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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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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이 비계…‘비계 삼겹살’ 논란에 적립금 5000원 지급한다

유통

“삼겹살을 구입했는데 비계가 왔다” 3월 3일 일명 ‘삼겹살 데이’에 구입한 돼지고기에 비계가 지나치게 많아 ‘비계 삼겹살’ 논란이 커지자 유통업계에서 교환·환불 조치 등 수습에 나섰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SSG닷컴(쓱닷컴)은 삼겹살 품질에 만족하지 못한 고객을 대상으로 교환, 환불 조치에 나서는 한편 별도로 5000원의 적립금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쓱닷컴은 “이번 행사는 한돈 농가를 돕기 위해 진행한 상생형 행사로 매입과정에서 일차적으로 품질 검수를 진행했지만, 일부 상품에서 과지방이 나왔다”며 “문제를 인지한 즉시, 판매 중인 모든 상품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앞서 소비자들은 3월 3일을 맞아 40%~50%가량 저렴하게 돼지고기를 구입했다. 특히 올해는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가 국산 돼지고기 소비 진작을 위해 지정한 삼겹살데이 20주년인 해다. 대형마트와 온라인 몰 등 유통업계는 삼겹살을 대량 매입해 최대 반값 할인한 가격에 판매했다. 지난 행사에서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가 판매한 삼겹살은 총 1800t(톤)이다. SSG닷컴과 티몬도 삼겹살을 최대 46% 할인해 판매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삼겹살 데이에 구매한 비계 삼겹살 논란이 확산됐다. “온라인으로 한돈 삼겹살을 샀는데 비곗덩어리가 왔다”, “절반도 아니고 80% 이상이 비계”, “불판이라도 닦아야 할 지경” 등 비계가 가득한 후기가 줄을 이었다. 소비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유통업계는 이를 막기 위해 품질 개선 등에 나섰다. 이마트(139480)는 자체 축산물 가공, 포장 센터인 미트센터 상품은 과지방 상품을 집중적으로 선별하겠다고 밝혔다. 납품업체 협의를 통해 육류 소분 과정에 별도로 지방 제거 공정을 추가하는 등 자체 품질개선 노력도 쏟는다.롯데마트 역시 신선식품 교환은 원래 2일 이내 접수 뒤 처리가 가능하지만, 이번 과지방 삼겹살로 만족하지 못한 고객에게는 교환 조치를 해주고 있다. 롯데마트도 과지방 점검을 엄격히 할 계획이다.홈플러스도 “일관된 품질의 돈육을 제공하기 위해 지난 2월부터 지방손질 기준 등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있다”며 “농·축산물, 낙농 및 유가공품, 김치·젓갈 등 신선식품 전 품목에 대해 소비자가 만족하지 못할 경우 100% 교환·환불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2023.03.13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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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익스프레스 ‘바가지’에 오뚜기·유한킴벌리도 당했다

유통

대기업 대형 마트가 국내에 첫 선을 보인지 25년이나 됐지만 할인행사 비용을 납품업체에 떠넘기는 구태의연한 행태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적발이 어려울 정도로 수법이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게다가 이런 행태에 식품·공산품 대기업들까지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판촉비 전가를 납품단가 인하처럼 꾸며 적발됐다. 오뚜기·유한킴벌리 등 납품업체에 할인행사 비용을 떠넘긴 행위가 적발된 홈플러스에게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과징금 제재를 내렸다. 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홈플러스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24억16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홈플러스는 대형 마트(Hyper), 기업형 수퍼마켓인 SSM(익스프레스), 편의점(365플러스) 사업부문을 영위하고 있는데, 이번 제재는 이 가운데 SSM 부문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 대한 건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2017년 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약정 없이 가격할인행사를 실시하면서 납품단가를 인하하는 방식으로 납품업자에 약 17억원의 판촉비용을 전가했다. 오뚜기·유한킴벌리 등 45개 납품업체와 별도 약정을 하지 않았는데도, ‘N+1’, ‘초특가’ 등 가격 할인행사를 진행하며 납품단가를 인하해 할인행사를 떠넘긴 것이다. 한 예로 판촉비 전가는 회사가 소비자판매가를 2000원에서 1500원으로 낮추며 해당 상품의 납품단가를 1000원에서 700원으로 인하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판촉비 500원(=2000원–1500원) 가운데 300원(=1000원-700원)을 납품업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홈플러스, 계약서면 교부 2달 넘게 지연하기도 납품단가 인하 방식에 의한 판촉비 전가는 통상적인 협상에 따른 납품단가 결정(대량 납품에 따른 납품단가 인하 등)과 외형적으로는 구분되지 않아 적발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홈플러스익스프레스는 이 점을 악용한 사례에 해당된다. 납품업체와의 계약 중 86건에 대해 계약 서면을 최소 하루, 최대 72일까지 늦게 교부한 것도 확인했다. 이 밖에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납품업자와 체결한 86건의 계약에 대해 계약서면을 지연 교부해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했다. 이들 86건의 계약서면 교부는 최소 1일에서 최대 72일까지 지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유통업계에서 은밀하게 행해지던 납품단가 인하를 통한 판촉비용 떠넘기기를 적발한 점에 의의가 있다”며 “향후 유통업계 거래 관행을 개선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강필수 기자 kang.pilsoo@joongang.co.kr

