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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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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대학·기업, 청년 취업난에 팔 걷어붙였다

정책이슈

2025년 상반기 취업 시즌이 열렸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이 시름하고 있다. 이들은 면접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요소를 조금이라도 덜어내려고 대학 졸업을 유예하고 여러 해를 취업에 매달린다. 취업에 실패하거나 혹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청년들 가운데 일부는 두 손을 놓고 휴식을 선택하기도 했다. ‘그냥 쉬었음’. 취업 준비는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었다는 30대 미만 청년은 50만명에 육박한다. 국제 정세는 혼란하고 경기 전망은 어둡다. 한 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운 불확실의 시대. 이제 더 이상 ‘아프니까 청년이다’라는 위로를 받아들일 사람은 찾기 어렵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 정부와 지자체, 대학들은 저마다 학생들의 취업을 돕기 위해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기업도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주저앉은 청년들이 다시 일어나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는 기업의 청년 채용을 응원하고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 해결에 보탬이 되기 위한 ‘청년 점프업 캠페인’을 진행한다. 그 차원에서 첫 기획을 준비했다. 청년이 희망이다. 수도권 대학을 졸업한 김지원(26·가명)씨는 지난해 상반기 취업에 성공했다. 콘텐츠 제작자(PD)로 일하기 위해 광고제작업체, 콘텐츠제작업체에서 계약직으로 일했고 이런 경험을 살려 중견기업인 광고홍보회사에 PD로 입사했다. 김씨는 “대학 동기들과 비교하면 정규직 취업이 빠른 편”이라며 “고용 형태를 가리지 않고 원하는 직무라면 여기저기서 일한 점이 취업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김씨의 취업을 도운 것이 또 있다. 김씨는 광고제작업체에서의 첫 인턴 자리를 재학 중이던 대학의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얻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현재 재직 중인 광고홍보회사에서 일하는 대학 선배를 만나 조언도 들었다. 김씨는 “대학 내 경력개발 담당 부서에서 주요 채용 공고를 모아 학생들에게 알리는 웹사이트를 운영한다”라며 “이를 통해 해당 기업에 지원하면 현직에서 일하는 대학 선배나 현업 관계자와 연락할 수 있어 (취업 준비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대학, 취업 지원 총력…선배도 ‘멘토’로고용 한파를 직면한 청년들을 돕기 위해 대학이 팔을 걷어붙였다. 기존에 운영하는 경력개발 담당 부서를 취업진로전문센터로 키워 재학·졸업생의 취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형태다. 고려대는 재학생과 졸업생의 진로 선택을 돕고, 사회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학생들이 직업 정보를 습득하고 구직 기술을 함양할 수 있도록 스튜던트 석세스 센터(Student Success Center)를 운영한다. 먼저 취업에 성공한 대학 선배가 ‘멘토’로 나서 구직 중인 학생들에게 취업 경험도 공유한다.연세대는 학생들이 희망 진로를 정하고 대학 생활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커리어연세를 운영하고 있다.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커리어연세에서 기업 분석 자료를 확인하거나, 직무적성검사를 받을 수 있다. 대학을 졸업해 현업에서 활동하는 선배들을 만나 조언을 들을 수도 있다. 이화여대는 학생들이 전공· 교양을 중심으로 직무 역량을 관리할 수 있도록 더(THE)포트폴리오 서비스를 제공한다. 학생들은 이를 통해 취업 공고를 확인하고, 상담을 받을 수 있다.정부도 대학의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뒷받침하기 위해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를 통해 학생들의 취업을 지원하고 있다.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 사업은 고용노동부(고용부)의 청년 취업 핵심 사업이다. 서울시립대·성균관대·한국외대 등 전국 120여 개 대학이 운영하고 있다. 재학생과 졸업생 외 지역 청년이어도 해당 센터를 통해 ▲취업 상담 ▲인공지능(AI) 모의 면접 ▲현직자 멘토링 ▲직무박람회 ▲목표 기업 취업을 위한 자격증 취득 특강 ▲추천 채용 정보를 받을 수 있다.수도권 외 지역에서도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를 통해 청년 취업을 지원하는 대학이 많다. 경북권에서는 대구대·포항대, 충남권에서는 세명대·순천향대, 전북권에서는 우석대·원광대·전주대가 센터를 운영한다. 이들 센터의 일부는 해당 센터가 있는 지역의 산업 특성을 반영한 프로그램도 추가로 운영한다. ▲의약품 마케팅 영업 직무 교육 ▲반도체 공정 실습 ▲AI 전문 인력 양성 과정 ▲기계·전자·화학·유통 등 산업별 취업 맞춤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형태다.삼성·KT 등 대기업 직접 인재 양성기업들은 정부의 청년 고용 증진 기조에 발맞춰 해당 기업이 집중하는 주력 산업에서 일할 인재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싸피(SSAFY)로 알려진 삼성의 소프트웨어 아카데미와 현대자동차(현대차)의 디지털 전문 인재 양성 부트캠프 소피티어, KT의 AI 인재 양성 프로그램 에이블스쿨, 포스코의 청년 AI 빅데이터 아카데미 등이 사례다. 이런 청년 취업 프로그램은 고용부가 주관하는 첨단산업·디지털 선도기업 아카데미 사업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첨단산업·디지털 선도기업 아카데미 사업은 삼성·현대차·SK하이닉스 등 첨단산업·디지털 분야의 선도기업이 실무에 적합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현업 기반의 훈련 과정을 직접 설계·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업의 현직자, 전문가가 훈련 과정에 참여하기 때문에 청년들은 실전에서 응용할 수 있는 기술을 훈련할 수 있다. 2023년 기준 9만명의 청년이 해당 사업에 참여했으며, 같은 해를 기준으로 수료생 10명 중 6~7명은 취업에 성공했다.첨단산업·디지털 선도기업 아카데미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도 매해 늘고 있다. 이 사업은 운영 초기 40여 개의 IT 계열의 훈련 기관, 기업과 함께 시작했다. 고용부는 이후 사업을 정비해 삼성·KT·SK하이닉스·포스코 등 4개의 선도기업과 손을 잡았고, 이들 기업을 중심으로 청년들에게 훈련과정을 제공했다. 현재 첨단산업·디지털 선도기업 아카데미 사업은 국내는 물론 해외 기업도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 기업의 사업 영역은 반도체·로봇·이차전지·게임·사이버보안·신재생에너지·바이오헬스 등으로 다양하다.예를 들어 해외의 클라우드 기업 SAP은 첨단산업·디지털 선도기업 아카데미 사업으로 영 넥스트 클라우드 아카데미를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운영한다. 플랫폼 서비스(PaaS) 기반의 설루션을 개발하고 클라우드에서 운용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하는 클라우드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서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첨단산업·디지털 선도기업 아카데미 사업으로 AI·데이터·사이버보안 스쿨을 각각 운영한다. 게임 엔진 기업 유니티도 이 사업을 통해 부트캠프를 운영, 유니티 기반 콘텐츠 개발자를 육성한다.정부와 기업, 대학이 청년 취업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최근 취업 자체를 포기한 청년이 많아져서다. 고용부가 구직급여 수급 및 직업훈련(내일배움카드) 수료 이후 취업하지 않은 기간이 1년 이상 3년 미만인 15세부터 34세인 3189명을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조사한 결과, ‘쉬었다’라고 답한 청년은 평균 23개월 정도 일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4년 이상 쉰 청년도 11%를 차지했다. 이정한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청년들이 ‘쉬었음’ 상태로 빠지지 않도록 ‘청년 취업 지원 보장제’를 시작하고 청년 대상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5.04.07 07:00

