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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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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윗길’ 풍광에 취한 나그네들로 철원의 겨울은 뜨겁다 [E-트래블]

여행

주상절리 잔도와 고석정 꽃길에 이어 이번엔 ‘물윗길’이다. 강원도 철원을 찾는 관광객은 겨울에도 인산인해다. 겨울 북풍한설이 몰아쳐도 그 발길은 꼬리를 문다. 겨울 발길이 닿은 곳은 물윗길이다. 태봉대교에서 시작해 순담계곡까지 꽝꽝 언 한탄강 물 위와 물 갓길을 오가며 이어지는 8㎞는 ‘눈높이 여행’의 새로운 방점이 됐다. 부교 구간은 2㎞이고 육로 구간은 6㎞다.눈높이 여행은 그간 봐왔던 철원 풍광과 달리, 물윗길 여행에서 볼 수 있는 파노라마가 생경하기 그지없다. 눈높이가 다르니 감동도 다르다. 잔도(한탄강 주상절리길, 높은 절벽 옆에 낸 길)가 주마간산이라면 물윗길 탐방은 속살 여행이다. 물윗길 트레킹은 철원 여행의 또 다른 시작이다. 겨울에만 즐길 수 있으니 계절 특화 상품이기도 하다. 물윗길로 철원은 동토를 벗고 겨울 여행의 동트는 새벽을 맞았다. 물윗길…강의 속삭임이 들린다그간 철원 여행에서 만난 한탄강 물소리는 주상절리에서 맥놀이 된 장쾌한 메아리였다. 물윗길 트레킹에서는 주상절리 잔도 여행과 다른 소리가 들린다. 물윗길에선 얼음 사이를 비집고 속삭이는 잔물결의 속삭임이 귀를 간질인다. 아주 오래전 이 동네 아이들이, 사람들이 발들일 수 없는 바위 벼랑을 기어 내려와 밤낚시를 즐기며 나눈 귀엣말을 닮았다.그날 만난 손바닥만 한 모래톱은, 아무나 올 수 없으니 그들에겐 소도였다. 수십 년 만에 일반 탐방객에게 그들만의 비밀 아지트를 내어주었다. 물윗길이 아니면 닿을 수 없는 길을 걷는다. 그때 이름 붙였던 손모아·얼굴·마당 바위가 오랜만에 자신의 이름을 되찾았다.걷던 길을 잠시 쉬며 살펴볼 곳도 있다. 지금은 차량이 통제된 승일교다. 이 다리는 과거 철원 동송읍과 갈말읍을 연결하던 유일한 연결고리였다. 그 교각을 쳐다보면 한국전쟁 중 양측이 공방전을 벌이며 남북이 나누어서 지었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한마디로 승일교는 남북 합작 다리다. 교각의 수가 다리를 반으로 나누어 보면 확실히 차이가 난다. 한쪽의 교각은 8개요 다른 쪽은 4개다. 이 탓에 한동안 이승만의 ‘승’자와 김일성의 ‘일’을 엮어 승일교라 지었다는 풍문도 있었다. 최근 다리의 역사에 대한 사료를 근거로 한국전쟁의 영웅인 전쟁 실종자 ‘박승일’ 대령의 이름에서 다리의 이름을 땄다는 얘기가 정설로 굳혀지고 있다.물윗길은 잔도의 출발지인 순담계곡까지 이어진다. 총거리(시간으로는 1시간 30분~2시간)가 부담이라면 은하수대교와 승일교 등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다만 승일교~순담계곡까지는 ‘닥치고 직진’이니 참고할 필요가 있다.물윗길 중간 ‘쉼터’에서는 붕어빵·어묵 등 주전부리를 먹을 수 있는 매점도 있다. 승일교 인근에는 얼음 조각 포토존 등을 만날 수 있다. 중간중간에 자신만의 소원돌탑을 세워 여행의 의미를 더할 수도 있다.물윗길의 이용 시간은 3월 중순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입장 마감은 오후 4시)까지다. 매주 화요일은 휴무다. 물윗길 탐방비 1만원을 내면, 5000원짜리 철원사랑상품권을 나누어 준다.물윗길 등 올 겨울 철원을 찾은 탐방객에 대해 철원군의회 박기준 의장은 "철원군을 지난해 천만 관광 도시로 발돋움하게 해주셔서, 찾아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주상절리 잔도…한탄강 비경에 눈 호강 트레킹해외 명소 부럽지 않은 비경과 짜릿함을 선사하는 철원한탄강 주상절리길은 개방 이후 인기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물윗길 출구가 잔도의 입구다. 이 길은 유네스코가 인증한 철원한탄강 지질공원 순담~드르니 구간에 조성된 길로, 총길이 3.6㎞에 이른다. 잔도를 거닐며 화산활동이 만든 한탄강 일대의 독특한 지형을 감상한다. 이때 볼 수 있는 주상절리는 마그마가 식어 굳으면 부피가 줄어 금이 생겨 켜켜이 쌓인 듯한 지형이다.교량 13개, 스카이 전망대 3곳, 전망쉼터 10곳을 설치해 전망과 아슬아슬한 재미를 만끽하고, 각자 체력에 맞게 걷기와 휴식을 조절하도록 했다. 이 길은 출입구가 2곳이라, 출발지로 돌아가려면 차를 이용하거나 걸어야 한다. 전자는 주말과 공휴일에 양쪽 매표소를 왕복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평일에는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이때 철원사랑상품권을 내도 된다.입장료(어른 1만 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3000원)를 내면 절반 정도를 철원사랑상품권(어른 5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으로 돌려준다. 입장 시간은 오전 9시~오후 4시, 동절기(12월 1일~이듬해 2월 28일, 올해는 29일)에는 오후 3시에 마감한다. 매주 화요일은 휴무다. 고석정…임꺽정 전설이 살아 숨 쉰다고석정(孤石亭)은 철원 8경 중 하나이며, 철원 제일의 명승지이다. 한탄강 한복판에 치솟은 바위산의 양쪽 사이로 옥같이 맑은 물이 휘돌아 흐른다. 신라 진평왕 때 한탄강 중류에 10평 정도의 2층 누각을 건립해 고석정이라 명명했다 하며, 정자와 고석바위 주변의 계곡을 통틀어 고석정이라 했다.철원은 추가령구조대(서울과 원산으로 이어지는 침식 계곡)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신생대 제4기 홍적세에 현무암 분출로 이루어진 용암대지로서 북북동에서 남남서 방향으로 한탄강이 흐르면서 침식 활동을 통해 곳곳에 화강암의 주상절리와 수직 절벽을 이루고 있다. 근대에 들어 경원선의 통과지가 되기도 한 철원은 이렇듯 숨어들기 좋은 장소였는지, 임꺽정(林巨正, ?~1562) 고사가 오롯하다. 지방기념물로 지정된 고석정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정사가 아니라 바로 이 야사다. 의적 임꺽정의 배경지로 알려지면서부터다.당시 함경도 지방으로부터 이곳을 통과해 조정에 상납할 조공물을 탈취한 도적이지만, 그것을 빈민 구제에 쓰는 등 부패한 사회에 항거한 의적이라 전해진다. 더 극적인 것은 임꺽정이 이곳에서 많이 잡히는 꺽지로 변신해 물속에 뛰어들어 관군의 추적을 피했다는 믿기지 않는 이야기다.현재도 강 중앙에 있는 20m 높이의 거대한 기암봉에는 임꺽정이 은신했다는 자연 석실이 있고 건너편에는 석성이 남아 있다. 이곳은 풍치가 수려해 연중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국민 관광지이다.고석정 누각은 한국전쟁 때 소실됐는데, 1971년 지방 유지들이 나서 10평의 2층 누각 형식의 정자를 다시 건립했다. 1996년 수해로 또다시 유실됐지만 1997년 재건축됐다.이곳에서 상류로 약 2㎞ 지점에 직탕폭포가 있고 하류 약 2㎞ 지점에 순담이 있다. 고석정은 넓은 잔디광장과 다목적 운동장 등이 있어 사시사철 어느 때나 관광객이 찾기 편하고, 인근에 게르마늄 온천탕(한탄리버스파호텔)이 있어 여독을 풀기도 그만이다. 또한 한탄강관광사업소(구 철의 삼각 전적지 관리사무소)가 있어 사계절 안보관광과 겨울철에는 철새관광도 함께 할 수 있는 관광의 최적지이다. 철원평야…분주한 철새들의 비행은 왜계절풍만 한반도를 유랑하는 것은 아니다. 누가 가르쳐준 바 없을 텐데, 그들은 이맘때 어김없이 철원을 찾아온다. 흑두루미, 두루미, 청둥오리, 기러기와 독수리까지. 청명한 가을 하늘을 채우고, 가을걷이 끝난 뜨락에서 담소를 나누는 저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이맘때 철원의 하늘은 기러기, 청둥오리들의 하늘 군무로 소란스럽다. 요즘 철새는 수선스럽다? 예전 저들 선배들은 부산을 떨지 않았다. 너른 철원평야에 가을 추수가 끝나면 그 나락을 주워 먹느라, 철새들의 하늘 비상은 남의 일처럼 여겨질 때도 있었다. 그런데 그 볏짚을 축산 사료로 쓰기 위해 하얀 비닐(마시멜로를 닮았다)로 이삭 하나 남기지 않고 확 말아 놓는 통에, 저들의 삶도 궁핍해졌다. 먹을 게 없으니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식량 보급 투쟁’를 해야 하는 운명에 이 뜰 저 논을 찾아 헤매다 보니, 역으로 철원 겨울 하늘의 볼거리가 풍성해졌다. 운이 좋으면 안개 낀 런던의 골목길 가스등 아래 서있는 암울한 분위기의 양복 신사처럼, 그 자태 고고한 수백의 독수리 떼도 만날 수 있다. 가끔 민통선 옆길을 달리다 보면 두루미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고라니가 살아있는 자연사 박물관을 보는 듯한 기분마저 느끼게 한다. 조용히 탐조를 원하는 방문객들은 양지리 탐조대를 이용하면 된다.이외에도 돌아볼 곳은 많다. 잔도나 물윗길 탐방 후, 1~2시간 정도 여유시간이 있다면 철원 역사문화공원(소이산 모노레일)과 철원 도피안사(국보인 고려 철조비로자나불좌상과 삼층탑이 있다)를 묶어서 들러봐도 좋다. 여유시간이 1시간 정도라면 차를 신철원 쪽으로 틀어 삼부연폭포를 감상해도 좋다. 3곳 모두 입장료가 없다. 한탄강도 식후경…서울식당·솔향기·철원막국수 등 유명 예상치 못하는 곳에 ‘오징어’ 맛집이 있다. 바다는 눈을 씻고 봐도 없고, 한탄강을 가르는 민물고기 매운탕과 비옥한 땅이 일군 오대쌀이 전부인 줄 알았던 강원도 철원에 2대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오징어물회’ 맛집인 장흥리 ‘서울식당’이 그곳이다. 유명세는 인근 내대리에서 얻었지만 현 위치로 옮긴 지 꽤 오래다. 냉동 오징어의 껍질을 벗겨내, 아삭한 배와 버무려 내는 하얀색의 ‘오징어 물회’는 실제 물이 들어가지 않기에 냉회란 표현이 어울린다. 사실 이 오징어물회 역시 냉동실에서 ‘오징어’ 취급받던 음식 재료의 대변신이었다.짜장면부터 된장찌개까지 국적 불문, 특색 무시였던 흔한 시골식당의 가족 회식 메뉴가 대박 흥행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운 좋게 인기를 이어온 것은 아니다. 이 집의 인기로 철원에 때아니게 ‘오징어물회’ 전문점이 우후죽순처럼 적지 않게 오픈했지만, 끝내 오롯이 살아남았다. 원조의 힘이고, 이 집만의 ‘오징어물회’ 맛의 승리다.가족 모임을 위해 꽝꽝 언 오징어를 배와 무쳐 낸 ‘오징어물회’를, 당시 손님이었던 인근 부대 간부가 한 접시 맛을 보고 회식 메뉴로 요청해 오늘에 이른 것이다. 수십 가지 메뉴는 이후 ‘오징어물회’ 하나로 통일됐다. 이 음식에 반한 면회객들이 자식 전역 후에도 이곳을 찾으면서 철원 맛집으로 등극했다. 심지어 인천 등에서 오는 손님도 있었고, 유명 배우가 참여한 오토바이 라이더 모임의 단골집으로도 소문이 났다. KBS2 ‘배틀트립’에도 나왔다.요즘 한탄강 잔도로 알려진 주상절리길 트레킹의 인기로 지역 방문객이 늘면서, 입소문을 들은 여행객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오징어물회는 그냥 먹어도 좋고, 밥과 함께 쓱쓱 비벼 먹어도 좋다.고석정에서 동양의 나이아가라라는 별칭이 있는 직탕폭포를 가는 구 길 중간에 있다. 주차장이 넓어 가던 길에 차를 대도 무리가 없다. 주방이 개방형이라 위생 면에서도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오징어물회와 더불어 제공되는 동치미의 맛도 어디에 빠지지 않는다.최근 이 집은 뜬금없이 원조 논란에 휩싸였다. 요식업계의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뜬금없이 다른 곳을 ‘원조집’으로 지목해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문제를 지적해도 백 대표는 유튜브를 수정하지 않고 있다. 오징어물회 ‘서울식당’의 단골들은 그 일에 고개를 가로저으면, “원조집은 서울식당”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바다가 없는 철원에 ‘오징어물회’라니…그 연유를 아는 곳이 원조집 아닐까?행정구역이 다르지만 포천시 관인에 있는 ‘싱싱장어’는 인심으로 토핑된 장어를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철원과 어깨가 맞닿은 거리에 있다. 관인 시내에서 방사형으로 뻗은 3개의 골목길 중 가운데로 들어오면 그 중간에 있다. 인근에서 횟집 등을 운영하다가 장어집을 냈으니 주인장의 칼솜씨야 이미 검증된 터다. 거기에 전라도 출신 안주인의 손맛이 이어져 장어 맛집이란 말보다 그냥 맛집으로 불러도 좋다. 장어의 풍미도 그만이지만 차려진 반찬을 맛보면 할머니 손맛이 절로 떠오른다.장어 외에 코다리찜은 밥도둑이다. 매콤하게 차려진 코다리찜은, 살 속속 바다를 품은 코다리와 양념이 작당해 입속에서 살살 녹아내린다. 장어로는 소주 한잔, 코다리로는 밥 한술 떠먹다 보면 그 자리엔 웃음이 가득하다.허름한 간판에 노포 분위기 판에 박힌 이곳에서 인증사진 정도는 남겨야, 여행의 추억에 오래도록 방점이 찍힐 듯하다.철원군 동송 입구 만두 전골집 ‘솔향기’는 ‘빅뱅’의 태양이 군 복무 중 자주 찾은 곳으로 유명하다. 손으로 직접 빚은 만두와 칼국수. 쇠고기 냉수육 등이 달아날 법한 겨울 입맛을 붙잡는다. 신철원에 있는 ‘철원막국수’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매운탕 집은 오덕로에 있는 ‘샘통자연의집’이 숨은 맛집이다.ㅅ

