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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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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음제·호르몬 향수’ 버젓이…위메프·티몬 등 ′금칙어′ 못 거른 까닭

유통

판매금지 제품인 '최음제'가 국내 대형 온라인몰 판매 목록에 버젓이 등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는 판매가 모두 금지된 상황이지만 이커머스 플랫폼이 사전에 이를 걸러내지 못하면서 자체 검수 시스템이 미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문제가된 곳은 '롯데온'이다. 롯데온에서는 지난 3일까지 검색 목록에 '최음제'를 치면 '최음제 여성 각성 알약 생식력 증가'라는 이름의 품목이 15만7300원에 판매됐다. 관련 유사상품도 다수의 이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는 사실이 드러났다. '최음'으로 검색하면 300가지 성인물품 쏟아져 티몬은 '최음'이라는 단어를 제목에 건 건강기능식품과 호르몬 향수 제품 등을 판매했지만 롯데온 사건이 문제화 되면서 관련 검색어 판매 제품을 모두 내렸다. 위메프 역시 최음제 관련 성인용품 300여개를 판매 중이었으나 현재는 판매되지 않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의 경우 최음제 제품을 판매한 것은 아니지만 최음제라는 검색어를 통해 상품의 어뷰징을 노렸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최음제는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의사의 처방없이는 거래 자체가 불법이다. 물론 온라인 판매 역시 금지돼 있다. 특히 이 성분은 성범죄에 악용될 수 있어, 대부분 동물을 대상으로만 사용하고 있을 만큼 불법적인 거래가 이뤄지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제품으로 통한다. 또 법적 규율은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는 제품이다. 이 같은 불법거래 제품이 롯데온에서는 어떻게 판매될 수 있었을까. 롯데온 측은 "롯데온 오픈마켓에 입점한 셀러가 판매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롯데온 측은 즉시 해당 게시물을 내리고, 해당 셀러를 차단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불법 판매는 외부 판매자의 잘못이라지만, 전문가들은 오픈마켓을 운영하는 플랫폼사도 책임감있는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허태윤 한신대 교수(IT 영상콘텐츠학과)는 “플랫폼사들도 불법이나 탈법적 제품이 판매되지 않도록 자체적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겠지만, 시스템 자체가 굉징히 미비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문제점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플랫폼 브랜드를 믿고 구입하는 소비자를 위해 자체적으로 오픈마켓 셀러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시스템에 더욱 투자해야 장기적인 플랫폼 브랜드 마케팅에도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번 롯데온에서 최음제가 판매된 경우도 플랫폼 자체적인 시스템 허점으로 가능했다. 최음제는 판매금지 제품으로, 롯데온이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금지 검색어 리스트에 포함돼 있으나 오픈셀러 판매글을 거르지 못하고 그대로 판매목록에 노출시킨 것이다. 이에 롯데온 측은 “판매자가 조금만 다르게 판매 글을 작성하거나 교묘하게 검색어를 피하면 불법 판매를 찾아내기 어렵다”며 “하지만 판매금지 목록을 매일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 같은 온라인 불법거래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지난 2015년부터 최음제의 온라인 불법거래는 이슈화됐고, 지난 2017년 국정감사에서도 매해 늘어나는 최음제 온라인 불법거래가 지적됐지만 2023년이 돼서도 같은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과거에는 음지의 불법사이트에서 거래됐다면, 현재는 대형 온라인 플랫폼에서 교묘하게 판매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보다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꼬집는다. 허 교수는 “현재 플랫폼사의 최대 조치인 단순 ‘불법 판매글 차단’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며 “오픈셀러 판매 품목을 정확하게 관리할 수 있는 고차원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대부분의 플랫폼 오픈마켓 입점 조건으로 사업자인증, 통신판매업 신고증 보유 확인만 가능하면 별도의 판매 승인없이 어떤 물건이나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다.

2023.01.05 07:30

3분 소요
성적인 상상이 최음제?

산업 일반

파트너와의 성관계 생각만 해도 성적 욕구 높이고 상대 배려하는 행동 하게 돼 파트너에 대한 성적인 상상이 실제로 서로의 관계를 더욱 친밀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국제 학술지 ‘성격과 사회심리학’ 저널에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다. 성적 상상의 기능을 살펴본 이전의 연구는 주로 그 빈도와 내용에 초점을 맞췄다. 커플 사이의 관계와 상호작용에 그런 상상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거의 탐구되지 않았다.그러나 이스라엘 헤르츨리아 IDC대학에서 실시된 최근의 연구는 ‘파트너에 대한 성적 상상’과 ‘파트너 외 다른 사람에 대한 성적 상상’의 영향을 조사한 4가지 실험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실험에선 피험자가 자신의 파트너나 다른 사람에 관해 성적인 상상을 했다. 그 다음 파트너와의 섹스와 서로 간의 관계 증진을 위한 행동을 하고 싶은 욕구를 스스로 평가했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실험에선 피험자가 파트너에 대한 성적 상상이 일어난 즉시 그것을 기록했다. 또 그날 서로 간의 관계에서 일어난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상호작용도 전부 기록했다. 특히 네 번째 실험에선 피험자가 그동안 서로 간의 관계에 관해 어떻게 인식하는지 밝혔다.연구팀은 파트너에 대한 성적 상상이 파트너의 매력만이 아니라 서로 간의 관계 자체에 대한 매력도 높여준다는 점을 발견했다. 또 부정적인 견해를 줄이고, 관계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도록 해주는 효과도 확인했다. 예를 들어 첫 실험에서 파트너에 대한 성적 상상을 하도록 요청받은 피험자는 파트너가 아닌 다른 사람을 상대로 상상을 하도록 요청받는 피험자보다 파트너와 섹스를 하고 싶은 욕구만이 아니라 파트너를 행복하게 해주는 일을 하고 싶은 욕구도 더 커졌다고 밝혔다.심리학 전문매체 사이포스트에 이 연구 결과에 관해 기고한 구리트 비른바움 IDC대학 교수는 “특히 세 번째 실험은 피험자가 파트너를 상대로 성적 상상을 한 뒤 파트너를 칭찬하고 극진히 배려하는 등 관계 증진을 위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그에 비해 파트너가 아닌 다른 사람을 상대로 성적 상상을 하는 것은 파트너와의 관계를 증진하는 행동을 유발하지도 않았고 관계를 해치는 행동으로도 이어지지 않았다.”네 번째 실험은 파트너를 상대로 성적 상상을 한 사람이 서로 간의 관계 증진을 위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큰 이유를 시사한다. 파트너에 대한 상상이 파트너의 매력을 높이고 서로 간의 관계를 더욱 가치 있게 만들어 주면서 더 긍정적인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전반적으로 이 연구는 상상이 현실 세계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비른바움 교수는 “특히 파트너와 성관계를 갖는 생각만 해도 서로 간의 관계에 이로운 영향을 미쳐 현재의 파트너에 대한 성적 욕구를 높이고 파트너를 위한 행동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파트너에 대한 성적 상상은 관계유지 메커니즘 기능을 발휘해 파트너의 매력을 한층 더 높이고 관계를 해치는 행동을 막아 친밀한 관계를 장기간 만족스럽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리스토스 조지우 뉴스위크 기자※

2018.09.11 11:34

2분 소요
성적인 상상이 최음제?

산업 일반

파트너와의 성관계 생각만 해도 성적 욕구 높이고 상대 배려하는 행동 하게 돼 파트너에 대한 성적인 상상이 실제로 서로의 관계를 더욱 친밀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국제 학술지 ‘성격과 사회심리학’ 저널에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다. 성적 상상의 기능을 살펴본 이전의 연구는 주로 그 빈도와 내용에 초점을 맞췄다. 커플 사이의 관계와 상호작용에 그런 상상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거의 탐구되지 않았다.그러나 이스라엘 헤르츨리아 IDC대학에서 실시된 최근의 연구는 ‘파트너에 대한 성적 상상’과 ‘파트너 외 다른 사람에 대한 성적 상상’의 영향을 조사한 4가지 실험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실험에선 피험자가 자신의 파트너나 다른 사람에 관해 성적인 상상을 했다. 그 다음 파트너와의 섹스와 서로 간의 관계 증진을 위한 행동을 하고 싶은 욕구를 스스로 평가했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실험에선 피험자가 파트너에 대한 성적 상상이 일어난 즉시 그것을 기록했다. 또 그날 서로 간의 관계에서 일어난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상호작용도 전부 기록했다. 특히 네 번째 실험에선 피험자가 그동안 서로 간의 관계에 관해 어떻게 인식하는지 밝혔다.연구팀은 파트너에 대한 성적 상상이 파트너의 매력만이 아니라 서로 간의 관계 자체에 대한 매력도 높여준다는 점을 발견했다. 또 부정적인 견해를 줄이고, 관계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도록 해주는 효과도 확인했다. 예를 들어 첫 실험에서 파트너에 대한 성적 상상을 하도록 요청받은 피험자는 파트너가 아닌 다른 사람을 상대로 상상을 하도록 요청받는 피험자보다 파트너와 섹스를 하고 싶은 욕구만이 아니라 파트너를 행복하게 해주는 일을 하고 싶은 욕구도 더 커졌다고 밝혔다.심리학 전문매체 사이포스트에 이 연구 결과에 관해 기고한 구리트 비른바움 IDC대학 교수는 “특히 세 번째 실험은 피험자가 파트너를 상대로 성적 상상을 한 뒤 파트너를 칭찬하고 극진히 배려하는 등 관계 증진을 위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그에 비해 파트너가 아닌 다른 사람을 상대로 성적 상상을 하는 것은 파트너와의 관계를 증진하는 행동을 유발하지도 않았고 관계를 해치는 행동으로도 이어지지 않았다.”네 번째 실험은 파트너를 상대로 성적 상상을 한 사람이 서로 간의 관계 증진을 위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큰 이유를 시사한다. 파트너에 대한 상상이 파트너의 매력을 높이고 서로 간의 관계를 더욱 가치 있게 만들어 주면서 더 긍정적인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전반적으로 이 연구는 상상이 현실 세계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비른바움 교수는 “특히 파트너와 성관계를 갖는 생각만 해도 서로 간의 관계에 이로운 영향을 미쳐 현재의 파트너에 대한 성적 욕구를 높이고 파트너를 위한 행동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파트너에 대한 성적 상상은 관계유지 메커니즘 기능을 발휘해 파트너의 매력을 한층 더 높이고 관계를 해치는 행동을 막아 친밀한 관계를 장기간 만족스럽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리스토스 조지우 뉴스위크 기자

