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CONOMIST

34

고려디앤엘 앞세워 승계 속도 내는 LF…내부거래 발목 잡나

산업 일반

#LF가 구본걸 LF 회장의 장남 구성모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고려디앤엘을 앞세워 경영 승계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내부거래가 향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생력이 떨어지는 고려디앤엘이 LF 지분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과정에서 행동주의펀드 등 외부의 견제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디앤엘은 지난 1일부터 12일까지 LF 보통주 10만8074주를 장내 매수했다. 이에 따른 고려디앤엘의 LF 지분율은 8.96%다. 이로써 고려디앤엘은 구 회장 동생 구본순 전 고려조경 부회장(8.55%)를 넘어 LF 2대 주주에 올라섰다. 고려디앤엘은 지난해 7월 LF네트웍스에서 인적 분할된 회사로 조경공사와 조경관리, 원예판매 등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분할 당시 LF네트웍스 보유 LF 주식 180만6000주는 고려디앤엘로 전부 이전됐다. 고려디앤엘의 최대주주는 구본걸 회장이었지만 지난해 10월 구성모씨가 지분 91.58%를 확보하며 변경됐다. 다만 4세 승계 과정에서의 중요성과 별개로 고려디앤엘의 상황은 좋지 않다. GS를 비롯한 범 LG가의 지원을 바탕으로 일감을 수주하고 있지만 수익을 전혀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고려디앤엘은 지난해 252억원의 매출이 발생했음에도 3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고가 274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극적인 실적 개선을 꾀하긴 어렵다는 평가다. 사실상 고려디앤엘의 자생력이 부족하다는 뜻으로 내부거래를 통한 승계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고려디앤엘이 지난해 대규모 단기차입에 나선 것도 이같은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자금 상황이 여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LF의 지분은 매입해야 하니 금융기관과 오너일가로부터 돈을 빌려올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디앤엘은 지난해 한국증권금융(253억원)과 구본걸 회장(33억원), 구성모씨(25억원)로부터 총 311억원을 차입했다. 이처럼 고려디앤엘의 내부 의존도가 높은 탓에 행동주의 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움직임도 승계에 불안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최근 LF 지분을 빠르게 늘리면서 향후 지배구조 개선 등을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 3월까지 LF 지분을 6.11%까지 늘리면서 영향력을 확대했다. 실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과 BYC 등 일부 기업들의 지분을 확보한 이후 지배구조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이는 고려디앤엘 등 비상장사를 활용해 승계 작업을 꾀하고 있는 LF 입장에서 불안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의 LF 투자목적이 ‘일반투자’라는 점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싣는다. 일반투자의 경우 단순투자와 달리 임원 보수에 대한 지적이나 배당금 확대 등을 제안할 수 있어 보다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 투자보유 목적은 단순투자와 일반투자, 경영참여 등 세 가지로 나뉜다.이와 관련 LF 관계자는 “공시된 내용 외에는 설명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2023.06.15 06:30

