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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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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야간 특별 관람도 진행…7월 20일~8월 1일

부동산 일반

지난 6월 10일 일반에 개방된 청와대가 야간 관람 행사를 진행한다. 문화재청 청와대국민개방추진단은 한국문화재재단과 함께 오는 7월 20일부터 8월 1일까지 청와대 야간 관람을 진행한다고 28일 밝혔다. 현재 청와대 관람 종료 시간은 오후 6시지만, 이번 행사는 오후 7시 30분과 8시 10분에 시작되며,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참가자들은 정문으로 입장한 뒤 안내 해설사와 함께 청와대를 둘러본다. 대정원을 지나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 내부를 관람하고 관저에서 음료를 마시며 음악을 감상한다. 이어 상춘재와 녹지원을 거쳐 정문으로 퇴장한다. 상춘재는 창호를 개방하고 조명을 켜 내부 모습도 볼 수 있다. 참가 신청은 이날부터 진행되며 1인당 2매까지 가능하다. 만 65세 이상 어르신, 장애인, 국가유공자는 전화 신청도 할 수 있다. 참가자는 추첨을 통해 선정되며 회차당 정원은 50명이다. 당첨자는 7월 14일 발표될 예정이다. 청와대국민개방추진단 관계자는 “이번 행사를 통해 사람들이 청와대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청와대 관람 프로그램을 기획해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두현 기자 wannaDo@edaily.co.kr

2022.06.28 09:54

1분 소요
“새해부터 기본 배달료 오른다”…배보다 큰 배달비 '2만원 시대' 성큼

유통

“코로나로 그나마 마진이 없음에도 살아남고 버티고자 배달 위주로 장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2022년 1월부터 배달대행업체에서 과도한 가격 인상을 통보해왔습니다. 다른 업체로 변경해보려 알아봤지만 이미 업체별로 사전미팅을 한 상태였고 조건도 비슷하게 입을 맞춘 상황이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中) 코로나 팬데믹 속 배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라이더 모시기 경쟁이 치열해졌고 이로 인해 배달비가 높게 치솟고 있다. 치솟은 배달료는 소상공인은 물론 소비자에게도 부담이 전가되면서 배달 시장을 흔들고 있다. 자영업자는 배달료에 대한 부담을 음식 메뉴 혹은 배달팁 인상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 앉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배달료는 지난 5년간 무려 2배가량 인상된 것으로 분석된다. ━ 배달기사 부족한 데 수요는 폭증 가격만 쑥쑥 배달업계에 따르면 전국 각지의 배달대행업체들이 1월 1일자로 일제히 배달료 인상에 나섰다. 우선 배달대행업체다. 서울 인천 등 일부 업체들이 적게는 500원부터, 천안 일부 지역의 경우 1100원의 배달료를 추가로 올렸다. ▶배달기사 부족 ▶단건 배달(한 번에 한 집만 배달) 도입 ▶수요 폭증 등으로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배민도 배달료 산정 기준을 기존 직선거리에서 실거리 기준으로 바꿨다. 기존 배달료는 직선거리 기준으로 500m 이내는 3000원, 500m에서 1.5㎞까지 3500원, 1.5㎞ 초과시 500m당 500원이 추가됐다. 새 배달료 산정 기준은 내비게이션 거리 기준으로 675m 이내 3000원, 675m에서 1.9㎞까지는 3500원, 1.9㎞를 넘어서면 100m당 80원을 추가 지급한다. 배민 측은 이번 변경으로 소비자, 자영업자 부담이 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배민이 변경한 배달료의 경우 회사가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비용으로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배달팁에는 변동이 없다는 설명이다. 또 경쟁사인 요기요와 쿠팡이츠 등은 이미 실거리 기준의 배달료를 측정해온 상황. 직선거리가 기준이 된 업체는 배민이 유일했다. ━ 주말할증 500원에 고층할증까지 배달료 1만원 시대 하지만 업계에선 현재 배달 대행료 5000원이 조만간 2배, 3배 이상 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배달대행업체들이 계속해서 기본료를 인상하고 저마다 기준을 만들어 ‘할증 요금체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공휴일할증 500원을 추가한다거나 우천할증·야간할증·아파트 고층할증 등 추가인상요인들이 즐비하다. 실제 몇 주 전 폭설과 한파가 겹친 주말 일부 지역 라이더들에게 지급되는 배달료가 1만원까지 치솟았다. 한 지역에선 단건 배달비로 2만원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기본배달료가 인상되면 자영업자가 메뉴 가격이나 배달팁을 인상하는 방안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초밥집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요즘 배달대행료가 미친 듯이 올라가면서 배달팁 인상 외엔 답이 없는 실정”이라면서 “이는 곧 소비자에게 전가돼 수요가 줄어들고, 폐업으로 가는 등 자영업자들 무덤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점주도 “재료비에 인건비, 임대료, 중개수수료에 배달료까지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면서 “오히려 팔면 팔수록 적자만 쌓이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이러한 기형적 구조를 원인으로 ▶배달대행업체들의 배달료 인상 담합 ▶자영업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면서도 파격 ‘무료배달’ 이벤트를 내거는 등의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배달 플랫폼업체들도 배달하면 할수록 손해 보는 구조가 이어진 지 오래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시장 구조와 배달료 문제가 관리 사각지대 아래 놓여 기형적으로 성장해 오면서 이권 다툼과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면서 “새해에도 배달료는 계속해서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부와 관계부처가 나서지 않으면 해결이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2022.01.01 12:00

