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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美 AACR서 비임상 연구 성과 11건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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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은 이달 25일(현지시각)부터 30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신약으로 개발하는 7개 물질과 관련한 11건의 비임상 연구 성과를 공개한다고 14일 밝혔다.구체적으로는 ▲EZH1/2 이중저해제(HM97662) 2건 ▲선택적 HER2 저해제(HM100714) 2건 ▲MAT2A 저해제(HM100760) ▲SOS1 저해제(HM101207) ▲STING mRNA 항암 신약 ▲p53-mRNA 항암 신약 2건 ▲BH3120 2건과 관련한 연구 성과를 포스터로 발표한다. 이 중 BH3120 2건은 북경한미약품이 개발하는 이중항체 플랫폼(펜탐바디)가 기반이다.한미약품은 차세대 표적항암 신약 EZH1/2 이중저해제(HM97662)의 새로운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를 제시하고, 표준 화학요법제와 병용 시 항암 효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연구 근거를 발표한다. 현재 난소암과 방광암, 소세포폐암 등 여러 고형암에서 표준 치료법으로 백금 기반 또는 이리노테칸과 같은 화학요법제가 사용된다. 하지만 재발 또는 내성 유발 문제가 있다.또 한미약품은 HER2 변이암에 대한 경구용 치료제로 개발 중인 선택적 HER2 저해제(HM100714)의 중추신경계 종양에 대한 항암 효력과 엔허투 내성 극복에 대한 연구 결과를 공개한다. HER2 변이는 유방암과 폐암을 비롯한 여러 암종에서 뇌 및 뇌수막 전이의 위험을 높인다. 이는 환자의 예후를 악화하고, 생존율을 낮추는 원인이 될 수 있다.한미약품이 지난해 10월 처음 공개한 MAT2A 저해제(HM100760)는 이번 학회에서 PRMT5 억제제와의 병용 항암 효능을 공개된다. MAT2A 저해제는 암세포의 대사적 취약성을 표적으로 삼아 기존 치료법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려운 난치성 암에 대한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한미약품은 이번 행사에서 신규 항암 파이프라인인 SOS1 저해제(HM101207)의 작용 기전, 약리 활성 등을 최초로 발표할 예정이다. 신호전달 연쇄 과정에서 암을 유발하는 단백질 중 가장 치명적인 KRAS가 활성화되지 못하도록 돌연변이와 상관 없이 SOS1 단백질과 KRAS 간의 결합을 억제하는 새로운 SOS1 저해제다.최인영 한미약품 연구개발(R&D)센터장은 "한미약품은 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 위한 정밀의학 기반의 혁신 연구를 심화해 나가고 있다"며 "EZH1/2, 선택적 HER2, MAT2A, SOS1 등 특정 암 유전자 변이를 표적하는 차세대 표적치료제 개발에 집중해 향후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고도화된 정밀치료를 실현하겠다"고 했다.mRNA 플랫폼 R&D 확장한미약품은 mRNA 플랫폼 기반의 항암 신약의 연구 성과도 발표한다. 이번 학회에서는 STING(Stimulator of IFN genes) 단백질을 직접 발현해 강력한 항암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STING mRNA 항암 신약을 처음 공개한다. STING 단백질의 활성화는 여러 면역 세포의 종양 내 침투를 촉진하고, 항암 면역 반응을 강화해 암 진행 억제에 기여한다.또 한미약품은 mRNA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p53 돌연변이 암을 표적하는 차세대 p53-mRNA 항암 신약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예를 들어 종양억제 유전자인 p53 단백질의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암세포는 계속 성장한다. 기존에는 암 환자에서 나타나는 p53 변이를 표적하는 치료제가 주로 연구됐지만, 상용화된 약물은 없다.한미약품그룹의 중국 현지법인 북경한미약품의 R&D센터가 개발하는 차세대 면역항암제 BH3120의 비임상 연구 결과도 발표된다. 현재 한국과 미국에서 BH3120의 안전성과 내약성을 평가하는 다국가 임상 1상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북경한미약품 R&D센터는 임상 연구와 함께 BH3120의 체내 작용 기전을 보다 심층적으로 규명하기 위한 다양한 비임상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최 센터장은 "한미약품은 정교한 과학적 접근과 차세대 치료 접근 방법(모달리티)를 융합한 독자적인 항암 신약 파이프라인을 대거 선보이며 신약개발 경쟁력을 세계 최상위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며 "혁신신약 개발을 통해 한미약품그룹의 미래 가치를 선제적으로 확장하고, 우리나라 R&D의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5.04.1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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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젠, 항암제 후보물질 BAL0891 美 1상 변경 승인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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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젠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항암제 후보물질 BAL0891을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 환자에게 적용하는 1상 임상시험계획(IND) 변경 승인을 신청했다고 12일 밝혔다.신라젠은 현재 이 후보물질을 고형암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며, 이번 변경 승인 절차를 밟아 혈액암으로 대상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임상은 내년 3월 종료될 예정이다.급성 골수성 백혈병(AML)은 재발률이 높고 예후가 불량한 혈액암이다. 특히 고령 환자나 재발성·불응성 환자는 치료가 어려워 분열 기전을 직접 표적으로 삼는 신규 작용 기전 약물 수요가 높다.신라젠은 이번 변경 승인이 완료되면 재발성·불응성 급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의 안전성을 확인할 예정이다.BAL0891은 이중억제 기전(dual inhibition)을 보유한 혁신신약 후보물질이다. TTK(Threonine Tyrosine Kinase)와 PLK1(Polo-Like Kinase 1)을 억제, 유사분열 체크포인트를 교란해 암세포가 분열하지 못하도록 한다.신라젠은 앞서 진행한 BAL0891의 급성 골수성 백혈병 이식 모델 전임상 연구에서 항암 활성을 확인해 이번 변경 승인을 신청했다. 저용량으로도 종양 억제와 생존 연장이 가능하다는 점을 회사 측은 확인했다.

