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ORLD’S RICHEST CITY❻ - 중동의 두뇌 노리는 미래형 도시
THE WORLD’S RICHEST CITY❻ - 중동의 두뇌 노리는 미래형 도시

중동 지역 페르시아만 북부의 작은 반도국가 카타르는 기적의 나라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를 보면 이 나라의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구매력평가 기준(PPP)으로 10만2211달러에 이른다. 세계 1위다.명목 1인당 국민소득도 9만9731달러로 룩셈부르크(10만7206달러) 다음 세계 2위다. 세계최고의 부자 나라다.
1995년부터 지금까지 연평균 15%가 넘는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전 국민이 교육·의료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받는다. 심지어 통신비까지 국가에서 대준다. 세계적 복지국가가 따로 없다. 1971년 영국에서 독립할 때는 진주조개 말고 팔 것 없는 사막의 가난한 나라에 불과했지만 40여 년이 지난 지금 세계 최고 부국으로 급성장했다.
세계 3위의 매장량을 자랑하는 가스 덕분만은 아니다. 이 나라는 중동 산유국 가운데 드물게 산업이 다양하다. 알루미늄 제련업 등 금속산업이 발달했고 농업에 필요한 비료를 생산해 수출하는 등 화학산업의 수준도 상당히 높다. 중동 지역은 2차산업이 턱없이 부족해 대부분 상품을 서방국가에서 수입해 쓴다.
카타르는 이 주변국 시장을 노리고 이 같은 금속·화학산업을 육성했다. 중동 산유국 가운데 가장 먼저 산업 다각화를 시작한 나라로 통한다. 이미 1990년대 중반에 그런 전략을 펼쳤다. 에너지 산업 의존도를 줄이고 석유와 가스가 고갈된 다음에도 지역경제 중심지로 번영을 이어가려는 것이다.

지식기반산업 진흥 꾀해이처럼 중동 국가 가운데 드물게 산업화를 이룬 카타르의 수도이자 경제중심지 도하는 이제 첨단 고부가 서비스 산업으로 말을 갈아타려고 한다.
이 나라의 에미르(이슬람 국가의 군주)인 셰이크 하마드 빈 할리파 알 타니(61)는 도하를 중동의 교육·과학기술·미디어·레저·스포츠 등 21세기형 지식기반산업의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야심이 있다.
이에 더해 계몽적 성격도 강해 대부분 군주가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페르시아만 연안 지역에서는 드물게 입헌군주제를 채택했다.
도하 북쪽 15㎞ 지역에 건설한 계획도시 루사일은 도하의 미래를 보여준다. 35㎢의 면적에 25만 명이 거주하도록 설계됐다. 주택가와 리조트, 호화 상업지구 및 2곳의 골프 코스 등 레저 시설이 들어차 있다. 중동·아랍 지역에선 드물게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발달한 것이 특징이다. 중동·아랍 국가 부호들이 쉬고 놀고 가기 좋게 설계됐다. 카타르 디아르 부동산과 세계적 건설엔지니어링 업체 파슨스가 공동 개발했다.
이곳의 랜드마크는 건립 계획 중인 루사일 아이코닉 경기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8만6250석 규모의 이 경기장에서 카타르가 유치한 2022년 월드컵 축구 개막식과 결승전 경기가 개최된다. 지붕을 덮고 경기장 전체를 냉방할 계획이라 더운 날씨도 문제 없다.
냉방 등에는 태양광발전으로 얻은 전기를 사용할 예정이다. 세계 최초의 ‘무탄소’ 경기장이다. 경기장 전체가 물로 가득 찬 거대한 해자로 둘러싸여 장관을 이룰 것이다. 월드컵이 끝난 뒤에는 문화시설로 바꿔 카타르와 도하의 문화산업 발전에 활용한다는 게 당국의 복안이다.
도하 남부에 개발한 알와브 지역은 스포츠를 활용한 발전 전략이 엿보인다. 1990년대 고급 주택가와 상업·의료 지구로 개발됐다. 2003년에는 도하 스포츠 시티가 건설되면서 모습이 크게 바뀌었다. 2006년 이곳에서 아시안 게임이 열렸다. 2.55㎢ 면적의 이 지역은 주 경기장인 할리파 국제경기장, 엘리트 선수를 양성하는 애스파이어 아카데미, 수상경기를 치르는 하마드 수상센터 등 스포츠 시설로 가득하다. 300m 높이의 성화 모양을 본떠 건설한 애스파이어 타워도 있다. 이 나라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지금은 호텔로 쓰인다. 2006년 아시안 게임에 맞춰 문을 열었다.
군주의 아버지 할리파의 이름을 딴 할리파 국제경기장은 1976년 2만 관중석 규모로 개장했지만 2006년 아시안 게임을 앞두고 전면보수가 이뤄져 수용인원이 4만 명으로 늘었다. 아시안게임 개막식과 2011년 아시안컵 경기, 범아랍 게임이 열렸다. 2022년 월드컵 경기를 대비해 6만8000명을 수용할 수 있게 확장할 계획이다. 군주 이름을 딴 하마드 수상센터에서는 다양한 수상 경기가 치러진다. 이런 시설로 도하는 중동의 스포츠 중심지로 자리잡았다.
도하에서 급속도로 발전하는 또 다른 지역이 웨스트 베이다. 신흥개발지구로 초현대식 마천루가 즐비하다. 가장 최근 개발이 시작됐다. 70층의 도하 미디어센터, 64층의 켐핀스키 레지던스 앤드 스위츠 등 30층 이상의 건물이 10개가 넘으며 지금도 건설 중이다.
