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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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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유통

GS리테일의 새로운 수장이 된 허서홍 대표가 임직원들에게 ‘수익성 강화’를 주문했다. 무분별한 외형 확장 대신 내실 다지기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허 대표가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내 편의점 시장에서 최근 회사의 수익 감소를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7일 업계에 따르면 허 대표는 최근 진행된 직원 워크숍에서 ‘양적 성장보다 내실경영을 위한 우량점 출점 전개에 힘써야 한다’는 취지의 주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GS그룹 오너 4세인 허 대표는 지난해 말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GS리테일의 새로운 수장이 됐다. 직전에 GS리테일을 맡았던 오너 3세 허연수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본격적인 오너 4세 시대를 연 것이다.허 대표가 주최한 이번 워크숍은 점포개발(RFC) 직무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RFC’ 직무의 주요 업무는 ▲신규 점포 입지 개발 ▲가맹 구조 개선 ▲경영주 선발 등이다. GS리테일의 주력 사업인 편의점의 경우 점포개발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 각 점포별 실적이 본사의 매출·영업이익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허 대표가 직원들에게 ‘우량점 출점’을 주문한 것은 최근 회사 사정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GS리테일의 지난해 경영 실적은 연결 기준 매출 11조6551억원, 영업이익 239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매출은 4.7%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18.1% 줄었다. 이 기간 순손익은 –261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주요 사업부인 편의점 GS25의 영향이 컸다. GS25의 지난해 매출은 8조6661억원, 영업이익은 218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매출은 5.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10.9% 감소했다.GS25의 매출이 늘고 영업이익이 줄어든 원인은 ‘대대적인 점포 확장’에서 찾을 수 있다. 신규 점포 출점으로 매출이 증가했음에도 감가상각비와 광고 및 판촉비 등이 늘어나면서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실제 지난해 GS25의 순증 점포 수는 722개로, 경쟁사인 CU(696개)보다 많았다.업계 관계자는 “전국 점포 수가 5만개를 넘어설 정도로 이미 편의점 시장은 포화 상태”라며 “여기에 경기 불황 장기화와 이커머스 중심으로의 소비 트렌드 변화가 겹치면서 신규 출점 점포의 수익성 확보에 대한 부담이 점차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도 단순한 외형 확장이 아닌 우량 점포 중심의 개발 전략을 가져가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2025.03.07 14:21

2분 소요
출항하는 허서홍號, GS리테일 유통 혁신 신호탄 쐈다

CEO

2025년을 기점으로 GS그룹 오너 4세인 허서홍 GS리테일 대표가 정식으로 대표 자리에 올랐다. 허 대표의 성공 여부는 4세들의 세대교체 속에서 새로운 경영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지 여부와 연결된다. 그는 신사업 발굴과 기존 사업의 혁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수행하며, 그룹 내외에서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앞으로 허 대표가 보여줄 리더십과 성과는 GS그룹 내 오너 일가의 경영 연속성과 미래 비전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글로벌 시장 분석·포트폴리오 구축 능력 우수지난 2024년 11월 허 대표는 GS그룹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내정됐다. GS그룹은 오랜 기간 오너 일가를 중심으로 세대를 교체하며 변화와 혁신을 이어왔으며, 허 대표는 이 흐름 속에서 차세대 경영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급변하는 유통 환경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GS리테일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신사업 발굴을 이끌 적임자로 낙점됐다.허 대표는 1977년생으로 대일외고를 졸업한 후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에서 학문적 기초를 다졌다. 이후 미국으로 유학해 스탠퍼드대학교에서 MBA를 취득하며 글로벌 경영 감각을 키웠다. 그의 본격적인 커리어는 삼정KPMG에서 기업금융 애널리스트로 시작됐다. 이후 2005년 GS홈쇼핑 신사업팀에서 근무하며 GS그룹 내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009년 쉐브론(Chevron)과 GS에너지에서 에너지 산업의 전반적인 흐름을 이해하고 경험을 쌓았으며, ㈜GS 미래사업팀장(부사장)을 맡아 그룹의 신사업 투자 전략을 구체화하는 역할을 수행했다.특히 ㈜GS 미래사업팀장 당시 허 대표는 GS그룹의 바이오 사업 진출을 대표하는 프로젝트였던 휴젤 인수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그룹 내에서 주목받는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휴젤 인수는 GS그룹이 전통적인 사업군에서 벗어나 바이오와 같은 신산업으로 확장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의 일환이었다. 휴젤은 2023년 영업이익 1025억원을 거두며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글로벌 시장 분석과 포트폴리오 구축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다.2023년에는 GS리테일 경영전략SU(서비스유닛)장으로 이동하며 본격적으로 유통업계에서의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경영지원·전략·신사업·대외협력 등 다양한 조직을 아우르며 유통업의 트렌드 변화와 기술 혁신 속에서 GS리테일의 성장 방향성을 설계해 왔다.허 대표는 대표 취임 인사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전략적 방향을 고민하겠다”며 “특히 온·오프라인 경계가 사라지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춰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잘하는 것 유지하고, 부진한 것 혁신한다허 대표의 전략은 GS리테일의 핵심 사업 부문에서 실행될 전망이다. 편의점 사업에서는 다점포 출점보다는 우량 점포 중심의 수익성 강화 전략을 채택하며 점당 매출 1위를 유지하고 가맹점 경영주들과의 동반 성장을 꾀할 계획이다.슈퍼마켓 브랜드인 GS더프레시는 퀵커머스(Quick Commerce)를 연계한 O4O(Online for Offline) 전략을 통해 디지털과 물리적 공간을 융합하는 접근 방식을 강화하며, 1~2인 가구를 겨냥한 신선식품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유지할 방침이다.홈쇼핑 부문인 GS샵은 TV 시청 감소와 송출 수수료 증가로 인해 도전적인 환경에 놓여 있다. 하지만 허 대표는 인공지능(AI)과 리테일(소매) 테크를 중심으로 한 모바일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내실 있는 경영을 펼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상품 전략과 효율적인 운영 방식을 도입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방침이다.또한 허 대표는 GS리테일의 투자 부문에서 개선이 시급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2021년 GS홈쇼핑이 약 500억원에 인수한 부릉의 지분은 유동성 위기로 전액 상각 처리되며 투자 회수에 실패했고, 같은 해 3077억원을 투입해 지분 30%를 확보한 요기요 운영사 위대한상상은 업계 경쟁 심화로 손실이 누적되고 있다. 이에 허 대표는 위대한상상의 지난 2024년 6월 기타 비상무이사로 참여하며 적자 신사업의 구조 개선에 직접 관여하기 시작했다.아울러 해외 사업 부문에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현재 GS리테일의 몽골과 베트남 법인이 적자를 기록하며 지분법 손실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한 셈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허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투자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해외 사업 구조를 재정비할 것으로 보인다.