5분 소요
공매도 재개 첫날, 트럼프 관세 공포 겹치며 무너진 증시 향방은

증권 일반

17개월 만에 공매도가 재기된 31일, 국내 증시와 투자자들은 파란불에 질렸다. 오는 4월 2일 예정인 트럼프 발(發) 상호관세 발표까지 앞두면서 단기 변동성이 커지는 모양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76.86p(포인트)(3.00%) 내린 2481.12로 마감하며 2500선이 무너졌다. 오후 한때 3.07% 내린 2479.46으로 2480선을 하회하기도 했다. 지난 1월 3일 2441.92를 기록하며 연초 반등 랠리를 이어오던 코스피는 3개월간의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한 셈이다. 코스닥지수도 이날 3.01% 내린 672.85로 마감했다. 공매도란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냈다가 실제로 주가가 떨어졌을 때 사서 갚는 투자 기법이다. 공매도는 주가의 거품을 제거해 적정 주가를 찾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시장의 매도 압력을 높여 변동성을 키운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2023년 11월 정부는 빌리지도 않은 상태에서 매도하는 불법 공매도의 수준이 심각하다며 이 제도를 전면 금지했다. 이날 5년 만에 2700여개 전종목에 대한 공매도가 재개됐다. 지난달 말 당국이 공매도 전면 재개를 공식화한 뒤 대차거래 잔고 수량이 코스피 20%, 코스닥 40%가량 증가해 공매도 시행을 앞둔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확인되기도 했다. 대차잔고가 반드시 공매도 예정 수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매도를 위해서는 주식을 빌리는 주식 대차가 선행돼야 하는 만큼 대차잔고는 공매도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최근 대차잔고가 늘어난 종목인 ▲포스코퓨처엠(-6.38%) ▲엘앤에프(-7.57%) ▲에코프로비엠(-7.05%) 등이 이날 큰 폭으로 하락 마감했다. 또 ▲삼성전자(-2.16%) ▲SK하이닉스(-3.99%) ▲LG에너지솔루션(-6.04%) ▲삼성바이오로직스(-3.34%) 등 시가총액 상위 대다수 종목도 약세로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이날 공매도 재개 시 단기 조정이 불가피 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시가총액 상위주와 가격 및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높은 업종이 공매도의 타깃이 될 우려가 있고, 이 같은 심리적 불안감이 수급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지현 다올투자증권 관계자는 “공매도 잔고가 평균 수준으로 회귀하는 과정에서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며 “전년 대비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한 종목들 가운데 코스닥 중소형주 비중이 크다. 이들 종목은 공매도의 대안이었던 개별주식선물이 상장되지 않은 기업들이 대부분이므로, 지난달 말 대비 대차잔고가 증가했거나 외국인 지분율이 상승한 종목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장기적 외국인 투자자 유입…관세 부과 반점 기대감도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3차례의 공매도 재개 구간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중장기적으로 국내 시장에 재유입되며 지수 안정에 기여했다”면서도 “단기적으로는 공매도 재개 직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여지를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고 했다.반면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이경민·조재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불법 무차입 공매도 방지에 초점을 맞춘 규제 강화 후 모든 종목에 대한 전면 재개 예정으로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 참여 증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크지만, 과거 공매도 재개 당시, 그리고 이후 흐름은 긍정적”이라며 “공매도 재개가 시장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처럼 저성장이 만연한 환경에서는 성장 가능성만 보여줄 수 있다면 자금 유입을 유도할 수 있다”며 “특히 이런 종목은 공매도 물량이 나오더라도 주가 상승이 멈추지 않아 쇼트 스퀴즈(Short squeez)가 촉발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날 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발표가 임박하면서 불확실성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공매도 재개 직후인 2일(현지시각) 상호관세가 발표되는데, 세부안에 따라 충격이 더해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주 많은 국가에 대해 상호관세 면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에는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시작하겠다”고 말해 시장을 또다시 뒤흔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수입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를 강행하면서 코스피는 한 주간 3.22% 하락한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관세전쟁 확대에 따른 변동성 장세 우려가 나오는 동시에 낙관론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강현기 DB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국내총생산(GDP) 전망치 하향 조정세, 쌍둥이 적자(무역적자·재정적자) 해소 추진 과정 등을 언급하며 “향후 미국 주식 시장이 깊은 하락을 겪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한국 주식시장도 재하락 여지가 짙다”고 우려했다.반면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국 경기는 과열이 식어가며 정상화하는 과정으로, 경기가 침체로 갈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주 말에 이은 오늘 급락은 관세와 이로 인한 경기 침체, 물가 급등 우려까지 불확실성을 선반영하는 과정”이라며 “예상보다 더 강한 관세가 현실화하지 않는다면 관세 부과가 분위기 반전의 시작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2025.03.31 18:10

