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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작은 마을에 트윗이 날았다

일본의 작은 마을에 트윗이 날았다

어촌 다이지의 돌고래 몰이 사냥에 전 세계에서 비난이 쏟아져…트윗이 일으킨 전격 공습이다



이소다 교코는 왜소한 체구의 할머니다. 일본 서부의 작은 어촌 마을 다이지에서 정갈한 시골 여관을 운영한다. 영국 코미디언 리키 저베이스가 뜨거운 녹차 한 주전자를 할머니의 무릎에 엎지른다 해도 아마 그가 누군지 모르지 싶다. 그러고 보면 캐나다 록가수 브라이언 애덤스나 미국 여배우 헤이든 파네티어 같은 스타들도 마찬가지다. 또는 일류든 삼류든 이 조용한 마을에서의 연례 행사를 목청 높여 규탄한 다른 많은 유명인사들도 알 턱이 없다. 이들이 올해 초 소셜미디어에 메시지를 띄우면서 예전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다이지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을이 됐다.

이들 스타 중 일부는 다이지까지 찾아가 이 작은 마을에서 자신들이 목격한 장면에 얼마나 경악했는지 소셜미디어에 묘사했다. 록그룹 건즈&로지즈의 전 드럼 주자 매트 소럼은 2013년 9월 다이지를 방문했다. 그뒤 ‘끔찍한 악몽’을 꾸거나 미스터리를 다룬 TV 드라마 ‘환상특급(The Twilight Zone)’의 한 편을 관람한 기분이라고 트위터에 올렸다.

그가 목격한 ‘악몽’은 다이지 어민들의 이른바 돌고래 몰이 사냥(drive hunt)이었다. 매년 여러 달에 걸쳐 돌고래를 작은 만으로 몰아넣어 가둔다. 일부는 포획되어 전 세계 수족관으로 팔려나간다. 나머지는 어민들이 휘두르는 긴 작살에 전신이 찔려 죽는다. 죽은 돌고래는 지역 시장에서 식용으로 팔린다.

여관 주인인 이소다는 그런 논란을 잘 알고 있다. 마을 주민 3400명 모두 마찬가지다. 유명한 캐럴라인 케네디가 세계적인 분노에 불을 댕긴 장본인이라는 사실도 안다. 그 일본 주재 미국 대사가 지난 1월 17일 띄운 트윗이 발단이 됐다. 그 사냥의 “비인간성”에 큰 충격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소다는 현지의 대다수 어민들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자신의 작은 어촌 마을이 전 세계의 유명인사들과 민간인들에게 악당 취급을 받게 된 데 조용히 불만을 토로한다.

연례적인 돌고래 사냥을 향한 이번의 세계적인 분노는 첨단기술이 사회운동을 어떻게 바꿔놓는지 보여주는 가장 최근의 사례다. 소셜미디어는 세계 각지에서 극적인 정치 드라마를 연출하면서 유명해졌다. 아랍의 봄으로부터 지난 2월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몰락까지 계속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더 미시적인 개혁 캠페인에서도 역할을 맡는다. 예컨대 중미와 남미의 우범지역 주민들은 문자 메시지와 트위터 덕분에 지역사회 감시를 더 효과적으로 수행한다. 뿐만 아니라 멕시코 시우다드 후아레스와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 같은 도시의 개탄스러운 사법 실태에 항의하는 집회를 조직하기도 한다.

고래와 돌고래 사냥 금지 캠페인을 벌이는 사람들뿐이 아니다. 환경운동 및 자연보호 단체들도 소셜미디어 활용법을 적극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지자자들이 자신들의 운동에 대한 일반인들의 열렬한 지지를 끌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일례로 그린피스는 2013년 전 세계 180명의 회원을 대상으로 소셜미디어 우수 활용사례에 관한 강습을 실시했다. 그리고 가장 최근의 디지털 전략에 관한 노하우 공유 연례 세미나에는 40개국에서 130명이 참석했다.



전통 vs 트윗이소다의 집안은 대대로 고래사냥을 업으로 삼아왔다. 아버지는 남자들을 바다로 실어 나르는 배를 설계했다. 남편은 고래를 사냥해 22년 동안 가족을 부양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고래와 돌고래를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마을 사람 다수가 그 고기를 먹으며 목숨을 부지했다.

케네디 미국 대사의 아버지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그 전쟁 중 태평양 전역의 솔로몬 제도에서 고속 어뢰정의 정장으로 복무하고 있었다. 당시 미국은 일본에 무자비한 폭탄 세례를 퍼붓고 있었다. 대도시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다이지 마을도 폭격을 받았다.

