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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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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도 ‘카지노 합법화’ 추진…불붙은 亞 복합리조트 개발 경쟁 [E-마이스]

산업 일반

아랍에미리트(UAE)가 카지노가 포함된 대형 복합리조트(IR·Integrated Resort) 개발에 나선다. 이슬람교 율법에 따라 도박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중동 국가에서 미국 라스베이거스 모델의 복합리조트 개발을 추진하기는 UAE가 최초다. 카지노 합법화에 앞서 복합리조트 관리에 필요한 강력한 내부 규정과 지침을 개발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연방 정부 차원의 전담기구도 설립한 상태다. 카지노 등 관련 업계에선 UAE 정부가 7개 토후국 당 하나씩 모두 7개의 복합리조트 개발을 허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은 UAE가 탈석유화와 걸프 지역 경제 주도권 선점을 위해 ‘파격’을 택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소리(VOA)는 “걸프 지역에서 가장 보수적인 UAE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제 패권 경쟁을 위해 과감한 ‘자유주의적 법률 개혁’(Liberal legal reform)에 나서고 있다”고 해석했다. UAE에선 현행법상 복권, 경마, 슬롯머신 등 도박 행위를 하다가 적발되면 벌금 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있다.걸프 지역 경제 주도권 선점 위해 ‘파격’ 선택현재 UAE 내에서 복합리조트 개발이 구체화하고 있는 지역은 최북단 ‘라스 알 카이마’(Ras Al Khaimah)다. 미국 카지노 회사 윈(Wynn) 리조트가 인공섬 ‘알 마르잔’(Al Marjan)에 총 25만㎡ 규모 복합리조트 건립을 공식화한 상태다. 라스 알 카이마 지방 정부는 미국과 싱가포르 사례를 참고해 관광청 내에 게임 규제 전담 조직을 신설할 정도로 복합리조트 개발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라스 알 카이마는 두바이에서 차로 45분 거리에 있는 7개 토후국 중 하나로 연간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UAE의 대표적인 관광 도시다. 대표 관광지인 알 마르잔은 산호 모양의 4개 인공섬(브리즈·트레저·드림·뷰)으로 전체 면적이 여의도(8.5㎢)의 3분의 1인 2.7㎢에 달한다.윈 리조트는 알 마르잔에 오는 2027년까지 39억 달러(약 5조 2000억원)를 투입해 1500개 객실의 특급호텔과 쇼핑몰, 공연장, 컨벤션센터 등을 ‘원샷’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레이저 쇼 등 인공섬을 화려하게 장식할 랜드마크급 상설 이벤트도 준비 중이다. 윈 리조트 측은 UAE 정부의 카지노 합법화에 맞춰 카지노를 시설 계획에 추가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크레이그 빌링스 윈 리조트 CEO는 최근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윈이 UAE에서 첫 카지노 운영권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부다비와 두바이도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복합리조트 개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수도 아부다비는 페라리 월드, 워너 브라더스 테마파크가 있는 야스 아일랜드와 야스 마리나 포뮬러1(F1) 서킷 일대에 복합리조트를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두바이는 일본 오사카에 복합리조트 개발을 추진 중인 엠지엠(MGM) 리조트 인터내셔널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엠지엠은 2017년부터 부르즈 알 아랍이 있는 주메이라 해안 인근에 1400개 특급호텔이 포함된 엔터테인먼트 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답보 상태에 있던 12억 달러(약 1조 6000억원) 규모 건설사 계약이 지난해 마무리되면서 개발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빌 혼버클 엠지엠 리조트 인터내셔널 CEO는 최근 공식 석상에서 “두바이에서 카지노 운영은 둘도 없는 최고의 비즈니스 기회가 될 것”이라며 “카지노 운영권을 확보한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게임 시설을 계획에 추가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아시아, 복합리조트 ‘춘추전국 시대’ UAE가 복합리조트 개발에 나서는 이유는 걸프 지역 경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다. UAE 정부는 복합리조트가 여행지로써 매력을 높이고 투자와 게임세 등 세수를 늘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UAE가 복합리조트 개발로 연간 66억 달러(약 8조 8000억원)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최근엔 ‘관광을 새로운 석유’(Tourism is the new oil)로 규정하고 범정부 차원의 관광산업 활성화 계획인 ‘UAE 관광전략 2031’도 내놨다. 외국인 관광객 4000만 명 유치가 목표인 이 계획은 2031년까지 관광 부문에서 270억 달러(약 36조원) 투자를 유치해 현재 9% 수준인 관광산업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을 20% 이상(1225억 달러)으로 늘리는 게 골자다. 최근 관광 인프라와 상품 개발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를 견제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14개 도시에 21개 엔터테인먼트 단지를 조성하는 500억 달러(약 17조 7000억원) 규모 개발사업에 착수했다. UAE의 가세로 아시아는 복합 리조트 춘추전국 시대를 맞게 됐다. 현재 아시아 지역에선 UAE 외에 일본이 2030년 가을 개장을 목표로 오사카 유메시마 인공섬에 복합리조트 건립을 추진 중이다. 태국도 방콕, 푸껫 등에 최대 5개 복합리조트를 개발하기 위해 카지노 합법화를 진행하고 있다. 싱가포르, 마카오도 올해부터 기존 복합리조트 2단계 확장공사에 돌입한다.반면 한국은 복합리조트 개발 경쟁에서 변방으로 내몰리고 있다. 외국인만 카지노 출입을 허용하는 ‘반쪽짜리’ 개발에 머물고 있어서다. 대형 시설 운영의 자금줄 역할을 할 카지노 기능을 제한하면서 투자와 시설 규모에서 기존 싱가포르, 마카오는 물론 일본, UAE에 들어설 복합리조트에 한참 뒤처지고 있다.최근 개장한 복합리조트 인스파이어 리조트는 투자 규모가 1조 8000억원으로 11조원이 넘는 일본 오사카의 6분의 1, 5조원이 넘는 UAE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는 기존 3개 동에 1개 동을 추가 건립하는 데에만 2배에 가까운 3조 3400억원을 투입한다.김대관 경희대 교수는 “당장 지금부터 일본 등 아시아 지역 복합리조트 개장에 대비해야 한다”며 “오픈 카지노(내·외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 허용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관광시장 전반에 걸쳐 해외 자본의 국내 투자를 늘리기 위한 규제 완화 등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4.02.23 09:00

