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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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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이슈

"르완다 내전 때 정부가 남자들을 모두 데려갔어요. 남편을 찾으려 하면 저와 가족들도 데려갈 거라고 협박하는데 어쩔 도리가 있나요. 생이별이었죠."말라위 유일의 난민 캠프인 잘레카에 2001년 정착한 르완다 난민 마쿠마나 프랑스와즈(50) 씨는 그날만 생각하면 아직도 온몸이 떨린다. 당시에 어떻게든 남편의 행방을 수소문했으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어 지금도 후회한다.지난 21일(현지시간) 난민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말라위 국토안보부의 사전 허가를 받아 잘레카 캠프를 직접 방문했다. 이곳에서 만난 프랑스와즈 씨는 "남편을 좀 찾아달라"며 기자의 두손을 잡고 애원했다.후투족인 그는 1994년 르완다 내전 당시 탄자니아로 한 차례 몸을 피했다가 본국으로 돌아갔지만, 생명의 위협을 느껴 다시 짐을 쌌다. 남편 없이 자녀 8명과 함께 피란길에 올랐다.이후 잘레카 캠프에 거주하며 2003년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2018년 잘레카 캠프를 떠나 제3국에 재정착하겠다고 요청했지만, 지금까지도 '기다리라'는 대답뿐이다.프랑스와즈 씨는 "남편을 찾기 위해 르완다 교도소까지 연락하는 등 여러 경로로 알아봤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며 "생전에 남편을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부룬디 출신 쿠비마나 엘리(37) 씨는 콩고민주공화국(DRC·민주콩고)에 석유를 사러 갔다가 하루아침에 난민 신청자 신세가 됐다. 정부와 같은 편이 아니라서 돌아가면 체포될 거라는 말을 듣고 아내와 세 자녀를 남겨둔 채 혼자 말라위로 넘어갔다.부룬디대 회계학과를 졸업한 그는 지난 10월부터 임시 수용시설에 머물며 난민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자신에게 배정된 공간(침실 포함 27㎡ 정도)을 보여주겠다는 그를 따라갔다.바닥에는 옆 거주자 공간에서 흘러나온 듯한 소변 흔적이 남아있었고, 악취가 풍겼다. 비좁은 침실은 사람 한 명이 누울 수 있는 정도였다.엘리 씨는 "열악한 환경이지만 누울 곳과 쉴 곳이 있고, 무엇보다도 생사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면서도 "가족들과 연락할 길이 없어서 답답하다. 가족들을 데려오고 싶다"고 말했다. 캠프 거주자들은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매달 1인당 1만7천500콰차(약 1만4천원)를 배급받아 생활한다. 배급받은 돈으로는 캠프 내에서 식료품 등을 구입할 수 있다.커뮤니티 내 자투리땅을 텃밭으로 일궈 옥수수와 콩 등을 내다 파는 이들도 있다.다만 캠프 정책상 거주자들은 허락 없이 부지를 벗어나서는 안 되며, 취업하거나 사업을 할 수도 없다. 공립학교와 대학에 다닐 권리도 주어지지 않는다.이에 NGO를 중심으로 난민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캠프에서 교육 및 심리·사회적 지원을 담당하는 단체 모데브스(MOHDEVS)의 교육 담당자 브위게인 음캄발라 씨는 "난민법에 이동과 교육, 노동의 자유 등의 권리를 신설해야 한다"며 "현행 정책은 난민을 고립시키고 기회를 제한한다"고 지적했다.잘레카 캠프는 릴롱궤 시내에서 45km 떨어져 있다. 원래 교도소 자리였으나 말라위 정부가 1994년 부룬디, 르완다, 민주콩고에서 대량학살, 폭력, 전쟁 등으로 발생한 강제이주자 급증에 대응하고자 건립했고, 유엔난민기구(UNHCR)가 운영해왔다. 올해 11월 기준 잘레카 캠프에는 이들을 비롯해 5만6천436명의 난민 및 난민 신청자가 살고 있다. 민주콩고(64.9%), 부룬디(21.9%), 르완다(12.5%) 순으로 많다. 최대 1만2천명 수용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기에 과밀화 문제가 심각한 편이다.이에 따라 캠프 내 보건소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 길고, 1인당 하루에 14L의 물만 제공된다. 초등학교와 유치원 등 교육시설도 32곳에 불과하며, 화장실과 샤워실 등 위생시설도 턱없이 부족하다.말라위 정부와 UNHCR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치티파 지역에 정착촌을 신설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곳은 잘레카 캠프(201ha)보다 넓은 439ha 규모로 조성되며 1만240가구, 5만1천200명을 수용하게 된다.온라인 이코노미스트

2024.12.24 09:30

3분 소요
세계가 주목하는 K-패션, 진화는 시작됐다[스페셜리스트 뷰]