2018.09.10 15:13

2분 소요
마약 생산지로 떠오른 레바논

산업 일반

근엄한 생활을 요구하는 자국에선 제대로 즐길 수 없는 부유한 아랍인은 레바논을 유흥지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처럼 세속적인 레바논도 지난 10월 26일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레바논 당국이 압델 모센 빈 왈리드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29) 사우디 왕자를 체포했다. 사우디 수도 리야드행 전용기에 암페타민 2t을 싣고 가려한 혐의였다. 레바논 경찰은 베이루트 국제공항에서 다른 사우디 남자 4명도 구속했다. 그 공항 사상 최대 규모의 마약 적발 사건이었다.사우디 왕자가 체포되면서 레바논의 악명 높은 마약밀매 네트워크와 그들이 중동의 정치적·종파적 경계선을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다는 사실에 이목이 집중됐다. 실제로 시리아 내전에 참가한 전투원, 전쟁에 지친 민간인, 걸프 국가들의 부유층 사이에서 마약이 갈수록 인기다. 그런 수요는 마약조직 두목과 민병대에 새로운 수익을 창출한다. 콜롬비아나 아프가니스탄 등지의 전쟁에서 그랬듯이 그들은 대부분 편의를 위한 동맹을 결성한다.전문가의 분석에 따르면 레바논 경찰은 이웃 나라의 전쟁으로 마약 단속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그들은 불안한 국경 지대를 감시하는 일만 해도 벅차다. 그곳을 넘나드는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들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한 수니파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동조적이다. 경찰과 군이 마약 생산지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암페타민 밀거래가 기승을 부린다.레바논의 대마초 생산업자들은 특히 지난 2년 동안 군경이 베카 계곡에 대한 감시를 소홀히 하면서 마리화나 공급이 넘쳐나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수익이 줄어들고 중동에서 암페타민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대마초 거래상의 암페타민 생산이 급증했다. 근년 들어 레바논의 마을과 시리아와의 국경지대에서 임시 마약 제조시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이런 시설은 ‘캡타곤’ 모조품을 생산한다. 캡타곤은 널리 금지된 합성 암페타민 페네틸린의 상표명으로 흔히 최음제로 알려졌다. 레바논 경찰에 따르면 사우디 왕자의 비행기에서 캡타곤이 발견됐다.베카 계곡의 마약상들은 주로 걸프 국가들의 고객을 상대한다고 말했다. 시리아와의 국경에서 멀지 않은 마을의 레바논 마약상 아부 후세인은 “사우디를 비롯한 그 지역 국가의 부자들이 캡타곤의 최대 고객”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그 약이 섹스에 효과적이라고 믿는다”며 그는 짓궂은 미소를 띠었다.물론 캡타곤이 최음제라는 소문으로만 인기가 있는 건 아니다. 시리아 내전에 참여한 모든 파벌의 전투원은 전쟁터에서 장시간 기민성을 유지하기 위해 캡타곤을 복용한다. 모든 파벌의 선전매체는 적의 전투원 사망자와 포로에게서 캡타곤이 발견됐다고 주장한다.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시리아 정부군으로선 적이 그 약을 사용한다고 주장하면 자신들이 이교도 ‘테러리스트’에 맞서 싸운다는 명분에 힘이 실린다.시리아 내전이 공급과 수요 둘 다를 창출했다. 2013년 시리아 정부군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가 반군이 장악했던 전략 요충지 쿠사이르를 빼앗긴 뒤 그 지역의 캡타곤 공급이 크게 늘었다. 쿠사이르는 캡타곤 생산·유통 중심지로서 레바논 시아파 마약밀매업자들의 은신처가 됐다. 마약상 아부 후세인에 따르면 그중 일부에겐 살인과 납치, 위폐 제작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대다수 수니파인 주민 5만 명이 살던 쿠사이르는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와 정부군의 지중해 해안 거점을 연결하는 전략적 통로에 놓여 있다. 지금 그곳은 헤즈볼라와 정부군 지지 민병대의 주둔지로 변했다. 마약조직 두목과 군벌 사이의 경계선이 모호한 경우도 있다. 레바논의 가장 유명한 마약왕 노아 자이터는 지난 9월 반군 장악지역인 자바다니를 포위한 헤즈볼라 전투원들과 함께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늘 카우보이 모자를 쓰는 자이터는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의 뜻에 따라 IS 격파를 서약했다.레바논-시리아 국경의 양쪽 주민, 마약 조직과 민병대는 혈연 관계가 깊다. 따라서 마약과 무기, 전투원들이 거의 방해 받지 않고 양쪽을 오갈 수 있다. 마약의 대부분은 베카 계곡을 통과한다. 레바논 동부와 시리아의 국경을 따라 펼쳐진 좁고 비옥한 분지다. 이곳은 암페타민 모조품의 중동 중심지로 알려졌다. 양쪽으로 산맥을 낀 이 아름다운 분지는 오랫동안 마약 생산과 밀매로 유명했다. 현지에서 생산한 대마초와 라틴아메리카·서아프리카에서 밀반입한 코카인이 주 상품이다.레바논에서 유엔 평화유지 담당 관리를 지냈고 현재 온라인 뉴스매체 알-모니토르에서 일하는 티무르 고크셀은 “베카 계곡은 중무장한 민병대가 지배하며 마약 거래를 일삼는 부족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그곳에선 경찰이 힘을 못 쓴다. 레바논 당국이 사실상 방치한 지역이다.”레바논 군경은 지난 2월 베카 계곡의 범죄 활동을 철저히 단속하겠다고 천명했지만 9개월이 지난 지금 레바논 정치인들은 그 작전이 실패했다고 판단한다. 레바논 의회의 헤즈볼라 소속 의원은 지난 10월 당국의 베카 계곡 단속 계획을 “총체적인 실패”라고 선언했다. 헤즈볼라 반대파에 속하는 무함마드 마크누크 내무장관도 기자들에게 단속이 “말뿐인 약속”이었다고 개탄했다. 경찰 대변인은 새로운 계획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베카 계곡은 30여 년 전 이란의 혁명수비대가 설립한 헤즈볼라의 탄생지로 그들의 뒷마당이자 훈련장이다. 베카 계곡의 타라야 마을 부근에서 높이 자란 넓은 대마밭에 서 있는 유일한 건물은 작은 이슬람 사원이다. 그 사원은 헤즈볼라 깃발과 종교적 구호가 적힌 검은 깃발을 휘날린다. 헤즈볼라와 이곳의 시아파 마약거래 부족은 서로 이익이 맞아 떨어진다. 최근 부족은 시리아에서 싸우는 헤즈볼라 대원에게 보급품을 운송하는 병참선 확보에 도움을 줬다. 헤즈볼라는 간헐적인 당국의 단속에서 부족 고위층에게 정치적 보호망을 제공한다.이 지역의 잘 알려진 마약조직 두목 여럿은 캡타곤 거래로 시리아 내전을 지속시킨다는 지적을 강하게 부인했다. 마약의 도매가가 최저로 떨어졌고, 암시장에서 무기 가격이 치솟았으며, 외국에서 자금이 대량으로 유입되는 상황에서 마약을 아무리 많이 팔아봤자 그 수익이 시리아 내전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설명이다.마약상 아부 하산과 그의 가족은 수십 년 동안 이곳에서 대마를 재배·판매하고 코카인을 유통하면서 재산을 모았다. 그에 따르면 캡타곤은 생산이 쉽고 비용이 적게 들어 걸프 국가 부유층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수년 전부터 사업이 급성장했다. 중국제 알약 생산기계는 1대에 700∼2000달러면 구입할 수 있고, 사용되는 화학약품도 터키에서 밀수 경로를 통해 쉽고 싸고 구할 수 있다.캡타곤은 중동에서 가장 싼 마약에 속한다. 레바논 동부의 로마 시대 고대도시로 사실상 무법지대인 바알베크에는 소규모 마약 제조시설이 수두룩하다. 그곳에선 캡타곤 1알이 1∼2달러에 팔린다. 그러나 베이루트에선 1알의 평균 가격이 10달러다.몇몇 레바논 코카인 밀매상은 가끔 캡타곤을 섞어 판다고 인정했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사우디인에게 인기 있는 마약이 암페타민이며 주로 캡타곤 형태로 사용된다고 밝혔다. UNODC에 따르면 2009년 세계에서 압수된 암페타민 중 약 40%는 중동산이었다. 그중 절반 이상이 마약 사범에게 최고 사형까지 선고하는 사우디에서 압수됐다.베카 계곡 출신으로 IT 전문가인 마르완(31, 성은 밝히지 않았다)은 캡타곤을 수시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형편없는 마약이지만 가격이 아주 싸다. 코카인은 특별한 경우에만 사용한다.”사우디 왕자의 체포로 이 지역의 마약 밀수가 주목을 끌지만 마약상 아부 후세인은 생산업자와 거래자에 대한 단속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군은 단속을 발표만 하고 경찰은 좀처럼 나서려 하지 않는다. 늘 그런 식이다. 우리 친척 몇 명이 매년 체포되지만 기소 없이 금방 풀려난다. 레바논엔 공권력이 없다.”- 번역 이원기

