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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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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소비위축 직격탄…그늘진 백화점 3사, 하반기 볕들까

유통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던 국내 주요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가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역기저’에 금리 인상으로 인한 소비 침체와 인플레이션이라는 악재까지 겹친 탓이다. 백화점 3사 모두 리뉴얼 전략을 앞세워 돌파구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 실적 반등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역기저·물가상승 여파에 영업이익 하락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롯데·현대 등 백화점 3사의 2분기 실적은 일제히 주춤했다. 가장 영업이익 하락폭이 큰 곳은 롯데백화점이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분기 영업이익 660억원, 매출 822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6.9%, 0.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은 매출액이 62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8%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921억원으로 24% 감소했다. 현대백화점의 매출액은 59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8% 감소한 613억원을 기록했다. 백화점 3사는 공통적으로 영업이익이 하락했을 뿐만 아니라 매출 성장세도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 증가율은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6.1%(1분기)→0.8%(2분기), 현대백화점의 경우 5.4%→0.9%로 각각 내려앉았다. 롯데백화점은 1분기 7%로 가장 높은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2분기 유일하게 매출이 하락했다. 백화점 업계가 고전하고 있는 것은 소비 심리가 위축된 영향이 컸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백화점 3사의 매출 증감률은 올해 4월 2.5%를 기록한 데 이어 5월 –0.2%, 6월 0.3% 수준에 그쳤다. 구매건수 증감율도 4월 2.5%, 5월 –0.1%, 6월 0.2%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명품 매출의 하락 또한 실적 부진의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올해 1∼6월 기준 각 사 명품 매출 신장률을 보면 현대 6.4%, 롯데 5.0%, 신세계 3.5%에 그쳤다. 신장률이 20∼40%대에 달했던 2021∼2022년에 비해 성장세가 크게 꺾인 것이다. 제품 단가가 높은 리빙(가전·가구 등) 부문 판매가 크게 저조했던 것도 매출 성장세를 끌어내린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엔데믹(endemic·풍토병화된 감염병)을 맞아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소비처가 분산된 것도 실적 하락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점포 리뉴얼·중국 관광 재개로 하반기 특수 기대업계 분위기가 침체됐지만 백화점 3사는 하반기 반등을 위해 점포 리뉴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주요 점포별로 전문관 리뉴얼을 진행 중이다. 주력 점포인 강남점은 2분기 남성 전문관 리뉴얼에 이어 하반기에는 신흥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를 겨냥한 영패션 전문관을 새롭게 단장하고 신규 고객을 끌어모을 예정이다. 롯데백화점 또한 잠실점에 패션 브랜드 ‘마뗑킴’, ‘마르디 메크르디’와 식품 매장 ‘노티드’, ‘런던 베이글 뮤지엄’ 등 MZ세대 사이에 인기 있는 브랜드를 입점시키며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하반기에는 인천점 식품관과 수원점 등 수도권 주요점포 리뉴얼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특히 지난달 말 가오픈한 베트남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현대백화점은 명품 브랜드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영업 재개와 함께 더현대서울 루이비통 입점, 판교점 디올 등 명품 매장 입점이 매출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압구정 본점의 경우 오는 10월까지 지하1층 식품관을 프리미엄 다이닝 공간 콘셉트로 전면 재단장하며, 판교점은 ‘가브리엘라 허스트’ 등 하이엔드급 수입 럭셔리를 보강한다. 하반기에는 업황이 다소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백화점 업계는 성수기로 꼽히는 3~4분기에 기대를 걸고 있다. 3~4분기는 대목인 추석이 껴있고 제품 단가가 높은 겨울 패션 매출이 늘어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또 중국인 관광객(유커)의 방한으로 주요 지점의 실적이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구매력이 큰 중국인 관광객이 회복세에 들어서면서 백화점의 외국인 매출 비중의 확대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3분기 외국인 매출 비중 확대로 인해 기존점 성장률 반등이 소폭이나마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2023.08.24 07:00

3분 소요
거리두기 해제에 유통업계 ‘활짝’…4월 매출 10.6% ↑ [체크리포트]

Check Report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야외 활동이 늘면서 지난달 오프라인 유통업계 매출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상품군 매출도 증가해 모두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30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4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주요 유통업체의 온·오프라인 전체 매출은 13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6% 늘었다. 오프라인 매출은 7조100억원으로 10.2%, 온라인 매출은 6조5900억원으로 11% 증가했다. 오프라인은 코로나19 영향이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등으로 축소되면서 가전·문화를 제외한 대부분의 품목에서 매출이 상승했다. 온라인은 비대면 소비 확산이 이어지는 가운데 외부활동 증가로 화장품·식품·공연 서비스 등의 매출이 증가했단 분석이다. 상품군별로 살펴보면 오프라인에서는 아동·스포츠(29.6%)와 패션·잡화(16.6%) 분야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대부분 품목군에서 매출이 증가했다. 업태별로 살펴보면 백화점(19.1%), 편의점(10.9%), 대형마트(2.0%)의 매출은 증가했고, 준대규모점포(SSM)의 매출은 1.8% 감소했다.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 증가했고 가전·전자, 스포츠 부문을 제외한 대부분 품목에서 매출이 상승했다. 또 야외활동 증가에 따라 식품(18.1%), 화장품(18.6%), 서비스·기타(24.0%) 등의 판매가 큰 폭으로 늘었다. 김채영 기자 kim.chaeyoung1@joongang.co.kr

2022.06.03 14:38

1분 소요
“해외 명품 쇼핑 늘고, 가전은 줄고”…4월 매출 동향 살펴보니

유통

지난 4월 유통업체 온·오프라인 매출이 모두 증가한 가운데, 판매처와 품목별로는 인기 상품이 구 분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4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4월 주요 유통업체의 온·오프라인 매출은 13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동월보다 10.6% 늘었다. 오프라인 매출은 7조100억원으로 10.2% 늘었고, 온라인 매출은 6조5900억원으로 11.0% 증가했다. 이때 주요 유통업체의 오프라인 매출 비중은 51.6%, 온라인은 48.4%로 비슷했다. 상품군별로 보면 해외 유명 브랜드가 22.5% 증가한 것을 비롯해 패션·잡화(16.3%), 서비스·기타(16.3%), 아동·스포츠(11.9%) 등의 증가폭이 컸다. 가전·문화만 유일하게 0.2% 줄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 경우, 백화점 매출이 지난해 4월보다 19.1% 증가했고 편의점과 대형마트도 10.9%, 2.0% 각각 늘었다. 하지만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1.8% 줄었다. 특히 백화점은 전면 등교수업이 재개되고 재택근무가 축소되면서 아동·스포츠(33.4%), 여성캐주얼(22.2%), 남성 의류(21.2%) 수요가 늘었다. 백화점을 찾는 방문자가 늘면서 푸드코트 등 백화점 내 식품(30.3%) 매출도 많이 증가했다. 편의점 역시 외부 활동 증가와 정상 등교 영향으로 간식·완구류 수요가 늘며 생활용품(11.1%)을 비롯한 전 품목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 대형마트는 의류(13.2%), 잡화(10.8%) 부문의 판매가 상승했으나 방문자는 줄어, 전체 매출은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SSM은 가공식품(3.4%)을 제외한 농·수·축산(-4.5%), 생활잡화(-3.8%) 등 대부분 품목이 판매 부진을 보였다. 온라인 유통업체는 가전·전자, 스포츠 부문을 제외한 대부분 품목에서 매출이 늘었다. 계절과일·식음료 판매 호조와 야외활동 증가에 따른 화장품 및 공연 관람·여행 등의 예약 상품 수요 증가로 서비스·기타(24.0%), 화장품(18.6%), 식품(18.1%) 등의 판매가 큰 폭으로 늘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2022.05.30 17:03

2분 소요
[오늘의 경제정책 브리핑] 오늘 제롬파월 입에 주목하세요

정책이슈

━ FOMC, 테이퍼링에 이번엔 시동 걸까 오늘은 세계가 제롬 파월(Jerome Powell)의 입에 또 한번 주목하는 날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위원회(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3일까지 회의를 열고 테이퍼링(tapering 자산매입·양적완화 축소) 도입과 금리 인상의 시점을 가늠한다. 테이퍼링은 경기 침체기에 경제 활성화를 위해 시장에 자금을 푸는 등 각종 완화 정책들을 단계별로 회수하면서 부작용 없이 시장을 옥죄는 조치를 의미한다. 외국 금융기관들과 외신들은 연준이 테이퍼링을 결심할 것으로 기정사실처럼 예측하고 있다. 미국 물가상승률이 지난 여름 8%대에서 최근 5%대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목표 수준(2%대)까지 도달하기엔 현 시장 상황이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금융권에선 연준이 테이퍼링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계속되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는데다, 이번에 금리를 올리지 않더라도 내년엔 인상해야 해 결국 테이퍼링을 결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즉, 테이퍼링을 더 이상 연기할 명분이 적다는 것이다. 테이퍼링과 금리가 결정되면 국제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미국이 신흥국과 아시아에 투자한 채권이나 주식자금이 미국으로 회수되면 각국의 환율·증시·대출·소비·고용 시장이 들썩이게 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22일 테이퍼링 가능성을 밝혔다. 그는 “공급망 병목과 높은 인플레이션이 내년까지 계속될 수 있다 그럴 경우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우리의 수단을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검색에서 지급까지, 숨은 보험금 간편청구 도입 금융위원회(금융위)는 3일 오후 2시부터 소비자가 숨은 보험금을 편리하고 신속하게 찾아갈 수 있도록 ‘간편청구시스템’을 도입한다. ‘숨은 보험금’이란 보험 계약에 따라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해 지급금액이 확정됐으나 소비자가 청구하지 않아 보험사가 갖고 있는 보험금이다. 보통 보험금 발생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보험금을 찾아가지 않으면 높은 금리가 제공되는 것으로 오해할 때 숨은 보험금이 발생한다. 금융위와 보험 업계는 지난 2017년 12월 소비자가 모든 보험가입 내역과 숨은 보험금을 통합 조회할 수 있는 ‘내보험 찾아줌(cont.insure.or.kr)’ 사이트를 개설한 바 있다. ‘내보험 찾아줌’ 서비스로 소비자들은 숨은 보험금을 조회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보험회사에 개별 청구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었다. 소비자들은 이제 이번 금융위의 시스템 개선을 통해 ‘내보험 찾아줌’에서 숨은 보험금 조회 뒤 청구까지 한번에 진행할 수 있게 된다. 한편 공정위에 따르면 소비자가 찾아가지 않은 숨은 보험금은 올해 8월 말 기준 약 12조39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 코로나 덕분? 온라인 쇼핑 성장세 지속했을까 통계청은 3일 ‘9월 온라인쇼핑 동향’을 발표한다. 지난 추석 온라인쇼핑 거래액을 포함한 자료다. 지난 8월 온라인쇼핑 거래액(15조7690억원)은 코로나19와 올림픽의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조2726억원(16.8%) 증가했다. 7월 거래액(16조1996억원)보다는 줄었다. 8월 중 있었던 택배 쉬는 날(8월 14일~16일) 탓이다. 온라인 배달음식 주문액(2조4192억원)도 상품군별 집계를 개편한 2017년 이래 최대치를 경신했다. 오늘 3일 발표할 통계에는 9월 추석 당시 농수산물 등의 온라인 판매 동향이 담겨 있을 예정이다. 9월은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지속됐던 시기여서 온라인 배달음식 서비스 거래액을 포함한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더 커졌을지 주목된다. 한편 지난달 2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1년 9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을 보면 온라인 부문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4.5% 급증했다. 온라인 장보기 보편화와 추석 특수의 영향으로 아동 유아 상품군을 제외한 모든 분야가 매출이 증가했다. 온라인 쿠폰 판매 호조와 여행상품 판매 증가로 서비스·기타 매출이 44.9%나 뛰었고, 식품(17.1%), 가전·전자(9.6%), 화장품(19.9%) 등도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 국감 집중포화 맞은 카카오, 계열사 늘었나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3일(오늘) 대규모기업집단 소속 계열사 변동 현황을 공개한다. 공정위가 지난 8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 계열사는 지난 4월 말 기준 2612개사에서 7월 말에는 2653개사로 41개사 늘어났다. 회사설립·지분취득 등으로 106개사가 계열편입 됐고, 흡수합병·지분매각 등으로 65개사가 계열에서 제외됐다. 당시 계열사가 가장 많은 대기업은 SK(156개)였다. 이어 카카오(128개), IMM인베스트먼트(93개), 롯데(86개), 한화(84개) 순이었다. 8월 공개 당시 신규 편입 계열사가 가장 많은 집단은 카카오(13개)와 장금상선(13개)이었다. 카카오는 안테나·예원북스·스튜디오하바나·엔플라이스튜디오·파이디지털헬스케어 등을 계열사로 추가했다. 장금상선은 흥아해운을 인수하면서 흥아지엘에스 등 12개사를 동반 편입했다. 한편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 계열사는 5년 만에 162%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가 대기업으로 편입된 2016년 45개였던 계열사는 2021년 118개로 급증했다. 정지원 기자 jung.jeewon1@joongang.co.kr

