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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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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연봉, 부모 소득으로 결정…‘금수저 대물림’ 심각

정책이슈

일명 ‘MZ세대’에 속하는 1980년~1990년대 출생자들의 임금이 청소년기 부모 소득에 따라 결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거와 달리 국내에서 소득이 대물림되는 사회 양극화가 본격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2일 열린 ‘경제학술대회’에 발표된 ‘부모의 소득·학력이 자녀 임금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따르면 1980년~1990년대 출생자들에게서 부모의 소득과 본인 임금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이지은 노동연구원 전문위원과 정세은 충남대 교수가 한국노동패널자료에서 “만 14세 당시 경제적 형편이 어땠냐”는 ‘주관적 부친 가구소득’ 질문에 대한 답변을 분석해 나온 것이다.해당 질문에 대한 조사 대상자의 응답을 “평균보다 훨씬 낮았다”, “평균보다 약간 낮았다”, “평균”, “평균보다 약간 높았다”, “평균보다 훨씬 높았다”등 5자리로 분류하고 본인 임금은 아르바이트, 인턴 등이 아닌 ‘첫 일자리’의 3년간 임금 평균값을 바탕으로 정했다. 그 결과 주관적 부친 가구소득이 한 단계 높아질 때마다 1980년대생과 1990년대생 임금이 각각 9.8%, 9.1% 증가했다. 그러나 1960년~1970년대 출생자들에겐 이 같은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 위원과 정 교수는 논문을 통해 “2000년대 들어 발생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대기업 정규직 일자리 등 1차 노동시장과 나머지 일자리 간 임금 차이가 심화한 데다 1차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대졸 학력에 해외연수, 공모전 출품, 자격증, 인턴십 등 추가적인 경력, 일명 ‘스펙’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취업 준비생들의 추가 경력은 상당부분 부모 재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 주관적 부친 가구소득 외에 객관적 부친 가구소득과 임금을 분석했을 때에도 비슷한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객관적 부친 가구소득은 만 14세 당시 실제 데이터 상 가구소득을 뜻한다. 이 가구소득을 5개 분위(하위 20%~상위 20%)와 10개 분위(하위 10%~상위 10%)로 구분해 분석했다. 5개 분위 분석에선 하위 20%인 1분위보다 4분위와 5분위 자녀의 임금이 각각 14%, 18% 높았다. 10개 분위 분석에선 10분위 자녀 임금이 1분위 자녀 임금보다 33% 높았다. 이 위원과 정 교수는 이 결과에 대해 “부모 가구소득의 양극단에서 자녀 임금이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빈부의 대물림을 예측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2023.02.02 20:03

2분 소요
소프트뱅크·닛산차 등 日 21개사, 韓청년 142명과 채용 면접

산업 일반

한국무역협회가 12일부터 이틀간 삼성동 코엑스에서 ‘2022 일본기업 취업박람회(Career in Japan 2022)’를 개최했다고 13일 밝혔다. 박람회는 국내 청년 실업 해소 및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해 2016년부터 일본 최대 구인·구직 알선 업체인 마이나비사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행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로 지난 2년간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했다가 3년 만에 대면행사로 개최됐다. 해당 행사에는 소프트뱅크, 닛산자동차, 미우라공업, EY신일본감사법인, 일본주차장개발그룹, 퍼솔R&D 등 일본 21개 기업이 참가했다. 일본 기업들은 경기침체와 고령화,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구인난을 겪고 있어 이번 박람회를 통해 총 80여명의 한국 청년들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주요 채용 희망 직무에는 정보처리·프로그래밍·시스템 엔지니어링·웹디자인 등 정보통신(IT) 관련 직무가 많았다. 연구·상품개발·영업 등 직무도 포함됐다. 박람회에서는 사전 서류심사를 거쳐 선발된 142명의 국내 청년들이 이틀간 일본 기업들과 면접을 진행했다. 컴퓨터공학과 출신의 한 구직자 “한국의 급여나 근무여건도 많이 좋아졌지만, 기술 선진국에서의 커리어 개발과 글로벌 경험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본 취업을 희망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람회 사전설명회 참석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청년 구직자들은 ‘커리어 개발’(35.7%), ‘일본 문화 선망’(23.5%), ‘국내 취업 경쟁 심화’(13.3%) 등의 이유로 일본 취업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석 무역협회 취업연수실장은 “한국 청년들의 높은 일본어 수준과 현지 적응력 덕분에 일본 기업들의 한국 인력 수요는 매우 높은 편”이라면서 “앞으로도 우리 청년들의 글로벌 커리어 개발을 위해 해외 취업박람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2022.11.13 12:35

