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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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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느리게, 더 건강하게”…보험으로 ‘저속노화’ 설계하는 법 [보험톡톡]

보험

우리는 살면서 대부분 보험 하나쯤은 가입합니다. 하지만 내가 가입한 보험이 내게 왜 필요한지, 어떤 보장을 담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드뭅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막연히 어렵다는 인식 때문에 알고 싶지 않은 것 아닐까요. 어려운 보험을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접근하기 위해 다양한 보험업계 소식 및 재테크 정보를 ‘라이트’하게 전달합니다. “예전엔 암이나 뇌출혈 같은 큰 병만 걱정했죠. 요즘엔 늙는 속도까지 관리해야 한다더라고요.”최근 40대 직장인 김모 씨는 보험 상담 도중 노화관련 질환군을 보장하는 특약이 있다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단순히 병에 걸렸을 때를 대비하는 것이 아니라, 노화 자체를 늦추는 데 보험이 도움을 준다는 설명은 낯설지만 흥미롭게 들렸다.건강을 관리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 무병장수에서 웰빙, 안티에이징을 거쳐, 이제는 ‘더 늦게, 더 건강하게 늙는 일명 ‘저속노화(슬로에이징)’가 새로운 시대의 건강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보험업계도 변화에 발맞춰 기존의 암·뇌·심장 중심 보장에서 벗어나, 수면장애·정신질환·통풍·대사성 질환 등 노화 초기 단계부터 포괄하는 건강관리형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시대 불문하고 건강은 인류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 무병장수부터 웰빙(Well-being)과 안티에이징(Anti-aging)에 이르기까지. 키워드는 달라져왔지만, 건강에 대한 관심과 노력은 계속 커지는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보험 소비자들은 단순 생존 중심의 보장보다, 노후의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예방·돌봄 중심의 보험 서비스를 선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생보사들은 '저속노화'를 키워드로 앞세운 상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대표적으로 삼성생명은 최근 ‘웰에이징(Well-Aging) 건강보험’을 출시하고, 수면·자가면역·대사성 질환 등 6대 노화 관련 질환군을 보장하는 특약을 신설했다. 단순 진단비 지급을 넘어서 1:1 건강 코칭, 유전자 검사 키트 제공, 가사도우미 및 간병 서비스까지 연계한 점이 특징이다.치매 보장도 질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장기요양 상태 보장 외에도 약물치료, 전문재활치료, 정신요법 등 회복 중심 보장 항목이 확대되며, 고령화 시대 보험의 역할이 ‘돌봄’과 ‘케어’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AI와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앞세워 가입 전후 전 생애주기 건강관리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전통적인 보험 설계에서 벗어나, 앱 기반 헬스케어 기능을 전면 배치하며 건강관리 플랫폼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저속노화’가 바꾼 건강 패러다임…보장보다 예방·관리미래에셋생명은 올해 자사 앱 ‘엠라이프(M-LIFE)’에 AI 헬스케어 모듈을 탑재하고, 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이용자가 건강검진, 병원·약국 이력, 간단한 설문 정보를 앱에 입력하면, AI가 개인별 질병 위험을 분석해 맞춤 건강 목표와 루틴을 자동 제안하는 구조다. 또한 ‘걸어서 세계여행’과 같은 챌린지형 활동 유도 기능과 지인 간 모임 기능도 포함돼 있어, 생성된 활동 데이터는 보험 설계나 금융 포트폴리오 구성에도 연동할 수 있다.교보라이프플래닛은 보험에 가입만 해도 프리미엄 건강검진을 무상 제공하는 전략으로 차별화에 나섰다. 온라인 종신보험에 건강검진 플랫폼 ‘착한의사’와 제휴한 서비스를 결합해, 설계사 수수료와 유통비용을 절감한 대신 최대 20만 원 상당의 건강검진비를 환급해주는 구조다.여기에 암·뇌·심장 같은 중대질환뿐 아니라 대상포진·통풍 등 생활질환 특약까지 실시간으로 보장하고, 종신보험료를 노후 연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옵션까지 포함해 ‘사망 보장 + 건강관리 + 노후 자금’이라는 세 가지 기능을 동시에 담았다.업계는 앞으로도 저속노화·웰에이징을 키워드로 한 보험 시장이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보고, 데이터 기반 건강관리 플랫폼과 보험 서비스를 결합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무엇보다 향후 건강관리 서비스가 단기 마케팅 요소를 넘어, 고객 접점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애관리를 수행하는 핵심 자산이 될 것이란 예상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은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이라는 개념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가입자보다 ‘사용자’를 먼저 확보하는 보험사들의 경쟁은 더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특정 질병에 대한 선별적 보장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건강 코칭부터 사후 돌봄까지 전 생애주기를 설계하는 ‘헬스케어형 보험’ 수요가 늘고 있다”며 “노화 자체를 질병으로 인식하고 관리하려는 흐름이 보험 상품 설계 전반에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2025.05.31 07:00

4분 소요
오늘 태어난 아이는 60년 후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을까[스페셜리스트 뷰]

