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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환율·금리·증시 어디로 - 디플레이션에 밀리면 금융위기 재앙

세계 환율·금리·증시 어디로 - 디플레이션에 밀리면 금융위기 재앙

사진:오상민 기자
‘지금 금리 안 올리면 침체기에 쓸 방법 없어’ vs ‘미국 소비 회복 없는 금리 인상은 신흥국에 엄청난 부담’. 국제경제 분석 전문 매체인 글로벌모니터가 주최한 ‘제4회 글로벌마켓 공개 토크쇼’가 10월 16일 서울 여의도 신한 금융투자 대강당에서 열렸다. 글로벌 환율전쟁을 주제로 한 이번 토론회는 이진우 NH농협선물금융공학센터장이 사회를 맡았고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 김일구 씨티은행 투자상품부 리서치담당 부장, 안근모 글로벌모니터 편집장, 이공순 글로벌모니터 조사연구실장이 패널로 나섰다. 환율·금리·증시 등에 관한 다양한 전망과 시각이 교차하며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사회자: 국내외 할 것 없이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이공순 글로벌모니터 조사연구실장(이하 이공순) :
각국 증시가 조정에 들어갔다. 미국의 경우 단기적으로 하락폭이 상당히 크다. 이런 형태의 하락 조정장에서 시장 참여자 사이에 균열이 생기면 그때는 큰 위기로 이어질 수 있지만 아직 금융위기 정도의 그림은 아니라고 본다. 물론 큰 폭으로 개선될 가능성도 작다.



김일구 씨티은행 투자상품부 리서치담당 부장(이하 김일구) :
보통 7~10%의 주가 조정이 있을 때 시장이 공포감을 느끼지 시작하는데 그 지점을 건드린 것 같다. 그러나 최근 2 년간 그런 과정이 없었을 뿐이지 이해하기 어려운 하락이라고 보긴 어렵다. 시장은 한 두 요인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다. 10% 이내의 조정 정도는 정상적인 과정이라고 본다.



안근모 글로벌모니터 편집장(이하 안근모) :
지금의 조정은 1987년 루브르 합의(달러 가치가 크게 떨어지자 미국·영국·서독·일본·프랑스의 G5 재무 장관이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 모여 환율 흐름을 바꾸기로 합의한 것) 이후 국면과 유사하다. 당시 일본은 약속대로 확장 정책을 이행했지만 독일이 미온적으로 나왔다. 각국 공조에 분열이 생기자 투자자들이 투매에 나섰고, 이게 1987년 10월 19일 ‘블랙 먼데이’를 일으킨 한 원인이었다. 지금 도 비슷하다. 여러 정황들이 있다. 8월 말 마리오 드라기 유럽 중앙은행 총재가 잭슨홀 연설에서 재정정책 확대를 제안하고 나섰지만 독일의 균형재정 목표는 변화가 없다. 잘 나가던 독일 경제까지 주춤한 상황이니 여러 면에서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사회자: 국제사회가 환율전쟁 국면에 진입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이하 김한진) :
역사적으로 달러는 대부분 약세였다. 잠깐의 강세 기간이 끝나면 또 약세로 돌아서고 수십 년을 이렇게 해왔다. 길게 보면 달러 강세는 큰 문제가 아니다. 최근의 달러 강세는 유로존의 영향이 가장 크다. 약세 요인을 제공해주니 미국 국채를 사야 할 유인이 커진 것이다. 금리차에 따른 자연스런 자본 이동이다. 달러 강세가 장기적으로 갈 것이냐 일시적인 것이냐는 결국 경기의 문제다. 미국이 3%대 성장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김일구 :
미국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던 시기엔 늘 달러가 강세였다. 달러가 기축통화가 된 이후 달러 강세는 미국 내 소비 확대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다른 나라 입장에선 많이 만들어 미국에 팔 수 있으니 돈을 벌기 좋았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이 소비를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생산하려 한다. 안정적으로 굴러가던 ‘팍스 아메리카나’ 체제와 다르다. 원유나 셰일가스 등으로 미국의 적자는 줄고 있다.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 수출할 게 없다. 수출로 버는 돈은 줄어들고 선진국 자본은 빠져나가니 신흥국으로서는 대단히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



김한진 :
어차피 우리가 능동적으로 환율을 결정할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지 않나? 지금은 경기와 무관한 경상수지 흑자 상황으로 원화 강세 환경이지만 경기 사이클이 호황에서 불황으로 진행하면 한국 같은 이머징 시장 통화는 약세로 갈 수밖에 없다. 급격한 자본 이탈 등에 대해 일시적인 대응은 할 수 있겠지만 그게 얼마나 가겠나?



