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 샌즈 코퍼레이션(Las Vegas Sands Corporation)의 셸든 애덜슨(80) 회장은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의 올해 세계 부호 순위에서 재산 265억 달러로 15위에 올랐다. 미국에선 9위의 억만장자다. 애덜슨이 보유한 라스베이거스 샌즈 코퍼레이션은 세계 최대의 카지노·컨벤션·전시 업체다.
이회사는 미국의 라스베이거스와 중국의 마카오 등 전 세계 수많은 카지노·컨벤션 회사의 모기업이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베네치안 리조트·호텔·카지노(개장 1999년), 팔라초 리조트·호텔·카지노(2007년), 펜실베이니아주 베들레헴의 샌즈 카지노 리조트 베들레헴(2009년), 샌즈 엑스포&컨벤션 센터(1999년) 등 4개, 컨벤션 리조트와 중국 마카오에 샌즈 마카오(2004년), 베네치안 마카오 리조트·호텔(2007년), 샌즈 코타이 센트럴(2012년) 등 3개의 리조트를 산하에 뒀다.
마카오 베네치아 호텔 근처에 3300개 객실 규모의 파리지앙 호텔을, 스페인에서 12개의 호텔이 들어가는 복합 리조트를 짓는다. 내년부터 300억 달러를 투입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도박은커녕 길거리 흡연에도 무거운 벌금을 물리던 싱가포르를 설득해 2010년 이 나라 최초의 카지노 시설인 마리나베이 샌즈를 개장한 저력이 돋보이는 기업인이다. 싱가포르 사례는 애덜슨 회장의 승부사 기질과 자금 동원력, 그리고 글로벌 비즈니스 능력이 최고로 돋보인 프로젝트다. 이 사업을 살펴보면 그가 왜 글로벌 파워 인물인지를 대번에 알 수 있다.
1970년대 이후 한국·대만·홍콩과 더불어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의 하나로 불린 싱가포르는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고민에 빠졌다. 전 세계적인 불황, 특히 이 나라 경제의 주요 축이던 전자산업이 성장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2001년 경제 성장률은 2.2%에 그쳤다. 가만히 있을 싱가포르가 아니었다. 그 해 12월 총리 지시로 통상산업부(MTI) 산하에 경제점검위원회(ERC: Economic Review Committee)를 만들었다.
이 위원회는 글로벌 경제상황을 포괄적으로 검토하고 싱가포르가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한 보고서를 2003년 내놨다. 전략의 핵심은 자유무역협정 체결, 투자환경 개선, 기업가 정신과 창조성 고양,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혁신과 시장 개척, 인력확보의 다섯 가지였다.
여기서 말한 서비스 산업의 혁신과 시장개척을 위해 싱가포르는 오랜 고집을 꺾고 2004년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카지노를 합법화하고 2개의 카지노 리조트 개장을 허용했다. 카지노·컨벤션 산업의 육성으로 관광산업을 진흥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대중의 반발을 고려해 관련 리조트에 카지노라는 용어를 빼고 ‘복합 리조트(IR)’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
싱가포르강과 항구가 만나는 시내 요지의 마리나 베이 샌즈, 그리고 남쪽의 리조트 지역인 센토사 섬의 리조트 월드 센토사 두 군데 허가를 받았다. 애덜슨은 미화 38억500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제시해 마리나 베이 복합 리조트의 운영권을 따냈다.
하지만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홍콩과 함께 땅값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곳이다. 땅값과 자본 비용이 예상보다 훨씬 많이 들어가면서 결국 개발비만 50억 달러가 넘었다. 애덜슨은 총액 80억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덜슨의 뚝심이 아니면 어려웠을 프로젝트다. 이 리조트는 한국의 쌍용건설이 지었다.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과 컨벤션 센터는 직접 고용인원만 1만명에 이르며 간접 고용유발 효과를 합하면 2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개장한 지 2년 만에 찾아온 방문객이 2000만명을 넘었다. 주중에는 컨벤션 고객, 주말에는 레저 고객이 찾는다. 마리나베이가 문을 연 2년 새 싱가포르 관광업 매출이 41% 늘었다. 이곳은 2015년 무렵에는 싱가포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0.8%에 해당하는 27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전망이다.
또 하나의 카지노 단지인 센토사 복합 리조트는 컨소시엄인 겐팅 싱가포르사가 운영권을 따냈다. 2개 카지노의 유니버설 테마파크와 세계 최대의 해양수족관을 갖춘 마리나 라이프 파크를 퓨전했다. 1840개의 객실을 갖춘 이 복합 리조트에는 49억3000만 달러가 투자돼 1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싱가포르는 카지노 산업을 유치하는 결단으로 130억 달러 가까운 투자를 받았다. 2만 개가 넘는 일자리도 확보했다. 이 나라의 카지노 산업 규모는 전 세계에서 마카오에 이어 세계 2위로, 컨벤션 산업은 3위로 평가 받는다.