전문가 칼럼

지난 3월 20일, 국회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각각 13%, 43%로 인상하는 모수조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역대 세 번째 국민연금 개혁이며, 노무현 정부의 개혁 이후 18년 만의 일이다. 이번 개혁을 통해 2055년으로 예상됐던 기금고갈을 10~15년가량 늦췄고, 소득대체율 역시 인상해 재정안정과 소득보장의 균형을 찾으려 했다는 것이 정치권의 설명이다. 개혁안 통과 직후, 거물급 정치인들은 오랫동안 미뤄졌던 연금개혁에 환영의 목소리를 냈고 다수의 전문가도 의미있는 진전이라는 평을 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국회 통과 직후 이뤄졌던 여론조사에 따르면, 50대 이상에서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가 많은 반면, 2030세대의 반응은 아주 냉랭하다. 소득보장론자 vs 재정안정론자 이번 연금개혁을 이해하려면 노무현 정부 당시 연금개혁을 되짚어봐야한다. 2007년 연금개혁의 주인공은 노무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를 기반으로 ‘총대’를 맨 유시민 복지부장관이었다. 당시 국민연금은 보험료율 9%에 소득대체율이 60%였다. 본격적으로 저출산이 본격화되던 시점, 국민연금이 지속 불가능한 것은 누가 봐도 명약관화했다. 유 전 장관은 ‘낸 만큼 받는’ 연금제도를 만들고자 했다. 보험료 15.9%에 소득대체율 50%로 모수조정을 하는 것이 최초 개혁안의 골자였다. 하지만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그의 개혁안을 거세게 반대했다. 결과적으로 보험료는 9%로 유지하되, 소득대체율만 향후 20년에 걸쳐 40%까지 삭감하는 미완의 개혁으로 마무리됐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는 기금고갈까지 15~20년 가량의 시간을 추가로 벌게 됐다.그 과정에서 이후 18년간 연금개혁의 주역이 될 두 전문가 집단이 탄생한다. 소득보장론자와 재정안정론자다. 소득보장론자는 소득대체율이 삭감된 것을 심각한 문제로 봤다. 소득대체율이 40%로 유지되면 심각한 노후빈곤이 해소될 수 없다고 인식했다. 소득대체율을 이상적으로는 60%까지, 그게 어려우면 최소 50%까지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재정안정론자는 개혁 후에도 수지균형이 달성되지 않아 기금이 여전히 고갈되는 점을 문제 삼았다. 소득대체율을 추가로 삭감하거나, 아니면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고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였다.그 후 18년간의 연금개혁 논의는 소득보장론자와 재정안정론자의 힘겨루기로 정리할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며 진보의 소득보장과 보수의 재정안정이라는 이념적 대치 상태로 논의 구조가 진화했고, 정권이 바뀌며 공수가 바뀔 뿐 평행선을 달리는 고착구조는 풀리지 않았다. 논의가 길어지며 소득보장도, 재정안정도 점차 멀어져갔다.팽팽한 균형을 깬 것은 21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였다. 전문가 집단의 합의는 불가능한 것이 명백해지자, 진보와 보수는 국민들에게 소득보장과 재정안정 중 어떤 가치가 중요한지 확인하고 그 결과에 승복하기로 합의했다. 2024년 4월, KBS에서 전국에 생방송된 공론화위원회가 그것이다. 여러 의제가 있었지만, 핵심은 소득보장안, 즉 ‘더 내고 더 받기’(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와 재정안정안, 즉 ‘더 내고 그대로 받기’(보험료율 12%, 소득대체율 40%)의 선택이었다. 500명의 국민대표는 ‘더 내고 더 받기’안에 56%의 지지를 보내며 소득보장론자의 손을 들어줬다. 법안 통과 전 연금개혁 논의가 소득대체율을 인상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 것은 이 때문이다. 보험료율 13%에 대한 양당의 공감대는 이미 형성됐고, 공론화위원회 결과에 따라 소득대체율 인상은 기정사실인 상태에서, 그 수치를 놓고 치열한 수싸움이 있었다. 공론화위원회 이후 1년가량의 ‘밀당’이 있은 후 ‘1343 개혁’(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3%)가 양당의 합의하에 통과됐다. ‘2007년 체제’의 형성 이후 18년간의 논쟁의 종지부를 거대양당이 절충하는 모양새로 이끌어 낸 셈이다. 국가가 망하지 않는 한 연금은 지급된다?법안 통과 직후 반응은 진영별로 극명하게 갈린다. 진보 진영에서는 공론화위원회의 지지를 받은 50% 소득대체율에서 후퇴한 개혁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고, 보수 진영에서는 기금고갈을 해소하지 못했는데 소득대체율을 올린 것에 반발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진보-보수간 차이보다는 세대간 인식의 간극이 훨씬 더 커 보인다. 2030을 중심으로 어차피 기금고갈이 되면 연금을 받지 못하는데, 소득대체율을 올려 미래세대의 부담이 더욱 가중되는 것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이러한 젊은 세대의 분노에 이번 개혁안에는 국가의 지급보장이 담겼고, 따라서 국가가 망하지 않는 한 연금은 지급될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목소리가 있다. 실제로 기금이 고갈됐다고 연금급여 지급이 완전히 고갈된 사례는 찾기 어렵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경제가 파탄 난 우크라이나도 미국의 지원을 바탕으로 연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이 좋은 사례다.하지만 보험료를 걷을 때 약속했던 급여를 모두 받을 수 있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상황이 안 좋아지면 약속했던 급여를 소급해 삭감하는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나라의 공무원연금이 그렇다. 1960년에 도입된 공무원연금은 2001년 기금이 고갈됐다. 악화되는 공무원연금 재정을 해소하기 위해 2015년 박근혜 정부는 기여금을 인상하고,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에 해당하는 지급률을 삭감하는 개혁을 단행했다. 이후 공무원연금 가입자는 국민연금 가입자의 2배를 내고 1.7배만을 받게 됐다.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주어지는 퇴직연금이 공무원에게는 없는 것을 감안하면, 젊은 공무원들이 국민연금에 가입시켜 달라는 볼멘소리를 내는 건 당연하다.박근혜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혁 과정에서 영향을 받은 건 젊은 공무원들만이 아니다. 이미 은퇴해 연금을 받고 있던 기존 공무원연금 수급자들도 급여를 소급삭감 당했다. 물가상승률 연동 급여인상분을 5년간 동결하는 방식이었다. 크게 악화된 연금제도를 받아든 젊은 공무원들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함이기도 했고, 악화된 재정을 일부나마 개선하려는 목적도 있었다.기금이 고갈돼도 연금이 제대로 지급되는 건 앞 세대보다 다음 세대의 인구가 많고 더 부유할 때만 성립한다. 기금이 없어도 연금제도는 유지된다는 인식은 대부분의 국가의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고, 경제도 지속적으로 성장했던 20세기엔 유효했다. 공적연금이 앞 세대를 뒤 세대가 부양하는 제도라는 인식 역시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 기반한다.하지만 인간이 만든 사회적 제도 중 ‘원래 그런 것’은 없다. 노예제도가 당연했던 시절이 있었고, 참정권이 남성에게만 주어졌던 시절이 있었다. 시대가 바뀌고 사회가 변화하면 그에 맞춰 제도 역시 바뀌어야만 한다. 21세기에 들어서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후세대가 앞 세대보다 인구가 많고 더 부유한 것은 더 이상 참이 아니다.기금이 고갈돼도 국가가 존재하는 한 연금은 지급된다는 주장 자체는 참(진실)에 가깝다. 하지만 약속된 연금을 제대로 다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은 거짓이다. 오늘 태어난 아이가 국민연금에 기여하려면 최소 18년, 젊은이들의 사회 진출이 느린 우리나라 현실을 반영하면 30년 가까이 걸린다. 국민연금과 관련한 2050년대의 인구구조는 2025년 현 시점 확정됐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기금이 고갈돼도 정부의 지급보장이 있으니 급여를 못 받을 일은 없다는 생각은 굉장히 위험하다. 지급보장이 없어도 상황이 되면 급여는 제대로 지급되며, 지급보장이 있어도 상황이 안 되면 약속된 연금을 받기 어렵다. 공무원연금 역시 지급보장이 이미 법제화돼 있었음에도 기은퇴자 급여의 소급삭감이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국민연금의 원가와 1700조원의 미적립부채국민연금을 낸만큼만 받아가면 어떨까. 젊은 시절 낸 보험료에 기금운용수익률만큼을 더한 수준만 은퇴 이후 받아가면 다음 세대에 미움을 받을 일도, 앞 세대를 미워할 일도 없으니 말이다. 그러면 낸 만큼만 받아가는 국민연금의 보험료, 즉 ‘똔똔’이 되는 국민연금의 ‘원가’는 얼마일까?가정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현재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적인 수명과 지난 40여년간의 기금운용수익률 수준을 상정하면 보험료 1%당 소득대체율 3.3% 정도가 수지균형이다. 따라서 13% 보험료율에 걸맞은 소득대체율은 43% 전후다.수리적인 관점에서 1343 개혁의 가장 큰 함의는 개혁 이후엔 수지균형이 달성된다는 점이다. 개혁 이후엔 낸 만큼 받아가는 셈이니 뒤 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하지도, 앞 세대의 빚을 갚아주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는 기금이 영속되는 경우에만 성립하는 명제다. 낸 것보다 많이 받는 제도를 38년간 유지했기에 모자란 금액이 있다. 이를 미적립부채라 부른다. 이 금액은 1700조원에 이른다. 이를 해소하지 않고는 기금은 고갈될 수밖에 없다. 빚에는 이자가 붙어 불어나는 법이다.미적립부채 해소 없이는 시간의 문제일 뿐 보험료를 추가로 인상하거나, 연금급여를 삭감하거나, 아니면 둘 다 해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젊은 세대가 갖는 불만은 정당하다. 2030세대, 나아가 그 다음 세대에게 지속 가능한 연금제도를 물려주기 위한 핵심과제는 바로 미적립부채 해소다. 자동조정장치 vs 선제적 국고투입큰 빚을 갚는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다. 원금을 탕감받거나, 아니면 최대한 빨리 조금씩 갚아가거나. 1343 개혁 이후 구조개혁 논의를 위한 연금특위가 첫발을 내딛은 현시점에 미적립부채 해소를 위해 제안된 방식은 ‘자동조정장치’와 ‘선제적 국고투입’ 두 가지다. 자동조정장치는 2024년 9월, 정부가 제안한 연금개혁안에 담긴 내용이다. 국민연금은 물가상승에 따른 구매력 하락을 막기 위해 급여를 물가상승률에 연동해 인상해 준다. 자동조정장치는 이를 없애거나 줄임으로써 연금급여 총액을 실질적으로 소급하여 삭감하는 것이다. 발동시점과 삭감 폭을 적절히 조합하면 기성세대의 삭감 폭을 미래세대의 삭감 폭보다 크게 할 수 있다. 정부가 구체적인 수치를 발표한 바는 없지만, 지난 2024년 복지부 국감에서 흘러나온 자료를 보면 10-20%가량 삭감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기금고갈 시점을 2080년대 중반까지 늦출 수 있다.선제적 국고투입은 필자가 21대 국회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으로 제안한 것이 최초다. 통상 모수 조합을 따와 ‘416안’이라 불린다. 416안의 핵심 아이디어는 기초연금에 투입되는 재정을 일부 국민연금으로 돌려 미적립부채를 선제적으로 해소함으로써 국민연금 기금고갈을 영원히 막자는 것이다.우리나라 노후소득보장체계는 국민연금만 있는 게 아니다. 올해 기준 65세 이상 노인 하위 70%에게 34만원 가량의 기초연금이 지급되는데, 본인이 기여한 보험료를 돌려받는 개념인 국민연금과 달리 기초연금은 전액 재정으로 지급된다. 2024년 기준, 기초연금은 GDP(경제총생산) 1%에 해당하는 24조원이 지급됐다. 같은 해, 국민연금 지급총액이 44조원이었음을 감안하면, 기초연금 규모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향후 노인 인구가 늘어나며 기초연금에 GDP 2%를 넘는 수준의 재정이 투입될 것으로 추정된다.기초연금은 2007년 노무현 정부의 개혁 때 도입됐는데, 당시 국민연금 가입률도 낮고, 수급액도 적어 극심한 빈곤에 시달렸던 노인세대의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보장을 해주자는 취지였다. 최초 10만원씩 지급됐던 기초연금은 대선을 몇 번 거치며 크게 올랐고, 기초연금이 국민연금을 위협한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기초연금 도입 후 20여년 가까이 흐른 지금,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충분히 긴 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했다. 가난했던 2007년의 노인과 달리, 2025년의 노인은 젊은 세대보다 부유하다. 그리고 “젊은 노인”의 빈곤율은 주택연금 수령을 가정하면 전체 인구의 빈곤율보다 높지 않다. 미적립부채 해소를 위해서는 2030년부터 GDP 1%씩을 투입해야 한다. 재정여력이 충분하면 기초연금 조정 없이 국민연금에 재정투입을 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 국가의 재정여력은 급속하게 악화되고 있다. 재원을 확보하지 않고 선제적 재정투입을 주장하는 건 공염불이다. 다행히도 국민연금 제도가 자리잡으며 앞으로 은퇴할 세대의 기초연금을 일부 조정할 여지가 생겼다. 이미 기초연금을 받고 있는 1960년생과 그 앞 세대는 그대로 하위 70%에게 지급하되, 2026년에 은퇴하는 세대부터 그 대상을 조금씩 축소하여 장기적으로 노후빈곤선 이하에게 지급한다면, 지급액을 40만원으로 인상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절감되는 재정이 GDP 1%를 훌쩍 뛰어넘는다. 이를 국민연금에 투입하면 세금을 더 걷지 않고도 거의 대부분의 재정 문제가 해소된다. 필자가 주장하는 선제적 재정투입은, 이제까지 노인에게만 활용됐던 국가재정의 일부를 미래세대를 위해 기금에 적립해 주자는 것이다.남은 과제는...‘불편한 현실’ 직시해야앞으로 있을 구조개혁 논의는 1700조원의 미적립부채가 쌓였다는 불편한 현실을 직시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해결할 방법이 탐색돼야만 한다. 필자가 선제적 재정투입을 주장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국민연금이 강제가입 제도이므로 국가가 약속을 지키는 것이 옳다는 개인적인 가치관에 기반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통한 연금급여 소급삭감보다는 사회적 합의가 더 쉬울 것이라는 인식이다. 다만 이는 필자 개인의 의견일 뿐, 사회의 보편적인 인식이 기수급자와 미래세대를 포함하여 급여를 삭감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이 더 타당하다는 것이라면 그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옳다. 합의가 되지 않아 구조개혁이 늦어진다면 그 부담은 오롯히 미래세대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1343 개혁의 평가는 구조개혁 논의가 어떻게 이뤄지는가에 달려있다. 자동조정장치 도입이든 선제적 국고투입이든, 불편한 현실을 직시하고 미적립부채를 해소한다면 1343은 성공한 개혁이 된다. 하지만 ‘2007년 체제’를 극복하지 않고 과거 18년 동안의 논쟁을 반복하는 현실과 괴리된 이념적 논쟁이 지속된다면 젊은 세대의 불안은 현실이 된다. 선택은 우리 몫이다. 김우창 카이스트 산업및시스템공학과 교수김우창 교수는_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경영과학 및 금융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9년 카이스트 산업및시스템공학과 교수로 부임했고 현재 카이스트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원장을 맡고 있다. 그동안 SSCI 국제학술지 Quantitative Finance 편집장,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외이사, 제21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주요연구분야는 금융공학, 인공지능, 최적화다.

2025.04.13 10:00

9분 소요
"연락 다 끊기고 방송 잘려"… '윤 어게인' 전한길, 강사 은퇴?

정책이슈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을 공개적으로 지지해온 한국사 일타강사 전한길이 은퇴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그는 "제가 방송에도 자주 나왔는데, 가장 메인인 방송 한 곳에서 잘렸다. 드라마에서도 통편집되고, 존경받고 돈도 잘 벌면서 살다가 운명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했다.전씨는 지난 8일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제가 26년간 강의를 해왔는데 요새 그만둬야 하나 생각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씨는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순간 반대쪽으로부터 욕을 얻어먹는다. 친구로부터 쓰레기라는 소리도 듣고, 아내는 이혼하자고 하고, 저를 존경한다고 했던 수많은 제자에게 실망했다는 말도 듣고, 주변 사람들과 연락도 다 끊겼다"고 토로했다.전씨는 공개적으로 정치 활동에 나선 건 오로지 자유민주주의를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작년 한해에만 강의로 65억원을 벌었다는 그는 "소득세로 27억5000만원 냈다. 이건 거짓말이 아니다. 저는 이걸 다 포기하면서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어 "저는 26년간 강의하고 돈 잘 벌고 존경받고 인기도 많고 책까지 냈는데 시국선언 한번 하고 의지와 무관하게 삶이 흘러가고 있다"며 "내 어린 제자들이 고발당하고, 협박받을 수 있지 않냐. 그들을 위해서라도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 우리 자유민주주의가 무너지고, 그들이 살아갈 세상이 걱정돼 나왔다"고 주장했다.전씨는 그간 유튜브, 팬카페 등을 통해 강의와 무관한 정치적인 발언을 해왔다. 올 1월 부정선거론을 설파한 것을 시작으로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히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일부 제자는 국가직 9급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강의에 집중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전씨는 "당장은 욕먹더라도 앞으로 한길샘은 이렇게 나아가겠다"고 거절했다. 전씨의 이 같은 행보에 실망한 일부 제자는 팬카페를 탈퇴했다. 카페 회원 수는 한때 36만명에 달했지만, 현재는 34만여명 수준이다. 결국 전씨는 팬카페 성격과 맞는 글만 올리겠다며 그간 올린 정치적인 글은 모두 삭제한 상태다.

