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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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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노믹스 2.0, 의도된 경기둔화인가…속내는? [특파원리포트]

전문가 칼럼

이데일리 미국과 중국 특파원이 현지에서 보고 느낀 생생한 경제·산업 분야의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 둔화를 의도하는 것은 아닐까?” 월가의 한 트레이더가 최근 기자와 만나 던진 질문이다.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협상을 위한 전략일 것이라는 월가의 예상은 빗나갔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증시는 연일 폭락하고 있다. 월가의 트레이더는 일관성 없는 정책에 고개를 저으며 “이것은 도저히 해석이 불가능하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트럼프 측근조차 그의 경제정책을 정확히 모를 것이다. 트럼프 경제정책은 오직 트럼프만이 알고 있다”고 토로했다.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고용 둔화와 소비 위축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 기반 생산성 향상과 기업 실적 호조로 미국 경제는 예상보다 견고하게 버텼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다. 광범위한 관세 부과, 이민 정책 변화, 재정 지출 축소 등이 경제 전반을 흔들면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순항하던 美경제에 ‘경고등’…의도적 경기둔화 의심 증폭 미국 경기 둔화를 가리키는 신호도 늘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의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거의 32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미시간대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향후 5~10년간 연평균 물가 상승률을 3.9% 수준으로 전망했다. 이는 직전 월(3.5%)보다 0.4%포인트 오른 것이다. 199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기도 하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 기업들은 제품 가격을 올리고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실제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RB‧연준)가 고금리로 억눌렀던 물가 상승세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인플레이션이 재발하면 소비는 위축될 수 있다. 미국 경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자신감을 반영하는 3월 소비자심리지수는 57.9로 전월(64.7)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이 발생했던 2022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 경제에서 소비는 약 3분의 2를 차지한다. 소비가 둔화하면 경기 위축이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순항하던 미국 경제에 ‘경고등’이 켜졌다.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경제 수장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재집권 후 첫 의회 연설에서 보호주의 강화를 강조하며 “약간의 혼란이 있겠지만 우리는 괜찮다”고 했다. 미국 제조업 부활을 위해 단기적인 고통은 감수할 가치가 있다는 입장이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도 “미국 경제는 과도기(transition)에 있으며, 침체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를 두고 월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의도적으로 경기 침체를 유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배경은 이렇다. 취임 초기 경기 침체가 발생하면 이를 바이든 행정부 탓으로 돌릴 수 있다. 이후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고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경기를 부양하면, 이를 현 정부의 성과로 포장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월가 투자은행 스티펄의 브라이언 가드너 수석 정책 담당 전략가는 “경기 침체가 늦게 올수록 현 정부가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로 침체가 조기에 발생하면 유권자들은 전임 행정부를 비난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후로 연준이 금리 인하를 해야 한다고 압박해 왔다. 이를 고려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금리를 낮추기 위한 전략적 경기 둔화를 유도하고 있다는 시나리오가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금리인하+유가하락=경제성장?…불확실성이 변수경제는 생물과 같다. 경기 침체가 오면 금리가 낮아질 가능성이 크지만, 동시에 세수가 줄어든다. 이미 급증한 재정 적자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 또한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충격으로 ‘저성장 늪’에 빠질 위험도 있다. 일본은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수십 년 동안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40년이 지난 최근에야 성장 궤도로 복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위적인 경기 침체 유도는 정치적·경제적 부담이 크고, 실행 가능성도 낮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여전히 금리 인하를 원하고 있다. 물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직접적으로 압박한다면 시장에 주는 충격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힌트를 내놨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차입 비용을 낮추기 위해 연준의 기준금리인 단기금리가 아니라 10년물 국채금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은행 규제의 광범위한 완화도 시사하며 일례로 금융위기 이후 대형은행의 자본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SLR) 규제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즉 대형은행들의 미 국채 매입을 권고하면서 미 국채 금리 하락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10년물 국채금리는 모기지금리, 대출 금리 등에 영향을 주는 만큼, 베센트 장관 입장에서는 10년물 금리 통제가 훨씬 효율적으로 본 것이다. 여기에 또 다른 카드는 유가 하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석유 시추 규제를 완화해 미국 내 원유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금리 인하와 유가 하락이 맞물리면, 인플레이션이 안정되면서 기업들이 생산을 확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금리 인하와 유가 하락은 기업에는 분명 득이 될 것이다.그러나 기업에 더 중요한 것은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다.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고 보수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처럼 일관성 없는 정책을 계속 내놓는다면, 그가 내세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은 공허한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그는 4월2일 각국에 관세·비관세장벽·환율·부가세에 상응하는 상호관세를 발표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때쯤이면 그의 관세 정책이 보다 명확해지고 불확실성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 세계뿐만 아니라 자금시장은 그의 ‘상호관세’ 발표가 더욱 큰 ‘쓰나미’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불안정한 그의 관세정책이 글로벌 시장의 경계심을 더욱 고조시킬지, 아니면 그의 말대로 불확실성을 해소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이데일리 김상윤 뉴욕특파원 yoon@edaily.co.kr

2025.03.22 09:00

4분 소요
금리 인하는 언제…美 연준 앞에 놓인 고차방정식[스페셜리스트 뷰]

