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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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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FDA 승인 지연…제약·바이오업계 미국 진출 난항

바이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미국 진출에 제동이 걸렸다. 올해 4개 이상의 제약·바이오 회사가 FDA 관문을 두드리면서 글로벌 신약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코로나19로 현장실사가 불가능해 심사가 줄줄이 지연되면서다. 지난 2월 제약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GC녹십자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 10%'의 FDA 승인 여부였다. GC녹십자는 지난해 2월 미국 식품의약처(FDA)에 혈액 제제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 10%'에 대한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FDA의 검토 완료 목표일은 지난 2월 25일이었다. 만일 허가 결정이 나면 국산 혈액제제 중 처음으로 미국 시장에 진입한 사례여서 업계의 관심이 쏠릴 이슈였다. 혈액제제는 GC녹십자 매출의 36%를 차지하는 주력 사업이라, 10조원에 달하는 미국 시장 진출에 성공할 경우 실적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았다. 하지만 GC녹십자는 지난 28일 미국 품목 허가가 연기됐다고 밝혔다. FDA가 오창 혈액제제 생산시설에 대한 추가적인 현장실사가 필요하다는 최종보완요구서(CRL)를 보내면서다. 이로써 GC녹십자의 미국 혈액제제 시장 진출 시기는 당분간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GC녹십자가 미국 혈액제제 시장에 도전한 건 2015년부터다. 2015년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 5%로 허가를 신청했으나 2016년과 2018년 두 번에 걸쳐 FDA로부터 제조공정 자료 보완을 지적받으며 쓴맛을 봤다. 이후 시장성이 더 큰 10% 제품을 먼저 출시하기로 전략을 바꿨다. 지난해 11월 비대면 평가 방식으로 실사를 진행했지만, FDA 측이 현장실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서 허가심사는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됐다. 증권업계는 2022년 상반기 중 현장실사를 진행할 경우 2023년 중으로 미국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임윤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CRL은 현장 실사 외에 기타 중대한 결함(deficiency)에 대한 보완 요구는 없어, 실사 완료 후 빠른 허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 연구원은 녹십자가 올 상반기에 품목허가 신청서를 재신청하면 연내 현장실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문제는 FDA의 해외 현장실사가 언제 재개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FDA는 지난달부터 해외 실사를 재개하려 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이를 연기한다고 지난 1월 홈페이지에 밝혔다. FDA는 코로나19 감염이 퍼지기 시작한 2020년 초부터 실사 작업 중단을 반복하고 있다. ━ 코로나19 이후 2년 간 국내 FDA 승인 단 2건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FDA에서 이뤄진 해외실사는 단 3건에 불과하다. 신약 심사 지연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FDA는 코로나19 여파로 52건의 신약 신청이 지연됐다고 보고했다. 올해 안에 실사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지난해 신약 심사가 대거 지연되면서 심사일정은 더 밀릴 가능성이 크다. 국내 제약사들 역시 코로나19 여파로 FDA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FDA 승인을 받은 국산 의약품은 2020년과 2021년 연속 단 한 건씩에 불과했다. 코로나 직전인 2019년에는 합성신약부터 바이오시밀러까지 9개 의약품이 FDA 허가를 받은 것과 대조된다. 올해 GC녹십자뿐 아니라 한미약품, 유한양행, 메지온 등이 줄줄이 FDA 승인을 노리고 있어 계속되는 심사 지연에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속형 호중구감소증 체료제인 '롤론티스'의 허가 심사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한미약품 미국 파트너사인 스펙트럼은 2019년 10월 롤론티스의 허가신청을 완료했으나 이듬해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롤론티스 생산을 담당하는 한미약품의 평택 공장에 대한 실사가 미뤄졌다. 현장 실사는 지난해 5월 이뤄졌지만, 미국 현지 CMO 기업인 아지토모토에 일부 결함이 발견되면서 보완사항을 전달받았다. 한미약품과 스펙트럼은 보완사항을 개선해 올해 허가심사에 재도전할 예정이다. 유한양행은 올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인 '레이저티닙'의 FDA 신약 허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레이저티닙의 글로벌 파트너사인 얀센이 FDA 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얀센은 현재 자사의 아미반타맙과 레이저티닙의 병용요법 임상시험 3상을 진행 중이다. 이밖에 메지온의 폰탄 치료제 '유데나필'의 허가심사 결과도 3월 하순에 예정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FDA의 해외실사가 연기되면서 올해 바이오주의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FDA 승인과 미국 출시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FDA 승인은 '코로나 수혜주'가 한번 휩쓸고 지나간 바이오 섹터에 분위기 전환을 할 중요한 이벤트이자 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인 만큼 실사가 재개되기만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2022.03.03 08:00