2025.04.10 13:16

2분 소요
"일단 써라, 추천 기능은 꺼라"...AI시대, 미디어 수용자가 가져야 할 태도는  [스페셜리스트 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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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기술이 저널리즘에 미치는 영향과 그 활용 방안에 대해 주로 연구하고 있는데 요새는 좀 힘들다. 나름 이 분야를 연구하면서 관련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최근 인공지능을 둘러싼 기술의 발전은 그 흐름마저 따라가기도 어렵다. 하루가 멀다고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들이 발표되고 어떤 부분이 개선되었다고 하는데 그 내용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발표된 내용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벅찰 경우가 많다. 그나마 어느 정도 전문가라는 이야기를 듣는 필자가 이러한데 아이들은 어떨지 걱정이 될 때도 많다. 이는 기우일 뿐 그 아이들은 노느라 게임을 하느라 이쪽은 신경도 쓰지 않고 있다. 또 돌이켜보면, 인공지능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술은 항상 우리에게 어려움을 던져줬다.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로 새로운 기술이 하루가 멀다고 등장한 경우를 수 차례 지켜봐 왔다.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도, 빅데이터라는 단어가 유행할 때도, 모바일이 세상을 바꾼다고 할 때도, 블록체인, 메타버스 등등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기술, 아니 이미 바꾸고 있다는 뉴스가 넘쳐났었다. 물론, 개인적으로 인터넷, 모바일에 이어 인공지능이 세 번째 ‘빅웨이브’라는 평가에 동의하기는 한다.‘챗GPT’의 등장이 던져 준 놀라움이 상당하다 보니 이에 대한 설명 요청을 많이 받는다. 필자가 속한 기관에서 <대규모 언어모델과 저널리즘>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으며, 지난 2년간 개인적으로 굉장히 많은 기고 혹은 강의 요청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1년 전인 2023년 11월에 발행한 이 보고서의 내용 중 절반 이상은 현재 기술 환경과 맞지 않으며, 매 강의 요청에 응할 때마다 내용의 상당 부분을 고쳐 나가야 했다. 처음에는 ‘챗GPT’ 등 생성AI가 등장한 기술적 배경 등도 설명하였지만, 지금 그러한 기술적 내용은 ‘챗GPT’에게 설명을 요청하는 것이 낫다. 이 글은 ‘AI시대, 미디어 수용자가 가져야 하는 태도’라는 주제를 부탁받아 쓰고 있다. 하나 고백하자면 필자는 생성AI를 어떻게 제대로 활용해야 하는지 말하기 어렵다. 당장 내일 어떻게 변할지도 확신이 없어서다. 그저 현재 등장하고 있는 다양한 서비스들을 이것저것 편견 없이 써보면서 나만의 활용법을 찾아가는 중이다. 인터넷과 모바일에 이어 인공지능이 새로운 기술의 주류가 되어 앞으로 미디어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 분야의 연구자로서 다양한 생성AI 서비스들을 먼저 써본 후 말할 수 있는 사안을 전달한다. 먼저 가능한 한 상세히 검색하길 추천한다. 생성AI가 적용된 검색은 편리하다. 챗GPT에도 검색 기능이 적용됐고, 퍼플렉시티, 네이버 ‘QUE’, 구글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생성AI가 적용된 검색 결과가 제공되고 있다. 생성AI가 적용된 검색이 기존 검색과 가장 큰 차이는 검색 결과의 내용을 종합하여 하나의 답변처럼 생성해 준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상황’이라고 검색하면 기존 검색 결과는 관련된 뉴스 기사나 링크들을 목록형으로 보여줬다면, 생성AI가 적용된 검색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2022년 2월 24일에 시작되어 현재까지 약 3년째 지속되고 있습니다. 전쟁의 주요 특징과 최근 상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등과 같은 문구로 시작하여 지금까지의 전쟁 경과를 종합하여 제시한다. 이때 이러한 답변에 사용한 기사 혹은 자료들이 일부만 출처 링크로 표시된다. 이용자로서는 굉장히 편리할 수밖에 없다. 내가 검색한 내용의 의미를 이해해서 필요한 답변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기존 검색에서는 관련 기사 및 자료를 하나씩 들어가서 내용을 확인한 후 내가 필요한 부분을 별도로 확인해야 했다. 게다가 링크된 문서의 양도 많아서 무엇을 참고해야 할지 모를 때도 많다.생성AI가 적용된 검색은 해당 검색어에 대한 모든 링크를 고려하여 답변을 생성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내용을 가장 적절하게 포함하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되는 일부 링크를 바탕으로만 답변을 생성한다. 또한, 최근의 사안들은 완전히 학습한 것이 아니라 RAG(검색증강생성, Retrieval-Augmented Generation)라는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RAG는 과거 내용을 학습한 대규모 언어모델(LLM)의 한계를 보완한 것으로 최신의 외부 데이터베이스, 문서, 정보 등을 검색하여 검색어와 관련한 필요한 맥락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때, 검색된 링크의 모든 정보를 획득하여 답변하는 것이 아니다. 검색된 정보는 해당 LLM의 입력값으로 제공되며, 생성 모델이 이를 바탕으로 증강하여 응답을 생성한다. 즉, 현재의 검색어에 대한 일부 검색 결과를 해당 대규모 언어모델이 학습한 과거의 내용으로 증강하는 것으로 현재의 맥락이 과거와 다를 경우 ‘환각’과 같은 오류를 생성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 최종적인 사실 확인을 위해서는 여전히 과거와 같은 세밀한 검색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검색어만 넣고 나온 수많은 페이지들 중 추천되는 상단의 내용들은 생성AI가 참고하는 페이지들과 그 내용이 거의 유사하다. 생성AI가 검색 답변 생성에 활용하는 내용보다 더 상세한 맥락과 사실 확인을 위해서는 더욱 세밀하게 검색할 필요가 있다. 위 은 구글의 고급 검색 페이지인데, 저 기능들은 일반 검색창에서도 오른쪽 내용과 같이 검색 명령어로 활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겹따옴표(“”) 명령어를 활용하면 해당 문장이 포함된 문서를 바로 찾아낼 수 있다. 이렇듯 조금만 더 세밀하게 검색한다면, 우리는 생성AI가 적용된 검색 결과 답변보다 훨씬 정확하고 맥락적인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다.두 번째로는 유튜브 추천 기능을 끄길 바란다. 밴드 ‘데이식스’가 지난 3월 발표한 노래 ‘HAPPY’의 가사를 보면, “알고리즘엔 잘된 사람만 수도 없이 뜨네요”라는 내용이 있다. 그 시대에 유행하는 노래에는 그 시대를 반영하는 가사가 담기기 마련이다.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은 기본적으로 이용자의 클릭을 목표로 할 수밖에 없다. 이용자가 해당 사이트에 조금이라도 더 머물게 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유튜브가 단순히 조회 수가 많은 영상을 추천하지 않을 것이다. 너무 단순해 쉽게 간파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요인들이 적용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알고리즘은 기업의 영업 비밀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공개되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추천 알고리즘의 기본은 해당 이용자의 과거 이용 행태다. 위 은 나의 계정으로 접속했을 경우 유튜브 초기 화면이다. 아무런 영상도 화면에 제시되지 않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유튜브가 나의 시청 기록 수집하는 것을 설정 기능을 통해 차단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2019년에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과 저널리즘>이라는 책을 쓴 바 있다. 이때 유튜브 추천 영상 20여만 개를 분석에 활용했는데 개인 시청 이력이 중요하게 작동함을 알 수 있었다. 그 이후 시청 기록 수집을 못하게 설정하였다. 이후 필요한 영상은 검색을 통해서만 찾아 보고 나온다. 앞서 제시했던 검색 명령어들도 유튜브에서 작동한다. 나에게 주어지는 정보를 내가 통제하겠다는 의지다. 생성AI의 답변들도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과 같다. 내가 알고 싶은 내용을 상세하게 물어보거나 지시하지 않으면, 추천 알고리즘처럼 ‘잘 된 사람’만 제시한다. 유튜브 시청 기록 수집을 중단하려면, 구글 계정에 로그인한 후 내 구글 활동에 접속해 유튜브 기록을 클릭한다. 이후 기록 관리를 클릭한 후, 자동 삭제를 선택하면 된다. 원하는 기간만 수집을 중단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 원리는 몰라도 일단 사용하길 바란다. 개인적으로 생성 AI를 실제로 활용해 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어 보면, 절반 이상이 부정적인 관점을 내비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AI가 만들어 내는 ‘환각’ 현상이나 비약적 오류 때문에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 글쓰기나 사고 능력이 점차 퇴화할 수 있다는 우려 모두 공감이 간다. 반면 공학을 연구하는 분들과의 대화에서는 “지금이야말로 인공지능을 배울 수 있는 마지막 시기”라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이 역시 공감이 간다. 문제는 모든 사용자가 이 같은 기술적 원리를 깊이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사실 우리 일상에서도, 대부분 사림은 TV나 라디오 방송을 어떻게 전송하는지 기술적으로 자세히 알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해당 방송에서 다루는 내용에 관해서는 활발하게 논의하고 비판하며 이해해 나간다. 이미 익숙해진 미디어 환경을 오래도록 접해왔기에, 미디어가 제공하는 정보를 능동적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능력이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다.오늘날 인공지능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관련 연구자조차 그 속도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많이 써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술의 문제나 한계를 학습하고 비판하기에 앞서, 발전 과정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기능을 직접 경험해보며 활용 가능성과 한계를 체감하는 일이 더 중요해 보인다. 인공지능이 어떤 상황에서 잘 작동하고, 어디에서 한계를 보이며, 어떠한 부작용이 나타나는지를 직접 체험함으로써, 그 가능성과 위험성을 더욱 생생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얻은 시행착오와 통찰력이 곧 개인의 역량이 되고, 더 나아가 사회 전반에 걸쳐 건강한 비판 문화와 기술 활용 역량을 형성할 밑바탕이 될 것이다.AI 수용자가 잊지 말아야할 자세 중 하나로는 도움은 받되 결정은 자기가 하는 것이다. 생성AI로 할 수 있는 것들은 참 많다. 여기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서술하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게다가 할 수 있는 범위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최근 오픈AI는 ‘GPT-o3’(o2를 빼고 o3로 바로 간 것은 영국의 모바일 서비스 O2와 상표 분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임)를 발표했는데, 발표 내용만 보면 인간 수준이나 그 이상의 지적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을 뜻하는 일반 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수준이란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구글도 이보다 조금 앞서 ‘제미나이(Gemini)2’를 발표하고, 이를 활용한 프로젝트 ‘Astra’의 시연 영상을 공개했다. 위 과 같이 세탁기 사용법을 모를 때 해당 화면을 보여주면서 “사용법을 알려달라”고 말하면 음성과 텍스트로 사용법을 알려준다. 여기에 활용된 것은 ‘멀티모달(Multi Modal) 모델’이다. 대규모 언어모델이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생성AI는 주로 텍스트를 기반으로 작동하였지만, 점차 텍스트를 넘어 텍스트, 이미지, 음성, 영상 등 다양한 데이터 양식(modality)을 함께 처리하는 멀티모달(Multi Modal) 모델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생성AI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우리 삶 모든 영역으로 들어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편으로 생성AI를 활용하면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 이 사례에 숨어 있다. 위 사례처럼 사용법을 알려주지만 최종적으로 세탁기의 스위치를 조작하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생성AI의 결과물은 사실 너무나 그럴듯하므로 그 결과물을 그대로 활용하는 경우를 자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도움은 받더라도 최종적인 결정은 사람이 해야 하며, 그러므로 그 결과물을 그대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수정, 확인 등의 조치는 사람이 해야 한다. 생성AI 활용 관련 준칙들 모두가 최종 결정 주체는 사람임을 강조하는 이유다.마지막으로 책을 많이 읽고 상상력을 키우길 바란다. 필자는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일부러 생성AI 서비스 접속을 피하고 있다. 일단 써보자고 제안한 것처럼 2년 정도 되는 동안 개인적으로 생성AI 관련 서비스들을 정말 열심히 이용했다. 생성AI 활용에 익숙해지면서 어느 순간부터 나도 모르게 귀찮고 사소한 것들은 그것에 맡기는 경향이 생겼다. 그런데, 디테일을 맡기다 보니 상상력이 줄어든다는 느낌을 스스로 갖게 됐다. 큰 작업만 생각하니 그 아래 세세한 것들이 부여하는 세밀한 맥락을 놓치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회과학 연구자지만 기술을 중심으로 연구하다 보니 솔직히 그동안 긴 맥락의 책보다 기술적 지식을 높일 수 있는 짧은 문서들을 더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짧은 문서들의 내용은 생성AI를 통해 훨씬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이에 지난해 말부터 스스로 결심한 것이 생성AI 활용으로 조금은 아끼게 된 시간에 소설이라도 좋으니 긴 맥락의 책을 읽자였다.책을 읽는 것이 정답은 아니고 고리타분하게 들릴 수도 있다는 점도 잘 알지만, 책을 읽는 것이 상상력에 도움되는 점도 분명하다. 생성AI를 적극 활용하면서 느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나름의 해결책을 책에서 찾을 수 있다. 생성AI의 기능을 잘 알고 활용하면서 좀 더 창의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나름의 방안이다. 오세욱 책임연구원은_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으로 기술이 저널리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신문사와 방송사에서 기자 생활을 했고 자동 배열 이전 포털에서 뉴스 편집 일을 한 적이 있다. 저널리즘 가치에 따른 뉴스 배열을 목적으로 한 뉴스 트러스트 알고리즘, KPF-BERT 개발 책임을 맡은 바 있고, 현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언론의 디지털 혁신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과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도서 '알고리즘의 블랙박스' 저자이기도 하다.

