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CONOMIST

8

이재용 “내년 열심히 하겠다”…삼성 위기극복 기대감 고조

산업 일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내년에도 열심히 하겠다며 위기 극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번 베트남 출장을 비롯해 글로벌 현장경영 행보를 통해 삼성의 경쟁력 제고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현재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이재용 회장에 대한 삼성 안팎의 기대감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재용 회장은 30일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들과 만난 자리에서 “연말 마지막까지 수고가 많다”며 새해 경영 계획을 묻는 질문에 “열심히 해야죠”라고 답했다. 특별한 메시지는 없었지만, 삼성그룹 총수로 이재용 회장이 느끼는 책임감이 상당한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이재용 회장은 지난 21일 베트남 하노이시 THT 지구에 위치한 베트남 삼성 R&D센터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했다. 베트남 삼성 R&D센터는 글로벌 기업이 베트남에 세운 최초의 대규모 종합 연구소로 앞으로 2200여명의 연구원들이 이곳에 상주하며 ▶스마트 기기 ▶네트워크 기술 ▶소프트웨어 등을 연구할 계획이다. 이재용 회장은 이번 출장에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과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 주요 경영진과 함께 팜 민 찐 베트남 총리, 응우옌 쑤언 탕 호치민정치아카데미 원장 등 베트남 주요 인사들을 만나며 현지 사업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삼성R&D 센터 준공식을 전후로 하노이 인근 삼성 사업장을 찾아 스마트폰 및 디스플레이 생산 공장을 살펴보고 사업 현황 및 중장기 경영 전략을 점검한 후,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이 회장은 “베트남 삼성R&D 센터는 베트남의 산업 경쟁력 강화는 물론 한·베트남 양국 간 우호협력 증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R&D센터 준공식이 끝난 이후에는 삼성SDI 말레이시아 법인과 싱가포르 등 동남아 주요 거점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 JY 네트워크 큰 역할 기대 이재용 회장이 연말까지 글로벌 광폭 행보를 지속하면서 삼성 구성원들의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반도체 등 주력 사업의 업황 악화로 경영 환경이 점차 열악해지는 상황에서 이재용 회장이 자신의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이재용 회장은 풍부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삼성의 경쟁력 제고에 힘을 실어왔다. 이번 출장을 포함해 올해만 4차례의 글로벌 현장경영에 나서며 동분서주했다. 여기에 한국을 찾은 글로벌 주요 인사들과도 잇달아 회동하며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사법리스크로 5년 이상 발이 묶여 제대로 된 경영 활동을 하지 못한 이전과는 확실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그는 지난 17일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올리버 칩세 BMW 회장과 회동했다. 이 회장은 최윤호 삼성SDI 사장과 함께 BMW 플래그십 전기차인 ‘뉴 i7’을 함께 살펴보고 BMW 경영진들과 배터리 협력 방안을 함께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지난달 17일 열린 한국-네덜란드 반도체 기업인 차담회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초격차’ 전략의 핵심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업체 ASML의 피터 베닝크 CEO와 회동해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반도체 시장의 불황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회장과 피터 베닝크 CEO의 회동이 갖는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EUV 노광 기술은 극자외선 광원을 사용해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기술로 기존 대비 세밀한 회로 구현이 가능해 향후 타이완 TSMC와의 5나노미터(nm,1nm는10억분의1m) 이하 초미세공정 경쟁을 위한 전략적 장비로 손꼽힌다. ━ 더욱 기대되는 2023년 이재용 회장의 광폭 행보는 새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영 일선에서 그룹을 진두지휘하며 위기를 정면돌파해 나갈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합류를 확정 짓고 ‘뉴삼성’에 대한 계획을 가시화 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와 배터리 등 삼성의 미래 먹거리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형 투자에 있어 총수인 이재용 회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된다는 점에서 기대가 높을 수밖에 없다. 취업정보사이트 인크루트에 따르면 이달 19일부터 22일까지 회원 1333명을 대상으로 기업인과 방송·연예, 스포츠 분야의 올해의 인물을 조사한 결과 이재용 회장은 기업인 부문에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응답자들은 이 회장을 택한 이유로 '향후 기대되는 행보'(53.4%)를 가장 많이 들었다. 국내외 현장 점검을 통한 경영 안정화와 투자 등의 노력에 대한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몇 년 간 삼성은 이재용 회장이 경영 활동에 상당한 제약을 받으면서 경쟁력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컸다”며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대형 투자가 더디게 진행된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용 회장이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경영 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하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며 “이는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 구성원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도 했다. 한편 이재용 회장은 내년 1월 16일부터 20일까지 열리는 다보스포럼에 최태원 SK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그룹 총수들과 함께 참석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앞서 내년 1월 2일에는 대한상공회의소와 중소기업중앙회 공동 주최로 개최하는 경제계 신년인사회에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엄 기자 Leeku@edaily.co.kr

2022.12.30 17:00

4분 소요
삼성 불확실성 속 내년 행보 기대되는 이재용 회장…올해의 기업인 선정

산업 일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올해의 기업인에 선정됐다. 올해 사면복권과 함께 회장에 승진하며 삼성의 불확실성을 해소해 줄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30일 취업정보사이트 인크루트에 따르면 이달 19일부터 22일까지 회원 1333명을 대상으로 기업인과 방송·연예, 스포츠 분야의 올해의 인물을 조사한 결과 이재용 회장은 기업인 부문에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응답자들은 이 회장을 택한 이유로 '향후 기대되는 행보'(53.4%)를 가장 많이 들었다. 국내외 현장 점검을 통한 경영 안정화와 투자 등의 노력에 대한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10월 말 회장 취임 이후 글로벌 인사들을 잇달아 회동하며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사법리스크로 5년 이상 발이 묶였던 이전과는 확실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반도체와 배터리 등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 사업 향방에 총수의 결정이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실제 이재용 회장은 지난 23일 베트남 하노이시 THT 지구에 위치한 베트남 삼성 R&D센터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했다. 이재용 회장은 준공식 행사에서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과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 주요 경영진과 함께 팜 민 찐 베트남 총리, 응우옌 쑤언 탕 호치민정치아카데미 원장 등 베트남 주요 인사들을 만나며 현지 사업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삼성의 경쟁력 제고는 물론 한국과 베트남의 우호 관계 증진을 돕는 ‘민간 외교관’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또 이재용 회장은 삼성R&D 센터 준공식을 전후로 하노이 인근 삼성 사업장을 찾아 스마트폰 및 디스플레이 생산 공장을 살펴보고 사업 현황 및 중장기 경영 전략을 점검한 후,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지난 7일에는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올리버 칩세 BMW 회장과 회동했다. 이 회장은 최윤호 삼성SDI 사장과 함께 BMW 플래그십 전기차인 ‘뉴 i7’을 함께 살펴보고 BMW 경영진들과 배터리 협력 방안을 함께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동남아시아 출장 중인 이재용 회장은 이날 오후 전세기를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회장이 내년 초 열리는 재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건엄 기자 Leeku@edaily.co.kr