2분 소요
화두는 던졌는데…‘절반의 성공’ 그친 행동주의펀드

증권 일반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 ‘파란’을 예고했던 행동주의펀드들이 낙제점을 받았다. #KT&G, #태광산업, #JB금융지주, #BYC 등 행동주의펀드가 점찍은 기업 대부분은 주총에서 펀드가 아닌 회사 측의 압도적 승리로 끝났다. 주주 행동주의를 표방하며 소액 주주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데엔 성공했지만, 결국 이익 실현을 목표로 할 수밖에 없는 펀드의 한계가 드러난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마무리된 3월 주총 시즌에서 트러스톤자산운용, 안다자산운용,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얼라인파트너스, 밸류파트너스 등 행동주의펀드들은 표 대결에서 대부분 고배를 마셨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태광산업 주총에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주주 제안한 액면분할, 주당 1만원 현금배당, 자사주 매입 등 3개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같은달 24일 진행된 BYC 주총에서도 트러스톤은 액면분할, 배당확대, 자사주 매입, 감사위원 선임 등의 안건을 상정했지만 표 대결에서 패했다. 안다자산운용과 FCP의 공격을 동시에 받은 KT&G 역시 지난달 28일 열린 주총에서 현 이사회 측의 안건이 모두 통과되며 압승을 거뒀다. 안다자산운용과 FCP는 각각 현금배당 7867원과 1만원을 제안했지만, 투표 결과 KT&G 이사회가 제안한 현금배당 5000원이 출석의결권 수의 68.1%의 동의를 얻어 통과됐다. FCP가 제시한 1조2000억원 규모 자기주식 매입안 역시 출석의결권 수의 33.6%의 동의를 얻는 데 그쳤다. SM엔터테인먼트 지배구조 개선에 목소리를 높이며 주목받은 얼라인파트너스가 참전한 JB금융지주 주총 결과도 싱겁게 끝이 났다. JB금융은 지난달 30일 진행한 주총에서 이사회가 제안한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 승인 ▲정관 변경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등이 원안대로 가결됐다. 소액주주들과 힘을 모았던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역시 #KISCO홀딩스 주총에서 고배를 마셨다. KISCO홀딩스의 경우 행동주의펀드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과 소액주주연대가 제시한 주총 안건을 거절하면서 밸류파트너스 측이 가처분 소송을 제기,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서 반전이 점쳐졌으나 결국 회사 측이 제안한 안건만이 주총 문턱을 넘었다. 다만 #남양유업 주총에서는 이변이 나왔다. 지난달 31일 열린 주총에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추천한 심혜섭 변호사가 상근 감사로 선임하는 안이 찬성 12만표로 통과됐다. 반면 남양유업 경영진이 추천한 심호근 남양유업 상근감사 재선임 안건은 부결됐다. 차파트너스가 제안한 4개 안건 중 감사 선임의 건을 제외한 나머지 3건은 부결됐지만, ‘오너 리스크’에 지친 소액주주들의 표가 이변을 만들어낸 셈이다. 목소리 커진 행동주의 캠페인…평가는 엇갈려올해 행동주의펀드들의 성과는 ‘절반의 성공’으로 요약된다. 주총을 앞두고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지배구조 개선 등을 제안하며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얻어냈지만 최종적으로 주총 문턱에서 이들의 표 집결엔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주가가 단기 급등하면서 시세 차익을 얻으려는 불개미들이 뛰어들었다. 결과적으로 행동주의펀드가 부르짖은 중장기 기업 개선보다는 단타꾼들의 배만 불린 격이 됐다. 행동주의펀드의 ‘먹튀’ 우려도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펀드는 이익 추구를 최우선 가치로 둘 수밖에 없기에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한 뒤 이를 매도해 차익을 실현할 거란 우려다. 실제 SM과 오스템임플란트, KT&G 등 행동주의펀드가 전면에 나선 기업들의 주가는 크게 흔들렸다. 대부분 행동주의펀드의 참전 이후 주가가 급등하고, 주총 이후 급락하는 패턴을 보였다. 양일우 삼성증권 ESG연구소 팀장은 “수익률은 펀드의 기본적인 목표다. 한국 행동주의 펀드의 수익률은 2021년 이후 높아진 경향이 있지만, 대부분 지분 매입 경쟁 있었던 경우였다”라며 “한국 증시엔 저평가된 기업은 많지만,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초기 성장기를 지나면 행동주의 펀드의 확산이나 수익률이 투자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주행동주의가 전문성과 책임성을 갖지 않은 채 단기 수익만을 추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될 경우, 다른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회사에 손해를 야기시킬 수 있다”며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도) 기업의 미래 성장을 위해 활용해야 할 자원을 주주에게 전달하면서 기업의 장기적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3.04.03 15:37