4분 소요
“韓 제조업, AI로 변한다”...AI 국가 경쟁력까지 향상 효과

산업 일반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이 전 세계 제조업의 약 65%를 차지하는 만큼, 역내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제조업과 AI의 결합 촉진이 중요합니다” 이는 지난 15일(현지시간) 페루 리마 국립대극장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CEO 서밋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통해 전한 말이다. 이날 윤 대통령이 APEC 역내 국가들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방안으로 제조업의 인공지능(AI)화를 주장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한 제조업의 AI화는 사실 우리나라 산업계가 최근 가장 주목하고 있는 화두다. 정부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제조업에 AI 기능을 더한 ‘국내 산업 대전환’을 착수하기 시작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8%로 우리나라 경제의 주요 원동력으로 꼽힌다. 국내 제조업이 변화를 꾀하는 건 결국 우리나라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제조업의 변화는 올 연말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올 초부터 산업통상자원부 중심의 ‘AI 자율 제조 마스터플랜’과 같은 계획은 세워졌으나 실제 제조기업이 현장에서 필요한 AI 과제를 설정하고 구체적인 기술 개발에 도입하게 된 건 지난 10월부터이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AI 자율제조 선도프로젝트를 펼치며 제조업 실제 환경에서 쓰일 수 있는 AI 기술 개발 26곳을 선정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AI 기술을 개발할 기업으로는 현대자동차, GS칼텍스, 삼성중공업, HD현대미포, 포스코, 에코프로, 대한항공, 코오롱, DN솔루션즈, 삼표시멘트, 제주삼다수 등 대한민국의 대표 제조기업들이 대거 꼽혔다. 투자 비용도 크다. 이번 26곳 선도프로젝트의 총 투자비용은 3조7000억원 수준이다. 이중 정부와 지자체는 4년간 총 1900억원을 지원하게 된다. GS칼텍스부터 제주 삼다수까지 AI화 이번 산업부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되는 제조기업의 AI 실제 사례 내용은 흥미롭다. 품질관리를 높이는 기술부터 안전을 확보하는 기술, 생산성 향상에 도움을 주는 기술 등 다양하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최근 잇달아 발생한 전기차 화재를 막을 방안으로 고안된 이차전지 품질 확보 AI 기술을 꼽을 수 있다. 세계 1위 양극재 기업인 에코프로는 AI를 통해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공정상 오류를 예방하고 설비를 자동 제어해 품질을 최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항공 업계에서도 AI 기술이 활용된다. 대한항공은 AI를 통해 항공기 동체 조립공정에 산업용 로봇을 도입하고 작업지시·품질 검사 등을 모두 자동화할 예정이다. 이는 올해 초 보잉기의 볼트 결합 불량으로 발생한 사고와 같은 상황을 막을 수 있다. 제조업에서 가장 중요한 생산성도 높인다. 제주 삼다수는 1년에 45억개의 감귤을 검사해, 이중 8억개의 ‘못난이 농산물(과일음료용)’을 선별하는데, 이때 작업자의 육안 검사에 의존하다 보니 효율이 낮고 오류가 많이 발생했다. 이에 삼다수는 AI 기기를 통해 저품질상품을 구분하고 또 여기에 구분한 상품을 자동으로 농축해 패키징 하는 시스템까지 구축하고자 한다.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탄소 절감에도 AI 기술이 사용된다. GS 칼텍스는 AI를 통해 공정의 온도·압력·유량 등 외부 변수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제어해, 휘발유·경유·등유 등의 시장가격에 맞춰 생산 비율을 조정한다. 이는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탄소 배출도 저감하는 효과가 있다. 삼표시멘트는 AI를 통해 공정을 실시간 모니터링, 분석해 에너지 효율을 높여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고 운영 비용도 절감할 계획이다.이 같은 프로젝트는 올해 26개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200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200개 과제를 통해 20조원 이상의 국내 투자를 기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정부 중심의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은 제조기업도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AI 제조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고 보급할 계획이다. 특히 이 모델은 비교적 작은 규모의 중소 제조 기업들도 생산현장에서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특화 개발할 예정이다. 이 기술 개발에는 올해부터 총 100억원을 투입된다. 제조 특화 기술, 대한민국 AI 경쟁력 키워 정부의 움직임 외에도 현재 우리나라 제조업계 안에서의 변화 수요도 상당하다. 세계 제조산업에서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는 국가,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AI화가 필수가 되고 있는 것. 실제 산업부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각 기업들이 생산성 향상 30% 이상, 제조비용 절감 20% 이상, 제품 결함 감소 50% 이상, 에너지소비 절감 10% 이상 등의 효과를 얻을 것으로 예상한다. 가격에 이어 기술력 등으로 격차를 늘리고 있는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AI 효과에 기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초반에 기획한 프로젝트 수는 원래 10개 과제(기업)였지만, 모집에 200여 곳이 넘게 몰릴 정도로 업계 수요가 크다는 것을 확인하고 기존 10개에서 26개로 확대했다”며 “현장에서의 AI 변화 욕구는 더욱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또 이 같은 흐름에 AI 업계 전문가들은 ‘국가 AI 경쟁력이 생기고 있다’고 평가한다. AI 기술로 우리나라 제조기업의 경쟁력이 생길 뿐 아니라, 대한민국 AI의 경쟁력도 함께 향상된다는 분석이다. AI 업계 관계자는 “현재 AI 기술은 세계 각국의 경쟁이 치열하다”며 “미국과 달리 AI 기술 후발주자인 우리나라 같은 경우 우리나라만의 AI 기술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데,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제조업에 AI 기술이 더해진다면 이는 곧 세계 1등 AI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4.11.22 09:00

4분 소요
엔젤로보틱스 국가 유공자 재활 돕는다…엔젤로보틱스 보훈병원에 웨어러블로봇 전달

산업 일반

엔젤로보틱스가 자사 보행 재활 웨어러블 로봇 ‘엔젤렉스 M20’으로 국가유공자 재활 돕기에 나선다. 11월 21일 열린 따뜻한동행과 포스코 1% 나눔재단이 개최한 ‘국가 유공자 첨단보조기구 전달식’에서 엔젤로보틱스는 자사 제품인 보행 재활 웨어러블 로봇 엔젤렉스 M20을 보훈병원 4개소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날 전달식에는 국가보훈부 강정애 장관, 포스코1%나눔재단 장인화 이사장,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윤종진 이사장, 엔젤로보틱스 조남민 대표이사 및 지원대상자로 선정된 국가유공자 등 50여명이 참석했다.이번에 제공되는 ’엔젤렉스 M20’은 보행재활 웨어러블 로봇으로 불완전 하지마비 환자의 하지 근육 재건, 관절 운동 회복 등 재활 및 치료를 돕는 제품이다. 환자가 보행을 시도하면 엔젤렉스 M20이 환자의 보행 의도를 파악하고 적절한 힘 보조력을 계산해 환자의 재활 보행 훈련을 돕는다. 지난 7월 소아뇌성마비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재활의 효과를 증명한 바 있다.엔젤로보틱스는 이번 지원사업에서 중앙보훈병원, 대전보훈병원, 대구보훈병원, 부산보훈병원 등 총 4곳의 보훈병원에 ‘엔젤렉스 M20’을 지원한다. 이후 상이 국가유공자들에게 최첨단 재활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행사에 참석한 조남민 엔젤로보틱스 대표는 “국내 회사로써 국가에 헌신해주셨던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는 국가유공자 지원사업에 참여 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전하며 “엔젤로보틱스는 다양한 방향으로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기술로써 사람의 능력을 재창조한다’는 엔젤로보틱스의 슬로건처럼 더 많은 국가유공자 및 보행 장애인을 돕는 다양한 사업들에 동참하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엔젤로보틱스는 지난 10월 27일 스위스에서 열린 제3회 사이배슬론(Cybathlon)에서 금메달을 수상했다. 사이배슬론은 4년마다 열리는 국제 로봇 대회로 2016년 제1회 대회에서 동메달을 받은 바 있다. 2020년 제2회 대회 금메달을 수상한 후 이번에 다시 우승을 차지한 한국을 대표하는 웨어러블 로봇 기업으로 꼽힌다. 엔젤로보틱스는 제3회 사이배슬론 대회에 하반신마비 장애인의 보행을 돕는 웨어러블 로봇 '워크온슈트F1'을 선보였다.