4분 소요
SK에코플랜트, 그린수소사업 중동 시장으로 확장

건설

SK에코플랜트가 그린수소 사업 영토를 중동으로 확장한다. ‘탈석유’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데 분주한 아랍에미리트(UAE), 오만 등에서 재생에너지 기반 그린수소·그린암모니아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SK에코플랜트는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본사에서 한국남동발전과 그린수소-그린암모니아 사업개발 공동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날 협약식에는 배성준 SK에코플랜트 에너지전략 담당임원과 은상표 한국남동발전 신사업본부장을 비롯한 양 사 관계자들이 참석했다.이날 협약을 통해 SK에코플랜트는 UAE 및 오만 그린수소 프로젝트 사업개발과 예비타당성조사를 총괄, 주도한다. 한국남동발전은 사업개발을 지원하고 향후 그린수소-그린암모니아 수요처(Off-taker)로 그린수소, 그린암모니아를 국내로 들여와 혼소 발전용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양 사는 우선적으로 UAE 수도 아부다비에 위치한 경제자유구역(Economic Zone) 산업단지 내 항만시설과 연계해 그린수소 및 그린암모니아 생산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에 착수한다. 오만에서도 사업 기회를 모색할 계획이다.UAE와 오만을 비롯한 중동지역은 일조량이 많아 태양광을 통한 전력 생산이 용이하다. 항만시설(Ports)과 터미널(Terminal) 등도 이미 갖춰져 있어 그린수소 및 그린암모니아 생산 후 운송 및 유통에도 강점이 있다. 중동 산유국들은 석유 이후의 미래 에너지원으로 그린수소와 그린암모니아를 주목하고 있다.앞서 SK에코플랜트는 지난 7월 현지 기업과 재생에너지 기반 그린수소 및 그린암모니아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사전 협의를 진행했다. 프로젝트를 위해 부지 사용 허가 등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 일환으로 UAE 경제자유구역 산업단지와 함께 항만시설 및 터미널을 운영중인 현지 기업과 MOU도 체결했다.SK에코플랜트는 해당 부지에 구축한 태양광 전기로 물을 분해해 그린수소 및 그린암모니아를 만드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연간 그린수소 5만톤(t), 그린암모니아 25만t 생산이 목표다. 이번 예비타당성조사를 통해 세부적인 사업 규모 및 그린수소 등 생산 가능 용량 등도 종합적으로 검증할 계획이다.기존에 건설사업을 통해 축적한 엔지니어링 역량까지 완비했다는 점은 SK에코플랜트가 그린수소 분야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이번 UAE 및 오만 사업에서도 사업개발 전반을 관장하는 것은 물론, 향후 기자재 공급, EPC(설계·조달·시공)까지 그린수소 프로젝트 전 단계를 망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는 해상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발전 사업개발부터 기자재 제조, 운영은 물론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한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기술 기반 탄소배출 없는 그린수소 생산 및 그린암모니아 변환까지 경쟁력 있는 밸류체인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SK에코플랜트는 캐나다 월드에너지GH₂와 함께 캐나다 뉴펀들랜드 래브라도의 스티븐빌 지역에 기반을 둔 대규모 그린 수소 상용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캐나다 최동단에 위치한 뉴펀들랜드 섬에서 풍력발전 기반으로 탄소배출 없이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그린암모니아로 변환해 북미 대륙에서 유럽 대륙까지 이동하는 대규모 사업이다.배성준 SK에코플랜트 에너지전략 담당임원은 “SK에코플랜트는 재생에너지 개발부터 그린수소 생산에 이르는 밸류체인과 신속한 실행력까지 완비했다”며 “글로벌 그린수소 사업개발 기회를 적기에 포착하고 효과적인 공급을 실현하는 시장의 핵심플레이어로서 에너지 다소비 산업을 중심으로 증가하는 그린수소 수요에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3.12.15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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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검은 황금’ 韓 기술로 닦아다오…기업이 뛰고 정부가 민 ‘중동 붐’

