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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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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국제 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계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의 미국 퇴출을 막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22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보수단체 터닝포인트 주최 연례행사 아메리카 페스트에서 "우리가 선거운동 기간에 틱톡에 진출했고 수십억뷰를 올리며 큰 호응을 얻었기 때문에 (틱톡 퇴출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트럼프 당선인은 이어 "틱톡 측에서 내게 차트를 가져왔는데 기록적인 수준이었으며, 보기에 너무 아름다웠고, 차트를 보면서 '요놈(this sucker)을 한동안 갖고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트럼프가 공화당 지지자들 앞에서 틱톡 퇴출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강력히 표명한 셈이다.미국 의회 상원은 지난 4월 국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틱톡의 중국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에 틱톡 매각을 요구하는 이른바 '틱톡 금지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의회 내 대(對)중국 강경파들은 중국공산당이 틱톡을 통해 미국 선거와 여론 형성 등에 개입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 법안을 발의했다.틱톡과 바이트댄스 측은 해당 법의 합헌 여부에 대한 대법원판결이 있을 때까지법 시행을 일단 막아달라는 가처분 소송을 냈으나, 워싱턴DC의 연방 항소법원은 지난 13일 이를 기각했다.틱톡 측은 다시 연방대법원에 항고해 대법원 심리를 앞두고 있다.법원이 바이트댄스의 손을 들어주지 않으면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식 하루 전인 내년 1월 19일부터 미국에서 틱톡은 사용이 중지된다.트럼프가 상원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된 이 법안을 어떻게 취소할지는 불분명한 상태다.트럼프는 지난 16일 틱톡의 추 쇼우즈 최고경영자(CEO)를 만났으며, 이날 기자회견에서 틱톡에 대해 "마음속에 따뜻한 감정(a warm spot)을 갖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틱톡은 콘텐츠 추천 엔진과 사용자 데이터는 오라클이 운영하는 미국 내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돼 있다면서 미국 사용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콘텐츠 심의 결정은 미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2024.12.23 11:32

2분 소요
불법과 예술의 경계에 선 ‘타투’[백세희의 컬처&로(LAW)]