2분 소요
[일본은 진짜 ‘취업 천국’일까] 명문대 나와도 대기업은 높은 벽

국제 이슈

대졸 초임 300만엔대로 급여는 ‘상후하박’ 구조... 인문계 관련 일자리 대부분 임시직 지난해 10월 일본 3위 철강 업체인 고베제강이 품질 조작 사건을 일으켰다. 검사 결과를 조작해 부적격 제품을 고객사에 납품한 것이다. 미쓰비시·가와사키중공업 등 일본 업체들은 물론 제너럴모터스(GM)·테슬라·푸조시트로엥그룹(PSA)·롤스로이스 등 글로벌 기업 30여 곳이 고베제강의 제품을 사용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책임을 묻겠다며 일본은 물론 미국 수사 당국까지 소매를 걷어부쳤다. 저승사자 같은 소비자단체도 일어나 집단소송에 나섰다. 고베제강 사태 직후 이와 비슷한 스캔들이 일본 재계에 잇따라 발생했다. 미쓰비시 머티리얼이 고베제강과 비슷한 품질자료 조작을 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사 닛산과 스바루도 무자격 검사 스캔들이 터져 나왔다. 신뢰를 얻어온 일본 제조업의 배신에 모노즈쿠리 신화가 몰락했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그런데 문제가 된 기업들은 대국민 사과에 나서는 한편 마치 짜기라도 한듯 억울한 측면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일손이 부족해 규정을 지키기 어려웠다.” ━ 2030년 640만 명 일손 부족 전망 일본의 일손 부족 문제는 일본 제조업이 지난 60여 년 간 쌓아 온 품질과 신뢰를 흔들 정도로 심각하다. 지난 10월 15일 일본 시장조사 업체 도쿄상공리서치 발표에 따르면 올 1~9월 일손 부족으로 도산한 일본 기업 수는 299개에 이르렀다. 지난해 연간 도산건수 317건에 육박한다. 이대로라면 올해 400여 개 기업이 인력 부족으로 문을 닫을 전망이다.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은 전업주부의 경제활동 참여와 겸업 허용, 정년 70세로의 연장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노동 부족 문제는 쉽사리 해결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버블종합연구소와 주오(中央)대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일본의 2030년 노동 수요는 7073만 명에 이르는데, 노동 공급은 6429만 명에 그친다. 전체 노동 수요의 10분의 1에 육박하는 644만 명의 일손 부족이 발생하는 것이다.일본 정부는 부족한 노동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고용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는 한국 청소년들이 일본 취업에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본 기업이 아무리 인력난을 호소한다고 해도, 채용 조건에 맞지 않는 직원은 선발하지 않는다. 일본 기업의 급여 수준은 취업준비생들의 기대에 훨씬 못 미치며, 대기업 취업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렵다. 일본 기업에 취업했더라도 언어 장벽과 이질적 기업문화, 낯선 환경과 생활 여건 등에 적응하지 못하면 ‘취업 낭인’으로 맴돌게 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에서의 취업난에 시달려 섣불리 일본으로 눈길을 돌리지 말고 현실감각부터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한국인 취업, 도·소매 〉 숙박·음식서비스〉 정보통신 순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일본 내 한국인 노동자 수는 5만5926명으로 전체 외국인 노동자(127만8670명) 수의 4.4%를 차지하고 있다. 2008년 2만명, 2010년 2만8000명, 2012년 3만1000명, 2014년 3만7000명, 2016년 4만8000명 등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전체 외국인 노동자도 동반 증가해 한국인 노동자 비중은 4%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업종별로는 도·소매업이 20.9%로 가장 많고, 숙박·음식서비스업 14.2%, 정보통신업 13.8%, 기타서비스업 10.8%, 제조업 9.1%, 교육·학습지원업 8.4% 등 순이다. 파견·계약직 근로자 비중은 13.3%로 중국과 더불어 가장 낮은 편이다.일본 기업들은 정보기술(IT)을 전공한 한국인 노동자를 가장 많이 찾는다. 일본은 한국보다 한발 늦은 2000년대 중반부터 고속통신망 보급이 확산되고 오픈마켓 등 온라인 산업 생태계가 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학 등 교육계가 이런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데다 소자화 현상까지 겹쳐 웹 기획·디자인 등 기본적인 IT 전공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일본의 IT 인력은 현재 22만 명 부족하다. 2020년에는 29만 명, 2030년에는 59만 명 정도 모자랄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일본 기업에 취업한 현지 한국인 유학생 가운데 비제조업 취업자의 27.3%가 IT 업종에 입사했다. 일본 내각부도 2013년부터 업종 분류에 정보통신업을 포함하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정보·보안, 모바일 등 분야의 인력도 부족할 전망이다. 일본 최대 헤드헌팅 회사인 리쿠르트도 한국 청년 채용을 위한 전담 인력을 두고 IT 인력을 중심으로 정기적으로 구인 활동에 나서고 있다. 비전공자도 IT 분야에 취업할 수 있도록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한국무역협회가 교육·취업을 지원하고 있다.다만 일본 기업의 신입사원 급여는 낮은 편이다. 리크루트 워크스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대졸 신입사원의 평균 월급은 20만4000엔(약 205만원), 대기업 평균은 22만엔. 월급의 3~4배 정도 지급되는 상여금을 고려하면 연 300만~350만엔 수준이다. 물론 일본은 직급이 오르고 근속연수가 쌓일수록 급여가 크게 오르는 ‘상후하박(上厚下薄)’ 급여 구조라 오래 다닌다면 고임금을 노릴 수 있다. 급여가 윗사람에게는 후하고, 아랫사람에게는 박하기 때문이다. 2017회계연도 기준 일본 매출 상위 224개 기업의 평균 연봉은 780만엔. 일본 최대 IT 회사 소프트뱅크의 평균 연령은 40.5세, 평균 연봉은 1억1640만엔이다. 특히 일본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급여 차별이 없기 때문에 한국인들도 일본인과 같은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 초과 근로수당 지급이나 연월차 사용은 기업의 규모를 떠나 엄격하게 지키는 편이다. 노동기준법에 따라 1주 40시간 또는 1일 8시간을 초과한 근무나 휴일에 출근한 경우 기본급의 25% 할증된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한다. ━ 신입보다 경력 선호 … 이직하려면 ‘3년의 벽’ 지켜야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대기업에 취업하기는 일본도 한국만큼 어렵다. 소니·히타치 등 대기업이 선발하는 대졸 신입사원 수는 해마다 대개 30~100명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도쿄대·히토츠바시·교토 등 일본 3대 국립대에서만 매년 1만 명에 육박하는 졸업생이 나온다. 대기업에 취업하려면 입시만큼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한다. 도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한 한국인 일본어학교 교사는 “대기업이 신입보다는 경력직을 선호하다 보니 대졸 신입 공채 경쟁률은 과거보다 더욱 높아졌다”며 “급여도 크게 늘지 않아 직장인들끼리는 헤이세이(平成) 불경기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 유학을 마치고 현지 기업으로 취업하는 경우는 13%에 불과하다.다만 중소기업에서 일을 시작했더라도 업무의 전문성을 인정받는다면 대기업으로 옮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인력파견 업체를 통해 대기업에 파견근로로 일하다 전입하는 경우도 많다. 이직을 위해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첫 직장에서 최소 경력 기준인 3년을 채워야 한다. 여인욱 리쿠르트R&D 글로벌채용 담당은 “경쟁력 있는 한국인 노동자가 중소기업에서 시작해 대기업으로 옮긴 사례가 적지는 않다”며 “외국인 근로자가 3년 안에 전직하는 경우가 많아 ‘3년의 벽’이라는 말이 생기기도 했다. 현지 생활에 잘 적응했는지 등을 인정할 수 있는 기간인 셈”이라고 말했다.IT 인력 수요는 넘치는 데 비해 인문계 출신자의 취업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통·번역, 무역, 어학 교육 등 일부 분야에서만 채용이 이뤄지고 있지만 채용인원이 적고 비정규 근로인 경우가 많다. 인문계 출신자는 대개 영업·인사·총무·회계·기획·법무 등의 분야로 취업하는데, 소통에 한계가 있는 외국인을 앉히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일부 외식 업체들은 회계 등 사무직원으로 뽑은 외국인 노동자를 당장 일손이 부족한 영업점 조리사로 보내는 경우도 있다. 일본 정부는 최근 해외 관광객 급증과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외국인 유학생 등을 가이드나 통역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인문계 취업자 수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상시 채용 늘리는 추세 … 일본어 1급은 필수 일본 기업들이 바라는 일본어 능력은 엔지니어의 경우 일본어 능력시험(JLPT) N2급을 내정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일본 유학생 가운데 80% 가까이가 N1급을 보유하고 있어 N1급을 취득해야 취업 안정권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일본 데이터뱅크가 1만개 기업을 대상으로 벌인 ‘어떤 인재를 바라느냐’는 설문조사에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38.6%로 1위를 차지했다. 또 최근 일본도 글로벌 인재를 선호하고 있어, 영어를 잘하면 취업에 유리하다. 일부 기업은 토익 점수에 따라 장려금을 지급하기도 한다.대부분 일본 취업은 국내의 경우 취업박람회를 통해 이뤄진다. 비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정례적으로 취업박람회가 열리기 때문에 취업 사이트를 꼼꼼히 찾아볼 필요가 있다. 일본 현지 대학에 재학 중인 유학생이라면 직접 현지 구인 사이트나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 입사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것이 좋다. 일본의 채용시장은 대학입시처럼 6월에 일괄적으로 구인전형을 개시한다. 다만 최근 게이단렌를 주축으로 상시 채용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일괄 취업 전형을 노리기보다는 우회로를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대개 일본 기업의 채용 절차는 응모 접수, 설명회 개최, 서류 전형, 2~3회의 실무·인성 면접, 최종 면접, 내정, 입사 순이다. 일본의 기업에는 과거의 상명하복 문화가 아직 남아있는데, 한국 남성 노동자의 경우 다른 나라 노동자들에 비해 적응이 빠르다는 것이 현지 인사담당자들의 대체적인 평이다. 다만 나이 어린 상사와의 마찰이나 상사 지시를 그대로 따르는 수동적인 업무 방식은 불만사항으로 꼽힌다.