2022.02.09 16:00

2분 소요
[중소기업 유통 성공기]  新유통채널(온라인 카페·블로그·소셜커머스)로 직접 소비자 잡다

산업 일반

트랜슈머(transumer·이동하는 소비자)의 시대다. 무선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무장한 이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제품을 구입한다. 온라인 쇼핑몰·소셜커머스 등 트랜슈머에 적합한 새로운 형식의 유통채널도 빠르게 늘어난다. 이런 상황은 중소기업에 기회다. 높은 판매수수료를 부담하면서 대형 유통업체에 들어가지 않아도 자신들의 제품을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다. 브랜드가 약하다는 이유로 대형 유통업체에 진입하지 못해 사장됐던 아이디어 제품도 맘껏 선보일 수 있다. 새로운 유통채널을 발판 삼아 고속성장의 길을 닦고 있는 중소기업을 살펴봤다. 품질을 자신해 홈쇼핑을 바로 공략한 사례와 트랜슈머를 잡기 위해 중소기업이 풀어야 할 과제도 짚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던 휴랜드 김성구(53) 대표의 책상 밑에는 항상 A4용지 박스가 있었다. 종이를 많이 사용해서가 아니다. 다리와 발이 저릴 때 올려놓기 위한 박스였다. 김 대표는 “오래 앉아 있는 직업이다 보니 다리나 발이 아플 때가 많았다”며 “국내외 사이트를 모두 훑어봤지만 마땅한 운동기구가 없어 A4용지 박스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A4용지 박스는 별 소용없었다. 2006년부터 김 대표는 다리와 발을 지압할 수 있는 기구를 직접 개발하기 시작했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제품이 나오기까지 꼬박 1년 걸렸고, 1억원이 넘게 들었다. 발 받침대에 지압 굴림대가 장착된 운동기구 ‘헬스툴’은 이런 진통을 거쳐 탄생했다.이름 없는 중소기업 제품이었지만 헬스툴은 다양한 기관에서 인정했다. 2009년 특허청에 특허등록됐고, 중소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은 ‘히트500제품’으로 선정했다. 히트500사업은 참신한 중소기업 제품을 발굴해 마케팅을 지원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대박을 꿈꿨다. ‘온종일 책상에서 일하는 직장인에게 큰 호응을 받을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대박은커녕 판로조차 찾지 못했다. 백화점·할인점 등 대형 유통채널은 헬스툴의 판매를 허용하지 않았다. ‘브랜드 인지도가 낮다’는 이유였다. 그는 “특허까지 받은 제품을 팔 수 없게 되자 눈앞이 캄캄했다”고 털어놨다.그러던 올 3월 초 서울 목동 ‘행복한세상 백화점(이하 행복한세상)’에서 연락이 왔다. “헬스툴을 팔 수 있는 공간을 줄 테니 입점하라”는 내용이었다. 김 대표는 그제야 판로를 찾았고, 호재가 이어졌다. 6월 3일 취임하자마자 행복한세상을 방문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헬스툴을 보고 “아이디어 제품”이라며 1개를 구입했다. 헬스툴의 이름값이 높아지는 순간이었다. 덩달아 인기도 많아졌다. 헬스툴은 현재 옥션·G마켓·11번가 등 대형 오픈마켓에서 팔리고 있다. 백화점·대형 마트와는 입점 협의를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행복한세상처럼 중소기업이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판로 찾지 못하는 中企 특허제품들올 초 대기업 협력업체 A사의 CEO를 만났을 때 일이다. 이 CEO는 매출 공개를 꺼렸다. ‘매출이 밝혀지면 대기업이 납품가격을 내릴 것 같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대기업에 제품을 납품하는 중소 제조사는 약자일 수밖에 없다. 주요 판매처를 잃지 않으려면 ‘납품가 후려치기’를 참아야 할 때가 많다. 대기업과의 관계만 그런 게 아니다. 유통현장에서도 중소기업은 힘이 약하다. 중소기업 제품은 백화점·할인점·TV홈쇼핑 등 대형 유통채널에 진입하기 쉽지 않다. 이유는 이렇다. “브랜드가 검증되지 않았다. 소비자의 신뢰를 받지 못했다. 잘 팔릴지 모르겠다.”중소기업이 대형 유통채널에 진입해도 문제는 남는다. 높은 판매수수료 탓에 마진을 남기기 쉽지 않다. 판매수수료는 유통업체가 납품업체의 판매대금 중 일정 비율을 감하는 것이다. 과연 어느 정도일까. 공정거래위원회는 올 6월 말 롯데·신세계·현대 등 국내 3대 백화점과 농수산·CJO·롯데·GS·현대 TV홈쇼핑, 그리고 3대 대형마트(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의 판매수수료율(마트는 판매장려금률)을 공개했다. 국내 최초였다.이번 조사에서 백화점과 TV홈쇼핑의 평균 판매수수료율은 각각 28.6%, 27.8%로 나타났다. 납품업체가 100만원짜리 제품을 팔면 28여만원이 백화점·TV홈쇼핑의 매출로 잡힌다는 얘기다. 대형마트의 평균 판매장려금률은 이보다 낮은 7.2%였지만 중소기업의 부담이 적은 것은 아니다. 납품업체는 판매장려금 외에도 판매사원 인건비·판촉비 등 마트가 부담해야 하는 돈까지 떠안을 때가 많다. 판매장려금은 유통업체가 납품업체로부터 상품을 매입할 때 판매촉진비 형식으로 받는 금액을 말한다(용어설명 참조). 대형마트 납품업체 관계자는 “안내직원이 필요하다는 명분을 들면서 그 부담을 입점업체에 은근슬쩍 떠넘기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실토했다. 유통채널 혁신 주도하는 트랜슈머들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제품을 팔기 위해선 유통채널이 필요하다. 아무래도 대형 유통채널을 활용하면 제품 판매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높은 판매수수료를 감수하고 대형 유통채널에 진입하려는 이유다. 요즘 분위기는 다르다. 대형 유통채널을 굳이 이용하지 않고도 제품을 잘 파는 중소기업이 많다. 유통 전문가들은 “트랜슈머(transumer)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트랜슈머는 trans(이동하다)와 consumer(소비자)의 합성어로 ‘이동하는 소비자’라는 뜻이다. 무선 인터넷·모바일(스마트폰)로 언제 어디서든 제품을 보고 구입하는 소비자를 말한다. 국내만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1월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리테일 앤 빅쇼(Retail & Big Show)’에서 세계적 유통 전문가들은 다양한 유통채널의 발전과 스마트폰의 상관관계에 주목했다. 이들이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 백화점·대형마트·인터넷 쇼핑몰 등 유통채널과 관계없이 좋은 상품을 값싸게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이 최종 승자가 된다.” 이 결론은 중소기업이 금전적 부담을 무릅쓰고 대형 유통채널에 진입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양대 한상린(경영학) 교수는 “트랜슈머는 유통의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하는 세력”이라고 했다.트랜슈머를 잡을 수 있는 마케팅 전략과 유통채널은 많다. 그 하나는 온라인 커뮤니티·카페·블로그와 인터넷 쇼핑몰이다. 트랜슈머는 온라인 공간에서 제품의 상세한 정보·가격을 스크린한다. 다양한 고객이 냉정하게 평가한 장단점도 리뷰한다. 여기서 얻은 정보를 활용해 인터넷 쇼핑몰에서 제품을 구입한다. 트랜슈머로선 대형 유통채널에 방문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유통연구소 김앤커머스의 김영호 대표는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기업은 백화점·할인점 등 기존 유통망과 다른 채널을 이용해 제품을 팔 수 있게 됐다”며 “온라인 공간을 잘 활용하는 중소기업은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런 중소기업은 실제로 많다. 어린이가구업체 밴키즈는 대표적 사례다.1980년대 청소년용 가구로 명성을 떨쳤던 밴키즈는 2005년 제품하자가 몇 차례 발생하면서 백화점에서 퇴출됐다. 반제품가구를 납품하던 신용식(52) 사장이 밴키즈를 인수한 건 이 무렵이었다. 밴키즈의 브랜드 위상은 땅에 떨어진 상태였다. 당연히 대형 유통채널에서는 재기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 판로가 줄자 매출은 연 6억원으로 급감했다. 위기였다. 신 사장은 2007년 8개 대리점에 온라인 카페를 개설했다. 위기 탈출을 위한 고육책이었다. 밴키즈의 장점을 지역 주부들에게 어떻게든 알리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래도 신 사장은 “우리 가구의 품질을 믿었다”고 했다. 밴키즈는 파우더 코팅 방식으로 가구를 만드는 국내 유일의 업체다. 이 방식은 큰 오븐에 가구를 넣어 굽는 것이다. ‘시너’를 쓰지 않아 친환경적이다.