3분 소요
[‘서비스 종료’ 타다가 남긴 4가지 과제] 극한 대립 속, 승자는 없고 패자만 남았다

산업 일반

이동선택권 빼앗긴 시민이 피해자…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 규정 논의 시작해야 2020년 4월 10일,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 타다가 베이직 서비스를 종료했다. 타다가 첫 운행을 시작한 2018년 9월 이후 1년6개월 만이다. 베이직 서비스는 11인승 승합차 카니발로 승객을 원하는 곳까지 데려다주는 서비스다. 타다 운영사인 VCNC는 차량 공유업체 쏘카에서 차량을 렌트해 기사와 함께 승객에게 제공했다. VCNC 측은 “적법한 기사 알선, 렌터카 서비스”라고 주장했지만 국토부와 택시업계는 “유사 콜택시 서비스에 불과하다”며 대립했다.지난 2월 1심에서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며 문제가 해결되는 듯했으나, 한 달 뒤 국회가 이른바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관광 목적으로 11∼15인승 승합차를 빌릴 수 있지만, 6시간 이상 사용하거나 대여·반납 장소가 공항이나 항만일 때만 사업자가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도록 했다.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든 셈이다. 모빌리티 서비스 혁신을 몰고 온 사업이냐, 아니냐 하는 공방 끝에 VCNC는 결국 베이직 서비스 종료를 결정했다.갈등과 대립의 마침표가 찍혔다. 보통은 승자, 패자가 나뉘지만 이번 논란에선 승자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관되지 않은 행보로 혼란을 초래하고 불신을 자초한 정부, 이 때문에 서비스를 포기한 VCNC 모두 얻은 게 없었다. 운수업 시장은 지켜냈지만, 시민들의 거센 비판을 받게 된 택시업계도 명분 없는 승리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VCNC의 일방적인 서비스 포기 선언으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된 타다 드라이버와 이동선택권 하나를 빼앗긴 시민들은 가장 큰 피해자다. ━ 정부 | 일관성 없는 행보로 혼란·불신 초래 타다 문제를 만든 건 사실상 정부라는 지적이다. 타다의 운영 방식은 처음부터 논란이었다. 서울개인택시조합은 타다가 불법 유사 택시라며 지난해 2월 타다 경영진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정부가 한 일은 없었다. 검찰이 타다를 기소하기 전 관련 부서와의 협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무런 의견도 내지 않았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자 법무부가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검찰에 관련 보고를 받은 것은 맞지만, 그 내용을 국토부에 전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관련 업계의 이해관계 등을 고려해 공식 답변을 내지 않았으며, 단순 의견조회와 기소 관련 협의는 다르다”고 밝힌 바 있다.이 과정에서 택시기사가 분신해 목숨을 잃는 등 택시업계와 타다의 대립이 극단으로 치달았다. 그렇게 1년을 허비하고도 판단은 법원의 몫으로 미뤘다. 정부가 한 일은 ‘사회적 타협기구’를 만든 게 전부였다.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타다와 택시의 갈등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신구 산업간 사회적 갈등을 아직 풀지 못하고 있다. 일종의 사회적 타협 기구들이 건별로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사회적 타협기구가 갈등을 해결하지는 못했다.정부 고위인사들의 오락가락 입장도 문제가 됐다. 타다에 대한 입장이 저마다 달랐다. 2019년 5월엔 최종구 당시 금융위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타다를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최근 타다 대표자 언행을 보면 피해를 보는 계층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 아직 못했다고 해서 경제정책 책임자를 향해 ‘혁신의지 부족’ 운운하는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며 “택시업계에 대해서도 거친 언사를 내뱉고 있는데, 이런 것은 이기적이고 무례한 언사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했다.그런데 같은 해 10월 검찰이 타다 임원진을 기소하자 타다를 편드는 목소리가 커졌다. 김상조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은 “당혹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신산업 창출 불씨가 줄어들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라며 검찰의 기소를 비판했다.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박 장관은 “시대를 못 좇아간다는 비판을 보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견해는 달라졌다. 한 달 뒤 국회에서 타다 금지법을 통과시키자 김 장관은 “타다 ‘금지법’ 아니라 법적 근거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국회 편을 들었다. 이후 국토부는 타다 금지법을 설명하며 홈페이지에 “‘타다가 더 많아지고 더 다양해집니다”라는 내용을 담은 배너를 띄우기도 했다. 이재웅 대표를 비롯해 스타트업계에서 ‘정부가 조롱한다’고 반발하자 국토부는 “제도의 취지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국회는 타다 금지법을 통과시키며 택시업계의 표만 의식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20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바 있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해 12월 조사한 20대 국회의원 평가에서 의정활동에 대해 ‘잘못했다’고 답한 응답자가 77.8%에 달했다. ‘잘했다’는 평가는 12.7%에 불과했다. 이런 국회의원들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은 81건이나 발의했다. 이 가운데 차량공유와 관련해 발의된 9건 모두 규제법안이었다. ━ 혁신 | 소비자는 기술보다 ‘친절’을 평가했다 타다는 정말 없어져야 할 서비스였을까. 타다를 두고 벌어진 가장 큰 논란 중 하나는 ‘혁신이냐, 아니냐’였다. 법이나 규정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시민들은 ‘혁신’으로 본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난해 11월 CBS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500명을 조사한 결과 타다를 ‘공유경제 개념에 기반한 혁신적인 신사업으로 육성할 가치가 있는 서비스’라고 응답한 비율이 49.1%였다. ‘정당한 자격 없이 택시업계에 뛰어들어 공정 경쟁을 해치는 불법적 서비스’라고 답한 비율은 25.7%였다. 모름과 무응답은 25.2% 수준이었다. 혁신으로 보는 긍정적 대답이 부정적 평가보다 2배 많았던 셈이다.타다가 운영하는 사업 방식이 특별히 뛰어나다거나 기술력이 인정 받은 것은 아니다. 모바일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고, 정해진 목적지까지 타고 가는 모빌리티 수단은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서비스 중 하나가 우버다. 카카오택시나 콜택시도 이런 방식의 서비스를 한다. 표면적으로 타다가 달랐던 점은 11인승 승합차를 이용한다는 것뿐이었다. 검찰이 타다 서비스를 ‘유사 콜택시’로 본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타다에 열광한 이유는 무엇일까. 핵심은 친절한 서비스에 있었다. 일부 택시기사들의 불친절한 서비스와 난폭운전, 승차거부에 질린 시민들은 타다 기사들의 친절한 서비스를 혁신적이라고 판단했다.지난 1월 발표된 오픈서베이 모빌리티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이용자들이 타다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은 것은 ‘운전기사가 친절하다’(44.7%)는 것이었다. ‘차량 실내가 깨끗하고 잘 관리됐다’(38.7%)는 응답과 ‘불필요한 대화를 하지 않아도 된다’(29.1%)는 점을 장점이라고 답한 사람도 많았다. 타다 기사들은 손님에게 말을 걸지 않았고, 안전운전을 교육받았다. 이용자들은 이런 서비스에 열광한 것이다. 택시보다 20~30% 비싼 요금에도 타다 이용자는 1년 만에 170만명을 넘어섰다. 법원도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택시보다 비싼 요금을 지출하면서도 타다를 호출하는 이용자가 증가한 것은 시장의 선택”이라고 한 바 있다.이에 대해 강경우 한양대 교수(교통물류학)는 “기술적인 측면을 넘어 문화나 서비스의 개혁도 혁신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타다로 인해 시민들이 택시 서비스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알게 됐다”며 “택시 이외에도 얼마든지 새로운 사업 모델이 나올 수 있다는 충격을 줬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 타다 | 하루아침에 9000명 실직, 무책임 논란 정작 이런 가치에 무관심했던 건 이재웅 전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였다. 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한 3월 4일, 타다 운영사인 VCNC는 베이직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박재욱 VCNC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타다는 입법기관의 판단에 따라 조만간 베이직 서비스를 중단한다”며 “서비스를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 타다 드라이버 앱을 통해 “타다 베이직 서비스는 한 달 후인 2020년 4월 10일까지 운영하고 이후 무기한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공지했다. 이틀 뒤에는 이재웅 쏘카 대표가 쏘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같은 날 이사회는 쏘카에서 타다를 분할해 독립기업으로 출범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쏘카와 타다에는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볼 수 있는 이런 굵직한 일이 열흘 남짓한 사이에 벌어졌다. 사전에 논의가 되지 않았다면 시행되기 어려운 일이다. 재계 관계자는 “개정안 통과 시나리오를 예상해 쏘카와 VCNC에서 여러가지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타다 기사들은 철저히 소외됐다. 약 9000명에 달하는 타다 기사들은 대책도 마련하지 못한 채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이번 결정은 지난해 10월 타다가 운행차량을 1만대로 확대하고 기사를 5만명까지 늘리겠다고 밝힌 계획을 5개월 만에 뒤집은 것이었다. 결국 이재웅 대표에게는 이용자들이 원했던 ‘친절한 서비스’를 이어 갈 혁신이 아니라, 택시 면허를 사들이지 않고 사업할 수 있는 조건이 ‘혁신’이었던 셈이다.타다 기사들은 지난 4월 9일 이재웅 전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를 근로기준법과 파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타다 기사들은 자신들이 프리랜서가 아닌 근로자로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지만 주휴수당,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타다가 파견법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타다 드라이버는 ‘여객 자동차 운송사업의 운전 업무’를 하는 것으로 파견법상 근로자 파견 금지 업무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타다 측이 용역업체 소속 드라이버의 노동력을 파견 방식으로 활용한 것은 불법 파견이라는 것이다.다음날 박재욱 대표는 드라이버 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타다 기사에게 “이유를 막론하고 드라이버 일자리를 지키지 못했다”며 “오랫동안 같이 일하고 싶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사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익명을 요구한 타다 드라이버는 “이재웅 대표와 박재욱 대표가 우리를 혁신의 동반자나 동료로 본 게 아니라 사업을 확장하는 도구로 본 것”이라고 말했다. ━ 택시 | 실리 챙겼지만 결국 소비자만 피해 택시는 표면적으로 이번 싸움에서 승자다. 택시의 경쟁 상대로 꼽혔던 타다가 베이직 서비스를 접었고 법인택시 기사들은 사납금 부담을 덜게 됐다. 2021년부터 기사 월급제(기본급 170만원)가 도입된다. 택시 감차도 만 75세 이상 초고령 개인택시 기사를 중심으로 진행한다. 타다 등 플랫폼 운수사업도 누구나 할 수 있다고 하지만 ‘기여금’을 내야 한다. 사실상 진입장벽이 생긴 것이다. 이는 대부분 택시업계의 요구가 반영된 내용이다.