전문가 칼럼

패션 브랜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도 자신 만의 정체성, 즉,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느냐다. 무수한 대체재들이 과공급 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에게 자신들이 만든 브랜드(제품)를 선택하게 하려면 다른 브랜드에게 없는 유니크함이 필요하다. 이런 유니크함이 정체성을 형성하고 대체 불가능성을 만든다. 하나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나면 소비자들은 이 제품을 다르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대체 불가능성을 만드는 방식은 시대에 따라 다르다. 과거에는 다른 곳에서 구하기 어려운 진귀한 고급 재료나 제품을 만드는 장인의 솜씨가 중요했다. 하지만 요즘은 제품 자체에 가미돼 있던 대체 불가능성이 ▲소비자의 패션 룩(Look) ▲브랜드가 가지는 세계관과 이미지 ▲입고 보고 경험하는 모든 라이프스타일에 입혀지는 분위기다. 대체 불가능성, 어떻게 만들어 낼까대체 불가능성은 나 홀로 이뤄낼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고 팔리지 않는 독단적인 길은 패션 산업이 추구하는 길이 아니기도 하다. 우선 해당 브랜드를 만든 디자이너의 문화권과 시대의 흐름 등을 살펴봐야 한다. 예컨대 프랑스나 영국, 미국의 디자이너는 자국의 문화, 제반 산업 등의 큰 틀 속에서 비슷한 기반을 가진 주변과 구별되는 자기만의 정체성을 만들어 간다. 자신의 문화권을 배반하고 타자화시키려 해도 특정 문화권이라는 배경이 출발점일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또 시대의 흐름도 중요하다. 자원을 아낌없이 쓰는 것이 현대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환경 파괴적'이라는 비난을 듣는다. 친환경 산업은 이 시대가 원하는 흐름이다. 우연적이지만 거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시대에 지나치게 순응하면 흔하고 평범할 뿐이다. 적당한 균형 속에서 사람들이 동경하는 패션을 내놔야 한다.꽤 오랫동안 사람들이 동경하는 패션의 출처는 할리우드(Hollywood) 영화, 팝(POP) 뮤지션, TV 시리즈였다. 패션 스타와 화면이 결합된 유럽과 미국의 문화 재생산을 바라보며 우리는 그들을 동경하고 따라했다. 잡지에 실리는 패션 디자이너의 컬렉션과 패션 모델, 화보는 이를 증폭시켰다. 미디어의 강력한 힘은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다만 소문을 듣고, 잡지로 보고, 실제로 이 패션을 만나게 되는 속도에는 시간적 간극이 있다. 결국 이 간극은 '패션의 자국화'라는 변형을 만든다.이제는 유튜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미디어를 대체하고 있다. 사람들은 인플루언서나 SNS 스타의 친숙하고 멋진 모습을 보고 따라 한다. 잡지보다는 인스타그램 위의 룩북과 짧은 동영상을 통해 새로운 트렌드를 지켜본다. 이런 미디어를 통해 시간적, 공간적 간극이 옅어지고 있다. K-문화는 이런 변화에 아주 잘 적응하고 있다. K-영화나 K-드라마 그리고 K-팝 등은 전통과 최첨단이 혼합돼 있는 우리만의 유니크한 특성을 활용하면서 쉼 없이 흘러가는 트렌드를 주도했고 이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주목받기 시작한 K-패션K-패션은 오래 전부터 해외 진출을 시도해 왔다. 제조 분야에서는 예전부터 해외 유명 브랜드의 아웃소싱 생산을 해왔다. 그렇지만 정작 자체 브랜드를 달고 수출을 시작했을 때는 '한국 산'이라는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딱히 장점이 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패션 쪽에서는 1992년 이신우, 이영희 디자이너가 한국 최초로 파리 컬렉션에 참가한 이후 해외 진출이 꾸준히 이어졌다. 좋은 평가를 얻는 경우도 있긴 했지만 주로 일시적인 이슈였고 한국의 패션 디자이너들이 주류 자리까지 오르기는 어려운 현실이었다.세계적인 국내 패션 디자이너의 부재 속 K-팝 등 패션을 많이 활용하는 쪽에서는 최신 글로벌 트렌드를 찾아내 접목시키고 믹스해 새로운 볼거리를 만들어 내는 데 몰두했다. 이런 이유로 K-패션은 한동안 패션 디자이너보다는 스타일리스트를 중심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최근 패션 쪽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류 덕분에 한국에는 문화 강국 이미지가 생겼다. 이 같은 왕성한 문화 생산 이미지는 K-패션 성장에 좋은 배경이 됐다. K-스타들을 앞세운 마케팅도 글로벌 인지도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다만 K-패션이 무조건 한류 특수를 누린 것은 아니다. 그들은 과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좋은 기회를 만나지 못했을 뿐이다. K-패션은 세상에 보여줄 것이 여전히 무궁무진하다. K-패션의 성장은 유망한 국내 디자이너들이 이끌 수 있다. 이미 몇몇 국내 디자이너와 브랜드들은 해외 시장에 진출하며 여러 성과를 내고 있다. 우영미와 준지는 해외에서 자리를 잡은 대표적인 한국 디자이너다. 해외의 명성을 통해 이들 브랜드들은 한국으로 역수입돼 MZ세대 등으로부터 큰 인기를 얻으며 '신명품'으로 불리고 있다.우영미는 1988년 ‘솔리드 옴므’(Solid Homme)를 론칭하며 패션 브랜드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2002년 파리에 진출하면서 브랜드 ‘우영미’를 만들었다. 브랜드 우영미는 섬세함과 개성 있는 디자인, 성별의 경계를 허문 젠더리스 스타일이 특징이다. 데뷔 이후 파리패션위크에 참가하기 시작했고 2011년 파리의상조합의 정회원이 됐다. 2020년에는 파리에 있는 르 봉 마르쉐 백화점에서 남성관 입점 브랜드 중 매출 1위를 기록하면서 국내 인지도가 크게 늘기도 했다. 최근 파리에 플래그십 매장을 열고, 런던의 해로즈 백화점에 입점하는 등 전 세계에 4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정욱준은 1999년 가로수길에 ‘론 코스튬’을 오픈했고 서울 패션위크를 통해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2007년 ‘준지'(juun.j)를 론칭하고 파리패션위크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정교한 테일러링을 바탕으로 클래식과 아방가르드 등을 적절히 혼합한 패션 스타일은 ‘준지 스타일’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우영미에 이어 2013년 파리의상조합 정회원이 됐다. 우영미와 준지는 K-문화의 인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부터 해외 시장을 차곡차곡 개척해 가며 단계별 성장을 한 케이스다. 그만큼 그들이 자신들의 브랜드를 알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K-패션의 미래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K-패션은 자체적으로 해외 진출을 위한 많은 노력을 이어왔고 이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K-문화 인기는 K-패션 성공에 큰 힘이 됐지만 그저 K-팝이나 K-드라마 인기에 편승하는 정도에서 한국 패션의 성장이 제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또한 국내에는 좋은 퀄리티의 원단 등 부자재 생산 업체가 많은 덕분에 K-패션 업체들은 국내를 생산 거점으로 글로벌 활동도 가능하다. 젠더리스나 지속 가능성 등 최근의 이슈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많은 것도 장점이다. 디자이너와 브랜드는 자신만의 아이덴티티 확립이 매우 중요하다. 외국에서 유행하고 잘 팔리는 옷과 비슷한 걸 내놓는 일은 경쟁자도 많고 메리트도 없다. 외국 사람들이 굳이 한국의 패션쇼를 보러 한국을 방문하고 룩북 영상을 찾아 보며, 한국의 패션 상품을 관세와 배송료를 내가며 구매하는 이유는 '한국에만' 있는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테일러링과 소재, 만듦새 등 패션의 기본적인 요건을 잘 갖춰야 한다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정부나 기관의 노력도 필수적이다. 패션이 비즈니스라는 이유로 정부 도움 없이 '개개인의 힘으로 성공하는 분야가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문화의 판매는 정부 등 기관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유럽의 수많은 패션 협회나 대학, 기업 중심의 단체들도 여전히 가능성 있는 신인 디자이너를 찾아내고 성장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 패션위크를 개최하는 서울시와 서울 디자인 재단, 신인 발굴과 지원을 위한 한국패션협회의 K-패션 오디션 등 여러 행사가 존재한다. 그렇지만 현재 이런 이벤트들은 대중적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또 국제적인 인지도도 떨어진다. 이런 행사들이 자기들만의 잔치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거시적 관점의 방향 설정과 정교하고 현실적인 지원 등에서 더 큰 발전이 필요하다. 글로벌 스탠다드도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패션 산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라면 사이즈 종류를 그렇게 많이 생산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인들의 체형은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에서 사업을 영위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더 다양한 사이즈를 생산한다는 것은 비용 상승을 의미하고 결국 제품 가격이 오르게 된다. 환경 및 지속 가능성 문제도 마찬가지다.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는 직물이나 부자재 등 생산의 초기 단계부터 염색과 봉제, 포장 등 최종 단계까지 점점 더 구체적인 친환경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부분은 현대사회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부분이다.K-패션은 오랜 성숙기를 거쳐 이제 비상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현재 패션계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 중 하나는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톱 레벨의 국내 패션 디자이너가 등장하는 일이다. 그리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더 큰 기대와 관심을 가지고 바라볼 만한 시점이다. 박세진 패션 칼럼니스트 박세진 패션 칼럼니스트는_패션에 관한 글을 쓰고 번역을 하며 사이트 '패션붑'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패션 vs. 패션』, 『레플리카』, 『일상복 탐구: 새로운 패션』, 『패션의 시대 : 단절의 구간』를 썼고 『빈티지 맨즈웨어』, 『아빠는 오리지널 힙스터』, 『아메토라: 일본은 어떻게 아메리칸 스타일을 구원했는가』 등을 번역했다. 이외 다양한 매체에 기고를 하고 강연, 자문, 전시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국내외에서 활약하는 국내 디자이너 및 브랜드 최유돈 디자이너는 국내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일하다 영국 로열 칼리지 오브 아트(Royal College of Art, RCA)로 유학을 떠나 새로 도전한 케이스다. RCA에서의 졸업 컬렉션을 도버 스트리트 마켓이 바잉(Buying)할 정도로 큰 주목을 받았고 2009년 '유돈초이'(EUDON CHOI)를 론칭했다. 박소희 디자이너의 '미스 소희'는 화려하고 드라마틱한 패션으로 카디 비나 마일리 사이러스 등 세계적인 스타들에게 의상 협찬을 하면서 글로벌한 명성을 쌓아 왔다. 김나연 디자이너의 '나욘'(NAYON)은 2021년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의 디자인 스콜라 어워드에서 수상한 후 론칭한 브랜드다. CFDA의 공식 초청으로 뉴욕 패션위크에 참여하고 있다. 박상연 디자이너는 2021년 뉴욕에서 '애슐린'(ASHLYN)을 론칭했다. 동양의 패턴 메이킹과 서양의 드레이핑 테크닉을 결합한 우아한 룩을 선보인다. 또한 자투리 없는 재단과 생산과정에서의 폐기물 최소화도 목표로 하는 등 지속가능성 부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한민국패션대전, LVMH의 신인 발굴 프로젝트인 LVMH 프라이즈 파이널리스트, 2022년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 수상을 하기도 했다. 규리김(GYOUREEKIM)은 김규리 디자이너의 브랜드로 2022년 도쿄 컬렉션을 거쳐 2023년 런던 패션위크에 참여했다. 창의적인 레이어드와 실루엣을 기반으로 한 로맨틱 세미쿠튀르 컬렉션을 선보이고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는, 간직하고 싶은 옷을 제작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재고 소재, 중고 원단, 쓰고 남은 원단을 업사이클해 활용하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외에도 프랑스의 LVMH 프라이즈나 미국의 CFDA 스콜라 어워드 등 해외의 신인 디자이너 등용문을 통해 수상하고 인지도를 넓혀가고 있는 국내 디자이너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최근의 중요한 흐름이다. 특히 2024년에는 2NE1의 씨엘(CL)이 LVMH 프라이즈의 심사위원으로 합류하기도 했다. 김민주 디자이너는 2013년 H&M 디자인 어워드에서 대상을 받고 2014년에는 LVMH의 영 패션 디자이너 프라이즈 준결승에 진출했다. 그리고 2015년 자신의 브랜드 민주킴(MINJUKIM)을 런칭하게 된다. 환상적이고 동화적이고 우아한 분위기의 패션을 선보이는데 특히 2020년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글로벌 패션 서바이벌 프로그램 넥스트 인 패션에서 우승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다. 2022년에는 가회동에 한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플래그십을 오픈하고 최근에는 세컨 브랜드 파쿠아를 런칭하기도 했다. 디자이너 황록은 2016년 런던을 기반으로 ROKH를 런칭했다. 타임리스, 원시적, 감각적인 디자인을 표방하고 클래식한 디자인을 정교하게 해체해 재구성하는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2018년 LVMH 프라이즈 후보에 올라 2위 특별상을 수상하고 2019년 파리 패션위크에 진출하게 된다. 최근에는 H&M과의 협업 컬렉션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포스트 아카이브 팩션(PAF)는 임동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정수교 디자이너 등의 팀원으로 구성되어 있고 2018년에 런칭했다. 조형의 요소를 기반으로 공예적, 기능적으로 완성된 디자인을 중심으로 한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PAF는 설립 초창기부터 SNL에서 켄드릭 라마가 입고 나오는 등 주목을 받았는데 2021년에는 LVMH 프라이즈에서 세미 파이널리스트에 올랐다. 아라리오 갤러리에서의 전시나 버질 아블로와의 협업 컬렉션 등 다양한 활동을 선보이고 있다. 김준태 디자이너는 런던과 서울을 기반으로 2021년 준태킴(JUNTAEKIM)을 런칭했다. 한국에서 여성복을 공부하고, 런던에서 남성복을 공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남성복과 여성복, 과거와 현재의 요소들을 병치할 때 나타나는 새로움과 로맨티시즘을 만들어 내는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로코코, 바로크 시대 여성복의 실루엣을 남성복에 접목시킨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2023년 LVMH 프라이즈에서 세미 파이널리스트에 올랐다.조기석 아트 디렉터는 원래 포토그래퍼로 활동을 했는데 2016년 쿠시코크(KUSIKOCH)를 런칭하며 패션으로 영역을 넓혔다. 실패할 권리라는 슬로건을 앞에 내세우고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김준태 디자이너와 같은 해인 2023년 LVMH 프라이즈에서 세미 파이널리스트에 올랐다. 김지용 디자이너는 2021년 브랜드 지용킴(JiyongKim)을 런칭했다. 자연광에 오랜 시간 노출한 선 블리치드 방식을 특징으로 하는데 햇빛에 천천히 그을린 원단은 화학 염료를 이용해 순식간에 변색시킨 섬유보다 훨씬 깊이감 있는 색을 낸다. 2023년 SFDF에서 1위를 했고 2024년에는 LVMH 프라이즈에서 세미 파이널리스트로 선정이 되었다. 룩북과 전시 등의 방식으로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이외에도 아더 에러, 앤더슨 벨, 젠틀 몬스터, 혜인 서, 강혁, 오호스(OJOS)등등 많은 브랜드들이 자신 만의 패션으로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컬렉션이나 팝업 스토어를 열고, 국내를 찾아온 사람들이 매장을 찾아오게 만들고 있다.ㄱ