3분 소요
“위기에 처했을 때 흔들리지 않는 법을 익혀라”…위기에도 오뚝이처럼 일어선다

산업 일반

이코노미스트 데이터랩(Data Lab)은 지난 2월 '111클럽' 기획을 발표한 바 있다. 데이터랩의 두 번째 기획은 국내 매출 상위 2000대 상장사 중 올해 기준으로 60년 전통을 가진 기업 177곳 중 (2021년 기준) 연 매출 5000억원, 영업이익 500억원 이상을 기록한 상위 10%의 기업을 선정하는 것이다. 총 46곳의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변화와 도전을 멈추지 않은 한국경제의 주역들이다. 이코노미스트 데이터랩은 이 기업을 '장수(長壽) 기업' 대신 '장신(長新)' 기업이라 이름 붙였다. 대한민국 대표 섬유·석유화학 기업인 태광산업이 ‘이코노미스트’가 선정한 장신(長新) 기업에 포함됐다. 국내 매출 상위 2000대 상장사 중 올해 기준으로 6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회사는 170곳이다. 여기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000억원, 500억원(지난 2021년 기준)을 넘는 장신 기업은 50곳도 되질 않는다. 이 기준을 충족하는 석유화학 기업은 한화, KCC, 태광산업뿐이다.섬유 회사의 70년 장수 비결태광산업은 올해 창립 73주년을 맞은 국내 대표 장수기업 중 하나다. 국내 섬유·석유화학의 미래를 이끌며 글로벌 초우량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는 태광산업은 국내 최초의 아크릴 합성공장 설립, 국내 최초 스판덱스 생산, 국내 유일 탄소섬유 생산 등 ‘최초’, ‘유일’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대한민국 섬유·석유화학 산업의 도약을 이끌었다.태광산업의 역사는 1954년 시작됐다. 고(故) 일주(一洲) 이임용 회장(1921~1996년)은 1950년 10월 모직물 생산 기업인 동양실업 지분을 인수하며 섬유사업에 발을 들였고, 1954년 7월 부산 문현동에 태광산업사를 세우며 독자경영에 나섰다. 지금의 사명인 태광산업으로 변경된 것은 1961년이다. 그해 9월 15일 법인을 설립하면서 사명이 변경됐다.회사 설립 후 10여 년 동안 사업기반을 구축했다. 공장 설립과 기업 인수 등을 통한 공격적인 외형 확장에 나섰다. 1962년 무역업을 시작한 태광산업은 이듬해 부산에 소모방을 생산하는 가야공장을 설립했다. 1967년에는 울산 아크릴공장, 1969년에는 부산 동래공장을 준공하며 생산시설을 점차 늘려갔다. 외형 확장에 성공한 이임용 회장은 1970년대부터 사업다각화에 나섰다. 그는 산업을 통해 국가를 일으키겠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1937년 이임용 회장이 16살의 나이에 홀로 일본으로 건너가 6년간 밤낮없이 일, 공부를 하며 느낀 것이다. 이는 태광이 향후 섬유, 석유화학, 방송, 금융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게 되는 밑거름이 됐다.물론 기존 섬유사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집중했다. 1975년 태광이 대한화섬을 인수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같은 해 태광산업은 한국증권거래소에 상장하기도 했다. 1997년에는 부산 반여공장을 설립하며 설비확장에 집중했다. 이 같은 투자가 결실을 이룬 것은 1979년이다. 그 해 태광산업은 국내 최초로 스판덱스 생산에 성공했다. 단순히 국내 최초에 머문 것도 아니다. ‘최고의 품질’을 강조한 이임용 회장은 태광산업을 단기간에 스판덱스 글로벌 2위(점유율 17%)까지 끌어올렸다. 1989년에는 화섬직물 대구공장을 인수하며 설비확장도 지속했다.1990년대에는 국내 최초로 섬유·석유화학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시기다. 태광산업은 1995년 울산에 PTA를 생산하는 석유화학 1공장을, 2년 뒤인 1997년에는 프로필렌, 아크릴로니틸 등을 생산하는 석유화학 2·3공장까지 준공하며 섬유·석유화학 수직계열화에 성공했다. 이 시기 태광산업은 울산공장 내 태광기술연구소, 대덕연구단지에 태광중앙연구소도 설립하며 기술 경쟁력 확보에도 집중했다. 국내 섬유산업이 급격한 하향세로 접어든 90년대 기술개발과 과감한 투자를 펼치며 위기를 극복하는 발판이 됐다.도전과 혁신으로 위기 극복“숲을 이루기 위해 멀리 보라”, “위기에 처했을 때 흔들리지 않는 법을 익혀라” 이임용 회장이 직원들에게 줄곧 강조해온 말이다. 태광산업은 70여 년의 역사 동안 숱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임용 회장이 강조한 도전과 혁신을 통해 위기 극복에 성공해왔다.대표적인 사례는 1985년 발생한 부산 동래공장 화재 사고다. 태광산업은 공장 2만3000평이 불에 타면서 막대한 손실을 보았다. 하지만 사고 1년 만에 모든 생산설비와 시스템을 원상태로 복구시켰다. 이임용 회장은 당시 동래공장 인근에 숙소를 마련하고, 현장 복구를 직접 진두지휘했다.더욱 놀라운 점은 사고 수습 후 모든 직원(2000명)이 현장에 복귀했다는 것이다. 이임용 회장은 ‘단 한 사람도 일자리를 잃어서는 안 된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IMF, 글로벌 외환위기 등의 어려운 시기에도 내실경영을 통해 지속 성장세를 이어간 태광산업이다.절체절명의 순간에도 혁신과 도전으로 위기를 극복한 태광산업은 창업주의 뜻을 이어받아 다시 한번 재기를 노린다. 최근 이 회사는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태광산업은 지난해 약 122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 및 수요 감소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게 태광산업 측 설명이다.태광산업은 창업주 이임용 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다시 한번 혁신과 도전으로 위기 탈출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오는 2032년까지 석유화학사업에 6조원, 섬유사업에 4조원 등 총 1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태광산업 조진환(석유화학)·정철현(첨단소재, 구 섬유사업) 대표도 올해부터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예정임을 밝힌 바 있다. 조진환 대표는 신년사에서 “미래 먹거리 신사업에 대한 검증을 거쳐 이른 시일 내 성장 발판이 마련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친환경 섬유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성장성 높은 첨단소재 육성에 자원을 집중해 사업구조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3.03.27 13:00

4분 소요
은행도 엔터도 ‘백기’…기업 떨게 하는 ‘그 이름’