2024.02.17 07:00

8분 소요
[얼마예요] 80~1000만원대까지…시선강탈 레드카펫 ★드레스

유통

코끝이 시려올 때쯤 올해도 어김없이 부산국제영화제가 돌아왔다.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배우들은 어두운 부산의 가을밤을 화려한 자태의 드레스로 아름답게 수놓았다. 영화제 안팎의 분위기를 고려한 듯 올해의 대세 드레스 코드는 ‘블랙’이지만, 형형색색의 드레스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민망한 노출이 아니라 절제된 섹시미, 단아한 자태를 뽐냈다는 평가다. 박은빈, 정수정, 한효주, 이솜, 전종서, 판빙빙 등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드레스를 입어 매력을 극대화했다. 세련된 블랙으로 절제된 섹시미 과시실패 없는 컬러로 꼽히는 ‘블랙’을 택한 스타들은 다채로운 스타일로 레드카펫을 압도했다. 넷플릭스 영화 ‘독전2’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한효주는 블랙과 화이트 컬러 배색의 빅 카라가 조합된 맥시 드레스를 입어 우아하면서도 시크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클리비지 라인을 드러낸 넥 라인과 깊은 슬릿 디테일이 더해져 관능적이면서도 은근한 섹시미를 더했다. 해당 드레스는 ‘샤넬’의 2022 리조트 컬렉션의 제품으로 가격은 약 780만원대다. 영화 ‘거미집’으로 영화제를 찾은 정수정은 상체 보디라인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파격적인 블랙 드레스로 청순함과 섹시함을 모두 보여줬다. 깊게 파인 네크라인이 포인트로 고전적인 분위기의 헤어스타일과 레드립은 드레스룩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정수정이 입은 드레스는 자신이 앰버서더로 있는 ‘랄프로렌’ 제품으로 가격은 약 470만원대다. 이솜도 ‘파격’이 포인트였다. 이솜은 하트 모양의 네크라인이 포인트인 미디 길이의 블랙 슬립 드레스로 요염한 자태를 선보였다. 드레스 어깨끈에 골드 체인이 포인트로, 골드 주얼리와 매치해 세련됨을 더했다. 이솜이 입은 드레스는 ‘베르사체’ 제품으로 가격은 약 360만원대다. 넷플릭스 시리즈 ‘발레리나’ 공개를 앞둔 전종서는 ‘섹시미’를 앞세운 블랙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리본 디테일이 더해진 블랙 튜브톱 드레스는 전종서의 글래머스한 S라인 몸매를 더욱 살려준다. 블랙 스완을 연상시키는 드레스로 우아하면서도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했다. 전종서가 입은 드레스는 웨딩드레스 브랜드 ‘조바니’ 제품으로 가격은 약 86만원대다. 형형색색 화려한 컬러로 시선 집중반면 색상부터 디자인까지 눈에 띄는 화려한 드레스를 선택한 스타들도 많았다. ‘패션 모험’을 서슴지 않은 배우들은 팬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개막식 단독 사회를 맡은 박은빈은 우아한 푸른빛 드레스로 레드카펫과 개막식 무대에 섰다. 오프숄더 디자인으로 허리와 어깨 라인을 강조하며 풍성한 쉬폰 소재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다. 레드카펫에 선 배우 중 유일하게 푸른빛 컬러의 드레스를 택해 관중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으며, 특유의 환한 미소로 뜨거운 환호를 이끌어냈다. 박은빈의 드레스는 ‘모니크 릴리에’ 제품으로 가격은 810만원대다. 평소 동양적인 매력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온 한예리는 꽃을 수놓은 한복 스타일의 드레스로 한국의 미를 뽐냈다. 핑크빛이 감도는 오프숄더 머메이드 드레스를 입은 그는 깔끔하게 묶은 헤어스타일로 단아한 매력을 더욱 강조했다. 한예리가 입은 드레스는 웨딩드레스 브랜드 ‘나임칸’의 2017년 봄 컬렉션 제품으로 가격은 약 1700만원대다. 5년 만에 신작 ‘녹야’로 돌아온 판빙빙은 한 송이 꽃을 연상시키는 다홍빛 드레스를 착용해 독보적으로 시선을 끌었다. 가슴 라인과 옆 라인이 시원하게 드러난 디자인의 드레스로 과감하면서도 고혹적인 비주얼을 선보였다. 광택이 도는 시스루 소재와 판빙빙의 화려한 이목구비가 더해지면서 ‘대륙의 여신’ 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판빙빙이 선택한 드레스는 ‘라미알알리’의 제품으로 가격은 미정이다. 한편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는 4일부터 오는 13일까지 10일간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 개막작은 영화 ‘한국이 싫어서’(감독 장건재), 폐막작은 ‘영화의 황제’(감독 닝하오)가 선정됐다.

2023.10.06 06:00

3분 소요
스마트 팩토리의 허와 실

산업 일반

백대균 월드인더스트리얼매니지먼트 연구소 대표가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한국 제조업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연재를 시작한다. 백 대표가 선택한 첫 번째 주제는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스마트 팩토리다. 참으로 유행은 어디에나 있는가 보다. 금년 겨울에는 약속이나 한 듯 롱패딩을 안 걸친 젊은이가 없을 정도로 대유행이다. 운동선수들이 운동 중 간편 방한복으로 입는 것으로 생각되던 롱패딩이 지금은 외출복으로 유행하고 있다. 자기의 신체적 특성이나 개성에 따라 선택한 것이 아니고, 아무 생각 없이 유행 따라 선택을 하니 짧은 시간 내에 광풍처럼 유행이 되는 것이다.우리 기업의 경영방식이나 혁신활동의 유행도 롱패딩이 유행한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패션 아이템도 아닌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라는 혁신활동이 롱패딩 못지않게 4차 산업혁명에 편승되어 국내 각 기업에서 유행하고 있다. 일부 기업인은 무조건 ‘하면 좋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하려고 하고 있다. 롱패딩의 유행을 뒤쫓는 젊은이나 동일한 유행 현상이 아닌가 싶다. ━ 해외 선진 기업 스마트 팩토리 광풍 없어 한국은 전 세계에서 새로운 혁신기법이 나오기만 하면, 단시간 내에 유행이 되는 유일무이(唯一無二)한 국가인 것 같다. 과거 유행됐던 ‘6시그마’ ‘블루오션’ ‘적시생산(JIT)’ 등의 관리기법만큼 스마트 팩토리 광풍이 지금 국내 기업에서 불기 시작했다. 당시 각 기업은 ‘생존은 이 길밖에 없다. ‘해보자, 해보고 나서 생각하자’라는 태도로 무조건 도전정신만 가지고 추진했다.그런데 과거에 유행됐던 많은 관리기법들이 현재 현장에 토착화되어 있는 게 얼마나 될까. 대부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원인은 기본이 안 된 현장에 급하게 무모할 정도로 적용을 시도한 결과 흔적도 없이 기업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스마트 팩토리라는 유행에 과거의 실패를 잊고 또 광분하고 있는 것이다.해외 어느 공장을 가도 4차 산업혁명이나 스마트 팩토리라는 말 자체를, 극히 일부의 플래카드를 빼고는 볼 수 없다. 그러면 해외 선진 기업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시대에 뒤처진 것인가?국내 대부분의 공장은 유행하는 기법만 있으면 다른 기업에 뒤질세라 자기 수준은 생각 않고 공장 전체의 역량을 집중해 급히 서두른다. 이를 추진하려는 경영자로부터 필자가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은 “최대한 단축해서 빨리할 수 없는가?”다.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다. 스피드 시대에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해서는 신속하게 움직이는 것도 좋지만, 급하게 추진하면 과거의 각종 기법을 도입한 것과 같은 실패로 이어지기 십상이다.일본이나 독일 같은 선진 기업은 평소 업무와 연계하여 기본관리나 기본기술을 자체적으로 꾸준히 발전시켰다. 또한 국가가 수요 산업과 공급 산업의 수준을 균형 발전되게 노력했다. 독일은 국가가 기술을 육성하여 중소기업까지 활용할 수 있게 테스트베드(Test bed)를 구축해 개발하려는 기술업종과 도입 시의 ROI(투자자본수익률)를 검증할 수 있게 했다. 기술인력의 인프라 구축을 위해 대학생 인력 양성과 기술 사업화도 추진했다. 원활한 운영을 위해 비즈니스 모델 조직 등의 종합적 전략을 수립해 각 기업에서 스스로 스마트공장의 추진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이렇게 안쪽으로 기본을 확립해왔기 때문에 조용하지만 쉽게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공장의 수준은 2000년대의 아날로그 공장(Analog Factory) 수준인데 최첨단의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를 도전적 정신력만 가지고 빠른 시일 내에 적용하려고 하는 것은 무리다. 석탄을 이용하는 트럭에 최신 자동차의 전자시스템을 적용하겠다고 덤벼드는 격이다. ━ 재조명되는 ‘도요타 생산방식’ 기존 공장을 스마트공장으로 만들기 위해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와 각종 운영 기재의 적용은 의욕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가정 집에 가구나, 공장에 단독 기계를 설치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스마트공장을 위해 전문 업체가 홍보하고 지도하는 소프트웨어만 깔면 도깨비 요술방망이가 되어 스마트공장이 저절로 되고 경쟁력 있는 ‘가성비의 제품’이 생산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게 큰 문제다.먼저 회사 전체의 ‘기본관리(基本管理)’나 ‘기본기술(基本技術)’의 수준이 안 돼 있는 공장에 무조건 추진하게 되면 생산에 막대한 손실을 준다. ROI를 맞출 수 없어 존폐의 위기에 몰린다. 그러므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솔루션을 받아들일 수준을 만들기 위해 기본이 안 돼 있는 공장은 먼저 ‘공장 합리화 활동’이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다. 그래서 지금, ‘도요타 생산방식’이 다시 조명을 받고 있는 것이다.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첫 단계로 기본 확립 활동을 실시해야 한다. 기본 확립을 위한 ‘공장의 합리화 활동’은 공장의 4MI(Man·Machine·Materials·Method·Information)에 대한 낭비요인(3불), 즉 공정흐름의 저해 요인을 제거하는 현장 개선 활동이다. 공장의 기본활동(관리·기술)을 직원들이 습관화 할 수 있게 하는 게 목적이다.이를 위해 먼저, ‘기본관리’를 확립하기 위해 5S·3정·목시관리(눈으로 보는 관리)·3불 추방 등의 활동이 필수다. 다음으로 ‘기본기술’을 확립하기 위해 작업 방법·설비·Lay out(배치)·머티리얼 핸들링(Material Handling) 등의 개선과 TPM(신뢰플랫폼모듈)·자동화·풀프루프(Fool Proof, 실수를 미리 방지하는 장치나 방법) 등의 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후 물류 합리화 활동과 전산관리를 실시한 후, 이 모든 사항이 순조롭게 운영되는 수준의 현장이어야 스마트공장을 위한 각종 소프트웨어를 조직에 정착시킬 수 있다.과거 80년대 MRP(자재 소요량 계획) 전산시스템이 국내 기업에 도입되었던 초기에는 우리 수준이 수기(手記)로 장부를 기록하는 정도였기 때문에 전표관리의 체계나 정확도가 떨어져 회계 및 자재 등 제반 관리가 엉망인 상태였다. 이런 기본이 안 된 환경에 MRP 도입을 서둘러 많은 기업들이 전산 따로 수작업 따로 운영됐다. 이러다보니 일부 대기업을 빼고는 대부분 실패하여 혼란을 겪은 경험이 있다. 그러므로 ‘기본의 확립’은 스마트 팩토리 추진을 위한 ‘1단계 전제조건’이다. ━ 10년 이상 장기 목표 세우고 추진해야 다음에 추진할 단계는 도표와 같이 10년 이상 장기 목표를 세워 단계별로 끊임없이 추진해야 된다. 한국 기업의 문제는 2~3년 추진하다 중지한다는 것이다. 추진 과정을 충실히 실시할 생각은 하지않고 급하다고 단계를 생략할 수 있는 지름길만 찾는 것이다. 수학에서 가감승제(加減乘除)를 배워야 방정식을 이해할 수 있고, 방정식을 알아야 인수분해를 배울 수 있다. 이렇게 단계를 밟아가야 미적분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갈 수 있게 된다. 이 수준이 되어야 대학에서 공학 책을 이해할 수 있는 것과 같이, 소프트웨어는 수학과 같이 단계적 이해가 안 되면 조직에 정착될 수 없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그러므로 소프트웨어의 핵심인 MRP를 도입하고 정착되면 다음에 ERP(전사적 자원 계획)를 도입하고, 이후 MES(현장자동화 및 생산운영관리시스템)를 추진한 후 SCM(공급사슬관리시스템)을 정착시켜야 기본 소프트웨어의 구성이 조직에 안착된다. 기본 소프트웨어가 안착되면 이후 수많은 응용 소프트웨어(APS, WMI, PLM, CRM 등)를 쉽게 적용할 수 있다.다음에 공장의 생산설비(시스템) 스마트화를 위한 ‘기반기술’이 필요하다. 이는 ‘생산의 효율화’를 높이기 위한 활동이다. 이를 위해 제품을 생산하는 설비에 필요한 센서와 디바이스를 설치해 신호 및 데이터를 획득하고, PLC(프로그래머블 로직 컨트롤러) 및 HMI(사람 기계 간의 소통 수단) 등의 제어 기술을 통하여 설비를 제어해야 한다. 이후 MES를 통해 생산 프로세스를 관리하고 창고관리를 위해 WMS(창고관리시스템) 적용과 전사적 자원 관리를 위해 ERP와 전사적 공급망 관리를 할 수 있는 SCM을 설치한 후 이들을 유기적으로 관리하여 조정 개선하면 ‘기반기술’이 완성된다.이후 스마트공장 운영에 필요한 ‘운영기술’은 산업용 네트워크, RFID(전자태그) 시스템, 센서, 산업용 로봇, 3D프린터, 컨트롤러 등의 하드웨어 기술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CPS(가상물리시스템), 시물레이션 등의 기술이 안착되도록 개선을 실시하면 스마트공장이 시스템적으로 완성된다. 그러나 위의 모든 활동은 모기업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협력업체와 같이 동반 추진되어야 한다. 직원에 대한 스마트 교육도 처음부터 철저히 실시하여야 한다.이후 단계는 아날로그나 디지털 시대의 레이 아웃을 ‘스마트 레이 아웃’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래야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융·복합이 이뤄진다. 기반기술인 주변 기재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면 데이터의 양산과 축적, 분석 및 정보교환이 정교하게 이뤄진다. ━ 변품종 변량생산 가능한 공장 지향해야 최종 단계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을 통해 최종 완성될 공장의 설계가 당초 계획한 대로 제대로 작동하는지 스마트 컴퓨팅(Smart Computing)을 통해 공장 내 하드웨어·소프트웨어·사람과의 융합관계의 문제점을 찾아내 개선해야 한다. 설정과 조정 과정을 통해 생산의 최적화를 추구할 수 있게 되어 1차적으로 ‘무인자동화형 스마트공장’이 완성되는 것이다.무인자동화형 스마트공장의 수준을 예로 들면 A모델을 생산하는 중에 B모델의 제품이 급하게 주문이 들어오더라도, 부품만 있다면 생산라인이 자동으로 조립 순서나 부품을 바꿔 B모델을 생산할 수 있는 변신의 기능을 가지게 된다. 전에는 생산라인을 다른 모델로 바꾸려면 전용화되어 있는 설비 일부와 금형 등의 모델 체인지가 필요하다. 즉 모델 변경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대응이 불가능했던 것이다.그러나 스마트 팩토리가 되면 짧은 시간 이내 생산라인을 재편할 수 있게 되므로 공장 내에서 교환되는 정보의 속도나 양은 사람이 할 경우와 비교하면 수백, 수천 배 더 빠르고 정확해진다. 사람의 도움 없이 기계 스스로 다양한 제품들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만들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의 정보가 실시간(Real Time)으로 공장에 전달되어도 인간의 도움 없이 정보에 따라 생산 라인의 재편(QMS)이 순식간에 이루어져 소비자 요구에 바로 대응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카탈로그나 매장에서 현품을 보고 제품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종류나 색상 등을 취미대로 변경하여 주문하고, 공장은 즉각적인 대응으로 공급한다. 이렇게 주문과 공급이 리얼타임으로 이루어질 수 있게 됨으로써, ‘사용자 맞춤형(Mass customization) 생산방식’이 이루어지게 된다. 결국 ‘소품종 소량생산시대’에서 ‘변품종 변량생산시대’로 변하게 된다.또한 제조과정에 3무(무재해·무불량·무재고)가 달성되고, 생산성은 혁신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즉 경쟁력 있는 가성비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1차로 무인자동화형 스마트공장이 이루어지는 단계다. 완전한 ‘휴먼제로베이스(Human Zero Base)’의 변품종 변량생산의 수준’이 된 것은 아니다. 이후 장시간에 걸쳐 2차로 ICT, IoT, Big Data, Cloud, AI, AV/AR 등 각종 인공지능의 기술을 이용해 인공지능형 스마트 공장을 이룰 수 있게 계속 연구하고 개선해야만 완전한 스마트공장이 된다. 휴먼제로베이스와 변품종 변량생산이 가능한 꿈의 공장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4차 산업혁명의 꽃이다. ※ 백대균은… ‘죽은 공장도 살린다’는 평가를 받는 경영컨설턴트다. 1989년 월드인터스트리얼매니지먼트 연구소를 설립했다. LG전자 창원공장의 생산 라인을 시작으로 국내 1000여 개 업체의 컨설팅을 해왔다.