전문가 칼럼

요즘 문신(타투)한 사람을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거리나 식당 등에서도 흔히 볼 수 있고, 온라인에서도 연예인이 타투를 했느니 지웠느니 말도 많다. ‘반영구 눈썹’도 문신 시술의 일종이므로 여기까지 범위를 확대하면 갑자기 주변인 상당수가 문신 경험자가 된다. 이런저런 사회적 편견이 아직 남아 있긴 하지만, 문신은 예전처럼 무조건 '불량함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젠 온몸에 문신이 있어도 보충역이 아닌 현역으로 입대한다. 2021년 2월 1일부터 시행된 「병역판정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은 문신에 대한 4급 기준을 없애고 현역 판정을 한다. 나아가 문신은 예술로 인정돼 세계적인 박람회가 종종 열린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문신 시술 행위는 「의료법」 등 실정법 위반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의료인이 아닌 시술인의 문신 시술 행위는 형사처벌을 받는 범죄라는 것을. 하지만 법 어디에도 명시적으로 ‘문신은 불법이다’라고 쓰여 있지는 않다. 그럼 왜 불법이 될까? 문신 시술을 하는 사람, 즉 타투이스트(문신사)는 「의료법」 제27조 제1항 본문 전단과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5조 제1호가 금지하는 ‘의사가 아니면서 의료행위를 업(業)으로 하는 것’에 해당할 수 있다. 타투이스트가 처벌을 받을지 아닌지는 결국 ‘의료행위’가 무엇인지에 대한 법률해석을 통해 결정된다. 문신 시술은 의료행위일까? 우리 법원은 반영구 눈썹 시술을 포함한 문신 행위 일체를 「의료법」상의 의료행위로 본다. 대표적으로 대법원의 한 판결(1992. 5. 22. 선고 91도3219)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는 눈썹 등 부위의 피부에 자동문신용 기계로 색소를 주입해 문신을 한 행위가 신체 등에 대한 위험성이 없어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고등법원)을 법리오해 등의 이유로 파기한 판결이다. 바늘로 몸에 상처를 내 그 속에 색소를 주입하는 시술이 작업자에 따라 진피를 건드릴 수 있고, 문신용 침을 매개로 질병이 전염될 우려도 있는 만큼 의료행위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위 법리는 현재까지도 확고하게 굳어있다. 문신 시술 행위를 「의료법」 위반으로 보는 해석과 근거 법률 조항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위헌 논의가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수차례에 걸쳐 의료인이 아닌 자의 문신 시술 처벌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가장 최근의 합헌 판단은 2022년 3월 31일에 이뤄졌다.위 판결에서 헌법재판소는 ‘의료행위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가 아니라 하더라도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까지 포함한다’는 전제 아래, ‘문신 시술은 바늘을 이용해 피부의 완전성을 침해하는 방식이다. 이때 색소를 주입함은 물론, 감염과 염료 주입으로 인한 부작용 등 위험을 수반하므로 의료법 등이 정하는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른바 ‘반영구 화장’의 경우라고 해서 위험이 줄어든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설시했다. 나아가 문신 시술을 위한 별도의 자격제도를 마련할지는 여러 가지 사회적‧경제적 사정을 참작해 입법부가 결정할 사항이므로, 그에 대한 별도의 입법이 없다는 사실이 곧 위헌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헌재 2022. 3. 31. 2017헌마1343 등 참조). 제도와 동떨어져 커져만 가는 문신 시장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신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의사 아닌 타투이스트의 시술이 정말 불법이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로 성황이다. 각종 협회의 존재만 해도 그렇다. 한국반영구화장협회, 대한반영구화장협회, ㈔대한문신사중앙회, ㈔한국패션타투협회 등등 여러 업체가 협회라는 이름으로 사업자등록을 하거나 사단법인화한 것을 보면 일반인들로선 당연히 문신이 제도권 내에 들어온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때로 이런 혼란은 정부가 나서서 초래하기도 했다. 조금 지난 얘기긴 하지만, 2015년 고용노동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신직업 추진 현황 및 육성계획’을 발표하면서 17개의 신직업 중 타투이스트(문신사)를 포함하기도 했다. 2019년 10월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보건복지부는 2020년 말까지 반영구 시술을 미용업소에서도 가능케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위 계획은 결국엔 무산되고 말았지만, 정부 관계자의 발표 그 자체만으로도 대중을 혼란에 빠뜨리기에는 충분했다.대중의 혼란을 종식하기 위해 국회의원들은 17대 국회부터 관련 법안을 꾸준히 발의하고 있지만 번번이 폐기되는 상황이다. 헌법재판소가 말한 대로 결국 문신을 허용할지는 입법부인 국회가 칼자루를 쥐고 있는 셈인데, 왜 이렇게 매번 실패하는 것일까?문신 합법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의료계의 반발이다. 국회에서 「문신사법」 제정안이 발의됐을 당시, 대한의사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비의료인의 문신 행위는 명백한 무면허 의료행위로,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피부과학회와 대한피부과의사회 등도 같은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다.일반인들은 문신의 아름다운 면만 보지만, 실제로 부작용으로 고통받다 찾아오는 환자들을 다수 접하는 의사들로서는 눈에 보이는 위험을 묵과할 수 없다는 배경이 깔려있다.확고해 보이던 법률해석, 균열의 시작?문신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계속 불법으로 남아 있을까?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오랜 기간 확고해 보였던 법률해석에 서서히 균열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소개한 2022년 3월의 헌법재판소 판단에서는 9인의 재판관 중 4인이 반대의견을 개진했다. 문신 시술에 대한 처벌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위헌 판단을 위한 정족수에 미치지 못해 결국 합헌으로 최종 판결이 이뤄졌지만, 재판관 9명 중 절반에 가까운 4인의 반대의견은 달라진 법률해석의 가능성을 보였다.국가인권위원회 역시 문신사에 대한 처벌을 인권적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문신사들이 제기한 진정사건에 대해 인권위 소관이 아님을 밝히며 각하하면서도 “직업의 자유, 예술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 인권적 관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힌 것이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기존의 판례를 변경하기도 했다. 2020년 9월 16일 일본 최고재판소(우리나라 대법원과 같은 역할)는 문신사의 문신 시술 행위가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무죄를 선고한 2심을 그대로 확정시킨 것이다. 최고재판소는 ‘문신 시술은 의학을 넘어 미술 지식 및 기능을 필요로 하지만 의사면허 취득 과정에 그런 지식과 기능을 습득하는 것은 예정돼 있지 않다’며 ‘오랜 세월에 걸쳐 의사면허를 갖고 있지 않은 문신사가 문신을 해왔는데, 의사만이 독점적으로 문신을 하는 상황은 상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판단을 했다. 이웃나라 일본 최고재판소의 위 판례 변경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변화한 법감정...문신의 미래는문신은 예술일까? 종교의식, 주술, 신분의 상징 등을 표현하기 위해 시작됐다는 문신의 기원은 회화나 조각, 무용, 음악의 시작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상대방을 위협하는 기능이 강조돼 법의 제재를 받게 됐다. 문신에 대한 사람들의 감정이 변한 것이다. 이런 감정은 시간이 흐르며 다시 바뀌게 마련이다. 사회 구성원의 변화한 감정에 법률적인 의미가 부여되면, 우리는 이를 ‘법감정’이라 부른다. 부부 사이의 강압적인 성관계를 강간으로 보는 대법원 판례 변경(예전에는 부부 사이에는 강간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해석했다), 양심적 병역 거부 사유의 확대 추세, 처벌받아야 할 음란한 작품인지를 판단하는 기준 등등 법원의 해석에 의한 법리 변화의 바탕에는 법감정의 변화가 있다. 법감정은 시대에 따라 계속 변한다. 따라서 법리도 마땅히 변화된 법감정에 따라 발전할 것이다. 의료행위 개념도 그렇지 않을까? 문신 행위에 대한 우리의 법감정이 이미 변했다고 볼 수 있을까. 반대로 대중에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시술 부작용을 생각한다면 문신 합법화는 시기상조일까. 깊게 생각해 볼 문제다.백세희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2024.11.16 10:01

5분 소요
게이머 21만명이 헌법재판소로 간 까닭[백세희의 컬처&로(LAW)]