2015.11.23 08:56

5분 소요
TECHNOLOGY -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온 냄새

IT 일반

‘2000살 먹은 남자’는 미국 코미디언 멜 브룩스가 1960년대 TV 코미디 시리즈에서 연기한 유명한 캐릭터다. 이 캐릭터는 자신의 생일을 기념하는 인터뷰를 통해 현대 세계에서 가장 걱정스럽게 생각되는 문제가 뭔지 이야기했다. 그는 자신이 가장 신경 쓰는 문제는 세계 평화나 개인적 자유의 침해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건 바로 냄새다. 개인의 고유한 냄새가 사라져가고 있다. 요즘은 신체의 각 부위에 뿌리는 향이 개발됐다. 겨드랑이 밑, 콧속, 가랑이 등등. 그래서 이제 냄새로는 누가 누군지 구분하지 못하게 됐다. 그건 사는 게 아니다.”‘2000살 먹은 남자’는 통찰력이 뛰어나진 않았다. 그는 자신이 옛날에 모세와 예수(“가게에 들어와서 아무것도 사지 않은 깡마른 사내”) 같은 인물들을 거부하고 “필이라는 남자”를 숭배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인공 향의 만연에 대한 우려는 그가 드물게 통찰력을 발휘한 사례로 입증되고 있다. 사람들은 오랫동안 컴퓨터화된 소리와 영상의 방송을 당연하게 여겨 왔다. 하지만 냄새를 디지털 방식으로 전송한다는 생각은 여전히 터무니없게 들린다. 그래서 내가 친구들에게 센티(Scentee, 스마트폰으로 향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소형 기기)를 손에 넣었다고 말했을 때 친구들은 내가 농담을 한다고 생각했다. 센티는 그렇게 대단한 기기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플라스틱으로 된 공 모양의 접속장치로 크기는 방울 토마토보다 약간 작으며 스마트폰의 오디오 소켓에 연결시켜 쓴다. 관련 앱을 다운 받으면 기기가 독자적으로 혹은 사용자의 조작을 통해 활성화된다. 또 다른 센티 소유자가 전화를 걸 때도 활성화될 수 있다. 센티는 푸른 빛을 내면서 전자담배의 증기처럼 은은한 향을 내뿜는다. 향기의 종류는 기기에 장착된 화학물질 카트리지 속에 담긴 내용물에 따라 달라진다. 베이컨, 소 갈비살, 버터를 넣은 감자요리 등의 향도 넣을 수 있다.센티는 에이드리언 데이비드 척(42)의 연구를 참조해 일본에서 제조됐다. 척은 싱가포르 국립대학의 혼합현실 연구소(Mixed Reality Lab) 소장을 지낸 과학자로 현재 런던 시티대의 퍼베이시브 컴퓨팅(Pervasive Computing, 생활 속으로 구석구석 파고드는 컴퓨터 관련 기술) 교수다.센티는 영국에서 아직 신기하고 낯선 기기다. 지난 6월 런던 자연사박물관에서 열린 설명회에 참석한 어린이 다수가 척에게 낙타 방귀 냄새 등 광범위한 향을 개발하면 매출이 상당히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향기 과학자시티대의 한 작은 실험실에서 척을 만났다. 호감 가는 인상에 감정 표현이 분명한 그는 온통 검정색 옷을 입고 있었다. 연구과학자라기보다는 노련한 록 기타리스트처럼 보인다. 박사 과정 학생 두 명이 그와 함께 있었다. 독일 태생의 마리우스 브라운과 미국 오하이오주 출신의 조던 티웰이다.“으깬 감자 향을 로딩했을 때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내가 척에게 말했다. (나 자신이 하는 말을 들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 동안 달 위를 걸었던 남자, 세스나 경비행기 한 대를 모조리 먹어 치운 남자 등 별의별 사람을 다 인터뷰했지만 이런 대화는 과거의 어떤 경우 못지 않게 초현실적으로 느껴진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 기술이 왜 중요한가? 실제로 센티를 사용하는 사람이 있나?” 내가 물었다.“물론 있다. 전에 도쿄의 게이오대에서 일할 때 음식 미디어에 관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기업인 친구 츠보시 고쿠와 공동으로 작업했다. 우리 과학자들은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그의 회사는 상품을 개발했다.” 그렇게 해서 향을 내뿜는 최초의 모바일 기기가 탄생했다고 척이 말했다. “센티는 수익성 있는 회사다. 일본에서 한 달에 수천 대를 판매한다.”척은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말레이시아인 아버지와 그리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자랐다. 그리고 호주에서 전기공학자로 학계에 첫 발을 들여놨다. 그가 그렇게 제한적이고 전통적인 학문에 평생을 바치기로 결심했으리라고는 상상이 안 되지만 말이다. 그에게선 엄격함과 창조적 상상력, 그리고 약간의 장난기가 묘하게 어우러져 나타난다. “센티가 재미있는 기기라는 건 알겠지만 반짝 관심을 끄는 장치 이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가?” 내가 물었다.마리우스 브라운이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산 세바스티앙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 무가리츠에서 찍은 비디오를 틀었다. 무가리츠의 주방장 안도니 루이스 아두리즈(영국의 음식점 전문 잡지 레스토랑에서 2014년 현재 세계 6위 요리사로 꼽혔다)는 센티의 발명가들과 공동작업을 해 왔다. 그는 손님들을 놀라게 하기로 유명하다. 손님들에게 그날 메뉴에 대한 사전 정보가 주어지지 않는다. 20가지 요리 하나하나가 사람의 모든 감각을 자극하며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기억을 끄집어낸다.무가리츠 레스토랑의 비디오는 손님들이 전통적인 첫 번째 코스를 시작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손님 각자가 막자사발로 허브와 양념을 갈아 수프 만들 준비를 해야 한다. 그 자리에 가지 못한 미래의 고객은 센티 앱이 장착된 스마트폰을 들고 막자사발의 이미지가 나타난 전화기의 디스플레이를 돌리면서 가는 동작을 시뮬레이션 한다. 재료가 다 갈아진 것처럼 보일 때 센티가 후추와 참깨, 사프란 향을 내뿜는다. “그 레스토랑의 음식 일부를 가상으로 체험하는 과정”이라고 척이 말했다.척은 또 식품업체 크래프트를 소유한 육류가공업체 오스카 메이어와 손잡고 베이컨 향을 내뿜는 자명종 시계를 제작했다. 오스카 메이어는 이런 혁신이 ‘수요가 발명을 낳는다’ 기존의 상식을 뒤엎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야심 찬 홍보 비디오를 제작했다. 척의 실험실에도 그 비디오가 있다. 한 젊은 여자가 공중에서 빗발처럼 쏟아지는 베이컨 조각들을 피하면서 드라이 아이스 더미 속을 걸어간다. 가슴이 깊게 파이고 속이 비치는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이런 험한 환경에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녀는 한 손으로 자신의 몸통을 감싸 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주걱을 휘두른다.관능적인 이미지로 유명한 영화감독 켄 러셀이 너무 노골적이라고 거부했을 법한 에로틱한 이미지들을 배경으로 남자 음성의 내레이션이 흐른다. “칠흑 같은 한밤중에 콧구멍 속의 북극성이 당신을 깨운다.” 이 비디오는 여자가 센티에서 뿜어져 나오는 향기와 “베이컨 향을 내뿜는 자명종 시계를 원하세요?” 라는 말소리에 잠에서 깨는 장면으로 끝난다.이 질문에 대다수 사람들은 “아니요”라고 답할 것 같다. 1970년대에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다가 지금은 거의 사라진 티스메이드(Teasmade, 시간을 맞춰 놓으면 자동으로 차를 끓여주는 기계)는 적어도 진짜 차가 그 안에 들어 있었다. 하지만 만약 베이컨 자명종 시계를 갖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이 있다면 센티를 통해 그 꿈을 실현시킬 수 있으니 다행이다.센티는 하드웨어가 비교적 정교한 편이지만 척이 개발한 맛을 자극하는 기기의 시제품은 더 간단하다. 마리우스 브라운이 내게 스프링이 들어 있는 금속 기기 한 쌍을 건넸다. 커다란 빨래집게처럼 보였다. 이 기기는 회로판과 납축전지와 연결돼 있다. 브라운은 “전류가40 밀리암페어밖에 안 된다”고 말하면서 기기의 갈라진 틈을 벌려 내 혀를 그 안에 넣도록 했다.테이블 앞에 앉아 입을 벌린 채 혀를 기기 안에 넣고 브라운이 스위치를 누르기를 기다렸다. 1940년 코미디 영화 ‘싱가포르 가는 길’에서 밥 호프의 대사가 떠올랐다. “어머니는 언젠가 이런 순간이 올 거라고 하셨어. 어떻게 아셨지?” 혀끝에 전류가 흐르면서 레몬처럼 톡 쏘는 맛이 느껴졌다. 척은 자신의 연구팀이 온도와 전류의 세기를 다르게 조절한 여러 조합으로 실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다섯 가지 맛 중 신맛, 짠맛, 쓴맛, 단맛 네 가지를 복제할 수 있다. (다섯 번째 맛인 감칠맛은 1908년에 공식적으로 발견됐다.)향기의 멋진 신세계척은 일본 미쓰비시 연구소에서 컴퓨터 관련 업무를 시작했다. 그리고 싱가포르 혼합현실 연구소에서 연구원과 학생 100명으로 구성된 연구팀을 이끌었다. 그곳에서 그는 3차원 인체모형의 활동기록을 혼합현실 환경에 삽입하는 기술로 호평 받았다. 이 기술은 ‘스타워즈’의 감독 조지 루카스가 사용한 홀로그램 효과에 비견돼 왔다. 인터넷으로 촉감을 전송하는 척의 작업은 현재 손가락에 끼워진 플라스틱 반지를 이용해 진행 중이다.이 반지의 시제품은 크기가 매우 작고 볼품이 없어 매력적인 액세서리로 착각을 일으킬 일은 없을 듯하다. 똑 같은 반지를 끼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반지를 누르면 상대방의 반지에 진동이 느껴진다. 상대방이 옆방에 있어도 되고 무선 인터넷 연결이 가능하다면 서인도제도의 마르티니크 섬에 있어도 가능하다. 실종 어린이와 가족을 연결해주는 신호 체계로 사용될 수 있다. 아니면 연구팀의 말대로 요양시설에 입원한 환자 중 다른 감각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그 가족을 연결하는 신호 수단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이 반지는 “사람들이 서로 가상 포옹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기를 만들려는 척의 야망을 향한 첫 단계다.향기와 맛을 혼합하고 전달할 수 있다는 개념은 새삼스럽지 않다. 1884년 프랑스 작가 J K 위스망스가 발표한 소설 ‘거꾸로(À Rebours)’의 주인공은 ‘입 오르간(mouth organ)’을 갖고 있다. 건반이 술통으로 이어지는 관에 연결돼 있어서 연주자는 일종의 알코올 교향곡을 작곡하고 소비할 수 있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 나오는 호텔 방들엔 향기 오르간이 있다. 이런 기기들을 현실 세계에서 만들어내기는 다소 어렵다.1930년대에 미국계 스위스인 과학자 한스 라우베는 영화관 안에 향기를 내뿜는 기술을 개발했다. 1950년대 말에는 이 기술을 이용한 다양한 방식이 시험됐다. 스멜오비전(Smell-o-Vision)이라고 불리는 방식은 영화 사운드트랙에 맞춰 그 장면에 적합한 향기가 뿜어져 나오도록 고안됐다. 마이클 토드 2세가 1960년 제작한 ‘미스터리의 향기(Scent of Mystery)’(피터 로어, 엘리자베스 테일러 주연)가 가장 유명한 사례다.라우베가 이 기술을 개발한 의도는 영화 시사회에서 보잘것없는 조연이 단번에 주목 받도록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영화관의 열악한 환기시설 탓에 관객들은 잡다한 향이 뒤섞인 냄새를 맡아야 했다. 장미, 해초, 와인, 박하, 구두약, 코르다이트 폭약 등 온갖 냄새가 뒤섞였다. 일부 관객은 이 자극적인 냄새 때문에 겁에 질리거나 메스꺼움을 호소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렇게 보도했다. “후각에 대한 이 전면적인 공격은 도료희석제와 싸구려 향수가 뒤섞인 듯한 지독한 냄새로 우리의 코를 괴롭힌다. 그리고 장의사를 떠올리는 달콤하면서도 역겨운 잔향을 남긴다.”디지털 향기 기술의 역사는 20년이 채 안 됐다. 1999년 디지센츠(DigiScents)라는 회사가 e메일을 열었을 때 몇 종류의 향기를 맡을 수 있도록 고안된 기기를 선보였다. 또 도쿄와 샌디에이고, 텔아비브 등지의 몇몇 회사들이 입체 음향 시스템에 장착 가능한 형태의 상업성 있는 향기 기술을 개발하는 데 근접했다고 알려졌다.향기 전화하버드대 아이디어번역학 교수 데이비드 A 에드워즈가 설립한 파리의 디자인 센터 르 라보라투아르는 오폰 듀오(oPhone DUO)를 곧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르 라보라투아르는 이 기기가 궁극적으로 30만 가지의 향기를 내뿜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오폰 듀오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향기를 혼합하는 기능을 지닌 복잡한 향기 모뎀이다. 한번에 한 가지 향기만 내뿜을 수 있는 센티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생김새는 모바일폰이라기보다 치위생사가 쓰는 도구처럼 보이며 제품은 2015년 봄에 출시된다.컴퓨터화된 향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질문 한 가지를 에드워즈에게 물었다. “그것이 어떤 점에서 중요한가?” 에드워즈는 “그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몇 가지 흥미로운 분야가 있다”고 말했다. “냄새나 향기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환경에서 사업을 하는 회사들이 그 예다.”“폐기물 처리 사업 같은 것을 말하나?”“커피나 꽃 관련 사업을 예로 들 수 있다”고 에드워즈는 설명했다. “커피숍에 가면 사람들은 주문대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커피 향을 맡게 된다.” 그는 인체의 이런 기능이 “바리스타와 이야기를 나누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바리스타와의 대화라곤 “우유와 설탕을 넣을까요?” 정도가 고작인 영국의 카페 문화에선 낯설게 들리는 말이다.“디지털 향기로 할 수 있는 일은 많다”고 에드워즈는 말했다. “냄새는 트위터 메시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에게 코가 있는 이유다. 우리 투자자 중 한 명은 개를 무척 좋아한다. 요즘은 주인이 집을 비운 사이 애완견이 감상할 수 있는 영화도 나온다. 예를 들면 개는 주인이 없는 동안 새에 관한 영화를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그럴 때 개는 아무 냄새도 맡을 수 없다. 이제 우리는 냄새를 이용해 이종 간 의사전달을 시도해 볼 수 있게 됐다.”사람과 개가 선호하는 냄새의 차이는 엄청나다. 사람은 장미와 파출리, 베티베르 등 식물의 향을 좋아하는 반면 개는 여우의 배설물 냄새를 좋아한다. 난 이 특정 분야의 정보 고속도로가 일방통행로로 계속 남아 있기를 바란다.최근 로스앤젤레스 ‘예술과 후각 연구소’(IAO)에서 열린 오폰 설명회 참석자들은 이 연구소의 설립자인 사스키아 윌슨-브라운의 말대로 이 기기가 “매우 실용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데이비드는 전화기로 페리에 생수 캔 사진 한 장을 찍은 다음 앱을 이용해 거기에 네 갖지 향을 부여했다. 그리고 그 ‘오노트(oNote)’를 기기로 전송했다. 그랬더니 약 1분 동안 향이 뿜어져 나왔다. 각각의 냄새를 식별할 수 있었다.”위대한 코 미각과 후각에 관한 불편한 진실은 그것들이 다른 감각과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냄새의 느낌은 전뇌(forebrain)에 있는 후신경구(olfactory bulb)의 자극을 통해 일어난다.