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CONOMIST

13

역대 최고치 찍은 '국제 커피 지수'...커피값 어디로 가나[심재범의 커피이야기]

전문가 칼럼

2024년 12월 뉴욕 시장의 국제 커피 지수는 장중 한때 344를 기록하며 1977년의 최고기록 338을 새롭게 경신했다. 바쁜 현대인들에 활력이 되는 커피 산업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까? 전 세계의 커피 생산량, 소비량과 가격 결정 과정을 살펴보고, 프랜차이즈를 포함한 커머셜 커피와 스페셜티 커피 산업의 향방을 예측해 보고자 한다. 커피값, 어떻게 결정되나2024년 미국 농무부 해외 농업국의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의 커피 생산량은 총 1057만톤(t)이며, 브라질 397만t, 베트남 174만t, 콜롬비아 73만t, 에티오피아 50만t, 인도네시아 48만t으로 추산된다. 이 중 향미가 뛰어난 아라비카 품종이 57%, 카페인 함량이 높아 인스턴트 커피의 주원료로 사용되는 로부스타 품종이 42%, 리베리카를 포함한 희귀종이 1% 미만을 차지한다. 아라비카 커피는 일반 프랜차이즈와 인스턴트 커피에 사용되는 커머셜 커피(Commodity Coffee Grade)와, 향미·맛·후미·질감·밸런스 등의 기준에서 80점 이상을 획득한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 Grade)로 구분된다. 전문가들은 다이렉트 트레이드 방식으로 거래되는 스페셜티 커피의 유통량을 전체 커피 시장의 10%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산지별 커피의 특징을 살펴보면, 브라질 커피는 견과류를 연상시키는 고소함이 주도적이고, 콜롬비아 커피는 수세식 가공으로 깔끔하고 우아한 맛이 특징이다. 베트남은 대부분 로부스타 품종을 생산하며, 인도네시아는 로부스타와 아라비카 품종을 함께 재배한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아라비카는 흙향과 쿠키 향이 매력적이다. 아라비카 커피의 발상지인 에티오피아는 스페셜티 등급의 고품질 커피 생산 비중이 높다.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케냐 등은 스페셜티 커피 위주로 생산하고, 중남미 커피는 고산지 재배로 청량하고 우아한 특징을 보이며, 케냐 커피는 샴페인을 연상시키는 우아한 산미로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전체 커피 생산량은 매년 10%가량 증가하고 있으나, 중국을 포함한 커피 소비량의 증가와 수급 불안에 따른 가수요 등으로 지속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전 세계의 커피 수입량은 1000만t을 상회하고 있다. 유럽(EU)연합(독일, 프랑스, 영국 포함)이 285만t, 미국이 150만t, 일본이 41만t을 수입하고 있으며, 한국은 생두 16만t(세계 7위), 원두 2만t(세계 4위)을 수입하여 전 세계 커피 수입량의 2%를 차지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커피를 비롯한 커머셜 커피의 가격은 뉴욕 상품거래소(NYSE)에서 거래되는 국제 커피 지수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국제 커피 지수는 아라비카 커피 생두 1파운드당 평균가격을 센트 단위로 표시하며, 커피 생산자, 거래자, 투자자들이 시장 동향을 파악하는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 커머셜 커피 시장은 뉴욕 커피 선물 시장의 국제 커피 지수를 기반으로 철저히 자본주의 방식에 의해 가격이 산정되고 있다. 복잡한 유통 과정과 대규모 업체와의 장기 계약에 얽매인 커피 산지의 소농들은, 최근과 같은 가격 상승기에도 혜택을 받지 못하며 대부분의 이익이 대규모 생두 업체와 커피 지수 금융 선물에 투자하는 트레이더들에게 돌아가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2024년 12월 국제 커피 지수 328을 기준으로 커머셜 커피의 가격을 산출해보면, 수입통관비용을 포함한 생두의 원가는 1만2000원이며, 로스팅 과정의 수분 손실을 반영한 원두의 원가(인건비, 전기, 유통비용 제외)는 1만5000원에 육박한다. 이는 지난 10년간 평균 지수 110을 기준으로 3배 이상 상승한 가격이다. 커피 가격의 주요 변동 요인을 보면, 브라질, 콜롬비아 등 대형 생산국의 기후변화와 생산량의 변동, 대형 커피 체인과 대량 구매자들의 구매 패턴, 기축 통화인 달러의 환율 변동이 큰 영향을 미쳤다. 최근에는 미국 대선 결과, 시리아 정세 변화, 한국을 포함한 경제협력기구(OECD) 국가들의 정치적 불안정까지 더해져 불확실성이 더욱 증가했다. 아라비카 커피 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인스턴트 커피의 재료인 로부스타 가격에도 영향을 끼쳐서, 커머셜 커피 산업의 쌍끌이 가격상승 랠리가 진행중이다. 주목받는 스페셜티 커피의 선순환 구조반면, 스페셜티 커피 산업은 객관적인 품질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고, 품질에 따른 프리미엄이 농민들에게 직접적으로 돌아가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COE(Cup of Excellence, 비정부기구 Alliance for Coffee Excellence에서 주최하는 커피 산지의 올림픽과 같은 커피 생두 품질 경진대회)와 베스트오브파나마(파나마 스페셜티 커피 협회가 주최하는 게이샤 품종 기반으로 세계 최고 가격을 경신하는 커피 경진대회)와 같은 경매 기반 대회를 통해 품질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품질 향상과 농민 수익 증가를 동시에 이루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커머셜 커피와 스페셜티 커피의 가격 산정 시스템과 향후 시장구조를 기반으로 향후 시장을 간단히 예측하면, 불안정한 공급과 외부 변동성에 기인한 커피 수입가격의 상승으로 2025년 상반기에 소비자 가격의 인상은 피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그동안 가장 큰 수혜를 받은 저가 커피를 포함한 프랜차이즈 커피 산업에 심각한 타격이 있고, 로부스타 커피를 기반으로 하는 인스턴트 커피는 소비 감소와 생산원가 상승의 이중고를 마주할 것으로 예상한다. 품질 기반으로 유통되는 스페셜티 커피 산업은 생산지와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들이 다이렉트 트레이드 등으로 가격을 방어하고 있지만, 기후 변화로 인한 수확량의 변화가 스페셜티 커피 산업에도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결론으로, 커피 시장은 품질과 윤리를 기반으로 한 스페셜티 커피의 인지도 상승과 커머셜 커피의 대량 생산 구조 간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기후 변화와 투기 자본의 영향은 커피 산업 전반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커피 시장은 품질, 윤리, 지속 가능성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심재범 커피칼럼니스트

2025.01.11 10:01

4분 소요
현대인의 만병통치약 ‘커피’, 과하면 독

전문가 칼럼

어릴 때부터 필자가 운영하는 병원에 다닌 20대 청년이 있다. 이 청년은 평소 커피를 입에 달고 산다. 그가 신병교육대에 입소했을 때의 이야기다. 그는 신병교육대에 입소하기 1시간 전, 샷을 추가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원샷’했다. 그리고 사달이 났다. 원래도 혈압이 높았던 이 청년은 커피를 마신 뒤 최고 혈압이 153까지 솟았다. 최고 혈압이 150을 넘기면 신병교육대에 입소할 수 없다. 그는 세 번이나 혈압을 측정했고, 결국 149의 혈압 수치를 기록해 신병교육대에 입소했다. 이 청년은 “매일 먹던 커피가 그렇게 미웠던 적이 없었다”며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아직 매일 커피를 마시는 스스로를 보며 ‘카페인 중독’이 아닐까 고민했다”고 토로했다. 무시 못 할 커피 효능, 하지만 위험할 수도커피를 마시고 30분 정도가 지나면 머리는 맑아지고, 잠은 달아난다.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이 마치 자신이 아데노신인 듯 행동하며 아데노신의 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아데노신은 흥분 물질인 도파민을 억제해 신경을 안정시키고 수면을 유도한다.카페인은 반대의 효과를 낸다. 신경이 각성하면서 뇌에 산소를 많이 공급하고, 심장박동은 빨라진다. 조교의 호통 속 긴장했을 청년의 맥박은 커피 때문에 더 급격히 올랐을 것이다.커피는 평소 적당한 양을 섭취하면 ‘축복’이다. 필자도 병원에 일찍 출근해 눈코 뜰 새 없이 진료하다 점심을 거르게 됐을 때, ‘커피 타임’을 기다리고는 했다. 개원 초기 환자 한 분이 “피곤하실 텐데 커피 한 잔 드세요”라고 건넸던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시작이었다. 커피를 마신 후 ‘파블로프의 강아지’가 된 듯 기분이 좋아졌다. 커피를 마시며 한숨을 돌릴 여유도 느꼈겠지만, 커피는 오전에 쌓였던 피로를 없앴고, 뇌에 혈류를 돌리는 듯한 상쾌함도 줬다.각성 효과를 제외해도 커피의 효능을 마냥 무시하긴 어렵다. 특히 암 예방 효능은 커피의 이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커피는 유방암과 난소암 등 여성 질환, 위암과 대장암 등 소화기 질환을 예방하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간암도 커피로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도 보고됐다. 간이 카페인을 해독하는 장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일이다. 그래서일까, 코스타리카 니코야 반도, 그리스 이카리아섬, 이탈리아 사르데냐섬에 사는 사람들의 ‘장수 비결’이 커피라는 이야기도 있다.실제로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 공동연구팀은 하루 세 잔의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수명이 길다는 연구 결과를 냈다. 현대인의 만병통치약이라는 칭호까지는 과장이더라도, 적절한 양의 커피가 ‘약’이 될 수 있다는 말엔 고개를 끄덕일 법하다.의존증 줄이는 것이 관건하지만 아무리 좋은 약도 과하면 독이 될 수 있다. 커피라고 다르지 않다.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혈류량이 많아졌다’는 말은 곧 ‘혈압이 높아졌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청년과 같이 고혈압 증상이 있는 사람에게 달가운 이야기는 아니다. 또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들은 커피 섭취를 주의해야 한다. 커피에 함유된 카페스테롤은 간에서 대사를 거쳐 콜레스테롤로 전환된다. 원두를 곱게 갈아 고온 고압 상태에서 커피를 뽑는 인스턴트 커피, 에스프레소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일 수 있다. 반면 드립 커피는 카페스테롤이 필터에 걸러지기에 콜레스테롤 수치를 거의 올리지 않는다.커피를 마시는 시간도 중요하다. 약 먹는 시기가 식전, 식후로 나뉘는 것과 마찬가지다. ‘간헐적 단식’ 실천자처럼 공복이 잦은 사람은 ‘빈속 커피’에 주의해야 한다. 빈속에 마시는 커피는 속쓰림을 유발할 수 있어서다. 커피 자체가 산성인 데다가, 카페인은 위벽을 자극하고 위산 분비를 촉진한다. 위암 예방 등 긍정적인 효과를 노리고 커피를 마셨는데, 오히려 위 건강을 망칠 수 있는 셈이다. 고백하자면 필자가 그랬다. 최근 업무가 부쩍 늘어 점심을 먹지 못했고, 그때마다 ‘공복 커피’를 마셨다. 속쓰림도 함께 찾아왔다.커피를 마시는 것과 관련해 가장 심각한 문제라면 의존증을 꼽을 수 있다. 커피를 마시지 못하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경우다. 밤잠을 설쳐 고생하다 병원을 찾은 사람 중에는 커피가 불면증 원인인 경우가 왕왕 있다. 내담자가 카페인 의존에서 탈출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큰 문제는 없다. 커피 섭취량을 한 주마다 한 잔씩, 예를 들어 원래 하루 네 잔을 마셨다면 다음 주에는 석 잔 혹은 두 잔으로 줄이면서 수면제를 함께 처방하는 방식 등으로 ‘커피 중독’에 대응하면 된다. 진짜 문제는 카페인 중독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는 경우다. 잠이 오지 않는 증상을 이겨내려 수면제 처방을 부탁하면서 상담하는 내내 커피를 홀짝이는 모습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아무리 좋은 수면제라도 내성이 생겨서다. 카페인 내성이 수면제 내성으로, 수면제 내성이 다시 카페인 내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약을 최대한 덜 먹고, 커피를 최대한 덜 마시게끔 유도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찜찜해지는 순간이다.그래서 청년 입에서 ‘카페인 중독’이란 단어가 나왔을 때 더 신경이 쓰였는지 모르겠다. 그 청년에게 커피를 마시지 않은 날은 컨디션이 어떤지 물었다. 약간 졸리긴 해도 그럭저럭 버틸 만하단다.안도의 한숨을 내쉰 뒤 ‘커피 잘 마시는 법’이 있다면 무엇일지 얘기를 더 나눴다. 그리고 나온 결론은 이랬다. ▲석 잔째부터는 디카페인으로 ▲가능하다면 핸드드립으로 ▲빈속에는 먹지 말기.약도 과하면 독이 된다. 현대인의 ‘만병통치약’이라 불리는 커피도 다르지 않다.