2024.12.30 08:00

3분 소요
2025는 글로벌 감각으로 무장한 3040세대 '오너가 3·4세' 시대

산업 일반

2025년, 오너가 3·4세 승진 소식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나이는 적으면 30대, 많으면 40대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경영진이 오너 3·4세로 빠르게 교체되고 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경영 3세는 정기선 HD현대그룹 수석부회장의 승진 소식이다. 지난해 부회장으로 승진하고 1년 만에 다시 승진한 것인데, 이 자리는 기존에는 없는 직함으로 정 부회장이 회장으로 가기 바로 직전의 단계로 분석된다. HD현대그룹은 현재 전문경영인인 권오갑 대표이사 회장과 정 부회장이 함께 경영하는 ‘투톱 체제’이지만, 정 부회장의 단독 경영체제가 곧 도래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구동휘 LS MnM 부사장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오른지 1년 만에 올해는 최고경영자(CEO)로 이름을 올렸다. 구 부사장은 구자열 LS이사회 의장의 장남인 오너가 3세다. LS MnM은 신사업 분야에서 새 성장 추진 동력을 꾀하기 위해 구 부사장을 새 CEO로 선임했음을 알렸다. GS리테일도 오너 4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 GS그룹은 고(故) 허만정 GS그룹 창업주의 4세인 허서홍 부사장을 GS리테일 새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앞서 GS리테일을 이끌던 오너 3세인 허연수 부회장은 용퇴한다. GS그룹은 오너가 3세 경영체제에서 4세로 세대교체를 빠르게 진행한 그룹이기도 하다. 허서홍 부사장 외에도 허세홍 GS칼텍스 대표, 허윤홍 GS건설 대표가 오너가 4세 대표이사로 자리하고 있다. 삼양그룹 오너 4세인 김건호 전략총괄사장은 새해 맡는 분야를 키워 경영 장악력을 높였다. 삼양그룹은 화학그룹을 1그룹과 2그룹으로 분리하면서 2그룹을 김 전략총괄사장에게 맡긴다. 2그룹은 삼양엔씨켐과 케이씨아이 등 반도체 소재 전문 기업 등이 있는 스페셜티(고기능성) 사업을 운영하는 곳으로, 김 전략총괄사장은 새해부터 고부가가치를 내는 생산 분야까지 맡기게 된다.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의 젊은 30대 오너가 경영인도 다수다. 대표적으로 1986년생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이 있다. 업계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부사장의 승진 여부에 관심을 모았는데 이번 인사에 어김없이 승진 목록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신 부사장은 이번 인사로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이제 갓 30살을 넘긴 1993년생 신상열 농심 전무도 눈길을 끈다. 신 전무는 신동원 농심 회장의 아들인 오너 3세로, 이번 정기인사로 상무에서 전무로 올랐다. 신 전무는 2019년에 농심의 평사원으로 입사해 매해 초스피드 승진을 하며, 경영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1989년생 담철곤 회장의 장남인 오너 3세 담서원 전무는 입사 3년 만에 전무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21년 경영지원팀 수석부장으로 입사한 그는 1년 5개월 만에 상무로 승진하고, 또 2년 만에 전무로 승진했다. 유학파 젊은 오너가 경영진, 장단점 뚜렷 이 같은 젊은 오너가 경영진의 공통점은 해외 유학파라는 것이다. 이번에 승진한 7명의 오너가 3·4세 역시 해외 유학을 했다. 이 경험을 살려 글로벌 사업이나 신사업 확장 역할을 하며 동력이 떨어진 기존 사업에 새로운 활기를 일으킬 것으로 기업들은 기대하고 있다. 허서홍 GS리테일 대표이사와 정기선 HD현대그룹 수석부회장 모두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영을 공부했고,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은 미국 콜롬비아대에서 MBA를, 담서원 오리온 전무는 미국 뉴욕대를 졸업한 뒤 베이징대에서 MBA를 땄다. 김건호 삼양홀딩스 전략총괄사장은 미국 리하이대학에서 재무학을 공부했다. 또 경영과 재무쪽을 공부한 다른 오너가 경영진과 달리, 구동휘 LS MnM 부사장은 미국 센터너리대에서 인문학을 전공했다. 실제 이들 대부분은 신사업, 해외 업무를 맡고 있다. 허서홍 GS리테일 대표이사는 이전까지 신사업을 포함한 회사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잘 알려져있고,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은 롯데지주 미래성장실,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 등에서 근무하며 그룹 내 미래사업과 글로벌사업 부문을 이끌었다. 김건호 삼양홀딩스 전략총괄사장 역시 글로벌 성장PU장을 맡으며 해외 사업을 담당했고 담서원 오리온 전무도 글로벌 사업을 담당했다. 농심의 신상열 전무는 현재도 미래사업실장으로 일하며 주력 제품을 기반한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마치 공식처럼 나타난 게 ‘유학에 이은 글로벌 및 신사업 담당’이라는 젊은 오너가들의 행보다. 결국 신사업을 꾸릴 때 마지막 결정은 오너가 내리는데, 이때 젊은 오너가 경영진이 글로벌 마인드와 폭넓은 시각으로 과감하게 변화를 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하지만 자칫 국내 실정과 맞지 않는 해외 경영 스타일만 고수해 성과 내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시선도 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젊은 오너 3~4세 중에는 해외 유학파가 많다 보니 글로벌 네트워크가 다소 두텁고 사업에 대한 감각이 높은 점은 장점으로 꼽힌다”면서도 “하지만 사업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경영 능력에 대해 검증되지 않은 점과 위기 돌파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고 분석했다.또 오 소장은 “선진국 등에서 배운 폭넓은 글로벌 경영 수업과 선대 회장 등을 통해서 물려받은 사업에 대한 DNA 등을 잘 결합하면 상당한 시너지가 나올 수 있다. 다만, 쉽게 구조조정하는 해외의 경영 스타일이 적용되는 등 국내 실정과 맞지 않는 스타일을 강행해 신통치 않은 성적표를 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2024.12.30 05:00

