4년 이상 적자가 누적돼 특단의 대책을 찾아 봤지만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없어 부득이하게 사업을 종료하게 됐다”며 “불가피한 사정에 따라 정리해고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적자가 지속된 푸르밀의 재정상황은 회사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소비자 성향에 따른 사업다각화 및 신설라인 투자 등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했으나 안일한 주먹구구식의 영업을 해왔다. 모든 적자의 원인이 오너의 경영 무능에서 비롯됐으나 전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불법적인 해고를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 측은 신준호 회장의 차남인 신동환 대표가 취임해 오너 체제로 전환한 뒤부터 위기가 찾아왔다고 주장했다. 신 대표가 취임한 2018년 1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을 했고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영업손실액은 89억원, 113억원, 124억원으로 점점 불어났다는 것이다. 노조는 회사 정상화를 임금 삭감과 공장 인원 축소를 감내했지만 신 회장의 급여는 그대로였고 심지어 올해 초 퇴사하면서 퇴직금 30억원까지 챙겨갔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신준호 회장은 올해 초 푸르밀에서 퇴사한 이후에도 서울 영등포에 소재하는 본사로 출퇴근을 하며 모든 업무지시 및 보고를 받고 있으며 직원들 해고를 지시하고 있다”며 “이는 350명 직원들의 가정을 파탄시키며 죽음으로 내모는 살인 행위”라며 “신준호, 신동환 부자를 강력 규탄한다”고 말했다. 한편 푸르밀은 1978년 롯데그룹 산하 롯데유업으로 출발했다가 2007년 4월 그룹에서 분사했고 2009년 사명을 푸르밀로 바꿨다. 분사 당시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인 신준호 회장이 지분을 100% 인수했고, 지난해부터는 신 회장의 차남인 신동환 대표가 단독으로 회사를 이끌어 왔다. 송현주 기자 shj1004@edaily.co.kr

2022.10.20 18:12

2분 소요
‘주4일+얇은지갑’ VS ‘주40시간+임금보존’…당신의 선택은

정책이슈

정치권이 쏘아 올린 ‘주4일제’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됐다. 지난 4월 서울시장 선거에 이어 이번엔 대선 주자들마다 잇따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주4일제가 근로시간 단축이 근로자 복지 향상과 노동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임금 조정, 일자리 감소 등 노사 갈등으로 기업 경쟁력 감소를 불러올지 의견이 분분하다. 이런 가운데, 근로자들조차 긍정 의견과 부정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워라밸’(work-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 확보를 기대하지만, 한편에선 업종이나 고용형태에 따라 임금이 줄어드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는 주4일제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주4.5일제로 공약 경쟁을 벌였다. 이번에도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 심상정 정의당 의원, 양승조 충남도지사 등 내년 3월 대선에 나선 주자들마다 주4일제 도입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기상조라며 반대하던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도 “노인 일자리 확대에 활용하겠다”며 한발자국 물러섰다. 주4일제 본격 논의는 이제 시작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재택근무와 유연근무 등 다양한 근무형태가 자리 잡으면서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커진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두고 주4일제 등 근로시간 단축이 중요한 의제로 검토될 전망이다. ━ 근로자들 “노동시간 줄면, 생산성 높아질 것” 근로자들은 주4일제를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지난 8월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성인 4155명을 대상으로 주4일제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약 83.6%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휴식권 보장과 워라밸 문화 정착’(72.4%·복수응답), ‘충분한 재충전을 통한 업무 효율 향상’(51.7%)을 장점으로 꼽은 사람이 가장 많았다. ▶건강 관리(32.1%) ▶휴일 증가로 인한 내수 진작과 경제 성장(21.2%) ▶자녀 돌봄(20.1%) 등의 이유도 뒤를 이었다. 주4일제가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일과 휴식의 균형을 맞추면서도 업무 효율성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근무시간 단축의 필요성이 근로자들에게 힘을 얻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이 상대적으로 길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들의 노동시간(지난해 연간 기준)을 보면, 한국은 1908시간이었다. OECD 국가 중 근로자의 노동시간이 우리보다 긴 나라는 콜롬비아(2172시간)·멕시코(2124시간)·코스타리카(1913시간) 뿐이었다. 독일(1332시간)·덴마크(1346시간)·영국(1367시간)·노르웨이(1369시간)·네덜란드(1399시간) 등 유럽 선진국들의 노동시간은 우리나라의 70%에 불과했다. 한국 근로자들은 이렇게 장시간 일하면서도 노동생산성은 하위권으로 조사됐다. 1일 OECD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GDP per hour worked)은 41.8달러(한화 약 4만9100원)로 확인됐다. 노동생산성을 집계한 42개국 중 28위다. 반면 근로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은 유럽 회원국들 가운데 노르웨이(85.5달러)·덴마크(75.4달러)·네덜란드(67달러)·독일(66.9달러)·영국(61.3달러) 등은 한국보다 시간당 20달러가량 생산성이 높았다. 이들 나라의 근로자들은 적은 시간을 효율성 있게 일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한국의 야근 문화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시간 업무로 인해 업무 집중도와 효율성이 함께 떨어지는 역효과가 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단축 근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 “노동유연성 높은 유럽 국가들과 단순 비교 어려워” 하지만 근로시간과 노동생산성을 유럽 국가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반박도 있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자영업자 비중이 높아 이들이 긴 시간을 일한다는 것이다. 반면 유럽은 단시간 근로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시간을 줄인다고 무조건 노동생산성이 향상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생산성이 낮은데 근로시간만 줄이면, 기업 경쟁력만 약화할 수 있다는 비판이 경영계에서 제기되는 이유다. 경영계는 우리나라가 노동유연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문제로 지적한다. 현 상황에서 근무시간만 줄이면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4월 발표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앞서 언급한 덴마크·노르웨이·독일·네덜란드 4개국의 세계경제포럼(WEF) 노동유연성 평가 점수 평균은 68.9점이었다. 반면 한국은 54.1점을 받아 OECD 37개국 중 35위를 차지했다. 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들은 장시간 일하면서도 노동생산성은 하위권으로 조사됐다.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단축 근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주4일제를 도입한 기업들 중엔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대신 월급을 삭감한 기업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주4일제 시행에 부정적 시선을 보내는 근로자들도 있다. 그렇다고 한국에서 주 4일제를 도입한 기업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배달의민족·카카오게임즈 등 정보통신(IT) 업계는 인재 영입 수단으로 주4일제를 전면 내세우고 있는 추세다. 2015년부터 주4.5일제를 시행 중인 배달의민족 임직원들은 매주 월요일 오후 1시 출근하고 있다. 숙박앱 ‘여기 어때’도 같은 제도를 2017년부터 도입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4월부터 ‘놀금(노는 금요일)’을 격주로 운영 중이다. 롯데면세점이나 신라면세점도 주4일제를 하고 있다. 문제는 주4일제를 도입한 기업들 중엔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대신 월급을 삭감한 기업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주4일제 시행에 부정적 시선을 보내는 근로자들도 있다. 지난 8월 ‘사람인’ 조사에 따르면 주4일제에 반대하는 응답자 가운데 60.4%(복수응답)는 그 이유로 ‘임금 삭감 가능성’을 우선 꼽았다. 이와 함께 ▶업무 강도 상승(45.3%) ▶업무 감각과 생산성 하락(19.6%) ▶상대적 박탈감(15.4%) ▶기업 경쟁력 악화·성장 둔화(15.1%) 등을 반대 이유로 제시했다. 대체로 임금삭감과 노동 양극화를 우려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우려는 우리나라에 주5일제가 도입된 이듬해인 2005년에 이미 불거진 바 있다. 이경재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주5일제 시행 이후 사업장 규모별 양극화가 심해진 것이 확인됐다. 5인 이상 사업장과 500인 이상 사업장의 평균임금 격차가 2004년 92만7000원에서 2005년 103만4000원으로 벌어진 것이다. 5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의 경우 근로시간은 더 큰 폭으로 줄어든 반면, 법정근로시간이 단축되면서 그만큼 초과근무 수당을 더 많이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주52시간제와 주5일제 시행이 임금 감소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올해 10월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근로자의 91.8%가 52시간제로 ‘임금이 감소’했다고 답했으며, 71.3%(복수응답)가 임금 감소에 별다른 대책이 없으며 40.8%는 ‘투잡’(2개 직업)을 뛰고 있다고 밝혔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경제학)는 주4일제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 교수는 “근로 형태가 업종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코로나19 이후 법정근로시간 자체가 의미가 없는 시대가 왔다”면서 “주4일제 논의도 정치적 논의로 촉발됐을 뿐 사람들이 크게 호응할 것 같지는 않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재택 위주로 일하고 있는 근로자를 예로 들며 “주5일에서 주4일로 근로시간을 줄일 테니 임금도 깎자고 하면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주4일제의 방향성을 긍정하면서 도입을 위한 실험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주4일제는 해외에서도 아이슬란드·스페인 등 소수 국가에서만 실험에 나섰다. 아직 어떤 효과가 있을지, 우리나라에서 어떤 구조로 도입할지에 대해서 나온 것도 없는 데 논의 자체를 못하게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동환경 개선에 대한 요구뿐만 아니라, 탄소중립 대응이나 산업재해 감소 등의 이유로 주4일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측도 있다”면서 “이제 첫 단추를 끼워야 하는 만큼, 일방적인 찬반보다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지원 기자 jung.jeewon1@joongang.co.kr