2024.07.15 12:00

4분 소요
줄어드는 원두 수확량…커피산업, 위기는 이미 시작됐다

전문가 칼럼

이렇게 된 이상 카페나 차려보자고 말하는 수많은 이들의 꿈은 현실이 됐다. 2023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프랜차이즈(가맹점) 조사 결과’에서 2022년 기준 커피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가 치킨전문점 수를 추월해 조사 항목 중 3순위에 도달했다. 이는 통계청이 집계를 시작한 2013년 이래 처음이다. ‘직장인으로 살아남거나, 치킨집 사장님이 되거나’의 역사는 서서히 저물고 바야흐로 카페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증명했다. 카페나 차려보자는 꿈은 코로나 시대를 지나 집에서도 구현되고 있다. 커피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카페인을 충전하기 위한 필수요소에서 ‘취향의 음료’로 변했다. 여기에 나만의 공간을 꾸미고자 하는 집콕 트렌드 흐름을 타고 홈카페가 인기다.치킨집 추월한 카페, 집으로 들어간 카페통계청 품목별 수출입 실적을 살펴보면 ‘커피·차를 끓이는 기기’ 수입 중량과 금액은 2018년부터 2022년 사이 각각 40%, 80% 증가했다. 최근 수년간 커피 박람회에서는 가정용 하이엔드 에스프레소머신과 그라인더가 주력 신상품으로 등장해 주목받았다. 2023년도에는 수치가 하락세지만 국내 머신 업체들의 성장세나 커피 원두 전문 판매 플랫폼의 매출 증가세를 보면 여전히 홈카페 시장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카페가 집 안팎으로 온 국민에게 퍼져나가는 모습은 국내 커피산업의 거대한 흐름을 보여준다.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FIS)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믹스커피 제품 등을 포함하는 조제커피 시장은 8500억원에서 7800억원 수준으로 줄었고, 시장 비중도 33%에서 24%로 내려앉았다. 반면 원두 커피 등을 의미하는 볶은 커피 시장은 5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두 배 가까이 성장했고 시장 비중도 21%에서 33%로 커졌다.사무실에서 사랑받던 믹스커피의 자리는 아메리카노로 대체됐고, 설탕과 프림의 양으로 취향을 따지던 사람들은 롱블랙과 라떼, 카푸치노를 마시게 됐다. 카페 산업이 성장한 이면에는 보다 건강함을 지향하면서도 출처가 분명한 먹거리를 찾는, 또 자신의 취향을 찾으려는 소비자의 꾸준한 성장이 한 몫한 셈이다.하지만 정점을 향해 달려가는 커피산업의 앞날은 불안하기만 하다. 커피전문점 개업이 증가함과 동시에 폐업 영업장 수도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국세통계 포털 집계 결과를 보면 2023년 11월 기준 국내 커피·음료점업 점포 수는 10만개(9만6584개)에 육박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 폐업 집계에 의하면 2023년에만 1만2000여 개의 카페가 폐업했다. 커피전문점은 외식 분야에서도 손에 꼽히는 노동집약적 업종이다. 통계청 ‘프랜차이즈(가맹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커피전문점의 종사자 1인당 매출액은 5000여 만원으로 조사 대상 업종 중 최하위를 차지했다. 비슷한 점포 수를 가진 치킨전문점이 종업원 1인당 1억2000만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커피전문점의 높은 폐업률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인건비 등 고정비는 지속 상승하고 있고 하루만 지나도 수십 개의 경쟁 업체들이 생겨난다. 소비자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따라 매일 다른 카페를 찾아 떠난다. 이에 커피전문점 창업은 자영업자들의 꿈이자 희망이었지만 점차 지옥으로 변모하는 모양새다. 커피산업 주목할 새 키워드 스페셜티커피·홈카페 그럼에도 커피산업의 성장은 시대의 거대한 흐름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 통계에 의하면 국내 커피 시장은 2023년 기준 129억 달러(17조1776억원)에 육박하며, 2028년에는 159억 달러(21조1724억원) 규모로 전망된다. 글로벌로 눈을 돌리면 커피 시장규모는 2023년 4526억 달러(약 603조원)에서 2028년 5343억 달러(711조원)로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 그렇다면 이 성장 그래프가 향하는 곳은 어디일까. 국내와 비슷하게 ‘스페셜티커피’와 ‘홈카페’를 주목하면 된다.스페셜티커피라는 단어는 1970년 커피수입업자 에르나 크누첸(Erna Knutsen)이 ‘티앤커피 트레이드 저널’(Tea&Coffee Trade Journal)에 자신이 직거래하는 커피 품질을 강조하기 위해 처음 사용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스페셜티커피라는 개념이 확장되기에 그만큼 시장이 성장하지 못했다. 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은 이로부터 20여년이 흐른 2000년대 전후다. 70년대에는 인스턴트 커피를 기반으로 한 커피 소비에서 벗어나 갓 볶은 커피로 내린 에스프레소 음료가 인기를 끌던 시기였다. 스타벅스와 같은 에스프레소 기반의 음료를 파는 카페들은 인스턴트 제품이 커피의 대중화를 이끌던 ‘커피 제1의 물결’ 시대의 바통을 이어받아 ‘제2의 물결’을 이끌었다. 커피는 원두를 볶은 후 국가 단위의 원산지 라벨만 달아도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소비자들의 취향은 더욱 다양해졌다. 건강하고 안심한 먹거리를 위해 더 많은 정보를 원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커피 산지와 밀접하게 관계를 맺어 커피를 구매하고 전문적인 지식으로 커피를 내려주는 스페셜티 커피가 새로운 파도인 ‘제3의 물결’을 일으켰다.스페셜티커피 개념이 탄생한지 20년이 지나 시장은 성장을 거듭했다. 다시 20년이 지난 현재는 그 어느 때보다 스페셜티커피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미국커피협회(National Coffee Association)의 2023년도 데이터 기반 트렌드 조사(2023 National Coffee Data Trends Specialty Coffee Breakout Report)에 따르면 18세 이상 미국 소비자 중 52%가 ‘바로 지난주에 스페셜티커피를 소비했다’고 답변했다. 29세에서 39세 사이로 범위를 좁히면 수치는 62%로 올라간다. 한 번이라도 스페셜티커피의 투명한 정보와 전문성이 담보하는 품질을 경험하면, 더 낮은 품질의 커피를 좀처럼 찾기 힘들어진다. 이처럼 제3의 물결이 확산되자, 전문가들은 너도나도 ‘제4의 물결’에 대해 예측하기 시작했다. 아직 그 정의가 불분명한 제4의 물결에 대해 전문가들의 분석은 제각각이지만, 최근 소비자들의 선택에는 분명한 기조가 있다. 거래의 투명성과 품질 검증은 물론, 과정에서의 윤리성을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 다국적 생두 트레이딩 플랫폼 알그라노(Algrano)는 자신들의 설문에 참여한 로스터 중 절반이 소비자들의 ‘윤리적이고, 지속가능하거나 투명한 커피’를 찾는 요청이 생두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이 더 많은 비용을 다이렉트 트레이드(직거래)에 투자하고 지속가능성 리포트를 발간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한 전 세계 소비자들은 코로나를 거치며 더 안전하고 명확한 먹거리를 요구하고 있다. 가령 2023년 독일 쾰른에서 열린 아누가(ANUGA)식품 박람회는 ‘클린라벨’과 ‘지속가능성’을 핵심 키워드로 뽑았다. 식품 산업의 큰 축을 담당하는 커피 시장도 소비자들로부터 지속적으로 클린라벨을 요구 받고 있다. 이렇게 스페셜티커피 완성 키워드인 추적가능성과 전문성은 시대의 부름을 받고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커피 소비자들의 성장과 세계적인 전염병의 유행은 동시에 홈카페 시장 발전을 이끌었다. 비영리 환경단체인 국제보존협회(Conservation International)와 국제 시민단체 솔리다리다드(Solidaridard)의 의뢰로 에토스 에그리컬쳐(Ethos Agriculture)가 발간한 ‘리포트 커피 바로미터’(Coffee Barometer)에 따르면 2020년까지 미국 소비자의 40%가 캡슐 커피 머신과 같은 싱글-컵 브루잉 시스템(Single-Cup System)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이 리포트에서는 유럽 커피연합의 통계를 인용해 유럽연합(EU27)에서 커피 팟(Coffee Pods) 시장이 전체 커피산업의 16%를 차지하고 있으며, 소매 매출의 40%를 차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성장하는 홈카페 시장에 호응해 기업들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영국의 시장조사업체 월드커피포털(World Coffee Portal)은 2020년 네스프레소가 캡슐 커피 수요를 맞추기 위해 1억7000만 달러(2263억원)를 투자해 10개의 캡슐 커피 생산라인을 증설했으며, JDE 피츠(JDE Peet’s) 또한 캡슐 커피 생산을 60% 가까이 확대하며 홈카페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의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 제조 업체 드롱기(De’Longhi)도 2021년 상반기에만 순이익이 300% 넘게 증가했다는 발표 내용도 덧붙였다. SNS에는 전문적인 커피 지식을 동반한 콘텐츠가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페셜티커피 업계의 유명인사이자 2007년 월드바리스타 챔피언인 제임스 호프먼(James Hoffmann), 오닉스 커피의 대표이자 커피 업계를 대표하는 ‘긱’(Geek·특정분야에 열정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인 랜스 핸드릭(Lance Hendrick)의 유튜브 채널은 홈카페 열풍에 힘입어 각각 구독자 200만명과 20만명을 넘어섰다.지나치게 빠른 홈카페 시장의 성장이 거품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일견 존재한다. 가파른 매출 상승세를 기록하던 업체들의 성장이 2023년 들어 주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피 머신의 평균 수명을 생각하면, 잠시 주춤한 성장세에 대한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앞다퉈 ‘좋은 커피에 대한 경험’을 언급한다. 한 번이라도 좋은 커피에 입을 댄 사람들은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명언은 스페셜티커피와 홈카페 시장의 성장을 든든히 떠받치는 요인이 되고 있다.커피 생산의 암울한 미래, 그리고 희망 이처럼 커피 소비국의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생산국에서 전해 오는 소식은 그리 밝지 만은 않다. 전문가들은 올해 예측된 엘리뇨로 인해 브라질과 베트남, 인도 등 주요 로부스타(Robusta·세계 커피 생산량 30~40% 차지) 산지의 수확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로부스타 거래 가격은 역사적인 고점에 다다르고 있으며, 가용량은 10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아라비카 커피의 수확은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나 엘니뇨의 영향으로 생산량 예측치가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콜롬비아는 엘리뇨의 영향으로 주요 산지인 안티오키아(Antioquia)와 우일라(Huila)지역이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으며, 카우카(Cauca) 지역은 가뭄과 산불로 국가 재난사태가 선포된 상태다. 미국 농림청(USDA)도 아라비카의 생산량이 늘어나고 있지만 소비량 역시 그만큼 늘 것으로 보고 있어 올해 말 세계 커피 재고는 12년 새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커피 선물 거래 시장의 가격 책정은 산지의 생산 위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네덜란드의 컨설턴트 뉴포어사이트(NewForesight)는 볶은 커피의 평균 가격이 1982년부터 2018년까지 98% 상승했으나, 선물 거래 시장의 가격은 27% 감소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세계적으로 아라비카(Arabica·세계 커피 생산량 60~70% 차지) 커피 생산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에도 산지에서 날아온 소식은 농가들이 겪는 위기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코스타리카는 불규칙한 강수량과 수확 인력의 부족, 생산비용의 상승으로 평균 이하 품질 제품의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온두라스도 수확 인력이 부족해 커피 가격이 지속 상승하고 있다. 커피 산지에는 비단 경제적, 환경적 이슈뿐 아니라 정치적 요소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불안해진 중동 정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홍해 항로 때문에 국제 물류 이송이 차질을 빚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아시아-유럽, 동아프리카-유럽, 동아프리카-미국 노선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국내에 배송될 아프리카 지역의 커피 선적과 이송도 난항을 겪고 있는데, 에티오피아 커피의 수출 창구인 지부티(Djibouti) 항구의 선적이 적체 되면서 업체들은 기민하게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물론 단기간에 전파되는 짤막한 커피 산지의 뉴스가 전체적인 커피 시장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예측 불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언제까지나 수십 년 전과 같은 가격으로 커피를 구매할 수 있을지, 커피 나무들이 지속적인 환경 오염에도 똑같은 결실을 맺어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커피 농가의 위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커피 바로미터에 따르면 전 세계 1000만개가 넘는 농가 중 95% 이상이 5헥타르(ha) 이하의 농장에서 커피를 재배하고 있다. 그 중 84%는 2ha 미만인데, 낮은 판매 가격에도 경제적 대안이 없어 커피를 재배해 온 곳들이 상당수다. 스톡홀름 환경연구소(SEI)는 최근 기후분석을 통해 전 세계 아라비카 커피 생산이 잠정적으로 45.2%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2050년에 이르러서는 상당한 비율의 아라비카 커피 생산지가 더 이상 커피 재배가 불가능한 환경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도 세계 커피 산지에서는 정치적, 경제적, 환경적 이유로 커피 생산이 불가능해지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브라질의 미나스 제라이스의 일부 지역과 에티오피아 하라 지역이 커피 멸종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강제적·자발적 노력커피 소비국이나 선진국들은 이러한 커피 생산의 위기를 초래한 직접적 원인을 제공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또한 이들 국가들의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정책적 대응은 지나치게 자국 중심적인 기준을 내세워 비판받기도 한다. 다만 이들 국가들의 지속적인 입법 강화는 우리가 직면한 커피 생산 위기에 일말의 도움이 되기도 한다. 커피 바로미터는 북아메리카와 오세아니아, 유럽의 국가들이 기업들에게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도록 요구하는 입법조치를 내놓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유럽연합의 ▲EU삼림파괴금지법(EUDR, EU Regulation on Deforestation)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 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 ▲기업지속가능성실사지침(CSDDD, The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 등이 꼽힌다. 이 정책들은 2024년부터 점진적으로 일선 기업들에 적용될 예정이다. 커피 바로미터는 유럽 내에서 운영되는 커피 업체들은 물론, 제한 항목을 유럽 내로 수입하는 사업자의 경우에도 이 정책들의 요구사항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럽의 커피산업에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회사들이 강제적으로 가치사슬에서의 책임감을 부여받게 된 것이다.국가 차원에서의 행정적인 규제 외에도 개별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도 꾸준히 이뤄져 왔다. 가령, 영국의 ▲오존(Ozone) ▲미국의 스텀타운(Stumptown) ▲덴마크의 커피 콜렉티브(Coffee Collective) 등 세계적인 스페셜티 커피 업체들은 비콥(B Corp)인증을 받으며 지속가능한 커피 산업에 기여하고 있다. 비콥인증은 정부나 비영리 단체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빈곤, 건강 등 각종 지역 사회문제에 적극 참여하고, 존엄성을 보장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노력을 한 기업들에 주어지는 인증이다. 이들 업체들을 포함해 ▲하트커피 로스터스(Heart Coffee Roasters) ▲올림피아커피(Olympia Coffee) ▲카운터 컬쳐 커피(Counter Culture Coffee) 등 유수의 스페셜티 커피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지속가능성 리포트(Transparency Report)를 발표하고 있다. 단기적이고 일회적이라는 비판을 받지만 네슬레와 스타벅스, 라바짜 등의 기업들도 꾸준히 생물 다양성, 수자원 보호, 생태계 보전 등에 대한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 커피 산업은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지속가능한 커피 생산에 대해 각자의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 거대한 흐름은 또다시 물결을 타고 국내에 다다를 가능성이 높다. 국내 카페 수가 10만 개에 육박하며, 커피 가맹사업이 그 어느 때보다도 호황을 이루는 상황이지만 우리는 지속가능성 이슈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나마 환경 문제를 다루는 업체들 상당수가 일회용품 규제 등의 정책에만 소극적으로 맞서는 상황이다. 다이렉트 트레이드를 내세운 일부 스페셜티 커피 업체들은 매년 커피 산지를 찾아 그곳의 상황을 전달하고 지속가능한 커피 농업에 대해 어떤 의무감을 가져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에 생존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정책적 후원 없이 소비자에게 지속가능한 커피에 대한 고민을 깊이있게 전달하기는 어렵다.커피 산지가 마주한 생산의 위기는 커피산업과 관련한 모든 이가 풀어야 할 숙제다. 장기적인 커피 생산량 감소는 이제 더 이상 예측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커피산업의 가치사슬에서 커피 생산자가 일방적으로 희생을 당하는 일은, 그 어느 때보다 똑똑해진 소비자가 거부하기 시작할 것이다. 정책적으로 환경을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산업을 유지하려는 노력은 진보하되 후퇴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커피 농가가 더 큰 위기를 맞기 전, 더 많은 이들이 커피 산지가 마주한 위기에 대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이 늘어남과 함께, 그 커피를 만드는 이들 또한 함께 기쁨을 누리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2024.03.09 09:01

10분 소요
“결국 엔제리너스 마저”…무섭게 오르는 커피값, 다음 타자는?

