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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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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타트업이 사랑하는 나라 싱가포르, 그 이유는 [최화준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전문가 칼럼

최근 아시아 창업 선도 국가들을 열거할 때 항상 언급되는 나라가 있다. 바로 싱가포르이다. 글로벌 창업생태계 컨설팅 회사 스타트업 지놈(Startup Genome)의 도시별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보고서에서 올해 싱가포르는 8위를 차지했다. 작년 18위에서 열 계단 상승한 것이다. 반면 서울은 작년 10위에서 올해 12위로 소폭 하락했다. 또 다른 글로벌 창업생태계 컨설팅 회사 스타트업블링크(StartupBlink)의 국가별 창업생태계 랭킹에서 한국은 작년보다 세 계단 떨어져 아시아 지역 내 4위로 평가받았다. 싱가포르는 작년보다 6계단 상승하며 가장 창업 친화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아시아 국가로 선정되었다. 최근 몇 년간 싱가포르 창업생태계의 상승은 두드러진다. 과거의 싱가포르가 글로벌 기업 유치와 기업 금융의 중심지였다면, 이에 더해 오늘날의 싱가포르는 선진적인 창업 환경을 제공하면서 전 세계의 모험 자본과 글로벌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국가로 변모했다.선제적인 중앙 정부 움직임…창업 생태계 성장 밑거름싱가포르가 창업 선도국으로 급속히 떠오른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지리적으로 유럽과 아시아의 중간에 자리 잡고 있으며 영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다. 또한 개방적인 금융 정책으로 국가 간 자본 이동이 원활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싱가포르의 경제 정책을 모방한 국가들이나 주변 경제특구들도 글로벌 기업 및 해외 자본 유치에는 성공했지만 그것을 싱가포르처럼 창업생태계 발전 및 확장까지 연결하진 못했다. 그렇다면 싱가포르가 창업생태계를 빠르게 조성할 수 있었던 추가적인 원동력은 무엇일까. 앞에서 이야기한 요인에 더해 싱가포르 정부의 전략적인 방향 설정과 적극적인 정책지원 덕분이라 생각한다. 인구 550만 정도의 작은 도시 국가인 싱가포르는 미래지향적인 선택과 집중으로 경제 발전을 이룩해왔는데, 이런 관점은 자국 창업생태계 육성 방향에도 잘 반영되어 있다. 농수산업 관련 창업생태계 육성이 좋은 예이다. 인구 증가, 기후 변화, 그리고 전쟁으로 예측 불가능해진 곡물 가격 등의 영향으로 오늘날 식량 안보는 선진국들의 최우선 어젠다가 되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식량 자원의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는 싱가포르는 최근 몇 년간 농업 관련 스타트업을 의미하는 애그리테크(Agritech), 음식 관련 스타트업을 의미하는 푸드테크(Foodtech), 기후 관련 스타트업을 의미하는 클라이밋테크(Climatetech)에 친화적인 환경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관련 정책을 선제적으로 시장에 제공해 관련 스타트업과 기관을 자국으로 끌어들였다. 일례로 2020년 말 싱가포르는 세계 최초로 실험실 배양 대체육(lab-grown alternative meat) 판매를 허용했다. 이를 계기로 수많은 글로벌 대체육 스타트업들이 싱가포르로 본사를 옮기거나 지사를 설립해 싱가포르 시장을 테스트 베드로 활용하고 있다. 대체육 산업 선진국인 미국이 올해 6월 배양육 판매를 허용한 두 번째 국가가 되었는데, 이는 싱가포르보다 약 3여 년 정도 늦은 것이다. 싱가포르 정부가 관련 부처 간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도 배울 점이 많다. 애그리테크를 전략적 유망 분야로 선택한 2010년대 중 후반부터 농업 관련 글로벌 콘퍼런스와 세미나에서는 싱가포르 정부 관계자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농수산 담당 공무원뿐 아니라 예산 정책, 식품 의학 등 지원 기관 관계자들까지 모두 한 팀으로 활동하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그들은 정책 수립을 위해 관련 스타트업들과 개별 미팅을 열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수집했다.더욱 놀라운 부분은 싱가포르 정부 관계자들과 스타트업의 만남이 일회성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후속 지원까지 이어졌다는 점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대체육 시장 정책을 준비하는 동안 그들과 미팅을 가졌던 스타트업들과 지속해서 관계를 유지했고, 정책 발표 후 자국 유치까지 이끌어냈다. 중앙 정부의 전략적 방향 설정과 관계 부처들 간의 지속적 협력이 이끌어낸 결과물이다. 정부의 명확한 정책과 일관된 가이드라인 주효 대체육이란 혁신 기술을 보유하고도 시장에 실험할 수 없던 글로벌 스타트업들이 싱가포르로 몰려든 이유는 명확하다. 싱가포르 시장 내 명확한 정책과 일관된 가이드라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는 관련 영역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미흡한 형편이다. 이런 이유로 한 국내 배양육 스타트업은 그들의 배양육 제품 시식회를 한국이 아닌 싱가포르에서 열어야 했다. 선제적이고 일관된 규제 및 정책은 싱가포르에 진출한 국내 창업 관계자들도 공통으로 말하는 장점이다. 싱가포르에서 국내 스타트업의 현지 진출을 돕는 한국계 엑셀러레이터인 ‘어썸벤처스’(Awesome Ventures)관계자는 “싱가포르는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명확하게 공시되어 있는 나라이다. 그래서 창업자와 관계자의 빠른 의사 결정에 큰 도움을 준다” 고 말했다.최근 글로벌 창업 무대에서 정체된 모습을 보이며 국내 창업생태계는 추가적인 발전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창업자의 입장에서 규제와 정책은 그들이 통제할 수 없지만,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외 요인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면서 글로벌 창업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싱가포르의 모습이 우리 생태계의 추가적인 글로벌화에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2023.12.23 11:00