척이 내게 두개골 그림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냄새에 대해서는 인체의 기본 수용기가 평상시처럼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 특이하다. 눈과 귀는 진동수를 측정한다. 하지만 코는 센서와 더 유사하다. 소리는 데이터의 80%를 제거해도 제대로 들리지만 냄새는 온전한 형태를 유지해야 제대로 맡을 수 있다. 맛을 느낄 때도 이와 유사한 어려움이 따른다.”척의 임무는 “감각을 가상세계에 합병시키는 것”이다. “인터넷은 데스크톱 뒤편으로부터 맛과 촉감, 냄새의 물리적 세계로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난 센티를 들고 런던의 전문 향수점 ‘레 상퇴르’의 최고 기록보관 담당자 제임스 크레이븐을 찾아갔다. 향수업계에서 최고의 ‘향기 전문가(nose)’로 꼽히는 크레이븐은 고객에게 고급 향수에서 나는 복잡한 향을 소개하는 데 익숙하다. 현존하는 최고의 향수 제조업자 올리비에 크리드 등 향수 장인의 제품을 주로 취급한다.크리드가 운영하는 향수업체 하우스 오브 크리드는 1760년 그의 조상들에 의해 설립됐다. 이 회사는 빅토리아 여왕, 윈스턴 처칠, 프랭크 시내트라, 험프리 보가트, 마이클 잭슨, 찰스 왕세자, 미셸 오바마, 엘비스 프레슬리, 엘비스 코스텔로 등 쟁쟁한 인물들을 고객으로 맞았다. (“처음 크리드의 향수를 뿌렸을 때를 분명히 기억한다”고 코스텔로가 내게 말했다. “그 전에는 거리를 지날 때 낯선 사람들이 내게 다가와서 ‘향수 냄새 정말 좋은데요’라고 말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내가 센티에 중국식 소갈비 요리 냄새를 로딩하자 크레이븐은 약간 불편해 하는 듯 보였다. 그에게 센티의 성능을 평가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포뮬러원(세계적으로 유명한 자동차 경주) 우승자에게 우유 배달차의 시운전을 부탁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는 투지 있게 사선에 섰다. 첫 번째 향이 그의 ‘콧구멍 속 북극성’을 건드리자 그는 “좋다, 한 번 해보자”라고 말했다. “이건 분명히 고기 냄새”라고 그가 말했다. “이 기기가 내 것인데 부러우냐?”고 내가 물었다.“참을 수 없을 정도로 부럽진 않다”고 그가 대답했다. “지금 상태로는 장난감에 더 가까워 보인다. 더 정교하게 발전될 여지가 분명히 있다고 본다. 하지만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아주 흥미롭다.”복잡한 향 중에 내가 조금이라도 지식을 지니고 있는 향기는 크리드의 향수다. 전에 올리비에 크리드를 몇 번 만났던 덕분이다. “이 좋은 향수들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심리적 효과를 주는 듯하다”고 내가 말했다. “예를 들어 크리드의 로열 워터(한 병 가격 180파운드)를 뿌리면 자신감이 생기는 것처럼 말이다. 한 향기 전문가는 내게 그 향수를 뿌리면 ‘갑옷을 입은 듯 든든하다’고 말했다.”“물론 그렇다”고 크레이븐이 말했다. “어떤 향은 최음제 같은 효과를 내고 어떤 향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또 어떤 향은 기분을 상쾌하게 만든다.”레 상퇴르는 다양한 향수를 갖추고 있다. 크레이븐은 ‘세크레시옹 마니피크’라는 이름의 향수를 시향지 위에 뿌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여기선 땀과 혈액이 뒤섞인 냄새가 나서 약간 조심스럽다.” (세크레시옹 마니피크의 판매회사 에타 리브르 도랑주는 이 향수에서 “정자와 타액의 냄새”가 난다고 말한다.) “야생적이고 음산한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내가 말했다. “하지만 이 향수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크레이븐이 ‘팻 일렉트리션’이라는 이름의 향수 병을 열면서 말했다.런던에서 활동하는 또 다른 향수 전문가 마이클 도노번은 고티에의 ‘나코틱 비너스’라는 향수를 소개해줬다. 월하향(멕시코 원산의 식물)을 주 원료로 만든 향수다. 멕시코에서는 전통적으로 독신 여성이 월하향을 채취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 꽃의 에로틱한 성질 때문에 여성들이 들판에서 성폭행을 당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도노번은 나코틱 비너스가 “사무실에 뿌리고 나갈 만한 향수는 아니다”고 말했다.하지만 나코틱 비너스는 마이클 보디의 ‘콤플렉스’에 비하면 수줍게 얼굴을 붉히는 처녀에 가깝다. “콤플렉스는 매우 자극적이고 강렬하다”고 도노번은 말했다. “머리가 터질 듯한 느낌을 준다. 내겐 마치 두 사람이 호텔 방에서 이틀 동안 밖에 나가지도 않고 창문을 열지도 않은 채 땀에 젖은 시트를 뒤집어쓰고 틀어박혀 있을 때 나는 냄새처럼 느껴진다.” 한번 들으면 좀처럼 잊혀지지 않을 설명이다.“그런데도 팔리나?”“잘 팔린다.”“누가 사나?”“주로 여성들이다.”소변과 비스킷하지만 냄새가(자연적인 것이든 센티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처럼 화학적으로 조제한 것이든) 사람에게 정말 통제할 수 없을 정도의 심리적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뉴욕에서 활동하는 작가 겸 향수 전문가 애버리 길버트와 이 문제를 논했다. 그는 신경과학을 공부한 심리학자이기도 하다. 길버트의 2008년 저서 ‘일상생활 속 냄새의 과학(What The Nose Knows: The Science of Smell in | 뉴스위크 한국판 2014.10.6ADRIANCHEOK.INFOEveryday Life)’은 향기의 사회적 역사를 다룬 훌륭한 책이다. 향기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 사로잡을 만큼 품격있게 쓰여졌다.“신경해부학적 측면에서 볼 때 시각, 촉각 등 다른 감각은 뇌의 시상(thalamus) 부위를 거치기 때문에 감각이 일어날 때 우리가 그것을 의식하게 된다. 하지만 냄새는 시상을 우회한다. 과학자들은 냄새에 대한 뇌의 반응이 실험에서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차원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냄새는 무의식적으로 뇌에 기록되는 듯하다.”“정말 기억에 남을 만한 향수를 뿌렸을 때는 기분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내가 길버트에게 말했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 어떤 음악을 듣느냐에 따라 운전하는 스타일이 달라지듯이 말이다. 바흐의 암울한 푸가를 듣을 때와 ZZ 탑의 록 음악을 들을 때는 확실히 다르다. 냄새가 음악과 다른 점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ZZ 탑의 음악처럼 강렬한 향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유용한 유추”라고 길버트가 말했다. “나도 자동차를 운전할 때 그런 효과를 느꼈다. 음악을 크게 틀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확실히 차이가 났다. 내 차에 탔던 사람 여러 명이 그런 말을 했다.”“영국 시인 존 쿠퍼 클라크의 시 중에 냄새와 관련 된 작품이 있다”고 내가 말했다. ‘갈수록 태산(Things are going to get worse)’이라는 시다. 그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앞으로 점점 더 나빠질 거요, 간호사/ 난 낙관적으로 생각하지 않소/ 내 입 모양은 지갑을 닮아가오, 간호사/ 집에서는 소변과 비스킷 냄새가 나오/‘소변과 비스킷’이라는 말은 향수에 붙이기에 이상적인 이름은 아닐지 모른다. 래브라도 리트리버(사냥개의 일종) 시장을 겨냥한 게 아니라면 말이다. 하지만 그런 향이 실험실에서 복제될 수 있을까?“물론이다”고 길버트가 말했다. “와인을 마시고 본 소변의 냄새를 원하는지, 보드카를 마시고 본 소변의 냄새FEATURES / TECHNOLOGY를 원하는지만 알면 된다. 맨체스터 출신인 당신은 축구 관중이 축구장 잔디에 본 소변에서 나는 극도의 악취를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최근엔 축구 팬들이 주차장에서 소변을 보기 때문에 축구장의 소변 냄새가 희미해졌다고 듣기는 했지만 말이다.” 길버트는 또 비스킷의 경우에도 합놉이든 펭귄이든 브랜드만 지정하면 냄새를 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후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는 오늘날에도 논란이 인다. 작가이자 생물물리학자인 루카 투린은 냄새 분자의 모양이 코의 수용기에 주는 영향을 좌우한다는 전통적인 입장에 이의를 제기한다. 그는 입자의 진동성이 냄새를 결정한다고 믿는다.투린이 2008년 자신의 부인 타냐 산체스와 함께 펴낸 ‘향수 가이드 A에서 Z까지(Perfumes: The A-Z Guide)’는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카리스마 있고 박식한 그는 향수 과학자 세계에선 다소 고립돼 있다. 연구에서 과학적 과정을 고집하는 루카가 향기에 대한 글을 쓸 때 프랑스 와인 비평가들에게 악명을 안겨준 비교문화적 접근법을 이용했다는 점이 흥미롭다.어떤 경로를 통하든 일단 냄새가 뇌에 도착하면 기억과 깊은 연관을 맺게 되는 건 분명하다. 내 개인적인 기억과 연관된 이야기를 하나 하겠다. 만약 어떤 여자가 게를랭의 미츠코 향수와 파리 지하철 역의 냄새, 푸이 퓌메 와인과 벤슨 앤 헤지스 담배의 향이 뒤섞인 냄새(난 이 냄새를 ‘소시에르#101’이라고 부른다)를 풍기며 다가온다면 난 그녀가 문제를 일으키고 다니는 여자임을 믿어 의심치 않을 것이다.냄새: 마지막 미개척지반쯤 잊혀진 냄새는 정서적으로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와 거의 통제할 수 없을 정도의 자극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형 상점에 갔을 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냄새에 노출된다. 예를 들어 식품점에서는 빵 굽는 냄새나 초콜릿, 또는 커피 원두의 냄새를 풍긴다. 한 유명한 셔츠 상점은 매장에 갓 세탁한 옷에서 나는 냄새를 불어넣는다. 이렇게 부지불식간에 고객에게 영향을 주는 마케팅 수법은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실험을 통해 드러났다.척은 자신의 목표가 “냄새를 상점 안에 분사할 뿐 아니라 온라인에 흘리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길버트는 “냄새의 디지털화는 공공장소에서 대중을 조종하는 일을 훨씬 더 쉽게 만들어준다”고 말했다.요즘은 스멜오비전의 효과적인 버전이 현실에서 실현 가능하다. 마술사 데이비드 코퍼필드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마술쇼에서 그런 효과를 성공적으로 사용했다. 1999년 라스베이거스의 한 카지노에서 실시된 연구에서는 향기가 카지노 고객의 지출을 평균 45% 증가시킬 수 있다고 드러났다. 현재 라스베이거스의 대형 카지노는 모두 향기를 이용한 사업 전략을 구사한다.난 길버트에게 “생물학과 디지털 하드웨어의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척의 말이 맞느냐고 물었다. 길버트는 “물론이다”고 대답했다. “현재 나는 에어로믹스라는 실리콘 밸리의 한 신생회사에 조언을 해주고 있다. 그 회사는 인간의 후각 수용체 단백질 400가지 전부를 담게 될 바이오칩을 개발했다. 이 바이오칩은 400종의 수용체 단백질을 스캔해 어떤 종류가 어느 정도 활성화됐는지를 기록한다. 이 칩은 인간 코 속에 있는 생물학적 수용체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신호를 보낼 수 있다. 경계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성과다.”“그러면 센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내가 물었다.“이 기기는 날 좀 당황스럽게 만들었다”고 길버트가 대답했다. “난 후각과 연관된 첨단기술은 종류를 가리지 않고 매우 좋아한다. 하지만 이 기기는 냄새를 한번에 한 가지밖에 로딩할 수 없게 돼 있어서 현재로선 미완성품처럼 보인다.”“센티의 비전과 기술은 높이 산다”고 길버트는 말을 이었다. “감각을 정보 신호 보내기에 이용한다는 아이디어가 무척 흥미롭다. 예를 들면 양노원이나 장애인 보호시설에서 식사 시간을 알릴 때 냄새를 이용하면 효과적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향기는 상황이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과정 도중에 주의를 환기시키는 데도 유용하다. 예를 들어 정신적 긴장이 점점 고조될 때 향을 강화하면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있으니 마음을 가라앉히고 심호흡을 하는 게 좋겠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멜 브룩스의 ‘2000살 먹은 남자’가 옳았다. 장차 후각은 디지털 기술과 연계해 인간을 사로잡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감각이다. “모든 전달의 수단이 거기에 다 있다”고 길버트는 말했다. “적절한 적용법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현재 건축물을 그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설계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예를 들면 사람의 심장박동수를 감지할 수 있는 건물의 설계가 가능하다. 온도조절장치처럼 냄새를 조절할 수 있는 장치를 설치할 수도 있다.” 척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센티 같은 것을 제작하기 위한 당신의 연구가 진행돼 온 속도가 너무 빨라서 놀랐는가? 아니면 좀 더 빨리 진행되지 않아 좌절감을 맛 보았나?”“양쪽 다다.” 척이 대답했다. “난 큰 비전을 갖고 있다. 이런 일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걸 잘 안다. 은행 업무와는 다르다.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려면 실패가 따르게 마련이다. 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노력하면 야심 찬 계획이 매우 중요한 연구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길버트에게 “냄새의 디지털 전송과 관련해 우리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향후 25년 동안 이뤄지는 일에 사람들이 놀라게 되리라고 생각하나?”“그렇게 될 것”이라고 그가 대답했다. “그보다 훨씬 더 빠를 수도 있다. 이미 무선으로 조정할 수 있는 향기 기기를 개발했다. 앱이 나올 때를 기다리고 있다. 누군가가 첨단기술과 냄새의 적절한 결합법을 찾아낸다면 그것을 이용한 제품은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둘 것이다.”척은 전세계에서 많은 과학자들이 감각세계를 디지털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와 보스턴, 파리에서 연구 중인 척의 경쟁자 대다수가 그보다 훨씬 더 좋은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척을 만나본 사람이라면 냄새의 디지털화와 관련된 첫 번째 경이로운 도약이 애들레이드 출신의 이 작은 남자가 일하는 런던의 소박한 실험실에서 이뤄진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듯하다.