산업 일반

롯데GRS가 운영하는 엔제리너스도 결국 커피 가격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엔제리너스가 약 3년 만에 일부 제품 가격을 올리기로 하면서 현재 남아있는 프랜차이즈 카페는 이디야커피와 파스쿠찌 정도다. 엔제리너스는 오는 14일부터 제품 판매 가격을 평균 2.5% 인상한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가격 인상 조정 품목은 커피류 21종, 티·음료 5종, 디저트류 17종 등 총 43종이다. 대표 메뉴인 아메리카노는 43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랐고, 허니 레몬티는 4900원에서 5000원, 큐브 달콤 브레드는 5300원에서 5500원으로 조정된다. 엔제리너스 측은 “지난해 지속적인 국제 원두 가격 상승과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라 가맹점의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 판매가를 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격 인상을 최대한 방어하기 위해 원가 인상 부분을 가맹 본부에서 흡수하려 했으나 지속적인 원두 수입 원가 상승 및 외부 경제적 변수 요인들의 증가로 인해 부득이하게 판매가 조정을 결정한 부분이다”라고 전했다. 엔제리너스는 지난해부터 국제 원두 가격 상승에 대응해 원두 원가 인상분을 가맹본부가 부담해오면서 판매가를 유지했지만 지속적인 원자재값 상승을 견디지 못해 가격 조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부터 커피 가격은 줄줄이 오르고 있다. 프랜차이즈 카페 뿐 아니라 인스턴트 커피를 생산하는 업체까지도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프랜차이즈 카페 중에선 스타벅스가 가장 먼저 가격 인상을 단행했고, 뒤이어 할리스·투썸플레이스·커피빈코리아·탐앤탐스까지 가격을 올렸다. 커피믹스 ‘맥심’을 생산하는 동서식품, ‘네스카페’를 판매하는 롯데네슬레코리아 등도 제품 출고가를 올렸다. 커피업계에 부는 가격 인상 바람에 남아있는 프랜차이즈 카페인 이디야커피·파스쿠찌와 저가커피를 판매하는 빽다방·메가커피·컴포즈커피·더벤티 등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제적으로 원두, 우유 등 원부자재 값이 오르고 있고 인건비, 임대료 부담도 커지고 있어 저가 카페들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 보고 있다. 김채영 기자 kim.chaeyoung1@joongang.co.kr

2022.04.12 20:01

2분 소요
‘남양유업’도 8년 만에 커피값 올린다…스틱·컵커피 출고가↑

산업 일반

남양유업이 오는 17일부터 커피제품 출고가격을 인상한다고 16일 밝혔다. 남양유업의 이번 커피 제품 가격 인상은 약 8년 만이다. 이날 남양유업에 따르면 ‘프렌치카페 카페믹스’ 등 커피믹스 제품 가격은 평균 9.5%, ‘RTD(Ready to Drink·바로 마실 수 있는)’ 컵커피 제품은 평균 7.5% 오른다. 남양유업 측은 “커피 주요 산지 작황 부진에 따른 국제적 커피 시세 폭등과 물류비·인건비 등 전반적 생산 비용 증가에 따라 불가피하게 출고가 인상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올해 1월 들어 커피 가격은 프랜차이즈 카페부터 인스턴트 커피까지 줄줄이 오르고 있다. 커피믹스 ‘맥심’을 생산하는 동서식품은 지난 1월 14일부터 커피 제품 출고가를 평균 7.3%, 최대 1070원 인상했다. ‘네스카페’를 생산하는 롯데네슬레코리아도 지난 1월 26일부터 전 제품 출고 가격을 평균 8.7% 인상했다. 프랜차이즈 카페 중에서는 스타벅스가 가격 인상 신호탄을 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1월 13일부터 53종의 음료 중 카페 아메리카노와 카페 라떼를 포함한 46종의 음료가격을 최대 400원 인상했다. 스타벅스를 시작으로 할리스, 투썸플레이스, 커피빈코리아, 탐앤탐스까지 줄줄이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남아있는 프랜차이즈 카페인 폴바셋, 파스쿠찌, 엔제리너스 등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유일하게 가격이 오르지 않는 외식물가 품목으로 꼽혀온 커피가 올 들어 도미노 인상 현상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연간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외식물가 39개 품목 중 라면·김밥 등 대표적인 서민 음식도 모두 올랐지만 커피만 가격 인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김채영 기자 kim.chaeyoung1@joongang.co.kr

2022.02.16 11:10

2분 소요
[김성희 기자의 ‘Trend Maker’(3) | 봉구비어 기획한 오세형 남쪽나라 대표] 색소폰 불던 오봉구 날다

CEO

1~2인 운영 시스템이 성공 비결... “스몰 브랜드 프랜차이즈 전문 기업 만들 것” 봉구비어는 작은 공간에서 싼 가격으로 맥주와 안주를 즐길 수 있는 국내 ‘스몰 비어(small beer)’의 원조 격이다. 봉구비어가 간판을 처음 내건 것은 2012년 2월 부산 전포동에서였다. 지금은 전포동이 카페거리로 유명해졌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우범지대로 손꼽히는 곳이었다. 때문에 빈 점포가 많았고 10평 규모 점포의 월 임대료도 30만~50만원 정도로 저렴했다. 그곳에 봉구비어가 자리 잡았다. 당시 권리금도 없는 9.8평 규모의 매장에는 실내와 야외까지 포함해 의자 20개가 전부였다. 메뉴도 단출했다. 생감자를 갓 튀겨 내온 감자칩과 감자튀김, 2000~3000원의 저렴한 가격의 맥주 정도였다.그렇게 시작한 봉구비어는 오픈 한 달 반 만에 매출 1000만 원을 넘겼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성공 비결은 간단했다. 가격은 싸지만 감자칩과 맥주가 맛있어서다. 좁은 매장에서의 아늑한 분위기도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맛과 분위기에 매료된 고객들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매장 사진을 올리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후미진 곳에서 맥주를 먹기 위해 기다리는 고객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이듬해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 우범지대 작은 매장에서 시작 봉구비어를 기획한 오세형(38) 남쪽나라 대표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가장으로 살아야 하다 보니 돈을 많이 벌어야 했다”며 “생계를 위해 아이디어를 낸 게 봉구비어였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 토박이다. 대학에서 디자인학과를 졸업한 그는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했다. 관련 분야에 취업하면 월 15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고 일해야 하기 때문에 어머니와 둘이 생계를 꾸려나갈 수 없었다. 방황의 시간을 보내다 우연히 친구에게 라이브 카페에서 공연을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곧장 라이브카페 공연자리를 중개해주는 기획사를 찾아갔다. 딱히 특기가 없었던 그는 기획사에 놓여져 있던 색소폰을 불기로 마음 먹었다.색소폰을 만져 본 적도 없는 그는 그때부터 독학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3개월쯤 지나니 꽤 잘 불었다. 그때부터 부산 라이브카페를 돌면서 하루에 많게는 5~6차례 연주했다. 실력은 늘고 인기가 많아지면서 그를 찾는 카페도 불어났다. 그렇게 2년여간 공연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던 그에게 뜻밖의 제안이 들어왔다. 당시 그가 연주했던 한 라이브카페 사장이 자신의 가게를 인수해 보라고 했다. 그는 “돈도 없고 경험도 없어서 망설여졌지만 내 가게에서 색소폰을 불면 좋겠다는 생각에 가게를 인수하기로 했다”며 “가진 돈 1500만원과 사장님의 도움으로 대출을 받아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의 나이 26살이었다.100평이 넘는 대형 매장이었지만 워낙 단골손님이 많아 처음에는 매출이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겨울철 비성수기에는 장사가 안 되고, 매장이 커서 관리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또 수익률도 투자 대비 높지 않아 결국 3년 만에 손해를 보고 매장을 팔았다. 이후 다시 보증금 없는 월세 20만원의 연습실을 구해 색소폰 레슨을 시작했다. 그는 “장사는 접었지만 ‘차라리 소규모로 운영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며 “혼자서 운영 가능한 매장이라면 고정비용을 줄이고 수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그는 무슨 아이템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 우연히 부산 경성대 근처에 있는 감자튀김 전문점 낙타깡을 가게 됐다. 낙타깡은 주차장을 개조해 만든 감자튀김 전문 매장이다. 7평이 채 되지 않는 바 스타일의 실내에 간이의자 12개뿐인 곳이다. 생맥주도 300㏄ 작은 잔 위주로 판다. 그때 ‘간소화된 메뉴와, 감성이 있는 아늑한 인테리어를 구성한 스몰비어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 대표는 “지금은 10평대 점포의 인기가 높지만, 5~6년 전에는 10평대에서 할 수 있는 외식업이 없었다”며 “돈이 없는 나 같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좋은 창업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돈이 없었던 그는 지인에게 투자를 받아 봉구비어 간판을 내걸었다. 봉구비어는 오 대표의 별명인 오봉구의 이름에서 따왔다. 20대 때 일이 너무 안 풀리자 어머니가 지어온 이름이 오봉구였다. ━ 은화수식당은 아내 이름 따서 만들어 봉구비어의 대표 메뉴인 감자칩도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감자 칩은 얇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타기 십상이다. 수백 번의 시행착오 끝에 감자칩을 튀기는 나름의 방법을 터득했다. 낮은 온도의 기름에 삶은 후 튀기니 바삭한 감자칩을 만들 수 있었다. 프랜차이즈를 시작한 후 그의 손에서 봉구비어의 레시피가 탄생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 고민 끝에 봉구비어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손을 떼고 회사를 나왔다.스몰 매장이 가능하면서 남녀노소가 좋아하는 메뉴가 뭘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대중적인 돈가스와 카레가 떠올랐다. 그는 “대중적인 메뉴이기 때문에 사계절 꾸준한 매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6개월의 준비 끝에 2014년 4월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담아 봉구비어가 탄생한 부산 전포동에 은화수식당을 오픈했다. 은화수식당의 특징은 매장에서 고객들이 조리 과정을 다 들여다볼 수 있는 오픈형 주방이다. 오 대표는 “돈가스집에 가면 오래된 기름을 사용하고, 기름이 여기저기 튀겨서 주방의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곳이 많다”며 “은화수식당은 돈가스집이지만 깔끔하고 위생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오픈형 주방을 선택했다”고 말했다.맛에도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는 “일반 돈가스집은 냉동고기를 많이 사용하지만 우리는 생고기를 사용한다”며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 고기를 빵가루에 묻히고 튀기기 때문에 바삭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부산과 서울 등에 20곳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은화수식당 이름에는 스토리가 있다. 은화는 아내의 이름이다. 어려웠던 20대 시절 오 대표는 나중에 성공하면 고생한 아내에게 꼭 예쁜 가게를 선물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내 이름을 썼다. ‘은화의 손으로 만든 식당’이라는 의미를 담았다.오 대표는 스몰형 창업에 확신을 얻고 스몰 브랜드 프랜차이즈 전문 기업을 만들기 위해 ‘남쪽나라’를 설립했다. 남쪽나라는 한반도 남동단에 있는 부산을 지칭하는 말이다. 남쪽나라의 목표는 앞으로 브랜드를 더 많이 선보여 다양한 가맹점주에 적합한 프랜차이즈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 오 대표는 은화수식당에 이어 스테이크덮밥, 고기국수 브랜드인 오공복이, 일본식 빙수와 커피를 즐기는 카페인 연운당을 열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그는 “창업 아이템도 사람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며 “창업주에게 맞는 브랜드를 제안해 진짜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2017.04.02 07:02

