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담패설의 외설 효과
|
동인과 서인, 노론과 소론으로 각기 갈라져 끊임없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조선왕조 때 고급관리들이 사석에서 나누는 대화는 이른바 ‘猥談(외담·일본어로 와이당이라 발음하는 외설적 이야기)’이 주제였다.
의견을 말하다가 하찮은 실수로 부적절한 말이 그 속에 있으면 이를 꼬투리 삼아 사생결단의 치열한 정쟁으로 비화되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가할 때면 국사를 논하기보다 음란한 이야기로 시간 보내기를 일삼았다는 이야기다.
그 ‘와이당’들을 엮은 책 『고금소총(古今笑叢)』이 발간된 것도 그 즈음의 일이다. 그런 전통적 사회풍조 탓인지 지금도 점잖은 사람들의 모임에는 와이당이 자주 등장한다. 어색한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는 목적에서 와이당이 흔히 이용된다.
와이당을 잘하는 사람이 그 회의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과거에는 이런 진한 핑크빛을 자랑하는 이런 외설담에 형법을 적용해 엄격하게 처벌했지만 지금은 대중적 유머로서 스트레스로 찌든 샐러리맨들의 심신을 신선하게 각성시키는 기능을 인정받고 있다.
‘현대 사회의 기준에 비추어 외설하지 않는 한 예술, 문학, 과학적 연구 등에서 섹스의 취급은 언론·출판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미국 연방 대법원의 판결을 원용한 와이당 무죄론이 상식화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눈으로 보는 포르노에 성적 흥분 유도작용이 있다면 이런 와이당은 긴장된 정신세계를 이완시켜주는 정온기능이 탁월한 편이다.
더구나 지적 요소가 가득 찬 와이당은 그것을 말하는 사람의 지적 수준을 대변하는 측면이 있기에 신사들의 사랑을 독점할지도 모른다. 한때 그 속에 상당한 정치적 해학이나 위트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단연 압권이라는 칭송을 듣던 와이당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흐루쇼프가 통치하던 옛 소련은 지구상에서 미국과 대립할 수 있는 유일한 강대국이었다.
당시의 미국 대통령은 존 F 케네디. 당시 소련 수송선에 적재된 대륙간 미사일이 카스트로가 통치하는 쿠바를 향해 운송되고 있었다. 전쟁 일촉즉발의 순간 백악관과 크렘린 사이에는 조용한 외교전이 전개되었다. 흐루쇼프가 화해의 제스처로서 케네디에게 100만 달러 분의 콘돔 주문서를 보낸 것이다.
그런데 흐루쇼프가 보내는 이 화해의 장미꽃 다발 속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빈틈없이 돋아 있었다. 소련의 주문서에는 큰 공장의 굴뚝에나 맞을 만한 거대한 크기의 콘돔이 명기되어 있었던 것이다. 미국인의 높은 콧대를 꺾으려는 러시아인의 흉계를 간파한 케네디는 미국의 저명한 콘돔 생산업체인 실버텍스에 주문서대로 생산해 소련으로 발송할 것을 명령했다.
의기양양한 흐루쇼프 공산당 서기장이 방금 항공편으로 도착한 주문품의 상자를 열었다. 포장한 상자마다 실버텍스라는 상표 아래 ‘size small’이라는 황금색 글자가 빠짐없이 붙어 있었다. 러시아인의 평균 사이즈가 미국에서는 작은 사이즈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던 것이다.
남자의 성적 에너지는 작은 성적 도발로부터 점화되고 그 내부적 자극에 의해 야기된 반응은 말과 행동 양면에서 나타난다. 남성들이 사교계에서 주고받는 이런 와이당에는 침체한 성생활에 활력을 불어넣는 자극제로서 손색없는 치료효과가 내재되어 있다는 점에서 하나도 부끄러워할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싶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김건희 측 “혈압 최저35, 최고 70...외래 진료받게 해달라”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팜이데일리
지나, 성매매 논란 후 심경 "살기 위해.."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김정은 中 베이징 도착…딸 주애 첫 해외 일정 동행 이유는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마켓인]"딜 가뭄에 인력 수요도 한풀"…회계법인 채용시장도 '차분'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씨어스테크놀로지 훈풍…"해외사업 모멘텀 남았다"[바이오맥짚기]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