2021.11.03 06:00

4분 소요
[오늘의 경제정책 브리핑] 30세 미만 사회필수인력 미접종자 사전예약 마감

정책이슈

━ 사회필수인력 등 미접종자 사전예약 오늘 마감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자 가운데 아직 접종을 받지 못한 11만명에 대한 사전예약이 오늘(30일) 마감된다. 만 30세 미만 사회필수인력미접종자에 대한 화이자 백신 사전 예약은 지난 28시 0시부터 시작됐다. 대상자는 만 30세 미만 사회필수인력(경찰·소방·해양경찰)과 의원급 의료기관, 약국 소속 보건의료인, 취약시설 입소·종사자, 유치원·어린이집 초등 1~2학년 교사와 돌봄인력 가운데 예약하지 못했거나 명단이 누락된 약 11만명이다. 이들은 상반기 코로나19 백신 우선접종 대상자였지만 수급 불균형 문제로 접종 받지 못했다. 사전예약은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홈페이지(ncvr.kdca.go.kr)에서 할 수 있다. 주소지와 관계없이 원하는 예방접종센터를 정하고 날짜를 선택하면 된다. 명단이 누락됐거나 정보 오류로 인해 사전예약이 어렵다면 재직증명서 등 증빙서류를 가지고 보건소를 방문하면 예약할 수 있다. 앞서 30세 미만 사회필수인력 대상자 약 30만5300명 가운데 지난 27일까지 19만5800명(64.1%)이 접종을 받았다. 오늘까지 예약한 30세 미만 사회필수인력의 1차 접종은 다음달 5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된다. 2차 접종 기간은 다음 달 26일부터 8월 7일까지다. 마찬가지로 수급 문제 탓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예약하고도 접종받지 못한 60~74세 고령층을 위한 화이자 백신 접종 예약도 오늘(30일) 오후 6시까지 이어진다. 1차 접종 기간은 다음 달 5일부터 17일까지, 2차 기간은 26일부터 8월 7일까지다. 다만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대상자 중 지난 사전 예약 기간에 예약하지 않았거나 사전 예약을 취소하지 않은 채 접종받지 않은 사람은 재예약 대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예약을 연기하지 않고 취소한 사람도 대상자가 아니다. ━ 주춤했던 ‘4월 산업동향’ 딛고 5월은 반등? 통계청이 ‘5월 산업활동동향’을 발표한다. 수출이 견인해온 한국 경제 회복에 가속도가 붙을지는 소비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는 지다. 지난달 발표한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산업생산은 3월까지 전월 대비 기준 5개월 연속 증가했지만 4월 1.1% 감소하며 잠시 숨을 골랐다. 광공업 생산은 반도체가 줄면서 1.6% 감소했고 서비스업은 도소매(0.8%), 숙박·음식점(3.1%) 등이 늘어 0.4% 증가했다. 전산업생산은 주춤했지만 소매판매는 증가세를 보인 바 있다. 4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2.3% 늘며 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품목별로는 화장품 등 비내구재가 2.4%, 의복 등 준내구재가 4.3%, 통신기기·컴퓨터 등 내구재가 0.7% 각각 늘었다. 소매판매지수는 백화점·대형마트·슈퍼마켓·전문소매점 등에서 매월 판매액을 조사해 작성하는 통계다.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된 실적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실제 소비 동향을 잘 나타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비로 대표되는 내수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7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5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주요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13조 1000억원으로 전년 동월(11조 6000억원) 대비 12.9% 증가한 것이다. 지난 2월 이후 4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냈다. 이에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완화 등으로 내수도 회복세여서 5월 산업활동동향도 긍정적인 지표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5월 우리나라 수출은 507만 30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달 대비 45.6% 증가했다. 전달(41.2%)에 이은 두 달 연속 40%대 성장은 사상 처음이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2021.06.30 06:00

3분 소요
[패션아울렛 20년 개척자,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 ‘슈퍼마리오’의 디자인은 계속된다