한국 진출 노리는 포브스 세계 부호 15위에덜슨은 지금 한국에 눈독을 들인다.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국민 교육 수준이 높고, 기업가 정신이 투철하며, 세계적인 기업이 여럿 있기 때문에 복합 컨벤션 센터 설치에 한국만큼 매력적인 도시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허가를 내준다면 한국에 60억~70억 달러를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자신의 샌스 코퍼레이션과 시저스·윈즈·MGM 등 라스베이거스의 다른 업체들이 한국에 향후 4~5년간 120억~150억 달러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카지노 도시 라스베이거스를 컨벤션과 관광이 결합된 대규모 테마파크 리조트 단지로 탈바꿈시킨 뒤 그 여세를 몰아 마카오까지 그렇게 개조한 애덜슨이 싱가포르를 거쳐 이제 한국 진출을 노리는 것이다.
애덜슨 회장은 1933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도체스터에서 러시아 이민 출신의 유대계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택시 기사였고 어머니는 편물가게 점원이었다. 상업학교를 마친 그는 모기지 브로커, 투자 자문, 금융 컨설턴트 등으로 일했다. 화장실 키트를 포함한 다양한 물품을 팔았다. 30대에 뉴욕시립대에 들어갔으나 중퇴했다.
그에게 기회가 온 것은 1979년이었다. 컴퓨터가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이자 컴퓨터 산업과 전시 산업을 결합한 컴덱스(COMDEX)를 세계 최초로 기획했다. 그 해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MGM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첫 행사에는 167개 업체가 참가했으며 3904명이 모였다. 이 행사는 1980~90년대 우후죽순처럼 열린 컴퓨터 관련 전시 행사의 효시가 됐다. 그 뒤 2003년까지 해마다 11월에 라스베이거스에서 행사가 열렸다. 컴덱스는 1981년 뉴욕 증시에 상장됐으며 세계 최대의 컴퓨터 관련 견본시로 자리 잡았다.
투자가를 모아 인터페이스 그룹을 창업한 뒤 라스베이거스에서 컨벤션 사업가로 승승장구한 그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1988년 이 지역에 있던 유서 깊은 샌즈 호텔·카지노를 매입했다. 이 호텔·카지노는 항공·영화 업계의 전설적인 존재인 하워드 휴즈가 한때 보유한 것으로 가수 겸 배우 프랭크 시내트라, 상원의원 시절의 존 F 케네디, 가수 냇 킹 콜 등의 아지트였다.
그는 이곳을 인수한 뒤 카지노와 컨벤션의 결합이 얼마나 폭발적인 힘이 있는 지를 체험했다. 그 사이 1990년 미국 최초의 민간 컨벤션 전용시설인 샌즈 엑스포&컨벤션 센터를 라스베이거스에 건립했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런 경험에 따라 그는 컨벤션보다 카지노에 사업에 방점을 찍기로 결심했다.
1991년 두 번째 부인 미리암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신혼여행을 다녀오면서 그의 인생은 다시 한번 달라졌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를 그대로 빼닮은 메가 리조트의 건립과 운영이라는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한 것이다. 그는 과감했다. 가장 가치 있는 걸 넘겨 사업자금을 확보했다. 1995년 일본의 소프트방크 그룹에 컴덱스를 포함해 여러 전시회를 운영하던 인터페이스 그룹의 쇼 부문을 8억6200만 달러에 넘겼다. 성공 발판이 된 컴덱스를 처분한 대가로 애덜슨은 그 가운데 5억 달러를 챙겼다.
그는 이 자금을 바탕으로 다시 한 번 초대형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영화 ‘콘 에어’의 촬영지로 유명한 이 호텔을 1996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자신이 꿈꾸던 베네치아 테마 파크 호텔&카지노 리조트를 1999년 건설했다. 리조트에는 물길을 만들어 베네치아에서처럼 노래 하는 뱃사공이 타는 곤돌라를 운행시켰다. 이 프로젝트에는 15억 달러가 들어갔지만 그는 이를 계기로 글로벌 파워맨으로 자리 잡게 됐다. 사업이 대성공한 것이다.
창의성 바탕으로 새 산업 개척그는 여세를 몰아 동양의 카지노 도시 마카오에 진출했다. 24억 달러를 들여 베네치안 마카오 리조트·호텔을 2007년 개장했다. 대성공이었다. 그때부터 마카오의 카지노 매출은 라스베이거스를 능가하기 시작했다. 카지노 좋아하는 중국인을 알아본 것이다. 애덜슨 회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마카오의 새로운 부동산 개발지인 코타이에 무려 120억 달러를 들여 객실이 2만 개에 이르는 샌즈 코타이 센트럴을 건설해 지난해 4월 개장했다. 이곳과 싱가포르 프로젝트에선 애덜슨의 승부사 기질이 돋보인다.
애덜슨은 창의성을 바탕으로 1970년대 말 새로운 컨벤션 산업을 개척했으며, 1990년대엔 이를 카지노와 결합해 새로운 산업을 만들었다. 지금도 전 세계에 다니며 새로운 복합 리조트를 열 곳을 찾는다. 한국은 그의 제안을 받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볼 것인지 아니면 사회적 합의를 얻지 못해 포기할 것이냐의 기로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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