2025.02.09 10:00

9분 소요
지역 스타트업 생존하려면…테스트베드 역할 해줄 지역 기업이 필수[이코노 인터뷰]

스타트업

넥스윌·레신저스·스퀴즈비츠·아이제스트·에이치에너지·이뮤노바이옴·인투스·캐럿펀트·티센바이오팜·휴비즈ICT. 포항공과대학(포스텍)과 포스텍홀딩스가 추천한 딥테크 스타트업들이다. 본지는 이들 스타트업 창업가 10명을 인터뷰했다. 인터뷰 시리즈를 마무리하면서 투자사인 포스텍홀딩스의 고병철 대표와 포항을 본거지로 하는 스타트업 창업가 심희택 휴비즈ICT 대표·한원일 티센바이오팜 대표를 한자리에 모았다. 투자사와 창업가의 만남을 통해 지역 스타트업의 생존 방식과 한국 스타트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편집자주> 포스텍홀딩스는 흔히 말하는 벤처·스타트업 투자사인 벤처캐피탈(VC)이나 액셀러레이터 등과 결이 다르다. 포스텍홀딩스나 서울대기술지주 등을 대학기술지주회사라고 부른다. 대학기술지주사의 역할은 대학 또는 연구기관이 보유한 기술을 투자와 보육을 통해 사업화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한양대 기술지주를 시작으로 10여 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설립되기 시작해 2024년 10월 현재 80여 곳이 활동하고 있다. 대학기술지주가 투자하거나 설립하는 스타트업은 대부분 딥테크 기업이다. 기업과 소비자 거래(B2C) 기업보다 기업과 기업간의 거래(B2B) 기업이 많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친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포스텍과 포스텍홀딩스가 추천한 기업들도 대부분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딥테크 기업들이다. 일반인들도 잘 알고 있는 배달의민족이나 야놀자 같은 서비스 기업이 드문 이유다. 고병철 포스텍홀딩스 대표는 “포스텍은 공과대이고, 종합대학의 기술지주 포트폴리오가 훨씬 다양할 것”이라며 “포스텍이나 포스텍홀딩스가 투자하거나 육성하는 포트폴리오가 대부분 기술 베이스 스타트업인 이유다”고 설명했다. 투자사 대표와 스타트업 창업가는 포항이라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스타트업의 어려움과 장점 등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Q 투자 유치나 인력 채용 면에서 지역에 본거지를 둔 스타트업은 어려움이 많다는 이야기가 많다. 심희택 대표와 한원일 대표 모두 포항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데, 일하는 것이 어렵지 않나. 심희택 대표 : 나는 포스코 출신이라는 이유 때문인지 창업 이후 지역에서 많은 분들이 도움을 준다. 수도권에서 일하는 게 여러모로 좋은 점이 많지만 지역은 또 지역 기업이라는 이유로 관심을 많이 받는 게 장점인 것 같다. 다만 투자 유치나 인력 채용은 지역 스타트업이 해결해야 할 어려운 문제다. 한원일 대표 : 포스텍 대학원을 나왔고 포스텍 교수님들의 지도를 받은 경력은 내가 창업하고 투자를 받는 데 큰 장점이 됐다. 동문 선배들이 스타트업 생태계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게 장점인 것 같다. 고병철 대표 : 지역 스타트업은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포스텍을 중심으로 한 포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동질감이 있는 것 같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서로 도움을 주고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게 포항의 문화라고 생각한다.심희택 대표 : 포항이라는 지역적인 한계가 있지만 20년 넘게 포항에서 생존할 수 있던 것도 포항이라는 지역적인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2014년 디지털 트윈 기업을 인수한 후 수십억원을 투자하면서도 버틸 수 있던 것은 포스코가 지역 스타트업과 손을 잡고 기꺼이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해줬기 때문이다. 또한 포항에 있는 포스텍과 포항산업과학연구원 등으로부터 기술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스타트업이 생존하는 데 큰 힘이 됐다. 투자를 잘 받고 좋은 인재를 잘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타트업의 생존을 결정하는 것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한원일 대표 : 지역적인 한계 때문에 어렵지 않다. 인재 채용이나 투자 유치 등의 한계는 있지만, 티센바이오팜이 인지도를 쌓고 성장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포스텍의 지원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고병철 대표 : 지역 네트워크는 그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의 동질성을 높이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포스텍은 한해 입학생이 360명으로 작기 때문에 서로 잘 안다. 네트워크가 상당히 탄탄한 것이다. 포항에 있는 스타트업은 포스텍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한원일 대표 : 포항을 넘어 지역의 스타트업이 뭔가를 진행하는 데 돌파구를 만들려면 학교나 기업이 연결되어야 한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도 도움을 줘야 한다. 이렇게 서로 잘 맞물려야만 지역 스타트업이 생존할 수 있는 클러스터가 만들어진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창업하겠다고 30대 초반에 결정했고 포스텍 학생 창업팀으로 창업했다. 스타트업에 대해서 모르는 게 너무 많았는데, 포스텍에 있는 멘토 제도 덕분에 어느 순간에 성장하게 됐다. 지역 스타트업이 초기에 잘 정착하려면 학교나 기업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포스텍은 지역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잘하고 있다. 심희택 대표 : 지역 스타트업이건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스타트업이건 성장을 위해서 필요한 게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실증 사례다. 포스코는 그런 면에서 열려 있는 기업이다. 포스코는 외부 기업과 협업을 적극적으로 하는데 스타트업에 큰 힘이 된다. 지역 기업들은 오픈 이노베이션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심희택 휴비즈ICT 대표는 포스코 현장에서 일하다 1999년 휴비즈ICT를 창업했다. 처음에는 포스코의 협력업체로 인력소싱을 주로 했지만 2014년 포항에서 활동하던 디지털 트윈 업체를 인수하면서 테크 스타트업으로 변모했다. 포스코기술지주는 2억원의 시드머니를 휴비즈ICT에 투자했고 포스코는 기꺼이 휴비즈ICT의 기술을 실증할 수 있는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해줬다. 심 대표는 “포스코라는 포항의 대표적인 기업이 없었다면 10여 년 넘게 적자를 감수하면서 기술개발에 투자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한원일 티센바이오팜 대표는 동물 세포를 배양해 고기를 만드는 배양육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포스텍에서 인공장기를 연구하다가 배양육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티센바이오팜을 창업했다. 창업 2년 만에 77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할 만큼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후속 투자가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 역시 바이오 관련 분야에 대한 지원을 줄이면서 한 대표는 대중화와 기술개발이 아닌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한 대표는 “정부의 지원 정책이 스타트업 생태계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Q 스타트업 성장을 위한 정부의 지원과 정책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싶다. 올해 R&D와 모태펀드 규모가 작아져서 대학뿐만 아니라 스타트업도 아주 힘들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고병철 대표 : 미국 스타트업의 역사는 반도체 역사와 같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페어차일드 반도체가 창업하고 거기서 또 인텔이 탄생하고 이와 함께 VC가 생겨나면서 스타트업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초기 미국 VC는 예일대나 스탠퍼드대 등의 대학 재단의 운용 자금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한국과 다른 점이다. 한국 대학의 투자 규모가 커지려면 대기업의 참여가 필수다. 기업이 대학의 창업생태계에 투자할 때 세금혜택 등이 있으면 좀 더 활발해질 것이다. 한원일 대표 : 한때는 바이오 스타트업에 투자가 잘 이뤄졌는데, 어느 순간부터 투자를 받기가 무척 어려워졌다. 현재 투자 분야에서 ‘혁신’은 미래의 높은 가치보다는 주로 리스크와 실패 가능성으로 인식되는 것 같다.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아슬아슬하게 혁신과 생존의 줄타기를 한다. 여태 그 균형을 잡아 주었던 자금 수주에 큰 문제가 생겼다고 본다. 투자가 어려우면 정부에서 신용보증이나 기술보증의 규모를 늘려주는 등 자금 확보의 기회를 확대하여, 어느정도 균형을 잡을 기회를 주면 좋겠다. 투자 시장 상황에 따라 정부 대출도 달라지는 것도 문제다. 또한 딥테크 스타트업이 기술과 서비스를 시장에 테스트할 수 있는 지원 제도가 있어야 한다. 스타트업이 제품이나 서비스로 인허가를 받는 것도 쉽지 않다.심희택 대표 : 규제 샌드박스나 규제자유특구 등을 좀 더 활발하게 운영했으면 한다. 한국에서 스타트업의 서비스나 제품이 인허가를 받는 게 너무 오래 걸린다. 스타트업처럼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기업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기가 너무 어렵다. 투자 시장이 얼어 있지만, 정부는 창업가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창업가가 실패할 수도 있지 않나. 그런 것들이 빠르게 순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으면 좋을 것 같다. 고병철 대표 :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이제 지원을 받아서 성장하는 단계는 지난 것 같다. 정부는 지원 대신 스타트업이 여러가지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 스타트업 시장의 한계는 투자자금의 40~50%가 국가에서 나오는 세금이라는 것이다. 투자사나 창업가가 모태펀드를 운용하면 펀드의 만기를 정하고 또 만기 내에서 어떻게든 회수해야만 하는 구조다. 창업 후 엑시트까지 보통 13년 정도 걸리는 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펀드의 실질 투자 기간은 4~5년에 불과하다.한원일 대표 : 투자 펀드의 운용 기간을 늘리는 것에 공감한다. 펀드 운용 기간이 짧아서 투자사도 매출에 신경을 쓰게 된다. 이 때문에 바이오 기업이 화장품이나 진단 키트 같은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시장은 거의 포화상태가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티센바이오팜도 그런 것을 해야 하나 싶다. 지금으로서는 그런 선택을 하라고 시장이 굉장히 압박을 주고 있다.심희택 대표 : 한국 정부는 선진국 진입하는 과도기처럼 보인다. 스타트업 지원 예산을 비전문가들이 결정하는데 아직 스타트업 생태계를 면밀하게 보지 못하는 것 같다. 생태계의 목소리가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 고병철 대표 : 지난해부터 스타트업 생태계가 어려웠다. 수치만 봐도 어려운 게 보인다. 투자 분야에서 아쉬운 것은 펀드 구조상 VC들이 시리즈 B·C 등에 집중하는 것 같다. 안전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리얼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이 외면당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한원일 대표 : 맞다. 티센바이오팜처럼 초기 스타트업에 대해서 정부나 기관이 조금 더 인정했으면 한다. Q. 2025년을 조망했으면 한다. 2023년 하반기부터 올해 무척 힘들었다. 내년에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나. 한원일 대표 : 올해는 초기 스타트업들이 중요한 선택을 해야 했던 시기다. 고민이 많았다. 2023년에는 2024년에 대한 희망이 있었는데, 내년을 생각하면 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환경이 좋지 않으니 규모를 더 줄인다거나 선택과 집중을 한다거나 하는 등의 생존 전략을 짜야 할 때라고 본다. 내년에도 창업가들은 결정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체질을 바꿔라”라는 이야기를 올해 가장 많이 들었다. 우리가 지키고 싶은 가치를 지키면서 숫자를 만들 수 있는지 고민이다. 고병철 대표 : 매년 전망을 잘하지 않는 편이다. 고민하는 것은 포스텍홀딩스의 경쟁력을 어떻게 높일 수 있느냐와 우리의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밸류업 하느냐다. 올해보다 내년에 더 나아지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생각한다. 심희택 대표 : 고 대표의 말대로 내년이 좋아질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창업가들은 어떤 상황이 와도 생존해야 하고, 발전해야 한다는 것만 생각한다. 내년에는 좋아질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고병철 대표 : 시기와 상관없이 스타트업은 자신만의 ‘에지(edge)’가 있어야 인정받을 것이다. Q 올해 인공지능(AI)이 중심이었다. 내년에도 이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생각하나. 고병철 대표 : 그런 트렌드를 중요하게 보지 않는다. 포스텍홀딩스가 초기 투자에 집중하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다. 한국 시장은 규모가 작다. 미국의 경우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심사역이 있을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한 분야만 집중하면 1년 내내 투자를 못 할 수도 있다. 투자나 창업의 트렌드를 따라가는 게 효과적이지 않다. 그리고 올해 관심을 받았던 분야가 내년에도 큰 관심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관심을 받았던 분야는 점점 관심 밖으로 밀려갈 것이라고 본다. AI도 당연히 관심에서 제외될 수 있다. 이제 AI 분야는 세계에서 제일 잘하는 기업이 전체 시장을 다 먹는 분야가 됐다. AI 분야에서는 이제 2, 3등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2024.11.04 07:00