2024.11.21 15:13

2분 소요
지역 스타트업 생존하려면…테스트베드 역할 해줄 지역 기업이 필수[이코노 인터뷰]

스타트업

넥스윌·레신저스·스퀴즈비츠·아이제스트·에이치에너지·이뮤노바이옴·인투스·캐럿펀트·티센바이오팜·휴비즈ICT. 포항공과대학(포스텍)과 포스텍홀딩스가 추천한 딥테크 스타트업들이다. 본지는 이들 스타트업 창업가 10명을 인터뷰했다. 인터뷰 시리즈를 마무리하면서 투자사인 포스텍홀딩스의 고병철 대표와 포항을 본거지로 하는 스타트업 창업가 심희택 휴비즈ICT 대표·한원일 티센바이오팜 대표를 한자리에 모았다. 투자사와 창업가의 만남을 통해 지역 스타트업의 생존 방식과 한국 스타트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편집자주> 포스텍홀딩스는 흔히 말하는 벤처·스타트업 투자사인 벤처캐피탈(VC)이나 액셀러레이터 등과 결이 다르다. 포스텍홀딩스나 서울대기술지주 등을 대학기술지주회사라고 부른다. 대학기술지주사의 역할은 대학 또는 연구기관이 보유한 기술을 투자와 보육을 통해 사업화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한양대 기술지주를 시작으로 10여 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설립되기 시작해 2024년 10월 현재 80여 곳이 활동하고 있다. 대학기술지주가 투자하거나 설립하는 스타트업은 대부분 딥테크 기업이다. 기업과 소비자 거래(B2C) 기업보다 기업과 기업간의 거래(B2B) 기업이 많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친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포스텍과 포스텍홀딩스가 추천한 기업들도 대부분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딥테크 기업들이다. 일반인들도 잘 알고 있는 배달의민족이나 야놀자 같은 서비스 기업이 드문 이유다. 고병철 포스텍홀딩스 대표는 “포스텍은 공과대이고, 종합대학의 기술지주 포트폴리오가 훨씬 다양할 것”이라며 “포스텍이나 포스텍홀딩스가 투자하거나 육성하는 포트폴리오가 대부분 기술 베이스 스타트업인 이유다”고 설명했다. 투자사 대표와 스타트업 창업가는 포항이라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스타트업의 어려움과 장점 등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Q 투자 유치나 인력 채용 면에서 지역에 본거지를 둔 스타트업은 어려움이 많다는 이야기가 많다. 심희택 대표와 한원일 대표 모두 포항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데, 일하는 것이 어렵지 않나. 심희택 대표 : 나는 포스코 출신이라는 이유 때문인지 창업 이후 지역에서 많은 분들이 도움을 준다. 수도권에서 일하는 게 여러모로 좋은 점이 많지만 지역은 또 지역 기업이라는 이유로 관심을 많이 받는 게 장점인 것 같다. 다만 투자 유치나 인력 채용은 지역 스타트업이 해결해야 할 어려운 문제다. 한원일 대표 : 포스텍 대학원을 나왔고 포스텍 교수님들의 지도를 받은 경력은 내가 창업하고 투자를 받는 데 큰 장점이 됐다. 동문 선배들이 스타트업 생태계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게 장점인 것 같다. 고병철 대표 : 지역 스타트업은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포스텍을 중심으로 한 포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동질감이 있는 것 같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서로 도움을 주고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게 포항의 문화라고 생각한다.심희택 대표 : 포항이라는 지역적인 한계가 있지만 20년 넘게 포항에서 생존할 수 있던 것도 포항이라는 지역적인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2014년 디지털 트윈 기업을 인수한 후 수십억원을 투자하면서도 버틸 수 있던 것은 포스코가 지역 스타트업과 손을 잡고 기꺼이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해줬기 때문이다. 또한 포항에 있는 포스텍과 포항산업과학연구원 등으로부터 기술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스타트업이 생존하는 데 큰 힘이 됐다. 투자를 잘 받고 좋은 인재를 잘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타트업의 생존을 결정하는 것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한원일 대표 : 지역적인 한계 때문에 어렵지 않다. 인재 채용이나 투자 유치 등의 한계는 있지만, 티센바이오팜이 인지도를 쌓고 성장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포스텍의 지원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고병철 대표 : 지역 네트워크는 그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의 동질성을 높이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포스텍은 한해 입학생이 360명으로 작기 때문에 서로 잘 안다. 네트워크가 상당히 탄탄한 것이다. 포항에 있는 스타트업은 포스텍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한원일 대표 : 포항을 넘어 지역의 스타트업이 뭔가를 진행하는 데 돌파구를 만들려면 학교나 기업이 연결되어야 한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도 도움을 줘야 한다. 이렇게 서로 잘 맞물려야만 지역 스타트업이 생존할 수 있는 클러스터가 만들어진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창업하겠다고 30대 초반에 결정했고 포스텍 학생 창업팀으로 창업했다. 스타트업에 대해서 모르는 게 너무 많았는데, 포스텍에 있는 멘토 제도 덕분에 어느 순간에 성장하게 됐다. 지역 스타트업이 초기에 잘 정착하려면 학교나 기업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포스텍은 지역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잘하고 있다. 심희택 대표 : 지역 스타트업이건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스타트업이건 성장을 위해서 필요한 게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실증 사례다. 포스코는 그런 면에서 열려 있는 기업이다. 포스코는 외부 기업과 협업을 적극적으로 하는데 스타트업에 큰 힘이 된다. 지역 기업들은 오픈 이노베이션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심희택 휴비즈ICT 대표는 포스코 현장에서 일하다 1999년 휴비즈ICT를 창업했다. 처음에는 포스코의 협력업체로 인력소싱을 주로 했지만 2014년 포항에서 활동하던 디지털 트윈 업체를 인수하면서 테크 스타트업으로 변모했다. 포스코기술지주는 2억원의 시드머니를 휴비즈ICT에 투자했고 포스코는 기꺼이 휴비즈ICT의 기술을 실증할 수 있는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해줬다. 심 대표는 “포스코라는 포항의 대표적인 기업이 없었다면 10여 년 넘게 적자를 감수하면서 기술개발에 투자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한원일 티센바이오팜 대표는 동물 세포를 배양해 고기를 만드는 배양육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포스텍에서 인공장기를 연구하다가 배양육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티센바이오팜을 창업했다. 창업 2년 만에 77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할 만큼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후속 투자가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 역시 바이오 관련 분야에 대한 지원을 줄이면서 한 대표는 대중화와 기술개발이 아닌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한 대표는 “정부의 지원 정책이 스타트업 생태계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Q 스타트업 성장을 위한 정부의 지원과 정책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싶다. 올해 R&D와 모태펀드 규모가 작아져서 대학뿐만 아니라 스타트업도 아주 힘들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고병철 대표 : 미국 스타트업의 역사는 반도체 역사와 같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페어차일드 반도체가 창업하고 거기서 또 인텔이 탄생하고 이와 함께 VC가 생겨나면서 스타트업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초기 미국 VC는 예일대나 스탠퍼드대 등의 대학 재단의 운용 자금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한국과 다른 점이다. 한국 대학의 투자 규모가 커지려면 대기업의 참여가 필수다. 기업이 대학의 창업생태계에 투자할 때 세금혜택 등이 있으면 좀 더 활발해질 것이다. 한원일 대표 : 한때는 바이오 스타트업에 투자가 잘 이뤄졌는데, 어느 순간부터 투자를 받기가 무척 어려워졌다. 현재 투자 분야에서 ‘혁신’은 미래의 높은 가치보다는 주로 리스크와 실패 가능성으로 인식되는 것 같다.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아슬아슬하게 혁신과 생존의 줄타기를 한다. 여태 그 균형을 잡아 주었던 자금 수주에 큰 문제가 생겼다고 본다. 투자가 어려우면 정부에서 신용보증이나 기술보증의 규모를 늘려주는 등 자금 확보의 기회를 확대하여, 어느정도 균형을 잡을 기회를 주면 좋겠다. 투자 시장 상황에 따라 정부 대출도 달라지는 것도 문제다. 또한 딥테크 스타트업이 기술과 서비스를 시장에 테스트할 수 있는 지원 제도가 있어야 한다. 스타트업이 제품이나 서비스로 인허가를 받는 것도 쉽지 않다.심희택 대표 : 규제 샌드박스나 규제자유특구 등을 좀 더 활발하게 운영했으면 한다. 한국에서 스타트업의 서비스나 제품이 인허가를 받는 게 너무 오래 걸린다. 스타트업처럼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기업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기가 너무 어렵다. 투자 시장이 얼어 있지만, 정부는 창업가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창업가가 실패할 수도 있지 않나. 그런 것들이 빠르게 순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으면 좋을 것 같다. 고병철 대표 :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이제 지원을 받아서 성장하는 단계는 지난 것 같다. 정부는 지원 대신 스타트업이 여러가지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 스타트업 시장의 한계는 투자자금의 40~50%가 국가에서 나오는 세금이라는 것이다. 투자사나 창업가가 모태펀드를 운용하면 펀드의 만기를 정하고 또 만기 내에서 어떻게든 회수해야만 하는 구조다. 창업 후 엑시트까지 보통 13년 정도 걸리는 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펀드의 실질 투자 기간은 4~5년에 불과하다.한원일 대표 : 투자 펀드의 운용 기간을 늘리는 것에 공감한다. 펀드 운용 기간이 짧아서 투자사도 매출에 신경을 쓰게 된다. 이 때문에 바이오 기업이 화장품이나 진단 키트 같은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시장은 거의 포화상태가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티센바이오팜도 그런 것을 해야 하나 싶다. 지금으로서는 그런 선택을 하라고 시장이 굉장히 압박을 주고 있다.심희택 대표 : 한국 정부는 선진국 진입하는 과도기처럼 보인다. 스타트업 지원 예산을 비전문가들이 결정하는데 아직 스타트업 생태계를 면밀하게 보지 못하는 것 같다. 생태계의 목소리가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 고병철 대표 : 지난해부터 스타트업 생태계가 어려웠다. 수치만 봐도 어려운 게 보인다. 투자 분야에서 아쉬운 것은 펀드 구조상 VC들이 시리즈 B·C 등에 집중하는 것 같다. 안전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리얼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이 외면당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한원일 대표 : 맞다. 티센바이오팜처럼 초기 스타트업에 대해서 정부나 기관이 조금 더 인정했으면 한다. Q. 2025년을 조망했으면 한다. 2023년 하반기부터 올해 무척 힘들었다. 내년에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나. 한원일 대표 : 올해는 초기 스타트업들이 중요한 선택을 해야 했던 시기다. 고민이 많았다. 2023년에는 2024년에 대한 희망이 있었는데, 내년을 생각하면 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환경이 좋지 않으니 규모를 더 줄인다거나 선택과 집중을 한다거나 하는 등의 생존 전략을 짜야 할 때라고 본다. 내년에도 창업가들은 결정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체질을 바꿔라”라는 이야기를 올해 가장 많이 들었다. 우리가 지키고 싶은 가치를 지키면서 숫자를 만들 수 있는지 고민이다. 고병철 대표 : 매년 전망을 잘하지 않는 편이다. 고민하는 것은 포스텍홀딩스의 경쟁력을 어떻게 높일 수 있느냐와 우리의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밸류업 하느냐다. 올해보다 내년에 더 나아지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생각한다. 심희택 대표 : 고 대표의 말대로 내년이 좋아질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창업가들은 어떤 상황이 와도 생존해야 하고, 발전해야 한다는 것만 생각한다. 내년에는 좋아질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고병철 대표 : 시기와 상관없이 스타트업은 자신만의 ‘에지(edge)’가 있어야 인정받을 것이다. Q 올해 인공지능(AI)이 중심이었다. 내년에도 이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생각하나. 고병철 대표 : 그런 트렌드를 중요하게 보지 않는다. 포스텍홀딩스가 초기 투자에 집중하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다. 한국 시장은 규모가 작다. 미국의 경우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심사역이 있을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한 분야만 집중하면 1년 내내 투자를 못 할 수도 있다. 투자나 창업의 트렌드를 따라가는 게 효과적이지 않다. 그리고 올해 관심을 받았던 분야가 내년에도 큰 관심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관심을 받았던 분야는 점점 관심 밖으로 밀려갈 것이라고 본다. AI도 당연히 관심에서 제외될 수 있다. 이제 AI 분야는 세계에서 제일 잘하는 기업이 전체 시장을 다 먹는 분야가 됐다. AI 분야에서는 이제 2, 3등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2024.11.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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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 과기부 탄소 포집‧활용 공모 선정...

