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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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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비계 삼겹살”…돼지고기 지방 비율 완벽 관리한 ‘이 백화점’

유통

현대백화점이 자체 돈육 브랜드 ‘현대 셀렉티드(Selected) 포크’를 정식 론칭하고 압구정본점·무역센터점·판교점·목동점·더현대 서울 등 수도권 5개 점포 식품관에서 판매에 나선다고 20일 밝혔다.현대 셀렉티드 포크는 생산부터 유통까지 전과정을 현대백화점이 직접 관리하는 돈육 브랜드다. 1등급 이상 암퇘지만을 선별해 100% 무항생제 및 저탄소 인증 등 자체 수립한 총 5가지 엄격한 품질 기준을 적용한다. 5가지 품질 기준을 적용한 돈육 브랜드를 내놓은 건 업계에서 현대백화점이 처음이다.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대전충남양돈농협과 협업해 지역내 251개 농가 중 엄선된 8개 농가에서만 물량을 공급받는다”며 “우수한 산지 생산자의 노력의 가치를 고객에게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 까다로운 백화점 식품관의 품질 기준을 한 층 더 업그레이드했다”고 설명했다.특히, 현대백화점은 입고되는 돈육 전량을 ‘비파괴 지방선별기’(VCS2000)로 전수조사해 일정한 수준의 지방 비율을 보장한다. 표본(샘플) 검사를 통해서도 품질을 유지할 수 있지만,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모든 물량을 검수하기로 한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검수가 진행되는 대전충남양돈농협 공판장에서는 두께, 육색, 지방색, 마블링 등을 눈으로 확인하는 육안 선별 작업과 함께 카메라 3대가 달린 비파괴 지방선별기로 돼지 도체 크기와 정육량을 분석하고 삼겹살 중량, 지방 비율 등을 예측하는 화상 분석 과정이 추가로 이뤄진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밝힌 국내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황금 비율(25~30%대)에 맞춰 삼겹살 정육 내 지방 비율이 40%를 넘거나 25% 수준에 미치지 못한 원육을 선별하기 위해서다.이후 입고된 원육은 각 점포의 정육 가공실에서 현대그린푸드 소속 전문 정육 기술자가 한번 더 돼지고기 지방 부위를 정형한다. 삼겹살의 경우, 정부 권고안을 반영해 피하지방은 10mm가 넘지 않도록 잘라내고, 과지방은 추가로 제거한다. 근간지방(살코기 사이 비계층) 두께는 10mm 이하를 유지한다.운영 상품은 삼겹살, 목심, 안심, 항정살, 앞다리살, 등갈비 등 고객 선호도가 높은 품목들로 구성된다. 여기에 점차 세분화되는 고객 취향을 반영해 다양한 부위를 한번에 맛볼 수 있는 ‘돈육 샘플러’ 상품도 선보인다. 꼬들살, 꽃살 등 쉽게 보기 힘든 돈육 특수부위를 포함한 총 8가지 부위를 60~150g단위로 소포장했다. 가격도 6만원으로 한끼 식사를 고려해 합리적인 수준으로 책정했다.이밖에 현대백화점은 대전충남양돈농협과 함께 식품관에서 판매되는 삼겹살 지방 비율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를 조사하는 등 우리 한돈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연구 활동에도 동참할 계획이다.장우석 현대백화점 식품사업부장 상무는 “현대식품관은 고객에게 최상의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새벽 경매 시장은 물론 바이어가 직접 산지로 출근해 우수 산지와 생산자 발굴에 나서는 등 다양한 노력을 끊임없이 이어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타 유통채널과 차별화되는 현대백화점만의 콘텐츠를 선보여 업계를 선도하는 국내 최정상급 신선식품 경쟁력을 공고히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5.03.20 18:01