그러나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타다 서비스 종료로 택시업계의 횡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택시업계가 지적받았던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민들의 불만이 커졌다. ‘포스트 타다’에 대한 요구가 늘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에 카카오모빌리티 같은 대기업이 택시사업으로 덩치를 키우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면허제와 연계하는 정부 방침에 따르면서 지난해부터 택시업체를 인수하고 있다. 자회사 KM솔루션을 통해 전국 10개 지역에서 5200대 규모로 ‘카카오T 블루’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강경우 교수는 “이번 싸움에서 택시가 이긴 것으로 보이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공고해 보였던 택시보호법에 균열이 생겼다”며 “정부도 이런 목소리를 계속 무시할 수 없는 만큼 향후 택시에 대한 개혁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결국 승자는 없고 패자만 남았다. 특히 시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봤다. 이동수단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사라졌다. 타다처럼 강제 배차서비스를 하는 카카오모빌리티 택시 ‘웨이고’를 이용하려면 기본료에 3000원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당연한 권리를 누리는데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는 뜻이다. 결국 택시요금만 비싸졌다는 문제도 지적된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대안을 찾기도 어렵다. 관련법 개정 이후 다양한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지만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유정훈 아주대 교수(교통시스템공학)는 “택시 서비스를 개선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요구가 확인된 만큼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와 관련한 규정을 개선하는 논의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며 “규정이 바뀌면 택시기사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에 금전적인 지원이나 플랫폼 서비스에 동참할 수 있는 합리적인 지원책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2020.04.1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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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목표가격이 뭐길래] 정부·여당 vs 야당·농민 정면충돌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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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2018년~2022년 쌀 목표가격 19만6000원…야권·농민 “껌값만도 못해, 24만원 돼야” 농촌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쌀값’이 요즘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현재 80㎏당 18만8000원인 쌀 목표가격을 19만6000원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국회 문턱을 넘어야 목표가격을 확정할 수 있는데, 농민단체는 물론 야당이 20만원 이상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쌀 목표가격은 쌀 농가를 지원하는 직불금을 정하는 기준으로 농촌경제는 물론 나아가 나라 전체 식량자원 확보에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사안이다. 관련법에 따라 5년마다 갱신하는데, 이번에 정하는 목표가격은 2018년~2022년 생산한 쌀에 적용한다. 직불금은 산지가격이 목표가격 밑으로 내려가면 그 차액분의 85%를 정부가 보존하는 제도다. 정부는 이번에 목표가격 갱신은 물론 직불금 제도 자체를 개선한다는 계획이어서 당분간 농촌경제의 이목이 국회로 쏠릴 전망이다.직불금에는 두 가지가 있다. 고정직불금과 변동직불금인데, 고정은 논의 보전을 위한 공익적 기능에 대한 보존금으로 1ha당 100만원이 지급된다. 변동직불금은 쌀 재배농가의 소득보전이 목적이다. 예컨대 가령 쌀 목표가격이 20만원이고 수확기 쌀값이 16만원 선에서 형성된다면 차액 4만원의 85%인 3만4000원(변동직불금)을 정부가 세금으로 농가에 보전해주는 것이다. 이 같은 직불금 제도는 우리 국민의 주식인 쌀의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시하던 추곡수매제(정부가 일정량의 쌀을 매입하는 것)를 2005년 폐지하면서 도입했다. 이 같은 직불금 제도는 쌀값이 폭락했던 2016년 농촌경제의 안전망이 되기도 했다. 당시 수확기 산지 쌀값이 20년 전 수준인 80㎏당 12만9711원까지 떨어지면서 농가에 큰 충격을 줬는데, 이때 쌀 한가마분에 변동직불금 4만9372원을 지급하면서 피해를 완화할 수 있었다. 결국 농가는 쌀 한 가마당 17만9083원을 받은 것이다. ━ 물가상승률 고려해 19만6000원 책정 그러나 직불금 제도는 구조적으로 쌀 목표가격이 오르면 변동직불금이 늘면서 쌀 재배농가에 유리해진다. 가령 목표가격이 24만원인 상황에서 쌀값이 16만원 선에 형성된다면 변동직불금은 단순하게는 8만원의 85%인 6만8000원이 된다. 하지만 변동직불금이 무한정 커지지는 않는다. 연간 지급할 수 있는 총액은 세계무역기구(WTO)의 농업보조총액(AMS) 한도인 1조4900억원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변동직불금은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의 산지 쌀값을 토대로 산출한 뒤 2월께 지급한다. 이에 따라 2018년산 쌀에 지급할 변동직불금은 2019년도 예산에 편성했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에 편성한 변동직불금은 5775억원으로, 올해 1조8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그렇지만 실제 지급될 변동직불금 규모는 이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쌀 목표가격은 단순히 변동직불금을 결정하는 기준점이 아니다. 쌀 시장, 더 나아가 농촌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농가 입장에서는 쌀 목표가격이 오르면 좋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마냥 올릴 수만은 없다. 목표가격을 올리면 국가 재정도 문제지만, 쌀 시장에 수급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쌀 목표가격이 7000원 오르면 벼 재배면적은 1만6000㏊ 늘어난다. 변동직불금이 불어나 다른 작물 농사를 하던 사람까지 쌀농사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공급이 늘어 쌀값은 중·장기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13년 목표가격을 1만8000원 인상한 이후 쌀 공급과잉 현상이 일어나면서 급기야 2016년 쌀값 급락을 불러오기도 했다. 연구원은 측은 “목표가격 인상이 쌀 산업에 악영향을 미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며 “우리나라 1인당 쌀 소비량은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로 이에 맞춰 벼 재배 면적 역시 줄어야 시장이 안정화한다”고 밝혔다.그렇다고 목표가격을 묶거나 내릴 수도 없다. 물가가 계속 뛰기 때문인데, 정부와 여당이 이번에 목표가격을 19만6000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내놓은 것도 지난 5년(2013년~2017년) 간 물가상승률(6.3%)을 고려한 것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쌀 목표가격 산식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야당은 물가 상승률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이만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자료를 내고 “정부가 물가상승률 6.3%를 적용했다면 쌀 목표가격은 19만9844원이 돼야 한다”며 “물가상승률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은 21만원을, 소속의원이 전원 호남권인 민주평화당은 24만5000원을 제시했다. 농가도 불만이다. 그럴 만도 한 게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이던 2012년 10월 4일,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쌀 목표가격은 21만7719원이라며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런데 5년 만에 2만1000원가량 쌀값을 낮춘 셈이다. 그동안 쌀값은 떨어지지 않았다.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에서는 이미 쌀 목표가격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지만, 여야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쌀 목표가격’이 현재의 협상이라면,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직불금제 개편’은 미래의 협상이다. 당정은 2019년까지 직불금제 개편안을 마련해 2020년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최근 “쌀이 남아도는 데도 쌀에 직불금이 집중되고, 그것도 5ha 이상 대농에 편중되는 현재 제도를 계속 유지하기는 어렵다”며 직불금 제도 전면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농해수위 민주당 간사인 박완주 의원 측도 “직불금이 처음 도입했을 때는 쌀 농가가 전체 74%였는데 현재는 55%에 불과하다”며 제도 개편 의지를 드러냈다. ━ 미래 위해 직불금 제도 개편 당정의 직불금 제도 개편 핵심은 변동직불금제의 폐지가 될 것 같다. 대농에게 유리한 변동직불금을 없애고 ha당 고정급으로 직불금을 주는 고정직불금제로 전면 개편하는 식이다. 이와 함께 쌀에 편중돼 있는 직불금을 다른 밭 농작물에도 동일하게 주는 것을 검토 중이다. 직불금 예산의 80% 이상이 쌀에 집중돼 있어 그동안 다른 밭 작물 재배 농가와의 형평성이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실제로 지난해 집행된 쌀 직불금은 고정·변동을 합쳐 총 2조3060억원으로 전체 농업직불금(2조8542억원)의 80% 정도였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금은 다른 작물보다 쌀에 대한 직불금 수준이 높기 때문에 농가 입장에서는 쌀농사를 짓는 게 더 안정적”이라며 “다른 작물에도 동일한 직불금을 준다면 쌀 수급 불균형과 농가 양극화 현상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8.11.17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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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와 정부의 상업 개정 ‘동상이몽’] 재계는 대주주 힘 강화, 정부는 대주주 힘 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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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 “집중투표제 의무화”… 재계·야당 “해외 투기자본 멍석 깔기” 2016년 11월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원회.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작심한 듯 입을 열었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는 정말 서구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사건입니다. 대기업 재벌이 협박을 당했든 공갈을 당했든 알아서 갖다 바쳤든 서구에서는 그런 것들이 다 감시되고 그런 일이 일어났으면 바로 대표이사는 법적 책임을 집니다. 견제 장치가 하나도 없어 이런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그런 이유에서 여러 상법 조항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백 의원의 발언은 지금의 정부와 여당이 왜 상법을 고치려고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내 대부분의 대기업은 총수가 회사를 마음대로 해도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삼성·롯데·SK 등 국내 재벌 대기업이 정체가 불분명한 미르나 K스포츠재단에 수십억원을 낸 것도 이런 구조 탓이라는 해석이다.실제로 주식회사의 최고의사결정기구는 총수 등 오너 일가가 아니라 이사회다. 하지만 이사회가 사실상 총수의 뜻대로 구성돼 이사들은 거수기(擧手機)에 불과하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총수의 전횡을 제대로 감시할 사람이 없다는 얘기다. 총수가 잘못을 해도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다. 