증권 일반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Activism Fund)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는 수익률에만 주력하던 기존 펀드의 관행에서 벗어나 기업 경영에 적극 개입한다. 자금력을 동원해 회사의 지분을 확보하고 회사의 해묵은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거나, 때로는 무능한 경영진을 몰아낸다. 한진그룹, SM엔터테인먼트, 7대 금융지주, KT&G 등 수많은 기업들이 행동주의 펀드의 압력에 환골탈태하고 있다. 한때 ‘기업 사냥꾼’으로 통하던 행동주의 펀드의 이미지도 이제는 소액 주주를 대표하는 ‘변호인’으로 탈바꿈한 모습이다. 최대주주나 오너 일가에 밀려 발언권을 내기 어려운 소액 주주를 대신해 목소리를 내면서다. 행동주의 펀드가 개입한 기업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소액 주주들 사이에선 행동주의 펀드의 ‘강림’을 기다리는 분위기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수익률을 최우선으로 삼는 펀드에게 주주 대변이란 그저 명분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외국계 헤지펀드 놀이터 된 2000년대 행동주의 펀드는 2000년대 미국에서 본격화됐다. 엘리엇, 소버린, 헤르메스, 칼 아이칸 등 2000년대 국내에서 이름을 알린 행동주의 펀드도 외국계 헤지펀드였다. 이들은 초반엔 자본력이 약한 회사를 상대로 경영권 개입에 나섰으나 자본이 모이면서 대기업으로 눈을 돌렸다. 해외에선 제너럴일렉트릴(GE), 포드자동차, P&G, 유니레버(Unilever), 셸(Shell) 등이 표적이 됐고, 국내에서도 SK, 삼성, 현대차 등 대기업이 주된 목표물이 됐다. 당시만 해도 행동주의 펀드는 ‘기업 사냥꾼’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국내에선 주주 행동주의가 익숙하지 않았던데다, 외국계 헤지펀드들이 지나치게 단기 시세 차익에만 집착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며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아닌, 주가가 오르자마자 팔고 떠나는 ‘먹튀’ 성격이 강했다. 2003년 SK를 공격한 영국계 헤지펀드 소버린자산운용은 SK 주식 14.49%를 확보하고 경영진을 압박했다. 이들은 SK가 출자전환을 통해 부실 계열사를 지원하고 있다며 최태원 회장과 손길승 회장, 김창근 사장 등 경영진 퇴진을 요구했다. 당시 SK는 백기사(우호세력)는 물론 고등학교·대학교 동문까지 총 동원해 경영권 방어에 1조원 가량을 쏟아부었다. 그 사이 소버린은 주가가 오르자 주식 전량을 매각해 9000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떠났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한 엘리엇도 사정은 비슷했다. 당시 엘리엇은 주식 매집 과정에서 5% 공시의무를 회피할 목적으로 총수익스왑(TRS)이라는 파생금융상품을 활용했는데, 5% 이상 지분을 확보해 공시를 해야했음에도 이를 위반한 혐의로 금융당국에 의해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1999년 SK텔레콤을 공격한 미국계 헤지펀드 타이거펀드를 비롯해 2004년 삼성물산(헤르메스), 2005년 KT&G(칼 아이칸), 2015년 삼성물산·2016년 삼성전자·2018년 현대차(엘리엇) 등도 사실상 투기 자본의 단기 시세차익 추구로 일단락됐다. 2006년 최초의 토종 행동주의 펀드로 라자드자산운용의 한국지배구조개선펀드, 일명 ‘장하성 펀드’가 등장했지만 이같은 분위기를 바꾸진 못 했다. 장하성 펀드는 외국계 헤지펀드와 달리 소액 주주 권익 보호, 지배구조 개선 등에 힘썼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2012년 자금력 부족으로 보유 주식을 모두 유동화하고 결국 청산되고 말았다. 토종 행동주의 펀드의 서막부정적 이미지의 변화 기류가 포착된 건 2018년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연기금·보험사·자산운용사 등 기관 투자자가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적인 참여를 권고한 모범 규준이다. 그간 기관의 소극적인 의결권 행사가 국내 증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를 불러왔다는 지적을 컸고 이를 해결하고자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됐다. 이후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 설립을 필두로 토종 행동주의 펀드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KCGI(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는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을 거친 강성부 대표가 만든 행동주의 사모펀드다. 문자 그대로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목표로 내걸었다. 2018년 11월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 후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촉구하며 이름을 알렸다. 당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조현민 한진 사장의 ‘물컵 갑질’ 등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부적절한 행동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었던 만큼 KCGI의 행보는 더욱 주목받았다. 2018년 첫 지분 취득 이후 KCGI는 그레이스·엠마·헬레나·디니즈홀딩스 등 8개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2021년 말까지 한진칼 지분을 17.41%로 늘렸다. 2020년 KCGI는 반도건설, 조 전 부사장과 ‘3자 연합’을 결성해 한진그룹을 압박했고, 2022년 2월까지 정관변경, 사외이사 후보 선임 등의 주주 제안을 한 뒤 같은해 3월 보유지분을 매각하며 엑시트에 성공했다. 