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골프장 부자] `TOP 5` 오너는 누구

2010년 이후 골프장 업계의 굵직한 M&A만 15건. 현대시멘트와 성우리조트가 보유하던 오스타CC는 지난해 신안그룹에 팔렸다. 가야개발의 가야CC는 신어홀딩스가, 동우의 몽베르CC는 대유에이텍이 인수했다.
무주CC를 소유했던 대한전선은 이를 부영그룹에 넘겼고, 여주그랜드CC 역시 임광개발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로 주인이 바뀌었다. 이 밖에도 M&A시장에 직간접으로 나온 매물이 20~3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전쟁터에도 생존자는 존재한다. 생존자는 곧 승자다. M&A를 통해 골프장 등 레저사업에 진출한 건설업체 오너, 3~4개 골프장을 묶어 운영하며 내실을 다진 골프·레저전문기업 오너가 그들이다.
안용태 대한골프전문인협회 회장(GMI골프그룹총괄사장)은 “대기업은 오너의 개인 취향이나 임직원들의 복지 차원에서 골프장을 건설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중소기업은 실질적인 수익을 겨냥하기 때문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며 “특히 골프장과 리조트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은 나름의 경영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순석, 건설·금융 넘어 종합레저로 확장
이번 조사에서 골프장 자산가치 1위에 오른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은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사업가다. 언론에 잘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그는 전남 신안군 출신으로 13세에 무일푼으로 상경해 건자재 사업으로 돈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 나이트클럽 지분 투자 등 갖가지 ‘바닥 장사’를 통해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얘기다.

박 회장이 세운 신안그룹은 지난 1980년 설립된 신안종합건설이 모태다. 한때 시공능력평가 순위 20위권에 들기도 했다. 박 회장은 1983년 주식회사 신안, 90년 태일종합건설을 설립한 후 96년엔 신안주택할부금융과 신안팩토링 등 금융업에 진출하면서 그룹의 면모를 갖췄다. 이어 신안캐피탈과 신안상호저축은행 등 계열사를 추가했다. 외환위기 이후 그룹 규모를 크게 늘린 배경에는 그 동안 축적해 온 자금력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해 말 성우리조트를 인수하며 골프장 홀 보유 기준, 국내 최고의 골프장 갑부로 떠올랐다. 홀 수뿐만 아니라 시가총액과 부동산 가치를 합산한 자산 가치에서도 1위다. 특히 서울시청에서 47㎞ 거리의 리베라CC(경기 화성시 동탄면)가 자산 가치를 끌어올렸다. 2007년 동탄신도시 개발과 함께 회원권과 부동산 가치가 동반 상승해 시가총액 1803억원, 부동산 가치 1360억원의 알짜 골프장이 됐다. 박 회장은 리베라CC 주식 98.6%, 에버리스CC 주식 40.0% 등 신안그룹 소유 각 골프장의 1대 주주다.
박 회장은 거침없는 M&A로 골프장 사업을 확장했다. 그가 처음 손을 댄 골프장은 관악CC다. 이를 대농으로부터 인수해 리베라CC로 리뉴얼했다. 그린힐CC와 신안CC 역시 지분 확보 등 M&A를 통해 손에 넣었다. 지난해 말엔 현대성우리조트와 오스타CC를 인수했다.
현대성우리조트 인수는 박 회장이 레저사업에 본격 진출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 횡성에 있는 현대성우리조트는 초대형 종합리조트다. 19면 12.5km에 이르는 스키 슬로프와 콘도미니엄 767실, 유스호스텔 86실, 45홀 규모의 오스타CC 등을 갖추고 있다.
박 회장은 성우리조트 인수를 위해 1000억원 가량의 사재를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박 회장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염두에 두고 일찌감치 성우리조트를 인수해 레저사업 전초기지를 구축했다”고 해석했다.

이동준, 용인에 100만평 가진 땅 부자
이동준 코리아골프&아트빌리지그룹 회장이 1대 주주로 있는 골드·코리아·코리아퍼블릭CC 등 72홀의 자산가치는 4664억원이다. 골프장 3곳 모두 용인에 소재하고 있어 부동산 가치만 2464억원에 이른다. 신현찬 에이스회원권거래소 애널리스트는 “공시지가가 아닌 실거래가로 계산하면 부동산 가치가 엄청날 것”이라며 “3곳 골프장 모두 콘도 등 리조트 시설이 많아 실제 자산 가치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회장 역시 젊은 시절을 파란만장하게 보냈다. 경기 강화도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열 여섯살에 상경했다. 대학 졸업 후 군납업체 샐러리맨으로 일했던 그는 스물아홉살 때인 1969년 사업에 뛰어들었다. 오퍼상으로 출발해 ‘유성’이라는 회사를 설립한 그는 포항제철(포스코)이 생기기 전인 1971년 한국인 최초로 중동지역에 철강재를 수출하기도 했다. 사업을 시작한 지 10여년 만에 은탑산업훈장(78년)·철탑산업훈장(79년)·동탑 산업훈장(80년)을 받는 등 기업가로 성공가도를 달렸다.
시련도 있었다. 거래업체의 연이은 부도와 해체로 큰 타격을 입은 것. 하지만 사재를 모두 털어 어김없이 수출 약속을 이행했고 중동 바이어들은 두터운 신뢰로 화답했다.
이 회장이 골프장 사업으로 눈을 돌린 것도 그 무렵이다. 82년부터 지인의 조언으로 골프장 사업에 뛰어든 그는 경기도 기흥에 396만㎡의 땅을 사들여 86년 골드CC(36홀)를 개장했다. 이후 94년 코리아CC(18홀), 96년 코리아퍼블릭CC(9홀), 2005년 코리아CC (9홀)를 잇따라 개장했다.