그래서 정부와 여당은 총수 뜻에 반하는 의견을 낼 수 있는 사람이 이사회에 들어갈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보겠다는 것이다. 이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상법 개정안의 취지다. 이를 위해 정부와 여당은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다중 대표소송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대부분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인데, 법무부도 올 4월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의견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했다.재벌 대기업 등 재계는 ‘멘붕’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주주총회 의결 요건을 완화하거나 의결 정족수 기준을 폐기하는 방향으로 상법 개정을 요구했는데, 혹 떼려다 되레 혹을 붙이게 생겼다. 재계는 규제 완화를, 정부와 여당은 규제 강화라는 서로 다른 꿈을 꾸고 있었던 셈이다. 재계는 무엇보다 집중 투표제 등을 시행하면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간섭이 본격활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일부 기업은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될 가능성을 걱정한다. 이런 마당에 정부와 여당은 올해 안에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재계는 이를 막을 전략을 고심 중이다. 재계로선 차등의결권과 포이즌 필(신주인수선택권)과 같은 경영권 방어 장치 도입도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야당도 여당 주도의 일방적 법안 처리에 반대하고 있어 상업 개정의 전장(戰場)은 국회가 될 전망이다. 이와 더불어 정부와 재계의 장외 여론전도 뜨거울 것 같다. ━ 5년 만에 다시 등장한 집중투표제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은 사실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3년 이미 법무부가 입법예고를 했던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던 ‘경제민주화’의 일환이었고, 정부의 추진 의지도 강했다. 학계와 정치권도 법안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더 컸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재계를 만난 후 태도를 바꿨다. 2013년 8월 중순 19개 경제단체가 상법 개정안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건의했다. 며칠 후에는 10대 그룹 총수가 박 전 대통령을 만났는데,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은 “논란이 되고 있는 상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그 문제는 정부가 신중히 검토해서 수정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후 청와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한 후 상업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했다. 결국 법안은 준비되지 못했고, 야당은 반발했다. 학계도 우려를 표명했다. 당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경제·경영·상법을 연구하는 50명의 대학 교수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80%가 상법 개정안에 찬성 의견을 내기도 했다. 당시 대학 교수였던 김상조 현 공정거래위원장도 언론을 통해 상업 개정안이 무산된 것을 비판하기도 했다.그로부터 5년. 문재인 정부가 다시 집중투표제를 들고 나온 것이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이사진을 선임할 때 1주당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기존에는 이사 후보에게 1주당 1표씩 의결권을 행사했지만, 집중 투표제에서는 1주당 뽑을 이사 수만큼 투표권을 줘서 선호하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다. 예컨대 A, B, C 3명의 이사를 뽑는다고 가정하면 한 주주가 100주를 갖고 있을 경우 기존에는 3명에게 각각 100주의 찬반권만 행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집중투표제가 의무화하면 A에게 찬성 또는 반대 300표를 모두 던지고 B, C에게는 의결권을 포기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최다수를 얻는 사람부터 순차적으로 이사에 선임되기 때문에 소액주주들이 자신들을 대표하는 사람을 이사로 선임하거나, 대주주가 내세운 후보 중 문제가 있는 사람이 이사로 선임되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된다. 즉, 소액주주도 의결권을 집중해 자신들이 원하는 이사를 뽑을 수 있게 된다는 게 핵심이다. 같은 원리로 해외 투기자본에 악용될 소지도 있다.개정안은 또 기업의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이사를 다른 일반 이사들과 분리해 뽑도록 했는데,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대주주는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분리 선출하는 단계부터 3%로 의결권을 제한받는다. 이사회는 통상 7~9명의 이사(감사위원인 이사 포함)로 이뤄진다. 상법상 자산 2조원 이상 상장회사는 이사 중 3명 이상을 감사위원으로 둬야 한다. 감사위원인 이사는 회사의 업무 및 회계 감독권을 가진다. 지분 쪼개기(3% 이하)를 통해 의결권 제한 규정을 피할 수 있는 해외 투기자본이 감사위원을 뽑아 기업 경영권을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얘기다. 감사위원은 이사를 겸임하기 때문에 외국계 투기자본이 감사위원을 장악하면 무리한 배당이나 자산 매각 등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재계는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면 해외 투기자본이 국내 기업 이사회에 진출하는 통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사회가 7명으로 구성된 회사라고 가정하면 최소 4명(감사위원 분리 선출 3명+집중투표제 1명)을 해외 투기자본이 원하는 인물로 선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시뮬레이션 결과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면 국내 10대 기업 중 4곳은 외국계 주주가 요구하는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최대주주가 투표 전략을 잘못 짜면 지분이 더 많은데도 경영권을 빼앗기는 상황도 얼마든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해외 투기자본이 악용하지 않더라도 기업의 이사회나 주주총회가 분열돼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걱정도 나온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의 의사결정은 시의성이 중요한 사안이 많다”며 “그런데 상법 개정안으로 다양한 이해관계를 지닌 사람들이 이사회에 진입하게 되면 해당 기업은 싸움만 하다가 의사결정 시기를 놓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상법 개정안, 투기자본 멍석 깔기? 다중대표소송도 논란의 한 가운데 있다. 다중대표소송은 모(母)회사가 자(子)회사 지분을 30% 이상 보유하고, 모회사 주주가 모회사 지분을 0.01%(상장사 기준, 비상장사는 1%)만 갖고 있으면 소송이 가능하다. 심지어 모회사 1주만 있어도 되는 법안(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발의)도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일본이 100% 모·자회사 간에만 허용되도록 엄격히 제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안이 시행되면 예컨대 A그룹의 지주사인 ㈜A가 A전자 지분 34%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Elliot management·이하 엘리엇)가 ㈜A의 주식을 0.1% 갖고 있다고 치자. 이렇게 되면 엘리엇은 0.1%의 ㈜A 주식을 숙주 삼아 전혀 다른 법인격인 A전자 임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권한을 확보할 수 있다. A전자뿐만이 아니다. 엘리엇은 ㈜A가 지분 30% 이상을 갖고 있는 주요 계열사 전부를 같은 식으로 쥐고 흔들 수 있게 된다.이를 우리 실정에 대비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국내 일반 지주사의 자회사 지분율은 법정 하한선(상장사 20%, 비 상장사 40%)을 훨씬 웃도는 72.8%(지난해 3분기 기준)에 이른다. 금융지주사는 무려 90.4%다. 지주사가 아닌 삼성전자만 해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디스플레이(84.8%)·삼성바이오로직스(31.5%)·삼성메디슨(68.5%)·세메스(91.5%) 등을 보유하고 있다. SK·LG·롯데 등 이미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그룹은 말할 것도 없고, 현대차그룹 등도 다중 대표소송에 다 걸리는 구조다. 한 법무법인의 변호사는 “극단적 예로 자회사가 모회사와 거래하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다른 곳과 거래를 트면서 모회사와의 거래를 접는다고 가정하면 자회사에는 이득이지만 모회사는 다를 수 있다”며 “이때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임원을 상대로 소송을 거는 등 악용 여지가 많다”고 꼬집었다.이처럼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많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도입한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세계 주요 국가의 상법을 분석한 ‘상법 개정안 제도 국제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은 대부분 다른 선진국에는 없거나 일부 국가만 제한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입법 사례가 없었다. 대주주의 권한을 지나치게 제한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자산 규모 2조원 이상인 상장사가 두 명 이상의 이사를 뽑을 때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한 나라는 러시아·멕시코·칠레 3곳뿐이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일본·필리핀·대만·이탈리아·중국 등에는 집중투표제가 도입돼 있지만 개별 기업이 정관 개정을 통해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 있도록 허용해 자율에 맡기고 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자산 2조원 이상 138개 상장사 중 집중투표제를 채택한 기업은 전체의 10.1%인 14곳뿐이다. 그나마 한국전력·한국가스공사·지역난방공사·강원랜드·신한금융지주·KB금융지주 등 대개 공기업이나 금융사다. 미국은 1940년대 애리조나 등 22개 주에서 집중투표제를 강제 규정으로 도입했지만 이후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1950년대 이후 대부분의 주가 기업 자율로 적용하도록 제도를 고쳤다. 한때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한 일본도 주주 간에 경영권 분쟁이 끊이지 않자 1974년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폐지했다. 다중대표소송제도 비슷하다. 이 제도를 의무화한 곳은 일본 밖에 없는데, 일본은 경영권 침해와 자회사 주주의 권리 침해 등을 이유로 다중대표소송 대상을 100% 자회사로 한정하고 있다. ━ 국회 밖 여론전도 뜨거울 전망 이런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윤상직 의원은 5월 15일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인 차등의결권과 포이즌 필 도입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상법 개정이 여야의 뜨거운 감자로 재부상하고 있다. 앞서 권성동 의원 등 자유한국당 의원 10명은 지난해 11월에 비슷한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윤 의원은 “국내 기업이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며 “제2의 소버린, 제2의 엘리엇이 나오지 않도록 무방비로 노출된 국내 기업의 경영권 방어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개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기업이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수조원을 쏟아 붓게 방치하면 ‘경제 살리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논리다. ‘배임 면제’ 조항을 신설한 것도 눈에 띈다. 