당시 KCGI는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등 장기 성장을 위한 도약대에 올라섰다고 판단해 투자금 회수를 위한 여건이 성립됐다고 판단했다”며 “3년반동안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및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힘써왔다”고 밝혔다. KCGI는 DL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2019년 9월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32.6%를 확보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선 KCGI는 DL에 대해 “낮은 배당 성향과 수익률로 주주 이익 환원에 소홀히 하고 있다”며 “그룹 내 잔존하는 경영 비효율성을 개선하고 투명한 기업문화를 정착시켜 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이후 KB자산운용, 얼라인파트너스, 트러스톤자산운용,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안다자산운용 등 토종 행동주의 펀드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19년 KB자산운용이 SM엔터테인먼트에 요구했던 이수만 총괄 개인회사 라이크기획 관련 문제는 지난해 얼라인파트너스가 조기 계약 종료를 이끌어내며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었다.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의 흥국생명 유상증자 참여 철회를 끌어냈고, FCP와 안다자산운용은 KT&G에 한국인삼공사의 분리 상장을 촉구하고 있다.행동주의 펀드의 개입은 곧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KCGI의 경영권 개입 선언 이후 한진칼 주가는 2020년 한 해동안 3만9950원에서 6만3100원으로 57.95% 뛰었다. 얼라인의 타깃이 된 SM엔터테인먼트(15.29%), JB금융지주(21.73%), 우리금융지주(13.78%), DGB금융지주(15.41%), KB금융지주(20.59%), 신한지주(23.76%), 하나금융지주(20.59%), BNK금융지주(12.78%) 등도 올해 들어 10~20%대 상승률을 보였다.“이익 추구할 뿐vs기업·주주 모두 윈윈”국내 자본시장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성공 사례가 늘고 있지만 평가는 아직까지 엇갈린다. 단기 이익만 추구하는 기업 사냥꾼에서 주주 가치 변호인으로 이미지가 개선된 건 사실이지만, 수익성을 최대 가치로 삼는 사모펀드의 본질을 고려하면 사실상 명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행동주의 펀드들이 소수 지분으로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헤지펀드 행동주의가 주주와 경영진 간의 대리비용을 줄여주고 주주가치를 높인다는 견해가 많이 있지만, 일단 헤지펀드들의 단기 실적주의는 세계 공통적인 현상”이라며 “단기간의 투자 자본 회수를 원하는 헤지펀드의 공격으로 기업들이 연구개발(R&D) 분야 비용지출을 줄이고,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늘린 반면 시설 투자와 고용마저 줄이는 사례도 있다”고 짚었다. 최 교수는 “행동주의 펀드의 개입은 단기적 주가 상승을 부르지만 이러한 이익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회사의 성장과 가치창조를 희생한 대가”라며 “진정한 기업가치의 상승이 아니라 회사 매각, 추가 배당, 자회사 매각, 고용 감소, 자본 지출과 연구개발 투자의 감축 등을 통해 결국 회사는 장기적 실적 감소와 직원의 사기 저하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선구자 격인 미국·유럽에선 행동주의 펀드의 실패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맥도날드, 해즈브로(Hasbro), 셰브론, 엑손모빌이 대표적이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칼 아이칸으로부터 동물 복지를 이유로 이사진 교체를 요구받았지만 기존 이사진 12명을 재선임하는 데 성공했다. 장난감 기업 해스브로는 지분 2.5%를 보유한 행동주의 펀드 알타 폭스(Alta Fox)의 회사 분할 요구, 이사진 교체 등을 요구 받았지만 주총 대결에서 승기를 잡았다. 셰브론과 엑손모빌 주주들도 행동주의 펀드의 제안을 부결시켰다. 국내 금융지주 계열 자산운용사들의 경우 모회사의 입김에 적극적인 주주 제안에 나서기 어려울 거란 한계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행동주의 펀드들은 적극적인 주주 개입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이끌어올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질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주주 이익을 제고하면 기업의 자금 조달이 쉬워지면서 결국 기업과 주주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우리나라는 구조적으로 주가가 저평가된 기업이 많다. 주주제안은 주주와 국가, 사회가 모두 좋은 윈윈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ESG 우수 기업에 투자하는 사회책임투자(SRI) 펀드엔 올해 들어 지난 19일까지 3200억원이 넘는 뭉칫돈이 유입됐다. 작년 인기를 끌었던 금펀드에 같은 기간 164억원이 유입된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 규모다. 주주 행동주의와 ESG 경영이 화두가 되면서 유입 자금이 늘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2023.02.13 06:00