8분 소요
한강 “수상 통보 때 현실감 안들어...지난 일주일 특별한 감동” [소감 전문]

산업 일반

한강 작가는 17일 “지난 일주일이 저에게는 특별한 감동으로 기억될 거 같다”면서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계속 써가면서 책 속에서 독자들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한강은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아이파크타워 포니정홀에서 열린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한강이 지난 10일 노벨문학상 발표 이후 국내 외부 행사에 참석해 의견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그는 “노벨 위원회에서 수상 통보를 막 받았을 때는 사실 현실감이 들지는 않아서 그저 침착하게 대화를 나누려고만 했다. 전화를 끊고 언론 보도까지 확인하자 그때에야 현실감이 들었다”면서 “그날 밤 조용히 자축했다”고 전했다.한강은 “한편으로 이후 제 개인적 삶의 고요에 대해 걱정해주신 분들도 있었는데, 그렇게 세심히 살펴주신 마음들에도 감사드린다”면서 “저의 일상이 이전과 그리 달라지지 않기를 저는 믿고 바란다”고 했다.이어 그는 “저는 제가 쓰는 글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는 사람이니,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계속 써가면서 책 속에서 독자들을 만나고 싶다”고 덧붙였다.한강은 또 “지금은 올봄부터 써온 소설 한 편을 완성하려고 애써보고 있다”면서 “바라건대 내년 상반기에 신작으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소설을 완성하는 시점을 스스로 예측하면 늘 틀리곤 했기에 정확한 시기를 확정지어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수상 소감 전문>원래 이틀 전으로 기자회견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그것을 진행했다면 이렇게 많은 분들이 걸음하지 않으셨어도 되고, 이 자리를 준비하신 분들께도 이만큼 폐가 되지 않았을 것 같아 죄송한 마음입니다. 이렇게 찾아와주셨으니, 허락해 주신다면 수상소감을 말씀드리기에 앞서 간략하게나마, 아마도 궁금해 하셨을 말씀들을 취재진 여러분께 잠시 드리겠습니다.노벨 위원회에서 수상 통보를 막 받았을 때는 사실 현실감이 들지는 않아서 그저 침착하게 대화를 나누려고만 했습니다. 전화를 끊고 언론 보도까지 확인하자 그때에야 현실감이 들었습니다. 무척 기쁘고 감사한 일이어서, 그날 밤 조용히 자축하였습니다. 그 후 지금까지 많은 분들이 진심으로 따뜻한 축하를 해주셨습니다. 그토록 많은 분들이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 주셨던 지난 일주일이 저에게는 특별한 감동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한편으로 이후 제 개인적 삶의 고요에 대해 걱정해주신 분들도 있었는데, 그렇게 세심히 살펴주신 마음들에도 감사드립니다. 저의 일상이 이전과 그리 달라지지 않기를 저는 믿고 바랍니다. 저는 제가 쓰는 글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는 사람이니,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계속 써가면서 책 속에서 독자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지금은 올봄부터 써온 소설 한 편을 완성하려고 애써보고 있습니다. 바라건대 내년 상반기에 신작으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소설을 완성하는 시점을 스스로 예측하면 늘 틀리곤 했기에, 정확한 시기를 확정 지어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마지막으로,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부터는 저와 연결되는 통로를 통일하여서 모든 혼란과 수고, 제 주변 사람들의 부담을 없애고자 합니다. 제가 출간한 책들에 관련된 일들은 판권을 가진 해당 출판사에 부탁드리고, 그 카테고리에 잡히지 않는 모든 일들은 문학동네 담당 편집자의 이메일로 창구를 일원화하겠으니 부디 참고 부탁드립니다.이제, 이 자리를 위해 준비해온 수상소감을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저는 술을 못 마십니다. 최근에는 건강을 생각해 커피를 비롯한 모든 카페인도 끊었습니다. 좋아했던 여행도 이제는 거의 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저는, 무슨 재미로 사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 사람입니다. 대신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무리 읽어도 다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쏟아져 나오는 좋은 책들을 놓치지 않고 읽으려 시도하지만, 읽은 책들만큼이나 아직 못 읽은 책들이 함께 꽂혀 있는 저의 책장을 좋아합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다정한 친구들과 웃음과 농담을 나누는 하루하루를 좋아합니다.그렇게 담담한 일상 속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쓰고 싶은 소설을 마음속에서 굴리는 시간입니다. 아직 쓰지 않은 소설의 윤곽을 상상하고, 떠오르는 대로 조금 써보기도 하고, 쓰는 분량보다 지운 분량이 많을 만큼 지우기도 하고, 제가 쓰려는 인물들을 알아가기 위해 여러 방법으로 노력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소설을 막상 쓰기 시작하면 필연적으로 길을 잃기도 하고, 모퉁이를 돌아 예상치 못한 곳으로 들어설 때 스스로 놀라게도 되지만, 먼 길을 우회해 마침내 완성을 위해 나아갈 때의 기쁨은 큽니다. 저는 1994년 1월에 첫 소설을 발표했으니, 올해는 그렇게 글을 써온 지 꼭 삼십년이 되는 해입니다.이상한 일은, 지난 삼십년 동안 제가 나름으로 성실히 살아내려 애썼던 현실의 삶을 돌아보면 마치 한 줌의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듯 짧게 느껴지는 반면, 글을 쓰며 보낸 시간은 마치 삼십년의 곱절은 되는 듯 길게, 전류가 흐르는 듯 생생하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약 한 달 뒤에 저는 만 54세가 됩니다. 통설에 따라 작가들의 황금기가 보통 50세에서 60세라고 가정한다면 6년이 남은 셈입니다. 물론 70세, 80세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는 작가들도 있지만 그것은 여러모로 행운이 따라야 하는 일이니, 일단 앞으로 6년 동안은 지금 마음속에서 굴리고 있는 책 세 권을 쓰는 일에 몰두하고 싶습니다. 물론, 그렇게 쓰다 보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그 6년 동안 다른 쓰고 싶은 책들이 생각나, 어쩌면 살아 있는 한 언제까지나 세 권씩 앞에 밀려 있는 상상 속 책들을 생각하다 제대로 죽지도 못할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지만 말입니다.다만 그 과정에서 참을성과 끈기를 잃지 않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일상의 삶을 침착하게 보살피는 균형을 잡아보고 싶습니다.지난 삼십년의 시간 동안 저의 책들과 연결되어주신 소중한 문학 독자들께, 어려움 속에서 문학 출판을 이어가고 계시는 모든 출판계 종사자 여러분과 서점인들께, 그리고 동료, 선후배 작가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가족과 친구들에게는 다정한 인사를 건넵니다. 저를 수상자로 선정해주신 분들과 포니정재단의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024.10.17 18:40