2021.11.02 16:13

5분 소요
내일 쌍용차 운명 갈린다…자구안 놓고 노조 투표 시작

자동차

쌍용자동차의 운명이 걸린 투표가 시작됐다. 쌍용차가 최대 2년간 직원 절반이 무급 휴직하는 내용 등을 뼈대로 한 자구안을 놓고 7∼8일 노조 찬반투표를 시작했다. 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노조는 자구안 찬반을 놓고 이날 오후 3시 40분~5시 40분 야간조, 다음날인 8일 오전 7~9시 주간조 투표를 진행한다. 노조의 자구안 수용 여부는 이르면 8일 중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쌍용차는 2년간의 무급휴직 관련 인건비 자구안을 마련해 지난 1일 노조 측에 전달했다. 노조는 지난 2일부터 평택·정비지부·4창원지부에서 조합원을 대상으로 자구안에 대한 설명회를 진행했다. 쌍용차 자구안은 1년간 기술직 50%, 사무직 30% 인원에 대해 무급휴직을 시행하고, 1년 후 판매 등 경영 상황을 고려해 무급휴직 유지 여부를 재협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기존에 진행 중이던 임금 삭감과 복리 후생 중단 기간도 2023년 6월까지 2년 더 연장한다. 임원 임금은 이달부터 20% 더 삭감한 40%를 줄이기로 했다. 또 임금협상을 제외한 단체협상 변경 주기를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바꾸고, 경영정상화 때까지 임금 인상을 자제하는 한편 파업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자구안에 포함했다. 앞서 노조는 “일방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인력 감축을 적극 반대했으며, 이에 따라 자구안도 구조조정보다 수위가 낮은 무급 휴직으로 제한됐다. 하지만 일부 노조원을 중심으로 사측의 자구안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이 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09년 쌍용차 사태 당시 해고된 노동자의 복직이 작년 5월 마무리됐으며 경영난으로 50%의 임금만 받는 상황에서 장기간의 무급휴직까지 감당하기 힘들다는 이유다. 정일권 쌍용차 노조위원장은 이날 담화문을 내고 “자구안은 전체 조합원이 살 수 있는 최선의 완전고용 방안이며 현실을 직시하고 헤쳐 나가야 하는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쌍용차의 현실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며 “쌍용차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전환하고 지원의 당위성을 입증하기 위해 외부에 생존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지난해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가 신규 투자 계획을 철회하면서 새로운 투자자를 물색해왔다. 산업은행과 마힌드라,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와 4자 협의체를 구성하고 매각 협상을 진행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지난 4월부터는 법원의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쌍용차는 자구안이 가결되면 이를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쌍용차의 회생 의지를 법원에 호소하는 셈이다.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를 평가하는 조사위원단의 조사보고서는 오는 30일 제출될 예정이다. 법원은 이 보고서를 포함한 여러 자료를 검토해 쌍용차의 회생(매각) 또는 청산을 결정한다. 자구안이 부결되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미 쌍용차에 ‘생즉사 사즉생(살려고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산다는 뜻)’의 각오를 요구하는 등 '뼈를 깎는' 고통 분담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구 계획이 불발되면 정부의 지원 명분도 그만큼 약해질 수밖에 없다. 동시에 법원의 회생 결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2021.06.07 18:47

2분 소요
[코로나 시대, 에어비앤비의 위기 극복법] ‘온라인 체험 서비스’로 여행은 계속 된다

산업 일반

‘여행 가뭄’ 시대에 턴어라운드 성공… 근거리여행·장기투숙 프로그램 등 각광 요리 블로그와 유튜버를 운영하는 박호근씨는 지난 7월 에어비앤비의 온라인 체험 호스트로 선정됐다. 이전까지 박씨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하는 외국인 여행객을 대상으로 영어 쿠킹클래스를 열곤 했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발길이 뚝 끊긴 터였다. 이용자들은 에어비앤비에서 원하는 시간대를 예약하고, 화상플랫폼 줌(Zoom)을 통해 실시간으로 한국요리 체험을 할 수 있다.에어비앤비는 지난해 4월 온라인 체험 서비스를 글로벌 출시했다. 코로나19로 수익에 타격을 입은 호스트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에어비앤비는 호스트에게 줌 무료 이용권을 제공하고, 온라인 콘텐트 기획과 녹화를 도와주는 등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한다. 온라인 체험은 전통음식 쿠킹클래스부터 ‘양과 함께하는 명상’이나 ‘중세 흑사병 의사와 함께 떠나는 프라하 탐방’ ‘세계 최고의 커피 마스터 클래스’ 등 다양하고 흥미롭다.에어비앤비는 지난해 5월 대규모 감축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7500여명 직원 가운데 1900여명에 대해 일시적인 정리해고 계획을 밝혔다. 브라이언체스키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코로나19로 전 세계 여행이 중단되면서 우리는 일생 중 가장 참혹한 위기를 겪고 있다”면서 “올해 매출이 지난해 절반에도 못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 직원 7500명 중 1900명 정리해고 위기 겪어 여행객이 급감하며 에어비앤비는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이 3억2548만 달러 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2분기에는 5억8321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상반기에만 10억 달러(약 1조17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 임직원의 임금 삭감과 마케팅 비용 절감 등을 총동원해 코로나19 위기를 타계해나가겠다고 밝혔지만 전체 직원 25%의 해고조치가 불가피했다. 연내 상장을 위해 2020년 4월 중 예정됐던 기업공개(IPO)는 무기한 연기됐고, 항공수송과 영화제작 등 비 핵심사업에 대한 투자도 전면 철회했다.이때까지만 해도 ‘공유경제’의 성공모델인 에어비앤비의 몰락은 예정된 수순으로 보였다. 전 세계 관광업계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데다 개인의 집을 빌리는 공유숙박의 특성상 대형 호텔 체인에 비해 방역에 취약할 것이라는 점이 치명적인 약점으로 거론됐다. 업계에선 “에어비앤비의 성공신화는 여기까지”라는 비관론이 팽배했다.그러나 에어비앤비의 위기는 길지 않았다. 2020년 3분기 영업이익 4억1873만 달러를 기록하며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한 차례 연기 후 12월 이뤄진 미국 나스닥 상장은 첫날 시가총액 100조원을 돌파하며 ‘대박’을 쳤다. 이는 글로벌 1위 호텔체인 메리어트인터내셔널(420억 달러)과 2위 힐튼월드와이드(290억 달러)의 시총을 합한 것보다도 큰 수치다. 세계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익스피디아에 비해선 다섯 배나 큰 규모다. 에어비앤비 주가는 더욱 급등해 1월 현재 시총이 1130억 달러에 이른다.위기 속에서도 에어비앤비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에어비앤비는 온라인 체험을 론칭한데 이어 애플리케이션(앱)과 홈페이지를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기존에는 뉴욕·파리 등 누구나 선망하는 대도시 여행과 숙소를 전면에 내세웠다면 코로나19 시대에 맞춰 이용자가 사는 지역 인근의 숙소를 소개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실제로 에어비앤비 플랫폼의 단거리 여행(50마일 이하)과 중거리 여행(50~500마일)의 예약 건수는 2020년 6~9월 내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특히 휴가철인 7월엔 단거리 여행(430만 건)과 중거리 여행(1460만 건)의 예약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1.0%, 21.0% 늘었다. 브라이언 체스키 CEO는 1월 15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이후 여행 판도가 영원히 뒤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여행객들은 더 이상 (뉴욕)타임스스퀘어를 동경하지 않는다”면서 “코로나19 사태로 유명 관광지보다는 소도시를 선호하고, 친구나 가족 방문이 늘 것”이라고 덧붙였다. ━ 비대면 트렌드에 독채 형태 숙소 인기 코로나 시대에 재택근무 등이 일상화되며 다른 지역에서 장기간 투숙하는 방식도 각광받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28일 이상의 장기투숙 예약 건수가 늘자 아예 ‘장기 숙박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에어비앤비 측은 “장기투숙 예약은 지난해 5월 460만 건에서 꾸준히 증가해 9월 기준 540만 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체스키는 앞으로 ‘디지털 유목민’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영상회의를 통해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신들이 한 도시에 묶여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며 “예전에는 일 때문에 여행을 많이 하고, 스크린(화면)을 통해서는 즐거움을 얻었지만 앞으로는 그 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재택근무를 하는 기업이 늘면서 출퇴근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며 “비대면 트렌드가 지속되는 것 또한 독채 형태의 숙소가 대부분인 에어비앤비에게는 호재”라고 말했다. 국내 한 호텔 임원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여행에 대한 갈증은 더 심화됐다”며 “에어비앤비가 이러한 틈새를 발 빠르게 파고든 덕분에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에어비앤비는 최근 ‘2021년 여행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람들은 코로나 이후에도 비즈니스 출장보다는 가족과 친구를 방문하기 위한 여행을 우선시하고 있다. 여행객의 약 56%가 ‘국내 또는 현지 목적지를 선호한다’고 답했으며, 응답자 5명 중 1명은 ‘목적지가 자택에서 운전 가능한 거리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여행자의 51%가 ‘주요 관광지가 아닌 지역사회에 더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더라도 당분간 인기 여행지에 대한 선호도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체스키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대중 여행이 아니라 의미 있는 여행”이라며 “이들을 만나는 것이 앞으로 수년 동안 에어비앤비의 초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2021.02.0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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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반도체 호황 꺾이고 스마트폰 점유율 줄면…