6분 소요
태광산업 다시 때린 트러스톤…“감사위원 분리선출 위법”

재테크

행동주의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태광산업의 이사회 구성에 대해 법무부의 유권해석 결과 위법성을 확인했다고 8일 밝혔다. 지난해 말 태광산업의 흥국생명 유상증자 참여를 무산시킨 지 두 달여만에 태광산업에 대한 트러스톤의 공격이 다시 시작되는 모양새다. 트러스톤에 따르면 법무부 상사법무과는 “태광산업이 지난해 감사위원 겸 사외이사를 분리선출한 행위는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현행 상법 제542조의12 제2항은 분리선출로 선임한 감사위원은 1명으로 한정하고 있다.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은 소수주주를 위해 도입된 분리선출제도를 악용해 지난해 현행 법을 어기면서까지 감사위원을 추가로 분리선출하는 무리수를 뒀다”며 “태광산업이 지난해 감사위원을 분리선출한 것은 올해 소수 주주의 감사위원 선임 제안을 막기 위한 목적 때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분리선출제도란 감사위원을 겸하는 사외이사에 대해 3%룰(대주주 지분율을 3%로 제한하는 룰)을 적용해 일반 사외이사와 분리해서 선출하도록 하는 제도다. 소수 주주의 권익 보호를 위해 지난 2020년 도입됐다. 대주주 지분율이 과반이 넘는 기업에서도 소수 주주의 추천으로 감사위원을 선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수 주주 보호 제도로 꼽힌다. 트러스톤 측은 지난 2021년 분리선출로 선임된 나정인 이사의 임기가 오는 3월 만료되는데, 이 자리에 소수 주주들의 감사위원 선임 요구를 막기 위해 지난해에 미리 분리선출로 감사위원을 선임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태광산업은 트러스톤의 분리선출 요구에 대해서도 이미 분리선출한 감사위원이 있다는 이유로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의 흥국생명 유상증자 참여도 무산시킨 바 있다. 당시 태광산업은 흥국생명이 추진하는 4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할 계획이었지만,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이 흥국생명 주식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주주 가치를 훼손시킬 수 있다고 봤다. 흥국생명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지분 56.3%를 보유 중이고, 나머지 지분도 이 전 회장 일가와 대한화섬 등 관계사가 모두 보유하고 있다. 반면 태광산업은 이 전 회장이 29.4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일가와 특수관계자 지분을 합치면 지분율은 54.53%에 달하지만 흥국생명 주식은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

2023.02.08 11:17

2분 소요
보폭 넓히는 행동주의펀드…트러스톤, 태광산업 경영참여 선언

증권 일반

행동주의 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태광산업 지분투자 목적을 ‘일반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했다. 트러스톤운용은 태광산업 지분 5.80%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트러스톤운용은 전날 장 마감 이후 태광산업 보유목적을 경영참여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회사는 변경사유에 대해 “장래 태광산업에 대해 경영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목적의 행위를 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 계획을 수립하지는 않았다”며 “향후 구체적 계획이 수립되면 정정 공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러스톤운용은 공시 직후 낸 별도 입장문에서 “투자목적 변경은 갑작스럽게 이뤄진 결정이 아니다”라며 “2020년 투자 결정 이후 태광산업의 주주로서 경영진과 수차례에 걸친 비공개 면담과 주주서한을 통해 기업가치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한 대화를 시도해왔다. 하지만 우리 요청은 묵살돼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흥국생명 자금지원 논의 과정에서 태광산업의 퇴행적 지배구조와 위험요소를 확인한 만큼, 보다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펴고자 보유목적을 바꿨다”며 “이번 목적 변경은 태광산업의 경영권을 위협하기 위함이 아니며, 기관투자가이자 주요주주로서 태광산업과 시장과의 소통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외부에서 조력자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러스톤운용은 최근 태광산업의 흥국생명 유상증자 참여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고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해왔다. 트러스톤운용은 “생명보험업에 전문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태광산업이의 유증 참여는 대주주가 독식하고 위기상황만 소수 주주와 공유하겠다는 발상”이라며 “이는 일반주주의 이익을 명백히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러스톤의 견제를 의식한 탓인지, 태광산업은 결국 증자 계획을 철회했다. 태광산업은 지난 14일 공시를 통해 “흥국생명 전환우선주 인수를 검토했으나, 기존사업 혁신 및 신사업 개척에 집중하기 위해 이를 인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흥국생명 역시 28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허지은 기자 hurji@edaily.co.kr

2022.12.16 08:46

2분 소요
태광산업, 흥국생명 유상증자 철회에 4%대 강세 [증시이슈]

증권 일반

흥국생명의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태광산업이 장 초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 15일 오전 10시 8분 기준 태광산업은 전날보다 4.25%(3만1000원) 오른 76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태광산업은 계열사 흥국생명의 4000억원 규모 전환우선주 인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시했다. 태광산업 지분 5.80%를 보유한 행동주의 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흥국생명 유상증자 참여 안건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흥국생명은 최근 콜옵션 거부로 촉발된 유동성위기 해결차원에서 발행한 RP상환을 위해 태광산업을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추진해왔다. 이와 관련 트러스톤자산운용은 “ 태광산업 일반주주의 이익을 명백히 침해하는 행위”라며 “대주주가 아닌 회사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촉구한다”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유상증자를 검토했던 태광산업은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공익적 목적에 기여 안정적인 투자수익 확보를 위해 전환우선주 인수를 검토했으나, 상장사로서 기존사업 혁신과 신사업 개척에 집중하기 위해 이를 인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흥국생명은 태광산업을 제외한 태광그룹 계열사를 통해 297만주의 전환우선주를 새로 발행해 2800억원을 조달하는 제3자 유상증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홍다원 기자 daone@edaily.co.kr

2022.12.15 10:30

1분 소요
태광산업, 행동주의 펀드에 백기…“흥국생명 자금지원 안 한다”