2025.02.12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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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놈앤컴퍼니, 英 엘립시스에 면역항암제 GENA-104 기술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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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놈앤컴퍼니는 영국 신약 개발 기업 엘립시스 파마에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GENA-104'을 기술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계약에 따라 엘립시스 파마는 GENA-104의 임상 1상을 전담한다. 이후 개발 및 상업화 과정도 엘립시스 파마가 이끈다. 지놈앤컴퍼니는 GENA-104의 상업화로 수익이 발생하면 수익 배분을 받는다.GENA-104는 지놈앤컴퍼니가 발굴한 CNTN4를 표적으로 하는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이다. 기존의 면역항암제로 효과를 보지 못한 암환자가 이 후보물질을 쓸 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앞서 지놈앤컴퍼니는 GENA-104의 주요 연구결과가 국제학술지 Science Immunology에 채택돼, GENA-104’의 항암 효과와 CNTN4의 신규 면역항암 표적 가능성을 입증했다.또,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GENA-104의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고, 현재 시료 물질 생산을 완료했다. 엘립시스 파마는 올해 한국에서 임상 1상을 개시한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임상을 추진한다. 엘립시스 파마의 글로벌 신약 개발 총괄 및 최고 의료 책임자인 토비아스 아르케나우 교수는 "CNTN-4를 표적으로 삼는 것은 T세포에서 CNTN4-APP 상호작용을 차단해 종양 세포의 사멸을 촉진하는 혁신적인 방식"이라며 "다양한 암종에서 특히 주목받을 것"이라고 했다.

2025.02.1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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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깊은 유한양행·SK바이오팜…‘넥스트’ 신약 개발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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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과 SK바이오팜 등 국내 신약 개발 기업이 자사 신약으로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의 문을 두드리는 가운데 이들 기업이 신약 개발 성과를 이어갈 다음 제품에 관심이 쏠린다. 신약은 개발 이후 수십년 동안 특허를 통해 독점권을 유지하며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개발 기간 또한 이에 못지않게 길어 기업이 사업을 지속하려면 계속해서 신약을 개발해야 한다. 국내 신약 개발 기업의 ‘넥스트 파이프라인’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문제는 신약 개발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사업이라는 점이다. 성공하면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실패할 확률이 높다. 자금력이 풍부한 글로벌 제약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국내 기업이 연달아 신약을 개발하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만약 신약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국내외 시장에 공급할 적정한 가격을 정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다. 가격을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수익성이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신약 개발 기업들은 다국적 제약사에 유망 물질을 기술 수출하거나 기존 사업과 연관된 분야의 사업을 개발하는 등 별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넥스트’ 신약 찾는 유한양행·SK바이오팜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를 개발한 유한양행은 기업 간 협력을 통해 신약으로 개발될 유망한 물질을 선제적으로 살피는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선택했다. 렉라자 자체도 바이오 기업 제노스코의 고종성 박사가 찾아낸 물질을 오스코텍을 통해 기술 도입한 물질이다. 유한양행은 이후 렉라자의 초기 임상을 진행해 이를 다국적 제약사인 존슨앤드존슨의 얀센에 기술 수출했다. 렉라자가 신약으로 탄생하기까지 3개 기업 연구진의 손을 거친 셈이다.유한양행은 렉라자를 이을 다음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기술 수출 방식을 이어갈 방침이다. 앞서 공시를 통해 올해부터 3년 동안 매년 1건 이상의 기술 수출과 2건 이상의 신규 임상 진입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업의 규모와 연구개발(R&D) 능력, 자금 확보 역량 등을 고려했을 때 신약을 개발해 대형 시장에 성공적으로 선보이려면 렉라자의 사례처럼 유망 물질을 다국적 기업에 기술 수출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판단에서다.