온라인 카페를 통해 ‘밴키즈 가구가 어린이 건강에 좋다’는 입소문이 조금씩 퍼졌다. 2008년 매출은 16억원으로 크게 늘어났고,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서울 용산 현대아이파크백화점에서 입점을 제의했다. 그렇게 두드려도 열리지 않던 대형 유통채널이 먼저 문을 열어준 격이다. 현대아이파크백화점 장경환 이사는 “밴키즈가 온라인 카페 마케팅으로 인기를 끄는 것에 주목하고 입점을 제의했다”고 말했다.밴키즈는 백화점 입점 후 승승장구를 거듭한다. 무엇보다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지난해 매출 64억원을 올렸고, 올해는 100억원 돌파가 목표다. 신 사장은 “온라인 카페로 마케팅을 펼친 게 주효했다”며 “아이파크백화점에 입점했을 때 다시 데뷔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한상린 교수는 “온라인 카페를 통해 백화점에 입점한 것은 대단한 성과”라고 분석했다.2002년 창업한 천연비누업체 미현재도 온라인 공간을 발판으로 성장했다. 미현재는 유망 중소기업으로 손꼽힌다. 이 회사의 제품 ‘로열네이처’는 국내외에서 좋은 품질로 호평을 받는다. 신세계 첼시 프리미엄 아웃렛, 신라 면세점 등 대형 유통채널에서 팔린다. 로열네이처가 처음부터 각광 받았던 건 아니다. 첫 출시됐을 때 소비자는 물론 대형 유통채널은 냉담했다. 미현재의 입점 시도는 번번이 실패했다.이 회사 안미현(37) 대표는 전략을 바꿨다. 온라인 카페와 블로그로 입소문을 먼저 내기로 했다. 안 대표는 “카페에 가입한 회원에게는 천연비누 제조법을 상세하게 알려줬다”며 “카페회원이 처음엔 5명에 불과했지만 해마다 늘어나 2006년 무렵에는 1만 명이 넘어섰다”고 회상했다. 동시에 회사 블로그를 개설해 천연비누의 장점과 로열네이처의 경쟁력을 실시간으로 소개했다. 온라인 공간에서 로열네이처의 인기가 치솟자 2006년 현대백화점에서 입점 기회를 줬다. 롯데백화점은 2009~2011년 독점 입점 계약을 체결했다. 안 대표는 “대형 유통채널 진입을 고집하지 않고 온라인 판매전략을 펼쳤던 게 지금의 로열네이처를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소셜커머스 ‘온라인 정보교환의 장+구매창구’페이스북·트위터 등 SNS(쇼셜네트워크서비스)를 활용한 소셜커머스도 중소기업엔 새로운 마케팅 기회이자 신(新)유통채널이다. 리얼커머스 업체 ‘shoop’의 정영태 대표는 “온라인 카페·블로그가 정보교환 성격이 강했다면 소셜커머스는 구매창구 역할까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가톨릭대 김기찬(경영학) 교수는 “소셜커머스는 중소기업의 고질적 문제인 낮은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수단으로 적합해 보인다”며 “중소기업 제품이 별다른 장벽에 부닥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연결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고 평했다. 다음은 소셜커머스를 발판으로 제품 인지도와 브랜드의 힘을 높여 대형 유통채널에 입성한 기업 얘기다. 과일세정제 유통업체 아이에스엠의 방명식(39) 대표는 지난해 2월 법인을 세웠다. 일본·홍콩·중국에서 팔리는 과일세정제 ‘토루토루’를 국내에 들여왔다. 토루토루는 친환경 과일세정제다. 여기에 과일·야채를 5~10분 넣어두면 이물질이 떠오른다. 탁월한 박리효과 덕이다. 친환경 제품이기도 하다. 조개 껍데기를 태워 추출한 산화칼슘을 원료로 만들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2009년)도 받았다. 하지만 대형 유통채널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백화점·대형마트에 입점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방 대표는 고민 끝에 ‘선(先)홍보 후(後)입점 전략’으로 바꿨다. 올해 5월 25, 26일 티켓몬스터에 토루토루를 상품으로 등록했다.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단 이틀 만에 토루토루 2000개가 팔려 나갔다. 소셜커머스에서 인기를 끌자 대우가 달라졌다. 대형 유통채널 벤더들이 계약을 맺자고 아우성을 친다. 방 대표는 “7월 말이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토루토루를 납품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1위 샤브샤브 프랜차이즈 업체인 ‘채선당’과도 5월 말 납품계약을 체결했다. 방 대표는 “새로운 유통채널인 소셜커머스가 백화점·대형마트로 가는 다리 역할을 해줬다”고 말했다.소셜커머스에서 대박을 치자마자 대형마트에 입점한 업체도 있다. 휴대용 원목 스피커(이하 원목 스피커)를 생산하는 DCT다. 원목 스피커는 MP3·스마트폰·노트북 등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휴대용 기기에 모두 연결된다. 엔지니어 출신인 김상범(39) 사장이 2007년 개발했다. 사실 DCT의 출발은 산뜻했다. 원목 스피커는 개발 직후 일본에 수출됐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만 개를 수출했다. 그러나 정작 국내 유통채널은 뚫지 못했다. 대형 백화점과 마트에서는 ‘검증되지 않았다’며 입점을 허락하지 않았다.김 사장도 소셜커머스를 활용했다. 올해 6월 14, 15일 티켓몬스터에서 제품을 팔았다. 반응이 뜨거웠다. 이틀 만에 1057명이 구입하는 성과를 올렸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제부터다. 소셜커머스 마케팅을 끝낸 바로 다음날인 6월 16일 이마트가 “납품해 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던 DCT의 원목 스피커는 7월 18일부터 이마트 130개 지점 중 120개 지점에서 팔린다. 월 납품수량은 3000개에 이른다. 김 사장은 “소셜커머스가 만든 기적”이라고 말했다.하지만 새 마케팅 전략과 새 유통채널을 활용한다고 트랜슈머의 심리가 움직이는 건 아니다. 김기찬 교수는 “중소기업은 새로운 마케팅 전략과 유통채널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며 “사업영역을 넓히기 위해서는 발품을 파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잡초를 뽑아야 길이 생기듯 발품을 팔아야 판로가 열린다는 얘기다. 미용 화장품 제조업체 펠코리아티엘씨는 2006년만 해도 매출이 5000만원에 불과한 소기업이었다. 하지만 구매상담회와 특별판매점에 빠지지 않고 참여한 끝에 롯데·신세계백화점에 입점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매출은 20억원으로 4년 만에 40배로 커졌다.가구업체 벤텍퍼니처(이하 벤텍)도 비슷한 사례다. 2000년 창업한 벤텍은 기술력만큼은 인정받는 업체였다. 10년 넘게 에이스침대·리오가구를 비롯한 대형 가구업체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을 담당했다. 하지만 막상 창업하자 시장이 외면했다. 브랜드가 약하다는 이유였다. 벤텍 한기만(58) 사장은 그때부터 ‘의자10개, 테이블 1개’를 들고 국내외 전시회를 모조리 찾아다녔다. 이탈리아 밀라노 국제가구 박람회(2007)에 국내 최초로 참가한 업체가 바로 벤텍이다. 벤텍은 2009년 현대아이파크백화점에 입점했다. 한기만 사장은 “꾸준하게 발품을 파는 것보다 탁월한 마케팅 전략은 없다”고 말했다.트랜슈머를 잡기 위해 중소기업이 신경 써야 할 건 또 있다. 품질이다. 품질이 나쁘면 제아무리 마케팅 전략과 유통채널이 좋아도 시장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다. 김기찬 교수는 “온라인 카페·블로그·소셜커머스로 제품의 인지도를 높일 수는 있지만 이것만으로 성공할 수는 없다”며 “좋은 품질로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고 이를 바탕으로 브랜드의 힘이 커져야 성공으로 가는 길이 열린다”고 말했다. 사례에서 언급한 중소기업은 실제로 좋은 품질과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어린이가구업체 밴키즈는 2009년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 중 하나인 ‘IF디자인 어워드’ 가구부문에서 국내 최초로 수상했다. 미현재의 로열네이처는 2008년 지식경제부가 선정하는 차세대 일류상품에 이름을 올렸다. DCT의 원목 스피커는 티켓몬스터에서 1000개가 넘게 팔렸는데 반품률은 0.3%에 불과했다.김앤커머스 김영호 대표는 SNS 마케팅으로 미국에서 인기를 끈 ‘고기 바비큐’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지난해 미 LA 지역에서 한국식 타코(멕시코 전통음식)를 파는 이동트럭 음식점 ‘고기 바비큐’가 화제가 됐다. 트위터로 시간과 장소를 정해 트럭에서 고기 바비큐를 팔아 성공했다. 우리는 트위터 마케팅의 힘에만 관심을 가졌지만 그 이면이 더 중요하다. 만약 이들이 제공한 바비큐 맛이 형편없었거나 불량 고기를 사용했다면 대박을 냈을까.” 똘똘한 소비자인 트랜슈머를 잡는 첫째 비결은 똘똘한 제품이라는 얘기다.