2018.12.16 17:05

6분 소요
[일본 취업, 청년실업 탈출구 되나] 한국 국적의 취업자 증가율 약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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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구직난, 일본은 구인난에 인력 이동 … 취업 후 5년 지나면 연봉 인상폭 커져 일본 자민당은 12월 10일 새벽 참의원 본회의를 열고 야당 등의 반대에도 사실상의 이민정책인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내년 4월부터 5년 간 일손이 부족한 업종에서 근무할 외국인 34만 명에게 비자를 발급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구직난이 극심한 한국과 정반대로 구인난이 심각한 일본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런 일본 열도로 한국 청년들이 몰리고 있다. 청년실업난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없자 탈출구로 일본을 선택한 것이다. 일본 취업 붐의 실상을 알아봤다. 또 일본이 진짜 ‘취업 천국’인지도 짚어봤다. 지난 11월 7일 오후 2시 서울 잠실롯데호텔 컨벤션센터 2, 3층 복도는 면접용 검은색 정장을 입은 20~30대 초반 한국 청년들로 가득했다. 이들은 고용노동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 등이 주최한 ‘2018 일본 취업박람회’에 사전등록을 하고 필기시험·면접을 기다리며 마지막까지 자기소개서나 회사소개 책자를 붙들고 있었다. 3층 행사장 밖 복도에서 만난 계명대 일어학과 졸업생 김미지씨는 10분 후에 시작된다는 다이이치교통산업 면접을 기다리며 회사 정보, 자기소개서를 훑어보고 있었다. 다이이치교통산업은 지난해 매출 1007억엔을 올린 후쿠오카 소재 대형 운수 업체다. 일본에서 가장 많은 택시를 보유한 회사로 유명하다. 내년 10월 한국사무소를 개설할 예정이지만, 이번에 채용할 한국인 신입직원은 후쿠오카현 기타큐슈시 본사에서 근무하게 된다. 다이이치 신입사원의 연봉은 240만엔(약 2376만원)이다. 월 급여와 상여금, 승급 시기는 물론이고 입사시기도 모두 이 회사 채용정보란에 명시돼 있다. 김미지씨는 “전공이 일본어라서 일본 취업 기회를 알아보고 있다”며 “일본 기업들이 한국에까지 와서 채용박람회를 여니 직접 일본까지 가지 않아도 돼 좋다”고 말했다. 김씨는 “회사가 한국에 직접 진출하고 한국인을 채용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니 회사 내에서도 기회를 많이 얻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면접은 일본어로 진행된다고 했다. ━ 면접·필기시험은 대부분 일본어로 진행 2층으로 내려가니 우측 한 켠에 일본 정보기술(IT) 기업 시스테나가 설명회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시스테나 관계자는 회사에 한국인 직원 2명이 근무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인 직원들이 최선을 다해 일하는 모습을 보고 이번 취업박람회에서 설명회를 갖기로 했다. 이번에는 IT 지원 엔지니어를 신입으로 채용할 생각이다. 회사에 중국인 개발자 등도 많은데 입사에 가장 필요한 건 일본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우리는 라이프 밸런스(삶의 질)를 중시하는 회사다.”이야기를 마친 시스테나 직원 2명은 다시 설명회 준비를 시작했다. 지창은씨는 이들이 마이크를 체크하고 발표자료를 화면에 띄워보는 등 분주한 와중에도 앞에서 두 번째 자리에서 미동도 없이 혼자 앉아 있었다. 그의 손에는 코트라에서 참가자들에게 나눠주는 팜플렛이 들려있었다. 지창은씨는 숭실대 일어일문학과를 2014년 2월 졸업하고 지난 4년 동안 국내 대기업 공채에 응시했다. 지씨는 여전히 구직자 신세다. 그가 일본 취업을 생각하게 된 건 나이 때문이다. 그는 내년이면 서른셋이 된다. “한국에서 신입으로 지원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 일본에서 생활했던 경험도 있어 일본 취업을 알아보려고 왔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올 상반기 채용을 진행한 국내 상장사 571곳을 조사한 결과 상반기 대졸 신입으로 취업에 성공한 구직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들의 평균은 30.9세였다. 상반기 신입직원 평균나이는 27.4세다. ━ 일본인 거주·취업 외국인 수 사상 최대 ‘2018 일본 취업박람회’는 일본에 취업하는 한국 청년들이 해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고용노동부가 코트라·한국산업인력공단과 함께 올해 처음으로 단독 개최한 행사다. 일본에 취업한 한국인의 수는 갈수록 증가해 올해 초 기준 5만 명을 넘겼다. 코트라 관계자는 “해외 취업 트렌드가 바뀌면서 기존에는 다른 나라와 묶어서 진행하던 일본 취업 지원을 따로 떼 진행했다”고 말했다. 일본 취업박람회는 11월 5일 부산 벡스코에서도 열렸다. 두 번의 행사에는 총 112개 일본 회사가 참여했고 신입공채 위주로 한국 청년 700명을 최종 채용할 예정이다. 지난해 포브스 글로벌2000 기업에 뽑힌 소프트뱅크·닛산자동차를 포함해 세계 액정표시장치(LCD) 유리 점유율 20%인 일본전기초자, 테마파크를 운영하는 하우스텐보스 등 쟁쟁한 기업도 포진해 있었다. 그만큼 사전 접수 경쟁도 치열했다. 스미토모전기공업 등 10여 개 기업에는 한국 청년들의 이력서가 수백장씩 몰렸다. 직접 가본 박람회는 설명회 위주가 아니라 실제 채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 눈에 띄었다. 행사 도우미들이 밖에서 대기중인 면접자 이름을 크게 호명하기도 하고, 단체 면접장에는 면접자를 제외하고는 출입이 통제되기도 했다. 긴 테이블이 10여 개 배치된 작은 방은 필기시험 전용 공간이었다. 여러 기업이 이곳에서 필기시험을 치렀다.지난 6월 현재 일본에 거주 중인 외국인은 263만 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일본 정부가 자국에 유학 온 외국인 학생의 현지 취업을 크게 늘리는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이다. 취업비자를 많이 내주는 형식이다. 일본 내 외국인 유학생이 대학·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하기 위해서는 근무 직종에 맞게 재류자격을 전환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에서도 융통성을 발휘하겠다는 얘기다. 아사히신문은 최근 일본 법무성 자료를 인용해 2017년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 유학생 중 일본 취업을 위해 재류자격을 변경한 인원이 2만2419명이었다고 보도했다. 2016년보다 15.36%나 늘어난 수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집권한 2012년 때의 1만969명보다 유학생의 일본 현지 취업이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주로 중국·베트남 출신 유학생이 많았다. 중국인 유학생 1만326명이 일본 취업을 선택했다. 유학생 등 취업을 위한 외국인들의 재류 자격 변경 허가율은 무려 80.3%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격 변경 신청을 거절당한 이들의 수도 5507명으로 사상 최대였는데, 대부분 단순 노동이 목적이거나 학교를 졸업하지 않고 신청한 이들이다. 재류자격이 변경하려면 전문학교 이상 졸업자의 경우 전공 내용과 직무 연관성을 입증해야 한다.일본은 내년 4월부터 5년 간 총 34만 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수용하는 계획을 담은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12월 10일 새벽 참의원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내년 1월에 중의원 본회의를 통과하면 확정된다. 사실상 이민정책을 담은 것이지만 일본 정부와 여당인 자민당은 야당과 시민들의 반발을 의식해 ‘이민국가’가 됐음을 부인하고 있다. 법안의 핵심은 간병·농업·건설 등 14개 업종에서 근무하는 외국인에게 최장 5년 간 체류를 허가하는 특정 기능 1호 비자, 고급 외국인 인재가 영주권을 얻을 수 있고 가족 동반 거주도 가능한 특정 기능 2호 비자를 발급하는 것이다. 원안은 외국인 취업자 50만 명을 수용할 계획이었지만, 논의 과정에서 15만 명이 줄었다.한국 청년들의 일본 취업이 늘어나는 것은 1차적으로 일본 정부의 외국인 일꾼 모시기 정책 덕분이다. 지난 1월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일본 내 외국인 노동자 수는 2017년 10월 기준 127만8670명을 기록했다. 외국인을 고용한 사업장도 19만 4595개다. 일본 노동성이 이 통계를 발표한 이래 외국인 노동자 수, 고용 사업장 수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외국인 노동자 수는 1년 만에 무려 18%나 증가했다. 국적별로는 중국이 37만2263명으로 전체의 29.1%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베트남은 24만259명, 필리핀이 14만6798명, 브라질은 11만7299명이었다. 한국 국적의 일본 취업자 수는 5만5926명으로 전체 외국인 취업자의 4.4%를 차지했다. 다만 증가율이 크게 높아졌다. 한국인의 일본 취업은 2011년 이전 10% 이하의 증가율을 유지하다가 2015년 11.3%로 뛰었고, 2016년 16%에 이어 이제 20%에 육박하고 있다.전체 일본 거주 외국인 중에서 영주권이나 생활 비자를 갖고 있는 이들이 45만9132명으로 35.9%를 차지했다. 유학생은 25만9604명으로 20.3%, 고급 인재인 전문 기술직은 23만8412명으로 18.6%였다. 한국인 취업자는 숫자로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적지만 전체 인원의 무려 44.2%인 2만4694명이 전문 기술 분야에 해당해 양질의 일자리를 갖는 데 성공했음을 보여준다. 한국인 일본 취업자의 ‘전문적·기술적 분야의 체류 자격’ 소지 비율은 선진국들인 G7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이다.지금까지가 일본 취업 붐의 현재 모습이라면, 잠실에서 만난 김미지·지창은씨는 최근 몇 년 간 일본 경제의 호황에 따른 구인난과 한국의 높은 청년실업률이 빚은 일본 취업 붐의 미래라고 할 수 있다. 박람회에 참석한 일본 기업 112곳은 대부분 면접을 일본어로 봤다. 완벽한 일본어 구사능력과 중상위권 이상의 영어 능력, 그리고 인턴 경력이나 공모전 수상 경험 등 국내 대기업 입사를 위해 준비했던 한국 청년들의 스펙이 결합되니, 한 일본 기업 면접관이 언급했든 ‘목숨 바쳐 일하는(잇쇼켄메이:一生懸命) 수퍼 신입사원’이 탄생한 셈이다. ━ 일 자민당, 출입국관리법 개정안 기습 통과 일본 취업의 과거는 어땠을까? 지금과는 달랐다. 유학생이 아니라 한국에서 취업비자를 받아 건너가는 이들에게는 일본 회사에서 통역을 붙여주던 게 그리 멀지 않은 과거 일이다. 취업에 성공하는 사람들은 주로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경력직 IT 개발자처럼 특수한 영역의 인재들이었다. 2000년 IT 기업을 창업한 경력 등으로 2010년 일본에 취업한 프로덕트 매니저 정진호씨의 경우가 그렇다. 정씨는 현재 일본의 핀테크 기업 원파이낸셜의 최고디자인책임자(CDO)로 일하고 있다. 원파이낸셜은 사용자들의 동의를 받아 일부 개인정보 데이터를 필요한 기업에게 팔아 사용자에게 수익을 배분하는 사업모델을 갖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한국의 핀테크 서비스 토스처럼 계좌이체·송금 등을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가능하도록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일본에 거주 중인 정진호씨와는 전화·메신저를 통해 인터뷰를 했다. 정씨는 “취업은 타이밍인데 나는 운이 좋았다”며 “지금은 과거보다는 취업을 위한 요구조건이 까다로워진 게 맞지만 데이터와 수치가 말해주듯 가취업 인구가 워낙 적기 때문에 준비를 잘 한다면 취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진호씨는 2010년 가을 네이버재팬(현 LINE) 디자이너 채용에 합격했지만 고민이 많았다. 결정적인 문제는 그가 일본어에 서툴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경제적으로나 생활환경, 사업 기회 등 모든 면에서 만족하고 있다는 정진호씨와의 대화 내용을 요약·편집했다.일본에 취업한 한국인이 많이 늘었다는 것을 실감하나?“그렇다. 나는 2015년 6월 ‘코리안 밋업(Meet up)’이란 그룹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다. IT 쪽에서 근무하는 한국인들의 모임이다. 한 달에 한 번 모이면 40~50명씩 오는데 매번 40%는 새로운 사람들이 온다.”유학생 비중이 큰가 한국에서 곧장 취업한 사람들이 많나?“모임 특성상 한국에서 일하다가 일본에 온 분들이 주로 모임에 많이 나온다. 유학생들은 사회에 진출할 때쯤이면 이미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많아진다.”일본 취업 이후의 실상은 어떤가?“우선 취업에 성공해 비자 취득까지 성공한 사람들에게 건투를 빌고 싶다. 처음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직장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회사생활 3~5년 간은 일본이란 나라에 대한 적응기간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 기간에 어떤 경험을 쌓았는지가 남은 일본 생활에 많은 영향을 준다. 이 기간 사이에 많은 사람이 한국으로 돌아간다.”한국인들의 일본 회사생활은 어떤가?“일본인과 문화적으로 그나마 잘 맞는 게 한국인이다. 중국·베트남은 문화권이 다른 느낌이다. 한국인은 군대문화가 있어서 톱 다운(상명하달) 방식으로 일하는 데 익숙하다. 내가 희생해서라도 일하는 문화가 있는데 일본 회사생활과 맞는 부분이다. 