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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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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맥주, 실적 부진 속 수장 교체…김백산 한울반도체 대표 취임

시세/공시

수제맥주 업계 최초 상장사인 제주맥주가 대표이사를 교체했다.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DART)에 따르면 제주맥주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김백산 한울반도체 및 한울소재과학 대표를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신성현 대표의 사임에 따른 조치다.김 신임 대표는 현재 한울반도체와 한울소재과학 회장을 겸임하고 있으며, 이번 인사는 제주맥주의 최대 주주 변경과도 맞물려 있다. 지난해 12월 제주맥주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방산장비 사후관리 전문 기업인 한울반도체를 새 최대 주주로 맞이했다.이로써 지난해 3월 자동차 수리업체 더블에이치엠으로 최대 주주가 바뀐 지 약 9개월 만에 또다시 주인이 바뀌게 됐다. 더블에이치엠은 인수 당시 유상증자를 예고했지만 실행 과정에서 난항을 겪었고, 결국 경영권이 한울 측으로 넘어갔다.제주맥주는 2015년 설립돼 '크래프트 맥주의 대중화'를 기치로 내세우며 여러 수제맥주 상품을 내놓으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주류 트렌드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제주맥주의 영업손실은 48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폭을 줄였다. 하지만 매출은 16.1% 감소한 182억원, 당기순손실은 209억원으로 오히려 70% 가까이 늘었다.

2025.03.3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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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식당서 '소맥 대신 하이볼' 인기…주류업계 새판 짜나

유통

평소 술을 즐겨하지 않던 김연주(30)씨는 최근 유행하는 하이볼(위스키+탄산수)을 직접 만들어 먹기 위해 위스키를 구비해 두기 시작했다. 김씨는 “위스키 한 병으로 온더롹, 스트레이트 등 다양하게 술을 만들어 먹을 수 있어 가성비가 좋다”고 말했다. 소위 ‘아재술’로 통하던 위스키 열풍이 계속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혼술(혼자서 마시는 술) 트렌드가 자리 잡으면서 위스키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하이볼 문화가 유행하면서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사이에서 위스키가 대세 주류로 등극했다.위스키, 테킬라 등 다양한 고(高)도수 주류가 인기를 끌면서 상대적으로 맥주, 소주 등 기존 인기 주류의 성장세는 다소 주춤한 분위기다. 이에 국내 주류업계는 다양한 소비자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 새 판짜기에 나서고 있다.소주·맥주 소비 감소세…수제맥주 타격 커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위스키 수입량은 3만586톤(t)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위스키 수입량이 약 2만t이었던 것과 비교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위스키 수입량 상승과 대조적으로 소주에서도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희석식 소주 소비량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 주세 신고 현황에 따르면 희석식 소주 출고량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91만5596㎘에서 2022년 86만1540㎘으로 줄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혼술·홈술 문화가 확산하면서 원하는 주종을 탄산수 등에 섞어 마시는 ‘믹솔로지’(Mix+Technology) 문화가 하나의 주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국내 위스키 소비량은 증가했고, 이에 따라 소주 소비는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맥주 소비도 감소세다. 시장 조사 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맥주 시장 80%를 점유하는 라거 맥주 판매액은 2018년 1조3327억원, 2019년 1조2619억원, 2020년 1조1321억원, 2021년 1조1268억원 순으로 3년 연속 감소했다. 코로나 격리가 완화된 2022년엔 1조2610억원으로 살짝 반등했지만 전반적으로 성장세가 주춤하다. 맥주 수입액 또한 최근 몇 년째 감소세다. 2018년 3억968만달러(약 4045억원)였던 맥주 수입액은 2022년 1억9508만달러(약 2548억원)로 하락했다. 고도수 주류의 인기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건 수제맥주다. 팬데믹 기간 큰 성장을 이뤄낸 수제맥주는 엔데믹을 기점으로 식당에서의 주류 소비가 회복돼 집에서의 소비량이 줄었다. 특히 위스키나 하이볼 등 타 주류로 관심이 옮겨가면서 경쟁력을 잃었다는 분석이다.국내 수제맥주업계 1호 상장사인 제주맥주는 저조한 실적 끝에 최근 경영권을 매각했다. 제주맥주의 지난해 매출은 224억원, 영업손실은 -109억원이었다.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영업손실 규모가 100억원을 넘었다. 또 다른 수제맥주업체 세븐브로이맥주도 지난해 수십억원대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39억원이었다. 새판 짜기 전략은국내 주류업체는 급속도로 변하는 주류 트렌드에 맞춰 새판짜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신제품 개발 및 제품 리뉴얼 등 라인업을 세분화하고 있으며 체험형 이벤트러 팝업스토어를 열고 젊은 소비자들을 모으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주류업계 관계자는 “위스키·테킬라 등의 인기가 높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시장에서의 메인 주류는 소주·맥주며 매출 차이도 크다”며 “업체들은 소주·맥주 등 기존 주력 라인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면서도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는 식으로 마케팅을 전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하이트진로는 20~30대를 겨냥한 라거 맥주 ‘켈리’를 지난해 4월 출시하고 2억 병 넘게 판매했지만, 성장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하이트진로는 켈리를 앞세워 오비맥주 ‘카스’의 점유율을 뺏어오기 위한 전략을 펼치기 위해 젊은 소비자들이 모이는 장소를 중심으로 시음 행사를 열 계획이다. 소주의 경우 저도수 선호 트렌드를 반영해 ‘참이슬 후레쉬’를 전면 리뉴얼, 16.5도에서 16도로 도수를 낮췄다. 또 최근 하이트진로가 출시한 ‘진로 골드’의 도수 역시 저도수인 15.5도다. 지난해 11월 기존 맥주보다 청량한 맛을 강조한 신제품 ‘크러시’를 출시한 롯데칠성음료는 유흥 채널을 중심으로 영업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또한 롯데칠성음료의 대표 희석식 소주인 ‘처음처럼’은 상반기 중 리뉴얼이 예정돼 있으며 제로슈거 소주인 ‘새로’는 제품 패키지를 다양화하고 새로운 맛을 적용한 제품 출시를 계획 중이다.국내 맥주 점유율 1위 업체인 오비맥주는 경쟁자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펴고 있다. 오비맥주는 ‘카스 라이트’ 패키지를 리뉴얼하고, 새 모델로 배우 전종서를 발탁해 신규 TV 광고를 공개하며 소비자 참여형 팝업 이벤트를 진행했다. 지난달에는 ‘한맥 엑스트라 크리미 生(생)’을 출시하며 한맥 브랜드의 라인업을 생맥주까지 확장했다.업계 관계자는 “소주·맥주의 매출이 줄어든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해 음주 행태가 바뀌면서 소주·맥주의 존재감이 줄었고, 위스키 및 데킬라 등 대체제 일부가 그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이라며 “주류 시장 전반에 걸쳐 원자잿값 인상과 경기 불황으로 인해 수익성 강화가 절실한 시점으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업계 간의 다변화 전략 및 경쟁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2024.04.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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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맥주 1호 상장’ 제주맥주, 3년 만에 자동차 수리·부품업체에 팔려