3분 소요
Health | 살균제 ‘트리클로산’ 유해 논란 -  갑상선 호르몬 교란에 유방암 유발 가능성

헬스케어

암은 우리 주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커피, 햄버거, 양탄자, 드라이클리닝한 옷, 심지어 땅콩버터에서도 발암물질은 치명적인 발톱을 감춘 채 우리를 노린다.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에서 인기리에 판매되는 치약에도 발암물질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리가 별 생각 없이 쇼핑카트에 던져 넣던 바로 그 치약 말이다.용의자는 살균제 트리클로산이다. 대형 제조업체 콜게이트-팰머라이브에서 생산하는 치약 ‘콜게이트 토털’에 함유된 살균제다. 이 회사는 1997년 제품을 출시하면서 “이와 잇몸에 트리클로산을 공급하는 유일한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 치약이며 치석 제거와 치은염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부분적으로는 사실이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다른 치약엔 트리클로산이 함유돼 있지 않 다. 수많은 항균비누와 화장품은 트리클로산을 제조에 필요한 성분의 일종으로 본다. 그러나 트리클로산의 향 균 효능이 최근 콜게이트 토털의 안전성 문제에 불을 지폈다. FDA 역시 기업에 굴복해 이 화합물의 위험성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마 위에 올랐다.트리클로산은 방향족 염소화합물이다. 기본적으로 산소 원자로 연결된 벤젠 고리 두 개에 염소 원자 3개가 바퀴살처럼 돌출돼 있는 형태다. 1970년대 병원에 처음 도입된 이래 향균제로 널리 쓰이게 됐다. 미국 천연자연보호위원회(NRDC)의 변호사 마이 우에 따르면 트리클로 산은 콜게이트 토털이나 가정용 비누뿐 아니라 냉장고· 향균 신발·화장품에도 들어간다. 우는 “우리가 수 세기 전부터 지구에서 세균들과 함께 잘 살아왔음에도 요즘엔 트리클로산이 없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마이클 오스 터홀름 미네소타대 감염병연구센터 소장은 “트리클로산 확산은 마케팅의 결과”라고 말했다. 오스터홀름은 미네소타주가 미국 최초로 트리클로산 사용을 대부분 금지 하는 데 일조했다. 그는 좀 더 효능이 뛰어나고 안전한 항균제가 트리클로산을 대체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프록터 앤갬블은 치약 제품 크레스트를 홍보하면서 “트리클로산이 전혀 함유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그것도 어찌 보면 마케팅 전략이지만 그로 인해 사람들은 트리클로 산이 함유된 제품에 의문을 갖는다. “치약회사들은 대중이 트리클로산에 민감하다는 걸 이해했다”고 오스터홀름이 말했다.마요클리닉의 제임스 M. 스테켈버그 박사는 “제품 대부분에서 트리클로산은 핵심 재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FDA에 따르면 트리클로산이 함유된 치약은 치은염 예방에 효과를 보였지만 트리클로산이 함유된 향 균비누나 바디워시엔 어떤 효능이 있다는 증거는 없다” 고 설명했다. FDA는 웹사이트를 통해 트리클로산 같은 항균 화합물을 포함한 비누가 일반 비누나 물을 사용해 씻는 것보다 질병 예방에 더 효과적이라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FDA는 트리클로산이 위험하다고까진 명시하지 않았지만 트리클로산 함유 제품 구입에 앞서 한 번 더 생각하라고 권했다.병원 내 감염 방지를 과제로 삼는 미국 전염병건강학회는 지난 초여름 병원 위생을 위한 권장수칙에 ‘트리클로산 함유 비누를 쓰지 말라’는 항목을 넣었다. 전염병건강학회는 “트리클로산이 인체나 환경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우려한다”며 알코올을 주 원료로 만든 제품 사용을 권장했다.FDA는 1974년 비누 속 트리클로산을 검토하겠다고 처음 약속했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연구는 미제로 남아 있다. 연구 결과는 2016년에 발표될 예정이다. 