2024.09.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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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 간 김에 여행도 즐긴다”… 뜨거운 ‘블레저’(Bleisure) 열풍 [E-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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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용 임플란트 제조회사 오스템임플란트가 매년 여는 글로벌 기업행사 ‘오스템 월드 미팅’(Osstem World Meeting)은 올해 전체 행사기간이 총 11일로 늘어났다. 참가자인 52개국 1500여명 치과의사들이 이틀짜리 본 행사 전후로 여행·관광 일정을 추가하면서 체류기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직무와 관련된 산업·연구시설을 방문하는 산업관광,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는 단체여행, 개인 취향에 따라 일정을 짠 자유여행 등 유형과 코스, 기간도 각양각색이다.오스템임플란트 관계자는 “본 행사기간 중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틈틈이 청와대, 경복궁 등 서울의 주요 명소여행을 즐긴 이들도 상당수”라며 “공식적으로 집계하진 않았지만 가족을 동반한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마이스 연계 ‘블레저 여행’ 수요 증가세 전시컨벤션 등 행사 참가자가 공식일정 앞뒤로 행사 개최도시와 국가를 여행하는 ‘프리·포스트 투어’(Pre·Post Tour)가 포스트 코로나 마이스 시장의 새 먹거리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원격근무 확산과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려는 욕구 증가로 일과 여가를 함께 즐기는 블레저(Bleisure) 여행 수요가 급증하면서다.그동안 수요도 많지 않고 돈도 안 되는 데다 품만 많이 들어가 구색 맞추기 운영에 그쳤던 프리·포스트 투어가 행사 개최효과 극대화에 없어선 안 될 필수 프로그램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전까지 특별히 주목받지 못한 프리·포스트 투어 시장이 행사 만족도는 물론 개최 성과를 높여줘 포화상태에 다다른 마이스의 ‘퍼플오션’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글로벌 비즈니스 여행 협회(GBTA)는 지난해 발간한 시장 분석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블레저 여행이 일시적인 트렌드를 넘어 일상생활의 한 패턴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블레저 여행의 증가는 익숙한 사무실에서 벗어나 낯선 휴가지에서 업무를 보는 ‘워케이션’(Workation) 열풍도 한몫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원격 근무와 화상회의가 보편화되면서 일과 여가의 양립을 금기시하던 기업 등 조직 내 인식과 문화도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다.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기업부터 중소·벤처기업에 이르기까지 워케이션, 블레저가 우수 인재를 영입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오스템 월드 미팅과 같은 기업 이벤트, 전시컨벤션 등 마이스와 연계한 블레저는 미주와 유럽, 오세아니아에서 이미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미국 의료보험회사 아이엠지(IMG)가 최근 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행 전망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78%는 행사 참가 목적의 출장과 함께 블레저 여행을 계획 중이라고 답했다. 공식적인 출장과 연계해 가족여행을 떠날 계획이라는 응답도 40%에 육박했다.호주 여행업계가 실시한 조사에선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호주 국민의 해외 출장여행 기간이 전 세계 평균인 3.5박보다 2배 가까이 긴 6박으로 나타났다. 현지 매체와 업계 전문가들은 출장여행 기간 증가를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블레저 여행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호주 마이스 전문매체 마이스넷은 “블레저 여행의 상당수는 컨벤션 등 행사와 연계한 개인 또는 가족여행”이라고 보도했다. 체류기간 길고 활동반경 넓어 ‘블레저 경제효과’ 블레저가 마이스의 새로운 퍼플오션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행사 참가자의 체류기간을 늘리고 활동반경을 넓혀 행사 유치와 개최 못지않은 경제효과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전북 새만금에서 열린 세계 잼버리대회는 파행 운영으로 빛이 바랬지만, 개막 2~3주 전부터 각국 참가단이 사전에 입국해 서울과 인천, 보령, 경주, 순천 등 전국 곳곳을 여행하면서 적잖은 경제효과를 안겼다.일과 여가를 함께 즐기는 블레저는 주 수요층이 20대 중반에서 30대라는 점에서 지속가능성이 기대되는 시장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마이스 행사와 연계한 블레저 수요는 가족 동반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확장성이 일반 여행에 비해 크다는 평가다. 힐튼 호텔앤리조트가 최근 전 세계 25~30세 비즈니스 여행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7명은 짧은 휴가를 즐기기 위해 출장기간을 연장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국내에서도 서울과 부산 등 1세대 마이스 도시를 비롯해 고양, 수원, 경주 등 도시들이 마이스 블레저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는 지난해부터 B2B 산업 전시회와 연계한 블레저 여행 수요 확대에 착수했다.지난해부터 2027년까지 5개년 마이스 중기 발전계획에 블레저 시장 확대를 목표로 제시한 서울은 올 상반기 중 구체적인 전략과 방안을 내놓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부산은 아예 ‘블레저 시티’를 전면에 내걸고 부산역과 영도구에서 운영 중인 워케이션 센터와 연계한 블레저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고양은 블레저 수요 확보를 위해 14가지 팀빌딩 프로그램, 수원은 지역 호텔과 여행상품을 모아놓은 전용 온라인 플랫폼, 경주는 문화유산을 활용한 역사문화기행 블레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섬 휴양지인 제주를 비롯해 인천, 여수 등도 섬, 바다를 테마로 한 블레저 수요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블레저 여행을 마이스 시장의 새 먹거리로 삼는 퍼플오션 전략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선 다양한 지역 여행상품을 연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퍼플오션 전략 중 하나인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Multi Use)처럼 블레저 콘텐츠의 종류와 범위를 넓히는 ‘확장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박효연 전남대 문화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행사와 연계한 블레저 여행의 패턴이 개별 자유여행으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컨벤션센터 같은 전문시설이 없는 중소 도시에서도 충분히 공략해 볼 만한 분야”라며 “그러기 위해선 무료 관광 같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비용 지원에서 벗어나 일부러라도 시간과 돈을 들여 찾아올 만큼 매력적인 블레저 여행 코스와 상품부터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4.06.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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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 ‘모비릭스’와 손잡고 차량용 게임 개발 나선다