5분 소요
대학 당장 그만둬라

산업 일반

실리콘밸리의 이단아 벤처자본가 피터 틸, 대학 중퇴 조건으로 창업 펠로십 운영…창설 후 6년 동안 138명 펠로 중 대학으로 돌아간 사람 12명뿐 “예일대학을 그만두겠다고?”폴 구의 부모는 황당해 하면서 벌컥 화를 냈다. 경제학·컴퓨터공학을 전공하며 학교에 잘 다니던 아들이 2011년 전화를 걸어와 ‘틸 펠로십(Thiel Fellowship)’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다른 재능’을 가진 십대 24명 중에 선발돼 동기생과 함께 구상한 회사 창업 자금으로 2년 동안 10만 달러를 받게 된다. 문제는 학교를 그만둬야 한다는 점이었다.부모님은 구가 6세 때 중국 허베이성에서 미국 피닉스로 이주했다. 그들은 자유주의 성향의 억만장자 피터 틸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들어보지 못했다. 틸은 페이팔을 공동 창업한 뒤 페이스북·스포티파이·옐프 등 IT 업계의 성공기업에 대한 족집게 투자로 계속 대박을 터뜨렸다. 이민이든 아니든 대다수 미국인과 마찬가지로 그들의 아메리칸 드림에선 대학교육이 출세의 밑거름이었다.그러나 틸에게 오늘날의 명문대학은 혁신의 발목을 잡고 기술 정체를 초래해 장차 경제에 악영향을 초래할 과대평가된 유물이다. 틸은 구 같은 진취적인 젊은이가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중요한 시기에 빚에 치이다가 결국 돈벌이는 쏠쏠하지만 보람 없는 일자리에 정착하는 길을 가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그보다는 “사회에 보탬이 되는 파격적인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틸은 똑똑하고 야심적인 청소년과 젊은이들에게 더 원대한 목표에 도전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학위를 찍어내는 교육기관보다 더 나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멘토상담·사업지도·네트워킹 기회와 매월 보조금을 지급하는 펠로십(연구장학제도)을 운영해 그들을 지원한다.미국의 고등교육 시스템에 직격탄을 날림으로써 판세를 흔들려는 틸의 의도가 적중한 듯했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학 명예총장은 그의 아이디어를 가리켜 “금세기 중 유일하게 가장 크게 빗나간 자선사업”이라고 평했다. 그는 고등교육 개혁은 필요하지만 자선기금을 내세워 대학중퇴를 조장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덧붙였다.허황된 꿈을 강매하는 것은 서머스 명예총장 같은 대학 측이라고 틸은 반박한다. 대학 학비는 물가상승률의 2배로 뛰었다. 대학 학자금 융자액은 현재 1조3000억 달러를 웃돈다. 부채증가에 35세 이하 성인의 창업 감소가 맞물렸다. 벤처창업 교육기관 카우프만 재단은 최근 조사에서 이를 ‘잃어버린 창업가 세대(a lost generation of entrepreneurs)’로 불렀다.IT와 주택시장의 거품붕괴를 예측했던 틸은 다음에는 교육부채 거품이 꺼질 차례라고 본다. “품질은 향상되지 않는데 가격만 터무니없이 치솟았다.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과대평가와 맹신이 팽배할 때는 항상 거품 신호로 보면 된다.” ━ ‘일이 크게 틀어질 경우엔…’ 서머스 명예총장 같은 교육자들이 걱정하는 한 가지 문제는 틸의 비판이 가장 총명한 학생들로부터 적잖이 공감을 얻는다는 점이다. 펠로십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신청자 6000명 중 약 4분의 3이 예일·하버드·MIT·스탠퍼드 같은 일류대학 재학생이었다.이들은 경쟁이 치열하지만 치밀하게 짜여진 진로를 따라 일류대학 합격이라는 힘들지만 다소 현실적인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그 뒤에는 의미보다는 연봉 높은 회사에 취업한다(미국 동부 명문 아이비 리그 졸업생 중 약 3분의 1이 몰리는 금융과 컨설팅은 틸이 냉소적으로 곧잘 인용하는 대표적인 사례다).이들 중 창의적이고 창업지향적인 무리는 캠퍼스에 발을 들여놓은 뒤에야 자신들이 꿈꾸던 이상향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입학하기 위해 그렇게 안간힘을 썼던 대학이건만 자신들의 잠들지 않는 두뇌가 갈구하는 탄력성이 결여된 데 실망한다.에덴 풀 고 또한 프린스턴대학 2학년 때 구와 마찬가지로 2011년 초 틸 펠로십에 관한 소문을 들었다. 대학 조정 대표팀 선수이자 새내기 전기공학도인 풀 고는 약 150㎝에 불과한 작은 체구지만 믿기지 않을 만큼 활력과 자신감이 넘친다. 그녀는 10세 때 태양전지 자동차를 처음 제작했다. 이어 중력기반 급수와 두 가지 금속을 접합한 바이메탈릭 코일을 이용해 전지판이 태양을 추적할 수 있도록 하는 신기술 연구에 착수했다. 전력 생산량을 40% 늘리고 덤으로 깨끗한 식수도 쏟아내는 기술이다. 16세 때 캐나다 앨버타 주 캘거리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그 기본 모델을 개량하기 위해 케냐 농촌을 찾아갔다.그녀는 그 선설루터(SunSaluter)를 개도국 세계의 수백만 주민을 위해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으로 구상했다. 그러나 학교 공부에 발목이 잡혔다고 한다. “나 같은 사람을 염두에 두지 않고 만들어진 경직된 시스템에 맞춰야 했다. 필수과목이 걸림돌이었다. 나는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결과물을 내놓는 데 필요한 지식을 배우고자 했다.”풀 고와 구를 비롯한 80명의 최종 후보자들이 2011년 3월 샌프란시스코로 건너가 펠로십 심사위원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심사위원 중에는 틸의 IT와 벤처투자 업계 친구들이 많았다. 선정된 아이디어 중 절반가량이 야심적인 과학·공학 프로젝트였다. 존 버넘은 지나쳐가는 소행성에서 광물을 추출하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로라 데밍은 틸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노화관련 질병의 퇴치에 초점을 맞췄다. 14세 때 MIT 생물학 과정에 등록한 데밍은 “이론상 사람 수명의 수백 년 연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다른 사람들은 빌 게이츠나 마크 저커버그 같은 IT 혁신가들을 모델로 삼은 듯했다. 둘 다 하버드대학을 중퇴했다. 델·우버·오라클 창업자와 기타 다수의 IT 실력자들 모두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처럼 일찍 대학 생활을 접었다. 잡스는 1학년 때 리드 칼리지에서의 학위 취득 과정이 근로자 계급 부모가 내는 등록금만큼의 값어치를 하지 못한다고 확신했다. 일단 캠퍼스를 벗어나자 그는 “훨씬 더 흥미로워 보이는 과정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인 캘리그래피(손글씨) 강습은 매킨토시 컴퓨터가 활자 디자인에 중점을 두는 초석이 됐다. 애플의 상징적인 강점 중 하나다.구는 자신의 벤처창업 성공 확률이 낮다는 부모님 말씀을 부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역 상거래 웹사이트 아이디어를 갖고 있던 구는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펠로십을 받기로 했다. 이제 26세인 그는 “부모님은 아이비 리그 졸업장을 제 발로 걷어차는 건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내가 걸어가는 안전한 진로는 성장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 나는 더 큰 목표에 도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구의 예일대 동기이자 사업 파트너 대니얼 프리드먼은 처음에는 망설였다. 결국에는 펠로십을 받은 프리드먼은 이렇게 설명했다. “직업적으로는 경력을 얻게 된다. 일이 크게 틀어지더라도 학교로 돌아가면 된다. 정말 아쉬운 것은 가까운 친구들을 떠나게 된다는 점이었다.”대다수 다른 최종 후보자들과 달리 닉 카마라타는 양면성을 가진 학생이었다. 그는 “고등학교 때 학점 평균이 2.2에 그쳤으며 졸업반 때 학교 결석일수가 60일에 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카마라타는 야심만만한 프로젝트를 구상했으며 어릴 때부터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자립적이었다. 9세 때부터 자기가 집에서 사용하는 공공서비스(전력·수도 등)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부모에게 주장했다. 10세 때부터는 알고리즘 프로그래밍 실험에 주당 최대 80시간씩 매달렸다. 16세 때는 파일 저장 서비스 드롭박스의 경쟁 서비스를 출범시켜 11개월 만에 이용자 8300만 명을 끌어모았다.카네기멜론대학 컴퓨터 공대 학장은 그의 그런 실적을 높이 평가해 입학사정 기준을 접어두고 예외적으로 그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신입생 대상의 합숙 오리엔테이션 기간 동안 뚜렷한 목표의식 없는 동기생들에 실망한 카마라타는 틸 펠로십을 신청하기로 했다.교사들이 태블릿으로 쌍방향 강의를 제작해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앱 아이디어를 갖고 있던 카마라타는 “틸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일종의 실험인 건가? 무엇이 됐든 대학에 다니는 것보다 훨씬 더 흥미로운 듯했다.” ━ 고등교육에 대한 틸의 도전 틸은 1985년 스탠퍼드대학 1학년 때 실리콘밸리에 발을 들여놓은 뒤로 세상을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재편하려 노력해 왔다. 1998년 그가 페이팔을 공동 창업한 것은 단순히 수표와 우편환을 더 간편하게 만들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그는 자유주의 저널 ‘케이토 언바운드’에 자신의 창업 비전을 가리켜 “정부의 온갖 통제와 평가절하로부터 자유로운 신세계 통화의 신설, 화폐주권(monetary sovereignty, 통화 공급량 조절을 통한 정부의 경제 관리)의 종식”이라고 말했다.틸은 2002년 15억 달러에 페이팔을 이베이로 팔아 넘긴 뒤 “기존 사회·정치 질서에 변화를 유도하고 신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 다른 닷컴 업체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2004년 그는 외부 투자자로선 처음으로 페이스북에 베팅했다. 앤젤 투자로 50만 달러를 건넨 뒤 4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고 전해진다. 그는 소셜미디어의 유용성에 관해 “전통적인 국민국가(nation-states, 공통 문화와 역사를 공유하는 국민이나 민족으로 구성되는 독립국가)에 속박되지 않는 새로운 공동체 형성 방법과 새로운 반체제 모드를 위한 공간 조성의 수단”이라는 자유주의적인 관점을 가졌다.더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해 실리콘밸리의 반감을 샀으며 레슬러 헐크 호간으로 더 유명한 테리 볼레아의 사생활 침해 소송을 막후 지원해 언론계의 속을 긁었다. 9년 전 틸이 동성애자라고 폭로했던 IT 블로그 운영업체인 고커 미디어는 1억4000만 달러 배상판결을 받고 파산했다.분명 보복이 고커 미디어 소송의 동기인 듯하지만 틸은 종종 페이팔 공동창업자 맥스 레브친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신이 하는 일의 역발상적 성격”에 이끌리는 듯하다. 그가 동료와 입사 지망자에게 던지는 특유의 질문 중 하나는 “세상에서 다른 사람 대다수가 진실이 아니라 해도 자신은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말해보라”는 것이다.틸은 또한 사회 그리고 가장 영향력 있는 구성원 집단이 더 큰 힘을 발휘하고 자신이 발전적인 변화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비행자동차를 원했지만 얻은 건 140자(트위터)였다’는 그의 ‘파운더 펀드’ 성명서는 실리콘밸리의 좀스러운 포부에 대한 그의 실망을 나타낸다. 고등교육에 대한 틸의 도전은 미국이 큰 자랑으로 여기는 제도에 대한 공격이다. 대니엘 스트래크먼과 함께 펠로십 프로그램 운영자로 채용된 마이클 깁슨에 따르면 한번은 직접 대학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틸이 그 구상을 포기한 것은 “너무 복잡하고 시스템에 너무 순종하는 듯했기 때문”이었다고 깁슨은 전한다.틸은 펠로(보조금 수혜자)들이 어디서 또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든 아무런 제약 없이 탄력적으로 펠로십이 운영되기를 원했다. 구, 카마라타, 풀 고를 비롯한 여러 펠로들은 한 두 달 뒤 스타트업 무대의 스타덤에 도전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 만안 지역에 속속 도착하는 젊은 인재 대열에 합류했다.