2011.07.18 14:21

9분 소요
[淸論濁論] - ‘통큰치킨’의 경제코드 넷

산업 일반

▎ 이재광 경제전문기자 지역연구센터소장 ‘통큰치킨’ 논란이 계속될 조짐이다. 소비자와 영세상인 중 누가 먼저냐는 질문에 답을 내지 못한 상태에서 유통업체들의 ‘통큰’ 가격인하 경쟁이 쉬 시들 것 같지 않다. 롯데마트는 통큰치킨에 이어 20만원대 초저가 PC인 ‘통큰넷북’을 출시했고 이마트나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가 세일전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SSM(기업형 수퍼마켓)까지 추가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왜 유통업체일까? 어떤 결론을 내려야 할까? 통큰치킨은 많은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한 답을 내려면 통큰치킨이 갖고 있는 몇 가지 경제코드를 제대로 읽어내야 한다. 시장과 정책 전반에 대한 코드다.‘월마트화(Walmartization)’가 첫째다. 미국의 세계 최대 유통기업 월마트는 ‘늘 최저가격’이라는 철학으로 시장의 승자가 됐다. 문제는 원가절감.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바꾸고, 임금상승을 막고, 납품업체에 가격인하를 요구한다. 경쟁업체는 물론 납품업체 역시 동일한 원가절감을 추진한다. 저가공세는 시장 전반을 지배하는 하나의 사회적 패러다임이 되는 것이다. 미국 노스캘리포니아대 경제학과 제임스 스미스 교수는 이를 월마트화로 불렀다.월마트화의 사회적 결과는 무엇일까? 소비자 전반의 ‘빈곤화’다. 저가공급의 이면에 숨어 있는 원가절감과 그에 따른 사회적 빈곤화가 문제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 컬럼비아대 조셉 스티글리츠 교수는 일찍부터 월마트화의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 적지 않은 사람이 5000원짜리 치킨을 먹겠다며 몇 시간 줄을 서서 기다리는 소비자로부터 통큰치킨의 인기보다 서민의 경제적 어려움을 먼저 떠올렸을지 모른다. 이런 시각이라면 갈등을 빚은 ‘소비자’나 ‘영세상인’은 모두 ‘서민’인 셈이 된다. 이것이 둘째 코드다.그렇다면 이 같은 월마트화가 진행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장의 과잉공급으로, 이것이 셋째 코드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거론돼 온 과잉공급 현상은 몇 차례 불황을 겪으면서도 해소되지 않은 채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통큰치킨 논쟁에서 거론된 과잉공급의 주체는 주로 영세상인이었다. ‘열 집 건너 하나’인 골목 치킨집이 생존을 위해 통큰치킨 판매를 반대했다는 논지다.하지만 SSM을 포함한 대형마트의 과잉공급도 이 못지않게 중요하다. 전국에 수십, 수백 개에 이르는 지점을 거느리고 있는 대형마트의 과잉공급으로 이들 역시 언제 생존의 갈림길에 설지 알 수 없다. 잘나가던 몇몇 대형마트가 순식간에 시장에서 사라져 버린 일은 아직 우리 기억에 남아 있다.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하는 대형마트에도 ‘골목상권’은 생존이 걸려 있는 것이다.이 같은 코드는 통큰치킨의 문제 해결이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윤을 내겠다는 기업의 ‘온당한 사유’가 사회적으로는 빈곤을 창출하고, 과잉공급으로 인해 유통업체는 목숨 건 싸움을 해야 한다. 이번 통큰치킨의 판매중지는 청와대 한 수석의 트위터 글에서 비롯됐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며칠 뒤 대통령은 이와 다른 발언을 했다. 과연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할 철학과 능력이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의구심이 이번 통큰치킨이 갖고 있는 넷째 경제코드일 것이다.