2022.12.30 11:09

2분 소요
장기출장 가능해진 ‘회장’ 이재용, 새해 첫 날 어느나라서 보낼까

산업 일반

‘회장’ 취임 이후 처음 새해를 맞게 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해 첫날을 어느 곳에서 보내는지에 따라 이 회장의 관심사와 삼성 그룹이 주목하는 내년 사업의 중요도를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22년 12월 23일 베트남 하노이 삼성전자 연구개발(R&D)센터 준공식에 참석했다. 삼성은 R&D센터 준공을 기점으로 베트남을 글로벌 생산 거점에서 종합 연구개발까지 수행하는 전략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인데 이 사업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이 회장은 베트남의 삼성 사업장을 찾아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생산 공장을 살펴보고 사업 현황‧중장기 경영 전략을 점검한 뒤 임직원들을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점은 준공식 참석 이후 이 회장이 아직 국내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국내 대다수 법원이 2023년 1월 6일까지 동계 휴정기에 들어가면서 그의 법원 출석도 당분간 휴식기에 들어가면서 이 회장의 장기 출장 가능성도 커졌다. 이 회장은 계열사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사건과 관련해 매주 법원에 나오며 일주일 이상의 긴 출장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가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활동하던 2022년 6월, 약 열흘간 유럽 출장을 다녀오기도 했지만, 이때도 경영상 필요한 출장이라는 점을 법원에 설명하고 검찰의 동의를 확인한 후에야 다녀올 수 있었다. 그는 헝가리와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을 순회하며 주요 파트너사들과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최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산을 위한 핵심 시설인 EUV 노광장비 수급을 위해 ASML 본사를 찾으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육성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회장은 당시 귀국길에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며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법정 휴정에 이재용 회장이 약 3주의 시간을 확보하게 되자 다음 행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당장 2023년 1월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3’ 참석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난 10여년 간 CES 행사를 찾지 않았지만, 회장 취임 이후 새해 첫 행선지로 미국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일찍 귀국해 2023년 경영 구상에 전념할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내년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삼성그룹 사장단이 한자리에 모여 사업 방향을 모색하는 ‘사장단 회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이 신발 끈을 고쳐매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사장단 회의는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미전실) 해체 이후 중단된 바 있다. 연초 대한상공회의소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신년 인사회를 공동개최하기로 하면서 재계 인사들이 모이는 자리에 이 회장이 참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겸 SK그룹 회장과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참석자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이재용 회장과 관련한 구체적인 일정이나 동선은 정해진 바 없다”고 설명했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2022.12.29 18:00

2분 소요
이재용 베트남 R&D센터 준공식 참석…‘민간 외교관’ 역할 톡톡

산업 일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베트남 삼성 연구개발(R&D) 센터 준공식에 참석하며 글로벌 현장경영을 이어갔다. 삼성의 경쟁력 제고는 물론 한국과 베트남의 우호 관계 증진을 돕는 ‘민간 외교관’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23일 이재용 회장이 베트남 하노이시 THT 지구에 위치한 베트남 삼성 R&D센터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재용 회장은 지난 2020년 베트남을 찾아 R&D 센터 신축 현장을 직접 점검하고, 응우옌 쑤언 푹 주석과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이재용 회장은 “베트남 삼성R&D 센터는 베트남의 산업 경쟁력 강화는 물론 한·베트남 양국 간 우호협력 증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삼성 R&D센터는 글로벌 기업이 베트남에 세운 최초의 대규모 종합 연구소로 앞으로 2200여명의 연구원들이 이곳에 상주하며 ▶스마트 기기 ▶네트워크 기술 ▶소프트웨어 등을 연구할 계획이다. 베트남 삼성 R&D센터는 지상 16층·지하 3층 규모로 건설됐으며 ▶최첨단 연구시설 외에 ▶피트니스 센터 ▶구내 식당 ▶옥상 정원 ▶동호회 공간 등 임직원들을 위한 다양한 복지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 경영진과 팜 민 찐 베트남 총리, 응우옌 쑤언 탕 호치민정치아카데미 원장, 찐 반 썬 베트남 총리실 주임장관, 휭 타잉 닷 베트남 과학기술부 장관, 오영주 주베트남 한국대사 등이 참석했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과 미국·영국·인도 등 삼성전자의 주요 글로벌 R&D센터 임직원들은 베트남 R&D센터 준공을 축하하는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삼성은 현재 글로벌 생산 거점의 역할을 하고 있는 베트남을 종합 연구개발까지 수행하는 글로벌 전략 거점으로 육성해 나갈 방침이다. 삼성은 모바일 기기용 소프트웨어의 핵심 기술인 ▶멀티미디어 정보 처리 ▶무선 통신보안 분야 등에 특화해 베트남 R&D센터의 전문성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R&D 센터 준공식을 전후로 하노이 인근 삼성 사업장을 찾아 스마트폰 및 디스플레이 생산 공장을 살펴보고 사업 현황 및 중장기 경영 전략을 점검한 후,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 베트남서 다양한 CSR 활동 펼쳐 삼성은 1989년 하노이에 삼성물산 무역사무소를 설치하면서 처음 베트남에 진출했으며, 1995년 호치민에 삼성전자 법인을 설립해 TV 생산과 판매를 시작했다. 현재는 호치민, 박닌, 타이응웬 등에서 ▶스마트폰·모바일 기기 ▶네트워크 장비 ▶TV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은 베트남에서 ▶청소년들의 방과 후 교육을 돕는 삼성희망학교 ▶현지 기업 대상 스마트공장 지원사업 ▶국제기능올림픽 국가대표 훈련 지원 등 다양한 CSR 활동도 펼치고 있다. 삼성은 베트남 내 외국계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매년 두 차례 신입사원 공채를 실시하고 있으며 베트남 청년들에게 S/W 및 취업 스킬 교육을 제공하는 '삼성 이노베이션 캠퍼스'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삼성은 베트남 주요 대학들과의 산학 협력 프로그램인 '삼성 탤런트 프로그램(Samsung Talent Program)'을 통해 베트남 IT 인재 양성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건엄 기자 Leeku@edaily.co.kr