정책이슈

경북도는 과기부가 주관하는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U) 초대형 사업 공모에서 포스코홀딩스㈜ 등 12개 기관과 함께한 컨소시엄이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다.CCU 기술(Carbon Capture & Utilization)은 탄소중립 실현의 핵심기술로, 산업공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메탄올, 올레핀, 지속가능 항공유 등 유용한 물질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 글로벌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총감축량의 15%를 CCU 기술로 달성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이번 공모에는 전국에서 27개 컨소시엄이 참여했으며, 최종적으로 경북 포항, 전남 여수, 충남 서산, 강원 강릉·삼척, 충남 보령 등 5개소가 선정됐다. 향후 사업계획서를 보완하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2026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이번에 선정된 포항은 2030년까지 2,616억원(국비 1,668, 민자 948)을 투입해 포스코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제철소 내 폐열을 활용해 저탄소 메탄올(선박용 친환경 연료)과 합성가스, 에틸렌카보네이트(이차전지 소재)를 제조하는 기술 실증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다.포스코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환원제를 기존 코크스에서 수소로 대체하는 수소환원제철과 전기로 공정 확대 등 관련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번 대규모 CCU 프로젝트를 통해 철강산업 온실가스 감축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박기완 경북도 기후환경국장은 "탄소중립 실현에 있어 이산화탄소 포집·활용 기술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낮은 경제성 등으로 인해 상용화 모델이 부족했던 상황이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성공 사례를 만들어 관련 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로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게 행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홍성철 기자 thor0108@edaily.co.kr

2024.10.24 16:00

2분 소요
“무거운 AI 모델 가볍게 해 기업의 부담 덜어준다”[이코노 인터뷰]