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조사에 따르면 뉴욕시 IT 업계의 평균적인 창업자는 먼저 기성업체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한 대졸자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 만안 지역으로 몰려드는 젊은이들 사이에선 회사를 창업하기(또는 졸업장을 요구하지 않는 구글이나 기타 다른 IT 대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대학을 나와야 할 이유가 없다고 보는 비율이 갈수록 늘어난다. 그들의 해커 마인드(세상은 가변적이고 혁신 무드가 조성됐다)에 갈수록 몰려드는 투자자본이 맞물려 캘리포니아 북부에 탈자격증 경제(post-credential economy)랄 만한 문화가 형성됐다. ━ 네트워킹이 돈보다 더 중요해 틸 펠로들은 매달 4000달러의 보조금과 후원자의 후광 덕분에 상당수 다른 출세주의자들보다 표면상 더 유리한 조건을 갖춘 듯했다. 그러나 다른 지원은 처음에는 거의 없었다. 업무 공간 수배, 멘토 모색, 목표 설정, 달성방안의 강구는 모두 수혜자들 몫이었다. 젊은이들은 분기 단위의 점검 이외에는 어떤 간섭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창업 기반을 마련했다.펠로 1기 데일 스티븐스는 “그 연령대에선 극소수 그룹에만 그 방식이 주효한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펠로십 신청 당시 제출했던 아이디어를 가리켜 지금은 “항공업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아이디어였다”고 평한다. 풀 고는 “우리 중 상당수가 항상 시키는대로만 하다가 무엇이든 원하는대로 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어 적응하기 힘들어 했다”며 “나는 이메일에 시간을 허비하며 보내는 날이 많았다”고 말했다.프리드먼과 얼굴 붉히지 않고 갈라선 구의 경우 열정은 차고 넘쳤지만 자기 제품과 회사의 미래상은 불분명했다. “나는 많은 똑똑한 사람들과 점심식사를 함께하며 아이디어 홍보에 열을 올렸다. 처음에는 흥분됐지만 우리는 초점을 잃어가고 있었다. 좌절감이 커졌다. 왜 대학을 중퇴했을까 회의가 일기 시작했다.”가족과 친구들 곁을 떠나 맨손으로 회사를 세워야 했던 1~2년차 펠로 중 여럿이 우울증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카마라타는 “실리콘밸리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싼 셋집을 얻어 살며 하루 종일 그리고 자는 시간을 아끼며 코딩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동료 데이비드 머필드, 존 마배크와 손잡고 강의 공유 앱을 개발해 ‘태블로’라고 명명했다. “나는 내가 주목을 받아 마크 저커버그와 엘론 머스크의 멘토를 받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수업도 의미 있는 멘토 교육도 없었다. 우리는 어떻게 회사를 세울지 전혀 몰랐다. 내가 원하던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에서 파티를 하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었다.” 카마라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웨이크 포리스트 대학을 중퇴한 마배크는 실리콘밸리에는 술을 하지 않는 ‘비주류’의 사교 공간이 거의 없음을 금방 깨달았다. “어떤 CEO나 벤처자본가든 만날 수 있는 건 마음에 들었지만 함께 어울릴 만한 사람이 없었다.” 마배크는 펠로십을 중단하고 웨이크 포리스트로 돌아가기로 했다. 데이비드 루안 펠로도 예일로 복귀했다.온라인 교육 벤처로 방향을 틀었던 프리드먼은 “사업체를 키우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18개월이 지난 뒤 내 친구들은 졸업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그들은 내 회사는 어떻게 돼가는지 묻곤 했다. 뭐라 대답할지 난감해지기 시작했다.”2012년 후반 2기 펠로들이 들어올 무렵 틸에게 문하생들은 있었지만 파격적인 혁신 기술은 없었다.이미 오래 전에 미국 대학 시스템의 전면적인 쇄신이 이뤄져야 했다는 점은 학자들도 인정한다. 리처드 애럼과 조시파 록사는 저서 ‘학문적 표류(Academically Adrift)’에서 24개 대학 학부생 중 45%가 대학 재학 첫 2년 동안 다양한 지적 능력(예컨대 비판적 사고, 복잡한 추론, 글쓰기 등)에서 의미 있는 발전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저자들은 사교활동이나 아르바이트, 그리고 학부 학업을 중시하지 않는 대학문화를 저조한 학업능력의 원인으로 지적했다.그러나 대학에는 다른 어떤 제도보다 우수한 점이 몇 가지 있다. 캠퍼스는 성인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방향을 잡아주며 체계적인 전환기를 제공하고 다양한 사람과 사고를 접하게 해준다. 동기부여가 분명한 학생은 논리 정연한 글쓰기를 배우거나 정량적 지식을 적용해 과학적 발견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대학은 개인의 관심사를 테스트하고 평생의 친구·멘토·이성을 만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틸의 스탠퍼드대학 학사·법학박사 학위는 그에게 상당한 도움이 됐을 듯하다. 그러나 현재 약 17억 달러의 자산가 투자자인 그는 무엇을 배울지 신중하게 검토하지 않은 ‘죄’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달리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리고 내 앞날에 관해 책임감을 갖고 진지하게 생각해보려 하지 않았다.”틸이 대학 신입생이 된 뒤 30년 사이 대학에서 자신의 미래를 모색하는 데 드는 비용이 크게 올랐다. 그는 “누구에겐 아직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좋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졸업생이 많다. 그들은 빚을 떠안고 부모 집으로 다시 들어간다. 사람들이 뭔가 잘못 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미래의 우버나 에어비앤비 창업을 위해 대학을 중퇴하는 것은 혹할 만한 옵션으로 보이지만 저커버그나 잡스 같은 인물 한 명이 탄생하기까지 원대한 아이디어를 가진 대학 중퇴자 수천 명이 실패의 쓴 잔을 들이킨다. 3000만 명에 달하는 미국 대학 중퇴자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빈곤에 허덕일 확률이 대졸자들보다 훨씬 더 높다. 대학 교육 투자 대비 수익률은 하락세지만 대학 졸업장 없는 성인의 연평균 소득은 2만3900달러에 불과하다. 대졸자 평균소득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3학년을 마치고 브라운대학을 중퇴한 2기 틸 펠로인 딜런 필드는 “펠로십 홍보에서 언급되지 않은 사실은 대학이 많은 사람에게 대단히 유익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나로선 정말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나는 회사를 창업하고 싶었고 펠로십이 그 꿈의 실현을 앞당기는 지름길이었다.”캘리포니아 주 소노마 카운티에서 성장한 아역배우 출신의 필드는 IT 전문 고등학교를 다녔다(“로봇기술 팀의 인기가 미식축구 팀만큼 높았다”). 그리고 대학 시절 링크드인과 오라일리 미디어에서 인턴 생활을 했다. 플립북에서 여름 인턴으로 일할 때는 디자이너용 제작도구 세트를 더 좋고 싸게 만들어 소프트웨어 대기업 어도비에 도전하려는 대담한 계획을 내놓았다.필드를 비롯한 다른 2기 펠로들이 샌프란시스코 만안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인맥이 구축되기 시작했다. 카마라타, 데밍 등 몇몇이 팔로알토에 큰 집을 구해 함께 세를 들었다. 처음에는 다섯 식구였지만 곧 8~9명으로 불어났다. 카마라타는 “한번은 193㎝의 거구가 옷장 속에서 지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새벽 2시에 인생철학을 논하는 등 마치 대학 기숙사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 시점부터 그 생활에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펠로십 프로그램의 기틀이 잡히며 대학 같은 공백이 일부 메워지기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에서 그룹 숙소를 구하는 신참 펠로들이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펠로십이 세미나, 만찬·친목모임을 더 많이 후원하기 시작하면서 펠로들이 동료, IT업계 거물, 앤젤 투자자와 어울릴 수 있었다. 심리학자도 한 명 불러들여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펠로들을 도왔다. 틸은 “우리는 공동체가 펠로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과소평가했다”며 “그것이 첫해 우리의 최대 실수였다”고 말했다.필드에겐 그런 사회적인 요소가 돈만큼이나 중요했다. “벤처창업 활동은 대단히 고독한 작업이 될 수 있다. 그런 과정을 함께할 좋은 사람들이 있다면 큰 도움이 된다.” ━ ‘대학들이 말하는 핵심적인 거짓말’ 틸은 자택에서 몇몇 행사를 주최했다. 그 밖의 초대손님으로 앤젤 투자자 케빈 하츠(에어비앤비·핀터레스트·우버), 마피아 워즈 게임과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긱스터 등의 스타트업을 창업한 연쇄 창업가 로저 디키 등이 참석했다. 카마라타는 “우리는 산장의 옥상에서 실리콘밸리를 건설한 억만장자들과 어울렸다”고 말했다. “그들은 젊은 사람들과 교류하는 게 대단히 즐거운 듯했다. 모두가 도와주고 개입하려 했다.”한 파티에서 “진이라는 사람을 만났다”고 카마라타는 회상했다. “내게 무슨 일을 하는지 묻길래 나는 ‘지금 회사를 팔려 하는데 인수하면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가 곧 회사의 새 주인이 됐다.태블로는 펠로십 기간 창업한 기업 중 처음 팔려나간 회사였다. 다른 펠로들에게도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필드도 자신의 회사 피그마에 400만 달러의 자본을 쉽게 조달했다. 당초의 아이디어를 포기했던 구는 다음 프로젝트를 찾던 구글 엔터프라이즈 임원 2명을 만났다. 세 사람이 뜻을 모아 투자자들이 젊은 신진 기업가들을 후원하는 융자 플랫폼에 175만 달러의 종자돈을 조달했다. 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보통사람을 위한 킥스타터(소셜펀딩 사이트)”였다.그 아이디어는 훗날 구가 개발한 혁신적인 알고리즘을 이용해 융자를 제공하는 업스타트(Upstart)로 발전했다. 기존의 신용점수 대신 소득 잠재력과 기타 변수들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구는 궁극적으로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 투자자 중 상당 비율”을 펠로십 네트워크를 통해 물색하려 한다.펠로십이 대학생활의 몇몇 측면을 모방하면서 틸이 성토했던 고등교육 기관들을 닮아가기 시작했다. 반대로 대학들이 영향을 받은 징후도 있었다. 지난 6년 사이 틸 펠로십이나 Y 콤비네이터(틸이 파트너로 있는 초기단계 IT 벤처 인큐베이터)에 학생들을 빼앗긴 대학들은 그들을 캠퍼스에 눌러앉히는 한편 벤처창업 열정을 지원하는 다양한 방안을 도입했다.하버드대학의 ‘이노베이션 랩(i-lab)’은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창업하려는 학생들에게 자금조달과 멘토링 자원 역할을 한다. 예일대학 벤처창업 연구소(Yale Entrepreneurial Institute)의 ‘이노베이션 펀드’는 신생 기업에 최대 10만 달러를 제공한다. 틸 펠로십 참여 1년 만에 떠난 데이비드 루안은 예일대학 펀드 문을 두드려 자신의 비주얼 분석 소프트웨어 업체 덱스트로의 자금을 조달했다. 워튼스쿨·콜럼비아·노스웨스턴과 여러 주립대학도 인큐베이터와 액셀러레이터(벤처기업 육성) 프로그램을 개설했다.틸은 이런 조치들로는 고등교육의 저변에 깔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여전한 등록금 인상, 의심스런 가치, 배타성 등이다. 틸은 “명문대학에는 분명 몇 가지 장점이 있다”며 이렇게 덧붙인다.“대학교육에 관해 그들이 말하는 핵심적인 거짓말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며 본질적으로 긍정적인 기능을 한다는 주장이다. 실상 그들이 운영하는 건 문 밖에 입장 대기행렬이 길게 늘어섰고 소수가 실내에서 춤추는 스튜디오 54 나이트클럽이나 다름없다. 하버드대학이 세상에 더 많은 혜택을 주고자 한다면 문호를 개방하고 프랜차이즈 계약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하버드대학 총장이 그런 주장을 하면 그 대학 동문들이 야구 방망이를 들고 그의 사무실 앞으로 몰려들 것이다. 그들의 정체성은 배타성에서 나온다.”