산업 일반

대한민국에 ‘오일 머니’(Oil Money)가 쏟아진다. 중동은 한국 기술을 받기로 했다. 1970년대 한차례 불었던 ‘중동 붐’이 다시 찾아왔다.중동은 150년 넘게 세계 산업을 움직이게 한 석유의 최대 생산 지역이다. 막대한 부가 중동 지역으로 흘러갔단 의미다. ‘검은 황금’으로 비유되는 석유는 중동 경제의 근간이 됐다. 흔히 ‘중동 빅3’로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 역시 국가 경제 체제의 뿌리를 석유에 두고 있다. 유럽 에너지 분야 컨설팅업체 에너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연간 원유 총생산량은 사우디가 601메가톤(1Mt=100만톤)으로 세계 2위다. UAE는 202Mt로 7위에 올라 있다. 2010년대 셰일 혁명을 이룬 미국이 원유 생산량을 급격하게 높이면서 2015년 이후로 줄곧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중동 지역 전체 생산량을 고려하면 이들 국가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대하다.중동 부국을 만든 ‘검은 황금’의 빛이 150년 만에 퇴색되고 있다. 숱한 산업군에서 석유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은 여전하지만, 지속가능성이 풀어야 할 숙제로 떠올랐다. 탄소 배출량을 감축해야 한단 세계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점은 석유 경제를 뿌리부터 흔든다. 4차 산업 혁명에 따른 신기술의 등장은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결정적 계기가 되리라는 전망도 많다.사우디·UAE·카타르가 연일 탈(脫)석유를 외치는 이유다. 이들 국가는 석유 중심의 경제 체제로는 더 이상 과거의 부를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관광부터 제조까지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고자 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 국가의 수장들은 이 중에서도 기술을 핵심으로 꼽았다. 아이러니하게도 100년 넘게 이어진 경제 구조를 위태롭게 한 영역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는 셈이다.중동서 한국 기술 주목한 이유중동 빅3가 최근 내놓는 메시지는 ‘국가 차원의 변화가 절실하다’로 귀결된다.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직접 내놓은 ‘비전 2030’이 대표적이다. 국가 경제 체제를 뿌리부터 변화하겠단 대규모 사업 계획들이 들어가 있다. 무려 170㎞를 폭 200m·높이 500m의 유리 장벽으로 연결하는 수직형 주거단지 ‘더 라인’ 따위가 여기에 포함된다. 그간 석유로 쌓은 막대한 부는 이 허황한 계획을 현실로 끌고 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더 라인’을 포함한 4개 도시 계획을 묶은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사우디 정부가 배정한 사업비만 5000억 달러(약 675조원)에 이른다. 중동 빅3가 탈석유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목한 곳은 대한민국이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땅에서 세계 열 손가락에 꼽히는 경제 규모를 만들어 낸 국가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1950년 6.25전쟁 발발 후 ‘한강의 기적’으로 대변되는 폭발적인 경제 성장을 일궈냈다. 한강의 기적 이후로도 경제 성장을 이어가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2022년 기준 1조6733억 달러(2161조8000억원)를 달성했다. 세계에서 13번째로 높은 수치다. 2020년과 2021년엔 명목 GDP 규모 세계 10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탈석유를 추진하는 중동 빅3가 참고할 사례인 셈이다.앞서 1970년대 중동 인프라를 닦았던 곳이 한국이란 점도 지금의 ‘중동 붐’을 만들고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당시 한국 기업은 사막에 도로를 깔고 하수·항만·가스·주택 등을 구축했다. 1975년 7억5000만 달러에서 시작한 건설수주액은 1980년 82억 달러로 성장했다. 이 기간 외화 수입의 85.3%가 중동에서 나왔다. 파견 인력도 6000명에서 10만명으로 늘었다. 20만명에 달할 때도 있었다. 이때를 기억하는 중동 의사결정권자들이 한국에 높은 신뢰를 보여 지금의 중동 사업 확장에 긍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정부 관계자의 말도 들린다.최근 다시 일고 있는 ‘중동 붐’ 역시 1970년대를 풍미했던 건설 분야가 주축이다. 분야는 50여 년 전과 같지만, 양상은 확연히 다르다. 당시엔 토목을 중심으로 선진국의 하도급 형태로 수주를 받는 식이었다. 이번 중동 붐은 국내 건설사가 직접 현지 정부의 사업을 수주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건설에만 국한되지도 않는다. 정보통신기술(ICT)·방산·제조·콘텐츠 등에서 사업 성과가 이미 구체화 됐거나, 구체화할 조짐을 보인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중동 탈석유 꿈의 실현 여부는 한국 기술에 달려있다’는 말까지 나온다.107조원 규모의 거대한 운동장최근 윤석열 대통령 순방으로 가시화된 중동 붐은 지난해 11월부터 조짐을 보여왔다. 당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끈 수주지원단이 사우디를 방문한 게 중동 붐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주지원단은 정부와 민간이 ‘원팀 코리아’로 네옴시티 프로젝트 사업 수주 등 중동 사업 확장을 전략적으로 타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됐다. 이들은 사우디 네옴시티 건설 현장을 직접 방문, 협업 가능 지점을 눈으로 살피기도 했다.양국 부처가 공동으로 진행한 ‘혁신 로드쇼’ 등을 통해 국내 기업의 기술력을 알리기도 했다. 이 행사에는 건설·모빌리티·스마트시티·IT·스마트팜 등의 분야에서 활약하는 국내 대기업은 물론 스타트업까지 참여했다. 현지 담당자와 국내 기업 간 실질적 논의의 물꼬가 트인 셈이다. 당시 수주지원단 명단에 오른 기업의 한 임원은 “한국은 미국·일본·인도·중국·독일·프랑스·영국 등 선진국들과 함께 사우디의 ‘비전 2030’의 중점 협력 국가 명단에 지난 2017년 일찍이 오르긴 했지만, 사업에 관한 구체적 논의가 시작된 건 수주지원단 방문 때부터”라고 설명했다. 국토부가 장을 만들었다면 최근 1년간 판을 키운 건 기업이다. 수주지원단 등을 통해 연을 맺은 현지 기업·정부 관계자들과 사업 논의를 이어왔다.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표방한 윤 대통령의 사우디·카타르 국빈 방문이 성사되며 성과가 나타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지난 10월 21일부터 4박6일 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사우디·카타르 국빈 방문에는 139개 기업이 ‘경제사절단’으로 함께했다. 이는 지난 4월 이뤄진 미국 경제사절단에 참가한 기업 수(122)보다 많다. 명단도 화려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등 주요 그룹 인사가 함께했다. 사우디아라비아 130명, 카타르 59명 등 190여 명의 국내 경제인이 중동 붐을 만들기 위해 비행기에 올랐다.이를 통해 만들어 낸 경제적 가치는 사우디 156억 달러(약 21조원), 카타르 46억 달러(약 6조원)에 달한다. 윤 대통령 순방을 계기로 63개의 양해각서(MOU)와 계약이 체결됐다. 대표적 사업으로는 ▲자푸라2 가스플랜트 패키지(현대엔지니어링·현대건설, 약 26억 달러) ▲디지털트윈 플랫폼 구축·운영(네이버, 약 1억 달러) ▲모듈러 사업 협력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삼성물산) ▲디지털 인프라 구축(KT·현대건설) 등이 꼽힌다.윤 대통령 사우디·카타르 순방에 앞서 지난해 11월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방한 때 양국이 체결한 MOU 규모는 290억 달러 수준이다. 지난 1월 윤 대통령의 UAE 국빈 방문을 계기로 성사된 300억 달러 투자 약속까지 더하면 성과는 더욱 두드러진다. 총 107조원 규모의 사업이 이뤄지고 있고, 네옴시티 등 추가 수주까지 고려하면 ‘제2의 중동 붐’ 시작은 과한 평가가 아니라는 말이 산업계 전반에서 나오고 있다.윤 대통령은 지난 10월 30일 제45회 국무회의에서 “중동 빅3와의 정상외교를 마무리했다”며 “우리 기업을 위한 792억불, 약 107조원 규모의 거대한 운동장이 중동 지역에 만들어졌고 이런 대규모 수출과 수주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경제와 민생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3.11.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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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명절 해외 현장 경영 ‘눈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금주의 CEO]