오늘날 이소다는 자택에 앉아 당시를 회고한다. 전쟁이 끝나갈 무렵에는 식량이 귀했다. 전시 중 굶어 죽을 가능성은 이소다에게는 아주 현실적인 악몽이었다. 그들의 굶주림을 달래준 게 고래와 돌고래 고기였다. “그 고기마저 없었으면 우리는 살아남지 못했다”고 그녀가 말했다. “그들이 우리를 살렸다. 좋은 때나 힘든 때나 항상 함께 했다.”

이소다를 비롯한 다이지 주민들은 그런 고통스러운 한때를 견뎌냈다. 하지만 이제 그녀가 본 적도 없는 사람들, 그녀의 여관이나 마을에 발을 디딘 적도 없는 사람들이 다이지를 해상 도살장으로 묘사한다. 그 귀엽고 똑똑하고 작은 병코 돌고래들을 수백 마리씩 궁지로 몰아넣고 마구 학살해 바다를 핏빛으로 물들이는 곳으로 말이다.

다이지 사람들은 수세기 전부터 돌고래와 고래를 사냥해 왔다. 산겐 카즈타카 다이지 읍장에 따르면 정확히 1675년부터다. 그는 어떤 방문자에게도 기꺼이 현지의 고래사냥 전통이 기록된 책자를 나눠준다.

그와 같은 역사 주장은 사냥과 관련된 다른 많은 사실들과 함께 갈수록 뜨거워지는 싸움의 불쏘시개가 됐다. 고래와 돌고래 사냥이 다이지의 전통이라는 어민들의 주장은 터무니 없는 과장이라는 반론이 제기된다. 몰이 사냥이 1969년부터 시작됐다고 동물보호 단체와 기타 고래사냥 금지 운동가들은 반박한다.

많은 마을 주민들은 그런 주장이야말로 무지나 악의의 증거라고 흥분한다. 지난 10년 동안 그런 주장으로 끈질기게 자신들을 괴롭혀 왔다고 주장한다. 1969년은 돌고래 몰이 조업이 ‘제도화된’ 해라고 산겐 읍장은 말한다. 어민들이 조합을 형성해 그 조업을 더 조직적인 행사로 만들었다는 의미다. 그때부터 돌고래 몰이 조업이 시작됐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그들은 말한다.

다이지 마을에서 돌고래 몰이 조업이 언제 시작됐는지를 둘러싸곤 많은 논란이 있지만 그에 관한 싸움이 언제 시작됐는지에는 이론이 없다. 2003년까지는 아무 문제 없이 조용히 어업을 하며 살아 왔다고 주민들은 말한다. 그 때 해양생물보호단체 ‘시셰퍼드’의 선박 한 척이 다이지를 찾아왔다. 오래 전부터 일본을 비롯한 고래사냥 국가들과 투쟁을 계속해온 단체다.

처음에는 거리를 돌아다니는 이방인들을 보고 그냥 관광객들이려니 생각했다고 주민들은 말한다. 그러나 그 방문객들이 단순히 휴가를 즐기러 온 게 아니라는 사실을 점차 깨닫기 시작했다. 다이지 어민조합의 스기모리 미야토 특별 고문은 그 운동가들이 현지 어민들을 괴롭혔다고 주장한다.

카메라 삼각대로 어민들을 치고 찍지 말라는데도 동영상을 촬영했다는 주장이다. 운동가들이 작살을 부러뜨리고 그물을 찢었다고 스기모리가 말했다. ‘시셰퍼드’와 기타 포경반대 운동가들이 다이지 도처에 부쩍 늘어났다. 주민들의 프라이버시가 침해 당한다는 푸념이 터져나올 정도였다. 한 번은 마을 주민의 장례식에 운동가들이 불쑥 들이닥쳤다. 그 모임이 돌고래 사냥과 관계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산겐 읍장은 익명의 살해위협을 받았다고 한다. 현지 어민들의 얼굴 사진이 박힌 서방식 ‘현상수배’ 포스터들이 마을 주위에 나붙기도 했다고 한다. 다이지가 “잔인하고 미개한 공동체”로 낙인 찍혔다고 그는 분통을 터뜨린다.

운동가들이 괴롭혔다는 주장은 “뻔한 거짓”이라고 ‘시셰퍼드’의 멜리사 세갈 선임 만안 지역 보호팀장은 말한다. 그 단체의 회원들은 “하루 24시간, 1주일 중 7일 내내 경찰의 감시를 받는다”고 그녀는 말한다. “우리는 현지 주민들을 괴롭히려 이곳에 온 게 아니다. 우리의 방문 목적은 현지에서 일어나는 일을 기록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편향된 다큐멘터리릭 오배리는 과거 1960년대 인기 TV 프로그램 ‘플리퍼(Flipper)’에 동원된 돌고래들의 조련사였다. 그가 이끄는 팀이 2009년 그 돌고래 사냥을 다룬 ‘더 코브: 슬픈 돌고래의 진실(The Cove, 이하 코브)’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몇 부작으로 구성된 그 영화는 일방적이고 도를 넘었다.