전문가 칼럼

1988년 헌법재판소 설립 이래 최대 규모의 헌법소원이 청구됐다. 청구인 수는 무려 21만명. 지난 8일 제기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법’) 제32조 제2항 제3호에 관한 위헌소원이다. 해당 조항은 아래와 같다.제32조(불법게임물 등의 유통금지 등) ② 누구든지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게임물을 제작 또는 반입하여서는 아니 된다.3. 범죄·폭력·음란 등을 지나치게 묘사하여 범죄심리 또는 모방심리를 부추기는 등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것청구인 대표와 대리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광범위한 게임 콘텐츠에 대한 규제는 표현의 자유 침해를 넘어 업계 종사자의 창작 자유와 게임 이용자의 문화 향유권을 심각하게 제한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해당 조문이 위헌인 이유로는 명확성의 원칙 위배를 들고 있다. “모호한 조항 탓에 심의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경우가 빈번해 제작자와 배급업자가 법을 예측하고 따르기 어렵다”는 의견이다.그런데 실제로 게임물을 시장에 나올 수 없게 만드는 직접적인 조문은 따로 있다. 바로 게임법 제22조(등급분류 거부 및 통지 등)다. 이 조항은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특례법」, 「형법」 등 다른 법률 또는 게임법 규정에 의해 규제 또는 처벌대상이 되는 게임물에 대한 등급분류 신청이 있거나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 등으로 등급분류를 신청했을 때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위원회’)가 그 분류를 거부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위원회로부터 등급분류를 받지 못하면 게임은 시장에 유통될 수 없다. 따라서 등급분류를 거부할 수 있는 위 조항이야말로 게임 심의에 대한 가장 직접적이며 강력한 근거 법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번 헌법소원의 심판 대상은 제22조 제2항이 아닌, 제32조 제2항 제3호일까? 청구인 대표와 대리인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른바 ‘사전검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법리 등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라 설명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검열과 관련된 그간의 헌법재판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사상과 의견’ 사전검열은 위헌…등급분류제도는 합헌검열과 관련된 법리는 주로 ‘영화’와 관련해 발전했다. 한국 영화는 일제강점기의 검열 속에서 시작됐다. 이후 미군정과 군사 정권시절에 이르기까지 영화의 제작·배급·상영에 대한 사전검열은 계속됐다. 1984년에는 ‘검열’이라는 단어를 ‘심의’로 바꿨다. 하지만 단어만 바뀌었을 뿐 본질적인 차이는 없었다. 1987년에는 ‘시나리오’에 대한 사전심의 제도가 폐지됐지만 촬영을 마친 작품에 대한 삭제 및 상영금지는 여전히 가능했다.그러던 중 1996년 10월 4일 헌법재판소는 역사적인 위헌 결정을 내렸다. 영화는 상영 전 공연윤리위원회(이하 ‘공윤’)의 심의를 받아야 하며, 심의를 받지 않은 영화는 상영하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행정권이 공윤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공윤이 영화 상영에 앞서 그 내용을 심사해 심의기준에 적합하지 아니한 영화에 대해서는 상영을 금지할 수 있고, 심의를 받지 아니하고 영화를 상영할 경우에는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도록 한 것은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제도에 해당한다는 결정이었다. 다만 이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모든 형태의 사전적인 규제를 위헌으로 본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면 유통단계에서 영상물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사전에 등급을 심사하는 것은 사전검열이 아니라고 했다. 이런 논리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제도’이다.그런데 초창기의 영화 등급분류에는 ‘상영등급 분류보류’라는 등급이 있었다. 등급을 매길 수 없다는 이유로 상영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보류’라는 이름 아래 사실상 사전검열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헌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2001년 8월 30일 「영화진흥법」 제21조 제4항의 상영등급분류보류를 위헌이라 결정했다. 등급분류보류제도가 위헌 결정을 받으며 탄생한 것이 바로 ‘제한상영가’ 등급이다. 제한상영가 등급 규정에 대해서도 2008년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었지만, 그 이후에도 제한상영가 등급 제도는 계속 운영되고 있다. 위 헌법불합치 결정이 제한상영가 등급 제도가 사전검열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라, 단지 규정이 모호해 어떤 영화가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을 수 있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이 결정에 따라 2009년 개정 영화법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해 현재 이 제도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 중이다. 게임의 ‘등급분류 거부’도 위헌?그렇다면 게임법 제22조 제2항의 ‘등급분류 거부’는 과거 위헌 결정을 받았던 영화의 ‘상영등급 분류보류’와 비슷한 것이 아닐까? 표현만 다를 뿐이지 위원회의 등급분류가 없이는 유통될 수 없다는 효과의 측면에서는 비슷한 것 같다. 하지만 위 두 규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미묘한 차이가 존재한다.위헌 결정을 받았던 영화진흥법 제21조 제4항은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내용검토’를 통해 ①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거나 국가의 권위을 손상할 우려가 있을 때 ②폭력․음란 등의 과도한 묘사로 미풍양속을 해치거나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을 때 ③국제적 외교관계, 민족의 문화적 주체성 등을 훼손하여 국익을 해할 우려가 있을 때 등급분류를 보류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었다. 영화라는 표현물의 내용만을 규제했던 것이다. 반면 게임법 제22조 제2항은 표현물의 내용에 관한 사항이 아닌 등급분류거부사유도 열거하고 있다. ▲사행행위 규제법이나 형법상 처벌대상이 되는 경우 ▲정당한 신청 권원을 갖추지 아니한 경우 ▲신청 방법이 부정한 경우 ▲사행성게임물에 해당하는 경우 등이다. 이를 표현물의 사상이나 의견에 대한 내용규제로 보기는 어렵다. 이런 이유로 이 조항 전부가 헌법상 사전검열금지원칙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하다.하지만 게임법 제22조 제2항에 위헌 소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게임의 등급분류 거부는 다른 법률뿐만 아니라 ‘게임법이 금지하는 행위’를 근거로도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위원회의 등급분류 거부는 이번 헌법소원의 심판대상 조문인 제32조 제2항 제3호를 근거로 이뤄지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한다. 이는 표현물의 내용검토에 해당한다. 결국 등급분류 거부 문제는 제32조 제2항 제3호를 해결해야만 한다. 표현물로서의 게임에 대한 제도 변화에 관심을 여러 법리적 검토와 전략적 판단을 거친 이번 헌법소원은 어마어마한 청구인 수와 이에 상응하는 언론의 관심만으로도 이미 절반은 성공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표현물로서 게임이 겪고 있는 규제 상황을 보다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관심을 촉구한다는 측면에서 말이다. 헌법재판은 고여있는 물이 아니다. 천천히 흘러가는 큰 물결이다. 헌법재판소는 변화하는 사회상을 반영해 시대에 맞는 헌법정신을 찾아나간다. 영화와 음반을 둘러싼 사전검열 판단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변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와 변화한 시대상이 조화롭게 반영된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백세희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2024.10.19 10:00

5분 소요
美 총기 규제 탄력 받나…미 대법 ’가정 폭력범 총 소유 금지’는 합헌 결정

국제 이슈

미국에서 여자 친구에게 폭력을 휘두른 한 남자는 2020년 총기 소지 금지 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이를 어기고 총격을 가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2월 제5연방 항소법원은 가정 폭력범의 총기 소지 금지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연방 대법원이 공공장소에서 총기 휴대를 제한한 뉴욕주 법이 위헌이라고 판단한 것과 같다. 여기까지는 총기 규제가 어려운 미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 흐름에 균열이 생겼다. 로이터·블룸버그 통신 등은 21일(현지시간) 미 연방 대법원이 ‘가정 폭력범의 총기 소지 금지는 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대법관 8대 1의 의견으로 총기 규제 합헌을 내린 것인데, 그동안 미 법원은 총기 규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주로 취해왔다. “총기 규제는 역사적 전통과 모순되지 않아야 한다”는 수정헌법에 근거해서 총기 규제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 그러나 대법원에서 항소법원의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이번 결정에 대해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국가 설립 이후 총기법은 다른 사람에게 신체적 해를 가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삼아왔다. 가정 폭력범의 총기 소유 금지 명령은 수정헌법 2조와도 일치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총기 규제의 필요성을 주장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환영 입장을 내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이반 판결로 가정 폭력의 생존자와 그 가족들은 지난 30여 년간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중대한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됐다”면서 “학대당한 사람은 누구도 자신들을 학대한 가해자가 총을 소유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2024.06.22 13:37