2분 소요
“여보, 곧 설인데 어쩌지”...백화점업계, 선물세트 보따리 푼다

유통

백화점업계가 민족 대명절 설을 앞두고 다채로운 선물세트로 소비자 마음 사로잡기에 나선다.신세계백화점은 오는 10일부터 27일까지 설 선물세트 본판매에 나선다. 신세계는 예년보다 빨리 다가온 설을 맞아 명절은 물론 신년 선물 수요까지 동시에 잡기 위해 작년보다 10% 가량 물량을 늘린 50여만 세트를 준비했다.특히 올해는 20만~30만원대 선물세트 물량을 20% 늘려 고물가·고환율 등 대내외적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합리적 가격의 엄선된 제품으로 명절을 준비하고자 하는 고객들이 폭 넓게 선택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대표 신규 상품인 ‘신세계 암소 한우 미식’은 명절 인기부위와 함께 다양한 특수부위까지 골고루 구성해 미식을 추구하는 고객들의 수요를 맞췄다. 늘어나는 1인 가구에 맞춰 한 번 조리로 한끼를 해결하기 쉽도록 소포장된 것이 특징이다. 상품 구성은 인기 특수 부위를 골고루 맛 볼 수 있는 ‘신세계 암소 한우 미식 만복’(33만원), 안심과 꽃등심·채끝 및 치맛살 등 인기 있는 구위용 부위로 다양하게 구성한 ‘신세계 암소 한우 미식 다복’(29만원)이다.또한 신세계는 32개월령 이상의 1++ 암소 한우로만 구성한 시그니처 한우 브랜드 ‘신세계 암소 한우 더 프라임’을 구이용과 함께 불고기·국거리 부위를 포함해 실속 있게 구성한 ‘신세계 암소 한우 더 프라임 만복’(35만원), ‘오복’(29만원)으로 판매한다.특별한 과일 상품도 판매한다. 신세계의 ‘아실 삼색다담’(27만5000원)은 30년 전통의 청담 아실이 자랑하는 과일 소물리에와 함께 프리미엄을 넘어선 ‘맛의 절정’을 구현해 낸 제품이다. 사과·배 등 전통적 선물 품목에 한라봉·애플망고·샤인머스캣 등을 더해 겨울의 정취를 품격 있는 삼색 과일에 담아 정성스럽게 구성했다.신세계 수산을 통해서도 제철음식을 만나볼 수 있다. ‘성산포 탐라 은갈치 만복’(23만원), ‘다복’(15만원)은 제주 우도 인근에서 잡은 은빛 햇갈치를 성산포 수협이 직접 수매 가공해 제작한 상품이다. 청정 제주 바다에서 살집이 오르는 겨울에 어획한 갈치 특유의 뛰어난 식감과 맛을 자랑하는 대표 제철 선물세트다. 길이 1m 이상 특대 사이즈 갈치와 프리미엄 옥돔을 선별해 함께 담은 ‘명품 갈치·옥돔 세트’(35만원)도 준비해 제철음식 선물 수요 선점에 나선다.최원준 신세계백화점 식품담당은 “설을 맞아 가족과 지인들에게 특별한 마음을 전하고 싶은 고객들을 위해 합리적 가격의 기프트 물량을 대폭 늘렸다”며 “신세계백화점만의 품격이 담긴 차별화된 명절 선물과 함께 2025년 새해 소중한 분들께 응원과 희망의 메세지를 전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10일부터 28일까지 압구정본점 등 전국 15개 전 점포 식품관과 온라인몰 더현대닷컴‧현대식품관 투홈·현대H몰에서 ‘설 선물세트 본판매’를 진행한다. 이 기간 현대백화점은 정육‧수산‧청과‧주류‧건강식품 등 1300여종의 명절 선물세트를 선보인다.정육 대표 상품은 ▲저탄소 인증과 함께 친환경 축산의 최상위 단계인 유기축산 실천 농가로 인정된 전남 해남 만희농장과 현우농장의 ‘동물복지 유기농한우 세트’(85만원) ▲‘현중배농장 제주 흑한우 세트’(70만원) ▲‘삿갓봉농장 방목생태축산 한우 세트’(53만원) ▲‘대곡농장 방목생태축산 한우 세트’(48만원) 등이다.간소화된 명절 트렌드에 맞춰 현대백화점은 소포장 한우 선물세트도 대폭 확대했다. 기본 포장 단위를 450g에서 200g으로 변경해 용량은 줄이되 품질은 유지해 가격 부담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등심·채끝·안심·양지·불고기·국거리 등 소 한마리에서 나오는 모둠 부위를 전부 담은 ‘현대 한우 소담 모둠 세트’(22만원) 등 올 설에 처음 선보이는 신규 품목도 다양하게 준비했다.현대백화점은 프리미엄 선물 수요를 겨냥하는 최고급 상품도 마련했다. 1++등급 한우 중에서도 마블링 최고 등급(No.9)만 사용한 ‘현대명품 한우 넘버나인 세트’(300만원)과 ‘현대명품 한우 프리미엄 세트’(200만원) 등이 대표적이다.청과 선물세트 구성도 다양화했다. 최근 사과·배 등 높아진 주요 과일 시세를 반영해 비교적 작황이 안정적인 한라봉·샤인머스캣·애플망고 등 디저트 과일을 혼합한 선물세트를 대폭 늘린 것이 특징이다. 국내산 사과 3개·배 2개·샤인머스캣 1송이·페루산 애플망고 2개로 구성된 혼합과일 ‘샤인머스캣·사과·배·애플망고 정(情)세트’(11만5000원)가 대표적인 상품이다.수산의 경우 전통적 명절 선물인 굴비가 ▲‘현대명품 참굴비 10마리’(150만~350만원) ▲‘영광 봄굴비 10마리’(25만~75만원) ▲‘영광 마른 굴비 10마리’(65만원) 등 프리미엄 세트로 구성된다.간편 수산 선물세트도 선보인다. 전체적인 손질이 완료돼 받는 즉시 간단한 과정만 거치면 조리할 수 있고, 소분 포장돼 보관이 용이한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으로 국민 생선 6종(삼치·고등어·아귀·볼락·달고기·임연수)이 포함된 ‘순살 생선 프리미엄 6종’(11만원), 제주 갈치 1.8kg를 20토막으로 소분해 판매하는 ‘제주 갈치 난(蘭)’(22만원) 등이 있다.장우석 현대백화점 식품사업부장 상무는 “변화하는 명절 트렌드에 맞춰 소포장 선물세트를 확대하고 친환경 등 프리미엄의 가치를 담은 다양한 선물세트 선보인다”며 “소중한 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고객들의 정성이 온전히 전해질 수 있도록 물량 준비부터 주문·배송에 이르기까지 세심하게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5.01.07 06:01

4분 소요
설 선물 물량 늘린 백화점…키워드는 ‘가성비·프리미엄·친환경’

유통

백화점 업계가 본격적인 설 선물세트 판매에 돌입한다. 이번 설은 지난 설보다도 직접 고향을 찾는 귀성객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각 사는 주요 선물세트의 물량을 지난해 보다 대폭 늘렸다.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갤러리아백화점 등 백화점 4사는 오는 21일까지 설 선물판매를 본격화한다. 오는 3일부터 21일까지 설 선물행사를 진행하는 신세계백화점은 설 선물세트를 지난해보다 25%가량 물량을 늘려 약 60만 세트를 준비했다. 특히 통영 프리미엄 삼배체굴, 토종꿀, 아카시아꿀 등 겨울 제철 상품을 중심으로 신규 설 선물 물량을 20% 이상 늘렸다. 한우 선물세트는 지난 설보다 20%가량 물량을 늘렸다. SSG닷컴(쓱닷컴) 신세계백화점몰은 지난 설보다 물량을 30% 이상 늘려 10만여개의 선물세트를 선보인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21일까지 압구정본점 등 전국 16개 전 점포 식품관과 온라인몰인 더현대닷컴·현대식품관 투홈·현대H몰에서 ‘2023년 설 선물세트 본판매’ 행사를 진행한다. 이번 본판매 기간 현대백화점은 정육‧수산‧청과‧주류‧건강식품 등 1000여종의 선물 상품을 선보인다. 실속 선물 세트 수요에 맞춰 10만원대 소포장 한우 세트 물량을 전년 대비 40% 확대하고 프리미엄 선물 수요를 겨냥해 100만원 이상 초(超)프리미엄 선물세트 물량도 전년 대비 50% 이상 늘렸다. 여기에 샤인머스캣·망고 등 디저트 과일을 혼합 구성한 선물세트 물량을 지난해보다 20% 확대해 선보인다. 롯데백화점은 이날부터 전점에서 설 선물세트 본판매를 시작한다. 지난해 판매된 전체 한우 선물세트 중 1+ 등급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로 코로나 이전(2019년) 대비 약 30%P 증가한 점을 감안해, 올해는 1+ 등급 이상의 프리미엄 한우 선물 세트 품목 수를 40% 이상 늘렸다. 또 상품부터 선물 포장에 이르기까지 전반에 걸쳐 ‘친환경’ 콘텐츠도 강화했다. 롯데백화점은 이번에 업계 최초로 일반 한우보다 탄소 배출량이 65% 적은 ‘저탄소 한우 선물 세트’를 선보인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오는 3일부터 21일까지 전 지점 식품관에서 ‘2023 설 선물세트’ 본 판매에 나선다. 4400만원짜리 한정판 위스키 선물세트와 200만원 이상의 고가 와인 선물세트를 비롯해 이탈리아 산 트러플(송로버섯), 캐비아(철갑상어 알), 한우 등을 활용한 프리미엄 선물세트를 선보인다. 과일, 공산품, 건강식품 등으로 구성된 20만원 이하의 중저가 선물세트도 지난해 대비 30% 늘렸다. 특히 오프라인에서는 10만~15만원대 상품을 확대했고, 온라인 판매 상품으로는 10만원대 이하의 선물세트를 늘렸다. 송현주 기자 shj1004@edaily.co.kr