산업 일반

기술 격차 더 벌리는 ‘초(超)격차 전략’으로 대응 … 경영난 처한 일부 계열사도 고민거리 삼성그룹의 지난 한 해는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뇌물 공여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총수 부재라는 초대형 오너 리스크에 휩싸인 삼성은 고강도의 쇄신안을 꺼내들었다. 1959년 고 이병철 창업주 시절부터 그룹 컨트롤타워로 기능해온 미래전략실(미전실)을 58년 만인 지난해 3월부로 공식 해체했다. 총수 일가와 미전실 중심의 구시대적 경영 방식에서 벗어나겠다는 취지에서다.미전실은 삼성이 본격적인 성장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1970년대부터 그룹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면서 중심을 잡아주는 기능을 했다. 그런 미전실의 해체는 삼성의 59개 전 계열사가 자율경영 체제로 전환한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총수 부재에다 그룹의 신사업 발굴과 브랜드 관리, 계열사 간 중복 사업 정리 같은 순기능을 했던 미전실까지 해체되면서 전례 없던 리더십 공백 상황에 처하게 된 삼성의 위기감은 그만큼 고조됐다.잇단 악재와 우려에도, 삼성은 삼성이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240조원의 매출, 54조원의 영업이익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세계적인 호황을 맞은 반도체 부문이 선봉에서 전체 실적을 이끌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52.6% 증가한 약 65조원(잠정치)에 달했다. 미국의 인텔을 제치고 24년만에 반도체 매출 세계 1위 자리에 올랐다. 다른 계열사도 삼성중공업 등 일부를 제외하면 양호한 실적을 올렸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8500억원대로 전년(1395억원) 대비 6배 수준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기·삼성SDI·삼성SDS 등도 실적이 개선됐다. ━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로 전환 다만 앞으로가 문제다. 우선 핵심 회사인 삼성전자가 ‘반도체 착시’에서 벗어났을 때, 즉 호황을 누렸던 반도체 부문에서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실적 거품이 꺼졌을 때도 여전히 고무적인 성과를 낼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시장 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호황에도 2017~2022년 사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매출의 연평균 성장률이 5.2%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세계 메모리 반도체 매출이 전년 대비 58% 급증한 것은 일시 현상에 불과했다는 진단이다. 메모리 반도체인 낸드플래시·D램이 주력 제품인 삼성전자로선 달갑지 않은 전망이다.다른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도 올해를 지나 내년부터 메모리 반도체시장이 과잉 공급으로 고전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가트너의 앤드루 노드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1위는 사상누각(built on sand)”이라며 “치솟았던 낸드플래시·D램의 평균판매단가(ASP)가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능력 확충으로 올해와 내년부터 하락해 수익성이 떨어지고, (추격자인) 미국 업체 브로드컴이 퀄컴과 NXP 인수·합병(M&A)을 마무리하면 삼성전자는 3위로 내려앉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수입국인 중국은 2015년 정부가 나서 10년 간 1조 위안(약 167조원)을 반도체산업에 투자하겠다고 선언하면서 JHICC 같은 기업이 한국과 기술 격차를 줄이는 데 나섰다.삼성전자는 경쟁 상대와의 격차를 더 벌리는 ‘초(超)격차 전략’으로 맞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약했던 파운드리(위탁생산)와 인텔의 주력 제품인 시스템 반도체 부문 강화에도 힘쓴다는 전략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열린 반도체 부문 글로벌전략회의에서 이런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적어도 반도체시장의 성장세가 한풀 꺾일 것 같다는 데 대한 위기의식을 공유했다”고 전했다.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가 된 가운데 인터넷·모바일(IM) 부문에서 실적이 기대에 다소 못 미치고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IM 부문 영업이익이 2조5000억원대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비자가전(CE) 등 주요 사업 부문 중 유일하게 전분기 대비 감소했다. 지난 수년 간 세계 스마트폰시장은 신규 수요가 줄면서 성장세가 둔화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화웨이 같은 중국 업체의 공세도 거세졌다. CE 부문에서도 극복할 과제가 있다. 야심차게 내세운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TV가 LG전자를 필두로 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진영의 협공에 고전하고 있어서다.이 두 가지 문제에도 삼성전자는 초격차 전략으로 맞선다는 방침이다. 화면을 펼쳤다가 접을 수 있는 신기술로 만든 일명 ‘폴더블(foldable) 스마트폰’이 올해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압도적인 기술 우위로 교체 수요 확대와 신규 수요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계획이다. 또 ‘마이크로 LED’라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적용, 화질이 개선된 TV 제조로 OLED 진영에 반격할 채비를 했다. ━ 삼성생명의 금융 지주사 전환 속도 낼까 그룹 차원에서 또 다른 고민거리는 업황 침체로 경영난에 처한 일부 계열사들의 상태를 어떻게 호전시키느냐다. 삼성중공업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7조9000억원대의 매출, 46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올해 매출이 2조8000억원가량 더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회사 측은 최근 임직원 임금 삭감과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나섰다. 또 오는 5월까지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1월 주주총회에서 “앞으로는 좋아질 일만 남았다”며 주주들에게 계속 믿어달라고 호소했다.이 밖에 삼성은 금융 부문 계열사의 재편이라는 현안을 안고 있다. 그룹 측은 금융 계열사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의 금융 지주사 전환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카드가 2016년 이후 잇따라 사들인 자사주가 금융 계열사 재편에 쓰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생명이 금융 지주사가 되려면 자회사들 지분 30% 이상을 보유해야 하는데, 현재 삼성증권(29.41%)과 삼성화재(14.98%)에 대한 지분율을 추가로 높여야만 금융 지주사 요건이 충족되는 상황이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카드는 이익잉여금이 풍부한 회사”라며 “삼성생명이 삼성카드의 자본을 활용하면 자회사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는 데 수월할 것”으로 예상했다.

2018.02.0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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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넘긴 기업 구조조정] 금호타이어·성동조선해양·STX조선 운명은

산업 일반

인력 축소, 임금 반납 등 자구노력이 필수 … 올 상반기에 꼬인 실타래 풀릴지 관심 금호타이어·성동조선해양·STX조선 등 주요 부실 기업의 구조조정이 결국 해를 넘겼다. 구조조정이 계속 미뤄지면서 이들 기업의 ‘생존 골든타임’을 놓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이들 기업은 당초 지난해 구조조정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었고, 새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에 뭉그적대는 사이 기업별 구조조정 사안은 되레 꼬이고 있다. 금호타이어만 해도 자구안(경영정상화방안) 마련을 위한 노사 교섭이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12월 12일 노조에 임금 삭감과 정리해고를 골자로 한 자구안을 제시했으나, 뒤이어 열린 노사 교섭은 30분 만에 결렬됐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자구안 협상 파행이 이어지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같은 달 28일이던 1조3000억원 규모의 채권만기를 한 달 더 연장했다. 앞서 채권단은 지난해 9월이던 채권만기를 12월로 한 차례 연장한 바 있다. 석달 간 실사를 거쳐 12월 안에 최종 처리 방안을 마련할 셈이었지만, 자구안 협상 파행만 거듭하다 결국 해를 넘기고 말았다.이들 기업의 구조조정이 해를 넘기게 된 건 정부가 구조조정에 대해 결정을 못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정치권과 지역사회의 눈치를 보느라 뜸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출범 7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8일에서야 처음으로 구조조정 등을 논의하는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었다. 2016년 한진해운 청산 과정에서 겪은 논란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당시 정부는 “산업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금융 논리로만 결정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어떤 이유로든 부실 기업의 구조조정에 뜸을 들이면 부작용만 커질 수밖에 없다. 금호타이어 등 주요 부실 기업은 물론 신용공여액이 500억원 이상인 대기업 중 구조조정 대상만 25곳에 이른다. 이자도 못 갚는 한계기업 3100여곳의 구조조정도 서둘러야 할 처지다. 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신속하게 진단하고 살릴 수 있는 기업은 하루라도 빨리 경쟁력 회복 작업에 나서야 (구조조정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 등 채권단도 같은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실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곧바로 구조조정을 통해 최대한 빨리 살려내는 게 중요하다”며 “결정이 늦어질수록 기업의 회복 가능성도 작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은 실사만 서너 번씩 받으면서 지칠 대로 지쳤다. 특히 조선산업은 정부가 2015년부터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만신창이다. STX조선해양은 지난해에만 세 차례 실사를 받았고, 성동조선해양은 2016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실사를 받았다. ━ 미적거리던 정부, 시장 중심 구조조정 추진 정부는 뒤늦게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뛰어들었다. 정부는 지난해 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선제적 부실 예방, 국책 은행이 아니라 시장 중심, 산업·금융 측면의 균형’이라는 ‘신(新) 기업구조조정 추진 방향’을 설정했다. 국책은행 중심으로 이뤄졌던 구조조정의 기본 틀을 바꿔 산업적 측면을 고려한 ‘시장 중심’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2016년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다는 회계논리에 따라 세계 7위 대형선사 한진해운을 퇴출시킨 입장과 사뭇 달라진 것이다. 우선 정부는 산업진단시스템을 구축해 사전적 구조조정 체계를 만들 계획이다.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등 유관부처와 한국개발연구원(KDI)·산업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 금융감독원·산업은행 등이 협의를 통해 산업 진단이 필요한 주요 업종을 선정해 정기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점검 결과를 토대로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시장 중심의 상시 구조조정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기존 채권단 중심의 자율협약, 워크아웃 등의 구조조정 방식에서 벗어나 자본시장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책금융기관과 민간의 매칭을 통해 1조원 규모의 ‘구조조정 펀드(기업구조혁신펀드, 박스기사 참조)’를 만들 계획이다. 또 조선업과 같이 국민 경제에 영향이 크고, 산업 전반이 부진한 경우 산업적 측면을 적극 고려해 최종 처리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정부는 또 올해 1분기에 조선·해운·자동차 등 수출 주력 산업에 대한 지원 및 구조조정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경영 위기에 처한 STX조선해양 등 중견 조선사에 대한 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의 경우 LNG 추진선 등 고부가 선박 발주를 지원하고, LNG 벙커링(LNG를 선박용 연료로 주입하는 것) 산업 활성화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해운업 분야에선 올 상반기 한국해양진흥공사를 부산에 설립해 선박 확충, 화물 확보 등 분야별 경쟁력 확보 전략을 마련할 방침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안이 되고 있는 일부 중견 조선사에 대해서는 외부 컨설팅을 거쳐 산업과 금융 측면을 균형 있게 고려해 빠른 시간 내에 처리 방안이 마련되도록 하겠다”며 “방안이 마련되면 과감하고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성동조선해양·STX조선해양을 찾아 경영진·근로자와 간담회를 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구조조정시 재무적 측면뿐만 아니라 산업적 측면이 균형 있게 반영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조선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곧 혁신성장 전략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 금호타이어 ‘P플랜(프리패키지드 플랜)’ 적용 가능성 작아 뒤늦게나마 정부가 부실 기업 구조조정에 적극 나섬에 따라 꼬여만 가던 주요 부실 기업의 운명도 올 상반기에는 어떤 식으로든 결판이 날 전망이다. 가장 먼저 구조조정 방안이 나올 가능성이 큰 곳은 금호타이어다. 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올해 초 경영 정상화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기본 방향은 회사 경쟁력을 살리는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일명 단기 법정관리인 ‘P플랜(프리패키지드 플랜)’ 가능성은 작다는 게 채권단의 설명이다.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은 2월까지 외부 컨설팅을 받는다. 정부는 두 조선사의 경쟁력을 진단하기 위해 조선해양플랜트산업협회를 주관으로 하는 외부 컨설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조만간 컨설팅 수행기관을 선정하고 신속하게 진행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컨설팅을 언제까지 끝내겠다는 기간을 정해놓은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진단을 끝낼 방침”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기존 재무실사 결과와 컨설팅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두 조선사 처리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마지막 남은 문제는 부실 기업의 자구노력이다. 산업적 측면을 고려한다고 해도 기업의 자구노력 의지가 얼마나 있는지가 채권단을 움직이는 핵심 키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태껏 구조조정 기업이 고통분담을 통한 자구노력 없이 되살아난 예는 없다. 결국 인력 축소나 임금 반납 등을 포함한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인력 감축 등에 대한 노사 합의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당장 금호타이어 노조(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는 12월 29일 채권단과 정부에 부채 감면과 구조조정 중단을 요구하며 상경투쟁을 벌였다. 금속노조 성동조선지회와 STX조선지회도 일방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중단하라며 매주 상경투쟁을 벌이고 있다. 더구나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이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남발하면 문제가 더 꼬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하지만 이 엇갈림 속에서도 내재가치가 높아질 상품을 고른다면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수 있다. 한번 균형을 이탈한 시장은 자동조절 기능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금융시장에서는 어느 한 쪽에서 가격이 크게 움직이면 이를 완화·상쇄하는 반대 거래가 이뤄져 균형을 이루는 모습을 보여왔다”며 “이럴때 내재가치가 높은 종목은 성공투자의 시금석이 된다”고 말했다.그는 앞으로 금융투자 관련 책을 두 권 더 낼 생각이다. 두 번째 책은 이미 집필을 시작했다. 저자는 “고령화 사회 진입을 목전에 앞둔 한국적 상황을 고려할 때 이자소득에 의존해서 살기는 어려워진다”며 “저성장,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시대에는 기본에 충실하고 균형감을 잃지 않은 투자가 필요한 만큼 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지침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 1조원대 기업구조혁신펀드 출범 - 8개 은행 5000억원 출자…중소·중견기업 구조조정 지원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1조원 규모의 ‘기업구조혁신펀드’가 4월 운영을 시작한다. 기업 구조조정의 주체를 정책금융기관이 아닌 민간 자본시장으로 바꾸겠다는 정부의 전략에 따른 것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8일 8개 은행(산업·수출입·기업·우리·농협·KEB하나·KB국민·신한은행)과 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성장금융는 올해 2월까지 기업구조혁신펀드 모(母)펀드에 총 5000억원을 출자키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정부는 모펀드 규모 이상으로 민간투자자를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전체 펀드 규모는 1조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기업구조혁신펀드 조성은 지난 4월 금융위가 발표한 ‘신(新) 기업구조조정 방안’ 중 하나다. 산은·수은 같은 정책금융기관이 직접 구조조정을 이끄는 대신 자본시장에 구조조정을 맡기는 형태다. 민간 사모펀드(PEF)가 부실 기업 채권을 인수해서 경영 정상화를 꾀하는 방식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이뤄진다. 다만 지금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규모의 사모펀드가 없다. 따라서 은행과 정책금융기관이 기업구조혁신펀드에 5000억원을 출자해 판을 키우려는 것이다.기업구조혁신펀드의 자금은 중소·중견기업에게 주로 공급할 전망이다. 지원 대상 기업이나 규모가 딱 정해져 있지 않지만 펀드 규모가 1조원 정도이기 때문에 대기업은 지원하기 어렵다. 중소·중견기업 가운데 회생형 시장(존속가치>청산가치)의 기업에 먼저 투자하고, 이후 청산형 시장(청산가치>존속가치)의 부실채권(NPL)에 투자한다. 민간운용사가 매칭 투자해서 만든 자(子)펀드는 부실 기업의 채권과 주식을 사들인 뒤 출자전환과 지분투자 등을 통해 경영권을 쥐고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기업이 정상화되면 펀드는 이를 비싼 값에 되팔아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금융연구원은 기업구조혁신펀드로 총 1조원의 투자가 신용위험등급 C등급 기업에 이뤄진다면 생산유발효과가 2조원, 취업유발효과가 1만1000명에 달한다는 추정치를 내놨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시장 참여자가 돈 되는 곳에 찾아가는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이 되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규모가 크고 이해관계가 많은 기업(구조조정)은 (여전히) 채권금융기관 중심이 되겠지만, 점차 시장 중심으로 나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8.01.06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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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economic crisis] 기술관료정치의 함정