4분 소요
GS리테일 4세 허서홍 시대 열린다...오너가 세대 교체

유통

GS그룹 오너가 4세 허서홍 경영전략서비스유닛(SU)장(부사장)이 GS리테일의 키를 새로 잡는다. 그동안 GS리테일을 맡아온 오너가 3세 허연수 대표(부회장)는 용퇴한다.25일 업계에 따르면 GS그룹은 GS리테일 대표 교체 등이 포함된 2025년 정기 임원 인사를 오는 27일 발표한다. 이번 인사는 각 계열사의 이사회 등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이번 인사의 핵심은 오너가 세대 교체다. 2015년 허승조 대표 뒤를 이어 GS리테일을 맡은 허연수 대표의 용퇴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허연수 대표가 GS리테일 대표에 오른지 9년 만이다. GS리테일의 새로운 키를 잡는 것은 오너가 4세 허서홍 부사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GS그룹이 리테일 부문에서 본격적인 4세 경영 시대를 여는 것이다.허서홍 부사장은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의 장남이다. 서울대에서 서양사학을 전공하고,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 2012년 GS에너지로 입사한 그는 2016년 상무로 승진했다. 2019년부터 GS에너지 경영지원본부장(전무)과 GS 미래사업팀장(전무) 등을 거쳐, 지난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허서홍 부사장은 GS 미래사업팀장, GS리테일 경영전략SU장 등을 맡아 신사업 조직 등을 관리해 왔다.GS리테일 관계자는 “그룹 인사 발표는 27일”이라며 “이때 상세 신임 그룹 임원 인사 발표가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2024.11.25 14:50

1분 소요
고려아연 분쟁에…20년 전 LG‧GS 그룹 ‘아름다운 이별’ 재조명

산업 일반

최근 영풍과 고려아연의 경영권 다툼이 격화하는 가운데 과거 LG그룹과 GS그룹의 ‘아름다운 이별’이 재조명되고 있다. 두 개 가문의 공동 창업, 대를 이은 경영이라는 공통점 속에서도 전혀 다른 결과를 끌어냈기 때문이다.LG그룹의 계열분리는 어떻게 이뤄졌을까. 2004년, LG그룹 지주회사인 LG는 4월 13일 이사회를 열고 LG를 ‘제조업 부문’과 ‘유통 중심의 서비스 부문’으로 분리하는 회사 분할을 결의했다. LG그룹에서 GS그룹이 분리‧독립하는 첫발이었다. 이 과정에서 잡음이나 불협화음이 나지 않아 계열분리의 모범사례로 거론된다.LG그룹은 1947년 구인회‧허만정 공동창업자(1세대)가 시작한 락희화학공업사에서 기원을 찾는다. 구인회 창업자가 문을 연 락희화학공업사에 사돈 관계였던 만석꾼 허만정씨가 출자한 것이다. 허만정씨의 3남 허준구(전 LG건설 명예회장)씨가 영업담당이사에 배치되면서 구(具)씨와 허(許)씨 두 가문은 결합했다. 이 관계는 2세대인 구자경‧허준구 회장, 3세대인 구본무‧허창수 회장까지 57년간 이어졌다.원만한 관계가 지속된 배경 중 하나로 두 가문 원로들의 화합이 꼽힌다. 1995년 2월 LG 구본무 회장이 취임할 당시 구 회장의 부친인 구자경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뜻을 밝히자, 구씨 가문을 포함한 허씨 가문에서도 원로들이 함께 퇴진했다. 구태회 LG고문, 구평회 LG상사 회장을 비롯해 허준구 당시 LG전선 회장, 허신구 LG석유화학 회장이 이때 물러났다. ‘신임 회장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이유였다.그리고 10년 뒤 LG그룹에서 GS그룹이 분리 독립했다. LG그룹은 LG전자·LG화학 등 29개 사가 남게 됐고, LG유통·LG홈쇼핑·LG칼텍스정유 등 8개사가 GS그룹으로 편입됐다. 현재 GS건설, GS칼텍스 등 GS그룹의 핵심 사업들이다. 그룹 측은 “분할된 지주회사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경영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주요 주주 간의 경영권을 분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계열 분리는 비단 회사를 떼어내는 수준으로 끝나지 않았다. LG스포츠에서 프로축구단 ‘FC서울’을 분할해 GS그룹 지주사인 GS홀딩스에 귀속시켰고, LG강남 타워도 GS홀딩스로 편입됐다.두 기업은 인적분할 방식으로 회사를 나눴다. 존속법인인 주식회사 LG의 주주에게 분할 비율에 따라 신설회사인 GS홀딩스의 주식을 배정하는 방식이다. (주)LG와 (주)GS는 65:35 비율로 분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분리 당시 기업 상황을 보면 주식회사 LG는 자본금 8794억원, 자산 3조9949억원, 자기자본 2조7534억원, 부채비율 45% 수준이었다. 새로 출발한 GS홀딩스는 자본금 4735억원, 자산 2조1801억 원, 자기자본 1조5264억 원, 부채비율 43%의 재무구조를 갖게 됐다. GS그룹의 지배주주인 허씨 가문 일가는 분할 직후 (주)LG 주식 대부분을 매각한 뒤 (주)GS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지분 정리를 마무리했다.재계 관계자는 “LG그룹이 성장하는 동시에 두 오너 가문에서 기업을 물려받을 사람이 늘어나면서 경영 분리가 필요했고, LG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하는 과정까지 계산하며 장기간 계열 분리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계 2위의 기업에서 핵심 사업을 어떻게 나눌지에 대해 상호 간 이해와 양보가 없었다면 매끄럽게 분리되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계열분리 이후에도 친분 유지…배경엔 양보와 화합 2005년 1월 공정거래위원회는 LG그룹과 GS그룹의 분리를 승인했다. GS홀딩스는 “비록 계열분리는 됐지만 양가의 인화와 동업의 정신은 앞으로도 계승해 나가되 GS 차원의 차별화된 사업 선택과 투자 집중화를 기하고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정착시켜 세계 최고의 선진 지주회사 체제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GS그룹은 사명 변경을 통해 공식적으로 GS의 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같은 해 3월 LG칼텍스정유가 GS칼텍스정유로 회사명을 변경했고, 유통(GS리테일), 홈쇼핑(GS홈쇼핑), 건설 부문(GS건설)도 회사명을 바꿨다.계열 분리 이후에도 LG와 GS그룹 주요 경영진들은 사적인 교류를 이어가며 친분을 유지했다. 당시 LG그룹을 이끌었던 구본무 회장은 2005년 4월 독립 경영으로 새롭게 출범한 GS그룹 허창수 회장에게 그룹 발전을 기원하는 그림을 선물했다.같은 해 6월 구평회 E1 명예회장 팔순 축하연에는 GS그룹의 허씨 경영인들이 대거 참석하기도 했다. GS 측에서는 당시 허창수 GS 회장과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허정수 GS네오텍 사장, 허명수 GS건설 부사장, 허태수 GS홈쇼핑 부사장과 허완구 승산 회장, 허승효 알토 사장이 참석했다. 구씨 가문 경영인들은 출범 1주년을 맞은 GS그룹의 발전을 기원하며 덕담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재계 관계자는 “LG와 GS그룹 모두 오너 4세대로 이어지면서 수차례 계열분리가 이뤄졌지만, 혈연관계가 아닌 두 가문의 동업 관계가 무난하게 마무리된 것은 높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의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 결과 발표를 보면 올해 전체 대기업집단 가운데 LG는 4위(177조9000억원) GS는 9위(80조8000억원)에 이름을 올렸다. LG의 자산 총액은 177조9000억원, GS는 80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대기업집단의 자산 총액 3074조3000억원 중 두 기업의 자산 총액은 약 8.5% 수준이다.