2017.12.28 09:54

7분 소요
김태진의 Car Talk | 한국에 클래식카 문화 생겨날까? - 30년 넘은 클래식카에 도로가 빛난다

산업 일반

5년여 전 일본에 살 때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필자는 공원에서 도로를 가만히 쳐다보곤 했다. 30여분 지켜보고 있으면 한국과 달리 같은 모델을 보기 어려웠다. 가장 눈에 띈 건 오래된 자동차(올드 카)와 클래식카들이 종종 보인다는 점이다. 모가 나는 걸 병적으로 싫어하는 일본인인지라 병(病)적으로 세차를 해 오래된 차의 외관도 상당히 좋았다. 늘 새로운 트렌드만 좇기 바쁜 한국과 사뭇 다른 도로 풍경이다. 클래식카가 달리는 도로는 더 아름답게 보인다.통상 올드카는 14,15년 정도 묵은 차다. 신차 라이프 사이클을 7년으로 보면 2세대가 지난 모델이 올드카 범주에 들어간다. 클래식카는 이보다 더 오랜 차로 통상 30년 이상 된 걸로 보면 된다. 최근 필자도 올드카 하나를 구입했다. 1990년대 인기를 끌던 유럽차로 일본에서 건너왔다. 연비를 좋게 하기 위한 공기역학 디자인보다는 브랜드의 전통을 그대로 살린 유려한 선이 매력적이다. 요즘 차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디자인이다. 세차를 게을리하던 필자도 올드카만큼은 광을 내고 닦아 준다. ━ 선진국에선 중산층의 건전한 취미로 자리 잡아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다. 그 시대의 사회 생활상과 첨단 기술이 고스란히 반영된 문화의 산물이다. 클래식카에 대한 관심은 그런 점에서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자동차 선진국인 유럽·미국·일본에서는 클래식카 이벤트나 오래된 차를 복원하는 게 자동차 문화의 일부다. 옛 시대를 돌아보면서 오늘에 부족한 것을 찾는 인간 본연의 자세다. 심지어 첨단 기술의 경연장인 ‘르망 24시간’같은 유명한 자동차 레이스에서도 식전 행사로 클래식카 퍼레이드를 빼놓지 않는다.자동차 문화 선진국에서는 클래식카가 성인의 취미로 자리를 잡은 지 오래다 보니 관련 단체의 활동도 활발하다. 가장 잘 운영되는 클래식카 클럽 중 하나인 미국의 ‘클래식카 클럽 오브 아메리카(CCCA)’는 이미 1950년대 초 설립됐다. 1930년대에 설립된 영국의 ‘빈티지 스포츠카 클럽(Vintage Sport-Car Club, VSCC)’도 다양한 클래식카 랠리 이벤트를 연다. 일반 대중도 참가해 어울릴 수 있는 축제다. 모두 현재까지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이들 국가에서 클래식카를 즐기는 동호인들은 부유층 일색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들여다 보면 중산층이 대부분이다. 자신의 창고(개러지)에서 부품을 주문하고 수리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중산층의 건전한 취미로 클래식카 문화가 뿌리를 내린 것이다. 물론 1950,60년대 유명인이 타던 차를 복원한 클래식카는 수억원을 호가한다. 이건 유명세 때문이다. 대부분 클래식카는 차체가 멀쩡한 1000만∼2000만원 정도의 고물차를 사서 복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자동차 역사가 유럽·미국보다 짧은 일본에서도 클래식카 문화는 기초가 단단하다. 1980년대 이미 나 같은 관련 잡지가 출간됐다. 이들 매체는 유럽·미국이 아닌 일본산 클래식카만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일본만의 클래식카 문화를 선도하는 게 특징이다. 더구나 는 매년 ‘노스탈직 2 데이즈(Nostalgic 2 days)’라는 이름의 클래식카 모터쇼를 개최한다. 다양한 클래식카 복원 업체나 동호인부터 일반 대중까지 참여를 유도해 클래식카의 저변을 넓힌다.현재 미국과 유럽, 일본 외에 세계 자동차 시장을 선도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후발주자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은 세계 5위의 생산량을 자랑한다. 수입차 증가율은 세계에서도 유래가 없을 정도다. 2011년 처음으로 수입차 연간 판매가 10만대를 넘어섰다. 본격적인 수입차 대중화 시대가 열린 셈이다. 그러면서 서울 일부 고급 아파트 주차장에는 국산차보다 수입차가 더 많다는 소리도 나온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는 이른바 수퍼카로 분류되는 페라리·람보르기니 등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3억원을 훌쩍 넘는 이런 희귀 차종은 어쩌면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 자주 보일지도 모른다.이런 연유로 자동차 매니어 사이에서는 “급속도로 자동차 선진국을 따라 잡는 한국에 조만간 클래식카 시장도 성장할 것 같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박근혜정부가 창조경제를 육성하겠다고 꺼낸 튜닝산업 활성화 방안도 이 전망을 그럴듯하게 뒷받침한다. 튜닝 규제가 완화되면 클래식카 복원도 쉬워질 것이란 얘기다.그렇다면 한국에서 클래식카 문화가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필자는 먼저 걱정이 앞선다. 우선 국민소득이 앞서 언급한 선진국 대비 30∼50% 부족하다. 한국은 2013년 처음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2만5000달러를 넘었다. 올해 3만 달러돌파가 예상된다. 모터 스포츠카 흥행이 2만5000달러에서 발동을 건다면 클래식카는 최소 3만5000달러 이상이 돼야 한다는 게 정설이다.문제는 1인당 국민소득이 계속 증가해도 가처분 소득은 크게 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선진국에 비해 교육비·주거비 지출 비중이 훨씬 높아서다. 클래식카 같은 비교적 돈이 많이 드는 취미생활을 즐길 여유가 부족하다는 말이다. 더구나 아직도 자동차를 신분이나 과시의 수단으로 여기는 문화가 여전하다.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과 관계 없이 같은 값이면 남들이 잘 알아주는 유명 브랜드의 큰 차, 새 차를 선호한다.날로 강화되는 환경 규제나 안전 규제 역시 클래식카 문화를 보급하는 데 어려운 장벽이다. 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클래식카 소유자가 많은 시간적 노력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 큰 새 차를 선호하는 일방적인 분위기에서 클래식카라는 다양성이 비집고 들어가기 어려운 요소다. ━ 클래식카 보급 걸림돌 아파트 문화 또 다른 문제는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인정하지 않는 문화다. 클래식카를 취미로 즐기려면 반드시 복원 과정을 거쳐야 한다. 복원은 매우 노동 집약적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도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녹슬어버린 차체를 복원하려면 모든 부품을 탈거해 손으로 일일이 녹을 갈아내야 한다. 삭아버린 부분은 용접으로 복원하는 등 정교할 뿐 아니라 오랜 시간과 숙련된 노동력이 투입된다. 장인(匠人) 정신으로 무장한 기술자가 꼭 필요하다. 정성을 들이면 들일수록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대신 시간과 비용도 증가한다.사회 생활상도 클래식카 보급에 아쉬움이다. 대표적인 게 한국의 아파트 문화다. 개러지가 없는 아파트는 클래식카 관리와 복원에 어려움이 많다. 아파트 주차장에 클래식카를 세워 놓으면 ‘문콕(좁은 주차공간에서 문을 열다 옆의 차에 기스를 내는 것)’ 같은 테러(?)를 당하기 십상이다. 더구나 오랜된 엠블럼은 어느새 떼어 갈지도 모른다. 다행히 요즘 30,40대 젊은층을 대상으로 동호인 주택 보급이 활발하다. 이런 점은 클래식카 문화가 태동할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삭막한 한국의 도로에서 고풍스런 자태의 클래식카를 드문드문 보게 될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한다.