정책이슈

이탈리아를 살리는 데는 단순히 통계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민을 설득하는 정치력이 필요하다전설에 따르면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가장 위대한 기술관료였던 알렉산더 해밀턴은 신생 미국의 국민을 “커다란 야수”로 묘사했다. 또 한번은 “그들은 거칠고 변덕스럽다. 옳게 판단하거나 결정하는 적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말해 그 미국 초대 재무장관은 은행가들이 일을 처리하고 부자들이 대중의 이른바 ‘불안정’을 통제하는 방안을 훨씬 더 선호했다.Legend has it that Alexander Hamilton, the greatest technocrat among America’s Founding Fathers, described the fledgling nation’s people as “a great beast.” They “are turbulent and changing; they seldom judge or determine right,” he said on another occasion. Generally speaking, the first secretary of the Treasury of the United States was a lot more comfortable with the thought of bankers running things and the rich reining in what he called the “unsteadiness” of the masses.요즘 유럽에서 그런 걱정스러운 상황이 재현된다. 그리스와 이탈리아는 기존 정부를 쫓아내고 학자, 사업가, 행정관료들에게 국정운영을 맡기는 방법으로 재정 파탄(financial doom)을 막으려 한다. 그런 조치로 시장을 진정시키고, 날뛰는 투기를 억제하고, 세계의 금융기관들을 안심시키려는 의도다. 기존 정치인들은 대중이라는 야수에 영합하느라 예산을 모두 탕진하고 국가부채를 한도까지 끌어다 썼다(maxed out their national credit). 이제 그들은 자리에서 밀려나고 대신 대중의 눈치를 보지 않는 기술관료들이 들어선다.진작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 장-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는 동료 정치인들에게 경제적인 엄밀함이 부족하다고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모두 무엇을 할지는 알지만 일단 일을 처리한 뒤 어떻게 해야 다시 선출되는지는 모른다(We all know what to do, but we don’t know how to get reelected once we have done it).” 지금은 ‘융커의 저주’로 알려진 이 논평에 담긴 의미는 명백하다. 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유권자들의 생각에는 신경 쓰지 않는 전문가들을 불러들이라는 뜻이다(when hard times hit, call in the wonks, who don’t really care what voters think). 융커 총리는 현재 EU(유럽연합)의 단일통화를 존속시키려 애쓰는 재무장관들의 유러그룹(Eurogroup, 유로화 사용권 재무장관 그룹) 의장도 맡고 있다. 그는 마리오 몬티 신임 이탈리아 총리를 “국면타개용(the man for the situation)”에 불과하다고 본다. 대학총장으로 유럽연합 집행위원 출신의 몬티는 재선 도전은커녕 공직에 선출된 적조차 없었다. 사실 그의 새 내각 각료 중 이탈리아의 통상적인 기준에 맞는 정치인은 한 명도 없다. 루카스 파파데모스 신임 그리스 총리도 EU관료와 기술관료로 확실한 자질을 갖췄다. 지난해까지는 유럽중앙은행 부총재였다.그러나 이같은 이른바 비정치적인 접근법에는 하나의 역설이 있다. 그 역설은 아무리 잘 만들어진 재정·경제개혁안도 무용지물로 만들 가능성이 있다. 위기가 닥쳤을 때 큰 야수는 그냥 가버리기는커녕 오히려 갈수록 침착성을 잃고 흉포해진다. 기술관료 셈법의 엄격함(the rigors of the technocrats’ calculus)을 견뎌내도록 대중을 설득하는 일은 수학의 문제라기보다 정치의 문제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 등이 지적했듯이 유럽통화통합의 원죄는 통합에 대한 사실상의 정치적 합의가 없었는데도 그렇게 중대한 일을 순전히 기술적인 차원에서 엘리트가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척 허풍 떤 일이었다. 유럽, 미국 그리고 대다수 다른 나라의 현재 문제는 셈법의 실패가 아니다. 유권자들을 설득해 그 고통스러운 결론을 받아들이도록 할 만한 배짱, 지혜 그리고 카리스마를 지닌 정치 지도자가 없다는 점이다(the lack of political leaders with the guts, the smarts, and the charisma).파파데모스의 전임자 게오르게 파판드레우(그 자신도 과거 민중을 선동하던 정치 왕조의 기술관료에 가까운 후손이다)는 그리스 총리로 재임한 지난 2년간 그리스 국민이 앞으로 달라지며 자크 들로르 전 유럽집행위원회(EC) 위원장이 말하는 이른바 자신들의 “재정사기 기술(art of fiscal fraud)”을 포기하겠다고 금융계를 설득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스인들은 변하지 않았다.대신 국가부도 위기에 몰리자 파판드레우를 파파데모스로 교체했다. 마치 기술관료 성격이 강하고 정치색이 옅은 그의 이력을 만병통치약(panacea)이라고 여기는 듯했다. 초반의 신임투표에도 불구하고 아테네에서 계속되는 가두시위와 새 긴축안에 대한 우익 정치지도자들의 소극적인 반응은 파파데모스의 리더십이 파판드레우보다 더 나을 게 없음을 말해준다(no more effective as a leader than Papandreou was). 오히려 신임 총리가 대중을 설득한 경험이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어쩌면 더 못할지도 모른다.상황이 어려워지고 서방의 미래가 더 어두워지는 듯하자 고도로 기술관료적이며 상당히 비민주적인 중국에 거의 노골적인 선망(ill-disguised envy)을 나타내는 논객도 있다. 중국이 고도의 경제성장을 지속하는 데는 적어도 중국의 기술관료들이 결정하면 베이징이 밀어붙이는 방식도 적잖이 작용한다(what the country’s technocrats dispose, Beijing imposes). 그러나 중국은 아주 특수한 경우이며 다른 지역에서는 기술관료 정치와 독재정치 결합의 장기적인 성과가 결코 고무적이지 않다.이집트가 최근의 대표적인 사례다. 호스니 무바라크는 몰락하기 전 10년 동안 저명한 기술관료를 다수 정부 요직에 임명했다(appointed a slew of well-respected technocrats to his government). 재산이 늘어나는 사람 숫자는 극히 작았지만 통계상 이집트는 번창하고 있었다. 기술관료적인 총리, 재무장관, 그리고 통상장관은 모두 재계와 금융계에서 널리 존경받는 인물들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자신들의 인도 아래, 해가 바뀔수록 성장해가는 거시경제 지표를 가리키며 후원자로서 자부심을 느꼈다. 2004년 10억 달러이던 외국인 직접투자(foreign direct investment)는 2008년 130억 달러를 돌파했고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제성장률이 5.1%였다. 그 숫자들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지만 민중 봉기가 일어나면서 모든 게 바뀌었다. 그 기술관료 장관들은 모두 쫓겨났으며 그들 중 여럿이 무바라크와 함께 철창 신세를 지게 됐다.또 다른 사례는 파키스탄이다. 시티뱅크 출신의 말쑥하고 돈 많은 샤우카트 아지즈는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 정부에서 재무장관과 총리를 지냈다. 2004~2006년 연간 7%에 가까운 놀라운 GDP(국내총생산) 성장을 이끌었으며 파키스탄 국민들이 수입품에 돈을 펑펑 쓰면서 개인소비 지출이 급증했다(the country enjoyed a consumer boom as Pakistanis splurged on imported goods). 텔레컴 산업에 수억 달러의 외국인 직접투자가 몰렸으며 휴대전화 판매는 천문학적인 수준에 달했다. 하지만 파키스탄에서는 단 한 대의 휴대전화도 생산되지 않았다.파키스탄의 경제실적과 아지즈의 평판은 미국, 유럽, 일본, IMF, 아시아개발은행(ADB), 그리고 세계은행의 외국 원조에 크게 좌우됐다. 아지즈는 금융관료의 언어를 구사했으며(spoke the moneycrats’ language) 그들은 그런 점을 높이 샀지만 파키스탄의 국민은 여전히 빈곤을 벗어나지 못했다. 전통적인 섬유산업 말고는 일자리가 거의 생기지 않았다. 파키스탄이 심각한 전력과 식수난(critical shortages of electricity and water)에 직면한 건 분명했다. 하지만 인프라 투자의 필요성은 외면당했다. 정부가 경제 현대화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민영화 캠페인은 부패와 특혜시비로 얼룩졌다(rife with corruption and favoritism). 대법원장이 무샤라프의 권력남용을 조사하며 자신의 권력기반을 위협하자 무샤라프는 그를 해고했다. 그로 인해 촉발된 정치적 후폭풍이 무샤라프와 아지즈 시대의 막을 내리는 단초가 됐다.민주주의에서 기술관료가 국민의 지지를 받을 때 상당히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조용한 경제학자로 인도가 경제대국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이끌었던(who has overseen his country’s transformation into a major economic power) 맘모한 싱 인도 총리도 자주 언급되는 사례다. 더 의외의 또 다른 인물은 후안 마누엘 산토스다. 지난해 그가 콜롬비아 대통령이 됐을 때는 직업적인 전문 관료로 보였다.엘리트 출판왕조의 후손인 그는 미국과 런던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여러 해 동안 무역과 국방부를 이끌었지만 한번도 선출직에 출마하지 않다가 2010년 곧장 대통령 선거에 입후보했다. 어쨌든 승리했지만 그는 감당하기 어려운 과업을 떠안게 됐다. 엄청난 인기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알바로 우리베의 뒤를 잇는 일이었다. 우리베는 지방의 폭력사태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인권을 짓밟은 혐의를 받았다. 반대파들은 산토스가 치열한 의회정치에 굴복하거나 우리베의 꼭두각시(a mere puppet for Uribe)가 될 것이라고 코웃음을 쳤다.산토스는 그들의 예상을 뒤엎었다(proved them wrong). 잠재된 정치력을 발휘해 중요한 정부 개혁안의 초안을 작성할 때는 반드시 여야 양쪽 의원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made a point of working all sides of the congressional aisle). 그 결과 콜롬비아는 어느 때보다 안전해졌으며 성장하는 경제, 원활히 돌아가는 의회, 자유 언론, 투명한 법률체제로 라틴 아메리카의 샛별로 떠올랐다. 그리고 이 모두가 가능했던 건 산토스가 알려진 대로 숫자에 밝고 성격이 꼼꼼해서가 아니라 이제껏 알려지지 않고 잠재돼 있던 그의 강력한 정치 리더십 재능 덕분이다(his hitherto untapped and unknown talent for strong political leadership).이제 미국 이야기를 해보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경제이론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다고 심각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없지만 분명 경제운영의 정치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듯하다. “마치 사람들이 다른 결과를 얻으려고 계속 공식을 조정하려 드는 느낌(It just feels as if people keep on wanting to jigger the math so that they get a different outcome)”이라고 지난주 하와이에서 아시아 지도자들과 회동한 뒤 비아냥 섞인 기술관료의 말투로 오바마는 푸념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하든 공식은 똑같다 … 현명한 삭감과 그에 상응하는 세수확대의 결합이다(Well, the equation, no matter how you do it, is going to be the same ... Prudent cuts have to be matched up with revenue).” 그런 평가는 뻔한 상식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오바마는 의회의 지지를 얻어내지 못했다. 대신 중요한 세부사항을 의회에 구성된 초당적 ‘수퍼위원회(supercommittee)’로 넘겼다. 하지만 수퍼위원회는 현재 교착상태에 빠진 듯하다. 그에 따라 대통령(그리고 미국)은 기술관료정치의 전형적인 함정에 빠졌다(in the classic technocratic bind). 오바마는 자신이 옳다고 믿지만 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가 틀린 셈이나 마찬가지다.그러나 현재로선 이탈리아가 기술관료제의 시금석이다(technocracy’s acid test). 이탈리아의 상황이 안정을 되찾지 못하면 유로화가 종말을 고하고 곤경에 처한 글로벌 경제에 새로운 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몬티가 기술각료 인선을 발표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새 내각은 파당적인 이탈리아 정당정치의 인질이 되고 말았다(it was taken hostage by Italy’s fractious political parties). 밀라노, 토리노, 피렌체, 볼로냐, 로마, 팔레르모에서 학생들이 이 “금융가” 정권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그리고 물러나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도 정계에서 은퇴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몬티를 지지하지만 억압적인 긴축조치는 지지하지 않는다(I support Monti, but I do not support oppressive austerity measures)”고 지난 20년 중 상당기간 이탈리아를 통치했던 그 억만장자 난봉꾼(the billionaire libertine)이 말했다. 언제든 자신이 원할 때 몬티의 지지를 철회할 만큼 의회에 영향력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몬티의 긴축조치가 지지를 받지 못하리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는 음성적인 방법으로 임금을 받는(who are paid under the table) 20% 안팎의 근로자를 찾아내 세금을 물리겠다고 다짐한다. 공공 서비스 일자리를 줄이고 베를루스코니가 폐지한 재산세(property tax)를 부활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이 모든 조치가 이탈리아의 보통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듯하다. 다수가 현 정부에 투표한 적이 없다고 불평한다. 현 정부는 선거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탈리아 대통령이 지명한 뒤 의회가 승인했다. “지금 정부에는 국민의 대표가 전혀 없다(Right now we’ve got zero representation of the people)”고 로마 중심부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마리오 파첼리가 말했다. “국민은 현 정부에 이질감을 느끼며 따돌림을 당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우리가 밀어서 뽑힌 사람이 실수할 때는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 사람들에게는 누가 책임을 묻나(The people feel detached from this government and out of the loop. At least when the people we voted into office make a mistake, we can hold them accountable. Who are these people accountable to)?”이탈리아 거리에서 아직 커다란 야수가 울부짖지는 않지만 목청을 가다듬는 소리가 벌써부터 들리는 듯하다(you can already hear it clearing its throat).

2011.11.22 17:00

8분 소요
허리띠 졸라도 너무 죈다!