2022.12.23 11:01

3분 소요
삼성 불확실성 확대 속 ‘이재용 네트워크’ 강화 기대감↑

산업 일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글로벌 현장 경영에 다시 시동을 걸면서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반도체 업황 악화 등 삼성전자의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이재용 네트워크’가 큰 역할을 해낼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오는 23일 열리는 베트남 연구개발(R&D)센터 준공식 참석을 위해 이날 오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출국했다. 이번 출장에는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과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이 동행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이번 출장을 통해 베트남 정·관계 인사들과 만나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개소식 전후로 이 회장과 응우예 쑤언 푹 국가주석과의 회동 여부에도 관심이 높다. 앞서 이 회장은 2018년과 2020년 베트남 방문 시에도 당시 총리였던 푹 주석과 면담하고 베트남에 대한 중장기 투자와 현지 업체들과의 협력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바 있다. ━ 회장 취임 후 ‘광폭행보’ 이 회장은 지난 10월 말 회장 취임 이후 글로벌 인사들을 잇따라 회동하며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사법리스크로 5년 이상 발이 묶였던 이전과는 확실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반도체와 배터리 등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 사업 향방에 총수의 결정이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실제 이 회장은 7일 오전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올리버 칩세 BMW 회장과 회동했다. 이 회장은 최윤호 삼성SDI사장과 함께 BMW 플래그십 전기차인 ‘뉴 i7’을 함께 살펴보고 BMW 경영진들과 배터리 협력 방안을 함께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 i7에는 삼성SDI의 최첨단 배터리셀 ‘P5’가 탑재됐다. P5 배터리는 전기차 주행거리 극대화를 위해 삼성SDI의 최첨단 소재 기술이 대거 반영됐다. 이 회장은 칩세 회장에게 “삼성전자가 BMW와 함께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양사 간 협력을 강화해 나가자”고 밝혔다. 칩세 BMW그룹 CEO도 “삼성 경영진이 우리의 최신 기술력을 집약한 BMW i7과 함께하는 것은 상징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또 이 회장은 지난달 17일 열린 한국-네덜란드 반도체 기업인 차담회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초격차’ 전략의 핵심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업체 ASML의 피터 베닝크 CEO와 회동해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반도체 시장의 불황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회장과 피터 베닝크 CEO의 회동이 갖는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등 양국 정상이 한국과 네덜란드의 반도체 협력 관계를 동맹 수준으로 격상하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았다. EUV 노광 기술은 극자외선 광원을 사용해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기술로 기존 대비 세밀한 회로 구현이 가능해 향후 타이완 TSMC와의 5나노미터(nm,1nm는10억분의1m) 이하 초미세공정 경쟁을 위한 전략적 장비로 손꼽힌다. ━ 불확실성 해소 기대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 행보가 삼성의 불확실성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의 글로벌 인맥이 삼성의 주요 사업 경쟁력 강화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이다. 이 회장은 반도체와 전장 등 삼성의 먹거리 경쟁력 제고를 위해 동분서주하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는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에서 대만 TSMC와의 경쟁이 격화되자 세계에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독점 생산하고 있는 네덜란드의 ASML을 찾아 직접 협의에 나선 바 있다. 이 회장은 지난 6월 14일 네덜란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EUV 노광장비 도입 계약을 마무리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0년 버라이즌과의 7조9000억원 규모 5G 장기계약과 2021년 NTT 도코모와의 통신 장비 계약이 성사될 수 있었던 것도 이 회장의 역할이 컸다는 후문이다. 또 인도 최대 통신사인 릴라이언스 지오가 전국 LTE망에 삼성 기지국을 사용하고 있는 것도 이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크게 작용했다. 실제 이 회장은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그룹 회장 자녀들의 결혼식에 국내 기업인 중 유일하게 초청받아 인도를 방문해 친분을 쌓았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로 그 동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기 때문에 이를 만회할 필요가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최근의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 행보는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회장은 삼성 총수로서 전체를 아우르는 행보가 있어야 된다”며 “칩4동맹과 IRA 등 불확실성 극복을 위해선 M&A를 비롯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이는 글로벌 현장경영을 통한 정확한 판단이 밑바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건엄 기자 Leeku@edaily.co.kr

2022.12.21 16:09

4분 소요
현정은 회장이 타워 앞에‘목백일홍’ 심은 뜻은?

산업 일반

현대엘리베이터가 세계 최고 높이의 초고속 엘리베이터 테스트 타워를 완공했다. 이름하여 현대 아산(峨山)타워. 왕회장(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아호를 따 지었다. 왕회장의 도전정신을 받들겠다는 포부다. 이 타워 1층엔 고 정몽헌 회장의 이름을 딴 ‘정몽헌 R&D센터’도 있다. 아버지(정주영)의 기상을 아들(정몽헌)이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에 새로운 ‘명물’이 들어섰다. 이천IC를 통과하면 금세 이 명물의 웅장한 자태가 드러난다. 이름하여 현대 아산타워. 현대엘리베이터가 1년2개월 만에 준공한 초고속 엘리베이터 테스트 타워다. 높이는 205.2m로 63빌딩(249m), 서울N타워(236.7m)와 엇비슷하다. 전 세계 엘리베이터 테스트 타워 가운데 단연 으뜸이다. 일본 미쓰비시와 독일 티센크루프 테스트 타워는 각각 173m, 157m다.속도도 뛰어나다. 이 테스트 타워엔 분속 600m급 초고속 엘리베이터 2대가 설치됐다. 국내 최고 속도인 여의도 63빌딩 엘리베이터(분속 540m)보다 빠르다. 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파트 65층 높이까지 올라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30초도 채 걸리지 않을 정도다.63빌딩 크기의 테스트 타워 우뚝‘전망용’으론 세계 최고 속도인 분속 420m급 엘리베이터도 설치했다. 9월엔 1분에 1080m를 오를 수 있는 초고속 엘리베이터가 추가 설치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엘리베이터(대만 101빌딩)의 분속이 1010m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속도다.기술력 또한 월등하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원천 기술을 총동원해 만든 이 테스트 타워의 모터 시스템은 크기가 기존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신소재를 활용한 비상정지 등 안전장치는 한국산업기술원의 EK마크(전기용품안전인증)도 획득했다. 현존하는 모터 시스템 중 가장 작고 최신형이라는 얘기다.석기홍 전무는 “현대 아산타워엔 현대엘리베이터의 모든 기술이 집결돼 있다”며 “세계의 어떤 테스트 타워와 비교해도 기술력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현대엘리베이터는 ‘초고속’ 엘리베이터 분야에서 자웅을 겨루고 있는 일본 미쓰비시·히타치, 미국의 오티스, 유럽의 쉰들러·코네·티센크루프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100층 이상의 초고층 빌딩이 속속 들어서면서 초고속 엘리베이터는 승강기 업계의 ‘블루 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송진철 현대엘리베이터 사장은 “최근 세계적 기업의 경쟁이 치열한 초고속 엘리베이터의 개발과 실험을 위해서는 200m급 실험동이 꼭 필요했다”며 “이 시설을 기반으로 세계 초고속 엘리베이터 시장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 사장은 또 “매출의 20% 수준인 수출 비중을 향후 40∼50%로 늘리고, 해외 유력 업체와 전략적 제휴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아산타워 준공을 발판으로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의 ‘맹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가 읽힌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이 타워의 명칭을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아호를 따 ‘아산타워’라고 지은 이유도 엿보인다. 아산타워 발판으로 글로벌 기업과 경쟁 실제 현대엘리베이터는 정 명예회장의 도전정신이 없었다면 설립이 불가능했다. 1984년 정 명예회장은 “건설기술의 발달로 엘리베이터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승강기 회사 설립을 추진했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은 손사래를 치며 만류했다. 동양엘리베이터(1966년 설립·티센크루프), 금성사(1968년 설립· 오티스)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명예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강한 의지만 있으면 후발주자도 능히 성공할 수 있다”며 승강기 회사 설립을 줄기차게 밀어붙였고, 이는 족집게처럼 맞아떨어졌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시장점유율(4월 현재)은 36%로, 국내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국내 승강기 메이저 업체 중 유일하게 국내 회사다. 아산타워엔 고 정몽헌 회장의 ‘혼’도 담겨 있다. 타워 1층에 새로 들어선 기술연구센터를 ‘정몽헌 R&D센터’로 명명한 것이다. 엘리베이터의 종합적인 성능을 시험할 수 있는 ‘정몽헌 R&D센터’는 총 면적 1160㎡(약 352평) 규모로 전시관과 부하실험실·소음진동실험실 등 기술관으로 구성돼 있다. 이 회사 이매희 차장은 “정몽헌 회장은 생전 수차례 이천공장을 방문해 ‘완벽한 시공능력과 품질경쟁력은 일류회사가 되기 위한 필수조건’이라며 기술과 품질을 각별히 강조했다”며 “이런 정몽헌 회장의 기술입국·기술현대 정신을 기리는 차원에서 1층을 정몽헌 R&D센터로 꾸몄다”고 말했다. 아산타워엔 이를테면 아버지(정주영)의 꺾이지 않는 도전정신과 아들(정몽헌)의 기술정신이 담겨 있는 셈이다. 시아버지와 남편의 이름을 따서 만든 아산타워 준공식에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기술 입국 정신으로 혼신의 노력을 다했던 두 분 선대 회장의 뜻이 이 타워를 통해 계속 이어지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아산타워 준공 기념으로 ‘목백일홍(배롱나무)’을 심었다. 이 나무엔 많은 꽃이 핀다. 그래서 늘 환하다고 한다. 수없이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리를 피우기 때문이다(도종환 시인의 목백일홍 중). 사선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성장’이라는 꽃을 피워온 현대엘리베이터와 너무도 닮았다. 아직은 앙상한 가지뿐인 이 나무에 화려한 꽃이 만발하는 날, 현대엘리베이터는 쟁쟁한 글로벌 기업과 건곤일척의 한판 승부를 펼치고 있을지 모른다. 바로 이것이 정주영 명예회장, 정몽헌 회장 그리고 그들의 뜻을 받들고 있는 현정은 회장이 바라는 게 아닐까? 독자적 원천기술로 세계 최고의 아산타워 준공 현대엘리베이터는 어떤 회사? 현대엘리베이터는 승강기 부문(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무빙워크)을 시작으로 주차설비·물류자동화 시스템, 승강장 스크린도어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21년 연속 무분규 사업장을 달성한 이 회사는 흑자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시장점유율은 36%로, 외국계 승강기 업체인 오티스(26%)와 티센크루프동양엘리베이터(13.8%)를 훌쩍 따돌리고 1위를 질주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 아산타워 준공을 발판으로 매출 8000억원 목표(2009년)를 달성하고, 수출 비중도 두 배 이상 높일 계획이다. 이 회사 송진철 사장은 “그동안 견실한 성장을 해왔음에도 기술력에 대한 의문이 많았다”며 “우리의 독자적 원천기술로 준공한 아산타워를 밑거름 삼아, 세계 시장을 능히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09.04.20 14:16

