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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퍼슨 버번, 위스키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제퍼슨 버번, 위스키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전세계 대양과 강, 호수를 항해하며 위스키를 숙성시키는 제퍼슨 버번은 미개척 바다로 용감히 뛰어든 위스키 시장의 마르코폴로다.습지를 빠져 나와 북쪽으로 향한 작은 모터보트가 뉴올리언스 폰차트레인 호수로 미끄러지듯 들어섰다. 5노트(9.26㎞/h)의 속도로 안정되게 움직이는 보트는 끈적한 8월의 공기를 가르며 천천히 나아갔다. 배에 선원은 단 1명, 타륜을 잡은 선장뿐이다. 23피트(약 71m) 길이의 낡은 금속 보트는 행색이 초라했지만, 그 안에는 보트 외양과 사뭇 다른 값비싼 화물을 나르고 있었다. 53갤런(200ℓ)의 버번이 담긴 오크통 2개다. 켄터키 주 루이빌에서 시작해 오하이오강을 따라 내려와 미시시피로 갔다가 멕시코만으로 이어진 항해였다.
 조엘러 가문의 깊은 전통
보트가 항구에 정박한 지 하루 정도 지났을까. 오크통의 주인인 희끗희끗한 머리의 남부 남자 트레이 조엘러(Trey Zoeller·48)가 선장 테드 그레이(Ted Grey·27)와 특별한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항구로 왔다. 철골로 갑판에 단단히 묶어둔 배럴통에는 6개월간 숙성된 위스키가 담겨 있었다. 보통 이 정도밖에 숙성이 안 된 위스키는 물처럼 투명한 색과 지나치게 달고 혀를 톡 쏘는 맛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조엘러가 파워 드릴로 배럴을 두들겨 뽑아낸 위스키는 오랜 기간 숙성된 버번 위스키에게서만 볼 수 있는 적갈색을 띠고 있었다. 유리잔에 위스키를 따라 마신 둘은 서로의 생각을 읽는 듯 문장을 완성시켰다. “얼얼한 맛이…”라고 조엘러가 입을 떼자 “…사라졌군요”라고 그레이가 말을 받았다.

48세의 조엘러는 루이빌에 본사를 둔 버번 위스키 브랜드 제퍼슨(Jefferson’s)을 1997년 설립했다. 미국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그의 브랜드는 소량생산 브랜드 위스키가 미국에서 유행하기도 전에 시장을 개척했다. 18세기 말 증조모가 위스키 밀주업자로 활동하는 등, 위스키 사업은 조엘러 가문의 깊은 전통이다. “할머님은 불법 양조로 체포된 첫 미국 여성”이라고 조엘러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21세기에도 제퍼슨은 기존 통념과 규칙에 도전하고 있다. 거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혁신적 차별화에서 제퍼슨은 누구보다 뛰어나다. 버번이 높은 품질을 인정 받으려면 에이징(숙성)이 잘 되어야 한다. 그래서 조엘러는 보트 가리개를 만들고 그 아래 배럴통(나파밸리 그로쓰 빈야드에서 사용했던 까베르네 캐스크통을 선호함)을 넣어 항해를 하며 변화하는 날씨에 버번 원액을 노출시켜 에이징과 맛이 어떻게 변하는지 즉흥적인 실험을 시작했다. 그러니까 버번 보트는 그의 경영철학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인 셈이다.

스카치나 버번, 호밀 위스키 등 종류에 상관 없이 거의 모든 위스키는 실내 배럴통에서 숙성된다. 시간은 수 년이 걸리고, 숙성을 오래 할수록 맛은 좋아진다. 대량의 위스키를 생산하려면 창고를 갖춘 거대 양조장이 유리하고, 소규모 생산을 하려면 습도 및 온도 등을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는 시설이 유리하다. 이들과의 경쟁에서 돋보이기 위해서 제퍼슨을 비롯한 소규모 제조 브랜드는 창의력을 발휘해야만 한다.