2015.03.29 18:09

4분 소요
“전통 혼례 올리고 한옥에 살죠”

산업 일반

결혼식은 전통혼례, 신혼집은 한옥. 커트 올슨(55) ING생명 사장과 부인 아일린 올슨(39) 부부의 한국 사랑은 한국인이 보기에도 유별나다. 지난해 6월 한국에 부임하기 전까지 아시아와 한 조각 인연도 없었던 올슨 사장은 불과 1년여 만에 한국 문화에 푹 빠졌다. 미국에서 이미 결혼했지만 올슨 부부는 6월에 남산‘한옥의 집’에서 다시 전통 혼례를 올렸다. 198cm의 키에 미식축구 장학생 출신다운 체구. 커트 올슨 ING생명 사장은 한눈에 보기에도 전형적인 미국 사람이다. 미국 미네소타주 출신인 그는 1977년 ING에 입사해 지난해까지 30년 넘게 ING에서만 일했다. 지난해 6월 ING생명으로 오기 전까지 그가 한국에 대해 아는 거라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TV 드라마 가 전부였다. 첫 외국 생활이 호락호락하진 않았다. 여느 미국인처럼 영어밖에 할 줄 모르던 그는 영어 간판도, 영어를 쓰는 점원도 없는 것에 당황했다. 하지만 다행히 서울은 이방인에게 친절한 도시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한옥을 접했다. 서울 삼청동에 있는 한옥 레스토랑에 갔다가 그 정취에 매료된 것. 그는 편안한 호텔식 서비스가 제공되는 아파트를 마다하고 한옥을 수소문했다. 그래서 빌리게 된 집이 지난해 8월부터 살고 있는 성북동 한옥이다. 한옥 이야기가 나오자 커트 올슨 사장은 “이사한 첫날부터 정말 고향 같았다”며 연신 자랑을 늘어놓는다. “겉은 한옥이지만 부엌 등 안은 수리해서 현대식이에요. 문도 내 키에 맞게 돼 있어 쭈그릴 필요가 없죠. 미국에서 가져온 침대, 소파와 한국 전통 스타일의 책장, 서랍장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몰라요.” 그가 좋아하는 건 한국 전통문화뿐만이 아니다. 따뜻함과 열정이 있는 한국의 조직 문화도 최고로 꼽는다. “일단 목표가 주어지면 한국 직원들은 ‘빨리빨리’ 매우 열심히 해요. 미국에선 6개월쯤 걸릴 일을 한국에선 2달 만에 해서 깜짝 놀라곤 하죠. 한국 사람들은 상당히 목표 지향적인 것 같아요.” ‘ING 가족’이라고 서로 일컫는 ING생명의 가족적인 분위기에도 만족한다. 올슨 사장에 따르면 가족적인 문화는 네델란드계 회사인 ING 특유의 기업 문화이기도 하다. ‘퇴근하면 끝’인 다른 미국 기업과 달리 업무가 끝나고 나서도 직장 동료와 친밀하게 어울리는 게 ING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사장 임기는 3년이지만 개인적으로는 ING생명에서 더 오래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ING생명의 가족주의는 영업에서도 나타난다. ING생명은 올 3월부터 비자발적으로 실직한 고객이 계약 1년 이내에 보험을 중도해지 하면 납입한 보험료를 전액 돌려주는 ‘고객희망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보통 가입 뒤 1년 안에 종신보험을 해약하면 많아야 보험료 20% 정도만 돌려받는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이다. 올슨 사장은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로 사회에 기여·환원하는 마음이 따뜻한 회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달 마지막 금요일을 ‘오렌지 데이’로 정하고 어린이를 위한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도 이런 철학에 기반한 것이다. 올슨 사장은 오렌지 데이 행사에 항상 참여한다. 부창부수일까. 한국에서 지낸 지 얼마 안 된 그의 부인 아일린도 한국 문화와 한국 사람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다. 한국에서 살게 된 소감을 묻자 “나로선 참 행운”이라는 답이 바로 돌아온다. 4년 전 미국 뉴욕 ING에서 직장 동료로 만난 두 사람은 올슨 사장이 한국에 오기 직전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매일 인터넷 전화를 하고, 아일린이 몇 차례 한국에 다녀가기도 했다. 서울타워, 청계천, 노량진 수산시장 등에서 데이트를 하며 본 서울은 그에게 참 아름다운 도시였다. 특히 서울의 골목길을 인상적인 곳으로 꼽았다. 아일린은 한국 전통혼례를 하자는 올슨 사장의 전화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올슨 부부는 서울 성북동 한옥에서 살고 있다. 애초 미국 마이애미에서 결혼식을 하고 한국에선 파티만 열려고 했던 그는 미국과 한국에서 두 번 결혼식을 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결혼식을 위해 한복을 새로 맞췄다. 올슨 사장은 “몸이 너무 커서 치수를 재던 한복집 사람들이 다들 놀랐다. 옷감이 많이 든다고 가격을 올려 받더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결혼식은 햇살이 ‘쨍’ 했던 6월 마지막 토요일 남산 ‘한옥의집’에서 올렸다. 연지곤지를 찍은 신부는 혼례식 내내 다소곳한 자태였고, 신랑은 연신 땀을 훔치면서도 절도 있는 몸가짐을 보였다. ‘오렌지 데이’에서 올슨 사장과 만났던 공부방 어린이들이 축하 연주를 했다. 하객으로 참석한 ING생명 직원과 미국인 친구들은 새로운 부부의 탄생을 축복해줬다. 아일린은 “평생 서로만 바라본다는 의미가 담긴 기러기를 건네주는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부부는 곧 미국에 있는 아일린의 아이들을 한국으로 데려와 키울 계획이다. 외국인을 위한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한국 사정을 감안하면 다소 부담스러울 법도 하다. 하지만 아일린은 “애들 키우기야 원래 어디에서든 어려운 법”이라며 낙천적이다. 부부는 앞으로 한국 문화와 역사, 그리고 한국어를 함께 배우겠다고 했다. 올슨 사장은 “지금은 인사말과 꼭 필요한 말인 ‘맥주’, ‘소주’ 그리고 ‘사랑해’만 할 줄 아는데 본격적으로 레슨을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커트 올슨 사장은… 1954년 미국 출생, 콜로라도 웨스턴 주립대(경영 회계학), ING Employee Benefits 지역총괄 본부장·영업 부사장·영업&CRM 총괄 부사장·사장, 현 ING생명 사장

2009.08.13 10:54

4분 소요
아프리카의 품 속으로… 사파리 관광

산업 일반

자동차가 칼라하리 동물보호구의 디셉션 계곡을 지날 때였다. 큰 영양 무리가 대담하게 치타 한 마리를 향해 위협하듯 다가서며 덤불 속으로 몰아가는 모습을 사파리 가이드가 발견했다. 멸종위기에 처한 치타의 보기 힘든 자태를 목격한 흥분을 간직한 채 우리는 태양광 발전시설이 있는 캠프로 돌아가 근사한 별미 만찬을 즐겼다. 현지에서 풀을 먹여 키운 쇠고기와 남아공산 와인이 식탁에 올랐다.최고의 생태여행지1. 보츠와나: 시게라 캠프2. 보츠와나: 칼라하리 평원 캠프3. 보츠와나: 두바 평원 캠프4. 케냐: 올 렌틸레5. 탄자니아: 그레이스토크 마할레 캠프6. 남아공: 핀다 포리스트 로지7. 세이셸: 노스 아일랜드8. 나미비아: 세라 카페마 캠프9. 케냐: 올 도니오 우아스 로지10. 남아공: 론돌로지 트리 캠프보츠와나에 도착하기 전까지 친환경 고급 모험여행이라는 말 자체가 모순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윌더니스 사파리스’는 아프리카 남부의 오지에서 5성급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환경을 보호하고 지역사회에 이익을 환원한다(1인 1박 475~2500달러, wilderness-safaris.com). 우리가 묵은 작은 캠프에서는 불과 4명의 손님을 시중드느라 직원 16명이 근무했다. 물을 아껴야 하니까 샤워를 짧게 하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귀족 대접을 받는다는 느낌을 떨치기 어려웠다. “황무지 한복판에서 터무니없는 사치를 누리는 느낌”이라고 나와 함께 여행한 친구 헤더가 말했다. “여기 도착한 뒤 힘쓸 일이 한 번도 없었다.”직원은 대부분 산 또는 부시멘이라고도 알려진 현지 바사르와 부족 소속이었다. 그중 한 명은 야생동물 보호를 본업으로 삼기 전까지 밀렵꾼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일부 지역에서는 관광수입이 유일한 환경보존 수단”이라고 트래블 비욘드의 최고경영자 크레이그 빌은 말했다. 이 여행사는 윌더니스 사파리스 등의 단체와 함께 아프리카 친환경 관광을 기획한다. “잠비아의 카푸에에서는 동물을 잡아 생계를 이어가는 밀렵군들 때문에 문제가 많았다. 많은 밀렵꾼을 가이드로 고용하고 지역 마을 출신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밀렵행위를 근절했다.”실제로 아프리카 7개국의 사설 보호구역에서 60여 개의 고급 캠프와 산장을 운영하는 윌더니스 사파리스는 보츠와나에 코뿔소를 다시 번식시킨 주역이다. 이 단체는 산하 윌더니스 사파리 야생동물 트러스트를 통해 연구 프로젝트, 야생동물 관리, 교육 자금을 지원한다. 또한 수익분배 협약, 지분 참여, 임대 수수료를 통해 한 해에 100만 달러 이상을 지역사회에 환원한다. 더 북쪽에 자리 잡은 케냐 올 렌틸레의 생크추어리는 지난해 환경보존단체인 아프리카 야생동물 기금, 민간인 투자자, 그리고 케냐의 마사이 커뮤니티와 손을 잡고 개장한 보호구역이다. 태양광으로 발전하는 이 5870만㎡의 사설 보호구역은 고급 숙소 4채와 스파 시설을 갖추고 집사와 도우미들이 손님을 맞는다. 표범·코끼리·하이에나·들개를 찾아 나서는 사파리 관광 외에도 바위 타기, 말·낙타 타기뿐 아니라 지역사회 프로젝트와 환경보호 프로그램에도 참여한다(1인 1박 585~786달러). 침팬지 관광과 세렝게티 이동관광을 기획하는 노매드 탄자니아는 모든 캠프에 빈틈없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사를 실시했다. 이 여행사의 설립자들이 후원하는 비영리 트러스트 3곳은 탄자니아에서 검정 코뿔소 개체를 보호하고, 롤리온도 마을에서 교육과 여성 사업을 지원할 뿐 아니라 통웨 마을에서 삼림 보호구역, 학교 등의 프로젝트를 돕는다. 탕가니카 호수의 그레이스토크 마할레 캠프는 가장 가까운 도로에서 100㎞ 떨어져 있으며 세계 최대의 침팬지 서식지 부근에 자리잡았다. 이동식 텐트로 이뤄진 세렝게티 캠프는 철 따라 이동하는 누와 얼룩말을 따라 움직인다(1인 1박 450~950달러, nomad-tanzania. com). 보츠와나에 있는 윌더니스 사파리스의 두바 평원 캠프를 찾아갔을 때 오카방고 커뮤니티 트러스트의 한 직원이 우리의 사파리 관광에 동행했다. 우리가 널따란 지역을 이동하며 야생을 탐사하는 동안 그는 동물들의 행태에 관한 소중한 정보를 수집했다. 그는 사자 무리를 가리키며 서로 싸움이 벌어져 새끼 한 마리가 죽기도 하면서 무리를 지어 함께 사냥하기가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로부터 동물의 행태를 들으니 여행 체험이 더욱 충만해지는 느낌이었다. 물가에 있는 시게라 캠프 역시 삼림이 울창한 오카방고 삼각주에 있다. 이곳에서는 짝짓기하는 사자와 개코원숭이를 구경하고 50마리 얼룩말 떼의 장관을 목격했으며 기린·코끼리·하마를 가까이에서 관찰했다. 또 전통적인 모코로 카누를 타고 삼각주를 지나가며 뭍에 들러 칵테일과 오르되브르(전채 요리)를 즐겼다. 그리고 실내외에 샤워시설과 가구를 갖춘 대형 텐트에 묵었다. 우리가 낸 요금의 일부가 인근 고아원과 에이즈 상담소로 보내진다고 했다. 죄의식을 느끼지 않고 기린을 구경하는 멋진 관광이었다.JENNY HONTZDon't Forget the Camera카메라는 꼭 챙기자여느 고급 레저와 마찬가지로 사파리를 제대로 즐기려면 그에 어울리는 장비가 필요하다. 예컨대 사자의 짝짓기 광경을 목격했을 때 마땅한 카메라가 없다면 얼마나 아깝겠는가. 완전자동 고급 디지털 카메라는 작고 편리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는 줌 기능이다. 1210만 화소의 니콘 쿨픽스 P90은 광학 24배 광각 줌과 손떨림 보정 기능이 있다. 캐논 파워샷 SX1 IS의 줌 기능은 20배다. 그러나 DSLR 카메라는 빛이 적은 곳에서 더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화질이 더 좋고 반응 시간이 빠르다. 돈을 좀 더 들여 광각 렌즈와 최소 250㎜의 줌을 갖춘 망원 렌즈를 장만하자. 2110만 화소의 캐논 EOS 5D 마크 II 카메라와 2460만 화소의 소니 알파 A900이 최고로 꼽힌다.쌍안경도 휴대해야 한다. 니콘 모나크 ATB 8×42는 물과 안개를 차단하며 광축 정렬이 정밀해 오래 사용해도 눈이 피곤하지 않다. 자이스 빅토리 T FL 8×42는 가볍고 시야가 넓다. 의류는 튀지 않는 색깔에 가벼워야 하며 햇빛과 해충 차단 기능이 있으면 좋다. 틸리가 만드는 자외선 차단 모자는 가볍고 구겨져도 원래의 형태를 유지하며 방수가 된다. 엑스오피시오의 방충(防蟲) 야외복은 모기를 퇴치하고 SPF(자외선 차단지수)가 높다. 오비스, 마젤란스, 태그 사파리는 가볍고 호주머니가 많은 사파리 조끼를 내놓았다. 여행가방은 공간 효율적이고 가벼우며 소형 비행기에 우겨 넣어도 되는 신축적인 소재여야 한다. REI 카고 어드벤처 가방은 배낭 스타일의 어깨 끈이 있고 양쪽 끝에는 신발이나 더러워진 옷 등을 넣을 만한 주머니가 있다. 짐을 가볍게 싸되 밤이나 새벽의 쌀쌀한 날씨에 대비해 재킷이나 스웨터는 반드시 챙겨야 한다.J.H.