스타트업

포항공과대(포스텍)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은 약 6년 동안 그와 공동창업자들이 발표하거나 참여한 국제 논문만 70여 편이다. 딥러닝 가속기 하드웨어를 연구하는 연구실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그의 관심은 연구하고 좋은 논문을 쓰는 데에 집중했다. “연구가 가장 재미있었다”던 대학원생이었다. 박사 과정을 마치고 대기업이나 해외 취업 대신 2022년 3월 연구실 동기 2명과 함께 창업에 도전했다. “포스텍에 다닐 때 딱히 창업에 관심이 많은 게 아니었는데, 미래를 생각할 때 ‘가장 도전적인 일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결론은 대기업에 가는 대신 창업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주목받는 AI 모델 경량화에 도전하는 스타트업 스퀴즈비츠(SqueezeBits)를 창업한 김형준 대표 이야기다. 김 대표는 “사명은 데이터를 표현하는 기본적인 단위인 비트 단위까지 AI를 열심히 쥐어짜서(스퀴즈) 무게를 줄인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2022년 11월 미국 스타트업 오픈AI가 개발한 생성형 AI ‘챗GPT’의 등장은 본격적으로 AI 시대가 열렸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를 계기로 기업들은 거대 언어 모델(LLM)을 도입해 고객 지원이나 데이터 분석, 콘텐츠 생성 등에 활용하려고 한다. 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다만 기업이 해결해야 할 게 있다. 바로 비용 문제다. 기업이 기업이 LLM 연산을 위해서 사용하는 게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를 구축하고 운영하려면 비용 부담이 상당히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의 비용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AI 모델의 경량화가 필수다. 스퀴즈비츠가 업계에서 주목받는 이유다. 스퀴즈비츠가 업계에서 주목받는 이유다. 한 고객사는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에 사용되는 10종 이상의 AI 모델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했다. 스퀴즈비츠의 도움을 받아 AI 모델의 경량화에 성공해 앱 서비스를 클라우드 대신 온 디바이스(On-device)로 구동하는 데 성공해 클라우드 비용을 절감했다. 한 스마트 CCTV 기업은 고성능 AI 지원을 위해 고사양 하드웨어를 사용했는데, 경량화를 통해 더 저렴한 하드웨어로 같은 성능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제품 원가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창업 후 20여 곳의 기업과 손을 잡고 AI 모델 경량화에 도전했고 대부분 좋은 결과를 얻었다”면서 “대학원에서 하드웨어에 대해 깊이 이해했고, 그 바탕 위에 AI 모델을 어떻게 최적화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퀴즈비츠가 네이버와 손잡고 인텔의 차세대 AI반도체 ‘가우디3’ 관련 협력을 진행하는 것은 이런 성과를 보여줬기 때문에 가능하다. 인텔과의 협업은 스퀴즈비츠의 글로벌 진출 도전을 가능하게 한 중요한 사례다. 김 대표는 “인텔의 하드웨어와 우리의 AI 모델 경량화 기술을 접목하고, 네이버는 이 위에 자신들의 서비스를 탑재하는 것을 목표로 협업하고 있다”면서 “인텔과의 협업 성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진출을 할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또한 “이 협업을 계기로 다음 투자 유치는 해외에서 받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스퀴즈비츠가 도전하는 AI 모델 경량화의 기술을 일반인이 이해하기는 어렵다. 김 대표에게 “챗GPT나 제미나이, 스테이블 디퓨전 같은 AI 모델을 어떻게 가볍게 만든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만약 10만1891 X 50만1746을 계산하는 것은 어렵지만 10만 단위 밑을 모두 반올림해 10만 곱하기 50만을 계산하는 것은 좀 더 빨라지고 쉬워진다. 이런 식으로 하드웨어 칩이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연산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오차가 발생할 수 있지만 큰 틀에서 AI의 추론 결과가 크게 바뀌지는 않으며, 그런 오차를 최대한 줄이면서 연산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기술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경쟁력이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분석 데이터의 양을 줄이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LLM을 비롯한 AI를 열심히 개발하는 기업이 서비스 과정에서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게 스퀴즈비츠의 경쟁력이다 SaaS형 오울라이트 3월 출시…기업 스스로 AI 모델 경량화 가능지난 3월 스퀴즈비츠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아울라이트’(OwLite)를 출시했다. 기업에서 사용하는 AI 모델의 개발 환경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 기존 코드 변경을 하지 않아도 사용이 가능한 개발 친화적 소프트웨어다. AI 모델 경량화에 필요한 기능을 경험할 수 있고, 적용 및 분석이 가능한 시스템 구성을 갖췄다. 김 대표는 “보통 기업이 의뢰하면 우리가 기업의 AI 모델을 경량화·최적화를 하는 데 기업 내부의 데이터를 공유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기업을 대상으로 스퀴즈비츠의 기술을 패키징으로 제공하면 기업 내부에서 알아서 적용할 수 있게 하는 게 아울라이트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아울라이트는 AI 모델을 운용하고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우리가 AI 모델을 처음부터 개발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구독료 형태의 비용을 지불하는 아울라이트의 클라이언트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스퀴즈비츠의 기술력은 업계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지난 1월 포스텍홀딩스·삼성넥스트·포스코기술투자·카카오벤처스로부터 25억원 규모의 프리 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지난해 6월에는 ‘팁테크 팁스(TIPS)’에 처음 선정된 스타트업이라는 기록을 남겼고, 15억원의 투자도 받았다. ‘2022 인공지능 온라인 경진대회’ 자연어 분야 2위, 중소벤처기업부장관상 등의 수상은 이들의 기술력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김 대표의 목표는 명확하다. “하드웨어 기업과 그 하드웨어를 사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사시에 간극은 생각보다 크다. 그 간극을 채워줄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계속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2024.09.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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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대한민국, 해법의 실마리는?[순화동필]