은행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45일 정도에 한 번씩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개최한다. 보통 한국시간으로 새벽 3시 정도에 결과가 나온다. 이후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을 1시간 정도 진행한다. 이 시간이 끝나면 한국은 새벽 4시를 훌쩍 넘긴다. 필자는 금융시장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대중의 언어로 풀어서 설명, 혹은 자산관리 컨설팅을 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2004년부터 해왔으니 어느새 20여 년 동안 이어온 일이다. 긴 시간을 해오면서 상당한 변화를 느낀다. 그런 변화 중 하나가 투자자들의 학습 열기와 수준이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유튜브와 각종 블로그의 촘촘한 지식으로 중무장한 스마트한 개인 투자자들이 많다. 일반 기업체 강의를 갔을 때 받는 질문은 불과 5년 전에는 결코 받기 어려웠던,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 팀장들에게 받았던 수준이다. 수년 전에는 필자처럼 시장을 유심히 관찰하는, 그중에서도 연준의 통화정책을 관찰하는 사람들이 새벽잠을 설치면서 FOMC를 보곤 했다. 요즘은 다르다. 일부 경제 매체가 FOMC 기자회견을 생중계하고, 새벽에 전문가들이 라이브로 FOMC 결과를 분석한다. 이런 콘텐츠 공급이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당연히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지구 반대편인 미국에서 진행되는 미국 금리 결정 회의를 새벽에도 열심히 보면서 트레이딩을 하는 것, 한국 투자자들의 모습이다. 그럼 한국 투자자들은 왜 지구 반대편의 금리 결정에 이렇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을까? 당연히 미 연준의 금리 결정이 투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미 연준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를 예측하고 그에 맞춘 투자 포지션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1960년대 미 연준 총재였던 윌리엄 마틴은 중앙은행의 역할을 파티에서 ‘펀치볼’을 치우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너무나 과열된 시장에서 열기를 앗아가는 불청객의 역할, 그런 연준 본연의 역할이 나온다면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많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미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은 이론적으로는 매우 쉽게 느껴진다. 연준은 2%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한다. 2% 물가 목표를 넘는 물가가 나타났을 때 기준금리를 인상해서 인플레이션을 제압한다. 반대로 2%를 너무 하회해 디플레이션 압력이 나타날 때는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돈을 풀어줘 디플레이션 국면으로의 전환을 막는 데 최선을 다한다. 수치 임계값(Numerical Threshold), 즉 숫자로 돼 있는 2%라는 문턱을 넘는지 안 넘는지에 따라 통화정책을 결정하면 되기에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도 알아주는 석학들이 모여 통화정책을 결정한다는 FOMC에서도 상당히 이해가 안 되는 결과들이 나오기도 한다. 최근에는 연준을 믿지 못하겠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필자는 연준이 헤쳐 나가야 하는 지금의 인플레이션 상황이 2%를 넘으면 기준금리를 올리고, 2%를 하회하면 내리는 단순 방정식의 문제가 아니라 상당히 많은 변수와 변곡점들을 머금고 있는 고차방정식이라고 생각한다. 가파르게 오른 美 금리, 전세계 관심 모여 ‘수포자’(수학 포기자)였던 필자에게 3차·4차 방정식은 보기만 해도 좌절감을 안겨주곤 한다. 물론 연준의 천재들이 필자보다 훨씬 뛰어난 지식을 갖고 있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겠지만, 단순 방정식과 궤를 달리 하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고, 그 풀이에서 실수를 범할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필자는 연준이 풀어야 하는 고차방정식, 그 고민의 변수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자 한다. 이런 상황을 가정해 보자. 국내 부동산 중 서울 강남 집값만 크게 오르고 다른 지역 주택 가격은 부진을 거듭한다는 가정이다. 강남의 주택 시장은 너무 뜨겁기에 지금 당장 금리를 인상해서 식혀야 할 것 같은데, 반면 다른 지역 주택 시장은 너무 차갑기에 당장 금리를 인하해줘야 할 것 같다. 우리가 중앙은행이라면 어떤 결정을 해야 할까? 강남을 보면서 금리를 올려야 할까, 아니면 강남 이외 지역을 보면서 금리를 내려야 할까? 최대한 많은 이들의 상황을 감안하면서 금리를 인하하게 되면 강남 주택 가격은 말 그대로 불구덩이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다. 그리고 강남 주택 가격 급등이 인근 지역으로 번지면서 전반적인 부동산 가격의 풍선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다. 반면 강남만 보면서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강남 이외 지역은 이른바 엎친 데 덮친 격의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실물 경기에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되기에 기준금리 인상을 하기도 쉽지 않다. 이런 난감한 상황이 조성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너무나 뭉툭(Blunt)하기 때문이다. 중앙은행 위원들은 선출직 공무원들이 아니다. 선출직 공무원은 민의를 대변해 당선됐기 때문에 국가의 한정된 자원을 불균등하게 배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최저 임금 대상자에게 월 몇십 만원의 자금을 지원해 주는 등의 정책을 시행하면서 저소득층에 보다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저소득층에 보다 유리하게 진행될 수 없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때 월 소득 몇백 만 원 이상에게는 0.5포인트(p)를 인상하고 저소득층에게는 0.25%만 인상하는 등의 비대칭적인 통화정책을 쓸 수는 없다. 한국 국민 모두에게 동일하게 0.25p의 인상을 해야 한다. 즉,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상황이 서로 다른 모두에게 동일한 크기의 충격으로 다가가게 된다. 그렇기에 집값 상승세가 뜨거운 강남을 보면서 금리 인상을 망설이고, 주택 시장이 부진한 비강남을 보면서도 금리 인하에 선뜻 나설 수 없다. 한은보다 전 세계 중앙은행과 같다고 할 수 있는 미 연준이라면 고려할 요소들이 훨씬 많지 않을까? 금리를 인상하면 특정 국가는 무조건 힘들어질까? 그렇지 않다. 금리와 함께 성장이라는 요소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금리가 오르더라도 성장이 탄탄하면, 즉 대출 이자 부담이 증가해도 투자 소득이 훨씬 크거나, 급여 증가가 훨씬 높다면 큰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프레임을 국가 단위로 가져오면 미국 금리를 금리 그 자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성장과 함께 바라볼 수 있다. 미국 금리가 높아지더라도 미국 성장이 탄탄하면 큰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실제 지금의 미국 경제는 이례적인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40년 만에 가장 빠른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성장이 워낙 탄탄하기에 그 충격이 상대적으로 작게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미국 금리는 미국에만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데 있다. 앞서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한국의 투자자들은 FOMC를 예의주시한다. 한국 외 다른 선진국은 한국 금리 변화에는 큰 관심이 없을지 모르겠지만 미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에 상당히 신경을 곤두세우며 집중한다. 즉, 미국의 고금리가 미국 이외 국가들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미국 이외 국가들의 성장이 미국만큼 강하지 않은데 미국이 고금리를 유지한다면 어떻게 될까? 수포자들의 교실이 있다고 가정하자. 또 그 교실에는 수학 영재가 1명 있다. 수학 선생님이 그 교실에 들어와서 수포자들의 눈높이가 아니라 수학 영재 1명에게만 초점을 맞춰 진도를 나가는 것이다. 고등학교 1학년 수학을 1주일 만에 끝내고 고등학교 2·3학년 심화 수학을 2주일 만에 끝낸 후 대학 수학으로 돌입하는 상황이다. 수학 영재는 간신히 따라가지만 다른 학생들은 혼돈에 빠진다. 미 연준은 40년 만에 찾아온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마찬가지로 40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20년 만에 가장 높은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다.그럼에도 미국 경제는 강한 상황을 유지하고 물가는 쉽사리 잡히지 않기에 고금리를 유지한다. 다른 국가들의 성장은 미국만큼 강하지 않다. 그렇다면 연준 입장에서는 미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의 성장 둔화 우려, 그리고 그로 인해 부메랑처럼 미국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을 감안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연준의 기준금리 정책은 미국에서만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 너무나 폭넓게 영향을 미치곤 한다. 그러니 고려해야 할 요인들이 훨씬 많다. 그리고 그 방법은 미국이나 미국 이외 국가에 동일한 ‘뭉툭한 금리’ 인상 및 인하가 들어가 줘야 한다. 미 연준이 통화정책을 변경할 때 고려할 점이 많다는 점, 고차방정식의 첫 번째라고 할 수 있다. 성장과 물가 두 마리 토끼 잡아야다음으로 연준의 미션이 만들어내는 모순들, 그리고 이런 모순들이 긴 시간 동안 쌓여온 역사가 만들어내는 고차방정식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안정을 목표로 한다. 연 2%의 마일드한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운용을 하는데, 미 연준은 다소 차이가 있다. 2%의 물가목표와 별개로 고용 극대화, 즉 낮은 실업률을 목표로 한다. 여기서 모순이 발생한다. 이론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특정 국가의 경기가 좋다고 가정해 보자. 기업들의 투자가 늘어나면서 노동 인력의 채용이 증가한다. 임금이 상승하고 개인들의 소득이 증가하는 만큼 소비가 늘고 물가가 오른다. 그럼 물가 안정을 목표로 하는 연준이기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한다. 이러면 높아진 금리에 경기가 둔화하고, 이로 인해 소비가 위축되면서 물가도 하락하기 시작하며 물가상승률이 연준의 목표치인 2%로 되돌아간다. 이게 일반적인 경제학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경기가 좋으면 고용도 좋고 물가도 오른다. 반대로 경기가 좋지 않으면 고용이 위축되면서 물가도 하향 안정된다. 고용과 물가가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그런데 앞서 연준의 목표는 ‘고용의 극대화’와 ‘물가의 안정’이다. 고용이 강해지면 사람들의 소득, 즉 임금이 높아지면서 수요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물가 불안이 커진다. 고용이 극대화되면 그 자체로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게 된다. 