과거에는 한국 사람이 일을 잘해서 일본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사실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다. 신입인 경우엔 일을 열심히 할 수는 있지만 잘한다고는 말하기 힘들 것 같다.”현재 생활에 만족하나?“지금은 처음과는 달리 경제적인 부분이 좋아지고 생활도 안정돼 만족하고, 행복하다. 연봉 이야기는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부분일 텐데, 일본에서 근무하고 5년 정도 지나면 연봉이 확 오르는 순간이 온다. 바로 이 시기가 일본 사회에서 인정받는 시기다. 일본 회사는 입사 후 약 3년은 회사가 돌봐주는 시기고, 2년 간은 개인의 실적을 보여주는 도약의 시기로 삼는 편이다. 이 시기에 능력을 인정받으면 장인으로 인정해주고, 그만한 연봉을 제시한다.”정진호씨는 “일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적극적으로(취업에)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일본 취업의 장점으로 한국과 지리적·문화적으로 비슷한 점을 꼽으며 “닮은 게 많은 나라니 해외 경험을 해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일본 취업의 과거와 현재는 밝은 편이다. 일본 취업의 미래도 그럴까? 지금까지의 붐을 가장 간단하게 설명하는 건 숫자다. 양국 간 청년 실업률 변화는 극적이다. 2017년 일본의 청년 실업률은 4.1%로, 9.5%였던 한국 청년실업률의 절반에 불과했다. 7년 전만 해도 한국의 청년실업률이 6.9%로, 7.1%였던 일본보다 더 낮았다(2010년 기준). 일본은 아베 정권의 경기 부양책이 인구 감소, 고령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균형 등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이유와 결합돼 경기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에 따라 일손 부족 현상을 겪으면서 외국인 인재 유치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미래에도 역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 일본 중소기업 임금, 대기업의 80%대 유지 장근호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과 김남주 부연구위원, 박상준 일본 와세다대 교수가 12월 6일 발표한 ‘한국과 일본의 청년실업 비교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는 양국의 청년실업 원인이 구조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일본은 고용 사정이 개선됐어도, 한국의 경우는 그리 간단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선 한국의 중소기업 임금은 대기업의 55%에 불과하지만 일본은 80%대를 유지해왔고, 신입사원 초임은 90%에 육박한다. 일본 청년들의 사회 진출이 한국보다 쉽게 이뤄질 수 있는 이유다. 산업 구조 자체가 다른 점도 문제다. 일본의 5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 종사자는 전체의 24.3%인데 반해 한국은 14.3%에 불과하다. 양극화도 문제다. 한국 대기업 평균 임금은 2010년부터 5년 간 일본에 비해 20.7%나 더 올랐지만, 종업원 499인 이하 기업에선 오히려 일본의 평균 임금이 3.2% 더 올랐다. 일본 일자리가 최근 몇 년 새 급증한 것은 고령화로 인한 청년인구의 감소 영향으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한국 청년 일자리 문제는 구조적인 요인 탓에 일본처럼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보고서의 요지다. 일례로 청년 인구의 비중이 2017년의 한국(19.8%)과 유사했던 2007년 일본의 청년실업률은 20~24세 7.5%, 25~29세 5.7%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7년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20~24세 10.6%, 25~29세 9.5%로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2018.12.1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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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중국의 인구 고령화] 인구 13억인데 일할 사람이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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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인구대국 중국이 ‘사람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급격하게 줄어드는 노동인구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중국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노동력의 감소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 중국의 경제 성장을 뒷받침했던 ‘인구보너스’가 사실상 소멸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해 중국의 16~59세 노동인구는 전년보다 371만명이나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3년의 감소 노동인구 244만명을 크게 넘어서는 수치다. 더 큰 문제는 노동인구 감소의 폭이 정부의 예상보다 더욱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중국사회과학원은 중국의 노동인구 감소가 2017년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노동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 2012년과 5년의 시차가 발생했다. ━ 미국 수준의 中 도시 노동자 임금 특히 15~59세 연령구간에서 가장 비중이 큰 연령대는 40세 이상 장년층이다. 앞으로 몇 년 후면 이들도 노동인구 구간에서 벗어나 노령인구로 접어들 수 있다는 뜻이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중국 정부의 예측에 따르면 중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2000년 1억명에서 2027년에는 2억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해마다 350만명이 노인대열에 합류하게 되며, 중국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노인인구의 비율은 15%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중국에서는 1990년대 일본처럼 중국의 노동인구 감소가 전체 경제 성장을 끌어내리는 양상이 나타났다. 세계은행 역시 ‘급속히 진행되는 인구 노령화가 노동원가 상승을 가져와 중국이 제조업 전반에서 누리던 경쟁 우위를 깎아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과거 30년간 중국 경제 고도성장의 일등공신이었던 수출도 둔화돼 제조업 전체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실제 최근 수년 동안의 중국 인건비 상승률을 살펴보면 놀라울 정도다. 9월 1일 중국 18개 성시에서는 최저임금 기준을 평균 9.6% 인상했다. 지난해에는 16개 지역에서 최저임금 평균을 13.23% 올린 바 있다. 지난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 동안 중국의 평균임금 상승률은 12.8% 달한다. 2000년대 초반 중국 제조업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멕시코 노동자의 30% 수준이었으나 2013년에는 멕시코 노동자 임금보다 오히려 50% 이상 높아졌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지난해 중국 상하이 지역 사무직 노동자의 평균 시급은 12.5달러로 미국과도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인건비가 빠르게 상승함에 따라 중국 제조업, 특히 노동집약형 경공업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일부 기업들이 중국의 중서부 내륙지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등의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지역간 임금격차도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어 단기 처방에 그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중국에 둥지를 텄던 글로벌 기업들 역시 중국을 떠나 동남아시아의 개발도상국으로 빠르게 이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글로벌 신발제조업체 나이키의 운동화 생산구조를 보면 그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나이키는 2000년 중국에서 40%, 베트남에서 13%의 운동화를 생산했지만, 2013년에 접어들어서는 중국에서 30%의 제품만 생산하고, 베트남 공장에서 42%의 운동화를 생산하고 있다.중국 로컬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OPPO라는 기업은 최근 인도네시아에 첫 번째 해외 생산공장을 설립했다. OPPO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현지의 생산능력을 지속적으로 늘려 현재 월 3만~4만대를 생산하는 물량을 연말까지 20만대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장기적으로 월 50만대까지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중국의 휴대폰 제조업체 화웨이 역시 인도에 휴대폰 생산 공장 설립을 준비 중이다.많은 국가가 인구의 고령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면 국가와 사회, 가정이 지불해야 하는 양로비용이 급증해 청·장년층의 경제적 부담을 준다. 국가 전체적으로도 일하는 사람이 줄어 성장동력이 위축되고, 생산과 소비 또한 줄어 경제가 활력을 잃게 된다. 중국 정부 역시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대응책 마련에 부산한 모습이다. 중국 정부가 내놓은 대안은 ‘인구보너스를 인재보너스로 바꾸자’다. 기존 제조업 대국에서 한 단계 발전한 국가로 발돋움 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의 연구개발 센터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것이 세부 방안이다. 자국의 고급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과 투자에도 주력하고 있다.중국 정부는 많은 글로벌 기업의 생산라인이 빠져나가는 공백을 이들의 연구개발 센터를 유치하는 방안으로 메워나가고 있다. 예를 들어 애플은 미국 리쇼어링 붐이 일었던 2013년, 중국의 노트북 생산라인을 미국으로 옮겼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 중국에 연구개발 센터를 새롭게 설립하고, 애플스토어 서브를 중국으로 이전했다. 현재 글로벌 회사들이 중국에 설립한 연구개발 센터는 1600개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 공장 빠져나간 자리 R&D 센터로 메워 인재양성을 위해 교육부문에 대한 투자도 크게 확대했다. 제 6차 인구센서스 조사에 따르면, 2010년 중국의 대졸 및 고졸학력 이상 인구는 각각 1억2000만명과 3억명이다. 제 5차 조사 당시의 대졸 인구 4591만명과 고졸 인구 1억9000만명에 비교해 큰 폭으로 늘었다. 이는 중국의 노동력 구조가 질적으로 개선되는 변화의 과정에 있음을 의미한다. 고급인재 양성을 위한 ‘제조업 2025’ ‘인터넷+’ 전략을 통해 인구보너스 감소에 대응해 나가고 있다.앞으로 중국 각 지방정부는 저마다 외지 노동인력의 수급을 통한 안정적 노동력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중국에서는 구직난 및 구인난이 동시에 생기는 이른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 기업들로서는 이러한 변화된 중국 노동시장 수급구조를 감안해 채용 프로세스 및 인력 관리 시스템을 새롭게 정비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공장자동화를 비롯한 최적화된 인력관리 시스템 구축방안에 대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검토에 나설 필요도 있다. 비록 중국의 최저임금 상승률이 과거에 비해서는 다소 둔화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10%대로 높은 편이다. 높은 임금상승률은 결국 기업 경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노동력 비중이 큰 제조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크다. 국내 제조기업들도 이에 따른 적절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홍창표 KOTRA 중국지역본부 부본부장☞ 리쇼어링(reshoring) - 해외에 나가 있는 자국 기업을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으로 유인해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정책을 말한다. 싼 인건비나 판매시장을 찾아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오프쇼어링’의 반대 개념이다.