증권 일반

#제주맥주는 최대주주인 엠비에이치홀딩스 및 문혁기 대표이사가 자동차 수리 및 부품 유통업체인 더블에이치엠과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19일 공시했다.계약 주식은 전체 주식의 14.79%인 864만3480주로 주당 가격은 1175원이다. 양수도 금액은 모두 101억5609만원이다.다음 달 15일 중도금 지급 시 최대주주가 변경되고 오는 5월 8일 개최 예정인 임시 주주총회에서 더블에이치엠이 지정한 이사 및 감사가 선임되면 경영권이 완전히 넘어간다.제주맥주는 2015년 설립된 수제맥주 업체로 2021년 5월 수제맥주 업계 최초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그러나 2022년 매출이 240억원으로 전년보다 16.9% 줄었고 영업손실은 116억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을 겪었다. 지난해도 3분까지 매출이 1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8% 줄었고 영업손실은 94억원으로 적자 폭이 더 커졌다.

2024.03.19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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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수제맥주, 회심의 ‘상장 카드’ 반등 불씨 될까

유통

위기를 맞은 수제맥주 업계가 기업공개(IPO)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코로나 엔데믹 분위기에 홈술로 즐기던 수제맥주 판매량이 꺾이고, 실적이 악화되면서 근본적인 곳간의 가뭄이 가시지 않고 있어서다. 결국 수제맥주 회사들은 증시 상장을 반전 카드로 쓰기로 했다. 수제맥주 기업 최초로 상장에 성공한 제주맥주 뒤를 이어 세븐브로이, 데일리비어 등이 IPO 계획을 밝히고 체질개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븐브로이, 자회사 흡수합병 작업 마무리…IPO 가속화 수제맥주업계 매출 1위인 세븐브로이는 IPO 작업에 재시동을 걸었다. 2021년부터 코스닥 상장을 준비해왔지만 최근 대표 주관사를 선정하면서 본격 상장 단계에 진입한 것이다. 세븐브로이는 미레에셋증권, 키움증권을 공동주관사로 선정하고 100% 자회사인 세븐브로이맥주선운과 세븐브로이맥주청운 흡수합병 작업도 마무리했다. 이는 기업 목적 등을 확인받는 차후 상장 심사승인 과정을 간소화하기 위한 작업으로 풀이된다. 세븐브로이맥주선운과 세븐브로이맥주청운 등 세븐브로이 자회사는 세븐브로이가 익산에 위치한 대형 공장을 설립하기 전, 소규모 지역 맥주를 생산하기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익산 공장 가동 이후에는 사업목적이 사라지게 됐다. 업계에선 심사승인 과정에서 목적 없는 법인이 걸림돌이 될 수 있어 합병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세븐브로이 관계자는 “IPO만을 위해서 합병작업을 진행 중인 건 아니다”며 “회사의 효율성과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서 (합병을) 추진했다. 상장 시기는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지만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맥주 브랜드 생활맥주를 운영하는 데일리비어 역시 지난 2월 상장 준비를 위해 KB증권과 대표주관계약을 체결했다. 데일리비어는 2021년 70억 규모 시리즈 A투자를 유치한데 이어, 이번 IPO 작업과 코스닥 상장 이후 더 큰 투자를 유치해 기업 규모를 키워나갈 계획이다. 제주맥주, 매출 하락세에 주가까지 뚝뚝 수제맥주 기업의 IPO 도전이 잇따르고 있지만, 업계는 이들의 상장길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먼저 코스닥 상장에 처음으로 성공한 1세대 수제맥주 기업, 제주맥주 상황을 보면 적자는 계속되고 주가는 끝없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제주맥주는 2021년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지역가치 창업가 중 처음으로 IPO에 성공하고 코스닥에 입성했다. 제주도 특산물을 활용한 수제맥주를 제조해, 3년 만에 전국 5대 편의점에 전 제품이 입점되며 브랜드 인지도를 넓히고 매출이 크게 뛴 것이 성공 비결로 꼽혔다. 하지만 현재 모습은 초반 기대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2021년 5월 공모가 3200원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지만 지난 6월19일 기준 주가는 공모가의 절반 이상이 떨어진 1500원대에 머물러 있다. 이 같은 주가 하락은 적자는 커지고 매출은 줄어드는 성적표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제주맥주는 올 1분기 매출액은 46억8600만원으로 전년 동기(63억3400만원)보다 26.0% 줄었고, 영업손실은 20억5600만원으로 적자가 전년보다 39.3% 늘어났다. 당기순손실 역시 46억8600만원으로 전년 동기(63억3400만원)보다 26.0% 줄었다. 가장 적극적으로 IPO를 준비 중인 세븐브로이의 실적 역시 부진한 상황이다. 세븐브로이는 올 1분기 매출 53억2337만원, 영업이익 4억5381만원을 올렸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7.49%, 영업이익은 84.64% 감소했다. 이 같은 매출, 영업이익 하락세는 2분기에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세븐브로이의 대표 제품으로 꼽히던 ‘곰표 밀맥주’가 지난 4월, 대한제분과의 상표권 계약 기간 만료로 제품명을 ‘대표밀맥주’로 이름을 변경하고 제품 디자인도 기존과 다르게 변경하면서 이전 인기를 따라갈 수 있을지가 의문이기 때문이다. “기존 사업구조 넘어, 매출 터닝포인트 마련해야”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다. 지난 몇 년간 호황기를 누렸던 수제맥주 시장은 둔화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엔데믹 분위기에 다시 유흥업소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가정 내 수제맥주 제품 수요가 크게 줄었다. 