건물이 모두 완공되면 중국 상하이의 푸둥 지구 같은 천지개벽의 마천루 타운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400m 두바이 타워도 건설 중이다. 105층짜리 도하 컨벤션 센터, 114층 국립은행 타워, 101층 알쿠드 자선타워 등도 2013~14년 완공을 목표로 짓다 재정문제로 중단됐다.
웨스트 베이 앞바다에는 바다를 메워 만든 인공섬 펄 카타르가 개발되고 있다. 면적 4㎢로 카타르 최초로 외국인의 영구 소유가 가능하다. 외국인 부동산 투자를 위해 개발한 지역이다. 현재 5000여 명이 거주한다. 32㎞에 이르는 해안선을 포함해 전체가 2015년 완공되면 4만5000명이 거주할 수 있다. 2004년 처음 개발 계획이 발표됐을 때 25억 달러면 충분하다고 했지만 지금은 150억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도하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지역은 도시 외곽의 교육 도시다. ‘카타르 교육·과학·지역발전재단(이하 카타르 재단)’이 건설해 운영하는 이 지역은 14㎢ 면적에 외국 유명 대학의 분교를 비롯한 각종 교육·연구 시설이 있다. 하마드는 3명의 부인 가운데 둘째이자 가장 총애하는 셰이카 모자 빈트 나세르 말미스네드(54)를 재단 이사장에 앉혀 힘을 실었다. 페르시아만 국가 중에선 드물게 여성 교육에 힘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셰이카의 장남인 셰이크 자심 빈 하마드 알타니(35)는 카타르의 왕세자다.
이곳에는 1997년 카타르가 한꺼번에 유치한 미국의 6개 대학이 차례대로 분교를 개설했다. 버지니아 커먼웰스대(미술·디자인)가 1998년, 코넬대(의학)가 2001년, 텍사스 A&M대(공학)가 2003년, 카네기멜론대(경영·컴퓨터)가 2004년, 조지타운대(외교정책)가 2005년, 노스웨스턴대(미디어)가 2008년에 각각 카타르에 분교를 열었다.
분야별 최고 수준의 대학들로 노련미가 돋보이는 선택이다. 여기에 프랑스의 파리고등상업학교(HEC)와 영국의 명문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카타르 분교도 2011년에 개교했다. HEC는 정부와 기업체의 중견 간부를 재교육할 목적에서, UCL은 발굴·보존 등 이슬람 유물을 관리할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유치했다.
이처럼 카타르가 구미 선진국의 분교를 연이어 건립한 것은 국내 인력 교육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중동 각지의 인재를 모아 교육하고 이들을 정착시켜 카타르를 중동의 지식기반산업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의지다. 이들 학교는 아랍어와 함께 영어로 강의한다. 아랍 학생들은 모국어로 편안하게 교육 받으며 영어를 능숙하게 익힐 수 있다.
아울러 세계의 전문 인력을 카타르에 불러 모으는 데 교육 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도하를 중동의 두뇌로 만들려면 중동·아랍 지역의 인재는 물론 글로벌 인재를 고루 모아야 한다. 글로벌 인재들이 직장을 옮길 때는 자기계발 기회를 얻을 수 있느냐와 자녀에게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느냐를 중시한다.
이들을 불러들이려면 최고의 의료 시설도 필요하다. 코넬대 의과대 유치도 같은 목적이다. 코넬대 의대는 미국에서도 최상급 의대다. 그 병원도 마찬가지다. 이를 유치한 것은 의대와 부속병원을 바탕으로 도하를 중동의 의료 허브로 키우겠다는 계산이다. 도하에 근무하면서 자녀를 코넬 의대 출신의 의사로 키울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글로벌 인재를 끌어오기도 쉬워진다.
분야별 세계 최고 수준 대학 유치도하는 석유와 가스를 비롯한 1차 에너지 산업에서 2차 제조업을 지나 교육의 중심지로 성장해 최첨단 서비스업을 꽃피우고 있다. 교육 도시에는 아랍권은 물론 세계의 인재를 모아 중동 최초로 지식기반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도하시의 야심이 숨어 있다.
도하를 상징하는 기관 중 하나가 글로벌 위성채널 알자지라다. 아랍어로 섬 또는 반도라는 뜻의 알자지라는 1996년 1억3700만 달러의 투자자금으로 설립됐다. 중동의 시각으로 글로벌 뉴스를 성역 없이 보도하는 이 방송은 1999년 1월 1일 아랍어권 최초로 24시간 뉴스방송을 시작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 등이 벌어지면서 중동·아랍권이 요동치자 알자지라는 생생한 현장뉴스로 아랍권은 물론 서방의 시청자까지 사로잡았다.
24시간 뉴스방송의 원조인 미국 CNN을 비롯한 서구 미디어들도 경쟁적으로 알자지라의 영상과 보도를 인용했다. 이 때문에 미디어와 국제 정치 분야에서 ‘알자지라 효과’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새로운 시각의 새로운 미디어가 국제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가리키는 말이다.
알자지라 효과는 중동을 보는 서구의 시각을 바꿔놨다. 2003년에는 알자지라 영어 채널까지 열고 미국·유럽 등에 본격 진출했다. 알자지라 채널의 모기업인 알자지라 미디어 네트워크는 알자지라 발칸, 알자지라 터키, 알자지라 아메리카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자랑한다.
도하는 카타르의 미래산업인 항공산업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세계적 항공사로 성장하는 카타르 항공의 본부가 자리잡았다. 카타르 국제공항은 그 심장이다. 카타르 항공은 1993년 11월 설립돼 세계 100여 곳에 취항하는 기린아로 성장했다. 올해 가을쯤 제2 하마드 국제공항이 문을 열면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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