4분 소요
Think New LG! ‘글로벌 LG’로 잰걸음

산업 일반

GS ·LS그룹의 분가 후 LG그룹이 달라졌다.‘1등 LG’를 모토로 내걸고 온건하거나 점잖다는 평가를 받아오던 조직문화를 강하고 역동적인 이미지로 바꿔가고 있다. 여기에 전자와 화학을 중심으로 연구 ·개발(R&D), 인재, 디자인, 마케팅 등이 어우러진 브랜드 가치 제고에도 힘을 쏟고 있다. 5월 9일 오후 중국 베이징(北京) 왕징(望京)의 따중띠엔지(大中電器). 베이징을 포함한 중국 북부 지역에서 규모가 가장 큰 전자 상가로 꼽히는 곳이다. 각층이 300여 평이 넘는 6층짜리 건물에 유명 글로벌 가전 브랜드가 거의 다 들어 있다. 이곳의 1층에서 꼭대기까지 올라가다 보면 LG전자 간판이 눈에 가장 많이 띈다. 1층 정문 바로 옆에 있는 휴대전화 매장부터 각층의 에스컬레이터 부근 노른자위 자리를 LG가 꿰차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의 냉장고 영업 담당인 황차오(黃超)씨는 “올해 노동절 연휴 기간 동안 매출이 지난해보다 20% 가까이 늘었다”며 “특히 양문형 등 프리미엄급 제품의 수요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날 LG전자의 냉장고를 구입한 린챠우훙(林巧紅)씨는 “꼭 LG 냉장고를 사려고 온 건 아니지만 디자인이 가장 좋아보여 결정했다”며 웃었다.1주일에 130대 정도 파는 LG전자의 에어컨 매장에서도 고가의 프리미엄급 제품이 인기다. 에어컨 판매를 담당하는 리우홍웨이(劉紅僞)씨는 “기술도 기술이지만 요즘은 LG의 브랜드 이미지가 급속히 좋아지면서 LG 제품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5층에서 LG전자의 TV를 팔고 있는 차이남(蔡楠)씨도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과 액정표시장치(LCD) 분야에서 LG는 샤프나 파나소닉 등과 더불어 세계 최고”라며 “하이얼(海爾) 같은 중국 로컬 브랜드는 경쟁상대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LG 브랜드는 올해로 출범 10년을 맞았다. 이는 구본무 회장 체제 10년과 맞닿아 있다. 구 회장은 89년부터 그룹 부회장으로 경영에 깊숙이 간여하며 그룹의 기업 이미지 통합(CI) 변경을 주도했다. 1994년과 2005년(목표치 기준)을 비교하면 그룹은 몰라보게 커졌다. 매출이 30조원에서 94조원으로, 수출액이 148억 달러에서 392억 달러로, 해외 현지 법인 수가 90개에서 150개로 늘었다. GS와 LS그룹이 떨어져 나갔지만 글로벌 LG에 걸맞은 변화를 이뤄낸 셈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자기가 하는 일이 10년째가 되면 그 일을 다시 돌아보고 더 잘할 수 있는 길을 찾는 예가 많다. 구 회장도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다. 브랜드 출범 10년이 지나자 그는 ‘새로운 선택’을 하고 있다. 게다가 GS칼텍스갟S전선 등 알토란 같은 회사들을 GS ·LS그룹으로 떼주면서 재계 순위(공기업 제외)가 3위로 밀린 마당이라 ‘또 다른 선택’이 불가피해졌다. 정유 ·홈쇼핑 등 현금을 많이 벌어들이던 사업부문이 분리돼 분위기를 다잡을 필요가 있다. 구 회장의 선택은 다른 회사를 인수해 외형만 키우는 방법은 아닌 듯싶다. 그는 기존 회사의 경쟁력을 더욱 높이는 방법으로 ‘세계시장의 강자’가 되는 길을 택한 것 같다. 그런 결과가 그룹이 올해 초부터 부쩍 강조하고 있는 ‘글로벌 LG’, ‘1등 LG’라는 새로운 그룹의 비전이다. 특히 그룹의 두 날개이자 성장축인 전자와 화학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지 않으면 그룹의 미래가 어둡다는 판단이다. LG는 올해 ‘Think New LG!’라는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을 내걸었다. 95년 1월 1일 럭키금성그룹에서 LG그룹으로 거듭날 당시 ‘21세기 세계 초우량 기업’이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면, 지금은 인화(人和)를 중시하며 온건하고 점잖다는 평가를 받아오던 LG의 조직문화를 강하고 역동적인 이미지로 바꾸겠다는 전략의 하나다. LG는 96년까지 당시 53개 계열사의 이름을 LG로 통일하는 작업을 벌이는 한편 탤런트 김희애와 김혜수를 모델로 ‘사랑해요 LG’라는 광고를 만들어 새 명칭과 로고를 대대적으로 알렸다. 더불어 경영권 승계도 이뤄졌다. 95년 2월 22일 구자경 LG그룹 회장은 사장단 회의에서 퇴진 선언을 하면서 구본무 당시 부회장이 새 회장에 올랐다. 물론 LG그룹의 최근 변화추구의 중심에는 구 회장이 있다. 그는 ‘버스경영’, ‘인재 경영’ 등을 내세우며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의 이런 행보는 브랜드경영, 연구 ·개발(R&D) 등 그룹 내 전 부문에 큰 파급효과를 몰고 오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 5월 12일과 13일 ‘버스경영’에 나섰다. 전자와 화학 중심의 주력?승부사업 현장의 혁신 성과를 직접 확인하고, 성공 체험을 다른 계열사에 접목시켜 ‘1등 LG’달성을 앞당기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주)LG 관계자는 “지난해 15번 국내외 사업 현장을 방문했던 구 회장이 올해 들어 벌써 9번째 현장을 점검했다”며 “중요 사업을 직접 챙기는 모습은 궁극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1등 제품을 많이 내놔 글로벌 LG로 자리매김하려는 노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LG는 R&D ·디자인 ·인재 확보와 육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06년 휴대전화 단말기 글로벌 톱3이 목표인 LG전자는 국내외에서 잇달아 R&D센터를 열고 있다. 지난 2월 24일 서울 가산동 LG전자 통합 단말기 연구소 준공식 현장에는 구본무 회장 등 그룹 경영진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 연구소는 특히 서울 CDMA, 평촌 GSM, 안양 WCDMA 연구소를 통합한 곳으로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현대증권의 권성률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각 분야 연구소와 공장이 따로 떨어져 있어 기술 호환이나 부품 공유가 되지 않는 등 모양새가 이상했지만 연구소는 가산동으로, 공장은 평택으로 통합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LG전자는 또한 지난해에 북미 ·중국 ·인도 ·러시아 ·프랑스 ·브라질 등 6개의 세계 주요 전략지역에 휴대전화 R&D센터를 세웠다. 특히 이동단말 기술과 제품의 경쟁력을 배가하기 위해 휴대전화 R&D 인력을 올해 5,000명에서 2007년에는 8,000명으로 대폭 늘리고, 국내에 제2의 단말기연구소 건립도 계획하고 있다. LG전자 정보통신사업본부 박문화 사장은 “지역별로 생산기지를 확대한 데 이어 R&D거점도 확보해 이동단말 사업의 현지 완결형 체제를 구축했다”고 강조했다. LG화학은 올해부터 2009년까지 R&D 부문에 2조원을 투입해 폴리염화비닐(PVC)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 ·인조대리석 ·표면자재 ·2차전지 ·편광판 등 6개 품목을 글로벌 1등 사업으로 키울 계획이다. 대전 운지동에 있는 기술연구원은 이런 밑그림을 현실화하는 심장부다. 5월 6일 오후 기술연구원 1층. LG그룹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전시관이 있다. 젖소에게 놓는 산유 촉진제, 인조대리석, LCD에 들어가는 편광판,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들어가는 2차 전지까지 글로벌 LG가 꿈꾸는 갖가지 승부 사업이 펼쳐져 있다. 기술연구원의 권영운 전략기획팀장은 “연구원 1,300여 명이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만 100여 개가 넘는다”고 말한다. 