산업 일반

‘까르뜨니트’로 일군 패션 외길 40년… 위기에 역발상으로 국내 아울렛 시장 개척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7월 30일 발표한 ‘2020년 상반기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 조사’에 따르면 전체 유통업계가 소폭 상승을 이어가는 가운데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편의점을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역성장했다. 특히 패션 쇼핑의 주요 채널인 백화점(-14.2%)은 대형마트(5.6%)보다 타격이 컸다. 유례없는 위기 상황에 유통업계는 온라인 쇼핑 강화를 서두르는 모습이다.홍성열(66) 마리오아울렛 회장은 최근 직원들에게 “오프라인에 없는 상품만 온라인에서 팔라”고 주문했다. “발품 팔아 마리오아울렛을 찾은 고객들에게 온라인과 똑같은 상품을 팔 순 없다”는 것이 홍 회장의 지론이다. 마리오아울렛은 2016년 아울렛 최초로 전용 온라인몰을 오픈한데 이어 자체적인 관리 플랫폼을 개발,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듬해엔 모바일 앱 오픈으로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옴니 채널을 더했다. 온라인 유통을 강화하기에 충분한 여건을 갖췄음에도 다른 유통업체와 달리 오프라인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이유가 뭘까. 7월말 서울 가산동 마리오아울렛에서 그를 만났다.“패션은 독특한 업종입니다. 일반적인 제품과 달리 패션 상품은 획일적인 기준으로 구매를 결정하지 않아요.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봐야 알 수 있는 소재의 특성과 디자인 디테일 등을 온라인으로 보여주는 데엔 한계가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업계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해외에서 패션 쇼핑을 즐기던 고객들이 국내로 눈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고객의 시선을 잡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불 꺼진 구로공단이 ‘기회의 땅’으로 이 같은 홍성열 회장의 역발상은 국내 최초의 아울렛인 마리오아울렛을 있게 한 원동력이다. 그가 패션 사업에 뛰어든 건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형제들에게 빌린 200만원으로 편물기 4대를 산 홍 회장은 서울 대방동에 작은 니트 공장을 열었다. 당시만 해도 국내 의류업체 대부분이 외국 바이어들이 시키는 대로 제품을 만드는 ‘삯바느질’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나만의 디자인으로 옷을 만들 순 없을까.’ 패기 넘치던 20대 젊은 사장은 남다른 디자인의 니트를 생산하기 위해 밤낮으로 일했다, 그 결과 1985년 패션 브랜드 ‘까르뜨니트’가 탄생했다.“일본 바이어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니트 사업가의 길로 접어들게 됐어요. 1989년 일본 게이오백화점에 까르뜨니트를 론칭한데 이어 국내 백화점에도 25개의 매장을 냈죠. 니트는 추운 겨울에만 입는 옷이란 통념을 깨고 사계절 내내 입을 수 있는 옷으로 만든 발상의 전환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밀려드는 물량을 감당하기 위해 구로공단에 공장과 사옥을 짓고, 스웨터 내수 판매와 수출에 주력했습니다.”당시 일본 바이어들은 홍 회장을 ‘슈퍼마리오’라고 불렀다. 일본 닌텐도사가 1985년 개발한 게임 캐릭터 슈퍼마리오가 당시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바이어들 사이에서 “마리오 제품을 수입하면 다 팔린다”는 평이 나왔다. 홍 회장은 무슨 일이 있어도 주문 약속을 지키고, 제품에 작은 문제가 생겨도 일본까지 직접 찾아가 해결하는 성실함으로 신뢰를 받았다. ‘여름 니트’로 패션업계에서 승승장구하던 그의 역발상은 그저 패션 아이템에서 그치지 않았다.‘아울렛’이라는 말조차 낯설던 시절, 척박한 서울 구로공단에 정통 패션아울렛을 세우겠다는 결심은 또 다른 발상의 전환이었다. 20년 간 패션업에 종사하던 그가 공장 부지를 알아보러 구로공단에 발을 들였을 때는 IMF 외환위기 직후였다. 경제 한파가 들이닥친 후 문을 닫은 공장이 매물로 쏟아져 나왔다. 해가 지면 가로등 하나 없는 거리엔 인적이 드물었다. 폐허나 다름없는 공장지대에 패션아울렛을 만들겠다는 홍 회장을 주변 사람들은 모두 뜯어말렸다.당시 패션업계와 시장 상황은 어땠나.“1987년 수해로 인해 서울 대방동에 있던 지하실 공장에 물이 들어찼다. 수출을 앞둔 옷들이 모두 망가져 어려움에 처했다. 앞으로는 무조건 높은 지대에 공장을 지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던 중 IMF 사태가 일어나며 망하는 회사가 줄을 지었다. 당시 우리 회사(까르뜨니트) 매장도 전국 60개 중 12개가 문을 닫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구로공단도 마찬가지였다. 봉제·섬유공장의 80%가량이 문을 닫아 매물이 넘쳤다. 90년대 말 구로공단 거리는 하루 10명도 채 지나다니지 않을 만큼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지만 나에겐 ‘기회의 땅’으로 여겨졌다. 패션업을 하며 넓은 공장과 매장을 갖는 게 꿈이었던 내게는 지금이 공장 부지를 살 수 있는 적기라는 생각이 들었다.”아울렛 설립을 결심한 배경은.“직접 패션업체를 운영하다 보니 상품 재고와 유통이 가장 큰 문제였다. 공단에 입주한 봉제업체 창고에는 재고가 쌓이고 있는데 반해 소비자들은 유통 채널에 한계가 있으니 백화점 등에서 비싼 가격에 제품을 사는 구조였다. 업체는 재고를 처리할 수 있고, 소비자는 싼 값에 좋은 제품을 살 수 있는 통로가 절실했다. 해외 조사를 통해 체험한 아울렛이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 규제에 묶인 15년, 차별화 기회로 삼아 모두가 몸을 사리던 때에 홍 회장은 자신의 판단을 믿고 밀어붙였다. 홍 회장은 1999년 당시 공동화 현상을 보이던 구로2공단 내 효성물산 공장 부지를 매입하고 산업단지공단과 입주계약을 체결했다. 주변의 위태로운 시선 속에 2001년 6월 마리오아울렛 1관이 문을 열었다.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04년, 마리오아울렛 2관을 오픈했다. 입점을 희망하는 브랜드가 많아진 데다 1관에 선보이지 못했던 신규 카테고리를 들여오기 위해서였다. 기존 건물인 1관 일부는 아울렛 형태로 운영하고, 바로 옆에 2관 건물을 지어 니트를 생산하고, 본사 제품을 판매했다. 이어 2012년 3관까지 오픈하며 불 꺼진 구로공단을 패션타운으로 탈바꿈시켰다.현재 마리오아울렛엔 평일 10만명 이상, 주말엔 20만명의 고객이 찾고 있다. W몰에 이어 현대아울렛 등 대기업까지 이곳에 진출하면서 연매출 1조원 규모의 ‘가산패션단지’를 형성했다. 그 사이 서울 독산동, 가산동, 구로동 일대는 첨단IT·패션유통단지로 탈바꿈했다. 몸집만 커진 것이 아니다. 내실을 다지며 꾸준히 성장한 마리오아울렛은 지난해 매출 3300억원을 기록했다. 2001년 첫해 500억원이던 매출 규모가 20년 만에 6배 이상 커진 것이다.사업이 순조롭게만 나아간 것은 아니다. 패션타운을 완성하기까지 “공장 지대에 유통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는 정부 규제로 기나긴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마리오아울렛의 역사는 그야말로 홍 회장이 맨땅에서 하나하나 일궈나간 개척의 역사다. 홍 회장은 “위기의 순간마다 고비를 넘으면서 깨달은 점은 속임수를 쓰지 않는 ‘정도경영’이 결국엔 정법이라는 것”이라며 “고객과의 약속은 결국 품질로 나타나고, 이는 마리오아울렛이 20년 동안 성장한 비결”이라고 말했다.가장 큰 위기는 언제였나.“20년간 구로공단에서 사업을 하면서 나름대로 이 일대를 패션타운으로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1960년 대 만든 국가산업단지법이 아직도 발목을 잡고 있다. 공장 지대에 유통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는 정부 규제 탓에 1관부터 3관을 짓는 데까지 무려 15년이나 걸렸다. 심지어 ‘마리오 입주 계약 해지됐으니 마리오와 거래를 중단하라’고 산업단지공단이 5개 은행에 공문을 보낸 일도 있다. 심지어 (동일 건물 내에서 제조한 것만 판매해야 한다는 법 때문에) 내 제품을 내 건물에서 팔수도 없었다. 낡은 규제와 싸우느라 15년 간 산업단지공단과 실랑이를 벌일 때마다 힘이 빠진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으로 새로운 길이 났는데, 옛 길로 돌아가라는 건 시대를 역행하는 일 아닌가.”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나.“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규제로 인해 3~4년이면 될 일을 15년에 거쳐 하다 보니 그 사이에 패션 트렌드도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각 관마다 차별화를 시도했다. 1관은 여성·캐릭터, 2관은 스포츠·아웃도어, 3관은 복합몰 형태를 띠고 있다. 내 본업이 패션이다 보니 좋은 브랜드를 더 좋게 만들어 소비자에게 합리적으로 제공하는 게 아울렛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마리오아울렛의 가장 큰 강점은 가격 경쟁력이다. 경기불황의 골이 깊어질수록 질 좋은 상품을 착한 가격에 구매하려는 가치소비 성향도 커진다. 요즘같이 어려울 때 이 같은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시키려고 노력한다.”마리오아울렛은 2018년 4월 대대적인 리뉴얼을 마치고 그랜드 오픈했다. 1·2관은 마리오아울렛, 3관은 마리오몰로 새로 단장했다. 특히 마리오몰 면적의 28%를 여가 문화 관련 콘텐트로 채우며 아울렛으로는 드물게 도심 속에서 입고 먹고 즐기는 ‘원데이 스테이(one-day-stay) 공간’을 추구했다. 서점과 VR게임장, 락 볼링장, 메디컬 키즈 카페를 더했다. 도심형 아울렛 최초로 아울렛에 몰을 더해 토털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 것이다. ━ 철 지난 해외 브랜드 대신 ‘싱싱한’ 국내 브랜드로 승부 최근 알뜰형·실속형 소비가 유행하면서 교외형 프리미엄 아울렛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7% 급증했고, 신세계 프리미엄 아울렛 역시 두 자릿수의 매출 신장률을 나타냈다. 롯데 교외형 프리미엄 아울렛도 매출이 5% 늘었다. 업계에선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이들이 여유자금으로 명품이나 고가 해외 패션을 구매하기 위해 아울렛에 몰렸다는 분석이다.프리미엄 아울렛이 명품에 대한 수요로 실적을 내고 있다. 마리오아울렛 역시 명품매장을 시도한 적이 있는데.“마리오 1관을 오픈하면서 다른 프리미엄 아울렛과 마찬가지로 버버리·겐조 등 명품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운 적이 있다. 