4분 소요
“AI로 세상은 변했다, 다음은?”…33인의 CTO가 답했다

IT 일반

이제 세상의 변화를 이끄는 이들은 엔지니어다.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혁신도 변화도 어려운 시대다. 이런 엔지니어들이 꿈꾸는 최고의 자리는 ‘최고기술책임자’로 불리는 CTO일 것이다. 최고경영자만큼 혹은 창업가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않지만, 기술로 세상을 바꾼다는 철학으로 그들은 뒤에서 묵묵히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낸다.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궁금했다. CTO들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다. AI 시대를 이끌어낸 이들이 예언하는 다음 세상은 무엇일까. 숨어있던 33명의 CTO가 직접 답했다. 9월 한달 동안 대기업부터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CTO들에게 20개가 넘는 항목에 대한 온라인 설문을 진행했다. 사회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인 기술, 그 변화에는 기업 역할을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진보된 기술을 대중이 체감하는 건 결국 서비스·제품 등이기 때문이다. 최근 50년간 인류의 일상을 극적으로 변화케 한 사례만 봐도 그렇다. ▲1981년 개인용 컴퓨터(PC) 보급 ▲1995년 인터넷 확산 ▲2009년 스마트폰 대중화 등 기술의 발전에 따라 ‘혁신적 발명품’이 14년 주기로 나왔다.PC 상용화 후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인터넷의 보급이 이뤄진 뒤에는 아마존·구글·네이버 등이 기회를 잡았다. 스마트폰 시대를 연 곳도 애플이란 기업이다. 카카오·인스타그램·우버 등이 시장에 등장하면서 스마트폰은 현대인의 손을 점령했다.스마트폰 시대 개막 후 다시 14년이 지난 2022년 11월, 미국 기업 오픈AI가 챗GPT를 세상에 내놨다. ‘질문에 유려한 답변’을 적어내는 서비스가 등장한 뒤로 인공지능(AI) 개발 열풍이 불었다. 다양한 기업이 AI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우리의 일상이 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챗GPT 등장은 ‘아이폰 모멘트’로 불릴 정도로 일상의 다양한 변화를 만드는 계기가 됐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이코노미스트’는 AI 시대 개막에 맞춰 세상의 변화를 이끄는 기업, 그 안에서 기술의 진보를 주도하는 최고기술책임자(CTO)의 이야기를 조망하기로 했다. 기술 변화에 민감한 스타트업부터 단숨에 파급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굴지의 대기업까지. 다양한 곳에 소속돼 있는 CTO 33인의 ‘최근 생각’을 통해 변화하는 세상의 단면을 엿봤다.이번 설문은 ‘CTO 업무의 특성’과 ‘AI 시대에 대한 생각’ 등을 알아보기 위한 문항으로 구성됐다. 객관식의 경우 CTO의 생각을 최대한 많이 담고자 모두 복수로 응답을 선택할 수 있도록 꾸렸다. 또 객관식 항목에 적절한 선택지가 없다면 별도의 답변을 자유롭게 적을 수 있도록 했다. 주관식의 답변은 이름과 소속 기업의 공개를 원하는 이는 그대로 옮기고, 나머지는 익명 처리해 기사에 담았다.‘해결사’ CTO가 본 가장 중요한 기술“AI의 상용화가 이뤄진 다음에 ‘시장을 지배할’ 기술로는 자율주행을 꼽겠습니다.”“CTO가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단연 기술을 제품·서비스에 접목하는 ‘응용력’이고, 직원들에게는 한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요구하곤 합니다.”“기술 기반의 사업을 꾸리는데 ‘인재 유치’가 가장 어렵습니다.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정부의 지원 제도 확산과 규제 완화 등의 변화가 필요해요.”본지가 9월 한 달간 진행한 CTO 대상 설문에 응답한 33인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 이들이 세상과 기술을 보는 시각은 비교적 명확했다.설문에 응답한 33인 CTO들은 본인의 업무 중 중요한 것으로 ‘기술 변화에 대응’(26명)과 ‘다른 임원(C레벨-CEO·CFO·CIO 등 최고 의사결정권자)과의 협업·소통’(26명)을 꼽았다. 기술 개발(20명)과 프로젝트 관리(20명)를 선택한 이도 많았다. ‘임직원 관리’를 선택한 이도 11명이나 됐다. 기술 개발뿐 아니라 사내 의사결정 등 ‘관리 업무’ 역시 CTO 직을 수행하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본 셈이다. 반면 개발 업무와는 다소 성격이 동떨어진 마케팅·영업 등 ‘비즈니스 관리’를 선택한 이는 4명에 그쳤다. CTO는 기업 내 ‘해결사’라고도 불린다. 기업이 마주한 기술적 난관을 뚫어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기술 난관을 해결하는 비결’을 묻는 말에 한 대기업 소속 CTO는 “현재 개발하고 있는 기술의 목적이 무엇이고, 인력을 투입해 이 업무를 ‘왜 진행하는가’를 스스로 물어본다면 난관을 해결하는 방안들이 보이곤 한다”고 답했다. 임현진 팜에어 CTO도 “기술이 필요한 이유를 다시 생각해 보고 대안을 찾곤 한다”고 했다.최신 기술 동향이나 외부 전문가에서 답을 찾는 경우도 많다. 이해성 내일이비즈 CTO는 “기술적으로 어려운 문제를 마주했다면, 그 분야의 최근 5년 내외의 논문을 살펴보곤 한다. 대다수 기술적 난관은 물리·수학 문제로 회귀하는데, 이 지점을 찾아내는 게 해결책을 만들 수 있는 실마리가 된다”며 “물리·수학적 접근이 불가능한 문제라면 프로젝트 관리에서 오류가 나타난 경우가 대다수라 이에 맞춰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이태현 왓챠 CTO·김환수 에스티씨랩 엔지니어링 디렉터·김명현 올림플래닛 CTO 등도 외부 협력이나 논문·앞선 사례 등을 살펴 해결책을 찾는다고 했다. 박성진 디오비스튜디오 CTO는 “대체·대안의 문제로 접근한다. 기술로 해결하기 힘든 점은 서비스의 영역에서 관점의 변화를 유도하거나, 문제 정의 자체를 다시 내릴 때도 있다”고 답했다. CTO는 기술 개발뿐 아니라 한정된 기업 내 자원을 ‘어떤 분야 연구에 투입’할지에 대한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데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현재 주력하고 있는 투자 분야’를 묻는 주관식 문항에 33명의 응답자 중 27명이 AI와 관련된 분야를 적어냈다. 스타트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업종·규모를 가리지 않고 대다수가 ‘AI를 업무·서비스·제품 등에 접목’하기 위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의미다. 현재 기술 시장에서 AI 분야 중요도가 얼마나 되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IT 상장사 소속 CTO는 “라이브 서비스 고도화에 AI를 활용해 효율성을 대폭 높이고 있다”며 “다만 생성형 AI의 경우 자체적인 플랫폼을 구축하기보다 GPT 모델이나 제미나이 등 다양한 모델을 활용해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집중한다. AI 모델의 개발이 무척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회사의 자원을 투입해 거대언어모델(LLM)을 구축하는 것보다, 트렌드에 맞는 기술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게 소모를 줄이는 방향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AI 시대’에 대한 CTO의 생각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국내 대기업에 재직 중인 한 CTO는 이번 설문에서 “AI는 엄청난 기회이자 위기”라며 “현재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경쟁력을 잃게 된다면 ‘생존’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시장 변화가 빠르다”고 했다. CTO들이 왜 AI 분야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CTO들은 다만 시장 변화에 대응해 AI 기술을 사업에 접목하는 과정이 “속도가 능사는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안정성’ 역시 중요한 지점이라고 답한 CTO도 많았다. 또 AI 서비스 자체에 불확실성이 커 시장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접근해야 사업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안기순 로앤컴퍼니 CTO는 “AI 기술을 도입할 때 내부적으로는 물론 외부(소비자)의 기대 수준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김문규 알스퀘어 CTO도 “AI는 이해보다 실행이 어려운 기술”이라며 “AI로 기존에 해결이 어려웠던 문제를 풀어낼 수 있다는 점도 존재하지만, 확률에 기반한 기술인만큼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 해결률을 올리는 데엔 자원·시간 등 비용이 수반돼 ‘효과가 큰 경우’에만 AI 적용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게임업계에 종사하는 CTO는 “AI 등장과 함께 저작권 침해·범죄 등의 문제가 나타나면서 사용 자체에 대한 기피감을 느끼는 소비자도 다수다. 차별·비하·폭력 등 유해 콘텐츠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가 연구 단계에서부터 수반돼야 한다”며 “AI 활용 범위가 늘어난 만큼 AI 윤리를 잘 지킬 수 있는 내부 규범을 확립해 이용자의 우려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유익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CTO들은 이 밖에도 ‘AI 기술을 사업에 접목할 때 유의할 점’을 묻는 말에 “AI에 대한 사용자 경험을 충분히 고려해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 “AI로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사전에 명확히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 “충분한 학습 데이터를 확보한 뒤 사업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등의 조언을 건넸다.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 정책으론 ‘규제 완화’와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많았다. “해외 성공 사례가 존재한다면 ‘국내에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란 관점에서 규제 완화가 전향적으로 이뤄져야 한다”(송인성 디셈버앤컴퍼니 CTO), “기업이 접근하기 힘든 데이터·프로세스의 표준화 구축을 정부 차원에서 진행하면 좋겠다”(심상우 마키나락스 CTO), “AI 산업의 기반인 ‘고성능 슈퍼컴퓨팅 클러스터를 구축’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김종국 레신저스 대표), “국가 차원의 질 높은 데이터를 만들어 다양한 산업군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동시에 AI 학습 자료를 검증할 ‘밸리데이션 셋’(Validation Set) 구축을 지원해야 한다”(양수열 크라우드웍스 CTO) 등의 의견도 나왔다. 기술로 바뀔 우리의 일상CTO들이 투자를 집중하는 분야이자 기회가 창출되리라고 입을 모은 AI가 안착한다면, 우리 삶은 어떻게 바뀔까.이 질문에 CTO들은 저마다 그리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김동현 빅밸류 CTO는 “의사결정은 간소화되고 향상된 자동화 개인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작업 환경에 긍정적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물론 “고난도의 일뿐만 아니라 단순 반복적인 작업도 AI로 대체할 수 있어 삶의 질은 높아질 수 있으나, 일을 구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황덕수 케어식스 부사장의 말처럼 ‘AI 일상화’가 이뤄질 가까운 미래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많았다. 또 “정치·경제·사회 곳곳에서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는 내용의 답변을 적어낸 이도 4명이나 됐다.이외에도 “반복 업무가 노동의 처음이었다면 AI는 빠르고 다양한 일을 하는 노동의 마지막을 열 것”, “현재 AI는 사실이 아닌 내용을 답변하는 환각 현상이 있어 우선 정답이 없는 예술 분야에서 변화가 이뤄지다, 점차 신뢰도가 높은 서비스가 나오면서 인류의 일 처리 방식을 전반적으로 바꿀 것”, “반복 업무의 극단적인 축소”, “AI 활용 능력이 사람 간 격차를 만들 것” 등의 의견이 달렸다.인류는 PC·인터넷·스마트폰에 이어 AI를 주목했다. 현재 산업계 전반을 지배한 AI가 일상화가 된 뒤에는 ‘또 다른 기술’이 세상의 주목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의미다. AI 다음에 주목받을 기술을 묻는 문항에 16명이 ‘자율주행’을 꼽았다. 설문에 참여한 CTO 중 절반 정도가 AI에 대응하는 동시에 ‘자율주행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차세대 지배 기술로 자율주행을 꼽은 CTO들은 그 이유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가 크다”, “실생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 게 사업성을 결정하는데, 현재 기술 중 자율주행보다 파급효과가 큰 분야는 찾기 힘들다”, “AI의 일상화는 데이터 처리의 고도화를 의미하고, 이는 자연스럽게 자율주행을 여는 키가 될 것” 등을 들었다.자율주행에 이어 ▲고대역폭메모리(HBM)·신경망처리장치(NPU) 등 ‘차세대 반도체 관련 기술’(13명) ▲증강·가상·확장 현실(AR·VR·XR)과 디지털트윈 등 ‘메타버스 관련 기술’(10명) ▲양자암호·블록체인 등 ‘보안 관련 기술’(9명) ▲발사체·인공위성 등 ‘우주항공 관련 기술’(5명) ▲탄소 포집 등 ‘친환경 에너지 관련 기술’(1명) 순으로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기타 답변으론 ▲법률·의학 등 전문 분야 특화 AI 서비스(3명) ▲데이터 의미화와 AI 에이전트 ▲스마트폰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언어모델(SLM) 상용화 ▲웨어러블 기기와 로봇 산업 ▲콘텐츠 제작·시장 분석·문서 자동화 등 인력 대체 가능 기술 ▲양자컴퓨팅 등이 나왔다.박성진 디오비스튜디오 CTO는 AI로 인해 곧 마주할 우리의 미래를 이렇게 적었다.“인류의 삶이 송두리째 바뀌지는 않겠지만, 업무·개발 영역은 송두리째 바뀔 가능성이 높다. 도면을 연필로 그리던 시대에서 마우스로 그리는 시대가 되면서 사무실 풍경이 많이 바뀐 것과 같다. 개발자의 모습 또한 AI로 인해 ‘연필에서 마우스로’ 정도의 변화가 있으리라고 본다. 또 한 국가 사회 안에서도 양극화된 세대 간의 기술 격차는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부유층·상류층은 AI를 활용해서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해 내고, 이에 익숙하지 않은 빈곤층은 여전히 노동집약적 생활을 영위할 가능성이 있다. 세계는 맞물려 있다. 어느 한 국가가 사라지는 경우 다양한 형태의 위기가 발생한다. 그래서 국가는 나름의 역할을 지속하고, AI는 특정 국가들의 산업 기반으로 계속 자리 잡으리라고 본다. 우리는 예전에 비해 좀 더 지적인 도구를 얻었다. 훨씬 더 고도화된 일을 수행하기 좋은 시대에 살고 있다.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가능한 일들을 이제 해볼 만 하다고 느낀다. 창의적일수록 좀 더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는 인프라가 깔리고 있다. 앞으로 AI를 도구로 활용하는 사람은 영향력이 더욱 커지겠다. 반면 AI에 의존하는 사람은 AI가 지배하는 세상에 살게 되리라고 본다.”