그런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경기가 타격을 받게 될 수 있고 여기서 고용 극대화에 실패하게 된다. 두 가지 성격이 다른 목표를 함께 달성하고자 한다면 물가의 안정도 유지하면서 고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 금리를 찾아야 한다. 그 자체를 설명하기조차 어렵다면 현실에서 이를 제대로 구현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모순이 나타나게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경제가 침체 일로에 있을 때는 저성장·저물가가 일상화하는 분위기였다. 물가가 안정돼 있기에 연준은 성장을 끌어올리는데 초점을 맞춰야 했다. 양적완화로 대변되는 과감한 돈풀기와 제로금리 장기화가 일상으로 느껴졌다. 워낙 금융위기가 남긴 상흔이 컸기에 상당한 돈 풀기에도 불구하고 실물 경제의 성장은 쉽사리 나타나지 않았는데, 그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를 맞게 된다. 코로나 사태는 보건 위기로 볼 수 있지만 금융 사이드에서는 부채 위기로 해석할 수도 있다. 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보건 위기가 터져, 빚을 낸 사람들이 밖에 나가지 못 하고 영리 활동을 할 수 없기에 부채 상환 자체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코로나와 같은 재난으로 일을 못하게 되고, 이로 인해 과도한 부채가 만들어내는 이자를 상환하지 못하면 채무자뿐 아니라 채권자도 무너지면서 심각한 경제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성장이 무너질 것이라는 두려움에, 그리고 인플레이션보다는 디플레이션의 압력이 훨씬 강했기에 연준은 망설임 없이 과감한 돈 풀기에 돌입했다. 엄청난 유동성을 공급했고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보조금을 받은 사람들은 소비를 이어갔다. 결국 미국의 실물 경기도 탄탄해지고 인플레이션도 강해지기 시작했다. 강한 성장을 동반한 인플레이션이 나타나자 연준 역시 방향을 바꾸면서 2022년 3월부터는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게 된다. 성장이 강하고 물가가 높기에, 금리 인상을 머뭇거릴 필요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2022년 3월 0%였던 기준금리는 2023년 7월 5.25~5.5%까지 인상된다. 이례적인 빠른 금리 인상으로 한때 9%대까지 치솟았던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빠른 속도로 안정을 찾기 시작했고 현재 3%대 중반으로 내려앉았다. 물론 연준이 목표로 하는 2%보다는 높기에 여전히 긴축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여기서 더 금리를 인상한다면 성장 둔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 연준에게는 고민거리다. 영어와 수학 모두 90점 이상의 점수를 받아야 좋은 대학을 간다고 가정하자. 절대 시간은 한정돼 있기에 적절하게 공부 시간을 배분해 둘 다 좋은 점수를 올려야 한다. 그런데 영어 점수는 100점인데 수학 점수가 40점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럼 수학 공부에 매진할 필요가 있다. 일정 수준 영어 공부를 포기해서 100점에서 점수가 내려오더라도 균형 맞추기가 필요할 것이다. 물가가 워낙에 높은데 성장은 탄탄한 2022년의 상황이 비슷했다. 성장은 워낙 강하기에 더 고민할 것 없이 9%에 달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과감한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당시 연준도 “경기 침체를 불사해서라도 인플레이션을 제압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 과정에서 물가가 안정되면서 수학 점수가 40점에서 거의 80점까지 올라온 것이다. 그럼 영어 점수가 무너지지 않았을까 하면서 보니 91점 수준이다. 그럼 수학이 80점인 상황인데 영어를 포기하면서 수학에만 매진할 필요가 있을까? 아니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욕심이 생겨날까. 지금 연준이 처해있는 상황이다.결승전 오른 연준, 과거 실수 반면교사 삼아야성장과 물가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해야 하기에 연준의 방정식은 복잡해진다. 그리고 이렇게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 제대로 망했던 사례들이 과거에 존재하기에 연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연준은 과거에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범했던 두 가지 실수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데 미에노의 실수와 아서 번스의 실수가 바로 그것이다1980년대 후반 일본은 1985년 9월 플라자합의 이후 나타났던 엔화의 급격한 강세 기조로 수출 성장에 한계를 느끼게 된다. 이에 금리 인하·규제 완화 등을 앞세워 내수 성장에 포커스를 맞추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거대한 부동산 버블을 맞게 된다. 부동산 및 주식 가격의 버블이 심각해지면서 일본의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커지자 소극적으로 일관해 왔던 일본중앙은행(일본은행)이 나서게 된다. 당시 일본은행에는 신임 미에노 총재가 부임한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당시 2.5% 수준이었던 일본의 기준금리(공정금리)를 6.0%까지 1년 이내에 인상하는 초강수를 둔다. 갑작스러운 금리 인상의 충격으로 인해 과도하게 올랐던 자산 시장은 충격에 빠지게 되고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게 된다. 이후 일본은행은 자산 가격의 급락 국면에서도 금리 인하 등의 정책을 늦추는 등 자산 가격 거품 빼기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로 인해 자산 버블은 잡았을지 모르겠지만 부채가 크게 팽창한 상황에서 자산 가격이 너무 급격하게 쪼그라들면서 일본 경제는 부채 디플레이션을 겪게 됐다. ‘잃어버린 30년’의 서막을 열게 된다. 과도한 긴축이 만들어낼 수 있는 장기 침체라는 부작용을 미에노의 실수를 통해 알 수 있다. 반대로 1970년대 연준의 아서 번스 의장은 미에노와는 정반대의 실수를 범한다.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당시 대통령이었던 닉슨의 연임을 지원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미룰 수 있는 각종 방안에 대해 고민한다.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연준 스탭들에게 “엘니뇨로 인한 고등어 가격 급등으로 물가가 오르고, 중동 원유 수출 금지로 인해 물가가 오르는데 연준이 금리 인상을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주장을 펼치면서 금리 인상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물가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적시에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데 그런 적기를 놓치는 실수를 범했고 물가가 약간 안정되는 기미를 보이자 빠르게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재차 인플레이션이 재발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인플레이션을 제압하지 못하게 되면서 인플레이션은 고착화됐다. 1970년대 전체를 우리는 거대한 인플레이션의 시대로 기억한다. 인플레이션 파수꾼이라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좌시할 때 나타날 수 있는 가장 큰 실수, 1970년대 아서 번스의 실수라는 단어 하나로 요약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실수를 겹쳐보면 연준의 트라우마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너무 긴축을 강하게 할 경우 물가는 잡을지 모르지만 성장을 무너뜨려 장기 침체로 몰아넣을 우려가 있다. 긴축을 너무 약하게 할 경우 성장을 보전할지 모르지만 물가가 높은 수준을 오랜 기간 유지해 인플레이션과의 장기전을 준비해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연준 입장에서는 과도한 긴축으로 일본처럼 될 우려와 과소한 긴축으로 1970년대를 재연시킬 위험이 있기에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그 사이 균형을 잡기가 어려운 만큼 성장을 둔화시키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제대로 제압했던 사례를 과거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연준 입장, 특히 현 의장인 제롬 파월 입장에서는 이번에 성장 둔화 없는 인플레이션 제압에 성공한다면 연준 역사에 남을 혁혁한 공을 세우는 것이나 다름없다. 현재 미 연준 금리는 5.25~5.5%에 달한다. 과거에 비해 확연히 높다. 그러나 물가는 3% 수준까지 빠르게 안정된 이후 더 나아지지 않고 있다. 연준 내 매파에서는 3%에서 2%를 내리는 것이 워낙 어려운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거나 혹은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할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연준 비둘기파들은 시차의 문제일 뿐 물가는 안정 기미가 뚜렷하다고 말한다. 아울러 현재는 경제가 멀쩡해 보이지만 고금리가 실물 경제에 타격을 주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시차를 두고 실물 경제가 빠르게 둔화할 것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둘 다 맞는 얘기처럼 들리는데 어느 한 쪽에 기울어져서 정책을 펼치게 된다면 1970년대 혹은 1990년대 일본 버블 붕괴와 같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할 수 있다. 신중하게 현재의 물가를 더 내려줄 수 있다면 연준 역사에 남는 공을 세우는 것이나 다름없다. 약간의 정책 움직임에 의해서 역사에 남을 실수를 하거나, 혹은 역사적인 영웅이 되거나 할 수 있다. 연준 파월 입장에서는 상당히 큰 고민이 될 수 있다. 기대하지 않았던 축구팀이 월드컵 결승전까지 올랐다고 해보자. 여기서 이기면 역사에 남는 영웅이 된다. 그럼 그 결승전에서 해당 팀은 과감한 공격 축구를 구사할까, 아니면 수비를 단단히 해서 실점을 최소화한 다음에 역습을 통해 안정적으로 점수를 내리려 할까. 대부분 후자의 신중함을 고를 것이다. 현재 연준이 지난해 7월 이후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유, 연초에는 연내 7차례 기준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했던 시장의 전망과는 달리 여전히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연준의 통화정책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연준은 성장과 물가안정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수십 년간 통화정책 운영을 해오면서 범했던 수많은 실수들이 있기에 과거의 기억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어찌 보면 매우 간단해 보이지만 연준의 한 수, 한 수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 연준의 행보는 시장 기대보다 더욱 신중한 흐름을 보이게 될 것이다. 마치 고차방정식을 풀기 위해 깊은 고민을 하는 수학자들처럼. 오건영 신한은행 부장은_ 서강대 사회과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에모리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받았다. 국제공인 재무설계사와 미국공인회계사(AICPA)를 취득했다. 현재 신한은행 자산관리(WM)추진부 부장을 맡고 있다. 투자에 대한 전문적 분석과 함께 거시금융 분야에서의 깊은 통찰력으로 시장의 인정을 받고 있다. ‘연준 해설가’·‘금리 전문가’·‘거시경제 일타강사’ 등으로 불린다. 저서는 ‘위기의 역사’, ‘인플레이션에서 살아남기’, ‘부의 시나리오’ 등이 있다.