올해 신제품을 출시하며 시장몰이에 나선 대기업 맥주의 확장세도 수제맥주 시장을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실제 하이트진로는 신제품 ‘켈리’를 내놓고 오비맥주는 ‘한맥’ 리뉴얼 제품을, 롯데칠성음료 역시 하반기 새 단장한 ‘클라우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 맥주시장은 제조사 출고가 기준으로 약 5조원 가량 규모인데 이중 80% 이상은 국내 대기업 맥주인데 연이은 신제품 공격으로 점유율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에는 집에서 홈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 수제맥주를 찾는 경향이 있었지만, 엔데믹 분위기에는 다함께 모여 마시는 맥주 즉 비교적 저렴한 대기업표 맥주를 찾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며 “국내 대기업 맥주 신제품과 일본 아사히 맥주의 인기 등으로 수제맥주 시장 점유율은 현재 5% 수준에서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투자은행(IB) 관계자는 “수제맥주 시장이 감소세를 나타낸 데 이어 금리 인상, 증시 침체 등 자금 시장까지 얼어붙은 상황이라 IPO가 싶지 않다”며 “기존 사업구조를 넘어선 해외 수출, 제품군의 다양성 등으로 매출 터닝포인트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2023.06.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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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나는 '업계 1호 상장사' 타이틀…고평가 논란 걸림돌

증권 일반

IPO(기업공개) 업계 1호가 되기 위해 기업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당장 와인업계 1호 상장 절차를 밟고 있는 나라셀라를 포함해 여러 기업이 대기하고 있다. 1호 타이틀을 따기 위해선 적절한 비교 그룹 선정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와인업계 1호 IPO에 도전하는 나라셀라는 오는 22일~23일 일반 청약을 앞두고 있다. 총 공모주식수는 145만주로, 공모가 희망밴드는 2만~2만4000원이다.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1287억~1545억원이다. 대표 주관사는 신영증권이다. 오는 6월 중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나라셀라는 상장 초반부터 고평가 논란에 시달렸다. 국내 최초로 와인 수입·유통 상장사 도전에 나서고 있는 만큼 비교 기업 선정이 어려워서다. 특히 와인 수입과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상장사가 국내에 없어 해외 명품 기업인 루이비통 모에헤네시(LVMH)를 포함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와인보다는 주류 매출 비중이 높은 롯데칠성음료를 포함하기도 했다. LVMH는 명품(루이비통)과 화장품이 주 매출처다. 나라셀라는 LVMH가 와인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LVMH의 지난해 말 기준 와인 사업 매출 비중은 8.9%에 그쳤다. 몸값 차이도 커 공모가 거품 논란이 더욱 커졌다. LVMH의 지난해 매출은 107조원으로 같은 해 매출 1071억원을 기록한 나라셀라의 100배 규모다.결국 나라셀라는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하고 LVMH와 롯데칠성음료를 비교 그룹에서 제외했다. 공모가도 당초 2만2000원~2만6000원에서 2만원~2만4000원으로 낮춰 잡았다.IPO에서 업계 1호 타이틀을 얻으려는 기업들이 고평가 논란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업계 최초 상장이다보니 적절한 기업을 선정하기 어렵고 이 때문에 공모가를 높이려고 해외 기업 등을 포함시키는 경우가 많아서다. 해당 사업과 전망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과정에서 증권신고서를 여러 번 제출하는 기업도 늘었다. 실제 선례가 될 수 있어 금융감독원이 비교 그룹을 깐깐하게 살펴보기도 한다. 앞서 업계 1호 상장을 노렸던 기업들도 고평가 논란에 시달렸다.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 중 처음으로 코스피에 입성한 쏘카는 글로벌 차량 플랫폼 기업인 우버·그랩을 비교 기업으로 선정했다. 어려운 증시 상황과 맞물려 상장 철회하기도 한다. 1호 애플리케이션(앱) 마켓 상장을 노렸던 원스토어는 비교 기업에 알파벳, 애플 등 글로벌 기업을 넣어 ‘공모가 부풀리기’ 논란에 휩싸였다. 고평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원스토어를 비롯해 새백 배송업계 1호 상장을 노린 오아시스, 액셀러레이터(AC) 1호 상장 도전으로 주목받았던 블루포인트파트너스도 상장 철회했다. 물론 성공 사례도 많다. 중소형주 위주로 IPO 분위기가 반전됐고 다양한 기업이 IPO를 노리고 있다. 유아 가구 브랜드 꿈비는 올해 ‘따상상(시초가를 공모가 두 배로 형성해 상한가를 기록한 뒤 다음날 연속해 상한가)’에 성공했다. 수제 맥주 제조사 제주맥주,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 성일하이텍, 폰트 개발사 산돌 등도 증시에 입성했다. 업계 1호 IPO 타이틀을 따내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기업도 여럿이다. 탄소배출권 거래 기업 에코아이, 민간 기상 정보기업 케이워더 등은 지난 3월 상장 예비 심사 청구를 마쳤다. 최초의 데이터 유니콘 기업인 아이지에이웍스도 하반기 상장 예비 심사 청구를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종이 생소한 만큼 투자자들에게 설득력을 얻기 위해선 알맞은 비교 기업 선정이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해당 업종의 긍정적 전망도 필수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관사에서도 업계 1호 IPO를 준비할 때 기업 가치 산정 방식에서 공을 많이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신사업 기업도 꾸준히 발굴하고 있어 IPO 1호 사례는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2023.05.1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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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도전’에 취한 수제맥주사…김빠지는데 어쩌나