2023.01.02 13:35

2분 소요
명품 틈 파고드는 ‘스몰럭셔리’…물가 치솟자 ‘향수·화장품’에 돈쓴다

산업 일반

#. 최근 베트남 여행을 다녀온 이유진(27)씨는 출국 전 시내면세점에 들러 ‘조말론’ 향수를 구매했다. 해외여행을 갈 때마다 면세점에서 명품 가방이나 지갑을 꼭 하나씩 구매했지만, 올해는 환율이 높아 백화점과 가격이 같거나 오히려 더 비싸 명품 화장품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이씨는 “4년 만의 해외여행이자 면세점 쇼핑이라 좋은 지갑을 하나 저렴하게 장만하고 싶었는데 백화점 가격과 1만원도 차이가 안 나 금방 마음을 접었다”며 “조말론이 40% 행사를 해서 기분이라도 낼 겸 하나만 구매했다”고 말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 시대’에 ‘스몰 럭셔리’가 뜨고 있다. 과거 ‘욜로(You Only Live Once)’의 대명사였던 20·30세대들이 무섭게 치솟는 물가에 하나둘 지갑을 닫기 시작하고, ‘플렉스’ 대신 ‘가성비’, ‘스몰럭셔리’로 소비 트렌드가 옮겨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명품 매출은 주춤하는 반면, 화장품·향수 매출은 고공행진 중이다. ━ 고물가에 명품 소비 가장 먼저 줄여…화장품·향수에 눈길 실제로 물가 부담으로 소비가 줄어든 항목 1위는 ‘명품’이 차지했다. 지난 2일 롯데멤버스가 리서치 플랫폼 ‘라임(Lime)’을 통해 지난달 11~25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고물가 소비영향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26.1%가 물가 부담으로 최근 명품 소비를 가장 먼저 줄였다고 답했고, 그다음으로는 의류·패션잡화(25.8%), 전자제품(11.6%), 화장품·향수(9.8%), 스포츠·레저용품(9.1%) 순으로 소비를 많이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늦게 소비를 줄인 항목으로는 응답자 절반 이상이 식품(51.8%)을 답했다. 그 외 품목들의 경우 생활잡화(12.2%), 의류·패션잡화(8.2%), 도서·문구용품(7.8%), 화장품·향수(5.9%), 전자제품(5.9%), 스포츠·레저용품(5.0%), 명품(3.2%) 등으로 응답률이 높지 않았다. 고가 명품이 줄어든 자리에 향수나 립스틱 등의 ‘스몰 럭셔리’ 제품이 파고들고 있다. 특히 국내 백화점 ‘빅3’의 향기 제품 매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지난 11월 발표한 잠정실적 공시에 따르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3875억원, 영업이익은 242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코스메틱부문은 딥티크·바이레도·산타마리아노벨라 등 니치 향수 브랜드의 활약으로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신장했다. 현대백화점도 이달 1일부터 26일까지 니치향수와 색조 화장품(립스틱 등)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7.1%, 31.1% 늘었다. 지난 10월 기준으로 향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5% 신장했다. 같은 기간 프리미엄 테이블웨어 매출도 13.2%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향수와 명품 화장품뿐 아니라 명품 접시 등 프리미엄 테이블웨어도 스몰 럭셔리 인기와 함께 매출이 계속 늘고 있다”며 “현대식품관 투홈의 하반기(7월 1일~12월 26일) 테이블웨어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336%) 이상 신장했고, 12월 테이블 웨어 선물 매출 중 70% 이상이 30대 이하 고객으로부터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의 향수 매출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향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늘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다음 달에 마스크를 벗게 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향수나 명품 화장품 등 뷰티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특히 지난 6월부터 뷰티 상품군 매출이 크게 늘었고 이러한 흐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명품백 대신 ‘럭셔리 샴푸’ 찾는다…‘스몰럭셔리’ 인기 계속 20만원 이상의 ‘럭셔리 샴푸’ 등 헤어케어 제품 수요도 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샴푸계 샤넬’이라 불리는 ‘오리베(Oribe)’를 들여와 지난 8월부터 갤러리아 압구정점에서 단독 팝업 매장을 열었는데,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정식매장으로 바꿔 운영할 예정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오리베는 20만원이 넘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지난 4년간 매출이 360% 신장했고, 같은 기간 온라인 매출도 1036% 급증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스몰 럭셔리 제품 수요는 점점 더 높아질 것이라고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명품 매출은 꾸준히 신장 중이지만 고물가 상황으로 지난해에 비해선 좀 주춤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지난해까지는 소비자들이 400만원이 넘는 명품 가방도 턱턱 구매했었다면 요즘엔 80만원짜리 지갑이나 구두, 신발, 스니커즈 등을 많이 찾아 관련 매출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2022.12.28 11:14

3분 소요
“백화점 속 무인매장도 통했다”…누적 방문 10만명 돌파한 곳

유통

점원 없이 운영되는 무인점포가 백화점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2월 서울 여의도에 오픈한 더현대서울이 무인매장 ‘언커먼스토어(Uncommon Store)’를 오픈하고, 31일 기준으로 누적 방문객이 10만명 돌파했음을 밝혔다. 무인매장인 언커먼스토어는 현대백화점그룹 IT전문 기업 현대IT&E와 아마존웹서비스(AWS)가 협업해 만든 곳으로, 패션잡화·생활용품·식음료·굿즈 등 200여 개 상품을 판매하는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이다. 작은 공간에 판매하는 물건들만 진열돼 있고, 물건을 판매하거나 계산을 도와주는 직원은 없다. 언커먼스토어 방문자는 ‘현대식품관 투홈’ 앱의 QR코드를 인식해 매장에 입장한 후, 원하는 상품을 집어서 매장 밖을 나가면 물건을 자동으로 사게 된다. 결제는 매장 밖을 나간 후 3분 이내에 사전에 앱에서 등록해놓은 결제수단으로 자동 결제가 된다. 자동 결제는 천장에 설치된 40여대 AI 탑재 카메라와 150여개 무게 감지 센서가 방문자와 상품 이동을 추적하고 무게 변화를 읽어내 이뤄진다. 현대백화점 측은 “언커먼스토어의 인기에 대해 현대백화점은 기존 백화점에서는 만나볼 수 없었던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며 “특히 스스로 찾아보고 제품을 탐색하는 걸 선호하는 MZ세대 ‘취향 저격’에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이 매장은 하루 평균 250명이 방문하고, 주말에는 입장 대기 순번이 800번대까지 이어지는 등 인기를 얻고 있다. 또 전체 방문객 중 85%는 30대 이하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은 무인매장 인기에 힘입어 추가적인 언커먼스토어 오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주요 점포에 2호점을 오픈을 검토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실험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2022.03.31 15:44