전문가 칼럼

우리나라 지난해 출생아 수가 역대 최저치인 23만 명을 기록한 가운데, 올해 출생아 수는 이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 43만6000명 수준이던 출생아 수가 10년 사이 거의 반 토막이 된 것이다.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저출산 현상의 중심에는 결혼 적령기인 20~30대 청년들이 있다. 정부가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지난 18년(2006~2023년)간 380조 원을 쏟아부었지만, 청년들은 더 이상 취업 후 결혼에서 출산으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생애주기 모델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인구감소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위기인가, 축복인가?한국의 2023년 합계출산율은 0.72명이다. 합계출산율은 한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로 인구의 장기적인 증가 또는 감소 추세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통계 지표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18년에 처음으로 1.0명을 밑돌기 시작했으며 현재의 인구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합계출산율인 인구대체수준 2.1명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출산율 감소는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경제가 성장하고 소득과 교육수준이 높아지면 일반적으로 합계출산율이 이전 세대에 비해 낮아진다. 특히 서구 선진국은 산업화 이후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참여하면서 한국보다 일찍이 출산율이 감소했으며, 현재 OECD 회원국 중 이스라엘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의 합계출산율은 인구대체수준을 밑돌고 있다. 저출산이 이처럼 세계적인 현상이라면, 인구감소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인구감소는 축복이며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한정된 자원을 두고 발생하는 경쟁과 갈등이 완화되고 생활수준이 향상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비좁은 땅덩어리를 생각한다면 인구감소가 환경적인 측면에서 지속가능한 세상으로 나아가게 하는 기회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구감소는 단순히 인구의 총량이 감소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청년층 비율이 감소하고 고령층 비율이 높아지는 인구구조의 질적 변화를 가져온다. 그 결과 노동력 감소, 소비시장 위축, 내수시장 붕괴, 부양 부담 증가와 재정 악화, 지방대 폐교 등 우리 사회 곳곳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국 저출산 문제의 핵심은 유례없이 빠른 인구감소와 고령화 속도이다. 출산율이 감소하면 젊은 인구와 신생아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전체 인구에서 노년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증가한다. 일반적으로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에 달하면 고령화 사회, 14%에 도달하면 고령사회라 일컫는다. 유럽 최고의 출산율 국가인 프랑스는 이 전환과정에 115년이 걸렸다. 반면 한국은 18년 만에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가 됐다. 2000년에 고령화 사회에 진입해 2018년 고령사회에 도달해 프랑스보다 97년, 세계 최장수 국가인 일본보다도 6년 빠르게 고령사회가 된 것이다. 같은 기간 동안 출생아 수는 64만 명에서 33만 명으로 감소했다. 20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출생아의 절반 가까이가 사라졌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인구가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 속에서 발전해 왔기 때문에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물리적 환경뿐만 아니라 사회 시스템에 큰 충격을 주며 미래 사회의 회복력과 개인의 삶의 질까지 잠식한다.또 다른 핵심은 저출산 현상의 장기화다. 합계출산율이 초저출산의 기준인 1.3명 이하로 3년 이상 지속되면 출산율이 반등하기 어렵고 인구를 회복할 수 있는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02년 이후 현재까지 1.3명 이하로 계속 유지되고 있고 향후 50년 내에도 이 수준을 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70년 동안 초저출산이 유지되면 합계출산율이 아무리 올라도 인구수는 반등하기 어렵다. 출산할 수 있는 여성의 수 자체가 줄어들어 실제로 태어나는 아이 수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정부의 노력과 한계정부는 지난 6월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인구전략기획부 신설계획을 발표하는 등 저출산에 대한 범국가적 총력 대응 체계에 돌입했다. 정부의 저출산 대응 정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80년대 초부터 인구감소의 징후가 시작되었으나 1996년이 돼서야 산아제한 정책을 폐기하였고 2000년대부터 저출산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2005년 처음으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이 제정되어 2006년부터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수립되었고 현재 제4차 계획이 시행되고 있다. 제1차 기본계획(2006~2010)은 저출산 극복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제2차 기본계획(2011~2015)은 출산·양육에 대한 국가·사회의 책임 강화를 주요 목적으로 추진됐다. 그 결과 2005년 기준 2만 8000여 개에 불과하던 전국 어린이집 수가 2016년에는 4만2000여 개소로 증가했다. 그러나 사회적 돌봄 기관을 획기적으로 확충하고 육아휴직급여 정률제 등을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출산 현상은 계속됐다. 제3차 기본계획(2016~2020)은 만혼·비혼 추세가 심화함에 따라 청년 일자리, 신혼부부 주거 지원 등 구조적인 대응을 시도하였다. 앞서 실시한 1, 2차 기본계획이 지나치게 미시적 요인에 치중하여 저출산을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이 기간에도 합계출산율은 단 한 번의 반등도 없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마지막으로 제4차 기본계획(2021~2025)은 개인을 노동력·생산력 관점으로 바라보는 ‘국가발전 전략’에서 ‘개인’의 삶의 질 제고 전략으로 기본 관점을 전환하고 ‘개인의 삶의 질 향상’, ‘성평등하고 공정한 사회’, ‘인구변화 대응 사회 혁신’이라는 목표를 설정했다. 양성평등 육아, 일·가정 양립, 노동시장의 성평등 구현 등 사회구조적 문제에 대한 강도 높은 지원이 제4차 기본계획의 의의로 볼 수 있다. 2006년부터 2024년까지 저출산 대응을 위해 네 차례에 걸쳐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출산이 해소되기는커녕 더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지자, 정부의 저출생 대책이 실패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예산 구성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16년 이후 출산과 돌봄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예산은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증액된 예산 대부분은 주거 및 고용 등 결혼과 출산 결정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분야다. 이 간접지원은 예산집행 방식 및 대상의 특성상 현금을 지원하는 직접지원과 달리 체감하기 어려우며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표면적으로 예산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저출산 해결을 위해 직접 지원하는 예산은 8년간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반면 GDP 대비 가족지출(Family Benefits)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6%(2019년 기준)로 OECD 평균의 3분의 2 수준이기 때문에 출산·육아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 예산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또한 정부는 여전히 청년들에게 출산을 권하는 시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치며 정책의 기본 관점이 ‘출산장려’에서 ‘삶의 질 제고’로 변화했으나 ‘출산지향적’인 정책과 평가방식은 유지되고 있다. 출산은 매우 사적 영역의 의사결정이기 때문에 강요받는 순간 거부감이 따른다. 따라서 ‘출산하면 OO을 지원한다.’ 식의 보상이 아니라 ‘출산해도 차별받지 않고 일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국가소멸이나 공동체 해체 등과 같은 위기론은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작년 6월에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39세 1408명 중 82.2%가 우리나라의 저출산 현상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응답한 반면, 저출산 현상과 본인과의 관련성에 대한 질문에는 57.2%만이 ‘관련되어 있다’고 응답했다. 즉, 많은 청년들이 국가와 본인의 문제를 이원화해서 바라보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주의 관점에서 출산을 강요하기보다 개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임신·출산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담과 위험을 사회가 수용해야 한다. 저출생 해법, 열쇠는 기업에 있다.합계출산율이 낮다고 해서 지난 18년간 정부의 노력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동수당, 육아휴직 의무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배우자 출산휴가 등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다양한 출산·육아 지원 제도가 도입되었다. 제도적인 측면에서 살펴봤을 때, 오늘날 정부의 저출산 대응 정책은 해외 선진국가와 견줄 만큼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제는 정부가 도입한 정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육아휴직은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지만 실제로 육아휴직을 사용한 출생아 부모는 출생아 100명당 35명으로 OECD 평균인 74명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2022년 기준). 고용노동부에서 2022년에 실시한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육아휴직 제도를 사용할 수 없는 이유로 ‘동료 및 관리자의 업무 가중(42.6%)’, ‘사용할 수 없는 직장 분위기나 문화(24.2%)’, ‘대체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서(20.4%)’ 등을 꼽았다. 따라서 정부의 제도 도입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기업 안에서 정책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저출산 해결을 위해서 기업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사실 저출산 문제는 기업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안정적인 일자리 부족, 경력단절, 출산 후 직장 내 불평등한 처우 등 저출산 문제 원인의 중심에는 기업이 있다. 따라서 저출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에만 의존하던 기존의 저출산 대응방식에서 벗어나 기업이 인구위기 해결 주체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실제로 대표적인 가족친화기업인 포스코는 최근 ‘육아휴직’ 대신 ‘육아몰입 기간’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는 발표를 했다. 육아휴직이라는 명칭이 쉬러 간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내부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하여 육아에 온전히 집중한다는 의미의 ‘육아몰입 기간’으로 명칭을 바꾼 것이다. 기업이 스스로 육아의 가치를 존중하는 문화를 조성하고 직원들이 부담없이 제도를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하지만 모든 기업에게 이와 같은 자발적인 참여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지원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비용이 기업입장에서는 지출 부담으로 여겨지며 특히 대기업에 비해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더욱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출산·육아 지원제도 확대는 근무환경의 질을 높이고 우수인력을 영입할 수 있는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경영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동시에 정부는 저출산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세액 공제, 입찰 시 우대, 금리 인하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지난 18년간 정부가 투입한 노력을 성과로 이어갈 수 있는 마중물이 바로 기업이기 때문이다.