2024.05.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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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인도 증시의 인상적인 상승세… 투자 주의 사항은 [스페셜리스트뷰]

증권 일반

우리나라 투자자는 공격적이다. 이러한 특징은 장기적인 투자 수익률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개인 투자자들의 레버리지와 인버스 사랑은 외신도 주목할 정도다. 레버리지 또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는 사고파는 시기를 정확히 맞추지 못하면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 개인의 자산 형성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거래 대금 기준으로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내외로 높다. 상장 ETF 숫자 기준으로도 미국의 2배가 넘는다.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의 개인 투자자들은 테슬라 1.5배 레버리지 ETF인 TSLL을 35% 보유하고 있다. 주식뿐만 아니라 미국의 장기 채권 3배 레버리지 ETF인 TMF를 27%나 가지고 있다. 2023년에 미국 상장 레버리지 및 인버스 ETF를 23억 달러 매수했다. 이는 지난 2022년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코로나 과정을 거치면서 급증한 신용융자잔고 움직임도 배경이 유사하다.우리나라 투자자는 스마트하다. 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 올 들어 일본과 인도의 주가가 급등했다는 뉴스가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개인들은 이미 2023년부터 일본과 인도 주식 투자를 늘려왔다. 2022년에는 일본 주식을 2400만 달러(약 327억원) 순매도했으나, 2023년에는 6억3000만 달러(약 8593억원)를 순매수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2024년이 3분의 1도 지나지 않았는데, 이미 일본 주식 순매수 금액은 3억 달러에 육박한다. 인도는 직접 투자가 어렵기 때문에 ETF 자금 유출입 현황을 통해 우리나라 투자자의 인도 증시에 대한 관심을 파악해볼 수 있다. 한국 증시에 상장된 인도 ETF의 순자산 총액은 6000억원을 돌파했다. 2023년 4월에 운용을 시작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상품은 1년도 되지 않아 규모가 2000억원을 넘겼다. 일본·인도가 좋다는 이야기가 널리 알려지기 전부터 국내 투자자들이 선제적으로 두 나라의 주식 시장에 진입했다는 의미다. 일본과 인도 얼마나 올랐나 두 나라의 주가 상승률에 대해 알아볼 때 반드시 염두에 둘 점이 있다. 미디어에서 주로 사용하는 수익률은 일본과 인도의 현지 통화인 엔과 루피 기준이다. 우리에게 실제로 중요한 것은 원화로 환산한 수치다. 원달러와 엔달러, 루피달러 환율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터키 주식 시장(MSCI 기준)이 환율 효과도 원화 수익률을 악화시킨 대표적인 경우다. 리라로는 2014~2023년에 연평균 23% 상승했지만, 원으로 바꾸면 -3%로 변한다. 같은 기간 리라의 가치가 90% 이상 절하됐기 때문이다. 현지 통화로 돈을 벌어도 원화로는 손실이 날 수 있다는 사실은 꼭 유념해야 한다 세계 증시는 코로나 위기를 거치면서 변동성이 커졌다. 2020년의 회복에 이은 2021년의 강세, 2022년의 부진을 거쳐 2023년부터 재차 반등하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강세장과 약세장을 모두 겪었다. 같은 기간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완화 이후 긴축이라는 통화 정책의 한 사이클을 마무리했다. 2020년부터 현재까지의 지역별 주가 수익률을 비교할 가치가 있는 이유다. 2020년부터 세계 주식 시장은 달러 기준으로 39%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10%,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은 62% 상승했다. 중국의 CSI 300은 15% 하락해 가장 부진했다. 일본과 인도는 모두 상승했는데, 전체 시장 대비 우월한 수익률을 기록한 국가는 인도였다. 일본은 24% 오르는데 그친 반면, 인도는 51% 급등했다. 우리 증시가 주요 지역 중 중국 다음으로 부진했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두 나라 모두 양호한 성과를 냈다.전대미문의 전염병 위기를 겪었던 2020년에는 39% 올랐던 코스피가 가장 강건한 시장이었다. 중국이 36%로 2번째로 셌다. 일본, 미국이 뒤를 이었고 인도가 마지막이었다. 유동성이 폭발적으로 늘었던 기간에는 변동성이 크고 경기에 민감한 지역의 상대수익률이 좋았다. 언택트(Untact·비대면)가 하나의 테마로 자리잡으면서 본격적인 상승기에 진입한 2021년에는 혁신을 위한 토양이 잘 갖춰져 있는 미국과 인도가 1·2위를 차지했다. 동북아 3국인 한국·중국·일본은 오히려 하락했는데, 다른 지역에 비해 경직된 사회 구조가 반영됐다고 생각한다. 연준의 긴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2년에는 시장이 하락했다. 인도의 내림폭이 가장 작았고, 한국이 최악의 성과를 기록했다. 주가 오름세가 재개된 2023년에는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는 플러스 수익률을 냈는데, 전체적으로 성과는 유사했다. 2021년부터 미국과 인도가 특히 우월한 상승률을 기록했다. 언택트에 이은 인공지능(AI) 기대감을 현실화 시킬 수 있는 국가로 자금이 몰렸다고 이해할 수 있다.일본은 2023년 이후 수익률이 양호하다. 일본은 주요 국가들이 돈줄을 죄는 상황에서 완화적인 정책을 썼다. 또 2012년 말에 아베가 집권한 이후 추진된 아베노믹스의 주식 시장 가치 증대 방안이 긍정적인 기여를 했다. AI와 관련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업종에서 최고 수준의 기업이 일본 증시에 다수 포진하고 있는 것도 주가가 올라가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인도 증시 강세 요인필자는 9년 가까이 유럽계 증권사에서 한국과 일본의 기업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로 일했다. 인도의 명문대학을 나온 애널리스트 동료가 있었다. 관련도가 높은 업종을 담당했기에 같이 이야기할 일이 많았다. 고정 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참신한 생각을 들으면서 놀랐던 일이 왕왕 있었다. 인도의 교육이 창의적인 사고를 고양하는 측면이 많다고 생각했다. ‘더이코노믹타임스’는 10억 달러 이상의 기업에서 최고경영자로 일하고 있는 21명의 자국인을 조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어도비, IBM, 마이크론, 스타벅스, 허니웰 등 굴지의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샤넬, 노바티스 같은 유럽 회사도 포함돼 있다.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인구 대국이 된 인도는 출산율도 높다. 2020년 기준으로 가임 여성 1명당 2명이 넘는다. 중위 연령이 28세에 불과한 젊음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으면서 늘어나기까지 하는 인도의 인구 구조는 경제와 주식 시장에 이점을 제공한다. 경제활동참가율까지 낮기 때문에 향후 10년 동안 9700만명이 새롭게 노동 인구로 편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학적 이점은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고 내수 및 기업 투자를 촉진한다. 인도 증시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들은 인구 구조의 장점을 가장 중시하기도 한다.모디가 총리로 취임한 이후 정부 개입을 줄이고 시장 경제를 지지하는 정책을 추진한 것도 인도 증시의 강세에 기여했다. 인도 정부는 사업 편의성 향상, 외국인 투자 유치, 자본 시장 발전 촉진을 목표로 다양한 구조 개혁에 나섰다. 상품서비스세(GST), 지급불능 및 파산법(IBC), 외국인직접투자(FDI) 규제 완화 등의 조치가 투자자 신뢰를 강화해 주식시장 오름세에 도움이 됐다. 상품서비스세 개혁은 역사상 가장 큰 조세 개혁으로 평가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된 2016년 8월 3일에 인도 재무부 장관은 GST법 시행으로 1~2%포인트(p)의 추가적인 경제 성장이 기대된다고 발표했다. 활발한 스타트업 생태계와 증가하는 IT 업종 비중을 특징으로 하는 인도의 기업 부문은 증시 강세의 또 다른 원동력이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및 핀테크 등의 디지털 서비스 확산으로 인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IT 관련 혁신 기업은 완연한 성장세를 보였다. 빠르게 확장되는 인도의 디지털 경제와 함께 가려는 국내외 투자자가 증시에 유입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이에 부응해 금융 제도 개선 및 교육에 중점을 두고 투자자 기반을 확장하고 주식 시장 참여를 늘렸다. 디지털 결제 촉진 등은 증시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해 더 많은 개인 투자자가 펀드, ETF 및 개별 주식을 매수해 증시에 진입할 수 있도록 장려했다. 주식 시장의 강세를 유도했던 다양한 정책은 인도 기업의 실적에 우호적인 영향을 미쳤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인도 기업의 주당순이익은 연평균 15% 증가했다. 이는 S&P 500의 1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와 중국은 각각 3%, 5% 감소했고, 일본은 9% 늘었다. 세계 증시의 연평균 주당순이익 증가율은 13%였다. 같은 기간 시장 대비 우수한 이익 성장률을 보여준 국가가 미국과 인도였던 셈이다. 일본 증시 상승 이유2023년 이후 나타난 일본 주식 시장의 강세를 정책 효과로만 설명하고, 이것이 최근의 일이라는 주장은 오해에 가깝다. 2012년 12월에 집권한 아베 총리는 대담한 통화정책, 기동적 재정정책 그리고 거시적 구조개혁이라는 세 개의 축으로 구성된 아베노믹스를 밀어붙였다. 거시적 구조개혁에 주주권 강화를 통한 증시 리레이팅이라는 목표가 포함됐다. 엔화 가치가 절반으로 떨어지는 것을 용인한 제로 금리와 확장적 재정 정책이 10년 동안 추구한 주주 가치 제고 노력과 맞물리면서 주가가 올랐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일본 정부는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주식 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왔다. 기업지배구조 개혁, 규제완화, 외국인 투자 유치 노력 등은 시장 투명성, 효율성 및 증시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경기 회복과 인플레이션 탈피를 위한 일본은행의 완화적 통화 정책과 ETF 매입은 시장 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일본의 산업 구조는 한국과 공통점이 많다. 세계에서 이 두 나라를 제외하면, 중후장대부터 첨단제조까지 모두 가능한 나라가 없다. 미국은 중후장대가, 중국은 첨단이 약하다. 자동차, 반도체 및 이차전지를 모두 생산할 수 있는 나라도 현재로서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여기에 일본은 준기축통화국으로 안정성이 높기 때문에 주식 시장의 기반이 더욱 견고하다. 국내외 투자자들 입장에서 동북아 증시 중 유일하게 선진국으로 편입돼 있다는 점도 편안함을 준다. 일본의 상품 및 서비스 수지는 2022년부터 적자로 전환됐다. 수출 증가율은 제한적인 반면 높아진 에너지 가격으로 수입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정부 부채도 막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금융 시장은 평온하다. 외생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일본의 경제 시스템을 뒷받침하는 것은 막대한 소득수지 흑자다. 잘 나갈 때 해외의 우량 자산을 지속적으로 매입해 둔 덕분이다. 일본의 순대외투자자산은 5000조원에 육박한다.일본 증시는 2011년의 동일본 대지진 등의 자연재해, 잃어버린 30년으로 대표되는 경기 침체와 같은 도전에 직면해 회복력과 적응성을 보여줬다. 느리지만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제도와 인프라는 시장 효율성·투명성 및 신뢰를 향상시켜왔다. 포트폴리오의 장기적인 가치와 낮은 변동성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의 일본 증시에 대한 관심이 확대된 이유다. 미-중 무역분쟁 수혜는 공통점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일본과 인도의 주식 시장이 중국의 대안으로 간주됐다. 인도는 국경 분쟁 등의 역사적 긴장으로 중국과 항상 불편한 관계였지만, 미국의 요구를 무비판적으로 따르지도 않았다. 전쟁에 대한 제재로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로의 원유 수출이 어려워졌을 때 러시아의 숨통을 틔워준 나라가 인도다. 2023년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규모는 하루에 190만 배럴로 중국의 230만 배럴에 육박했다.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과 지정학적 긴장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시장 변동성을 초래해 세계 증시에 대한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쳤다. 내수 비중이 높긴 하지만, 일본과 인도 모두 무역의 변화와 공급망 문제에 따른 물가 상승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미-중 갈등으로 인해 기업들이 중국에서 벗어나 제조 기지를 다각화하려고 하고 있어 공급망 변화가 촉발됐다. 이러한 추세는 일본과 인도에 기회로 작용했다. 미국이 중국의 AI 관련 반도체 개발을 막기 위해 규제에 나서면서, 중국은 구형 반도체에서 먼저 독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의하면 일본이 그 수혜를 보고 있으며 전력 반도체 등의 수요가 특히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쿄 일렉트론은 중국이 필요한 반도체의 20% 정도만 자급자족하기 때문에 중국의 관련 장비 투자는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 반도체 장비 회사의 매출에서 중국의 비중은 절반을 넘어섰다. 1년 사이에 두 배 가까이 뛴 셈이다.인도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에 따른 생산 기지 다변화 관점에서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애플의 위탁 생산 업체인 홍하이과기집단(FOXCONN)은 인도 내 아이폰 공장 인력을 1만7000만 명에서 7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에서 고용 인원이 20만 명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3분의 1이 넘는 수치다. 인도 정부는 중국에서 인도로 넘어오는 생산 기업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세금을 깎아주기로 하며, 미-중 갈등을 이용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제3세계를 이끄는 역할을 원하는 인도의 외교 정책을 고려하면 이른 미래에 미국과의 급격한 관계 개선을 추구할 가능성은 낮다. 인도는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채)에는 참여하고 있지만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은 체결하지 않고 있다. 한국, 아세안 7개국, 일본 및 호주와는 FTA를 체결하고 있다는 사실과 대비된다. 중국을 군사적으로 견제하기 위해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던 러시아에 대해서도 우호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인도가 제조업 성장에 따른 도시화율 상승을 목표로 한다면 생산 기지로의 역할이 확대될 확률은 있다. 다양한 지역의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을 낮추는 일이다. 지역 배분을 통해 각국의 고유한 정치·경제 및 통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지리적 분산 투자 관점에서 일본과 인도에 적절한 비중을 가져가는 것은 충분히 권할만하다.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기준으로 전체 주식 시장에서 일본과 인도는 각각 약 5.6%와 1.8%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 외 미국 63%, 중국 2.6%, 한국 1.3% 수준이다.미국에 비해 정보의 비대칭성이 큰 일본이나 인도의 개별 주식에 직접 투자하기 보다는 ETF를 편입해서 전체 증시에 대한 노출을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인도 주식 투자 전략과 주의사항전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 이상으로 업종과 종목까지 확장해 적극적으로 일본이나 인도 주식을 사려는 투자자라면, 현지 통화 가치 변화까지 감안한 원화 기준 수익률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데이터가 확인되는 1979년 이후 인도의 센섹스(SENSEX)는 600배나 올랐다. 연평균 15%의 수익률로 S&P 500의 9%, 나스닥의 11%에 비해 월등히 높다. 그런데 달러로 보면 다르다. 58배 상승했고, 연평균 9% 오르는 데 그쳤다. 신흥국 증시의 변동성이 선진국에 비해 더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S&P 500 수준의 성과로는 인도 증시를 구조적인 관점에서 비중을 늘리기엔 충분하지 않다. 달러당 루피 환율이 같은 기간 8에서 83까지 절하됐기 때문이다. 리먼 브라더스 파산 전에는 엔과 일본 증시의 상관 관계가 명확하지 않았다.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통화 가치가 절상되던 기간에는 오히려 니케이 지수가 폭등하며 세계 최대의 주식 시장으로 등극하기도 했다.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아베노믹스를 거치면서 엔화 가치와 일본 증시가 반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2010년 이후 니케이는 엔화 기준으로 260% 올랐다. 달러로는 120%에 불과하다. 2023~2024년 달러 수익률은 엔 대비 -19%p다일반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이 늘고 통화 가치가 세지면 주식 수익률이 빠르게 개선된다. 2008년 전까지 엔과 유로가 안전 통화로 간주되고, 유럽과 일본 증시가 미국 대비 성과가 좋았던 이유다. 엔과 마르크와는 다르게, 위안과 루피는 미국과의 경제 규모 격차 추이와 무관하게 움직였다. 구조적 상품 수지 적자에 시달리는 인도의 통화 가치 하락은 자연스럽다. 코로나 여파로 유가가 크게 하락했던 2020년에도 인도의 상품 수지는 954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2020년을 제외하면 경상 수지도 매년 적자였다. 수출 주도인 중국은 다르다. 과거 10년 동안 매년 경상 수지 흑자를 냈다. 서비스 수지는 적자지만, 상품 수지 흑자가 막대하다. 외환보유고까지 감안하면,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인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약하게 유지한다는 미국의 의심을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GDP와 국방비 비중 기준으로 미국과의 격차가 다시 벌어지기 시작한 중국이 그나마 받아들일 수 있는 미국의 요구는 금융 개방이다. 금융 시장을 열면 플라자 합의 이후에 엔이 강세를 보이면서 외국인이 몰려든 일본의 모습을 중국에서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도 증시 투자를 고려한다면 지속적으로 절하되는 루피 가치뿐만 아니라 직접 투자를 어렵게 만드는 제약도 고려해야 한다. 수수료가 비싼 펀드나 미국에 상장된 ETF 또는 주식예탁증서(DR)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투자자들이 직접 투자를 원함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직접 투자는 중국보다도 어렵다. 외국인은 FPI(Foreign Portfolio Investment)를 취득해야 하며, 3년마다 등록비를 납부해 자격을 유지해야 한다. FPI는 우선 인도 증권거래위원회(Securities and Ex-change Board of India·SEBI)에 10종류 내외의 서류를 내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후 영구 계좌 번호(Permanent Account Number·PAN)를 발급받은 뒤, 현지 세무 대리인을 지정해 등록해야 얻을 수 있다. 이 과정을 거치겠다고 굳은 다짐을 해도, 저효율로 악명 높은 인도의 공공 서비스라는 또 다른 난관을 이겨내야 한다. 개별 주식 투자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인도에는 지역 배분 차원에서 수동적(Passive)으로 투자하는 것이 적절하다. 인도 경제 및 기업에 대해 시간을 들여 연구해 돈을 벌겠다는 것은 노력 대비 효과가 낮다. 한상희 연구원은_한화투자증권 글로벌리서치팀 팀장이다.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를 졸업했다. 2004년 동원증권에 입사해 구조화채권 팀에서 일을 시작했다. 2007년 CFA 자격을 취득하며 애널리스트가 됐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도이치뱅크에서 헬스케어, 아시아 산업재 및 유틸리티 등을 담당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해외주식에 눈을 떠 한화투자증권까지 이어졌다. STEPS(한화투자증권), KBS, 연합뉴스경제TV, 삼프로TV 등을 통해 다양한 투자자에게 투자 원칙을 알리고 있다.