2분 소요
남들 움츠릴 때 공격적 출점 ‘깜짝 실적’…정지선 ‘뚝심경영’ 통했다

산업 일반

7일 오후 서울 광희동 현대백화점면세점 동대문점은 한산한 분위기였다. 제품에 달러로 표기된 가격표만 아니면 여느 백화점 매장과 다르지 않았다. 넓은 매장을 지키는 점원 수가 손님 수보다 많아보였다. 건물 6층부터 13층까지 이어진 면세점에는 300여 개가 넘는 브랜드가 들어섰다. 그러나 손님이 드문드문 보이는 곳은 화장품을 판매하는 12층뿐이었다. 국내 브랜드 화장품을 판매하는 한 매장의 점원은 “주말에도 비슷한 분위기”라며 “손님이 많진 않지만 중국인 고객이 제품을 대량으로 구입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6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6.3% 증가했다고 6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6832억원으로 52% 신장했다. 당기순이익은 558억원으로 133.8%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유통업계가 부진한 상황에서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한 것. 현대백화점 측은 백화점과 면세점 등 신규매장 출점이 실적을 견인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동대문 두타몰에 시내 면세점을 오픈했다. 두산그룹이 운영하던 두타 면세점 자리를 인수한 것. 현대백화점은 2019년 11월 시내면세점 입찰 당시 유일하게 인수전에 참여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면세사업이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해 중국 보따리상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이들을 잡기 위한 수수료 경쟁이 치열하던 때였다. ━ ‘면세 빅3’ 포기한 자리에 들어가 코로나 사태에 오픈 과도한 출혈 경쟁으로 영업 환경이 악화되면서 ‘면세 빅3(롯데·신라·신세계)’마저 뛰어들지 않을 때 현대백화점이 유일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대백화점은 앞서 서울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면세점을 보유했지만 단일 점포인 탓에 운영상 어려움을 겪어왔다. 현대백화점은 동대문점을 확보해 원가 경쟁력과 구매 협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무역센터점의 적자 폭이 해마다 늘어나는 상황에서 추가 손실 위험도 적지 않았다. 동대문-명동 상권을 중심으로 20~30대 중국인 관광객을 공략한다는 계획 역시 인근에 면세점을 보유한 호텔신라와 신세계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우여곡절 끝에 단독 입찰에 성공했지만 오픈 시점은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해 2월. 그러나 현대백화점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3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 연이어 진출하며 면세사업을 확장했다. 현대백화점이 입점한 1터미널 DF7(패션·기타) 구역은 원래 신세계면세점이 있던 자리다. 업계 관계자는 “이 구역은 현대를 포함해 롯데·신라·신세계 등 4개사가 모두 입찰에 참여해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던 곳”이라며 “현대백화점은 후발주자로서 인천공항 진출을 위해 가장 높은 입찰가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코로나19 상황에서 면세사업을 확대하는 현대백화점을 두고 ‘승자의 저주’가 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위기 속에 신규 사업 추진에 대한 고민이 많았지만 협력업체 등의 피해를 고려해 개점을 늦출 수 없다고 판단, 예정대로 개점했다”며 “어려운 시점에 사업을 시작했지만 신규 점포를 확보하면서 기존보다 매입단가를 낮추고, 교섭력을 끌어올려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 신규 점포 3곳에서 순매출 370억원 기록 ━ 면세점만이 아니다. 현대백화점이 1분기 호실적을 기록한데는 지난해 코로나 사태에도 신규 출점을 계속하는 등 공격 경영을 멈추지 않은 결과라는 분석이다. 백화점 부문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26.7% 증가한 494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60억원으로 122.3% 늘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면세점 두 곳 외에도 대전점(6월)과 스페이스원(11월) 등 프리미엄아웃렛 2개 점포를 추가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정점을 찍은 올 2월에는 서울 여의도에 ‘더현대 서울’을 개점했다. 현대백화점은 올 1분기 순매출액 중 7.4% 가량에 해당하는 370억원을 이 세 곳의 신규 점포에서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더현대 서울이 개점 한달 동안 올린 매출만 1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로라면 현대백화점이 밝힌 연 매출액 목표(6300억원)를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롯데·신세계 등 백화점 업계가 2010년대 초반부터 신규 출점은커녕 점포 수를 지속적으로 줄인 것과 달리 현대백화점은 판교점이 오픈 5년 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1조 매출’을 달성한데 이어 여의도점까지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더현대 서울이 자리한 여의도는 오피스 상권을 중심으로 해 업계 사이에서 ‘유통 무덤’으로 불리던 입지다.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두고 ‘더현대 서울 효과’라고 할 만큼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지만 여의도점이 들어선 파크원이 2016년 입점 공고를 낼 때만 하더라도 관심을 끌지 못했다. 당시 신세계가 라이벌로 거론됐지만 비슷한 시기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 임차운영사업자 입찰에서 신세계프라퍼티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파크원 입찰을 포기했다. ━ 코엑스몰 입찰 포기하고 들어간 여의도 파크원 ‘대박’ 현대백화점 역시 애경그룹 등과 함께 코엑스몰 쟁탈전에 뛰어들었지만 막판에 입찰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파크원에 단독 입찰한 덕분에 더현대 서울은 임차기간 최대 20년으로 장기 계약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연 임차료 역시 300억원 수준으로 낮게 책정돼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해졌다. 더현대 서울은 12m 높이의 인공폭포와 3300㎡(1000평) 규모의 정원 등 전체 영업면적의 절반 가량을 휴게공간으로 꾸며 화제를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더현대 서울이 임차료에 대한 부담이 적은 만큼 내부 인테리어에 힘을 줬다”며 “인테리어로 차별화한 덕분에 이를 구경하기 위한 내점객이 늘고,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풀이했다. 현대백화점이 코로나19 사태에도 거침없이 영토를 확장하는 반면 온라인 플랫폼엔 상대적으로 힘을 뺀 모습이다. 코로나19 시대에 비대면 거래가 확대되면서 유통업계의 촉각은 모두 온라인 시장에 곤두섰다. 이때문에 롯데와 신세계가 각각 롯데온과 쓱닷컴을 필두로 이커머스 시장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반면 현대백화점은 자체 식품 전문 온라인몰 ‘현대식품관 투홈’을 중심으로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들긴 했지만 그밖에 온라인 몰에 대한 확대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현재 현대백화점은 투홈 외에 더현대닷컴·더한섬닷컴·H몰 등의 계열사 온라인몰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앞으로도 온라인몰의 외형 확장보다는 차별화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위기에도 기조에 따라 움직이는 정지선 회장의 ‘뚝심경영’이 오히려 코로나19와 같은 큰 위기에 빛을 발했다”며 “이커머스 시장 역시 과열 양상에 합류하기 보다는 기존 사업 방식을 고수하며 M&A 등을 통해 차별화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2021.05.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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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HMR로 승부수 띄운 CJ제일제당] 염분 덜고, 영양 더했다