2024.08.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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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 타워크레인 조종부터 자재 가격 예측까지…건설사 AI로 ‘안전’ 잡는다

부동산 일반

해외 건설 현장에 있는 장비를 국내에서 조종하는 날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6월 현대건설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에 위치한 기술연구원의 로보틱스랩에서 ‘혁신 연구개발(R&D) 건설로봇 기술 시연회’를 열고 무인 건설장비 작동을 시연했다. 이날 현대건설은 일본 오사카 건설 현장에 설치된 타워크레인을 로보틱스랩에서 제어하는 장거리 원격 조정에 성공했다. 타워크레인은 운전석이 지상에서 높게는 수백 미터 떨어진 타워의 꼭대기에 있어 운전자 안전 문제가 항상 지적됐다. 또 작업 효율 개선도 중요 문제로 거론된 바 있다. 만약 운전자가 타워크레인에 직접 올라가지 않고도 크레인을 조종할 수 있으면 이런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데 이를 해낸 것이다.이 밖에도 현대건설은 시연회에서 ▲디지털트윈 플랫폼 기반의 건설 현장 관리 로봇(스팟·무인 드론·실내 점검용 드론·수중 드론) ▲원격제어 기술을 탑재한 양팔 로봇 ‘암스트롱(ARMstrong)’ ▲원격 타워크레인 ‘타와레모(TawaRemo)’ ▲무인 시공이 가능한 도로 자동 천공 로봇 ▲실내 자율주행 도장 로봇 ▲건설용 3D프린팅 로봇 등 총 9개의 건설로봇을 소개했다.경주 혁신원자력연구단지 현장을 원격 조정해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드론을 비롯해 작업자의 접근이 어려운 고위험 환경에서의 정밀 작업과 200㎏의 고하중 자재를 운반할 수 있는 양팔 로봇도 눈길을 끌었다. 자동 천공 로봇은 도로 중앙분리대 설치를 위해 도로 한가운데 구멍을 뚫는 천공 작업(drilling)을 했다.이 기술들이 아직은 본격적으로 건설 현장에 투입된 것은 아니지만, 이를 토대로 건설 현장 자동화를 확대한다는 게 현대건설의 계획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국내외 건설사와 로봇 개발사들과 협업해 건설 맞춤형 로봇 기술 구현에 최선을 다해 건설 무인화와 자동화 혁신을 이끌겠다”고 전했다.포스코이앤씨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쌓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딥러닝을 활용한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건설특화 AI모델을 PLC 단계(Project Life Cycle) 핵심 업무에 적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오류를 최소화하는 프로젝트(PJT) 관리 지능화를 진행 중이다.먼저 지역별 부동산 시장 분석 시스템을 만들어 전국 219개 시군구 지역의 10년간 수급·가격·거래·개발 호재·경제·시장 지표 등을 데이터화 했다. AI모델을 기반으로 분석해 시장 현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해당 지역의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영향 인자를 도출한다. 철근‧레미콘‧후판‧PHC 파일 등 건설 공사의 핵심이 되는 시황성 자재 가격을 예측하는 시스템도 구축했다.공동주택과 관련한 리스크 조기 탐지 모니터링 시스템도 마련했다. 이를 통해 공기 지연에 영향을 주는 공사·조달 인력·원가 등 요인별 공기 지연 위험도를 확인하고 리스크를 예측할 수 있다. 월 단위로 측정한 PJT 수행 위험도를 보면 공사 초기 이상 징후를 파악하고 미리 대응할 수 있다. 또 ‘스마트 세이프티’ 플랫폼을 통해 CCTV로 얻은 영상정보를 AI 기술로 분석해 추락 방지 덮개와 안전난간대 등 안전시설이 제대로 설치돼 있는지 실시간 감시할 수 있다.포스코이앤씨가 자체 개발한 드론 촬영과 비전(Vision) AI 기술을 접목한 AI 균열 이미지 분석 플랫폼을 활용한 균열 인식 정확도는 9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콘크리트 균열의 폭이나 길이 등을 자동 탐지하고 균열 발생량 히트 맵(Heat Map) 분석으로 위험 균열을 식별할 수 있다. 공동주택 콘크리트 외벽 균열을 조사하는 데 활용하는데 교량이나 사일로 등 인프라‧플랜트 구조물에도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AI 접목한 건설 산업, 정보 보안은 필수건설산업에서 AI 활용은 본격적으로 지평을 확대할 전망이다. 건축물을 지을 때 보통 발주자와 설계사‧건설회사‧운영사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데 AI 활용처가 그만큼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설계-시공-운영-유지관리 등 여러 단계에서 그동안의 작업이 ‘인력’에 의존하는 일이 많았다면 이제는 AI의 도움을 받아 효율적인 시스템 운영이 가능하다는 뜻이다.김우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5월 건설동향브리핑을 통해 AI는 건설산업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발주자는 시장분석에 따른 사업의 개념과 방향성 설정과 타당성 분석, 기본설계의 적합성 분석 등을 위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설계사는 관련 법규 분석과 에너지 성능 검토 등에 따른 기본설계 도출, 과거 설계자료 학습에 의한 설계 자동화와 원가‧공기 검토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건설회사는 로봇공학과 AI를 통합한 건설자동화, 현장 모니터링 및 품질 점검 자동화, 안전 모니터링, 자원관리‧로지스틱스 등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운영사는 AI와 센서 통합에 의한 시설물 진단 자동화 및 모니터링, 에너지 효율 최적화 및 운영비용 절감에 AI를 활용할 수 있다.특히 건설 현장에서 AI를 탑재한 자동화 로봇을 통해 콘크리트 타설과 조적‧용접 등의 작업을 자동화해 작업 효율을 향상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드론과 AI 분석력을 결합하면 실시간으로 건설 현장을 모니터링하고 진행 상황을 자동 기록해 운영과 유지보수(Operation and Maintenance) 단계에서 효과적인 결과를 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다만 정보보안은 AI를 도입하는 데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지목된다. 김 연구원은 “AI를 학습하기 위해 대량의 데이터를 공급할 때 기술 유출과 데이터보안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며 “AI 도입은 기존의 업무 프로세스와 조직 문화에 큰 변화를 초래하므로 기술교육과 새로운 문화의 정착을 위한 지원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2024.07.22 08:00

4분 소요
포스코청암재단,  2024년 ‘포스코 등대 장학생’ 233명 선발

산업 일반

포스코청암재단이 포항·광양지역 고등학생들의 안정적 학업여건 조성을 위해 2024년 포스코 등대 장학생 233명을 선발했다.포스코청암재단은 17일 광양 문화예술회관과 포항 효자아트홀에서 포스코 등대 장학생을 대상으로 장학 증서 수여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올해는 특수·대안학교인 ▲포항 명도학교 ▲한동글로벌학교 ▲광양 햇살학교까지 선발 대상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포항지역 소재 29개 고등학교, 광양지역 소재 10개 고등학교에서 장학생을 선발했다.지난 2020년부터 진행된 포스코 등대 장학 사업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타의 모범이 되고 있는 포항·광양 지역 고등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됐다. 선발된 장학생들은 10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받는다.지난 16일과 17일 양일에 걸쳐 진행된 증서수여식에는 학부모를 비롯해 포항·광양 시청 및 시의회, 지역 교육지원청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증서수여식에서 포스코청암재단은 장학생들의 진로 설계와 학업 지원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진학 전문강사 특강과 함께 유료 진학 멘토링 프로그램 이용권도 제공했다.한편 포스코청암재단은 포항·광양지역 출신 대학 1학년생 50여명을 선발해 이들이 졸업할 때까지 매년 50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하는 포스코비전장학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2024.07.17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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