이미 세워진 4개 동에 이어 2010년까지 4개 동이 더 들어설 예정인 이곳은 나노센터와 배터리연구소 등 첨단 시설이 갖춰져 있어 정책 입안자들의 단골 견학 코스로도 유명하다. 5월 13일에는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차세대 전지와 바이오 신약 등의 개발 현황을 둘러봤다. 디자인 경영도 LG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1등 LG를 앞당기려는 노력의 하나다. LG전자는 2007년 글로벌 1등 디자인을 창출하겠다는 목표로 힘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 뉴저지 ·일본 도쿄(東京)중국 ·베이징 ·인도 뉴델리에 이어 2002년 이탈리아 밀라노에 디자인연구소를 설립하고 국내 디자인경영센터와 연계해 세계의 디자인 흐름을 반영한 ‘월드 와이드’형 디자인을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또 올해 말까지 해외 인력을 중심으로 현재 300명 수준인 디자인 인력을 2배로 늘릴 계획이다. 숫자로 본 글로벌 LG 73%지난해 LG의 해외 매출 비중. LG의 지난해 매출액 82조원 가운데 수출과 해외법인 등 해외에서 올린 매출은 60조원에 이르렀다. 2003년 72%였으며 올해에는 75%에 이를 전망이다. 150LG의 해외 현지법인 수. 글로벌 경영에 힘입어 2003년 말 141개에서 지난해 말 150개로 늘어났다. LG전자 76개, LG화학 21개, LG필립스LCD와 LG상사가 각각 7개 등으로 세계 120여 개 국에서 현지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17 LG의 세계 1등 제품 수. WCDMA휴대전화 ·대형 LDC패널 ·에어컨 ·광스토리지 ·DVD플레이어 ·CDMA WLL단말기 ·일반형 청소기 ·홈시어터 ·광디스크드라이브모터 ·튜너 ·섀도마스크 ·고광택(광고재) ·온돌파이프용 HDPE ·ASA(초내후성) 수지 등이다. 58년 국내 가전업체 최초로 산업 디자이너를 고용했고, 83년에는 민간 최초의 디자인연구소를 세운 LG전자는 이미 제품 개발 과정을 기능에서 디자인 위주로 전환해 ‘디자인 선(先)제안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활동의 수혜를 입은 대표적 제품이 5년 연속 세계 판매 1위를 지키고 있는 ‘휘센’에어컨이다. 이런 노력 등에 올해 들어 상복도 터졌다.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2005 CES’에서 42인치 LCD-TV ·초슬림형 DVD 리코더 등 17개 제품이 올해의 혁심제품상(Innovation Awards)에 선정됐다. 세계적 디자인기관인 독일 디자인센터로부터는 9개 제품이 ‘2005 레드닷 디자인상(Reddot Design Award)’을 수상했다. 권성률 애널리스트는 “LG의 프리미엄급 가전은 디자인과 기술 면에서 월풀 ·일렉트로눅스 못지 않은 세계적 수준이나 제품 품질에 비하면 인지도가 낮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휴대전화 부문에서는 삼성과 노키아에 비해 브랜드 파워와 디자인이 다소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LG는 승부사업과 미래 핵심사업에서 1등 LG를 달성하기 위해 핵심인재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따지고 보면 기술 개발이나 브랜드 이미지 개선 등은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구본무 회장은 CEO와 임원이 맨투맨으로 인재 확보에 발벗고 나서라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CEO 주도로 임원별 ‘인재 확보겴갸?책임제’를 실시하고 있다. LG필립스LCD는 임원 평가에서 ‘인재경영지수’를 50% 반영하고 있고 LG전자와 LG화학도 인재 확보와 육성 실적을 10% 이상 평가하기로 했다.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은 올해 초 인재경영 ·글로벌 경영 ·기술경영 등 3대 경영방침을 밝히면서 사장단 해외 출장 때 ▶매장을 둘러보고 올 것 ▶현지 채용인을 면담할 것 ▶핵심인재를 만나고 올 것 등 ‘사장단 해외 출장 미션’을 강조했다. LG화학에서는 핵심인재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연봉의 100% 수준까지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이례적으로 성과가 아닌 ‘인재 유지’를 위해 이 같은 거액을 지급하는 것이다. 구 회장이 강조하는 ‘1등 LG’는 1등이 아니면 탄탄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회사로 살아남기 힘들다는 현실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LG는 현재 전자 ·화학 분야 등에서 17개의 세계 1등 품목이 있다. 이를 통해 올리는 수익은 짭짤하다. 하지만 이에 더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브랜드 컨설팅업계 관계자는 “GE는 혁신, 삼성은 디지털 컨버전스 등 명확한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LG는 그렇지 않다”며 “여전히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만들고 광고 열심히 하면 되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굿모닝신한증권의 황상연 애널리스트도 “그냥 ‘1등 LG’만 외칠 게 아니라 지주회사 체제의 브랜드 관리가 이래서 다르구나 라는 청사진을 빨리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뒤 사업 자회사로부터 매출의 0.2%를 브랜드 로열티로 받는 LG로선 브랜드가 중요한 자산이다. 특히 예전의 그룹 체제와 달리 지주회사 체제에서는 사업 자회사별 이해 관계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그룹 전체 이미지에도 타격이 된다. (주)LG 브랜드관리팀 관계자는 “지주사가 브랜드로 사업 자회사를 묶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그룹 체제 때의 브랜드 관리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LG 브랜드 10년 LG 브랜드는 올해로 출범 10년을 맞았다. 1995년 1월 1일 럭키금성그룹에서 LG그룹으로 거듭났다. LG 브랜드 10년은 구본무 회장 체제 10년과 맞닿아 있다. 구 회장은 89년부터 그룹 부회장으로 경영에 깊숙이 간여하며 그룹의 CI 변경을 주도했고 95년 2월 회장에 올랐다. 1994년 말 당시 LG는 ‘21세기 세계 초우량 기업’이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인화(人和)를 중시하며 온건하고 점잖은 조직문화를 이어받았다. 계열사 수는 50개였고 매출액은 30조원, 수출액 148억 달러에 해외 현지법인 수는 90개였다. 2005년 초 LG는 올해 ‘Think New LG!’라는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을 내걸었다. LG의 조직문화를 강하고 역동적인 이미지로 바꾸겠다는 전략의 하나다. 럭키금성그룹 시절과 비교하면 GS와 LS그룹이 떨어져 나갔지만 매출은 94조원으로, 수출액이 392억 달러로, 해외 현지 법인 수가 150개로 늘 전망이다. LG의 휴대전화 판매가 급증하면서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디지털 리더감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LG=가전’이란 이미지가 강하다. 이를 잘 살리는 것이 브랜드 이미지 제고의 한 가지 방법이 된다. 특히 LG가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에서는 효과가 더 클 전망이다. 