산업 일반

영국 유권자들은 고든 브라운(노동당 출신 전 총리)의 시무룩한 얼굴을 데이비드 캐머런(43·보수당 출신 신임 총리)의 낙천적이고 신선한 얼굴로 대체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건 오해다. 지난 6월 7일 캐머런은 영국 국민에게 이렇게 말했다.“지금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막대한 재정적자와 늘어나는 부채다.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우리 경제와 사회, 나아가 생활방식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올해 영국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11%에 이르리라 전망되며, 부채는 1조1200억 달러로 계속 증가한다.캐머런은 정부지출 삭감과 증세라는 가혹한 처방을 내렸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모토는 ‘멋진 영국(Cool Britannia)’이었지만 캐머런의 모토는 ‘이젠 긴축재정!(Austerity Now!)’이 될 듯하다. 2008~2009년 세계 금융위기 초기에 대다수 선진국은 경기부양 정책으로 대응했다.각국은 정부지출을 늘리고 세금을 삭감했다. “불경기 때는 줄어든 개인 수요를 정부가 대신해야 한다”는 케인스의 이론을 따른 셈이다. 하지만 2010년은 긴축재정의 해가 될 듯하다. 그리스는 국제 구제금융을 지원받으려고 예산삭감과 증세 정책을 채택했다. 지난 5월 말 스페인의 좌파 정부는 (실업률이 20%에 이르는 상황에서도) 공무원 임금을 5% 삭감하고 연금을 동결했다.그런가 하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최근 비행세를 인상하고 국방지출과 공공사업을 줄이는 등 2014년까지 1440억 달러의 예산을 절감하는 긴축재정 계획을 발표했다(독일의 재정적자 규모는 GDP의 5%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다). “미래를 생각한다면 지금 갖고 싶은 것을 모두 가질 수는 없다”고 메르켈은 말했다.미국은 아직 그 정도는 아니지만 긴축재정의 분위기는 확실히 감지된다. 실업률이 9.7%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지난 5월 하원은 재정적자를 우려해 고용촉진 법안의 규모를 줄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최근 각 연방 부처에 2012년 예산을 5% 삭감하는 방안을 제시하도록 요청했다.최근 미국의 각 주와 도시가 예산을 줄이고 세금을 올리는 추세다. 경제학자이자 칼럼니스트인 폴 크루그먼은 최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경기회복의 초기에 재정긴축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경기 하강을 유발하고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라고 말했다. 하지만 요즘은 세계 각지에서 긴축재정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각국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이 긴축재정 대열에 합류한다. 대다수 국가(특히 스페인·이탈리아·포르투갈 등 성장이 둔화되고 부채가 많은 남유럽 국가)가 긴축재정을 그리스와 같은 운명을 피하는 방법으로 여긴다. 일부 국가는 경기부양책이 유발할지 모르는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긴축재정을 채택한다.하지만 실제로 선진국의 엄청난 잠재적 경제능력을 감안할 때 인플레가 발생할 염려는 거의 없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의 경제학자 브래드 드롱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 인플레 발생을 억제할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북극의 만년설이 확산될 위험이 있으니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만큼이나 터무니없다.”하지만 일부 경제 대국은 미세한 인플레 조짐에도 과민반응을 보인다. 독일이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가혹한 조치를 취한 동기 중에는 유럽통화동맹(EMU)에 모범을 보이고픈 욕심과, 바이마르 공화국의 멸망과 히틀러 부상의 계기가 된 1920년대의 극심한 인플레에 대한 공포심이 포함됐다. 최근 각국의 긴축재정 움직임에는 정치적 요소도 강하게 작용했다. 현직 정치지도자들에겐 임금 삭감과 증세가 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캐머런처럼 이제 막 취임한 지도자들의 경우 긴축재정의 시행은 전임자가 초래한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로 받아들여진다.지난 9일 그리스 경제위기 이후 최초로 총선이 실시된 네덜란드에선 3%의 예산삭감과 균형예산을 내세운 중도우파 자유민주당(VVD)이 승리했다. 미국의 사정은 좀 다르다. 실업률이 여전히 높고, 장기금리가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며, 인플레이션이 효과적으로 통제되고 있고, 집권 민주당은 다가오는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가능성에 대비 중이다.이런 상황에서는 경기부양 정책을 지속하는 게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현재 민주당 내부에선 1993년 빌 클린턴 정부 시절과 똑같은 논란이 재현된다. 당시 국가경제회의 보좌관이던 로버트 루빈과 노동부 장관이던 로버트 라이크는 재정적자 축소 정책과 경기부양책의 상대적인 이점을 놓고 논쟁했다.당시에는 민주당이 재정적자를 축소하겠다는 공약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 루빈파가 승리했다. 하지만 17년이 지난 지금 오바마 정부는 다른 이유에서 재정적자 축소를 선택했다. 단기 재정적자가 느린 성장과 높은 실업률보다 정치적 위험이 더 크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각 주와 도시의 재정적자 축소 노력이 경기회복을 방해한다는 사실은 계산에 넣지 못했다.미국 예산·정책우선순위센터(CBPP)는 2008~2009년 33개 주가 세금을 인상함에 따라 연간 세수가 317억 달러 증가하리라고 예측했다. 한편 지난 5월 각 주와 지방정부는 일자리 2만2000개를 줄였다. CBPP의 주 재정사업 책임자 니컬러스 존슨은 이렇게 말했다. “각 주가 경기침체 대응과 균형예산 달성 차원에서 취한 조치들이 경제를 둔화시킨다.”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성장을 도모하긴 어렵다. 세계 경제대국들은 성장을 위해 단기적으로는 높은 재정적자를 감수할 필요가 있다. 재정적자 감축은 그 다음 문제다. 성(聖) 어거스틴은 “제게 순결과 절제를 주소서. 하지만 아직은 아닙니다”라는 기도로 유명하다. 현재 각국의 정책입안자는 밀턴 프리드먼(케인스 학파의 재정 중시책에 반대했다)이나 케인스가 아니라 성 어거스틴의 말을 따라야 할 듯하다. “저희에게 긴축재정과 재정적자 감축을 허락하소서. 하지만 아직은 아닙니다.”