2014.09.27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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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nivore - 드러내 놓고 불륜을 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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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세계대전 당시 방탕했던 영국 문인들의 일대기를 작품분석과 함께 엮어 1940년 9월 26일. 등화관제가 시작되자 영국계 아일랜드인 소설가 엘리자베스 보웬은 런던 리젠트 파크에 있는 자택 인근의 길거리에서 공습대피 안내요원으로 활동한다.그레이엄 그린도 본업인 정보부 일이 끝나면 철모를 쓰고 인근 블룸즈베리 지구를 순찰한다. 그는 36세에 이미 소설을 10편이나 발표했다. 5편을 펴낸 보웬과 마찬가지로 런던 문학계의 중추세력으로 자리잡았다.하지만 이 같은 성공도 죽음에 대한 그린의 낭만적이고 병적인 동경을 억제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세대를 “제1차 세계대전의 엄청난 환멸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로 묘사했다. “그래서 우리는 모험을 추구했다.” 그는 십대 시절 장전된 총으로 러시안 룰렛 게임을 했다. 이제 역사는 그린에게 다시 한번 사신과 게임할 기회를 주고 있다.그의 연인 도로시 글로버도 그의 안내원 활동에 동참한다. 그린의 아내와 아이들은 시골에 안전하게 피신했다. 그동안 두 사람은 당시의 다른 많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공개적으로 불륜행각을 벌인다.밤 9시 30분, 전면적인 폭격이 시작된다. 보웬의 친구인 59세 소설가 로즈 매콜리는 망설임 없이 메러번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를 나선다. 메러번은 보웬의 동네에서 남쪽으로 몇 블록 떨어진 곳이다. 구급차 기지에서 야간 근무조로 일하기 위해서다. 매콜리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 힘든 일에 자원했다.타오르는 불빛을 조명 삼아 폭격으로 파괴된 거리를 누비며 들것을 들고 구급차를 오르내린다. 무너진 주택 아래 깔린 생존자들이 구출되기만을 가슴 졸이며 기다린다. 오늘은 캠든 타운에서 바로 그런 상황이 벌어졌다. 상수도 본관이 터져 건물잔해와 뒤섞이며 길바닥은 진흙탕이 됐다. 주위로 폭탄이 계속 떨어질 동안 그 속에 서서 건물더미 속에 갇힌 여성을 안심시킨다. 그녀와 아이들을 곧 구해주겠노라고. 하지만 이미 숨을 거둔 아이들 사체 4구만 밖으로 끌어낸다.옥스퍼드가 아래쪽으로 좀 더 내려가면 고급주택지 메이페어의 데이비스가 소방서에서 근무하는 헨리 요크를 만난다. 실험 소설가 헨리 그린으로 더 많이 알려진 인물이다. 전체 소방대원 중 요크의 근무시간이 가장 길다. 48시간 일한 뒤 24시간 휴식을 취한다.그가 맡은 풀타임 보조 소방대원은 가장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1939년 에블린 워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같은 위험이 그래도 훨씬 낫다고 썼다. “히틀러와 미트포드가 자매들(영국 귀족가문 출신으로 히틀러와 가까웠다)이 지배하는 세상은 상상도 하기 싫다”고.하지만 에블린 워는 1955년작 소설 ‘사관과 신사(Officers and Gentlemen)’에서 요크와 동료 자원봉사자들을 비웃는다. 피커 딜리 지구의 한 고급 클럽에 불이 났을 때의 일이다. “소방관 제복을 입은 일단의 진보적 소설가들”이 화재를 진압한 뒤 클럽의 파손된 주류매장 배수로를 따라 흘러나오는 위스키와 브랜디를 퍼 마셨다고 그녀는 묘사했다.그린과 마찬가지로 요크의 아내와 아들은 전란을 피해 런던을 떠났다. 요크도 새로 얻은 자유를 최대한 이용했다. 그는 그린과 달리 거의 매일밤 여자를 갈아치웠다. 그의 친구인 소설가 로저먼드 레이먼에 따르면 “터무니없이 어린 여자들이 그에게 줄을 섰다.”요크는 부유한 상류층 사교계 인사였다. 낮에는 가업에 종사하고 밤에는 세련된 젊은 친구들과 파티를 벌였다. 하지만 오늘밤엔 의회 건물이 처음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요크는 소방대의 일원으로 화재를 진압하는 중이다. 한편 템스강 남쪽의 녹음 우거진 윔블던 지구에선 오스트리아 작가 힐데 슈필이 남편·딸·부모와 함께 아파트에서 몸을 웅크린 채 밤을 보낸다. 유리 파편을 막기위해 창문 앞에 침대 매트리스를 세워놓았다. 투하되는 폭탄 소음을 차단하려고 전축 볼륨을 높였다.이들 다섯 작가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참전시인의 후계자들이다. 목격자로 남기보다 현실 속으로 뛰어들어 매일 밤 죽음을 무릅쓰고 도시를 지켰다.” 영국 학자 라라 파이걸의 그룹 전기 ‘폭탄 속 사랑의 마법(The Love-charm of Bombs)’의 주인공들이다. 우리는 대공습(the Blitz) 당시의 작가들을 만난다.1940~1941년 사이 계속된 독일군 폭격으로 민간인 3만 명이 사망하고 런던 시민 200만 명이 집을 잃었다. 그러나 이 한밤의 위험은 생존자들에게 강력한 최음제 역할을 했다. 언론인 겸 작가인 맬컴 머거리지에 따르면 이 기간은 “방종의 연속이었다. 규칙적인 생활패턴이 깨지고, 모든 규제가 없어지고, 장벽이 모두 허물어졌다.”파이걸은 폭격으로 파괴된 도시 곳곳에서 벌어지는 주인공들의 성적인 탈선을 추적하며 이 같은 방종을 축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도시를 집어삼키는 불길처럼 맹렬하게 불타오르는” 애정행각을 그린다.책에 묘사된 부부생활은 좋게 보면 길동무 수준이요(보웬과 공무원인 남편 앨런 캐머런은 부부관계가 거의 없는 결합이었다), 심할 경우 대립적이고 불행했다(힐데 슈필은 육아에 짓눌렸지만 남편이자 동료 작가인 페터 드 멘델스존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당시는 간통이 횡행하는 세상이었다. 흔히 픽션에나 등장하는 온갖 정열, 흥분, 뜨거운 사랑이 흘러 넘쳤다.보웬은 중립적인 아일랜드를 정탐하는 영국 스파이 역할을 한다. 아일랜드 공화국 군인이자 소설가인 전 애인 션 오페일런으로부터 정보를 캐낸다. 그 뒤 캐나다 외교관 찰스 리치와 깊은 사랑에 빠진다. 그들의 연인관계는 30년 넘게 지속됐다. 매콜리의 열정도 비슷한 방향으로 흘렀다. 결혼하지는 않았지만 제럴드 오도너반과 20년간 관계를 유지했다. 결혼해 자녀를 둔 전 아일랜드 가톨릭 사제였다.그린은 여자를 계속 바꿔가며 불륜행각을 벌였다. 매춘부를 선호하는 취향도 있었다. 서아프리카에서 스파이 활동을 할 때는 매음굴을 열고 마담에게 고객들로부터 정보를 빼내는 역할을 맡기자고 제안한다. 그 아이디어는 상급자들로부터 퇴짜를 맞는다(상급자 중에 소련 이중첩자로 악명높은 킴 필비도 있었다. 당시 그린은 아직 모르던 상태였다).그러다가 돈 많고 아름다운 미국인 사교계 여성 캐서린 월스턴을 만난다. 그녀는 ‘정사의 종말(The End of the Affair)’에서 세라 마일즈의 모델이다. 그린은 그녀와 완전히, 하지만 비극적인 사랑에 빠진다.한편 요크는 사생아를 낳고는 혈육이 아니라고 부인한다. “당신 아기이니 사랑해줘야겠지만 그렇다고 당신에게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게 없기를 바랄 뿐이오.” 그는 애인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편지를 써보냈다. 어쩌면 독자들에게 가장 놀라운 사실은 이 모든 부정행위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여진다는 점이다.거의 아무런 소동도 벌어지지 않는다. 언니가 동생과 바뀌거나(요크는 결혼 전과 후에 처제와 잠자리를 했다) 또는 형이 동생을 대신해도(그린의 형은 동생이 아프리카에 있을 동안 동생의 연인 글로버를 자신의 침대로 끌어들였다) 아무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파이걸은 이들 작가의 가장 유명한 몇몇 작품의 기원을 추적한다. 그리고 이 격동기 동안 작가들의 ‘불안정한 사생활’에서 그 뿌리를 찾는다. 소설작품들에 대한 분석과 작가들의 일대기를 버무린다. 그린은 자신의 소설을 영화화한 캐럴 리드 감독의 ‘제3의 사나이(The Third Man)’를 조사하기 위해 1948년 비엔나를 방문한다. 그리고 영국문화원 강연 투어의 일환으로 그 도시를 찾은 보웬을 만난다.보웬은 전시 런던 생활에 관해 다소 환각처럼 느껴지는 일시적인 경험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단편적인 스냅샷(disjected snapshots)”으로만 정확하게 표현이 가능하다고 평했다. 그러나 파이걸은 단념하지 않았다. 이 다양한 조각들을 치밀한 리서치로 연결해 정교하게 표현된 완벽한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냈다.