2024.09.27 10:00

4분 소요
위기의 요기요, GS 4세 허서홍 부사장 등기임원 영입

유통

GS그룹 오너가 4세인 허서홍(47) GS리테일 부사장이 배달앱 요기요 등기임원이 됐다.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허서홍 GS리테일 부사장은 요기요 운영사인 위대한상상의 등기상 기타 비상무이사가 됐다.허 부사장은 대일외고와 서울대 서양사학과,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고 지난해 11월 GS리테일 경영전략SU(서비스유닛)장 부사장에 올랐다.GS리테일은 지난 2021년 사모펀드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퍼미라 등과 함께 요기요를 인수해 지분 30%를 보유한 3대 주주로 올라 있다. 일각에서는 허 부사장이 등기임원이 되면서 조직 재정비가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요기요는 지난 3월 후발주자인 쿠팡이츠에 밀려 시장 점유율 2위 자리를 내줬다. 최근에는 무료 배달, 구독제 시행, 할인 등 배달앱 3사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상황이다.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위대한상상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2857억원으로 전년보다 8.2% 증가했으며 영업손실은 655억원으로 41.3% 감소했다.

2024.06.04 20:36

1분 소요
대기업 ‘미래전략실’ 된 CVC…오너家 자제들 맹활약

증권 일반

최근 재벌가 자제들이 경영수업 코스로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에서 실무 경험을 쌓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인수합병(M&A), 신기술 투자, 신사업 발굴, 스타트업 투자 경험 등을 토대로 경영 포트폴리오를 쌓는 셈이다. 오너 일가 입장에선 그룹의 미래 먹거리 및 투자처를 발굴하는 한편 자제들의 실무 경험까지 축적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GS그룹의 CVC GS퓨처스는 오너 4세 허태홍 대표가 이끌고 있다. 1984년생인 허 대표는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형인 허명수 전 GS건설 부회장의 둘째 아들이자 허주홍 GS칼텍스 상무의 동생이다. 허 대표는 스위스 에이글롱칼리지와 미국 조지타운대를 졸업하고 지난 2012년 GS홈쇼핑 재무회계부에 입사했다. 2014년 벤처투자팀 매니저 등을 거쳐 2020년 GS퓨처스 대표에 올랐다. GS퓨처스 설립 당시만 해도 허 대표의 GS그룹 내 직위는 부장이었다. 임원이 아니었던 탓에 GS퓨처스에 힘이 실리지 못할 거란 전망도 나왔지만, 지난해 9월 GS그룹 창립 이후 처음으로 개최한 신사업 전략 보고회에서 북미 지역 신기술 벤처 동향과 투자활동을 소개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올해부터는 허 대표가 GS그룹 상무로 승진하며 임원 반열에 오른 만큼 향후 GS그룹의 벤처투자 역량이 GS퓨처스로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다우키움그룹 창업주인 김익래 전 다우키움 회장의 장남인 김동준 대표도 2018년부터 계열사 키움인베스트먼트를 이끌고 있다. 그는 그룹의 사모펀드운용사(PE) 키움프라이빗에쿼티(키움PE) 각자대표로도 등재 돼 있다. 1984년생인 김 대표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했다. 2009년부터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하다 2011년 퇴사한 뒤 그룹 계열사인 사람인HR을 거쳐 2014년 다우기술 사업기획팀 차장으로 입사하면서 다우키움그룹에 합류했다.그룹 내 투자사에서 심사역으로 활동 중인 이들도 흔하다.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의 장녀 이연수 이사는 에코프로 CVC인 에코프로파트너스(구 아이스퀘어벤처스)에서 투자심사역으로 일하고 있다. 에코프로파트너스는 그간 에코프로 자회사로 운영돼 왔지만, 올해 초 사명에 ‘에코프로’를 넣고 지분 일부를 미국 법인인 에코프로아메리카에 넘기면서 그룹 내 투자 사업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홍석준 보광 회장의 장남이자 보광 오너3세인 홍정환 씨는 보광인베스트먼트(구 보광창업투자)에서 투자심사총괄을 담당하고 있다. 또 2021년 2월 사모펀드운용사 폴스타파트너스를 설립해 대표이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1985년생인 홍정환 대표는 2020년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장녀인 서민정 씨와 결혼했으나 8개월만에 합의 이혼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범 LG가(家)로 분류되는 LB인베스트먼트에서 인턴 생활을 마친 뒤 마젤란기술투자에서 심사역으로 근무하다 최근 퇴사한 구연제 씨는 구본준 LX 회장의 큰 딸이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막내 아들 박준범 씨도 계열사인 미래에셋벤처투자에서 심사역으로 근무 중이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는 아니지만, 우량 스타트업을 직접 발굴해보면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셈이다. 계열사가 아닌 사모펀드나 벤처캐피탈(VC)에서 실무 경험을 쌓는 경우도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은 국내 1세대 사모펀드인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 몸담은 이력이 있다. 승마 국가대표 출신인 김 본부장은 2014년 한화건설에 입사해 신성장전략팀장으로 일하다가 2017년 초 폭행 사건에 휘말리며 한화그룹을 떠났다. 2020년초 승마선수에서 은퇴한 뒤 김 본부장은 스카이레이크에 머물며 M&A, 기업실사 등의 실무를 경험하고 한화그룹으로 다시 돌아왔다. 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 회장의 차남인 도재원 컴퍼니케이파트너스 수석팀장도 아버지가 있는 스틱인베 대신 독립계 벤처캐피탈 컴퍼니케이에서 심사역으로 출발해 수석팀장까지 승진했다. 도 팀장은 현재 컴퍼니케이의 투자2본부에서 투자 심사를 담당 중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장녀 박하민 씨 역시 계열사 대신 미국계 VC인 GFT벤처스의 창립 멤버로 합류해 파트너로 활동 중이다. 현재 두산과의 지분 관계는 없지만, 박용만 전 두산 회장의 차남인 박재원 대표도 벤처캐피탈 벨스트리트파트너스(Bell Street Partners)를 운영하고 있다. 벨스트리트파트너스는 박 전 회장이 세운 회사로, 지난해 박 대표가 대표이사로 올라서면서 박 전 회장은 사내이사가 됐다. 박 대표는 세계적 컨설팅 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두산인프라코어 재직 당시 미국 실리콘밸리에 벤처투자사 D20캐피털 설립과 운영을 맡기도 했다. 박 대표는 당시의 경영·투자 경험을 살려 현재는 기업의 컨설팅에 힘쓰고 있다. 오너가 3·4세들이 벤처캐피탈에서 경험을 쌓는 행보는 과거 오너 2세들이 그룹 내 핵심 계열사에 관리자급으로 합류해 경영 수업을 받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1991년 부장으로 입사), 정의선 현대차 회장(1995년 이사로 입사), 최태원 SK그룹 회장(1991년 부장으로 입사) 등이 대표적이다. 80~90년대생 ‘MZ세대’가 주로 포진해 있는 오너 3·4세들과 젊은 오너 2세들은 벤처캐피탈의 자유로운 분위기에 익숙하다. 보수적인 주력 계열사 대신 계열 투자사나 투자업계에서 경영 수업을 받은 뒤 경영 보폭을 넓히는 식이다.