4분 소요
‘50돌’ 맞은 코오롱스포츠, ‘북미 진출’로 미래 100년 바라본다

유통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코오롱FnC)이 전개하는 국내 최초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가 50주년을 맞았다. 1973년 무교동으로 첫 번째 매장을 선보인 이후 5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국내 레저·스포츠 의류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이어온 코오롱스포츠는 중국에 이어 북미 시장까지 공략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한경애 코오롱스포츠 총괄 코오롱FnC 부사장은 지난 26일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코오롱스포츠 5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원(one) 브랜드 전략으로 아웃도어의 본질을 보여주는 코오롱스포츠는 이제 글로벌 브랜드로의 도약을 위해 북미 지역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코오롱스포츠는 지난 2017년 중국의 최대 스포츠웨어 기업인 ‘안타그룹’과 전략적으로 합작사를 설립해 북경, 상해 등 주요 거점 도시의 백화점 및 대형몰에서 16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 리테일 부분 기준으로 매출 2000억원을 달성했고 연간 목표인 4000억원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중국에서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북미 지역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백패킹 카테고리를 시작으로 북미 시장을 공략해나갈 방침이다. 김정훈 코오롱FnC 코오롱스포츠 디지털마케팅실 상무는 “북미 시장은 코오롱스포츠의 기술력을 입증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면서 “현지 환경에 맞는 상품과 관련된 R&D의 기술적인 투자를 확대하고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미 시장은 카테고리가 세분돼 있고 각 카테고리별 유명 브랜드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면서 “진출 방향성을 백패킹으로 잡고 있는데 경량 텐트, 백팩 등과 함께 경량화된 의류부터 신발까지 확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한 부사장은 북미 시장 진출과 관련해 “한국 브랜드의 위상은 이제 세계 시장에서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며 “BTS가 경쟁자가 없는 것처럼 코오롱스포츠도 경쟁자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연구·개발(R&D) 투자 및 지속가능성에 진심”코오롱스포츠가 50년 동안 국내 아웃도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지속적인 R&D’에 있다. 한 부사장은 “회사는 R&D팀을 통해 선도적으로 상품개발에 힘쓰고 있다”며 “이것이 최고의 아웃도어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코오롱스포츠를 대표하는 혁신 상품이 프리미엄 다운 점퍼인 ‘안타티카’다. 안타티카는 남극 극지연구원이 극강의 강추위를 견딜 수 있도록 개발한 점퍼를 상품화한 것이다. 2012년 출시 이후 누적 판매액이 약 23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코오롱스포츠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아웃도어 브랜드로는 국내 최초로 IT 융합형 상품인 ‘라이프텍’(LIFETECH)도 선보이고 있다. 라이프텍은 극한의 상황에서 생명을 보호하고 빠른 구조를 위한 다양한 기능을 한 상품 안에 담고 있다. 2006년 첫선을 보인 이후 현재 ‘Ver. 10 라이프텍’까지 업그레이드했다. 2023년 정식 출시를 앞둔 Ver. 10 라이프텍은 해양 조난 시 필요한 기능을 아우르고 있다. 코오롱스포츠는 지속가능성을 위해 제로-웨이스트(zero-waste)를 통한 ‘순환 패션’도 지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단일 소재로 상품을 만들어 폐의류 재활용의 용이성을 제고하고 있다. 올해 전상품의 50%를 친환경 소재·공법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나일론 단일 소재로만 제작한 다운 상품을 선보이며 점차 상품군도 늘릴 예정이다. 한 부사장은 “지속가능성에 진심”이라며 “단일 소재로 상품을 제작하는 ‘모노 머티리얼’(mono-material)을 실시하고 있는데 환경을 위해 만드는 상품을 만들 때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고성장을 이룬 대한민국의 다양한 시간들을 지내온 저력으로 코오롱스포츠는 미래의 50년을 위한 출발점에 섰다”라며 “끊임없는 혁신과 꾸준함으로 항상 고객을 감동시키는 감탄하게 하는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3.10.27 06:00