그러던 중 한 프리미엄 고가 브랜드에서 가품이 섞여 들어온 게 적발됐다. 유통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였지만 이를 계기로 명품 매장을 대부분 철수시켰다. 사실 패션 하는 사람 입장에서 볼 때 국내에 들어오는 해외 고가 브랜드 대부분은 출시된 지 한참 지난 물건이다. 패션은 디자인과 품질이 생명인데 오래된 제품은 아무리 명품이라 해도 값어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린 돌고 돈 해외 고가 브랜드보다는 ‘싱싱한’ 국내 프리미엄 브랜드에 더 집중하려고 한다.”프리미엄 아울렛과의 차별점은.“1관 건물 전면 광고에 써놓은 글귀가 있다. ‘코리아 넘버원 패션 브랜드’가 그것이다. 해외에 나갔다 오면 아울렛에서 쇼핑하는 게 자랑할 만한 일인데 국내에선 아울렛에서 사는 걸 부끄러워하는 분위기다. 철 지난 해외 명품을 헐값에 산 걸 숨기고 싶은 이유라고 생각한다. 우리 아울렛이 가장 질 좋은 해외 고가 브랜드를 갖고 있진 않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는 모두 모아놨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교외형 아울렛에 비해 교통이 편리하고,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점도 우리가 가진 경쟁력이다.”지방이나 해외 출점 계획은.“지방 대도시 대형 패션몰에서 마리오아울렛 브랜드를 유치하기 위해 손을 내밀 건 사실이다. 중국 시장 진출 역시 마찬가지다. 현지 기업으로부터 돈을 투자할 테니 마리오아울렛 브랜드를 달고 직접 경영을 맡아달라는 제안도 있었지만 모두 거절했다. 그동안 많은 유통기업들이 준비 없이 지방에 진출했다가 위기를 겪는 모습을 봐왔다. 마리오아울렛이 이곳에 들어선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완벽하게 자리 잡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하나를 제대로 못하면서 둘을 욕심내진 않으려고 한다.” ━ 지방 출점은 시기상조… “하나부터 제대로” 홍 회장은 인터뷰 내내 “나는 패션인”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아울렛 시스템을 선구적으로 도입해 성공적으로 이끈 ‘유통업의 대가’지만 여전히 그 뿌리는 패션에 있음을 강조했다. 패션인으로서 작게는 가산 패션타운을, 크게는 국내 패션유통산업을 디자인한 홍성열 회장이 그리는 미래를 물었다.“까르뜨니트를 창업한 시절부터 디자인부터 생산·경영까지 모두 다 내 힘으로 했습니다. 남과 다르게 하고 싶어 늘 새로운 걸 시도했습니다. 아울렛 사업에 뛰어든 것도 마찬가지였어요. 사업 초창기에 일본 수출을 하면서 일본인이 가장 까다롭다고 생각했는데 이 업을 20년 동안 해보니 우리나라 고객만큼 관찰력과 센스가 뛰어난 곳도 없어요. 국내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면서도 마리오만의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특색 있는 아울렛을 디자인할 것입니다.” ━ ‘대통령의 부동산’은 지금 -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매입해 화제…‘허브빌리지’는 새단장 중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은 ‘화제의 부동산’에 투자한 인물로 주목을 받았다. 그는 지난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울 삼성동 자택을 사들였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로 다음날 주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그는 “탁월한 위치에 비해 시세가 저렴해 매입했을 뿐 박 전 대통령이나 친박계 의원들과 접촉한 적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앞서 2015년 12월에는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변 약 5만7000m²(1만7000여 평)에 이르는 국내 최대 허브 농장 ‘허브빌리지’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곳은 과거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 소유였으나 검찰이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미납 추징금 환수 차원에서 매물로 내놓은 것이다. 2009년엔 전 전 대통령 부부가 5공화국 시절 고위관리들을 초청해 결혼 50주년 연회를 열었고, 검찰의 압수 수색 과정에서 고가의 미술품이 다수 발견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이를 마리오아울렛이 118억원에 사들였다.허브빌리지는 현재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홍 회장은 “품격 있고 여유로운 가든 문화를 창출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라며 “국내는 물론 전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가든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를 위해 홍 회장은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현장 지휘를 할 정도로 열의를 갖고 있다.홍 회장의 자연에 대한 사랑은 남다르다. 마리오아울렛 매장 내·외부 공간에 마리오가든, 마리오 동물농장 등 자연공간을 조성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고향인 충남 당진에서 20년 전부터 개인농장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고향에서 직접 농사지은 쌀을 고객들에게 증정하는 등 자연과 고객을 연결하는데 애정을 쏟는다.홍 회장은 “호텔이나 펜션 같은 시설물은 오래되면 보수가 필요하지만 가든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를 더하는 법”이라며 “자연과 어우러진 공간에서 방문객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완벽히 재단장해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2020.08.0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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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말하나? K-팝, 한국 드라마에 열광하는 세계인들이 한국제 상품에 푹 빠졌다. 가히 ‘코리아 프리미엄’이라 할 만하다. 신흥시장에서 ‘경제 한류 붐’을 주도하는 생활용품 11개의 분투기. “2010년 가장 기억에 남는 한류 뉴스는 무엇인가?”지난해 11월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태국 등 5개국에서 모두 3000여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였다. ‘한류 핫 이슈 TOP 10’을 알아보려는 목적이었다. “아이돌 그룹, K-팝, 드라마”라고 가장 많이 답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가장 많은 사람이 “경제 한류 붐”을 꼽았기 때문이다(2위는 한국음식, 3위는 일본 내 K-팝 열풍, 그리고 10위는 의료관광 순이었다).지난해 10월 관세청은 ‘국산 소비재 수출 동향’에서 한동안 자동차와 같은 내구소비재에 편중됐던 수출 품목이 생활용품, 화장품, 식품, 의류 등 비내구소비재로 다양화되는 추세라고 밝혔다(승용차, 휴대전화, 가전제품이 2010년 전체 소비재 수출의 약 74%를 차지했다). 지난 6월에 발표한 또 다른 보고서에 따르면 한류 열풍이 부는 국가의 한국산 소비재 수입이 더욱 두드러졌다.초기 한류는 ‘겨울연가’ ‘대장금’ 등 드라마를 중심으로 중화권, 일본의 중·장년층에서 이뤄졌다. 그들은 승용차·가전제품 같은 내구소비재나 한국 문화를 보고 듣고 즐기면서 한발 더 나아가 한국 내의 드라마 촬영지를 직접 방문하는 등 관광에 지갑을 열었다. 하지만 아이돌 그룹의 K-팝이 일으킨 경제 한류는 동남아시아·중동·중남미 등에서 10~2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화장품·담배·음료와 같은 비내구소비재 구매율을 높였다.일본의 아줌마 세대에서 시작된 한류는 요즘 전 세계의 소녀 세대로 확산됐다. 그들은 한류 스타들이 즐겨 먹고 마시고 입는 ‘K-스타일 따라 하기’에 푹 빠졌다. 지난 6월 한국무역협회 주최로 열린 ‘중화권 프리미엄 수출 상담회’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중국 유통업체 화룬완자(Vanguard)의 샤오링 구매총괄 부장은 “한국 연예인이 입는 옷, 바르고 나온 화장품, 먹는 음식을 곧바로 대형마트에 들러 찾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김주연(경희대 국제관광연구소) 교수는 한류를 경험한 후 한국상품 구매 의사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알아보고자 지난해 11월 4개국(중국, 일본, 태국, 베트남)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들은 한국의 “화장품, 전자제품, 자동차” 순으로 구매 의사를 밝혔다. 여배우와 걸그룹 등 한국 여성의 미모가 주목 받으면서 화장품에 큰 관심을 보였다(그들은 한국 대중가요 선호 이유로 첫째 ‘가수의 수려한 외모’를 꼽았다). 특히 베트남에서 구매 의사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이처럼 화장품은 한류의 가장 큰 수혜 품목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화장품 수출액은 2001년 9600만 달러에서 지난해 6억9900만 달러로 10년 새 6배 이상 늘었다. 화장품 수출은 지난해 태국에 4000만 달러 상당을 수출했다. 전년에 비해 211% 성장했다. 그 밖에도 베트남에선 129%, 말레이시아에선 166%, 필리핀에선 112%가 늘어나는 등 K-팝 열풍이 부는 동남아 지역에 한국제 화장품 붐이 인다. 국내 화장품업계 관계자들은 한국 화장품의 위력이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을 비롯해 유럽으로도 이어지길 기대한다.농림수산식품의 수출액도 지난해 58억8000만 달러로 2009년 48억1000만 달러보다 22.3% 증가했다. 담배, 라면 등 10개 품목은 각각 1억 달러 이상을 수출했다. 국가별로는 중국 수출이 2009년보다 39.2% 증가한 7억8670만 달러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담배의 경우는 지난해 아프리카(524%)와 중남미(140%)에서 높은 수출 증가세를 보였다.한편, 한류 열풍이 부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의 국산 소비재 수출 실적도 크게 달라졌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관세청이 소비재 수출 증가율을 비교한 자료에 따르면 한류국가군의 수출증대 효과가 월등히 높았다. 이라크는 2005년에 비해 지난해 7716%, 페루는 320%, 이란은 234% 증가했다. 