CEO

불확실성의 시대입니다. 기업의 생존은 선택과 집중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CEO(최고경영자)의 역량이 기업의 희비와 직결되는 이유입니다. CEO의 결정은 기업을 살리는 약이 될 수도 기업을 죽이는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한 주간 국내 CEO들의 선택을 들여다보고, 이목이 집중된 CEO를 소개합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연재합니다. 2014년부터 올해까지 10년째 이른바 ‘명절 해외 현장 경영’을 이어가는 경영인이 있습니다. 올해 추석 명절에도 어김없이 해외 사업 현장을 찾았죠. 올해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이집트 등 중동 3개국을 방문해 임직원을 격려했다고 합니다. 임직원 격려뿐 아니라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는 후문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초일류 기업을 이끄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주인공입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10월 1일(현지시간, 이하 동일) 사우디 서북부 타북주(州)에서 진행되고 있는 삼성물산 공사 현장을 점검했습니다. 삼성물산이 참여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스마트시티 네옴(NEOM) 산악 터널 공사 현장을 찾았는데요. 지난해 회장 취임 직후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건설 현장을 눈으로 확인한 이재용 회장이 1년 만에 다시 중동 지역을 방문한 것이라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삼성물산이 공사하는 터널 길이는 총 12.5㎞에 달한다고 하네요. 이번 방문에서 이재용 회장은 추석 명절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무 중인 임직원을 격려했습니다. 또한 네옴을 비롯해 탈석유로 대변혁을 꾀하고 있는 중동 국가에 대한 사업 확대 방안을 경영진과 논의했다고 합니다. 이재용 회장은 “중동은 미래 먹거리와 혁신 기술 발휘 기회로 가득 찬 보고(寶庫)다”며 “지금은 비록 타지에서 가족과 떨어져 고생하고 있지만 글로벌 삼성의 미래를 건 최전선에 있다는 마음으로 과감하게 도전하자”고 당부했습니다. 이재용 회장은 네옴 건설 현장 방문에 앞서 이집트 중부 베니수에프주(州) 삼성전자 공장도 찾았습니다. TV·태블릿 생산 현장을 점검하고 중동 사업 전략을 논의하기 위함이죠. 9월 28일엔 삼성전자 이스라엘 연구개발 센터에 나타났습니다. 혁신 스타트업과 신기술 투자 현황을 보고받고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미래 혁신 기술 확보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재계에선 “이재용 회장에게 10월은 다른 달보다 각별할 것”이란 얘기가 있습니다. 아버지이자 글로벌 초일류 삼성을 키운 고(故) 이건희 선대 회장이 별세한 달이자, 자신이 아버지를 대신해 회장에 오른 달이 10월이기 때문입니다. 오는 25일이 고 이건희 선대 회장 별세 3주기이며, 27일은 이재용 회장 취임 1년이 되는 날이죠.고 이건희 회장 별세 3주기와 취임 1년을 앞둔 이재용 회장은 어떤 심정일까요. 지난해 10월 27일 이재용 회장은 회장 취임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제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국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뢰받고 더 사랑받는 기업, 만들어보겠다”며 “많은 국민들의 응원 부탁드린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이재용 회장의 발언이 현재의 이 회장의 심정을 대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2023.10.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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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플라이, 아부다비 투자진흥청(ADIO) 혁신 프로그램 지원 선정

IT 일반

네오플라이는 대한민국 블록체인 기업 최초로 기술 중심 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투자진흥청(ADIO)의 ‘혁신 프로그램’ 지원 기업에 선정됐다고 10일 밝혔다.네오플라이는 ADIO의 지원을 받아 ‘네오핀’ 블록체인 비즈니스와 관련한 글로벌 헤드쿼터 역할을 할 아부다비 현지 법인 ‘H Lab’을 UAE 국제금융센터 ADGM(Abu Dhabi Global Market)에 지난해 9월 설립했다. ADGM에 위치한 H Lab은 향후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가상자산에 대한 국제금융센터의 진일보한 규제 혜택을 받게 되며, ADIO로부터 인센티브 등 다양한 금융 지원과 정부의 규제 특례, 각종 비용 면제 등 비금융 지원 등을 포괄적으로 지원받게 됐다. ADGM 기반을 활용하고 아부다비 대학 교육 기관들과 협력해 블록체인, 웹 3.0 및 디파이와 관련한 교육 및 장학 프로그램도 개발할 계획이다.네오핀은 이번 혁신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차세대 산업의 무대로 떠오르고 있는 UAE 시장에서 검증을 받은 만큼, 경제적 이점 외에도 UAE를 포함한 중동아프리카(MENA) 시장에서의 비즈니스 전개에 강력한 원동력을 얻게 됐다. 특히 국제 금융 허브인 ADGM에서 관계 기관들의 지원과 인프라, 인력을 적극 활용, 중동에 진출한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과 손잡고 본격적인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UAE의 수도 아부다비는 최근 네오플라이와 같은 혁신적인 한국 기업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아부다비경제개발부 산하 기관으로 2019년 탈석유 산업을 육성하고 차세대 기술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탄생한 ADIO는 한국의 혁신 기업들의 UAE 시장 진출을 지원하기위해 지난 2021년 서울에 사무소를 개설했다. 이를 통해 베스핀 글로벌(Bespin global), H2O, K-BTS 컨소시엄을 비롯한 한국 기업들이 아부다비에 법인을 설립하거나 현지 운영을 확장했다. 네오플라이와 H-Lab은 ADGM과의 협력을 통해 디파이(DeFi, 탈중앙 금융) 규제의 초기안 마련을 가속화한다. 네오플라이 관계자는 “글로벌 씨디파이(CeDeFi) 플랫폼 ‘네오핀’은 세계 최초로 ‘규제 인증 디파이’가 될 전망”이라며 “ADGM의 금융 서비스 규제 당국 FSRA와 긴밀하게 협업하며 디파이 산업을 위한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규제 프레임워크를 함께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FSRA는 지난 2018년, 글로벌 업계의 높은 수요로 인해 거래소, 커스터디(수탁) 관리자, ADIO 중개인, 가상 자산 활동에 관여하는 기타 관계자를 위한 포괄적인 규제 프레임워크를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규제 프레임워크는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선택지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ADGM의 지속적인 약속의 일부로, 혁신과 지속 가능한 이니셔티브를 통해 아부다비와 UAE의 경제적 다양성을 강화하고 있다. 압둘라 압둘 아지즈 알샴시 ADIO 청장은 "아부다비의 활성화된 환경, 세계적 수준의 인프라 이용성과의 결합, 숙련된 인재 등은 UAE 수도 아부다비를 중동의 주요 투자처로 자리매김 시켰다”며 “아부다비를 선택한 다른 혁신적인 한국 기업들은 UAE 수도의 혁신 생태계에 합류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솔루션을 얻고 있다. 다음 성장의 촉매제로 아부다비를 선택한 한국 기업들의 물결에 네오플라이가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네오플라이 박진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ADIO의 지원을 기반으로 아부다비의 중심에 블록체인 글로벌 헤드쿼터를 설립하게 된 만큼, 중동에서의 활동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며 “ADIO의 적극적인 지원과 ADGM과의 협력, 아부다비와 UAE의 인프라 등을 기반으로 글로벌 블록체인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3.07.1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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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 성장 비결 ‘불황에 투자’…‘탈석유’ 전략도 눈길