3분 소요

증권 일반

오아시스가 꽁꽁 얼어붙은 IPO(기업공개) 시장에 ‘이커머스 상장 1호’ 도전장을 냈다. 증시 부진으로 컬리를 비롯해 골프존카운티, 케이뱅크 등 공모 대어들이 상장을 철회하거나 공모청약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는 가운데 오아시스는 자신 있다는 입장이다. 탄탄한 기업 가치가 변한 게 아니어서다. “당장 자금 조달이 필요해서 상장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 20일 안준형 오아시스 대표는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상장이 급하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상장은 오아시스가 성장하기 위한 발판이기 때문에 흑자를 무기로 고객과 주주에게 사랑받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오아시스는 2011년 설립된 오프라인 매장 기반 신선식품 배송 기업이다. 온라인 중심 이커머스 기업들과 달리 60여개 오프라인 매장이 특징이다. 2018년에는 ‘오아시스마켓’을 출시해 신선식품 새벽배송까지 사업 범위를 넓혔다. 유기농 상품과 자체 제작 상품(PB) 등으로 사업군을 다양화해 고객 이탈율을 줄이고 중복 구매율을 높였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합쳐진 사업 구조로 새벽 배송 업계 중 유일하게 흑자를 냈다. 성장과 동시에 수익성을 확보한 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기점으로 배달 수요가 급증한 덕을 봤다. 2021년 한 해 동안 매출액 3569억원, 영업이익 56억8340만원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도 매출 3118억원, 영업이익 77억원을 내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9.8%. 78.4%씩 증가한 수치다. 매출의 58%가 이커머스에서 나올 만큼 온라인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흑자 비결은 자체 개발한 물류 시스템인 ‘오아시스 루트’다. 모회사인 지어소프트의 IT 기술력을 적용해 만들었다. 오아시스를 이커머스 IT 기업으로 볼 수 있는 이유다. 오아시스 물류 센터 직원들이 ‘오아시스 루트’로 주문과 상품 위치를 확인해 동선을 최소화할 수 있다. 비용을 줄이고 업무 효율을 높였다. 성남·의왕 물류센터에서 제품을 합포장해 포장재 비용을 3분의 1로 절감하고 있다. 오아시스를 이끄는 안준형 대표는 재무통으로 불린다. 1979년생으로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EY한영 회계법인에서 공인회계사로 경력을 쌓았다. 이후 파이텍 CFO, GETECH SG Korea 재무총괄 등을 지냈다. 2018년부터 오아시스에 합류해 CFO를 지내며 수익성 강화에 집중했다. 지난해 1월에 CEO로 발탁돼 상장을 위한 기초체력을 다져왔다. 상장 준비를 위해 일찍이 지어소프트 등 계열사 사내이사 자리도 내려놨다. 이사회 독립성을 갖추기 위해서다. 회원 수를 늘리겠다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지금처럼 흑자 기조를 이어나가기 위해 회원 수 확보가 필수적이다. 현재 130만 명 회원으로 매출액을 낸 만큼 회원 수 증대에 따른 고성장을 기대하고 있다.신사업 진출을 위한 협업도 활발하다. 오아시스는 KT그룹, KT알파, 이랜드리테일, 케이뱅크 등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KT그룹과는 음성 장보기 서비스, KT알파와는 오아시스알파를 설립해 온에어 딜리버리 서비스를 한다. KT AI(인공지능) 스피커인 기가지니로 오아시스마켓에서 장을 볼 수 있는 식이다. 유통은 물론 금융까지 다양한 업종에서 시너지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오아시스의 희망 공모가 밴드는 3만500~3만9500원이다. 총 공모 금액은 1597억~2068억원 규모로,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9679억~1조2535억원가량이다. 오는 2월 7~8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후 14~15일 일반청약을 거쳐 내달 중 코스닥 시장에 입성할 예정이다.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이 공동 대표주관을 맡았다.오아시스가 최근 인정받은 오아시스의 기업가치는 1조1000억원이다. 지난해 6월 이랜드리테일로부터 33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 1조원이 넘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공모가 예상 상단 기준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다면 ‘대어’급이 된다. 오아시스의 상장 흥행 여부가 앞으로의 IPO 시장 분위기를 좌우할 전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커머스 상장 1호’에 도전장을 낸 안준형 오아시스 대표를 만나 상장 배경과 전략을 들어봤다. 이커머스 1호 상장을 앞둔 소감은? 상장은 오아시스가 성장을 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오아시스는 스타트업 같은 회사다. 회사 콘셉트 자체가 화려하지도 않고 마케팅에 큰 돈을 쏟고 있지도 않다. 1호라는 타이틀에 집착하기보다는 지금이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하나의 기회고 시기라고 본다. 상장을 하게 되면 사회적 책임이 더 커진다. 책임감을 가지고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IPO 혹한기에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는. 기업 가치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장을 쭉 준비해 왔고 상장준비가 됐으니 상장하려는 것이다. 물론 증시 상황이 좋았다면 지금보다 기업 가치를 두 배에서 세 배 이상 평가받을 수 있었겠지만 오아시스라는 회사의 가치는 동일하다는 것이 중요하다. 자금 조달이 급해 상장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도 아니다. 투자를 유치했고 회사 자체적으로 보유한 현금도 1000억원 가까이 된다. 이번 상장은 앞으로 오아시스가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발판이라고 생각한다. 예상보다 공모가가 너무 낮게 책정된다면?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일단 부딪혀 보려고 한다. 오히려 공모가에 버블이 낀 상황보다는 적정한 기업 가치를 평가받아 시장에 입성하고 싶다. 오아시스만의 강점이 있다면.재무 건전성이다. 현재 금융 차입금 은행 차입금이 전혀 없다. 꾸준히 현금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 신선식품 시장 자체가 성장성이 무궁무진하다. 오아시스마켓 회원 수도 130만명으로 적은 편인데 나오는 매출 규모가 지난해 3분기 기준 3118억원으로 괜찮은 편이다. 적은 회원 수에서도 흑자를 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회원 수가 늘어난다면 성장 가능성이 더욱 클 것이라고 본다. 꾸준히 구매하는 콘크리트 회원층도 탄탄한 편이다. 흑자 비결이 ‘오아시스 루트’라고 했다. 오아시스 루트를 설명한다면.오아시스는 기술 특화 이커머스 기업이다. ‘오아시스 루트’는 쉽게 말하면 자체 개발한 효율화 프로그램이다. 예를 들어 3km를 가야 채울 수 있는 재고를 100m만 가도 채울 수 있도록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동선을 최적화해 준다. 새벽 배송 업계의 원가 절감 구조는 굉장히 단순하다. 인건비, 포장비, 소모품비, 건당 배송비 등 이런 원가를 줄여야 하는데 ‘오아시스 루트’로 최적의 동선을 구현해 수익을 내고 있다. 구주 매출 비중이 30% 정도로 높다. 상장 이후 주가 하락 우려에 대한 해결책이 있나. 구주 매출은 전부 모회사의 지어소프트 몫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회사가 자금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오히려 신주를 발행해 유통 물량을 늘린다기보다는 구주를 매각하는 것이 주주들에게 좋은 시그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구주가 FI(재무적 투자자)들의 배를 불리는 것이 아니고 모회사로 들어가는 구조다. 자본시장법상 상장사의 대주주가 모회사인 만큼 상장한 순간 엑시트(투자금 회수)도 금지돼 있다. 또 지어소프트가 보유한 지분에 3년의 자발적 의무보유 확약을 걸었다. 모회사 지어소프트로 들어가는 자금은 어떻게 쓰이나. 시너지 방향이 있다면.결국 오아시스의 무기는 ‘오아시스 루트’다. 이커머스 업계에서 수익을 내고 흑자를 낸 이유는 남들과 다르기 때문인데 이 ‘오아시스 루트’를 지어소프트가 담당하고 있다. 오아시스와 지어소프트는 같이 성장해야하는 구조다. 오아시스가 성장하는 만큼 개발 시스템을 고도화해 소프트웨어에 투자할 생각이다. 신주 발행을 통한 공모 자금 활용 방안은?전국구 물류 센터 확대를 생각하고 있다. 공모 자금을 알차게 쓸 수 있다. 소프트웨어 기반 회사기 때문에 물류 센터 구축에 큰 자금이 들어가지 않는다. ‘오아시스 루트’를 복사해서 적용시키면 된다. 물류 센터 하나 구축하는데 보증금이나 월세 등을 뺀 순수 투자 비용으로 40억~50억 정도밖에 들지 않는다. 실제 물류 센터에 와 보면 소프트웨어로 돌아가기 때문에 생각보다 소박하다는 말도 많이 듣는다. 그래서 공모 자금을 물류 센터 효율화와 오프라인 매장 투자나 신사업 등에 알맞게 사용할 수 있다. 또 꾸준히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 무인 자동화 시스템을 상반기 중 출시할 예정이다. 무인 매장은 고객이 상품을 계산대에 올려놓으면 형체를 인식해 기계가 자동으로 계산해 준다. 마지막으로 투자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장기적으로 오아시스를 사용하는 손님들이 미래의 주주라고 생각하고 있다. 미래의 주주들이 오아시스의 잠재 고객이다. 오아시스 캐치 프레이즈가 ‘사랑받는 오아시스’다. 앞으로도 고객과 주주에게 모두 사랑받는 오아시스가 됐으면 한다. 튼튼한 기초 체력을 바탕으로 미래 회원 수가 1000만명, 2000만명을 돌파했을 때의 외형과 성장 규모를 생각해 보셨으면 한다. 투자하기에 매력적인 회사라고 자신한다.

2023.01.27 15:26

6분 소요
[경제동향] 中 기업, 헝가리서 신에너지 산업동맹 형성

차이나 포커스

(부다페스트=신화통신) 중국 상하이 콰이부(快卜)신에너지회사(KBVIP)가 지난 19일 헝가리에서 유럽연합(EU) 최초의 PBCD(태양광, 배터리 스토리지 발전소, 고전력 충전 및 배터리 진단) 산업동맹을 형성했다. KBVIP는 PBCD 통합 스마트 발전소 솔루션을 헝가리에 도입한 중국 최초의 하이테크 기업인 것으로 전해졌다. 헝가리의 PBCD 산업동맹 형성은 헝가리가 EU 내에서 PBCD 네트워크 구축에 앞장서고 있음을 의미한다. KBVIP 관계자는 녹색 에너지 산업 정책 및 표준 제정을 촉진하고 중국-EU 전기화 협력을 강화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KBVIP는 지난 10월 5일 부다페스트에서 인터테크 헝가리(Intretech Hungary)와 첫 PBCD 시범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하며 헝가리에서 첫 해외 PBCD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22.12.21 17:54