헬스케어

CJ제일제당, 건강간편식 ‘더비비고’ 론칭… 도가니·가자미·문어 등 식재료도 차별화 #1. CJ제일제당 건강간편식(Healthy HMR) ‘더비비고 차돌우렁강된장 덮밥소스’에는 우렁(논고동살)이 들었다. 우렁은 식재료로 사용 가능한 부위와 이물로 느낄 수 있는 부위가 나뉘는데 형태상 손질 범위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측은 우렁 7종을 구해 머리·내장·식도 등을 해부하는 동시에 관련 논문 연구 등을 통해 이물 구분 방법이 표기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더비비고 원물 선별장에선 이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일일이 수작업으로 우렁을 손질한다.#2. 현대백화점이 현대식품관을 통해 선보인 프리미엄 가정간편식(HMR) 원테이블(1Table)의 ‘담양 죽순밥’은 담양산 죽순을 주재료로 만든 요리다. 가마솥 직화방식에 다시마를 우려낸 물로 밥을 지었다. 죽순과 표고버섯·부추 등도 모두 국내산 재료로 엄선했다. 현대백화점 측은 “죽순 수급을 비롯해 프리미엄 재료를 쓰기 위해 노력했다”며 “팬에 기름을 두르고 3분 정도 볶아 주기만 하면 될 정도로 간편하지만 영양식으로 손색이 없다”고 설명했다. ━ 글로벌 건강간편식 시장 10조원 추산 가정간편식이 달라졌다. 외식 대신 가정에서 요리하는 ‘홈쿡족’이 늘면서 HMR을 찾는 이들이 증가했지만 그동안 ‘HMR’과 ‘건강’은 쉽게 연관되지 않는 키워드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찌개류 HMR 687개의 영양성분을 분석한 결과, 이들 제품의 나트륨 함유량은 1일 기준치의 5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열량·탄수화물·단백질·지방 등 영양성분 함량은 1일 기준치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와 같은 사실을 바탕으로 HMR을 꺼리는 소비자가 적지 않았다.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HMR 시장은 2019년 기준 3조원 규모로 추산되는데, 연평균 약 10%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가정에서 요리하는 비중이 크게 늘며 성장세가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HMR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수록 저염·저칼로리·저당식 등 식단으로 건강을 챙기려는 이들도 늘었다. 식약처에 따르면 ‘나트륨 저감 섭취 필요성 인식도’는 2015년 78.6%에서 지난해 84.7%로 높아졌다.CJ제일제당이 지난해 건강간편식 브랜드 ‘더비비고’를 론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국내에 일부 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영양기능식이나 다이어트를 위한 저칼로리 간편식은 존재하지만 건강한 한식을 지향한 HMR 시장은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며 “HMR 소비가 늘수록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더비비고가 차세대 한식 HMR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글로벌 HMR 시장은 10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건강간편식’으로 볼 수 있는 ‘헬스 앤 웰니스 간편식(Health&Wellness Ready Meals)’ 시장은 10% 수준인 약 10조원 규모다. 과거 이 시장이 유기농이나 저칼로리 제품 위주였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소비자의 다양한 식생활과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세분화되고 있다.글로벌 식품회사 네슬레가 지난해 출시한 ‘라이프 퀴진(Life Cuisine)’의 경우 네 가지 카테고리로 나뉜다. 저탄수화물·채식·고단백·글루텐프리가 그것이다. 네슬레는 1981년부터 저지방, 저칼로리 다이어트 콘셉트의 ‘린 퀴진(Lean Cuisine)’을 선보였다. 이는 비건·유기농, 집밥, 이국음식, 전통음식 등이 포함된 카테고리다.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HMR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자 20여 년 만에 라이프 퀴진 카테고리를 추가했다. 기존 제품이 주로 채식주의자나 영양식이 필요한 일부 소비자를 겨냥한 것이었다면 이제는 일반인이 주로 즐겨 찾는 메뉴에서도 건강과 영양균형에 집중한 것이 특징이다.CJ제일제당은 ‘더비비고’ 브랜드를 론칭하며 국물요리·덮밥소스·죽 등 세 가지 카테고리 각 4종씩 12종을 우선 출시했다. 건강식에 주로 사용하는 식재료를 사용해 과한 섭취가 우려되는 나트륨과 콜레스테롤은 줄이고,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인 단백질과 식이섬유는 더했다. 기존 HMR에선 들어가지 않은 도가니·수삼·문어 등 건강식에 주로 사용하는 재료의 원물감을 살리면서 아낌없이 넣은 것도 특징이다. ━ ‘HMR은 저렴해야’ 인식 어떻게 깰까 영양과 원물을 채운 만큼 가격도 높아졌다. 더비비고의 경우 ‘수삼갈비탕’이 8980원, ‘도가니탕’이 9980원으로, 사실상 값이 1만원 대에 달한다. 비슷한 메뉴의 비비고 브랜드 제품에 비해 2~3배 높은 가격이다. 현대식품관 ‘우미학 차돌 깍두기 볶음밥’(8900원), 마켓컬리 ‘닭곰탕’(9500원), 현대 그린푸드 ‘바다향 물씬 전복 흑미 리소토’(1만1500원) 등 프리미엄 제품의 경우 어지간한 외식비와 맞먹는다. “이 가격이면 직접 맛집을 찾아 가서 먹겠다”는 말이 나올 법하다.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소비자가 HMR을 구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료를 사서 조리하는 것보다 저렴해서(23.1%)’인 것으로 나타날 정도로 가격은 중요한 조건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출시 첫 달인 11월 매출이 월 평균 매출 대비 70% 가량 증가했다”며 “짜지 않고, 건강한 음식을 찾는 동시에 간편함을 추구하는 ‘편리미엄’ 소비 트렌드에 따라 관련 시장 역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정우영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HMR팀 선임연구원 - “가정식 닮은 건강한 HMR, 저희 아이들도 먹입니다.” 맞벌이를 하는 정우영(40)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HMR팀 선임연구원이 매일 하는 고민은 여느 가정과 마찬가지로 “오늘 저녁엔 또 뭘 먹지”였다. 바쁜 아내와 가정간편식(HMR)을 즐겨 먹는 정 연구원은 초등학생 두 자녀가 함께 먹기에도 부담 없는 건강한 HMR 제품에 대해 늘 고민했다. 3년여 연구 끝에 나트륨을 줄이고, 맛과 품질은 가정식에 가까운 건강간편식 브랜드 ‘더비비고’가 탄생했다. 정 연구원은 “더비비고를 통해 가공식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바뀌길 바란다”고 말했다.제품 개발과 연구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소비자가 원하는 영양소를 선정하고, 법적 기준을 토대로 내부 영양 설계 기준을 설정하는 동시에, 나트륨은 줄였지만 맛은 살리는 간편식을 만드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다. 이와 관련해 단순히 염도(나트륨)만 낮추는 것이 아니라 각 메뉴마다 셋팅된 염도를 기반으로 최고의 맛을 낼 수 있도록 고형물 구성, 원물 전처리, 살균 조건 등을 고려했다. 기존 HMR에서 찾아볼 수 없던 메뉴와 구현 가능한 원물을 수급하는 것 자체도 어려운 과제 중 하나였다.”가자미, 문어 등 HMR 제품에서 볼 수 없었던 재료를 썼는데.“건강식 콘셉트의 제품을 연구하다 보니 기존에 사용하지 않았던 원물을 많이 다뤄야 했다. 가장 난항을 겪었던 원물은 스지(소의 사태살에 붙어 있는 힘줄)와 도가니를 꼽을 수 있다. 원산지나 사용 부위, 사육 방식 별 품질 편차가 커서 가장 적합한 품질의 원물을 선정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전문 음식점 수준의 원물 식감을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전처리 조건을 테스트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깔끔한 국물 맛을 구현하기 위해서 공정 과정에서 원물의 지방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제거했다.”정 연구원은 2013년 국내 최초로 ‘건강기능식품 즉석밥’을 만든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6년 여의 연구 끝에 ‘식후 혈당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햇반’을 개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후 당의 흡수를 완만하게 도와주는 기능성 원료로 인증한 ‘난소화성 말토덱스트린’ 소재를 함유해 만든 즉석밥으로, 주식류 가운데 처음으로 식약처로부터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증 받았다. 2015년 국·탕·덮밥·비빔밥 등의 상온간편식 ‘햇반컵반’을 출시해 ‘컵밥시대’를 연 것도 정 연구원의 공이 컸다. 이 제품은 현재 컵밥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연구개발 기간 동안 코로나19 등으로 HMR 트렌드가 급변했다.“최근 가장 큰 변화는 HMR의 ‘프리미엄화’와 ‘건강한 HMR’이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가정에서 직접 조리나 HMR 제품을 활용하는 등 내식의 비중이 커졌고, 집에서 직접 손질하기 어려운 고급 식재료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편리미엄’이 전체 소비 트렌드로 떠올랐다. 