실제 렉라자는 얀센이 유한양행으로부터 사들여 다른 항암제와 병용 투여하는 방식으로 미국에서 허가됐다. 신약 개발의 마지막 단계인 후기 임상과 상업화를 얀센이 주도한 것이다. 유한양행은 물론 대부분의 기업은 신약을 성공적으로 개발해 미국 시장에 출시한 경험이 없다. 얀센을 비롯한 다국적 제약사는 해외 여러 규제기관의 허가 경험이 많은 만큼 국내 기업보다는 수월히 신약 허가 과정을 넘길 가능성도 크다.유한양행은 알레르기와 퇴행성 디스크 등 다양한 분야의 질환을 치료할 후보물질을 확보해 넥스트 렉라자로 개발하기 위한 R&D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알레르기 치료제 후보물질 YH35324는 여러 기업과 기술 수출 논의가 진행 중인 넥스트 렉라자 후보다. YH35324는 유한양행이 지아이이노베이션에서 기술 도입한 물질로 현재 초기 임상 단계다. 유한양행은 면역글로불린E(IgE) 수치가 높은 아토피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YH35324의 임상 1상에서 기존의 알레르기 치료제인 졸레어(성분명 오말리주맙)와 비교해 해당 수치를 크게 낮췄다.신약을 개발해 미국 시장을 공략 중인 SK바이오팜은 ‘넥스트 엑스코프리’ 개발을 고심하고 있다.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는 SK바이오팜이 개발한 뇌전증 신약이다. 렉라자와 달리 SK바이오팜이 해당 물질을 발굴해 직접 미국 시장에서 허가를 받은 것은 물론 출시까지 한 국산 신약이다. 국내 기업이 신약을 자체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고 상업화도 진행 중인 곳은 사실상 SK바이오팜 뿐이다. SK바이오팜은 미국 현지 직접 판매 기반을 다졌고 올해도 처방 건수를 확대할 계획이다.SK바이오팜은 엑스코프리라는 ‘한우물’만 파는 전략으로 지난해 첫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도 전망된다. SK바이오팜이 기술 수출로 영업흑자를 낸 2021년을 제외하면 2011년 설립 이래 단 한 번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무적인 성과다. SK바이오팜이 자체적으로 엑스코프리를 개발해 미국 시장에 출시까지 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엑스코프리는 SK그룹 계열사인 SK팜테코가 위탁생산(CMO)을 맡고 SK바이오팜이 직접 현지에 판매하고 있어 매출총이익률이 90% 중반에 달한다.SK바이오팜은 뇌전증을 비롯한 중추신경계 치료제 후보물질을 기술 도입할 계획이다. 또 그룹사의 역량을 활용해 해당 분야의 디지털 치료 사업을 추진해 뇌전증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특화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신약 및 질환의 예방·치료·관리 분야에 적용하겠다는 계획이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해 SK바이오팜은 해외 기업 유로파마와 미국에 합작법인을 설립해 AI 모델로 뇌전증 발적을 사전 예측 및 관리하는 서비스를 내놓는 구상을 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넥스트 엑스코프리가 될 물질을 발굴하는 데도 AI 기술을 활용한다. SK바이오팜은 방사성의약품(RPT)과 표적단백질분해치료제(TPD) 분야에서 새로운 물질을 발굴해 신약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 AI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미국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고 인재를 영입해 RPT와 TPD 맞춤형 AI 신약 개발 엔진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여러 질환 분야 중에서도 SK바이오팜의 넥스트 엑스코프리를 발굴하는 데 특화한 AI 신약 개발 엔진을 개발해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2025.02.10 06:00

4분 소요
HLB 자회사 엘레바, 美 릴레이서 담관암 치료제 후보물질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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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B의 미국 자회사인 엘레바 테라퓨틱스(엘레바)가 미국의 릴레이 테라퓨틱스(릴레이)로부터 담관암 치료제 후보물질 RLY-4008(성분명 리라푸그라티닙)의 기술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고 4일 밝혔다.RLY-4008은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 변이 섬유아세포성장인자수용체2(FGFR2)를 저해하는 물질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지난해 10월 혁신 신약으로 지정됐다. 엘레바는 내년 미국에서 RLY-4008의 조건부 허가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FDA도 릴레이에 RLY-4008을 FGFR2 유래 담관암 치료제로 신약허가신청서(NDA)를 제출하라고 권고했다.릴레이는 담관암 2차 치료제로 RLY-4008의 임상 2상을 완료했다. 임상 2상은 490명을 대상으로 13개 국가 50개 기관에서 진행됐다.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도 포함돼 있다. HLB에 따르면 RLY-4008은 임상 결과 FGFR2 유래 간내 담관암 환자군과 위암·췌장암·두경부암 등 다른 고형암 환자군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했다.한용해 HLB그룹 최고기술책임자(CTO)는 "RLY-4008는 베스트 인 클래스(Best-in-Class·계열 내 최고 성능을 보이는 약물) 담관암 치료제로서 신약 허가 절차를 바로 추진할 수 있는 항암제 후보물질"이라며 "내년 리보세라닙(성분명 아파티닙)을 간암 신약으로 허가 받고 RLY-4008의 NDA도 진행해 HLB는 세계적인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했다.