1분 소요
[경제동향] 화웨이, 드론텍과 5G 스마트 농업 협력 강화

차이나 포커스

(오스트리아 린츠=신화통신) 화웨이가 오스트리아 드론 제조업체인 드론텍(Dronetech)과 5G 스마트 농업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4일 밝혔다.화웨이는 2021년 현장 협력을 시작한 두 회사의 협업이 '디지털 스카이'라는 2단계에 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단계에서 화웨이는 실시간 인공지능(AI) 분석의 기반이 될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드론텍의 드론이 고해상도 카메라와 센서를 탑재해 땅과 사물을 조사하고 AI가 처리할 이미지 및 데이터를 캡처한 뒤 사용자에게 즉각적인 결과를 제공하게 된다.이를 통해 농부들은 작은 해충을 감지하고 농작물 상태를 모니터링하며 수확량을 예측해 물·화학물질·살충제의 사용을 최적화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에리히 만저(Erich Manzer) 화웨이 오스트리아 부사장은 "드론을 AI 및 5G와 함께 사용하면 유지 보수 또는 지역 모니터링 등 자원집약적인 작업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데이비드 호프(David Hopf) 드론텍 최고경영자(CEO)는 화웨이와의 파트너십이 농업 효율성을 높이고 인건비를 절감하며 식품 공급망을 보다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2022.10.05 18:32

1분 소요
[신화] 베이징 증권거래소, 첫 번째 커촹반 전환상장 기업 탄생

차이나 포커스

(베이징=신화통신) 야오쥔팡 기자 = 베이징 증권거래소에서 커촹반(科創板∙과학창업반)에 전환상장하는 첫 기업이 탄생했다.정초부터 놀라운 소식을 들려준 주인공은 베이징 증권거래소 상장사 관뎬팡우(觀典防務)다. 이는 베이징 증권거래소에서 상하이∙선전(深圳) 증시로의 전환상장에 성공한 첫 번째 사례다.관뎬팡우가 전환상장 의사를 밝히고 심의를 통과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6개월도 채 되지 않는다. 전반적인 진도가 비교적 빨랐다는 평가다.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는 앞서 '베이징 증권거래소 상장사 전환상장 지도 의견(이하 '의견')'을 발표했다. 의견은 관련 조건에 부합하는 베이징 증권거래소 상장사가 상하이 증권거래소 커촹반 또는 선전(深圳) 증권거래소 창업판(創業板)에 전환상장을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전환상장은 곧 주식을 상장하는 거래소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주식 공개발행과 관련이 없다. 이에 따라 증감회의 인가, 등록을 거칠 필요 없이 상하이∙선전 증권거래소가 상장 규칙에 따라 이를 심사 후 결정하는 사안으로 알려졌다.관뎬팡우는 중소·벤처기업 전용 장외거래 시장인 '신삼판(新三板·NEEQ)'에서 우량주만 선별한 '정선층(精選層·NEEQ select)'에 속해있을 때부터 전환상장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관뎬팡우는 베이징 증권거래소가 개장함에 따라 다른 정선층 상장사와 함께 이전 상장된 것이다.한편, 중국 자본시장은 각 시장 별로 포지셔닝이 명확히 구분된다. 커촹반의 경우 '하드코어 테크놀로지(Hard&CoreTechnology, 인공지능·항공우주·반도체 등 진입장벽이 높은 최첨단 기술을 가리킴)' 지원하는 데 설립 목적이 있으며, 이와 달리 베이징 증권거래소는 혁신형 중소기업에 주목했다.안신(安信)증권연구센터 관계자는 베이징 증권거래소가 이전에 유동성 확보와 기업 가치평가 제고 등을 위해서 상하이∙선전 증시에 상장을 시도하던 신삼판 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줬다고 평가했다. 향후 전환상장 메커니즘은 기업이 발전 단계에 맞는 시장을 찾아갈 수 있는 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2022.01.30 08:51

2분 소요
클라우드에 빠진 야놀자, 법인까지 독립시켰다

IT 일반

모바일 앱 하나로 호텔 체크인부터 체크아웃까지 모두 할 수 있다면 어떨까. 물론 객실 서비스 주문, 숙소 주변 여행지 추천까지 포함해서다. 이른바 호텔업계의 ‘슈퍼 앱’이다. 숙박 예약 앱 ‘야놀자’는 이런 슈퍼 앱 구상에 바짝 다가서 있다. 시작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플랫폼. 지난 2017년 호텔, 레저시설, 레스토랑 등 여가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해 전 세계에 공급해왔다. 이 플랫폼을 쓰는 고객사는 따로 서버를 마련해 고객 정보를 관리할 필요가 없게 된다. 성과가 적지 않다. 신사업에 뛰어든 지 4년여 만인 현재 170개국 3만개 고객사가 이 플랫폼을 쓰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트렌드가 성장을 부추겼다. 야놀자 측은 지난해 12월에만 1200개 이상의 고객사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야놀자는 클라우드 사업 부문을 독립 시켜 이런 성과를 더 키워나갈 작정이다. 29일 출범한 신규 법인 ‘야놀자 클라우드’가 그 주인공이다. 신규 법인은 야놀자의 클라우드 솔루션 사업 부문 인력을 주축으로 한다. 동시에 대규모 인력 채용도 준비하고 있다. 야놀자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 채용할 연구개발(R&D) 인력 300명 가운데 적잖은 수가 야놀자 클라우드로 배치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금껏 SaaS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인수했던 이지테크노시스(eZeeTechnosys), 젠룸스(ZEN Rooms), 산하정보기술, 트러스테이 등을 자회사로 둬 경쟁력 강화를 꾀했다. 당장 야놀자 클라우드에 주어진 임무는 올 하반기 글로벌 출시 예정인 플랫폼 ‘와이 플럭스(Y FLUX)’. 호텔의 모든 운영 시스템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연결하는 상품이다. ‘끊어져 있던 호텔 데이터를 물 흐르듯(FLUX) 연결한다’는 의미에서 이렇게 이름 지었다. 이 플랫폼을 통하면 일반 여행객도 야놀자 앱 하나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슈퍼 앱’에 한 걸음 다가가는 셈이다. 김종윤 야놀자 클라우드 대표는 “글로벌 넘버 원 클라우드 기반 호스피탈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서 글로벌 우수 인재 발굴 및 기술 혁신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2021.06.29 18:29