2010.06.15 16:06

4분 소요
미국 경제의 저력

산업 일반

2008년의 금융붕괴, 이어진 깊고 오랜 경기침체를 지켜보면서 진보파든 보수파든 중도파든 엘리트층 사이에선 미국의 쇠퇴가 최대의 화두로 떠올랐다.진보 경제학자로 노벨상을 받은 조셉 스티글리츠는 오바마 행정부의 경기침체와 금융붕괴 대처가 너무 미지근해 회복은 물 건너갔을지 모른다고 내다봤다.보수 역사가 니올 퍼거슨은 미국의 과도한 부채와 방탕한 지출로 한때 막강했던 제국이 몰락 위기에 처했다고 목청을 높였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경제분석가를 지낸 하버드대 경제학자 켄 로고프는 미국이 제2의 그리스(재정위기로 국가파산 위협을 받는다)가 될지 모른다고 조바심을 냈다.심지어 친미주의라던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마저 지난 1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미국 주도의 글로벌 자본주의를 맹비난했다. 2008년 9월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후 손쉬운 대출을 기반으로 한 업계와 기관의 자산은 하나같이 반 토막이 났다. 그와 함께 미국 경제의 자존심도 추락했다.2007년 말부터 2009년 1분기까지 9조 달러의 부(富)가 사라졌다. 값싼 노동력과 풍부한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한 중국·인도·브라질의 거칠 것 없는 성장이 무시무시한 위협으로 떠올랐다.다른 불길한 조짐도 나타났다. 미국의 휘발유 값이 갤런(약 3.8L)당 4달러로 치솟고, 티파티(tea party: 오바마 행정부의 지출 정책, 특히 경기부양책을 반대하는 보수 시민운동)가 급부상했으며, 여당인 민주당의 상원 지배력이 허약해졌고, 백악관이 기이하게도 힘이 빠졌으며, 은행들은 반성할 기미가 전혀 없었고, 실업률이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불완전 고용(좌절한 시간제 근로자와 구직을 포기한 사람)을 포함한 실업률이 16.9%나 된다.설령 미국이 경기침체의 수렁으로 다시 굴러 떨어지지 않는다 해도 일본처럼 ‘잃어버린 10년’을 맞게 되리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2009년 NBC/월스트리트 저널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자녀의 생활수준이 자신보다 나으리라고 확신한 미국인은 27%에 불과했다. 이처럼 암울함이 새로운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그러나 미국 경제가 장기적인 쇠락기에 접어들었다는 주장은 과장이 너무 심할지 모른다. 사실 미국 경제는 거의 모든 예상보다 강하고 빠르게 복구되는 중이다. 대다수 경쟁국보다 회복세가 빠르다.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는 지난 13개월 동안 70%가 상승해 1만1000선을 맴돈다.2010년 1분기의 자동차 판매도 2009년 대비 16% 늘었다. 지난 3월엔 미국의 새로운 일자리가 제조 분야 1만7000개를 포함해 총 16만2000개나 증가했다. 달러화 가치도 올랐다. 미국은 성장 면에서 유럽과 일본을 압도하는 과거 입지를 회복했다. 경제대국 중에서는 중국·인도·브라질만이 미국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하지만 기본 규모를 생각하면 비교 자체가 어불성설일지 모른다. 시장예측 전문업체 매크로이코노믹 어드바이저의 추정대로 미국 경제가 올해 3.6% 성장한다면 미국에서 새로운 경제활동에서 창출되는 부의 규모가 자그마치 5130억 달러다. 이는 인도네시아의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다.그런데도 왜 비관론이 만연할까? 물론 미국의 혼란한 주택시장과 방대한 예산적자는 매우 심각하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가 간과하는 요인이 있다. 미국의 진정한 경쟁적 우위 말이다. 어느 곳이든 경제의 놀라운 반전은 대부분 신속한 대응, 악성부채를 탕감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효율성을 기꺼이 수용하겠다는 의지가 이끈다.미국이 여전히 뛰어난 분야다. 미국은 지금도 위기를 수습하고, 새로운 혁신을 받아들여 신속하고 유익하게 발전시키는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사회학자로 ‘위대한 재설정: 새로운 삶과 근로 방식이 금융붕괴 후의 번영을 이끈다(The Great Reset: How New Ways of Living and Working Drive Post-Crash Prosperity)’의 저자인 리처드 플로리다는 “미국은 적응력과 창의력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국가로 복원력을 확실히 입증했다”고 말했다. 이런 잠재력이 좀 더 체계적이고 전폭적으로 활용된다면 미국은 현세기 내내 경제 초강대국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미국 경제를 뒤덮은 자욱한 연기가 걷히고 나면 새 경제는 어떤 모습일까? 승용차 4대가 들어가는 차고를 갖춘 대저택이 줄어들고 단열처리가 잘된 집이 더 많아진다.기름 많이 먹는 대형 다목적 차량이 줄고 연비가 뛰어난 하이브리드차가 더 많아진다. 자기자본거래(prop trading: 은행이 자기자본으로 고객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투기적 거래를 하는 행위)가 줄어들고 생산성을 제고하는 소프트웨어가 늘어난다.부채가 줄어들고 자본이 더 많아지며, 수출 상품이 많아지고 수입 에너지가 줄어든다. 무엇보다 성장을 배양하고 촉진하는 새로운 인프라와 생태계가 갖춰질 전망이다. 1990년대의 인터넷이 그랬듯이 말이다. 현재의 만연하는 미국의 비관주의는 역사적인 경제 열등의식의 산물이다. 일부 비판자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최초의 개척지 버지니아주 제임스타운의 1609년 잔인한 겨울 이래 줄곧 하강추세였다.당시 기아와 질병으로 정착민 대다수가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19세기 대부분 동안 미국은 철도 건설에 막대한 유럽 자본의 유입이 필요했던 미숙한 존재였다. 지금 우리가 아는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부상했다. 여타 선진국의 산업 역량 대부분이 파괴되면서 미국은 어부지리로 세계의 산업, 금융, 기술 주도국이 됐다.그러나 미국인들은 높아가는 지위를 늘 불안하게 여겼다. 1920년대 무솔리니 치하의 이탈리아를 견학하고 돌아온 미국의 진보당 인사들은 무솔리니가 더 우수한 경제 모델을 가졌다고 확신했다. 뉴딜 시절엔 은행가와 기업가들이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사회안전망 확충으로 미국의 성장이 불가능해진다고 우려했다.1957년 소련이 스푸트니크 인공위성을 발사하자 소련이 기술적 우세로 냉전에서 승리한다는 두려움이 커졌다. 1980년대엔 일본이 전자제품, 자동차를 수출하고 록펠러 센터와 페블비치 골프장 같은 상징적인 부동산을 매입하면서 미국을 위협했다. 고 폴 송가스 상원의원은 1992년 “냉전의 승리는 일본”이라고 말했을 정도였다.물론 미국 쇠퇴론자들은 곧잘 오판했다. 록펠러 센터와 페블비치 골프장은 10년 만에 미국 소유로 되돌아갔다. 활기찬 전망이 주로 경제가 잘나갈 때 나오듯이(다우 지수가 3만6000선을 돌파했을 때를 기억하는가?) 장기 쇠퇴 예언은 파멸적인 추락을 겪은 뒤에 힘을 얻는다. 이번에는 비관론자들의 목소리가 2009년 3월에 절정을 이뤘다.당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벤 버냉키 의장은 경기회복의 ‘푸른 싹(green shoots)’이 보인다는 언급으로 널리 조롱 받았다. 2009년 1분기 경제는 연율로 6.4%가 줄어들었다. 그러나 4분기가 되자 5.9% 성장했다. 급반전이다. 규모 14조5000억 달러인 미국 경제의 성장률이 약 9개월 동안 12.3%포인트 이동했다.파도가 거센 바다에서 180도로 회전하는 거대한 배처럼 이런 급격한 경기호전은 거대한 항적을 만들어내며 탑승객들의 구토증을 유발했다. 미국의 경제회복이 빨랐던 이유는 공공과 민간 부문이 매우 신속히 대응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일본의 정책입안자들은 신중히 숙고하며 오랜 시간을 끌다가 마침내 금리인하, 대규모 경기부양책, 은행 보증 확대, 파산 금융사들의 국유화를 포함하는 방대한 프로그램을 시행했다.일본이 그런 부양책 시행에 12년을 기다렸다면 미국은 2008년과 2009년 단 18개월 만에 공격적인 재정 및 통화 조치를 취했다. 충격요법은 효과가 있었다. 미국의 신용시장과 금융 부문이 되살아났다.2009년 5월 미 재무부가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를 가정해 금융사가 받을 잠재적 손실을 측정하고 재무 건전성을 평가하는 일)를 실시하겠다고 발표 이래 은행들은 자기자본 1400억 달러 이상을 확보했다. 가장 비현실적인 낙관론자들조차 4개월 안에 뱅크 오브 아메리카, 시티, 웰스 파고가 구제금융으로 받은 1000만 달러를 납세자들에게 돌려주리라고 예측하지 못했다.하지만 2009년 8월 그 금융사들은 실제로 그렇게 했다. 신속한 반사작용의 좋은 사례가 CIT 그룹이다. 중소기업 대상 대부업체인 CIT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에 잘못 뛰어들었다가 2009년 11월 1일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하지만 CIT는 단 5주 만에 부채 104억 달러(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 자금 23억 달러 포함)를 전부 갚고 파산 위기에서 벗어났다. 뉴욕증권거래소와 메릴 린치를 이끌었던 존 테인을 새 CEO로 영입해 핵심 사업인 중소기업 대부에 주력한다. 구조조정 전문업체 졸포 쿠퍼의 설립자 스티븐 쿠퍼는 “법정 밖에서 이뤄지든 파산으로 이뤄지든 구조조정은 미국에선 쉽게 용인되는 전략이지면 해외에선 여전히 그에 따른 부담과 책임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고장 난 금융체제를 고치는 일은 시작에 불과하다. 수요가 부진한 시기엔 수익성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이익을 내는 능력이다.이 부분에서도 미국인들은 타고난 경쟁력을 가진 듯하다. 스톱워치를 들고 빅토리아 시대의 공장들을 돌아다니며 근로자들의 동작을 시간으로 측정한 과학적 작업관리기법(테일러 시스템)의 창시자 프레데릭 테일러, 공장의 조립 라인을 완벽하게 만든 헨리 포드, 총체적 품질관리 기법을 개발한 W 에드워즈 데밍, 과도할 정도로 효율적인 유통망을 확립한 월마트. 이처럼 효율성 추구는 애플 파이만큼이나 미국의 상징이다.이번 위기에서 미국 기업들은 비용 삭감과 효율성 제고를 적극 수용했다. 2008년 4분기부터 2009년 4분기까지 생산성이 5.8% 높아졌다. 2007년과 2008년의 경우 생산성 상승률은 각각 1.7%, 2.1%에 불과했다. 이런 치열한 효율성 추구는 단기적으로 수익 증가와 고용 하락이라는 불편하고 지속 불가능한 구조를 낳는다.그러나 효율성 강조는 머리 잘 돌아가는 회사들에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된다. 매사추세츠주 니드햄의 신생기업 빅벨리 솔라는 노동력과 에너지 둘 다를 줄여주는 태양력 쓰레기 압축기를 제조한다. 그 회사의 매출이 2008년과 2009년 모두 두 배로 늘었다. CEO 짐 포스는 “시정부, 대학과 공원 관리소 같은 기관들은 더 적은 비용으로 더 큰 효과를 내려고 안간힘”이라고 말했다.예를 들어 필라델피아시는 쓰레기 압축기 500대를 임대해 주당 쓰레기 수거 횟수를 17회에서 5회로 줄였다. 10년 동안 1300만 달러가 절감된다. 빅벨리의 직원 수는 50명이 채 안 된다. 하지만 급성장하는 시장의 기업들처럼 빅벨리는 간접적으로 훨씬 많은 일자리를 지원한다. 버몬트주 알링턴의 하청 제조업체 맥몰딩에선 직원 35명이 2교대로 쓰레기 압축기를 생산하느라 여념이 없다.