2009.04.08 14:10

4분 소요
The Good Life

산업 일반

Straight From Argentina 아르헨티나 명품기행 아르헨티나는 2001~2002년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페소화 가치가 급락하자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이때 공예품 수출이 활기를 띠었고 덕분에 아르헨티나 특유의 가구·패션·구두·향신료 등이 해외에 널리 보급됐다. 마르셀로 루시니가 만드는 아이레 델 수르 계열의 고급 쟁반·식사도구·벨트는 남부 파타고니아와 험준한 북부 지방에서 생산된 알파카·은·마노·사슴뿔을 소재로 쓴다. 하베아 반짝 즐기기 기원전 2세기 로마 어부들이 몰려 살던 스페인의 이 항구 도시는 발렌시아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다. 여름철의 재미있는 놀거리가 다양할 뿐 아니라 고대 현지인들이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 생생한 역사도 살펴볼 수 있다. Explore: 하베아의 구 도심 엘 푸에블로의 좁고 꼬불꼬불한 거리는 14세기 교회 상트바르톨로메로 이어진다. 이 교회는 도시의 지리적·정신적·문화적 중심지다. Climb: 높이 753m 몬트고 산의 가파른 경사면. 하베아의 해안선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관광 안내원이 동굴과 다양한 식물들을 소개한다. Eat: 유명한 엘 포지토 레스토랑에 가면 향신료 사프란을 듬뿍 친 해산물 파에야(쌀·고기·어패류를 넣고 찐 요리), 멜론을 곁들인 하몽 세라노(돼지의 넓적다리로 만든 햄), 아르마냑 브랜디에 절인 참새우 같은 발렌시아 지방의 별미를 내놓는다. 이 음식점은 하베아의 활기찬 항구에 위치한다(34-96-579-3063). Bask: 하베아가 숨겨 놓은 보석 같은 해변 라 그라나델라에서 오후의 햇볕 아래 일광욕을 즐기자. 도시 최남단에 있는 2개의 곶 사이, 일반 관광코스에서 멀리 떨어진 한적한 곳에 위치한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백사장이 바위 동굴들과 경쟁하듯 자태를 뽐낸다. Shop: 하베아에서 가장 큰 해변 엘 아레날. 현지 장인들이 가판을 벌여놓고 수공예품 장신구, 의류, 잡다한 공예품을 판매한다. 오프라 윈프리, 톰 크루즈, 요르단의 라냐 왕비가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www. airedelsur.com). 카라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공방에서 아르헨티나산 고급 가죽으로 맵시 있는 남성용 메신저 가방과 여성용 손가방을 수공 제작한다(qara.com). 아르헨티나가 폴로(말을 타고 하는 구기)의 세계 수도로서 최고 장비를 생산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라 마르티나는 그동안 선수들을 위해 더 안전하고 편안한 맞춤 제작 경기화·무릎 패드 세트를 새롭게 제공하면서 이 왕들의 스포츠를 계속 변모시켜왔다(2150달러, lamartina.com).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성공한 포도주 생산자로 꼽히는 파밀리아 주카르디는 최근 안데스 포도원에서 올리브 오일도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 제품들은 이미 LA와 이탈리아 그라다라에서 열린 올리브 오일 콘테스트에서 최고상을 받기도 했다(www.familiazuccardi.com). 라 파시오나리아는 아르헨티나 특유의 향을 가진 고급 비누와 크림을 생산한다. 예컨대 온 국민이 즐기고 있는 쓴맛을 지닌 녹차 예르바 마테, 아르헨티나의 국화 세이보 같은 향이 사용된다(www.pasion ariaargentina.com.ar). 이젠 아르헨티나가 그렇게 멀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BRIAN BYRNES Shining a Spotlight on Dark Jewels 검은색 보석의 심오한 광채 검은색 보석이 새로운 유행으로 떠오른다. 먹물을 먹인 듯 새까만 다이아몬드가 인기지만 전문가들은 그것이 ‘바보 황금’으로 불리는 황철광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잘 안다. 반짝거리고 예쁘긴 하지만 별로 값어치가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게만큼이나 큰 가치를 지닌 검은색 돌들도 있다. 예를 들면 마노·비취·흑진주 등이다. 스티븐 웹스터의 은팔찌는 탄력적인 마노 장식 단추들로 뒤덮여 있다(2900달러, neimanmarcus. com). 미국 패션 디자이너 협회상을 받은 톰 빈스의 검은색 금속 손목장식에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노란색 로듐 하나가 장식돼 있다(825달러, net-a-porter.com). 전통을 자랑하는 디자인 명가들도 이 새로운 유행을 좇는다. 모부생이 디자인한 페를르 드 마 비(내 인생의 진주) 화이트골드 반지는 새까만 타히티산 진주 한 개가 박혀 있으며 무색 다이아몬드들이 그것을 에워싸고 있다(4700달러, mauboussin.com). 베르두라의 다이아몬드 돔 귀걸이는 검은색 옥구슬들 한복판을 흰색 파베 다이아몬드 띠가 적도 선처럼 가로지른다(7500달러, verdura. com). 세계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런던의 보석상 가라드에는 뒤집어 사용할 수 있는 정교한 양면 화이트골드 목걸이가 하나 진열돼 있다. 한쪽은 검은색 진주와 검은색 다이아몬드들로 장식돼 있으며 반대쪽은 똑같은 디자인과 장식에 색깔만 흰색이다(9400달러, garrard.com). 검은색이든 흰색이든 모두 눈부시다. Turntables That Hit the Right Notes 불붙은 특급호텔 ‘와인전쟁’ 최고급 와인 가격 파괴, 와인 갈라 디너쇼 경쟁도 최근 웨스턴조선호텔의 와인 가격 파괴가 호텔업계에 화제다. 가격 인하 폭은 예상보다 크다. 백화점에서 17만원에 판매되는 보르도 와인 샤토 탈보 2005년산은 기존 판매가보다 20%가량 낮은 13만7500원에, 칠레 와인 몬테스 알파 카베르네 소비뇽은 3만3000원이다. 호텔 내 이탈리아 레스토랑 ‘베키아 앤 누보’에선 주말에 소비자들이 와인을 직접 가져오면 지불해야 하던 코르키지(Corkage)도 아예 받지 않기로 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와인 가격을 인하한 직후 10일 동안 매출이 직전 10일보다 2배 이상 올랐다. ‘베키아 앤 누보’의 경우 평균 하루 130만원어치의 와인을 팔았지만 가격 인하 이후엔 하루 매출이 450만원으로 뛰었다. 조선호텔의 이 같은 파격에 와인 관계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국내 다른 특급호텔의 한 소믈리에는 “와인 거품을 뺐다고 하지만 일부 와인 가격은 여전히 우리보다 높다”고 주장했다. 청담동의 한 와인바 지배인은 “최고급 호텔이 시내 와인바나 할인점과 가격 경쟁을 벌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조선호텔뿐만 아니라 최근 특급호텔의 와인 시장 공략은 거세다. 롯데호텔은 10월 1일 오픈하는 미슐랭 3스타 셰프의 레스토랑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을 오픈하면서 300여 종의 와인을 들여올 예정이다. 이 중 250여 종은 국내에 도입되지 않은 희귀와인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신라호텔은 지난 5월 세계적인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를 초청한 와인디너를 열어 눈길을 끌었다. 신라호텔은 로버트 파커와 함께 매년 와인교육과 와인디너 등을 지속적으로 개최해 고급 와인문화를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실제 신라호텔은 ‘샤토 페트뤼스’ ‘샤토 무통 로쉴드’ 등 전 세계 최고급 와인메이커들이 국내에 올 때마다 항상 갈라 디너를 개최해 왔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와인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 이상 큰 폭으로 커진다. 지난해 와인 수입량은 3200만㎏으로 2006년(2200만㎏)에 비해 43.3% 급증했다. 750㎖ 병으로 환산하면 4287만 병에 해당한다. 수입액도 2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와인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는 추세다. 지난 1∼5월 사이 와인수입액은 전년 동기에 비해 약 3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성장률 78%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지난 3월 이후로는 수입 증가율이 20%대로 떨어졌다. 국내 와인시장 성장세가 주춤한 데는 비싼 와인 값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것이 와인업계의 중론이다. 와인에 붙는 70% 가까운 세금과 복잡한 유통구조로 국내 와인 값은 유럽과 일본, 미국에 비해 2~3배 가까이 높다. 조선호텔의 가격 파괴가 전반적인 와인 가격 인하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뉴튼 와인과 나파 밸리 요리의 마리아주 가을로 접어들면서 와인 관계자를 직접 초빙한 와인 디너들이 속속 선보인다. 와인을 좋아한다면 돈을 좀 들이더라도 특급 호텔의 와인 갈라 디너엔 한 번쯤 가볼 만하다. 특급 와인과 그 와인이 생산된 지역 요리의 조화를 직접 맛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8월 26∼30일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 ‘스카이 라운지’는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의 명품 와인 ‘뉴튼(Newton)’과 뉴튼 와이너리의 수석 주방장 페리 호프만의 요리를 맛보는 자리를 제공한다. 호프만은 나파 밸리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현지에서 와인과 요리의 조화를 연구한 전문가. 이번 행사기간 동안 성게알을 곁들인 돼지고기 요리, 블랙 트러플과 어우러진 광어 등과 함께 뉴튼 와인의 마리아주를 선보일 예정이다. 점심 4만원부터 저녁 10만원까지. 예약(02-3430-8630)은 필수다. 손 용 석