2분 소요
무려 8년…로톡-변협 갈등, 징계받은 123명 변호사 ‘또 기다림’

테크

8년을 내리 끈 ‘로톡’과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간 갈등. 이 사이에서 징계를 받은 변호사들에 대한 법무부 판단이 다시 미뤄졌다.법무부는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에 가입해 변협으로부터 징계받은 변호사들이 제기한 이의신청을 살피는 2차 심의를 6일 열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로톡과 변호사단체 간 갈등은 8년 전부터 지속돼 왔다. 로앤컴퍼니는 ‘법률 서비스 시장의 정보 비대칭 해소’란 포부를 내걸고 2014년 2월 로톡 서비스를 출시했다. 변협 등 변호사 단체들은 2015년 로톡을 특정 변호사 소개·알선·유인 행위를 금지한 변호사법 34조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고발했다. 로톡이 변호사로부터 광고비를 받아 소비자에게 노출하는 식의 서비스가 법률을 위반한 소지가 있다는 취지다. 변호사 단체가 로톡을 고발한 건 2015년 이후로 총 3차례다.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변협은 또 2021년 5월 법률 서비스 플랫폼 이용을 규제하는 내용의 내부 광고 규정을 개정했다. 이를 근거로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2월까지 변호사 123명을 징계했다.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변호사징계위원회(징계위)에선 징계받은 123명의 변호사가 낸 이의신청에 대한 재심의가 이뤄졌다. 징계위는 지난 7월 20일에도 열린 바 있다. 당시에도 양측 입장이 좁혀지지 않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법무부는 2차 심의에서도 결론을 내진 못했으나 “사실상 모든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최종 결론을 곧 도출할 예정이라고도 했다.이날 징계위엔 변협에서 징계받은 11명의 변호사가 직접 참석했다. 강문혁 법무법인 안심 대표변호사는 징계위 참석 전 취재진과 만나 “단순히 민간 기업이 법률 플랫폼을 운영하면 변호사들이 종속되고 법률 서비스 질이 낮아질 거라는 (변협의) 우려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이성준 법무법인 다움 변호사도 “10년 전만 해도 영상 재판을 생각할 수 없었지만 시대와 기술의 발전으로 제도가 생긴 것처럼 로톡과 같은 법률 플랫폼의 등장은 자연스러운 시대 흐름”이라고 말했다.변협 측도 반박에 나섰다. 이태한 변협 부협회장은 “변호사의 공공성 영역에 상인이 들어오게 되면 입게되는 폐해를 알기 때문에 청년 변호사들의 80%가 플랫폼에 반대한다는 부분을 (심의 과정에서)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징계위에선 로톡 서비스의 구체적 운영방식, 헌법재판소·검찰·공정거래위원회 등 유관기관의 판단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국내·외 유사 플랫폼 사례 등도 살폈다.한편, 변협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플랫폼 관련 협회 정책에 대한 전국 회원 설문조사’에서 ‘변협이 합헌 결정을 받은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에 근거해 사설 법률 플랫폼을 이용하는 일부 회원들을 징계한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란 질문에 1888명(55.1%)이 ‘향후 징계를 중단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또 ‘사설 법률 플랫폼의 허용 여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2413명(70.2%)이 전면 허용 또는 제한적 허용에 찬성했다.

2023.09.06 20:42

2분 소요
대법 “타다 불법 아니야”, 이재웅 대표 무죄확정

IT 일반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 전 경영진이 불법 논란 4년 만에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2020년 ‘타다 금지법’ 시행에 따라 논란이 됐던 핵심 서비스 ‘타다 베이직’은 다시 운영할 수 없을 전망이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1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웅 쏘카 전 대표와 타다 운영사인 VCNC 박재욱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던 원심에 대해 상고 기각 판결을 내렸다. 논란이 된 타다 베이직은 스마트폰 어플로 운전기사가 있는 11인승 승합차를 빌려 이용하는 서비스였다. VCNC가 쏘카에서 렌터카를 빌려 운전자와 함께 차량을 대여하는 형식으로 운영됐다. 2018년 10월 서비스 시작과 함께 택시업계는 타다베이직이 불법 콜택시라고 주장했다. 택시기사 1명이 분신해 사망하는 등 대규모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검찰은 타다 베이직이 여객자동차법 상 금지되는 영업행위를 하고 있다고 보고 서비스 출시 1년만인 2019년 10월 이 전 대표와 박 전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타다 측은 이에 대해 “타다 베이직은 기사알선을 포함한 자동차 대여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서비스 출시 당시 여객자동차법은 ‘승차정원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자동차’인 경우에 대해 자동차 대여 사업자가 운전자를 알선하는 행위를 예외로 인정했는데 타다 측은 자사 서비스가 이 예외조항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원심과 항소심 법원은 이 전 대표와 박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자동차 대여업체가 기사와 함께 자동차를 대여하는 것은 적법한 영업 형태로 정착돼 있었는데, 타다는 이런 서비스에 통신기술을 접목했을 뿐”이라고 판결했다.그러나 2019년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 민주평화당 김경진 의원 등 정치권은 일명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이듬해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법안은 예외조항을 ‘관광 목적’ 또는 ‘대여 시간이 6시간 이상’, ‘대여·반납 장소가 공항 또는 항만’으로 더욱 세분화했다. 쏘카와 VCNC는 타다 금지법에 대해 헌법 소원을 신청했지만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 “입법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타다는 개정된 여객자동차법의 테두리 내에서 ‘타다 라이트’, ‘타다 넥스트’ 등 기존 타다 베이직과 다른 유형의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타다 넥스트는 고급 택시면허를 보유한 운전기사가 7~9인승 승합차를 운행하는 서비스다.