제작자들은 많은 첨단기술 장비를 들여와 매년 돌고래 몰이가 이뤄지는 만의 음향과 영상을 녹음하고 촬영했다. 다큐멘터리 속에선 그들이 밤중에 몰래 나가 그런 작업을 하고 워키토키로 교신을 한다. 그리고 마치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하는 미국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씰 요원들처럼 행동한다. 현지 경찰차로 간주되는 표식 없는 차량의 추적을 받자 그들은 황급히 작전을 포기한다.

그뒤 호텔로 돌아간 오배리는 일본이 자유롭고 평화주의적인 서구식 민주주의 체제보다는 마치 사담 후세인 치하의 이라크와 더 공통점이 많은 나라인 양 묘사한다. 아무런 혐의도 없이 체포되어 28일 동안 억류되는 일이 숱하게 일어난다고 팀원들이 믿게 만든다. 그런 이유에서 경찰이 대다수 범죄를 자백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다. 고로, 일본에선 ‘고문’이 일상사라고 그는 결론 짓는다.

다큐멘터리는 또한 일본 국민들이 돌고래 고기를 먹고 수은중독에 걸리는 도발적인 전망을 노골적으로 제기한다. 일부 돌고래의 수은 농도가 대단히 높은 듯하다는 이유에서다. ‘코브’는 다이지에서 일어나는 일을 끔찍한 미나마타병의 발생에 비유한다. 미나마타병은 1950년대 그 병이 발생한 일본 도시에서 이름을 따왔다. 당시 산업폐수에 오염된 물고기를 통해 수천 명이 수은에 노출됐다. 그 기간 중 태어난 일부 아기에게서 심한 기형이 나타났다. ‘코브’는 흑백 필름으로 그 모습을 보여준다.

미나마타는 아마도 일본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공업중독 사례일 성싶다. 그러나 다이지에 대한 비유는 지나치게 아전인수 격이라고 영화에 출연한 한 학자가 말한다. 홋카이도 대학의 엔도 테츠야 보건학 조교수는 다큐멘터리에서 수은에 심하게 오염됐다고 알려진 돌고래 고기 조각을 들고 출연한다. 그러나 엔도는 자신이 카메라 앞에서 한 말은 돌고래의 간에 수은 농도가 높다는 것이었지 상점에서 판매되는 돌고래 고기의 이야기는 아니었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다이지의 어민조합은 부분적으로 엔도의 촉구에 따라 2003년 돌고래 간의 판매를 중단했다).

엔도는 인터뷰가 자신이 의도한 내용과 달리 편집됐음을 보고는 자신이 등장하는 부분을 영화에서 삭제해 달라고 제작자들에게 요청했다고 한다. 그 요청이 거부당하자 그는 영화 배급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온갖 결함에도 불구하고 ‘코브’는 가슴을 에이는 듯한 충격을 안겨준다. 특히 다이지 어부들이 연거푸 돌고래들을 작살로 찔러댈 때보다 더 고통스러운 장면은 없다. 상처를 입고 죽어가는 동물들이 물 위로 뛰어오르며 발버둥치다가 마지막에는 축 늘어지며 수면으로 떠오른다.

영화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다이지 돌고래 사냥에 대한 세계적인 인식(그리고 그에 대한 공분)을 이끌어냈다. ‘코브’는 2009년 아카데미 다큐멘터리 상을 수상했다. 루이 시호요스 감독과 피셔 스티븐스 제작자에게 맷 데이먼이 아카데미상을 전달했다. 2010년에는 제니퍼 애니스턴, 고(故) 제임스 곤돌피니, 로빈 윌리엄스, 우디 해럴슨 등을 포함한 유명인사들이 ‘코브’와 관련된 공익광고 방송에 출연했다. 그 연례적인 사냥 관련 “소식을 널리 퍼뜨리도록” 사람들에게 촉구했다.