2024.12.04 09:31

1분 소요
LG·SK·GC…국내 바이오 산업 네트워크 이곳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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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한파로 국내 바이오 산업이 움츠러들었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국적 제약사와의 기술이전 계약을 끌어낸 기업이 속속 나오고 있다. 올해 미국 머크(MSD), 일본 다이이치산쿄와 기술이전 계약을 연달아 체결한 알테오젠이 대표적이다. 오름테라퓨틱도 지난해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지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미국 버텍스와의 또 다른 기술이전 계약 체결 소식을 알렸다.약물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변경하는 기술을 가진 알테오젠과, 항체-약물 중합체(ADC)에 표적 단백질 분해제(TPD)를 융합하는 기술을 개발한 오름테라퓨틱의 공통점은 회사 대표의 ‘출신’이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와 이승주 오름테라퓨틱 대표는 나이도 세대도 다르지만, ‘LG화학’(옛 LG생명과학)에서 일했다는 공통분모가 있다.LG화학은 ‘바이오 사관학교’라고 불릴만큼 제약·바이오 업계 스타 창업자를 배출했다. LG그룹이 현재 바이오 사업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며 SK그룹의 바이오 계열사와 삼성종합기술원 등에 사관학교의 자리를 넘기고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LG화학 출신 바이오 기업 창업자들은 지속적인 성과로 명성을 새로 쌓고 있다.바이오 사관학교 ‘LG생명과학’LG화학은 LG생명과학 시절 1979년 대덕연구단지에 연구소를 설립해 한국 바이오산업이 토양을 마련하는 데 톡톡히 역할을 했다. 많은 인재를 발굴하고 키워내면서 한국 바이오업계 ‘인재 양성소’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LG화학은 바이오 연구개발(R&D) 분야의 인재를 국내외에서 영입하며 신약 개발에 뛰어들 미래의 창업주들이 아이디어를 나누고 서로 연결되는 고리가 됐다. LG화학 연구소의 초창기 일원으로 15년 동안 연구소장을 지낸 최남석 전 LG화학 기술연구원장을 시작으로 그의 후임들 역시 인재 발굴에 힘을 쏟았다.이들 중 일부는 LG화학이 한차례 구조조정을 했을 당시 신약 개발 기업을 창업하며 국내 바이오기업 창업의 ‘붐’을 이끌었다. LG화학 연구소의 인재들은 신약 개발에 전문성을 쌓은 박사들이 많아 바이오기업의 많은 형태 중에서도 신약을 직접 개발하는 기업이 많다. ▲김용주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옛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대표 ▲최호일 펩트론 대표 ▲이병건 지아이이노베이션 대표 ▲고종성 제노스코 대표 ▲김건수 큐로셀 대표 등이다.LG화학 출신들의 신약 개발에 대한 열정은 이들이 LG화학에 머물렀을 당시의 일화에서도 엿볼 수 있다. 오름테라퓨틱의 이 대표는 버텍스와의 기술이전 계약 체결 이후 올해 7월 신약 개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모임에서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의 김 대표와의 인연에 대해 이렇게 회상했다. “미국에서 박사후연구원(post-doctorate)으로 일하던 2005년 LG생명과학 신약연구소장이던 김용주 박사가 채용을 위해 미국에 왔다. 김용주 박사는 다른 기업의 채용 담당과 달리 ‘월급쟁이’ 같지 않았다. ‘신약을 무조건 개발한다’라는 의지가 느껴졌다. 김용주 박사를 보며 ‘어떤 기업이길래 직원이 주인의식을 지니고 신약을 개발하지’ 싶어 LG생명과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신약을 개발해야 한다는 원동력도 그곳에서 ‘감염’됐다.”이들 기업은 꾸준한 교류를 통해 국내 바이오기업이 위기를 돌파하고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는 토양도 마련하고 있다. 인적 교류와 R&D 구상, 사업 협력을 넘어 자금 유통으로도 영향력을 확대하면서다. 실제 투자 시장이 얼어붙어 바이오기업이 자금난에 흔들리자,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와 알테오젠, 펩트론, 수젠텍 등 1세대 바이오기업 대표들은 국내 바이오기업이 대상인 공동 펀드를 조성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바이오기업이 줄줄이 사업을 접으면 그동안 일군 국내 바이오산업 생태계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GC·SK도 네트워크 탄탄이런 교류와 협력은 다른 기업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벤처가 상당수인 국내 신약 개발 기업이 성공하려면 활발한 지식 공유로 R&D 수준을 높이고 인적 교류를 통해 투자 유치를 지속해야 한다. 