유통

#2021년 수제맥주 첫 코스닥 상장사가 등장했다. 바로 제주맥주다. 제주맥주는 2020년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신청 100일여 만에 심사 승인을 받은 뒤 이듬해 상장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뤘다. 당시 제주맥주는 2015년 기업 설립 이래 매년 적자를 이어가면서 일반 상장이 불가능했지만, 미래 성장성을 인정받아 ‘테슬라’(이익미실현 기업특례) 요건으로 상장했다. 상장의 기쁨은 짧았다. 현재 제주맥주는 투자자로부터 ‘이럴 거면 왜 상장했나’라는 비판에 직면해있다. 주가는 공모가 절반 수준으로 주저앉았고, 지난해까지도 적자행진을 거듭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제2 제주맥주’가 되겠다며 수제맥주 상장을 꿈꾸는 후발주자가 있다. 업계에 따르면 맥주 브랜드 생활맥주를 운영하는 데일리비어는 지난 2월2일 상장 준비를 위해 KB증권과 대표주관계약을 체결했다. 데일리비어는 전국 50여개 이상의 지역 양조장과 협업해 수제맥주플랫폼 서비스를 개발하고, 주력 브랜드인 생활맥주를 2014년 론칭하고 현재까지 전국 200여개 매장으로 확대하며 국내 수제맥주 시장의 점유율 30%를 차지하고 있다. 데일리비어는 2021년 70억 규모 시리즈 A투자를 유치한데 이어, 이번 기업공개(IPO) 공개와 코스닥 상장 이후 더 큰 투자를 유치해 기업 규모를 키울 계획이다. 현재까지 매출 성과는 좋다. 데일리비어 측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200억원대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성장했다.2011년 설립된 맥주기업 세븐브로이 역시 2년 전부터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세븐브로이는 2021년 대표 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 공동주관사 키움증권과 계약하며 현재까지도 상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매출 줄고 적자 커지는 대표 수제맥주사 상장 준비에 부푼 모습이지만, 수제맥주 기업의 IPO와 코스닥 상장에는 청사진만 그려지진 않는다. 가장 먼저 코스닥 상장에 처음으로 성공한 수제맥주 기업, 제주맥주 상황을 보면 기업 적자는 계속되고 주가는 끝없이 하락세를 타고 있다. 제주맥주는 2021년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지역가치 창업가 중 처음으로 IPO에 성공하고 코스닥에 입성했다. 2017년에 설립된 제주맥주는 제주도 특산물을 활용한 수제맥주를 제조해, 3년 만에 전국 5대 편의점에 전 제품이 입점되는 등 매출이 크게 뛰었다. 하지만 현재 모습은 초반 기대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제주맥주는 2021년 5월 공모가 3200원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는데, 2월 28일 기준 주가는 공모가의 절반 이상이 떨어진 1500원대에 머물러 있다. 이 같은 주가 하락은 적자는 커지고 매출은 줄어드는 성적표에서 비롯됐단 분석이다. 지난해 3분기 제주맥주 누적 영업적자는 70억원으로 전년 동기 23억원 보다 3배 이상 커졌다.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92억원으로 전년 동기 210억원 보다 8.5% 감소했다. 제주맥주 측은 ‘계획된 적자’라는 입장이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수제맥주 대량 생산을 위해 설비 장치에 300억원을 투자하면서 발생한 적자”라고 설명했다. 세븐브로이도 실적 부진으로 상장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실제 지난해 세븐브로이 3분기 기준 누적 매출액은 274억원으로 전년 대비 4.1% 줄었고,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35.8% 감소한 56억원을 기록했다. 상장을 위해서는 기업의 성장성과 지속성과 같은 질적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실적 악화로 최종적으로 상장심사승인이 최종 거절될 수도 있다. 세븐브로이 측은 영업이익 감소는 투자 설비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세븐브로이 관계자는 “230억원을 투자해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공장을 익산에 설립하면서 영업이익이 감소했지만, 지난해 수출 물량이 급증하는 등 전체적인 판매량에선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며 “지난해 수출 물량은 전년대비 956%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세븐브로이는 3월 심사결과를 받고 구체적인 상장 시기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투자 자금을 유치하며 2024년까지 IPO에 성공할 것을 조건으로 내건만큼 올해는 더욱 공격적으로 IPO 준비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 수제맥주 시장 둔화…오르는 주세도 걸림돌 하지만 업계에선 수제맥주 기업의 상장길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다. 지난 몇 년간 호황기를 누렸던 수제맥주 시장은 둔화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엔데믹 분위기에 다시 유흥업소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가정 내 수제맥주 제품 수요가 크게 줄었다. 여기에 4월부터 맥주에 붙는 세금이 L당 30.5원 오르면서, 885.7원이 되는 점도 소비자 지갑을 닫히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주세가 오르면 수제맥주 제품 가격 역시 오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정적인 국내 시장에서 매출을 올려야 하는 부분 역시 지속적 성장의 한계점으로 꼽힌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수제맥주 시장이 감소세를 나타낸 데 이어 금리 인상, 증시 침체 등 자금 시장까지 얼어붙은 상황이라 IPO가 싶지 않다”며 “기존 사업구조를 넘어선 해외 수출, 제품군의 다양성 등으로 매출 터닝포인트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2023.03.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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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과이전 앞두고 월드컵 테마주 ‘들썩’…진짜 수혜주는 어디?