이제 HMR은 가정에서의 요리를 대체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외식까지 대체할 수 있는 식품이 돼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강간편식 ‘더비비고’는 그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향후 ‘건강간편식’ 시장 전망과 앞으로 집중할 연구 계획은?“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안심할 수 있는 건강한 식품에 대한 소비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발맞춰 자주 먹어도 질리지 않으면서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메뉴들을 중심으로 연구에 집중할 계획이다. ‘더비비고’ 제품이 지향하는 저나트륨 제품에 대해서도 짜지 않지만 너무 싱겁지도 않은 적정선을 설정해 다양한 원물을 넣은 제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2021.01.2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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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배송 재수생’ 현대百, 스펙 부족 여전] ‘프리미엄 식품’ 배달 내세웠으나 ‘구색 맞추기’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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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22일 ‘현대식품관 투홈’ 오픈… 보수적 투자에 물류·배송 모두 외주 현대백화점이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8월 22일 식품 전문 온라인몰 ‘현대식품관 투홈’을 온라인 사이트와 모바일 앱을 통해 동시에 선보이는 것. 현대식품관 투홈은 ‘현대백화점 식품관 상품을 통째로 집에 배송해준다’는 콘셉트로,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밤 11시 이전에 상품을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7시 이전에 집으로 배송해준다.마켓컬리가 지난 2015년 처음 시도한 새벽배송은 이후 쿠팡·SSG닷컴 등 온·오프라인 유통 공룡들이 잇따라 진출하며 급성장했다. 새벽배송의 원조로 불리는 마켓컬리는 현재 1만4000여개의 상품을 밤 11시 이전에 주문하면 새벽 7시까지 배송하고 있다. 전체 상품군 중 식품 비중이 85%에 달하며, 프리미엄 식재료를 갖춰 ‘강남맘 앱’으로 불린다. 쿠팡은 서울 지역 기준으로 자정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에 배송하는 ‘로켓프레쉬’ 서비스로 고객을 끈다. 신선식품 8000여개를 비롯해 총 600만개 가량의 상품을 취급해 상품 품목에서 경쟁력을 갖추었다.현대백화점은 기존 업체와의 차별화를 위해 프리미엄 상품을 내세웠다. 현대백화점 식품관에서 판매하는 신선식품을 비롯해 델리·베이커리·디저트 등 가공식품 중 고객의 선호도가 높은 상품 4000여 개를 엄선했다는 설명이다. 또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 선보인 적이 없는 53개 유명 맛집의 1000여 개 가공식품을 단독으로 선보인다. ━ SSG닷컴 1조 들였는데 현대百 300억원 투자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현대식품관 투홈을 통해 유명 맛집의 요리를 오후 11시까지 주문하기만 하면, 다음날 아침에 집에서 간편하게 맛볼 수 있게 됐다”며 “맛집 고유의 맛을 구현하기 위해 레시피를 철저히 지키고 곁들임 음식 등도 함께 상품화했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의 새벽배송은 서울 전 지역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이 대상이다. 이외 지역(제주도 및 도서·산간지역 제외)은 오후 8시까지 상품 주문을 마치면 다음날 받을 수 있다.현대백화점의 새벽배송 시장 도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8년 백화점업계에선 최초로 프리미엄 식품 새벽배송 서비스 ‘새벽식탁’ 배송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현대백화점의 식품 전문 온라인몰인 ‘e슈퍼마켓’에서 오후 4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주문 상품을 배송해주는 시스템이었다. 현대백화점은 오픈 초기 “1인 가구 증가 수요에 초점을 맞췄다”며 “신선식품·가공식품·즉석반찬·주방용품 등 100여 개의 제품을 운영하고, 올 연말까지 배송 가능 제품을 6000여 개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그러나 백화점 매장 상품을 중심으로 한 새벽식탁 서비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한계를 드러냈다. 당시 현대백화점은 대규모 물류센터가 없었고, 롯데나 신세계처럼 대형마트가 없어 거점으로 삼을 오프라인 네트워크가 적었다. 게다가 주문 마감시간도 빠르고, 서비스 지역도 제한적이었다. 결국 배송시간은 마켓컬리에, 상품가짓수는 쿠팡에 밀리면서 사업을 접어야 했다.그 사이 새벽배송 시장은 더욱 커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쇼핑 식품 거래액은 2015년 6조2870억원에서 2019년 16조8088억원으로 늘었다. 그중 새벽배송 시장은 1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8000억원 규모로 팽창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소비가 증가하면서 1조5000억원대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한 대형마트·백화점 매출이 수년째 감소하는 상황에서 새벽배송 시장은 여전히 잠재력이 큰 분야”라며 “여러 업체가 뛰어들며 경쟁이 치열하긴 하지만 유통업계에선 이만한 ‘블루오션’이 또 없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전체 매출에서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15%에 불과한 데도 불구하고 새벽배송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이유다.후발주자인 신세계의 성공적 안착도 현대백화점의 재도전에 영향을 주었다. 신세계는 SSG닷컴을 통해 지난해 6월 새벽배송을 시작해 1년 만에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SSG닷컴은 한 해 누적 주문 건수 300만 건, 주문 상품 수 4200만개, 구매 고객수 75만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새벽배송으로 취급하는 상품 가짓수도 지난해 1만개에서 올해 2만8000개(식품 비중 40%)로 3배로 늘었다. 론칭 초기 3000건 수준이던 일일 처리 물량은 코로나19 사태 이후인 2월부터는 1만5000건까지 증가했다.‘새벽배송 재수생’인 현대백화점은 앞선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1년 전부터 ‘식품 온라인 사업 태스크포스(TF)’를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투자은행(IB)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들인 투자비용은 300억원에 불과하다. 신세계그룹이 SSG닷컴을 시작하면서 1조원을 투입하고, 마켓컬리의 기업가치가 이미 1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다소 보수적인 투자 금액으로 볼 수 있다.현대백화점은 2년 전 변변한 물류센터가 없었던 점을 교훈 삼아 이번엔 경기도 김포에 물류센터를 마련했다. 상품 입고와 보관·포장·배송 등 물류 관련 업무는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물류회사 현대글로비스에게 위탁했다. 대형마트와 물류 계열사가 없어 물류와 배송을 모두 외부에 맡겨 해결한 것이다. ━ 현대百 “상품·서비스 차별화에 집중할 계획” 업계에선 초기 투자비용을 줄이고, 경영효율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쟁사와 비교해 오프라인 거점이 부족하고, 물류센터 규모가 협소한 점은 새벽식탁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약점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해 e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온라인 사업은 이제 유통기업에겐 필수 과제가 됐다”며 “현대백화점은 더 이상 발을 뺄 수 없어 일단 시장에 진출하지만 ‘구색 맞추기’에 가까운 모습”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측은 후발주자로서 일단 상품과 서비스 차별화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손성현 현대백화점 온라인식품담당 상무는 “이번 온라인몰 오픈은 백화점 식품관의 경쟁력 있는 상품을 보다 많은 고객들이 접할 수 있도록 판매 채널을 확대한 것”이라며 “기존 백화점 식품관 이용 고객의 쇼핑 편의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신규 고객도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백화점 기반의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부가 서비스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2020.08.2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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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이 기업지도를 바꾼다 (2) 현대백화점