2010.12.27 17:03

2분 소요
그래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산업 일반

마트에서 물건을 고를 때 몇 개 더 얹어 묶어 파는 패키지 상품에 손이 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렇게 파는 유산균 음료를 사다 먹어 보면 정상 가격으로 파는 것보다 묽다는 것을 금방 느낀다.정상 제품보다 물을 더 많이 탔는지 눈으로 봐도 멀겋고 맛도 심심하다. 금방 “속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지만, 며칠 뒤 마트에 가면 그 기억은 까맣게 잊어버린 채 또 그렇게 묶어 파는 상품을 집어 든다.이마트발(發) 가격인하 선언의 후폭풍이 만만찮다. 롯데마트, 홈플러스까지 가세함으로써 상품 가격이 떨어져 얼핏 소비자로선 좋아 보이지만, 길게 볼 때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먼저 대형 마트가 가격을 내린 제품은 어떤 것들인가? 대부분 대용량 또는 묶음 상품이다.조금 싸다는 이유만으로 사 와 집에 쌓아두다가 유통기간을 넘기면 되레 손해다. 당장 먹거나 쓸 것도 아닌데 필요 이상으로 많이 사 두면 알뜰소비가 아닌 낭비요, 정작 다른 필요한 데 돈을 쓰지 못하는 기회비용 손실까지 나타난다. 대형 마트가 진심으로 고객을 생각해 물건 값을 낮춘다고 선언했을까?따지고 보면 그들의 속내는 온라인 쇼핑몰에 빼앗기는 고객을 되찾아오기 위한 판매전략에 다름 아니다. 실제로 백화점 매출은 꾸준히 증가한 반면 마트 매출은 이태 연속 감소했다. 더구나 값이 싸다는 소식을 듣고 마트에 가 보면 정작 그 물건은 떨어져 매장이 비어 있다.기대를 안고 마트를 찾은 고객으로선 낚인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 대형 마트가 순수하게 자체 마진만 줄여 물건을 싸게 팔까? 지금 식품 등 중소 제조업체는 대형 마트 간 가격 경쟁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끌려가는 신세다. 평상시에도 정상 이윤을 붙여 마트 판매가격을 정할 수 없는 ‘을(乙)의 입장’인 중소 제조업체로선 팔면 팔수록 역마진이 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참다 못한 CJ제일제당이 햇반, 오리온이 초코파이 납품을 중단했다지만 대형 마트에 맞서 납품중단 카드를 쓸 수 있는 곳은 그나마 1위 브랜드를 갖고 있는 대기업이나 가능한 이야기다. 중소 제조업체로선 대형 마트의 가격인하 요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이런 상황이 오래가면 결국 용량을 줄이거나 하청업체를 대상으로 납품가를 내려 달라고 요구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대형 마트가 가격을 낮춘다고 내수가 살아날까? 대형 마트의 일방적인 가격할인 경쟁은 가격질서를 왜곡하는 한편 제조업체의 신제품 개발에 영향을 주는 등 소비재 산업의 기반을 흔들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대형 마트의 기업형 수퍼마켓(SSM) 진출로 타격을 받는 동네 일반 소매점들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것이고.마트 간 가격 전쟁이 혼탁해질수록 납품업체가 받는 가격인하 압력은 거세질 것이다. 고래(대형 마트) 싸움에 새우등(중소 제조업체) 터지고,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도 별 이득이 가지 않는 이번 대형 마트 간 가격 경쟁에 대해 정부가 손 놓고 있어선 곤란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 중소 제조업체와 납품업체에 부담을 전가시키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서울 물가가 왜 세계에서 가장 비싼가? 한번 오른 물가는 왜 원자재 가격이 내려도 환원되지 않는가? 그 답은 상당 부분 유통단계에 있다. 적정선 이상의 마진을 유통단계에 빼앗겨온 것이다. 소비자에게는 이익이 되면서도 납품업체에는 불이익이 없도록 하는 것이 이번 가격할인 경쟁의 과제다.숙제는 하지 않고 고객 빼앗기에만 몰두하면 곧 TV 프로그램 개그콘서트 ‘남성인권보호위원회’ 코너에서 “소비자 여러분! 대형 마트 간 가격 경쟁으로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고 물을 것이다.