2024.04.16 07:01

11분 소요
韓 ‘투자 혹한기’ 녹일 모래바람…스타트업도 ‘오일 머니’ 훈풍

스타트업

‘혁신은 자본에서 나온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미국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가 1911년에 쓴 ‘경제발전의 이론’이나 1942년 펴낸 ‘자본주의·사회주의·민주주의’ 등을 굳이 꺼내 들지 않더라도, 이는 많은 기업가가 현실에서 느끼는 문장일 터다. 특히 혁신적 아이디어는 있으나 사업을 꾸려갈 체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에 자본은 비전을 실현할 어쩌면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여겨지기도 한다.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위기를 겪고 있다. 1년 넘게 이어진 ‘투자 혹한기’ 때문이다. 현재 전개되고 있는 투자 위축 기조가 ‘역대급 호황기’ 직후 나타나 자금난에 허덕이는 스타트업이 더욱 많아졌단 분석도 나온다.국내 투자 시장은 2021년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활황을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소비 위축을 타파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유동성을 증가한 데 따른 영향이다. 이는 뭉칫돈이 스타트업 시장에 흘러간 배경이 됐다. 이들은 흘러온 자본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적 시도를 이어갔다. 실제로 중소벤처기업부가 조사한 자료를 보면 2021년 국내 연간 벤처투자 규모는 7조6802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대비 무려 78.4%가 증가한 수치다.이 같은 기조가 뒤바뀐 건 2022년 3분기부터다. 2022년 벤처투자 규모는 ▲1분기 2조2214억원(전년 동기 대비 68.5% 상승) ▲2분기 1조9315억원(전년 동기 대비 1.4% 상승)을 기록하며 호황을 보였다. 그러나 2022년 3분기엔 1조28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4분기 역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3.9% 감소한 1조326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투자 시장이 활황을 보였음에도, 2022년 연간 벤처투자 규모는 총 6조7640억원으로 2021년과 비교해 11.9% 감소했다.문제는 이 같은 기조는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23년 3분기 누적 벤처투자 규모는 3조69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0% 줄었다.‘오일 머니’ 노리는 韓 스타트업투자 위축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오일 머니’(Oil Money)란 동아줄이 내려왔다. 탈(脫)석유를 외치고 있는 중동 부국들이 한국의 기술에 주목하면서 다양한 스타트업이 기회를 잡고 있는 모습이다. 다수의 스타트업이 오일 머니를 통해 자신의 혁신을 중동에서 펼치겠단 포부를 내보였다.중동 진출을 노리고 있는 한 국내 기술 스타트업 임원은 “오일 머니로 쌓은 자본을 바탕으로 국가 경제 체제를 변화하려는 시도가 중동 지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스타트업이 가진 혁신성에 주목하는 사례가 많아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유동성 악화에 따른 스타트업 생태계 위기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중동 지역에선 되레 대규모 투자와 대형 사업이 전개돼 새로운 기회의 장이 열리고 있단 설명이다.실제로 중동 국가 다수가 이런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한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가 2021년 기술 스타트업 투자를 위해 결성한 ‘두바이 미래 지구 펀드’가 대표적이다. 해당 펀드는 올해 초 운용 자산 목표를 기존 대비 4배 증가한 10억 달러로 설정해 2024년 말까지 운영하기로 했다. UAE는 아부다비에도 최근 ‘웹3.0 스타트업’과 ‘블록체인 기술 지원’을 목표로 20억 달러 이상의 자본 투입을 결정한 바 있다. 디지털 자산 ‘Hub71+’ 등을 만들어 10년 내 비석유 부문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디지털 경제의 기여도를 20% 이상 만들겠단 구상이다.한국 시장을 직접 겨냥한 자본도 있다. 지난 10월 윤석열 대통령 국빈 방문으로 사업적 논의가 활발해진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특히 한국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양국 정상은 앞서 지난해 11월 공동펀드 조성에 합의하기도 했다. 사우디벤처투자(SVC)와 사우디국부펀드(PIF Jada) 등이 출자자로 참여해 조성 중인 1억5000만 달러(약 1954억원) 규모의 펀드에 한국벤처투자가 1000만 달러(약 130억원)를 출자하는 형태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난 11월 8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막한 국내 스타트업 최대 행사인 ‘컴업’(COMEUP)에서도 나타났다. 올해 처음 신설된 글로벌 커뮤니티 존에서는 사우디·UAE의 국가관이 운영됐다. 행사 둘째 날인 9일엔 UAE 사절단을 이끄는 압둘라 빈 토우크 알마리(HE Abdulla Bin Touq Al Marri) 경제부 장관이 직접 ‘컴업 2023’ 행사장을 찾기도 했다. 그는 특별 무대에 올라 UAE 스타트업 생태계를 소개했다.이 같은 분위기에 올라탄 대표적 국내 스타트업으론 뉴빌리티가 꼽힌다. 실내외 자율주행 로봇 서비스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뉴빌리티는 지난 6월 글로벌 프로그램 ‘옥사곤 X 맥라렌(Oxagon X McLAREN) 액셀러레이터’에 선정된 바 있다. 옥사곤(Oxagon)과 영국 슈퍼카 제조사 맥라렌(McLAREN)이 공동으로 주관하고, 글로벌 벤처 액셀러레이터 브링크(Brinc)를 통해 운영되는 프로그램이다. 옥사곤은 사우디 정부가 사업비 5000억 달러(약 675조원)를 책정해 추진 중인 4곳의 대형 도시 조성 계획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포함된 지역이다. 홍해 연안과 바다 위에 7㎞ 너비의 해상 부유 산업단지 건설을 목적으로 한다.뉴빌리티는 해당 프로그램에 선정된 후 옥사곤 화물·창고 운영과 라스트 마일 배송 작업 개선 등을 중점 진행했다. 옥사곤 내 기술 공급망을 확장하고 물류 유통의 고도화를 목표로 추진되는 사업이다. 회사 측은 “3개월간 진행한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며 “연내 국내 실외 자율주행 배달 로봇으로는 처음으로 옥사곤 현지에서 실증사업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뉴빌리티는 향후 진행할 네옴시티 실증사업에서 ▲카메라 기반 자율주행 로봇 ‘뉴비’ ▲로봇의 모니터링이 가능한 ‘뉴비고’ ▲주문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뉴비오더’ 등을 전반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자율주행 로봇-주문 플랫폼-모니터링’ 통합 솔루션을 이용, 로봇 자율주행 배달서비스를 운영한다는 취지다. 뉴비오더의 경우, 네옴시티 실증을 위해 별도 앱을 출시한 상태다.네옴시티 프로젝트엔 국내 프롭테크 스타트업 아키드로우도 참여한다. 아키드로우는 지난 5월 PMI-KSA와 업무협약을 진행한 바 있다. PMI-KSA는 사우디 정부 산하 기관으로, 네옴과 같은 초대형 사업을 기획·감독하고 있다. 아키드로우는 AI를 이용한 자동 실내장식 솔루션을 제공한다.이 외에도 ▲온다(호텔 운영 소프트웨어 개발) ▲베스텔라랩(스마트시티 자율주행 솔루션)이 PMI-KSA와 사업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H2O호스피탈리티(호텔 디지털전환) ▲웨이브라이프스타일테크(주방 로봇 도입) 등은 사우디 투자청과 양해각서를 교환한 바 있다. 우듬지팜도 사우디 진출을 노리는 기업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반 밀폐형 스마트팜’ 구축 역량을 토대로 3420만달러(약 455억원) 규모의 사우디 사업 수주를 노리고 있다. 업무협약(MOU) 내용대로 사업이 진행된다면 사우디 현지에 18만평 규모의 K-스마트팜 테마단지 조성 사업에도 참여가 가능하다는 기대가 나온다. 국내 초소형 전기차 스타트업 쎄보모빌리티는 UAE 진출을 노린다. UAE 투자기업 마사리로부터 1억 유로(약 1430억원) 투자 유치 계약을 체결했다. UAE를 비롯해 중동시장을 겨냥한 전기차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뉴빌리티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11월 이후 지능형로봇법 시행과 함께 실외 이동로봇의 인도 통행이 가능해짐에 따라 본격적인 자율주행 로봇 ‘뉴비’의 실외 배달 서비스 준비에 막바지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여기에 네옴시티 실증사업 진행을 위한 준비로 경영진과 기술진들은 추석 연휴까지 반납한 채 사우디 현지에서 구슬땀을 쏟아내며 바쁜 일정을 보내는 중”이라고 말했다.