산업 일반

한국 백화점들이 2년째 역성장하고 있다.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이 저마다 전략으로 판을 흔들고 있다. 그 중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수도권 최대 규모의 백화점인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오픈 하고 백화점을 구매의 공간에서 체험, 충전의 공간으로 바꾸며 의미 있는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콘텐트 디벨로퍼(Developer·개발자)다.” 올 초 업무보고에서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이 한 말이다. 현대백화점이 콘텐트 강화를 전략으로 삼아 최근 의미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월 13일부터 전국 18개 점포에서 월리 캠페인을 선보여 한달 동안 신규 고객 3만2800명이 늘었다. 전년 대비 42% 증가한 수치다. 포브스가 만난 김인호 교수는 이를 두고 “백화점 확대 전략의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 김인호 교수는 17년간 현대백화점에 근무하다 현대유통연구소 소장으로 퇴직했다. 현대백화점 벤치마킹, 선진 사례 도입을 주도하고 현대백화점 30년사를 집필한 인물 중 한 명이다. 지금도 성균관대 겸임교수, 가든파이브 대표, 컨설팅 회사 BUSINESS INSIGHT 파트너 등 다양한 현장 활동을 하며 유통업계 전반을 연구하고 있다. 백화점 업계 그 중에서도 현대백화점의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변화와 주요 전략을 잘 알고 있고 관심도 여전하다.한국 백화점 업계는 최근 온라인 쇼핑, 대형 할인점, 편의점과 경쟁하고 있다. 백화점 3사(롯데 신세계 현대)는 저마다의 전략으로 꺾인 성장 그래프를 바꾸려 노력하고 있다.“탈(脫)이냐 확(擴)이냐의 기로에서 신세계와 롯데는 탈, 현대는 확을 선택한 것 같습니다.” 김인호 교수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예로 들었다. “이전에는 백화점이 패션의 중심이었지만 판교점은 ‘생활의 완성’이란 코드로 백화점의 개념을 확장했습니다.” 150개 식품관에 900개의 브랜드가 입주한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수도권 최대인 9만2578㎡의 규모로 지어졌다. “백화점이 성장기에서 정체기에 접어들었어요. 다들 저마다의 전략을 보이고 있죠. 신세계와 롯데의 아웃렛 진출은 성공적인 것 같습니다. 현대백화점은 이른바 통과형 쇼핑을 체류형 쇼핑으로 바꾸는데 전략을 집중하는 것 같습니다. 백화점 업에 더 집중하되 넓히는 데 주력하는 거죠.” 백화점 업계는 2년 연속 역성장하고 있다. 김 교수가 말한 통과형 쇼핑은 2~3시간, 체류형 쇼핑은 반나절 이상 백화점에 머무르며 쇼핑, 식사를 병행하는 형태를 말한다.판교점은 백화점이 ‘UX(User experience)플랫폼으로 진화한 첫 사례로 평가 받고 있다. 우선 해외 유명 브랜드 1호 점 입점을 주요 전략을 삼았다. 덕분에 컵케이크 전문점 ‘매그놀리아’와 뉴욕 브런치 카페 ‘사라베스 키친’, 그리고 덴마크의 대표 음료 체인점 ‘조앤더주스’와 함께 프리미엄 식재료 전문점 ‘이탈리(EATALY)’ 등의 브랜드를 유치했다. 백화점 옥상에는 회전목마를 설치했고 영업면적을 포기하면서 구축한 국내 최초의 ‘현대 어린이 책 미술관’도 만들었다. 백화점의 가치를 ‘소비’가 아닌 가족과 함께 즐기고 ‘충전(REFRESH)’하는 공간으로 만든 것이다. 화장품 편집매장 ‘앳 뷰티’에선 피부 및 건강에 최적화된 건강 주스와 스파 서비스도 제공하는 등 매장을 구매가 아닌 경험, 휴식 공간으로 진화시켰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지난해 8월 오픈 후 100일 만에 매출 2100억원 돌파, 1000만명 고객 돌파 기록을 달성했다. 구매 고객수는 400만명, 그 중 절반이 10KM밖에서 찾아왔다. “현대백화점의 콘텐트 경쟁력 덕분”이라는 게 김인호 교수의 분석이다. ━ 과거에는 이세탄, 니만마커스백화점 전략 벤치마킹 김 교수는 현대백화점과 함께 우리나라 백화점 비즈니스 전략은 일본의 전략을 상당 부분 참고했다고 말한다. 일본의 세이부(SEIBU) 백화점은 탈 전략을, 확 전략은 이세탄(ISETAN), 미츠코시(MITSUKOSHI) 백화점이 취했는데 한국의 신세계 백화점은 과거에 세이부 백화점과 업무 제휴를 통해 운영 전략을 스터디했다는 것이다. 세이부 백화점은 할인점 세이유를 만들었고 이후 PB상품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지금의 무인양품이다. 신세계 역시 백화점에서 이마트 그리고 PB브랜드 JAJU를 만들었다. 세이부가 인터콘티넨탈 일본의 대주주, 신세계 역시 웨스틴조선호텔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도 닮았다. “현대백화점은 이세탄 백화점과 미츠코시 백화점을 스터디했습니다.” 이후 이 두 백화점은 합병해 미츠코시이세탄그룹으로 외연을 확장했다.현대백화점 역시 규모를 확장하는 데 집중했다. 그레이스 백화점, 울산 주리원 백화점을 인수했고 천호점, 미아점을 오픈 했다. 이어 광주 송원백화점을 인수해 현대백화점 광주점으로 위탁 경영했고 현대백화점 목동점 오픈에 이르렀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 초반까지는 확실히 규모의 확 전략이었어요. 2000년 대 들어 다시 전략을 고민했고 미국의 럭셔리 백화점 ‘니만마커스(Neiman Marcus) 백화점’에 가서 그들의 전략을 집중 스터디했습니다. 