2023.06.0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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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국감에 오른다…‘10년 족쇄’ 풀릴까

산업 일반

10년째 이어진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논의에 제동이 걸린 가운데 관련 논란이 국정감사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안건은 지난 7월 진행된 ‘국민제안’ 투표에서 국민제안 10개 중 가장 많은 ‘좋아요’ 표를 얻으면 1위를 기록했지만, 투표 절차에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사실상 논의가 무산됐던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 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종합감사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에 관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 안갯속 빠진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도…산자위 국감에 ━ 국회 산자위 소속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달 21일 열리는 종합감사에서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도와 관련 질의를 할 예정이다. 증인으로는 이제훈 홈플러스 대표이자 한국체인스토어협회장이 채택됐고, 종합감사에는 허영재 체인스토어협회 상근부회장이 대신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엔 이정식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장이 참고인으로 참석해 질의가 진행됐다. 이동주 의원실 관계자는 “21일 오후 3~4시쯤 이제훈 한국체인스토어협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이 의원이 질의할 예정”이라며 “한국체인스토어협회 측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까지 요구하고 있진 않고, 규제 완화 정도를 원하고 있어 이와 관련된 내용을 확인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 의원 측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제도는 유통산업발전법 내용 중 일부로 들어가 있는 것으로, 정부가 이를 심판하는 것은 잘못된 절차라고 생각한다”며 “이 제도는 10년 넘게 이어진 것으로 시장에 어느 정도 정착됐다고 생각되고, 노동자들의 휴식과 상생을 위해 대규모 점포의 휴업 의무화가 계속돼야 한단 입장”이라고 전했다. ━ 국민제안 투표서 1위했는데…투표 절차 오류로 논의 무산 2012년 시행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월 2회 의무적으로 휴업해야 한다. 해당일에는 점포 온라인 주문 배송도 금지된다. 서울을 포함한 전국 대부분 지역은 매월 둘째, 넷째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정하고 있다. 전통시장을 살리고 골목상권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규제였지만 실효성 논란이 늘 뒤따랐다. 대통령실은 지난 7월 ‘국민제안’ 투표를 진행해 국민투표에서 표를 많이 얻은 상위 3가지 제안을 선정해 국정에 반영할 방침이었고, 10건의 국민제안에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안건도 올라갔다. 투표 결과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57만7415표를 얻어 10건의 안건 중 1위를 기록하며 10년 만에 국민도 참여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투표 과정에서 ‘어뷰징(중복 전송)’ 문제로 우수 국민제안 상위 3건을 별도로 발표하지 않기로 하면서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10년째 이어진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 폐지에 대한 기대감이 업계 안팎으로 컸던 만큼 관련 종사자들과 국민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논의가 무효가 된 것이 안타깝기는 했다”면서도 “투표 결과를 통해 소비자들도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10년 넘게 이어져 온 제도인데 투표만으로 당장 법안을 바꿀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면서 “다만 이번 투표를 통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었고, 이 제도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시점이 왔다는 것 자체에는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 소비자·마트업계 “폐지 찬성” VS 소상공인 “폐지 논의 멈춰야” ‘대형마트 규제 폐지’와 관련해 소비자·마트업계 측과 소상공인 측은 첨예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대한상공회의소가 1년 이내 대형마트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6대 광역시 거주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인식조사에선 소비자들의 의무휴업 반대 여론을 확인할 수 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67.8%가 ‘대형마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현행 유지와 규제 강화는 각각 29.3%, 2.9%에 그쳤다. ‘의무 휴업 등으로 대형마트에 못 갈 경우 전통시장을 방문한다’는 소비자는 8.3%에 그쳤다. ‘대형마트 영업일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소비자는 28.1%였다. 반면 소상공인들은 대형마트 규제 완화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 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지난 7월 21일 성명서를 내고 “마트 의무휴업은 2018년 헌법소원에서 공익으로 정당성이 인정돼 합헌으로 결정됐다”며 “여러 판결에서 적법성이 입증됐음에도 골목상권 최후의 보호막을 제거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소상공인연합회도 대형마트 의무휴업 국민투표 유감 성명을 발표했던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 범위를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로 확대하고 추석과 설날 당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는 한편, 복합쇼핑몰과 백화점, 면세점 등을 영업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개정안을 발의해 둔 상태다. 정연승 단국대(경영학과) 교수는 “너무 소모적인 논쟁을 길게 가져가지 않도록 새 정부가 장기적으로 존속된 규제들의 실효성에 대해 좀 더 정확하게 판단하고 토론의 장을 열어주는 기회를 제공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2022.10.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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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도 마트 갈래요”…대형마트 규제, 마침내 ‘족쇄’ 벗나