김일구 :
말씀처럼 달러 강세가 진행되면 여기저기 나가있던 돈이 빠른 속도로 이머징 시장에서 빠져나간다. 이런 디플레이션 상황에선 달러 강세를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달러는 결코 금융의 문제만이 아니다. 생산과 소비의 문제이고, 성장률로 디플레이션 압력을 어떻게 상쇄하느냐가 중요하다. 결국 미국 소비가 늘어야 한다. 이게 안 되면 미국도 다른 나라도 모두 힘들어 진다.

사회자: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 인하를 발표했다. 나라 밖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상 여부가 관심사다.

이공순 :
만약 미국이 금리를 올리려고 한다면 내년 1월 내에 올려야 한다. 그때가 지나면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진입하고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면 금리는 못 올린다. 생각하는 것보다 경기 침체가 훨씬 빨리 올 수도 있다. 금리 인상이 당장 부담이더라도 올리긴 올려야 한다. 지금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금리 인상 노선을 철회하면 시장을 엉망으로 만드는 것이다. 연준은 ‘경기 좋다’ ‘금리 인상할 거다’ 이렇게 우겨야 한다. 그게 시장을 살리고, 달러를 살리고, 세계 경제도 살리는 길이다. 금리를 못 올린 상태에서 침체가 오면 그땐 아무 방법도 못 쓴다.



안근모 :
연준 입장에선 금리를 올리고 싶을 거다. 일단 금리를 올릴 수 있을 정도로 경기가 회복됐다는 사실이 반가울 것이고, 나중에 경기 하강 사이클로 들어갈 때를 위한 대비도 해야 한다. 그러나 그게 보인다고 지금 당장 금리를 올리면 침체는 더 앞당겨질 수 있다. 내년에 경기 하강이 예상된다면 지금 돈을 더 풀어서 어떻게든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



사회자: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가 경쟁적으로 돈을 풀어서 나아진 게 있나?

안근모 :
파국을 면하지 않았나? 솔직히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인 걸 뻔히 아는데 연준이 경기가 좋으니 금리를 올리겠다 고 하면 시장 참여자들이 믿겠나?



사회자: 정리 발언 부탁한다.

이공순 :
여러모로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변수가 또 생겼다. 국제 유가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변동성이 더 커졌다. 예상했던 밴드를 완전히 이탈했다. 대략 바닥까지 떨어진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지만 일시적으로 WTI(서부텍사스유) 가 60달러대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김일구 :
금리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 금리의 영향은 제한적이다. 핵심은 물가다. 각 국이 디플레이션 압력을 어떻게 방어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과제다.



김한진 :
미국이 노동 시장을 비롯해 장기간에 걸쳐 상당한 지표 개선을 이뤘다. 물론 미국 경기의 회복이 주변 국가로 연결되지 않는 상황이고, 유로존을 먹여 살릴 정도도 아니다. 그럼에도 미국이 살아나는 건 여러모로 호재다. 2016년까지는 세계 경제가 좋은 흐름을 이어나갈 걸로 본다.



안근모 :
엄청난 국가 부채에 시달리는 일본은 재정지출 여력이 없다. 유로존의 핵심인 독일은 그나마 여력이 있지만 그럴 의지가 없다. 여전히 구조 개혁 없이 빚을 지고 나설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독일의 고집이 세다면 미국도 다른 대안도 고민해야 한다. 그중 하나가 금리인상을 미루고 돈을 더 쓰는 것이다.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이 10월 11일 세계은행 및 국제통화기금 (IMF) 연례회의에서 “미국의 경기 확장세가 충분히 진행되고 많은 신흥국들이 대응 능력을 갖출 때까지 금리 인상이 늦어질 수 있다”고 발언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애초 내년 금리 인상을 전망하는 시각이 많았지만 미국이 태도를 바꿀 수도 있다. 이런 전환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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