2013.02.2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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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감독의 어두운 마술

산업 일반

우디 앨런, 성적인 탐욕과 과대망상적 지배에 대한 초기 집착으로 되돌아간다우디 앨런의 새 영화 ‘투 로마 위드 러브(To Rome With Love)’가 LA 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되기 열흘 전인 6월 첫 월요일(4일)이었다. 앨런은 맨해튼 파크 애브뉴의 특색없는 건물 1층에 자리잡은 사무실의 영사실에서 늘 그렇듯 갈색 캐주얼 차림으로 의자에 걸터앉았다.그는 과거엔 자기 영화의 홍보를 엄격히 제한했다. 신문 광고에도 격찬하는 영화평의 인용문을 싣지 못하도록 했다. 그래서 그 광고들은 ‘우디 앨런 감독·각본’이라는 그의 전형적인 흑백 타이틀 카드만큼이나 삭막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에게도, 영화팬들에게도 시대가 변했다. 이제 앨런도 자기 영화를 홍보해야 할 필요성을 인정한다. 그는 지난 4월 이 영화의 국제 시사회를 위해 로마로 날아갔다.또 지금 그는 작열하는 조명용 우산(umbrella strobe)도 참고 견디며 사진작가 플레이턴과 상냥하게 정담을 나눈다. 플레이턴은 다른때와 달리 상당히 긴장된다고 털어놓았다. “당신에게서 인생을 아주 많이 배웠어요(I’ve learned so much about life from you)”라고 그가 말했다.앨런은 일부러 진지한 듯(deadpan) 대답했다.“그런 말을 하는 사람을 믿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았지요(I’ve learnednot to believe anyone who says that).”농담인지 진담인지 모호했지만 모두가 빙그레 웃었다. 앨런의 경력은 전설적이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는 짜릿한 상승도 있었지만 아찔한 하강 국면도 있었다(Allen’s fabled career has had exhilarating ups, but also abysmal downs).격찬 후에는 비난이 따랐다(praise has often been followed by attack). 2002년 한때 그의 프로듀서였던 장 두마니안과 치열한 소송전에 휘말렸을 때가 그 최악의 시점 중 하나였다. 앨런의 천재성을 극찬하던 뉴욕타임스가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한 영화평론가는 당시 그의 실패작 ‘할리우드 엔딩’을 맨해튼에서 유일하게 상영하는 타임스 스퀘어 할인 영화관에 관객이 “8명뿐”이었다며 “그는 오랫동안 문화 아이콘이었지만 이제 그의 시대는 끝난 듯하다(his long moment as cultural icon may be over)”고 평했다.그 이후 앨런은 보란 듯이 재기했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더 낫다고 말하긴 어려워도 해외에서 찍은 영화들이 잇따라 알찬 흥행 실적을 올리면서 어느 때보다 많은 인기를 누렸다. 지난해 개봉된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로 그는 아카데미 각본상(세 번째 수상)을 받았고 감독상 후보에 지명됐다(일곱 번째 지명). 더 놀랍게도 그 영화는 앨런의 역대 최고 흥행작이었다(전 세계에서 1억1000만 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렸다).영사실에서 홍보 사진 촬영이 끝난 뒤 우리는 옆방으로 옮겼다. 앨런의 편집실이었다. 개봉되지 않은 상자들과 어수선하게 물건들이 바닥에 흩어져 있는 가운데 우리는 마주보는 의자에 앉았다. 유명 감독의 작업실이라기보다 어설픈 중산층 가장의 차고 같았다. “이곳은 늘 좁고 지저분하다(This has always been such a little rathole)”고 앨런이 말했다. “여기서 30년 이상 일했는데 이정도면 족하다(I’ve been here 30 years or so,and it suffices). 여기서 편집한 뒤 옆방의 영사실에서 돌려보고는 마음에 들지 않아 실망하기를 반복했다.”올해 76세인 앨런은 불경스러운 우아함(unholy grace)으로 나이를 먹어가는 듯하다. 헝클어진 빨강머리는 이제 충격방지용지피 백의 안감처럼 구름 같은 색조를 띠지만 거의 빠지지 않았다. 길쭉한 얼굴은 여전히 당혹스러움을 재미있어 하는 표정을 가진 탈(mobile mask)이다. 매일 운동한 덕분에 말랐지만 강단 있는 체구(wiry physique)는 아직도 과거 운동선수로서의 활력을 내뿜는다. 십대 시절 그는 우수한 복서로서 미국 아마추어 권투경기 골든 글러브 챔피언을 목표로 훈련했다.단 한가지 그의 분명한 약점은 난청이다(defective hearing). 일상대화의 대가로 재치있는 대사로 유명한 사람으로서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귀청이 떨어질 듯 벨 음량이 크게 맞춰진 그의 전화가 여섯 번이나 울린 뒤에야 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저게 무슨 소리지(What’s that)?”라고 물었다. 그렇게 시끄러운 전화벨에도 그는 태연하게 목청 하나 높이지 않았다.앨런은 ‘비터엔드’ 같은 그리니치 빌리지 클럽에서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던 시절부터 반세기 동안 무대와 화면에서 공포증과 불안감으로 안절부절못하는 남자(thenebbishy mess of phobias and insecurities)를 연기했다. 하지만 직접 만나보면 그런 이미지와 사뭇 다르다. 사실 그는 섬뜩할 정도로 자신감이 강한 남자로 유명하다. 인정 받는 스타들도 촬영장에서 그가 내세운 까다로운 기준(exacting standard)에 맞추지 못하면 가차 없이 쫓겨난다(마이클 키튼, 샘셰퍼드, 크리스토퍼 월켄 등이 그랬다).그런 편집광(monomania) 덕분에 그는 한시대의 뛰어난 코미디언이 됐다. 찰리 채플린과 버스터 키튼의 진정한 계승자(one true heir)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 자신은 더 버거운 경쟁자들에 견주어 스스로를 평가한다. 앨런은 “지금까지 내가 만든 영화가 약 45편”이라고 말했다. “어느 정도 괜찮은 작품도 있지만 걸작은 없다. 착각도 거짓 겸손도 아니다(I don’t kid myself and it’snot false modesty). 영화제에서 ‘라쇼몽(羅生門)’ ‘자전거 도둑’ ‘위대한 환상’ 같은 걸작과 나란히 상영될 만한 내 영화가 없다.” 물론 ‘투 로마 위드 러브’도 그런 걸작들과 어깨를 맞댈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이 영화는 네 가지의 별도 줄거리(각각 순진한 사람들이 속아넘어가 잘못되거나 위험한 선택을 하는 부드러운 익살극이다)를 로베르토 베니니, 알렉 볼드윈, 페넬로페 크루즈 등 호화 배역으로 멋지게 포장해 섞어 엮은 작품이다.그들 모두는 앨런의 약 1700만 달러 예산(요즘의 영화 예산 기준으로는 푼돈이다)에 맞추려고 최소한의 보수를 받고 영화를 찍었다. 이탈리아 영화평론가들은 즐겁고 유쾌한 장면들(diverting moments)이 있다고 좋아했다. 늦깎이 오페라 가수(유명한 테너가수 파비오 아르밀리아토가 연기했다)가 무대 위에 설치된 이동식 샤워기에서 때를 밀며 팔리아치의 아리아를 부르는 장면이 그 예다. 그러나 실망한 사람이 많았다. 그들은 “가장 유럽적인 미국 감독(most European of American directors)”으로부터 로마와 영화, 인생에 관한 중요한 선언을 기대하고 시사회에 갔다. 하지만 그런 선언은 전혀 없었다.캥거루와 복싱 경기를 하고, 개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연기를 한 뉴욕 브루클린 출신의 코미디언이 유럽 대륙의 문화 수도들에서 진지하게 떠받들어진다는 것은 아이러니다(2001년 이래 그는 런던, 바르셀로나, 파리, 로마에서 촬영했다). 그 자체가 ‘돈을 갖고 튀어라’나 ‘젤리그’ 풍의 앨런에 관한 ‘모큐멘터리(mockumentary, 다큐멘터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허구 인물과 허구의 사실을 이야기하는 영화로 ‘짝퉁 다큐’로도 불린다)’로 비친다.그러나 앨런 자신에게는 그것이 삶의 단순한 사실이다. 아니 예술과 상업을 어설프게 뒤섞는 영화의 단순한 진실이다. “지난 25년, 어쩌면 30년 동안 미국에서보다 유럽과 세계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기가 훨씬 나았다(For the last 25 years, maybe30 years, I’ve been doing better in Europe andaround the world than in the United States)” 고 그가 말했다. “미국에서는 예산을 확보하기 힘들지만 유럽 나라들, 그리고 중국, 러시아, 이스라엘 등 세계 모든 나라에서는 나에게 ‘우리 나라에서 영화를 찍으면 자금을 대겠다’며 어서 오라고 한다.”어떻게 보면 그건 자청한 유배 생활(a chosen exile)일지 모른다. 돈만이 아니라 지배권의 문제이기도 하다(a matter not only of money but of control). 앨런은 대본, 배역선정, 편집 모두에서 완전한 자율권을 고집한다(Allen insists on total autonomy). 그가 고용하는 스타들도 자신이 맡은 대사가 들어 있는 대본만 볼 수 있다. 그런 고압적인 자세의 기원은 미국 영화의 짧은 황금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팬들이 새 영화가 나올 때마다 감독의 위엄 있는 비전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했을 때였다.앨런은 ‘바나나’ ‘잠자는 사람’ 같은 슬랩스틱(slapstick, 단순한 동작 위주의 익살)코미디로 감독 경력을 쌓으면서 대학가에서 컬트 팬들을 얻었다. 그러다가 ‘애니 홀(Annie Hall)’이 나왔다. 그의 전 여자친구 다이앤 키튼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작품이다(아카데미 여우주연상). 1977년 봄 개봉된 ‘애니 홀’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it was a sensation). 맨해튼 부자집 아파트를 배경으로 자신의 삶을 찾는 교양 있고 성공한 사람들의 최신 경향을 그대로 반영한 작품이었다. 완성도도 높았지만 타이밍이 더 좋았다.1970년대 중반 뉴욕은 위기를 겪었다. 75년에는 시정부가 파산할 뻔했고, 77년엔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해 방화, 약탈, 폭동으로 많은 사람이 체포됐다. 연쇄살인범‘샘의 아들’이 브루클린과 퀸즈의 조용한 동네를 활보했다. 그 시대상을 잘 보여주는 영화가 타임스 스퀘어를 무대로 살인과 범죄의 지옥을 그린 마틴 스코세지 감독의 1976년 작품 ‘택시 드라이버’다.‘애니 홀’은 희망과 포부로 그런 시대상의 역비전(countervision)을 제공했다.앨런의 ‘맨해튼’(1979, 이 섬의 시각적 화려함을 정교한 흑백으로 보여주었다), ‘한나와 그 자매들’도 그랬다. 1986년 작품인 ‘한나와 그 자매’은 그 영화에서 여주인공을 맡았고 앨런의 현실 동반자였던 미아 패로의 널찍한 고급 아파트에서 대부분 찍었다. 이 두 영화는 뉴요커들의 높은 자아의식을 회복해주는 데 일조했다. 영화평론가 폴린 케일은 당시 “그 두 영화는 앨런이 사랑과 뉴욕시에 바치는 장편시의 일부분(canto in Allen’s ongoing poem to love and New York City)”이라는 찬사를 보냈다.맨해튼이 다시금 마술의 나라 오즈가 됐고 앨런은 그곳의 마법사로서 오랫동안 잊혀졌던 신비와 매력을 불러냈다. 뉴요커든 아니든 많은 사람이 앨런을 뉴욕과 동일시했다. 익살꾼이자 개그작가였던 그가 거의 하룻밤 사이에 스탠리 큐브릭,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같은 명감독의 대열에 올랐다(Almost overnight,the funnyman and gag writer was being mentioned in the same breath as Stanley Kubrick and Francis Ford Coppola).그가 레니 브루스와 모트 살의 통렬한 위트, 조지 S 카우프먼과 가슨 캐닌 같은 브로드웨이 연출자들의 페이싱(pacing, 상대방과 보조를 맞춰 공감대를 형성하는 기법),필립 로스의 학구적인 지능 등 미국 특유의 영향을 받아들인 것이 도움이 됐다. 그러나 이 모든 자질을 바탕으로 앨런은 경쟁에서 앞서가기보다는 독자적인 노선을 개척했다.그는 할리우드의 싸구려 스릴에 반기를 들고 다른 게임을 추구했다. 할리우드가 앨런을 좋아했을지는 몰라도 앨런은 할리우드를 거들떠보지 않았다(Hollywood might love Woody, but he refused to love it back).앨런의 최신작이 개봉되면 (뉴욕타임스의 빈슨 캔비가 쓴 극찬의 비평을 읽은 뒤) 맨해튼의 영화관 앞에 줄을 섰던 팬들은 아카데미상 후보에 매년 오른 그가 시상식 참석을 거부하고 TV로도 보지 않고 마이클스퍼브에서 일요일 밤 공연(백인 재즈 악단과 클라리넷을 연주했다)을 계속 진행하자 환호성을 올렸다.그러던 앨런이 갑작스럽게 추락했다.1992년 그와 미아 패로는 쓰라린 갈등 끝에 갈라섰다. 패로가 입양한 한국계 딸인 21세의 순이 프레빈(지금은 그의 아내다)과 외도한 사실 때문이었다. 이어진 양육권 다툼으로 선정적인 매체들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촌철살인 재담의 제왕인 그가 오히려 개그의 소재가 되고 더 심하게 폄하되면서 뉴욕 전체의 창피가 됐다(The king of the one-liner was reduced to a punchline and worse, a kind of civic embarrassment).그의 번득이는 재담은 저급하고 우쭐대는 소리로 들렸다(“미국의 다른 지역 사람들이 뉴요커라면 좌익이고, 공산주의자고, 유대인이고, 호모 포르노 제작자라고 생각하지. 나도 가끔 그렇게 생각해. 그래서 난 여기에 살아.”). 저명한 작가 조앤 디디언의 1979년 비판을 상기하는 사람도 많았다. 디디언은 이렇게 통렬하게 말했다. “앨런과 그의 팬들은 특권을 가진 ‘하부세계’에 함께 살아간다.‘애니 홀’ ‘실내’ ‘맨해튼’에 나오는 그 특이하고 폐쇄적인 자존심을 대다수 사람은 공감하고 싶어하지 않는다.”특히 앨런의 여성팬들이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 왜소하고 예민하고 연약해서 주인공으로 가장 어울리지 않는 그에게 그들은 반했다. 그런 그가 이제는 “가슴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원한다(the heart wants what it wants)”고 주장했다. 마치 자신의 각본에서 따온 말처럼 들리지만 이 경우는 35세 연하의 순이 프레빈을 두고 한 말이었다.팬들은 그의 작품에서 더 깊은 메시지,사실과 환상의 애매한 어우러짐(tricky blurrings of fact and illusion)을 원했다. 앨런은 브루클린에서 자라면서 연예계의 삶을 꿈꿨다. 그래서 마술을 배웠다. 날랜 손재주가 특기였다(14세 때 TV 마술 오디션을 보기도 했다). 이런 초기의 경험이 그의 작품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앨런은 자신의 기법을 ‘예상밖의 방향으로 빠지기(misdirection)’라고 불렀다. 한번은 그가 영화 평론가이자 역사가인 리처드 시켈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관객이 무엇인가를 믿도록 이끌지만 영화는 다른 무엇에 관한 작품이 된다(I lead the audience to believesomething, but the movie is really going to be about something else).”그는 이런 기법을 자신이나 대리인의 극중 역할을 통해 자신이 살아온 과정과 새롭게 만들어내는 환상을 미묘하게 섞는 데서 가장 기발하게 사용한다. 생기 없고 어린아이 같은 ‘앨런’의 캐릭터는 사실은 성적으로 흥분하고 아주 타산적인 인물이다. 채플린의 캐릭터인 ‘리틀 펠로’와 같다. 그리고 채플린처럼 앨런은 젊은 여배우를 좋아한다.“사람들은 내 영화에서 너무 예민하게 자전적이라는 인상을 받는다”고 앨런이 1986년 어느 인터뷰에서 말했다. “맨해튼에서는 내가 실제로 17세 여자아이(그의 상대역을 한마리엘 헤밍웨이)와 결혼하고 싶어한다고 완전히 믿었다.”그러나 다른 경우에는 그 메시지가 좀 더 모호하다. ‘애니 홀’과 ‘맨해튼’은 감정적이고 로맨틱한 ‘결별(breakup)’의 영화로 포장했지만 사실은 성적 탐욕(sexual avarice)과 자아도취적 지배(narcissistic control)에 관한 어둡고 피그말리온(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키프로스의 왕으로 자신이 만든 여신상을 사랑해 결국 신에게 부탁해 생명을 불어넣게 한다)적인 이야기다. 앨런의 뛰어난 뉴욕 영화 중 마지막인 ‘범죄와 비행(Crimes and Misdemeanors)’에서도 그와 유사한 ‘예상밖의 방향으로 빠지기’가 엿보인다.거기서 앨런과 가장 닮은 인물은 그가 연기한,침울하고 도덕적 훈계를 좋아하는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이 아니라 알란 알다가 연기한, 상스럽고 우쭐거리고 권력에 도취된 방송계 기업가다. 그 기업가는 툭하면 휴대용 녹음기를 주머니에서 꺼내 떠오른 ‘아이디어’를 녹음한다. 젊은 우디 앨런도 대화 도중 갑자기 떠오른 재담을 메모하려고 상대방의 말을 가로막곤 했다(interrupt a conversation to scribble one-liners).‘투 로마 위드 러브’에서도 마찬가지다.명랑한 겉모습과 스페인광장의 아름다운 엽서 이미지 아래엔 앨런의 어두운 마술이숨어 있다. 네 가지 줄거리 중 가장 잘 표현된 이야기에서 교태를 부리고 현실에서도 자신을 극적으로 연기하는 배우(엘런 페이지)가 로마에 사는 젊고 행복한 미국인 부부(제시 아이젠버그와 그레카 거위그)를 찾아간다. 이야기가 어디를 향하는지 처음부터 분명해 보인다(From the beginning it’s clear where the story is headed).그러나 유혹이 시작되면서 경계선이 점차 흐려진다. 이 이야기의 중심이 과연 누구인가? 유학간 성실한 학생인가 에즈라 파운드와 WB 예이츠의 시 구절을 유창하게 인용하는 태평스러운 관광객인가? 누가 앨런의 실질적인 대역인가(who is the actual stand-in for Woody)?앨런은 자신의 공적인 이미지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그 답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실제로 나는 지식인이 아닌데 사람들은 늘 내가 지식인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갖는다(People always have the mistaken impression that I was an intellectual when in fact I’m not). 내가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십대 시절 내가 좋아했던 여성들이 문화에 심취했고 사상과 학문을 좋아했기 때문이었다.난 최선을 다했지만 그들은 내게 내줄 시간이 없었다. 그들과 대화할 때 밀리지 않고 무시당하지 않으려고 책을 읽었다(I read so I could hold my own in conversation with them and not get written off).” 그 여성들은 독특한 부류였다고 앨런은 덧붙였다. “시사만화가 줄스 파이퍼가 즐겨 그리던 표정을 짓고, 검은 가죽 가방을 들고,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화장을 하지 않았다.전형적인 그리니치 빌리지식이었다.” 그 묘사는 ‘멘사의 매춘부(The Whore of Mensa)’에 나오는 가공의 여성과 흡사하다. 1974년 앨런이 뉴요커지에 기고한 패러디 단편을 말한다. 문화에 탐닉하는 중산층에게는 좋은 책이 일종의 최음제(aphrodisiac)라는 번뜩이는 통찰력을 보여준 작품이었다.앨런이 아직도 십대 시절 자신의 집착을 탐구하는 것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It is not surprising that Allen is still plumbing his earliest obsessions). 주요 예술가들은 늘 그랬다. 특히 나이가 들어, 창작 욕구에 비해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할 때가 그렇다. 떨쳐지지 않는 옛 질문에 답할 새로운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 앨런의 경우 남은 생이 아직도 많을지 모른다. 아버지가 100세까지, 어머니가 95세까지 살았다.한편 앨런은 이미 다음 영화를 생각한다. 각본은 완성됐고 배역을 선정하는 중이란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4~5주, 뉴욕에서 2주 정도 촬영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2주면 귀향치고는 대단치 않지만 그래도 괜찮은 시작이다(Two weeks isn’t much of a homecoming, but it’s a start). “기회가 오면 나도 미국적인 그림에 스며들어가려고 한다(I try to sneak in an American picture when I can).” 좋은 이야기다. 유배생활이 너무 길었다(His exile has lasted long enough).