산업 일반

에쓰오일(S-OIL)이 <이코노미스트> 선정 ‘111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정유 사업 실적은 국제 유가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 정제마진과 정유 제품가격이 오르고, 유가가 떨어지면 실적도 부진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에쓰오일은 ‘불황 속 선제적 투자’와 사업다각화로 변동성이 큰 시장에 대비해 나가고 있다. 불황 시기에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 호황에 최대 실적을 올리는 식으로 사업을 꾸리고 있다. 실제로 에쓰오일은 최근 10년 중 2014년과 2020년 각각 2897억, 1조1005억 영업손실을 기록기록하던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집행했다. 특히 2014년 당시 회사는 적자 상황에서도 1400억원을 투자해 ‘슈퍼(SUPER: S-Oil Upgrading Program of Existing Refinery) 프로젝트’의 일환인 생산설비 개선작업을 밀어붙였다. 그 결과 에쓰오일은 윤활기유 생산량을 늘려 2016년 실적을 큰 폭으로 끌어올리면서 111클럽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에쓰오일은 ‘석유에서 화학으로’라는 비전을 선포하고 비정유 부문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에쓰오일의 영업이익은 정유 부문에서 적자를 낼 때도 윤활기유와 석유화학 부문이 이익을 올리며 손실을 방어하는 양상을 보인다. 2021년은 에쓰오일이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해로 매출 27조2038억원, 영업이익 2조1388억원을 달성했다. 연간 2조원 이상의 영업이익 돌파도 처음으로 이뤄냈다. 코로나19 제한조치 완화로 경제활동 증가하고, 석유제품 수요 회복 영향에 따른 실적 상승이다. 에쓰오일은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1조원이 넘는 영업 적자를 냈지만, 준비된 사업 역량을 기반으로 호황에 대응해 1년 만에 흑자 전환 성공했다.에쓰오일은 2008년도부터 매년 지속 가능성 보고서를 발행하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5월 온산공장 폭발 사고로 2년 이상 무재해 기록은 깨졌지만 안전관리 기준 강화, 모니터링 체계 등 비상장비 도입을 포함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평가에서 2010년부터 13년 연속으로 DJSI 월드 기업에 선정된 최초의 아시아 지역 정유 기업이기도 하다.이코노미스트 데이터랩은 10년 동안 매년 전체 상장사를 대상으로 개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영업이익이 1조원이 넘는 곳을 1차로 선정했다. 이 중 년도 연말(12월 말) 시가총액이 1조원이 넘는 기업을 추려냈다. 마지막으로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매년 고용 인원이 1000명 넘는 곳을 대상으로 111클럽 가입 기업을 최종 선정했다. 다만 한국가스공사와 같은 정부 지분이 높은 공기업과 은행 등 2021년 기준 상장하지 않은 곳은 조사에서 제외했다.

2023.02.2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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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에서 배터리까지’…ESG 힘주는 롯데케미칼

산업 일반

롯데케미칼이 약 650억원을 투입해 바나듐이온 배터리 제조업체인 스탠다드에너지 지분 약 15%를 확보, 이 회사 2대 주주가 됐다고 6일 밝혔다. 수소 사업뿐만 아니라 배터리 등 친환경 사업을 확대하는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나듐이온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물 기반 전해액을 사용해 발화 위험성을 차단한 배터리다. 높은 안정성과 뛰어난 내구성을 바탕으로 고효율‧고출력이 가능해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의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다.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황진구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대표와 김부기 스탠다드에너지 대표는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구축했다. 이후 지분 투자 방식, 협력 방안 등의 논의를 거쳐 최종 투자 금액이 확정됐다. 세계 최초로 바나듐이온 배터리 개발에 성공한 스탠다드에너지는 카이스트(KAIST)와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 대학(MIT) 연구진이 2013년 설립한 배터리 전문 기업이다. 롯데케미칼은 2011년 ESS 배터리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고, 2019년부터 바나듐이온 배터리용 전해액 사업을 준비해왔다. 글로벌 ESS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6년까지 약 12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하고 ESS에 적합한 특성을 갖춘 배터리에 대한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의 변동성 전력을 안정적으로 수용하는 ESS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바나듐이온 배터리에 주목한 이유다. 롯데케미칼 측은 이번 지분 투자로 양사의 전략적 파트너십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그룹과 롯데케미칼의 국내외 거점 등을 활용해 전기자동차 충전소, 도심항공교통(UAM), 재생에너지 활용 등으로의 사업 확대도 검토 중이다. ━ 2023년엔 전기차 배터리 소재 공장 완공 롯데케미칼은 기존 석유화학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수소, 배터리 등 친환경 사업을 확대하는 경영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2100억원을 투자해 대산공장 내 전기차 배터리용 전해액 유기용매인 에틸렌 카보네이트(EC), 디메틸 카보네이트(DMC) 생산 시설을 건설 중이다. 2023년 완공이 목표다. 또 배터리 4대 소재(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중 하나인 분리막 소재 사업을 2025년 연간 생산량 10만 톤(2000억원) 규모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지난해 말에는 여수 1공장 내에 CCU(탄소 포집‧활용) 파일럿 설비의 실증 운영을 완료했다. 실증을 마친 기체 분리막 기반의 탄소 포집 설비는 화학 성분의 흡수제를 사용한 습식‧건식 포집 설비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환경오염이 적고 공정이 간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케미칼 측은 향후 경제성 검토 등을 거쳐 약 600원을 투입해 대산공장 내에 연간 생산량 20만 톤 규모의 탄소 포집 및 액화 설비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2023년 하반기 상업 생산이 목표다. 수소 사업과 관련해선 포스코, 삼성엔지니어링 등과 협력해 국내외 수소 사업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양해각서를 체결해 ▶해외 블루‧그린 수소 도입 ▶국내외 수소 사업 개발‧투자‧운영 등에 대해 협력하기로 했다. 블루수소는 화석연료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한 수소이며,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물을 전기 분해해 생산한 수소다. 롯데케미칼이 수소, 배터리 등 친환경 사업 확대를 꾀하고 있지만, 일부에선 “탈(脫)석유를 외치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업체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석유화학 중심의 사업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탄소 감축 요구에 친환경은 이제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 됐다”며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사우디 아람코(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를 비롯해 국내외 석유화학회사들이 탈석유를 외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롯데케미칼의 친환경 사업 확대 속도가 빠르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2022.01.0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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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에너지 대란에 웃는 러시아...글로벌 에너지 지정학 향방은 [채인택의 글로벌 인사이트]