그만큼 네트워킹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신약 개발 기업의 약물을 대신 생산하는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이 ‘바이오 생태계 활성화’를 명목으로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 공간을 부지 내 조성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존슨앤드존슨(J&J)을 비롯한 다국적 제약사도 이런 이유로 여러 벤처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최근에는 다른 기업을 중심으로도 바이오산업 내 상호협력을 위한 교류 모임이 활발해지는 추세다. GC녹십자 출신 바이오기업 임직원들은 GC-OB 벤처 포럼을 통해 정기적으로 신약 개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GC녹십자 출신 바이오기업 임직원으로는 지아이이노베이션의 이 대표와 조순태 듀셀바이오테라퓨틱스 고문이 대표적이다. 정요경 알엔에이진 최고기술책임자(CTO), 장기환 큐어로젠 이사, 허민주 헤지호그 CTO, 이민우 듀셀바이오 대표도 GC녹십자를 거쳤다.SK그룹의 제약·바이오 계열사도 LG화학을 잇는 새로운 ‘바이오 인맥’ 양성 후보사로 꼽힌다. 항암제 개발 기업 티움바이오의 김훈택 대표는 SK케미칼 재직 당시 R&D 분야를 이끌며 혈우병 치료제 앱스틸라(성분명 로녹토코스알파)를 개발했다. 압타머로 췌장암 치료제를 개발 중인 압타머사이언스의 한동일 대표는 SK의약연구팀장을 지냈다.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를 개발한 김춘길 박사는 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플로메디를 창업했다.

2024.11.24 09:00

4분 소요
박태교 인투셀 대표 “1년 내 기술이전 3건 자신” [이코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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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을 향한 사람의 열망은 강하다. 나이가 들며 여러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고, 환경 변화와 기술 개발로 새로운 질환이 속속 발견돼서다. 다국적 제약사의 관심을 받는 항체 약물 중합체 ADC도 마찬가지다. ADC는 특히 유방암과 위암 등 암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의 문을 열 열쇠로 꼽힌다.하지만 ADC 형태의 치료제가 개발된 항암제는 소수다. 세계 여러 기업이 ADC를 개발하고 있지만, 현재 13개의 ADC만 규제기관의 승인 문턱을 넘었다. 항체와 약물을 잘 조합, 연결해야 하는 ADC의 특성 때문이다. ADC는 암세포를 찾아내는 항체와 암세포를 파괴할 약물(페이로드)을 링커라는 기술로 붙인 형태다.인투셀은 이 링커 기술에서 혁신을 꾀하고 있다. ADC가 암세포에 정확히 도달했을 때 약물을 떨어뜨려, 치료 효과를 내게 하는 것이 인투셀의 기술이다. 성과는 속속 나고 있다. 인투셀은 스위스의 ADC 테라퓨틱스에 이 기술을 수출했고, 삼성바이오에피스와는 인투셀의 기술을 사용하는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앞으로의 과제는 기술 수준을 높이고 사업 성과를 더 확대하는 일이다. 9월 24일 오후 대전 대덕구 인투셀 본사에서 만난 박태교 대표는 “내년 상반기까지 기술이전 성과를 3건 더 확보하겠다”고 자신했다. 현재 국내외 기업 다수와 인투셀의 기술을 활용하겠다는 논의를 진행하고도 있다. 기존의 성과를 합하면 인투셀의 기술이전 성과는 총 5건으로 늘어난다. 인투셀은 2028년까지 10건의 기술수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내년 상반기까지 기술이전 성과를 5건으로 확대하면, 목표 달성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여러 항체와 약물을 붙이는 링커 기술을 확보한 만큼, ADC를 개발하려는 대다수 기업과 협력할 수 있어서다. 계약 규모는 건당 조 단위를 기대하고 있다. 박 대표는 “계약 규모를 부풀릴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운명처럼 만난 에스테르 황산인투셀의 링커 기술은 오파스(OHPAS)에 집약돼 있다. 오파스는 항체에 페놀 계열의 약물을 연결하는 링커 기술이다. 기존의 링커는 페놀 계열의 약물보다 아민 계열의 약물을 항체에 연결하기 쉬웠다.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가 지난해 430억 달러(약 56조원)를 쏟아 인수한 기업 씨젠의 링커 기술도 아민 계열의 약물을 항체와 연결하는 데 특화돼 있다.문제는 아민 계열의 약물은 페놀 계열의 약물보다 정상세포와 더 잘 결합한다는 점이다. 독성을 지녀 암세포를 파괴해야 할 약물이 정상세포와 결합, 이를 공격하면 암을 치료하면서도 여러 부작용을 낳는다. 이는 인투셀이 페놀 계열의 약물을 항체에 연결하는 링커 기술을 개발한 이유다. 항암제의 치료 효과를 높이되 부작용은 줄이자는 ADC의 기대효과를 강화하자는 취지에서다.인투셀이 이런 기술을 개발한 것은 우연한 대화에서였다. 박 대표는 “대학 선배와 연구거리를 찾아보다 황산 다이에스터(diester)가 대화 주제로 나왔다”며 “황산 다이에스터는 황산 분자가 두 개의 수산기(hydroxyl group·–OH)에 결합한 형태인데, 이를 ADC에 접목하면 약물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링커를 개발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고 회고했다. 황산 다이에스터는 여러 연구 논문을 통해 안정적인 화학 결합이라는 점이 증명됐다. 다음 과제는 이 황산 다이에스터의 구조를 적용한 ADC가 혈액 속을 돌아다니면서도 안정을 유지하냐였다. 박 대표는 “2019년과 2020년 국제학술지 바이오컨쥬게이트 케미스트리(Bioconjugate Chemistry)에 이를 증명하는 논문 3편을 연달아 게재했다”고 했다. 