그 사이 대부분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트리클로산을 받아들인다. 트리클로산은 거의 모든 곳에 있다. 섭취를 통해 혹은 피부를 통해 쉽게 몸 속에 들어온다.미 질병통제예방센터는 2003년에 2517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전체 대상자 4분의 3의 소변에서 트리클로산을 검출했다. 트리클로산 매개체로는 치약이 가장 유력했다. “콜게이트 토털로 이를 닦은 사람은 그 치약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5배 많은 트리클로산이 소변 내에서 검출됐다”고 우는 NRDC 블로그에 썼다.트리클로산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분명치 않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대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트리클로산이나 그와 화학적으로 유사한 향균제 트리클로카반의 경우 위험을 무릅쓸 만큼 효과가 좋지는 않다. 이 연구자들은 “연구가 아직 초기 단계”라고 밝히면서 트리클로산과 트리클로카반이 신경계나 심장에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썼다.최근 실시된 다른 연구는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트리클로산이 유방암을 유발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트리클로산은 체내에 호르몬을 전달하는 내분비계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 영향이 인체에 매우 해롭다고 여겨진다. 2006년 물 속에서 트리클로산에 노출된 황소개구리와 올챙이에 대한 실험은 ‘저농도 트리클로산에 노출되면 갑상선 호르몬과 관련된 유전자가 파괴되며 갑상선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생후 발육 단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만약 트리클로산이 내분비계를 교란한다면 청소년이나 유아, 임신부에게 특히 더 위험하다.“치석 제거와 치은염 예방에 효과적” 현재 FDA는 미국인들에게 트리클로 산 소비에 유의하라 고 경고하지만 17년 전 콜게이트 토털이 대형마트에 진열될 당시엔 트리클로산에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였다. 2010년 NRDC는 콜게이트 토털 승인과 관련된 문서 접근이 거부당하자 FDA를 고소했다. 총 35쪽 분량인 이 문서는 그동안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다. 블룸버그뉴스는 8 월에 콜게이트 토털 승인 문건을 입수해 과학자 3명에게 검토를 요청했다. “최근 공개된 문서를 트리클로산에 대 한 최신 연구와 함께 들여다 보면 FDA가 17년 전 콜게이트 토털 승인 과정에서 적절한 주의를 기울였는지, 그 승인이 최신 연구 결과를 놓고도 계속 유지돼야 하는지 의문을 불러 일으킨다.” 블룸버그뉴스가 보도를 끝마치며 내린 결론이다. FDA 신약담당부서 부 팀장을 맡고 있는 샌드라 L 퀴더 해군소장은 “그 문건은 어디서나 볼 수 있다”보도 내용을 인정했다. 퀴더는 트리클로산 함유 비누가 안전하고 효과적인지를 입증할 의무가 비누 제조업체에 있다고 말했다.로비스트들의 사연도 나름대로 복잡하다. 평균적인 사람에게 노출되는 화학물질 양과 암에 걸리는 일부 사람의 유전자 배열을 고려하면 암 발병과 가정용 제품 사이의 상관관계를 특정하기란 극도로 어렵다. 악명 높은 비스페놀A와 프탈레이드 같은 경우도 학계에선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나올 결과를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올 초 미네소타주는 미국 최초로 트리클로산 사용을 금지했다. 2017년부터 효력이 발휘되지만 콜게이트 토털처럼 FDA승인을 받은 제품은 논외다.콜게이트-팔모라이브는 자사 제품이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패트리샤 버뒨 콜게이트-팔모라이브 연구개발 팀장은 트리클로산의 잠재적 위협을 담은 여러 연구 결과에 반박하는 방대한 자료를 내게 보냈다. 