IT 일반

LG유플러스가 글로벌 게임 기업 모비릭스와 차량용 게임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사업 확장에 나선다고 2일 밝혔다.최근 더 커지고 고사양화 되는 자동차 디스플레이를 선점하기 위한 콘텐츠 경쟁이 치 열해지고 있다. 게임도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의 핵심 컨텐츠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라 충전을 위한 대기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투리 시간을 즐기려는 운전자들이 늘었다. 향후 두 손이 자유로워지는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할 경우 차량용 게임 산업의 성장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LG유플러스는 그 동안 쌓아온 인포테인먼트 개발·운영 노하우를 토대로 차량용 게임 분야에 진출, 모빌리티 사업에서 업계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서울시 용산구 LG유플러스 사옥에서 진행된 이번 업무 협약식은 강종오 LG유플러스 모빌리티사업담당(상무), 임중수 모비릭스 대표 등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LG유플러스는 짧은 시간에도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 게임이 차량 환경에 적합하다고 판단, 간단한 터치 위주의 게임을 시작으로 차량용 게임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모비릭스는 누적 다운로드 수 5000만회 이상의 인기 캐주얼 게임 10여 종을 포함해 200종 이상의 작품을 보유한 모바일 게임 전문 기업이다. 특히 대표 게임 중 하나인 벽돌깨기 퀘스트는 미국, 프랑스, 인도, 이집트 등 국가에서 높은 인기를 끌며 올해 3월 기준 누적 다운로드 수 2억 회를 돌파하기도 했다.이번 협업을 계기로 LG유플러스는 인포테인먼트 기술력을 바탕으로 게임 포털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모비릭스는 게임 포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차량에 최적화된 게임의 개발 및 공급을 맡는다.이와 함께 양사는 향후 ▲결제 시스템 연동 ▲글로벌 시장 진출 ▲게임 구독 서비스 개발 ▲신규 IP 확보 등 차세대 차량 게임 시장 내 서비스 주도권 확보를 위해 적극 협력할 예정이다.강종오 LG유플러스 모빌리티 사업담당(상무)는 “LG유플러스가 다양한 파트너사들과 긴밀하게 협업한 덕분에 인포테인먼트 시장에 연착륙한 만큼, 차량용 게임 시장 진출에 있어서도 든든한 우군을 확보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판단했다”며 “모비릭스와 함께 차량 운전자 및 동승자의 주행 경험을 혁신할 수 있는 새로운 기능을 선보이는 데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4.04.02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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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쿠션’으로 세계 컬렉터 홀렸다…틀을 깨는 ‘이혜민의 오브제’ [이코노 인터뷰]