경영진이 회사에 최선의 이익이 된다는 선의의 판단 아래 경영상 결정을 내렸다면 회사에 손해를 끼쳤더라도 특별배임죄 판단 때 정상을 참작하도록 하자는 취지다.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기업 편들기용 법안”이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여당 안팎에선 “협상 테이블을 꾸려볼만하다”는 의견도 나온다는 전언이다. 지난해 11월 자유한국당 소속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이 내놓은 상법 개정안에 비해 타협의 여지가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포이즌 필만해도권 위원장은 이사회 결의로 도입이 가능하도록 했으나, 윤 의원은 여기에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을 추가해 경영진의 남용 가능성을 방지하는 문구를 넣었다. 권 위원장이 법안에 황금주(소수 지분으로 회사 주요 결정에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주식)와 임원임명권부주식(이사회 구성 권한이 있는 주식)을 명기한 데 비해 윤 의원은 이를 법안에서 빼고, 시행령으로 처리할 수 있게 여지를 뒀다는 것도 차별점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하반기 국회에서 여야간 힘겨루기가 본격화하겠지만 정부와 여당도 투자 활성화가 당장 발등의 불이어서 ‘빅딜’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집중투표제 의무화나 차등의결권 등은 사회적으로도 찬반이 명확하게 갈리고 있는 터라 국회 밖 여러 변수도 법 개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조양호 회장 등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갑질 사태는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조 회장 일가가 사적인 심부름에 대한항공 지점 등 회사 조직을 이용했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도 대한항공 이사회는 조 회장 일가 거취에 관해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는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절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그런가 하면 엘리엇의 최근 활동은 상법 개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엘리엇은 최근 1%대 지분으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멈춰 세웠다. 또 정부를 상대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결정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7000억원 대의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엘리엇이 기업 가치보다 시세차익과 배당 등 이익만을 노리고 행동하고 있다는 점이 명확해질수록 재계의 상법 개정 반대 이유가 설득력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2018.06.02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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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 | 말 많고 탈 많은 ‘용산 화상경마장’ 가보니 - 학교 정문 코 앞에 웬 도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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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첫날, 서울 용산구의 한낮 기온은 섭씨 30도를 웃돌았다. 그늘을 징검다리 삼아 햇살을 피하며 걸어봐도 금세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서울 한강로 3가의 용산 마권장외발매소(이하 용산 화상경마장) 앞에 자리잡은 ‘용산 화상경마장 입점 저지 주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의 농성 천막 안에 들어서자 마치 찜질방에 들어온 듯 더운 기운이 훅 몰려왔다.예닐곱명의 중년 여성들이 둘러앉아 달달거리는 낡은 선풍기에 의지해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성심여중·고교를 비롯해 인근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다.“아유~ 차라리 밖이 더 시원하네.” “어서 들어와. 고생했어. 이제부턴 내가 나갔다 올게요.” “용산에 멋진 건물 들어서는 줄 알았는데…”건물 앞에서 ‘화상경마장 입점 반대’ 피켓을 들고 1시간 넘게 땡볕에서 1인 시위를 펼친 허경숙(45)씨가 천막 안으로 들어오자 다른 엄마들이 기다렸다는 듯 자리를 내어준다. 사업을 하는 허씨는 회사에선 어엿한 사장님이지만 점심시간을 아껴 나와 천막 농성을 돕는다.용산구 주민·학부모·교사 등으로 구성된 대책위는 오전·오후·저녁·야간으로 나눠 순번을 정해 천막을 지킨다. 이들이 한국마사회의 화상경마장 입점을 막기 위해 처음 대책위를 결성한 것은 지난해 5월.어느새 1년이 훌쩍 지났다. 담요와 커피포트, 전기장판 등 천막 한 켠에 빼곡히 쌓인 철 지난 살림살이들이 이들의 지루한 공방을 보여주고 있었다.대책위의 열악한 환경과는 대조적으로 새로 지은 화상경마장 빌딩은 주변 어떤 건물보다 화려한 위용을 자랑했다. 지상 18층, 지하 7층에 이르는 25층의 건물은 마사회가 1200억원을 들여 지었다.마사회는 용산역 인근에 위치한 기존 화상경마장을 용산 전자상가 근처로 확장·이전해 지난해 9월 1일부터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이는 2010년부터 추진돼왔는데 주민들은 건물 완공을 4개월 앞둔 지난해 5월에서야 이전 사실을 알게 됐다는 입장이다.성심여중·고의 학부모인 정방 대책위 공동대표는 “건물이 지어질 때만 해도 주민들은 ‘용산에도 이렇게 멋진 건물이 생기는 구나’ 싶어 좋아했다”며 “우리 아이들의 학교 코앞에 도박장이 생길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말했다. 학부모와 교사들이 전면에 나선 이유는 입점 예정 지역이 학교와 아파트 단지에서 지척이기 때문이다. 특히 성심여중·고에서는 직선거리로 불과 233m 떨어져 있다.학교보건법은 학교경계선에서 반경 200m를 학교정화구역으로 정해 경마장·성인용품점 등 사행성 시설의 입주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용산 경마장 이전 예정지는 불과 30여m 차이로 해당 규정을 적용 받지 않았다. 입점 예정지와 성심여중·고는 원효대교 고가도로를 중심으로 왕복 6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어 얼핏 먼 거리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실제로는 횡단보도 한번에 건널 수 있어 학교 정문 앞까지 5분이면 충분했다. 인근에 위치한 원효초등학교와 아파트단지와의 직선거리도 500여m에 불과하다.두 딸을 모두 성심여중·고에 보내는 허경숙 씨는 “돈 잃고 마음 좋은 사람 없다고 도박꾼들이 활개칠 생각을 할 생각을 하면 끔찍하다”며 “경마장이 생기면 자연스레 전당포와 사채업자, 술집도 덩달아 생길 텐데 잠재적인 위험을 안고 있는 시설이 생기는 걸 어떤 부모가 보고만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서울 신당동에서 사는 또 다른 학부모는 “집에서 학교까지 1시간이 걸리는데 경마장 건물이 들어선 후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혼자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는 게 무섭다고 데리러 오라고 한다”며 “좋은 학교이고,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이기도 해서 나처럼 멀리서 일부러 이 학교에 보내는 부모들이 많은데 솔직히 이런 게 들어설 줄 알았으면 여기 안 보냈다”고 말했다.입점 5개월 앞두고 소식 접해마사회가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로부터 경마장 이전 승인을 받은 시점은 2010년 3월. 이후 용산구청 도시계획위원회와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2012년 9월 건축물 사용승인서가 교부됐으나, 주민들은 이 같은 사실을 이전 5개월을 앞둔 지난해 4월에서야 알게 됐다.김율옥 성심여고 교장은 “구의원 제보를 통해 4월에서야 이전 계획을 알게 됐다”며 “그 전까지 농식품부와 마사회, 용산구청 등 어떤 기관도 이전에 대해 알려준 적 없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자신이 직접 대책위 공동대표를 맡으며 이전 승인 자체를 취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이처럼 관계기관들은 주민들에게 동의를 얻기는커녕 간략한 공지조차 없이 경마장 이전을 추진했으나 절차상 문제는 없다. 농식품부가 2009년 3월 ‘마사회 장외발매소 개설 승인절차 및 요건에 관한 지침’을 개정하면서 ‘동일 지역내 마권 장외발매소 이전 시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사회 동의 없이 가능하다’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용산구 내에서 위치만 이전한 터라 주민들의 동의를 거치지 않은 것이다.용산구청은 ‘도시계획위 심의(2010년 5월)→건축위 심의(2010년 6월 중순)→건축 허가(2010년 6월 말)→설계 변경에 대한 건축허가서 교부(2011년 9월)→건축물 사용승인서 교부(2012년 9월)’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하면서 단 한 번도 해당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박장규 전 구청장은 임기 만료일 전날(2010년 6월 30일) 건축 허가를 내주기도 했다. 용산구청이 의도적으로 경마장 이전 계획을 숨기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용산구청은 지난해 농식품부에 이전 승인 취소 요청을, 마사회 용산지사에는 이전을 자진철회 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농식품부·마사회·용산구청 이전 계획 은폐 의혹 제기그러나 농식품부와 마사회는 경마장 이전 승인 취소 및 이전 백지화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측은 “마사회가 이전을 신청하면서 민원 발생 때 지역 여론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해소하겠다고 명시한 만큼 마사회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는 입장을 전했다. 마사회 역시 농식품부 장관의 허가와 용산구청으로부터 준공 허가 건물사용 승인까지 받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오히려 지난해 9월 개장 예정이던 것을 언제까지나 미뤄둘 수는 없다며 6월 28~29일 시범 개장을 강행했다. 마사회 측은 “본래 18개층 규모에 1500명 수용이 목표였으나 13∼15층에 400명 규모로 줄여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며 “공청회 등 협의절차를 거쳤지만 주민들이 양보하지 않아 더 시간 끌기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했고, 시범운영을 통해 주민들의 우려가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했다”고 밝혔다.그러나 이틀 간의 시범 개장은 주민들의 불신만 더 키웠다. 기습 개장 소식을 들은 주민 100여명은 6월 28일 오전 6시부터 화상경마장 건물을 둘러싸고 입구를 가로막은 채 마사회 측과 대치했다. 개장 소식을 듣고 찾아온 고객들은 안으로 들어가려다 주민들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첫날 16명, 이튿날 150여명의 고객이 입장했다. 이 과정에서 성심여고 교감은 허리를 크게 다쳐 병원에 입원했고, 주민과 학부모 다수가 이용객들을 막아서다 찰과상을 입는 등 폭력 사태로 번졌다.김율옥 교장은 “그날 마사회가 영등포구·도봉구 등지의 화상경마장 손님들까지 버스로 실어와서 우리와 대치 상황을 만들었다”며 “수용 규모를 줄이고, 일부 층만 운영한다고 하는데 규모와 관계없이 화상경마장은 그 자체로 썩은 생선”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농성에 참여한 이원영 대책위 공동대표 역시 “시범 개장 때 온 이용객들을 직접 눈으로 보니 경마장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다”고 말했다.“술냄새가 진동하고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내뱉는 사람들을 보며 아이들을 지켜야겠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현재 두 아들을 인근 초등학교에 보내고 있는데 이 아이들이 도박꾼들을 보며 무엇을 보고 배우겠습니까?”농성의 여파로 목소리가 잔뜩 쉰 이 대표는 “너무 지친다. 이곳이 정말 우리나라가 맞긴 한거냐”고 반문했다. 이날 이용객들을 막아선 주민과 학부모, 교사 15명은 업무방해죄로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에 대책위는 7월 2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산 화상경마장의 강제·기습 개장 시도를 규탄한다”고 외쳤다. 이어 용산 화상경마장 시설 철수를 요구하는 시민 5만명의 서명을 모아 청와대 민원실에 제출했다. 마사회는 3~4개월 시범운영을 한 뒤 의견 수렴절차를 거쳐 운영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014.07.07 10:36