손진방 LG전자 중국 지주회사 사장은 “중국 로컬 업체의 기술이 갈수록 향상되는 반면 가격경쟁력 확보는 어려워지고 있어 프리미엄급 제품으로 승부를 겨루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93년 중국에 첫발을 디딘 뒤 10여 년이 LG라는 브랜드를 알린 기간이라면 지금부터는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높여 프리미엄 가전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수익을 거두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직 그 성과가 만족할 만하지는 않다. 더구나 전체 매출에서 프리미엄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글로벌 시장의 활약상과 비교하면 다소 떨어진다. 지난해 LG그룹의 전체 매출액 82조원 가운데 73%인 60조원을 수출(41조원)과 해외법인 매출(19조원)로 올렸다. 수출과 해외 매출 비중은 2002년 67%에서 2003년 72%, 2004년은 73%로 해마다 커지고 있다. 올해는 94조원 가운데 75%인 70조5,000억원이 목표로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위상을 굳힌다는 야심이다. 특히 LG전자의 경우 지난해 35조3,000억원의 매출 가운데 86%인 30조2,000억원이 해외 매출분이다. LG화학은 올해는 매출 9조원 가운데 50%가 넘는 4조6,000억원을 해외에서 올린다는 목표다. 그러나 프리미엄 제품의 매출 비중은 이보다 작다. LG전자의 경우 지난해에 국내 시장에서 65%, 해외에서 40% 정도였다. LG화학은 지난해에 22%에 그쳤다. LG화학의 경우 2008년까지 5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지만 LG로선 고민인 대목이다. ‘1등 LG’를 바탕으로 진정한 ‘글로벌 LG’로 거듭나려면 꼭 넘어야 할 산이다. 제품 현지화와 현지 마케팅도 브랜드 인지도와 글로벌 이미지를 제고하는 중요 전략이다. 지난 4월에 국내 전자업계 최초로 러시아 가전공장을 세운 LG전자는 문화마케팅으로 현지화를 추진하고 있다. 97년부터 러시아의 28개 주요 거점 도시를 순회하면서 ‘LG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모스크바 크렘린궁 부근 상징물 가운데 하나인 ‘발쇼이 카메니(거대한 돌) 다리’에 광고판을 설치한 것도 성공작이란 평가다. 모스크바 시민들에게 ‘카메니 다리’라는 원래 명칭보다 ‘LG브리지(bridge)’가 더 익숙할 정도다. 제품의 현지화에도 적극적이다. LG전자 중국지주회사의 이진세 과장은 “같은 아시아권이라도 환경에 따라 구매 특성도 다르다”며 “예컨대 전력 사정이 원활하지 않은 중국에서는 전력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에어컨이나 세탁기가 인기다”고 말했다. 지난해 선전(審)에 1,300여 가구의 아파트에 4,000만 위안이 넘는 대규모 종합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할 때도 비슷했다. LG전자의 박현 상무는 “중국은 지역별로 냉난방 문화나 주방구조 등이 달라 중국 풍토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며 “오랜 중국사업 경험에서 노하우를 쌓았기 때문에 자신 있었다”고 밝혔다. 인터브랜드의 박상훈 대표는 “글로벌 아웃소싱 덕에 누가 만들든 품질은 비슷하게 마련”이라며 “결국 누가 어디서 만들었느냐보다 어떤 브랜드인지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고 설명한다. ‘브랜드는 100년 장사’라는 말이 있다. LG의 현재 기술력과 제품력에 브랜드 파워까지 더한다면 ‘글로벌 LG’라는 구 회장의 선택은 머지않아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손진방 LG전자 중국법인장 “프리미엄 브랜드로 승부수” “하이얼 등 중국 로컬 가전업체의 기술력이 턱밑까지 올라온 만큼 프리미엄 시장을 선도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21개 LG전자 중국 현지법인의 수장인 손진방(57) 사장은 ‘지금이 위기’라고 강조한다.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중국 시장에서 더 이상 살아남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 달에도 몇 개의 글로벌 회사가 드나드는 과정에서 가격 덤핑으로 최후의 발악을 하는 기업이 많다는 것. 손 사장은 “중국 시장에 진출한 지난 10여 년 동안 투자 금액 대비 브랜드 이미지가 높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지만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려면 아직 멀었다”고 밝혔다. 그는 해결할 방법으로 ‘스피드 경영’을 꼽았다. 그는 “프리미엄 제품 출시의 주기를 줄이고, 백색 가전 중심인 주력 제품을 첨단 IT 품목으로 빠르게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디지털 TV ·양문형 냉장고 ·고급 카메라폰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비중을 전체 중국 매출의 50% 이상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1993년 중국에 진출한 LG전자는 지난해 후이저우(惠州)시에서 가장 큰 수출 기업 등의 영예를 안으며 10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후이저우시에는 ‘LG다다오(大道)’가, 난징(南京)시에는 ‘LG루(路)’가 생길 정도로 현지화에 성공했다는 평이다. 이 성공을 이끈 주인공이 ‘중국통’을 얘기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손 사장이다. 95년 톈진(天津) 법인장으로 부임한 뒤 해마다 40%의 고속 성장을 이끈 그는 2001년에는 중국의 산업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중국 정부로부터 한국 기업인 최초로 ‘중국 영주거류증’을 받기도 했다. 또 지난 3월에는 화교권 50여 개 국에 방송되는 홍콩 봉황TV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적 사고를 가진 혁신가’로 소개됐다. 손 사장은 중국 진출의 성공 요인으로 무엇보다 ‘적극적인 영업과 발 빠른 현지화’를 꼽았다. LG는 중국 진출 초기부터 지역 밀착 영업전략으로 시장을 선점했다. 대부분 글로벌 기업이 영업본부 정도만 만들고 현지 기업의 유통망을 활용했지만, LG는 중국 전역에 9개의 영업 거점과 63개 영업 조직을 세웠다. 쓰러져 가던 국영 냉장고 공장을 중국 최고의 가전 공장으로 탈바꿈시킨 것도 현지화 덕분이었다. 그는 “중국은 지역별로 성격이 판이해 기획부터 생산 ·판매까지 모두 현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손 사장의 목표는 중국을 LG전자가 글로벌 톱3으로 가는 전초기지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프리미엄 제품의 부품도 중국 현지에서 조달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150억 달러다. 김종팔 LG화학 중국지역본부장 “화학 매출 절반은 중국에서” “2008년까지 45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겠습니다.” LG화학 중국투자유한공사의 김종팔(51) 본부장의 목표다. 올해 LG화학의 전체 매출 목표치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 LG화학이 중국에서 올린 매출은 24억 달러로 전체 매출의 30%에 이른다. 10개의 중국 생산법인과 3개의 판매법인을 지휘하고 있는 그는 “주력 제품인 PVC와 ABS 역시 2008년까지 각각 연간 생산량을 100만t과 70만t으로 늘려 중국 내 최대 석유화학업체로 도약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를 위해 기획부터 원료 생산과 제품 개발까지 모두 중국 현지에서 수직 계열화할 계획이다. 또 창호 ·2차전지 ·편광판등은 지속적인 연구 ·개발(R&D)을 통해 중국 로컬 업체들을 따돌린다는 전략이다. 이미 지난해 12월 톈진에 산업재 테크센터를 세웠고, R&D센터도 만들 예정이다.