2015.10.24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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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취업은 일장춘몽? - 사무직은 30대 중반부터 재취업 준비해야

산업 일반

커뮤니티 가입·e-러닝 적극 활용 ... 취미 잘 살려도 훌륭한 재취업 평생현역 시대를 대비하는 현실적인 방법으로 대부분 재취업을 고려한다. ‘특정 분야에서 수십 년을 일했는데, 재취업 자리 하나 없을까’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재취업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평생현역 시대를 대비할 수 있을까.신승만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조사연구팀장은 주로 퇴직 2년 여 전부터 재취업을 준비하는 태도가 잘못됐다며 “사무직 근로자의 경우 30대 초반부터 미리 재취업을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미리 준비하지 않고 재취업을 하면 견디지 못하고 다시 재취업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신 팀장의 설명이다.재취업을 통해 얻고자 하는 바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존 경력을 이어나가길 원하는지, 아니면 새로운 업무에 종사하며 인생 2막을 열고 싶은지 결정해야 한다. 더불어 본인의 경제력과 나이도 중요한 기준이다. “재취업을 통해 생활비 정도만 원한다면 자신이 좀 더 즐거워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적절한 조율이 필요하다”는 게 임수정 중장년인력일자리희망센터 컨설턴트의 조언이다.우선순위가 정해지면, 본인이 낮은 순위를 매긴 기준에 대해서는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 이국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소기업 중 임직원을 구하는 기업이 많다”며 “청년들은 기피하지만 50대에게는 유망한 일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적극성 역시 재취업의 필수 요건. 신승만 팀장은 “30대엔 정부에서 제공하는 직무교육 정도를 이수하고 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부 직무교육은 단순히 특정 업무만 교육할 뿐, 본인에게 적합한 직무가 무엇인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이보다는 스스로 커뮤니티를 만들거나 e-러닝 등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본인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스로 조합 만들어 일자리 찾기도스스로 일자리를 모색한 대표적 사례가 2월 출범한 한국창의여성연구협동조합(KOWORC)이다. 한국창의여성연구협동조합은 과학기술이나 사회과학 분야에서 전문성이 있는 고학력 여성 11명이 자발적으로 만든 협동조합. 미래창조과학부나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등에서 연구 프로젝트를 발주하면 그걸 수주해 석·박사 출신 조합원들이 직접 관련 연구를 진행한다.재취업 유형은 크게 세 종류로 구분된다. 첫째, 비교적 이른 나이인 40대~50대 초반 은퇴했다면 기존 경력을 살리는 재취업이 유리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취업 정보를 얻는 일이다. 기존 경력자는 업무 능력은 확보했기 때문에, 정보를 얻는 게 가장 중요하다.재취업 정보는 어디서 확보할 수 있을까. 우선 기장 기본적으로 고용노동부 워크넷(www.work.go.kr)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놓치면 안 된다. 워크넷은 950여만 회원이 가입한 국가 취업포털 사이트. 일간 순방문자 수가 약 52만명에 달한다. 워크넷을 운영하는 고용지원센터는 취업 지원, 고용안정사업, 고용보험관리, 집단 직업상담, 직업능력개발 등 고용 전반의 업무를 추진하는 기관이다.특히 워크넷의 성실프로그램과 고령자 뉴스타트 프로그램은 재취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성실프로그램은 고령자에게 면접 요령과 적절한 직업 등을 알려주는 5일 과정의 직업 지도 프로그램. 고령자 뉴스타트 프로그램은 취업 직전 고령자에게 직업 훈련을 제공해 실전 직업 적응 능력을 키워준다.시니어워크넷은 구인 업체를 대상으로 인재 모집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홈페이지에서 현재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의 모집 전형과 선발 일정을 알 수 있다. ‘구인/구직 만남의 날’ 행사에 참여하면 면접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여기에 3월부터 워크넷은 시간제 일자리 정보 서비스도 추가했다. 근로계약기간 1년 이상, 최저임금 130% 이상인 일자리만 선별해 정보를 제공한다.근무일수와 요일·시간 등을 선택해 검색할 수 있고, 인건비와 사회보험료 지원제도·세액공제 혜택도 확인 가능하다. 이재흥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은 “6월까지 시범 운영 기간을 거쳐 이용자의 의견을 수렴해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강화할 계획”이라며 “(워크넷은) 채용을 활성화하고 인력 미스매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만 50세 이상 구직자라면 무료 취업 알선 기관인 고령자인재은행에 등록하는 방법도 있다. 고령자인재은행은 고용노동부가 복지관 등 민간기관에 위탁하여 시행하는 사업. 고용지원센터가 연간 예산을 지원하긴 하지만, 운영은 종합사회복지관, 대한은퇴자협회, YWCA 등 민간 업체가 한다. 때문에 정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과는 다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고령자 취업알선·취업 희망 고령자와 정년퇴직자 재취업상담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한다.기술을 보유한 엔지니어라면 중견전문인력 고용지원센터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중견전문인력 고용지원센터는 기술이 있는 중견전문인력을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고령자인재은행과 유사하게 민간 업체가 위탁 운영한다. 현재 한국무역협회 등 6개 업체가 운영 중이며, 기존 노사발전재단 전직지원센터(15개소)와 일부 통합해 19개소가 운영될 예정이다.민간 헤드헌팅 업체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임수정 컨설턴트는 “서치펌·헤드헌팅을 활용하면 고급 경력직 채용 정보를 찾을 수 있다. 단순히 이력서만 e메일로 전달하기보다는, 서너 명 정도의 헤드헌터를 직접 만나 본인의 장점을 설명하면서 이력서를 전달할 경우 재취업에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조언했다.지방자치단체에서 제공하는 정보도 참고할 만하다. 서울시 고령자취업알선센터는 서울시에 거주하는 만 55세 이상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취업을 알선한다. 55세 이상 재취업자에 특화해 적합한 직종을 발굴하고 직업교육훈련을 제공하며, 연2회 실버취업박람회를 개최한다. 인천·대전·전북·경북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마찬가지다.임수정 컨설턴트는 “중장년인력일자리희망센터 등 취업지원기관에 종종 들러 인맥을 쌓아나가면 의외로 쉽게 재취업에 성공할 수 있다. 취업지원기관은 서치펌이 제공하지 않는 진로 상담·진단·탐색 등의 서비스도 제공하기 때문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새로운 ‘인생 2막’ 원하면 교육 프로그램 물색둘째, 전혀 새로운 직업을 시작해 인생 2막을 여는 방법이 있다. 이런 경우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 이수나 자격증 취득이 도움이 된다. 고용 안정성이나 수입 면에서는 불리하지만, 자아실현에는 유리하다. 그렇다면 어떤 자격증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게 좋을까.이국헌 교수는 “본인의 관심사에 따라 천차만별”이라고 말한다. 만약 어린이나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서 즐거움을 느낀다면 방과 후 지도교사를 고려해 봄직하다. 방과 후 학교란 학교에서 제공하는 특기적성 및 교과보충 수업이다.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과외 활동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여 사교육비도 절감하고 교육 효과도 높일 수 있어 최근 인기다.방과 후 지도사 자격증은 아동요리지도사·스토리텔링수학지도사·창의영재미술지도사·캘리그라피지도사 등 종류도 다양하다. 서울교대·부산교대·광주교대·한국디지털캠퍼스 등 다양한 기관에서 관련 교육을 진행 중이다. 교육 프로그램은 방과 후 학교 전문교사, 방과 후 지도사, 방과 후 아동지도사 등 이름이 약간 다르지만, 과정을 이수하면 방과 후 지도교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서울교대 방과 후 학교 지원센터에서 주최하는 ‘방과 후 학교 전문교사 자격검정시험’에서 합격하면 방과 후 학교 전문교사자격증을 취득한다. 수료증이나 자격증을 취득하면 시교육지원청 방과 후 학교 지원센터나 각 학교 홈페이지에서 채용 공고가 날 경우 방과 후 선생님으로 지원이 가능하다.기업 경영이나 컨설팅에 관심이 있다면 경영지도사나 지도기술사 자격증도 좋다. 경영지도사는 경영 종합·재무회계·인사조직노무사무·생산유통·마케팅 등을 진단·지도·조사·분석하는 전문가다. 중소기업의 경우 소소한 일상 업무에 변호사나 회계사·세무사·관세사를 고용하기에 비용 부담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었고, 이에 따라 도입된 제도가 경영지도사다. 1987년 법정자격을 부여 받은 이래 올해까지 1만4694명이 자격증을 획득했다. 주로 코스닥 기업에서 재무·노무·세무 등 관련 업무를 맡거나 외부 자문을 담당한다.한편 지도기술사는 공장자동화기술·공업기반기술·부품소재개발·공업시험분석측정계측·설계기술생산관리품질관리 등의 업무를 한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국가 공인 자격증을 발급한다. 1차 시험은 법·회계·영어 등이며, 2차 시험은 분야별 전공 관련 과목이다. 컨설턴트는 나이보다 실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실력만 있다면 은퇴 이후 일을 하기에 유리한 직업이다.사이버대나 전문대에 직장인이 몰리는 이유도 자격증을 확보해두면 인생 2막에 유리하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방송통신대의 직장인 비율은 80%에 이른다. 방송통신대학 관계자는 “예전에는 직장생활 직무와 관련된 경영이나 법학 등이 인기가 높았지만, 최근에는 전문적인 기술을 배울 수 있는 학과에 많은 직장인 학생이 몰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셋째, 좀 더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취미를 살려 재취업하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악기에 관심이 있다면 동호회나 교습을 받으며 실력을 연마하다 은퇴 후 개인교습소를 열 수 있다. 물론 개인교습소로 큰 돈을 만지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노후 생활비로 쓸 생각이라면 십수 명의 수강생만 확보해도 충분하다. 실제로 인크루트가 직장인 445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직장인의 27%가 악기 연주 동호회나 모임에 가입했다고 응답했으며, 40대의 18%, 50대의 19.6%가 ‘현재 악기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본격적으로 교육을 받고 싶다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을 방문해 무료 단체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산업단지나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약 30회 분량의 연극, 합창 등 문화예술 교육을 진행한다.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는 합창 교육, 안산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는 아카펠라 교육, 서울디지털산업단지는 밴드교육을 받은 바 있다.미술로 제 2의 인생을 시작하길 원한다면, 국립현대미술관과 영은미술관, 서울 마포구청 등이 도슨트양성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도슨트는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에서 전시물을 설명하는 역할을 하는 전시 해설가. 좀 더 전문성이 필요한 큐레이터는 아니지만, 미술 애호가라면 충분히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다.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도슨트 양성교육 프로그램 교육생으로 선발되면 별도의 비용 없이 10주 간의 양성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할 수 있다. 우수 교육 과정 이수자는 국립현대미술관 소속 도슨트로 활약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의 경우 1년에 한 차례 도슨트 양성 강좌를 진행한다. 미술이론·미술사·작품분석방법론 등을 강의하며, 주1회 3개월간 교육한다.영은미술관의 뮤지엄 도슨트 양성 프로그램이나 마포구청의 전문 도슨트 양성 프로그램도 전반적 구성은 비슷하다. 무보수 봉사직으로 활동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교통비·식사비용을 포함한 약간의 보수를 받는다. 도슨트 교육을 담당한 한미애 한국큐레이터연구소장은 “최근 전시 공간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 도슨트 수요가 늘고 있다”며 “전시 기획 전반을 총괄하는 큐레이터와 달리 도슨트는 일반인들이 공부하면 얼마든지 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일과 삶 중 우선순위 정해야최근엔 숲 해설가란 이색 직업도 등장했다. 산림청·한국숲해설가협회 등에서 운영하는 숲 해설가 교육과정은 주 3회 5개월 간 진행된다. 산림청 인증 교육 140시간과 현장 교육 46시간을 이수하면 숲 해설가로 변신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본인이 관심만 있다면 동화구연사·식물치료사·알코올약물상담사·환경지도사·애완동물조련사·지자체문화재해설사 등 이색 재취업 기회가 열려 있다.해외 재취업을 위한 정보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서 찾을 수 있다. 수출 기업과 연계한 ‘중견전문인력 해외투자기업 채용지원사업’이 대표적이다. 중견 전문인력 해외 투자기업 채용지원사업은 코트라가 2010년부터 매년 진행 중인 은퇴자해외 채용 지원 프로젝트. 지난해 30개 기업이 코트라를 통해 35명의 퇴직인력을 채용했다.은퇴 전문 인력 해외 투자기업 채용지원 사업을 진행 중인 박상협 코트라 해외투자지원단장은 “전혀 해외 경험이 없더라도 코트라와 코이카(KOICA)가 공동 진행하는 6개월~1년 현지 연수 프로그램 KSP(Knowledge Sharing Project) 등에 지원해 경험을 쌓는다면 도전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규직 여부·처우 등에 얽매이지 않고, 150~200만원대 월급을 받을 수 있는 해외 취업을 고려한다면 중견 전문 인력 해 외투자기업 채용지원 사업이 좋은 재취업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2014.05.1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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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REPORT - 새로운 기회의 땅