이 논문의 결과가 오파스다.인투셀은 후속 연구에도 돌입했다. 면역세포의 독성을 줄이는 기술 연구가 대표적이다. 씨젠과 다이이찌 산쿄 등 다른 ADC 개발 기업의 링커 기술은 펩타이드를 활용하기 때문에 골수에 도달했을 때 특정 효소에 반응해 약물이 방출된다. 약물이 암세포가 아닌 엉뚱한 세포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이는 호중구, 적혈구, 혈소판 감소로 이어져 환자의 면역 기능을 떨어뜨린다.인투셀은 링커 기술에 에스테르 황산 구조를 적용했기 때문에 이런 문제에서 벗어난다. 오파스를 비롯한 인투셀의 기술은 펩타이드를 활용한 다른 링커 기술처럼 골수에서 분비되는 효소로 인해 링커가 끊어지는 작동방식(메커니즘)이 아니라서다. 인투셀의 링커에는 특정 효소를 만났을 때 방아쇠(트리거) 역할을 하는 요소가 붙어있는데, 이는 암세포를 만났을 때만 끊겨 약물을 방출한다.인투셀은 연구개발(R&D)의 성과로 오파스 외 다른 ADC 개발 기술을 여럿 내놨다. ADC의 독성을 낮추는 PMT 기술과 ADC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엔허투의 엑사테칸을 인투셀의 기술에 적용한 넥사테칸 등이다. 기술 개발의 성과를 확인하기 위해 신약도 개발하고 있다. 이 중 고형암 대상 ADC 후보물질인 B7-H3는 이르면 올해 말 임상시험수탁기관(CRO)으로부터 최종결과보고서를 수령할 계획이다.

2024.09.3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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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제약바이오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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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제약바이오협회(협회)가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협회는 21일 논평을 통해 "국내에서 개발한 항암 신약이 FDA의 관문을 통과한 것은 제약·바이오산업의 쾌거"라며 "규모가 작아도 연구개발(R&D)과 혁신을 지속해 신약 강국이자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입성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앞서 FDA는 렉라자와 리브리반트의 병용요법을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엑손 19 결손 또는 엑손 21(L858R) 치환 변이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승인했다. 리브리반트는 존슨앤드존슨(J&J)의 폐암 치료제다.협회는 "렉라자는 규모 있는 기업이 주도하는 항암제 시장에서 비중이 큰 폐암 치료제 시장에서 효과 좋은 신약으로 평가받았다"며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1조원대 매출의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탄생한다는 기대감을 높였다"고 했다.협회는 렉라자가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출시된 신약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협회는 "렉라자는 국내외 기업이 협력한 오픈 이노베이션의 성공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며 "이번 승인을 계기로 국산 신약이 미국, 유럽 등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 데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이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지속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의 확산과 과감한 R&D 투자 확대, 정부와의 민관협력 강화 등을 통해 제2, 제3의 미국 FDA 승인 신약을 만들 것"이라며 "한국이 세계 6대 제약·바이오 강국 도약으로의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2024.08.2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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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시장 뚫는 유한양행…‘렉라자’ 10년 결실 맺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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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최근 렉라자와 존슨앤드존슨의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을 승인하면서다. 국내 기업이 개발한 항암제가 미국 규제기관의 승인을 얻은 것은 렉라자가 처음이다. 항암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국내 기업이 세계 최대 규모 제약 시장의 문을 항암제로 두드리게 된 셈이다.수백억원대 로열티 기대 렉라자는 변이가 일어난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에 결합해 강력한 항암 효과를 내는 타이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다. 