2023.11.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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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카 “핀테크, 아직 ‘레드오션’ 아냐…투자 수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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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금융 전문 유튜브 슈카월드의 슈카(본명 전석재)가 국내 핀테크 시장은 아직 ‘레드오션’이 아니라며 여전히 주목할 만하다고 주장했다. 인공지능(AI) 기술 고도화에 따라 금융과 융합하면서 핀테크 시장의 가능성이 확대돼서다.슈카는 5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에서 열린 ‘서울 핀테크 위크 2023’의 토크쇼에 참여해 ‘한국 시장에서 핀테크를 왜 주목하고 투자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슈카는 “얼핏 생각하기에 핀테크 시장은 경쟁이 정말 많은 레드오션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AI라는 ‘새로운 건축 방식’이 등장한 것과 같기 때문에 핀테크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특히 슈카는 지난해 11월부터 화제가 된 챗GPT를 언급하면서 “AI 디지털 비서가 등장한다면 당연히 ‘금융’이 헤게모니를 잡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비서가 단순 조언 수준이 아닌 ‘실행’을 해주려면 핀테크가 기반이 돼야 한다”며 “핀테크는 너무 크고 매력적인 시장이기 때문에 주목하라고 강조하지 않아도 머지않아 과열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여기에 투자 관점에서도 핀테크는 매력적이라고 언급했다. 슈카는 “10~20년 전으로 돌아간다 가정하면 다들 인터넷 혁명이나 스마트폰 관련 기업에 투자하고 싶을 것”이라며 “물론 핀테크는 아직 결론은 모르지만, 어떤 결과가 올지(인터넷·스마트폰 혁명과 같은 긍정적 결과)는 대부분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또 금융시스템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핀테크가 나오기 위해선 정책 지원보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슈카는 “대한민국 의료 기술과 서비스가 최고임에도 아시아의 의료허브가 되지 못한 건 사회적 합의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핀테크도 마찬가지여서 이해관계자끼리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만 있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고 제언했다.슈카는 이날 토크쇼에 참석한 고등학생들을 위한 애정 어린 조언도 던졌다. 슈카는 “고등학생 여러분들이 핀테크 위크에 오다니 정말 대단하다”며 “압도적인 부자가 되고 싶다면 창업과 스타트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설령 창업이 두려워 회사에 들어가도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사람이 되면 된다”며 “최고경영자(CEO)나 오너가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데려오고 싶은 인재는 사업에 그림을 그려주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2023.10.0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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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금융권 최초' KT와 융합한 혁신점포 오픈

은행

신한은행은 금융과 통신 융합의 일환으로 KT플라자 서안양점, 의정부점 두 곳에 ‘신한은행 KT 혁신점포’를 지난 9일 오픈했다고 12일 밝혔다. ‘신한은행 KT 혁신점포’는 KT플라자내에 신한은행 디지털 데스크를 설치해 고객들이 직원과 화상상담을 통해 ▲대출 ▲예적금 ▲전자금융 ▲부수업무 등의 금융상담 및 업무처리를 할 수 있다. 또한 통장, 카드, OTP 등 실물 거래가 가능한 고기능 스마트 키오스크도 설치해 각종 제신고 및 공과금 납부 등의 80여가지 업무처리도 가능하다. 특히 이번 혁신점포는 신한은행의 차별화된 금융서비스와 KT의 혁신적인 통신서비스의 결합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미래채널 모습을 구현했다. 예를 들어 개인사업자 고객의 경우 혁신점포 방문으로 신한은행의 사업자대출 등 금융상담서비스와 사업 영위에 필수적인 유선전화, POS, 인터넷, CCTV 등으로 구성된 ‘사장님 성공팩’ 등 KT의 통신서비스를 동시에 원스탑으로 이용하는 새로운 고객 경험을 할 수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금융과 통신의 결합을 통해 양사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의미가 크다”며 “향후 KT플라자와 신한은행 영업점 연계 오프라인 서비스도 개발해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미래채널을 구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신한은행과 KT는 지난 1월 전략적 협업을 위해 지분 교환을 진행하며 전략적 동맹 관계를 구축, 이를 기반으로 AI, 메타버스 기반 융합서비스, 공인전자문서 사업 등 23개 공동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단순한 금융과 기술의 협력이 아닌 업의 한계를 뛰어 넘는 혁신을 목표로 진행중이다. 김정훈 기자 jhoons@edaily.co.kr

2022.12.1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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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공동창업가 갈등 언제든 발생할 수 있어 [최안나 비즈니스 코치]

전문가 칼럼

“코치님,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영업팀 이사에게 분기별 매출이나 예상 매출을 물어보면 제대로 대답을 해주지 않아요. 그 일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아서, 같이 일하는데 너무 답답해요. 대표에게도 이야기했지만, 별 이야기가 없고 정말 고민입니다.” 헬스케어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A임원이 털어놓은 고충이다. A임원은 자료를 요청하면 번번히 동문서답하거나 알아서 하라는 영업팀 임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그는 영업팀 임원을 퇴출시켜야 하는 게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A 임원에게 영업팀 임원과 업무 협력이 중요한 이유가 무엇이고, 어떻게 되길 원하느냐 물었다. 그는 “현재 투자 유치를 앞두고 있는데, 성장률과 이익률이 중요합니다. 이런 부분이 우리 회사의 생존이 걸려있어 너무 중요한데, 그 영업팀 임원은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아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A이사는 물살이 세게 흐르는 강가에 버티고 서 있는 느낌이 들어요. 물살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도 힘이 들지만, 그냥 버티고 서 있는 것도 힘이 드는 상황인 것 같아요. 그래도 둘 중에 무엇을 선택하고 싶어요?”라고 필자가 물었다. 그는 곰곰히 생각하더니, “헤쳐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물살에 휩쓸려 다 같이 죽으면 안되고, 회사의 성장이 가장 우선순위이라는 것이다. 영업 업무에 경력이 있는 자신이 그 임원에게 필요한 부분을 먼저 물어보고, 도울 수 있는 부분은 자신이 적극적으로 챙겨야겠다고 대답했다. ━ 창업 멤버·임원과 갈등…창업자 더욱 괴롭게 만들어 에듀테크 스타트업의 B 대표는 창업 멤버와 갈등을 하소연했다. “4명이 공동창업을 했는데, 생각이 다른 멤버가 있어요. 저는 스타트업이 당연히 업앤다운이 있고, 회사가 어려우면 우리 넷은 월급을 받지 못해도 직원들은 꼭 챙겨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다른 멤버 생각은 달라서 저보고 자꾸 투자를 받아오라고 푸쉬를 해서 힘드네요. 아니 창업 멤버면 그런 짐은 함께 나눠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리고 다른 멤버는 회사 가치를 높여서 exit 하는 데만 초점이 있어요. 저는 회사를 키워서 지속가능하게 운영하고 싶어요.” 필자는 “대표님, 공동창업자 네 명이 스타트업에 대한 미션, 비전, 서로 기대하는 역할이 다 다른 것 같아요. 그게 지금 일치되어 있지 않고 각각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네요”라고 말했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면 신경 써야 할 일이 산더미다. 여기에 공동창업자 혹은 임원들과 갈등이 생기면 이래저래 더욱 괴로워진다. 갈등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할 수 있지만, 그 갈등을 예방하거나 조율하기 위해서는 3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함께 스타트업을 만들기 전에 각자 창업에 대한 개인적 미션과 비전을 맞춰야 한다. 흔히 ‘비전을 얼라인(align)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충분히 되야 한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회사의 존재 이유나 나아갈 방향,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목표 등에 대한 생각을 서로 공유해야 한다. 서로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물론 스타트업은 유기체이기 때문에 사업이 피봇되기도 하는 등 변화의 시기가 올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시작점에서 서 있다면 시간이 갈수록 그 간격이 벌어지더라도 갈등의 폭은 줄일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스타트업 창업멤버는 이미 서로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끼리 꾸려진다. 필자가 스타트업을 다닐 때는 그런 부분이 ‘그들만의 리그’라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오래 겪어온 사람들과 뜻을 맞춰 창업해야 미리 갈등요소를 줄일 수 있다. 둘째는 신뢰다. 공동창업자의 인품이나 능력, 리더십 등을 존중한다면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서로 조율하는 과정에서 문제해결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잘 모르는 사람끼리 공동으로 창업했을 때 파트너에 대해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판단되면,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건 좋게 보일 수 없다.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사람이다. 신뢰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준다. 구글이 성과가 잘나는 팀을 분석한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는 5가지 조건 중 하나도 바로 상호신뢰다. 상호신뢰는 말보다는 행동, 노력, 책임감 그리고 결과로 쌓아가는 것이다. ━ 공동창업가들과 의견 조율 시간 따로 만드는 게 필요 셋째, 공동창업가들은 반드시 서로 계약서를 써 놓아야 한다. 창업 멤버들의 지분은 추후 스타트업 경영에도 영향을 미친다. 계약서에 의무적으로 일해야 하는 기간, 위반 시 패널티, 비밀유지 등의 내용을 합의해서 기록해야 한다. 그래야 서로 사이가 틀어지더라도, 홧김에 의사결정을 하지 않고 각자 책임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다. 모든 위기는 기회를 품고 있다. 코칭 이후에 만난 A임원은 “조직의 목표를 위해 영업팀 임원이 힘들어하는 부분을 제가 커버하고, 필요한 부분은 맡아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지금 그렇게 하고 있다. 당장은 내가 힘들지만 앞으로 회사가 더 커질 것이다. 지금 나의 이런 행동이 회사에서 영향력을 넓혀가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B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공동창업가들과 의견을 조율하는 시간을 따로 만들어서 가져 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뜻이 다르다면 갈라지는 것도 방법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오히려 편한 것 같아요. 어떻게든 함께 가려고 했을 때는 선택지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함께 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함께하지 못하는 모습도 그냥 갈라서기 보다 협력의 형태로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택지는 늘 존재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개척자인 권도균 멘토(프라이머 대표)는 “조직 구성원을 채용할 때도 직원이 아닌 협력자를 구하라”고 조언했다. 협력자란 우리 회사의 미션, 비전을 진정으로 함께 추구할 수 있는 사람, 스타트업의 창업 및 운영 동기가 비슷한 사람,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다. ※ 필자는 현재 스타트업의 성장을 조력하는 비즈니스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국제기구, 외국계기업, 스타트업 등에서 일했고, MBA를 졸업하고 심리학 박사를 받았다. 저서로는 〈영어로 내생각 말하기〉, 〈스타트업 PR〉이 있다. 유튜브 ‘안나코치’를 운영 중이다. 최영진 기자 choiyj73@edaily.co.kr