2023.07.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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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탈(VC), 오너家 3·4세 ‘경영수업’ 학교 된 사연 [허지은의 주스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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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시장에선 오가는 돈 만큼이나 수없이 많은 뉴스가 생겨납니다. 한국의 월스트리트, 대한민국 금융의 중심인 여의도 증권가와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2400여개 상장사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허지은의 주스통’(주식·스톡·통신)에서 국내 증시와 금융투자업계 안팎의 다양한 소식을 전달합니다. “○○인베스트먼트 ◇◇ 심사역, △△그룹 회장 딸이래요”벤처캐피탈(VC) 업계엔 유독 오너가(家) 자녀가 많습니다. 창업 초기 기업이나 비상장사에 주로 투자하는 벤처캐피탈은 투자 사이드의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데다 그룹의 신사업 발굴을 위한 창구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은행이나 증권사 등 전통 금융기관 대비 젊은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산업의 트렌드를 앞서 나갈 수 있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투자 심사역으로 현장을 직접 뛰어다니며 미래의 경영 승계를 대비해, 일종의 경영 수업을 받는 셈입니다. 일찌감치 그룹 내 투자사 대표를 맡고 있는 오너 2, 3, 4세도 있습니다. GS그룹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GS퓨처스는 오너 4세 허태홍 대표가 이끌고 있습니다. 1985년생인 허 대표는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형인 허명수 전 GS건설 부회장의 둘째 아들입니다. 그는 2012년 GS홈쇼핑 재무회계부에 입사해 2014년 벤처투자팀 매니저 등을 거쳐 2020년 GS퓨처스 대표에 올랐습니다. 박용만 전 두산 회장이 세운 벨스트리트파트너스는 차남인 박재원 대표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두산인프라코어 재직 당시 미국 실리콘밸리에 벤처투자사 D20 캐피털 설립과 운영을 책임진 인물입니다. 또 다우키움그룹 창업주인 김익래 전 다우키움 회장의 장남인 김동준 대표도 2018년부터 계열사인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로 재직 중입니다. 그룹 내 투자사에서 심사역으로 활동 중인 이들도 흔한데요. 홍석준 보광 회장의 장남인 홍정환 씨는 보광인베스트먼트(구 보광창업투자)에서 투자심사총괄을 맡고 있습니다. 범 LG가로 분류되는 LB인베스트먼트에서 인턴 생활을 마친 뒤 마젤란기술투자에서 심사역으로 근무하다 최근 퇴사한 구연제 씨는 구본준 LX 회장의 큰 딸입니다.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의 장녀 이연수 씨는 에코프로의 CVC인 에코프로파트너스(구 아이스퀘어벤처스)에서 투자 심사역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막내 아들 박준범 씨는 계열사인 미래에셋벤처투자에서 심사역으로 근무 중입니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는 아니지만, 우량 스타트업을 직접 발굴해보면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셈입니다. 계열사가 아닌 곳에서 실무 경험을 쌓는 경우도 있습니다. 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 회장의 차남인 도재원 컴퍼니케이파트너스 수석팀장은 아버지가 있는 스틱인베 대신 독립계 벤처캐피탈 컴퍼니케이에서 심사역으로 출발해 수석팀장까지 승진했습니다. 도 팀장은 현재 컴퍼니케이의 투자2본부에서 투자 심사를 담당 중입니다. 박현주 회장의 장녀인 박하민 씨 역시 계열사 대신 미국계 VC인 GFT벤처스의 창립 멤버로 합류해 파트너로 활동 중입니다. 과거 오너 2세들은 그룹 내 핵심 계열사에 관리자급으로 합류해 경영 수업을 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1991년 부장으로 입사), 정의선 현대차 회장(1995년 이사로 입사), 최태원 SK그룹 회장(1991년 부장으로 입사) 등이 대표적이죠. 그러나 80~90년대생 ‘MZ세대’가 주로 포진해 있는 오너 3, 4세들과 젊은 오너 2세들은 벤처캐피탈의 자유로운 분위기에 익숙합니다. 딱딱한 주력 계열사 대신 계열 투자사에서 업무 감각을 익힌 뒤 전면에 모습을 드러내는 식입니다. 벤처캐피탈업계가 타 업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입니다. 대부분의 VC들은 직원 수가 50명이 채 되지 않는 소규모로 운영되고, 채용 역시 내부 추천 등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외 이미지를 중요시하고, 보수적으로 움직이는 오너 일가 특성상 이같은 분위기를 선호할 수 있습니다. 창업주 입장에서도 벤처캐피탈에서 앞선 트렌드를 익혀온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고자 하는 의도도 있을 겁니다. VC업계 관계자는 “과거 오너 2세의 필수 조건이 MBA(경영대학원) 학위였다면 최근엔 경영 수업을 위해 일부러 벤처캐피탈에서 경험을 쌓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며 “고위험 투자 영역인 VC에서 역량을 쌓았다면 경영 능력을 어느 정도 인정받는 경향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2023.06.0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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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교체 한창인 GS그룹] “내 소임 다했다” 허창수·허명수 용퇴