이번 승인을 통해 렉라자는 EGFR 엑손 19 결손 또는 엑손 21(L858R) 치환 변이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쓰이게 됐다. L858R 치환 변이는 다른 변이보다 환자의 예후가 좋지 않았다.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특히 이런 환자에게 적용할 만한 치료 방법이 될 전망이다. 유한양행은 이번 승인을 통해 존슨앤드존슨으로부터 6000만 달러(약 801억원) 정도의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를 받는다.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을 상업화한 이후에는 판매 규모에 따라 일정 금액 이상을 별도의 기술료(로열티)로도 수령한다. 다른 국가에서의 승인 소식도 기대된다. 신뢰도 높은 규제기관이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을 승인한 만큼, 유럽, 일본 등에서도 이를 승인할 가능성이 높아서다.이명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 일본 등에서 렉라자가 순차적으로 판매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한양행이 연내 존슨앤드존슨으로부터 마일스톤을 수령하고, 존슨앤드존슨이 피크 세일즈 판매 규모를 50억 달러(약 6조6753억원)로 보고 있는 만큼 유한양행은 로열티 수령 이후 실적을 더 개선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한승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우수한 임상 자료 등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승인받을 것이란 기대가 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승인은 국내 바이오 기업의 기술 수출 모델의 신뢰도를 높이는 측면에서 상징성이 있다”며 “국내 기업이 규모 있는 로열티를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첫 성공 사례”라고도 평가했다.‘제2의 렉라자’ 찾아서이번 승인은 국내 기업이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이룩한 성과라는 측면에서도 의미 있다. 앞서 조욱제 유한양행 사장은 “이번 승인은 유한양행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진행한 연구개발(R&D) 투자의 결과”라며 “렉라자가 종착점이 아닌 통과점이 돼, 유한양행이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혁신 신약을 발판삼아 세계 50위권 기업으로 도약하는 초석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렉라자는 당초 국내 신약 개발 기업 오스코텍의 자회사 제노스코가 발굴한 신약 후보물질이다. 유한양행은 아직 임상 단계에도 진입하지 않은 렉라자를 2015년 제노스코로부터 사들여 임상 단계로 진입시켰다. 렉라자 기술 도입 직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1·2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고, 3년 뒤 얀센과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또 렉라자의 성공은 ‘제2의 렉라자’가 될 후보물질을 발굴할 원동력이 되고 있다. 실제 유한양행은 기초연구 분야의 투자를 확대해 새로운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데 힘쓰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해 별도의 프로그램인 유한 이노베이션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국내 대학과 연구기관 소속 연구자들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공유, 검증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는 식이다.美 시장 뚫는 유한양행존슨앤드존슨은 연내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을 시장에 내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규제기관의 승인을 받은 약물은 이르면 2~3개월 뒤 시장에 나와서다.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 약물은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다. 타그리소는 매년 수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다. 다양한 항암제가 출시되고 있지만, 아직 타그리소의 시장 지배력이 공고하다.존슨앤드존슨은 향후 여러 임상 결과를 발표하며 렉라자와 오시머티닙의 시장 지위를 높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맥주사(IV) 제형보다 사용하기 편한 피하주사(SC) 제형의 리브리반트와 렉라자의 병용요법을 미국에서 승인받는다는 구상이다. 임상 측면에서의 이점과 투약 편의성을 개선해 시장에 침투하겠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SC 제형의 리브리반트와 렉라자의 병용요법이 미국에서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돼, 이르면 내년 2월 승인이 예상된다.