그는 2001년부터 코스 주변에 콘도미니엄과 함께 국내 최초로 골프 빌리지를 조성했다. 회사 이름도 코리아골프&아트빌리지그룹으로 바꾸면서 종합리조트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2005년엔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선시티CC를, 2007년에는 일본 오사카 인근 스프링 골프 리조트 아와지를 인수해 글로벌 체인화를 구축했다.
최근 이 회장은 의료와 관광을 접목시킨 헬스케어 사업에 관심을 쏟고 있다. 경기도 분당에 72만7200㎡, 고향인 강화도에 66만1000㎡의 부지를 매입해 ‘글로벌 메디컬 투어리즘 시티’ 건설에 착수했다.
윤진섭, 동생까지 합치면 171홀
국내 최초로 골프텔을 도입한 윤진섭 레이크힐스골프&리조트그룹 회장은 골프계에서 멋쟁이로 통한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인물’ ‘수익을 위해 꼼수를 부리지 않는 스타일’ ‘골프장 수익으로 딴 짓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골프업계에서는 부른다.
윤 회장 집안은 골프장 재벌가다. 윤 회장이 117홀을 보유하고 있고, 두 형제까지 합치면 171홀로 국내 단연 톱이다. 윤 회장은 일찌감치 속리산관광호텔을 운영한 부친으로부터 호텔·서비스 분야 경영수업을 받았다.
95년 충북 진천에 천룡CC를 개장한 후 3년 뒤 레이크힐스용인CC를 선보였다. 이어 레이크힐스안성·제주·경남·순천CC을 속전속결로 오픈했다. 현재 속리산에 18홀 공사를 추진 중이다. 이 중 천룡CC는 둘째 윤진동 사장이 경영 중이고 막내 윤진환 사장은 경기도 안성에 마에스트로CC를 건설해 운영하고 있다. 레이크힐스제주CC는 국내 회원제 골프장 중 처음으로 회원에 한해서 ‘노(NO) 캐디’와 ‘2인 플레이’를 도입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원용권, 현장경영으로 ‘황제 회원권’ 유지

원 회장은 2002년 골프리조트 사업에 뛰어들어 10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골프장 2개를 개장했다. 골프와 승마·요트를 함께 묶은 종합리조트인 블랙스톤CC는 원 회장의 혼이 담긴 곳이다.
클럽하우스 공사와 인테리어를 전문 건축가가 아닌 원 회장이 직접 지휘한 것. 이를 위해 그는 수많은 건축 서적을 섭렵하고 여러 나라를 다니며 공부를 했다고 한다. 2년여의 공사 기간 동안 거의 매일 현장을 감독하고 이끌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블랙스톤이천CC 회원가의 경우 최근 골프장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8억원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제주와 이천에 있는 블랙스톤리조트는 차남인 원기룡 대표가 맡고 있다. 30대 중반의 원 대표는 한국골프장경영자협회 소속 257개 회원사 중 최연소 경영자다.
이성호, 27홀로 4000억 자산 조성
5위는 경기도 광주 이스트밸리CC의 지분 100%를 특수관계자와 함께 보유하고 있는 이성호 이스트밸리그룹 회장이다. 이스트밸리CC의 시가총액은 2681억원, 부동산 가치는 1140억원이다. 27홀 단일 골프장으로서는 상당한 자산이다.

이스트밸리CC는 2001년 개장했다. 수도권에서 물류·비철금속 도매업을 운영하던 이 회장은 골프장 건설을 추진 중이던 병점관광을 흡수합병하면서 골프장 경영에 나섰다. 클럽명을 청남CC에서 이스트밸리CC로 바꾸고 골프장 전체에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고자 그린·티·벙커 등에 예술적 특징을 부각시켰다. 이스트밸리CC는 고가 회원권으로 1, 2위를 다투는 명문 골프장이다. 이 회장은 최근 경주 건천2산업단지에 500억원을 들여 비철금속 부품 생산공장을 건립했다.
‘TOP 5ʼ 외에도 남부CC와 베이사이드CC 등도 자산가치가 높은 골프장으로 통한다. 동주산업(47.2%)과 정우석(32.1%)씨가 대주주로 있는 남부CC의 총자산은 3172억원이다. 정해린 외 특수관계자가 100% 지분을 소유한 베이사이드의 자산가치는 3177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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