2010.01.25 11:56

3분 소요
바닥 지나 지하실로 … 경쟁은 계속된다

산업 일반

새해 초부터 이마트가 파격적인 가격인하로 대형마트 시장에 파문을 낳고 있다. 경쟁업체들은 당황하면서도 우선 가격인하를 통해 대응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웃지만 일부에서는 납품업체만 손해 보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이마트의 가격인하는 언제까지 갈 수 있을까? 이 전투에서 승자는 누구일까? ▎지난 7일 이마트에서 가격인하를 실시하자 정육코너에 고객들이 몰려들었다. 지난 1월 7일 조간신문에는 소비자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광고 지면이 등장했다. ‘2010년 이마트 선언, 혁명적 가격정책을 시작합니다!’라는 문구 아래 2개 면에 걸쳐 삼겹살, 즉석밥, 세제, 우유, 계란 등 12가지 핵심 생필품에 대해 4%에서 최대 36%까지 가격을 내린다는 내용이 사진과 함께 적혀 있었다.소비자들은 반색했다. 서울 왕십리 이마트에서는 하루 100㎏ 하던 돼지고기 삼겹살이 1800㎏까지 수직 상승하는 등 반응이 뜨거웠다.가격전쟁 후 휴전하던 예전과 달라경쟁업체는 곧바로 “‘동일한 가격’ 혹은 ‘더 싼 가격’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새해 벽두부터 시작된 이마트발(發) 가격인하 경쟁은 2주가 지난 지금까지 품목을 추가하면서 계속되고 있다.대형마트의 가격인하 경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0년대 후반 대형마트가 막 등장하면서 이마트가 최저가격 보상제로 가격인하 경쟁을 했고, 이후에도 거의 해마다 대형마트들은 ‘가격인하’나 ‘365일 최저가격’ 등을 내세우며 가격경쟁을 했다. 하지만 그동안 가격인하는 경쟁업체, 경쟁 상권에 있는 점포보다 싸게 팔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었다.제품의 원가나 수급, 판매량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 경쟁업체와의 가격경쟁만 있었던 것이다. 혹은 특정 계절에 수요가 늘어나는 상품이나 특정 시기에 공급이 늘어나는 제품을 대량으로 확보해 싸게 팔아 ‘할인점’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에 집중돼 있었다. 가격인하 경쟁은 초기에 급격히 진행되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체력이 소진된 양쪽 업계가 서로 자제하는 방식으로 휴전을 하곤 했다.대형마트나 납품업체 모두 손해가 커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휴전이 성립되면 가격도 원래대로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이번 이마트의 가격인하는 여느 때와 좀 다르다. 최소 1개월, 최대 1년까지 지속적으로 인하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한다는 방침이다.계절상품이나 1주일, 2주일 등 단기간에 한정된 물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체 마진을 줄이고, 매입 규모를 늘려 원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가격을 끌어내리겠다고 설명했던 것. 이마트는 이를 두고 “짧게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길게 보면 3년 전부터 준비해 왔다”고 밝혔다.또 마진이 줄어 올 한 해 영업이익이 1000억원가량 떨어지는 것을 감수하겠다고 덧붙였다. 신세계 관계자는 “마진은 줄어들지만, 가격이 싼 곳으로 인식되면 고객이 많아질 것이기 때문에 ‘박리다매’ 전략을 쓰는 셈”이라고 말했다. 정용진 부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이 미국의 크로거 사례를 연구하는 등 할인점업을 재정의한 결과다.<22쪽 박스기사 참조>부동의 업계 1위인 이마트가 이렇게 공격적인 정책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마트 측 설명대로라면 “경쟁사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대형마트업(業)의 본질을 회복하고, 할인점의 본래 기능을 되찾아 시장을 넓히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대형마트들은 그동안 매장이 계속 늘면서 백화점이나 온라인 쇼핑몰, TV홈쇼핑 등 다른 유통업태에 비해 매출이 둔화되는 경향을 보여왔다. 특히 온라인 쇼핑몰에 비해 가격경쟁력에서 뒤지면서 고전했다.매출 급등 조짐 … 분위기는 엇갈려이에 이마트는 양질의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업태로 다시 자리매김해야 10년 뒤에도 생존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이 신년사에서 “(이마트는) 다른 업태나 경쟁업체를 막론하고 질 좋은 상품을 가장 저렴하게 판매하는 체질을 갖춰야 한다”고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이런 의도는 현재까지 성공적으로 보인다. 대형마트들이 할인전쟁을 시작한 후 해당 품목의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같은 기간 대형마트의 전체 매출도 향상된 것으로 집계돼 가격할인 품목이 다른 상품의 판매도 견인하는 역할을 톡톡히 한 것으로 분석된다.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 7일 가격경쟁의 포문을 연 이후 19일까지 전 점 매출은 지난달 같은 기간보다 12.1%, 구매고객 수는 9.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가격을 인하한 22개 제품의 매출도 전월 대비 크게 상승했다.7일 가격을 낮춘 12개 품목은 품절사태가 벌어졌던 삼겹살과 만두 등을 중심으로 매출이 평균 두 배 뛰었고 15일 추가 인하한 10개 상품도 매출이 전달 대비 3배 수준에 달했다.혁명적 가격인하 정책 성공하려면…홈플러스도 이마트 할인품목에 대응해 할인행사에 돌입한 8일부터 19일까지 전체 매출이 지난달 같은 기간보다 5.4% 늘었다. 롯데마트에서는 7일 이마트의 가격인하에 맞춰 값을 내린 바나나·계란 등 10개 품목 매출이 19일까지 전월 같은 기간보다 119.5% 상승했다. 15일 2차로 가격을 할인한 7개 품목도 지난달 동기 대비 10배 이상 매출이 뛴 고구마와 오징어 등의 영향으로 181.9%의 매출 신장세를 보였다.하지만 가격 인하에 대한 대형업체 세 곳의 반응은 엇갈린다. 홈플러스 측은 매출이 늘어난 것을 긍정적인 결과로 평가하면서도 “앞으로 지속적인 물량수급과 품질유지 문제에 대한 고민이 늘어 관련 대책 마련에 고심해야 하는 만큼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롯데마트 측은 “기존 전단행사를 기준으로 광고상품에 대해 10원이라도 더 싸게 하는 전략을 가져가고 있다”면서 “매일 시장조사를 통해 상대방 가격에 대응하고 있기 때문에 이마트가 항상 최저가격을 유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이마트 측은 “기본적으로 다른 업체의 가격과도 경쟁하고 있지만 우리는 왜곡된 가격구조를 정상화하자는 게 목표”라며 “초기엔 우리 마진을 포기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낮은 가격을 제시하고, 이후엔 제조업체와 긴밀이 협력해 늘어난 물량에 맞게 가격을 낮춰 장기적인 구조로 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이마트 측은 “우리뿐 아니라 경쟁업체도 가격인하 후 고객이 늘어난 것은 시장이 커질 수 있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도 지난 21일 “대형업체 간 가격경쟁은 바람직하다”며 최근 불거진 대형유통, 제조업체 간 납품단가 인하 문제에 개입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그는 또 “경쟁촉진을 통해 소비자 후생을 증가시키는 것이 정책 목표인 공정위 입장에서는 이마트나 CJ 같은 대형 유통업체와 대형 가공·제조업체 간 경쟁을 통한 가격인하는 바람직하다”며 “다만 대형 유통업체가 중소 납품업체나 영세 농민들에게 단가인하를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강조했다.경쟁을 통한 가격인하는 소비자와 유통업체는 물론 제조업체에 득이 된다. 다만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요구 등 대형 유통업체가 상대적으로 약자인 제조업체에 손실을 전가할 경우 가격인하는 오래갈 수 없다. 대형마트는 납품가 인하요구가 없다고 극구 부인하지만 치열한 경쟁에 들어서면 제조업체는 다양한 납품가 인하 압력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가 되풀이되지 않고, 이마트의 ‘혁명적 가격인하 정책’이 성공할 수 있으려면 이마트는 물론 가격인하에 참여한 납품업체도 이익이 늘어야 한다. 장중호 마케팅담당 상무는 “제조업체가 소외된 가격인하가 불가능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 측은 “벌써 많은 업체가 자기 물품을 할인품목에 넣어달라고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0.01.25 11:51

5분 소요
“반칙 행위 더 엄하게 감시할 것”