국제 경제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가시화하고 있다.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면서 석유‧가스는 물론 석탄까지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2019년 12월 31일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어느 정도 진정되고 위드 코로나와 경기 회복이 본격화하면서다. 국제 석탄 가격은 13년만의 최고치다. 국제 교역정보 사이트인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국제 석탄 가격은 지난해 9월 1일 t당 40.25달러로 바닥을 친 이래 꾸준히 상승해 지난 5월 17일 t당 100.4달러로 100달러 선을 넘었다. 그 뒤에도 지속해서 가파른 상승을 계속해 9월 20일 200.5달러로 200달러 선을 넘었으며, 10월 13일 243.35달러를 기록했다. 석탄의 t당 가격이 13개월여 만에 40.25달러에서 243.35달러로 뛰었으니 6배 이상으로 뛴 셈이다. 산업계, 특히 석탄 화력발전업계가 버티기에 석탄값의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평가다. 천연가스도 최고 기록을 연일 경신하고 있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천연가스 가격은 10월 7일엔 6.294달러로 최고점에 이른 뒤 조정기에 접어들어 10월 13일 현재 5.659달러를 유지하고 있다.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해 4월 최저점과 올해 최고점을 비교하면 6.12배가 뛰었으며, 10월 13일 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5.5배가 올랐다. 석유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는 물론 심지어 올해 초까지도 국제유가 하락을 진정시키기 위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를 비롯한 비OPEC 산유국의 확대 카르텔인 OPEC+(OPEC 플러스)가 감산 유지 합의를 연장하면서 심한 진통을 겪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반전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10월 13일 기준 WTI가 배럴당 80.71달러, 북해산 브렌트유는 83.49달러, 두바이유는 80.58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모두 80달러를 넘고 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은 것은 2018년 10월 2일 80.65달러를 기록한 이래 3년 만이다.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2014년 10월 27일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다. ━ 에너지값 인상발(發) '연쇄 경기침체' 오나 에너지 가격 인상이 심상치 않은 이유는 에너지값 인상발(發) 연쇄 경기침체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봐도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에너지를 많이 쓰는 전기나 식료품 등 각종 상품 가격에 고스란히 반영돼 물가를 높일 우려가 크다. 이에 따라 소비와 생산이 동반 허락하면서 경기가 다시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얼어붙었던 경기가 백신 접종 등으로 각국이 순차적으로 위드 코로나 정책을 시작하면서 가까스로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는데, 에너지발 스태그플레이션이 다시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유럽의 경우 겨울이 다가오면서 난방용 가스값 인상은 민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각국 정치 지도자들이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정작 문제는 경제 대국 중국에서 터졌다. 중국에선 석탄의 공급 부족과 가격 인상으로 화력발전소가 제대로 가동을 못 해 전국적으로 정전, 또는 제한 송전 사태를 맞고 있다. 특히 피해가 심한 곳은 중공업 시설이 몰린 동북부 랴오닝(遼寧) 성이다. 중국 당국은 랴오닝 성에 ‘일정 기간 공급 차질이 불가피하니 전력소비가 많은 기업은 보름 이상 전기 사용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 중국 31개 1급 행정구 중 20곳이 제한 송전 10월 초 현재 중국의 31개 1급 행정구(성·직할시·자치구 등 광역행정구) 중 20곳에서 산업 시설을 포함해 제한 송전이 이뤄지고 있을 정도다. 놀라운 것은 이 1급 행정구 20개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66%나 된다는 사실이다. 중국의 전력난은 최대 석탄 산지인 산시(山西) 성에서 폭우와 홍수를 비롯한 자연재해로 60개 이상의 탄광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빚어졌다. 중국의 전력난은 지난해 중국 전체 수요의 27%인 10억6000만t을 공급한 산시 성의 석탄 공급 감소와 함께 중국이 정치적인 이유로 호주산 석탄 수입을 중단한 데서 찾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국과의 경쟁을 의식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그린 경제에 박차를 가하면서 석탄 생산을 위한 투자를 줄인 것도 원인의 하나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내년 2월의 베이징 겨울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의 대기 오염 수준을 낮추기 위해 석탄을 비롯한 화석연료의 공급을 줄였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음 달 중순 북부 지역부터 중앙난방이 시작된다. 석탄 수요가 더욱 늘 수밖에 없다. 결국 중국 당국은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극약 처방 카드를 꺼내 들었다. 주민용은 10%, 농업용은 15%, 에너지 다소비 업종용은 최대 20%까지 각각 올리기로 했다. 당장은 그린 정책보다 에너지 공급이 우선인 상황이 된 셈이다. 중국의 전력난은 올해 성장 전망치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8.2%에서 7.8%로 낮췄고, 노무라증권도 8.2%에서 7.7%로 하향 조정했다. 0.4~0.5% 하향은 적지 않은 수치다. 문제는 중국이 러시아를 비롯한 다양한 나라를 대상으로 석탄 물량을 추가 확보하기 위해 뛰고 있지만, 이런 상황이 내년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는 사실이다. 중국의 전력 생산에서 화력 발전이 차지하는 비율이 2020년 기준 56%에 이른다. 대부분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석탄을 사용한다. 16.8%를 차지하는 수력발전이나 2.3%의 원전을 아무리 추가 가동해도 이를 메울 수 없다. 