산업 일반

10년째 이어진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 폐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이 ‘대형마트 월 2회 의무휴업’ 폐지에 대한 찬반에 대한 질문을 온라인 국민투표에 부치기로 했기 때문이다. 마트업계는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을 환영하는 반면 소상공인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적잖은 난관이 예상된다. 대통령실은 21일부터 열흘간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등 10개 국민제안을 온라인 국민투표에 부치고 우수 제안 상위 3가지를 선정해 국정에 반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투표는 이달 31일 자정까지 진행된다. ━ “실효성 없어”…소비자 10명 중 7명, “규제 완화 필요” 23일 기준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10개 제안 중 가장 많은 공감을 받고 있어, 최종 3건에 선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소비자들 사이에서 대형마트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어 왔고, 이번 역시 소비자 여론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지난 5월 대한상공회의소가 1년 이내 대형마트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6대 광역시 거주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인식조사에도 이런 여론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67.8%가 ‘대형마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현행 유지와 규제 강화는 각각 29.3%, 2.9%에 그쳤다. ‘의무 휴업 등으로 대형마트에 못 갈 경우 전통시장을 방문한다’는 소비자는 8.3%에 그쳤다. ‘대형마트 영업일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소비자는 28.1%였다. 2012년 시행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월 2회 의무적으로 휴업해야 한다. 해당일에는 점포 온라인 주문 배송도 금지된다. 서울을 포함한 전국 대부분의 지역은 매월 둘째, 넷째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정하고 있다. 전통시장을 살리고 골목상권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규제였지만 실효성에 논란이 늘 뒤따랐다. 마트업계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가 역차별을 조장하고 소비자 편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이 제도로 대형마트는 10년째 이커머스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제도가 처음 만들어졌을 땐 대형마트와 소상공인을 대립관계 구도로 가져갔지만 코로나19 이후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의 싸움이 됐다”며 “대형마트는 오프라인 매장을 갖고 있다는 이유 하나로 규제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는 지난 10년간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규제였고, 정작 가장 중요한 소비자들의 편익에 대한 배려가 배제돼왔기 때문에 그 점이 가장 아쉬웠다”며 “이제라도 국민의 의견을 직접 청취하겠다는 이번 결정은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가 사라져야 지역 상권과 대형마트가 함께 살아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의무휴업 규제가 도입된 2012년 소매업 총매출에서 14.5%를 차지했던 대형마트 비율은 지난해 8.6%로 줄었다. 하지만 전통시장이 포함된 전문소매점의 비율도 40.7%에서 32.2%로 줄었다. 반면 온라인·홈쇼핑 같은 무점포소매업은 13.8%에서 28.1%로 배 이상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 제도가 폐지되면 주말 인력을 고용 해야 하기 때문에 지역 인력 고용창출 효과가 있고, 마트 입장에서도 통상 주말에 평일보다 매출이 2.5~3배 정도 많이 나와 매출 상승의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소상공인들은 대형마트 규제 완화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골목상권의 피해가 심각하고 물가상승까지 겹쳐 대형마트 규제까지 완화되면 생존권이 더욱 위협받게 된다는 주장이다. 한국 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지난 21일 성명서를 내고 “마트 의무휴업은 2018년 헌법소원에서 공익으로 정당성이 인정돼 합헌으로 결정됐다”며 “여러 판결에서 적법성이 입증됐음에도 골목상권 최후의 보호막을 제거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소상공인연합회도 대형마트 의무휴업 국민투표 유감 성명을 발표해 강경한 입장을 보여 제도 완화에 대한 갑론을박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증권업계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현실화하면 대형마트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NH투자증권·KB증권·교보증권 등은 월 2회 의무휴업 폐지 시 대형마트 업체가 기대할 수 있는 연간 매출 증가 규모를 이마트 9600억원, 롯데마트 3800억~3840억원으로 각각 추산했다. 연간 영업이익 증가 폭은 이마트 1440억원(NH)~2000억원(KB), 롯데마트 500억원 안팎으로 예상했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2022.07.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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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 징계 대상 변호사, 모든 수단 동원해 보호할 것”