CEO

알록달록한 쿠션이 차곡차곡 쌓여 밀도 있게 서로를 지지한다. 정해진 경계가 없는 듯 좌우상하로 길게 이어진 조각들이 서로 무수히 중첩되며 연출하는 장면이다. 가느다란 실과 자투리 천, 흩어지는 솜…. 형태가 모호한 재료의 집합체에 불과한데도 작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동양적인 아름다움이 그대로 투영된다. 그곳에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쿠션의 모습은 없다. 부드럽고 폭신한 감촉은 겹겹이 쌓여 견고함을 드러내고, 브론즈로 캐스팅한 쿠션 형태의 조각은 어떤 외부 환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내면을 환기시켜 준다. 심지어 어떤 쿠션은 버려진 과자 봉지로 겹겹이 쌓여 하나의 부조 작품으로 탄생했다. ‘재계 컬렉터’도 반한 동양의 美…모순적 메시지 모두 설치 미술가인 이혜민 작가의 작품이다. 일반 대중에겐 생소하지만 그는 예술계에서 알만한 사람은 아는 실력파다.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대(NYU)에서 설치미술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20여년간 그는 작품 작업과 개인전을 쉬지 않고 반복하며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내로라하는 재계의 아트 컬렉터들이 그의 작품을 수집하며 꾸준히 소장해오고 있다. 이 작가는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며 ‘예술계가 인정한 예술가’이기도 하다. 미국의 미술 평론가이자 작가인 로버트 C. 모건은 이 작가의 작품을 보고 “은유적 공명과 촉각의 매력으로 가득 차 있다”고 평했다. 쿠션을 촘촘히 연결해 마치 하늘로 승천하려는 용처럼 꿈틀거리게 연출한 작품은 아트바젤 홍콩이나 아트바젤 마이애미 같은 세계적인 아트페어에서도 극찬을 받았다. 동양미와 반전이 잘 표현된 작품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시작은 베개였어요. 마땅한 미술 재료가 없어서 버려진 이불과 솜, 헌옷 등을 자르고 바느질해서 수십 개의 베개를 만들고 그것들을 엮었죠. 베개는 잠을 잘 때 꿈을 꾸게 해주고 나의 비밀 이야기를 들어주며 눈물을 닦아주기도 하는 존재잖아요. 연약한 천으로 만든 베개를 강하게 만들어 커다란 꿈이 이뤄진다는 희망을 표현하고 싶었어요.”쿠션 설치 작품이 그의 시그니처지만 이 작가는 ‘설치 미술’이라는 단어만으론 온전히 설명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스스로를 ‘제한 없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일상으로부터 얻는 재료에 제약이 없듯이 그는 설치를 비롯해 조각과 회화, 비디오아트 등 여러 가지 장르를 넘나들며 작업한다. 작업실도 한 두 곳이 아니다. 주로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시간을 보내지만 보다 큰 작품을 구현할 때는 용인에 있는 작업실에서 작품을 만든다.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미국에서의 개인전도 꾸준히 열고 있다. “저는 작업하는 모든 과정에서 어떤 틀을 두지 않아요. 일상 속에서 작품의 재료를 찾고 그 재료들을 연단해 재료가 가진 성질을 반전시켜요. 끊임없이 붓질하고 쌓으면서 중첩의 결을 만들고, 그것이 결국 고정된 이미지를 부수는 거죠.”그렇게 작가는 어디 한 곳에 갇히기를 거부하며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확장해왔다. 처음엔 천으로 만들어지던 작품들이 브론즈로, 액자나 석고 붕대 등 다른 재료로 변주돼 왔다. 쓰다 남은 천과 누군가의 아픔을 치료해준 뒤 버려진 붕대들, 사소하고 하찮아 보이는 재료들이 그의 손을 거치면 치유와 정화의 도구로 재탄생 됐다. 낡은 석고 붕대에 물을 발라 레이스 형태로 다듬으며 드레스의 결로 표현하거나, 바다에 비친 하늘과 별의 모습을 통해 죽음과 삶, 행복과 슬픔이 서로 반사되는 것이라고 재해석하는 식이다. “솔직한 작업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붕대나 액자는 저마다 아픈 사람을 치유해거나, 주인공을 빛내주는 역할을 하지만 일정 가치가 다 되면 버려지잖아요. 하찮아진 존재들을 보면 새로운 가치를 줘야겠다는 도전정신이 생겨요. 버려지는 것과 다시 쓰이는 것, 연약한 것과 강한 존재, 부드러움과 딱딱함 같은 반전과 모순의 메시지를 주고 싶었어요. “작품으로 시대와 소통…예술가의 사회적 책무 다하고파”때로는 스스로 표현하는 메시지 뿐 아니라 시대가 직면한 사회적 현상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사회적인 상황이나 환경적 특성 등 시대가 반영하는 것들을 예술가만의 방식으로 소통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피카소가 전한 말처럼 이 작가 역시 “예술가는 예술로 사회를 이야기하고 지켜나갈 책임이 있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과거 피카소는 대표작인 ‘게르니카’를 통해서 조국의 내전과 전쟁의 비극을 알렸고, 그의 작품은 어떠한 텍스트나 말보다 대중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선명해 현재까지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예술가들은 때가 되면 떠나지만 작품과 예술은 그대로 남아있죠. 향후 작업을 통해 사회적인, 나아가 외교적인 역할까지 하고 싶어요. 가장 한국적인 천과 동양적인 물감 등 제 작품이 동양의 미를 잃지 않는 배경이기도 하고요. 예를 들어 전쟁이 있는 나라를 상징하는 천과 우리나라 전통의 천들을 엮어 아픔을 함께 공유하고 평화적인 메시지를 주는 거죠. 전 세계 아젠다인 지구 온난화 해결을 위한 대응 의식을 만드는 데도 아티스트로써 어떤 역할을 해내고 싶어요. 작품을 매개로 사회와 소통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예술가의 책무를 다하는 길 아닐까요?”