2022.12.03 18:00

4분 소요
역사적 환율 변화가 우리에게 말해 주는 것 [조원경 글로벌 인사이드]

전문가 칼럼

우리나라는 1980년대 중반 단군 이래 최대 호황기라는 경제적 풍요를 누릴 수 있었다. 지금의 암울한 환경을 생각하며 당시를 회상해 본다. 대외 의존적인 우리 경제는 강대국 패권경쟁에 영향을 크게 받았다. 미국이 소련에 대해 취한 저유가 정책으로 국제유가는 1980년 36불에서 1986년 13불까지 폭락한다. 지금 상황과는 정반대 현상이다. 당시 우리 경제를 호황으로 이끈 국제적 요인을 더 꼽자면 저금리 추세였다. 세계 각국 정부는 2차례의 석유 파동 이후 침체에 빠진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저금리 정책을 경쟁적으로 실시했다. 금리가 낮아지자 기업이 투자와 생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었다. 가계 부채 부담도 낮아져 더 많이 소비하고 투자할 수 있어 돈이 시장에 많이 돌았다. 소위 80년 중반 3저 호황’을 이루면서 우리나라 경제가 연평균 10% 이상 급속히 성장하는 기회를 만든 남은 요인은‘저달러’였다. 지금은 유로에 대해서도 엔화에 대해서도 달러가 20년 만의 최고이다. 이 상황에서 한국은행도 7월 13일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올려 2.25%가 되었다. 1980년대 역사에서 배울 점은 없을까? 당시 저 달러의 배경에는 플라자 합의가 있었다. 서울 시청역 근처에 더 플라자 호텔이 있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도 플라자 호텔이 있다. 두 호텔을 바라보면, 저마다의 추억은 다를 수 있겠다. 맨해튼 플라자 호텔을 지나는 나이든 일본인은 역사적인 플라자 합의를 떠올릴지 모르겠다. 플라자 합의는 1985년 9월 뉴욕 플라자 호텔에서 미국·프랑스·서독·일본·영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총재가 발표한 환율에 관한 합의다. 당시 미국의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라는 쌍둥이 적자 문제가 심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1970년대 말기 달러 위기의 재발을 두려워한 선진국들이 달러화 평가절하라는 합의에 이르게 된다. 1980년부터 1985년 사이 미국 달러가 일본 엔, 독일 마르크, 프랑스 프랑, 영국 파운드 대비 약 50% 평가 절상된 상황도 고려되었다. ━ 엔고 불황 저금리 정책으로 부동산·주식 가격 폭등 플라자 합의 후 미 달러화 가치는 하락했고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 가치는 상승했다. 발표 다음날 달러화 환율은 1달러 = 235엔에서 약 20엔이 하락했다. 1년 후에는 달러 가치가 거의 반이나 떨어져 120엔 대에 거래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 연준)의 정책에 따른 환율 변화도 한 몫 했다. 미국은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인플레이션 심리 완화로 금리를 인하했다. 그 결과 달러화 가치가 급속히 하락했다. 결국 달러가치 하락은 플라자 합의 외에도 미 연준의 금리인하라는 정책조합의 결과물이었다. 혹자는 플라자 합의를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하지만 이는 일련의 역사적 사건을 무시한 처사다. 플라자 합의로 일본에서 ‘엔고 불황’ 발생 우려가 제기된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일본정부의 정책 실패였다. 일본은행은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5%로 동결시켰고, 무담보 콜금리는 6%미만에서 8%로 올렸다. 이후 엔고에 의한 불황의 발생 우려가 현실화되자 저금리 정책이 실시되고 부동산과 주식 가격 급상승으로 거품 경제 가열이 초래됐다. 엔고로 반값이 된 미국 자산 구입, 해외여행 붐, 자금이 싼 나라로의 공장 이전 등이 이어지고, 1990년 자산가격 버블이 터졌다. 리처드 쿠의 저서‘대침체의 교훈’을 인용하면 1990년 버블붕괴 후 날아가 버린 자산가치가 1,500조 엔으로 이는 당시 일본의 3년치 국내총생산(GDP) 규모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원인으로 거대한 버블과 일본정부의 잘못된 정책대응을 꼽는다. 일본정부는 거품 붕괴 징후가 보이기 시작한 이후에도 사태를 낙관하고 즉각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 1997년 소비세 인상이나 2000년대 초 닷컴 버블시 금리 인상도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통화가치 상승의 영향을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다. IMF의 지적처럼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정책대응이다. ━ 미국에 동조할까 독립 운용할까, 한국 통화정책 향방 역플라자 합의의 결과는 어떠했을까. 1995년 4월 엔-달러 환율 80엔이 무너지자 선진 7개국(G7)은 달러가치 부양에 합의했다. 계속된 달러 약세에도 미국 경상수지 적자가 줄지 않아, 경상수지 균형 목표를 포기하고, 자본수지 흑자를 통해 경상수지 적자를 보전하는 정책을 취한다. 그 후 약 달러는 강 달러로 바뀌고 후폭풍이 이어졌다. 타이를 시작으로 인도네시아·필리핀·우리나라 등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위기를 불러오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지금 일본 엔화 가치는 달러에 대해 지속 하락하고 있다. 그렇게 경제는 돌고 도는 모양이다. 엔저로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일본은행이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수정할지 관심이 쏠렸지만 아직은 기존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7~8월 정책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통화가치의 향방을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는 상황에서 IMF의 지적처럼 중요한 것은 정책대응이다. 대내외 환경과 금융불안 요인에 대한 선제 대응이 핵심이지만 합의를 찾기가 쉽지는 않다. 이제 환율은 플라자 합의처럼 인위적인 합의로 조정이 되지 않고 경제 펀더멘탈에 따라 시장에서 결정되고 있다. 혹자는 자본자유화도 중요하나 자본시장의 급격한 쏠림현상의 부작용을 국제사회가 인식해야 할 시기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제대로 된 정책 대응이다. 7월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 기조에 맞춰 한국도 통화정책을 사상 처음 빅스텝으로 조정했다. 한국의 거시경제 여건을 우선 고려해 우리 실정에 맞게 금리를 운용한 것이리라 믿는다. 일부에서는 미국 금리에 동조하는 정책보다 국내 물가와 경기 여건에 따라 운용하는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효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물가상황을 충분히 고려하는 것이 우선순위일 것이나 한·미 간 금리 격차만으로 금리 인상폭을 결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물가안정과 경제성장의 묘수를 찾는 해법은 단기적으로 상당히 어렵다. 하지만 언젠가는 지금의 인플레이션은 해결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더 어려운 문제가 남아 있다. 물가 상승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 스태그플레이션 논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 필자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산학협력특임교수다. 국제경제 전문가로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기획재정부 대외경제협력관·국제금융심의관, 울산 경제부시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 등이 있다.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산학협력특임교수