2024.08.2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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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에서 발견한 ‘꿈의 항암제’ 키트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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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는 항암제의 최신 개발 동향을 살펴볼 수 있는 현장이다. 화이자와 모더나, 다이이찌산쿄, 아스트라제네카 등 다국적 제약사는 이번 학술대회에서 자사의 혁신 신약의 연구 결과를 속속 공개했다. 이들 기업보다 더 큰 이목을 끈 기업이 미국 머크(MSD)다. 여러 기업과 병용 요법을 확대한 덕에, 사실상 대다수의 연구 발표에서 이 회사의 핵심 약물인 ‘키트루다(Keytruda)’가 언급되면서다. 병용 요법은 여러 약물을 함께 써 치료 효능을 높이는 것이다.기적의 항암제 매출 ‘쑥쑥’키트루다는 면역항암제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는 약물이다. 다양한 암종에 치료제로 쓸 수 있어 ‘기적의 항암제’로도 불린다. 면역항암제는 화학항암제, 표적항암제에 이은 새로운 방식의 항암제다. 기존 항암제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지만, 키트루다와 같은 면역항암제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없앤다. 키트루다는 면역항암제 중에서도 면역관문억제제에 해당한다. 암세포는 생존하기 위해 면역체계를 회피하는데, 면역관문억제제는 이를 차단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파괴하도록 한다. 키트루다가 이목을 끈 또 다른 이유는 이 약물의 성장세가 거세서다. 키트루다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여러 의약품 중 세계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올렸다. MSD에 따르면 키트루다의 매출은 지난해 250억 달러(약 35조원)를 기록했다. MSD의 전체 매출에서도 키트루다의 매출이 42% 정도를 차지한다. 미국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Humira)’는 물론,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코미나티(Comirnaty)’도 제쳤다. 이들 기업에 따르면 코미나티와 휴미라의 매출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각각 153억 달러(약 21조원), 144억 달러(약 20조원)다.키트루다의 매출은 향후 더 늘어날 전망이다. MSD가 다양한 암종에 키트루다를 치료제로 쓸 수 있도록 적응증을 확대하고 있어서다. 폐암과 두경부암, 요로상피암, 식도암, 자궁내막암, 위암, 소장암, 난소암, 췌장암, 담도암 등 키트루다가 치료 효과를 보이는 암종도 상당하다. MSD가 허가받은 키트루다의 적응증만 40개 이상이기도 하다. 암 환자가 키트루다를 더 빠르게 사용하도록 허가가 확대된 점도 MSD가 키트루다의 매출을 키우는 데 보탬이 됐다. 키트루다의 올해 매출도 미국의 규제기관이 초기 단계의 삼중음성유방암, 신장세포암 등을 앓는 환자가 키트루다를 사용하도록 한 덕을 봤다.키트루다의 아성을 노리는 기업도 많다. 키트루다와 유사한 치료 효과를 내는 바이오의약품을 개발 중인 기업들 이야기다. 미국의 암젠과 스위스의 산도스 등 다국적 제약사는 키트루다의 특허 만료 시기에 맞춰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 등 국내 기업도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뛰어들어 경쟁이 치열하다. 통상 바이오시밀러로 인해 기존의 의약품을 공급하던 기업은 매출 타격을 입는다. MSD도 키트루다의 바이오시밀러가 최대한 늦게 시장에 나오도록 키트루다의 용도, 제형, 공정 등과 관련한 특허를 등록했다. 핵심 특허가 만료되기 전, 다른 특허를 연달아 등록해 신약의 독점 기간을 늘리는, 이른바 ‘에버그리닝’ 전략이다.키트루다 가치 몰랐던 MSD이렇게 ‘잘 나가는’ 키트루다가 사실 쓰레기통에 담겨있었다는 점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MSD는 당초 약물 개발 전략을 수립하며, 키트루다를 다른 기업에 팔아버리려 했다. 기적의 항암제로 불릴 약물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 셈이다. MSD 자체도 키트루다를 통해 면역항암제 시장을 이끌기 전에는 항암제 분야에서 역량 있는 기업이 아니었다. 키트루다도 MSD의 물질이 아니었다. 키트루다는 네덜란드의 제약사 오가논이 발굴했는데, 이 회사가 여러 차례의 인수합병(M&A)을 통해 MSD의 품에 안긴 탓에 키트루다의 연구개발(R&D) 권리도 MSD로 넘어오게 됐다.키트루다를 쓰레기통에서 건져낸 것은 경쟁사인 미국의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BMS)다. 10여 년 전에도 면역항암제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던 BMS는 당시 키트루다와 같은 PD-1 항체를 면역관문억제제로 개발하고 있었다. 이 약물이 키트루다의 경쟁 약물로 꼽혔던 ‘옵디보(Opdivo)’다. MSD는 BMS가 개발하던 PD-1 항체가 유망하다는 점이 알려지자, 기존에 확보한 물질을 검토해 키트루다를 찾아냈다. BMS가 이미 면역항암제 분야에서 상당한 연구를 진행한 터라, MSD는 4년가량의 세월을 단축할 R&D 전략이 필요했다.MSD는 BMS를 따라잡기 위해 대규모의 초기 임상을 계획했다. 수십명 정도가 대상인 임상 1상에 암 환자 1000여 명을 투입하면서다. 임상을 잘 설계해 약물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도 줄였다. MSD가 키트루다를 뒤늦게 발견한 만큼, 임상 개발에 총력을 다했다. MSD의 이런 결단으로 진행된 임상이 항암 신약 개발 임상 중에서도 규모가 가장 크다고 알려진 ‘KEYNOTE-001’이다. MSD는 이후 계획된 임상을 마쳤고, 3년 정도 지난 201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키트루다의 신약 허가를 신청했다. 이를 통해 BMS의 옵디보를 제치고, 먼저 규제기관의 허가도 받았다.

2024.06.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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