그 작은 마을의 문제가 세계의 주목을 받는 사건으로 확대됐다. 오배리가 원한 그대로였다. 그는 매일 돌고래와 함께 일하는 유명한 직업을 거쳐 이 운동에 뛰어들었다. 인기 프로 ‘플리퍼’에 등장하는 돌고래 조련사 역을 맡아 미국의 비공식적인 ‘미스터 돌핀’으로 불렸다. 사랑스러운 주인공 역의 동물들이 당시엔 큰 인기를 끌었다(‘래시’의 콜리종 개, ‘린틴틴’의 독일 셰퍼드도 인기를 모았다). 그리고 사랑스러운 돌고래 ‘플리퍼’가 또 다른 TV 아이콘이 됐다. 매주 영리하거나 아슬아슬한 묘기로 인간들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특정 세대의 미국인들, 또는 어린이 방송 니켈로디언이나 TV 랜드에 중독된 사람들에게 돌고래는 모두 플리퍼다. 그리고 플리퍼를 죽이는 건 절대 안 된다. 오늘날 오배리는 시월드나 다른 수족관 같은 시설에서 돌고래를 사육하는 행위에 반대하는 유력한 운동가로 자리 잡았다. 수십년 전 그가 돌고래 사육사로 첫발을 내디딘 곳 말이다.



피바다트위터를 통한 캠페인이나 그 영화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알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다이지 돌고래의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 ‘코브’의 출시 전부터 그 마을 주변 해역에서 죽거나 포획되는 돌고래 숫자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매년 9월에 시작돼 4월 말까지 계속되는 다이지 돌고래 몰이에서 2000년 포획된 돌고래가 2009마리였다. 고래 및 돌고래 보호협회가 수집한 데이터다. 가장 최근 데이터가 집계된 해인 2012년에는 포획되거나 죽임을 당한 돌고래가 899마리에 불과했다. 그러나 식육 생산 목적의 돌고래 살육 감소율은 그만큼 크지 않았다.

다이지의 어민들은 전 세계에서 비판의 화살이 빗발치듯 쏟아지기 오래 전에 이미 그 동안의 관행을 바꿨다. 이런 변화는 인정받지 못하고 묻혀 버린다고 그들은 푸념한다. 영화 ‘코브’에선 어민들이 긴 작살로 돌고래들을 연거푸 찌르면서 우리 안의 물이 시뻘건 피로 물든다. 그러나 그런 끔찍한 살육방식은 ‘코브’가 개봉되기 전인 2008년에 중단됐다. 요즘 다이지 어민들은 다른 유형의 작살을 사용한다.

작살을 척추에 한 번만 찔러 넣으면 돌고래가 더 빨리 그리고 피를 적게 흘리며 죽는다고 어민조합의 스기모리가 말했다(일부 어민은 돌고래를 죽이는 동안 물이 그렇게 시뻘겋게 물들지 않는다며 영화 제작자와 사냥반대 운동가들을 의심한다. 제작자들이 나중에 특수효과를 이용해 더 시뻘겋게 보이도록 만들었다고 믿을 정도로 불신이 크다. 영화제작자들은 이를 단호히 부인한다).

다이지의 어민들도 마찬가지로 강경하다. 국제사회의 압력이 아무리 거세도 자신들이 오랜 세월 해온 일을 중단할 마음이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지난 9월에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전통에 따라 연례 돌고래 몰이가 시작됐다. 상거래보다 자신들의 생활양식이 훨씬 더 중요한 문제라고 많은 주민들은 말한다. “우리 지역의 문화를 사거나 팔 순 없다.” 지역 와카야마현 관계자 호리에 야스히로가 말했다.

어민들은 또한 마을 주민 자신들의 판단에 따라 밥벌이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돌고래 판매의 경제성이 돌고래 사냥의 설득력 있는 이유가 된다고 강조한다. 다이지는 ‘부자 마을’이 아니라는 사실을 외부세계가 이해해야 한다고 호리에는 말한다. 이 지역의 토지는 농사를 지을 만큼 비옥하지 않다. 오사카에서 기차로 4시간을 가야 하는 고립된 지역이다. 따라서 최근의 관광진흥 노력도 썩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올 초 몰이에서 다이지의 만에 백색 알비노 돌고래 새끼 한 마리가 끼어 들어 왔을 때 현지 어민들에게는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온 격이었다. 고래보호 단체인 훼일맨 재단의 제프 팬투코프에 따르면 알비노 고래 새끼는 대단히 희귀해 최대 50만 달러를 받고 수족관에 팔아 넘길 수 있다고 한다(다이지의 한 현지 관계자는 알비노 돌고래를 그처럼 터무니 없는 고가에 팔 순 없다고 반박한다. 알비노는 “병 때문에” 피부가 희며 따라서 바다에서보다는 오히려 우리 안에서 더 오래 살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인다).