5분 소요
Special Report - 사이버 공격은 기계도 파괴한다

산업 일반

美 국토안보부 실험 결과 물리적 피해 발생 … 인터넷 의존도 높은 한국경제에 경고음 201X년 어느 날. 국내 모 은행 정보보안 종합상황실 모니터에 갑자기 트래픽(데이터 전송량) 과부화를 알리는 경고 표시가 떴다. 악성코드가 심어진 여러 대의 PC가 특정 컴퓨터와 서버를 동시에 공격하는 디도스(DDos) 공격으로 의심됐다. 보안팀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1차 공격은 무사히 막아냈다. 하지만 이튿 날 새벽 2차 공격이 이어졌다. 자체 네트워크 용량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엄청난 트래픽 공격이었다. 결국 이 은행 시스템은 멈췄다.해킹 공격은 이 은행뿐 아니라 청와대·국회·국가정보원에도 이어졌다. 조기 경보시스템은 무용지물이었다. 보안 당국엔 비상이 걸렸다. 대부분 금융회사와 방송·신문사, 주요 포털·전자상거래 사이트, 심지어 보안업체들도 함께 공격을 받았다.원자력 발전소와 전력·철도·항공 시스템도 해킹으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았다. 손 쓸새도 없이 수백만대의 PC와 컴퓨터가 신종웜·바이러스에 감염됐다. 보안당국과 보안업체들이 안티 바이러스 백신을 배포했지만, 오히려 이 보안 프로그램을 통해 공격은 확산됐다. 결국 대한민국 전역의 전산망이 대부분 멈춰버렸다. 정치·경제·사회 혼란 불 보듯새벽에 있었던 대규모 해킹 공격으로 오전부터 곳곳에서 혼란이 빚어졌다. 주식시장은 개장했지만 곧 문을 닫았다. 증권사 홈트레이딩이 마비되고 증권거래소 전산망이 멈췄다. 일부 주식 투자자는 증권사 객장으로 달려갔지만 소용없었다. 인터넷 뱅킹과 신용카드 서비스도 중단됐다. 은행과 신용카드사에는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전국 규모의 사이버 테러가 있었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다. 시민들은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은행과 ATM기기로 몰렸다. 하지만 은행 시스템은 이미 마비됐고, ATM기 앞에는 고장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었다. 그 사이 일부 은행에선 고객 예금 정보를 빼내려는 해커공격이 이어졌다. 결국 은행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교통 상황도 엉망이 됐다. 전국 철도와 비행기 운행은 전면 중단됐다. 중앙 제어 시스템이 멈추고 일부는 제3 자에 의해 원격 조정이 됐다. 버스도 비정상적으로 운영됐다. 교통카드 단말기는 먹통이 됐다. 도심 신호 등은 대부분 주황색으로 깜박거렸다. 교통 경찰들이 모두 동원됐지만 곳곳이 심한 정체를 겪었다.북한이 전쟁을 하기 위해 전면적인 사이버 테러를 했다는 루머가 돌았다. 대형마트와 동네 수퍼에 사람들이 몰렸다. 하지만 POS 시스템이 망가지고 신용카드 결제가 되지 않자 일부 시민들만 현금을 내고 앞다퉈 물건을 사갔다. 정부는 즉각 사재기를 금지한다고 발표했지만 대부분 상가는 인산인해를 이뤘다.시간이 갈수록 사이버 공격은 심해졌다. 복구가 될만하면 재차 공격이 이어졌다. 인터넷 쇼핑몰은 물론 대부분 전자상거래 사이트는 접속이 되지 않았다. 인터넷 게임·영화·음원 서비스도 중단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멈췄다. 주요 언론사와 방송사, 포털 등 민간 웹사이트도 서비스가 되지 않았다. 일반 기업 대부분 업무가 중단됐다. e메일 시스템이 망가지고, 일부 회사는 사내 인트라넷망이 파괴했다. 굴지의 대기업의 사내 PC 화면에는 해골 그림이 떴다.저녁이 되자, 일부 방송사가 시스템을 일부 복원해 속보를 내보냈다. 심각한 뉴스가 전해졌다. 발전소·상하수도·전력 등 국가기간 시설의 전산망도 해커들의 손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공공 인프라 관리 시스템은 멈췄다. 대형 종합병원도 피해를 입었다. 환자 관리 시스템이 멈추면서 의사와 간호사들은 일일이 차트를 들고 다니며 환자를 살폈다.며칠이면 복구될 것으로 보였던 전국 전산망 마비는 한 달 넘게 이어졌다. 정부·공공 인프라망이 일부 복원됐지만 재공격을 받으며 멈추기를 반복했다. 인터넷 블랙아웃으로 사회는 극도의 혼란에 빠졌다. 금융시장엔 돈이 돌지 않고 대부분 금융 업무가 마비됐다. 신용카드와 인터넷 뱅킹 사용이 오래 중단되면서 현금과 수표 사용이 급증했다.한국은행과 조폐공사는 긴급히 돈을 찍어 시중에 유통했지만 헛수고였다. 생활필수품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시중엔 위조수표가 나돌았다. 일부 택시와 버스가 다녔지만, 지하철은 정상 운영하지 못했다. 택배·운송업체는 문을 닫았고 항만 시스템도 망가져 컨테이너가 쌓여갔다.가능성 적지만 있을 수 있는 일문 닫는 기업은 늘어만 갔다. 온라인 기반으로 먹고 사는 콘텐트·전자상거래 업체들의 도산이 이어졌다. 일반 기업도 전산 업무가 멈추면서 직원들 월급을 주는 데 애를 먹었다. 국가 행정 전산망 복구가 늦어지고 데이터가 손실되면서 구청·주민센터·우체국 등은 민원인이 몰렸다.공공 행정망은 사실상 마비됐다. 그나마 학교는 정상적으로 운영됐지만 불안감에 단축 수업이 이어졌다. 병원에는 대기 환자가 넘치고 각종 의료 사고가 이어졌다. CCTV는 물론 치안 시스템도 마비되면서 흉악 범죄도 이어졌다. 정부는 야간 통행 금지령을 내렸지만 치안 공백 사태가 이어졌다. 일부 발전소와 송전소가 해커들의 손에 들어가면서 전국 곳곳에서 정전사태가 이어졌다. 에너지와 물이 부족해지고 생활 필수품이 바닥나기 시작하면서 해외 원조가 이어졌지만, 사회는 헤어날 수 없는 혼란에 빠진 뒤였다.이상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과 주요 보안 업체의 도움을 받아 가상으로 그려 본 인터넷 블랙아웃 시나리오다. 이런 일이 가능할까. 정보보안 전문가들은 “희박하긴 하지만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물론 정부는 공공·행정 시스템은 외부와 분리돼 운영되기 때문에 발전·전력·상하수도 전산 시스템이 마비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2007년 3월, 미국 국토안보부는 아이다호 국립연구소에서 비밀 실험을 했다. 사이버 공격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핵심 시설인 발전기를 파괴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모의 실험이었다.프로젝트명 ‘오로라’.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정부가 고용한 해커들이 발전소 제어 시스템을 해킹해 원격 조정하자, 과부하가 발생하면서 발전기가 파괴됐다. 당시 국토안보부 고위 관료는 “사이버 공격으로 기계를 물리적으로 파괴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털어놨다.미국 정부는 즉각 미국 전력·통신망이 실제로 동시 다발적인 사이버 공격으로 마비되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연구에 돌입했다. ‘사이버 공격으로 미국 3분의 1 지역에 전력 공급이 끊긴다면?’ 연구를 진행한 미국 사이버영향분석연구소 스콧 버그 교수는 “대형 허리케인 40~50개가 한꺼번에 강타하는 것만큼의 사회적 충격을 줄 것”이라며 “경제적 여파는 대공황 때보다 심각할 것”이라고 밝혔다.미국 사이버영향분석연구소가 작성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인터넷 기반의 발전소 제어시스템이 파괴된 첫날 대부분 상점은 문을 닫고 현금 자동인출기(ATM)과 주유소는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일상 생활의 불편이 시작된다. 2단계인 사흘이 지나면 비상발전기가 작동을 멈춘다. 연료 부족으로 각종 기기와 장치를 사용할 수 없다.상점에 물건이 고갈되고 생활용품 사재기로 도시는 극도의 혼란에 빠진다. 3단계(열흘 후) 때는 구급 서비스와 약품이 부족해지고 냉난방이 불가능해 인구의 대이동이 시작된다. 석달 후인 4단계 때는 전국 곳곳에서 폭동이 일어나고 복구 불가능할 정도의 경제 파괴 현상이 일어난다.