산업 일반

서구권엔 유학생이 줄어드는 반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는 유학생이 점점 늘어난다 오랜 세월 동안 한국인들은 학부나 대학원 학위 취득을 위해 유학에 크게 의존했다. 2012년엔 한국인 12만6447명이 해외에서 공부했다. 한국보다 고등교육에 유학생을 더 많이 내보낸 국가는 인구 규모가 훨씬 큰 중국과 인도뿐이었다.한국 젊은이들은 한반도 바깥에서 생활해보고 싶을지 몰라도, 많은 외국인 학생들은 한국 대학에서 공부하려고 한국으로 들어 온다. 그동안 가장 인기가 많은 해외유학 장소는 주로 미국, 영국, 호주, 프랑스, 독일 등 서양 국가들이었지만 갈수록 그 비율이 줄어드는 반면 아시아 국가로 유학하는 학생의 수는 늘어난다.국제교육협회(IIE)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전체 미국인 유학생 중 아시아에서 유학하는 미국인의 비율은 2000~2001년 6%에서 2009~2010년 12%로 늘었다. 반면 유럽에서 공부하는 미국인의 비율은 같은 기간 동안 63%에서 53%로 감소했다. IIE에 따르면 한국 내 외국인 유학생의 수는 1999~2012년 9배 이상 증가했다. 현재 5만9000명 이상의 외국인이 한국에서 공부한다.이런 변화가 일어나는 이유는 국제적인 환경에서 일할 때 필요한 글로벌 경쟁력이 갈수록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졸업 후 진로를 고려해 아시아에서 국제적인 경험을 쌓으려는 학생이 크게 늘었다. 한국에서 공부하면 한국에서 일할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지역전문가로 성장할 기회도 생긴다.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역사적, 언어적 차이를 조정하는 법을 배운 인력은 어느 기업에서든 높은 평가를 받는다.한국의 외국인 학생들은 종종 졸업 후 해외,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일할 계획을 갖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이화여대 국제처에서 일하면서 직접 경험한 일이다. 많은 외국인 유학생이 졸업 전후에 한국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경력을 쌓을 수 있는지 문의해왔다. 한국 유학을 한국 내 대기업으로 들어가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학생이 많다.명목 GDP가 세계 15위인 한국의 시장경제도 외국인 유학생을 사로잡는 요인 중 하나다. 한국 경제는 1960년대부터 1990년대 사이 그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게 발전했다. 2000년대에도 홍콩, 싱가포르, 대만과 함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인구에 비해 고등교육 시설이 부족한 베트남, 중국, 몽골, 필리핀 등과 인접한 지정학적 위치 덕분에 한국은 고등교육 유학지로 거듭나기에 유리한 입지조건을 갖췄다.여기에 더해 고용노동부와 법무부가 외국인 유학생의 채용 규제를 완화하면서 유학생들은 졸업 후는 물론 공부하는 도중에도 일을 하기가 쉬워졌다. 그들은 한국에 정착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한국에서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한국 기업을 경험해보고 진로를 선택할 기회를 얻게 된다.한국에서 유학생 유입에 힘쓰는만큼 다른 나라에서는 보다 많은 학생을 유학보내기 위해 노력한다. 많은 정부는 자국 학생들이 국제적인 경험을 통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예를 들면 브라질의 국경 없는 과학 프로그램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유학을 가는 학생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한다.2015년까지 10만 명이 넘는 브라질인이 1년 이상을 해외에서 보낼 전망이다. 다른 나라들 역시 아시아 문화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고자 고안된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미국의 경우 보다 많은 학생을 유학보내기 위해 10만 학생 이니셔티브라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유학으로 얻는 것은 단지 지식만이 아니다. 대학 졸업생들은 국경을 초월해 일하고, 다국적 기업을 경영하거나 다문화적 인간관계를 조율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해외대학 졸업은 사업 성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찾고, 대학들도 국제 감각을 지닌 인재를 양성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다.- 필자 레이철 머롤라(미국)는 국제교육 컨설팅업체 i - 그래듀에이트의 컨설턴트다.

2014.01.1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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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구멍 취업 대신 내 사업 도전