산업 일반

70년대생 오너가 4세, 60년대생 전문경영인들 사장단에 대거 포진 재계 8위 GS그룹의 회장이 바뀐다. 허창수(71) 회장이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난다. 허 회장은 2004년 LG그룹에서 계열분리한 GS그룹의 초대 회장에 취임해 지난 15년간 그룹을 이끌어왔다. 신임 회장에는 허창수 회장의 막내 동생인 허태수(62) GS홈쇼핑 부회장이 선임될 예정이다. 12월 3일 허 회장 퇴진과 함께 발표된 GS그룹 인사에서는 60년대생 전문경영인들과 70년대생 오너가(家) 4세 등이 사장단에 오르면서 본격적인 세대 교체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허창수 회장 “디지털 혁신 추진할 리더에게 자리 넘겨야” 허창수 회장은 그룹 정기 임원인사를 앞두고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GS 대표이사 회장과 이사회 의장에서 모두 물러난다. 그룹 회장 임기가 2년 이상 남았지만, 디지털 혁신을 이끌 새로운 리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용퇴를 결정했다고 한다. 이날 허 회장은 “지난 15년간 ‘밸류 넘버 원 GS(Value No.1 GS)’를 일구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기반을 다진 것으로 나의 소임은 다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은 글로벌 감각과 디지털 혁신 리더십을 갖춘 새로운 리더와 함께 빠르게 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대응해 GS가 전력을 다해 도전하는 데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시기”라며 “혁신적 신기술이 경영환경 변화를 가속화시키는데 이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면 언제 도태될지 모른다는 절박함 속에서 지금이 새 활로를 찾아야 할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사의 배경을 설명했다. GS 관계자는 “허 회장이 디지털 혁신을 역동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리더에게 자리를 넘겨야 할 때라는 고민을 오랫동안 해왔다”고 말했다. 다만 허 회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GS건설의 회장직은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허 회장이 4연임 중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도 계속 맡을 것으로 보인다.허 회장은 GS그룹을 15년 만에 매출 68조원의 재계 8위 그룹으로 키워낸 안정적인 리더로 평가받는다. 2004년 LG와 잡음 없이 계열분리를 마무리 지은 허 회장은 2005년 GS그룹 초대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당시 계열사 15개에 자산 18조원, 매출 23조원짜리 그룹을 15년 만에 계열사 64곳, 자산 63조원, 매출 68조원으로 키웠다. GS그룹의 지주회사인 ㈜GS의 이사회 의장이자 대표이사 회장으로서 각 사업자회사와 출자회사들에 이사회 중심의 자율경영, 전문경영인 중심의 책임 경영을 강조했다.특히 허 회장은 에너지·유통서비스·건설 등 3개 핵심 사업군을 집중 육성해 지속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2년 GS그룹의 에너지 중심 사업형 지주사인 GS에너지를 출범시켜 에너지 사업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신재생에너지·대체에너지 등 에너지 관련 신규 사업을 육성했다. 유통사업에선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직후 선택과 집중으로 경쟁력을 키웠다. GS리테일의 백화점과 마트 부문을 매각하고 편의점과 수퍼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GS홈쇼핑은 인도·중국·태국 등 해외로 진출했다. 건설사업의 GS건설은 아파트 브랜드 자이(Xi)를 브랜드로 안착시키고 최근 인공지능(AI)을 결합한 홈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허 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실리 추구로 압축할 수 있다. 차량이 몰릴 것 같으면 저녁 약속 시간을 지키기 위해 지하철로 이동한다. GS그룹 회장으로서 마지막 행보는 지난 10월 대만에서 이틀간 열린 그룹 사장단 회의였다. 허 회장은 전기 스쿠터 혁신 기업 고고로(Gogoro)를 찾아 전기 스쿠터에 올라 핸들을 잡았다. 이런 모습은 동행한 사진사의 카메라에 잡혔다. 허 회장은 “GS가 살아남기 위해선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바이오 등 신기술을 앞세워 실리콘밸리의 꿈을 이루는 데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대만의 혁신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혁신 없이 GS그룹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GS는 이번 사장단 회의에서 미국 실리콘밸리에 벤처 투자법인을 세우기로 했다. GS가 해외에 직접 벤처 투자법인을 세우는 건 처음이다.허 회장은 어려운 자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올해 37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에 취임하면서는 재계 맏형을 자처했다. ‘전경련 패싱’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지난 정권을 거치면서 전경련의 위상은 하락했다. 재계에선 “허 회장이 앞장서 총대를 멨다”는 평가도 나왔다. 2011년 전경련 회장에 취임한 허 회장은 올해까지 네 차례 연임하면서 10년 동안 전경련을 이끈 전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같이 전경련 장수 회장에 올랐다. ━ GS홈쇼핑 성장 이끈 허태수 회장 이날 허창수 회장의 셋째 동생 허명수(64) GS건설 부회장도 용퇴를 결정했다. 1981년 LG전자 사원으로 입사한 허 부회장은 2002년 GS건설(당시 LG건설)로 이동해 2013년 6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허 부회장은 앞으로 GS건설 상임고문을 맡을 예정이다. GS건설에 따르면 정기 인사를 앞두고 허 부회장이 스스로 부회장직을 내려놓았다. 후배 세대를 위해 앞길을 터주겠다는 결심에서다. 허 부회장은 “4차 산업혁명 등 산업구조가 급변하는 변혁기에 걸맞은 젊고 역동적인 인재들이 회사를 앞에서 이끌 때”라고 말했다고 한다. 허 부회장은 허준구 명예회장 넷째 아들로 오너가의 일원이지만 1981년 LG전자에 입사해 사원부터 시작했다. 특진한 번 없었다. 임원(상무)로 승진한 것은 회사 생활 19년 만인 2000년이었다. 2002년 GS건설(당시 LG건설)로 이동한 이후 17년간 ‘건설맨’으로 살았다. 재경본부장(CFO), 사업총괄사장(COO), 대표이사 사장 등을 역임했다. 허 부회장은 늘 ‘현장’을 강조했다. CEO 취임 직후 국내외 70개 현장을 돌며 직원들과 소주잔을 주고받고 이야기를 나눠 화제가 됐다. 특히 2013년 해외플랜트 사업 악화로 대규모 적자가 나자 이듬해 연봉 전액을 반납하기도 했다.두 사람의 용퇴로 GS 3, 4세 경영 승계에도 속도가 날 전망이다. 허 회장은 LG그룹 공동창업주인 고(故)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1977년 LG그룹 기획조정실에 입사했다.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후 미국 세인트루이스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받았다. LG그룹 입사 후 LG상사 전무와 LG화학 부사장, LG전선·LG건설 회장을 지냈다.내년 이사회에서 신임 회장으로 선임될 허태수 회장은 고 허준구 회장의 5남으로 허창수 회장의 막내(넷째) 동생이다. 