2005.06.08 11:49

13분 소요
지역별 전략 차별화로 승부

산업 일반

‘월드카’를 꿈꾸는 현대자동차가 해외에서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시장이 현대차의 질주를 그냥 놔두지는 않고 있다. 현대차가 브레이크를 풀고 가속페달을 밟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3~4년 전 만해도 미국에서 현대차는 ‘싸구려’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이 개선된 것 같다. 미국의 자동차 소비자의 만족도를 조사하는 품질평가기관 JD 파워(J. D. Power)가 지난 10월 실시한 상품성 만족도 조사(Appeal Study)에서 현대차의 EF쏘나타와 싼타페가 승용 ·승합차 부문에서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같은 조사의 회사별 순위에서도 현대차는 포드 ·다임크라이슬러 ·GM 등 이른바 미국 ‘빅3’를 제치고 15개사 중 7위에 랭크됐다. 브랜드별 평가 역시 지난해 28위에서 21위로 뛰었다. 로버트 코스마이(Robert Cosmai) 현대모터아메리카(HMA) 사장은 “이제 미국에서 현대차의 위상은 다른 어떤 차량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점을 입증한 것”이라며 “이것은 세계 자동차 5위 진입의 청신호”라고 말한다. ‘미국에서 인정받는 차는 세계 어디서도 인정받는다’는 세계 자동차 업계의 법칙대로라면, 현대차는 소원대로 2010년 안에 세계 자동차 메이커 ‘톱5’에 들어갈지도 모른다. 실제로 현대차는 최근 수년간 미국뿐 아니라 유럽 ·인도 ·중국 등지에서도 적잖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계속되는 국내 경기 침체에도 올해 1~3분기 경영실적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도 바로 수출(9조6,661억원) 증가 때문이다. 3분기 중 국내에선 전년 동기 대비 19.2% 줄어든 48만4,615대를 파는 데 그쳤지만 수출 물량은 69만266대로 6.8% 늘었다. 이런 외형적 성장 속도만 보면 현대차의 ‘월드카’ 꿈이 실현될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그러나 현대차가 진출한 해외 시장 곳곳에는 적잖은 ‘과속 방지턱’들이 도사리고 있다. 그래서 가끔 급브레이크를 밟기도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현대차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미 부분적이긴 하지만, 전략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미국 미 ·일 메이커의 드센 가격 공세미국은 현대차 수출물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큰 시장이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 진입을 위해 처음부터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어야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지금도 강행하는 ‘10년 ·10만 마일’ 보증은 당장 실적을 올려줄 수는 있지만 품질이 받쳐주지 못할 경우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빅3의 견제도 만만찮다. 이들은 홈그라운드를 잠식해오는 현대차에 맞서 최근 공격적인 판매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현대차의 파격적인 보증 프로그램에 대응해 ‘안전하고, 오래 탈 수 있는 전통있는 차’임을 강조하며 공격적인 홍보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요즘 현대차엔 도요타 등 일본 메이커들이 더 두려운 존재다. 그 동안 가격경쟁력으로 판매를 늘려왔지만, 일본업체들이 가격을 대폭 낮추며 ‘품질 대비 가격경쟁력’에서 미국차들을 훨씬 앞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요즘 현지 기자들을 대상으로 시승 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하면서 홍보마케팅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곱지 않은 미 언론들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취지에서다. 최대 30%까지 할인정책을 펴고 있는 일본업체들에 대응하기 위해 현대차도 현재의 할부판매 금리를 낮춰 일본업체들 수준에 맞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기에 ‘딜러캐시제도’까지 도입하겠다고 나섰다. 이 제도는 월 15~30대 이상 파는 딜러들에게 대당 300달러나 차 값을 할인해주는 방식이다. 현대차 미국법인 관계자는 “기준판매대수는 내리고 가격인하 폭은 더 넓게 적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시장 점유율은 현대차의 전체 수출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다.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 미국 빅3와 일본업체들에 맞서 현대차가 지난해 미국 시장 점유율 4%를 올해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대차는 2005년 완공되는 앨라배마 공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를 통해 가격경쟁력과 품질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코스마이 사장은 “이곳에서 완벽한 테스트까지 마쳐 품질경쟁력을 확보하고, 물류·임금등 비용을 절감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중국 딜러망 확충, 인지도 제고 급선무지난해 말 현대차가 베이징기차와 합자 ·설립한 베이징현대기차에서 쏘나타가 첫선을 보인 이래 올 상반기에만 2만1,000대를 판매해 중국 자동차 판매량의 2.6%를 차지하는 급신장을 보였다. 현대차 베이징법인장인 노재만 전무는 “경쟁 차종인 혼다(本田)의 어코드와 폴크스바겐의 파사트는 클래식한 디자인인 반면, 현대의 EF쏘나타는 부드러운 곡선 위주여서 구매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의 중국 비즈니스엔 몇 가지 난제가 있다. 현재 중국에서 현대차가 진출한 곳은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 두 곳뿐이다. 이곳에서조차 현대차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딜러망을 갖추지 못했다. 칭다오(靑島)에 사는 한 중국인 사업가는 “쏘나타를 사기 위해 베이징에 오는 데만 하루가 넘게 걸렸다”며, “다시 직접 운전을 해서 돌아가야 한다니 현대차는 중국에서 가장 타기 힘든 차 같다”고 불평했다는 얘기도 있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따른 관세인하 조치가 수입자동차 가격을 계속 떨어뜨리는 것도 후발주자인 현대차엔 반가운 일이 아니다. 선발 업체들이 신제품을 쏟아내며 경쟁이 치열해지는데다 중국산 차의 가격경쟁력을 뚫는 것도 쉽지 않다. 