증권 일반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카타르 월드컵 첫 경기를 앞두고 ‘월드컵 수혜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치킨, 맥주, TV 등 경기 시청과 연관된 종목들이 테마주로 떠오른 가운데, 유의미한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에 맞춰 월드컵 수혜주로 꼽히는 종목들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달 13일 9340원이었던 교촌에프엔비의 주가는 1만2850원(21일 종가)까지 치솟았고, 같은 기간 마니커도 32.9%나 급등했다. 제주맥주 역시 지난 21일 하루 만에 19.89% 급등한 뒤 3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이들 종목들은 월드컵과 올림픽 등 거대 스포츠 행사가 다가올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테마주다. 지난 2월 베이징 올림픽 개막일엔 하이트진로가 9.3% 뛰었고, 교촌에프앤비도 5.71% 상승한 바 있다. TV 역시 대형 스포츠 행사가 있을 때 수요가 확대되는 제품군 중 하나다. 경기를 고화질 및 대형 TV로 시청하려는 욕구가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월드컵 일정이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주간과 겹치면서 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주들은 ‘더블 특수’를 노리고 있다. 하나증권 글로벌리서치팀은 “2분기 실적 악화 원인인 TV가 4분기 카타르 월드컵, 블랙프라이데이를 기점으로 판매량이 반등하길 기대한다”며 단기 투자유망 종목 중 하나로 LG전자를 꼽기도 했다. 볼거리 수요’가 온라인으로 분산되면서 시청자에게 실시간으로 경기를 중계하는 온라인 플랫폼의 수혜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난 4일 6만6200원까지 내려갔던 아프리카TV의 주가는 6거래일 만에 9만6000원(14일 종가)까지 치솟았다. 네이버와 아프리카TV는 지상파 3사와 함께 온라인으로 경기를 보여주는 중계권을 확보했다.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아프리카TV는 카타르 월드컵 중계로 월간순방문자수(MUV)가 단기 반등할 전망”이라며 “지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당시 6월 MUV는 전년 대비 28.2%했고, 분기 기준으로는 30.4% 증가하는 기록을 세웠기 때문에 이번에도 유사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 전문가 “월드컵 테마주 실제 수혜 가능성 낮아” 다만 전문가들은 월드컵 테마주가 증시에 미칠 파급력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자금 시장이 경색된 데다 월드컵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가 현저히 떨어져 있어서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기가 좋지 않을 뿐 아니라, 기업 자금 조달 문제 등 시장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테마주가 활성화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라며 “상장기업 중에서는 실질적인 수혜주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박석현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부부장은 “흔히 수혜주라 꼽히는 치킨, 맥주, 가전(TV) 등이 일시적으로 상승할 순 있지만 올해는 그마저도 기대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월드컵 성적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도 않고, 일부 경기를 제외한 주요 경기 시간대가 늦은 밤이나 새벽이어서 특수를 누릴 수 있는 황금 시간대를 비껴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확산 이후 많은 가정에서 TV를 교체한 만큼 경기 시청을 위해 TV를 새롭게 장만한다는 구매 요인 역시 축소됐다”며 “개막 전 선수요가 일어나는 시기가 지났기 때문에 매수가 새삼스럽게 늘어날 것이라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카타르와 한국 간 시차는 6시간으로, 주요 경기가 늦은 밤 시간대 방송될 예정이다. 한편 중동 지역 첫 월드컵인 ‘2022 카타르 월드컵’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알코르에 위치한 알 바이트 스타디움에서 개막했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첫 경기는 24일 오후 10시(한국시간)에 열린다. 김서현 기자 ssn3592@edaily.co.kr

2022.11.24 07:00

3분 소요
[김홍일의 혁신우혁신]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 “혁신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IT 일반