2008.08.26 10:11

6분 소요
[조주청의 원더풀! 실버 라이프 17] 지구촌 구석에 숨어있는  보석 같은 비경

산업 일반

▶ 앙헬 폭포 앞에 서면 천상에서 긴 비단폭이 지상으로 펼쳐진 것 같다. 분초를 다투는 CEO가 잠시라도 여유를 갖긴 쉽지 않다. 호젓한 해외 여행은 더욱 어렵다. 그러나 바쁠수록 돌아가라 했던가…. 세계는 넓고 할 일이 많지만, 보고 느낄 것도 많다. 세계 110여 개국을 둘러본 여행 작가 조주청 씨가 숨은 비경을 지닌 10곳을 소개한다. 베네수엘라 앙헬(Angel) 폭포 오리노코강의 발원지인 고원지대, 그랑사바나(Gran sabana)는 브라질 상단의 국경과 맞닿은 베네수엘라 서남쪽, 울울창창한 정글에 덮여 있다. 20세기 중반까지 이곳은 페몬 인디오만이 조상 대대로 이 구석 저 구석에서 살아갈 뿐 문명세계와는 동떨어진 전인미답의 오지였다. 1937년 어느 날 바람 · 새 · 비 소리만 들리던 이 적막 강산에 멀리서 엔진의 파열음이 가느다랗게 들려온다. 적막을 깨며 4인승 프로펠러 경비행기 한 대가 나타나 그랑사바나 고원 위를 배회하더니 거대한 아우얀 테푸이의 테이블처럼 평평한 산 꼭대기에 착륙한다.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네 사람이 비행기에서 내린다. ▶ (좌) 페즈의 수많은 공방 중 한 곳에서는 무두질이 한창이다. (우) 프로세시온이 지나가는 길바닥에는 컬러 톱밥으로 꽃길을 만들어 놓았다. 미국인 지미 에인절(Jimmie Angel)과 그의 부인, 그리고 에인절의 친구 두 사람이다. 놀랍게도 그들은 엘도라도를 찾으러 온 것이다. 엘도라도는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은 뜬 구름이란 것이라고 판명된 지 수세기가 흘렀건만 이 위대한(?) 몽상가들은 어딘가에 엘도라도가 있다고 철석같이 믿어왔다. 그들은 드넓은 아우얀 테푸이를 샅샅이 뒤져 봤지만 황금 부스러기 하나 찾지 못했다. 끝자락에서 망원경을 들고 사방 천지를 내려다 봐도 황금빛을 찾을 수가 없었다. ▶ 1 페트라 최고의 장밋빛 신전 알 카즈네 앞에 서면 숨이 막힌다. 2 히바의 미나렛은 뽀족한 탑에 불을 밝혀 사막의 등대가 된다. 3 도곤족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풍부한 미적 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설상가상 착륙할 때 망가진 비행기는 꼼짝도 하지 않고 아우얀 테푸이에서 내려가는 길도 없었다. 오랜 망설임 끝에 그들은 얼마 남지 않은 비상 식량을 챙기고, 밧줄로 네 사람의 허리를 묶고 함께 성호를 그었다. 그들은 절벽을 타고 내려오다가 얼어붙는다. 수직낙하 807m의 폭포! 나이애가라의 16배 높이 정도되는 폭포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그들은 바위에 매달린 채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들은 천신만고 11일 만에 아우얀 테푸이를 내려와 문명세계로 돌아온다. 인류 역사는 몽상가들이 만든다고 했던가. 에인절 일행은 엘도라도를 찾지는 못했지만 세계 최고의 폭포를 발견하고 폭포에 그의 이름을 붙였다. 그는 에인절 폭포라 했지만 스페인어를 쓰는 이곳에서는 앙헬 폭포라 부른다. 항공 : 미국 · 캐나다 혹은 멕시코 경유 왕복 요금 : 인천~카라카스(446만원 · 세금 제외) 과테말라 안티구아(Antigua) 과테말라는 적도 바로 위 열대지방에 자리 잡은 나라다. 그러나 이 나라 서북쪽은 해발 1,500m가 넘는 드넓은 고원지대로 사시사철 시원한 가을 날씨가 이어진다. 스페인은 중남미 신대륙을 식민지로 만들고 이곳에서 수도를 찾았다. 시우다드 비에하가 적지로 떠올랐다. 그로부터 14년 후인 1541년, 언제나 수도를 내려다보며 축복을 내려주던 볼칸아구아 산이 무섭게 으르렁거리며 울더니 마침내 폭발하고 만 것이다. 이 휴화산은 분화구에 물을 가득 담고 있다가 화산이 터지며 물을 한꺼번에 쏟아내 바위와 진흙탕 물이 스페인 식민지 수도를 완전히 덮어 버렸다. 스페인 통치자들은 망연자실 넋을 놓고 있다가 2년 후 이곳에서 동북쪽으로 6.5km 떨어진 지점에 다시 수도를 세웠다. 스페인 왕의 명령으로 스페인의 일류 건축가들이 대서양을 건너 이곳으로 왔다. 화산이 폭발해도 진흙탕 홍수가 미치지 않을 곳에 터를 잡고 아무리 큰 지진에도 끄떡없는 석조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대성당이 하늘로 치솟고 위압적인 총독부 건물, 아름다운 극장, 시장, 수도원, 광장, 대학, 성채…. 길바닥은 돌 벽돌로 수놓아졌다. 세상이 불바다가 돼도 끄떡없는 계획도시 안티구아는 이렇게 태어났다. 233년 동안 안티구아는 평화롭고 조용하게 번영을 누렸다. 그러나 1773년 7월 29일, 상상도 못할 대지진이 이 철옹성 도시를 뒤흔들었다. 수차례의 지진은 이 도시를 거의 파괴했고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 3년 후, 식민지 수도는 다시 과테말라 시티(현재 과테말라의 수도)로 옮겨졌다. 무너진 석조건물 틈으로 잡초가 돋고 황량한 바람만 부는 안티구아는 방치돼 버림받은 유령도시가 됐다. 언제부터인가 하나 둘 사람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파인 길을 다듬고 무너진 성당을 일으켜 세웠다. 현재 안티구아는 옛 상처를 씻고 3만 명이 살아가는 깨끗한 고도(古都)가 됐다. 3월 마지막 일요일은 세마나 산타(Semana Santa · 부활절을 기리는 성주간)가 시작되는 날이다. “하느님, 이 도시를 보호해 주소서.” 세계 최대의 세마나 산타 행사가 과테말라 안티구아에서 화려하고도 장엄하게 막을 올린다. 16세기부터 이어져 온 이 행사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대장관이다. 항공 : 미국 · 캐나다 혹은 멕시코 경유 왕복 요금 : 인천~과테말라(529만원 · 세금 제외) ▶ (좌) 타나섬의 야켈 마을 사람들은 자연의 일부다. 큰 반얀 트리 한 그루는 마을 회관이 된다. (우) 문명의 원천이자 나일강의 원류인 빅토리아 호수는 내륙해다. 어부가 나일퍼치를 잡아 올렸다. 모로코 페즈(Fez) 타임머신을 타고 14세기 초엽의 중세로 돌아가 보자. 서북아프리카, 아틀라스 산맥이 그 우렁찬 용트림을 한숨 죽인 리스산 남쪽 기슭, 거친 들판에 한줄기 흙바람이 지나고 난 후 안개처럼 자욱했던 황사가 서서히 가라앉자 아침 안개에 쌓인 밀레의 그림처럼 희끄무레한 토성이 윤곽을 드러낸다. 페즈. 토성에 둘러싸인 이드리스 왕조의 수도인 이곳은 그 전성기의 꽃을 활짝 피웠다. 토성에 들어서면 좁은 골목이 미로처럼 얽혀 있다. 갈기갈기 찢어지고, 갈라지고, 합쳐지고, 올라가고, 내려가는 좁은 골목길은 멀리서 온 상인들로 북적거린다. 골목 양쪽으로 다닥다닥 붙은 공방(工房)들이 저마다 가득히 화려한 상품을 쌓아 놓고 상인들과 흥정을 벌인다. 벌집 같은 수많은 웅덩이 속에는 빨강, 파랑, 노랑, 자색 등의 물감이 담겨 있다. 이곳에서 양과 소 가죽을 염색하고, 아라비아 카펫이 철컥철컥 베틀 위에서 한 치 한 치 이어져 가고, 어린 소녀들이 비단 천에 정교한 자수를 놓는다. 일일이 망치를 두드려 음각하는 황동 접시의 문양은 눈이 부시다. 정교한 은 세공품이 손님들의 발목을 잡고 비단과 금 · 은 실로 짠 보석 같은 구두는 술탄의 애첩을 위해 만든 것일까? 700여 년이 흐른 지금, 페즈는 어떻게 변했을까. 7세기 동안 이곳은 변함이 없다. 중세의 그 모습 그대로 페즈는 살아서 맥박이 뛰고 있다. 컴퓨터가 제어하는 정교한 자동 기계로 대량 생산되는 요즘 세상에서 페즈의 수많은 공방들은 어떻게 아직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을까. 이 대답도 간단하다. 페즈의 수공예품은 아직도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항공 : 유럽 대도시 경유 왕복 요금 : 인천~라바트(318만원 · 세금 제외) 요르단 페트라(Petra) “사우디 모래 속의 검은 황금을 다 준다 해도 페트라와 바꿀 수는 없다.” 요르단이 자랑하는 페트라는 영화 로 서방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페트라에 첫발을 디디면 엄청난 자연과 인간의 합작품에 얼어붙는다. 불과 4~5m밖에 안 되는 틈새를 두고 100여m나 되는 암벽이 마주보고 섰다. 꼬불꼬불 이어진 협곡은 2km나 이어졌다. 대자연이 만든 이 경이로운 협곡에 인간이 상상을 초월하는 작품을 만들었다. 기원전 나바틴 왕국은 이 협곡을 수도로 정하고 맞은편 절벽에 사원 · 보물창고 · 왕릉 · 목욕탕 등 온갖 건물들을 지었다. 일반적으로 건물은 나무를 자르고, 돌을 다듬어서, 벽돌을 구워 쌓아올려 짓는다. 하지만 이곳 페트라의 그 웅장한, 아름다운, 섬세한, 수많은 건축물들은 놀랍게도 모두 거대한 통바위를 깎아(carving) 만들었다는 것이다. 로마의 공격을 받기 전까지 이곳은 실크로드의 요충지로 아라비아 사막을 횡단하는 대상들이 이곳을 거쳐가지 않을 수 없어 나바틴 왕국은 통행세를 받고 중계무역을 하며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이 협곡에 햇살이 들어오면 바위는 붉은 장밋빛으로 변해 페트라는 장미의 도시로 불린다. 대상들의 길목으로 번창하던 페트라는 로마의 끝없는 공격에 손을 들고 이번엔 정복자 로마의 명을 받아 나바틴 사람들은 원형극장을 만든다. 이 역시 거대한 돌판을 깎아 만들었다는 사실에 벌린 입을 다물 수 없다. 몇 세기가 흐른 후 비잔틴 제국이 이곳을 지배하며 이번엔 비잔틴 건축을 꽃 피웠다. 항공 : 유럽 대도시 혹은 이집트 경유 왕복 요금 : 인천~암만(350만원 · 세금 제외) 우즈베키스탄 히바(Khiva) 실크로드의 중심, 유라시아 대륙의 배꼽은 바로 우즈베키스탄이다. 우즈베키스탄은 온 나라가 사막이지만 톈산산맥의 눈 녹은 물이 흘러내려 기름진 평야와 쾌적한 오아시스들을 만들었다. 우즈베키스탄에서도 가장 오래된 오아시스는 이 나라 서쪽 변경에 자리 잡은 히바다. 티무르제국이 시들고 코레즘 왕국이 16세기 말 이곳을 수도로 정하자 히바는 카스피해와 러시아로 가는 실크로드의 길목으로 크게 번창한다. 사막의 외딴 왕국 수도 히바는 무시무시한 공포의 오아시스로도 악명을 떨쳤다. 노예사냥꾼들이 대상을 습격하고 물건을 뺏고 상인들을 히바의 노예시장에 팔았다. 19세기가 거의 저물어 갈 때도 500여 명의 러시아인 노예들이 히바성 안에 갇혀 있다가 1만3,000명의 러시아 군대가 침입함으로써 베일에 쌓였던 공포의 오아시스는 그 실체를 드러냈다. 기나긴 세월이 지나간 지금 잔인한 군주와 노예시장은 사라졌지만, 히바는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우리 앞에 나타난다. 히바의 밤은 원한에 사무친 귀신들의 울음소리가 들린다고들 말한다. 히바의 밤하늘엔 별이 총총하고 귀신은 울어도 미나렛(이슬람 사원의 첨탑)은 높이 솟아올랐다. 사막을 오가는 대상들은 없지만 오늘도 불을 밝혔다. 히바성은 크지 않다. 