여기에 중국정부가 나서 자국 업체들의 구조조정과 대형화를 추진하는 등 중국의 견제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가 시장점유율을 계속 높이려면 무엇보다 딜러망 확장과 인지도 제고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현대차는 우선 대(對)중국 주력모델인 쏘나타 판매확장을 위해 대리점 마진을 경쟁사보다 대폭 인상해 단기간에 딜러망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쪽으로 판매전략의 가닥을 잡고, 쏘나타에 ‘고급차’ 이미지를 불어넣기 위해 미국에서와는 달리 할인정책은 자제한다는 전략이다. 아직까지 쏘나타는 먼저 중국에 진입한 타사 차량에 비해 상대적 브랜드 이미지가 약하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현대차가 집중 공략하는 곳이 바로 택시 시장이다. 현재 중국 택시는 폴크스바겐이 장악하고 있다. 중국 현지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폴크스바겐 택시는 중국에서도 가장 값싼 차로 통한다. 베이징시의 지원 아래 2008년 베이징 올림픽까지 베이징시내 택시 6만7,000여 대 전량을 쏘나타로 교체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제품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쏘나타의 보증기간 ·주행거리도 최고 10년 ·10만 마일까지 상향조정해 고객 불만을 줄이고, 부품 공급 ·정비 시스템을 확충하기로 했다. 노 전무는 “딜러 확충 ·교육에도 박차를 가할 참이다. 전국 대리점 사장 ·판매관리자 대상으로 지속적인 현대차의 중국 내 장기계획에 대해 교육하고, 실습을 통한 제품 이해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쏘나타를 시작으로 2004년 아반떼XD 등 승용 전 차종에 걸쳐 중국 실정에 맞는 제품을 생산하고 향후 합자기업이 자체 개발한 승용차를 생산겿퓔탭?계획이다. 올해 5만 대 규모에서 2010년까지 50만 대 생산체제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유럽 환경기준 부합 차량 개발 시급현대차는 유럽에서도 바짝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차는 북미 지역에 편중된 수출구조를 벗어나기 위해 서유럽 판매목표를 지난해보다 20% 증가한 28만 대로 잡았다. 유럽 시장의 디젤 차량 판매증가 추이에 따라 디젤 모델을 전체 수출량의 40% 정도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러나 현대차는 유럽에선 시장논리보다 현지 환경정책에 밀릴 공산이 크다. 유럽 국가들이 들이대는 환경기준에 부합하는 차를 현대차가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현대차가 커먼레일 디젤엔진을 개발한 것은 유럽 수출 전략의 일환이었다. 유럽연합(EU)이 요구하는 CO2 협약 기준을 만족시키는 디젤엔진을 개발해야만 했다. 이를 지키려면 내년까지 유럽에 수출하는 차량의 CO2 배출량을 주행거리 1㎞당 165~170g으로, 2009년까지는 140g으로 낮춰야 한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그러기엔 너무 시간이 빠듯하다”고 우려한다. 현대차는 지난 9월 600억원을 투자해 현대 ·기아차 유럽 연구 ·개발(R&D)센터를 준공했다. 1만 평이 넘는 대지 위에 세워진 첨단 다기능 복합건물이다. 준공식에 참석한 정몽구 회장은 “이곳은 유럽 현지화 전략의 중심이 될 것”이라며 “유럽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디젤차 시장을 겨냥, 환경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엔진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이곳 관계자도 “미국과 유럽의 환경규제 강화에 대비한 하이브리드카와 3ℓ카의 개발이 완료단계이며 IFC ·발라드 등과 공동개발 중인 연료전지차 개발에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주장한다. 유럽은 미국과 달리 소형차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다. 현대차는 중형차와 SUV차로 시장을 뚫으려 했다. 그러나 기대만큼 실적을 못 내고 있는 게 사실이다. 현대차는 유럽 R&D센터에서 유럽인의 스타일과 취향에 맞는 디자인을 개발해 유럽에서 잘 팔릴 수 있는 신모델을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인도에서도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98년에 완공한 현대차 인도 공장은 65만 평의 대지에 단독투자로 설립한 자족형 종합자동차공장이다. 지난해 11만1,045대를 판매해 인도 전체 자동차 수요의 20%에 해당하는 시장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인도에서 기대했던 수요는 현대차 생산능력을 따라와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게 현대차 측의 판단이다. 현대모터 인도 공장은 서남아시아 ·유럽 시장을 겨냥한 수출전진기지로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대차는 현재 해외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우리의 생존전략은 오직 해외시장으로 판로를 확대하는 길뿐이라는 판단하에 세계 최고의 품질 확보에 기업의 사활을 걸었다”며 “글로벌 비즈니스는 반드시 현장 경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현대차는 해외 현지 판매활동을 책임 관리하는 지역본부제를 도입,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수출업무에 정통한 직원을 주재원으로 파견, 장기간 상주하도록 정비했다. 해외 품질상황실도 풀가동 중이다. 현대차의 대응전략이 구체화되지 않는 한 세계 시장이 현대차의 질주를 무사통과시키진 않을 것이다. 현대차가 브레이크를 풀고 가속페달을 계속 밟을 수 있을까. 현대차는 해외 진출 초기에 감수해야 했던 ‘값싼’ 이미지와 ‘낮은’ 인지도를 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현대차 리더들은 월드카가 되기 위한 키워드로 ‘신뢰 구축’을 꼽는다. 성병호 해외영업본부장(부사장)은 “현지화된 해외 네트워크에서 딜러와 고객들에게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 진정한 글로벌 브랜드를 만드는 원동력”임을 강조한다. 11월 초 정몽구 회장도 한 공식석상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자동차는 사람과 사람, 국가와 국가, 마음과 마음, 문화와 문화를 연결해 상호 신뢰를 증진시키는 메신저다.”

2003.12.08 14:26

7분 소요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MAGAZINE

MAGAZINE

1781호 (2025.4.7~13)

이코노북 커버 이미지

1781호

Klout

Kl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