맥몰딩의 존 매그래스 부사장은 “부품 공급업체가 50개 이상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포함하면 추가로 180개의 일자리를 지탱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공정 전부가 미국에서 이뤄지는 빅벨리 압축기는 25개국으로 수출된다. 물론 미미한 규모다. 하지만 수천 개의 신생기업과 소기업이 국내외에서 새로 생겨나는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한다.미국의 수출은 2009년 4월 바닥을 친 이래 크게 늘었다(2009년 4월 1217억 달러에서 2010년 1월 1427억 달러로 17.3% 증가). 보잉사는 2010년 상용기 약 460대를 조달할 예정이다(대부분이 수출). 2008년에는 375대였다. 회의론자들은 이런 모양새가 괜찮기는 하지만 갈 길은 멀다고 말한다.물론 2007년 12월 이후 사라진 일자리 820만 개를 회복하려면 매월 17만 개씩 4년 연속 성장해야 한다. 과거의 증기 기관이나 미국의 각주를 잇는 산업도로처럼 큰 변화를 가져올 차세대의 경제적인 힘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헤아리기 어렵다. 하지만 인터넷을 생각해 보라. 래리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1992년 빌 클린턴이 당선된 대선 후 리틀록에서 열린 경제정상회의에서 나온 이야기를 즐겨 한다.브리핑 서류와 정책 요약서 수천 장에서 오직 중요한 단어 하나가 보이지 않았다고 그는 말했다. 그 문제의 단어는 인터넷이었다. 인터넷은 직접 관련이 있는 일자리는 물론이고 온갖 새로운 사업과 사업하는 방식을 쏟아내는 매우 효과적인 산업 플랫폼이다. 완전히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건설하는 일 역시 미국이 뛰어나다.‘위대한 재설정’의 저자 리처드 플로리다는 “재설정으로 미국은 뛰어난 개인적 혁신을 얻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점은 시스템의 혁신이다. 토머스 에디슨과 조지 웨스팅하우스(웨스팅하우스 일렉트릭스 창업자)의 전기 시스템 건설이 대표적인 예다. “그런 시스템 혁신은 새로운 인프라 모델과 소비로 이어진다.”애플은 2003년 4월 단일 상품(99센트짜리 음악 판매)으로 아이튠스 뮤직 스토어를 시작했다. 7년 뒤 아이튠스는 훨씬 큰 사업체로 부상했다. 아이폰, 아이팟 터치, 아이패드 같은 하드웨어 만이 아니라 오디오북, 영화, 전화벨 소리, 응용프로그램, 전자책도 아우른다. 소매업체, 영화제작사,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 분석 기업, 액세서리 제조업체에게 매우 중요한 사업 기반이 됐다.각종 기기에 필요한 케이스, 슬리브, 헤드폰의 시장은 연간 규모가 15억 달러를 넘어선다. 지난 3월 말 벤처자본 투자회사 클라이너 퍼킨스 코필드 앤 바이어스는 응용프로그램 제작자들을 지원하려고 2년 전 만들어진 ‘아이펀드’의 규모를 2억 달러로 배로 늘렸다. 이제 두 가지 서로 연관된 시스템을 살펴보자.에너지와 자동차 제조업을 말한다. 지난 2년 동안 주택시장과 월스트리트의 구제에 전력을 쏟아온 정책이 효율성을 통해 국가적 영업소득을 올리는 새로운 정책으로 대체됐다. 물론 ‘녹색 일자리’ 수백만 개가 하룻밤 사이에 생겨날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일부 분야에선 아이튠스와 비슷한 과정이 진행 중이다.풍력발전용 터빈을 제조하는 덴마크의 베스타스는 미국 콜로라도주에 풍력발전용 터빈 제조공장을 짓는 데 거의 1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완공되면 약 2500명의 근로자가 직접 고용된다. 한편 베스타스는 알루윈드, PMC 테크놀로지, 바흐 콤포지트, 헥셀 같은 부품 제조사를 포함해 10여 개의 하청업체도 유치했다.하드웨어 부문만이 아니다. 미국 최대의 풍력발전기지 운영업체인 리뉴어블 에너지 시스템스 아메리카스는 2008년 본사를 콜로라도주 블룸필드로 이전했다. 지난 3월 콜로라도주는 2020년까지 에너지의 30%를 신재생 에너지원에서 생산하도록 의무화했다. 만신창이가 된 자동차 업계에서도 유사한 역학이 작용한다.특히 이 부문에선 효율성의 근소한 개선이 큰 경제적 이득으로 이어진다. 미국 자동차의 연료 효율성을 갤런(약 3.8L)당 1.6㎞만 개선해도 연간 휘발유 61억 갤런이 절약된다(현재 시세로 치면 170억 달러 규모다).미국승용차와 경트럭의 연료 효율성을 2016년까지 평균 갤런당 57㎞(지금은 33㎞)로 높여야 한다는 새로운 규정이 도입되면서 미국 에너지부는 대기업(포드는 공장 개조 명복으로 59억 달러의 대출을 맡았다)과 신생기업(피스커 오토모티브)에 대출과 대출보증을 제공한다. 덴마크 출신의 노련한 자동차 업계 임원인 헨리크 피스커는 고급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를 생산하려고 2007년 8월 피스커사를 설립했다.“미국은 전통적으로 혁신가의 나라다. 하지만 미국에 회사를 세우는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들도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려고 한다는 사실이다.” 피스커는 모험자본으로 2억5000만 달러를 유치했고, 유능한 엔지니어들을 큰돈 들이지 않고 영입했으며, 새로운 사업에 목말라하는 자동차 부품업체들을 공급망으로 확보했다.지난해 10월 피스커는 그 얼마 전 문닫은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GM 공장을 1800만 달러 헐값에 인수했다. 5억2570만 달러에 이르는 연방정부의 대출보증을 발판으로 피스커는 그 공장을 개조하는 데 1억5000만 달러 이상을 쓸 계획이다. 올해 말에는 첫 작품 카르마(소매가 8만7000달러)를 출시할 계획이다.그러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의 생산은 독자적인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낼 잠재력도 충분하다. 판매대리업체, 충전소, 액세서리, 소프트웨어 응용 프로그램 등을 말한다. 헨리크 피스커는 “이 산업이 발전하면 앞으로 미국의 전기 생산방식이 달라질지 모른다”고 말했다. 오랜 경기침체로 주눅든 시기에는 그런 실리콘 밸리 풍의 허세가 공허하게 들릴지 모른다.하지만 미국은 역사적인 열등의식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세계적으로 급속히 발전시키는 능력을 입증했다. 세계가 경제강대국 미국의 종언을 축하한 듯한 다보스에서도 구글이 주최한 파티가 인기 최고였다. 엘리트들은 그 파티에서 한자리 차지하려고 아우성을 쳤고 춤도 형편없이 추면서 아이폰에다 문자 메시지를 날리느라 분주했다.그 아이폰을 누가 만들었나? 바로 애플이다. 구글과 애플은 시가총액으론 미국의 3위, 9위 기업이다. 현재 두 기업의 시가총액을 합치면 3980억 달러다. 닷컴 거품이 꺼졌고 엔론의 부정회계 위기가 미국의 신용을 최악으로 떨어뜨린 직후인 2002년 초를 생각해보라. 당시엔 그 두 회사의 시가총액을 합쳐봤자 기십억 달러에 불과했다.애플이 그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당시 애플의 주가는 수익률에도 못 미쳤다. 구글은 직원 약 600명을 둔 개인 기업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두 회사가 세계적인 브랜드로 부상해 미국의 수출을 주도하면서 혁신과 성장을 촉진하는 기업으로 군림한다. 시보레와 맥도널드가 한때 그랬듯이 지금은 구글과 애플이 미국을 대표한다.미국에서 최근래 두 차례 활황은 각각 120개월, 92개월씩 지속됐다. 그처럼 미국 경제가 새로운 상황에 적응한다면, 그리고 구글과 애플처럼 시장의 판을 바꾸는 몇몇 기업을 창출한다면 모든 악조건과 비관적인 예측에서도 2009년 7월 시작된 호황이 그만큼 오래 못 갈 이유가 없지 않을까?With NICK SUMMERS and JESSICA RAMIREZ in New YorkThe Shape of Things to Come“V자보다는 U형 회복세 보인다”저명한 경제학자 4명이 말하는 미국의 경기회복 전망누리엘 루비니뉴욕대 교수, 루비니 글로벌 이코노믹스 의장 향후 10년 동안 미국 경제는 잠재적 성장률 수준, 혹은 이에 못 미치는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미 정부가 공격적 정책으로 위기에 대응한 결과 경제 회복이 시작됐지만, V자보다는 U자 형태의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민간 수요는 아직 미약하고 가계 수입도 이렇다 할 증가세를 보이지 않는다.주택(9·11 사태 이후 임금이 정체된 상황에서 담보 대출을 통해 경기회복을 주도)을 포함한 일부 주요 자산은 2010년에도 계속해서 가치가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 저축은 증가하고 소비는 감소하는 현상이 향후 수 년간 지속될 전망이다. 민간 수요가 정상화되고 지속적 경기회복이 시작되면, 경기부양을 위해 무리한 지출을 강행했던 정부는 차입금 상환 연장 등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서야 한다.엄청나게 불어난 정부 적자를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려면 세금을 인상하는 한편 정부 지출을 줄여야 하는데, 이는 분명 실행하기 어려운 정책적 조합이다. 좋든 싫든, 정부 부채를 상환하기 위한 비용은 향후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제러미 시겔펜실베이니아대 비즈니스 스쿨 금융학 교수장기적 경기침체가 시작된다는 중론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향후 10년 동안 성장률은 지난 반세기 동안의 평균 성장률 3.2%를 상회할 수도 있다고 믿는다. 장기적으로 볼 때 경제 성장의 동력은 생산성이고, 생산성의 동력은 발견과 혁신이기 때문이다.정보통신 기술의 혁명으로 세계 곳곳에서 기업가와 연구자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들은 천연자원의 보존, 에너지, 의료 부문에서 난제를 해결하며, 우리 삶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줄 기술적 돌파구를 마련해 나갈 것이다.로라 타이슨캘리포니아 버클리대 비즈니스 스쿨 교수향후 5년 동안의 경제 성장률 예측치는 매우 다양하다. 이는 2008~09년의 대불황 사태가 그만큼 넓고 깊은 영향을 미쳤으며, 그 결과 엄청난 부가 손실됐음을 방증한다.낙관적 전망은 향후 5년 동안 평균 3.5%의 성장률을 예측하지만, 비관적 전망은 2.5~2.8%의 성장률을 내놓는다. 안타깝지만 지금으로선 비관적 전망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낙관론자들조차도 2015년 말까지는 실업률이 5%를 상회한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다시 말해 지난 두 번의 경기회복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경기회복에도 일자리는 창출되지 않을 전망이다.모하메드 엘-에리안채권 투자사 핌코 CEO성적이 꽤 좋았던 2010년 상반기가 끝나면, 경제는 향후 4년 동안 연간 2% 수준의 성장률로 둔화할 전망이다. 그 결과 실업률은 느리게 감소하는 한편, 정부 적자의 우려는 계속되고 사회안전망이 받을 압박은 증가한다. 향후 수 년간 미국 경제실적은 만족스럽지 않을 전망이다. 이는 경제위기 이후 시작된 세 가지 양상 때문이다.첫째,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과 재고 순환주기와 맞물려 시작된 경기 순풍은 과도한 부채, 채무 상환, 규제 강화, 국제교역 갈등이 초래하는 강력한 구조적 역풍을 맞게 된다. 둘째, 성장과 부의 중심축이 계속해서 주요 신흥경제국으로 이동하고, 첨단 금융기법에 의존했던 국가들은 주도권을 뺏기게 된다.셋째, 위기 이후 민간과 공공 부문에서 위험 회피 현상이 증가하며 성장 속도에 제동이 걸린다. 이는 또 다른 위기의 발생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불가피한 결과로 받아들여야 한다. ■