2023.11.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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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흐른 시간…GS그룹의 신사업 발굴 현장 [가봤어요]

ESG

시간과 공간은 상대적이다. 상대성이론으로 규명된 법칙이다. 그러나 지구에 붙어 사는 인류가 이를 체감할 수 있는 건 ‘우주 현상’을 관측할 때를 제외하곤 극히 드물다.11일 오전 10시부터 12일 정오까지. 서울 역삼동 GS타워에서 보낸 하루는 시공간이 상대적이라는 점을 새삼 느낄 수 있게 했다. 물론 이 시간이 물리적으로 달랐단 의미가 아니다. 이곳에서 보낸 시간의 밀도가 평소보다 농밀하게 다가왔을 뿐이다. ‘GS그룹 해커톤’ 대회에 참가한 약 300명이 한곳에 모여 몰두하는 분위기가 시간을 그렇게 느끼게 했다.공간 역시 다르게 여겨졌다. 여기에 모인 이들의 관계가 그랬다. GS그룹 19개 계열사에서 모인 이들은 해커톤 대회에서 처음으로 대면했다. 대회를 준비하며 온라인으로 두어 번 소통한 적은 있지만, 직접 머리를 맞댄 건 이 자리가 처음이다. 사실상 ‘남’이라고 할 수 있는 관계의 거리가, GS그룹 소속이란 공통점으로 묶여 빠르게 좁혀지는 과정을 지켜봤다.“계열사 벽 허물고 틀을 부숴라” 해커톤은 ‘해킹’(Hac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다. 마라톤처럼 일정한 시간과 장소에 모여 특정한 목표를 단시간에 달성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GS그룹은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이한 이번 해커톤의 주제로 ‘장벽을 깨다’(Break The Wall)를 내걸었다. 사업 관행이나 일하는 방식, 나아가 회사 간 장벽을 깨고 고객을 위한 문제 해결을 목표로 삼았다.이번 GS그룹 해커톤엔 19개 계열사에서 412명이 자발적으로 참가를 신청했고, 이 중 300명을 선발해 대회를 진행했다. 팀은 5인 1조로 꾸려졌다. ‘벽을 부숴라’란 주제에 맞게 모두 다른 계열사 직원들로 팀이 구성됐다.서로 다른 업무를 수행하며 쌓은 각자의 역량과 관점을 한 공간에서 충돌시키고, 치열하게 논의해 ‘GS그룹 내 문제’를 정의하는 게 일차적 목표다. 12일 오후 5시까지 스스로 정의한 문제를 해결할 신규 서비스나 신사업 모델을 프로토타입(Prototype·상품화에 앞서 성능을 검증·개선하기 위해 간단히 핵심 기능만 넣어 제작한 기본 모델)으로 제작해 제출한다.온라인에 올라간 60개 팀의 결과물은 GS그룹의 모든 직원이 확인할 수 있다. 직원들의 투표와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거쳐 상위 10팀을 선정한다. 상위 10개 팀은 다시 오는 6월 1일 결선을 치른다. 우승팀과 상위 10개 팀에게는 노트북·태블릿PC 등이 부상으로 지급된다.무박 2일간 진행되는 본선 대회 현장은 ‘벽을 부숴라’라는 대회 취지가 곳곳에서 느껴졌다. 2022년 초 LG아트센터가 서울 마곡동으로 자리를 옮기며 생긴 빈 공간이 혁신을 발굴하려는 열기로 가득 찼다.허서홍 ㈜GS 미래사업팀 부사장은 11일 제2회 GS그룹 해커톤의 개회사를 통해 “환경에 대한 투자가 되레 사업의 동력이 될 수 있는 시기가 왔다”며 “현재 GS그룹은 어떤 기업보다 기후 변화 기술에 관심이 많은 곳이고, 이를 통해 미래 사업에 대한 기회를 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해커톤에서 좋은 신사업 모델이 나온다면 투자하겠다. GS그룹의 문제를 같이 해결하자”며 웃었다. 무거운 GS?…“해커톤은 변화의 일환”2004년 LG그룹에서 분사한 GS그룹의 주력 사업 분야는 에너지·유통·건설이다. 안정적인 사업 분야로 평가받지만, 이는 GS그룹이 상대적으로 무겁다는 대외 이미지가 만들어진 이유가 됐다. GS그룹의 조직적 분위기도 사업의 특성상 다소 경직돼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GS그룹은 이 같은 지적을 외면하지 않았다. 무겁고 경직된 조직 분위기에서 나타날 수 있는 성장 저해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고 있다. 변화를 이끌기 위한 혁신 조직도 구성했다. 2020년에 소규모 커뮤니티로 시작한 52g가 GS그룹 변화의 중심에 있다. 52g는 오픈이노베이션 GS(5pen 2nnovation GS)의 줄임말이다. ‘GS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가는 혁신 조직’이란 뜻을 담고 있다. 52g가 만들고 있는 문화는 ㈜GS에서 시작해 각 계열사로 번지는 중이다. 사내 동아리처럼 시작한 52g는 현재 약 40명이 소속된 조직으로 확장됐다. 지주사는 물론 각 계열사에서 디지털전환·ESG 등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제2회 GS그룹 해커톤은 52g로부터 시작한 GS그룹의 변화가 단적으로 나타난 사례다. 김진아 52g 선임매니저는 “GS그룹은 물론 일반적인 기업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문제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 점’이라고 생각했다”며 “이 같은 조직 문화를 탈피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가 해커톤 대회”라고 말했다.소속과 상관없이 모인 60개 팀. 각자의 위치에서 업무를 수행하며 마주했던 현상을 공유하고, 함께 문제를 정의하는 과정만으로도 조직의 발전이 이뤄질 수 있단 설명이다. 감춰진 문제가 외부로 드러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매니저는 “무박 2일만으론 사실 ‘완벽한 해결책’을 만들기 어렵다. 그러나 새로운 문제를 짚어내는 데엔 충분한 시간이 될 수 있다. 60개 팀이 찾은 60개 주제는 GS그룹이 보완해야 할 지점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해커톤에 참가한 이들이 약 30시간 치열하게 고민한 경험은 결국 그룹사 전반으로 퍼져 GS그룹이 변화하는 씨앗이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52g는 이 때문에 이번 해커톤을 진행하며 ‘팀 구성’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52g는 팀 구성을 위해 오픈AI가 챗GPT를 만들 때 사용한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활용했다. 참가자의 ▲관심 분야 ▲해결하고 싶은 문제 ▲전공 ▲업무 성격 등의 데이터를 취합하고, 이를 AI로 분석해 구성원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했다.팀 구성만큼이나 눈에 들어온 지점은 해결책에 접근하는 과정이었다. ▲사용자환경·경험(UI·UX) 디자이너 ▲개발자 ▲투자심사역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코치 등 약 30명의 전문가가 각 팀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는 맞춤형 상담을 진행했다.시대적 변화에 맞춘 문제 발굴을 장려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프로토타입 결과물에 ▲대화형 AI ▲간편개발도구(No-code) ▲클라우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데이터분석 도구 등이 반영되면 가산점을 부여한다. 디지털전환이란 시대적 흐름에서 GS그룹의 문제를 들여다볼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한 셈이다. GS그룹은 디지털을 통한 빠른 문제 해결 방식을 지원하기 위해 참가자들에게 디자인씽킹·노코드 코딩 등 실리콘밸리식 해커톤 방법론을 접할 수 있는 교육도 진행한 바 있다.톡톡 튀는 아이디어 쏟아진 현장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팀 구성과 전문가의 조언. 해커톤에 참가한 300명의 GS그룹 인재는 이 같은 환경에서 자유로운 시각으로 문제를 발굴했다.멘토로 참여한 장병준 노코드캠프 대표는 “GS그룹이 가진 자산에 디지털을 접목,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들이 많았다”며 “특히 발전소 송전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자투리 에너지’를 활용하려는 시도가 인상적이었다. 이를 디지털기술을 접목해 해결책을 마련하려는 아이디어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홍석현 GS벤처스 투자심사역도 “귀농 인구가 많아지면서 농사에 어려움을 겪은 이들이 생기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발굴해 낸 팀이 인상적이었다”며 “GS건설의 역량을 활용해 스마트팜을 모듈화하는 식으로 해결책을 만들려는 시도가 현실화하려면 필요한 지점이 무엇인지 조언을 건넸다”고 했다.이 밖에도 ▲반려동물 ▲조직 문화 ▲친환경 ▲ESG ▲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GS글로벌 소속의 한 참가자는 “계열사의 벽을 허물자, 알지 못했던 GS그룹의 자산들이 보였다”며 “문제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들을 팀원이 짚어줬는데, 어떤 의미에서 충격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경험이 본래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60개 팀 중 기자와 만난 ‘J에게’ 조는 GS그룹 전체적으로 ESG 지표를 한눈에 볼 수 없다는 점을 문제로 발굴했다. 계열사 ESG 정보를 모아서 볼 수 있는 웹사이트를 해결책으로 설정해 논의를 진행했다. 이 팀은 ▲GS EPS ▲GS건설 ▲GS글로벌 ▲GS리테일 ▲GS파워 소속 직원들이 모여 있었다.정재훈 GS리테일 직원은 “온라인을 통해 사전에 논의하는 과정부터 팀원 모두 ESG란 공통 관심사를 찾아낼 수 있었고, 각 사가 추진하는 친환경 전략이 다르다는 점을 발견했다”며 “사별로 성과를 낸 ESG 전략을 공유하는 식의 접근이 이뤄진다면 좋지 않겠느냔 점에 집중해 해결책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김경만 GS건설 직원은 “본래 업무를 진행하며 동료들과 의견 교류가 잘 이뤄진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해커톤은 실질적인 소통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다”며 “가감 없는 논의가 문제 해결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느꼈고, 이를 본래 업무에 적용하려면 어떤 점이 변화해야 하는지도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했다.