“몇년 만에 연매출 수백억 신화” “고졸이 대박집 사장이 되기까지” “유명 대기업에 수백억 투자 받은 비결” “스타트업, 나처럼 하면 성공한다”…. 창업 관련 기사를 수놓는 미디어의 헤드라인이다. 가시밭길을 밟아온 창업가의 역경 드라마를 소개하고,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지 장밋빛 전망을 늘어놓는 식이다. 스타트업의 숱한 곡절을 생생하게 목격한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전 디캠프 센터장)는 창업 시장이 일률적으로만 묘사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창업가의 성공에 박수만 치고 끝낼 게 아니라, 그들의 혁신 비법을 우리 사회가 함께 공유하자.” 가 ‘김홍일의 혁신우혁신’을 연재하는 이유다. 창업 요람의 리더 역할을 하던 VC 대표와 현직 기자가 스타트업 CEO를 만나 진중한 질문부터 가볍고 짓궂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를 살릴 새 성장 동력을 찾을 지도 모를 일이라서다. 첫 번째 타자로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를 만났다. “이런 얘긴 맥주 한잔 하면서 나누는 게 좋을 텐데요.” 지난 8월, 서울 중구 서소문로에 위치한 중앙UCN 제2 스튜디오에선 한바탕 웃음이 터져 나왔다. “맥주회사 대표도 술을 마시고 실수한 적이 있느냐”라는 물음에 “물론 있다”는 솔직한 입담이 오갔기 때문이다. 김홍일 대표가 질문을 던졌고,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가 재치 있게 받아넘겼다. 두 사람의 이력을 살펴보자. 김홍일 대표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디캠프 센터장을 역임하면서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 기여했다. 금융업계에선 잔뼈가 굵은 베테랑 경영인으로도 통한다. 1991년 산업은행을 통해 금융업에 발을 담근 뒤 홍콩에서 유럽계 ABN AMRO, 미국 리먼브라더스 홍콩지점 전무이사, 일본 노무라증권 홍콩지점·서울지점 전무이사, IBK 자산운용 부사장·대표이사 대행을 거쳐 우체국금융개발원장을 지냈다. 수십 년간 쌓아온 금융권 네트워크 덕분에 난관에 부딪힌 스타트업 CEO의 ‘든든한 심부름꾼’ 역할을 자처할 수 있었다. 최근엔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란 벤처캐피털을 창업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김홍일 대표와 마주 앉은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는 스타트업 업계의 스타 CEO로 통한다. 제주맥주는 첫 제품을 출시한 지 4년 만에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대표주자로 떠오르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지난 5월엔 코스닥에 상장해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난맥상에 빠진 한국 사회가 혁신할 수 있는 발판을 스타트업 창업가의 아이디어에서 찾고 싶다는 김홍일 대표가 먼저 문혁기 대표에게 가벼운 질문을 던졌다.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이하 김홍일) :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주종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뻔한 답변이 예상되지만요.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이하 문혁기) : 뻔한 답변, 맥주입니다. 물론 고집스럽게 맥주만 마시는 건 아닙니다. 막걸리도 제법 즐깁니다. 김홍일 : 맥주와 막걸리, 둘 다 곡류로 만들어지는 술이군요. 언젠간 제주맥주가 막걸리를 파는 날이 온다고 봐도 될까요. 문혁기 : 제주맥주의 아이덴티티는 맥주회사입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항상 다양성을 추구해야 하고, 또 열려있어야 하죠. 막걸리를 파는 날이 오지 않으리라 장담하긴 어렵겠네요. 김홍일 : 스타트업은 제품 출시에 성공했더라도 살아남기 쉽지 않습니다. 시장의 터줏대감들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승부를 벌여야 하기 때문이죠. 특히 맥주 시장은 공룡급 기업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 곳입니다. 그런데도 왜 맥주를 선택했습니까. 문혁기 : 미국에서 유학하던 중 크래프트 맥주를 접하게 됐고, 혀끝에서 느껴지는 청량함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곧바로 의문이 뒤따랐죠. 한국 맥주는 왜 ‘소맥’으로만 소비가 되는가. 미식에 일가견이 있는 우리 국민에게도 크래프트 맥주 아이템은 충분히 통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문혁기 대표의 판단은 적중했다. 제주맥주는 맥주업계를 통틀어 처음으로 코스닥에 입성하면서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개성 있는 맥주 맛과 톡톡 튀는 마케팅으로 성장을 거듭해 온 덕분이다. ‘맥주’의 설명을 들었으니, 다음은 ‘제주’에 호기심을 가질 차례였다. 김홍일 대표가 화제로 올렸다. 김홍일 : 집객을 생각하면 서울도 있고 수도권도 유리해 보입니다. 왜 하필 제주도에서 창업한 겁니까. 문혁기 : 비즈니스를 처음 계획했을 때부터 제주도를 염두에 뒀습니다. 단순히 제품을 만들어서 파는 것만으론 크래프트 맥주의 매력을 어필하기 힘들 거라고 봤기 때문이죠. 제주맥주가 제주도에 체험형 양조장을 구축한 이유입니다. ‘쉼’을 찾기 위해 국내외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 바로 제주도 아닙니까. 물론 물류비나 인프라 같은 걸 따지면 육지에서 사업을 하는 게 훨씬 더 수월했겠죠. 하지만 그런 비용을 뛰어넘는 고객 경험을 전달할 수 있는 데 만족합니다. 김홍일 : 체험을 통해 고객의 눈을 집중시키겠단 전략이었군요. 