2010.04.1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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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사의 GM, GM대우 도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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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대우 노조 간부들이 3월 초 동인천역에서 출근길 시민들에게 GM대우를 살리자며 홍보물을 나눠주고 있다. 대우자동차가 제너럴 모터스(GM)에 인수돼 GM대우로 새로 출발한 지 올해로 7년째가 된다. GM은 GM대우를 경·소형차 연구·생산 기지로 특화했다. GM대우는 GM의 전 세계 판매망을 활용해 퇴출 위기를 극복하고 GM의 ‘효자 계열사’로 탈바꿈했다.GM대우는 2005년 흑자로 돌아섰다. 2003년 4조2769억원이던 매출은 2007년에 12조5137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30%를 넘었다. 안팎에서 찬사가 잇따랐다. 2007년 가을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GM의 대우자동차 인수를 “가장 성공적인 인수합병(M&A) 사례”로 꼽았다. 외신은 GM이 미국에선 일본 자동차업체들에 밀려 고전하는 반면 GM대우는 한국에서 잘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브프라임 금융위기에 이어 실물경제 침체가 세계를 덮치면서 GM대우는 다시 풍랑에 휩싸이게 됐다. 지난해 매출은 12조3107억원으로 전년보다 소폭 감소했고, 8757억원의 적자를 냈다.“미 정부 승인 없인 GM대우 지원 못해”GM은 계열사 GM대우보다 훨씬 큰 타격을 입었다. 미국 정부에서 134억 달러를 지원받은 뒤 추가로 166억 달러를 수혈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GM이 추가 자금을 지원받으려면 전미자동차노조에서 추가 임금삭감과 의료보험료 관련 타협을 이끌어내야 한다. 또 무담보채권 보유자들에게 일정 부분 손실을 감수해 달라고 설득해야 한다. GM은 계열사 GM대우를 도와줄 겨를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GM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레이 영 부사장은 4월 말 디트로이트 본사를 찾은 한국 기자들에게 “협정에 따라 GM 본사가 GM대우 같은 해외 계열사에 신규 자금을 지원하려면 미국 정부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영 부사장의 발언은 2대주주인 산업은행에 공을 넘긴 것으로 풀이됐다. 산업은행은 GM대우 지분의 28%를 갖고 있다. GM 지분은 51%, 계열사까지 합치면 72%다. 그러자 산업은행과 지식경제부는 “최대주주인 GM이 먼저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산은은 “GM이 지분에 따라, 예컨대 먼저 510억원을 내놓으면 우리는 280억원을 부담하겠다”고 주장한다. 또 GM이 산은에 지분보다 더 많은 금액을 요구하려면 GM대우 지분을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닉 라일리 GM 아시아·태평양 사장이 5월 1일 서울에 와서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현재로선 GM대우의 지분 구조를 바꾸는 것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GM대우의 장기적인 생존을 위해 필요하고 또 다른 경영위기가 온다면 산은에 지분을 일부 넘기는 방안도 논의할 수 있다”며 여운을 남겼다.

2009.05.0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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