증류주 역사상 다른 많은 위대한 아이디어와 마찬가지로, 물 위에서 위스키를 숙성해보자는 아이디어 또한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른 후 얻었다. 코스타리카 해변에서 상어를 연구하던 친구 크리스 피셔의 요트에서 40세 생일파티를 즐기다가 나온 아이디어다. 파도에 배가 좌우로 흔들릴 때 유리잔에서 찰랑대며 도는 위스키를 보던 조엘러는 배럴통 안에 든 위스키도 똑같이 움직일 거라 상상했다. 보트의 흔들림으로 버번 위스키가 배럴통 안에서 흔들리면 배럴통 표면 및 바깥 공기와 반복적으로 접촉해 숙성이 빨라질 수 있다는 이론이 세워졌다. (온도가 높은 경우에도 숙성이 비슷한 수준으로 빨리 진행된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숙성을 위해 그렇게 오랜 시간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예측할 수 없는 자연환경에 노출되고 다양한 항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매번 꾸준히 다른 풍미의 버번 위스키를 선보일 수도 있었다.

아이디어를 처음 들은 피셔는 인화성 용액을 대량으로 배에 싣고 다니는 방법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냈다. “그런데 계속 잔을 들이키고 나니 아이디어가 점점 괜찮아 보였다”고 조엘러가 당시를 추억하며 말했다.

그렇게 1만 해리(1만8500) 이상을 항해한 끝에 2012년 제퍼슨 오션(Jefferson’s Ocean)이 탄생했다. 조엘러는 300병의 버번 위스키 가격을 200달러로 측정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위스키는 10배의 가격에 재판매 됐다고 그는 말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9번째의 제퍼슨 오션이 출시될 계획이다. 벌써 9번째를 출시하고 있지만, 매번 새로운 버전을 테이스팅할 때마다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 크리스마스 아침을 맞는 기분”이라고 그는 말했다.
 바닷바람 맞으며 항해하며 숙성
바닷바람을 맞은 제퍼슨 오션은 소금기를 머금은 캐러멜향의 여운을 선사한다. 조엘러는 항해로 숙성을 하는 방식을 고수하면서도 솔티한 향을 줄이는 방안을 고심하다가 루이빌에서 뉴올리언스로 이어지는 강을 항해하자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미국의 첫 양조장들이 19세기 실제 버번을 운송하던 항로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도 의미가 있었다.

선장을 찾던 그에게 친구가 그레이를 소개해줬다. 27세의 그레이는 이글스카웃 단원이었으며, 거친 모험에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선실로 내려가 안을 들여다 봤다”고 그레이는 말했다. 창문 하나 없이 6피트 길이에 2피트 높이의 침상만 들어선 선실 해치(승강구)를 열어본 그는 “’3개월 동안 텐트에서 자는 걸로 생각하면 되겠네’라고 생각했다.”

조엘러는 항해를 위해 작은 배를 골랐다. 배가 크면 강물에 별로 흔들리지 않아서 배럴통 안에서 버번의 움직임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6월 오하이오강을 따라 내려가는 항해가 시작된 후, 그레이는 버번이 숙성하며 캐러멜 향이 피어나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달달한 향 때문인지 꿀벌이 모여들기도 했다. 다른 모험의 순간도 있었다. 켄터키주 헨더슨 근처에서는 돌풍을 피할 곳을 찾다가 “3번 정도 전복될 뻔했다”고 그레이가 말했다.

보트가 안전하게 뉴올리언스에 정박한 후, 그레이는 자신이 성공적으로 나른 배럴통에 “세상에서 가장 귀한 버번”이 담겨 있다고 자랑스레 선언했다. 놀라울 정도로 훌륭하게, 또 빨리 숙성되긴 했지만, 여정을 완료하려면 2개 구간을 더 항해해야 했다.

“1등 항해사를 두면 좋겠다”고 그레이가 보트의 타륜에 기대어 말했다. “에어컨도 필요하다.” 조엘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쩌면 더 큰 배도 필요하겠어.

- ABRAM BROWN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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