허 신임 회장은 고려대 법학과와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학 석사(MBA)를 졸업하고 미국 컨티넨탈 은행에 근무하다가 1988년 LG증권에 입사했다. 2007년 GS홈쇼핑 대표이사를 맡은 이후 GS홈쇼핑 성장을 이끌었다. 내수 산업에 머물러 있던 홈쇼핑의 해외 진출과 모바일 쇼핑 사업 확장을 잇따라 성공시켜 차세대 GS 그룹 리더로 인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허태수 회장은 2006년 연간 취급액 1조8946억원이던 GS홈쇼핑 실적을 지난해 4조2480억원으로 끌어올렸다. 특히 TV홈쇼핑에 의존하던 사업구조를 모바일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 허윤홍 GS건설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 이번 인사에서 GS그룹의 오너가 4세 경영도 더 본격화됐다. 이번 인사에서 오너가 4세 사장이 1명 늘었다. 허윤홍 GS건설 신사업추진실장 부사장이 GS건설 신사업부문 대표 겸 사업 관리실장 사장으로 승진했다. 허 사장은 허창수 회장의 장남이다. 지난해 말엔 GS칼텍스 허세홍 대표가 사장으로 승진해 4세 경영 시대의 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때 전무에서 승진한 허준홍 GS칼텍스 부사장(윤활유 사업부문)도 4세다. 허세홍 사장과 허준홍 부사장은 각각 허동수 GS칼텍스 회장과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의 아들이다.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의 아들 허서홍 GS에너지 전무(경영지원본부장)도 GS그룹 내에서 에너지 부문 4세 경영자다. ━ 젊어진 GS그룹 사장단 - 평균 57세로 기존보다 3세가량 적어 GS그룹은 12월 3일 허창수 회장 체제에서 허태수 신임 회장 체제로 전환을 선언하면서 그룹 임원 45명에 대한 인사도 단행했다. 사장단 평균 연령이 57세로 기존보다 3세가량 젊어졌고, 허창수 회장 아들인 허윤홍 GS건설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4세가 전진 배치된 것이 눈에 띈다. 이날 인사에서는 GS리테일 허연수(58) 사장과 GS건설 임병용(57) 사장이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그룹은 두 사람이 최근 어려운 경영환경에서도 탁월한 경영성과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허창수 회장의 사촌인 허연수 사장은 1987년 LG상사로 입사해 2003년 GS리테일 신규점 기획 담당 상무로 자리를 옮겼고 편의점 사업부 영업부문장, MD본부장 사장 등을 지내며 GS리테일 성장을 이끌었다. 임병용 사장은 1991년 LG 구조조정본부로 입사해 LG텔레콤 마케팅실장 상무, GS홀딩스 사업지원팀장 부사장, ㈜GS 경영지원팀장 사장을 지냈고, 2013년부터 GS건설을 이끌고 있다. ㈜GS 최고재무책임자(CFO) 홍순기(60) 사장도 ㈜GS 대표이사로 영전했다. 홍 사장은 GS EPS 관리부문장, ㈜GS 업무지원팀장 등을 거쳐 2009년부터 ㈜GS의 CFO를 맡으며 그룹 내 재무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GS글로벌 대표이사인 김태형(61) 부사장(61)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GS홈쇼핑 영업 총괄 김호성(58)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해 GS홈쇼핑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GS파워 대표이사 조효제(57) 부사장도 사장으로, ㈜GS 경영지원팀장 김석환(57)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박수련·강기헌·한은화 중앙일보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2019.12.0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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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선언’ 희성그룹의 빅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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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에서 분가한 희성그룹이 완전 홀로서기에 나섰다. 형식은 LG·희성그룹 간 상호 보유 주식의 처분이고, 내용은 오너가의 경영권 강화다.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친자인 구광모 LG 상무의 지분 강화에,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은 자사의 완전한 독립에 역점을 두고 있다. LG그룹과 희성그룹 등 범LG가(家) 4세들이 후계 구도 정리에 나섰다. 각 계열사의 주식을 교차해서 갖고 있던 이들은 최근 해당하는 지분을 모두 정리했다. 지난 9월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의 세 자녀는 보유하던 LG와 LG상사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이에 앞서 구광모 LG 상무도 보유하던 희성금속 지분을 전부 정리했다. 구 상무는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친자로 LG그룹의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2004년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입적됐다.경영 전면에 서 있는 3세들도 회사 지분을 정리 중이다.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희성금속 지분 28%와 희성정밀 지분 43.32%를 9월 6일 삼보E&C에 매각했다. 삼보E&C는 동생인 구본식 부회장이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회사로, 구 회장이 구 부회장 일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희성그룹은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2남 구본능 회장과 4남 구본식 부회장이, LG그룹은 장남 구본무 회장과 3남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이 경영을 맡고 있다. 그동안 LG그룹과 희성그룹의 자제들은 서로 주식을 교차 소유해왔다.재계에서는 일련의 과정을 LG그룹과 희성그룹이 서로 거리를 두면서 후계 구도를 명확히 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구본식 부회장과 자녀들은 LG 지분을 매각한 돈으로 희성그룹에 대한 경영권을 강화하고, 구본능 회장은 희성그룹 계열사 주식 매각 자금으로 친자인 구광모 상무의 LG 경영권 강화를 지원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범LG가 4세들이 일감 몰아주기 등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면서 자사의 지분을 더 매입하기 위해 상호 회사의 지분을 매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은 4남2녀를 두었다. 이들 중 구본능 회장과 구본식 부회장은 1996년 1월 희성전자 등 6개 계열사를 가지고 일찌감치 분가했다. 이후 LG에서 안정적으로 일감을 수주한 덕분에 승승장구하며 희성화학·희성정밀·삼보E&C 등 10개 계열사를 둔 중견그룹으로 성장했다. 계열사는 모두 비상장기업이다. ━ 상호 보유 주식 처분하며 ‘교통정리’ 현재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희성전자는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LCD)용 백라이트유닛(BLU), 액정표시장치모듈(LCM), 터치스크린모듈(TSP) 생산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이 제품들은 LG디스플레이에 60% 이상 공급된다. 9월 기준으로 희성전자의 최대주주는 42.1%를 보유한 구본능 회장이다. 2대 주주는 구본식 부회장(29.4%), 3대주주는 구 부회장의 아들인 구웅모(13.5%)이다. 