중국은 지난해 연말 기준 48기의 원전을 가동 중이며 현재 17기를 추가 건설하고 있지만, 당분간은 화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중국은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탄소 중립을 이루기 위해서도, 고질적인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도, 그리고 에너지 자립과 안보 차원에서도 원전 건설은 중국에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실은 당분간 석탄을 이용하는 화력발전에 경제성장을 위한 전력의 상당수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 유럽의 ‘脫탄소’→가스 의존→러시아 입지강화 유럽에서 가장 먼저 위기의 징조를 보인 곳이 영국이다. 영국은 유럽에서 에너지발 가시적인 위기가 가장 먼저 드러난 국가다. 영국은 9월 말 주유소에 기름이 떨어지는 주요 대란을 겪으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표면적으로는 코로나 팬데믹과 브렉시트로 인한 인력난으로 유류 트럭을 운전할 기사를 구하기 힘들어진 게 원인이다. 최대 정유사인 BP가 운영하는 1200개의 주유소 가운데 3분의 1에서 석유가 동나 일부는 아예 영업을 중단하고 주유소를 폐쇄하는 일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트럭 기사 구인난을 넘어서는 유럽발 에너지 위기의 시작일 뿐이었다. 그나마 영국은 시스템과 글로벌 유통망을 주도하는 국가라 주유소 사태 정도로 끝났다. 유럽은 초조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선도적으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탄소 제로 활동에 들어간 유럽은 풍력‧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발전소를 많이 지었다. 문제는 풍력이나 태양열 등 자연에 의존하는 신재생 에너지 발전소는 바람이 불지 않거나 일조량이 적을 경우 충분한 발전을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이에 대비해 통상 같은 용량의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백업용으로 건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전 사태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 세계에서 석탄‧석유‧가스 가격이 들썩이는 상황에서 유럽에는 바람이 충분히 불지 않았다. 이 때문에 백업으로 설치한 예비 LNG 발전소가 가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가스값이 폭등하면서 각국은 비용 부담에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원자력 발전이 전체 전력의 75% 수준인 프랑스에서 유럽 전력망을 통해 전기를 빌려 쓸 수밖에 없다. 사실 유럽에선 LNG 발전과 함께 프랑스의 원전 전기가 신재생 발전소를 뒷받침하는 백업 시설인 셈이다. 독일 정부가 탈원전을 추진하는 데 가장 힘이 된 것도 원자력 강국인 이웃 프랑스의 원전 전기인 셈이다. 유럽 전체가 자신 있게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에 나선 뒷배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은 유럽의 가스 의존도를 높여 최대 가스 공급국가인 러시아의 정치적인 발언권을 높이는 의외의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한때 ‘에너지 차르’로 불리면서 날씨만 추워지면 유럽을 상대로 정치적인 압박을 가해왔다. 그러다 2014년 우크라이나령 크림 반도를 합병하면서 유럽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면서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었다. 국내총생산(GDP)이 한국에도 밀려 세계 11위로 떨어졌다. 결국 유럽의 높은 가스 의존도와 글로벌 에너지 가격 폭등은 러시아와 푸틴의 입지를 강화해주는 묘한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럽이 도덕적인 의도로 추진해온 탈 탄소 그린 정책이 높은 가스 의존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비도덕적인 국가로 비난하며 경제제재까지 했던 러시아의 목소리를 높여주는 아이러니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4월의 대선을 6개월 앞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2일 SMR(소형모듈화원자로) 개발에 30억 유로를 투입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저탄소 비행기를 비롯한 첨단기술 개발과 스타트업 지원에 앞으로 5년간 300억 유로를 투입하는 경기 부흥책을 발표하면서 SMR 개발을 앞세웠다. SMR은 한국의 두산중공업이 제조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두산은 대형 원전에 들어가는 한국형 원자로인 APR-1400을 개발해 미국의 인증을 받았으며 안전 기술 등이 훨씬 진보한 APR+도 개발한 세계적인 원전기술 기업이다. 미국 외의 나라에서 개발한 원자로가 미국 원자력위원회의 인증을 받은 것은 APR-1400이 세계 최초다. 그런 두산중공업도 국내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일감이 줄자 소형인 SMR에 투자해 관련 기술도 비축했다. SMR은 국토가 넓어 송전 설비 설치에 비용이 많이 드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중앙아시아 국가를 비롯한 국토가 넓고 인구가 희박하거나 몇몇 도시에 몰려 있고 중간에 거리가 있는 국가에서 효율이 높다. 예로 국토가 좁은 아랍에미리트(UAE)가 APR-1400을 4기 가동할 예정인데, 국토가 넓은 사우디에는 SMR이 더욱 비용편익상 유리할 수 있다. 탈석유 시대에 대비해 사우디에 미래 산업 시대를 열려는 무함마드 빈살만(MBS) 왕세자로선 군침이 당기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미국이 호주에 원자력 잠수함 기술을 제공하기로 하면서 이미 수주했던 재래식 잠수함의 대호주 수출이 무산된 프랑스의 마크롱은 한국 등과 손잡고 SMR을 개발해 중동 등에 진출할 구상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마크롱은 내년 4월의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극우 세력의 도전을 받고 있다. 그런 마크롱으로선 원자력 기술 개발을 앞세워 글로벌 전략을 펴는 강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줘 할 개연성이 충분하다. 이는 일자리 마련에도 크게 기여할 수밖에 없다. 이는 한국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처럼 글로벌 에너지 위기는 한국에 거대한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원자력 기술은 경제를 키우고 일자리를 양산하는 소중한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은 에너지의 지정학과 지경학이라는 도전 앞에 놓였다.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ag.co.kr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ag.co.kr