성벽을 따라 걸어도 한바퀴 도는 데 채 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 성벽 속엔 10세기에서 14세기까지 번성했던 코레즘 왕국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왕궁 · 모스크 · 미나렛 · 메드레사 · 아크…. 성안의 민가들도 그때 그 모습 그대로다. 항공 : 러시아나 중국 경유 왕복 요금 : 인천~타슈켄트(206만원 · 세금 제외) ▶ 1‘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는 의미를 가진 타클라마칸 사막. 2 허텐의 비단 공장(?)은 1,600년 전 모습 그대로다. 3 바타드 이푸가오족들의 고상 가옥이 불을 밝혔다. 말리 젠네(Djenne) 모스크와 도곤(Dogon) 컨트리 사하라 사막 아래쪽, 준사막을 사헬(Sahel)이라 부른다. 인간이 살아가기엔 가혹한 건조하고 척박한 이곳에서 코란의 독경 소리는 삶의 고통을 덜어준다. 이곳의 모든 집들이 흙집이듯 모스크도 흙으로 지어졌다. 모스크는 아랍 건축 양식의 꽃이다. 띄엄띄엄 흩어진 마을마다 한복판엔 흙 모스크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우뚝 솟아올랐다. 그 중에서도 으뜸은 니제르강의 지류인 반니강의 섬 젠네에 있는 모스크다. 14세기부터 사하라를 종단한 대상들과 서부 아프리카 상인들의 교역 장소였던 젠네는 돈이 들끓어 웅장한 모스크를 지었다. 지구상에서 흙으로 지은 최대 건축물 중 젠네 모스크가 세계 건축계에 이름을 날리게 된 것은 그 규모에 아름다움이 가미됐기 때문이다. 매주 월요일은 젠네의 장날이다. 사하라 사막 언저리 사헬에서는 가장 큰 장으로 바로 이 젠네 모스크 앞마당이 장터가 된다. 기온이 섭씨 50도로 치솟아 대지는 펄펄 끓는데 붉은 모스크는 병풍처럼 왁자지껄하며 난장을 벌이는 인간을 감싼다. 젠네에서 차로 두 시간쯤 동북쪽으로 가다보면 사하라 사막 언저리, 그 옛날 지각 변동으로 150km나 뻗은 거대한 단층이 형성된 곳인 도곤 컨트리가 나온다. 절벽 아래위에 옹기종기 흙집을 짓고 모여 사는 수많은 도곤족들의 마을을 둘러보지 않을 수 없다. 바오밥 나무와 흙집, 끝이 뾰족한 반추형 초가 곡식 창고, 조각 작품 같은 마을의 모스크…. 영화 나 에서나 나옴직한 동화 같은 마을들이다. 도곤족들이 열악한 자연환경 속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것을 보면 외경스러움마저 느껴진다. 항공 : 유럽 대도시와 세네갈 다카 경유 왕복 요금 : 인천~다카(520만원 · 세금 제외). 다카~말리(요금 미정). 남태평양 바누아투 타나(Tanna) 섬 남태평양의 뉴헤브리디즈 군도가 1980년에 바누아투란 이름으로 독립했다. 80여 개의 올망졸망한 섬들로 이뤄진 이 나라의 인구는 불과 15만 명. 이 나라 수도가 있는 에타페섬이 가운데에 있고 그 아래쪽에 타나섬이 있다. 타나섬은 울울창창한 정글로 뒤덮인 화산섬이다. 인구라야 2만5,000명밖에 안 되지만 30여 개 부족이 30여 개의 각각 다른 말을 사용하며 100여 개의 마을이 이 구석 저 구석에 박혀 있다. 그 중 야켈 마을은 첩첩산중 정글 속에 숨어 있다. 이 마을의 추장 존슨 고야는 절대 권력자다. 그는 서구 문명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는 조상 대대로 내려온 생활방식을 고수한다. 남자들이 몸에 걸친 것이라고는 페니스 케이스뿐이요, 여자들은 나무 속껍질로 만든 치마가 전부다. 그들의 삶은 단순하기 짝이 없다. 배고프면 먹고, 잠이 오면 자고, 사랑을 하고 싶으면 남녀가 손을 잡고 숲 속으로 들어간다. 비만 간신히 피할 수 있는 움막집에 살림살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그들에겐 소유란 개념 자체가 없다(부인만 빼고). 비료나 농약 한번 뿌리지 않아도 집 뒤뜰에서 자라는 얌?타로겙慈만?밭도 옆집과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 젊은이들은 타나 섬을 벗어나 아스팔트 위로 차가 다니고 디스코 바에서는 쿵작쿵작 록 음악이 귀를 찢는 포트빌라로 나간다. 그러나 몇 년 지나지 않아 그들은 다시 야켈 마을로 돌아와 페니스 케이스를 찬다며 동네 어른들은 껄껄 웃는다. 항공 : 호주나 뉴질랜드 경유 왕복 항공요금 : 인천~빌라(354만원 · 세금 제외) 우간다 빅토리아 호수(Lake Victoria) 서구 문명의 원류 이집트, 이집트의 근원 나일강. 나일강의 원천은 어디일까. 나일의 원천을 찾으려는 서구인의 열망 속엔 문명의 뿌리와 함께 그들의 종교인 기독교에 대한 수수께끼도 숨어 있다. 나일은 그들 종교의 창시자 모세가 바구니에 담겨 떠내려 온 강이 아닌가. 그러나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나일강의 수원에 대한 끊임없는 탁상공론은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 실증이 절실히 요구됐지만 어느 누구도 이집트 남부 아스완 상류에 있는 여섯 개의 폭포를 지나 늪지로 들어가는 강줄기를 따라올라 갈 수 없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희생 끝에 영국 왕립 지리학회가 파견한 스펙이 1858년 8월 3일 마침내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내륙해(內陸海)의 장관에 감격했다. 현지인이 냔자호라고 부르던 우리 남한보다 조금 작은 아프리카 최대의 호수를, 스펙은 영국 여왕의 이름을 따 빅토리아호라고 불렀다. 스펙은 직감으로 나일강의 원류가 빅토리아호임을 알아차렸다. 영국으로 돌아온 스펙은 왕립지리학회에 이 사실을 보고해 대단한 환영을 받았다. 동료에서 철천지 원수가 된 버턴이 빅토리아호는 나일강의 수원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나서면서 논쟁은 치열해진다. 리빙스턴은 버턴의 편을 드는 오류를 범했다. 화가 치민 스펙은 빅토리아호로 되돌아가 1862년 7월 28일 마침내 빅토리아 북단, 지금의 우간다 호반에서 호숫물이 북쪽으로 흘러나가는 나일의 접점을 찾아낸다. 인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것이다. 항공 : 이집트나 케냐에서 캄팔라 왕복 요금 : 인천~나이로비~캄팔라(594만원 · 세금 제외) 중국 신장 위구르자치구 허텐(和田) 투르크어로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는’이란 뜻의 타원형으로 길게 누워 있는 거대한 사막 타클라마칸은 북쪽으로는 톈산(天山) 산맥, 남쪽으로는 쿤륜(崑崙) 산맥에 둘러싸여 있다. 톈산산맥 언저리에 있는 오아시스를 따라 이어진 길이 서역 북도, 쿤륜산맥 언저리를 따라가는 길은 서역 남도가 된다. 서역 남도 최대의 오아시스는 허텐이다. 기원전부터 중국의 서역 경영은 창과 칼이 맡았다. 그러나 수많은 오아시스 소왕국을 다스리는 데 무력은 한계를 드러냈다. 중국의 왕들은 후궁들로부터 얻은 공주들을 오아시스 왕국의 왕에게 시집보내 혈연을 맺는 유화책을 병행했다. 5세기, 중국의 공주는 두 번 다시 못 볼 왕과 가족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머나먼 허텐 왕국으로 떠났다. 한 달 후 간쑤(甘肅)성 변방의 둔황(敦煌)에 도착해 며칠 동안 여독을 풀고 낙타 가마에 갈아타고 사신들과 함께 쿤륜산맥을 따라 타클라마칸 사막으로 이어진 서역 남도를 따라가며 공주는 펑펑 눈물을 뿌렸다. 둔황을 떠난 지 한 달 만에 중국에서는 우전국(優塡國)이라 불리는 허텐에 닿았다. 공주는 허텐 왕이 호화롭게 마련해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자 문을 잠그고 눈물 자국이 마르기도 전에 입가에 미소를 띠며 높이 말아 올린 머리를 풀었다. 머릿속에서 뽕나무 씨와 누에고치가 나왔던 것이다. 그 당시 대상들의 낙타 등에 실려 실크로드를 따라 로마로 가던 실크는 중국의 전유물이었다. 중국 뽕나무와 누에, 그리고 비단의 제조 비법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철저히 막았다. 공주의 말아 올린 머리에서 중국의 비단 독점 생산이 무너졌던 것이다. 허텐의 비단을 만드는 곳은 시간이 멈췄다. 가마솥에 고치를 삶아내 1,500년 전 중국의 공주가 설계했음직한 물레로 실을 뽑고 실을 나무 베틀에 걸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북이 오간다. 나무 물레는 손때가 묻어 까맣게 반들거리고 베틀은 삭아서 삐거덕거리고 천년을 두고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방법대로 비단을 짠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비단은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기계 비단 천 필이 쏟아져 나올 동안 허텐의 비단은 채 한 필도 마감하지 못하지만 노인네들의 주름진 얼굴엔 실망의 빛이 없다. 항공 : 중국 대도시 경유 왕복 요금 : 인천~우루무치(128만원 · 세금 제외) 필리핀 바타드(Batad) 2,000여 년 전 말레이시아계인 이푸가오족들이 바다를 떠돌다 필리핀 루손섬에 상륙했다. 그들은 다른 부족에게 쫓겨 다니며 산 속으로 숨어들었다. 창과 칼을 든 인간의 텃세에서는 벗어났지만 목숨을 이어가기에 매우 혹독한 자연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이 아는 것이라곤 벼농사뿐이었다. 코가 바로 닿을 듯 깎아지른 산비탈에 계단식 논을 만들기 시작했다. 한 평의 논을 만들기 위해 세 평의 돌 축대를 쌓아 올렸다. 가파른 산비탈에서 오로지 사람의 손으로 쌓고 또 쌓았다. 마닐라가 있는 필리핀에서 가장 큰 루손섬. 이 섬의 척추, 코르디렐라산맥은 남북으로 길게 누웠다. 이 산맥 북쪽 깊숙이 해발 1,500m 첩첩산중에 300여 호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바타드 마을이 있다. 병풍을 두른 듯 깎아지른 산이 바타드 마을을 감싼다. 구름이 산허리를 두른 가파른 산들은 천국으로 가는 계단처럼 온통 논으로 차곡차곡 쌓였다. 바타드의 집은 아직도 대부분이 전통적인 이푸가오식 고상(高床) 가옥이다. 네 기둥 위에 우리 한옥의 대청마루보다 정교하게 마루를 깔고 높은 초가 지붕과 천장 사이의 넓은 다락은 나락단 창고가 된다. 나락단을 꺼내 손으로 훑어 절구에 찧고 키질을 해 쌀을 얻어 가느다란 호롱불 아래서 식구들이 저녁밥을 먹는다. 이푸가오 초가집에 깜박거리는 호롱불이 켜지면 빼꼼히 뚫어진 하늘에서 별이 쏟아지고 또 다른 별들이 동네 지붕 위로 이푸가오 계단식 논 위를 날아다닌다. 바로 반딧불이인 것이다. 숲은 수많은 반딧불이로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반짝 반짝거린다. 논에 오글거리는 다슬기는 바로 반딧불이의 중간 숙주다. 항공 : 마닐라 경유 왕복 요금 : 인천~마닐라(102만원겮선?제외) ※ 왕복 항공요금은 성수기 기준임.