2022.07.13 14:20

4분 소요
월가 매개로 세계는 공동운명체 [최배근 이게 경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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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여전히 인플레를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풀린 천문학적인 통화량과 연결시킨다. 금융위기 이후 연준의 자산(부채) 규모는 약 3조6000억 달러가 증가했고, 미국의 총통화량(M2)은 금리 인상 전까지 약 4조1000억 달러가 증가했다. 통화량 중 약 86%가 실물경기에 연결됐다. 그런데 인플레는 발생하지 않았다. 팬데믹 직후 연준의 자산(부채) 규모는 약 4조5000억 달러가 증가했고, 같은 기간 미국의 총통화량(M2)은 약 6조3000억 달러가 증가했다. 그리고 풀린 돈의 약 21%만이 실물경기에 흘러갔다. 같은 기간 미국의 주식과 주택 가치는 각각 19조5000억 달러와 9조8000억 달러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는 2.9%에 불과했던 반면, 주식과 주택 가치 인플레율은 각각 57.4%와 29.2%에 달했다. 풀린 돈 대부분은 자산 인플레에 기여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플레 목표치 2%를 달성하려면 금리를 4~7%까지 올려야만 한다고 하고, 그동안 양적완화로 새로 찍어낸 돈을 올해에만 5225억 달러를 회수(QT)하겠다고 한다. 참고로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QE)로 푼 돈 중 팬데믹 직전까지 회수된 돈은 2000억 달러도 되지 않는다. 공격적인 긴축이 시행되고 연준이 강한 의지를 피력하니 그동안 돈이 유입된 자산가격의 조정이 진행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나스닥 기준으로) 주가는 약 28% 하락했을 뿐이고, 부동산 가격의 조정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시장의 심리는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연준조차 사실상의 침체 도래를 예고하면서 장기 시장금리와 유가 등이 (일시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주가도 (일시적인?) 반등을 보이는 것이다. ━ 팬데믹 직후 풀린 돈 21%만 실물경기에 연결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팬데믹 직후 2년간 총통화량은 약 700조원이 증가했다. 국민 1인당 거의 1350만원에 달하는 규모다. 보통의 국민 대부분은 결코 체감할 수 없는 돈이었고, 심지어 다수의 국민은 오히려 자기를 거쳐간 돈은 줄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 통화량 중 실물경제로 연결된 규모는 20%도 되지 않은 반면, 기업 가치는 930조원 이상이 증가했고 주택 가치는 최소 1500조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GDP 디플레이터는 3.4%에 불과했던 반면, 주식과 주택 가치 인플레율은 각각 약 54%와 30%에 달한다. 풀린 돈이 인플레의 원인이라면 그 돈이 사람들의 수중에 들어가 지출을 늘려 물가를 끌어올렸다는 얘기다. (지난주 칼럼에서 말했듯이) 화폐유통속도가 0.6 밑으로 떨어질 정도로 돈이 돌지 않고, 실제로 대부분 서민은 그렇게 풀린 돈을 구경도 하지 못했는데 무슨 지출이 늘어 물가가 올랐다는 말인가? 인플레는 화폐적 현상이라는 고정관념이 제대로 된 원인 진단을 방해하고 있다. 제대로 된 진단도 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에서 (코스피 기준으로) 주식 가치는 약 27% 하락했고, 부동산 가격 조정은 이제 시작되고 있다. 한국이 미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우크라이나 충격, 무역적자와 환율 충격, 그리고 (곧 도래할) 낮은 식량자급률 충격 등에 따른 익스포저들이 추가될 뿐이다. 이러한 익스포저들은 연준의 긴축 속도에 따라 악화 속도가 결정될 것이다. 문제는 중국과 러시아 등을 배제한 새로운 공급망 구축, 탈세계화가 미국(과 세계)의 이익에 도움이 되느냐 하는 점이다. 70년대 대인플레이션의 처방 과정에서 ‘고금리→달러 강세→무역수지 적자 심화’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미국을 세계의 투자수도로 건설”하겠다는, 즉 월가 이해를 미국 경제의 중심에 두겠다는 1985년 ‘레이건 선언’이고, 일본과 독일 등에 강요한 화폐가치 절상(85년 9월의 플라자 합의)은 이 연장선이었다. 핵우산과 달러의 힘이 발휘된 것이다. 그런데 세계화와 금융화가 본격화된 90년대 말부터, 특히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고 세계 경제에 편입된 2002년부터 미국의 무역적자는 급증한다. 그러나 미국 및 월가는 해외에서 벌어들인 (본원)소득과 더불어 미국 내 유입된 달러에 취해 이 문제를 외면한 값비싼 비용이 금융위기였다. 즉 외국인의 미국 내 포트폴리오 투자가 GDP 대비 2002년 약 40%에서 2008년에는 70%를 넘을 정도로 해외에서 미국으로 대규모 달러 투자금이 유입되었고, 동시에 GDP 대비 (본원)소득수지도 같은 기간 동안 0.2%에서 0.8%까지 증가한다. ━ 신흥국 등이 미국 달러·채권 상당액 보유 그런데 월가의 잔치는 공짜가 아니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미국 채권 투자액이 GDP 대비 27%에서 50%로 증가했는데, 이것이 연준이 2003년 하반기부터 2년간 금리를 인상했음에도 시장금리가 상승하지 않고, 2005~2006년에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까지 나타났던 배경이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해외 유출 달러를 자국 통화정책 독립성 훼손의 요인으로 규정하고, (자기보험 차원의) 신흥국의 경상수지 흑자 및 외환 축적을 억압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 기준 14조8000억 달러와 13조8000억 달러의 미국 주식과 채권을 외국인이 보유하는 현실이다. 좋든 싫든 신흥국들은 월가를 매개로 미국과 공동운명체가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 전쟁은 군사력과 달러라는 미국의 패권을 뒷받침했던 힘을 동시에 동원했음에도 승리하지 못한 첫 번째 사례로 역사는 기록할 것이다. 이는 패권 시대(일극 세계)의 종언을 의미한다. 실제로 중·러를 배제한 미국 주도의 새로운 공급망(생태계) 구축은 (많은 나라가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가능하지 않다. 코로나 팬데믹이 자연과 인간의 공존 실패에 따른 생태계 와해형 충격(shock)이고, 이 재앙을 겪으며 우리는 연대에 기초한 ‘모두의 자유‘가 해법임을 자각했다. 중국과 러시아를 악마화하는 전략은 (또 하나의 생태계 와해형 충격이라는 점에서) 인류 세계에 재앙이다. 탈세계화란 인위적인 생태계 파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전쟁이 지속될수록 세계는 늪으로 빠져들고, 미국은 인플레 및 자산시장 방어에 실패하게 되고, 궁극적으로 (불확실성이 극대화되는) 달러의 신뢰 위기로 이어질 것이다. 세계가 월가를 매개로 공동운명체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전쟁을 종식시켜야만 한다. 이런 결단이 없는 한 자산가격 붕괴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필자는 건국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경제 전문가다. 현재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경제사학회 회장을 지냈다. 유튜브 채널 ‘최배근TV’를 비롯해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KBS ‘최경영의 경제쇼’ 등 다양한 방송에 출연 중이며, 한겨레21, 경향신문 등에 고정 칼럼을 연재했다. 주요 저서로 등이 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2022.07.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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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벤처붐’ 지난해 개인투자조합 결성액 역대 최대

산업 일반

지난해 창업·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조합 결성액이 약 63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개인투자조합은 개인(엔젤투자자)이나 법인(창업기획자 등)이 창업·벤처기업에 투자해 수익을 얻을 목적으로 결성한 조합이다. 이들은 최소 1억원 이상을 출자해 창업·벤처기업에 출자금총액의 50% 이상을 투자하며, 벤처투자법에 따라 중기부에 등록한 조합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해 개인투자조합 결성 실적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조합 결성액은 종전 역대 최대인 2020년 3324억원보다 약 2배 증가한 6278억원이었다. 신규 결성 조합 수도 역대 최다인 2020년 485개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910개로 집계됐다. 결성액을 분기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1~4분기 모두 동 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2020년에 이어 조합 결성의 증가세가 지속했다. 특히 조합 결성이 활발한 하반기 중 4분기에 분기 기준 역대 최대실적인 2331억원이 결성됐다. 이는 지난해 결성액의 37.1%에 달하는 수치다. 지난해 신규 결성된 조합을 결성금액별로 나누면 5억원 이상~10억원 미만의 조합이 309개로 전년 126개 대비 약 2.5배 늘었다. 5억원 미만의 조합 비중은 매년 감소 중인 것과 비교하면 5억원 이상으로 결성액이 큰 조합의 비중이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개인 출자자 수는 2020년 8162명 대비 2배 이상 증가(8519명)한 1만6681명이었다. 같은 기간 개인 출자액은 전년 2393억원과 비교해 2.4배 증가(3370억원)하며 역대 최대인 5763억원을 기록했다. ━ “비상장 벤처에 일반 개인의 투자 관심 커져” 중기부는 개인 출자자·출자액 증가를 두고 “최근 제2벤처 열기(붐) 등의 영향으로 전문투자자뿐 아니라 일반 개인까지 비상장 벤처기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수요가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조합 결성 증가와 관련해서는 “2020년 조합 재산운용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창업·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의무비율을 대폭 완화(출자금 전액 → 50% 이상)하는 등 규제완화 효과에 최근 시장의 풍부한 자금 유동성이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조합의 신규 투자금액은 전년 대비 54.8% 증가한 4013억원으로 투자액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투자기업 수는 1005개로 최초로 1000개를 넘어섰다. 이들 조합이 투자한 기업을 업력별로 나누면 3년 이하 초기창업기업에 대한 투자가 기업 수로는 68.2%며, 금액으로는 57.7%에 달했다. 이는 후속 투자가 늘면서 초기기업의 투자비중이 줄고 있는 벤처투자조합과 비교할 때 월등히 높은 수치다. 초기 벤처기업에 대한 벤처투자조합의 투자금액 비중은 2020년 30.7%에서 24.2%로 감소했다. 한편 조합 등록제 시행 이후 지난해까지 누적 투자금액은 1조1268억원으로 전체 운용 중인 조합의 결성금액 1조5845억원의 71.1%가 투자됐다. 강필수 기자 kang.pilsoo@joongang.co.kr

2022.02.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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