2023.05.12 13:00

6분 소요
“유료 구독자 42% 연말연시 유입”…퍼블리, 멤버십 이용자 리포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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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테크 스타트업 퍼블리가 지난해 퍼블리 멤버십 구독자들의 서비스 이용 행태를 분석한 ‘2022 퍼블리 멤버십 이용자 리포트’를 공개했다. 퍼블리 멤버십은 실무 스킬·비즈니스 트렌드·커리어 고민 상담 등을 아티클(기사) 및 웹북(Web book) 형태로 제공하며 ‘랜선 사수’ 역할을 수행하는 커리어 구독 플랫폼이다. 지난해 누적 유료 구독자 수 10만명을 달성한 바 있다. 퍼블리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유료 멤버십 구독자의 42%가 1월과 12월에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고객의 절반 정도가 연말연초에 구독권을 시작하는 양상을 보인다. 실제로 퍼블리 멤버십은 매년 연말연초 프로모션 기간마다 구독 판매로 10억 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퍼블리 멤버십 이용자들의 경력을 분석한 결과 ▶0~5년차 60% ▶6~10년차 25% ▶11년차 이상 15%로 사회초년생부터 중간 및 고연차 직장인들까지 전 연차에서 고르게 나타났다. 구독자들의 이용 행태를 살펴보면, 콘텐츠를 가장 많이 이용한 시간대 1위는 ‘오전 8시’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직장인들이 출근 이동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틈틈이 자기계발에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박소리 퍼블리 멤버십 사업리더는 “구독자들에게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커리어 콘텐츠를 매일 1개 이상씩 발행해왔다. 덕분에 전 직군 및 직급을 아우르며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앞으로도 구독자들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콘텐츠를 선보이며 대표 커리어 구독 플랫폼으로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2023.01.25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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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렉스·욜로족 대신 이젠 ‘짠테크’…앱테크 다시 뜬다

IT 일반

친구와 만나 30원을 적립하기 위해 공원을 산책하고, 중간에 들른 음식점의 영수증 리뷰를 남겨 포인트를 받는다. 일정 시간마다 광고를 시청해 보상받거나 퀴즈를 맞혀 앱 내 포인트를 모은다. 낯설지 않은 일상의 풍경이다. 이러한 모습은 마치 버려진 종이나 박스를 모아 고물상에 파는 행위와 비슷하다고 여겨져 ‘디지털 폐지 줍기’라고도 불린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지수(109.21)는 작년 같은 달 대비 5.7% 올랐다. 3개월 만에 전월보다 커진 오름세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 6월과 7월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로 치솟은 뒤 8월과 9월 둔화하다 10월 다시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경제 위기가 실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는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나 소비를 통해 자신을 과시하는 ‘플렉스(FLEX)’는 옛말이 되고 있다. 대신 MZ세대를 중심으로 ‘짠테크’가 새로운 유행으로 떠올랐다. 짠테크는 짠돌이와 재테크의 합성어다. 단순히 안 쓰고 아끼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 낭비를 최소화하고 꼭 필요한 곳에 의미 있는 지출을 하자는 의미의 신조어다. IT업계는 각종 앱테크 상품으로 짠테크 청년 세대를 공략하고 있다. 최근 인크루트 설문 조사 결과 성인남녀 1700여 명 중 약 75%에 달하는 이들이 현재 앱테크를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들 중 32.3%는 ‘자투리 시간에도 생산적인 활동을 하고 싶어서’, 30.1%는 ‘소액이라도 저축할 돈을 더 모으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이들은 앱테크를 통해 1회 평균 312원으로, 한 달 수입은 3000원 미만이 가장 많았다. 실제 만보기형 앱테크 애플리케이션을 몇 년 전부터 사용하고 있다는 박 모(31) 씨는 “처음엔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이라 생각해 앱테크에 소홀했다”며 “매일 마시는 커피값이라도 아껴보자는 생각으로 꾸준히 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박 씨는 해당 앱 테크로 14만5000원가량의 캐시를 적립했다.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가 앱테크를 통한 절약·소액 모으기에 가장 열심인 이유는 새로운 정보에 대한 습득력이 높고 모바일 사용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 ‘앱테크’라는 말이 만들어진 지는 오래됐다”며 “그러나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다시 주목받는 추세”라고 말했다. 송재민 기자 song@edaily.co.kr

2022.11.08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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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트렌드] 디지털 스마트 논밭도...中 안후이성, 손쉬워진 농사일