2007.07.05 17:19

12분 소요
제국들이 탐내는‘희망의 대륙’

산업 일반

▶일명 ‘알까기 인형’으로 불리는 마트료시카 목각 인형은 우크라이나에서 관광 기념품 부동의 1위다. 인형 안에 크기가 작은 똑같은 인형이 들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여인이 그려져 있는 것이 기본이지만, 대통령 등 유명인이 그려진 변형도 있다. 지난 여름 키예프에서는 유셴코를 열면 티모셴코가 나오는 마트료시카가 유행이었다. 그 안에 모로즈 사회주의당 당수(국회의장)와 야누코비치 총리가 들어있다. 맨 마지막에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나온다. “한국과 우크라이나가 가까워지려면 비행기 직항로부터 뚫어야 한다.” 우크라이나에 갔다오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마디씩 하는 말이다. 수도 키예프가 관광지로만 해도 기가 막힌 곳인데, 교통이 불편해서 엄두가 안 난다는 이야기다. 바로 날아가면 8시간 안팎이면 될 거리를 모스크바나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해야 하니까, 그런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어쨌든 보리스필 공항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40분 정도 걸려서 도착한 고도(古都) 키예프는 첫눈에 홀딱 빠져들 정도로 아름다웠다. 도심 한복판을 가르는 드네프르 강은 서울의 한강을 능가하는 웅대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주중의 한낮인 데도 시민들이 강변 여기저기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키예프국립대의 김석원 교수는 “도시 전체가 큰 공원이고 박물관이며 식물원이다”고 했는데, 딱 맞는 말이었다. 시내 한복판에는 파리를 연상케 하는 고풍의 건축물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정연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키예프도 더 이상 조용하고 아름답기만 한 고도의 자태를 마냥 누릴 순 없게 되어 가고 있었다. 이미 재개발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까 사방에서 공사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도심 주변에는 곳곳에서 건설 붐을 반영하듯 크고 작은 신도시가 펼쳐져 있다.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고 수십 층짜리 오피스 건물이 여기저기서 올라가고 있는데 대부분 선분양이 끝났다고 했다. 서울 강남의 주상복합식 고급 아파트도 보이고 제법 빌딩 숲의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었다. ‘○○방크(Bank)’ 등의 은행 광고, 전자제품 광고들이 여기저기 요란하게 붙어 있다. 옛 소련시대를 뒤로하고 경제개발의 속도감을 느끼게 하는 도시풍경의 변화 단면들이다. 우크라이나는 소련에서 독립한 이후 지난 15년 동안 12개 독립국가연합(CIS) 나라 가운데 경제 성적표가 비교적 우수한 편에 속했다. 1999~2004년까지는 연평균 9%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해왔으니 말이다. 박물관 같은 도시 키예프 그랬던 것이 지난해 성장률은 2.6%로 꺾였다. 더구나 물가는 다락같이 올랐다. 소득증대는 신통찮은데, 기름값 인상으로 만나는 사람마다 “물가 때문에 못 살겠다”며 경제실정에 대한 불만이 목에 차 있었다. 휘발유값은 2년 새 30%나 올라 5그리브나(약 1달러)가 넘는다. 공공요금도 마찬가지다. 키예프~도네츠크 간 철도 요금은 올해만 두 번 올라 지금은 200그리브나(약 40달러)가 넘는다. 무엇 때문이냐는 질문에 가장 많은 공통 답변은 “정치 탓”이었다. 잠시 정치상황을 돌이켜 보자. ▶오렌지 혁명 2주년 기념식. 빅토르 유셴코 대통령이 2004년 12월 이른바 ‘오렌지 혁명’을 통해 집권한 것은 세계적 뉴스였다. 유셴코는 기다렸다는 듯 러시아를 등지고 노골적으로 친(親)서방 정책을 선언했다.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유럽 식구’에 편입시키겠다는 복안이었다. 러시아한테 밉보이는 걸 각오하고서 소위 민주화·서방화의 노선을 분명하게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유셴코의 개혁정책은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인사부터 말썽이었다. 그를 지지했던 학생운동세력 ‘포라(pоrа)’를 주도했던 인물, 한국으로 치면 386세대가 청소년부 장관(유리 파블렌코)이 된 것을 비롯해 오렌지 혁명에 뒷돈을 댄 젊은 실업가들이 대거 경제부처를 장악했다. 이로 인해 30대 초반의 권력자들이 수두룩해졌다. 키예프에서 만난 야로슬라브 아르시리 조달청장도 31세에 불과했다. 젊은 나이 자체가 문제였다기보다는 누구누구의 아들이기 때문에 그런 자리에 올랐다는 것이 시민들의 불만이었다. 17세밖에 안 된 대통령의 아들이 외제차를 굴리며 한 달이 멀다 하고 구설에 오르고 있는 것도 우크라이나의 정치 현실을 드러내는 한 단면이다. ‘썩은 오렌지’ 혁명이라는 비아냥도 그래서 나도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친서방 정책은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애당초 도네츠크·드네프로페트롭스크 등 남동부 공업지역에서는 먹히지 않았다. 국가로 성립된 것은 8~9세기로 보지만 사실 우크라이나는 16세기 이후 동과 서로 분단돼 있었다. 동쪽은 러시아, 서쪽은 유럽 국가들의 소유였다. 빅토르 유셴코는… 1954년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주(州)의 교육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테르노폴 경제금융대학을 나와 러시아은행에 근무하다 88년 키예프 아그로산업은행 부행장, 93년 신설된 우크라이나 중앙은행 총재에 임명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극복하고 독자적인 화폐를 도입하는 등 우크라이나 경제개혁을 이끌었고 99년 말 레오니트 쿠치마에 의해 총리로 발탁됐다. 2002년 우리우크라이나당을 창당해 최고의 인기 정치인으로 떠올랐으며, 2004년 말 대통령선거에 출마해 3차 결선투표까지 가는 치열한 경쟁 끝에 빅토르 야누코비치를 물리치고 대통령에 올랐다. 그것도 400년이 넘는 기간이었으니 문화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다. 서쪽 지방은 우크라이나어를, 동쪽 지방은 러시아어를 사용한다. 서쪽엔 지천에 사탕무·감자 밭이 깔려 있고, 동쪽은 광산과 제철소 천지다. 서쪽에 가면 카페가 많고, 동쪽 사람들은 술과 마약을 더 즐긴다. 경제 전문가든, 언론인이든, 아니면 택시기사든 우크라이나에서는 만나는 사람마다 동·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심지어 나라를 쪼개자는 주장까지 나오는 마당이니 우리나라 영·호남 문제보다 훨씬 심각한 셈이다. 서부의 지지를 받고 있으면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정책을 고수하는 유셴코는 동부에서는 국가원수 대접을 제대로 못 받는다. 도네츠크에서 만난 코토바 나탈리아는 “유셴코 때문에 미치겠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첫째 아들이 초등학교에 다니는데 우크라이나어 교재만 쓰라는 지침이 내려왔다. 이제껏 러시아어만 써왔는데…. 완전히 다른 나라에 온 것과 다름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런 불만의 결과가 지난번 선거라고 했다. 집권여당인 우리우크라이나당은 지난 3·26 국회의원 선거에서 빅토르 야누코비치의 지역당, 율리야 티모셴코의 티모셴코블록에 밀려 제3당으로 추락한 것이다. 오렌지 혁명의 파트너였던 티모셴코와 연정을 구상했으나 이것마저 불발됐다. 2004년 대선 당시 대통령 자리를 놓고 격돌했던 야누코비치가 사회당(제4당)의 알렉산드르 모로즈와 손을 잡은 것이다. 국회의장 자리를 약속받은 사회당수 모로즈는 야누코비치를 총리에 앉히라고 대통령을 압박했다. 유셴코 대통령은 결국 정적(政敵)을 총리에 앉히는 굴욕을 감수해야 했다. 정말이지 뚜껑을 열면 열수록 작은 인형이 나오는 ‘마트료시카’만큼이나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우크라이나의 정치구조다. 키예프 시내의 ‘깃발 부대’ 데모는 오렌지 혁명 이후 이젠 일상적인 풍경의 하나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서울의 풍경과 다른 점은 시위도 조용하고 진압경찰도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회의사당 앞에선 지역당 지지자들이, 1㎞쯤 떨어진 독립광장 위에선 티모셴코블록 당원들이, 그 사이에선 유셴코 지지자들이 전국에서 올라와 며칠씩 노숙을 해가며 ‘상경 시위’를 하고 있었다. 족히 수천 명은 되는 이들은 각각 ‘파란색+노란색(지역당)’ ‘흰색(티모셴코블록)’ ‘오렌지색(우리우크라이나당)’ 깃발을 흔들어댔다. 일당을 받고 움직이는 동원부대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올해 4월 신헌법 발효로 우크라이나는 독특한 형태의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하고 있다. 국가원수는 대통령이지만 정부 수반은 국무총리다. 대통령은 외무장관·국방장관·국가정보원장만 임명 제청할 수 있다. 총리는 주지사를 포함해 나머지 각료를 지명할 수 있다. ‘실세 총리’라 함은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이야기다. ‘유셴코-야누코비치 연정’이 얼마나 순조롭게 진행될 것인지가 주목거리다. 9월 14일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을 방문한 야누코비치는 우크라이나와 EU 간의 협력지향서와 WTO 가입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지기반과 노선이 다른 이들의 결합은 아무리 봉합해도 터지게 마련. 야누코비치는 틈날 때마다 “EU나 NATO 가입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이 먼저다”며 자기 목소리를 냈다. 최근엔 보리스 타라슈크 외무장관을 경질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외무장관은 헌법에 의해 대통령에게 임면 권한이 있다. 유셴코가 발끈한 것은 물론이다. 서로 발목을 잡는 대통령과 총리 때문에 키예프에서는 정치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나라를 쪼개자” 정치가 이러니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유럽 최저인 2%대의 경제성장률은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외풍까지 악재로 작용했다. 주요 수출품목인 철강재 가격이 낮아져 국제수지에 노란불이 켜졌다. 연초엔 러시아의 가스값 인상으로 공공요금·연료비 등이 30% 이상 오른 상태다. 우크라이나는 이대로 주저앉는 것인가. 지금의 혼란이나 고전에도 불구하고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한국외국어대 박정호 교수(러시아연구소장)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나라”라고 말한다. 우선 지정학적 가치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의 서쪽엔 폴란드와 루마니아, 동쪽에는 러시아가 버티고 있다. 유럽은 러시아로, 러시아는 유럽으로 가는 관문 같은 나라가 우크라이나다. 절대 놓쳐선 안 될 나라 경제적으로도 요충지다.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나가는 천연가스관의 80%가 우크라이나에 집중돼 있다. 연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 가는 가스관을 봉쇄했을 때 EU 국가들의 반발을 기억하면 그 가치를 쉽게 따져볼 수 있다. 흑해는 또한 카스피해의 에너지가 마지막 지나가는 통로이기도 하다. 그래서 러시아로서도 유셴코의 친서방 정책은 간단치 않은 문제다. 흑해 연안에 있는 세바스토폴 항 같은 경우는 현안 중의 현안이다. 수심이 깊어 러시아 흑해 함대의 모항으로 불리는 세바스토폴은 우크라이나가 친서방 정책으로 돌아설 경우 ‘고립무원’이 될 수 있다. ▶독립국가연합 정상회담. “자리 잡고 있는 민감한 지리적 위치, 그리고 주변의 더 막강한 지정전략적 게임 참가자들의 행동 결과에 따라 그 국가가 지니는 중요성이 더해지는 경우가 있다”는 즈비그뉴 브레진스키의 주장은 우크라이나에서 그대로 확인된다. “흑해 위에 올려진 흑진주 같은 나라”(홍완석 한국외국어대 교수)라는 평가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산업 경쟁력도 대단하다. 우크라이나는 소련 시절 ‘지식탱크’라고 불릴 만큼 지적 자원이 풍부한 국가로 꼽힌다. 정부 지원이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도 항공우주산업 분야에서는 세계 7~8위권 국가로 꼽힌다. 99년부터 우크라이나와 기초 과학기술 교류를 추진하고 있는 이상목 한·유라시아 산업기술센터장은 “우크라이나 역사에서는 ‘쓰라린 기억’인 체르노빌 원전 사고도 우리에겐 기술 배움터”라고 말한다. 원전 사고 처치 노하우, 대형 산불 방재 시스템 등 배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신흥시장으로서도 다시 봐야 할 나라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는 소련 시절 중공업·군수산업 및 농업 위주의 산업구조로 인해 소비재 산업이 대단히 취약하다. 가전제품 가운데는 냉장고 정도밖에 만들지 못한다. 제조업이 이처럼 약하다는 말은 뒤집어 생각하면 해외투자 진출의 기회가 그만큼 크다는 말과도 통한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가 아직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투자를 조심하고 있다. 컨트리 리스크를 우려해서다. 그래서일까? 지난 10월 22일 20여 명의 비즈니스 대표단을 대동하고 서울을 찾은 미하일로프 블라디미르 우크라이나 국제상업회의소(ICC) 수석부회장의 발언은 초겨울 날씨만큼이나 을씨년스럽다. “안타깝지만 아직까지 한국 기업과 합작해 성공한 사례가 없습니다. 투자 유치를 희망하지만 일단 관심부터 보여줬으면 합니다.” 우크라이나는 어떤 나라 위치 러시아~동유럽 사이, 유럽의 지리적 중심, 러시아·벨로루시·폴란드·헝가리·루마니아 등과 인접 면적 60만3700㎢ (한반도의 약 2.7배) 인구 4671만 명 (2006년 7월) 수도 키예프 (261만 명) 주요 도시 하리코프 (147만 명), 드네프로페트롭스크 (106만 명), 오데사 (103만 명), 도네츠크 (101만 명), 리보프 (74만 명) 종교 정교, 기독교 언어 우크라이나어, 러시아어 기후 온화한 대륙성 기후 기온 겨울 -12~-8℃, 여름 18~25℃, 최고기온 35℃ 이상 지형 국토의 95%가 평지, 60%가 비옥한 흑토지대 정치체제 공화국 (대통령 중심제) 대통령 빅토르 유셴코 (2005년 1월 23일 취임) 지방정부 24개 주 및 크리미아 자치공화국 의회 지역당 186, 티모셴코블록 129, 우리우크라이나당 81, 사회주의자당 33, 공산당 21 GDP 751억 달러 (2005년, 공식 통계), 3404억 달러 (CIA, 2005년, 구매력 기준), 3300억 달러 (IMF, 2005년) 1인당 GDP 1747달러, 7200달러 (CIA, 구매력 기준) 수출 382억 달러 (2005년) 수입 372억 달러 (2005년) 주요 자원 철광석·석탄·티타늄·흑연·마그네슘·목재 등 주요 산업 철강·기계·비철금속·화학·항공우주산업 등 월평균 임금 864.9그리브나(약 172달러) 화폐 그리브나(hryvnya), 1달러=5.05그리브나 길고 긴 고난의 역사 ‘잃어버린 800년’ 축복인가, 재앙인가? 한반도의 세 배에 이르는 광활한 영토, 그것도 세계 최고의 옥토를 보유한 우크라이나는 유럽과 아시아 강호들에게 ‘사냥감’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곧 우크라이나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크라이나에서 고대 정착민의 역사는 기원전 35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 고트족·훈족·불가리아인들이 우크라이나 영토에 출현했다. 국가 형태가 처음 나타난 것은 8~9세기에 형성된 키예프 루시(Kyiv Rus)다. 이 시기 슬라브족이 형성되고 이후 우크라이나의 역사가 시작됐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키예프 루시는 기독교를 수용(988년)하면서 동로마제국의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플(현 이스탄불)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강성한 세력을 누리게 된다. 12세기 초반까지 봉건국가로 발전하던 키예프 루시는 1223년부터 세 차례에 걸친 몽골족의 침입으로 멸망하고 만다. 이때부터 8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우크라이나인들은 이 비옥한 땅의 ‘주인’이 된 적이 거의 없다. 몽골에 200여 년간 지배를 당하더니 14세기 중반에는 리투아니아·폴란드·터키·몰도바에 의해 분할되는 수모를 겪는다. 1569년엔 폴란드·리투아니아 합병으로 드네프르 강 서안이 폴란드에 귀속됐다. 이후 폴란드의 해체(1772년)에 따라 나라가 갈가리 찢겨 러시아·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 편입됐다. 소련에 흡수된 것은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우크라이나 소비에트 공화국이 선포되고, 1922년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 창설 조약에 서명하면서부터다. 86년 고르바초프에 의해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이 발표되고 이후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하면서 우크라이나는 91년 8월 24일 독립선언문을 채택했다. 같은 해 12월 1일 레오니트 크라브추크가 초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2006.12.04 15:50

9분 소요
지적 능력 갖춘 종합예술인 '기생'

산업 일반

역사 자료 수집가인 이돈수씨는 20여년 전부터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에 제작된 1만3천여점의 엽서와 사진을 수집해왔다. 그가 특히 관심을 가졌던 것은 전통적 예인에서 술을 파는 접대부로 변신해갔던 당대 기생들의 흔적이다. 그가 수집한 사진 중에는 기생과 관련된 것이 4백여점이다.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갤러리는 이씨의 수집품을 토대로 자체 수집한 기생 관련 자료들을 전시 중이다. 전시회의 타이틀은 ‘기생전’. 이번 전시회는 기생을 주제로 한 첫번째 시도다. 일제 하에 제작된 기생 관련 사진에서부터 기생이 그린 글·그림, 기생을 주제로 한 현대미술품, 규방용품·장신구·한복 등 기생과 관련된 모든 것이 등장한다. ‘지적 능력을 갖춘 종합예술인’이라는 기생의 면모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전시다. 조선시대 민속학자였던 이능화는 기생을 ‘해어화’(解語花)라 불렀다. “말을 알아듣는 꽃”이란 뜻이다. 기생이 비록 상류층과 교분을 나눴던 특권층이었지만 천한 신분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슬프고 가련한 존재들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능화의 ‘조선해어화사’에는 “이 내 손은 문고리인가/이 놈도 잡고 저놈도 잡네/이 내 입은 술잔인가/이놈도 핥고 저놈도 핥네/이 내 배는 나룻배인가/이놈도 타고 저놈도 타네”라는 한 기생의 탄식이 실려 있다. 이번 전시는 양반의 노리개라거나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폄하돼온 기생을 시·서·화에 능한 교양인으로 되돌리려는 시도다. 기생에 부당하게 덧씌워진 이미지를 전복시키려는 것이다. 19세기 평양 명기 죽향이 그린 ‘묵란도’는 당대 최고의 명기였던 그녀의 높은 교양과 예술적 재능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회에 처음 소개되는 어느 기생의 치마폭에는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난초가 그려져 있다. 패션 디자이너 김혜순이 복원한 기생의 장옷과 젖가리개·속곳은 그들이 왜 당대의 패션 리더였던가를 잘 보여준다. 페미니스트 화가인 윤석남은 기생을 능동적이며 선구자적인 이미지로 표현한 그림으로 이 전시회에 참여했다. 방대한 사진엽서들은 기생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기생들은 가야금을 뜯거나 옹기종기 모여 담배를 피우고, 붓글씨를 쓰거나 창을 배운다. 일제 강점기 명월관 기생들의 표정에서는 신여성다운 당당함도 엿볼 수 있다. 일제시대 들어 기생의 무대가 요리점이나 박람회·공연장 등으로 확대됐다. 당대의 현대적인 여성을 대표한 것이다. 1월 13일 시작된 이번 전시회는 2월 13일까지 열리며, 전시 기간 중인 2월 11일에는 기생을 주제로 한 디자이너 김혜순의 한복 패션쇼가 개최될 예정이다. 입장료는 소인 1천원, 대인 2천원.

2005.02.01 14:38

2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