하지만 틸은 신입 펠로 수를 1년에 30명으로 제한하는 현재의 한도 해제에는 회의적이다. “우리는 프로그램이 또 다른 획일적인 자격인증 시스템이 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인원이 적어야 그들을 개별적으로 지원하면서 특정한 기회를 창출하고 그들이 만나야 할 사람들과 의미 있는 인맥을 형성할 수 있다.”큰 잠재력을 지닌 학생들을 ‘체제 순응적인 학위 제조 기관’으로부터 구제하려는 틸의 시도는 펠로들이 빠져나온 어떤 대학들보다 훨씬 더 배타적이랄 수 있는 클럽으로 탈바꿈했다.틸 사단이라는 배경을 감안할 때 투자자들은 거의 틀림없이 적어도 펠로의 홍보에 귀 기울이고 십중팔구 호의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다. 구의 ‘업스타트’는 3년째 1차 대규모 펀딩 라운드에서 600만 달러를 조달하고 직원 10명을 채용했다. 딜런 필드는 1400만 달러를 추가로 유치하고 디자이너·엔지니어·마케팅 담당을 포함해 피그마의 직원을 14명으로 늘렸다.베타판이 나오자 디자인 업계에선 피그마의 실시간 협업 편집 기능이 화제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도비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대표적인 기능이다. 선설루터를 비영리단체로 만들기로 한 풀 고는 50만 달러의 보조금을 지원받고 아프리카와 인도에 유통·생산 기지를 구축하는 동안 100만 마일 비행 기록을 세웠다.자금조달에 숙달됐지만 회사 운영에 어려움을 겪은 펠로들도 있었다. 스탠퍼드대학 중퇴자 톰 커리어의 도시 공동거주 부동산 관리 벤처기업은 2년 만에 도산해 입주자들이 강제 퇴거됐다. 19세 때 스탠퍼드대학 신경학과 4년차 박사 후보 과정을 밟던 앤드류 쉬는 에어리 랩스라는 교육 게임 스타트업을 창업해 구글 벤처스 같은 거물 투자업체로부터 150만 달러를 조달했다. 하지만 그 회사가 실제론 쉬의 부모가 운영하는 ‘노동착취 공장’이라는 비판 속에 2012년 20명의 직원 대다수를 정리했다.펠로들은 지금은 수입·지출·현금흐름 현황을 프로그램 측에 보고해야 한다. “그런 정보를 알아야만 그들이 악셀을 밟아 더 속력을 높여야 하거나 6개월 버틸 현금밖에 없을 경우 도울 수 있다”고 잭 에이브러험은 말했다. 깁슨과 스트래크먼이 펠로십 수료자와 기타 ‘부적응자 청년 창업가’의 자본 수요에 부응하는 벤처펀드 설립을 위해 떠나면서 에이브러험이 사무국장으로 영입됐다. 그는 포괄적 멘토링 프로그램을 개발해 자본조달, 팀워크 구축, 이용자 확보 등 회사 성장의 더 큰 몇몇 난제에서 펠로들을 돕는다. 단연 최대의 변화는 신참 펠로들이 제시하는 프로젝트 유형이다. 틸은 생의학 기술, 교통, 에너지 같은 분야의 발전을 촉진한다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기수가 바뀔 때마다 펠로들은 갈수록 실리콘밸리 그리고 틸을 닮아 간다. 핵융합 에너지, 암치료, 면역요법 등 틸이 프로그램을 창설했을 때 꿈꿨던 ‘파격적인 혁신’에 시동을 걸만한 야심적인 정통 과학 프로젝트는 거의 없다.실리콘밸리가 140자의 한계를 뛰어넘도록 하겠다던 틸의 의지가 약화된 걸까?그는 “우리는 과학에서 혁명적 돌파구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는 관점에서 출발했지만 STEM(과학·기술·공학·수학)에선 뭔가를 독립적으로 시작하기가 더 어렵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소프트웨어는 개인이 컴퓨터와 쉽게 구할 수 있는 소액의 자금만 있으면 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쉽다. 요즘 우리는 지원자의 아이디어가 영감을 주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뿐 아니라 실행 가능하고 뚜렷한 상업성이 있는지도 고려한다.”초기 펠로 중 일부는 포토닉스(광통신 등 빛과 관련된 기술), 나노기술, 의학 분야에서 점진적이지만 인상적인 발전을 이루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평범한 기술이 최고의 인기를 모았다. 하버드대학 중퇴생 벤 유의 스프레이어블(Sprayable) 카페인은 시장에서 인기만점이다. 투자자들은 비탈릭 부테린의 암호화폐 프로젝트에 수천만 달러를 쏟아붓는다.제임스 프라우드의 회사 헬로는 대략 4000만 달러를 조달했다. 헬로에서 개발한 수면 트레커 센스는 요즘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첨단 알람 시계 중 하나다. 인도의 리테시 아가르왈은 중저가 브랜드 호텔 대상의 온라인 장터 구축 자금으로 2억2500만 달러 이상을 조달했다.MIT의 ‘글로벌 파운더스 스킬스 액셀러레이터’ 책임자 빌 올렛은 “이는 제2의 레드불 에너지 음료, 데이팅 앱 개발 또는 우버화(Uberfication, 플랫폼을 활용한 공유경제 창출)를 하고자 할 경우엔 틸 펠로십도 괜찮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하지만 암을 퇴치하거나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할 경우엔 미흡할지 모른다”고 말했다.최근 기수의 펠로들은 처음 2개 기수와는 크게 달라 보인다. 대다수가 지원자 그룹에서 선발되기보다는 샌프란시스코 만안 지역의 틸 인맥을 통해 모집됐다. 더 나이가 많고 상당수가 여러 차례 벤처 창업에 성공한 경력자들이다.그렇다면 한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대박 가능성이 큰 실리형 아이디어에 투자하려는 벤처 자본가들이 이미 존재하는데 비영리 펠로십이 과연 필요할까?의도적이든 아니든 펠로십의 한 가지 현실적인 결과는 ‘틸 주식회사’의 2군 역할을 해왔다는 점이다. 프리드먼의 회사 씽크풀(Thinkful)은 틸이 자본을 조달한 첫 기업이었다(그의 FF 앤젤 벤처자본 펀드를 통했다). 그 뒤로 틸의 펀드는 구의 ‘업스타트’, 토마스 소머스의 렉스 컴퓨팅에 투자해 왔다. 렉스 컴퓨팅은 슈퍼컴퓨팅 응용프로그램용의 고효율 칩을 개발하는 회사다. 클레이 올솝프의 ‘프로펠러’에도 틸의 자금이 투입됐다. 모바일 앱 제작 도구를 개발하는 프로펠러는 2014년 팰런티어 테크놀로지로 넘어갔다. 틸이 공동창업한, 베일에 가려진 데이터 분석 업체다.그런 기업들은 분명 그 밖에도 더 많다. 데밍에게 그녀의 바이오기술 위주의 론제비티 펀드나 그녀의 면역요법 회사 알렉소 세라퓨틱스에 틸이나 그의 펀드가 투자했는지 물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짐작하는대로”라고 답했다. 풀 고와 다른 펠로들도 팰런티어에 취업했으며 파운더스 펀드 컨설턴트로 일했다.실리콘밸리 최고의 인재 발굴자라고 할 수 있는 틸에게 그의 비영리 프로그램을 인재와 초기 투자기회를 포착하는 수단으로 간주해도 될지 물었다.그는 “우리는 비영리 조직과 영리 조직 간의 경계를 분명히 하기 위해 대단히 신중을 기한다”고 말했다. “비영리 조직의 후원자가 어떻게든 결과적으로 이익을 보지 않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경우 그 조직은 결국 사익을 위한 것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한다. 우리 펀드는 사실상 투자를 주도하지 않으며 나는 아주 소극적으로 극히 작은 부분만 투자한다.”틸 펠로 138명이 총 4억5000만 달러 정도의 투자자금을 조달하고 25억 달러의 지분가치를 창출했다. 대다수 대학 기금보다 많은 액수다. 이 같은 인상적인 실적을 떠나 틸은 펠로십이 벤처창업을 대학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알리는 데 성공했다고 믿는다. “요즘엔 벤처창업이 이력서에 올리는 항목의 하나”라고 그는 말했다.그러나 프로그램의 성공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는 펠로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느냐는 점이라고 틸은 말한다. 기사를 위해 인터뷰한 22명의 펠로(프로그램을 일찍 떠난 사람 포함) 중 1명만 빼고 모두가 그렇다고 명확히 말했다. 하지만 사업 성공을 자신의 최대 소득으로 꼽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대학 생활에서보다 실제 일하고 진짜 문제를 해결하면서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웠다고 주장했다.틸의 실험이 고등교육에 대한 실용적인 대안임을 뒷받침하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엄선된 성취욕 강한 이들 별종 그룹의 성공에는 분명 별도의 시간과 자금 그리고 인맥이 윤활유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 대다수는 억만장자 후원자가 있든 없든 언젠가는 스스로 상당한 성과를 올렸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을 법하다.틸의 펠로십에서 비행자동차나 소행성의 광물 채굴 기술이 탄생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진작에 논의됐어야 할 고등교육의 가치에 관한 토론에 불을 댕기는 역할을 했다. 그것이 그 프로그램이 우리 사회에 가져다 준 가장 큰 혜택일지도 모른다. 스티븐스는 “부모들이 자녀의 미래에 관해 더 합리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1600만 달러짜리 PR 캠페인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큰 성과로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펠로십이 출범한 지 6년 사이 교육 대안의 범위가 폭발적으로 확대됐다. 신세대 학생들의 수요에 전통 교육기관들이 늑장 대응함에 따라 새로운 교육 서비스 사업자들이 더 보편적인 기술을 이용해 교육을 개발하고 전달하는 방식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일부는 기술 습득에 집중해 직업학교 전통에 IT 시대의 현대적 특성을 가미한다. 그런 교육은 인문 교육에 대한 대체 또는 실용적인 보완 기능을 할 수 있다. 코디 아카데미(컬럼비아대학 중퇴자가 공동창업)와 유데미(Udemy)의 온라인 쌍방향 컴퓨터 코딩 과정에 등록한 학생이 4000만 명을 웃돈다. 그 밖에도 제너럴 어셈블리(General Assembly)와 핵 리액터(Hack Reactor) 같은 신흥 교육벤처들이 다양한 온라인 강좌와 오프라인 ‘부트캠프(boot camps, 단기 집중강좌)’를 제공한다. 이들 부트캠프에선 약 1만5000달러의 12주 집중 코스를 통해 취업 가능한 프로그래머들을 배출한다고 약속한다.새로 떠오르는 더 광범위하고 깊이 있는 교육적 대안 중 몇몇 가장 흥미로운 프로젝트는 틸 펠로의 머리에서 나왔다. 프리드먼의 회사 씽크풀은 온라인 레슨과 코딩 경력자의 1대1 멘토십을 결합해 정보기술 종사자 대상의 원격 학습을 맞춤 설계한다. 큰 성공을 거둔 스티븐슨의 언컬리지(UnCollege)는 “스스로 교육하고 탐구하면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젊은이 대상의 체계적인 안식년(gap-year, 고교 졸업 후 대학생활을 시작하기 전 1년간 일이나 여행을 할 수 있는 제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이들 새 옵션이 전통적인 학업 패러다임과 다른 점은 ‘골라잡는’ 특성에 있다. 교육 행정가들이 아니라 학생이 무엇을 배울지 선택한다. 깁슨은 “교육의 대해체”라며 이렇게 덧붙인다. “전에는 대학에서 모든 과목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었다. 지금은 더 싸고 실제적인 교육 대안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이 이런 폭 좁은 진로에서 탈피하고 있다. 구식의 관료적이고 자의적인 규칙을 따르려는 사람이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 “졸업장은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구의 온라인 융자 플랫폼은 5300만 달러 이상의 자본을 조달하고 1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그가 아이비 리그 졸업장을 받지 못하게 된 현실을 부모님이 마침내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구는 말한다. 첫 2개 기수 펠로 43명 중 구는 대학으로 돌아가지 않고 자기 회사나 프로젝트에 계속 매달린 25명 중 1명이다. 6명은 기성 IT 업체에 자리를 잡았다(일부는 인수를 통해). 펠로십 창설 후 6년 동안 138명의 펠로 중 대학으로 돌아간 인원은 12명에 지나지 않았다.이들 복귀자 12명 중 프린스턴대학으로 돌아가기로 한 풀 고의 결정이 어쩌면 가장 뜻밖이었다. 그러나 아시아와 아프리카 18개국에서 태양광 전력 생산을 확대하는 선설루터를 설립한 풀 고는 자신의 당초 계획대로 움직였다. “나는 내가 듣고자 하는 과목만 전략적으로 선택해 내게 필요한 기술적 지식을 습득하며 캠퍼스에서 보내는 시간을 최소화했다.”그녀는 졸업을 6개월 남겨두고 다시 중퇴했다. “내게 필요한 지식을 모두 얻었으니 그 기술을 현장에서 활용하고 싶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단지 졸업장을 받으려고 반 년 더 학교에 남아 필수과목을 듣는 건 의미가 없었다. 정신 나간 소리라고 할지 모르지만 나는 배우기 위해 대학에 왔다. 그런 종잇장 따위는 내게 아무런 의미도 없다.”- 톰 클라인스 뉴스위크 기자