이라크의 경우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 파병과 ‘대장금’을 비롯한 한류 드라마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반면 비한류국가로 분류되는 베네수엘라와 인도의 수입은 오히려 줄어 각각 -84%와 -43%로 나타났다.이처럼 한류를 등에 업은 수출 실적은 중국, 러시아, 브라질, 베트남, 인도네시아, 터키 등 신흥시장에서 큰 상승세를 탄다. 이들 신흥국가의 중산층은 생필품 소비를 넘어 ‘최소한의 사치’를 누리려는 신소비계층이 됐다. 통신과 미디어의 발달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접하면서 이들의 소비패턴은 점점 서구를 닮아 간다. 우리 기업들은 이런 변화에 대응해 저가제품이 아닌 프리미엄 제품으로 ‘기본’을 뛰어넘어 ‘기능’으로 신흥국가의 소비자를 공략한다. 중국의 대형마트 다룬파(RT-Mart)의 리춘더 구매총괄 부장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져 값싼 제품 수요가 점점 줄어든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하송 연구원은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브랜드 파워가 생겼기 때문에 저가 제품보다는 가격에 걸맞은 프리미엄 제품으로 승부해야 한다”며 제품의 연구개발에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뉴스위크 한국판은 최근 들어 신흥시장에서 ‘코리아 돌풍’을 일으키는 일반 소비재 제품 11개를 선정했다. 대상의 조미료, 도루코의 휴대용 면도기, 락앤락의 밀폐용기, 매일유업의 분유, 빙그레의 아이스크림, 에뛰드 하우스의 화장품, LG생활건강의 치약, OB맥주, 유한 킴벌리의 아기 기저귀, KT&G의 담배, 한국야쿠르트의 컵라면 등이다(가나다순). 이들 기업은 한류 열풍이 불기 이전에 품질을 앞세워 해외로 진출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현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최근 들어 한류 열풍을 타고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이들 제품은 어떤 판매전략으로 신흥시장 소비자의 눈에 들었을까? 그들의 전략을 살펴봤다. 1 삼바의 열기를 식힌다빙그레의 아이스크림 ‘메로나’(브라질)브라질 사람들은 한국의 아이스크림을 즐겨 먹는다. 상파울루의 거리 곳곳엔 메로나 아이스크림을 든 사람이 자주 보인다. 특히 아시아 거리 리베르다지의 식료품점이나 커피전문점에는 예외 없이 메로나 전용 냉동고가 있다.메로나는 2008년 브라질에 상륙했다. 브라질 사람들이 한국에서 맛을 본 후 고국으로 돌아가 퍼트린 입소문이 수출로 이어졌다. 메로나는 브라질에서 원화로 쳐서 3000원 정도의 비싼 가격인데도 매달 수백만 개씩 팔린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메로나가 “1990년 한국에서 첫 출시된 이래 많은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고 소개할 정도다.브라질 사람들은 자신들의 식생활에 큰 변화를 불러온 외국 음식으로 일본의 ‘스시’를 꼽는다. 당초 그들은 날 생선을 “못 먹는” 음식으로 쳤지만 그 맛에 푹 빠졌다. 2008년 5월엔 브라질 국영TV EBC가 메로나 판매점을 찾았다. ‘MELONA’라는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세 명의 여성을 상대로 메로나의 맛과 인기 비결을 취재했다. 당시 방송리포터는 메로나가 ‘스시’처럼 브라질의 디저트와 기호식품 문화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고 보도했다.메로나는 텁텁한 우유 맛에 멜론 맛을 첨가한 상큼하고 풍부한 맛으로 해외 30개국 소비자의 사랑을 받는다. 다른 수출품목과 달리 현지인의 입맛에 맞춰 맛의 변화를 주지도 않았다. 포장지만 다르지 한국에서 판매되는 제품과 맛이 똑같다. 다만 멜론 맛 이외에도 딸기, 바나나, 망고, 파인애플 등 다양한 맛의 아이스크림을 추가로 개발해 수출한다.빙과류 유통에 걸림돌이 많지만 전량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한다는 점도 특이하다. 현지 냉동차량업체와 계약을 맺고 수송을 하는데 차량 외부에 메로나를 크게 인쇄해 길거리 홍보도 겸한다. 수출 초기에는 샘플용 50박스(박스당 40개)를 싣고 남부 상파울루주에서 북서부 아마조나스주까지 보름 동안 2000km를 달려가기도 했다. 광활한 남미 대륙을 누비다 보니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열악한 물류체계와 현지 해운사의 부주의로 냉동고의 전선 코드가 뽑히는 바람에 싣고 간 아이스크림이 모두 녹아버리는 ‘사고’도 겪었다. 하지만 이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해외 시장은 급속히 커졌다. 2008년 35억원이던 매출이 2009년 50억원을 넘어 지난해 100억원을 돌파했다. 회사가 목표한 올해 수출액은 300억원. 국내 판매량 200억원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지난 4월 말 브라질 월마트에도 입점하기로 했지만 성화 때문에 한 달 앞당겨 제품을 보내줬다고 한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이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등 다른 도시의 월마트에서도 입점 요청이 쇄도하지만 원거리에 따른 물류장벽 때문에 다 물량을 대지 못할 처지다. 2 중동의 틈새시장 노렸다KT&G의 ‘파인’ ‘에쎄’(중동·중앙아시아)1990년대 중반 국내 담배시장은 외제담배의 잠식으로 포화상태에 이르러 새로운 시장 개척이 절실했다. 하지만 해외시장은 다국적 담배기업이 거의 장악했기 때문에 KT&G의 해외 진출은 가시밭길이었다. 그러나 선진국 시장보다는 소득수준은 낮지만 인구증가율과 흡연율이 높은 신흥시장에서 틈새시장을 찾아냈다.특히 아프가니스탄 등 중앙아시아 지역은 담배 생산시설이 없어 흡연자 대부분이 수입품에 의존한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들 지역의 소비자들이 반미감정과 같은 정치·종교적인 문화 때문에 서방 기업들의 진출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KT&G는 이 지역을 주요 판매거점으로 삼아 그들이 선호하는 담배 맛과 디자인 등 전반적인 시장조사를 마치고 1999년 수출전용 제품인 ‘파인(PINE)’을 처음으로 출시했다. 수출품 담뱃잎은 주로 국산을 사용하지만 해외 소비자 입맛에 맞추고자 수입산을 조금씩 섞는다. 특히 국내에서 나오지 않는 오리엔트종 담뱃잎은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강한 맛을 좋아하는 중동과 중앙아시아 사람들을 겨냥해 만든 ‘파인’ 담배는 시판 초기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아프가니스탄을 시작으로 판매 시장도 이라크, 키르기스스탄 등으로 확대해 갔다. 지난해엔 추가로 선보인 ‘에쎄(ESSE)’의 인기몰이가 더 커졌다. 그 밖에 ‘시마(CIMA)’ ‘제스트(ZEST)’ 등으로 제품군을 다양화해 글로벌 담배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중이다.KT&G는 현재 중동과 중앙아시아를 비롯한 40여 개 나라에 한국산 담배를 수출한다. 지난해 수출실적은 5억3000만 달러(수량으로 394억 개비이며 그중 중동과 아시아에 300억 개비를 판매한다). 이는 KT&G의 총 담배 생산량(923억 개비)의 43%에 해당한다. 수출 물량이 늘어나면서 해외공장 건설에도 박차를 가했다. 2008년 터키에 첫 공장을 준공한 데 이어 2009년엔 이란(이란 전매청과 현지합작), 2010년에는 CIS 국가와 러시아 시장을 공략할 생각으로 러시아에 공장을 건립했다. 3 시베리아 철도여행의 필수품한국야쿠르트의 컵라면 ‘도시락’(러시아)러시아 사람들은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탈 때나 주말농장에 갈 때 꼭 준비해 가는 음식이 있다. 한국야쿠르트가 생산하는 컵라면 ‘도시락’이다. 1986년 출시된 이 도시락은 부산항을 드나들던 러시아 보따리 상인들이 대량 구입해 현지에서 판매하면서 러시아에 알려졌다. 출시 5년 뒤인 1991년 러시아에 처음으로 2만1000박스를 수출했지만 90년대 중반까지 판매량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러시아 수입상들이 부산에서 직접 들여가는 물량이 연간 100억원(1996년)에 이를 정도로 많았기 때문이다.‘도시락’이 러시아인이 즐겨 먹는 국민음식으로 자리 잡는 데는 한국야쿠르트의 특별한 전략이 있었다. 바로 한국인의 ‘의리’다. 한국야쿠르트가 러시아에 본격적인 수출을 시작한 때는 블라디보스토크에 사업소를 개설한 1997년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1년 뒤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바람에 철수 위기를 맞았다. 한국야쿠르트는 다른 한국기업과는 달리 법인 철수 없이 러시아 시장을 지키기로 결정했다. 오히려 국내시장 매출감소를 러시아 시장의 매출을 통해 메울 작정이었다. 큰 모험이었지만 러시아 소비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해 한국야쿠르트 러시아 현지법인의 매출은 1650억원을 넘어 국내 전체 매출과 대등한 수준에 이르렀다.제품라인도 더 늘렸다. 주력제품인 라면 말고도 까샤(귀리죽)나 러시아 전통음식 감자퓨레 등 모든 제품에 도시락 브랜드를 사용해 러시아에서는 종합식품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2008년부터 ‘도시락’ 제품은 전량 현지공장에서 생산해서 판매한다. 러시아에서 ‘도시락’의 인지도는 국내 대기업의 백색가전 제품의 유명세와 맞먹을 정도다. ‘도시락’ 라면은 현지인들에게 가장 큰 인기를 끄는 닭고기 맛을 비롯해 쇠고기, 돼지고기, 버섯, 새우, 야채 등 다양한 국물 맛과 퍼지지 않고 쫄깃함이 오래 지속되는 면발의 가공기술로 더욱 사랑을 받는다.TV광고도 음식 맛을 강조하기보다 한국 특유의 가족 사랑을 담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군인인 아버지가 헬기를 타고 귀향해 가족과 함께 단란하게 도시락을 먹는 스토리인데 현지인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고 말했다. 도시락 라면의 다음 공략 시장은 몽골이다. 몽골은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지나가는 길목으로 러시아문화권의 영향을 받는 지역이라 기대가 크다.4 공주 마케팅 효험 있었네!에뛰드 하우스의 ‘틴트’ 립스틱(태국)“사 워스 디 카 자요 잉(어서 오세요, 공주님)”태국의 에뛰드 하우스 매장에 들어서면 점원은 이렇게 고객을 맞는다. “어서오세요”는 어디에서나 흔히 듣는 인사말이어서 그냥 지나치지만 ‘공주님’이라는 말은 여자 손님들의 맘을 움직인다(우리나라 매장에서도 이렇게 인사한다). 대부분의 여자가 꿈꾸는 환상을 짧은 인사말로 환기시킨다. 에뛰드 화장품의 ‘공주 마케팅’ 전략은 모든 여성을 공주처럼 귀하고 예쁘게 받든다는 의미를 담았다.에뛰드의 태국 진출은 2004년에 시작됐다. 한동안 화장품 편집숍에서 판매됐지만 2007년 첫 단독 매장을 열었다. 하지만 4년 만에 매장이 30개로 늘었다. 방콕 시내의 시암 파라곤 등 10개 백화점과 시암 센터 등 10개 쇼핑몰, 시암 스퀘어 등에 진출했다. 