증권 일반

태광산업은 계열사 흥국생명의 4000억원 규모 전환우선주 인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14일 공시했다. 태광산업 지분 5.80%를 보유한 행동주의 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흥국생명 유상증자 참여 안건에 제동을 걸면서다. 태광산업은 이날 공시를 통해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공익적 목적에 기여하고 현재 보유 중인 가용자금을 활용한 안정적인 투자수익 확보를 위해 전환우선주 인수를 검토했으나, 상장사로서 기존사업 혁신 및 신사업 개척에 집중하기 위해 이를 인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계획을 철회한 것이다. 앞서 트러스톤운용은 지난 13일 흥국생명의 유상증자에 참여를 검토했던 태광산업에 대해 “ 태광산업 일반주주의 이익을 명백히 침해하는 행위”라며 “대주주가 아닌 회사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촉구한다”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흥국생명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지분 56.3%를 갖고 있다. 나머지 지분도 이 전 회장 일가와 대한화섬 등 관계사가 모두 보유하고 있다. 반면 태광산업은 이 전 회장이 29.4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일가와 특수관계자 지분을 합치면 지분율은 54.53%에 달하지만 흥국생명 주식은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 트러스톤운용은 “이번 유상증자 참여와 관련해 생명보험업에 대한 충분한 전문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태광산업 이사회가 회사 이익의 극대화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외부 요인에 의해 졸속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성원 트러스톤 부사장은 “태광산업이 (원래 알려졌던 대로) 증자에 참여했다면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이나 무효확인 등 법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을 텐데, 태광산업이 현명한 결정을 내렸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허지은 기자 hurji@edaily.co.kr

2022.12.15 08:44

2분 소요
“흥국생명 유상증자 참여 말라”…트러스톤, 태광산업에 주주서한

증권 일반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흥국생명의 4000억원 유상증자에 참여를 검토 중인 태광산업 이사진에게 대주주가 아닌 회사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촉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고 13일 밝혔다. 트러스톤운용은 태광산업 이사회가 유상증자 참여를 승인할 것에 대비해 이사회결의효력정지가처분, 이사회결의무효확인 등 강력한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러스톤운용은 태광산업 지분 5.8%를 보유한 주주다. 트러스톤운용은 “오는 14일로 예정된 태광산업 이사회에서 흥국생명이 추진하는 4000억원의 유상증자 참여와 관련된 안건이 논의될 예정인 것으로 안다”며 “태광산업의 흥국생명 유상증자 참여는 태광산업 일반주주의 이익을 명백히 침해하는 행위다. 이사진에게 공정한 결정을 촉구하는 내용증명을 이날 발송했다”고 밝혔다. 흥국생명은 최근 콜옵션 거부로 촉발된 유동성 위기 해결 차원에서 발행한 RP 상환을 위해 태광산업을 대상으로 4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해왔다. 내용증명에서 트러스톤은 이번 유상증자가 상법 제542조의9 제1항에 따라 금지되는 신용공여행위라는 점을 지적했다. 흥국생명은 태광산업의 최대주주인 이호진 회장의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는 만큼, 태광산업이 흥국생명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흥국생명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면 상법 제542조의9에서 금지하는 신용공여에 해당한다는 것이 트러스톤의 설명이다. 현재 흥국생명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지분 56.3%를 갖고 있다. 나머지 지분도 이 전 회장 일가와 대한화섬 등 관계사가 모두 보유하고 있다. 반면 태광산업은 이 전 회장이 29.4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일가와 특수관계자 지분을 합치면 지분율은 54.53%에 달하지만 흥국생명 주식은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 트러스톤운용은 “이번 유상증자를 찬성한 이사는 상법 제624조의2에 따라 처벌의 대상이 되고, 상법 제634조의3에 따라 태광산업 또한 벌금을 물게 될 것”이라며 “그 경우 주주대표소송을 통해 이사에게 책임을 묻는 등 법적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유상증자 참여가 공정거래법상 계열회사 부당지원 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법상 계열회사의 지분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은 회사가 제3자 배정 방식을 통해 해당 계열회사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제3자가 인수하지 않을 정도의 고가로 주식을 인수하는 경우 ‘계열회사 부당지원행위’에 해당한다. 트러스톤 측은 “이번 유상증자 참여와 관련해 생명보험업에 대한 충분한 전문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태광산업 이사회가 회사 이익의 극대화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외부 요인에 의해 졸속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지은 기자 hurji@edaily.co.kr

2022.12.13 14:34

2분 소요
38년생 정몽구 회장 이은 '범띠' 주식부자 120명…86년생 주식갑부 정체는?