2017.03.12 19:05

20분 소요
한국의 일하기 좋은 기업(12) 이디야커피

산업 일반

이디야커피는 올해로 창립 16주년을 맞는 ‘젊은 기업’이다. 역사가 그리 길진 않지만 들고 낢이 잦은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산전수전 겪은 탄탄한 회사로 꼽힌다. 2001년 단 1개의 매장으로 출발한 이디야커피는 지난해 2100여개 매장을 거느린 커피전문점으로 성장하며 직원 수도 급증했다. 단기간 회사가 성장한 비결은 끊임없는 소통에 있었다. 지난해 10월 실시한 이디야커피 신입사원 채용 경쟁률은 407대 1였다. 평년 수준인 300대 1의 경쟁률을 뛰어넘은 역대 최고치다. 2012년부터 매년 30여명의 신입사원을 선발하는 이디야커피의 공채 경쟁률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급여와 복지 수준이 높은 알짜기업’이라는 입소문이 퍼진 덕분이다.이디야커피는 대기업 못지 않은 직원 복지제도로 유명하다. 잡플래닛이 2015년 발표한 ‘일하기 좋은 한국 기업’에서도 업종을 막론하고 복지와 급여 부문에서 순위권에 올랐다. 신입사원 초봉은 3400만원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외국어 공부와 체력 단련 등에 필요한 자기계발비도 지원한다. 2015년 말 공채 4기로 입사한 정아라(27) 주임은 퇴근 후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에 다닌다. 회사가 지원하는 자기계발비로 학원에서 라떼 아트와 원두 감별법 등을 배운다. 정 주임은 “커피 회사인 만큼 커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필수라고 생각해서 별도로 학원 수업을 수강하고 있다”며 “입사 동기 대부분이 회사의 지원을 받아 자유롭게 자기계발의 시간을 갖는다”고 설명했다.이디야커피는 젊다. 300여명 임직원의 평균 연령이 30세다. 이 중 절반은 공채로 입사한 신입사원이다. 직급별 나이차가 크지 않아 조직문화가 수평적이라는 평가다. 양선(32) 인사팀장은 “팀장과 팀원 간 소통에 벽이 없다 보니 신입사원이라고 해도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반영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며 “임원실은 전면 통창으로 설계해 직급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사내 복지제도도 자연스레 젊은층이 선호하는 ‘실속있는’ 제도가 주를 이룬다. 구내식당에서는 아침·점심·저녁 하루 세 끼를 무료로 제공한다. 이디야커피는 지난해 4월 서울 논현동에 신사옥을 지으며 지하 1층에 구내식당을 마련했다. 문창기 이디야커피 회장의 지시였다. 김명범(39) 커뮤니케이션팀장은 “혼자 사는 젊은 직원들이 많다 보니 밥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는 일이 잦은 점을 감안해 식당 확충을 최우선으로 했다”며 “직원들의 건강을 생각해 좋은 식재료만 고집해 회사 식당이지만 끼니당 원가가 7000원 정도”라고 말했다. 본사 3층에 있는 사내 카페테리아에서는 전 직원이 언제든 무료로 이디야 메뉴를 이용할 수 있다. 김 팀장은 “직장인들 입장에선 매일 식대와 커피값을 아끼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며 “실제로 직원들이 피부로 느끼는 가장 큰 복지 혜택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다른 회사에 없는 특별한 지원도 있다. 이디야는 분기별로 30만원씩 매년 120만원의 피복비를 지원한다. 커피업종의 특성상 새로운 문화와 유행에 민감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장기근속자에게 금을 제공하는 포상제도도 직원의 사기를 높인다. 5년 재직시 금 5돈, 10년 재직시 금 10돈을 제공한다. ━ 대기업 수준의 복지제도에 만족 이러한 복지혜택은 본사에 소속된 바리스타 직군에게도 동일하게 제공한다. 본사 커피연구소 겸 카페인 ‘이디야 커피랩’에는 총 15명의 바리스타가 근무한다. 수석바리스타로 일하는 정동수(33) 대리는 “바리스타라는 직업이 업무 강도에 비해 대우가 박한 편인데 반해 이디야의 급여나 복지수준은 업계 최고 수준”이라며 “특히 커피 관련 기기나 다양한 원두를 접하기에 근무환경 역시 우수한 편”이라고 말했다.일반 매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근무시간(오전 7시 30분~오전 2시)과 큰 매장 규모로 업무 강도는 센 편이다. 대신 소규모 카페와 비교해 조직 체계가 확실하고, 본사에서 개발한 메뉴가 전국 2000여개 가맹점으로 공급된다는 점은 바리스타로서 느끼는 장점이다. 정 대리는 “카페이기 전에 커피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보니 다른 팀과 협업할 일도 잦고, 의사결정 과정도 여러 단계를 거친다”면서도 “회사가 개인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돕고, 이로 인해 회사 역시 성장하는 ‘상생’ 관계라는 점이 이디야커피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말했다.이디야커피 직원의 절반 가량은 수퍼바이저로, 운영지원 업무를 담당한다. 본사와 가맹점주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주된 업무다. 이밖에 점포개발 등 가맹사업과 마케팅, 신사업 발굴 등 다양한 업무가 있다. 순환근무제도를 통해 대부분의 직원들은 재직 중에 다양한 부서를 거친다. 양선 팀장은 “어떤 부서를 가든 핵심은 현장이고, 모든 업무가 가맹점의 매출을 올리기 위한 지원부서라는 개념이 강하다”며 “커피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좋지만 기본적으로 프랜차이즈업에 대한 이해가 기반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 회장 e메일로 독후감 보내 소통 운영팀 소속인 정아라 주임은 “신입사원이라고 해도 일정 교육기간이 끝나면 직접 가맹점을 관리해야 할 책임이 생긴다”며 “수퍼바이저의 역량에 따라 가맹점 매출이나 점주의 만족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업무에 대한 책임감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본사의 입장을 전달·설득하는 동시에 점주의 고충을 해결하는 업무이다 보니 여느 회사보다 원활한 소통능력이 중시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업무방식은 회사와 직원 간의 관계에서도 적용된다.지난해 11월 경력직으로 입사한 경영기획팀 성우진(34) 과장은 “입사 후 사내제안제도인 ‘막뚫굽펴’ 제도를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막힌 곳을 뚫고, 굽은 곳을 편다’는 뜻의 이 제도는 2015년 하반기부터 실시했다. 이디야커피 전 직원은 물론 가맹점주까지 참여하는 ‘소통의 장’이다. 회사 직원 누구나 회사에 도움이 될 만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그 즉시 전 임직원에게 e메일이 발송된다. 하루 평균 20여 건의 의견이 올라오며 지난해 1500건에 달하는 제안이 접수됐다. 성 과장은 “보통 이런 제도는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은데 이디야커피에서는 제안을 검토·관리하는 일이 경영기획팀의 주된 업무일 정도로 의견 개진에 적극적”이라며 “2000개가 넘는 가맹점을 관리하려면 현장의 소리를 듣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회사의 주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합리적이라고 판단한 의견은 빠르게 현장에 반영한다. 예컨대 가맹점 매장에서 사용하는 집게가 날카로워 빵이 부서지는 일이 잦은 점에 대해 시정 요청을 하자 본사는 즉시 새로운 집기로 전면 교체했다. 본사 커피랩 매장에 신진 작가의 그림을 걸어 후원하자는 신입직원의 의견도 반영됐다. 좋은 아이디어를 낸 직원은 연말에 포상을 실시해 더 많은 제안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문창기 회장의 ‘독후감 경영’도 소통의 일환이다. 이디야커피는 매월 도서 구매비를 지원한다. 직원들은 시집이나 여행책·자기계발서 등 원하는 책을 읽고, 한달에 한 번 독후감을 작성해 회장에게 e메일로 독후감을 제출한다. 독후감을 보내며 회장에게 개인적인 고민 상담이나 업무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도 있다. 직원들이 하는 이야기는 시시콜콜한 일상 이야기부터 회사에 대한 조언까지 다양하다. 이디야커피 측은 “독후감 제도가 직원과 대표 간 수평적인 소통 창구 역할을 한다”며 “언제든 대화할 수 있는 가족 같은 기업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제도”라고 말했다. ━ 매년 전 직원이 해외 워크숍 이디야커피의 복지정책 중 직원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제도가 있다. 매년 실시하는 해외 워크숍이다. 2009년 일본을 시작으로 베이징·홍콩·대만·태국 등지로 전 직원이 해외 여행을 떠난다. 또 1년에 한번 전 직원이 참여하는 음료·베이커리 신상품 공모전을 연다. 실제 매장에서 신제품으로 출시할 경우 인센티브가 추가로 지급된다. 이같이 사내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공모전과 보상제도가 회사는 물론 개인의 경력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직원들의 전언이다.2006년 입사한 김도희(34) 이커머스팀장은 이디야커피 직영점 파트타이머로 발을 들였다. 이후 능력을 인정받아 본사에 입사해 가맹점을 관리하는 수퍼바이저와 교육업무를 담당했다. 최근 모바일 멤버십과 온라인 프로모션을 담당하는 이커머스팀으로 배치돼 중책을 맡게 됐다. 김 팀장은 “3~4년에 한번씩 새로운 업무를 접하며 개인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업무에 필요한 교육은 물론 개인의 역량을 높이는데 회사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초반에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회사가 이렇게까지 성장할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규모는 커졌지만 기본적으로 직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자세는 변함이 없어요. 회사와 직원이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기분이 듭니다.”김 팀장은 “지금은 성비가 반반 정도지만 초창기에는 여직원 비율이 높았던 만큼 여성 친화적인 문화가 배어있다”며 “승진과 업무에 있어 여성에게도 등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육아휴직과 같은 복지제도를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직원이 무엇을 원하는지 회사가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에 복지 여건 역시 점점 더 나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사진 최정동 기자 커피 업계 현주소는 - 젊고 수평적인 조직문화 … 업무강도나 급여수준은 ‘글쎄’(기준: 5점 만점) 국내 5개 커피 업체 직원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강점은 자유로운 업무 분위기였다. 지난해 잡플래닛에 올라온 530여 개의 커피업계 리뷰를 살핀 결과다. 직원들의 평균 연령이 낮은 편으로, 수평적인 조직문화와 유연한 근무환경을 장점으로 생각한 응답자가 많았다.5개 업체 중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평점이 3.31점(5점 만점)으로 가장 높았다. 스타벅스는 모든 직원을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해 고용안정성이 높고, 신세계그룹과 연계한 복지제도가 만족스럽다는 평가가 많았다. 바리스타부터 점장까지 공정한 승진 기회가 보장된다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이디야커피는 연봉을 비롯해 해외 워크숍·장학금 등 복지제도가 업계에서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다. 수평적인 조직 문화와 상대적으로 낮은 업무강도도 직원들이 꼽은 장점이다. 단 가맹점주의 인식이 젊은 기업 문화를 따라가지 못해 제도와 현실 간 괴리가 있다는 단점도 있었다.할리스에프앤비는 업무 분담체계가 확실하고, 아르바이트생에 대한 제도가 좋은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직원 관리와 위생 관리 등 여러 면에 있어 체계가 잡혀있어 업무에 적응하기 쉽고, 사내 분위기가 좋은 기업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반면 임금상승률과 급여가 낮은 편이라는 한계가 있었다.커피빈코리아 역시 체계적인 업무방식과 사전교육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급여와 복지수준, 경영진의 폐쇄적인 경영방침에 있어 업계 최저수준의 평가를 받았다. 탐앤탐스는 모든 부문에서 평이한 평가를 받았으나 높은 급여 수준에 비해 사내 복지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2017.02.26 12:30

7분 소요
직원 구함

산업 일반

와일드로켓 그룹(Wild Rocket Group)은 10년 전 싱가포르에서 사업을 시작해 오늘날 싱가포르 현대요리를 대표하는 레스토랑 4개를 거느리고 있다. 그런데 때때로 직원 수가 부족해 찾아온 손님을 되돌려 보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얼마나 좌절하는지 모릅니다.” 와일드로켓 그룹의 소유주이자 주력 레스토랑의 수석 셰프인 윌린 로우(Willin Low, 43)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한다. “제가 갖고 있던 모든 사업확장 계획이 중단된 상태입니다.”투자자들은 윌린 로우가 자카르타, 런던 혹은 도쿄에 추가로 레스토랑을 열기를 바라지만 로우는 이를 한사코 거절하고 있다.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고사하고 싱가포르에서 능력 있는 직원을 고용하는 것도 벅차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정부의 강력한 외국인 노동자 규제 때문에 와일드로켓 그룹은 영업장의 60%를 싱가포르 자국인 노동자로 채워야 한다. 아이러니한 점은 대부분의 싱가포르인이 레스토랑 일을 꺼려한다는 사실이다. 이에 한술 더 떠 싱가포르 노동시장은 공급이 극도로 부족한 상황이고(실업률이 1.9%에 불과하다) 기업이 외국인 노동자를 한 명 고용할 때마다 부담해야 하는 세금은 점점 올라가고 있다. “결국 일을 잘 못하는 싱가포르인을 고용하게 됩니다.” 윌린 로우가 한탄하며 하는 말이다. “그리고 이 직원들을 해고할 수도 없습니다.” 단, 외국인 노동자 대 싱가포르 노동자의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능력 있는 외국인 노동자를 한 명 해고한다면 가능하다.이러한 상황은 대기업들에도 좌절감을 안겨주고 있다. 로 릭 펭(Loh Lik Peng)은 싱가포르, 상하이 그리고 런던에 20여개 레스토랑과 7개 호텔을 거느리고 있는 언리스티드 컬렉션(Unlisted Collection)의 소유주다. 7월에는 시드니에 또 다른 호텔을 개장할 예정이다. “우리는 싱가포르에서 사업을 확장하려 했지만 불가능했습니다”라며 해외로 눈을 돌리기로 한 로 릭 펭이 이야기한다. “싱가포르에서 무언가 사업을 벌일 때마다 우리 직원 혹은 다른 기업 직원의 일자리를 잠식해야 했어요. 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 외국인 노동자 채용 규제하는 싱가포르 정부 이 같은 유쾌하지 못한 사태를 성공의 대가(代價)라 볼 수도 있다. 고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와 그 후임 총리의 통치하에 싱가포르는 성장 가도를 달리며 전세계 자본을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었다. 가파른 경제 성장은 내수 노동 시장의 성장을 앞질렀으며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몰려들었고 이는 생산성 저하로 이어졌다.현재 싱가포르 정부는 경제구조조정을 위한 10개년 공식 프로그램을 한창 진행 중이다. 여기서 핵심 요소는 매년 점진적으로 강화되며 전 부문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제한규제이다. 프로그램의 목표는 전 부분에 걸친 생산성 향상, 고숙련 직업의 증가 그리고 저숙련 노동자의 임금상승 등이다. 생산성은 2010년 이래로 13% 증가했으나 작년에는 건설, 소매 및 요식업을 포함한 거의 모든 부문에서 하강 곡선을 그렸다. 만약 임금수준이 상승한다 하더라도 고층빌딩 건설현장에서 일하거나 레스토랑에서 서빙이나 청소를 하려는 싱가포르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적어도 현재로써는 로봇도 이러한 업무를 해낼 수 없다.한편 싱가포르는 외국인 인구의 급작스러운 증가에 대한 대중의 반발에 대처하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1990년 싱가포르 인구수가 300만을 기록했을 당시 외국인의 비율은 전체 인구의 10%, 노동인구의 16%를 약간 웃도는 정도였다. 그러나 작년 기준 외국인으로 분류된 인구는 전체 550만 인구 중 거의 30%를 차지했으며 전체 노동인구 대비 외국인 노동자의 비율은 3명 중 한 명꼴이었다.싱가포르 경영대학의 유진 탄(Eugene Tan) 교수는 2013년을 대중의 분노가 임계점을 지나 폭발한 시점으로 지목한다. 첫째, 2030년까지 인구를 최고 690만 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제시한 정부백서가 나왔다. 이후 버스 사고로 한 노동자가 사망한 이후 외국인 건설노동자와 경찰이 대치하는 폭동사태가 리틀 인디아(Little India)에서 발생했다. “외국인 투자와 외국인에게 개방된 글로벌 도시가 되겠다는 야심은 한꺼번에 악재가 터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는 퍼펙트 스톰을 낳았습니다.” 탄 교수의 말이다. “모든 요소가 싱가포르를 더욱 혼잡하고 물가가 비싼 곳으로 만드는 데 이바지했습니다. 이민은 편리한 희생양이 됐지요.” ━ 절박함 없는 싱가포르인 때문에 기업은 구인난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싱가포르 정부는 외국인 투자를 저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을 지속해서 제한하고자 한다. “이처럼 불가능한 일을 가능으로 바꾸는 것은 싱가포르가 끊임없이 뛰어난 인재를 유치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탄 교수가 이어 말했다. “기업 친화적인 평판을 쌓아온 싱가포르의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실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개방한 문호의 폭을 얼마나 넓게 유지할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물론 많은 기업이 여전히 국외 거주자를 고용하기 위한 취업비자를 발급받는 데 거의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다. “숙련된 기술을 갖고 있고 가치를 창출할 수만 있다면 노동시장의 일부 부문에서는 지속해서 외국인 노동력이 유입될 것입니다.”메이뱅크(Maybank)에서 환율 연구를 총괄하고 있는 사크티안디 수파트가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 정부는 펀드 운용사에 상대적으로 실용적인 접근법을 취하고 있으며 창업가들은 특별한 취업비자를 받는다. “우리의 고객사를 보면 모든 부문에 걸쳐 여전히 많은 기업이 싱가포르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취업알선기업인 ‘로버트 월터스 사우스이스트 아시아’의 경영책임자 토비 파울스턴의 말이다. “많은 사람이 비용 상승을 인지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싱가포르가 사업하기에 정말 좋은 곳이라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그러나 외국인 인력의 증가율이 2012년 6.8%에서 작년 2.6%로 대폭 하락하면서 재계 전반에 걸쳐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가 사업을 시작했을 당시, 싱가포르는 기업을 환대하는 기업 친화적인 환경을 제공했습니다.” 커피 프랜차이즈인 딤불라(Dimbulah)를 12년째 소유하고 있는 호주 출신 기업가 크리스 완덴의 말이다. “오늘날 이러한 분위기는 위협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 제한규제가) 성장을 저해하고 있습니다. 노동시장 통제는 자유시장경제의 구성요소가 아닙니다.” 기업은 끊임없이 여러 직업을 전전하는 싱가포르인들에 대해 불평을 토로하곤 한다. 싱가포르인들은 매우 까다로운 경향이 있다고 탄 교수가 설명한다. “좋은 일자리를 태어나면 자동으로 누려야 하는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싱가포르에서 누리는 풍요로운 삶이 글로벌 경쟁에 대한 시각을 흐리는 데 일조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싱가포르인들은 절박함이 없습니다.”사실 매년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싱가포르인의 수는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내림세를 보인다. 2017년경 청소인력이 있어야 하는 싱가포르의 호텔 객실 수는 7000여 개가 늘어나며 이에 더해 의료보건 및 장기요양 부문 역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라 같은 서비스 노동자 풀에 대한 요구가 생길 것이다.서비스 품질의 저하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와일드 로켓 그룹의 윌린 로우는 가능한 부문에서 전통적인 웨이터 서비스 모델을 변형시키고 있다. 보타닉 가든 근처에 자리한 고급 카페인 렐리쉬(Relish)는 월요일마다 문을 닫고 나머지 요일은 로비에 다음과 같은 문구의 경고문을 세워둔다. “유감스럽게도 인력의 부족 때문에 제공 가능한 메뉴가 제한됩니다. 또한 저희가 원하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해드리기 어렵다는 점을 양해 부탁 드립니다.” 그리고 이스타나 대통령궁 뒤에 소재한 와인을 제외한 인당 저녁 메뉴가 60~75달러에 달하는 주력 레스토랑인 와일드 로켓에서는 레스토랑의 일부 공간을 폐쇄하고 아르바이트 학생을 채용하며 여분의 식기를 요구하는 고객에게 스스로 식사테이블에 달린 서랍에서 식기를 찾아 사용하라고 부탁하고 있다.팀브레 그룹(Timbre Group)이 경영하는 레스토랑 다섯 곳은 라이브 음악 덕분에 항상 손님으로 가득하고 정부가 제공하는 넉넉한 혁신보조금을 기반으로 부족한 노동력을 상쇄하기 위한 더 많은 첨단 기술(조리시간을 단축해주는 오븐, 모든 테이블마다 설치된 아이패드, 올해 말 시작될 것으로 예정된 주방에서 테이블까지 주문한 음식을 배달하는 드론 등)을 이용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이보전진 일보후퇴의 상황입니다.” 소유주인 에드워드 치아가 사업 수요에 대해 언급하며 이야기한다. “시간과 자본이 소요되지요.” ━ 싱가포르 관광업이 직면한 진정한 위험은 고비용 새로운 모델을 시도하는 이들도 있다. 오랫동안 싱가포르에서 레스토랑을 경영해 온 앤드류 탄은 아나항공(All Nippon Airways)과 합작해 선테크 시티 몰에 일곱 개의 레스토랑을 하나로 묶은 잇 앳 세븐(Eat at Seven)을 곧 열 예정이다. 일곱 개의 레스토랑은 각기 고유한 메뉴를 제공하나 식기세척, 회계, 청소, 마케팅 그리고 결제와 같은 서비스는 한 곳에서 중앙화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많은 애널리스트들이 적자생존의 원칙이 실현되는 경제구조조정을 단행한 싱가포르 정부를 칭송한다. “시간이 있다면 서비스 품질 같은 문제는 해결할 수 있습니다.” 연구 및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센테니얼 아시아 어드바이저스의 경제학자 마누 마스카란이 말한다. “싱가포르 관광업이 직면한 진정한 위협은 고비용입니다. 싱가포르가 관광 서비스든지 여타 부문에서든지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비용조정의 기간이 필요합니다. (이전에는) 업그레이드하고 생산성을 중시하고자 하는 인센티브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기업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마누 마스카란은 싱가포르 유수의 기업들이 자본-노동 비율(capital-labor ratio)을 높이고 혁신을 꾀하고 몸집을 줄이는 다운사이징을 통해 구조조정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이스칸다르나 바탐같은 도서 지역으로 이전하는 기업들이 있지만 P&G, 유니레버와 같은 기업들은 싱가포르 내의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결론적으로 싱가포르의 생동하는 식음료업계는 변화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세계적으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며 와일드 로켓 그룹의 윌린 로우가 말했다. “그러나 서비스의 질이 고르지 못하고 가격이 더 비싸다면 어떨까요? 오늘날의 관광객들은 이동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색있는 다이닝의 허브로 자리잡은 싱가포르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JANE A. PETERSON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수 있습니다.포브스 코리아 온라인 서비스는 포브스 본사와의 저작권 계약상 해외 기사의 전문보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2015.05.29 09:52