버뒨은 총 2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90건의 연구결과가 콜게이트 토털을 ‘세계에서 가장 철저한 실험을 거친 치약’이라 결 론지었다고 말했다.그는 또 트리클로산을 암이나 갑상선 문제와 연결 짓는 연구들이 “트로클리산을 다량 사용했으며 그중 일부는 일반 소비재를 통해 노출되는 수준보다 수천 배 많은 트리클로산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규제당국은 소비재에 사용되는 트리클로산이 발암물질을 유발하거나 내분비계를 파괴할 수준이 아니라고 확인했다”고 버뒨은 덧붙였다. 그는 폭스 뉴스에 쓴 칼럼에서도 이같이 주장했다.그러나 비스페놀A를 둘러싼 논란이 위험하단 인상을 준다는 점에서 트리클로산 역시 갈수록 커지는 소비자들의 의혹에 불을 지필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크레스트처럼 트리클로산이 함유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는 제품도 점점 늘어난다. 많은 기업은 비누와 화장품에서 트리클로산을 제거했다. 다른 기업들 역시 건강에 신경 쓴다는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이런 조치를 따를 듯하다. 미네소타주는 트로클로산 사용 금지 트리클로산은 이미 눈밖에 났을지 모르지만 몇몇 사람들은 연방 규제당국이 공익이 아닌 기업의 이익을 위해 실시된 과학 연구에 너무 쉽게 넘어간다는 점에 근본적인 우려를 제기한다. 탐사보도 전문기자 이안 어비나는 지난해 뉴욕타임스 칼럼란에 쓴 기사를 통해 연방 규제당국이 업계에 스스로 감시할 권한을 주고 있으며, 그 결과 오늘날 사용되는 화학제품 8만 5000여 종 중에서 공정한 정부 심사를 거친 제품은 거의 없게 됐다고 썼다. “의약품이나 농약과 달리 공산 화학제품은 마트에 진열되기 전에 심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 현행 화학물질 규제 법안 아래에서 제조사들은 연방정부에 안전 보장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의무를 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화학제품이라도 적당량만 사용하면 위험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캘리포니아대 농약 생명기술연구소를 운영하는 브루스 D 해먹은 트리클로산과 트리클로카반에 대한 연구에 조사관으로 참여했다. 그는 “트리클로산엔 분명 위험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장점도 분명히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트리클로산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트리클로산을 가정용 이 아니라 의료용으로 아주 좋은 향균제라고 평하면서 비누에 함유된 트리클로산에 대해선 “부엌에 가져다 놓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치약은 또 다른 문제다. 해먹은 콜게이트 토털에 함유된 트리클로산 농도가 낮은 데 비해 치은염 발병억제율은 제품을 승인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높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자신 역시 콜게이트 토털을 사용하며 매우 만족한다고 덧붙였다.규제 관계자들도 해먹의 의견에 동의한다. FDA에서 언론홍보를 담당하는 제프 벤추라는 “과학적 근거에 비춰봤을 때 콜게이트 토털의 장점은 단점보다 많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제품에 사용이 허용된다고 해서 다른 제품에도 허용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해 비누 제품에서 트리클로산 사용이 금지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어쨌든 연방 규제당국은 쏟아지는 증거에 따라 커져 가는 우려를 그저 수수방관하기 어려울 것이다. FDA가 콜게이트 토털 승인을 재검토할지 묻자 퀴더는 망설였다. “1997년은 아주 오래 전이다.”