2013.04.23 16:20

5분 소요
20조 수‘ 퍼 추경· ’·· MB정부와의 선 긋기

정책이슈

성장률 전망 낮추고 한국판 재정절벽 강조 … 나라빚으로 새 정부 빛내기 여론은 부담 박근혜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 편성에 돌입했다. 규모는 20조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2009년 편성한 28조4000억원 추경에 이어 많은 ‘수퍼 추경’이 될 전망이다. 새 정부가 가급적 빨리 추경 편성에 나서리라는 건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다만 시중의 예상보다 템포가 빨랐다. 경제사령탑인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박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은 지 1주일 만이다. 임명장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이다.정부의 추경 논리는 두 가지다. 우선 경기가 지난해 말 예상보다 훨씬 나쁘다는 점이다. 소비와 투자는 좀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수출도 활력을 못 찾고 있다. 경기는 8분기 연속 0%대 성장(전분기 대비)이 확실시된다. 한국 경제는 유례 없는 저성장 늪에 빠져있다.두 번째는 세입 부족이다. 지난해 정부는 올해 경제가 4% 성장할 것으로 보고 그에 맞는 세입을 예상해 예산을 짰다. 그런데 경기 악화로 애초 예상보다 6조원 이상의 세금이 덜 걷히게 생겼다. 공기업 지분 매각 수입에도 차질이 생겼다.정부는 애초 산업은행 민영화를 통해 2조6000억원, 기업은행 지분을 대폭 팔아 5조1000억원을 걷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새 정부가 민영화를 전면 중단하기로 하면서 6조원 정도의 구멍이 생기게 됐다. 이석준 기획재정부 2차관은 “올해 세입 차질 규모가 12조원 정도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성장율 하향은 MB정부 부실 털어내기여기까지는 지극히 경제적인 사정이다. 그러나 추경에는 나름의 정치 공학이 숨어있다. 막대한 정부 지출을 새로 하자는 것인 만큼 이득을 보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이 있게 마련이다. 정치공학적으로는 정부·여당이 추경의 수혜자다. 재정 지출을 늘리면 아무래도 겉으로는 경기가 좋아지게 돼 있다. 추경에 대한 견제 장치도 있다. 추경은 그냥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나라 빚을 새로 내거나, 전년도에 쓰고 남은 나랏돈을 쓰는 것인 만큼 요건이 엄격하다.경기 악화와 관련된 추경은 국가재정법 89조 2항에 명시돼 있다. ‘경기 침체, 대량 실업, 남북 관계의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다. 이 중 ‘경기침체(recession)’는 일반적으로 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을 의미한다. 웬만큼 경기가 나빠졌다고 해서 추경을 할 수 없다는 얘기다.새 정부가 이번에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3%에서 2.3%로 확 낮춘 것도 이런 정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2.3%는 역대 정부의 출범 첫해 성장 전망치 중에서 가장 비관적인 것이다. 정부는 경기악화가 예상 외로 심하다는 이유를 댔지만 시장에선 “추경 편성 명분 쌓기”라는 해석이 퍼져있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한국 정부가 경기 하강 위험을 과장한다’는 보고서를 냈다.새로 집권한 정부의 성장률 하향 조정에는 또 다른 정치적 실익이 있다. 일종의 과거 부실 장부 정리 효과다. 기업 세계에선 새로 취임한 최고경영자(CEO)가 오자마자 과거 부실을 장부에 반영하는 ‘빅 배스(big bath)’가 일반적이다. 회계 용어로는 ‘전기 오류 수정’쯤 된다. 이렇게 하면 현재의 부실이 새로운 CEO와 무관함을 드러낼 수 있다. 게다가 바닥에서 출발하는 만큼 실적을 개선시키기도 쉽다.이번 경우도 별로 다르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고위 당국자는 “새 정부는 MB정부와 선을 분명하게 긋고 이기는 게임만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의 설명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그는 청와대 출입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2.3%의 성장률은 새 정부가 인계 받은 경제상황이 어떤지를 체크하고, 새 정부의 경제정책 출발점이 어디란 것을 국민들께 보고 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이는 MB정부가 짜놓은 예산대로 경제를 운용하면 2.3% 성장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다시 말해 경제가 2.3% 이상 성장하면 그것은 새 정부의 공적이 된다는 뜻도 된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와 관련 “추경을 통해 하반기에는 성장률을 3%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그에 근거해 추경에 돌입하는 것은 전례가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부처의 장관은 “이번 성장률 하향은 2009년 MB정부의 2기 경제팀을 맡은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정책 사례를 벤치마킹 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MB정부 1기 경제팀장이었던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으로부터 경제정책 지휘봉을 넘겨받았다.당시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 복판에서 취임한 윤 전 장관이 맨 먼저 한 일이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이었다. 그는 2월 10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경제팀장으로서) 마이너스 성장을 예견하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정부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은 정직성이라고 본다”면서 그 해 성장률 목표치를 애초의 3%에서 -2%로 5%포인트나 떨어뜨렸다.그때 정부가 짠 추경이 28조4000억원이다. 경기 악화로 줄어든 세입을 메우기 위한 11조2000억원을 빼더라도 세출 확대가 17조 7000억원에 달하는 수퍼 추경이었다. 그러나 가만 놔두면 경기가 마이너스로 가라앉을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 추경은 국회를 무난히 통과했다. 결국 그 해 우리 경제는 0.3% 성장률을 이뤄냈다. 세계 각국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가운데 돋보이는 플러스 성장이었다.2009년과 지금의 상황이 다르다는 견해도 많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성장 전망치는 지금까지 나온 전망치 중에 가장 낮다. 통상적으론 정부 전망치가 민간보다 0.5%포인트 이상 높게 마련인데 정반대가 된 것이다. 한국은행이 1월에 내놓은 성장률 전망치도 2.8%다. 이에 비해 2009년엔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해 국내외에서 한국경제 성장률을 앞다퉈 낮췄다. IMF는 -4%로 예상했을 정도였다.‘정부가 경제난 과장’ 지적도정부가 세입 부족을 이유로 내세운 ‘한국판 재정절벽(fiscal cliff)’ 주장도 논란에 휩싸여 있다. 조 수석은 “눈에 훤히 보이는 세수 결손을 방치하면 올해 하반기에는 한국판 재정절벽 같은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여기엔 짚어볼 대목이 있다. 재정절벽은 한국 경제가 이제껏 겪어보지 않은 일이다.노무라증권의 권영선 한국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전무)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자동 발동되는 정부지출삭감(시퀘스터) 시기와 부시의 감세 종료가 겹쳐서 의회가 합의하지 못 하면 경제에 큰 충격을 준다. 한국은 추경이 없어도 미국처럼 정부 지출이 당장 중단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한국판 재정절벽’은 과장이라는 이야기다. 일각에선 정부가 추경 통과를 위해 위기감을 조성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20조원 추경을 놓고 여야간 격돌은 불가피하다. 추경 전쟁에서 유리한 쪽은 여당이다. 야당이 끝까지 반대했다간 경제 회생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에 직면하기 쉽다. 문제는 돈이다. 이번처럼 추경을 하면 나라빚은 늘 수밖에 없다. 경제도 살려야 하고, 나라빚이 급격하게 느는 것도 막아야 한다. 따지고 보면 추경은 늘 정치적 결정이다. 이번 추경 국회는 박근혜 정부 출범이후 여야가 내공을 겨루는 첫 경연장이 될 것이다.