2012.08.01 17:20

12분 소요
새로 발견된 자원 줄 이어

산업 일반

영국의 자원탐사 기업 코브 에너지(Cove Energy)는 6월에 모잠비크 해상 로부마(Rovuma) 구역 1블록에서 새로운 가스맥을 찾아냈다. 추정 매장량 10조 입방피트(TCF) 규모로, 유럽 4대 경제대국인 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이로써 로부마 구역은 아프리카의 떠오르는 자원 창고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코브 에너지는 한 달 전인 5월에도 같은 구역 내 다른 탐사정에서 추정 매장량 7조~20조 TCF 규모의 대규모 가스전을 발견한 바 있다. 이미 이 블록에서 발굴해 채굴을 준비 중인 30조 TCF 규모의 가스전까지 합치면 코브 에너지가 로부마 구역 1블록에서만 발견한 가스 매장량이 최고 60조 TCF에 육박한다. 노다지도 이런 노다지는 흔치 않을 것이다. 1블록에서 마다가스카르 쪽으로 좀 더 나간 4블록에서도 2011년 10월 이후 잇따라 네 차례나 가스맥이 터졌다.그야말로 이곳 바다 밑은 ‘흙 반 가스 반’이다. 특히 4블록은 한국가스공사가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어, 한국도 아프리카의 가스 덕을 톡톡히 보게 됐다.가스뿐만이 아니다. 모잠비크와 탄자니아를 포함하는 동아프리카 지역은 최근 몇 년동안 원유 부문에서도 서부 아프리카에 이어 아프리카 제 2의 생산지로 부상했다. 잇따라 터지는 가스맥과 원유 덕분에 그동안 아프리카 내에서 상대적으로 자원이 적은 축에 속한다고 알려져 왔던 동부 지역이 새로운 자원의 보고로 부상하고 있다.동부 지역이 새로운 자원 보고로 떠올라아프리카 대륙이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려져 왔다. 그럼에도 최근 아프리카 자원이 다른 지역 자원보다 더 주목 받는 이유는 지금도 새로 발견되는 자원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술적인 이유로, 또는 분쟁 때문에 탐사조차 하지 못하다가 모잠비크 근해 가스전처럼 최근 새로 개발되는 자원이 줄을 잇고 있다.원유의 경우 2010년 기준 세계 생산량의 12.3%를 차지하고, 확인된 매장량도 9.5%에 이른다. 매장된 원유는 배럴로 환산하면 약 1143억 배럴이다. 아프리카의 원유는 그 매장량이 중동(61.9%) 및 유라시아(11.7%)지역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다른 자원처럼 추가 발굴 가능성이 매우 커서 석유 부존량 잠재력은 세계 최고로 평가 받는다.뉴 밀레니엄 첫 10년인 2001~2010년 사이 아프리카 원유 매장량은 1.4배가 늘어나면서 중앙아시아(1.1배)와 중동(1.0배)의 증가속도를 앞질렀다. 아프리카 내 주요 산유국은 약 391억 배럴의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역내 1위 리비아를 비롯, 나이지리아(353억 배럴), 알제리(118억 배럴), 앙골라(88억 배럴)등 20여 개국에 달한다.세계 가스 생산량의 6.5%가 아프리카산이며, 매장량은 7.9% 정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 비율은 최근 모잠비크 근해에서 잇따라 가스전이 발견됨에 따라 수정이 필요하다.광물자원도 풍부하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세계 크롬 생산량의 46%, 다이아몬드와 백금은 48%, 금은 29% 가량이아프리카에서 생산된다. 광물자원 역시 그동안 정정불안과 인프라 부족으로 아직 탐사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많아 개발 잠재력이 크다.확인된 천연자원이 가장 많은 나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2009년 현재 남아공은 전 세계적으로 금·크롬·형석 매장량 1 위, 망간·지르코늄·금홍석 매장량 2위, 인광석 매장량 3위다. 잠재력으로 따지면 DR콩고가 단연 돋보인다. 50여 종류의 광물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는데개발 중인 것은 동과 아연, 우라늄, 코발트 등 7종에 지나지 않는다.이밖에 기니에는 전 세계 보크 사이트의 27%인 74억톤이 매장돼 세계 1위다. 잠비아는 아프리카 최대 구리 생산국으로, 매장량 1900만 톤을 기록하며 세계 10위에 랭크돼 있다. 최근에는 원시적이고 이국적인 풍광을 자산으로 하는 천혜의 관광자원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동아프리카 지역은 특히 매력적인 경치로 유명하다. 동아프리카 지구대를 중심으로 다양한 야생 동식물 서식지와 아름다운 해변이 갖춰져 있어 전 세계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이렇게 풍부한 아프리카의 자원이 모두 아프리카 주민들에게 돈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다. 특히 최근 들어 환경오염 문제가 부각되면서 이에 대한 비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대표적인 사례가 사하라 이남지역에서 처음으로 개발된 나이지리아의 올로이비리 유정이다.올로이비리 유정은 사하라 이남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의 제 1호 유정으로 사실상 아프리카의 첫 번째 유정이라 할 수 있다. 니제르강 지류에 면해 있는 이곳에서 서방의 석유메이저가 1953년 첫 번째 시추공을 뚫기 시작했다. 3년 동안 고생한 끝에 기술자들은 1956년 마을 외곽의 한 늪에서 마침내 그들이 찾던 보물을 캐냈다. 지하 3660미터까지 파내려간 뒤였다.서아프리카와 기니만 유전 개발의 서막은 그렇게 열렸다.하지만 석유가 나온 뒤부터 마을이 변하기 시작했다. 강물에는 검은 기름이 섞이기 시작했고 그 물을 마신 사람이 복통을 일으켜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주민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울리는 굉음에도 시달려야 했다. 1972년 유정이 폐쇄되면서 석유회사도 순식간에 철수했다. 40년이 지난 지금,그 마을에는 녹슨 파이프와 오염 흔적만 남아있다. 주민들은 아직도 가난에 허덕인다.이처럼 아프리카 자원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고 있지만 정작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주민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들린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서부 아프리카 국가 기니를 예로 들면서 “천연자원이 넘쳐흐르는 이 나라에서 자원 개발로 이익을 누리는 사람들은 권력에 유착한 극소수에 지나지 않으며, 900만 명 가량이 비참하게 살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이로 인해 배고픔을 참지 못한 국민들이 정부에 반기를 들고 일어나면서 정정 불안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르몽드는 전했다.르몽드는 최근 잇따라 가스전이 발견된 동부 아프리카 연안국에 대해서도 “어떻게 하면 이러한 자원이 권력자들의 부패를 악화시키지 않은 채 현지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촉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원이 묻혀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섣불리개발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 석유매장량이 풍부하고 정치적으로도 안정돼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기니만이 그 주인공이다.기니만 앞바다 원유가 묻혀있는 곳에 멸종위기에 처한 거북이의 산란장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북이 여덟 종 가운데 다섯 종류가 기니만에서 알을 낳는다. 이곳 거북이들은 이미 무차별적 남획으로 멸종 위기를 맞고 있다. 현지인들이 돈 되는 거북이를 마구잡이로 잡아들였기 때문이다. 거북이의 살은 식재료로, 알은 최음제로 사용했으며 껍데기는 관광객들에게 판매하는 기념품 재료로 활용했다. 산란장도 건물을 짓기 위해 모래를 퍼가면서 점점 더 좁아졌다.개발도 하기 전에 지구의 미래 고민결국 중앙아프리카국가들이 나서서 거북이 보호계획을 마련했다. 유럽연합(EU)이 후원하는 ‘중앙아프리카 산림생태보존계획’이 이곳 해양 생태계 보존을 위한 계획을 수립한 것이다. 그 덕분에 가까스로 거북이의 멸종은 막을 수 있었다.하지만 거북이가 경제개발을 가로막고 있다고 생각하는 주민이 많다. 그들은 석유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EU가 보조금까지 주면서 거북이를 보호해야 한다고 하는 마당에 거북이의 생태계를 파괴할수도 없는 상황이다.어찌 보면 바다 밑에 묻혀있는 원유를 파내는 것보다 멸종위기의 거북이들을 보호함으로써 이를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아프리카와 인류에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다음 세대에 잘 보존된 자연을 물려주면서 느리지만 조화로운 발전모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높아진 환경보호 의식 때문에 아프리카는 이처럼 개발도 되기 전에 지구의 미래까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2012.07.04 14:17