IT 일반

마지막 싸움일 것 같던 헌법소원도 끝이 아니었다. 변협은 징계 근거인 일부 조항은 합헌 판단을 받았다면서 5월 30일 로톡 가입 변호사 28명에 대해 징계 절차에 돌입했다. 변협·법무부 징계위원회 결정에 불복한 변호사는 이의신청을 거쳐 행정소송으로 갈 수 있지만, 적어도 1년 이상 걸린다. 하지만 로톡도 물러날 생각은 없어 보인다. 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와 2012년 회사를 함께 창업했던 정재성 부대표는 5월 31일 본지 인터뷰에서 “이제 합법적인 수단을 모두 동원해 회원 변호사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업도 공세로 전환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사업이 멈추다시피 한 만큼 발걸음이 더 바쁘다. 지난해 23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받고, 사무실도 서울 강남역 인근으로 옮겼다. 정 부대표는 “개발자 구인난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무실 규모도 기존 413㎡(125평)에서 893㎡(270평)로 두 배 이상 키웠다. 이날 만난 정 부대표는 이사 채비로 바빴다. 어떤 보호 조치를 염두에 두고 있나? 징계가 부당하단 점을 증명하고 알리는 게 저희 역할이다. 위원회에서 징계를 결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중요한 일이라고 본다. 이 밖에 회원 변호사에게 필요한 도움이 뭔지 확인하고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다. 변협 징계는 힘이 세다. 변호사 자격을 박탈하는 제명까지도 가능하다. 이밖에 3년 이하 정직, 3000만원 이하 과태료, 견책 징계를 할 수 있다. 헌재 결정에도 일선 변호사는 징계권을 쥔 변협 입장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 “정부부처·국회에도 제도 개선 설득할 것” 그러나 회사에서 체감하는 분위기는 걱정과 달랐다. 정 부대표는 “(변협이 광고 규정을 바꾸고 로톡 회원 변호사를 징계하겠다고 밝혔던) 지난해 5월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실제 가입 변호사 수는 헌재 결정이 난 26일 이후 2000명대를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 결정 이후 달라진 분위기가 있나? 경찰과 검찰, 공정거래위원회와 법무부에 이어 헌재까지 로톡이 합법 서비스라는 결론을 내면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헌재 결정에 대한 변협 측 주장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단 말씀을 많이 하신다. 로톡에 돌아오는 변호사도 늘고 있다. 저희 생각이 틀리지 않았단 걸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 증가세가 이어질까? 변협에선 징계절차를 강행하고 있다. 저희는 이번 헌재 결정이 ‘광고 서비스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판단했다. 외부 전문가와 회원 변호사에게 물었을 때도 ‘변협의 광고 규정이 위헌이고, 로톡 광고엔 문제가 없다’라는 판단을 받았다. 이런 판단을 바탕으로 광고 서비스는 계속 운영해나갈 계획이다. 스타트업에 가장 부족한 건 시간이다. 걱정되는 것도 맞다. 해외에선 법률시장 혁신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선 사업 존폐를 둘러싼 갈등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고 있어 안타깝다. 다만 지금으로선 문제를 해결하고 봉합하는 데 힘쓰고, 정부 부처와 국회 등에 제도 개선 필요성을 알리는 일도 함께하려고 한다. 그간 사업적으로 힘들었다. 사무실 확장 이전은 의외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임직원은 물론, 투자사에서도 ‘로앤컴퍼니가 가는 방향이 옳다’고 믿고 지지해주고 있다. 당장 맞닥뜨린 문제에 좌절하기보단 하나씩 해결하면서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또 어느 정도 인지도도 확보하고 있고, 서비스 규모도 커지고 있어 확장할 때라고 봤다. 돈은 냉정하다. 가치에 공감했다고 해서 투자를 결정하진 않는다. 법률 서비스 시장은 디지털 전환이 더디다. 그래서 시장 잠재력을 크게 보는 것 같다. 그리고 어려운 시장이지만 문제를 해결해가면서 성장해온 회사란 점을 좋게 본 것 같다. 사실 지난해 5월 광고 규정 개정 전까진 매출액과 회원 변호사 수가 한 번도 꺾이지 않고 성장해왔다. ━ “공공 가치 만든다는 확신…숫자가 증명해”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나? 2020년엔 기업 법무 플랫폼 서비스인 로톡비즈를, 지난 1월엔 판결문 검색 서비스인 빅케이스를 선보였다. 이 밖에 변호사가 같은 시간 동안 더 많은 사건을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는 IT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다. 판결문 검색은 포털 검색 서비스와 다른가? 그간 변호사가 4~5개 유사 판결문을 찾아서 분석하는 수준이었다. 판결문 검색 서비스는 수백, 수천만 건의 판결문을 데이터화해서 유사 사건과 법령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준다. 또 수십장 판결문에서 요점을 뽑아내 분석할 수 있도록 해준다. 빅케이스는 국내 서비스 중 가장 많은 판례를 갖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로스쿨은 리걸테크 영역을 크게 9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로톡처럼 변호사를 쉽게 찾도록 돕는 법률 플랫폼을 비롯, 법률문서 작성과 법률업무 관리 솔루션 등이 있다. 이중 법률정보 검색·분석 서비스는 인공지능(AI) 기술 발전과 함께 가장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분야로 꼽힌다. 해외 시장 상황은 어떤가? 지난해 6월 리걸줌(LegalZoom)이란 업체가 미국 나스닥에 굉장히 높은 가치(상장 첫날 시총 약 70억 달러)로 상장해 주목받았다. 법률문서를 자동으로 작성하는 서비스와 법률정보 검색 서비스로 시작했다. 일본에선 로톡과 유사한 플랫폼으로 벤고시닷컴이 있는데, 전체 변호사의 절반 이상이 쓴다. 규제가 강한 국내 법률시장에서 버틴 원동력이 뭔가. 7월 30일이면 창업한 지 10년이 된다. 창업을 해보신 분이라면, 10년의 무게를 잘 이해하실 거라고 생각한다. 만류하는 사람이 왜 없었겠는가. 정말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저희가 세상에 필요한 가치를 만드는 일을 한다는 확신으로 견뎌왔다. 이런 확신은 숫자로 증명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2022.06.03 14:30