CEO

주식평가액이 100억원이 넘는 호랑이 띠 주주가 120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조사한 ‘상장사 내 호랑이 띠 주식부자 및 CEO 현황’ 결과에 따르면 100억원이 넘는 주식부자 중 30명 정도는 1000억이 넘는 주식을 보유한다. 이번에 파악된 범띠 주요 주주는 금융감독원 공시 자료 등에서 밝힌 출생년도를 기준으로 1938·50·62·74·86년 출생자를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재계에 100억원 넘는 주식재산을 보유한 범띠 주주는 122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출생년도 별로 살펴보면 1962년생이 58명으로 최다였다. 이어 1974년생(30명), 1950년생(21명), 1938년생(11명) 순으로 많았다. 내년에 우리나라 나이로 37세가 되는 1986년생 중에서도 100억원대 주식 보유자도 한명 있었다. 주식재산이 100억원 넘는 122명 중에서도 30명은 주식가치만 1000억원을 상회했다. 이중에는 1962년생이 12명으로 최다였다. 이어 1974년생(8명), 1950년생(7명), 1938년생(3명) 순으로 나타났다. 1986년생 중 1000억원대 주식갑부는 없었다. 이번 조사 대상 범띠 주주 중 주식재산이 가장 높은 주인공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인 것으로 조사됐다. 1938년 3월생인 정 명예회장의 지난해 12월 24일 기준 주식평가액만 5조 3419억원으로 범띠 주주 중에서는 가장 높았다. 정 명예회장은 현대차 계열사에서 4개 주식종목에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중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서 각각 2조4558억원, 1조7828억원을 차지했다. 반도체 관련 업체인 리노공업 이채윤 대표이사도 같은 기간 주식재산이 1조461억원으로 조 단위를 기록했다. 이 대표는 1950년 8월생으로 6·25전쟁 중에 태어나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경영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1974년 12월생 호랑이 띠에 속하는 곽동신 한미반도체 부회장 역시 주식평가액 6238억원에 달했다. 곽 부회장은 한미반도체 곽노권 창업자의 2세 경영자다. 950년생으로 동갑내기 범띠에 속하는 조동혁 한솔그룹 회장과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도 각각 4944억원,4074억원으로 4000억원대 주식부자 그룹을 형성했다. ━ 여성 주주로는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 3000억원대 주식평가액을 보유한 범띠 기업가는 세 명으로 나왔다. 이들 중 1962년생 태광산업 이호진 회장의 주식가치가 3586억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1938년생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이 3479억원 수준을 보였다. 1974년생이자 여성인 한미사이언스 임주현 사장도 3257억원으로 3000억원대 주식자산에 속했다. 임 사장은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장녀이다. 2000억원대 주식재산을 보유한 범띠 주주에는 4명이 포함됐다. 이중 유니퀘스트 임창완 회장(2680억원), 대웅 윤재승 前회장(2112억원), 바이오니아 박한오 대표이사(2019억원) 3명은 1962년생 범띠다. 1974년생인 코리아써키트 장세준 사장은 2524억원으로 40대 범띠에 속했다. 장세준 사장은 영풍그룹 총수인 장형진 고문의 장남으로 향후 그룹 회장이 유력시되는 경영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1962년생 중 1000억원대 주식갑부는 모두 8명으로 파악됐다. 현대차 정몽구 명예회장의 장녀인 이노션 정성이 고문(1929억원), 메디톡스 정현호 대표이사(1784억원), 나노신소재 박장우 대표이사(1640억원), 디와이피엔에프조좌진 회장(1584억원), 두산 박정원 회장(1515억원), 아주스틸이학연 대표이사(1476억원), 동국제강 장세욱 부회장(1444억원), 유니테스트 김종현 대표이사(1187억원)가 있었다. 2022년에 49세가 되는 1974년 중에서는 1000억원대 주식가치를 보인 주주가 5명 정도 활약 중이다.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회장의 동생인 정교선 현대백화점 부회장(1999억원), 이연제약 유용환 사장(1883억원), 한국콜마홀딩스 윤상현 부회장(1278억원), 맥스트 박재완 대표이사(1215억원), 상상인 유준원 대표이사(1050억원)가 40대인 범띠 주식부자 클럽에 속했다. ━ 30대 주식갑부, 정경선 실반그룹 대표 1986년에 태어난 범띠 중 주식재산이 100억원 넘는 주주에는 현대해상 정몽윤 회장의 장남인 정경선 실반그룹 대표가 이름을 올렸다. 또 일성신약 윤종욱 대표이사도 주식가치는 5억원 미만이지만 MZ세대에 속하는 1986년생 젊은 범띠 경영자 중 한명에 꼽혔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경영학 관점에서 호랑이 같은 특성을 지닌 인재는 열정과 과감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기회를 잘 포착해 높은 목표 달성을 이뤄내는 경우에 속한다”며 “2022년에는 호랑이 해에 해당하는 기업가들이 미래 비전을 얼마나 뚝심 있게 주도해 나가면서 위기를 지혜롭게 돌파해나가고 또 기회가 찾아왔을 때 어떤 전략으로 성과를 끌어낼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고 말했다. 라예진기자rayejin@joongang.co.kr

2022.01.03 10:36

3분 소요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MAGAZINE

MAGAZINE

1781호 (2025.4.7~13)

이코노북 커버 이미지

1781호

Klout

Kl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