5분 소요
[intelligence] 더 똑똑한 2011년을 만들려면…

산업 일반

뉴스위크의 신년 제안: 더 이상 스도쿠는 필요 없다. 새해에 뇌를 강화하는 최고 수단을 소개한다 똑똑한 연극‘아카디아(Arcadia)’올봄 브로드웨이에서 막을 올리는 톰 스토파드의 1993년 대작. 페르마의 최후 정리, 혼돈 이론, 조경학, 바이런을 한데 뭉뚱그려 낭만주의, 운명예정론, 엔트로피, 수학생물학, 뉴턴식 지리학을 깊숙이 탐구한다.똑똑한 책‘제로섬 미래(Zero-Sum Future)’와 ‘서양이 현재 세계를 지배하는 이유(Why the West Rules—for Now)’기디언 라흐만의 ‘제로섬 미래’와 이언 모리스의 ‘서양이 현재 세계를 지배하는 이유’는 세계의 추세와 거시적 관점의 흐름을 날카로운 시각으로 분석한다. 르흐만은 미국과 중국이 경제적, 정치적 경쟁을 벌이는 동안 유럽이 허둥댄다고 예견한다. 한편 모리스는 서양이 세계를 그렇게 오래 지배한 과정을 설명한다.똑똑한 다큐멘터리‘아메리칸 마스터스(American Masters)’PBS 시리즈로 무려 스물다섯 번째 시즌에 들어간다. 늘 그렇듯이 현실감이 뛰어나다. 각 편은 저명 예술가들의 세밀한 초상화를 제공한다. 이번 시즌엔 비틀스의 존 레넌, 배우 제프 브리지스,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가 조명된다.똑똑한 DVD ‘내 아버지의 원죄(Sins of My Father)’콜롬비아의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이야기를 아들, 그리고 에스코바르에 의해 살해된 콜롬비아의 법무장관과 1989년 대선 후보의 아들들이 풀어가는 다큐멘터리. 1월 18일 DVD가 발매된다.똑똑한 전시회 ‘피카소의 기타 1912–1914’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2월 13일부터 6월 6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회는 ‘긴밀하게 연결된 콜라주, 구성물, 회화, 혼합 미디어 회화, 사진’ 등 제1차 세계대전 직전에 만들어진 작품 70점을 선보인다. 피카소를 완전히 새로운 차원에서 보게 된다.똑똑한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3 가격 300달러인 플레이스테이션3는 게임 시스템, 블루레이 DVD 플레이어, 넷플릭스 스트리머, 노래방 기계, 그리고 가상 헬스 트레이너를 기기 하나에 통합했다.똑똑한 체중 감량법 ‘정크푸드를 상상하라 초콜릿을 떠올리면 저절로 입에 침이 고인다. 하지만 잇따라 수십 번을 상상하면 점차 입맛이 떨어진다.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새 연구에 따르면 M&M 초콜릿 30개를 먹는 상상을 한 사람은 실제 초콜릿 한 접시를 받았을 때 입맛을 잃는 경우가 많았다.똑똑한 종교 웹사이트 ‘파테오스(Patheos)세 가지 종교와 종파를 나란히 비교할 수 있는 웹사이트. 종교 관련 서평, 논평, 온라인 학술 토론도 제공한다.똑똑한 계산기 대학 등록금을 절약해주는넷프라이스 캘큘레이터(Net Price Calculator)미국 대학의 입시를 관리하는 칼리지 보드가 제공하는 온라인 계산기. 학자금 지원을 받을 자격에 적합한지 평가해주고 특정 대학에 1년을 다닐 때 드는 비용을 계산해준다.똑똑한 TV 드라마 ‘밀드리드 피어스(Mildred Pierce)’올 3월 HBO가 방영할 예정인 5시간짜리 미니 시리즈. 대공황 시절의 로스앤젤레스를 무대로 한 제임스 M 케인의 소설을 바탕으로 했다. 자존심 강한 독신모가 출세지상주의자인 딸의 사랑을 얻으려고 애쓰는 이야기다. ‘더 리더’로 2010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케이트 윈즐릿이 주연을, 토드 헤인스(‘아임 낫 데어’ ‘파 프롬 헤븐’)가 감독을 맡았다.똑똑한 쇼핑 포스퀘어(Foursquare)원래 위성항법장치를 사용하는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로 스마트폰으로 ‘체크인’할 때마다 친구들에게 사용자의 소재를 알려주는 서비스다. 이제 포스퀘어는 업계와 제휴를 강화한다.특정 가게에 체크인하면 스마트폰에 즉석 할인권을 내려받기 할 수 있다. 우대 고객에게 경품도 제공한다. 개인정보의 손실을 할인으로 보상받는다. 페이스북 플레이스 같은 유사 사이트도 포스퀘어를 모방하기 시작했다.똑똑한 영화 ‘마진콜(Margin Call)’‘월스트리트’ 속편이 죄책감과 재미를 동시에 준 영화였다면 이 영화는 지적인 도전을 제공한다. 2011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선보인 이 금융 스릴러에선 케빈 스페이시와 제러미 아이언스가 리먼 브러더스의 직원으로 주연을 맡아 이번 금융위기에서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하기 직전 마지막 24시간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이 영화는 2010년 미제작된 최고의 각본을 뽑는 블랙리스트 톱 10에 올랐다.똑똑한 운동 목적이 이끄는 걷기 주차장이 쇼핑센터 입구에서 800m 떨어져 있다면 불편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축복이다. 최근 한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은 걷기 같은 유산소 운동이 노화하는 뇌를 건강하게 만들어준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그 논문의 주저자인 일리노이대 심리학 교수 아트 크레이머는 “40분씩 1주에 세 번 정도만 걸어도 기억력, 의사결정력 등 인지력에서 상당한 개선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똑똑한 패션 사이트 렌트 더 런웨이(Rent the Runway) 미국 전역의 여성에게 명품 드레스를 빌려주는 온라인 서비스 업체다. 임대료는 최저 약 50달러다. 몸에 꼭 맞는 옷을 고르도록 두 가지 사이즈를 동시에 배송해준다.똑똑한 정신건강 사이트 무드스코프(Moodscope)매일 자신의 기분을 확인하면 우울증의 요인을 파악하기 쉽다. 이 웹사이트는 간단한 카드 게임을 통해 자신의 기분을 입력할 수 있게 해준다. 매일의 상황을 도표로 보여주고 그 결과를 친구들과 공유하게 해준다.똑똑한 옷 색상 빨간색을 입어라 최근 실험심리학저널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여성은 빨간색 옷을 입은 남자에게 더 많이 끌린다. 이 논문의 주저자인 로체스터대 심리학자 앤드루 엘리엇은 “빨간색은 여성에게 최음제”라고 말했다. 여성도 빨간 옷을 입을 만하다. 대개 남자는 빨간 옷을 입은 여성에게 돈을 가장 많이 쓴다.똑똑한 운전 내비게이션을 없애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로 같은 골목길을 누비는 런던의 택시 운전사들은 공간추리를 관장하는 뇌부위인 해마가 일반인보다 더 크다.똑똑한 필기구 라이브스크라이브(Livescribe) 시가 모양의 스마트 펜으로 메모 방식에 혁명을 일으켰다. 전용 도트(dot) 노트에 메모를 하면 현장의 소리가 녹음된다. 메모와 소리가 연동되기 때문에 나중에 메모를 볼 때 필기했던 순간의 녹음된 소리가 그대로 재생된다.똑똑한 앱 인텔리전트 라이프(Intelligent Life) 영국의 저명 잡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행하는 계간 라이프스타일·문화 잡지는 과거엔 정기구독만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이패드판이 나왔다. 이코노미스트지의 산뜻한 문체와 날카로운 시각을 그대로 담은 이 잡지는 아이패드판 창간호에서 랠프 파인스의 감독 데뷔 기사, 명사를 동사로 바꿔 쓰는 희한한 추세에 관한 논평, 스웨덴의 서핑에 관한 포토 에세이를 실었다.똑똑한 블로그 러프 타이프(Rough Type) ‘얄팍한 사람들 : 인터넷은 우리 두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The Shallows: What the Internet Is Doing to Our Brains)’의 저자인 니콜라스 카는 자신의 블로그 ‘러프 타이프’에서 정보시대를 꿰뚫는 논란에 많은 시각을 제공한다. 최근엔 쌍방향 스토리텔링이 늘 실패하는 이유, 아마존과 위키리크스의 얽힌 관계를 조명했다.똑똑한 학습 사이트 칸 아카데미(Khan Academy) 헤지펀드 트레이더 출신인 살만 칸이 만든 비영리 학습 사이트. 빌 게이츠가 자녀와 함께 사용한다며 격찬했다. 아이티 혁명에서 구제금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에 관한 무료 유튜브 동영상 강의를 1600편 이상 제공한다.

2011.01.05 10:59

5분 소요
발기 약물 복용, 망설이지 마라

산업 일반

생활습관을 교정하고 호르몬 치료를 받아도 발기가 안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포기는 금물. 발기부전 치료제가 해법을 줄 수 있다.하지만 발기부전 치료제는 거부감이 많다. 약을 복용할 땐 몰라도 복용하지 않으면 발기가 안 될 수 있지 않느냐는 거다. 이를테면 의존성, 구체적으로 말하면 중독 우려다.일단 안심하자. 현재 판매되는 발기부전 치료제는 신체적 의존성이 없다. 다만 심리적 의존성은 있을지 모른다. 성행위에는 심리적 요소가 강하게 작용한다. 발기도 마찬가지. 약을 먹지 않으면 발기가 안 된다고 걱정하면 실제로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치료제를 복용하다가 중단해도 복용 이전보다 발기력이 줄어드는 현상은 없다.오히려 어떤 사람은 약을 복용하다 중단했더니 이전보다 발기력이 좋아졌다고 얘기한다. 근거 없는 말이 아니다. 발기가 시원치 않아 성행위를 하지 않을 경우 발기력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반대로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해 적극적인 성행위를 하면 성기에 있는 혈관과 근육이 탄탄해져 복용 이전보다 발기력이 좋아진다.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할 땐 주의할 점이 있다. 무엇보다 발기부전 치료제를 정력제로 오인해선 안 된다. ‘정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발기력이고, 발기에 도움을 주는 약이니 정력제가 아니냐’고 항변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렇지만 발기력에 문제가 없는 사람에게 이 약은 별 효과가 없다.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니 삼가는 게 좋다. 발기부전 치료제를 처방 받은 사람 중엔 약을 먹어도 이상하게 발기가 잘 안 된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있다. 이들에게 ‘언제 약을 먹었고 그 다음에는 어떻게 했느냐’고 물으면 십중팔구 약을 먹고 발기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고 답한다.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언급했듯 발기부전 치료제는 성적 자극이 있을 때 발기가 더 잘 되고 오래 유지되도록 도와주는 약이다. 성적 자극을 일으켜 발기 자체를 유도하는 약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 면에서 성적 흥분을 유발하는 최음제와는 완전히 다르다. 따라서 발기부전 치료제를 사용해 발기를 촉진하려면 반드시 성적 자극이 있어야 한다.‘약을 복용했으니 발기가 되겠지’ 생각하고 축구 중계를 보고 있으면 백날 가도 발기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약의 효과가 나타날 시간에 맞춰 성적 자극을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술이나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고 복용하면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발기부전 치료제를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발기부전 치료제보다 좋은 것은 운동과 좋은 생활습관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발기력이 떨어졌다면 자신의 생활부터 먼저 돌아봐야 한다.건강검진으로 발기력이 떨어진 원인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별한 질병이 없고 생활습관도 문제없거나 나쁜 생활습관을 고쳤음에도 발기력이 만족스럽지 못할 때, 주저 없이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해도 좋다. 단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

2010.05.1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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