2분 소요
[핀테크 만나 위상 달라진 ‘잔돈’] 잔돈으로 펀드·주식 투자하고 보험도 들고

보험

100원대 잔돈도 자동 저축… 2030세대 사이 ‘짠테크’로 유행 소득수준이 증가하고 물가가 오르면서 동전(銅錢)은 진작 애물단지가 됐다. 심지어 1000원짜리 몇장도 그저 ‘잔돈’ 신세다.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이 우리의 경제생활의 척도였던 적도 있었지만, 마찬가지로 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큰 의미가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잔돈이 핀테크(fintech·금융 기술), 인슈어테크(InsureTech·보험 기술)를 만나 우리 생활 속으로 되돌아왔다. 무심코 지나친 잔돈이 어느 새 ‘태산’이 되기도 하고, 우리의 삶을 지켜주기도 한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를 ‘잔돈 금융’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핀테크·인슈어테크를 만나 잔돈의 위상이 확 달라진 것이다. 서울에 사는 주부 심모씨(40)는 요즘 잔돈을 열심히 모으고 있다. 사실, 모은다기보다는 편의점 등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발생하는 1000원 미만의 잔돈이 토스카드와 연결된 은행 계좌에 자동으로 차곡차곡 쌓인다. 처음에는 그저 호기심에 시작했지만, 잔돈 쌓는 재미가 쏠쏠하다. 심씨는 “잔돈이 자동으로 은행에 쌓이는데, 3개월여 만에 10만원이나 됐다”며 “잔돈을 챙기지 않아도 되니 편리하고 잔돈이 쌓이는 재미가 꽤 있다”고 말했다. 심씨가 사용하는 토스카드는 핀테크 회사인 비바리퍼블리카의 서비스다.은행에 있는 돈을 사이버머니(토스머니)로 충전해 사용하는 체크카드다. 사용자가 편의점에서 3200원을 결제하면, 800원을 자동 인출해 지정 계좌에 저금해 준다. 현금으로 결제하고 돌려받는 실제 잔돈(거스름돈)은 아니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토스카드는 지난 7월 출시 3개월 만에 100만장이 발급됐다. 대형 카드사의 흥행 기준치인 ‘월 20만 장’을 훌쩍 뛰어 넘은 것이다. 같은 기간 결제액도 3200억원에 이른다. ━ 핀테크 업체에 은행·보험사도 가세 일상에서 발생하는 자투리 돈인 잔돈을 손쉽게 저금하거나 투자할 수 있는 이른바 ‘잔돈 금융’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핀테크 업체가 시작한 잔돈 금융은 이제 기존 시중은행으로 번지고 있다. 여기에 P2P금융(대출-투자자 중개 서비스) 업체와 보험사까지 가세하면서 외형을 키우고 있다. 이 같은 잔돈 금융의 확산은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 확산과 정보통신기술(ICT) 발달 덕에 핀테크·인슈어테크 산업이 급성장한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경제가 저성장을 이어가면서 알뜰 ‘짠테크(짜다와 재테크의 합성어)’족이 확산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잔돈 금융이 2030세대를 중심으로 더 세를 키우면서 잔돈의 위상도 변화를 맞을 것으로 내다본다. 장명현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잔돈 금융은 벌이가 없는 대학생이나 신용등급이 낮은 사회 초년생에게 안성맞춤인 상품”이라며 “앞으로 2030세대에게 문턱을 낮춘 상품이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최근 잔돈은 크게 금융과 투자, 보험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우선 금융 분야에서는 토스카드처럼 일상에서 발생하는 잔돈을 모아 주식 등에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가 확산하고 있다. 핀테크 업체인 티클은 개인 신용카드를 티클 애플리케이션(앱)과 연동하면 토스카드처럼 1000원 이하로 발생하는 잔돈을 모아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송금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예컨대 42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결제했다면, 총 5000원을 결제하고 나머지 800원을 소비자가 지정한 CMA 계좌에 저금하는 식이다. 현재 우리·기업·BC카드 등 시중 신용카드 대부분을 연결할 수 있다. IBK기업은행도 신용카드를 결제할 때마다 사용자가 미리 정한 금액이나 1만원 미만의 잔돈을 적금이나 펀드로 자동이체할 수 있는 상품을 판매 중이다.제2금융권에서도 잔돈 금융이 활발하다. 웰컴저축은행은 최근 사용자가 미리 정한 예금통장에서 1000원 미만이나 1만원 미만 잔돈을 이체할 수 있는 스마트폰 전용 상품(잔돈적립 서비스)을 내놨다. 가령 지정계좌에 1만900원이 있으면 900원이 자동으로 적립된다. 이 상품은 납입금액이 100만원 이상이고 잔돈 적립 횟수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만기 때 세후 원리금을 1만원 단위로 높여 지급하는 게 특징이다. 만기 때 잔돈 1원이 1만원이 되는 것이다.애물단지인 동전을 포인트로 전환해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핀테크 업체인 우디는 국내 잔돈은 물론 미국 등 18개 나라의 잔돈을 포인트로 전환해 주고 있다. 잔돈을 자판기(키오스크)에 넣고 롯데리아나 스타벅스 등에서 쓸 수 있는 포인트나 네이버페이 상품권으로 바꾸는 것이다. 해외 여행 후 남은 계륵 같은 외화도 알뜰하게 모을 수 있는 게 이 서비스의 장점이다. ━ 만기 때 1원이 1만원으로 잔돈으로 해외 주식을 사거나 목돈이 필요한 사람·기업에 대출을 할 수도 있다. 신한카드·신한금융투자는 신용카드 소비자가 카드를 결제할 때 생기는 잔돈을 모아 해외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 서비스는 카드사가 카드 이용자의 소비 정보를 금융투자회사가 보유한 투자활동 데이터와 결합·분석해 소비자에게 맞춤형 해외 주식을 추천하고, 금융투자회사가 고객의 주문에 따라 해외 주식에 소액으로 투자하는 방식이다. 잔돈을 모아 아마존·애플 등의 주식을 최소 0.01주부터 소수점 단위로 투자할 수 있다.신한카드는 사용자가 하루 2만원 한도 내에서 잔돈을 1만원 미만이나 1000원 미만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카드 결제 건별 자투리 금액을 1000원 미만으로 설정한 사용자가 스타벅스에서 4600원짜리 커피를 구입하면 5000원이 결제되면서 커피값을 뺀 400원이 해외 주식 투자에 쓰이는 것이다. 이 서비스는 금융 당국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기도 했다.P2P금융 업체는 최소 투자 금액을 ‘잔돈’ 수준으로 확 끌어내리고 있다. 소액 투자가 가능한 것은 P2P금융의 장점 중 하나였는데, 이제는 소액이 아니라 잔돈으로 투자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피플펀드는 최근 담보채권 최소 투자 가능 금액을 10만원에서 1만원으로 조정했다. 어니스트펀드도 1만원부터 투자가 가능하다. 렌딧은 아예 최소 투자 금액을 5000원으로 끌어내렸다. 잔돈을 투자하면 과세 때 원단위 세금이 절사되는 효과와 함께 원금 손실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의 지속적인 요청에 따라 더 많은 투자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최소 투자 금액을 낮추고 있다”며 “학생은 용돈으로 투자할 수 있고 2030세대는 남는 잔돈으로 다양한 투자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대출 투자, 5000원으로도 가능 보험시장에서도 잔돈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인슈어테크 업체인 보맵은 귀가 중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보장하는 보험을 최근 선보였는데, 보험료가 700원이다. 잔돈으로 들 수 있는 보험이지만 ▶자동차 교통상해 4주 이상 진단보상금 ▶강력 범죄보상금 ▶성폭력범죄보상금 ▶교통상해입원일당 등 보장성도 나쁘지 않다. 이 상품은 특히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클릭 몇번 만으로 지인에게 선물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삼성생명이 최근 내놓은 s교통상해보험도 월 보험료가 1090원에 불과하다. 3년 만기 일시납 상품인데 대중교통재해 사망보험금으로 1000만원, 대중교통사고 장해보험금으로 30만~1000만원을 지급받을 수 있다. 류준우 보맵 대표는 “소액 보험은 가치 지향적인 소비를 하는 2030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설계했다”며 “보험마켓을 통해 자동차나 여행자, 반려견을 위한 맞춤형 보험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이처럼 잔돈을 활용한 금융·보험 상품은 사실 과거에도 존재했다. 하지만 은행이나 보험 설계사를 만나야 하는 등 번거롭고, 상품 자체의 매력도 크지 않아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잠깐 나왔다 사라지거나, 이벤트성 상품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모바일 기기를 통한 금융서비스 보편화와 핀테크·인슈어테크 산업 발전으로 잔돈 금융이 더 편리하고, 더 똑똑해지면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삼성생명의 s교통상해보험만 해도 1000원짜리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보험설계사를 따로 만나고, 종이 서류에 사인해야 한다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보험 가입이 가능해지면서 금융상품 가입 과정에서 생기는 비용을 아낄 수 있고, 이 덕에 1000원짜리 보험이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이 과정에서 모바일 기기에 익숙하고 경기 불황에 짠테크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진 2030세대가 자연스레 주 소비층으로 떠올랐다. 웰컴저축은행의 잔돈적립서비스는 30대 가입자의 비중이 50.5%로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어니스트펀드의 올 상반기 개인투자자의 누적수익금은 80억7647만원인데, 이 중 30대가 30억8416만원을 차지해 연령대별 비중이 가장 컸다. 20대가 17억2852만원, 10대 이하도 2932만원을 가져갔다. 보맵의 귀가보험도 62.5%가 2030세대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사회 초년생 및 금융 소외 계층에게 합리적 지출 가이드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에 쉽게 접근하는 넛지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 지급결제 시장 연동 상품 더 늘어날 듯 전문가들은 잔돈을 활용한 금융 상품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모바일 금융 거래가 보편화하고, 간편결제 등 지급 결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모바일뱅킹 등록자는 1억607만 명으로 1억 명을 돌파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6.7% 증가한 것이다. 모바일뱅킹을 통한 계좌이체 결제금액도 일평균 9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18.6% 늘었다. 지급결제 시장은 간편결제를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다.지난해 말 기준 일평균 신용카드 사용액은 1조8620억원으로 1년 전보다 5.8% 늘었다. 같은 기간 간편결제 이용액은 1260억원으로 1년 전 677억원에서 2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지급결제 시장과 연동된 잔돈 금융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 금융사도 해외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참고해 국내 금융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2019.10.05 14:45