2013.04.08 15:31

5분 소요
‘재활 공장장’김인식 리더십에 열광하다

산업 일반

열악한 조건을 극복하고 제2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준우승이란 쾌거를 안겨준 한국 야구대표팀에 국내외의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김인식(62) 감독에 대한 칭송이 두드러진 가운데 그의 리더십까지 큰 화제다. 믿음과 득심(得心)의 리더십, 도전과 신명의 리더십-. 그 실체는 무엇인가? 지금 우리는 전대미문의 경제위기에 처해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런 와중에 최근 제2회 WBC에서 우리 국민은 경기가 열렸던 20일간 고단함을 잊을 수 있었다. 행복을 배달해준 한국 야구대표팀의 수장은 김인식 감독. 그는 우리 사회에 새로운 리더십의 면모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계와 경영계에선 김 감독의 용병술을 성공 경영학의 산 교재로 삼으려 한다. 국민과 함께 ‘위대한 도전’에 나섰던 김 감독의 리더십은 기업 CEO의 것과 어떻게 다른가? 또 4강 진입도 어렵다던 팀을 세계 최정상 문턱까지 끌어올린 그의 리더십 진면목은 무엇인가?1. 믿음의 리더십“사람이 던지는 것 왜 못 치겠어? 한번 잘해 봐”한번 보낸 신뢰는 웬만해선 버리지 않는 ‘믿음의 리더십’이 김 감독의 트레이드마크다. 이번 대회에서 부진했던 추신수 선수를 통해 그의 믿음의 리더십은 잘 드러났다. 추 선수에게 꾸준하게 믿음과 신뢰를 보낸 결과는 준결승과 결승, 두 경기 연속 홈런으로 꽃을 피웠다. 소속팀(한화)에서도 그의 믿음 덕분에 부상에서 회복된 선수가 많아 ‘재활 공장장’이란 별명까지 얻었다.김 감독은 또 음지까지 배려하는 선수 경영학으로도 유명하다. 부진한 선수에게 결코 화를 내지 않는다. “결국 사람이 던지는 건데 왜 못 치겠어? 한번 잘해 봐”라는 식으로 격려한다. 이번 대회 직후인 지난 26일 박찬호 선수가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도 김 감독의 그런 면모가 잘 나타났다.박 선수는 ‘야구가 나라를 지킨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나는 1회 WBC 대회에 출전했을 때 부상과 슬럼프에서 확실하게 빠져 나오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 나를 당연한 것처럼 뽑아주고 믿음을 주셨다”며 김 감독에게 재삼 감사의 뜻을 표했다.2. 득심(得心)의 리더십스킨십과 소통의 중요성 잊지 않는다지용희 서강대 명예교수(경영학)는 자신의 저서 『경제전쟁시대, 이순신을 만나다』에서 “명량대첩에서 단 13척의 배로 일본 대군을 물리친 이순신 파워의 가장 큰 원천은 병사와 백성들의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뜨거운 존경과 열정을 이끌어낸 ‘득심(得心)의 리더십이었다’”고 썼다. 지 교수는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김인식 파워’의 가장 큰 원천 또한 득심의 리더십이었다고 본다. 컨설팅업체인 올리버와이먼 정호석 서울지사장은 “김 감독은 조용히 순리에 따르고 자신을 철저히 비우는 리더십을 통해 동료(선수)와 고객(팬)의 마음을 감쪽같이 훔쳐내는 최고의 득심 경영자”라고 평했다. 팀 선발 과정에서도 그는 자신을 비웠다. 그가 맡고 있는 팀(한화) 소속인 이범호·김태균 선수의 선발에 오히려 더 신중했다. 그 결과 “역시 김인식은 사리사욕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평을 얻었고, 이는 득심 리더십의 기반이 됐다. 원래 이청득심(以聽得心)이란 ‘귀를 기울여 듣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지혜’라는 뜻이다. ‘경영의 신’이라고 불리는 일본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성공 요인도 득심의 철학이었다. 김 감독은 “야구도 사람이 하는 거다. 사람에게 맞는 전략을 짜야 이긴다”고 말해 왔다. 그는 코치 7명과 선수 28명을 결코 자신의 야구 도구로 삼지 않았다. 항상 그들의 마음부터 움직였다. 그래서 선수들은 절뚝이는 감독을 충심으로 따랐고 그라운드에서 몸을 던졌다. 그러기 위해 김 감독은 스킨십과 소통의 중요성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그는 뇌경색 후유증으로 표정이 다소 어색하고 걷기도 불편하다. 하지만 성치 않은 몸으로도 코치나 선수들과 어울리는 대화에는 결코 빠지지 않는 열성을 보인다. 중앙대 이광훈 교수(경제학)는 “김 감독은 스킨십과 비공식적 소통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체득한 뛰어난 커뮤니케이터”라고 평가했다. 3. 도전의 리더십실패의 경험 딛고 실패 모르는 지도자 등극“결승전 10회 연장 때 투수(임창용)와 포수(강민호)의 사인이 맞지 않아 이치로를 거르지 못한 게 못내 아쉽습니다. 분해서 그날 밤 한숨도 못 잤어요.” 귀국 회견장에서도 김 감독은 결승전 결과를 무척 아쉬워했다. 하지만 그는 끝내 밝은 메시지를 남겼다. “어린 선수들이 많은 한국은 4년 후에 더 발전해서 이 대회에 나갈 것이다. 메이저리그 등에서 우리 선수들을 많이 찾을 것이다.”준결승을 앞두고 “위대한 도전에 나선다”고 했던 그의 인터뷰 내용도 큰 화제가 됐다. ‘위대한 도전’이란 메시지 자체가 선수단과 국민의 마음을 우승을 향해 결집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26일 대표팀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그의 ‘도전 리더십’에 경의를 표했다. 뇌경색을 앓으면서도 국가대표팀을 맡아 “국가가 있고 야구가 있다”며 애국심과 도전 의지로 최고의 결과를 낳은 데 대해 치하했다. 또 이 대통령은 “우리 선수단은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헤쳐나가는 데 필요한 해법을 보여줬다. 국가브랜드를 크게 높였으며 우승보다 더 값진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사실 뇌경색 후유증으로 거동이 불편했던 김 감독으로서는 이번에 감독을 맡는 일 자체가 엄청난 도전이었다. 작년 11월 그의 친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젊은 감독들이 너나없이 고사했던 WBC 대표팀 감독 자리를 KBO가 그에게 떠맡기려 했던 시점이었다. 40년 지기인 김찬익 전 KBO 심판위원장 등이 건강을 들어 그를 말렸다. 그러나 그는 짧게 대답했다. “야 인마, 누군가는 해야 할 일 아냐. 감독을 맡는다고 내가 어떻게 되냐.” 그 이후 고난은 계속됐다. 대표팀 코치로 생각했던 김재박(LG)·조범현(KIA)·김시진(히어로즈) 감독이 소속 팀 전념을 이유로 합류하지 않았다. 에이스 박찬호(필라델피아)와 중심 타자 이승엽(요미우리)·김동주(두산), 수비의 핵 박진만(삼성) 등도 빠졌다. 하지만 김 감독의 도전 리더십은 더욱 빛을 발했다. 마침내 ‘국민 감독’ ‘실패를 모르는 지도자’란 이름표를 달았다. 그동안 그의 야구 인생은 수많은 고갯길을 넘어야 하는 험로였다. 1965년 고교 졸업과 동시에 한일은행에 입단했다. 신인왕에 오르며 투수로 촉망 받았다. 그러나 중·고 시절 혹사한 오른쪽 어깨 때문에 한창 때인 25세에 유니폼을 벗어야 했다. 1973년 모교 배문고 감독을 맡았지만 성적 부진으로 4년 만에 해고됐다. 동갑내기 단짝인 코미디언 배일집씨는 “내가 출연했던 야간업소에서 윤항기의 ‘나는 어떡하라고’를 들으며 둘이 울었다”고 회상했다. 1990년 프로야구 쌍방울 초대감독을 맡았지만 곧 물러났다. 인생 최대의 시련은 2004년 찾아왔다. 한화 감독으로 복귀했던 그는 그해 12월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하지만 무서운 의지로 재활에 도전했고, 마침내 감독으로 복귀했다. 부진한 선수를 믿고 기다려주면서도 기회 앞에선 냉혹한 승부사로 변하는 김인식 리더십은 그런 아픔 속에서 담금질된 것이다.4. 실용과 신명의 리더십포기에 능하고 이길 경기에 에너지 집중김 감독은 이번에 퓨전식 한국 야구의 강점을 최대한 구사했다. 그에게는 미국식이든 일본식이든 좋으면 받아들이는 개방적 야구관이 깔려 있다. 휴일엔 체력 비축을 위해 아예 쉬었다. 이길 경기와 질 경기를 확실하게 나눠 운용했다. 그는 동기부여만 확실하게 해주면 잠재력을 극대화할 줄 아는 한민족의 ‘신명’을 활용했다. WBC의 기형적 대진 일정과 긴장감 높은 한·일전을 오히려 호재로 전환시켰다. 역발상이 성공한 것이다. 이처럼 김인식 야구는 실용주의에 기반을 둔다. 북귀한 어느 해외파 선수가 한국 마운드가 메이저리그에 비해 좋지 않다고 하자 “그럼 거기 가서 야구해”라며 버럭 역정을 낸 일화는 유명하다.따라서 김 감독은 포기에 능숙하다. 1라운드 첫 한·일전 14대 2 콜드게임 패배가 그 좋은 예다. 대신 이길 경기에 에너지를 집중해 준우승이라는 대어를 낚아 올렸다.

2009.03.30 13:56

5분 소요
“강만수 장관 유임은 잘못” 57%

산업 일반

CEO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청와대 개편보다 개각에 대한 반응이 더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포브스코리아 CEO 패널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내건 747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실현될 것으로 보는 패널은 17%에 불과했다. 약 절반인 49%는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28%는 유보적인 입장이었다. 747 공약은 임기 중 연 7%의 경제 성장을 달성해 10년 후 국민소득 4만 달러의 세계 7대 강국에 진입한다는 것이다. 747 공약의 실현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대기업, 중소기업, 중견기업 순으로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 경제에 대한 위기감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79%가 “우리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답했다. 그렇지만 최근 경제가 어려운 것이 대외 경제 여건보다 정부의 정책 운용 탓이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패널의 27%만이 정부 탓이 크다고 답했다. 32%는 대외 여건의 영향이 더 크다는 인식을 보였다. 38%는 유보적이었다. 그러나 정부 탓이 크다는 응답은 3차 서베이 때보다 9%포인트 늘어났다. 대외 경제 여건 탓이 크다는 의견은 전문경영인(28%)보다 경영주(44%)가 훨씬 많이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서는 여전히 비판적이다. 외환시장 개입에 대해서는 과반수인 52%가 부정적이었다. 이들은 “정부가 외환 보유액을 풀거나 반대로 달러를 사들여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수출 증대를 위해 환율을 끌어올렸던 정부는 최근엔 물가안정을 노려 환율을 다시 끌어내리기 위해 외환보유고 약 200억 달러를 외환시장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고유가 비상대책으로 밝힌 유흥음식점 등의 야간 영업시간 단축, TV 방영시간 제한 등에 대해서는 경기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38%)는 의견이 우세했다. 29%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28%는 유보적이었다. 외환시장 개입 바람직하지 않아 CEO들은 무엇보다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우선 과반수인 57%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유임시킨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14%에 지나지 않았다. 24%는 유보적이었다. 대통령실장과 수석비서관을 전원 교체한 6월의 청와대 개편에 대해서는 과반수인 56%가 받아들일 만하다고 답했지만, 장관 세 명을 교체한 개각은 받아들일 만하지 않다는 의견이 41%로 받아들일 만하다는 25%보다 우세했다. 30%는 유보적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 운영 점수는 평균 55.2점으로 평가됐다. 5월 말~6월 초에 실시한 3차 서베이 때보다 6.2점 더 낮아졌다. 인수위 시절부터 따지면 26.8점이나 떨어졌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는 CEO가 종사하는 기업의 규모가 작을수록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촛불’은 사실상 꺼졌지만 촛불집회에 대해서는 81%라는 절대다수가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추가 협상에 대해서도 패널의 대부분인 73%가 협상 결과를 받아들일 만하다고 답했다.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국제 유가에 대해서는 보합세를 전망했다. 이번 서베이에 착수할 당시 두바이유 현물은 배럴당 139달러였다. 150달러 선에 육박했던 국제 유가는 20일 두바이유 현물이 배럴당 110.7달러까지 빠졌다. 패널들은 그러나 올해 말 두바이유가 배럴당 137달러(평균)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2008.08.29 11:47

3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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