니만에서 배운 ‘럭셔리’가 현대백화점 도약의 키워드였습니다. 이후 현대 본점에 루이비통을 입점시켰어요. 당시 CI도 금강개발산업에서 현대백화점으로 바꿨어요. 최근엔 다시 DEPARTMENTSTORE도 떼어냈더군요.” 니만마커스 백화점을 스터디 할 당시 정지선 회장(당시 차장)도 동행했다. 현대백화점은 니만마커스 백화점이 다양한 럭셔리 브랜드를 입점시켜 성장한 것에 주목했다.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고객 관계 관리)을 위해 고객 리워드 프로그램도 당시에 도입했고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으로 알아요.” 김 교수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럭셔리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할인점 진출도 미뤄왔다. 대신 ‘고품격 백화점’ 이미지도 지키면서 판매 채널도 다각화하기 위해 진출한 게 현대홈쇼핑이다.이후부터 지금까지 눈에 띄는 큰 변화는 없었다. 대신 고품격은 퇴색했고 백화점에 대한 인식도 변했다. 럭셔리의 소비 패턴은 과시, 모방, 동경, 일상화인데 경제 발달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럭셔리는 최상위 브랜드를 제외하곤 이제 일상화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또 유통이 발달하면서 소비자들은 ‘백화점 가격은 적당한가?’를 따져 묻기 시작했다. 백화점은 수수료제로 운영되고 팔리지 않은 재고 상품에 대한 처리 비용을 가격에 포함시키는 구조라 가격 경쟁력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다. 신세계나 롯데가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 자기시장 잠식)을 감수하고서라도 아웃렛을 통해 제품 재고를 소진하려는 이유다. 이를 통해 백화점 가격도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기 때문.김인호 교수는 현대백화점 판교점 오픈을 두고 “시간이 지난 후 현대백화점의 성장사를 돌아보면 판교점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판교점은 ‘백화점은 구매’라는 접근이 아닌 ‘백화점은 충전이고 경험이다’는 식으로 백화점 개념을 탈바꿈 한 것이다. 그래서 콘텐트를 강화한 것이다. 판교점은 규모가 큰 것이 아니라 콘텐트가 풍부하다는 시각으로 봐야 한다.” ━ ‘구매’에서 ‘체험’으로 차별화 전략 승부수 ‘객노백로 현상’이란 말이 있다. 백화점 고객이 늙으면서 백화점도 늙어간다. 이는 앞서 현대백화점이 도입한 CRM 때문이다. 고품격에 매달리다 보니 20% 고객이 80% 이익을 준다는 논리에 빠져 20% 고객에 집중했던 것이다. 그 사이 신규 고객을 놓쳐 버리는 우를 범했다. 신규 고객을 누가 데려갔을까? 김 교수의 말이다. “SPA 브랜드다. 트렌디한 패션 그리고 가성비를 선호하는 젊은이들의 취향을 저격했다. 토요일에 현대백화점에 가보라. 대부분 고객들의 머리가 희다. 또 한가지는 아버지는 직장 잃고 아들은 구조조정 또는 청년 실업 당한 가계의 증가다. 기업 경기가 나빠지면서 상여금이 사라지고 있는 점도 백화점엔 우울한 소식이다. 조사에 따르면 상여금의 15% 정도를 백화점에서 소비하기 때문이다.”젊은 고객을 불러들이는 데 좋은 방법은 콘텐트다. 최근엔 패션과 함께 ‘식(食) 콘텐트’가 대세다. 현대백화점은 식품관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다. 판교점도 가장 강조하는 문구가 ‘국내 최고 수준의 식품관’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기본적으로 현대백화점 DNA가 슈퍼마켓이기 때문”이라 답했다. 현대백화점 모태가 금강 슈퍼마켓이란 점을 지적한 것이다. 1970년대 유통 근대화라는 관점에서 정부에선 근대화 체인을 지정했다. 중동 현대건설에 납품할 기업을 선정하기 위해서다. 현대는 이 당시 압구정과 울산에 금강 슈퍼마켓을 운영했고 압구정 금강 슈퍼마켓에선 고급 상품을 찾는 고객들이 많아 자연스럽게 고급 식재료에 대한 판매 경험이 많았다. 이후 1985년 압구정 슈퍼마켓은 현대백화점 본점으로 변신했고 지금까지 식품관은 현대백화점의 자랑이자 주요 전략이다. 판교점 식품관 역시 기존 국내 최대 식품관인 신세계 센텀시티(8,600㎡)의 1.6배 규모로 축구장(7,140㎡) 2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 수준으로 만들었다. 판교점엔 ‘현대식품관’이란 BI도 처음 적용했다.판교점은 수도권 최대 규모의 문화센터(480평)와 함께 백화점 최초로 전 층에 F&B 매장을 갖췄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판매기획팀 최지환 팀장은 “국내 최대 규모의 식품관과 체험형 매장 등 차별화된 콘텐트를 무기로 금년 목표인 8천억을 달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판교점 오픈과 함께 올 초부터 콘텐트 개발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고객들에 ‘행복’과 ‘기쁨’을 주기 위해서다. ‘구매’에서 ‘체험’으로 차별화 전략을 시도하고 있는 현대백화점이 우리 백화점 업계에 또 어떤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지 지켜볼 일이다.-- 유부혁 기자

2016.03.2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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