6분 소요
한 명을 살려 인류를 구한다

산업 일반

암을 유발하는 희귀 유전자 변이 치료를 위해 크고 작은 제약사가 나서고 있다. 첨단 과학과 높은 가격표로 촉발된 경쟁은 성공할 경우 주가 고공행진으로 이어진다.하버드학 의료역사학 교수 앨런 브랜트(Allan Brandt·63)는 자신이 의료 역사의 일부가 됐다는 사실에 놀란 표정이었다. 2012년 그는 사망률이 높은 급성골수성백혈병을 진단받았다. 완치 가능성은 있었지만, 그러려면 골수 이식을 받아야 했다. 조직이 일치하는 여동생에게 이식을 받았다. 수술과 회복까지 두 달 걸리는 이식수술을 두 번 받았지만, 결국 암이 재발했다. “세 번째 이식수술을 버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그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그런데 바이오기술의 새로운 흐름이 그를 구원했다. 암 DNA 서열 분석으로 발견한 특정 유전자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은 약물 개발이었다. 소수의 사람에게만 작용하는 약물이라 먼저 진단 검사를 받아야 했다. 브랜트의 경우, 그의 대학 사무실에서 차로 15분이면 갈 수 있는 아기오스 제약(Agios Pharmaceuticals)에서 그의 돌연변이 유전자를 겨냥한 표적 약물을 보유하고 있었다. 대단한 행운이었다. 매년 급성골수성 백혈병으로 진단받는 2만1000명 중 해당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수천 명밖에 되지 않는다.“한참 투병 중일 때에는 나오지 않았던 약”이라고 브랜트는 말했다. “투병이 길어지면서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약을 얻게 됐다. 그 후 건강을 회복했다. 의료 및 치료기술에 회의적인 사람들이 있다면, 희귀병을 겨냥한 표적 치료제가 진짜 가능성을 열어줬다고 말해주고 싶다.”환자가 수천 명밖에 없는 희귀질환 시장에 제약사들이 막대한 돈을 투자하며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시장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사람들에게 확실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신약은 소규모 단기 실험으로도 규제당국의 판매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아기오스의 치료제 중 하나인 아이드히파(Idhifa)는 임상실험 개시 4년 만에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보통 12년은 걸리는 과정이다. 또 다른 투자 동인은 가격이다. 아기오스는 아이드히파 판매권을 셀진(Celgene)에게 라이선싱했고, 셀진은 월 2만5000달러로 가격을 책정했다. (임상실험에 참여한 브랜트는 무료로 약물을 지원받았다.)폭발적 속도로 발전하는 과학 또한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 높아진 성공률과 신속한 승인이 결합되면서 제약사들은 나방이 불에 뛰어들듯 희귀병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FDA 심사관이었던 조쉬 빌렌커(Josh Bilenker)는 2013년 제약사 록소 온콜로지(Loxo Oncology)를 창업하면서 희귀병 치료제에 전적으로 집중했다. 약물의 효과가 희귀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로 제한된다 해도 일단 효과성을 입증하는 증거만 있다면 그는 이 유전자를 타깃으로 설정해 연구에 돌입했다. “목표를 정확히 공략해야 한다. 환자를 명확히 정의하고 임상·규제 쪽에서 미친 듯이 밀고 나가야 한다”고 빌렌커는 말했다.그의 전략은 6월에 결실을 맺었다. 록소의 첫 치료제가 그야말로 경이로운 결과를 보여준 것이다. 치료제를 투여한 암 환자 50명 중 38명의 종양이 줄어들었다. (최신 결과에 따르면 환자 55명 중 44명의 종양이 줄어들었다) 라로트렉티닙(larotrectinib)은 폐암과 피부암, 뇌암을 유발하는 희귀 돌연변이 유전자 TRK를 겨냥한 물질이다. 이후 록소는 또 다시 전례 없는 행보에 나섰다. 첫 번째 약물에 내성을 보인 환자를 위해 신속히 두 번째 약물 개발에 나선 것이다. 첫 번째 약물로도 호전되지 않은 환자에게 바로 대안적 치료법을 제안하기 위한 노력이다. 두 번째 약물은 지금까지 두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테스트했다.록소 주가는 올해 들어 175%가 올랐다. 라로트렉티닙과 개발 중인 다른 두 개의 암 치료제 소식에 시장이 들썩인 덕분이다. 희귀약물 개발에 나선 다른 제약사도 비슷하게 좋은 실적을 보이고 있다. TRK와 폐암을 유발하는 다른 희귀 돌연변이 ROS1을 겨냥한 엔트렉티닙(entrectinib) 치료제를 테스트 중인 이그니타(Ignyta) 주가도 190% 급등했다. 소화관암 등 다른 희귀 돌연변이 치료제에 집중하는 블루프린트 메디슨(Blueprint Medicines)의 주가는 150% 상승했다. 그러나 아기오스의 사례를 보면 투자자들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2013년 IPO 이후 100% 급등했던 아기오스 주가는 2015년 1월 최고가 경신 후 바로 50% 급락하며 널뛰기를 하는 중이다. 획기적 신약 개발 소식에 들뜬 투자자들이 표적 시장 자체가 아주 작다는 걸 간과한 까닭이다.문제는 더 있다. 암 환자 중 희귀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을 어떻게 알아낼까? 이를 위해서는 표준 처치약에 반응하지 않는 모든 환자에 대해 진단 검사를 해야 한다. 그러려면 첨단 DNA 염기서열 분석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유전자 검사는 대형 대학병원 연구센터에서 주로 이루어진다.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파운데이션 메디슨(Foundation Medicine)에서는 현재 표준 테스트에 대한 FDA 승인을 신청한 상태다. 