이렇게 다양한 유통망이 태국의 여러 소비자를 잡는 데 한몫했다. 올해 안에 40호점을 돌파할 계획이다. 에뛰드 화장품은 태국 말고도 싱가포르, 대만,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9개국에서 승승장구한다.에뛰드의 ‘귀족 마케팅’ 전략은 우연한 기회에서 비롯됐다. 2007년 왕세자비의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에뛰드의 ‘디어 달링 틴트(Dear Darling Tint)’를 사용하면서 태국 여성들 사이에 ‘왕실 화장품’으로 알려졌다. 에뛰드는 그 기회를 활용해 ‘여성 소비자는 공주’ ‘왕세자비 파우치 속 에뛰드’라는 카피를 만들어 고급화 전략을 꾀했다.에뛰드 화장품 가운데 태국 여성들이 가장 좋아하는 제품은 단연 틴트다. 일반 립스틱과 달리 액체로 된 틴트는 착색력이 뛰어나 입술의 볼륨감을 높여주고 촉촉함을 유지해줘 젊은 층에서 큰 인기를 누린다. ‘디어 달링 틴트’와 ‘앵두알 맑은 틴트(Fresh Cherry Tint)’는 화장이 쉬 지워지는 현지 날씨를 고려해 좀 더 오랫동안 착색이 유지되도록 했다. 가격은 오히려 한국에서 판매되는 가격보다 1.5~2배가량 비싸게 팔린다. 2007년 1억원이던 매출이 올해는 100억원을 바라본다. 현재 119개국으로 수출되지만 중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국가로의 수출 비중(87%)이 절대적으로 크다.국내에서는 중저가 브랜드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여성에게 인기를 끌지만 태국에서는 프리미엄 화장품으로 20~30대 여성들의 사랑을 받는다. 태국에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걸그룹 2NE1의 산다라박을 광고모델로 내세워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올해는 브랜드 인지도를 더욱 끌어올리려고 ‘태국 에뛰드 하우스 프린세스 선발대회’도 개최했다(4년마다 열 예정이다). 최종 1명을 선발하는 이 대회는 메이크업 경연대회와 사진촬영을 통해 에뛰드와 가장 잘 어울리는 ‘태국 공주’를 선발했다. 5 몽골의 원조맥주로 섰다오비맥주의 ‘카스’술꾼들은 특히 평소 마시는 술을 고집하기 일쑤다. 특정한 브랜드의 술맛에 길들여지면 다른 제품으로 갈아타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오비맥주가 몽골 맥주시장에 진출할 때 가장 큰 문제는 맥주시장이 거의 불모지에 가깝다는 사실이었다. 브랜드를 알리는 일도 중요했지만 맥주 자체를 알려야 했다.카스가 몽골에 처음 들어간 1998년만 해도 현지에는 제대로 된 맥주회사가 없었다. 기껏해야 수입맥주인 싱가포르의 타이거와 일부 독일맥주가 팔리던 시절이다. 회사는 맥주라는 술을 알림과 동시에 그 맥주는 반드시 카스여야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현지인을 중심으로 판촉팀을 짰다. 몽골어로 된 전용캔도 제작했다(CASS는 영어 그대로 사용했다). 울란바토르 등 도시의 번화가에서 휴대용 티슈 등 판촉물을 나눠주며 이곳 사람들에게 한국 맥주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 곧 그들은 “신선하고 톡 쏘는” 카스에 취하기 시작했다. 카스 레드는 얼마 안 지나 몽골 전 지역에서 유통되는 유일한 수입맥주가 됐다. 500mL짜리가 1350~1400 투그릭(약 1400~1500원)에 팔린다.지난해부터는 몽골 최대의 석탄과 금속광산인 오유톨고이 광산(캐나다와 호주 합작회사가 개발 중)과 몽골 국영항공사에 카스를 독점 공급한다. 몽골에서 술 광고가 허용되기 시작한 2~3년 전부터 현지 모델을 기용해 TV광고도 내보낸다. 몽골 내에서 맥주 판매량이 급증하자 현지의 한 기업이 “카스는 중국산”이란 악의적인 유언비어를 퍼트려 한때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몽골에서는 중국산에 부정적인 인식이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오비맥주는 부랴부랴 현지 방송 관계자를 한국으로 초청, 생산・출하 과정을 촬영해 몽골에서 방영하도록 했다.몽골의 겨울 날씨가 워낙 추워 매출이 타격을 받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한국 사람이 추운 겨울에도 시원한 냉면을 즐기듯 그들도 추운 날씨에서도 맥주를 즐긴다. 영하 30~40도에서도 맥주가 얼지 않도록 ‘보온 운송’ 하는 방법도 개발했다. 카스가 몽골 맥주의 대명사가 될 즈음, 현지 정부가 특별소비세를 차별부과해 시장에 빨간불이 켜지기도 했다. 아무리 남의 나라에서 하는 장사지만 현지의 차별 대우에 넋 놓고 당할 수는 없었다. 오비맥주는 몽골 헌재에 이를 제소했다. 먼저 진출해 있던 다른 수입맥주회사는 패소는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비웃었지만 오비맥주는 보란 듯이 승소했다. 회사는 현지에서 사회활동에도 나선다. 지난 5월엔 NGO단체인 ‘푸른 아시아’와 함께 환경개선 사업의 첫 단계로 ‘몽골 희망의 숲’ 조성 발대식을 가졌다. 앞으로 몽골 내 카스 판매금액의 1%를 적립해 15만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는 프로젝트다. 카스맥주는 이제 몽골의 국민맥주로 자리 잡았다.지난 3월 말 현재 오비맥주의 전 세계 누적 수출 물량은 총 314만 상자(500mL×20병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의 194만 상자에 비해 63%나 늘어났다.6 중동 남성들이 반했다도루코의 휴대용 면도기중동지역 남성의 수염은 권위와 전통을 뜻한다. 또 남성을 상징하는 패션이다. 하지만 조금씩 서구화가 진행되고 매스컴을 통해 남성의 멋내기가 보편화되면서 이들도 전통보다는 개성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요즘 두바이의 젊은 세대들은 두건을 쓰고 덥수룩한 수염에 하얀 전통의상을 입는 대신 깔끔하게 면도한 얼굴에다 첨단 패션으로 거리를 활보한다. 그 패션의 변화에 한국의 면도기 제품도 한몫 거들었다. 도루코 말이다.이 회사는 중동의 변화하는 남성 패션에 주목하고 면도가 보편화하기 시작한 1994년 발 빠르게 진출했다. 중동 시장의 거점인 두바이에 해외법인을 설립해 시장 개척에 나서 현재는 질레트보다 오히려 판매율이 앞선다. 터키에서도 현지의 조직적인 판매상들을 활용해 작은 골목상점에서도 도루코 면도기를 만날 수 있게 됐다.중동 남성의 수염은 유달리 굵고 뻣뻣할 뿐만 아니라 빨리 자란다고 한다. 전기 면도기로는 쉽게 깎이지 않고 깎아도 개운치 않다고 느끼는 그들은 습식 면도기를 선호하게 됐다. 습식 면도기는 일회용과 보통 2중 날, 3중 날로 교체할 수 있는 시스템 면도기로 분류된다. 도루코의 시스템 면도기는 언제든 날을 교체할 수 있어 중동 남성들에게 가장 큰 인기다.특히 도루코의 면도날(곡선과 톱날 형태)은 밀착력과 절삭력이 좋아 수염을 미세하게 깎아줄 뿐만 아니라 수명도 길다. 중동 남성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이다. 도루코의 이런 유명세는 이 지역에서의 한국 드라마 유행도 한몫한 듯하다. TV 드라마 ‘대장금’(2006년) ‘주몽’(2009년)의 시청률이 각각 90%, 80%를 웃돌 정도로 대박을 터트렸다. 도루코도 승승장구해 지난해 중동지역에서만 1600만 달러의 대박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3% 성장한 수치다. 회사 관계자들은 “드라마 한류가 한국과 한국산 제품의 호감도와 신뢰도를 높이는 시너지 효과를 낳은 듯하다”고 평가했다. 도루코는 올해에도 그 돌풍을 이어갈 기세다. 5월말 기준으로 휴대용 면도기의 해외 수출액 가운데 중동지역의 비중이 33%를 차지했고 아시아지역의 매출(24%)이 그 뒤를 이었다. 7 소황제의 명품 기저귀유한킴벌리의 ‘하기스’(중국)유한킴벌리 대전공장엔 태극기가 아닌 다른 나라의 국기가 펄럭인다. 그 광경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매번 바뀌는 국기에 한번쯤 궁금증을 느꼈을지 모른다. 사연은 이렇다. 이 회사는 해외 수출분을 생산할 때는 늘 수출국의 국기를 공장에 내건다. 그 나라에 보내는 존중과 감사 그리고 겸손의 표시다. 유한킴벌리의 진재승 상무는 “우리 제품을 믿고 사줘서 고맙고 그 고마움에 최고 품질로 보답하겠다는 다짐”이라고 설명했다.하기스는 1872년 설립된 미국의 킴벌리 클락이 생산한다. 한국에선 1970년부터 유한킴벌리가 같은 브랜드를 생산해 왔다(유한양행과 킴벌리 클락이 합작했다). 1983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팬티형 아기기저귀를 생산하는 등 국내 기저귀의 과학화를 이끌었다고 평가 받는다. 지금은 하기스라는 해외 브랜드만 사용할 뿐 모든 제품을 국내에서 연구·개발해 생산한다.유한킴벌리가 2003년 중국에 진출하면서 내건 키워드는 ‘프리미엄’이었다. ‘하오치(好奇)’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하기스는 “뛰어나게 또는 기이하게 좋다”는 뜻이다. “당신의 특별한 자녀에게는 오직 하기스뿐”이라는 품질 자신감으로 승부했다. 한 자녀 갖기 정책 이후 독자로 태어난 ‘소황제’를 위해서라면 뭐든 해주는 중국 부모들의 심리를 이용해 최고급 제품 전략으로 중국을 공략했다. 아기 기저귀 품질을 상위 1~5등급으로 나눈다면 중국에선 1·2등급만 판매한다.유한킴벌리의 중국시장 지역별 점유율 증가는 괄목할 만하다. 상하이가 75%, 베이징이 65%를 차지한다. 전 세계 54개국으로 수출되는 유한킴벌리 제품은 지난해 수출액 2376억원을 돌파했다(기저귀 해외 총매출은 1545억원). 그 가운데 중국 매출이 981억원을 차지한다. ‘ 메이드 인 코리아’는 유한킴벌리의 가장 큰 자산이다. 특히 중국에서는 한국산임을 강조해 소비자의 신뢰를 받는다.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펄프 말고는 모든 재료를 한국산으로 쓴다. 그것이 중국 프리미엄 아기 기저귀 시장에서 8년째 1위를 고수하는 비결이다.중국 진출은 비교적 순조로웠다. 현지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생산하려고 4년의 시간을 투자했다. 2003년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전 5년 동안 회사 내에 직원들이 중국 문화를 익히고 중국어를 공부할 수 있도록 ‘차이나 스쿨’을 개설했다. 모든 직원이 중국 산업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회사는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됐다.한국 엄마들은 얇고 뭉치지 않는 아기 기저귀를 원하는 반면 중국 소비자는 강력한 흡수력을 원한다. 배설물이 밖으로 새지 않도록 막는 이중 고무줄도 한국은 느슨한 제품을 선호하지만 중국은 탄탄하게 조여주는 방식을 좋아한다. 기존의 중국산 제품이 대부분 조악하고 투박했다면 유한킴벌리의 제품은 아기 피부 같은 부드러움으로 현지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회사는 중국에 남아·여아용을 구분한 기저귀를 처음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패키지 디자인도 현지 문화를 모르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하기스 골드 제품을 출시할 때 곡선의 골드 라인을 제품 패키지의 하단에 디자인했지만 중국 바이어가 샘플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단다. 