2014.10.03 16:12

6분 소요
FDA승인 신약 ‘팩티브’ 개발 양흥준 LG생명과학 사장

산업 일반

양흥준 LG생명과학 사장 “과연 그런 날이 올까 하면서 오랜 시간 기다린 것도 사실이지요. 그런데 막상 지금 와서 보니 정말 꿈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더군요.”LG생명과학이 개발한 퀴놀론계 항균제 ‘팩티브’가 최근 미국 식품의약청(FDA)으로부터 처음으로 신약 승인을 받은 일은 국내 1백6년 제약산업 사상 하나의 이정표를 세운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신약 개발을 주도해 온 이 회사의 양흥준 사장은 그래서 ‘감격스런 소감’을 감추질 못한다. 사실 그럴 만도 하다. ‘FDA승인을 받은 신약=돈’이기 때문이다. 회사측은 팩티브 개발로 당장 연간 8백억원대에 이르는 국내 퀴놀론계 항균제 분야의 수입대체 효과가 2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한다. 3∼4년 뒤에는 세계 퀴놀론계 항균제 분야 시장의 10%(약 4억 달러)를 차지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양사장은 그러나 “팩티브 성공신화의 1등 공신은 구본무 LG회장”이라고 말한다. 199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5백억원 정도를 들여 그룹 차원에서 팩티브 개발을 밀고 나가려면 아무래도 구회장 지원 없이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때문에 ‘FDA승인 소식’은 구회장에게 가장 먼저 보고됐다. 지난 4월5일 토요일 오전 7시 10분께 미국에서 이 소식이 팩스를 통해 서울로 날아왔다. 양사장은 곧바로 구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랬더니 구회장은 “대단히 축하합니다”고 하면서 대뜸 “그런데 혹시 요즘 대유행하는 괴질에는 잘 듣지 않습니까?”라고 되물었다. 급한 성격으로 알려진 구회장의 일면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양사장은 99년 LG화학 전무 시절부터 팩티브 개발과 인연을 맺었는데, 그간 가장 어려웠던 건 ‘일관성’을 유지하는 일이었다. “워낙 큰 돈이 들어가는 사업이라 안에서나 밖에서나 과연 그런 의약개발사업이 잘 될까 라는 의구심을 갖고 바라보는 눈길을 참기 어려웠다”고 고백한다. 또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꿋꿋하게 가야만 했고, 낙관론과 비관론이 뒤섞여 있는 상태에서도 확고하고 일관되게 R&D(연구개발)를 이끌고 나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양사장은 21세기 미래산업은 바로 인간에 대한 사업이라고 본다. 그중 하나는 교육사업이다. 사람의 정신을 살찌우는 산업이다. 중고등학교·대학교 같은 공교육은 물론 눈높이 대교 같은 사교육 산업도 전망이 밝다고 본다. 또 하나는 의료·보건·신약 등 육체를 건강하게 지켜주는 사업이다. LG생명과학의 사업비전이 그래서 밝다는 논리다. 그는 회사의 시가총액을 외우고 다닌다. “오늘 시가총액이요? 3천5백억 정도 됩니다. 달러로 하면 한 3억 달러 정도지요. 한데 그 정도 갖고 되나요. 저희 회사가 신약개발 전문 중견기업이라는 소리를 들으려면, 최소 화이자 시가총액(약 2천억 달러)의 10분의 1 정도(2백억 달러)는 돼야 하지 않겠어요. 아직도 갈 길이 멀지요.” FDA승인으로 이 회사 주가는 한 달 새 2배로 올랐다.

2003.04.09 00:00

2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