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수제맥주, 회심의 ‘상장 카드’ 반등 불씨 될까
[‘1세대 수제맥주’ 생존법] ②
지배구조 개편하고 IPO 노리는 세븐브로이
KB증권과 대표주관사 계약한 데일리비어
[이코노미스트 라예진 기자] 위기를 맞은 수제맥주 업계가 기업공개(IPO)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코로나 엔데믹 분위기에 홈술로 즐기던 수제맥주 판매량이 꺾이고, 실적이 악화되면서 근본적인 곳간의 가뭄이 가시지 않고 있어서다. 결국 수제맥주 회사들은 증시 상장을 반전 카드로 쓰기로 했다. 수제맥주 기업 최초로 상장에 성공한 제주맥주 뒤를 이어 세븐브로이, 데일리비어 등이 IPO 계획을 밝히고 체질개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븐브로이, 자회사 흡수합병 작업 마무리…IPO 가속화
수제맥주업계 매출 1위인 세븐브로이는 IPO 작업에 재시동을 걸었다. 2021년부터 코스닥 상장을 준비해왔지만 최근 대표 주관사를 선정하면서 본격 상장 단계에 진입한 것이다. 세븐브로이는 미레에셋증권, 키움증권을 공동주관사로 선정하고 100% 자회사인 세븐브로이맥주선운과 세븐브로이맥주청운 흡수합병 작업도 마무리했다.
이는 기업 목적 등을 확인받는 차후 상장 심사승인 과정을 간소화하기 위한 작업으로 풀이된다. 세븐브로이맥주선운과 세븐브로이맥주청운 등 세븐브로이 자회사는 세븐브로이가 익산에 위치한 대형 공장을 설립하기 전, 소규모 지역 맥주를 생산하기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익산 공장 가동 이후에는 사업목적이 사라지게 됐다. 업계에선 심사승인 과정에서 목적 없는 법인이 걸림돌이 될 수 있어 합병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세븐브로이 관계자는 “IPO만을 위해서 합병작업을 진행 중인 건 아니다”며 “회사의 효율성과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서 (합병을) 추진했다. 상장 시기는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지만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맥주 브랜드 생활맥주를 운영하는 데일리비어 역시 지난 2월 상장 준비를 위해 KB증권과 대표주관계약을 체결했다. 데일리비어는 2021년 70억 규모 시리즈 A투자를 유치한데 이어, 이번 IPO 작업과 코스닥 상장 이후 더 큰 투자를 유치해 기업 규모를 키워나갈 계획이다.
제주맥주, 매출 하락세에 주가까지 뚝뚝
수제맥주 기업의 IPO 도전이 잇따르고 있지만, 업계는 이들의 상장길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먼저 코스닥 상장에 처음으로 성공한 1세대 수제맥주 기업, 제주맥주 상황을 보면 적자는 계속되고 주가는 끝없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제주맥주는 2021년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지역가치 창업가 중 처음으로 IPO에 성공하고 코스닥에 입성했다. 제주도 특산물을 활용한 수제맥주를 제조해, 3년 만에 전국 5대 편의점에 전 제품이 입점되며 브랜드 인지도를 넓히고 매출이 크게 뛴 것이 성공 비결로 꼽혔다.
하지만 현재 모습은 초반 기대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2021년 5월 공모가 3200원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지만 지난 6월19일 기준 주가는 공모가의 절반 이상이 떨어진 1500원대에 머물러 있다. 이 같은 주가 하락은 적자는 커지고 매출은 줄어드는 성적표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제주맥주는 올 1분기 매출액은 46억8600만원으로 전년 동기(63억3400만원)보다 26.0% 줄었고, 영업손실은 20억5600만원으로 적자가 전년보다 39.3% 늘어났다. 당기순손실 역시 46억8600만원으로 전년 동기(63억3400만원)보다 26.0% 줄었다.
가장 적극적으로 IPO를 준비 중인 세븐브로이의 실적 역시 부진한 상황이다. 세븐브로이는 올 1분기 매출 53억2337만원, 영업이익 4억5381만원을 올렸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7.49%, 영업이익은 84.64% 감소했다. 이 같은 매출, 영업이익 하락세는 2분기에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세븐브로이의 대표 제품으로 꼽히던 ‘곰표 밀맥주’가 지난 4월, 대한제분과의 상표권 계약 기간 만료로 제품명을 ‘대표밀맥주’로 이름을 변경하고 제품 디자인도 기존과 다르게 변경하면서 이전 인기를 따라갈 수 있을지가 의문이기 때문이다.
“기존 사업구조 넘어, 매출 터닝포인트 마련해야”
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다. 지난 몇 년간 호황기를 누렸던 수제맥주 시장은 둔화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엔데믹 분위기에 다시 유흥업소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가정 내 수제맥주 제품 수요가 크게 줄었다.
올해 신제품을 출시하며 시장몰이에 나선 대기업 맥주의 확장세도 수제맥주 시장을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실제 하이트진로는 신제품 ‘켈리’를 내놓고 오비맥주는 ‘한맥’ 리뉴얼 제품을, 롯데칠성음료 역시 하반기 새 단장한 ‘클라우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 맥주시장은 제조사 출고가 기준으로 약 5조원 가량 규모인데 이중 80% 이상은 국내 대기업 맥주인데 연이은 신제품 공격으로 점유율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에는 집에서 홈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 수제맥주를 찾는 경향이 있었지만, 엔데믹 분위기에는 다함께 모여 마시는 맥주 즉 비교적 저렴한 대기업표 맥주를 찾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며 “국내 대기업 맥주 신제품과 일본 아사히 맥주의 인기 등으로 수제맥주 시장 점유율은 현재 5% 수준에서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수제맥주 시장이 감소세를 나타낸 데 이어 금리 인상, 증시 침체 등 자금 시장까지 얼어붙은 상황이라 IPO가 싶지 않다”며 “기존 사업구조를 넘어선 해외 수출, 제품군의 다양성 등으로 매출 터닝포인트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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