골드 라인이 바닥에 있으면 중국에서는 ‘황천길’을 의미한다는 뜻이어서 판매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고 충고했다. 마침 시험 단계에서 지적된 덕분에 곧바로 수정했다. 회사는 수출에 앞서 그 나라의 현지문화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유한킴벌리는 수출 초창기부터 유아전문점, 이마트 등 중국의 고소득층들이 주로 이용하는 전문점과 외국계 대형매장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프리미엄 제품의 위상을 유지했다. 특히 이마트와 협력해 ‘이마트-한국산 명품 특설매장’ 행사를 실시하면서 그 이름을 널리 알렸다. 2004년 CJ홈쇼핑이 중국에 진출할 때도 아기 기저귀 제품으론 처음으로 소개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유한킴벌리는 1년에 3~4차례 중국의 대형 산부인과, 소아과 의사와 간호사를 초빙해 대전공장을 견학시켜 제품의 신뢰도를 높이기도 한다.8 중국인들의 외출 휴대품락앤락의 차(茶)통중국에서 택시를 타면 운전석 옆에 짙은 녹색 뚜껑의 휴대용 물통을 보게 된다. 라벨에는 ‘茶’란 글씨가 선명하게 보인다. 여느 물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중국인들이 유독 좋아하는 차(茶)통이다. 바로 락앤락 제품이다. 이 제품엔 차를 마실 때 찻잎이 입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해주는 ‘거름망’이 있다. 락앤락은 “중국인은 차를 즐겨 마신다”는 평범한 사실을 듣고 ‘거름망’ 아이디어를 접목해 히트상품을 탄생시켰다.요즘 락앤락의 매출은 70%가량이 해외매출이다. 그중에서도 2002년에 진출한 중국이 최고 효자시장 역할을 한다. 지난해 중국 매출은 약 1436억원이었다. 락앤락의 중국어 상표는 ‘라쿠라쿠’. “닫히고 또 닫힌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라쿠’는 즐거울 락(樂) 자의 발음과 똑같다.중국에서 락앤락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써 왔다. 현지인처럼 생각하고 현지인처럼 말한다. 중국의 경제수도라고 할 상하이에서 가까운 쑤저우에 있는 락앤락 생산공장엔 이곳 주민들이 가장 존경하는 오자서(伍子胥, 중국 춘추시대의 정치가)의 동상이 우뚝 세워져 있다. 쑤저우의 초석을 다진 인물인 오자서를 내세워 현지인들과 교감을 시작했다. 락앤락의 주재원들은 2008년 쓰촨성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도 직접 헌혈에 나서는 등 피해자 돕기에 앞장섰다.현지인들의 생각을 미리 읽는 것도 중요하다. 락앤락은 한동안 아산공장에서 생산한 한국산 제품을 판매했지만 베이징올림픽 이후 현지공장 생산체제로 방침을 바꿨다. 올림픽 이후 중국인들 사이에서 ‘made in China’라는 자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는 중국 내수용 제품은 전량 쑤저우공장에서 생산한다. 중국인들이 브랜드의 명성에 민감하기 때문에 초창기부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해 왔다. 유통망이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방송광고를 내보냈고, 명품 브랜드가 밀집한 상하이 중심가 화이하이루에 매장을 열어 프리미엄 제품의 인식을 심어주려고 노력했다. TV광고엔 ‘대장금’의 한상궁을 모델로 내세웠다. 대장금을 키워낸 한상궁(양미경 분)은 스승의 가르침을 중히 여기는 중국인들의 문화와 일맥상통해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올해부터 아시아 최대 인터넷 쇼핑몰인 중국의 ‘타오바오’에서 판매를 시작하는 등 온라인 매출 증가에도 큰 기대를 건다. 중국의 주요 도시에 이어 충칭, 청두 등 중서부 도시 등에 1000개의 매장을 열어 중국 내륙도시 진출도 서두른다. 9 기능성 치약이라서 더 좋다다LG생활건강의 치약(중국) 요즘 중국 소비자들은 품질만 좋으면 상대적으로 값이 좀 비싸더라도 구매에 주저함이 없는 듯하다. 생필품은 말 그대로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한 물건이지만 특별한 기능을 덧붙이지 않으면 고객의 선택을 받기가 어려울 만큼 다양해졌다. LG생활건강은 1996년 중국의 베이징일용화학1창과 합작투자를 통해 베이징일용화학유한공사를 설립하고 대도시의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2002년 하반기부터는 현지에서 생산하기 시작한 ‘죽염치약’이 기능성 치약으로 인기를 누리면서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가격은 콜게이트, 유니레버 등 다국적기업 제품에 비해 50% 이상 비싸게 팔린다.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2005년 죽염원생액(미백), 2006년 죽염청신원(리프레시), 2007년 죽염고치원(충치 예방), 2008년에는 죽염명약원(잇몸 건강) 등 기능성 치약을 잇따라 개발해 내놓았다. 그 결과 2009년엔 45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LG생활건강은 광고비 지출 등을 통한 간접 홍보보다는 소비자가 직접 사용해 보게 하는 ‘체험 마케팅’과 ‘공동 마케팅(co-marketing)’ 전략으로 소비자층을 넓혀 왔다. 중국 체육총국 산하 훈련국(한국의 태릉선수촌에 해당한다)과 계약을 맺고 2006~2009년 죽염 치약 등을 중국국가대표선수단에 독점 공급해 직접 사용해 보도록 했다. 그 결과 중국 정부도 인정한 공식 치약이라는 이미지로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였다.중국은 넓은 국토와 엄청난 인구만큼이나 시장이 커 대기업이라도 한 기업이 단독으로 마케팅 활동을 벌이기는 쉽지 않다. 결국 이 회사는 브랜드를 노출시키고 제품의 접근성을 높이고자 ‘공동 마케팅’ 전략을 선택했다. 맥도널드, KFC, 중국 화장품 브랜드 ‘백초집’의 100개 매장 등과 연계해 일반 소비자에게 견본품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또 주요 도시의 유명 치과병원과 제휴해 상류층 소비자에게 제품을 사용할 기회를 주면서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심었다.10 인니 주부들의 주방 친구대상의 조미료 ‘미원’ 1970년대 대상(구 미원)은 발효조미료를 놓고 제일제당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조미료의 주원료인 당밀 값이 급등하면서 물량확보가 어려워진 탓이었다. 당시 대상은 ‘동남아 직접투자’가 유일한 살길이라고 판단, 인도네시아에 직접 투자했다. 1972년 대상이 80%, 인도네시아의 레냐쟈야사가 20% 공동투자한 ‘PT. 미원 인도네시아’가 설립됐고, 3년 뒤 자카르타에서 700km 떨어진 수라바야만에 조미료 공장이 완공됐다. 하지만 일본의 아지노모도와 대만·인도네시아 합작회사인 사사의 방해공작과 치열한 로비활동으로 공장의 가동이 1년이나 미뤄졌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을 장악한 해외 유명 브랜드와의 한판 승부였다. 시장진출 초기엔 한국인 판매원들이 가가호호 직접 방문하는 ‘호별 방문판매’ 전략을 세웠다. 지금은 인도네시아 전역에 200개 정도의 지역대리점(그 밖의 지역은 위탁판매)을 운영하면서 롯데마트 등은 본사에서 직접 유통을 관할한다.각 지역 주민의 선호도에 따라 조미료의 입자 크기도 달리했다. 수마트라섬은 큰 입자를, 수마트라섬 남쪽 지방은 중간 입자를, 공장이 몰려 있는 산업체에선 작은 입자의 제품을 선호한다.현재 대상은 인도네시아 조미료 시장에서 사사에 이어 2위를 달린다. 지난해 3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00년 대 초반부터는 미원 위주의 단일제품 시장에서 벗어나 튀김가루, 빵가루, 커피 등을 생산 판매하는 ‘MAMA SUKA(엄마가 좋아한다는 뜻)’라는 종합 브랜드를 개발했다. 특히 장기간의 시험을 거쳐 탄생한 튀김가루는 튀김요리를 좋아하는 현지인에게 특별한 사랑을 받아 판매 1위를 고수한다. 인도네시아 전통식품을 가공한 제품도 줄줄이 내놓았다. 특히 인기를 끄는 트라시(새우젓)는 미원과 인도네시아 최대 식료품 회사 ABC 두 브랜드밖에 없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전통음식 가공제품의 시장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인구의 95%가 무슬림인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할랄(halal)인증 제품만 골라 먹는다. 지난해 대상은 한국산 식품으로는 처음으로 인도네시아의 할랄 마크 인증을 받았다. 11 아기보다 엄마가 더 반했네!매일유업 ‘매일맘마’(중동, 중국)중동지역에서 또 다른 한국산 인기제품을 꼽으라면 단연 ‘매일맘마’ 분유다. 중동지역 엄마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덕분이다. 이곳에서 매일유업의 브랜드 파워는 실로 대단하다. 중동지역의 아기 5명 중 1명이 매일맘마를 먹고 자란다고 한다.물론 처음부터 그러진 않았다. 1981년 사우디아라비아에 처음 진출했던 시절에는 독자 브랜드와 판매망을 갖추지 못해 쓰디쓴 실패를 겪었다. 무역상을 통해 조제분유를 수출하던 시절이다. OEM 방식으로 ‘ABS-50’이란 상표를 달고 수출했지만 낮은 수익성, 무역상과의 잦은 마찰로 3년 만에 포기했다. 회사는 그때 자기 브랜드가 아니면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이 불가능하고 수출의 발판조차 마련하기 어렵다는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초심으로 돌아가 마케팅 전략을 재정비한 뒤 매일유업은 1987년 자체 브랜드인 ‘매일맘마’로 재차 사우디 공략에 나섰다. 브랜드가 점점 알려지면서 소비자는 품질을 믿게 됐고 매일맘마를 찾게 됐다. 판매망도 사우디에서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요르단, 예멘, 시리아 등으로 점점 확대해 갔다. 지난해 이 지역에서 매일유업이 거둔 총 매출은 680만 달러에 이른다.그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중국시장에도 진출했다. 특히 2008년 중국산 분유에서 멜라민 검출소동이 벌어졌을 때가 큰 기회였다. 모든 중국산 제품이 리콜돼 중국의 대형마트에는 분유코너가 텅텅 비는 사태가 벌어졌다. 자국의 제품을 믿지 못하게 된 중국 엄마들은 수입품을 찾아 나섰고 덩달아 매일맘마의 위상도 크게 높아졌다. 매일유업은 그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 대형할인점의 매대를 넓혀 나갔다.매일유업은 마침 2007년 프리미엄 제조분유 앱솔루트를 ‘금전명작(金典名作)’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한 뒤 TV·잡지 광고 등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던 때였다. 상류층 엄마들이 매일맘마를 사 먹인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이 제품은 높은 값에도 불구하고 출시 2년 만에 중국에서 200만 달러의 판매액을 기록했다(2010년은 220만 달러어치를 판매했다).