산업 일반

■ “공정거래 위반 사건, 언론이 크게 실명 보도해야” ■ “과징금 15%로 높이는 법안 반대 않는다” ■ “포이즌필, 황금주 제도는 기업 체질 약화시키는 것” ■ “기업결합 심사, 글로벌 시각에서 유연하게 봐야” “공정거래위원회는 앞으로 보다 충실하게 보도자료를 낼 겁니다. 언론들도 공정위 사건에 대해 크게 보도를 해줬으면 합니다.”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의 엄포다.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기업에 한해 그렇다는 얘기다. 백 위원장은 지난 5일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기업을 제재하는 것이 과징금만은 아니다”면서 “불공정 거래 행위를 상세히 언론에 밝힘으로써 해당 기업의 신인도나 평판에 금이 가도록 하는 방법”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백 위원장은 “이제 기업이 두려워할 것은 정부가 아니라 시장”이라면서 한 얘기다. 그는 또 대기업 상호출자금지 해제 요구에 대해 “기업이 그런 것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시장과 국민을 외면하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경제가 어렵습니다. 국세청은 세무조사 유예를 발표하고, 검찰도 기업 수사는 가급적 자제한다는 분위기인데요, 공정위는 어떤 입장입니까?“공정위는 국세청, 검찰과 다릅니다. 검찰이나 국세청의 조사 유예는 혜택이 특정 기업에 가죠. 하지만 강자에 의한 불공정행위라는 전제를 놓고 볼 때, 공정위가 특정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눈감아주면 중소기업이 피해를 봅니다. 경제가 어렵다고 공정위가 시장의 반칙 행위를 눈감아 줄 수는 없습니다. 시장은 망가지면 회복하기 어려운 속성이 있죠.”-불황일수록 기업이 반칙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겠습니까?“석유, 이동통신, 사교육, 자동차, 의료 등 5개 업종에 대한 불공정 거래 행위 조사를 마쳤습니다. 학원의 부당한 끼워팔기 행위에 대해 제재를 마쳤고,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연말까지 법 위반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 분야는 국민 생활과 밀접한 만큼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감시와 제재를 해나갈 겁니다.”-공정위의 제재 수위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재발 방지 효과가 약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법 위반자를 일벌백계해야 반칙 행위가 줄 것이라는 점에는 공감합니다. 그러나 제재를 하려면 충분한 근거가 있어야 하고, 법적 절차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담합의 경우, 이번 국정감사에서 실효 부과율이 2~3%에 불과해 외국의 제재수위보다 훨씬 낮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정위는 2005년에 카르텔 과징금 상한을 매출액 대비 5%에서 10%로 상향조정한 것입니다.”“출총제는 폐지하는 게 바람직”-10%룰에 걸린 기업은 없지 않습니까?“그동안 새로운 규정의 적용을 받은 사건이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상한기준이 적용되면 약한 제재 논란은 해소되겠죠. 무엇보다 상습적으로 법을 위반하는 업체들에 대해 엄중 제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정위는 벌점제를 도입해 과징금을 가중할 예정입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필요할 경우 상습 위반업체의 명단을 공개해 사회적 평판에 영향을 미치게 함으로써 소비자로부터의 외면과 시장에서의 무서운 제재를 받도록 할 것입니다.”-과징금 한도를 15%로 인상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이재선 자유선진당 의원 대표발의)돼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일단 10%룰을 적용해 보고, 효과를 분석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15%룰 법안 자체에 반대하지는 않습니다.”-경영권 방어를 위한 재계의 요구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히셨죠?“오해가 있는데, 모든 기업이 경영권 방어를 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경영을 잘해 기업의 주가를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 정도(正道)를 벗어나 포이즌필이나 황금주 등의 제도를 도입하면 자칫 기업의 체질을 약화시켜 오히려 기업에 피해를 줄까 우려됩니다. 기본적으로 시장이 역동적으로 진화하고 발전하려면, 시장의 진입·퇴출과 함께 분할·합병 등이 자유롭게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홈플러스와 홈에버, 이베이(eBay)와 G마켓 등 최근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해 우려가 있는 것을 압니다. 특히 이해 당사자들이 수입이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기업결합을 심사할 때, 시장을 글로벌한 관점에서 보고, 경쟁 제한성 판단도 새로운 기업이 진입할 가능성까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독과점 체제가 되면 새로운 기업의 진입이나, 진입 후 경쟁이 어렵잖습니까?“분명한 기준을 둘 겁니다. 가령 서비스 산업이나 인터넷 시장같이 진입이 용이한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우물 안에서 볼 게 아닙니다. 얼마 전 미국에 가서 미국 법무부 차관보를 만나 얘기했는데, 가전업체인 월풀과 메이택의 합병을 승인한 것은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강력한 경쟁자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하더군요. 이제 글로벌 시각에서 봐야 합니다.”-국회에 제출·발의된 공정거래 관련 법안 중 특별히 챙기시는 것이 있다면?“우선순위를 두는 정책이 무엇인가 이해하고 답하죠. 출자총액제한제(출총제)는 단기적 투자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지만, 기업 규제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이번에 꼭 폐지되기를 기대합니다. 중소기업의 어려움 해소를 위해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를 도입하기 위한 하도급법 개정안도 마련했습니다.”-‘을’ 입장인 중소기업이 과연 법을 믿고 대기업을 상대로 ‘납품단가를 조정해 달라’고 할 수 있을까요?“공정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협약’을 맺도록 후원하고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미 이 협약을 맺은 1차 벤더(납품업체)가 1만8000여 개 됩니다. 앞서 말했지만, 법보다 무서운 것이 있습니다. 바로 시장입니다. 이런 협약을 맺어놓고 만약 불공정 하도급거래를 하면 더 큰 페널티를 받을 겁니다.”백 위원장은 중소기업이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납품단가 연동제’(원가가 올라가면 납품가에 반영할 수 있는 제도)에 대해선 “과도한 보호장치”라고 말했다. 그는 “연동제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시장 가격이 자유롭게 결정되어야 한다는 시장 원리에 어긋나지 않겠느냐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또 “연동제가 도입되면 대기업이 구매선을 중국, 동남아 등으로 바꿔 오히려 중소기업 기반이 취약해질 수도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인터뷰에 앞서 기업 CEO들에게 공정위에 바라는 점이 있으면 허심탄회하게 말씀해달라고 요청했었는데 대부분 손사래를 치더군요. 여전히 공정위는 기업에 두려운 존재인 것 같습니다.“경기 중 심판이 지나치게 휘슬을 불면 선수들이 제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정부가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하면 시장이 위축되죠. 다만 경기에서 지나치게 반칙을 많이 하는 선수를 내버려 두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 경우 경고나 퇴장 등의 제재를 가해야 하는 것처럼 시장에서 반칙 행위는 엄중히 제재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정위는 시대상황에 맞지 않는 불필요한 사전 규제는 폐지·완화하면서, 반칙 행위에 대한 감시와 제재는 더욱 강화할 것입니다.”백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1996년 이 대통령이 선거법 위반으로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이후 세운 동아시아연구원장을 자청하면서 MB와 연을 맺었다(백 위원장 역시 이화여대 교수직을 사직하고, 당시 총선에 출마했다 낙마했다). 이후 MB의 서울시장 선거를 도왔고, 3년간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을 지냈다.대선 때 류우익 전 청와대 대통령실장이 이끈 국제정책연구원(GSI)과 함께 MB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던 바른정책연구원(BPI) 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에서도 경제 1분과위원을 맡았다. 그는 ‘시장 원리주의자’에 가깝다. 그에겐 ‘시장’이 ‘선(善)’이다. 물론 시장의 중심은 기업이며 정부의 개입은 최소여야 한다고 믿는다.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위기라고 해서 시장중심 경제정책을 버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옳지 않다”며 “이제는 시장 규모의 확대, 시장 융합, 구조 변화의 빠른 속도를 정부가 더 이상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규제완화, 정부조직 축소, 감세, 민영화 등 시장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더욱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기업을 감시하고 제재하는 공정거래위원장에 발탁됐을 때 ‘의외’로 여기는 이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비즈니스 프렌들리’는 MB경제의 독트린입니다. 시장 규제·감독 기구인 공정위와 조화가 어려울 것 같은데요? 한 가지 곁들이자면, 공정위원장 자리가 개인적 성향과는 맞습니까?“MB노믹스는 시장을 통한 경쟁, 경쟁을 통한 효율성 증대가 큰 방향입니다. MB를 두고 기업 친화적이라는 표현을 하는데, 정확히 하자면 시장 친화적이죠. 저 역시 그렇습니다. 공정위는 시장지킴이입니다. 시장의 유해요소, 시장의 ‘공공의 적’은 두 가지가 있다고 봅니다. 하나는 정부의 과도한 간섭, 또 하나는 시장의 자율을 이용해 반칙 행위를 해서 이익을 얻는 행위입니다. 저희는 공정위 자체의 규제도 풀어가고, 다른 부처가 시행하는 경쟁 제한적 요소도 완화하라고 요구를 합니다. 그러면서 시장에서의 반칙은 엄정히 다룹니다. 어떻게 보면 MB경제 철학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조직이죠.”“시장 중심 정책 일관되게 펴야”-세계 금융위기 여파 중 하나가 ‘시장경제의 위기’인 것 같습니다. 특별한 상황이지만 시장의 실패가 계속 거론되고 규제가 당연시되면, 시장 참여자들은 모두 정부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 될 텐데요?“그동안 한국 경제는 선진국 시스템과 달랐죠. 오래 세월 정부가 주도하는 경제였습니다. 이제 시장이 관료 통제에서 빠져나가는 국면입니다. 여전히 규제는 많이 남아있고, 기업은 정부 눈치를 봅니다. 이럴 때일수록 시장 중심의 경제정책을 충실히 해야 합니다. 재정지출을 확대하니까 MB정부도 케인지언으로 돌아섰느냐고 하는데, 위기 상황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둬야 합니다. 미국의 상업은행·투자은행·정부 고위 인사들을 만났더니, 한국이 경제 위기를 맞아 시장 중심의 경제정책에서 후퇴하는 것은 아닌지, 미국식 자본주의에 대한 회의가 확산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더군요. 제가 그랬습니다. 한국이 대내외적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시장 중심의 정책을 일관되게 펴나가야 한다. 그래야 경쟁력을 갖추고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경제학자로서 최근 경제상황은 어떻게 보십니까?“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고, 다시 실물경제가 금융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에 빠지면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겁니다. 이 때문에 최근 정부가 대규모 재정지출을 하고, 투자촉진과 금리인하 조치를 취한 것이죠. 정부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면, 내년 중반 이후부터는 우리 경제가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 기업이 상당한 경쟁력을 갖췄고, 국민이 위기 관리 능력을 갖고 있어 이번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한 가지 염려스러운 것이 있다면, 미래에 대한 지나친 비관과 불안으로 경제 주체들이 자신감을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2008.11.1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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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슈퍼엔 4,50代 주부가 없다