맥주 맛이 없으면 그런 체험도 무용지물일텐데, 자신감이 꽤 있나 봅니다. 문혁기 : 맥주의 품질을 결정하는 건 물입니다. 제주도는 물이 맑기로 유명하죠. 제주맥주의 대표 상품은 제주감귤피를 동결건조해서 소재로 씁니다. 지역의 신선한 특산물과 결합해 제품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맛과 품질 경쟁에선 밀리지 않습니다. 김홍일 대표는 ‘혁신우혁신’ 기획을 통해서 창업가의 깊은 속내를 엿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홍일 : 술의 의미는 시대적으로 많이 변해왔습니다. 약재로 쓰이기도 했고, 제사상에도 자주 올랐죠. 현대사회에선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이 술을 음미하고 있습니다. 문 대표에게 술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습니까. 문혁기 : ‘스트레스를 잊기 위함’이 큽니다. 맥주 한 캔에도 작지 않은 위로를 받습니다. 중요한 일이 마무리돼 기쁜 자리가 되거나, 축하를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함께 즐거워하며 마시기도 하죠. 그래서 저는 맥주도 하나의 문화로 보고 있습니다. 김홍일 : 그렇게 이미지를 개선하다 보면 제사상에 제주맥주가 올라가는 날도 올까요. 문혁기 : 전통적인 상차림 대신 피자, 치킨 같은 고인이 좋아했던 음식을 올리는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생전에 제주맥주를 좋아하셨다면, 언젠가 오르지 않을까요. 김홍일 : 제가 몸담았던 금융권에선 시선이 곱지 않았을 텐데요. 술이나 도박, 담배처럼 사회적으로 악영향을 미치는 사업을 영위하는 이들을 두고 ‘죄악 사업’으로 묶고 있습니다. 문혁기 : 개인 취향에 맞는 주종을 찾아 가볍게 마시는 문화가 20~30대를 중심으로 점차 퍼지고 있습니다. 음주의 폐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상대적으로 개선되는 추세입니다. 제주맥주 역시 그런 흐름에 기여할 작정입니다. 김홍일 : 물론 음주에 낭만은 있는 건 많은 이들이 동의할 텐데, 돈 얘기가 나오면 달라집니다. 투자자들의 깐깐한 시선을 어떻게 누그러뜨렸습니까. 문혁기 : 고생 좀 했습니다. 회사의 첫 직원이자 창립 멤버인 조은영 상무가 안 만나본 VC가 없었으니까요. 특히 맥주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설득하는 게 매우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누군가에겐 허무맹랑하게 보인 청사진이 또 누군가에겐 그럴듯한 미래로 보였나 봅니다. 제주맥주를 믿어준 특별한 투자자들 덕분에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김홍일 : 그렇게 ‘국내 맥주의 혁신’이 시작됐군요. 문 대표는 어떻게 평가합니까. 스스로 혁신을 이뤄냈다고 생각하는지요. 문혁기 : 따지고 보면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었습니다. 진짜 맛있는 맥주를 한국에서 선보이겠다는 제 간절함이 원동력이었죠. 제주맥주가 이뤄낼 과업이 한참 남았기에 ‘혁신했다’는 자평은 성급합니다. 다만 혁신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아이비리그를 누빈 특별한 엘리트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저처럼 평범하게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도 할 수 있는 일이요. 김홍일 : 사람이 혁신의 원동력이란 의미인 건가요. 문혁기 : 맞습니다. 저는 회사를 경영할 때 항상 사람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현재 제주맥주는 여러 경영진이 자율적으로 각각의 부서를 담당하는 중이죠. 이들에게 최대의 권한과 책임을 쥐어주고, 대신 저는 회사가 성장할 수 있다는 신뢰를 주려 애쓰고 있습니다. 창업 이후 지금껏 경영진이 한 명도 퇴사하거나 바뀌지 않았다는 건 저의 큰 자부심입니다. 문혁기 대표가 말을 끝내자 김홍일 대표가 제주맥주의 앞날을 응원했다. “한국의 제주맥주가 세계에서 맛으로 유명세를 떨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문 대표가 답했다. “금방 다가올지도 모를 미래입니다. 아시아 지역과 유럽엔 이미 제주맥주를 수출하고 있고, 베트남엔 현지 법인을 설립할 계획입니다. 제주맥주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입니다.” ━ 기자의 덧말 제주맥주는 스타트업계의 별종이다. 바이오, IT 기반의 아이템이 판치는 시대에 식음료 업계에 당당히 도전한 점도 그렇고, 증시에 입성해 코스닥 종목코드를 따낸 이력도 독특하다. 2017년에야 첫 제품을 출시했음에도 개성 있는 맥주 맛과 M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 전략 덕분에 한국 크래프트 맥주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CEO의 추진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성과였다. 불도저 같은 창업가라면 과업에 열중하느라 정작 주변을 챙기지 못하기 일쑤다. 그래서 문혁기 대표에게 물었다. “주변을 얼마나 희생했느냐”라고. 문 대표가 웃으면서 답했다. “회사 제품인 제주맥주가 소통의 허브 역할을 톡톡히 해 주변을 살뜰히 챙길 수 있었다.” 앙금이 쌓여도 맥주 한잔으로 풀어냈다는 얘긴데, 제품 평가를 위해 수백 잔을 들이켰을 텐데도 맥주가 질리지 않는 게 참 대단한 매력처럼 보였다. 문 대표는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와 대담을 나눌 때도 술 한잔 걸친 듯 편안한 언어로 얘기를 풀어갔다. 창업을 꿈꾸는 후배에겐 “모든 창업에 고통은 디폴트(고정값)”란 다소 엄격한 조언을 했다. 김홍일 대표는 문 대표를 “확실한 자기 생각과 흔들리지 않는 행동력을 갖춘 CEO”라고 묘사했다. 기자 역시 동의했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2021.09.27 18:32