2011.07.12 14:37

20분 소요
기업가의 야성적 도전   정신 그립다

산업 일반

▶국내 최대의 VLCC급 유조선 건조 현장에서 기술자들에게 직접 지시하고 있는 정주영 회장. 이명박 정부는 경제 살리기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어둠의 터널에서 빠져나올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원자재 값 급등 등 외부 환경이 나쁜 탓이 크지만 우리 내부를 둘러볼 필요가 있다. 언제부터인가 경제의 핵심 동력인 기업가들의 어깨에 힘이 빠졌다. 도전정신과 자부심은 퇴색했다. 새 사업 개척보다는 쉽게 돈 벌 수 있는 일에 집착했다. 야성적 기업가 정신의 퇴색이 결국 우리 경제를 서서히 고사시키고 있지 않은가. 이코노미스트가 기업가 정신 몰락 현실을 진단하고, 대안을 찾아봤다. 지난 4월 22일 저녁, 매출 700억원에 영업이익 8%가량을 내는 탄탄한 중견기업 사장 A씨는 “몇 년 지켜보다가 안 되면 기업을 팔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60이 채 안 된 A사장은 두 아들이 있지만 “기업 운영은 신경 쓸 일이 많아 자식들에게 권하기가 망설여진다”고 덧붙였다. 2006년 12월 말 남애전자의 창업자인 정인화(82) 회장은 회사를 제3자에게 매각했다. 중국 칭다오(靑島)에 가장 먼저 진출할 정도로 선견지명이 있고, 주요 생산품인 스위치 기술력도 충분했지만 그는 기업하는 것을 그만뒀다. 대학교수로 있는 아들에게 물려주기도 마땅치 않았고, 기업하는 것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 올해 83세인 서울시내 한 택시회사의 B사장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B사장이 처음 사업을 시작했던 70년대 초만 하더라도 벌이가 괜찮았지만 지난 10년간은 근근이 회사를 끌어왔다. B사장은 “교사, 의사를 하고 있는 자식들이나 미국에서 공부해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손자들에게 택시회사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나야 직원들에 대한 책임도 있고 하니까 죽을 때까지 해야겠지만…”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사장이 되는 것을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에서 심하다. 몇몇 대기업이 악착같이 아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려는 것과 달리 많은 중소기업 CEO는 회사 물려주는 것을 망설이고 있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은 파로마가구의 허성판 사장은 “아버지의 가업이기에 물려받았지만 주변 사람들이 왜 사서 고생하러 가느냐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토로했다. 그렇다고 돈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사장보다는 부자를 원하는 것이다. 기업가 정신 죽이는 것 □ 기업가는 가난해도 머니 게임, 부동산 투기자들은 승승장구 □ 부동산 승계보다 세금 더 무는 경영 승계 □ 반기업 정서 □ 평등 분배의 가치 우선 □ 지나치게 많은 정부 규제 기업가 정신 살리는 것 □ 부동산 및 금융시장 안정 □ 기업을 존중하는 문화 □ 친기업 정서 □ 성공·노력·경쟁의 가치 우선 □ 합리적 규제 빌딩이나 땅, 자산을 물려받는 것은 주변에서 부러움을 사지만 기업, 특히 중소기업을 물려받는 것은 더 이상 선망의 대상이 아니다. 대구에 있는 한 중소기업은 아들 둘이 각각 사법시험과 회계사 시험에 10년 가까이 매달리다 최근 큰아들만 아버지 회사에 들어갔다. 시험에 자꾸 떨어져 마지못해 경영수업을 받는 셈이다. 제법 덩치가 있는 중견기업도 어깨에 힘이 빠지는 건 마찬가지다. 특히 제조업을 경영하는 사장들이 그렇다. 안성호 에이스침대 사장은 몇 년 전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1등 침대회사지만 매출액이 1000억원 약간 넘을 뿐이다. 그런데 요즘 새로 생긴 벤처나 금융회사들이 수백억, 수천억원을 쉽게 주무르는 것을 보면 허탈하다”고 말했다. 충북 음성에 자리 잡은 에이스침대 공장은 넓은 공장 부지에 축구장과 기숙사, 식당 등 직원들을 위한 시설이 고루 갖춰져 있다. 안성호 사장은 “직원들이 이렇게 여기서 생계를 꾸려 나간다는 것이 그나마 보람”이라며 웃음지었다. 일부는 어쩔 수 없이 버티는 사람도 많다. 반월공단에서 주물업체를 하는 C사장은 “공장 땅값이 올라서 그나마 버티고 있는 것이지 사업적으로는 이미 한계에 왔다”고 말했다. 1322.32m2(400여 평) 되는 그의 공장 부지는 지난 2년 사이에 5배가 넘게 올랐다. 사업은 뒤로 가고 땅값만 오르니 회사 일은 자연히 뒷전일 수밖에 없다. 기업하는 것을 점점 꺼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냥 부자로 살고 싶을 뿐 기업가로 남는 것을 불편해 한다. 지방에서 공장이라도 하거나 벤처기업을 한다면 측은한 눈빛도 적지 않다. 한 유통업체 사장은 저녁모임에서 “유통업체가 남는 것은 부동산뿐”이라고 옆자리에 앉은 다른 사장에게 충고해줬다. 제조업체는 공장 부지, 유통업체는 매장 건물로 돈을 번다는 건 이미 CEO들 사이엔 다 아는 이야기다. 더 이상 자기 사업을 통해 성공하기가 어렵다는 걸 사장들은 다 알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사장들 스스로도 인정한다. 사장들 중 82%가 ‘기업가 정신이 위축돼 있다’고 인정할 정도다.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가 현직 CEO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가 정신에 관한 인식 조사’ 결과다. 반면 ‘기업가 정신이 활발하다’는 응답은 18%에 불과했다. ‘기업가 정신이 위축된 주된 요인’으로는 ‘반기업 정서’ 때문이라는 응답이 35.0%로 가장 많았다. 한마디로 한국 사람들이 기업인을 곱게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자와 기업인을 투기세력의 주범, 반칙으로 성공한 사람으로 몰아왔던 지난 10년간의 사회적 분위기가 기업인들의 개척정신을 식게 만들었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도록 뛰어다녀도 직원 월급 주기 바쁘고, 거기다 ‘불량 사업주’는 아닌지 시각이 곱지 않으니 힘이 날 리 만무하다. 삐딱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기업인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정부 규제(24.0%), 노사 갈등(20.0%) 등이 뒤를 이었다. 소수의견이긴 하지만 ‘기업인들의 위험 감수 의지 부족’ ‘단기실적 중시의 경영형태’ 등을 이유로 든 CEO도 있었다. 기업인들 스스로도 도전이나 창조보다는 당장 눈앞의 성과에 연연하게 됐다는 것이다. 기업가 정신이 위축됐다는 것은 숫자로도 나타난다. 증권선물거래소가 12월 결산 545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현금성 자산은 62조7447억원으로 1년 동안 19.4%(10조2053억원)나 증가했다. 현금성 자산은 기업들이 즉각 쓸 수 있는 실탄이다. 기업들은 실탄을 비축해 놓고 있지만 아직 과감하게 쓰지 못하고 있다. 경제대통령을 자임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아무리 투자를 외쳐도 기업들이 이 돈을 내놓지 않으면 경제 살리기는 헛구호에 그치고 만다. 100년 넘는 역사에 지난해 매출 1766억 달러(약 170조원)를 기록한 세계 최대 기업 중 하나인 미국의 GE도 이멜트 회장 체제 이후 연간 8% 이상의 자체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이제 막 30년쯤 된 한국 기업들은 조로(早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부동산 투자 등 가급적 안전한 사업만 찾을 뿐 우리 경제의 동력이 될 제조업엔 시큰둥한 게 우리 대기업의 현주소다. 10명 중 8명이 “기업가 정신 위축” 신설법인 수도 뚝 떨어졌다. 중소기업청 자료에 따르면 2000년 한 해 6만 건이 넘던 창업률이 2004년에는 4만8000건으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 5만3000건으로 다소 회복됐지만 2003년 이후부터 창업률은 5만 건 내외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지난 10년간 새롭게 30대 그룹에 진입한 신생 기업은 거의 없다. STX, 이랜드, 하이트 맥주 등이 30대 그룹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지만 대부분 M&A를 통한 기존 사업 인수가 큰 역할을 했다. 과거 현대, 삼성, 대우 같은 창업 신화가 한국 경제계에서 사라진 지 오래됐다. 500원짜리 지폐 하나로 조선소를 지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나 당시로선 전문가들조차 용어를 잘 몰랐던 반도체에 모든 것을 걸었던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 같은 걸출한 기업가 정신의 소유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 지금 우리 기업가들은 이들이 온몸 바쳐 개척해 놓은 땅에 겨우 1년생 채소나 심어 파는 상황이다. 본인 스스로 굳건한 땅이 되겠다는 거대한 야망을 가진 기업가들은 사라지고 어떻게 하면 자산을 부풀릴까에 골몰하는 근시안적 기업가만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전략본부장은 “창업세대와 성장환경이 다른 2세, 3세의 특징과 고도화돼 가는 경제 구조 등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한국의 기업가 정신 쇠퇴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지적했다. 물론 기업 환경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규제는 많지 거기다 힘센 노조의 요구는 밑도 끝도 없지…. 돈벌이를 하려면 차라리 널찍한 가든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업가는 단순히 ‘돈 벌어 잘살겠다’는 개인적 욕망만 갖고 있어서는 안 된다. 그 욕망을 야망으로 키워 기업을 일구고, 결국 사회의 밑거름이 되는 게 기업가의 역할이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한 강연에서 “기업들이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하면서 투자보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며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에 나서는 야성적 충동의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죽하면 보수적이면서 한마디가 천금의 무게인 한국은행 총재까지 기업가 정신 부족을 질타했을까? 현재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가들뿐 아니다. 기업가 충원 시스템도 망가지고 있다. 사업하는 사람들이 쉽게 망하거나 고전하는 것을 본 후진들이 기업가의 꿈을 팽개치고 있는 것이다. 대신 공무원 시험 응시율은 해마다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고, 기업도 공기업이나 공사, 공단 등 안정 위주로 몰린다. 이런 사회 분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얇고 길게 살려는 무사안일이 젊은이들에게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국민은행 강정원 행장은 지난해 말 “최근 은행 공채 결과 우리 은행과 공기업에 이중으로 합격한 경우 대부분 공기업을 택한다”고 걱정했다. 그나마 안정성이 높은 은행도 기피하는 세태는 우리 사회에서 도전정신이나 기업가 정신이 얼마나 파괴됐는지 잘 보여준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지난 10여 년간 직업 선택의 기준으로 안정성과 돈(수입)이 중심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회적인 분위기도 문제지만 기업가들도 자신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수익성이 중요해지고, 주주경영이 정착되면서 기업가들이 안전경영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기업의 한 전문경영인은 “전문경영인 체제가 확립되면서 위험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높아지고 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영일만의 기적으로 평가 받는 포스코의 창업자인 박태준 명예회장은 지난 4월 1일 포스코 창립 40주년 기념식에서 국내 주요 기업들의 경영과 관련해 “과감하게 투자를 하지 않고, 중요한 기술 개발은 등한시하면서 관리만 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마디로 기업가 정신의 부족을 질타한 것이다. ▶1983년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오른쪽에서 둘째)이 옥포조선소를 돌아보며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왼쪽에서 둘째)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두 사람 다 기업가 정신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사람들이다. 박태준 “투자는 않고 관리만 한다” 인사컨설팅 업체인 휴잇어소시어츠의 박경미 한국지사장은 “글로벌 리더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기업가 정신이다. 해외 선진기업들은 지식이나 학력보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일을 이뤄내는 도전정신, 기업가 정신이 없으면 리더로 뽑지 않는다”고 해외 동향을 소개했다. 기업가 정신이 과거의 향수나 고색창연한 주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지난 10년간 한국의 저성장이 고착화된 점도 문제다.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장은 “잘하는 사람을 더 잘하게 해주고, 성공한 사람들에게 박수를 쳐서 사회가 서로 상승작용이 되도록 해야 기업가 정신도 발현되고 경제도 성장하는 법”이라면서 “지난 10년간 좌파정권이 들어서면서 저성장을 한 것일 뿐이지 한국 경제가 구조적으로 저성장 시대에 돌입했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마침 지난 4월 22일 자유기업원은 “한국의 상속세가 사실상 세계 최고”라며 “열심히 일해서 부를 축적한 사람에게 징벌적 과세를 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본성에 맞지 않는 정책은 결국 인간의 심리를 위축시켜 기업하려는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가 정신이 경제 성장의 중요한 요소라는 것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이론이다. 세계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언스트&영의 짐털리 회장은 지난 4월 3일 최우수 기업가상 시상식에서 “기업가 정신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국가 번영을 위한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고 기업가 정신이야말로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끄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일찍이 미국의 경제학자 슘페터도 새로운 생산방법과 새로운 상품개발을 기술혁신으로 규정하고, 기술혁신을 통해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에 앞장서는 사람을 기업가 정신을 가진 사람으로 봤다. 경제학자 존 M 케인스도 1936년에 낸 『고용·이자·화폐에 관한 일반이론』에서 기업가의 낙관주의와 활기에 대해 언급했다. 케인스는 “투자는 수치적인 예상보다 충동적인 낙관주의에 의존한다. (중략) 따라서 활기가 떨어지고 충동적인 낙관주의가 주춤거리게 되면, 우리는 오로지 수치적인 예상에만 의존하게 되고, 기업은 쇠퇴하고 망하게 된다”고 썼다. 세계적인 경제학자도 기업하려는 의지와 낙관주의가 없다면 기업은 망하게 된다고 한결같이 분석하고 있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 여기에 소비심리마저 꽁꽁 얼어붙어 한국 경제는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점이다. 이런 비관론적인 상황에서 분석만 계속한다면 경제의 해법은 없다. 야성적 충동을 가진 기업가만이 이 난국을 극복할 수 있다. 지난 4월 22일 이명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자꾸 죽겠다고 하지 말고 힘들수록 머리에 기름이 번쩍번쩍 나도록 해야 한다”고 정신무장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야말로 기업가 정신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잘 알고 있다. 2008년에도, 아니 수백 년 후까지도 정주영, 이병철 같은 기업가 정신이 충만한 사람은 꼭 필요하다.

2008.04.2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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