연구소 장비업체 써모 피셔 사이언티픽(Thermo Fisher Scientific)과 일루미나(Illumina) 등은 새로운 진단 툴을 개발하는 단계에 있다. “사상 처음으로 진단 검사 품질과 이에 대한 환자 접근권이 강화되는 쪽으로 흐름이 움직이고 있다”고 록소 최고비즈니스책임자 제이콥 반 나르덴(Jacob Van Naarden)은 말했다. “확실히 시야에는 들어왔다. 그러나 아직 손 안에는 들어오지 않은 상태다.”중소업체만 표적 항암제 개발에 매달리는 건 아니다. 소수의 환자를 위한 초창기 표적 약물들은 노바티스와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를 비롯한 거대 제약사들이 먼저 선보인 것이다. 이들 다국적 제약사들은 지금도 다양한 표적 약물을 개발 중이다. “‘인류를 구하고 싶다면 한 번에 한 명씩 구하라’는 탈무드 격언이 있다”고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의 의료 총괄 호세 바셀가(Jose Baselga)는 말했다. “우리는 신약 개발의 모든 도그마를 의심할 의무가 있다.” ━ How to Play It 암 치료제가 개발된다면 뱅가드(Vanguard) 헬스케어와 하트포드(Hartford) 헬스케어를 운영하는 웰링턴 매니지먼트(Wellington Management)와 그 주주들이 큰 이득을 볼 것이라 확신한다. 폭넓게 다각화된 웰링턴 팀의 포트폴리오는 인구 변화 및 국내외 최신 의료연구를 비롯한 의료산업 동인에 집중하는 한편, 경기침체에 대한 헤징으로 대형 제약사 고배당 주식도 함께 보유한다. 금융위기 동안 뱅가드 500 인덱스 펀드의 하락률은 51.0%였던 반면, 뱅가드 펀드 1호 운용자금은 33.2% 감소했다. 2009년 3월 바닥을 친 이후에 뱅가드 헬스케어 펀드는 인덱스 펀드에 버금가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침체기에 선방하면 수익도 더 높아질 수 있다. 의사들도 바라는 처방 아닌가.※ 댄 위너는 어드바이저 인베스트먼트 CEO이자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포 뱅가드 인베스터 편집자다. ━ 작은 과녁 작은 바이오테크 회사는 희귀 유전자 변이 치료제를 개발하고 싶어 한다. 치료제가 환자의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데이터를 발표할 때마다 주가가 뛰었다.록소 온콜로지 - FDA 전임 심사관이 창업한 록소 온콜로지는 표적 시장이 아무리 작아도 약물에 뛰어난 효과가 있다면 주저 없이 개발한다. TRK 돌연변이가 유발하는 항암제를 개발했을 때 증권가는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블루프린트 메디슨 - 희귀암에 집중하는 블루프린트는 GIST 종양을 표적으로 한 첫 치료약을 선보일 예정이다. 원래는 표적 항암제 글리벡으로 치료했던 종양이다. 이 약은 기존 약물이 치료하지 못 했던 세부 유전자 그룹에서 현재 테스트 중이며, 비만세포증에도 효과가 있어서 검사가 진행 중이다.이그니타 - 대다수 개발약이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에 집중한 표적 치료제지만, 이그니타의 엔트렉티닙은 스위스 군용칼과 같은 전천후 효과를 가지고 있다. TRK와 ROS1, ALK에 효과가 있으며, 다양한 질환에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아기오스 생명공학계 베테랑 데이비드 셴케인(David Schenkein)의 아기오스는 암세포 대사를 집중 연구한다. 셀진의 영업채널을 통해 개발 치료제를 판매하고 있으며, 또 다른 신약이 곧 출시될 예정이다. 두 개 모두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약이다. ━ 거대 제약사 다국적 제약사 또한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진 암 환자 치료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들을 위한 치료제로 수십억 달러를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워낙 덩치가 크다 보니 어지간하지 않으면 주가가 확 올라가지 않는다.아스트라제네카 | 폐암 치료제 이레사 - 2005년 시장에서 철수한 이레사는 2015년 희귀질환 치료제로 시장에 컴백했다. 다음 야심작은 희귀 림프종 치료제 칼퀀스(Calquence)다.노바티스 |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 표적 항암제 1기로 가장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던 글리벡이 이제는 제너릭 약물로 풀렸다. 그래도 노바티스는 2015년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항암제 사업부를 인수하며 희귀암 치료제 투자를 가속화하는 중이다.화이자 | 폐암 치료제 잘코리 - 폐암 치료제 잘코리(Xalkori) 매출이 6억 달러를 기록했다. 후속으로 개발 중인 로라티닙은 중소 벤처 이그니타와 비상장기업 TP 테라퓨틱스 약물과 경쟁할 것이다.로슈 | 유방암 치료제 헤르셉틴 - 표적암 치료제 선두주자 제넨테크(Genenetech) 인수를 통해 확보한 로슈의 유방암 치료제 헤르셉틴은 진단 검사와 함께 처방되는 최초의 항암제 중 하나다. 폐암 치료제 타세바 또한 승인 수년이 지난 후 진단 검사를 추가했다.- MATTHEW HERPER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포브스 코리아 온라인 서비스는 포브스 본사와의 저작권 계약상 해외 기사의 전문보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2017.12.29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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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 부작용의 ‘나비 효과’