6분 소요
‘곰표 밀맥주’ 1주일 만에 또 완판…3차 발주정지

유통

편의점 CU의 효자템으로 떠오른 수제맥주 ‘곰표 밀맥주’가 또 다시 완판됐다. 8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CU는 이날 전국 가맹점에 안내문을 보내 곰표 밀맥주 발주를 정지한다고 밝혔다. 지난 5월 31일부터 3차 판매에 들어간 곰표 밀맥주 물량이 모두 소진됐기 때문이다. 이번엔 2차 판매 300만개 물량보다 약 20% 증량된 360만개 물량이 풀렸지만, 7일 만에 품절되면서 판매 속도가 더 가팔라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지난 2차 판매 분은 약 2주 만에 동이 났다. CU 관계자는 “오늘부터 3차 판매도 발주정지에 들어갔다”며 “생산량을 전월보다 더 늘렸는데도 생산량이 발주량(판매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곰표 밀맥주 제조를 맡고 있는 롯데칠성음료 공장은 수요 확보를 위해 풀가동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생산 물량은 지난해보다 15배 이상 많아졌다. 판매 재개 시점은 다시 2주 뒤로 예정되고 있다. 추가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부득이 맥주 제조기간이 2주 정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 1년 전 콜라보 돌풍 주역… “제2 곰표 만들자” 바람 ‘곰표 밀맥주’는 1년 전 콜라보 제품 돌풍을 일으킨 주역이다. 지난해 5월 곰표밀가루의 대한제분과 편의점체인 CU의 콜라보 제품으로 처음 출시됐다. 1차 판매 물량으론 150만 캔이 풀렸다. 국산밀로 만들고 복숭아와 파인애플 추출물 등을 첨가해 과일향이 나는 맛을 자랑한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인기만큼 매출 재미를 보진 못했다. 당시 곰표밀맥주 제조사는 세븐브로이로 공급량이 월 20만개 수준에 그쳤다. 그러다 지난해 주류 규제 완화로 ‘대량생산’의 길이 열리면서 반전을 맞았다. 세븐브로이는 올해부터 롯데칠성음료에 위탁생산을 맡겼고, 곰표 맥주는 카스, 테라 등 전통 강자를 꺾고 편의점 캔맥주 매출 1위에 등극했다. 곰표 맥주로 CU 수제맥주 매출은 300% 이상 뛰었다. 지난해 주류 공장가동률이 20%대에 그쳤던 롯데칠성음료도 덩달아 웃고 있다. 업계에선 위탁생산 효과로 롯데칠성음료의 주류 공장 가동률이 50%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선 ‘곰표 밀맥주’의 성공으로 편의점 콜라보와 수제맥주 열풍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제주맥주의 코스닥 상장이 이뤄졌고 편의점 GS25와 이마트24도 경쟁 대열에 합류하면서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GS25는 OB맥주와 손잡고 ‘노르디스크캠핑맥주’ 콜라보 수제맥주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마트24도 5월 초 야구를 모티브로 한 ‘최신맥주’ 상표권을 출원하고 수제맥주 브랜드 제작을 준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곰표 밀맥주 열풍은 콜라보와 수제맥주의 재발견이라는 측면에서도 대단히 성공적”이라며 “맥주 성수기를 앞두고 제2 곰표 맥주를 만들려는 업체간 경쟁은 더 뜨거워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2021.06.08 17:24

2분 소요
[증시 이슈] 제주맥주 코스닥 입성, 첫날 강세 '22% 급등'

증권 일반

수제맥주 전문기업 제주맥주가 코스닥 상장 첫날 급등하고 있다. 26일 오전 11시24분 현재 제주맥주는 시초가인 4780원보다 1060원(22.18%) 오른 584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제주맥주의 시초가는 공모가 3200원의 약 150%인 4780원에 결정됐다. 제주맥주는 국내 최초로 수제맥주 회사 상장사가 됐다.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공모주 청약에서는 5조8000억원 규모의 증거금을 끌어모았다. 청약 경쟁률은 1748.25대 1에 달했다. 역대 테슬라 특례 상장 기업(이익미실현 상장 기업) 중 가장 높은 기록이다. 테슬라 요건은 적자를 내는 등 일반적인 상장 요건을 갖추지 못하더라도 성장 가능성이 있으면 기업에 상장 기회를 주는 제도다. 제주맥주는 2015년 법인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영업이익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제주맥주의 경우 국내 수제 맥주 분야에서 높은 인지도를 지니고 있을뿐더러 매출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제주맥주의 상장 이후 전망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시각이 엇갈린다. 제주맥주는 지난해 매출 215억5500만원, 영업손실 43억9600만원을 기록했다. 영업적자를 어떻게 벗어날 것인지가 불투명하다는 분석이다. 국내 매출 비중이 99% 이상인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제주맥주는 향후 공모자금을 활용해 각종 설비 도입과 해외 진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는 "상장 이후 연구개발분야 투자를 늘려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고 글로벌 유통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해외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같은 날 상장한 진시스템은 시초가 1만9100원보다 2050원(10.73%) 오른 2만11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시초가는 공모가였던 2만원보다 소폭 낮게 형성됐지만, 장 초반 2만원선을 회복한 뒤 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앞서 진시스템의 일반 청약 공모 경쟁률은 355대 1이었다. 정지원 인턴기자 jung.jeewon1@joongang.co.kr

2021.05.2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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