4분 소요
로톡 ‘4승 1무’ 판정승에도…끝나지 않는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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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에 맞서 혁신기업의 손을 들어준 역사적인 결정.” 지난달 26일 경제단체가 헌법재판소 결정에 논평하는 진풍경이 나왔다. 헌재가 로톡 등 온라인 법률 플랫폼에 변호사가 가입해 광고하는 것을 막은 대한변호사협회의 광고 규정에 대해 일부 위헌 결정을 내린 직후였다. 로톡은 의뢰인과 변호사를 온라인으로 연결해주는 플랫폼 서비스다. 고액 수수료와 정보 부족 등 기존 법률 시장의 높은 진입장벽을 낮춰 호응을 얻었다. 변호사로서도 영업 부담을 덜 수 있어 환영받았다. 그러나 변협은 로톡이 수수료를 받고 의뢰인을 특정 변호사에게 소개·알선하고 있다며 불법이라고 주장해왔다. 의뢰인과 변호사가 만날 수 있는 공간 이상의 역할을 하며 수익을 내고 있단 것이다.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중개 영업을 못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실 직역단체와 갈등을 겪는 스타트업은 로톡 말고도 많다. 단적으로 타다는 택시업계와 갈등 끝에 지난 2020년, 승합차 호출서비스인 ‘타다 베이직’ 영업을 종료해야 했다. 이 밖에도 미용의료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는 대한의사협회와, 세무 플랫폼 삼쩜삼은 한국세무사회와 다투고 있다. 스타트업계에선 “성장하려면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할 만큼 숙명으로 여기기도 한다. ━ 청구 1년 만에 나온 헌법소원 선고 그런데도 유독 이번 헌재 결정을 ‘역사적’이라고 추켜세우는 덴 이유가 있다. 그만큼 싸움이 처절했단 뜻이다. 로톡은 지난 1년 동안에만 경찰과 검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관련법 위반 혐의가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 중소벤처기업부와 법무부에서도 마찬가지로 합법 서비스라고 인정했다. 변협은 내부 규정을 바꿔 로톡 가입 변호사를 징계하는 방법으로 수위를 높였다. 변협은 내부 징계위원회를 거쳐 변호사 자격을 박탈하는 제명 조치까지 내릴 수 있다. 결국 규정 개정 직전 3966명이었던 가입 변호사 수는 연말까지 1706명으로 줄었다. 로톡의 헌법소원 청구는 이런 한계상황에서 꺼내 든 궁여지책이었다. 로톡이 헌법소원을 낸 지 꼭 1년 만인 5월 26일 헌재가 결론을 내면서 변협과의 갈등 국면은 물론, 로톡의 사업도 전기를 맞게 됐다. 지난해 5월 변협의 광고 규정 개정으로 시작된 로톡과 변협의 ‘1년 전쟁’을 되짚었다. 변협의 공세는 지난해 초부터 예고됐다. 그해 2월 이종엽 협회장을 필두로 한 새 집행부는 “거대한 자본을 앞세운 법률 플랫폼과 법률 AI는 기술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변호사의 업무영역을 잠식하고 있다”며 ‘플랫폼 등에 의한 직역침해 문제 해결’을 가장 시급한 실천과제로 내세웠다. 지난해 5월 초 ‘변호사업무광고규정’을 전면 개정하면서 변협은 행동에 나섰다. 이름도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으로 고쳤다. 변호사 이외의 자가 상호를 노출하는 등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변호사와 소비자를 연결하거나 변호사를 광고·홍보·소개하는 일을 금지했다. 또 변호사나 소비자로부터 경제적 대가를 받는 것도 금했다. 로톡 등 온라인 플랫폼을 겨냥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해 8월부터는 규정에 따라 특별위원회를 꾸리고 로톡 회원 변호사를 조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징계 절차를 개시하기 위한 전 단계였다. 이에 로앤컴퍼니와 로톡 광고주 변호사 60명은 변협의 광고 규정이 변호사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며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 등에도 어긋난다는 이유로 제기한 헌재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변호사법이 위임한 바에 따라 변협이 자체적으로 징계하는 것인 만큼, 헌번소원 외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같은 시기 고발전도 이어갔다. 변협은 지난해 8월 광고료를 받고 소비자를 오인케 하는 명칭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를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로톡을 표시광고법·전자상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2개월 만에 혐의없음 판정을 내렸다. 다른 변호사 단체도 거들었다. 2020년 11월 젊은 변호사들이 주축이 된 ‘직역수호변호사단’은 로톡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로톡이 광고비를 낸 변호사만을 모바일 앱 상단에 노출해 중개를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또 광고 사실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러나 고발사건을 수사한 서울경찰청은 지난해 12월 무혐의 의견으로 수사를 종결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로톡이 (정액 광고비 외) 사건 수임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는 점, 의뢰인에게 특정한 변호사를 소개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변호사법 위반 혐의가 없다고 봤다. 이 단체는 지난 2월 이의신청을 해 검찰로 송치됐지만,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에서도 같은 이유로 3개월 만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사법당국에서만 세 차례 무혐의 판단을 내렸지만, 변협 측은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때문에 업계에선 광고 규정 자체를 무력화할 수 있는 헌법소원 결과만이 갈등을 끝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기약이 없다는 것이었다. 올 초만 해도 로앤컴퍼니 관계자는 “몇 달째 자료제출만 하고 있다”며 답답한 기색을 보였다. 그러던 중 선고기일을 불과 며칠 앞두고 일정이 나왔다. 지난달 26일 헌재는 청구인 측이 문제 삼은 변협 광고 규정에 대해 일부 위헌 결정을 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단순히 변호사와 소비자가 연결될 수 있는 장을 제공하는 것만으로 (변호사법을 위반하는 광고 행위인) 변호사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행위로 평가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로톡과 같은 플랫폼 기반 광고 서비스에 대해 허용된다는 취지를 밝혔다. 규정에서 가장 문제가 된 건 제5조 제2항이었다. 해당 조항은 변호사가 플랫폼 등 변호사가 아닌 자에게(제2항 제2호) 경제적 대가를 주고(제2항 제1호) 광고·홍보·소개를 의뢰하거나 참여, 협조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변협 측은 해당 조항을 근거로 로톡 가입 변호사를 징계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헌재 측은 제2항 제1호 내용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해 변호사의 표현의 자유와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봤다. 재판관 다수는 “변호사법에서도 비용을 지급하고 광고하는 것은 허용하고 있다”며 “이런 행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은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 변협 “징계 근거 조항은 합헌 판단” 다만 재판부는 제2항 제2호에 대해선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해당 내용이 청구인 측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를 바탕으로 변협 측은 “헌재가 전체적으로 로톡 참여 변호사에 대한 징계에 대해 헌법적 정당성을 인정했다”며 “특히 로톡 가입 변호사에 대한 징계청구의 핵심 근거 규정에 대해 합헌 판단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이를 근거로 변협은 헌재가 광고 규정에 합헌 판단을 내린 것이라면서 “공정한 수임질서를 위한 징계 절차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변협은 지난달 30일 상임이사회를 열고 로톡 가입 변호사 28명에 대해 징계 개시 청구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후속 절차로 변협 변호사징계위원회에서 6개월 이내에 징계 수위를 정하게 된다. 청구인 측 대변인인 이재희 변호사는 “변협 논리는 헌재가 모욕죄 규정에 관해 합헌 결정을 내렸으니 전 국민을 모욕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꼴”이라고 반박했다. 모욕죄 자체가 합헌이라도 모욕 행위가 없으면 처벌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단 이야기다. 이 변호사는 “(실제 징계가 이뤄지면) 행정소송까지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 남은 시간이다. 징계 당사자가 이의신청해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로 넘어가고, 또다시 행정소송까지 가려면 1년 넘게 걸린다. 변협 징계에 대한 최종 결론이 나기 전까지 일선 변호사로선 로톡 활동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로앤컴퍼니가 지난해 시리즈C 라운드에서 230억원을 투자받았지만, 이 돈을 버티는 데 소진하면 다음 스텝은 불투명해진다. 헌재 결정이 나온 날 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의 표정이 어두웠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김 대표는 결정을 받아든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마냥 기뻐할 순 없다”며 “지난 1년간 회복될 수 없는 손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갈등을 끝내진 못했지만, 지난 1년도 의미는 있었다. 변협에서도 온라인 플랫폼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로톡의 대항마 격인 ‘나의 변호사’를 지난 3월 내놓은 것이 성과 중 하나다. 변협 측은 공공 플랫폼이 사용자 수요를 충족시키면서도 변호사의 독립성을 지킬 절충안이라고 봤다. 업계 관계자는 “어떤 플랫폼이 더 나은지 품질 경쟁을 벌일 바탕이 마련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변협회관에서 연 ‘변호사 광고규정 관련 헌법재판소 결정의 의미’ 대국민 설명회에 참석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2022.06.0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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