또 허정수 GS네오텍 회장과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이 각각 10%와 5%의 지분을 갖고 있는 등 LG·GS그룹과 끈끈하게 얽혀 있다.구 회장과 구 부회장은 올해 4월 포브스코리아가 조사·선정한 ‘2017년 한국 50대 부자’에 나란히 올랐다. 구본능 회장은 주식과 배당금 등 금융자산이 지난해보다 23.08% 늘면서 1조3362억원으로 31위에 올랐다. 전 년 대비 순위가 4계단 올랐다. 구본식 부회장은 1조689억원으로 40위다. 역시 재산이 지난해보다 17.07% 늘면서 5계단 상승했다.주식이 오르자 이를 발판으로 ‘경영권 강화’에 나서고 있다. 구본식 부회장 자녀인 구연승·연진·웅모 세 남매가 7월부터 9월까지 LG·LG상사의 지분을 전량 처분해 마련한 돈은 832억원이다. 재계에선 이들이 희성그룹 계열사 지분을 추가 확보해 그룹 내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 관계자는 “주식 전량 매각을 보면 승계에 필요한 계열사 지분을 사기 위한 현금 확보의 목적이 커 보인다”며 “우선 희성전자와 삼보E&C 주식 매입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재 희성전자의 최대주주는 구 회장(42.1%)이지만 구 부회장과 아들 웅모씨의 지분을 합치면 42.9%로 사실상 최대 지분이다.최근 단행된 계열사 간 지분 매매를 통해 구본식 부회장은 사실상 그룹의 최고 실세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구 부회장의 외아들 웅모씨에 대한 경영수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러나 4세 경영 승계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웅모씨는 1989년 생(28세)으로 아직 특별한 직책을 맡기에는 어리기 때문이다. 그는 병역을 마친 후 외국의 대학에서 경영학 공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계열사 주식 처분해 친자 지원 나선 회장 그룹 계열사 주식 처분에 나선 구본능 회장의 로드맵은 ‘투 트랙’으로 예상된다. 동생인 구본식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높여 희성그룹을 맡기고, 확보한 현금으로는 친자인 구광모 상무의 LG그룹 내 지분 확보를 도울 것으로 보인다.재계에서는 구 회장이 동생 구 부회장 일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자신의 희성금속과 희성정밀 지분을 판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구 회장의 희성금속·희성정밀 지분 처분으로 복잡하던 희성그룹 지분 구조는 ‘구본능 회장·구본식 부회장 일가→희성전자→삼보E&C→희성금속’으로 단순하게 바뀌었다. 구 회장의 영향력은 약해진 반면 삼보E&C 상근부회장을 겸하고 있는 구본식 부회장은 영향력이 커진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보E&C가 구본능 회장 지분을 매입한 덕분에 희성금속에서 최대주주로서의 구 부회장 입지가 강화됐다”며 “구 부회장이 희성촉매·희성화학 등 자신의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계열사 주식을 삼보E&C를 통해 매입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보E&C는 연간 50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 건설사다.구 회장이 확보한 현금은 1329억원. 재계에서는 이 돈이 구광모 상무 지원에 쓰일 것으로 보고 있다. 구 상무는 LG가의 장손이다. 구본능 회장의 친아들이지만 장자 승계 전통에 따라 2004년 딸만 둘인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적했다. 2014년부터 LG에서 신사업 발굴을 총괄하고 있다.증권가에선 구 회장이 남은 희성그룹 계열사 주식도 매각해 그 자금으로 LG 지분을 늘려 구 상무의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 2014년에도 구 회장은 구 상무에게 LG 주식 190만 주를 증여한 바 있다. 2012년 LG의 지분율이 4.7%에 불과했던 구 상무는 이에 힘입어 올해 9월 기준 6.12%로 3대주주에 올랐다. 그는 그룹 내 ‘캐시 카우’로 불리는 종합물류 계열사 판토스의 지분도 7.5% 소유하면서 LG그룹 내 지분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친부인 구본능 회장은 LG 주식 3.45%를 갖고 있다. LG그룹은 일찌감치 지주사 체제를 구축해놔 LG 지분율만 높이면 경영권 승계 작업이 타 그룹사에 비해 간단한 편이다.증권가 관계자는 “지난여름부터 시작된 방계 가족의 주식 처분이 9월에 매듭지어진 모양새”라며 “구광모 상무 중심 후계 구도의 준비 과정으로 보이며 그래서 연말 인사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희성그룹 4세들의 지분 처분이 있던 9월, 구 상무의 오촌인 이선용 베어트리파크 대표와 작은할머니인 구자영씨도 LG 지분을 정리했다. 구 상무 위주로 지분구조를 정리하기 위해 친척들이 지주회사 주식을 처분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 사업 분야 홀로 서야 ‘완전 독립’ 그러나 재계에서는 “희성그룹이 사업 분야에서도 LG그룹의 우산을 벗어나야 진정한 독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희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에 과하게 의존하는 취약한 사업포트폴리오가 약점으로 지목돼왔다.희성전자는 LCD(액정표시장치) 패널의 광원 역할을 하는 백라이트유닛(BLU)을 LG디스플레이에 단독 공급하고 있다. 매출의 절반 이상이 LG디스플레이에서 나온다. 그러나 높은 LG디스플레이 의존도는 지난해 희성전자에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LG디스플레이가 패널 사업 전략을 LCD에서 BLU를 쓰지 않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패널로 바꾸기 시작하자 희성전자 매출이 급감한 것이다. 그 결과 지난해 희성전자 매출은 2조5094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0% 줄었다. LG디스플레이가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OLED 사업을 확대하고 있어 향후 희성전자는 더 큰 타격을 감내해야 한다.희성전자도 신사업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4월엔 전기차 등 미래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신사업 아이디어 공모에 나서기도 했다. 5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실탄도 장전해 즉각 투자에 나설 준비도 마쳤다. 우선 본업인 전기전자 외에도 전기차 분야에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이 전사적으로 전장부품 사업을 일구고 있기 때문이다. LG는 차체만 빼고 거의 모든 차량 부품을 취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희성전자는 아직 LG그룹 손이 닿지 않은 틈새시장을 발굴해 주요 협력사 자리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한 지분 정리가 아닌, 독립적 사업 영역을 확보하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2017.10.26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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