7분 소요
[길거리 간식 브랜드 달고 날다] <br>맛·위생  업그레이드, 외식산업으로 자리매김

산업 일반

길거리 간식이 브랜드를 달고 어엿한 외식산업으로 성장했다.그동안 떡볶이 등은 국민간식으로 손꼽히면서도 하찮은 음식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았다. 지금은 다르다.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간식이 됐다. 익숙한 음식인데다 소자본으로도 창업할 수 있어 예비 창업자의 관심도 크다. 길거리 음식의 환골탈태를 취재했다. 떡볶이 프랜차이즈인 아딸과 호두과자 프랜차이즈 코코호도, 붕어빵 프랜차이즈 해피소뿡이의 성공 스토리를 들어봤다. # 1월 28일 저녁 서울 화양리에 위치한 떡볶이 프랜차이즈인 ‘국대떡볶이’ 건대점. 떡볶이와 튀김을 판매하는 분식집이지만 1980년대 학창시절을 연상시키는 학교 책걸상에 아기자기한 소품이 복고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손님이 매장 안으로 들어설 때면 20대 훈남 직원들이 큰 소리로 인사를 건넨다. 30석 남짓한 홀에는 손님이 가득 차 있다. 여기저기서 주문을 받으라는 손님 손짓에 직원은 정신 없이 뛰어다니고 밀려있는 주문에 서너 명의 직원은 음식 담기에 한창이다. 출출할 때 마다 이 곳을 찾는다는 대학생 김영신(23)씨는 “맛은 물론 위생적이고 가격까지 저렴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2월 2일 서울 명동에 위치한 호두과자 전문점 코코호도 매장. 평일 오후 이른 시간인데도 가게 앞이 북적거린다. 길거리나 휴게소의 호두가게와 달리 깔끔하고 세련된 매장으로 눈길을 끈다. 매장 안에는 고소한 호두과자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직장인 김미영(32)씨는 “팥 앙금과 함께 오독오독 씹히는 호두의 맛이 좋아 출출할 때 자주 와서 먹는다”고 말했다.길거리 간식이 확 달라졌다.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점포 안으로 고객을 끌어들이고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이 건강식으로 변했다. 가장 두드러지는 간식은 바로 떡볶이다. 농림수산식품에 따르면 현재 1조원 규모인 떡볶이 시장은 2013년에는 2조원에 육박하는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쌀가공식품협회에 따르면 2008년 1000여곳 안팎이던 떡볶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2011년 6월 현재 2067곳으로 늘어났다.브랜드는 35개나 된다. 현재 떡볶이 프랜차이즈 선두 브랜드는 ‘아딸’이다. 2002년 이화여대 앞에서 1호점을 낸 이후 꾸준히 입소문을 타면서 2012년 1월 말 현재 903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BBQ치킨으로 유명한 제너시스의 ‘BBQ올떡’은 전국에 500호점 돌파를 눈앞에 두고있다. 쌀떡볶이·밀떡볶이 외에도 궁중떡볶이·화이트떡볶이 등 다양한 퓨전 떡볶이가 나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겨울철의 별미 먹거리인 붕어빵의 변신도 눈에 띈다. 감자, 참치, 피자 등 다양한 토핑이 들어가는 붕어빵 모양 수제토스트인 해피소뿡이, 일본의 다이야키(도미빵)를 판매하는 카페인 쿠로다이 등 다양한 맛과 모양으로 사시사철 즐겨먹을 수 있는 간식으로 자리잡았다. 박남수 한국창업전략연구소 팀장은 “허름한 포장마차에서 먹는 분식에서 소비자의 취향에 맞춘 메뉴와 서비스로 입맛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이들 국민 간식은 세계인의 간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길거리 음식에서 국내 첫 프랜차이즈를 시작한 아딸(떡볶이), 코코호도(호두과자), 해피소뿡이(붕어빵)도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아딸은 지난해 7월 중국 베이징에 첫 해외 매장(우다커우점)을 오픈 한 데 이어 2월 중에는 2호점(왕징)를 추가로 개설할 계획이다. 코코호도는 2007년 미국법인을 열고 현재 LA지역과 하와이 등 총 5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해피소뿡이도 미국 뉴욕에는 올해 안에 매장을 열 예정이다. 전태유 세종대학교 산업유통학과 교수는 “외국인이 한국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제품을 다양화하고 그들의 입맛에 맞춘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국민 간식으로 인기길거리 분식은 언제 생겨났을까. 주머니가 가벼운 서민의 간식으로 여겨지는 떡볶이도 알고 보면 족보 있는 음식이다. 조선시대만 해도 떡찜으로 불리며 궁중에서 사랑 받던 음식이었다. 1800년대 말 조리서인 ‘시의전서’를 보면 조선말 궁중에서는 떡과 함께 나물과 쇠고기 등을 넣고 간장으로 볶아 즐겼다고 기록돼 있다. 이처럼 궁중에서만 볼 수 있었던 고급음식 떡볶이는 고춧가루가 널리 보급된 1950년 이후 한국전쟁을 거치며 비상식량이었던 가래떡을 이용해 빨간 떡볶이로 변신했다. 붕어빵이 거리에 진출한 시기는 1960~1970년대로 추정된다. 당시 붕어빵은 국화빵이라고 불렸다. 생김새는 다르지만 틀에다 묽은 밀가루 반죽을 붓고 팥을 넣어 굽는 방법은 같다. 이 국화빵의 원류가 일본 도미빵이다. 붕어빵이라는 이름은 당시 서울에서는 붕어를 많이 먹어 서민에게 익숙했던 이름이라 지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1990년대 이후 길거리에 꿰차면서 ‘국민 간식’으로 자리 잡았다.이런 길거리 분식이 산업화하기 시작한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2000년 이후 ‘잘 먹고 잘 살자’는 웰빙 바람이 불면서 찾는 사람이 없었다. 살기 위해서는 분식사업에도 변화가 필요했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국민 길거리 간식이지만 포장마차 구조상 식품 조리가 비위생적이고 유통기한을 지난 식재료 등이 적발로 길거리 분식은 지저분하다는 인식이 강했다.이런 단점을 보완해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상점이 늘었다. 입소문을 타면서 분식도 프랜차이즈의 길을 걷게 됐다. 아딸 관계자는 “가맹점주에게 위생점검 교육을 철저하게 하고 재료도 중앙에서 책임지고 공급하기 때문에 안전한 먹을거리를 찾는 손님이 만족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여기에 소자본 창업 아이템으로 부각됐다. 처음엔 포장마차에서 작은 가게로, 작은 가게가 가맹점으로 점점 커 나갔다. 계절, 유행에 영향을 받지 않는 실속형 프랜차이즈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다. 한국외식업중앙회에 따르면 2010년 문을 닫는 식당 수는 4만7000여 곳으로 전년 대비 40%가량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상반기에만 2만6615개 식당이 문을 닫았다. 창업음식점 수는 2010년 5만6000여 개에서 지난해 상반기에는 2만8000여 개가 오픈했다. 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전체 음식점 수는 전국적으로 약 59만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미 외식 시장은 현재 포화상태로 모든 식당이 유지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신규 창업자의 상당수는 50대 이상으로 은퇴자로 기술도 경험도 없지만 창업 비용이 많이 드는 고깃집과 한식집 등의 아이템에 눈을 돌리기 때문이다. 투자비용 못지 않게 매장 운영비에서부터 전문 조리사의 인건비 부담이 크다. 국민 간식 프랜차이즈 창업은 26.4㎡ 남짓한 규모에 소자본으로도 운영할 수 있어 초보 창업자에게 안성맞춤이다. 떡볶이 프랜차이즈의 창업비용은 3000만∼5000만원(점포 임차비용 제외) 선으로 저렴하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월 1500만원 이상의 순수익을 올릴 수 있다. 호두과자 프랜차이즈도 가게 임대료를 제외하면 가맹비는 500만원 이하, 과자 기계 2500만원, 인테리어 3.3㎡당 200만원, 물류보증금 등 5000~6000만원 선이다. 호두과자는 단기간 교육을 거치면 매장에서 바로 제품을 만들 수 있다.초기 창업 비용 3000~5000만원 선으로 저렴게다가 판매량을 고려해 당일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어 재고 부담도 적다. 매장이 깔끔하고 노동강도가 세지 않아 점주의 60%가 여성이다. 심상훈 작은가게연구소 소장은 “권리금 비싼 역세권 1층 매장이 아니어도 고객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장소면 되기 때문에 점포 얻는 비용도 많이 들지 않는다”며 “간편하고 빠르게 먹을거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기계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은퇴자나 여성 창업자가 도전해 볼만 하다”고 말했다. 유승종 대한가맹거래사협회 회장은 “작은 창업자금 규모와 막대한 매출 예상 등을 내건 과장 광고를 조심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정보공개 제도를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특히 직영점을 병행하지 않는 프랜차이즈 사업은 부실 우려가 크므로 항상 가맹본부를 통해 상세한 지원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프랜차이즈 분식 산업이 커질수록 길거리 노점상의 한숨은 깊어간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인근의 한 포장마차 상인은 “떡볶이 프랜차이즈가 많아져 노점에 오는 손님이 크게 줄었다”며 “신용카드를 받지 않고 현금 장사만 해도 프랜차이즈를 상대하기가 버겁다”고 토로했다. 서울 광진구 길거리에서 붕어빵을 파는 상인은 “팥, 밀가루 등 오르는 않는 재료가 없고 기름값에 가스비도 올라 장사하기가 어렵다”며 “가격을 올리고 싶어도 손님 떨어져 나갈까 봐 못 올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김성희 이코노미스트 기자 bob282@joongang.co.kr

2012.02.06 15:36

5분 소요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MAGAZINE

MAGAZINE

1781호 (2025.4.7~13)

이코노북 커버 이미지

1781호

Klout

Kl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