산업 일반

해외파 귀국 늘어 취업경쟁 치열 … 전자상거래·전시컨벤션·웨딩산업·요식업 인기 본격적인 취업시즌을 맞아 구직자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예년에 비해 대기업 공채 규모가 줄어들면서 대기업을 향한 구직자들의 행렬은 더 길어졌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웬만한 기업의 입사시험 경쟁률이 100대1을 가볍게 넘어섰다. 취업 무한경쟁 시대에 접어들면서 ‘입사 전쟁’은 연례행사로 변했다.중국 역시 올해 사상 최악의 취업난을 맞고 있다. 올해 중국의 대학 졸업자 수는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기업 채용규모는 오히려 줄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대졸자 수는 2009년 600만명을 돌파한 이후 계속 증가 일로에 있다. 올해에는 전년 대비 19만명 늘어난 699만명에 달했다. 그러나 기업의 신입사원 채용자 수는 오히려 감소하는 엇박자를 보인다. 중국 교육컨설팅기관 MyCOS(麥可思)가 올초 실시한 500대 기업에 대한 채용 설문조사 결과, 올해 대졸자 채용예정 인원은 전년 대비 1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창업활동 순위 세계 2위로이렇게 갈수록 취업문이 좁아지는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각 기업의 채용 여력이 떨어진 때문이다. 해외 유학파가 대거 귀국하면서 취업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한 원인이다. 지난 한 해에만 중국으로 돌아온 해외 유학생 수가 27만3000명에 이른다.전년에 비해 46.6% 급증한 것으로 사상 최대치였다. 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해외에서 일자리 찾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해 평균 10만명 정도이던 해외 유학파의 귀국 행렬은 금융위기 이후 급증했다. 최근 5년 간 귀국 유학생 수만 80만명에 달한다.대학생들은 직장 구하기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힘들다고 울상이다. 사정이 이렇자 취업 대신 창업을 택하는 대학생이 크게 늘었다. 원래 상인 기질이 남다른 중국인들의 돈벌이 욕심은 유별날 정도다. 좋은 직장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도 마음속으로는 늘 독립해 큰 돈 벌 궁리를 한다. 대학생 창업이 활기를 띠면서 중국 창업시장 규모도 매년 커지고 있다.올 초 발표된 칭화대학 창업연구센터 보고에 따르면, 중국의 전 세계 창업활동 순위는 2011년 11위에서 지난해 2위로 뛰어 올랐다. 중국 도시인구 10만명당 창업기업수도 24개에서 53.6개로 증가했다. 창업의 활성화 정도를 나타내는 창업활동지수 또한 12.3%에서 24%로 올라가는 등 전반적으로 창업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른다.상하이 창업지도 전문가 왕건취안(王根泉)은 대학생 창업자들이 전자상거래·정보기술(IT)·전시컨벤션·문화산업·웨딩산업·요식업 분야에 많이 뛰어들고 있다고 말한다. 이 분야는 대학생들의 라이프 스타일이나 학과 전공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소자본 투자로 초기에 이윤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창업 쪽으로 눈을 돌리는 대학생들이 급증하자 중국 정부도 창업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국무원은 5월 16일 ‘2013 대학 졸업생 취업확대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생 창업 때 진입 문턱을 크게 낮출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학생 창업 때 가장 큰 애로요인으로 나타난 자금난 해결을 위해 지방정부별로 대출지원 정책도 활발히 추진 중이다.지역별로 대학생 창업에 대한 담보대출 지원 범위는 10만 위안에서 최대 100만 위안에 이른다. 정부 차원의 창업교육 및 지원서비스를 강화하고, 중점 육성분야인 하이테크산업, 자원이용 산업, IT 분야에 대한 창업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대학교에서도 창업교육에 대한 학점 우대혜택을 주는 것은 물론 재학생들의 창업교육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창업 지원책과 더불어 지속되는 취업난 해소를 위해 대학생 고용 확대를 위한 각종 조치도 마련하고 있다. 대학 졸업생을 농촌 지역 공무원으로 채용하는 촌관(村官) 제도를 확대하는 한편, 중서부 지역과 소수민족 지역에 취업할 경우 인센티브도 부여하고 있다. 중소기업 창업 활성화를 위해 기업 등록 때 최저 자본금 규제도 철폐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는 창업비용 인하와 등기절차 간소화로 중소기업 창업이 활성화되면 침체된 경제에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다양한 소자본 창업 지원책중국에 있는 한국 유학생의 창업열기도 뜨겁다. 일찌감치 소사장을 꿈꾸며 창업을 고민하는 모습이 부쩍 눈에 띄고 있다. 소자본 창업 유망업종이 무엇인지 직접 발로 뛰며 찾는 유학생이 늘었다. 중국 소자본 창업에서 유망 분야는 무엇일까.올 3월 KOTRA가 개최한 ‘중국 소자본 창업 설명회에서 참가 연사들은 중국에서 성공 가능성이 큰 업종으로 의류·화장품·식품 등 생활소비재, 스마트폰용 앱 등 IT, 이벤트 기획 등의 서비스 분야를 꼽았다. 이들은 한류의 파급효과가 소비자들의 구매행위로 이어지는 이른바 ‘경제 한류’ 현상 덕분에 화장품·식품·의류 등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업종별로 한국 제품과 서비스가 가진 경쟁력이 차별적인 만큼, 창업 때 이런 부분에 대한 충분한 사전검토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화장품의 경우 소자본 창업 때 저비용 고품질 상품으로 승부해야 하며, 의류는 한국의 빠른 시장대응력을 활용해 유행 파악 후 제품화하는 기획력과 재고관리 방안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한식당은 무엇보다 유동인구가 많은 길목을 잡는 것이 성패의 핵심이며, 한국이 두각을 나타내는 앱 개발의 경우 투자비용이 낮고, 사용인구가 폭증하고 있어 기발한 아이디어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중국 창업 때 유의할 점도 적지 않다. 중국 창업시장의 확대와 내수시장의 성장은 분명히 소자본 창업자에게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철저한 사전준비가 없는 창업은 대부분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특히 중국은 다른 선진국보다 창업에 대한 지원제도가 미비하고 외자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축소, 복잡한 법인설립 절차 등이 존재해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과거 서비스 분야에 대한 규제가 심할 때는 중국인 직원이나 조선족 명의를 빌려 사업체를 설립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가능하다면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법인을 설립하는 것이 투자 위험을 줄일 수 있다.제품 인증 취득, 상호 등록, 출자금 납입, 지식재산권 출원 및 법원 등기 이후 인허가 등은 한국과 상이한 부분이 많다. 때문에 업종별로 해당 법규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 예상치 못한 금전적 손실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중국에서 사업하면서 흔히 범하는 오류 중 하나가 중국인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우리와 유사할 것이라는 가정과 전제 아래 판단하는 것이다. 천만의 말씀이다. 한국인과 중국인 사이에는 서로 다른 점이 훨씬 많이 존재한다.

2013.11.1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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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 market - 불붙은 ‘일자리 전쟁’

산업 일반

기업체 현실이 요구하는 자격 갖추고 모험정신 가져야 승산 있다 국제적인 여론조사 업체 갤럽의 CEO 짐 클리프턴은 근저 ‘임박한 일자리 전쟁(The Coming Job War)’에서 가장 최근의 세계적 추세를 짚었다. 가정을 갖고 안착하거나, 민주주의를 확립하거나, 종교와 평화의 자유를 구현하는 일보다 더 바람직한 게 뭘까? ‘좋은 일자리(a good job)’를 갖는 것이다. 그보다 더 바람직한 건 오직 하나뿐. ‘아주 좋은 일자리(a great job)’다.그렇다면 한국의 일자리는 어떤가? 공식 통계를 보면 한국의 경제활동 참가율(participation rate)은 61%를 웃돈다. 또 연간 1.4%씩 성장한다. 그러나 고용의 큰 그림을 보면 사정이 사뭇 다르다.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근로시간이 상당히 긴 나라에 꼽히지만 개인의 근로 연수는 다른 나라에 비해 짧다. 다른 나라의 예를들면 스웨덴인은 평균 64세, 영국인은 63세, 독일인은 61세까지 일한다.하지만 대다수 한국인은 29세부터 54세까지 풀타임으로 고용된다. 정부는 퇴직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려고 노력했지만 현재로선 각 기업이 자율적으로 퇴직 연령을 규정할 수 있다.바로 거기서 흥미로운 일이 벌어진다. 예를 들어 한 자동차 회사의 경우 노조에 가입한 직원은 퇴직 정년이 58세다. 노조원이 올라갈 수 있는 최고 직급은 차장이다. 따라서 그들이 차장이 되면 더 이상 승진을 원치 않을 가능성이 있다. 그보다 직급이 높으면 강요되는 조기 퇴직을 막아주는 노조의 보호망이 사라지기 때문이다.결국 능력 있는 젊은 직원은 불만이 많아진다. 승진해야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여건이기 때문이다. 노조원이 아닌 사무직 중간 간부에게도 여파가 미친다. 같은 직급을 가진 생산직 노조원과 똑 같은 급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히 연구 부서들은 직급을 없애고 직책(예를 들어 책임연구원)만 사용함으로써 그런 문제를 해결했다. 서열보다 가치와 실적을 근거로 성과가 좋은 직원을 승진시키기 쉬워졌고, 직급을 기준으로 직원을 ‘솎아내기’는 더 어려워졌다.그럼에도 한국 대학생 대다수는 ‘아주 좋은 일자리’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졌다. 한국의 교육열은 어느 나라보다 뜨겁지만 여느 선진국과 마찬가지 문제에 직면했다. 대학졸업자의 질적 수준과 기업체의 현실적인 요구 조건이 맞지 않는다. 한국 대졸자들이 갖는 문제는 학력 부족이 아니라 글로벌 ‘일자리 전쟁’에서 경쟁할 수 있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이런 측면에서 한국의 29세 미만이 경제활동인구에 편입될 때 그들이 택하는 길이 자못 흥미롭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대학생의 거의 절반이 학업 도중에 쉰다. 여학생의 휴학 기간은 평균 16개월이다. 그중 36%는 그 기간에 취업 및 자격시험 준비를 하고, 32%는 어학 연수 등 현장 경험을 하며, 24%는 학비를 마련하려고 아르바이트를 한다.남학생의 휴학 기간은 평균 2.5년이다. 그동안 대다수는 병역의무를 마치고, 약 11%는 군복무 전후 취업 및 자격시험 준비를 하며, 9%는 어학 연수 등 현장경험을 하고, 8%는 학비를 벌려고 아르바이트를 한다. 대졸자 중 약 70%가 6개월 만에 첫 직장을 찾는다. 32%는 관리자·전문가, 29%는 사무직 종사자, 20%는 서비스·도소매업 종사자, 13%는 기능·기계조작 종사자를 택한다. 업계의 측면에서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 부문이 가장 인기가 높고, 그 뒤를 도소매와 숙박업, 제조, 기술과 금융업이 잇는다.유럽과 미국에서는 고등학교나 대학교에 다니는 동안 비공식적인 일·생활 체험을 통해 얻는 기술과 태도를 중시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대다수 학생이 취업 준비에 지나치게 집착한다. 그들은 어렵게 딴 학위와 자격증으로 취업과 승진이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취업시장의 현실은 다르다. 그래서 취업하자마자 직장을 두어 군데 옮긴다.29세 미만에서 직장을 한두 번 옮기는 비율이 65%에 이른다. 한 직장에 머무는 비율은 11%에 불과하다. 인터넷 일자리 포털이 많지만 취업 경로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29세 미만의 40% 이상은 가족, 친지, 교수, 학교의 추천으로 직장을 구했고 11%는 동료의 추천을 따랐다. 개인 네트워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잠재적 근로자의 수준과 기업이 요구하는 조건 사이에서 벌어지는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얼마 전부터 기업이 교육기관과 손잡고 직장에서 실제로 필요한 능력을 갖춘 졸업생을 배출하기 위한 교과과정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가 ‘마이스터’ 고등학교다. 국가의 산업인재 수요에 부응할 목적으로 생겨난 특수목적고다. 특정 산업에 필요한 기술과 소양을 배양하기 위한 과정을 개발하는 독일 모델을 따랐다.마이스터고를 지원하는 대표적인 기업이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일부 마이스터고에 장학금을 제공하고 졸업생에게 인턴과 고용 기회를 준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아직 보편화되지 않았다. 한국 사회는 이런 교육이 대학 교육보다 성공의 더 나은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선뜻 수용하지 않는 듯하다.그럼에도 삼성은 협력사와 하청업체를 위한 취업박람회를 개최하면서 취업시장의 다양화에 노력한다. 이런 협력사가 삼성 브랜드와 연관되기 때문에 유능한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다. 경험 많은 대기업 직원이 규모가 작은 협력사나 하청업체로 자리를 옮기는 일도 갈수록 흔해진다. 가지고 있는 지식베이스를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중소기업중앙회가 이런 과정을 지원한다.주한 외국회사들로선 한국의 전문가들을 고용하기가 매우 어렵다. 물론 뛰어난 제품이나 서비스가 있으면 성공할 수 있지만, 그러려면 한국 내의 경쟁사 직원과 맞먹을 뿐 아니라 다른 해외 지사에서 일하는 직원들과 수준이 동등한 인재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한국의 외국기업들은 고용 범위가 아주 좁다.그처럼 높은 언어, 문화, 기술적 능력을 가진 한국인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의 모든 외국기업은 그런 능력을 갖춘 사람들을 원한다.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한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외국 기업으로선 곤혹스러운 일이다. 그들이 예상한 급여 수준은 아시아의 일반적인 평균 임금을 근거로 책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더 큰 문제도 있다. 과거엔 외국 기업이 한국 인재들에게 매력적이었지만 지금은 반드시 그렇지 않다. 한국 기업도 세계로 진출하면서 외국 기업과 인재 다툼을 한다. 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나 한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은 거의 같은 수준의 인재를 원한다. 전문적인 기술과 지식, 적합한 사고방식, 경험, 태도를 갖춘 인력을 말한다.피고용자도 근무시간의 탄력성, 실적에 근거한 승진, 여성의 기회 확대, 충분한 성과급, 국제적 체험 기회 등 과거 외국기업이 제공하던 수준의 일자리 분위기를 원한다. 결국 유명 대기업이 최고의 인재 확보에 가장 유리하다. 다양성과 다중작업을 원하는 사람들은 중소기업을 택한다.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향후 5년 한국의 GDP 성장률은 3.5%로 예측된다. 한국의 인재가 ‘일자리 전쟁’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뜻이다. 유명한 다국적 기업을 기꺼이 마다하고 새로운 고객과 시장을 창출하는 모험 기업에 투신하겠다는 마음만 먹으면 된다. 근본적으로 어떤 기업이든 성공하려면 인력이 가장 중요하다.갤럽의 CEO 짐 클리프턴은 “좋은 아이디어보다 좋은 인력이 더 소중하고 드물다”고 말했다. 기업이 성공하려면 혁신을 시장에서 현실로 만들 수 있는 모험적인 인재가 필요하다. 그래야 어떤 시장에서든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2013.03.2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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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Ⅲ - ‘KB굿잡’ 클릭, 취업문 활짝