산업 일반

일러스트 김회룡 이젠 무거운 장바구니 대신 한 손에 잡히는 마우스만 있어도 시장 보는데 문제는 없다. 아마추어 솜씨로 고심해서 좋은 물건을 고를 필요 없이 전문가인 바이어가 골라주는 상품(上品)의 물건들이 집 앞까지 배달돼 온다. 이는 모두 온라인 식품점들이 속속 생겨나면서 나타난 시장 보기 新풍속도. 특히 최근엔 오프라인에 기반을 둔 전통 대형 유통업체들이 인터넷상에 식품 전문 쇼핑몰을 개설해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꼼꼼한 준비 없이 서둘렀다간 본전도 못 찾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 지난 7월 미국에서 촉방받던 인터넷 식품점 웹밴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파산했다는 뉴스는 새롭게 온라인 사업을 시작하는 유통업체들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버스 중단이 촉발 백화점을 중심으로 대형 유통업체들이 인터넷 식품점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 것은 셔틀버스 운행이 중단된데 따른 것이다. 지금까지 셔틀버스 이용객의 대부분은 주부들로 이들의 식품매장 이용률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결국 유통업체들은 셔틀버스 중단으로 인한 식품 매장 매출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생각하게 된 것이다. 올 초부터 두드러진 이 같은 움직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폭 늘어난 상품 종류. 몇몇 가공식품이나 특산품에 그쳤던 예전의 모습에서 탈피해 청과·야채·정육 등 오프라인 식품점들이 갖추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상품을 갖췄다. 가장 먼저 기치를 올린 곳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 분당에 자리한 삼성플라자(www.esamsungplaza.com)다. 이들은 셔틀버스가 중단되기 이전인 지난해 6월부터 인터넷 식품관을 운영해 왔다. 특히 삼성플라자가 상권으로 삼고 있는 분당·수지 지역의 경우 경제적으로 여유는 있으면서 시간에 쫓기는 맞벌이 부부들이 많아 인터넷 식품관 이용률이 높은 편이다. 게다가 이들은 홈플러스와 제휴해 할인점 가격으로 판매하고, 신선도 유지를 위해 특수 용기를 사용해 호평을 받고 있다. 삼성플라자보다는 늦었지만 최근 가장 공격적으로 온라인 식료품점 운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곳은 현대백화점(www.e-hyundai.com)이다. 덕분에 지난 3월 e-슈퍼마켓을 개설한 이래 최고 월 3백%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과 같은 수의 상품을 같은 가격에 공급하고 있는 현대백화점의 강점은 배송 지역이 넓은데다 신속하게 이뤄진다는 것. 백화점측은 “압구정, 신촌, 무역센터, 천호 등 서울 시내 7개 점포를 활용해 서울 지역 70% 정도를 커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e-슈퍼마켓 배송팀을 별도로 조직해 늦어도 3시간 이내에 배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 밖에 행복한세상 백화점(www.i-happy.co.kr)과 LG마트(www.lgmart.co.kr) 일산점도 인터넷 식품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역시 아파트 밀집 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입지적 장점을 십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곳곳에 많은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온라인 슈퍼마켓을 새로운 돌파구로 삼고 있지만 이를 통한 수익 창출은 쉽지 않다. 이미 많은 순수 온라인 식품 쇼핑몰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신선도를 생명으로 하는 식품을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는 것은 어려운 사업이다. 그 가운데서도 업체들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배송 문제. 각지에 흩어진 소비자 집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데다 식품이라는 제품 특성상 빠른 시간 안에 배달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측은 “그동안 구축해온 고객 DB를 활용해 웬만한 곳은 배달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으며 별도의 배송팀을 운영함으로써 배송 시간을 단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인건비·차량유지비 등 만만찮은 비용 증가를 초래해 이로 인한 마진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근본적인 문제는 소비자들의 인식 부족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먹는 것은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안심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소비자들이 아직 많다는 사실이다.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온라인 식품점 이용률이 증가하고는 있지만 식품 매장의 주요 고객들이 중장년층 주부들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의 인식 전환이 필수적이다. 이는 결국 온라인 식품점에 대한 신뢰도 확보의 문제로, 업체들은 제품 표준화, 철저한 A/S, 다양한 상품 구색 마련 등의 방법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프라인 병행은 장점 많은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오프라인에 기반을 두고 온라인으로 진출하는 이들 대형 유통업체들의 사정은 나은 편이다. 순수 온라인 업체의 경우 별도로 물류 창고를 마련해야 하는데 이를 관리하는 비용이 만만찮은 것. 이에 반해 대형 유통업체들은 오프라인 매장 물건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별도로 창고를 운영할 필요가 없다. 또 현실적으로 오랫동안 오프라인에서 납품업체들과 공고한 관계를 쌓아 왔기 때문에 신생 순수 온라인 업체들보다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구매할 수 있어 마진폭이 큰 장점도 있다. 셔틀버스 운행 중단에서 촉발된 전통 유통업체들의 온라인 식품점 진출은 아직까지 큰 수익 기반이 되지는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새로운 고객을 확보해 추가 매출을 올리기 보다는 기존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 차원으로 봐야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결국 업체들이 온라인 식품점 운영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물류 비용 문제나 소비자 신뢰도 문제 등에 대한 충분한 사전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사전 준비 없이 서둘렀다간 무려 1억2천만 달러의 자금을 받고 2년 만에 사라진 美 실리콘밸리 벤처의 선두주자 웹밴(webvan.com) 꼴이 나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2001.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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