앤젤이라는 닉네임을 얻은 그 돌고래는 현재 다이지의 고래박물관에 수용돼 있다. 오배리가 그 돌고래 사진을 인스램(사진 공유 서비스)에 올리면서 사이버 공간에 비난의 소용돌이가 급속도로 확대됐다. ‘코브’가 불러일으킨 부정적인 이미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같은 날 캐럴라인 케네디 대사가 돌고래 사냥에 대한 반대 메시지를 트윗에 올렸다. 그 직후 일본 주재 영국대사도 비슷한 내용의 트윗을 띄웠다. 케네디 대사의 트윗은 “돌고래 몰이 사냥의 비인간성에 깊은 우려를 나타낸다. 미국 정부는 몰이사냥 조업에 반대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4509회 리트윗됐으며 5일 뒤 미국 국무부의 한 대변인도 그녀의 발언을 지지했다.

3일 뒤 오노 요코는 일본정부에 보내는 공개서한을 자신의 구글 플러스 프로필에 올렸다. “일본의 미래를 위해” 다이지의 돌고래 사냥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 모두가 소셜미디어 전격 공습의 밑바탕을 이뤘다. #tweet4taiji라는 해시태그(주제어)는 2011년 ‘시셰퍼드’ 트위터 계정에서 처음 사용된 이후 끝없이 줄기차게 등장하는 듯하다. 분석 사이트 톱시에 따르면 지난 2월 12만7000건의 트윗이 전송됐다. 그중 돌고래 사냥을 규탄하는 저베이스의 트윗은 5903회 리트윗됐다.

이 같은 찬동 트위트 물결은 “여러 변수가 한꺼번에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생겨났다고 팬터코프가 말했다. 올해 다이지의 돌고래 몰이에선 한 번에 병코 돌고래 250마리를 만으로 몰아넣었다. “전례 없는 숫자”라고 그가 말했다. 반면 캘리포니아주 남부 해안 앞바다의 병코 돌고래 개체 수는 250~300마리로 추산된다고 그가 지적했다. 트위터 세계가 돌고래를 구할까? “아직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팬터코프가 시인한다. “이런 문제 중 다수가 사실상 언론에서 반짝 하곤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고래 영혼 위령제이 같은 트위터 맹공격은 다이지 주민들의 반감 그리고 외부인들에 대한 불신을 더 키웠을 뿐이다. 주민들은 인종차별이라고 반발한다. 사냥을 중단하라는 요구는 대부분 미국과 유럽의 비교적 부유한 백인들에게서 비롯된다고 지적한다. 돌고래가 똑똑하고 귀엽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동물을 그런 자질에 따라 등급을 매기는 건 “오만한” 생각이라고 비난한다. 다이지 고래 박물관의 기리하타 테츠오 부관장은 이렇게 말했다. “모든 동물은 저마다 특별한 능력과 개성을 갖고 있다.”

다이지 주민들은 매년 4월말이면 산꼭대기의 고래 기념비 앞에 모여 엄숙한 의식을 치른다. 현지 불교 사원의 승려들이 의식을 거행한다. 그들은 불경을 낭독하고 주민들은 고래 기념비 제단에 헌화한다. 그들은 이것을 다이지의 고래와 돌고래들을 기리는 연례 위령제라고 부른다. 자신들이 먹는 음식에 사의를 표하고 고래와 돌고래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기도를 한다.

이소다 교코는 아주 어릴 때부터 그래 왔듯이 그 의식에 참석할 계획이다. 이소다의 집 그녀가 앉는 자리 뒤의 벽에는 “고래와 함께 살아간다”고 적힌 붓글씨 작품이 걸려 있다. “나는 이 문구가 좋다”고 그녀가 쾌활하게 말한다. 그러나 잠시 후 고래와 돌고래 사냥을 중단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운동가들에 관해 묻자 표정이 어두워진다.

그 논란으로 이미 다이지 마을은 경제적인 타격을 입었다. 고래 박물관은 일본 전역의 수족관에 돌고래를 판매해 가외 수입을 올린다. 하지만 요즘엔 가끔씩 그들을 운반하기 위한 지역 페리 해운 서비스를 구하지 못하기도 한다. 해운사 경영진은 운동가들의 해꼬지를 두려워한다. 그러나 이소다가 느끼는 분노는 더 개인적이다. 그녀가 바닥을 응시하며 물었다. “자신이 먹는 음식에 관해 비판 받는 일이 얼마나 수치스럽고 모욕적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얼굴에 노기가 서려 있지만 목소리를 높이지는 않는다. 요즘 이 작은 지역 공동체 전반에 깔린 분노다. 그리고 그 분노가 고조되고 있으며 단시일 내에 수그러들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 말을 트윗해도 좋다. 140자에 훨씬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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