산업 일반

2년 간 구직자·구인기업 4만 건 연결 … 채용기업엔 자금지원·금리우대 2010년 10월 금강코엔에 취업한 강정구(31)씨는 입사 2년 만에 대리로 승진했다. 대기업에서 신입사원이 대리로 승진하려면 보통 4년이 걸리지만 강씨는 2년을 단축했다. 금강코엔은 1996년 설립된 휴대폰용 케이스 다이캐스팅(구리·알루미늄 등을 녹여서 금형에 눌러 넣는 정밀 주조 방법) 전문기업이다. 직원 수는 100여명. 지난해 매출은 약 350억원이다. 매월 휴대폰 케이스 내장·외장재 등을 합쳐 150만개 이상을 생산한다.강 대리는 취업 하기 전 ‘중소기업은 연봉이 적고 근무 환경도 좋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망설였다. 하지만 ‘KB굿잡 취업박람회’에서 금강코엔의 인사 담당자로부터 회사의 비전과 인사·복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생각이 달라졌다.강 대리는 “의사결정 체계가 신입직원에게도 수평적이고 소통이 가능한 회사라면 내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취업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경영학 전공이었던 김 대리는 기획·전략 부서에서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다. 금강코엔 이근해 사장은 “중소기업에 지원자가 많지 않은데 KB금융 덕분에 훌륭한 인재를 뽑게 되어 고맙게 생각한다”며 말했다.KB굿잡(KB Goodjob)은 KB금융그룹이 중견·중소기업 인력난 해소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2011년 1월 출범시킨 일자리 연결 프로젝트다. 출범 2년 만에 1만2000개 기업이 참여했다. 한 기업이 평균 두세 명의 인재를 구하는 것을 감안하면 KB굿잡을 통해 제공된 일자리는 4만 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일자리를 찾겠다고 나선 개인회원도 3만명을 넘었다.어윤대 회장 제안으로 시작‘KB굿잡 취업박람회’는 매년 서너 차례 열린다. 지난해 5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2 KB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는 국내 최대 규모였다. 260여 곳 기업과 1만5000여명의 구직자가 몰렸다.지난 박람회에서는 구인·구직자 맞춤식 채용관이 눈길을 끌었다. 고등학교 졸업생을 위한 ‘특성화고 채용관’과 대졸 이상 청년 구직자를 위한 ‘신입 채용관’, 재취업자·은퇴자 등을 위한 ‘경력 채용관’을 운영했다. 국내 최초로 해외취업을 지원하기 위한 ‘해외 채용관’도 개설했다. 원전 수주·플랜트 건설 확대 등 ‘제2 중동 붐’에 발맞춰 ‘해외 채용관’ 내에는 ‘중동 전용관’을 운영했다.중동에 진출하는 플랜트 건설 기업과 이라크 비스마야에서 10층짜리 아파트 10만 가구를 7년간 건설하는 한화건설이 아랍어를 할 줄 아는 인력채용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전명섭(64)씨는 플랜트배관·기계설비전문업체인 백석엔지니어링 중동 해외건설현장 인력관리 담당으로 채용됐다. 백석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과거 현대건설에 재직했을 시절 아랍에미리트와 이란 등 건설현장에서 흘린 땀과 경험을 높이 샀다”고 말했다.KB굿잡은 어윤대 KB금융 회장의 아이디어다. 2010년 9월 취임 당시 청년실업은 사회적 이슈였다. 2008년 7.2%이던 청년실업률은 2010년 8%까지 올랐다. 어 회장은 금융회사의 신뢰와 KB금융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구인 구직난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한 달 뒤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었다.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KB금융 계열사인 국민은행 1200개 지점에서 거래하는 10만 개 이상의 기업 고객이 있었지만 이들과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연결해줘야 할지 막막했다. 고민 끝에 많은 우수인력과 일자리 정보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제휴기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어 회장이 직접 여러 대학교 총장과 관련 협회장들을 만났다.채용 1인당 50만원 지원KB굿잡은 2011년 1월 출범과 동시에 인크루트, 한국폴리텍대학, 한국능률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과 구인·구직 정보를 상호 교환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KB금융 김왕기 부사장은 “당시 (KB굿잡이) 잘 될 수 있을까하는 걱정에 첫 박람회가 열리기 전날 뜬 눈으로 밤을 샜다”고 말했다. 그의 걱정과 달리 박람회는 성공적이었다. 박람회장에 부스를 마련한 기업은 200여 곳, 1만2300명의 구직자가 찾았다. 이날 면접에 참여한 구직자 수는 4740명이었다.첫 취업박람회 장소는 서울이 아닌 인천남동공단 인근 송도였다. 프로그램도 특이했다. KB금융은 산업현장을 버스로 이동하면서 소개하는 ‘리크루팅 투어’를 했다. 구인기업의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현장 체험 기회를 주는 등 실질적인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남동공업단지에 있는 산업자재 구매 대행업체인 산유는 이날 3명의 경력사원을 채용했다. 이 회사 배병관 인사부장은 “그동안 채용 박람회에 여러 번 참가했지만 한 번도 채용하지 못했는데 구인기업과 구직자가 믿고 찾을 수 있는 채용 시스템으로 가능했다”고 말했다.KB굿잡은 일자리 연결에 그치지 않고 ‘KB굿잡’을 통해 정규직 직원을 뽑는 기업에 채용 1인당 50만원씩 연간 40억원을 지원한다. 또 KB굿잡을 통해 취업자를 채용하는 기업과 취업자에게 국민은행에서 여·수신금리를 우대해 주고 수수료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채용기업에는 기업신용등급 평가 시 인센티브 등을 적용해 대출 이자를 깎아준다.어 회장은 “KB굿잡은 청년 구직자는 물론 중·장년, 해외취업 희망자까지 모든 계층이 참여하는 국민 일자리 페스티벌”이라며 “KB금융은 구직자들의 꿈을 지원하고 사람을 찾은 기업에는 힘이 되겠다”고 말했다.

2013.02.0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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