2024.10.14 05:00

10분 소요
‘딥페이크 범죄’ 취약한 韓…‘외설 이미지 합성’ 스노우, 반쪽 대응 [정두용의 인사이트]

IT 일반

이데일리TV 생방송 코너 ‘이데일리 인사이트’에서 다룬 내용을 다시 글로 풀어 전달합니다. 경제·산업계 소식에 인사이트 한 스푼을 얹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양한 관점에서 사안을 다룹니다. Q. ‘딥페이크 성 착취물’에 대한 피해가 확산하면서 최근 세간에서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면서 편의성 증대와 같은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반대급부로 새로운 형태의 피해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먼저 딥페이크 성 착취물 무엇인지부터 설명해 주시죠.A. 딥페이크는 AI 기술 중 하나인 ‘딥 러닝’(deep learning)과 가짜를 의미하는 ‘페이크’(fake)의 합성어입니다. 인공지능 이미지 편집 기술을 활용해 사실과 다른 영상이나 사진을 만드는 걸 의미하는데요. 기술 자체만 보면 영화나 예술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고, 돌아가신 분과 대화를 나누는 식의 영상을 만들어 유족의 심리 치료 등에도 쓰일 수 있어 긍정적인 면도 존재합니다.문제는 이 기술을 성 착취물 제작이나 사기 등에 범죄에 이용되고 있다는 점인데요. 음란물에 연예인의 얼굴을 덧씌우거나 지인의 모습을 반영하는 식으로 악용되고 있어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성 착취물 제작뿐만 아니라 유명인을 사칭해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정치적 목적으로 왜곡된 정보를 유통하는 데에도 쓰이고 있어 피해가 점차 커지고 있는 모습입니다.Q. 딥페이크란 기술 자체가 문제라기 보단 이를 악용하면서 피해가 나타난다고 이해할 수 있겠네요. 이 딥페이크 성 착취물 피해에 한국인이 유독 많이 노출돼 있다고요?A. 세계에 유포된 딥페이크 성 착취물로 피해를 본 이들의 절반 이상이 한국인이라는 조사가 있는데요. 미국의 사이버보안 업체 ‘시큐리티 히어로’가 발표한 ‘2023 딥페이크 현황’ 보고서에는 지난해 7월부터 8월까지 딥페이크 성 착취물 사이트 10곳과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공유 플랫폼의 딥페이크 채널 85개에 올라온 영상물 9만5820건을 분석한 결과가 담겼습니다.조사 결과에 따르면 딥페이크 성 착취물에 등장하는 개인 중 53%가 한국인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인 딥페이크 피해자 대부분은 가수와 배우 등 연예인으로 조사됐고요. 시큐리티 히어로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딥페이크 성 착취물에서 가장 많이 표적이 되는 나라”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더 큰 문제는 딥페이크 성범죄에 특히 미성년자가 표적이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딥페이크 범죄 사건 관련 피해자 60%는 미성년자로 나타났는데요. 2021년부터 3년간 경찰에 신고된 딥페이크 등 허위 영상물 사건 피해자 527명 중 무려 315명이 10대로 집계됐습니다.딥페이크 성 착취물을 제작하거나 배포한 피의자 역시 대다수가 10대로 나타났는데요. 올해 1월 1일부터 9월 25일까지 전국 경찰에 접수된 딥페이크 성범죄 관련 사건은 총 812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기간 딥페이크 성범죄로 검거된 피의자는 총 387명이었고, 이 중 324명 10대였는데요. 비중으로 보면 무려 83.7%가 10대입니다. 이 중에는 10세 이상 14세 미만, 그러니까 ‘촉법소년’도 66명이나 됐습니다. Q. 피해가 정말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는데, 당국 차원의 대응은 없습니까?A. 피해가 확산하자 국회가 움직였습니다. 지난 9월 26일 이른바 ‘딥페이크 성범죄 방지법’으로 불리는 ‘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는데요. 딥페이크 성 착취물을 제작·배포한 이는 물론 이를 이용해 협박·강요한 자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마련됐습니다.여기에 더해 딥페이크 성 착취물을 시청한 이도 처벌 대상으로 올랐는데요. 구체적으로 불법 딥페이크 촬영물 편집·배포에 대한 처벌 법정형이 기존 ‘불법 촬영물’과 같도록 기준이 상향됐고요. 딥페이크 성 착취물을 소지·구입·저장·시청하면 징역 3년 이하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도록 규정이 마련됐습니다.이와 함께 검찰과 경찰의 딥페이크 성 착취물 근절 활동도 진행되고 있는데요. 검찰과 경찰의 디지털 성범죄 대응을 위한 핫라인이 개설됐고, 전담 검사의 수를 확대하는 등 대응에 나섰습니다. 경찰은 지난 8월 28일을 기점으로 시·도경찰청 사이버 성폭력수사팀을 중심으로 딥페이크 성범죄 집중 단속을 전개하고 있기도 합니다.Q. 이런 상황에서 대중적인 국내 사진 앱에서 AI가 외설적 이미지를 합성하는 오류를 일으켜 논란이 되고 있다고요?A.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가 운영하는 카메라·사진 보정 앱에서 연달아 AI 합성 이미지가 외설적으로 바뀌는 사고가 났습니다. 스노우와 소다란 앱에서 원본 사진에 외설적 이미지를 덧씌우는 오류를 일으킨 건데요. 문제가 나타난 두 서비스 모두 유료란 점에서 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습니다.스노우는 앱 마켓인 구글 플레이에서만 다운로드 수 1억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사진 앱입니다. 소다 앱도 10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한 대중적인 앱이죠. 여성을 중심으로 대중적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두 앱에서 AI 합성을 통해 성적 불쾌감을 유발하는 결과물이 나온 셈입니다.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피해의 정도가 꽤 심각한데요. 저희 매체에 온 제보 내용을 종합하면,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두 명입니다.먼저 스노우 앱을 통해 피해를 본 사례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스노우 앱에는 유료 서비스인 ‘AI 헤어샵’ 기능이 있는데요. 사진을 넣으면 머리 모양을 다양하게 바꿔주는 서비스입니다. 스노우 앱 피해자는 이 기능을 사용하던 중 충격적인 결과물을 받았습니다. 다양한 스타일 중 단발 컷 사진에서 상반신 모두가 나체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소다 앱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타났는데요. 이 피해자는 소다 앱 내 유료 서비스인 ‘AI 배경 편집’ 기능을 사용하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증명사진 아래 배경에 가슴을 양손으로 움켜쥐는 듯한 모습이 합성된 걸 보고 ‘결과물이 유출되지 않을까’란 걱정에 밤잠을 설쳤다고 합니다.AI 기능을 통해 나온 결과물이라고 할지라도, 편집 과정을 소비자가 직접 수행하는 구조라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요. 본인의 얼굴이 나온 사진을 직접 넣어 결과물을 받는 유료 서비스에서 이런 오류가 나타나 네이버 자회사인 스노우에 대한 비판이 더욱 가중되고 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자문을 구한 전문가는 이를 두고 “회사의 기술적 미흡이란 일종의 폭력에 노출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Q. 대중적인 앱이고, 유료 서비스인데 외설적 이미지가 도출돼 문제가 더 커 보이네요. 왜 이런 오류가 나타난 거죠?A. 스노우가 운영하는 두 앱에서 나타난 AI 외설적 이미지 합성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기 위해선, 이런 오류를 일으킨 핵심 기술인 생성형 AI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생성형 AI는 말 그대로 글이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인공지능을 뜻합니다. 사용자의 질문에 유려한 문장으로 답변하는 오픈AI의 챗GPT가 대표적인 생성형 AI 서비스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이번에 오류가 나타난 스노우와 소다 앱 서비스에도 이런 생성형 AI 기술이 접목돼 있는데요. 원하는 이미지를 문장으로 입력하면 이를 생성해 주는 AI 모델이 적용돼 있습니다. 스노우가 사용하고 있는 AI가 사용자의 의도와 달리 외설적 이미지를 원본에 덧씌운 게 이번 오류의 핵심 원인입니다.생성형 AI의 결과물은 통상 학습 데이터의 양과 질에 따라 결정됩니다. AI에 무엇을 학습시켰는지에 따라 생성되는 글이나 이미지가 달라지는 구조인 거죠. 그래서 스노우 AI가 외설적 이미지를 생성해 내자, 회사가 ‘AI 학습 데이터에 선정적인 이미지를 넣었다’라는 식의 의혹이 나오기도 했습니다.회사는 AI가 부적절한 이미지를 생성해 내 소비자가 피해를 겪었다는 점에선 고개를 숙였지만, AI 학습 데이터에 의도적으로 선정적인 이미지를 넣었다는 의혹은 전면 부인했습니다. 스노우가 문제를 일으킨 된 두 앱에 적용한 AI는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이란 이미지 생성형 AI 모델인데요. 영국 기업 ‘스테이블AI’에서 개발해 오픈소스(Open Source·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과정에 필요한 소스 코드나 설계도를 누구나 접근해서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개)로 배포한 모델입니다. 스노우는 자체 개발한 모델이 아니라서 ‘AI 학습 데이터 선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스노우는 ‘스테이블 디퓨전’에 선정적 이미지가 학습돼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는데요. 부적절한 결과물이 생성될 수 있다는 점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회사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필터 기술을 자체 개발해 서비스에 적용했는데요. 스테이블 디퓨전에 입력하는 문구를 적절히 걸러 안전한 이미지를 만드는 기능을 서비스 밑단에 깐 구조입니다. 이 필터 기능이 미흡하게 작동했고, 이에 따라 부적절한 이미지가 생성돼 피해자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Q. 회사가 의도하지 않았다곤 하더라도 유료 서비스에서 심각한 오류가 나타난 거잖아요. 정신적인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가 있는 만큼 빠른 대응이 필요해 보입니다.A. 두 피해자 모두 본인 얼굴에 외설적 이미지가 덧씌워진 사진이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는 점에 큰 우려를 나타냈는데요. 다행히 스노우가 운영하는 두 앱에서 AI 기능을 통해 생성된 이미지는 만들어지는 동시에 서버에서 삭제된다고 합니다. 외부로 사진이 유출될 가능성이 없도록 서비스를 운영 중이라는 게 스노우 측 설명인데요.회사는 사안을 인지한 후 피해자와 보상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이 사안을 단독으로 보도한 후 5일 만에 스노우·소다 앱에 각각 사과문을 게재하기도 했고요.재발 방지책도 마련했습니다. AI 이미지 생성 기능을 더욱 안전하게 마련하기 위해서 필터 기능을 고도화한 버전을 최근 배포하기도 했습니다. Q. 필터 기술 고도화로 이런 오류를 막을 수 있나요?A. 스노우가 내놓은 재발 방지안에는 필터 기술 고도화가 주된 내용으로 언급돼 있습니다. 그래서 ‘근본적 원인 해결’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데요.외설적 이미지 생성을 원천적으로 막으려면, 오류가 나타난 AI를 뜯어서 학습된 데이터에서 선정적 이미지를 배제하는 등 수정 작업이 이뤄져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스노우가 두 앱에 사용 중인 모델은 영국 기업이 개발한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합니다. AI 모델 수정 권한이 스노우에 없다는 의미인데요.스노우에 적용된 AI 모델을 향후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킬지 전혀 관여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필터 기술 고도화만으로는 부적절한 이미지 생성을 완전히 막을 수 없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입니다.