2021.10.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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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석탄 선언'한 은행·보험사, 10년간 석유·천연가스에 19조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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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과 보험사들이 지난 10년간 석유와 천연가스에 19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사들이 탈석탄금융선언을 하면서 대체 에너지원인 석유와 천연가스에 집중 투자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6일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각 금융사들로부터 금융감독원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10년간 국내 은행과 보험사의 석유·천연가스 투자액이 19조2909억원에 달했다. 업권별로 보면, 은행이 12조79억원, 보험사가 7조2830억원을 투자했다. 2050 탄소중립 선언을 계기로 금융사들의 탈석탄금융선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석탄의 대체 에너지원으로 석유와 천연가스가 주목받고 있다. 문제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석탄 다음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다는 점이다. 2018년 기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 중 석유에 의한 것이 33.8%, 가스에 의한 것이 20.6%로 절반 가량이 석유와 천연가스에서 나오고 있다. 석탄 산업에 대한 금융투자 수요는 급감한 반면, 석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기후위기 위험성은 아직 알려지지 않아 금융사들은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석유·천연가스 투자현황을 금융사별로 보면, 은행의 경우 농협은행이 4조4729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우리은행 2조1142억원, 하나은행 1조9689억원, 국민은행 1조5992억원 순이었다. 보험사의 경우에는 삼성생명 1조3906억원, 교보생명 9807억원, 현대해상 6097억원 순이다. 에너지원 별로 살펴보면, 은행의 경우 전체 12조79억원 중 63%인 7조6189억원을 천연가스에, 34%인 4조1577억원을 석유에 투자했다. 보험사의 경우 전체 7조2830억원 중 77%인 5조6135억원을 천연가스에, 15%인 1조1189억원을 석유에 투자했다. 사업부문 별로 보면 은행은 발전부문에 24%, 조선에 21%, 파이프라인(터미널) 사업에 17%를 투자했고, 보험사는 발전부문에 42%, 파이프라인(터미널) 부문에 30%, 조선에 18%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형배 의원은 "석탄은 시민사회의 지적으로 시장에서 많이 퇴출됐으나 석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투자는 현재진행형"이라며 "금융사들이 탈석탄금융선언을 넘어 탈석유천연가스 선언을 미리 준비하고 출구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2021.10.0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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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경제 대예측 | 세계 경제 흔들 주요 변수 - 국제유가] 수급에 큰 변화 없이 가격 안정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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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가채매장량 계속 증가… 사우디조차 탈석유 시대 대비 중 유가는 장기적으로 골디락스 상태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너무 높지도 너무 낮지도 않은 적당한 가격에서 유가가 등락한다는 말이다. 골디락스는 영국 전래동화 에서 따온 표현으로, 너무 뜨겁지도 않고 너무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상태를 일컫는다. 거시경제가 골디락스 상태라는 말은 경제가 과열되지 않고 성장한다는 뜻이다.유가의 골디락스 상태는 진폭이 과거보다 좁은 유가 그래프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즉, 2020년 유가 그래프는 과거에 비해 안정적으로 그려질 듯하다. 골디락스 유가 전망의 배경은 피크 오일 이론의 반전과 석유 가채매장량의 증가다.원유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이는 피크 오일(peak oil) 개념의 변천에서 확인된다. 피크 오일은 매장량이 한정된 세계 석유 생산량이 최고 수준에 와 있거나 최고 수준에 가까워졌기 때문에 감소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이론으로 제시되었다. 미국 지질학자 매리언 킹 허버트가 이 이론을 제시했다. 허버트는 시카고대학에서 지질학 박사 학위를 받고 컬럼비아대학 강단에 섰다가 셸오일을 거쳐 미국 지질조사국에서 활동했다. 그는 1956년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이 이론을 내놓고 “미국의 석유 생산은 1965년과 1970년 사이에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이론은 ‘허버트 피크’라고도 불렸다.이제 피크 오일은 ‘생산량’이 아니라 ‘수요량’이 감소하는 시점을 얘기하는 개념으로 활용된다. 세계 석유 수요 곡선의 정점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전망으로 바뀐 것이다. 새로운 피크 오일 이론에 따르면 매장된 석유는 써서 고갈되는 게 아니라 상당 물량이 쓰이지 않은 채 남게 된다. ━ 피크 오일 이론의 반전 ‘뉴 피크 오일’은 ‘피크 오일’만큼이나 간단한 이론이다. 우선 수송용 석유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 수요에서 수송용은 55%를 차지한다. 이 밖에 석유 수요는 산업용 30%, 기타 15%로 구성된다. 전기차가 보급될수록 수송용 석유 수요가 줄어든다. 수송용 석유 수요는 물량이 줄어들기 전에 비중부터 감소할 것이다. 또 신재생 및 천연가스 에너지가 더 많이 만들어지고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두 에너지원은 석유나 석탄보다 친환경적이라는 점에서 정책 지원도 받고 있다. ‘BP 에너지 아웃룻 2018’ 자료에 따르면 2040년까지 세계 에너지에서 석유의 비중은 33%에서 27%로 줄고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한 기타의 비중은 11%에서 21%로, 천연가스는 24%에서 26%로 확대된다.패러다임 혁명은 대개 새 이론이 등장하고 무시 및 배척 당하다 세력을 얻고 확장한 끝에 승리를 거두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새로운 피크 오일로의 전환은 이런 과정을 밟지 않았다. 피크 오일 수요는 이렇다할 갈등이나 마찰, 충돌 없이 새 패러다임의 지위에 올랐다. 일례로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석유 수요 피크를 애써 무시했지만, 스스로는 탈석유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공개를 추진했다. 아람코는 2019년 11월 초 배포한 기업공개(IPO) 설명서에서 피크 오일을 위협 요소로 꼽았다.새로운 피크 오일의 시기는 언제로 예상되고 있을까.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2019년 11월 초 기사에서 석유 수요 정점론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와 가장 먼 시기는 대략 20년 차이난다고 전했다. 노르웨이의 국영석유기업 에퀴노르가 그 시점을 가장 가깝게 전망한다. 에퀴노르는 “석유 수요는 빠르면 2020년대 말 정점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석유 소비가 2030년쯤 정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주요 석유 기업들은 2040년 무렵을 정점이라고 내다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최소 20년 동안 석유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아람코는 IPO 설명서에서 “향후 20년 내 석유수요 정점이 닥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옛 피크 오일의 전제는 석유 매장량이 한정되어 있다는 인식이었다. 그러나 기술 발달과 유가 상승에 따라 발견하고 뽑아낼 수 있는 석유 매장량이 계속 증가해왔다. 이와 관련해 쓰이는 개념이 가채매장량이다. 가채매장량은 현재의 채취 방법과 현재의 원가·가격 수준으로 개발할 수 있는 매장량을 뜻한다. 가채매장량은 피크 오일을 비웃듯 계속 늘어났다. 시추공을 수직에 이어 수평으로 뚫는 혁신이 이뤄졌고 기존 유전에서 더 많은 원유를 회수하는 기술도 개발됐다. 가장 최근의 혁신은 셰일 오일가스다. 셰일 오일·가스는 미국이 에너지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돌아설 정도로 큰 변화를 일으켰다.세계 에너지 전략가 대니얼 예긴은 2010년에 쓴 에서 원유 공급 물량이 왜 늘어나는지 설명한 뒤 “결론적으로 말하면 석유가 고갈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전 세계에 매장된 석유의 양에 대한 추정치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며 다음 집계를 소개했다. “19세기에 석유산업이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생산된 석유의 양은 약 1조 배럴이다. 현재 남아 있는 석유 자원은 적어도 5조 배럴로 여겨진다. 그중 1조4000억 배럴은 추가 확인된 매장량이다.” 그가 책을 낸 이후 9년이 지났다. 현재 가채매장량은 5조 배럴보다 많을지도 모른다.수급 원리에 새로운 피크 오일과 증가하는 가채매장량이라는 변수를 추가하면 장기 유가 전망이 나온다. 앞으로 유가는 과거와 같은 급등세를 보이기 어렵다. 급락하는 사태도 발생하기 어려운 것이, 대개 가격의 급락은 수급에 더해진 심리적인 요인으로 값이 치솟은 다음에 오는 조정이기 때문이다.수급에 심리가 더해져 유가가 하루 다르게 솟구치다 수요가 감소하면서 곤두박질친 때가 201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이다. 유가는 2017년 7월 배럴당 130달러대로 올랐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2년 내 200달러까지 상승한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유가는 급전직하했다. 반 토막보다 더 떨어져 배럴당 40달러대까지 기록했다. ━ 유가 그래프, 좁은 진폭에서 그려질 듯 유가는 장기적으로 과거보다 좁은 가격대 사이에서 오르내릴 것으로 예상한다. 필자는 2018년 유가는 소폭 오르지만 안정적인 구간에서 완만하게 등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구체적으로는 “2018년 국제유가는 2017년보다 구간을 소폭 높여 주로 60달러 선을 중심으로 오르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급 변수로 세계 경제 활력 회복,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한 원유 공급 조절, 그리고 미국의 셰일오일 공급을 들었다. 앞의 두 변수는 가격을 밀어올리는 반면, 셰일오일은 가격 상승 압력을 누그러뜨린다고 분석했다. 2018년 유가 그래프를 보면, 유가는 필자 예상보다 더 높게 올랐고 예상보다 더 가파르게 떨어졌다. 배럴당 70달러선을 넘었다가 40달러대로 하락했다. 필자의 예상은 2019년에 더 들어맞았다. 2019년에는 유가 그래프가 2018년보다 좁은 진폭 속에서 예상과 얼추 비슷하게 그려졌다. 2020년과 그 이후의 유가 그래프는 2019년보다 더 안정적으로 그려지리라고 예상한다. 전례 없는 일이 아니다. 1960년대는 대부분 시기에 유가가 별로 등락하지 않았다.- 백우진 글쟁이주식회사 대표

2019.12.29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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