산업 일반

업계는 인공지능과 로봇 등 최첨단 기술의 의도치 않은 결과를 사전에 파악하고 대비책 마련해야 마크 저커버그는 하버드대학 기숙사에 있으면서 하우스메이트들을 서로 연결시켜주는 도구로 ‘페이스북’을 만들었다. 그는 그렇게 만든 페이스북을 기업가치 4470억 달러짜리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키며 세계 5위 부자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야심만만한 젊은 모험기업가였다고 해도 처음엔 페이스북이 세계적인 영향력과 선거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지금 저커버그는 자신의 손 안에 어마어마한 힘을 갖고 있다. 페이스북이 막강한 사회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을 더는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거기서 부작용이 생긴다. 터무니없는 가짜 뉴스가 페이스북 덕분에 확산력을 갖고 사회와 정치, 특히 선거에 나쁜 영향을 미쳐 궁극적으로 민주주의의 오작동에 기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저커버거가 맨처음 페이스북을 구상할 때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문제다.그러나 자신이 개발한 것의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나중에야 깨달은 기술업계 지도자는 저커버그만이 아니다. 세계 전역의 기업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기술로 수렴되면서 새로운 기술이 우리에게 가져다 주는 막대한 혜택을 생각하고 흥분하기 쉽다. 그러나 이제 우리 모두가 신기술의 ‘나비 효과’에 주목해야 할 때가 왔다. 사용자와 개발자, 투자자, 정책입안자 모두 유념해야 할 문제다.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해당 업계의 도전을 뛰어넘어 윤리적·법적·사회적 측면으로 퍼져가면서 우리 세계를 근본적으로 바꿔놓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막대한 투자가 자율주행차 개발을 가속화하는 중이다. 업계 지도자 다수는 2019년이 오면 운전자 없는 자동차가 주류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물론 그런 미래는 믿기 힘들 정도로 매력적이다. 너무도 편리하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율주행차를 더 많이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할 때 무엇보다 가장 설득력 있는 이유는 안전성일 것이다. 교통사고의 90%는 사람의 실수에서 비롯된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오면 자동차 보험료가 크게 낮아질 것이다. 음주운전은 옛 이야기가 되고 끔찍한 교통사고를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역설적으로 똑같은 이유에서 더 많은 인명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미국에선 장기 기증의 5분의 1이 교통사고에서 비롯된다. 장기 기증을 기다리는 대기자 명단이 지금도 길지만 교통사고가 크게 줄면 그 줄이 훨씬 더 길어져 의료 서비스가 상당한 압박을 받을 수 있다.섬뜩한 전망이지만 의도치 않은 결과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그것이다. 그처럼 신기술은 우리가 처음에 인식하기보다 훨씬 폭넓게 영향을 미친다. 산업은 독자적으로 버블 속에서 존재하지 않으며, 한 분야의 성공이나 실패가 다른 곳으로 퍼져나가 다양한 파급효과를 낳는다는 증거다.지난 몇 달 동안 우리는 그런 사례를 많이 목격했다. 에어비앤비 같은 온라인 숙박공유 서비스는 임차인과 임대인 사이의 열린 플랫폼을 제공한다. 이 플랫폼을 통해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숙소를 예약하고 집을 빌려줄 수 있다. 그러나 빈집의 약점을 이용하는 ‘손님’의 절도 사건이 잇따르면서 에어비앤비에 비난이 쏟아진다. 위치정보 기반의 SNS도 디지털 기술에 능숙한 빈집털이범의 도구로 애용된다.위치기반 증강현실 모바일 게임으로 각광 받았던 포켓몬고도 의도치 않은 불미스러운 사건이 연속 터지면서 다소 빛을 잃었다. 포켓몬고는 사용자가 캐릭터를 육성하기 위해서 포켓몬을 잡아야 하고, 또 포켓몬을 잡기 위해서는 포켓스톱에 들러 몬스터볼 등 아이템을 충전해야 한다. 하지만 포켓몬을 사냥할 때 사용하는 몬스터볼을 무료 충전할 수 있는 포켓스톱이 인적이 드문 곳에 많아 그곳에 숨어 있던 강도들이 사용자의 스마트폰이나 금품을 빼앗아 달아난 사건이 잇따랐다.이런 사고를 방지하려면 사용자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숨어 있는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을 잘 모르고 있다가 당하는 사용자가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전문가들도 당한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 급속히 유포돼 수많은 컴퓨터를 감염시킨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사태에서 트위터 계정 ‘@MalWareTechBlog’를 사용하는 블로거가 이 랜섬웨어를 분석해 확산을 중단시키는 ‘킬 스위치’를 우연히 발견했다. 그로써 그는 ‘영웅’으로 떠올랐지만 곧바로 그의 개인 신상정보가 온라인에 올랐다. 그의 이력을 파헤친 언론 때문이었다. ‘영웅’이 누구인지 밝히는 것은 좋지만 그런 노출로 그는 자신이 싸우려는 사이버범죄자들의 손쉬운 표적이 될 수 있다. 해킹한 특정인의 실명과 주소,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등 개인 신상정보를 노출하는 ‘독싱(doxing, 신상털이)’ 공격이 요즘 상당히 흔해졌다. 게다가 온라인을 통해 순식간에 유명인사가 될 수 있는 지금 같은 문화에선 누구든 그런 공격의 표적이 될 수 있다.우리가 종종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SNS나 웹사이트, 앱의 빈번한 사용이 매일 수천 건의 ‘데이터 포인트’를 생성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정보는 우리의 기호를 파악하고 온라인 편의성을 지원하는 수단으로 수집되고 저장된다. 그러나 온라인 서비스를 위한 이런 데이터 처리는 대부분 공개되지 않는다.그런 상황에서 데이터 해킹과 유출이 갈수록 늘어난다. 사용자들도 이제 그런 문화에 경각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나 자율주행차와 드론, 인공지능(AI) 도우미가 우리 일상생활의 일부가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우리의 디지털 발자국이 커지고 복잡해져 우리가 독자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따라서 이제는 기업과 정부, 개인이 사용자 안전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다. 사용자는 온라인 이용에 따르는 리스크를 더 잘 알아야 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좀 더 투명하게 리스크를 분석해야 하며, 정책입안자는 그 모든 것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미국 정부는 공상과학 소설의 대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제시한 ‘로봇 3원칙’을 본뜬 지침으로 AI의 미래를 관리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AI는 현실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증강시켜야 하며, 윤리적이어야 하고, 모두가 AI 시스템을 개발할 동등한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 과학기술위원회는 지난해 10월 보고서를 통해 로봇과 AI의 윤리적·법적·사회적 영향에 대한 국가적인 전략 마련을 촉구했다. 그 이후 영국 정부는 AI·로봇 보안 분야를 포함해 해당 산업에 1700만 파운드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또 유럽 의회는 인간과 AI·로봇의 상호작용에 관한 종합적인 규정 채택을 촉구했다. 거기엔 로봇의 법적 지위와 원격 조작으로 작동을 막는 일종의 자폭 기능인 ‘킬 스위치’가 필요한지 여부 등이다.그러나 무엇보다 업계가 사전 대비책을 강구해 혁신에 수반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소셜미디어와 검색엔진이 가짜뉴스와 트롤(troll, 인터넷에 오르는 출처 불명의 유언비어나 선동적인 글)을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전례가 될 수 있다. 신기술에서 나타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최대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기업의 의무다.디지털 플랫폼이나 기능이 편의성과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좋지만 무엇보다 안전과 사생활 보호가 최우선이어야 한다. 특정 앱이 사용자에게 무엇을 제공하고 그 리스크는 무엇인가? 혜택과 리스크 중 어느 쪽이 더 큰가? 사용자 데이터가 ‘시스템’의 일부일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최근의 역사가 보여주듯이 우리는 사회적·행동적 맥락을 폭넓게 이해함으로써 기술을 발전시키는 동시에 사용자와 기업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 마크 커티스필자는 서비스 디자인 회사 피요르드의 창업자다.]

2017.06.1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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