물론 회사는 이번 문제가 발생한 후 기존에 사용하던 ‘스테이블 디퓨전’ 모델을 교체하긴 했습니다. 스테이블 디퓨전의 다양한 버전 중 보수적인 엔진을 사용하기로 한 건데요. 그러나 스테이블 디퓨전 학습 데이터에 선정적 이미지가 포함된 구조라 위험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다만 스노우 AI가 외설적 이미지를 합성한 건 세간에서 문제로 떠오른 ‘딥페이크 성 착취물’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성 착취물 제작을 의도하고 개발된 딥페이크 생성형 AI와는 서비스 성격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죠.스노우에서 외설적 이미지가 합성된 건 생성형 AI의 한계로 꼽히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그러니까 ‘환각 현상’으로 인한 사고에 더 가깝습니다. 다만 학습 데이터에 선정적 이미지가 완전히 배제됐더라면 AI 환각 현상이 나타났더라도 이번과 같은 사고가 나질 않았으리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기도 한데요. 스노우가 내놓은 ‘필터 기능’ 고도화 중심의 재발 방지책이 반쪽 대응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Q. 딥페이크 성 착취물에 대한 피해가 세계적으로 확산하자, 글로벌 빅테크에선 학습 데이터를 수정하고 있다고요?A. 딥페이크 성 착취물의 피해가 세계적으로 확산하자 주요 국가 정부는 수사를 확대하고 규제를 마련하고 있는데요. 이에 이미지 생성형 AI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들도 환각 현상에 따른 이용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움직이는 모습입니다. 개발자의 의도와 별개로 생성되는 선정적 이미지 생성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겠단 취지인 거죠.마이크로소프트(MS)·오픈AI·어도비·앤트로픽·코히어 등은 지난 9월 12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의 중재로 발표한 서약에서 ‘AI 모델에 학습된 데이터에서 나체 이미지를 제거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메타·틱톡·범블·디스코드 등도 이미지 기반 성적 학대를 방지하기 위한 자발적 원칙을 별도의 서약으로 발표했죠.한국 카메라 앱 서비스 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스노우는 이런 대응 자체가 불가능한데요. 자체 AI를 통해 서비스를 구축한 게 아닌 외국 기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노우·소다 앱에 적용된 AI 모델을 개발한 스테이블AI는 지금까지 ‘나체 이미지 삭제’ 조치를 발표한 바 없습니다.Q. 스노우 사진 앱에서 나타난 오류가 국회 국정감사장에서도 다뤄진다고요?A. 김창욱 스노우 대표가 직접 국회 국감장에 출석하는데요. 이해민 의원(조국혁신당)이 김창욱 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한 건이 의결되면서 관련 내용이 국정감사장에서도 다뤄질 예정입니다.김창욱 대표는 구체적으로 오는 10월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진행하는 국정감사에 출석하는데요. 이해민 의원은 김창욱 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한 배경에 ‘딥페이크’를 적어냈습니다. 최근 벌어진 AI 합성 오류와 후속 대처 등에 대해서 질문과 답변이 오갈 것으로 보입니다.더욱 안전한 AI 엔진으로 교체하고 필터 기술을 손봤다곤 하지만 ‘근본적인 대응’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김창욱 대표가 국감장에서 이번 오류에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딥페이크 성 착취물에 대한 국내 공포가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중적인 사진 앱의 유료 서비스에서도 이와 유사한 피해가 나타난 만큼 더욱 치밀한 후속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본문과 방송 내용에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2024.10.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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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눈높이가 100이면 삼성 AI 제품은 30 수준”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기업인 말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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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의 말 한마디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이나 생각부터, 추구하는 목표나 향후 사업 계획까지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회사의 규모, 회사에서 일하는 임직원이 많은 만큼 회사를 이끄는 기업인 한 마디의 무게는 가볍지 않을 것입니다. 최근 언급된 기업인의 말을 모아 그 의미가 무엇인지 들여다봅니다. “앞으로 ‘세계 최초’ 등의 제품 발표는 안 할 계획입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7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4'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 부회장은 “삼성 가전은 경험 위주로 갈 것”이라며 “가전 연결 경험을 실사용 사례를 중심으로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한 부회장이 경험을 강조한 것은 AI를 경험한 소비자들 눈높이를 맞추는 데 우선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소비자들의 기준이 높아졌는데, 제품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초’ 경쟁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실제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AI 기술 수준이 어디까지 와있느냐는 질문에 “AI 기술에 대한 소비자 눈높이가 매우 높지만, 아직 제품들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다. 소비자가 원하는 AI 기술이 100%라면 우리 제품은 30% 정도”라고 말했다. 빅스비 음성인식, 거대언어모델(LLM)을 16개국에 지원하는데 더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중요하다고 본 것은 ‘보안’과 ‘자연어 인식’이다. “이 두 가지가 되면 소비자 눈높이의 60~70%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전했다.한 부회장은 삼성 가전 간 연결을 핵심 전략으로 밀고 나가겠다고 밝혔다. 각 제품의 스펙(세부사양)보다 가전 연결로 집안에서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AI TV를 중심으로 생활 가전을 한데 묶는 서비스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사장)은 “AI(인공지능) TV는 기존 TV에서는 상상치 못했던 무한히 새로운 경험들로 AI 홈의 진화를 이끌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용 사장은 삼성전자 뉴스룸 기고문을 “AI TV는 초연결 시대, AI 홈(AI Home)의 허브로써 다양한 기기를 연결하고, 가이드하고, 또 필요한 부분을 컨트롤하며, 소비자에게 편리함과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며 TV가 AI 홈의 지휘 본부(Command Center)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AI TV는 바쁜 일상 중에 무심코 켜 놓은 빈방의 에어컨이나 조명 등을 한 번에 제어해 에너지를 관리하고, 부재 시에도 연결된 카메라와 센서를 활용해 집안의 상황을 요약해서 알려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반려동물에게 무료함을 달래줄 영상까지 틀어주는 일상의 AI 홈 집사의 역할을 해 낼 것”이라고 전했다.그는 “빠르게 변화하는 AI에 대해 기대뿐 아니라 다양한 걱정도 공존하고 있지만 결국 AI는 고객들에게 더 많은 가치를 주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며 “언어의 장벽 없이 자유롭게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고, 집안의 다양한 기기를 제어하고, 나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로 힐링을 얻게 되는 새로운 일상을 삼성 AI 스크린이 만들어 가겠다”고 덧붙였다.

2024.09.12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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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3세 사용’ 사진 앱 소다, AI ‘외설 이미지’ 합성…스노우 “대책 마련 중”

IT 일반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가 운영하는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앱) ‘소다’(SODA)에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합성 사진이 나왔다. 인공지능(AI) 기술 기반의 배경 자동 편집 기능을 통해 사진을 보정 중 부적절한 이미지가 원본에 덧씌워진 것. 소다의 AI 편집 기능은 유료 서비스다. 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최근 소다 앱을 통해 증명사진 배경 너비 보정을 위해 ‘AI 배경 확장’ 기능을 사용했다. 편집된 사진에는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배경이 합성됐다. 양쪽 손으로 가슴을 움켜쥐고 있는 듯한 모습이 하단에 추가됐다. AI 필터 편집은 사진·영상에 다양한 효과를 자동으로 보정해 주는 기능이다. AI에 학습된 데이터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진다. A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10월 결혼을 앞두고 웨딩 사진을 보정하기 위해 해당 앱의 유료 서비스를 구독했는데, 이런 결과물이 나와 큰 충격을 받았다”이라며 “성적 수치심을 느꼈고 ‘사진이 유출되진 않을까’란 걱정스러운 마음에 잠도 편히 자지 못했다”고 호소했다.해당 앱은 ‘3세 이상’ 사용으로 분류돼 있다. 다만, 회원이 미성년자(만 19세 미만) 등 제한능력자인 경우 유료서비스를 구매하기 전 법정대리인(부모, 후견인 등)의 동의 등 법률행위에 필요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 스노우측의 설명이다. 스노우 관계자는 “우선 이 같은 사안으로 이용자께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이번 논란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현재 대책 마련 중”이라고 했다.이어 “스노우를 포함해 현재 상용되고 있는 기술 모델을 활용하는 모든 기업들은 선정적이거나 혐오스러운 이미지를 걸러주는 필터 프롬프트(negative prompt)를 꾸준히 강화하고 업데이트 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하며 부적절한 콘텐츠 생성을 막고있다”며 “다만 아직까지의 기술의 한계 때문에 필터 프롬프트의 적용이 완벽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해명했다.사진의 유출 우려에 대해선 “이미지 제작과 동시에 데이터가 삭제되기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용자에 대한 보상책 관련 논의도 내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4.09.0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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