차이나 포커스

(중국 허페이=신화통신) 안후이(安徽)성 허페이(合肥)시 창펑(長豐)현이 농업의 스마트 전환과 농경지의 업그레이드를 추진해 현지 농업을 적극 발전시키고 있어 눈길을 끈다.창펑현에 위치한 신빈(鑫斌) 가정 농장을 운영하는 뤄파신(羅發新)은 제어실에서 논밭의 고화질 카메라를 통해 전송되는 실시간 화면으로 논밭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토양 수분 측정기에서 수분이 부족하다는 경고가 뜨자 뤄파신은 망설임 없이 휴대전화를 꺼내 원격으로 스프링클러를 작동시켜 논밭에 물을 주었다. 그는 "벼로 예를 들면 스마트 논밭의 물 사용량은 일반 논밭보다 3분의 1 정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올해 54세인 뤄파신은 현재 약 6.66㎢에 육박하는 경작지를 양도받았으며 그중 0.66㎢ 이상의 경작지는 디지털 스마트 논밭으로 사용 중이다. 일반적인 농사는 드론, 클라우드 스마트 시비기, 태양광 살충 조명 등 스마트 기기를 사용해 농사를 짓지만 뤄파신의 스마트 논밭은 이를 뛰어넘는다. 그는 "이렇게 큰 논밭을 나 혼자서 휴대전화 한 대로 관리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감탄했다.그는 "토양 수분 측정기 4대로 깊이별 토양 습도 상태를 실시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땅에 수분이 부족해 휴대전화 소프트웨어에 필요한 수분량을 입력하면 기계가 못에서 필요한 양의 물을 빨아들인다"며 "필터를 거쳐 깨끗해진 물이 밭에 뿌려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과정을 보여주며 능숙하게 스마트 설비를 다뤘다.뤄파신은 "과거에는 농사를 짓는 모든 과정에 인력이 필요했다"며 "인건비도 비싸 사람 구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마트 논밭을 도입한 후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원가도 낮췄을 뿐만 아니라 수확량도 늘어나 약 666.6㎡당 수확량이 100㎏ 증가했다고 설명했다.이러한 변화는 3년 전 시작됐다. 2019년부터 허페이시는 누적 11억 위안(약 2천128억2천800만원)을 투자해 평균 품질 4급에 달하는 농경지 약 300㎢를 마련했다. 그 밖에도 자투리 논밭의 크기를 확대하는 시범 사업을 통해 논밭의 개수를 60% 줄이는 반면 666.6㎡당 생산량을 15%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666.6㎡당 토지 양도 임대료도 320위안(6만1천913원)에서 480위안(9만2천870원)으로 높아졌다.궈쭤샹(郭左翔) 허페이시 농업종합개발관리판공실 주임은 "자투리 논밭에서는 벼를 재배하든 밀을 재배하든 수익성이 아주 낮다"며 "어떤 이는 아예 재배를 포기하기도 하고 한 계절에만 재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높은 표준의 농경지가 만들어진 후로 효익과 생산량이 늘어났고 계절적 문제도 해결됐다"고 덧붙였다.겅옌펑(耿言峰) 창펑현 농업농촌국 부국장은 창펑현이 구릉지대에 위치해 있고 원래부터 작은 논밭이 많았다며 논밭 확장 사업이 시작된 이후 자투리 논밭이 대형 농경지로 변했다고 전했다. 또 논밭의 면적만 넓어진 게 아니라 기계화 경작이 가능하도록 인프라도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그 밖에도 창펑현은 논밭 관리, 주문 생산, 위탁 경영 등을 통해 농업 생산 사회화 서비스 기업을 유치하고 있다. 뤄파신이 새로 심은 고구마도 전부 가공 공장에 판매돼 가공을 거친 후 해외로 판매되고 있다.뤄파신은 초록색으로 뒤덮인 드넓은 벼논을 바라보며 "과거에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아 666.6㎡당 300위안 정도(5만8천44원)의 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면 앞으로는 스마트 농업의 도움을 받아 이를 800위안(15만4천784원)까지 끌어 올리고 싶다"고 앞으로 2년 후의 목표를 밝혔다.

2022.08.1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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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라벨러가 뜬다…AI 따라 학습용 데이터 수요 늘어

IT 일반

‘전문 데이터 라벨러로 성장해보세요’, ‘가볍게 시작하는 사진 수집에서 전문적인 데이터 가공까지’, ‘인공지능 데이터 라벨러를 모집합니다’ 퇴사 후 새로운 직장을 찾고 있는 이정연(27)씨는 한 달 전부터 데이터 라벨링으로 용돈벌이를 하고 있다. 국민내일배움카드로 데이터 라벨러 특화과정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이씨가 데이터 라벨링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다. 이씨가 하루 1~2시간을 투자해 데이터 라벨링 플랫폼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한 달 15만원 남짓. 이미지를 분류하는 간단한 데이터 라벨링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도 작업할 수 있어서 자투리 시간에 용돈벌이를 할 수 있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이씨는 “설문조사 프로젝트는 이동하면서도 참여할 수 있고, 사진 수집 프로젝트는 전자기기나 음식 사진을 여러 장 올리고 1만~2만원을 벌 수 있다”고 했다. 인공지능(AI) 수요가 늘자 AI 학습용 데이터를 가공할 ‘라벨러’를 찾는 기업도 늘고 있다. 인공지능(AI) 학습데이터 플랫폼 ‘크라우드웍스’, ‘레이블러’와 AI 학습 솔루션 개발사 ‘에이아이웍스’ 홈페이지에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할 라벨러를 찾는 공지가 가득하다. 정부도 데이터 라벨링 기업에 힘을 보탰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플랫폼 종사 특화 직업훈련 시범사업으로 크라우드웍스를 선정해 이 기업이 데이터 라벨러의 직무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데이터 라벨링 육성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민관이 모두 데이터 라벨러 육성이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미래산업인 AI를 교육하기 위해선 방대한 정보를 우선 수집한 뒤 AI가 학습할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업무를 수행하는 데이터 라벨러에 대한 수요도 자연스레 늘었다. 대표적인 데이터 라벨링 플랫폼은 네이버와 AI 데이터 수집 및 가공 프로젝트를 함께 한 ‘크라우드웍스’, 현대차·현대모비스 등을 고객으로 둔 AI 데이터 라벨링 솔루션 기업 ‘에이모’,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데이터 라벨링 교육 사업을 진행하는 ‘테스트웍스’ 등이다. 앱 또는 자체 플랫폼에서 크라우드소싱을 통해 데이터 라벨러를 모으고, 이들이 데이터 수집과 가공이 필요한 기업의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게 한다. 크라우드소싱은 기업 활동 일부를 대중에게 개방해 인력을 유동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데이터 라벨러가 하는 분류 작업은 간단하다. 이미지나 영상 안에서 특정한 물체를 찾아 바운딩(영역 설정)하고 이름을 붙이면 된다. 가령 AI가 학습해야 하는 정보가 빨간불이 켜진 신호등이라면 사진에서 이를 찾아 사각형 박스를 그리고 그 영역을 ‘정지 신호’라고 지정하는 식이다. 이렇게 분류된 사진 수백만 장의 이미지는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구글이나 네이버가 서비스하고 있는 사진 번역과 음성 인식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에도 데이터 라벨링 작업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음성인식 기술을 탑재한 사물인터넷(IoT)은 물론 스마트공장을 비롯한 산업현장에서도 음성 기반 AI 기술에 적용할 음성 데이터 라벨러에 대한 수요도 많아지고 있다. 최근 데이터 라벨링 업체들은 AI 데이터 라벨링 프로그램을 개발해 데이터 라벨링의 효율을 높이고 있다. 데이터 1개 세트를 완성하기 위해 기존 데이터 라벨러가 5명 필요했다면, 이를 5분의 1 수준으로 줄이는 식이다. 남기철 에이모 본부장은 “가령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이미지 파일은 국가마다, 상황마다 다르기 때문에 막대한 데이터를 가공할 인력이 필요하다”며 “크라우드소싱으로 작업자 인원 자체를 늘릴 수 있지만, 데이터에 이름을 붙이는 1차 작업의 유형을 AI가 학습하게 해 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선모은 인턴기자 seon.moeun@joongang.co.kr

2021.09.13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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